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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땀은 비보다 진하다… 다시 부르는 희망가

    땀은 비보다 진하다… 다시 부르는 희망가

    29일 햇빛이 내리쬐었다. 물폭탄을 쏟아붓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았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우면동 형촌마을과 방배2동 전원마을, 방배3동 래미안아파트 등에는 경찰과, 군인, 소방대원 등 3만 3000여명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곳곳에서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우면동 형촌마을에서는 1000명 정도의 소방대원과 경찰, 군인 및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나섰다. 삽을 들고 집집마다 들어가 방과 거실, 지하실에 들어찬 진흙을 퍼냈다. 정원에 있는 이들은 진흙을 양동이에 받고, 대문 앞에서부터 한명 한명에게 양동이를 넘겨 덤프트럭에 부었다. 12시쯤 되자 “10분 휴식”이라는 외침이 들리자 모두들 허리를 폈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는 “우리 집에도 언젠가 토사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복구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명의 사망자가 난 래미안아파트에서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아파트 입구인 102동과 103동은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토사가 들이닥쳐 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군인 300여명이 빗자루와 삽으로 흙더미를 걷어냈다.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아파트 정원에는 포크레인까지 동원됐다. 진흙은 걷어내도 끝이 없었다. 군인들의 옷은 바지에서부터 티셔츠까지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이들은 “파이팅”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도 쉴 새 없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날 3000여명의 봉사자가 복구를 도왔다. 경찰 및 소방대원들과 함께 진흙 투성이의 가재도구를 닦아 말리는가 하면 토사를 걷어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소속 부녀회, 인근 교회 등에서도 복구현장에 천막을 치고 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빵과 컵라면, 커피 등을 주기도 했다. 형촌마을에서 복구를 돕던 대학생은 “트위터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금씩 예전의 형체를 찾아가는 마을을 보면서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소방대원과 군인 등이 와서 고생을 많이 하니 고맙고 미안하다.”면서도 “집 안에 있는 에어컨이며 냉장고 등이 다 못 쓰게 됐는데 언제면 수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침수된 전기설비는 서초구내 우성1차, 무지개, 임광 등 3개 아파트를 제외하고 모두 복구돼 정상화됐다. 김진아·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홍수로 침수 위험 있으면 산지 건축허가 불허 정당”

    홍수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산지라면 주택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집중호우나 홍수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산지 전용 허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 우면산 산사태 등에서 보듯 행정기관의 미흡한 관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지자체의 방재 업무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춘천행정부(부장 김인겸)는 유모씨가 “법규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홍수 때 침수 위험’을 들어 산지 전용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면서 강원 홍천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씨는 2009년 5월 홍천군의 임야 1800여㎡에 단독주택 6채를 신축하기 위해 산지전용 허가를 포함한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군으로부터 “홍수 때 유수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는 곡선부는 침수의 위험이 있어 재해발생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유씨는 “홍수 때 침수 위험은 산지관리법상 산지전용허가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고, 150년 빈도의 홍수위를 기준으로 재해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전용을 신청한 땅은 홍천강 줄기의 곡선부에 위치하고 150년 빈도 기준 최대 홍수 위선보다 낮은 지역에 해당한다.”면서 “옹벽을 높게 설치한다고 해도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재산과 인명피해 등 재해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최근의 추세에 비춰볼 때 향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지관리법이 규정한 산지전용허가 기준은 ‘토사의 유출·붕괴 등 재해발생 우려가 없을 것’인데, 세부기준으로는 ‘경사도, 산림 상태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산사태 위험지 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정되지 않을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산지 전용은 산지 관리 목적에 어긋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것이므로 관할관청의 재량행위”라며 “법령상의 산림훼손 금지·제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고 명문 근거가 없더라도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손가락 화석 만들어 주던 우리 선생님이…”

    29일 오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상천초등학교에서 눈물의 추도식이 열렸다. 산사태로 희생된 인하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학교에 유가족들이 모인 것이다. 며칠째 비를 토해내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추도식에는 상천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영정사진에 헌화를 하며 눈물을 훔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과학캠프에 참여했던 이 학교 4학년, 2학년 두 자녀를 둔 하모(40·여)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찌감치 서서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을 줄곧 닦아냈다. 하씨는 “아이들이 캠프 첫째날 집에 와서는 ‘탱탱볼도 만들고, 손가락 화석도 만들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면서 “27일 아침 책가방을 멘 큰 애에게 사고가 났다고 했더니 ‘우리 김유라(사망) 선생님 이름도 있어요?’ 묻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친구를 조문하기 위해 찾은 인하대 학생들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켰고, 부모들은 엎드려 절을 하다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오열했다. 고 이민성(25)씨의 어머니 김미숙(50)씨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바쳤다. 김씨는 “아들아, 좋은 곳으로 가라. 조금 이따가 보자.”라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교실 칠판에는 인하대생들을 환영하는 팸플릿이 여전히 달려 있고, 교탁 위에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던 과학책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추도식이 끝나고도 유족들과 주민 등 100여명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Weekend inside] 물폭탄 맞은 강남 아파트 속사정은…

