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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출 기업 체감경기마저 나빠진다면

    내수 위축에 이어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는 2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고통이 내수 기업에서 수출대기업으로 번지는 느낌이다. 대외 여건은 국내 기업의 수출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도 올림픽 이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보여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값 하락세 역시 중동, 남미 등 자원 부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국은 환율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원화 가치 하락이 과거처럼 수출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종전처럼 수출 주력 업종이 경공업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질수록 수출용 원자재 수입 가격은 비싸져 경상수지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혹여 경상수지 개선 효과를 노려 고환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지난 2·4분기의 소비 심리도 최악이었다. 기업들의 설비·건설 투자 증가율도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유가 하락이 물가 내림세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85.7%나 늘었다. 규제 완화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국내 투자를 늘리기 힘들다.
  • [부고] 전 서울신문 사장 장기봉씨 별세

    [부고] 전 서울신문 사장 장기봉씨 별세

    서울신문사 사장을 지낸 원로 언론인 장기봉씨가 28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81세. 경북 안동 출신인 고인은 광복 직후 언론계에 입문해 대동신문 정치부장과 평화신문ㆍ연합신문 정경부장, 서울신문 사장, 코리아타임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한국일보 편집국장, 동화통신 전무, 합동통신 이사, 한국일보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승만 대통령 공보비서와 유엔총회 한국대표를 지내기도 했다.1965년에 신아일보를 창간해 16년 동안 발행해 오다 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로 종간의 비운을 맞기도 했다. 국민훈장 모란장과 세계언론인상을 수상했으며,‘생산성 향상과 경제 개선’‘백만장자가 되려면’ 등의 저서를 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남득(74)씨, 장남 학준(㈜신아 대표)·차남 학만(한국일보 경제부 차장)·딸 주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천안공원묘지.(02)2650-2743.
  • 日 ‘각료 무덤’ 농수산성서 또…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정계에서 ‘각료의 무덤’으로 불리는 농수산상의 스캔들이 또 불거졌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타 세이치(63) 농수산상은 한 정치단체 정무비서의 집을 자신의 사무소로 신고하는 등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비로 2345만엔(2억 3300만원)을 쓴 것처럼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551만엔을 사무소 임대료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오타 농수산상은 “투명성이 확보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치자금을 세탁하는 허위 사무소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퇴진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은 새달 12일 임시국회에서 후쿠다 총리에게도 이런 인사를 임명한 책임을 따질 참이다. 후쿠다 총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기를 바란다.”며 확대를 경계했다. 그러나 항공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연장 법안 등 중요 법안이 걸린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론에 따라서는 인책해임 가능성도 있다. 농수산성은 지난해부터 3명의 장관이 자살하거나 문책으로 경질됐다. 마쓰오카 도시카쓰 전 농수산상은 지난해 5월 말 정치자금 문제로 야당의 퇴진 압력에 시달리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후임인 아카기 노리히코 전 농수산상도 정치자금의 부적절한 처리 문제가 불거져 두달 만에 경질됐으며, 이어 엔도 다케히코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농업공제조합이 국고 115만엔을 부당 수령했다가 취임 1주일 만에 물러났다.hkpark@seoul.co.kr
  • [치솟는 환율 비상] 수출효과 제한적… 내수·증시 ‘동반타격’

    [치솟는 환율 비상] 수출효과 제한적… 내수·증시 ‘동반타격’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우리경제에 미칠 다양한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환율상승의 대표적인 이점으로 꼽혀온 수출증대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현 국면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달러화의 대세상승을 인정하며 시장개입을 자제해온 정부는 27일 구두개입과 직접개입(달러매도)을 병행하며 강한 우려의 메시지를 던졌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상승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고 시장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물·금융 모두에 부담 환율이 높아지면 통상 우리 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원유·원자재·소비재 등의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즉, 경기에는 플러스가 되고 물가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수출에도 큰 호재가 못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원화뿐만 아니라 유로·엔 등 주요 화폐가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환율상승이 가격경쟁력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다만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유학·여행 등 해외소비가 줄어 경상수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환율상승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위축과 이로 인한 내수업종의 부진으로 증시에 타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은 물가를 반영하는 조정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환율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우려해 주식을 팔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월에 1달러에 930원으로 환전해 들어와 주식투자로 70원의 이득을 봐 1000원이 됐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환율상승으로 1달러가 1080원이 되면 여기에서 생기는 환차손이 투자이익을 상쇄하게 된다. 때문에 환율 상승기에는 환차손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덜 들어오게 된다. 채권투자 역시 환차손의 영향권 안에 있다. ●9월 위기설 가능성은 정부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9월 금융위기설’의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알려진 위기는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위기가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수시로 시장을 점검하고 있으나 위기설을 뒷받침할 만한 징후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의 유출 가능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다음달 만기 도래되는 외국인보유 채권은 67억달러로 당초 파악했던 84억달러보다 적다.”면서 외환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30원 떨어진 1084.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9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급반락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개입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역외세력이 1090원 부근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에 나선 것도 당국의 조치에 힘을 실어줬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요즈음은 낮과 밤, 주말 구분 없이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많이 건다. 시험기간에 어떤 학생이 부정행위를 해서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었으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데 늦게 일어날 수 있으니 확인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자녀를 위해 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 이런 부모의 보호 속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하는 용어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한두 명인 데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규범이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무제한의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부모가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 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관리한 부모와 그 자녀의 10년,2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녀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어버리거나 가정 해체를 맞이하여 불우한 노인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풍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구직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의 눈높이와 형편에 의존하여 웬만한 직장에는 취업을 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도 이중 하나다. 비정규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쉽게 견디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져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사결정능력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데서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실상 부모와 자녀 간의 합리적 관계 형성이 잘못된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합리적 관계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각각 독립된 존재임을 깨닫고 현재에 대한 판단과 결정, 미래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모두 각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에 있어서 최대공약수의 범위를 너무 크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 자녀의 사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잠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원하는 그림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자녀가 부모의 인생을 대신 리모델링해 줄 수도 없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도 자기가 입고 싶은 옷과 입기 싫은 옷이 있듯이, 좋고 싫음에 대한 선호가 분명히 있다. 사회를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면 이러한 선호는 나중에 자녀들이 바이올린의 소리를 낼지, 첼로의 소리를 낼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부모는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같은 자녀의 선호를 장려해 줘야 한다. 지금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을 부모들이 정해주고, 앞장서서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녀가 직접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 인생의 주인이 자녀가 아니듯이, 자녀 인생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그 자신인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 [병자호란 다시 읽기] (86) 힘겨운 화친 시도

