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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아마추어 산악인 손영조 덕유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아마추어 산악인 손영조 덕유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장

    5000만여 가지의 꿈과 계획이 새해를 맞아 커나가고 있을 것이다. 금연, 다이어트, 몸 만들기, 내집 마련과 같은 꿈들을 살뜰히 가꿔 나갈 것이다. 벌써 급한 이들은 다부지게 세웠던 한 해의 계획이 어그러졌다며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1년도 아니고 14년이란 세월을 건너 자신의 계획과 꿈을 이룬 손영조(49)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국내에서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이는 엄홍길, 오은선, 고(故) 박영석, 허영호, 박영미 등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모두 난다 긴다 하는 전문 산악인들. 그런데 손씨는 다르다. 직장 생활과 산행을 병행하고 있다. 아마추어 산객으로서 뜻을 세우고 옹골차게 완성하기까지의 얘기를 듣고 싶어 지난 연말 덕유산이 있는 전북 무주로 향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손 과장은 어릴 적부터 지리산 자락에만 오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며 경기 안양의 등산장비점을 무작정 찾았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렇게 산악회에 들어 빙벽 등 등반 기술을 익혔다. 휴가를 주말에 몰아쓰기가 어려운 건설회사에 간청, 금요일 일을 마친 뒤 고속버스로 밤에 이동해 전국의 국립공원을 종주했다. 그렇게 산과의 인연을 깊이 하던 중 1995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채용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산이 근무지인데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월급이 반토막 나겠지만 그는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된 부인을 설득해 고향 남원으로 내려갔다. 클라이밍 기술을 아는 이가 없어 본인이 산악회를 만들고 후배들을 교육시켰다. 언제 7대륙 최고봉에 오르겠다는 뜻을 세웠는지 궁금했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어린 아들딸과 어렵게 헤어져 초오유(8201m) 원정에 따라 나섰는데 다른 대원이 정상에 올랐다며 캠프3에서 그만 내려가라고 하더라. 날씨도 좋고 체력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허탈했다. 3시간 쪼그려 앉아 많이 울었다. 그때 내 성격대로, 내 색깔대로, 내 팀을 꾸려 원정을 다니겠다고 마음먹었고 5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르겠다고 결심했다.” 2001년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5642m)로 첫발을 뗐고 2년 뒤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59m)를 올랐다. 그렇게 두 봉우리를 마치니 주위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가능성이 있겠다는 신념이 굳어졌다. 그는 남들보다 다섯 배는 더 힘들었다고 했다. 혼자서 정상 공격과 원정대장 역할, 기록에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까지 해내야 했다. vx2100이란 큰 촬영 장비를 배낭에 넣고 다녔다. 여기에 오랜 시간 직장을 비울 수 없어 다른 원정대보다 빨리 정상을 공격하고 돌아와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쳤다. 이 무렵, 부인과의 갈등에 부닥친다. “원정을 갈 때마다 아내와 부딪힐 수 없으니 그런 갈등을 한번에 해결하려고 했다. 5대륙 최고봉 완등까지 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7대륙까지 끝내게 됐다.” 세 번째 여정은 2004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열한 살 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한국인 최초로 등정해 카퍼레이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산에 올라도 저렇듯 큰 명예를 얻는다’는 것을 알려준 고상돈씨가 1979년 유명을 달리했던 곳이다. 그가 마음속에 간직한 또 한 명의 산악인, 일본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1984년 세계 최초로 동계 등정한 뒤 세상을 뜬 곳이기도 하다. “어제 일처럼 그때 일이 떠오른다. 1.5m 폭설이 쌓여 어떤 등반대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난 짧은 휴가 때문에 빨리 올라야만 했다. 폴란드 팀 둘이 따라 나섰는데 데날리 패스에서 돌아서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올라가는데 폭설에 안개까지 겹쳐 하얗게만 보여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화이트아웃에 걸렸다. 배낭을 깔고 앉아 두 시간 동안 마음의 정리를 했다. 가족에게 빚만 잔뜩 안기고 죽게 생겼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하늘이 개벽한 듯 열렸다.” 올라야 할 루트가 눈에 들어오고 이제 남은 것은 200m 남짓 나이프 리지. 고상돈과 우에무라가 실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간이었다. “이곳을 건너는 데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한다. 한 명은 확보를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혼자 건널 수밖에 없었다. 용기가 두려움을 한 뼘이라도 이겨야 하는데 그랬다. 30분 이상 고민하다 피켈을 꽂고 걸음을 옮기며 건넜다.” 정상임을 증명할 아무것도 없는 눈무더기를 헤치니 표식봉이 나타나 촬영한 뒤 매킨리신(神)을 영접했다. 하산하는데 폴란드 팀이 못 내려가고 있었다. 한 명은 탈진했고 다른 쪽은 설맹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설맹에 빠진 친구를 줄로 묶고 내려와 목숨을 구해 줬더니 그들이 고맙다며 내놓은 것은 초콜릿 두 개가 고작이었다. 서로들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다른 원정대 모두 등정 사실을 믿지 않아 동영상을 되돌려 보여줬더니 모두 기겁을 했다. 그렇게 하산하다 크레바스에 빠졌다. “피켈을 찍어 추락을 면했다. 발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더라. (캠프3까지 동행한) 경호야! 경호야!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가는귀 때문에 듣지 못했다. 어찌어찌 내 힘으로 기어 올라와 목숨을 건졌다.” 서두르다 보니 일주일 앞당겨 등정에 성공한 셈이 됐다. 앵커리지로 나와 귀국하려는데 비행편 예약 변경이 쉽지 않았다. 체류비가 하루 50만~70만원씩 들어 고민할 즈음, 한 주민이 자신의 목조주택 지붕에 이끼가 쌓여 보기 흉하니 제거해 달라고 해 등반 장비를 이용해 닦아내고 체류비를 훨씬 웃도는 돈을 챙겨 귀국했다.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8m)를 다녀온 뒤 2008년 아시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에 앞서 비용 1억 2000만원 때문에 애를 태웠다. 염태영 공단 감사(현 수원시장)의 도움을 받았다. 손 과장의 사연을 알고 일부러 지리산 연하천산장을 찾아와 밤새도록 얘기를 나눈 뒤 단장직을 수락했다. 그 덕에 대원 셋을 2년 동안 훈련시켜 원정에 함께했다. 김완주 전북지사를 만나서는 얼떨결에 “국책사업인 새만금을 전국에 홍보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쳐 도움을 받았다. “두 달 휴직원을 내고 떠났는데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때문에 정상 등정이 일주일 미뤄졌다. 몬순은 다가오고, 아주 애가 달았다. 다행히 중국인 대신 네팔 사람이 성화를 봉송해 정상 길이 열렸다. 그런데 오르다 생각하니 에베레스트 하나만 오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 모두 히말라야가 첫 경험이었던 대원들이었다. 넷을 두 조로 나눠 부대장 일행으로 하여금 로체 정상을 공략하도록 사흘 내내 무전으로 지시하고 그들이 성공한 뒤 무사히 내려온 것을 확인하고 우리 둘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남들은 가이드도 수십 명씩 데리고 다니고 캠프마다 산소통을 비치하는데 우리는 1인당 2개만 갖고 8000m 지점에서 올라갈 때 한 번, 내려올 때 한 번 쓰게 했다. 그렇게 넷이서 두 봉우리를 단번에 등정했다고 했더니 베이스캠프의 다른 원정대들이 모두 어이없어했다.” 귀국했을 때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염 감사가 품에서 사직서를 꺼내며 “대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단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을 때 감격에 북받쳤던 일도 생생하다. 이제 6대륙째로 넘어가야 하는데 남극이 문제였다. 최고봉 빈슨매시프(4895m)를 오르는 데 남극관리기구(ANI)에 4300만원을 선납해야 했다. 주위에 손을 벌려 2000만원을 만들었는데 출발 일주일을 남겨두고 갑자기 약속한 곳에서 3000만원을 주지 못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 하지만 일주일 만에 3600만원을 빌려 떠났다. 빈슨매시프를 다녀온 뒤 생각해 보니 빚밖에 없었다. 공단으로 직장을 옮긴 뒤 20년 동안 월급 통장에서 떼어 갚은 빚만 7000만원 정도. 이자까지 치면 아파트 한 채 값은 날린 셈이었다. 해서 돈도 좀 갚고 승진 시험에 매달리느라 3년 동안 원정 계획을 미뤘다. 그리고 마지막 봉우리 오세아니아의 카르스텐즈(4884m)가 남았다. “비용을 따져 보니 1600만원 정도 들겠더라.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들어온 부조금 70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았다. 어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길, 아들의 원정 비용을 도와주신 것이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20일 카르스텐즈 정상을 발아래 두면서 14년에 걸친 염원을 완성했다. “공단 이사장이 직접 격려 전화도 해 주시고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져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났다. 그래서 정상에 30분 있으면서 기쁘고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고 이 가시밭길 꿋꿋하게 고집 하나로 밀고 온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에베레스트 오를 때보다 훨씬 좋았다.” 그러나 여느 산악인이 그렇듯 정상에서 막 돌아선 순간, 두려워졌다고 했다. 앞으로 뭘 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가슴에 오래도록 묻어뒀던 이미지 하나가 선명히 떠올랐는데 에베레스트 길목의 아마다블람(6856m)이었다. 네팔 안나푸르나의 마차푸차레(6853m), 알프스 마터호른(4478m)과 함께 세계 3대 미봉(美峰)으로 손꼽히는 봉우리. 남원의 비좁은 아파트에는 그동안 구입한 등반 장비를 둘 공간이 없어 몇 해 전 컨테이너로 산막을 꾸몄다. 컨테이너 겉면에 손수 아마다블람을 그려 넣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 주는 그의 눈빛이 유달리 빛났다. 인터뷰가 한 시간 진행됐을 때에야 그는 사실 등반할 수 없는 발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1997년 남원에 손수 만든 인공암장을 오르다 추락, 변변찮은 병원에서 수술하는 바람에 발등에 뼛조각들이 남아 있다는 것. 특히 아이젠을 차고 설사면을 걸을 때 뼛조각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했다. 손 과장은 “천성 탓인지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돈이 없으면 주위에 빌려 달라고 하면 된다. 다녀와 갚으면 된다. 이제 커다란 목표를 이뤘으니 정 사정이 안 되면 안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가 원정을 떠나 있는 동안 부인은 불안감을 지우려 종이접기를 배워 이제 전문가 반열에 들었고 그게 직업이 됐다. 그가 목표를 모두 이룬 뒤 남원 자택으로 돌아오자 부인은 “이제 그만할 거죠”라고 묻기부터 하더란다. 그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느 산악인이 그렇듯 늘 거짓말을 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말마따나 “촌스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직장 일도 허투루 한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애쓰고 얼마 전에는 직무에 꼭 필요한 산림기사 자격증까지 땄다. 한국산악회 전북지부 일도 열심이고 지리산에서 근무할 때는 아들에게 ‘산맛’을 가르치려고 청소년산행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강연도 다니면서 자신의 등정 사진이 들어간 책갈피를 손수 제작해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따로 헬스클럽 같은 곳에 돈 쓸 이유가 무어 있느냐며 아파트 계단을 10회 정도 오르고 체육공원 시설을 이용해 웨이트를 하는 아침운동을 90분쯤 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 향적봉 오르는 곤돌라 안에서 눈으로 뒤덮인 산 그리메를 어루만지듯 바라보던 그가 이런 말을 더했다. “정말로 신기하게도 그렇게 소규모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원정대를 꾸렸는데도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 그 점이 나로선 가장 큰 축복이고 자랑이다.” 글 사진 무주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지나친 등반 경쟁은 산에도 안 좋은 영향 미쳐”