    [Weekend inside] 물폭탄 맞은 강남 아파트 속사정은…

    “물난리로 우리 아파트 값 떨어지는거 아닌지 몰라. 산 바로 밑에 있는 집에 이제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방배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복구작업이 한창인 현장을 지켜보며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면산 반대편인 단지 안쪽에 거주해 직접적인 산사태에 겪지 않은 주민은 “매일 아파트 이름이 매스컴에 그대로 나오고 배수시설이 제대로 안 됐다고 떠들어 아파트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자리가 서서히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가운데 흙더미에 묻히고 빗물에 잠겼던 ‘강남특구’에서 ‘집값’ 걱정이 시작된 듯하다. ‘지난해 9월 폭우 때도 방배동의 한 아파트가 홍수 피해를 입었지만 집값 하락에 쉬쉬했었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아파트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더욱이 강남구 대치동 일대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의 소유주들은 큰 피해를 입고도 배수시설 확충 등 대대적인 공사를 꺼리는 탓에 앞으로 똑같은 수해가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대치동 일대는 지난 10년간 4차례의 침수피해를 겪었지만 배수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나 정비를 할 경우, 재건축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민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재건축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곳 아파트들은 요즘 건물들과 달리 하수관 용량이 작고 자체 배수펌프시설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상황에 대처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반응도 다소 이례적이다.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은마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별다른 걱정이 없는 듯했다. 거주자의 대부분이 전세 세입자인 탓에 “어차피 내 집도 아니고 몇년 살다 나갈 것인데, 전면보수에 관심이 없다.”고 털어놨다. 세입자 주모(37)씨는 “1979년에 지어진 아파트가 많이 낡아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생활이 불편할 정도지만 집주인한테 말해도 ‘곧 재건축이 될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해 그냥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거주자 비율은 1998년 55.8%였던 것이 2005년 18.3%, 2010년 11.4%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체 거주자의 88% 장도가 세입자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을 기다리는 낡은 아파트들은 이번 수해에도 대대적인 보수와 재정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본인 소유의 은마아파트에서 22년째 거주하고 있는 황모(69)씨는 “관리비에 한달 1만 7000원씩 수선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실제 개선되는 설비는 없는 것 같다.”면서 “재건축이 추진되는 와중에 이제 와서 보수공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복구가 우선이기 때문에 향후 계획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펜션’ 그림 같지만 ‘안전 사각’

    ‘펜션’ 그림 같지만 ‘안전 사각’

    산자락 절개지의 펜션과 전원마을에 ‘제2의 우면산 사태’가 도사리고 있다. 큰비가 그친 뒤 산과 강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전국에 경관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선 펜션과 전원마을이 산사태 사고에 취약한 까닭은 상당수가 산을 깎은 절개지에 지어진 탓에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행정감독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29일 인천시·경기도재난안전관리본부에 따르면 이틀간의 중부지방 물난리로 총 31곳에서 산사태가 발생, 26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명이 펜션 투숙객이었다. 그럼에도 인천 강화군에서는 지난해에만 펜션과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산지전용허가가 376건에 달했다. 이는 2009년 283건에 비해 33% 늘어난 것으로, 올해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강화군에 등록된 펜션은 630채다. 바다 전망이 뛰어난 화도면 장화·여차리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신고하지 않은 펜션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경기 가평과 양평·동두천, 강원 영월과 삼척 등 1만 8800여곳에 이른다. 강화의 기존 펜션들이 바닷가 주변을 차지하자 새로 짓는 펜션들은 바다가 보이는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마니산 남쪽 자락에 수많은 펜션이 지어졌으며, 짓다가 만 전원마을 단지도 수년째 흉가처럼 방치돼 있다. 사업자들이 펜션을 쉽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펜션이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위치에 상관없이 230㎡ 이하면 신고만으로 신축할 수 있다. 게다가 펜션은 숙박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재난·재해와 관련된 안전점검도 받지 않는다. 농어촌정비법을 적용받는 민박의 한 형태여서 건물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션과 전원주택은 콘크리트 골조가 아닌 조립식이나 목조건물이 대부분이다. 위치로나, 건물 형태로나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산을 깎은 비탈면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 집중호우 때 지반 약화로 붕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산사태로 6명이 희생된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도 우면산 자락을 깎은 절개지다. 또 집값 상승을 노리는 주민들의 요구로 마구 생겨나고 있는 수도권 야산의 등산로도 폭우 때 빗물의 통로로 변신, 되레 피해를 줄 수 있다. 옹진군은 영흥면과 북도면을 중심으로 산지전용 허가 신청이 봇물을 이루자 재해방지를 위해 산지관리법상 ‘25도 미만’인 건축지의 경사도를 ‘16.7도’로 낮춰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주민 등쌀에 밀려 ‘25도 미만’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조동행 인하대 지구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어처구니없는 산사태 사고를 예방하려면 경사지나 계곡 주변의 건축을 피하되, 건축을 한다면 충분한 지형·지질 조사 후 공학적 분석을 통해 지질 보강을 한 뒤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근우 강원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경사면의 건축지는 위험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산사태 주의 발송” vs “공문 못받아”… 작동않는 방재 매뉴얼