    [병자호란 다시 읽기] (86) 힘겨운 화친 시도

    조선이 상황에 떠밀려 화친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리한 조건에서 화친이 이루어지려면 어느 정도는 군사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조선은 청을 위협할 만한 ‘군사적 카드’가 없었다. 근왕병이 오리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또 강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게 된 책임의 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공방전 또한 결코 만만한 싸움이 아니었다. 청은 조선이 제시하는 논리와 입장을 자못 치밀하게 반박하고 있었다. 조선은 이래저래 화전(和戰) 양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청,‘명=천하’ 인식을 부정하다 청은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놓고 벌인 논쟁에서 역사적 사례까지 끌어다가 조선의 논리와 입장을 반박했다. 청은 조선이, 홍타이지를 황제로 추대하는 데 동참하라고 권유하기 위해 왔던 몽골 버일러들의 편지를 접수하지 않은 것을 전쟁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조선 조정은 몽골 버일러들과의 면담 자체를 거부했는데, 몽골과는 국서를 주고받은 전례가 없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미 1637년 1월2일, 홍타이지는 남한산성에 보낸 서신에서 조선이 내세운 명분을 반박했다. 그 핵심은 정묘호란 당시 인조와 조선 조정이 강화를 논의했던 상대가 자신의 조카와 제왕(諸王)들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후금 원정군의 사령관은 홍타이지의 이복형 아민(阿敏)이었고, 강화도를 왕래하면서 조선과 화친 교섭을 주도했던 사람은 한족 출신의 귀순자 유해(劉海)였다. 홍타이지의 반박에는 ‘정묘호란 당시에는 나의 부하들과 함께 화친 문제를 논의했으면서 작년에는 왜 똑같은 부하인 몽골 버일러들을 접견조차 하지 않았느냐?’는 힐문이 담겨 있었다. 홍타이지는 이어 고려시대의 고사(故事)를 거론했다. 몽골 버일러들이 모두 원(元)제국의 후손이라는 것, 조선이 계승했던 고려가 원을 섬기고 해마다 조공했던 사실을 환기시켰다. 그런 몽골에 신속(臣屬)했던 고려의 후예인 조선이 몽골 버일러들을 접견하는 것조차 거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조선이 1월13일에 보낸 국서에서 임진왜란 당시 명이 베푼 은혜(再造之恩) 때문에 그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했던 것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선은 ‘우리가 일본의 침략으로 망할 뻔했을 때 명의 신종(神宗) 황제께서 천하의 군사를 동원하여 구원해 주셨다.’고 말한 바 있다. 1월17일에 보낸 답서에서 홍타이지는 ‘천하는 크고 나라는 많다. 너희를 구해준 것은 오직 명나라 하나뿐인데, 너희는 어찌해서 천하를 운운하는가? 명나라와 너희가 허탄(虛誕)하고 망령된 것은 끝이 없구나.’라고 공박했다. 청은 대릉하(大凌河) 전투에서 승리했던 무렵부터 이미 명을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상대적인 존재로 격하시키려고 시도해 왔다. 심지어 명을 남조(南朝), 또는 주조(朱朝,朱元璋이 세운 국가라는 뜻)라고 폄하해서 부르기도 했다. 그러니 명을 여전히 ‘천하’로 여기고, 그들과의 기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청에 신복(臣服)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조선의 태도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홍타이지, 신속(臣屬)할 것을 요구하다 1월17일에 보낸 답서에서 홍타이지는 작심한 듯 조선이 보낸 국서에 대한 반박과 비아냥, 그리고 협박하는 내용의 언사들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거병(擧兵)이 전적으로 조선의 ‘잘못’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타이지는 먼저 인조가 1636년 3월 평안감사에게 보낸 유시문(諭示文)의 내용을 문제삼았다. 유시문의 내용 가운데 ‘장차 오랑캐와의 화친을 끊으려 하니 방어 태세를 강화하라.’는 내용은 정묘호란 당시 맺은 맹약을 조선이 먼저 어겼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홍타이지는 조선이 ‘소방은 바다 구석에 위치하여 오직 시서(詩書)만 일삼았지 전쟁은 몰랐습니다.’라고 운운한 것도 맹렬히 비난했다.‘전쟁을 모르는 나라’가 왜 과거에 명을 도와 자신들을 공격하는 데 동참했느냐고 힐문했다. 그는 조선이 자신들을 가리켜 노적(奴賊, 천한 도둑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삼았다.‘도둑(賊)이란 몸을 숨겨 몰래 훔치는 자를 가리키는데, 우리가 과연 도둑이라면 너희는 어찌하여 우리를 체포하지 않고 내버려두느냐?’고 비아냥댔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홍타이지가 내세운 반박의 논리를 다시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그들이 제시한 과거의 ‘사실’ 자체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다, 정보 수집 능력에서 그들에게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조와 조선 조정의 ‘본심’이 담긴 유시문을 자국 영토 안에서 용골대의 복병에게 탈취당한 것이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홍타이지는 조선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회유와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은 ‘형세를 따라 항복을 청하는 자는 무사히 보호하지만,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징벌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이 자신의 판도(版圖) 안으로 들어오면 적자(赤子)와 같이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은 사실상 조선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첫 문서였다. 이미 1월16일, 청군은 남한산성에서 잘 보이는 지점에 ‘초항(招降)’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진 깃발을 세워 놓은 바 있었다. 바로 하루 뒤, 항복을 요구하는 답서를 보낸 것이었다. 홍타이지는 답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조를 직접 거론하며 다시 한번 채근했다.‘네가 살고 싶으냐? 그러면 성에서 빨리 나와 항복하라. 네가 싸우고자 하느냐? 그러면 성에서 빨리 나와 한 번 겨뤄보자. 하늘이 처분을 내리실 것이다.’ 조선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선이 보낸 국서에 대한 답변을 미뤄왔던 청의 본심과 요구 조건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무조건 항복하여 청의 신하가 되라.’는 것이었다. 교섭을 잘 하면 정묘호란 당시 맺었던 ‘형제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조선의 판단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조선, 벼랑 끝으로 몰리다 인조는 홍타이지가 보낸 답서에 대응하는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신료들을 불렀다. 홍서봉은 홍타이지의 답서 내용이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신료들은 그들을 평소 ‘노적’이라 지칭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과하는 자세로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명길은 그들의 전력(戰力)이 증강되고 있는 것, 도르곤(多爾袞)을 중심으로 강화도를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실제 당시 청군의 화력은 획기적으로 증강되고 있었다.1월10일, 두도(杜度) 등이 홍이포(紅夷砲)와 대장군포(大將軍砲) 등 중화기들을 남한산성 앞으로 끌고 와 배치했던 것이다. 이들 화기와 청군의 증원군은 본래 1월6일 임진강 북쪽까지 남하했다가 강의 얼음이 녹는 바람에 건너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강물이 다시 얼어붙었고, 증원군은 순식간에 산성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까지 조선을 외면하는 형국이었다. 항복하라는 요구에 조선이 응하지 않을 경우, 홍이포의 포탄이 산성 안으로 날아올 판이었다. 이미 대릉하 공략전에서 홍이포를 비롯한 청군 화포의 위력은 결정적으로 발휘된 바 있다. 홍이포 포탄에 맞은 성의 돈대(墩臺)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끝까지 성을 사수(死守)하겠다던 명군의 의지도 같이 무너져 내렸었다. 홍타이지가 조선에 대해 노골적으로 항복을 종용했던 데에는 증원군이 도착하고 홍이포 등의 수송과 배치가 완료되었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조선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항복’을 선택할 것인가? ‘전원 옥쇄(玉碎)’를 각오하고 결전을 선택할 것인가? 벼랑 끝에 몰린 남한산성은 종사(宗社)의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선택을 앞에 두고 다시 술렁이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열린세상] 양극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양극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빠른 경제발전을 했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정부가 경제적 평등을 선호하는 동시에 경제하려는 욕구가 강한 우리의 국민성을 잘 파악해서 경제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1949년 농지개혁을 하기 전까지 우리는 양극화로 인해 계층 간 분열과 생산성 저하로 높은 성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지의 소유상한을 3정보로 제한하는 농지개혁으로 양극화를 해소했고 그 후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욕구를 자극시켜 결국 높은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다시 양극화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다시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분열과 근로의욕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는 거시경제정책을 사용해도 시위와 파업으로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는 다시 성장이 정체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정부규제를 완화해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각종 정부규제를 철폐해 기업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만들게 되면 부의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지금의 양극화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임금소득을 어느 정도 높여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더 큰 문제인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의 양극화는 임금소득의 양극화와 재산가치, 혹은 재산소득의 양극화로 나눌 수 있다. 임금소득의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투자부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재산가치의 양극화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인 2002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되던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시작되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과 강북, 그리고 서울과 지방의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시작된 것이다. 재산가치는 임금소득에 비해 금액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점에서 벌어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려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소득의 양극화보다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국민들의 불만을 높여 사회통합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어려워 정부규제를 철폐해도 기업투자는 늘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부규제 철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보다도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축소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재산가치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인 재건축을 규제하거나, 외국과 같이 정부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서 재건축의 이익이 주택소유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더 이상의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를 완화했으나 그 결과는 일시적이었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지금의 경기침체와 성장둔화를 해결하기 어렵다. 부동산가격이 오를수록, 그리고 재산소득 혹은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진전될수록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시위와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결국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게 된다. 기업투자 부진과 양극화 심화라는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재산가치 양극화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적 평등을 중요시하는 우리 국민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경제하려는 욕구를 자극시켜 다시 높은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李대통령 취임 6개월] “국민의 목소리 경청… ‘정치형 리더십’ 필요”