    “지나친 등반 경쟁은 산에도 안 좋은 영향 미쳐”

    “억새가 아름다운 포천 명성산에 오르는 일이 매우 기대됩니다.” 엄홍길, 박영석에 이어 세계 10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스페인 산악인 알베르토 이누라테기(46)를 29일 아침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992년 최연소(23세)에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반한 데 이어 14좌 완등을 모두 무산소로 이뤄낸 그는 2002년 세계 최고의 등반가로 선정됐다. 이누라테기는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등 신경변성 질환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WOP(Walk On Project) 재단의 ‘678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의 글로벌 홍보이사 자격으로 지난 26일 입국해 다음달 1일까지 머무른다. 이날 명성산을 올라 국내 산행 문화를 체험한다. 678 프로젝트는 히말라야 6000m, 7000m, 8000m 봉우리의 새 루트나 오래 전 이용됐던 루트를 오른다. 지난 7월 파키스탄 빠유피크 남봉(6050m)을 올랐는데 1976년 북쪽 루트를 통해서만 등정됐던, 산악인들에게 보석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내년 봄 네팔 자누(7710m)와 가을 초오유(8201m)의 알려지지 않은 루트 개척에 나선다. 지난 27일 열 손가락을 산에서 잃은 김홍빈(50·트렉스타 국내 홍보이사) 대장과 만난 그는 “김 대장의 굉장한 능력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삶을 지속하려는 자세에도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1995년 에베레스트(8850m) 남동릉과 2년 뒤 가셔브롬 서벽에서 엄홍길 대장과 친해졌다는 그는 “한국의 젊은 산악인들이 규모도 크고 규율도 엄격했던 과거 원정 방식에서 탈피, 더 가벼워진 방식으로 멋진 등정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딱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한 차례씩 올라 14좌를 완등했다. 한 해에 두세 봉우리를 발 아래 두는 한국 원정대와 달랐던 것. 그는 “정밀하게 계획하고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이런 등반 업적을 남겼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186㎝ 키에 손도 엄청 큰 그에겐 아픔이 있다. 피레네 산맥으로 자신을 데려가 산과 인연을 맺게 했던 형 펠릭스를 2000년 가셔브롬 2봉(8035m)에서 잃은 것. 형에게 헌정하기 위해 올랐던 2002년 안나푸르나(8091m) 남릉 등반을 23년 산악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왜 산에 오르냐고 물었다. “어릴 적 하지 말라는 일을 했을 때 느끼는 흥분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첫 한국 방문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조금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친절하고 나라가 발전한 것 같다. 알수 있는 한 한국을 많이 알고 싶다.→ 지난 27일 김홍빈 대장과 만난 것으로 안다. 그 전에 알고 있었는지, 신체적 장애를 딛고 열심히 등반하는 그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잘 알지 못했던 산악인이다. 언어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의 굉장한 능력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려운 여건에서 삶을 지속하려는 그의 자세에도 많은 감명을 얻었다. → 당신은 엄홍길 박영석에 이어 14좌 완등을 세계 10번째로 해냈다. 당신 바로 뒤에는 한왕용이 14좌를 완등했다. - 여러 한국인을 알고 지내긴 했지만 그다지 깊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한국인들의 히말라야 등정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굉장히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제가 14좌를 완등하는 동안 1995년 에베레스트 남동릉과 1997년 가셔브롬 서벽에서 한국 원정대를 만났는데 이 때 엄홍길 대장을 알게 됐다. 제 생각에 한국의 젊은 산악인들은 규모가 크고 규율이 엄격했던 원정대의 고전적인 방식을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변형했다. 여기에다 전보다 더 가벼워진 접근 방식으로 2008년 인도 메루피크(6660m) 북벽과 카라코람 바투라 2봉(7762m) 세계 초등과 같은 멋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당신이 14좌를 완등하는 동안 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 차례씩만 봉우리에 올랐더라. 그러나 한국 원정대는 많게는 한 해 세 봉우리도 도전하는 일이 있다. 어떤 생각을 갖는지. - 한 해 두세 번 고산을 오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강도높은 훈련과 치밀한 계획으로 그 같은 업적을 이룬 걸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난해 파키스탄 낭가파르밧(8125m)에서 탈레반에 의해 총기 난사 테러가 저질러지듯이 레이스하듯 고산 등정을 경쟁하는 것은 분명 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당신은 1992년 최연소(23세)로 세계 첫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에 성공했으며, 세계 10번째로 8000m 이상 완등을, 그것도 모두 무산소로 해냈다. 무산소 등반을 하면 산소통을 이용한 등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 98%의 등반가들이 산소 등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대부분의 산악인에겐 정상에 도달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차이점을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그 차이는 두드러질 거라고 본다. 산소가 있으면 등반 성과가 좋고 추위를 덜 느끼게 장점이 있다. 해발 0m의 산소 용존량이 8000m에서는 3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몸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로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8000m 이상에서는 등반할 수 있느냐 없느냐 두 가지 옵션만 존재한다. → 에베레스트 등정 때부터 14좌를 모두 무산소 완등하려고 생각했는지. -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적었으며 당시는 14좌 완등, 이런 얘기 자체가 지금처럼 유행하지도 않았다. 14개 봉우리를 오른다는 건 불가능한 꿈처럼 여겼다. → 등반을 하지 않을 때 당신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 늘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거의 없다. 몸을 열심히 만들고 스폰서 구하느라 여기저기 다니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그런다. → 처음 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 - 형 펠릭스 덕에 피레네 산맥의 3400m급 봉우리들을 올랐는데 완전히 사로잡혔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어떻게 사로잡았다는 얘긴가. - 겨울산을 가보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노력과 위험, 아름다움이 상호 작용해 감동을 안긴다. → 678프로젝트는 당신이 직접 짜낸 아이디어였나. - 나도 아이디어를 내놓고 스페인의 여러 산악인들이 힘을 합쳐 지혜를 짜내고 있다. → 고산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 어렸을 때 하지 말라고 하던 일들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흥분 때문이다. → 굉장히 위험한 일인데 비유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어서, 다른 적절한 표현이 없어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등산은 늘 위험과 함께 하고 그 위험을 조절하는 일이다. 난 늘 빈틈 없이 준비하고 모든 위험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난 인생에 뭘 걸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 14좌 등반을 완성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이미 몇 차례 언급한 2000년 가셔브롬 2봉에서 형 펠릭스를 잃었을 때와 2년 뒤 안나푸르나 남쪽 능선을 오르던 순간이다. → 안나푸르나는 어째서 그렇게 힘들었나. - 형을 잃은 지 얼마 안돼 슬픔에서 벗어나지도 않은 상태였고 또 예민했다. 가장 어려운 루트가 반복되는 상황이라 남사면이 너무 위압적으로 보였다. 또 형에게 헌정하는 산행이란 측면에서 꼭 올라야 한다고 마음먹었기에, 단 한번의 기회라 생각했기에 더 어려웠던 것 같다. → 다음달 1일 포천 명성산을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는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처럼 좋은 산들이 참 많다. - 전 특혜받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한국을 조금 더 자주 찾도록 하겠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6~7년 뒤 한국의 어느 산이 가장 좋은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 난 한 걸음 한 걸음 해결하고 다음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678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 그래도 일생일대의 꿈은 있을 것 같은데.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은퇴하고 싶다. → 체격이 어떻게 되나. -186㎝에 73㎏다. 그런데 왜. →당신의 그 큰 손 때문이다. 동료 산악인에 견줘 큰 편 아닌가. - 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좋은 체격을 타고 났다. 다른 등반가와 비교해도 확실히 크다. → 둘째 아들이 산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들었다. 전문 산악인의 길을 걷겠다면 어떻겠는가. -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세대는 등반 테마나 기술 면에서 여러 지원이나 후원을 얻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미래 세대일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 아쓰따 루에고(다음에 또 봐요)!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이 영화보면 ‘촉’이 온다

