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체계적인 방재시스템 구축 서두를 때/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지난 여름 우리 주변국가에서는 유난히도 지진, 태풍, 폭우 등에 의한 큰 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대처방법에 따라 피해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태풍 모라꼿은 타이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북부 타이베이를 관통하며 남부에 국지성 집중호우, 이른바 ‘물폭탄’을 퍼부었다. 그 결과 291명이 사망하고 387명이 실종되었다. 비의 양이 3000㎜에 육박했다니,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이완 국민들의 정부와 총통 마잉주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타이완은 해마다 태풍이 수차례 지나가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매년 태풍피해를 복구하고 1년 뒤 또 태풍에 의해 망가지면 다시 복구하는, 1년짜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의 도움을 거절했다가 차후에 피해가 심각해지자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초기에 긴급명령을 내리지 못해 장비 동원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늑장대응에 명령혼선까지 겹쳤다. 재난 대비가 거의 없었으니 사후 처리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은 그 재난의 크기에 비해 피해는 미미했다. 태풍과 폭우에 지진까지 겹쳤으나 차분했다.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고 신속하게 대응할 자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주에 무려 세 번이나 지진이 발생했으나 피해는 고작 사망자 1명에 부상자 120여명이었다. 특히 8월11일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1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도카이(東海)대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도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차분했다.
일본은 이미 1978년부터 도카이 대지진에 대비, ‘대규모 지진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이 지역 21곳에 지하 지반의 뒤틀림을 측정하는 장비를 설치해 대지진 예측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이런 대비를 토대로 지진 발생 3분만인 오전 5시10분 총리공관과 총무성에 대책실과 재해대책본부가, 5시30분에는 지진발생지역인 시즈오카현에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었다. 5시54분에 피해복구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육상자위대가 시즈오카에 진입했다. 지진발생 53분 후인 오전 6시 관방장관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지진발생 6시간 후인 오전 11시20분 “이번 지진은 도카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후 국민에게 바로 알려 국민의 불안감을 없앴다.
두나라 예에서 보듯, 재해 그 자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 여부에 따라 피해의 차이가 무척 크다. 일본의 치밀한 방재시스템 구축은 1951년 설립한 ‘교토대학 방재연구소’의 오랜 연구의 힘이다. 자연재해의 발생구조를 해명하고 재해의 예측 및 경감에 대한 이론, 실험, 관측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오고 있다. 이곳의 관측 및 연구 결과는 통신망을 통해 전국 대학이 공동 이용하고 있다. 국가의 집중적이고 꾸준한 예산지원 덕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올해 여름태풍의 직접적 영향은 없었으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경남에 피해가 많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지진이 잦아졌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은 47회였다. 2005년 37회, 2006년 50회, 2007년 42회 등 점차 늘어 더는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국가 주요시설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지진센터 설립, 시설물정보관리통합시스템,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전문대학원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다른 유사 기관과의 기능 중복과 근간이 되는 법령의 혼선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집중호우, 지진, 태풍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 시스템이 긴요하다. 재난 대비에 대한 산업계, 학계, 관계, 언론계 등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 시스템의 구축을 미루면 안 된다. 재난 대비를 위한 노력은 안전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