    [李대통령 취임 6개월] “국민의 목소리 경청… ‘정치형 리더십’ 필요”

    어느 정부도 집권 초기에 이처럼 지독하게 ‘신고식’을 치르지는 않았다. 비록 ‘허니문’ 기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국론은 분열됐고, 국정은 마비됐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6개월에 대한 평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충격’과 ‘좌절’이라는 말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지난 6개월동안 국정운영, 정책조정, 홍보관리, 위기관리 등 무엇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안일한 현실인식에 따른 초동대처 실패(위기관리 시스템), 대통령 ‘원맨쇼’·손 놓은 관료사회(국정운영·정책조정 시스템), 일방통행식 전달(홍보관리 시스템) 등의 문제점이 연일 지적됐지만 ‘촛불’에 당황한 정부는 우왕좌왕하다 6개월을 그냥 보냈다는 평가가 대세다. 보수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전문가 그룹은 이같은 시스템 붕괴의 원인을 소통의 단절에서 찾았다. ●美쇠고기 파동은 ‘종속변수´ 불과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시끄럽거나 능률이 떨어져도 국민들이나 심지어 반대 세력의 목소리까지도 듣고,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데 현 정부는 그걸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촛불시위 당시 ‘명박산성’으로 불리며 광화문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는 대통령과 국민들간 소통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국민을 섬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소통부재의 덫에 걸려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정성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소통의 단절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정권의 자만심이 한 덩어리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박 교수는 “압도적 지지의 정권교체 이후 ‘내가 과거에 잘했고 또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믿고 국민들이 나를 뽑아주었는데, 내 방식대로 못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은밀한 자만심을 갖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에 오만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보였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특히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나, 조언하는 측근보다는 수발 드는 측근의 모습 등은 결국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통부재가 민심이반 불러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종속변수’에 불과했다.”며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에 대한 총체적인 의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부가 중요하게 내세운 ‘실용’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 교수는 “추진하려는 정책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는 방향이나 가치는 없고,‘실용’이라는 방법만 이야기해 지지 근거인 보수세력조차도 불안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실용’이야말로 좌우를 아우르는 완충과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실용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다가오지 못한 데다 실용을 통한 선진화에 관한 로드맵이나 청사진도 없었다.”며 “그 결과 ‘실용’은 원칙이나 중심도 없는, 기회주의·임기응변 등의 부정적 의미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해법이나 개선방안은 없을까. 이와 관련된 전문가 그룹의 견해는 같으면서도 달랐다. 손 교수는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기대감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때로는 설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선택한 이유를 다시한번 돌아보고, 무엇을 약속했는지 취임사를 꼼꼼하게 독회하라고도 했다. 전 교수는 “경청하고, 속내를 드러내고, 진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붕괴된 국정운영시스템 등을 복원하려면 권한의 위임을 통한 ‘서포팅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탈 이념보다는 헌법정신에 맞는 시대이념을 제시해 국민통합을 일궈내고 정치력과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며 “‘CEO형 리더십’에서 덧셈의 ‘정치형 리더십’으로 변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 그룹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자만해서는 향후 4년반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민·소외층 ‘눈맞추기 정책’ 위주로” 국정운영 우선순위 지난 6개월간 ‘MB노믹스(이명박 경제철학)’는 방향타를 잃고 흔들렸다. 경제여건 악화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민심과의 소통 소홀로 자초한 ‘촛불’에 데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물가와 민생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면 앞으로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까. 경제전문가들은 국정 운영의 철학·목표를 재정립하고,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도록 하는 실천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제·사회는 물론 정치적 양극화 해소에도 주안점을 둬야 국민적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책 추진 성공의 열쇠는 ‘일관성’과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수위원회와 정부 출범 초기에 마련한 ‘정책 밑그림’을 절반 이상 사장시킨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공기업 민영화 같은 핵심 과제들의 경우 당초 공약과 달리 말만 앞선 채 흐지부지되는 측면이 강한데, 국민들에게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와 민생에 두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말뿐인 ‘쇼맨십’이 아닌 실제 정책 집행까지 연결시키는 실천 능력이 관건”이라고 했다. 송 연구위원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문제도 말만 꺼내놓고 추진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의 발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민과 소외된 계층을 향한 ‘눈 맞추기’가 정책 추진 성공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국제경영학)는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국정철학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면 ‘촛불 저항’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완화 등 대기업과 부유층 중심의 정책은 피하고, 일자리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전국민의 70∼80% 이상인 서민층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 발굴이 내수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장 드라이브’정책의 재추진은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 4분기부터는 성장에 다시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내수부진의 원인은 투자 부진인데, 현재 기업은 소비 여력이 없으므로 기업 투자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국책사업 등을 통해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중도진영까지 포용 노력 보여줘야” MB리더십과 인사 지난 6개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탈(脫) 여의도 정치’를 외치며 효율과 실용을 앞세웠으나 ‘소통 부재’라는 한계 속에 ‘독주’ ‘일방통행’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정국을 뒤흔든 쇠고기 촛불시위의 배경에도 그의 이런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거부감이 담겨 있다. 특히 인사에서 나타난 그의 리더십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주저없이 등을 돌리도록 했다. 국민 정서를 간과하고, 국민 통합을 소홀히 한 채 특정 학맥과 지연을 중시한 그의 인사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S(서울시)라인’ 등 숱한 비아냥을 만들어내며 국정 지지율을 10%대로 끌어내렸다. 쇠고기 촛불시위에 청와대 참모진 전원과 장관 3명을 교체하는 비상처방을 내린 이 대통령은 이후 더는 ‘실용’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대신 ‘소통’을 꺼내들었다.CEO형 리더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도저형 리더십’을 버리고 ‘타협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다가서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진정 변화하고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리더십의 위기를 비전 부족에서 찾았다.“경제대통령으로서 비전과 구체적 정책은 내놓지 못한 채 ‘747’‘저탄소 녹색성장’과 같은 슬로건만 앞세운 것이 결국 민심을 떠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자수성가형에서 종종 나타나는 자기과신의 일방독주”라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혹평했다. 그는 “종종 이 대통령이 자기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쇠고기 파동 이후 변신을 시도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학습효과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인사에 있어서도 노무현 정권 때의 회전문 인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집토끼를 불러 모으는 데만 진력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중도진영까지는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8·21 부동산 대책] 지역발전 기대·주택 과잉공급 우려