    이 영화보면 ‘촉’이 온다

    이름만 들어도 마음 넉넉해지는 한가위. 닷새 동안의 황금 연휴를 집 안에서만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금쪽같은 시간을 유쾌하고 상쾌하게 보낼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을까. 극장, 공연장, 미술전시장, 서점. 바쁜 일상에 쫓겨 맛보지 못한 여유를 작정하고 부려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친구와 함께 올 추석에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최고 기대작이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그만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이야기다. 국내 영화 가운데는 ‘타짜:신의 손’이 최고의 기대주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며, 2006년 개봉해 684만명을 모았던 1부에 이어 만들어진 2부다. 1부에서 시선을 끈 아귀 역의 김윤석과 고광렬 역의 유해진이 그대로 출연해 중심을 잡고 여기에 주인공 최승현과 신세경 등 신세대 연기자들이 새롭게 가세했다. 곽도원·이경영·이하늬·오정세·박효주·김인권 등 개성 강한 조연들이 포진했다. 8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등에서 짜임새 있는 연출력을 선보였던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외화 가운데는 ‘명량’의 흥행을 이끈 배우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루시’가 눈길을 끈다. 뇌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점점 신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루시(스칼릿 조핸슨)에 대한 이야기. 최민식은 암흑가의 두목으로, 루시를 납치해 그녀를 특수약물의 운반 도구로 활용하는 악역을 맡았다. ‘철학적인 영화’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줄거리가 좀 난해하지만 화려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가족과 함께 최근 영화 관객이 급증하면서 가족 영화는 중요한 흥행 포인트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유리한 고지에 있다. 김애란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열일곱 살에 자식을 낳은 부모와 열일곱 살에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휴먼 드라마와 코미디가 적절히 섞였다. 사투리를 쓰면서 10대와 30대를 오가는 강동원과 송혜교의 철없는 부모 연기, 실제 나이보다 빨리 늙어 가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 역 조성목의 연기가 잘 어우러졌다. 올여름 시장을 석권한 ‘명량’과 ‘해적’의 흥행 여파는 추석 연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에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17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명량’과 700만명의 관객을 웃긴 ‘해적’은 아직도 못 본 사람들이 챙겨 볼 화제작이다. 외화 가운데는 세계 최고의 쇼 배틀에 참가한 인물들의 화려한 댄스가 돋보이는 댄스 영화 ‘스텝 업:올인’, 4D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재난 영화 ‘인투 더 스톰’과 메간 폭스 주연의 ‘닌자터틀’도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좋다. ‘안녕, 헤이즐’은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는 10대 소녀와 꽃미소가 매력적인 순정남 어거스터스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의 메시지로 손수건이 필수인 힐링 영화다. 아이와 함께 ‘라이온 킹’, ‘잠베지아’ 제작진의 신작 영화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이 눈길을 끈다. 반쪽 무늬 얼룩말 쿰바가 완벽한 얼룩말이 되기 위해 마법의 연못을 찾아 떠나는 내용으로, 다양한 아프리카 동물이 등장한다. 100년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온 꿀벌 마야의 이야기를 다룬 ‘마야’도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사고뭉치 마야가 꿀벌왕국을 지키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로 독일 아동문학의 거장 발데마르 본젤스가 1912년 쓴 ‘꿀벌 마야의 모험’이 원작이다. 성인 마니아 관객도 많은 ‘극장판 도라에몽’의 일곱 번째 시리즈도 있다. 인간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도라에몽과 친구들의 모험담이다. 연인과 함께 연인과 함께라면 서정적인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과 뮤지컬 영화 ‘선샤인 온 리스’를 챙길 만하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를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의 작품으로 팝 밴드 ‘마룬5’의 애덤 리바인이 연기에 도전했으며 다양성 영화로는 드물게 1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선샤인 온 리스’는 영국 쌍둥이 밴드 프로클레이머스의 명곡과 함께 아름다운 항구도시 리스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예술영화 팬이라면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을 눈여겨볼 만하다. 인생에서 중요했던 한 여인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모리(카세 료)가 서울에서 보낸 며칠을 다룬 영화로 베니스 현지에서 “더욱 따뜻해진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위기의 소방관] (중)죽음과 마주한다

    [위기의 소방관] (중)죽음과 마주한다

    화재 진압 및 사고 현장에서 하루 평균 302명(2013년 기준)의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 그러나 막상 그들은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5.8명이 일선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 죽음과 마주하고 일하는 대가로 받는 한달 20여만원의 돈(위험근무수당 5만원, 화재진화수당 8만원, 구조구급활동비 10만원)으로는 국가에서 지급하지 않는 소방장갑을 스스로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당한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해야 하는 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30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35명이다. 특히 이달에만 제주도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강수철 소방령, 헬기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 등 모두 6명이 순직했다. 업무 도중 부상을 당한 경우도 2011년 355명, 2012년 285명, 2013년 291명으로 한 해 평균 325.2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화재 진압(22.8%)이나 구급(22.6%), 구조(10.3%)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중경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이 신체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급박하고 위험한 근무 환경 탓도 있지만 인력 부족과 노후화된 장비도 한몫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24시간을 근무하고 24시간을 쉬는 ‘2교대 근무’의 위험성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지만 소방관들은 2012년에야 3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2013년을 기준으로 3교대 때 필요한 인력은 5만 4969명이지만 현 교대 인원은 3만 1500명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세종,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932명(전체 교대 근무 인원의 3%)이 여전히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김모(33) 소방교는 “화재나 구조 상황이 생겨 일손이 달리면 비번인 동료들도 현장으로 출동한다”며 “소방서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항상 비상벨에 대비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며칠 전 제주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강수철 소방령도 쉬는 날에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그럼에도 소방관들을 지켜주는 진압·보호장비(차량 등 제외)의 노후율은 평균 22.8%로 지난해(12.5%)보다 두 배 가까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화복은 43.5%가 노후된 상태고 보조마스크(보유율 70.7%)와 방화두건(88.7%)은 수량 확보마저 미흡한 상태다. 또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고가차와 펌프차는 4대 가운데 1대가 내구연한이 지났을 정도로 교체가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 장비 보강과 인력 충원은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나눠서 예산을 부담하는 탓에 지역별 편차도 크다.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소방관들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상 소방관 치료를 위한 소방전문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실질적인 개선 움직임은 없다. 다만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2007년부터 업무 중 부상을 입은 소방관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반드시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무상 요양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직접적으로 입은 부상이 아닌 유독가스 흡입 등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나 무거운 산소통 등 35~40㎏의 장비를 메고 부상자를 나르느라 생긴 허리 디스크 등을 업무상 부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소방관 A씨는 화재 진압을 하면서 유독가스와 유해물질 등에 자주 노출돼 혈액세포의 수가 줄어드는 병에 걸렸다가 항소심에서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13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고 8개월 만에 숨진 B씨의 유족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는 “전국 소방공무원의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64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B씨가 47시간 초과근무한 것만으로 병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이모(38) 소방위는 “직접적으로 입은 큰 부상이 아니면 개인 돈으로 병원을 가는 대원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15m 수중에서 불법어획 감시 여성다이버 호흡장치 낚아채는 어부 포착