    “산사태 주의 발송” vs “공문 못받아”… 작동않는 방재 매뉴얼

    “물에 떠내려갈 수 있는 물건은 안전한 장소로 옮깁니다.”, “건물의 출입문이나 창문은 닫아 둡시다.”, “물에 잠긴 도로로 지나가지 맙시다.”(국가재난정보센터의 ‘호우 국민행동요령 매뉴얼’) 폭우에 대비한 당국의 매뉴얼 가운데 긴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항목이다. 게다가 산사태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물론 호우를 포함해 태풍, 지진, 해일, 폭염, 대설, 낙뢰 매뉴얼은 있다. 문제는 매뉴얼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집중호우 탓에 산사태가 발생, 인명피해가 난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청의 공무원들은 수해지역에 나와 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폭우가 내릴 당시 공무원들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배동 우면산 주변의 주민들에게 산사태 주의보조차 내리지 못했다.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난 대응에 있어서 구청 측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소방방재청 산하 국가재난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29일 “산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은 없다.”면서 “산림청에서 담당을 하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책임 기관을 따졌다. 확인 결과 산림청에는 2006년 처음 보급된 ‘산사태위험지 관리시스템 매뉴얼’이 존재했다. 그러나 해당 매뉴얼에 명시된 행정기관과 주민행동요령 등 3~5가지 항목이 고작이다. 예컨대 ‘산사태 주의보 주민에게 전파, 이에 따른 주민 대피 및 기상정보 청취’ 식이다. 더욱이 대상 주민도 임업인에 한정돼 있었다. 특히 산림청은 기상청으로부터 받는 기상정보를 통해 시간당 강우량, 일 강우량, 연속 강우량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자동으로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한다. 연속적으로 100~200㎜의 비가 오면 주의보, 200㎜ 이상이면 경보를 내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지역에 있는 각 시·군·구 담당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된다.”면서 “이날도 (서초구청 측에)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시장이나 군수 등 단체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초구청 측은 “그런 문자를 받은 적도, 공문을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폭우 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서 문자함을 열어보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폭우 당일 산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대피하라는 주의보도, 안내도 없었다. 산림청의 말대로라면 서초구청은 산사태 예보를 묵살한 것이다. 서초구청 측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산사태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때 구청 공무원들은 현장이 아닌 청사 안에서 상황 파악에 급급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폭우가 내린 27일 아침 비가 많이 와 도로가 다 막혀 피해 상황은 전화로만 확인했고,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예비군 동대도 재난 상황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강남구의 한 예비군 동대장은 수해가 난 지 이틀 만인 29일 오전에서야 재해 현장을 처음 찾았다. 그는 “우리는 민간병이 아니고 행정병이기 때문”이라면서 “재해가 나면 재난종합상황실에서 해당 동에 조치를 내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재난대비 행동요령에 대한 매뉴얼이 없거나 부실한 데다 공무원들의 미온적인 상황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방배동 주민 전모(44)씨는 “미리 대피령이라도 들었으면 사망자가 이 정도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산사태로 8명이 숨진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20여명은 이날 오전 서초구청을 항의방문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수십兆 투자한 新방재시스템 ‘먹통’

    수십兆 투자한 新방재시스템 ‘먹통’