    [8·21 부동산 대책] 지역발전 기대·주택 과잉공급 우려

    “미분양도 많은데 또 신도시냐.” “자족기능이 늘어나 지역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오산 세교지구가 신도시로 추가 지정 발표된 21일 지역 부동산업계와 자치단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이미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곳인 데다 최근 동탄2신도시 등 인근에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된 탓인지 예상외로 반응이 싸늘했다. 오히려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사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집값 떨어지는데 또 신도시냐” 오산시 양산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공급이 많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또 신도시 건설이냐.”며 “세교 1지구의 개발 면적이 확대될 것으로 이미 소문 났기 때문에 큰 호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공사가 1지구와 2지구로 나눠 진행 중인 세교택지개발지구는 지난해 6월 동탄2지구가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로 확정되기 이전부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궐동의 S중개업소 관계자도 “신도시로 추가 조성한다는 세교지구와 인접한 동탄2신도시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 과잉 공급이 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주민 최모(47·외삼미동·농업)씨는 “신도시가 건설되면 쥐꼬리만한 보상비를 주고 쫓아낼 텐데 걱정이다. 지역 발전에 도움되는 시설은 안 오고 아파트만 밀려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경기남부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 그러나 경기도와 오산시는 “세교지구는 신도시 개발 지역으로 적지다. 지역발전이 기대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도 관계자는 “세교지구가 신도시로 지정될 경우 오산의 자족기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경기남부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인접해 있는 화성 동탄신도시와 연계될 경우 시너지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시도 “택지지구가 신도시로 지정돼 개발될 경우 토지이용계획 수립시 자족시설 부지가 늘어나 지역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시 역시 지속적으로 세교2지구 확대 개발을 요구해온 만큼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교지구는 지구 내에 경부선 철도와 전철, 경부고속도로,1번 국도 등이 지나고 있어 40㎞가량 떨어진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교통여건이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다고 오산시는 설명했다. 오산시 세교동, 금암동, 내삼미동, 외삼미동, 수청동 일대에 1·2지구로 나눠 조성 중인 세교지구 중 1지구는 323만㎡ 규모로 2001년 12월 택지지구로 지정됐으며, 내년 말까지 주택 1만 6000여가구가 건설돼 4만 9000여명이 입주하게 된다. 280만㎡의 2지구는 2004년 12월 택지지구로 지정된 가운데 현재 토지 매수 중이다.2012년 12월까지 1만 4000여가구의 주택이 건설돼 3만 9000여명의 주민이 입주하게 된다. 오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부동산 전문가 4인 평가 “대출·세제규제 풀어야 수요 살 것” ‘8·21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그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이나 세금 규제를 풀지 않고는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목표달성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미분양 대책 미흡하다 미분양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새로운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중대형 미분양이 많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의 대책은 미분양 해소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건축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다소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부 부동산 팀장은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대상을 3억원 이하, 광역시까지 확대한 것만으로는 지방 미분양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미분양이 팔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건축 활성화 거리 멀어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평가는 인색했다. 용적률 등을 손대지 않으면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아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이번 조치로 반짝 장세가 있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재건축 분양가상한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용적률을 손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추가대책이 있지 않으면 재건축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근본적으로 수요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권 사장은 “추가로 세제나 금융규제의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요는 살아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정부의 규제완화는 부동산 침체를 방어하는 수준이지 활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매제한 완화로 수도권에서 신규분양은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소장은 “이번 대책은 지방은 미분양, 수도권은 신규분양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전매제한을 풀게 되면 신규분양은 다소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부동산정책 통화에 어떤 영향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물가불안 가중” 정부가 21일 내놓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동산 규제 및 세제 완화로 땅·주택 값을 끌어올리고, 토지보상금과 재정지출 확대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도시 두 곳을 추가로 개발한다. 인천 검단신도시 규모를 현재 11.2㎢에서 6.9㎢ 추가하고, 오산 세교지구를 2.8㎢에서 8㎢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엄청난 금액의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땅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 파주3지구, 동탄2지구, 송파신도시 등에서 풀릴 예정인 토지보상금만 20조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는 건설 중인 미분양 아파트를 현행 공공매입 가격 수준에서 주택공사 등을 통해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대 2조원 정도의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데, 건설업체를 통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野 “부동산투기 폭탄 시장혼란 유발” 야권은 21일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 추가지정 등 잇따라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자 “부동산 폭탄”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의 정책을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시대착오적 경기부양책으로 규정, 부동산 정책에서 확실한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 시절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무력화해 부동산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며 “정부·여당이 참여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개혁조치를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도 정책 성명을 통해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 등 지방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이 부족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데다 주택값 인상 억제 대책 및 서민들의 주택구입 확대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도시 건설과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 규제 완화는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면서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임대료 체계 개선과 임대아파트 확대를 요구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건설업계 “전매제한 기간 단축 환영” 21일 발표된 정부의 ‘8·21 부동산 대책’에 대해 관련 업계와 시장은 갈수록 반응이 차가워지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이번에 발표한 정부정책은 핵심적인 금융세제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세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택협회는 이어 “종합부동산세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가 없으면 수요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 시장도 아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화문의조차 끊어졌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는 그래도 기대감에 전화들이 오더니 막상 대책이 나오자 실망해서인지 아예 문의전화조차 없다.”면서 “무엇 때문에 대책을 내놨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의 반응은 주택업계보다는 나은 편이다. 일단 최저가낙찰제를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하는 부분을 연기한데다가 미흡하기는 하지만 폭넓게 대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핵심인 미분양 문제는 실망스럽지만 신도시나 전매제한 완화 등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재건축의 경우 상황이 달라지면 좀더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8·21 부동산 대책] 재건축 절차 3년 1년6개월 대폭 단축