    15m 수중에서 불법어획 감시 여성다이버 호흡장치 낚아채는 어부 포착

    신원미상의 남성이 스쿠버다이빙 중인 여성 환경 운동가의 물속 호흡장치를 낚아채는 장면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하와이주 카일루아 코나 섬의 해안에서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불법 어류 포획을 감시하는 여성 환경운동가 르네 엄버거(53)의 산소통에 연결된 잠수 호흡장치를 낚아채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어획 행위를 잡기 위해 촬영 중인 수중카메라에는 두 명의 잠수부가 보인다. 50피트(약 15m) 아래 깊은 바닷물 속. 불법 그물을 쳐놓은 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산호초 위에 세워진 그물을 제거하려는 르네 엄버거(왼쪽)를 어망을 든 잠수부(오른쪽)가 방해한다. 그녀의 저항이 거세지자 잠수부는 그녀의 호흡장치를 낚아챈다. 순간 그녀의 입에선 많은 양의 기포가 발생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호흡장치를 되찾아 입에 물어 위기 상황을 벗어난다. 도가 지나친 잠수부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재빠르게 이동해 불법 어획의 현장을 촬영하는 또 다른 잠수부에게 다가와 카메라를 빼앗고 위협을 가한 후 도망친다. 깊은 수중에서 타인의 호흡장치를 낚아챈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제이 로벨이란 이름의 남성으로 인근의 어부로 알려졌다. 피해자 르네 엄버거는 “수중에서 이러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를 살인미수죄로 즉시 체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와이주 토지천연자원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안에서 벌어진 이번 공격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사진·영상=유튜브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동료 사망 후 더 예민…시신 훼손 심해 공포”

    “잠수를 거듭할수록 머리와 팔다리가 쑤시는 통증이 더합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A(50)씨는 “선실 내부 상황에는 익숙해졌지만 물살과 좁은 시야는 여전히 감내해야 할 조건”이라며 “최근 한 잠수사가 수색작업 중 숨지면서 입수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9일 구조·수색 작업이 24일째로 접어들면서 잠수사들도 체력고갈과 육체·정신적 고통에 직면해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잠수사들이 피로 누적 등으로 청해진함 등에서 감압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이광욱(53)씨가 숨졌고, 이보다 앞서 잠수사 2명이 구조작업 이후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경남 통영의 잠수병 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금껏 부상한 잠수요원은 20여명에 이른다고 대책본부는 밝혔다. 갈수록 작업이 힘든 공간을 수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면에서 공기를 주입받지 않고 공기통을 매고 물속을 드나드는 잠수사들의 고통은 더 심하다. 이들은 20㎏짜리 산소통과 10㎏짜리 납덩이 등을 지닌 채 마우스피스를 입에 꼭 물어야 한다. 이들이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선체에 이르는 데 20분, 물 밖으로 나오는 데 20분이 걸린다. 실제 작업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수압을 극복하려면 4~5m를 내려갈 때마다 중성부력(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을 유지하며 3분가량 머물러야 한다. 이때 코를 막고 숨을 길게 내쉬면서 체내 공기압을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곧바로 하강할 경우 수압 차이로 고막이 터질 수도 있다. 잠수사 장모씨는 “요즘은 2~3명씩 인양했던 초기 구조 때와 달리 성과 없이 물속만 드나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시신이 많이 훼손되면서 경험이 많은 잠수사들조차도 수습할 때 공포와 불안감으로 24시간 내내 심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털어왔다. 그럼에도 민간 잠수사가 작업하다 숨지거나 다치면 보상 보험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다. 지난 6일 숨진 이씨는 보험 가입이나 자격 검증 없이 위험한 구조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이씨 사고 후 현장을 떠나기도 했고, 일부는 ‘입수’ 대신 대기를 하거나 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추가 잠수사 투입이 안 된다면 현재와 같은 작업이 불가능하리란 판단이다. 해경 관계자는 “민간 잠수사에 대한 보험 가입 등 작업 환경 개선 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는 작업을 교대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민간 잠수사 생명 위협 ‘허울뿐인 시행규칙’

    민간 잠수사 생명 위협 ‘허울뿐인 시행규칙’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 이광욱(53)씨의 죽음을 계기로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20여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민간 잠수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잠수사의 작업안전을 담보할 현행 법은 허울뿐인 시행규칙이 고작인 데다 그나마 임금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 잠수사들은 법규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법령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조·수색 작업을 총괄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자원봉사 잠수사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데 따른 비난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세월호 수색 현장의 잠수근로자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7일 고용부와 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잠수사들은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아무런 작업조건의 제한이 없는 탓에 체력적·정신적 한계를 넘나들고 있다. 현행법상 직업 잠수사의 무리한 노동을 막는 유일한 규정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의 일부 조항뿐이다. 여기에도 ‘잠수 시간이 하루 6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전부다. 반면 해군과 해경의 잠수 매뉴얼에는 ‘최대 작업 가능 조류는 1노트(초속 0.51m) 이하로 제한한다’거나 ‘일반적으로 130피트(39.6m)까지만 잠수할 수 있다’ 등의 구체적인 제한 조건들이 명시돼 있다. 또 ‘잠수 때 2인 1조로 작업한다’, ‘모든 감압 잠수 때 수심에 관계없이 비상기체공급원(EGS·산소통)을 착용해야 한다’ 등의 규정도 있다. 하지만 숨진 이씨는 지난 6일 작업 때 가이드라인(안내선) 설치를 위해 홀로 잠수했고 바지선 위의 공기공급 장치와 연결된 공기호스를 물고 입수했을 뿐 비상기체공급원은 매고 들어가지 않았다. 현장을 지휘하는 해경이 민간 잠수사들은 매뉴얼에 맞춰 작업하도록 관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해군·해경 잠수사들도 매뉴얼만 있을 뿐 이를 지킬 겨를조차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민간 잠수사들은 자신이 기준을 위반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명감과 압박감에 떠밀려 입수하고 있어 더 열악하다. 해군 출신의 한 베테랑 잠수사는 “미국이나 북유럽 등 해외에서는 법으로 민간 잠수사가 따라야 할 구체적인 잠수 규정을 정해 놓았다”면서 “법을 고치지 못하면 이씨 같은 희생자가 또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걱정했다. 특히 자원봉사 잠수사들은 최소한의 법규정조차 적용받지 못해 더 큰 문제다. 현행 규정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임금을 목적으로 고용주와 계약한 ‘근로자’만을 적용 대상으로 한 까닭이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민간 구난업체인 ‘언딘마린인더스트리’와 계약한 잠수사 외에 순수 자원봉사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경이 “언딘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일부 민간 잠수사에 대해 언딘 측은 “계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이들의 고용 지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는 산업안전규칙뿐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본부 측이 민간 자원봉사자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24일까지 343명의 자원봉사 잠수사가 현장을 찾아 이 가운데 16명이 입수했다”면서 “그러나 현장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 이후 자원봉사자 수는 추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현황을 파악한 뒤 근로감독을 나가 근로여건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다이빙 벨/정기홍 논설위원