    2006년 7월 중부지방에 487㎜를 쏟아 부은 태풍 에위니아 이후 정부는 ‘신국가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방방재청과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8개 부처·청에서 2007~2016년 87조 3800억원을 투자, 자연재해를 사전에 예방해 피해를 막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여전한 방재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 현재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 매뉴얼에는 태풍·호우·대설 주의보가 발령되면 기상청에서 방재청 재난상황실로 연락이 가고, 해당 지역의 통신사에 통보해 즉각 안내하도록 한 뒤 지방자치단체에도 상황을 전파하도록 돼 있다. 지자체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시하는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지침’이라는 매뉴얼에는 피해상황 관리, 복구계획 수립, 피해지원 기준, 관련 법령 등이 있다. 하지만 매뉴얼은 주로 복구와 피해상황 조사 및 지원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어 당장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대처법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지자체들도 각각 재난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기상상황을 근거로 비상 단계를 발령하면 모든 자치구가 이에 따라 움직인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면 1단계, 호우경보는 2단계, 태풍경보가 발령되면 3단계에 돌입한다. 이번에 심한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의 경우 보강 단계에서는 자치구의 재해 담당직원 일부와 동별 상황근무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대비한다. 1단계에서는 구와 동 전체 근무요원의 4분의1이 투입되고 2단계에서는 절반, 3단계에서는 전직원이 비상 근무에 나선다. 보통 1단계부터 서울시와 각 구청에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연계해 대응하게 된다. 재해대책본부 상황실이 마련되면 통·반장 등을 통해 상황을 알린다. 하지만 지난 27일 집중호우 때처럼 이미 출근시간이 시작된 이후에 상황이 생기면 전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산사태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산림청이 운영 중인 ‘산사태위험지 관리시스템’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스템은 산사태 발생 가능성에 따라 1~4등급 지역으로 나누고,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토대로 위험기준을 초과하면 해당 지자체 공무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통보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공문만 보낼 수 있을 뿐, 이 밖에는 구체적 대응 지침도 없어 정보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박승기·유지혜·박성국기자 wisepen@seoul.co.kr
  • 침수 피해 자동차 5000대 외제차 많아 보상금 403억

    이번 집중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자동차가 5000대가 넘었으며, 400여대는 외제차인 것으로 추산됐다. 28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자동차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는 5839건에 달했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403억여원인 것으로 분석됐고, 폭우기간 중 접수된 긴급출동 서비스 신고는 14만 6222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폭우는 서울 강남에 집중된 탓에 외제차의 피해가 컸다. 보험업계는 총 400여대의 외제차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제차가 많은 탓에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평소보다 늘었다.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피해가 났을 때 각 보험사는 이번보다 2배가량 많은 1만 1079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금액은 163억원으로 훨씬 적었다. 한편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폭우나 산사태로 인해 생명보험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가 필요할 경우는 상해보험을 통해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풍수해보험이나 화재보험 풍수재위험 특약에 가입한 사람들은 재산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자가 많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도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풍수해보험 가입자는 28만 3212가구로 전체 가구의 1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지뢰 주의보…과거 우면산 10여발 미제거

    ‘지뢰 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경기·강원 등에 내린 집중호우로 군부대 탄약고와 지뢰 매설 지역 등이 유실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에도 폭우가 내려 목함지뢰가 떠내려올 가능성도 높다. 군 당국은 28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난 서울 우면산 일대에 과거 매설했다가 미처 제거하지 못한 지뢰 10여발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군은 1980년대 후반 이 지역에 일명 ‘발목지뢰’라고 불리는 M14 대인지뢰 1000여발을 설치했다가 1999년부터 8년간 대대적인 제거 작업을 통해 수거했다. 그러나 당시 10여발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 지뢰들이 이번 폭우로 유실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상에서는 전날부터 ‘우면산에 매설된 지뢰가 유실됐다.’는 말들이 퍼지기도 했다. 군 당국은 “지뢰 매설 지역은 산사태가 난 지역과는 떨어져 있는 방공포 부대”라면서 “혹시 모를 유실에 대비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7일 오후에는 경기 양주 육군 25사단 예하 부대 탄약고가 산사태로 반파되면서 보관돼 있던 M16A1 대인지뢰와 KM18A1 클레이모어 지뢰, M15 대전차 지뢰, K400 세열수류탄 등 다량의 폭발물이 유실되기도 했다. 군은 사고 즉시 차단망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막아 떠내려가는 것을 막았고 28일 오후 2시쯤 유실된 위험폭발물 전량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북한에도 호우가 집중돼 북한에서 떠내려오는 지뢰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육군 1군단은 지난 27일 “파주시 진동면 임진강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 1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00~2010년 지뢰 사고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모두 47명에 이른다. 지뢰 유실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자 합동참모본부는 예하부대에 지뢰 탐지 및 수색작전을 긴급 지시했다. 군은 이에 따라 서울 우면산, 경기·강원 지역의 방공진지, 북한 목함지뢰가 발견되고 있는 임진강과 강화도 일대에 대한 집중 탐색에 착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유실된 지뢰는 방아쇠 잠금장치 부식으로 약한 충격에도 폭발할 수 있다.”면서 “지뢰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절대 만지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서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성규·신진호기자 cool@seoul.co.kr
  • 구룡·화훼마을 520여가구 침수 “무허가 수리 엄두 못내다가 결국…”