    [8·21 부동산 대책] 재건축 절차 3년 1년6개월 대폭 단축

    ■ 분야별 주요 내용 ‘8·21대책’은 건설사에 반가운 내용들로 가득 찼다. 정책 초점은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 맞춰졌다. 주요 내용은 ▲주택공급 기반 확대 ▲신규 주택 거래 활성화 ▲건설경기 살리기로 요약된다. ●세교 2012년·검단 2013년 분양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 신도시 확대건설이 대표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다. 신도시 확대로 늘어나는 주택은 검단 2만 6000가구, 세교 2만 3000가구 등 4만 9000가구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 지구지정을 마치면 오산은 2012년, 검단은 2013년부터 분양이 시작된다. 재건축 규제도 대폭 풀린다. 예비·정밀진단으로 나뉜 안전진단이 통합된다. 정비계획 수립 이후로 제한하던 안전진단 실시 시기도 정비수립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사 선정도 사업승인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겼다. 이번 조치로 사업승인을 받기까지 3년 걸리던 기간이 1년 6개월로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당근’으로 후분양제도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 아파트 후분양제는 아예 폐지됐다. 후분양 아파트에 대한 공공택지 우선공급권을 없애고 주택기금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완화했다. 지난해 9월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도 개선된다. 택지비 산정 가격을 실매입가를 인정하고 연약지반 공사비 등 가산비를 모두 인정해 주는 등 건설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장기주택대출 소득공제한도 1500만원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장기 주택담보대출도 늘리기로 했다.30년 장기 보금자리론의 소득공제 한도를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확대해 주택 거래 수요를 늘린다는 것이다. 신규 주택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전매제한 기간도 완화하고 권역별로 차등 적용키로 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10∼7년에서 과밀억제권은 7∼5년, 기타 지역은 5∼3년으로 완화했다. 민간택지도 7∼5년에서 각각 5∼3년,3∼1년으로 줄였다. 전매제한을 완화하면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건설 중인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매입가격 수준(최초 분양가의 70∼75%)에서 주택공사나 주택보증이 사들이는 방안도 들어 있다. 준공 이후 건설사가 원하면 당초 매입 가격에 공공 자금조달 비용(수수료 수준의 일정 수익 포함)만 내면 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일반에 재분양하는 조건으로 되돌려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과 주택보증에서 2조원을 투입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일 방침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지방 광역시 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부동산 관련 세제 지원책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부분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요구만 대폭 수용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세제 개선안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다(多)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춰 지방의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업계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세제완화 시늉만… 건설사만 ‘반색´ 정부는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 지역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을 사서 1가구 2주택자가 된 뒤 주택을 팔더라도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50%의 양도세를 떼는데,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예외를 둬 일반 세율(8∼35%)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여유 자금으로 부담 없이 지방의 주택을 한 채 더 구입할 수 있게 돼 얼어붙은 지방 주택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측 기대다. 실제로 지방의 경우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주택은 전체의 99%에 해당한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지방에서 서울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방 거래가 더욱 냉각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건설사 소유 택지 종부세 면세 이 밖에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매입임대주택 양도세 중과배제 및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앞으로는 주택 한 채 이상을 구입해 7년 이상 임대하면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되고 종부세도 비과세된다. 지금까지는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다섯 채 이상을 사야 했다. 또 임대기간도 현행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 확대 등의 대책이 비수도권 지역에만 적용돼 거래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부담도 줄어든다. 앞으로는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할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는 토지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취득 후 5년 이내 주택건설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또 주택신축판매업자가 건축, 소유한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 기간이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이와 함께 시공사가 주택신축판매업자로부터 미분양주택을 대물변제로 받을 경우도 향후 5년간 종부세를 비과세해 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외화내빈’… 약효 제한적 전매제한 완화를 통한 거래 활성화, 재건축 규제 완화, 지방 미분양 해소 촉진을 축으로 하는 정부의 ‘8·21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당초 예상보다 완화의 폭은 크지만 내용은 빈약하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집값 불안 우려로 정책 기조 반영못해 도심개발 활성화와 시장기능 회복이라는 정부 여당의 기조가 집값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중에 재건축 매물이 다소 늘어나고 일시적이지만 가격하락도 예상된다. 재건축 단지 가운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를 15층에서 평균 18층으로 높였다. 이렇게 되면 최고 22∼23층까지도 가능하다. 이경우 동간 거리가 넓어져 쾌적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일반분양 아파트는 후분양제가 폐지됐다. 건설회사나 조합의 금융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인 용적률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소형 평형 의무 비율도 풀리지 않았다. 이들 조치가 빠지면서 악화된 재건축 채산성은 개선이 힘들게 됐다. 재건축을 활성화할 유인책이 없는 것이다. 대책의 반응을 봐서 연말쯤 한 차례 더 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에 대한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핵심 용적률 그대로 ‘악재´ 지방 미분양은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을 지금까지는 3억원 이하, 도(道) 지역 이하까지만 적용했으나 광역시로 확대했다. 광역시에 미분양이 많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는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분양예정인 주택에는 호재다. 지역에 따라서는 분양받은 이후 1년만 지나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기존 미분양 주택에는 악재다. 전매제한 완화의 혜택은 이달 21일 이후 분양승인을 받는 주택만 볼 수 있다. 기존 미분양은 더 외면받게 됐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집값 문제 때문에 정책운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거시경제가 안 좋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시론] 향후 중국경제 어디로/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향후 중국경제 어디로/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올림픽 후 중국경제를 걱정해 왔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이자 막대한 흑자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먼저 올림픽 관련 인프라 투자과잉의 후유증은 걱정할 것이 없다. 베이징은 GDP의 3% 미만을 점할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경제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은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만만치 않은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베이징 방언에 닝바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 풀릴듯 하면서도 꼬이는 상황을 나타내는데, 고도성장 속에서도 심각한 문제들로 고민하는 중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10%를 넘는 성장률과 외환보유고 세계 1위를 자랑하면서도 핫머니 유입, 인플레이션, 인민폐 절상, 임금상승, 노동집약산업 수출기업들의 경영난, 국제수지 악화, 구인난 속의 구직난, 주가하락, 부동산 침체, 원자재난 등 중국경제의 전방위적 문제들을 우려하는 보도와 강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의 고민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급락을 막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올림픽 후 연착륙을 위해 경제운용 기조를 경기과열과 인플레 방지에서 성장유지와 인플레 방지로 전환했다.2분기 성장은 여전히 10%를 초과했지만 하락 추세이며, 식료품 위주 소비자물가 상승이 누그러지자 이번에는 도매물가가 뛰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2020년까지는 8%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으로 보면 최대 관심사는 소비진작이다. 중국은 GDP 중 소비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구조를 보이는 바, 상대적 소비부진 속에서 투자일변도 성장추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에너지와 자원 개발분야가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전국적인 신도시 건설붐 등 도시화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성장패턴이 상당기간 유지되리라 생각할 수 있다. 도시화와 인프라 관련 분야 투자 주도 성장패턴의 지속은 성장안전판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진작 없이 장기성장은 불가능하며 소득분배 개선 등 정책이 요구된다. 다행히 최근 소비진작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 수출수요는 노동집약산업 및 첨단산업의 노동집약공정 위주 수출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과 임금, 토지 등 요소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문제이다. 이를 위해 내륙으로 산업이전 등 산업 재배치가 수출경쟁력 유지의 핵심과제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먼저 자본공급은 높은 저축률의 뒷받침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나 노동수급 불일치가 큰 문제다. 중국은 2015년까지는 노동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일자리 창출이 더 큰 문제이나 그후 상황이 역전되어 노동력 부족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내륙지역에 풍부한 잉여노동력이 존재하는 동시에 연해지역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급상승하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이동 촉진정책이 요구된다.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결국 자주개발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아 중국경제는 많은 문제를 안고서도 상당 기간 고도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소비수요 진작, 산업배치구조 조정, 지역간 노동이동성 제고 등 수요와 공급 측면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성공 여부이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 [병자호란 다시 읽기] (85) 남한산성의 나날들(Ⅳ)

    [병자호란 다시 읽기] (85) 남한산성의 나날들(Ⅳ)