    숨을 쉬는 공기 중에는 산소(21%)와 질소(78%)가 포함돼 있다. 몸속의 혈액은 이를 신체의 각종 장기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수압으로 인해 육상에서보다 질소와 산소가 체내에 더 많이 용해돼 호흡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물밑의 기압이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져 10m에서는 2기압, 20m에서는 3기압이 돼 숨이 가팔라진다는 데 근거를 둔 것이다.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구조 방식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작업의 효율성 논쟁이지만 잠수부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사고 해역의 물살이 빨라 바다 밑에서 작업을 하는 잠수부들이 자칫 물살에 휩쓸려 인명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감압병이라 불리는 잠수병은 잠수부에겐 생사의 문제다. 육상과 달리 바다 밑은 혈액 속에 녹은 질소가 기포를 형성해 혈관을 막는다. 잠수병 증상이 발생하면 팔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유발되고 심하면 신체 마비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세월호가 35m 바다 아래에 있으니 기압은 육상보다 무려 4배나 높다. 해경이 그제 투입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던 ‘다이빙 벨’(diving bell) 장비를 구조 현장에 재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만든 구난업체의 대표가 현장투입을 거부당하자 “구조 당국이 헛심만 쓴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다이빙 벨은 바지선과 연결돼 있고, 해저에 고정돼 있어 잠수부들이 작업 중 이곳에서 감압을 위한 짧지만 휴식을 취하는 장비다. 잠수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바다 밑에서 1시간 이상 작업할 수 있다. 이 방식은 16세기에 발명돼 난파선 구조와 보물섬 탐사 등에 사용됐다고 한다. 해경은 “이 장비가 바다 밑에서 유실되면 인명 피해를 당할 수 있고, 사고 지점의 수심이 깊지 않아 산소통을 메는 스쿠버 방식 등이 신속하고 여러 곳에서의 동시작업에도 유리하다”며 투입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느린 구조 작업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투입을 요구하자 입장을 바꿨다. 구조현장에는 이 방식 말고도 몇 가지 구조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는 표면공급방식(일명 머구리)이다. 이 방식은 잠수복을 입은 잠수부가 수면 위와 연결된 호스로 공기를 공급받는다. 1840년 독일인 시베가 발명한 뒤 지금도 우리의 민간 어선에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첨단 기기인 크랩스터란 수중 탐사로봇은 구조 현장에 투입됐지만 빠른 해수에 떠내려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다이빙 벨의 투입이 구조 활동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판단은 이르다. 다만 그동안 유용성 여부를 정부에서 검증조차도 않고 지금에 와서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시신 대부분이 손가락 골절… 붙잡고 버티다가 최후 맞은 듯

    시신 대부분이 손가락 골절… 붙잡고 버티다가 최후 맞은 듯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유속이 느려지는 ‘소조기’(22~24일)를 앞두고 민·관·군 잠수요원들은 종일 사고 해역에 뛰어들었다. 수색작업은 종일 이어졌지만 팽목항에는 싸늘한 주검만 늘었다.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에겐 22일이 조류 속도가 가장 느려지는 ‘조금’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실종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4층 격실 진입을 집요하게 시도했다. 물 위와 바다 아래 침몰 선박을 연결해 잠수요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라인’(안내선)도 이날 1개가 추가돼 모두 6개로 늘었다. 함정 213척과 항공기 35대를 동원해 사고 해역을 수색했고 잠수요원 등 구조대원 630여명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 5시 51분, 잠수요원들은 선내 식당 통로를 확보해 낮 12시부터 식당칸 진입을 시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기적 같은 생환 소식 대신 숨진 희생자만 건져 올렸다. 오전 5시 45분 4층 격실 내부에서 여학생 시신 2구를 수습한 데 이어 오후 4시에는 3층 라운지와 4층 선미 부분 객실 등에서 외국인 3명의 시신도 발견했다. 특히, 구조대는 오후 8시쯤 한꺼번에 시신 15구를 수습했다. 오후 들어 시신 수습 속도가 빨라진 것은 소조기를 앞두고 있어 물밑 수색 환경이 나아진 데다 승객들이 몰린 3~4층 내부로 통하는 길목을 잠수부들이 집중 수색했기 때문이다. 선실에서 발견된 시신 중 다수는 손가락이 골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작업에 투입된 한 민간 잠수부는 “사고 당시 탈출 과정에서 기울어진 바닥을 붙잡고 버티려다가 부러졌거나 좌초 때 이곳저곳에 부딪혀 부러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구리’로 불리는 민간 잠수부도 10여명 투입됐다. 머구리는 산소통을 메고 입수하는 대신 외부 공기공급장치에 연결된 호흡장치를 입에 물고 잠수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20~30m 깊이에서 보통 1시간 정도 머물 수 있어 군·경 특수요원보다 오랜 시간 수색 작업이 가능하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일본 등의 장비와 전문가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 2대와 운용 인력이 전날 오후 사고 해역에 도착해 수중 탐색에 투입됐다. 바닷속 난파선 탐사, 기뢰 제거 등 위험 임무에 활용되는 ROV는 관측함과 케이블로 연결되며 원격 조작 방식으로 해저 영상을 전달받아 수중을 탐색한다. ROV는 21일 오후 3시 20분쯤 선체 내부 투입에 성공해 25분간 정찰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ROV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투입했지만, 큰 기대를 걸 상황은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군 관계자는 “ROV는 ‘헬리캠’이 사람이 가지 못하는 공중 촬영을 대신하듯 수중에서 사람의 눈 역할을 보조하며 주로 100~150m의 심해에서 운용되는 장비”라면서 “ROV가 세월호 선체 안으로 들어가려면 결국 잠수부가 들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시간에 잠수요원이 한 명이라도 더 들어가서 통로를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팽목항에는 구조용 엘리베이터인 ‘다이빙벨’도 도착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000년 제작한 다이빙벨은 수심 70~100m에서 20시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동안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물안경과 산소마스크까지 벗겨질 정도로 유속이 빠른 탓에 다이빙벨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기존 잠수 방식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DNA 검사 결과가 나오고 신원 확인이 돼야 사망자 인계가 됐으나 앞으로는 DNA 검사 확인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가족이 원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당초 공개한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 기록에서 사라졌던 3분 36초간의 항적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변침(방향 전환)을 하다 더 돌았을 수 있는데 전타(조타기를 최대로 꺾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새내기 소방관들 훈련장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새내기 소방관들 훈련장

    “화재진압! 소방안전!” 서울 서초구 서울소방학교 운동장에서 새내기 소방관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들은 화재 현장에서 생명의 줄이 될 30㎏짜리 산소통과 헬멧, 면체(공기호흡기)까지 뒤집어쓴 채 달리고 있었다. 이제 막 소방관시험을 통과한 제99기 신규임용자반 교육생들의 첫 뜀박질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화재 현장에서 죽음과 맞서야 하는 소방관들에게 훈련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다. 강한 체력은 소방관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쪼그려뛰기와 팔굽혀펴기, PT 체조 등 체력훈련은 계속됐다. 군대 시절 유격장의 다양한 얼차려가 모두 등장한다. 김준철 지도교관은 “자신의 안전이 확보돼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력훈련에 진땀을 쏟은 교육생들의 첫 수업은 소방차에서 소방호스를 빼내 물을 뿌리는 방수훈련이다. 새내기들은 2~3명씩 조를 이뤄 호스를 꺼내 길게 펼친 뒤 호스 입구 관창을 돌려 물의 세기를 조절했다. 지름 65㎜ 호스의 수압이 엄청나다. “정신 차리고 꽉 잡아.” 결국 소방호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물길이 뿜어져 나오자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어지는 수업은 화재진압 훈련. 뿌연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으로 새내기 소방관들이 투입됐다. 매운 연기와 퀴퀴한 냄새 때문에 눈을 뜨기는커녕 숨쉬기조차 힘들다. 연기로 가득한 미로의 건물 안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한 걸음씩 지하로 내려가 사람 모형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 처음 접하는 일이다 보니 이론에서 배운 대로 몸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김용범 교육생은 “앞이 하나도 안 보여 화점 찾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새내기 소방관들은 불의 공포뿐만 아니라 어둠의 공포와도 싸워야 했다. 지하 화재진압 훈련장 위 공중에서는 줄 하나에 의지해 건물 사이를 건너는 훈련이 한창이다.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소문이 난 훈련이다. 18m 상당의 6층 높이 건물 사이를 외줄에 의지한 채 건너간다. 외줄을 건너면 레펠 훈련이 새내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화재 시 옥상에서 창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필수 훈련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들은 11m 상공에서 거침없이 뛰어 내려갔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자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박지훈 교육생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고된 훈련이지만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신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올 정도로 힘든 일정이지만 남녀 구분은 없다. 소방학교를 졸업하면 남성들과 똑같이 여성들도 화재진압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현주 교육생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지만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남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소방학교에서 실무교육 이외에 소방공무원으로서 가져야 할 정신자세와 예절, 청렴의식 등의 이론교육을 받는다.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동료에 대한 이해를 돈독히 하고 봉사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책무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6개월 과정의 힘든 교육을 이겨 내야 비로소 일선소방서에 배치돼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소방관들은 성난 불길을 향해 주저 없이 달려가고, 폭발 위험이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새내기 소방관들은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구급훈련을 다 끝내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대통령 호통치자 움직여… 사흘 만에야 선체 진입·공기 주입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대통령 호통치자 움직여… 사흘 만에야 선체 진입·공기 주입