    조선이 청군 진영에 보낸 국서에서 처음으로 ‘관온인성황제(寬溫仁聖皇帝)’라는 호칭을 쓰고, 과거의 ‘잘못’을 사과했지만 청군 진영에서는 회답이 없었다. 조선 조정은 초조해졌다.‘황제’로 인정하고 ‘잘못’을 사과하면 화친이 쉬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았던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청군의 입장에서는 바로 답장을 해 줄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조선의 국서 내용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황제’로 불렀으되 심복(心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은 청군 편이었다. ●그 많던 닭들은 어디로 갔을까? 청측의 회답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1637년 1월6일, 강원도관찰사 조정호(趙廷虎)와 함경도관찰사 민성휘(閔聖徽)가 올린 장계가 들어왔다. 조정호 휘하의 군병이 용진(龍津)에 머물며 대오를 수습하고 있다는 것, 함경도의 병력이 김화(金化)에 도착하여 산성을 구원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내용이었다.1월7일에는 도원수 김자점, 황해병사 이석달(李碩達), 전라감사 이시방(李時昉)이 보낸 장계도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남한산성을 구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산성 쪽으로 진군해 온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1월8일, 답답해진 인조는 영의정 김류 등을 불렀다. 인조는 신료들에게 비변사에서 마련한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신료들은 할 말이 없었다. 김류가 나섰다.“밤낮으로 생각해 보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그저 바깥의 구원을 기다릴 뿐입니다.” 김류는 그러면서 적진에 사람을 다시 보내 회답을 독촉하자고 건의했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신료들의 이야기에 인조도 할 말이 없었다.“병졸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성을 굳게 지키는 것이 급선무일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도무지 힘이 실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병사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것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식량을 비롯한 물자들은 하루하루 떨어져 가고 있었다.‘병자록(丙子錄)’‘양구기사(陽九記事)’ 등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 예외 없이 ‘닭다리’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이때 전하께서도 침구가 없어 옷을 벗지 않고 주무셨다. 밥상에도 반찬으로 다만 닭다리 하나를 놓았다. 전하께서 전교하시기를,‘처음에 들어왔을 때에는 새벽에 뭇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그 소리가 전혀 없고 어쩌다 겨우 있다. 그것은 필시 나에게 닭을 바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닭고기를 쓰지 말도록 하라.” 인조의 수라상에 올라가는 반찬이 닭다리 하나뿐인 처지에서 어느 겨를에, 또 무엇으로 장졸들을 어루만질 것인가? ●참혹한 소식들 산성 안에서는 추위와 물자의 고갈을 걱정하고 있었던 데 비해 산성 바깥의 백성들은 청군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청군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와 바깥소식을 전했던 사람들의 증언 내용은 참혹했다. 적진에는 포로로 잡힌 부녀자들이 무수히 많고, 적진 바깥에는 어린 아이들의 시신이 수도 없이 버려져 있다는 것이다. 병자년 연말 이후 몽골병을 비롯한 청군의 겁략(劫掠)이 본격화되면서부터 나타난 참상이었다. 당시 청군은 서울 주변에서 포로를 획득하는 데 열중했다. 그 와중에 성인 남자들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부녀자와 아이들 상당수가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청군은 특히 젊은 여자들을 사로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다시 서술하겠지만, 인조에게 항복을 받고 심양으로 귀환했던 청군 지휘부 내부에서 나중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 ‘조선 여성 포로’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청군의 대소 지휘관들 사이에서, 조선에서 포로로 잡아 끌고 온 젊은 여성들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뺏고 빼앗기는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젊은 부녀자를 데려가려는 그들에게, 여자에게 딸린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어미는 진중으로 끌고 들어가고 아이는 죽이거나 바깥에다 유기하는 참혹한 상황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아무리 참혹해도 포위된 산성에서 조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적과 결전을 벌일 능력도, 화친을 이룰 전망도 불투명한 처지가 되자 신료들은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시도했다.1월8일, 예조는 온조왕(溫祚王)에 대한 제사를 다시 지내자고 청했다. 이미 한 번 지냈지만 정성이 부족했다며 중신을 보내 성의를 다하여 온조왕에게 가호(加護)를 빌자고 청했다. 예조는 또한 원종(元宗·인조의 生父 定遠君)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숭은전(崇恩殿)에도 신료를 보내 제사를 지내자고 했다. 인조는 숭은전에서 올리는 제사는 자신이 직접 주관하겠다고 나섰다. 포위된 성에서의 곤경이 길어지자 이러저런 이상한 행동을 벌이는 자들도 나타났다. 어영별장(御營別將) 김언림(金彦琳)이 보인 행태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1월9일 밤, 청군 진영을 습격하여 적의 수급(首級)을 베어오겠다며 성을 내려갔다. 이튿날 새벽, 그는 수급 두 개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인조는 그가 세운 공을 가상히 여겨 면주(綿紬) 세 필을 상으로 내렸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수급 하나가 이상했다. 수급의 살은 얼어 있었고, 피를 흘린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수급의 모양이 청군의 머리처럼 보이지 않았다. 모두 의아해하고 있는데 출신(出身) 권촉(權促)이 수급 앞에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형 권위(權偉)의 수급이라는 것이었다. 권위는 며칠 전 북문 부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했는데, 당시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권촉은 형의 수급을 자신이 모셔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했다. 주변의 장졸들은 경악했다. 김언림은 청군의 수급이 아니라 조선군 시신에서 목을 베어 왔던 것이다. 조정에서는 김언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효시경중(梟示警衆·목을 베어 매달아 군사들을 경계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렇다 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성안의 장졸들에게는 여전히 용맹함이 강조되고 있던 분위기에서 빚어진 참혹한 ‘해프닝’이었다. ●다시 ‘재조지은’을 강조하다 1월 초 남한산성의 동문(東門) 부근으로 진출하여 탐색전을 벌이던 청군은 1월11일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농성 중인 조선 조정의 의도와 예상되는 향후 동향을 분석하는 한편 강화도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군은 1월11일부터 산성 주변에 대한 압박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헌릉(獻陵)과 탄천 일대에 있던 병력 가운데 1만여명을 차출하여 수원과 용인, 여주와 이천 방면으로 각각 다시 배치했다. 근왕병이 남한산성으로 접근하는 것을 더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동시에 산성의 북문과 서문 앞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상황은 더 엄혹해졌다 1월12일, 최명길 등이 국서를 들고 다시 청군 진영으로 갔다. 앞서 전달한 국서에 대한 회답이 없던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다시 써서 들고 간 국서의 내용 또한 공순했다.‘소방은 바다 구석에 위치하여 오직 시서(詩書)만 일삼았지 전쟁은 몰랐습니다. 약국이 강국에 복종하고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어찌 감히 대국과 맞서겠습니까? 잘못을 용서하고 스스로 새롭게 될 수 있도록 허락하신다면 대국을 받들고 자손 대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문제는 명과 관련된 사항을 언급한 부분이었다.‘일찍이 임진년의 환란으로 소방이 곧 망할 뻔했을 때 명의 신종황제(神宗皇帝)께서 천하의 군사를 동원하여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소방의 백성들은 그 은혜를 깊이 새겨 차마 명나라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조선은 ‘명이 재조지은(再造之恩)을 베풀었듯이 청도 그렇게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청은 이미 ‘명=천하’라는 인식을 팽개쳐 버린 지 오래였다. 어렵사리 고쳐 쓴 국서 속에 담긴 ‘재조지은’을 해석하는 문제를 놓고 조선과 청은 새로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美 “쇠고기 日수출 조건 강화”

    |도쿄 박홍기특파원|미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일본 수출 때 수출 조건을 강화한 개선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다른 나라와 구별되도록 흰 상자를 사용하고 ▲미리 쇠고기 상자에 ‘일본행’이라는 라벨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 데다 ▲품질보증담당이 1시간마다 검사토록 했다. 17일 일본 농림수산성과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의 쇠고기 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에서 광우병위험부위(BSE)로 지정, 수입 금지된 등뼈가 발견된 데 따른 미국의 조치다. 미국 농무부는 보고서 내용을 놓고 “개선이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현지 수출 업체의 준수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문제의 등뼈를 수출한 내셔널 비프사는 일본 수출용 고기와 등뼈가 든 고기를 별도의 라인에서 가공, 포장하고 있지만 등뼈가 붙은 고기가 포함된 상자가 파손되는 바람에 교체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일본 수출용 라벨이 붙여졌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검역관을 미국 현지에 파견, 미국의 쇠고기 가공시설 10곳, 운송회사 2곳 등을 조사한 뒤 내셔널 비프사와의 수입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kpark@seoul.co.kr
  • 美 최고 대학 프린스턴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프린스턴대학이 올해 미국의 최고 대학으로 선정됐다.2위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H),3위는 하버드대학이 차지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16일(현지시간) 발간된 최신호에서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연례 대학평가 결과를 보도했다. 평가를 위한 조사는 포브스가 오하이오대학의 리처드 베더 박사 및 대학생산성·비용센터(CCAP)와 공동으로 했다. 포브스는 보통의 가정이라면 자녀가 진학할 4년짜리 학부를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교수진과 학업성취도, 학비 등을 중심으로 학생의 시각으로 대학을 평가함으로써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4위는 스워스모어 칼리지,5위는 윌리엄스 칼리지,6위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였다. 암허스트 칼리지는 7위, 웰리슬리 칼리지는 8위, 예일대는 9위, 컬럼비아대는 10위로 뒤를 이었다. 이번 평가에서는 대형 주립대보다는 소규모 인문대학들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10위권 밖에서도 미들버리 칼리지가 17위, 스미스 칼리지가 19위, 포모나 칼리지가 20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스콘신대는 335위, 텍사스대는 215위, 미네소타대는 524위에 그치는 등 대형 주립대들은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14위, 스탠퍼드대는 23위였다. 포브스는 “미국의 대학 캠퍼스가 4000개를 넘는 상황에서 569개의 순위를 부여한 것에 불과한 데다 조사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순위는 미국 대학 학부교육의 실질적인 질과 비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브스의 대학 평가는 ▲올해 인명사전 ‘후스후(Who’s who)’에 등재된 동문의 수(25%) ▲교수진에 대한 학생의 평가(25%) ▲4년 내에 졸업하는 학생 비율(약 16%) ▲로즈장학금이나 노벨상 등을 받은 학생·교수의 수(약 16%) ▲4년동안의 학자금대출 규모(약 16%)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kmkim@seoul.co.kr
  • [글로벌 시대] 휴가 對 휴가/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글로벌 시대] 휴가 對 휴가/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기업의 해외영업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에서 유럽시장 담당자라면 여름은 비수기이다.7월초에 시작된 여름 휴가가 8월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에는 아무리 급한 사안으로 바이어에게 전화를 걸어도 “난 여름 휴가 중이니 9월 초에 다시 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음성 메시지만을 듣기 일쑤다. 현지로 출장을 가서 바이어측의 담당자를 만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급한 결정을 뒤로 미룰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하면 아주 난감해질 때도 많다. 긴박하게 진행되던 일을 한순간에 내던지고 휴가를 떠나버리는 그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참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휴가 기간 중에 자신의 업무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같은 부서의 동료에게 업무를 철저하게 인계하고 떠나는 우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더 그렇다.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까지 계속되는 유럽의 여름휴가는 우리에게는 실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회적 생산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긴 휴가는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보고 싶었던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동경까지 하게 된다. 유럽의 휴가는 그야말로 레크리에이션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한다. 휴가를 통해 일년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를 ‘재탄생’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하던 일손을 놓고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휴가를 의미하는 ‘vacation’이라는 단어는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다’라는 뜻인 ‘vacate’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자신을 옭아매었던 어떤 것에서 해방된 것과 같이 자유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휴식이고 휴가이다.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관조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들도 의외로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2년 전 태국의 휴양지에서 만났던 아일랜드 친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난 이곳에서만 벌써 3주간 체류 중인데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다섯 권째 읽고 있어요. 앞으로 세 권을 더 읽고 귀국하려고 해요.” 휴양지에 가면 의례적으로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휴가기간의 길고 짧음을 논하기 전에 휴가라는 것을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닌, 자기를 계발하는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달리 건전한 휴가문화가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유럽의 그것에 비하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휴가를 여유 있게 쉬면서 재충전한다는 의미보다는 향락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노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휴가가 끝날 즈음이면 몸과 마음이 휴가 전보다 더 지쳐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우지 못해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휴식을 취하려면 세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림픽 열기가 한창인 요즈음 이미 휴가를 마치고 일상의 업무로 되돌아온 사람들도 꽤 있다. 어떤 사람의 얼굴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생기가 가득한 반면, 또 다른 사람의 얼굴은 휴가를 떠나기 전과 다름없이 일에 찌든 모습 그대로이다. 똑같이 주어진 휴가를 사용하고도 이렇게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일년에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여름 휴가를 실속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사회 생활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정희섭 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 “20대에 좋은 일자리 창출해달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4개의 금융 공기업 기관장과 경영계약을 체결하면서 강도높은 경영 혁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전 위원장은 14일 오후 금융위원회 회의실에서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경영계약을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영계약 내용을 포함해 각 기관이 전반적인 경영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직원들이 생산성 향상 등 경영혁신의 절박성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최근 경제가 어렵고 신규 고용 창출이 부진한 만큼 20대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금융 공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장애인 고용 문제와 사회봉사에도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경영계약에서 예보는 예금보험기금 목표기금제의 도입과 파산관리재단의 조기 종결 추진을,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효율적 정리와 조직·인력 운용의 효율성 강화를 주요 추진 과제로 각각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민영화의 차질없는 진행과 주요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 지원과 적정 수익 확보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향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증권예탁결제원과도 경영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번 경영계약은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공공기관 계약경영제’ 실시 방침에 따른 것으로, 매년 기관장들의 계약 이행 실적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말탐방] 기록물 어떻게 정리되나