    더디게 진행되던 세월호에 대한 구조 작업이 침몰 3일 만인 18일 오후에야 선체 진입과 공기 주입이 이뤄지는 등 조금씩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 조류, 시계 악화 등 갖가지 이유로 구조를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데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전격 방문해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질책한 뒤에야 각 부처가 뒤늦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잠수 인력이 선체 안 식당까지 진입 통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실시간으로 구조 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감돌았다. 비록 몇 시간 뒤 진입선 설치 등 극히 미미한 진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어제와는 사뭇 다른 구조 소식이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일부 언론에서 구조대가 식당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식당 진입이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센 조류와 깊은 수심, 좁은 시야, 궂은 날씨 등 사고 현장의 상황이 어려워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데 난관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부는 선체에 갇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생존자를 위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꼬박 만 하루를 허비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해경과 해군의 잠수대원들은 사건 초기에 황급히 출동하느라 달랑 개인 산소통만 메고 현장에 왔다. 해난구조대(SSU), 해군특수전부대(UDT), 해경 구조요원들은 사고 해역의 수심이 최고 37m나 되고 조류가 거세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은 2인 1조를 이뤄 수십 차례 릴레이 잠수를 시도했으나 초속 1m에 가까운 조류에 떠밀려 선체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심이 깊어 작업 시간도 20~30분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았다. 구조함정과 특수부대원을 연결하는 심해산소공급장치가 없어 선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엔 상황이 달랐다. 해경과 해군은 감압장비와 산소공급장치를 갖춘 특수함정이 도착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조명탄을 이용한 야간 구조 작업도 진행됐다. 그나마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선체 진입에 성공하는 등 구조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사고는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지휘 체계의 혼선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은 상황 보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이 매우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임을 일찍이 인지해야 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이 초동 대처를 소홀히 해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 사고 수습에 신속하게 나서야 할 정부 어느 부처도 선체에 남은 인명에 대한 구조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도리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등 상황을 오판하기까지 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8분 조난신호를 보낸 뒤 침몰한 10시 31분까지 1시간 33분 동안 바다 위에 떠 있어 충분히 구조 작전을 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경은 선박 주변 인명 구조에 집중한 나머지 선체 내부에 남았던 더 많은 인명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해경은 뒤늦게 “선체로 진입해 승객을 안정시키고 바깥으로 유도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고도의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해경특공대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특공대 7명은 9시 30분부터 목포항에서 대기했지만 10시 11분에야 이동을 시작해 침몰 이전에 인명 구조 작전을 펴지는 못했다. 정부가 사고 초기에 느슨하게 대처해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로 배가 완전히 전복된 뒤에야 구조장비를 보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는 해경, 소방방재청 등에서 헬기 16대, 선박 24척이 출동했다가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내려진 뒤에야 황급히 구조장비와 인력을 대폭 늘렸다. 군경은 선체가 이미 물 밑으로 가라앉은 오후 3시에야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헬기 31대, 선박 60여척을 동원했다. 전날까지의 구조 작업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신뢰만 떨어뜨린 게 사실이다. 진도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진도 여객선 구조상황]해경 “산소줄 이용 잠수 시도”…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소식에 ‘애통’

    [진도 여객선 구조상황]해경 “산소줄 이용 잠수 시도”…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소식에 ‘애통’

    ‘진도 여객선 구조상황’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 선체 내 탑승객의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당국이 진입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수중구조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선체 안 생존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면서 “오늘 오전 민간 잠수방식 등 새로운 구조방식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경과 해군의 잠수인력은 그동안 산소통을 메고 선체 내부 진입을 시도했지만 빠른 물살과 탁한 시야, 기상 악화까지 겹쳐 난항을 겪고 있다. 산소통 방식으로는 잠수시간이 짧아 장시간 작업이 불가능하다. 반면 공기 줄을 매달고 들어가면 장시간 작업을 할 수 있다. 주로 민간 구조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수중작업을 한다. 구조 당국은 진입 경로를 확보하는 대로 선체 내부에 산소를 공급하고, 탐색 줄을 내부로 연결해 수색과 구조작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한다”며 “수중에서 장시간 작업이 가능해지면 진입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체 내 시신 유실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 “주변에 선박 100척 이상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유실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소식에 네티즌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억장이 무너진다”,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사고 수습이 왜 이리 엉망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추가, 슬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물속에서 ‘22분30초’ 숨 참기 비법 공개

    물속에서 ‘22분30초’ 숨 참기 비법 공개

    ‘달인’ 김병만도 이건 힘들걸?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남성이 호주 시드니에서 ‘비법 공개’에 나섰다. 이 남성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31살 고란 콜락으로,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부문에서 22분 30초로 믿기 어려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프리다이빙(산소통 없이 잠수해서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것)에서는 9분 20초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 더텔레그래프의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콜락은 최근 시드니에서 열린 스포츠&휴양 시드니 아카데미에서 “‘프리다이빙’은 비교적 안전한 스포츠지만 절대로 혼자 해서는 안된다”면서 “도전 중 무엇인가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드시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청중 앞에서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시연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콜락은 “숨을 참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릴랙스’”라며 자신의 비법을 밝힌 동시에 “사람들은 대부분 물 들어가서 숨을 쉬고자 하는 첫 번째 욕망을 이기지 못하지만, 이것만 이기고 나면 더 오래 물에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물에 들어간 지 1분 30초 정도 후에 호흡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면, 아마도 3분에서 그 이상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프리다이빙 종목(CWT, 핀을 이용해 최대수심까지 하강 후 핀킥으로 상승) 세계 기록은 2012년 알렉사이 몰샤노브가 세운 수심 126m 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달인’ 김병만도 힘들걸? ‘22분30초’ 숨참기 비법 공개

    ‘달인’ 김병만도 힘들걸? ‘22분30초’ 숨참기 비법 공개

    ‘달인’ 김병만도 이건 힘들걸?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남성이 호주 시드니에서 ‘비법 공개’에 나섰다. 이 남성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31살 고란 콜락으로,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부문에서 22분 30초로 믿기 어려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프리다이빙(산소통 없이 잠수해서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것)에서는 9분 20초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 더텔레그래프의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콜락은 최근 시드니에서 열린 스포츠&휴양 시드니 아카데미에서 “‘프리다이빙’은 비교적 안전한 스포츠지만 절대로 혼자 해서는 안된다”면서 “도전 중 무엇인가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드시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청중 앞에서 ‘물속에서 오래 숨 참기’ 시연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콜락은 “숨을 참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릴랙스’”라며 자신의 비법을 밝힌 동시에 “사람들은 대부분 물 들어가서 숨을 쉬고자 하는 첫 번째 욕망을 이기지 못하지만, 이것만 이기고 나면 더 오래 물에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물에 들어간 지 1분 30초 정도 후에 호흡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면, 아마도 3분에서 그 이상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프리다이빙 종목(CWT, 핀을 이용해 최대수심까지 하강 후 핀킥으로 상승) 세계 기록은 2012년 알렉사이 몰샤노브가 세운 수심 126m 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투리 뉴스] 보령 외연도 어민들 전복·해삼 도둑 ‘분통’

    [사투리 뉴스] 보령 외연도 어민들 전복·해삼 도둑 ‘분통’

    “이런 시러배늠덜이, 철만 되믄 날뛰니 환장허겄유.” 충남 최서단 유인도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에서 어장관리선을 모는 50대 김홍구씨는 전복 채취 시기가 이달 중순으로 다가오자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조만간 새벽까지 순찰 돌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온다. 김씨는 10일 오전 6시 30분쯤 관리선에 올랐다. 10여개나 되는 마을 주변 무인도를 샅샅이 돌 참이다. 외면도 어촌계원 138명이 전복과 해삼 종패를 뿌려 놓아 섬 일대가 양식장이다. “시방 나가믄 즘신 때나 되야 들어와유. 여름철이는 새벽 서너시까장은 돌으야 허구유. 근디 그러믄 뭣헌데유, 도적늠 하나를 잡지 뭇 허넌디.” 김씨는 혀를 찼다. “뛰는 늠 우이 나는 늠 있다는 말 있잖유, 꼭 그 짝이유.” 관리선 속도는 15~16노트, 해삼과 전복을 훔치는 도둑 배는 30~40노트로 달린다. 해삼을 따기 시작하는 5월부터는 도둑들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스킨스쿠버 장비에 산소통을 메고 물속으로 들어가 해삼과 전복을 마구 훔치는 것이다. 김씨는 “이늠덜이 작업을 히두 꼭 오밤중이만 헌단 말유. 쾌속 보트를 대놓고 물속이서 넝작업을 허다 가니 관리선이 다가가믄 보트는 잽싸게 내빼고 물속이 있던 늠은 몰래 나와 바위 뒤에 숨넌디 그걸 워치키 찾넌대유”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해삼이 도둑을 많이 맞는다. “전복은 비창이루도 얼매 따덜 뭇 허넌디 해삼은 싸기는 해두 막 주서담을 수 있잖유.” 대천항에서 53㎞, 여객선으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외딴섬이지만 경찰의 경계가 덜해서인지 오히려 더 침입이 잦다. 김씨는 “대천이서 가차운 삽시도나 장고도 같은 섬덜도 우덜이나 매한가지유”라고 전했다. 외연도 어민들은 바다 도둑이 창궐한다는 소문과 함께 전복, 해삼 생산량이 줄어들자 몇 년 전 4.8t짜리 관리선을 산 데 이어 2년 전 1억원 넘게 들여 또 한 척을 구입했다. 어민들이 전복과 해삼 판매 수수료를 떼 모은 피 같은 돈이다. 처음에는 어민들이 조를 짜 순찰을 돌았지만 조업에 지장을 받자 주민 2명을 관리인으로 배치했다. 2척의 인건비와 기름값 등으로 해마다 6000만~7000만원이 든다. 송경일(58) 어촌계장은 순찰 떠나는 김씨를 배웅하며 속 타는 소리를 했다. “안개 찐 밤이 말유, 관리선을 몰구가다 보믄 ‘숨은여’에 걸리구 벨늠의 우험이 다 있유. 근디 도둑은 날뛰고 해삼, 전복은 해마다 줄어드넌디 우덜이 워치키 순찰을 그만둘 수가 있겄유.”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답답하던 민원 현장에서 답…산소통 같았던 新소통 행정