    대통령기록관으로 들어오는 기록물 등 관련 자료는 일반인들의 자료와는 분명 다르다. 대통령기록관으로 자료가 운송될 때도 ‘규정’에 따른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기록관에 도착한 뒤에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서고에 보관된다. 다만 종이와 필름, 전자 매체 등 기록물 재질에 따라 반입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종이 기록물, 탈산·소독실 거쳐야 종이 기록물의 경우, 운반 차량에서 하역되면 확인·검수를 위해 관리번호를 부여받고 인수실 서고로 직행하게 된다. 인수실 서고에서 이관된 기록물의 수량확인과 목록대조 등의 작업을 통과하면 정리실에서 기록물 정리 및 등록 업무가 이뤄진다. 이어 자료는 탈산·소독실로 옮겨진다. 먼저 탈산실로 보내진다. 문서의 80% 이상이 보존성이 약한 산성지인 탓에 시간이 지나 약해지고 누렇게 변색,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산화마그네슘을 미세분말로 만들어 문서에 1시간 동안 스며들도록 한다. 탈산처리된 문서는 이전보다 3배 이상 강해진다. 소독실에서는 해충·곰팡이 등으로부터 재질 손상을 막기 위해 천연약제를 넣고 24시간 소독처리한다. 기록물관리법상 보존기간이 30년 이상인 기록물은 반드시 소독하도록 돼 있다. 탈산·소독이 된 기록물은 ‘정리서고’로 입고된 뒤 ‘평가·기술실’에서 보존가치 평가 및 분류, 기술 공개여부 분류, 보존매체 제작 여부 등의 업무를 거쳐 정식 보존서고로 입고된다. 이렇게 입고된 기록물은 재질과 훼손여부 등 상태 검사를 통해 복원이나 스캐닝, 마이크로 필름 제작을 하고 열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카세트 테이프·비디오 등 디지털로 변환 시청각 기록물은 생동감과 현장감으로 보존·활용가치가 높지만 보존이 까다롭고 훼손되기 쉬워 서고에 가기까지 많은 정성과 시간이 요구된다. 먼저 저온서고에서 반출된 영화필름의 경우 상온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온·습도 적응 과정을 거친 뒤 보수·세척 등의 보존처리를 한다. 이어 디지털 매체로 변환하고 색을 보정, 편집하게 된다. 매체 변환실에서는 릴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 등 구형 비디오·오디오 매체를 보존성이 높은 디지털 매체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인코딩, 복제 및 오디오 믹서를 통해 사운드 컨트롤과 소음제거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오디오·비디오·영화필름 등 시청각 기록물의 열람요청을 받으면 편집을 거쳐 CD·DVD·비디오테이프 등으로 맞춤서비스도 해 준다. 만약 사진필름이 훼손됐다면 복원실에서 원상태로 복원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전자매체 복원실의 신재철씨는 “과거 무성영화시대의 자료까지 완벽히 복원할 수 있는 기기 및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성남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원불교, 영산성지서 법인절 희망나눔제전

    원불교, 영산성지서 법인절 희망나눔제전

    원불교는 4대 경절 중 하나인 법인절(法認節)을 맞아 ‘2008 희망나눔 제전’을 14∼15일 전남 영광군 길용리 영산성지에서 연다. 원불교 법인절은 교조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최초 9인 제자가 일제치하인 1919년 4∼8월 100일간 산상기도를 하며 목숨을 바칠 것을 결의, 백지에 혈인(血印)의 이적이 나온 것을 기념하는 경절. 매년 8월21일 전국 각 교당과 기관에서는 이날을 기념하는 각종 기도행사를 진행하며 법인절 전날 전야제에 이어 당일 기념식을 갖는다. ‘희망나눔 제전’은 소태산 대종사의 초기 제자 9인의 무아봉공(無我捧供)·사무여한(事無餘恨) 정신을 잇고 재현하는 체험행사.1000여명의 교도와 일반인 1500명이 1박2일 일정에 참여해 환경보존과 도덕성,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특히 올해 ‘희망나눔 제전’은 ‘나와 이웃과 세상을 향한 기도’라는 주제아래 영산∼익산에 걸친 도보순례와 영산성지 법인 기도, 영산성지 9인 기도봉 순례, 지역민과 함께 하는 열린음악회, 들차회, 생태농업체험 등 다채롭게 짜여진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생산자물가 상승률 OECD 2위

    한국 생산자물가 상승률 OECD 2위

    한국의 2분기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원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가 함께 맞물린 탓이다. 13일 OECD 통계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가운데 2분기 생산자물가가 파악되지 않은 4개국을 제외한 26개국을 보면 한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12.6%를 기록, 터키의 1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OECD 평균인 7.6%보다 5.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또한 ▲그리스 10.8% ▲네덜란드 10.6% ▲미국 9.5% ▲영국 8.9% ▲스페인 8.0% 등도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지만 ▲아일랜드 -3.3% ▲프랑스 2.1% ▲일본 4.3% ▲독일 4.5% ▲이탈리아 7.3% 등은 평균을 밑돌았다. 한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것은 산업 구조상 수입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주력 업종의 생산 원가가 일제히 치솟았다. 고성장 공약에 매달려 높은 원·달러 환율을 용인했던 실용정부 경제정책 역시 ‘물가 폭탄’을 부추긴 또 다른 요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곧바로 수입물가가 오른다. 그러나 기업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나 자본재의 수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여서 생산자물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의 추가적인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역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자물가에서 소비자물가를 뺀 수치를 보면 한국이 7.8%포인트로 네덜란드(8.3%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OECD 평균의 3.7%포인트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생산자물가가 상당히 높지만 정부가 공공요금을 억제하고 기업들이 소비자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는 기업이 물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기업의 채산성 역시 악화되고 있고,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하반기 내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물가는 내년에도 관리 목표인 3.5% 이내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유가하락·환율상승… 그 뒤를 보라

    유가하락·환율상승… 그 뒤를 보라

    미국 달러화 가치의 상승과 국제유가의 하락이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와 유가는 하반기 이후 국내 경기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외부변수들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일단 우리경제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면서도 적절한 정책수단을 구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일었던 것처럼 적절한 정책처방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1040원대 육박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 달러화는 원화 대비 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70원 오른 1039.40원으로 마감됐다.5거래일동안 23.50원이나 뛰면서 지난달 7일 이후 한달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도 지난 12일 1.4828달러로 올 2월27일 이후 가장 높았다. 한달 전만 해도 유로는 달러의 1.6배가 넘었다. 유가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12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93달러 내린 11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5월5일 배럴당 109.77달러 이후 가장 낮다. 지난달 15일 배럴당 140.22달러 이후 한달 새 21.3%나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각각 113.01달러와 111.15달러로 하락,110달러대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가치 상승과 유가 하락 왜? 언제까지?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과 일본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고 오랜 달러 약세로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된 것 등을 달러화 가치 상승의 이유로 꼽는다. 유가하락의 원인으로는 현물에 몰려 있던 투기성 자본의 대거 금융시장 이탈, 선진국 경기의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감소 전망 등을 들 수 있다. 달러화에 대한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가 전세계에 걸쳐 구조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워낙 방향성이 강해 우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출 여지는 별로 없으며 당분간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경제의 적자규모가 아직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에 이를 만큼 큰 데다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대응 ‘충격 최소화´ 처방이 중요” 유가하락이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유가하락은 무엇보다 내수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비가 침체에 빠진 것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소득이 생산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유가하락으로 실질소득이 늘면 소비가 빠르게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미칠 영향은 좀 더 복잡하다. 원론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득(得)이 되고 물가에는 독(毒)이 된다. 수출 채산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원유·원자재·소비재 등의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즉, 경기에는 플러스가 되고 물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금융시장에 대한 효과도 예측이 쉽지 않다. 통상 달러 강세는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임으로써 국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으로부터의 자본이탈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출증대 등을 통한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거꾸로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 실장은 “유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 상황이 우리경제에 미칠 종합적인 영향은 각각의 변화하는 폭과 속도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환율 상승이 소폭으로 완만하게 이뤄질 경우 물가충격은 최소화되면서 경기회복은 빨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가 안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각각의 국면에 맞는 정교하고 적절한 경기대응 처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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