    답답하던 민원 현장에서 답…산소통 같았던 新소통 행정

    강서구의 ‘맞춤형 신소통 행정’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구청장과 함께하는 즐거운 오후’(이하 즐거운 오후)가 8개월 동안 20개 지역, 1500여명의 주민을 만나며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 2일 가양2동을 끝으로 8개월 동안 즐거운 오후를 통해 지역 현안 66개 추진 사업을 점검하고 191건의 생활민원을 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노현송 구청장은 각 지역의 현안 사업과 관련된 현장과 주민을 직접 만나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는 노 구청장의 ‘지방행정에 가장 핵심이자 기본이 되는 요소는 현장’이라는 행정 철학에 따른 것이다. 지역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지역현안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각 동이 안고 있는 4개 내외의 주요 현안을 설명한 후 ‘주민과의 대화 및 토론’의 시간을 가진다. 또 지역의 현안 사업 중 필요한 곳은 현장을 찾아 점검했다. 가양동 복합문화센터 건립 현장과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 김포공항 전망대, 곰달래 문화센터, 마곡사업관 등에서는 현장 브리핑도 가졌다. 즐거운 오후의 가장 큰 성과는 행정 및 소통의 눈높이를 주민에게 맞춘 것이다. 현장에서의 행정 스킨십은 주민들이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뛰어넘어 스스로 대안이나 방안을 찾고 해법을 제시하도록 이끌어 냈다. 즐거운 오후가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보다는 쌍방향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민 민원은 주차·교통 관련 분야가 41건(21.45%)으로 가장 많았고 공원이 32건(16.7%), 도로가 31건(16.2%), 도시계획 및 마곡지구 관련 사업이 23건(12%)으로 뒤를 이었다. 주민들의 의견이 접수되면 관련 부서가 심도 있는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191건의 민원 중 목동빗물펌프장과 등촌2동 영일고 입구 도로 훼손 복구, 우장초 앞 펜스 정비, 가양4~5단지 노점상 정비 등 48%가 넘는 민원이 이미 처리됐으며 38%가 추진 중이거나 장기 처리 과제로 선정돼 대부분이 해결 절차를 밟고 있다. 노 구청장은 “즐거운 오후는 지역현안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기회였고 주민들과 허물 없는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자평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몰디브 바다 속에서 ‘스쿠버다이빙 결혼식’ 올린 커플

    몰디브 바다 속에서 ‘스쿠버다이빙 결혼식’ 올린 커플

    깊은 물속에서 결혼식을 올린 독특한 부부의 모습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마니아인 크리스와 자넷 라잇 부부는 자신들의 취미와 적성을 살려 인도양의 차갑고 깊은 물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아름다운 몰디브 바다 속 11m 지점까지 헤엄쳐 내려간 뒤 결혼 서약 및 뜨거운 키스와 사진 촬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포함돼 재미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물 안에 동화 속 세상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꽃길까지 연출해 화려함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는 ‘I Do’가 쓰인 피켓을 쥐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채 산소통을 매고 스쿠버다이빙 결혼식을 치러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신랑 크리스는 “우리는 20년 간 함께 살아왔고 이제 결혼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면서 “수 년 동안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즐겨 왔기 때문에 ‘왜 스쿠버다이빙 결혼식은 안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스쿠버다이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물속에서 결혼식을 올려보길 추천한다. 이것은 매우 놀랍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산소를 만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다

    산소를 만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다

    원소의 세계사/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김정혜 옮김/알에이치코리아/544쪽/2만원 ‘원소기호 O, 원자번호 8’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지겹도록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 속 산소의 실체다. 현실 세계에서 산소는 생명이자 활기다. 한 광고문구에서 보듯 ‘산소 같은 여자’는 건강하고 상큼한 여성의 대명사이고, 너른 숲에서 다량의 공기를 내뿜는 강원도는 한국의 ‘산소통’이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선 돈을 내고 산소를 사는 ‘산소 바’(oxygen bar)도 성업 중이다. 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산소와 실제 산소는 많이 다르다. 예컨대 산소는 반응성이 크다. 거의 모든 원소와 반응해 산화물을 만든다. 산화는 혼란과 쇠퇴의 다른 이름이다. 산소와 접한 원소는 곧 혹은 서서히 파괴된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잠 잘때마다 사용했던 산소텐트가 되레 수명을 가속시키고 죽음을 앞당겼을 거라는 주장은 그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먼저 생명을 주고 곧이어 죽음에 바짝 다가서게 만드는 이중적인 원소. 그 탓에 산소는 ‘간교한 요부’라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주기율표에 갇힌 원소들은 저마다 독특한 사연과 이력을 갖고 있다. ‘원소의 세계사’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원소들의 어제와 오늘을 하나하나 추적한 뒤 우리가 엿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사 혹은 문화사를 끄집어낸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기존의 서술 방식을 버렸다. 원소들을 주기율표대로 열거하거나 각각의 성질과 용도를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가 밝혔듯 책이 “(화학자가 아닌) 인류학자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주기율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대신 저자는 ‘문화적’ 주제에 따라 원소를 분류했다. 힘, 불, 기술, 아름다움, 흙 등 다섯 가지다. ‘힘’에서는 부의 상징이자 통제의 근간으로 활용됐던 원소들을 다룬다. 첫 장은 ‘당연히’ 금(Au, 79)이 연다. 로마시대 작가 플리니우스가 ‘불에 타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금속’이라 상찬했던 물질이다. 이어 금의 윗자리를 노리는 플래티넘(Pt, 78), 은(Ag, 47) 등이 뒤를 잇는다. ‘불’에선 ‘기적의 빛’이라 불리는 인(P, 15) 등 타면서 빛을 내거나 부식 작용이 두드러지는 원소들이 등장한다. ‘기술’에선 쉽게 늘어나거나 잘라지는 등의 특성 덕에 수천년 동안 장인(匠人)들의 재료로 이용됐던 원소들이 나온다. ‘아름다움’에선 원소가 세상을 어떻게 채색하는지, ‘흙’에선 수많은 원소가 왜 특정한 장소에서 발견되는지 살핀다. 책엔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플루토늄의 원소기호인 Pu는 소변을 뜻하는 ‘peee-euggh’에서 따왔다. 더 극적인 건 이름을 얻게 된 경위다. 플루토늄의 모티브는 명왕성(플루토)이다. 미국의 화학자 글렌 시보그는 1942년 발견 당시 플루토늄을 언젠가 금의 지위를 대체할 탁월한 물질로 여겼다. 하지만 불행히도 플루토늄이 가진 힘은 지나치게 파괴적이었다. 소량으로도 강력한 핵폭탄을 만들 수 있었다. 타고 남은 재(핵 폐기물)조차 몇만년 동안 반감기를 거치며 두고두고 인간의 생명을 노린다. 로마 신화에서 지하세계와 죽음을 관장하는 신 ‘플루토’(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처럼 인류에게 ‘죽음의 사신’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 한 몸 불살라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탄소(C, 6), 화가들의 붓을 통해 화단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카드뮴(Cd, 48)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다큐 공감(KBS1 밤 10시 50분) 유라시아 대륙횡단 5만여㎞.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간절곶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버스로 횡단하겠다고 나선 가족이 있다. 이들은 중고버스 무탈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장장 1년에 걸쳐서 횡단할 예정이다. 2남 1녀 아이들은 학교를 휴학하고,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까지 처분해 여행경비를 마련하며 3년 만에 여행준비를 마쳤다. ■초한지(KBS2 밤 12시 40분) 유방이 의제를 시해한 항우를 공적으로 몰아 각지 제후들과 연합해 항우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하자, 진여에 패한 장이가 투항을 하고 팽월이 3만 군을 이끌고 합류하는 등 한군의 연합세력은 커져만 간다. 한편 항우가 군마를 나누어 제나라로 원정을 떠난 틈에 한신은 팽성 외곽에 진을 치고 항우가 돌아올 길에 매복한다. ■명의의 건강비결(EBS 밤 8시 20분) 암을 만성병이라 말하며, 암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명의가 있다. 바로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이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출신의 폐암 전문의로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금연하라고 말한다. 환자에게희망을 불어넣는 그와 함께 불치병으로만 여겨졌던 폐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달그락 달그락 휴대용 산소통을 끌고 부모님과 희진이가 함께 병원으로 향한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는 엄마의 뱃속 탯줄로 숨을 쉰 것처럼 산소통에 의지해 숨을 쉰다. 잠시라도 산소통과 이어진 콧줄을 뺄 수 없는 희진이는 32주에 840g으로 태어난 미숙아로 너무 일찍 부모님 곁으로 찾아왔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영동지방 중심에 자리 잡은 강릉은 서쪽으로는 드높은 태백산맥이 버팀목이 되어주고,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험준한 태백산맥에 자리 잡은 강릉의 고랭지 밭에선 질 좋은 배추 수확이 한창이고, 동해바다에서는 제철을 맞아 살 오른 진미들이 어부들을 맞이한다. 길 따라 펼쳐지는 강릉의 풍경들은 운치를 더하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논길을 달리고 바람을 가로지르는 빨간 오토바이 한 대. 오토바이 운전을 하고 계신 노란 헬멧의 주인공 임진순 할머니와 아내 뒤에 딱 붙어 혹여 사고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할머니를 걱정하는 선용석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한편 할머니는 오토바이 운전 연습을 시켜달라고 할아버지에게 조르면서 결혼 50년 만에 나서는 첫 데이트에 들떠 있다.
  •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제주를 방문할 때면 늘 가봐야겠다고 곱씹던 섬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앞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는 섬, 비양도입니다. 섬은 멀지 않습니다. 협재나 금능 해수욕장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입니다. 한데 섬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도선은 바람 많은 날이면 결항되기 일쑤지요. 뭍의 사람들이 제주 한번 가기가 어디 쉬운가요. 어쩌다 제주를 찾더라도 날씨가 ‘비협조적’이면 비양도의 겉모습만 보다 돌아와야 합니다. 이런저런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비양도는 한 번쯤 다녀올 만한 섬입니다. 크기도 작아 세 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지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제주 여행길에 비양도행 도선에 몸을 싣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운수 좋은 날’ 만난 겁니다. 붉은 등대 너머 한라산이 이채롭다. 너른 치마 펼쳐 제주 전체를 감싼 듯하다. 한림항을 나선 도선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처럼 제주 밖에서 제주를 볼 때면 여기저기 바삐 제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강박이 가슴에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비양도에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 예쁜 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 제주 사람들이 ‘꽃멜’이라 부르는 바로 그 녀석이다. 꽃멸치의 공식 이름은 샛줄멸이다. 몸통에 은백색 가로띠가 있어서다. 주민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몸통 옆에 코발트빛 측선이 있어서 ‘꽃멸치’라 부른다는 거다. 이 측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랏빛을 띠기도 한다. 사람이 정한 이름이 무엇이건 꽃멸치가 여느 멸치에 견줘 훨씬 화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건 분명하다. 꽃멸치는 출몰 양태가 빙어와 닮았다. 단지 들고 나는 계절이 다를 뿐이다. 빙어가 겨울철 아주 잠깐 제 몸맛을 일러주고 홀연히 사라지듯 꽃멸치도 6월 말께 비양도 연안에 나타나서는 8월 초순께 홀연히 사라진다. 맛 또한 이때가 최고다. 산란기에 접어들어 몸에 기름이 오르기 때문이다. 꽃멸치 포획은 지난 30년 동안 금지됐었다. 어족자원 보호와 해녀조업 안전사고 예방 등이 취지다. 그게 지난해 한시적으로 풀렸다. 영세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다. 꽃멸치는 일반 멸치에 견줘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 수요에 견줘 잡히는 양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 ‘금’멸치가 알을 낳기 위해 비양도 연안으로 올라오는 여름철에만 허가받은 어민들에게 조업이 허용된다. 꽃멸치는 주로 ‘멜젓’ 담글 때 요긴하게 쓰인다. 회무침이나 조림, 국 등으로도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비릿한 향이 입 안에 파란을 일으킨다. 꽃멸치를 길러 낸 바다의 향이다. 꽃멸치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비양도는 해저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 아니다. 제주 본섬의 여러 오름들처럼 뭍에서 형성됐다. 그러다 수천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본토와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 드문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화산섬’ 제주의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일주도로 길이는 채 3㎞가 못 된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비양도엔 화산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주도로 곳곳에 화산탄과 분석구, 화산송이 등이 널렸다. 섬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검거나 붉은 암석들뿐이다. 그 화산쇄설물들을 뿜어낸 곳이 비양도 쌍분화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 가운데 분화구가 두 개인 곳은 비양도가 유일하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게 고려 목종 때인 1002년과 1007년이다. 2002년부터 비양도를 ‘천년의 섬’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산활동은 비양도에 여러 가지 독특한 풍경들을 선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게 용암기종(천연기념물 제 439호)이다. 높이 3m짜리 ‘애기 업은 돌’(負兒石)을 중심으로 반경 20m 안에 형성된 현무암군을 일컫는다. ‘애기 업은 돌’은 현무암 굴뚝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용암 내부의 가스와 수증기 등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 이 돌을 처음 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앞에 가서 절을 해야 한다거나, 아기 갖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등의 전설도 전해 온다. 용암기종 인근의 펄랑못도 특이하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든 염습지다. 작은 섬의 습지치고는 제법 규모가 크다. 내친 걸음 비양봉(114m)까지는 다녀오시라.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사방에 거칠 게 없어 제법 장쾌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상엔 낡은 등대가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등대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빛깔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오랜 세월 눈, 비 맞은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게다. 예서 맞는 풍경이 빼어나다. 에메랄드 물빛을 가진 협재 해수욕장이며, 한라산과 그 아래 늘어선 오름들이 절경을 펼쳐낸다. 비양봉까지는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에 뱀이 가끔 출몰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다 짜릿한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 지난 14일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결 진화된 체험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퍼뜩 눈에 띄는 것은 씨워크(Sea-walk)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이 전문 아쿠아리스트처럼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노니는 프로그램이다. 3680㎥ 크기의 거대한 수조에서 50여종 5000여 마리의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을 한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다. 수조 밖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는데, 꼭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체험자와 강사는 1대1로 잠수 체험에 나선다. 잠수 관련 기본 교육은 입수 전 전담 강사에게 받는다. 산소통과 마스크, 다이빙복 등 전문 장비도 업체 측에서 제공한다. 체험은 교육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이뤄진다. 최대 8.5m까지 잠수할 수 있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이뤄지는 잠수 체험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체험 뒤엔 반드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체험은 하루 네 차례 진행된다. 가격은 13만 9000원이다. ‘VIP 투어’도 마련됐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큰돌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다. 먹이를 주거나 몸을 쓰다듬는 등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험시간은 2시간이다. 오전 10시 10분, 낮 12시 25분, 오후 2시 25분과 4시 25분에 각각 진행된다. 참가비는 6만원이다. 두 체험 프로그램 모두 입장권이 포함된 가격이다. 홈페이지(www.aquaplaner.co.kr/jeju)와 전화(064-780-0900)로 예약해야 한다. 메인 수조에선 매일 네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열린다. 현역 해녀들이 출연해 해산물 채취 과정 등을 재연하며 제주 해녀의 삶과 애환을 그려 낸다. 한화 메디컬 센터도 문을 열었다. 해양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다. 수의사와 어류질병관리사 등이 해양생물구조TFT팀과 함께 해양생물의 구조와 치료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개관 1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동남아왕복항공권 등 푸짐한 경품을 준비했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하루 세 차례 도선이 오간다.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다. 비양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도선은 비양도에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선비는 어른 왕복 6000원이다. (064) 796-7522. 비양도 선착장 초입의 구멍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1시간 5000원. ▶맛집:비양도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이 유명하다. 다만 맛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주변 식당에서도 보말죽을 맛볼 수 있다. 꽃멸치 회무침은 2만원, 국은 7000원 정도 받는다. ▶잘 곳:섬 내 몇몇 집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3만~7만원까지 다양하다. 고순애 어촌계장 (064)796-0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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