    ‘부자동네의 대명사’ 타워팰리스가 내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지난 27일 오전 대모산에서 흘러내려온 흙탕물이 판자촌인 이 마을을 휩쓸었다. 전체 1200여가구 가운데 513가구가 흙탕물 파도를 맞았다. 10가구 가운데 4가구꼴로 피해를 당한 셈이다. 무허가인 탓에 하수구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유입된 물이 하수구로 배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방안까지 들어왔다. 흙탕물이 방안에서 무릎 높이로 넘실거렸다. 28일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 주민들은 당장 입을 옷을 세탁하고, 이불에 뭍은 진흙을 털어내다 이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 이혜정(48·여)씨는 “어제(27일) 오후에는 집안으로 물이 허벅지까지 들어차 가전제품과 옷, 이불 등이 진흙과 뒤엉켜버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떻게 손을 대려 해도 댈 수가 없다.”면서 “진흙탕이 된 집을 물로 청소하고 싶어도 물이 역류할까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장지동 화훼마을 역시 이번 폭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나무 판자로 지붕을 막고 비닐과 차광막으로 덮어놓은 부실한 집은 시간당 100㎜ 안팎의 빗물을 견딜 수 없었다. 이 마을 10여가구의 지붕에서 빗물이 줄줄 새는 바람에 집 안이 물바다로 변했다. 주민들은 세숫대야와 양동이로 빗물을 받아내고 있지만,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주민은 “무허가 건물이라 집을 조립식 건물로 교체하고 싶어도 구청이 허가를 내 주지 않았다.”면서 “지붕을 수리하고 싶어도 비용이 100만원은 족히 들어 엄두를 못 냈는데, 결국 이렇게 돼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주택 침수와 산사태 우려 등으로 서울 1060명(759가구), 경기 3441명(2697가구) 등 모두 4566명(34 80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645㏊가 침수됐다. 전국 11만 6716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경기 남양주 국도 43호선과 청계천, 한강 잠수교 등 도로 32개 구간이 통제됐고, 경원선(소요산∼신탄리역)과 경의선(문산∼도라산역)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 한성여중 등 52개교와 강동교육지원청 등이 천장 누수, 벽체 균열, 지하실 침수, 옹벽·절개지 붕괴 등의 피해를 겪었다. 경기 일산고의 담장이 붕괴됐고, 고양 삼송초교와 고양외고는 각각 담장·음수대 붕괴, 지하 침수로 인해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은 29일까지 모든 공연과 행사를 취소했다. 국립국악원은 30일 상설공연 ‘토요명품공연’부터 정상적으로 운영할 예정이고, 이날 창경궁에서 열리는 ‘국립국악원이 여는 창경궁의 아침’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한편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이 벌어지는 45곳은 이번 폭우로 공사가 모두 멈춘 상태였지만 별다른 사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김진아·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또 ‘토사 쓰나미’… 암자·빌라·펜션 줄줄이 덮쳐 10여명 숨져

    또 ‘토사 쓰나미’… 암자·빌라·펜션 줄줄이 덮쳐 10여명 숨져

    28일 오전 10시쯤 경기 동두천시 상봉암동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암자인 도솔암이 무너지면서 문모(66)씨 등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산에서 쓸려 내려온 흙과 나무는 암자는 물론 근처 창고까지 무섭게 할퀴고 지나갔고, 깨진 산자락은 새로운 계곡을 만들어낼 정도로 처참했다. 밤새 내린 폭우로 산 곳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웃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이들은 미처 피하지 못해 화를 당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11시 30분쯤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유출된 토사가 3층짜리 빌라를 덮쳐 위모(26·여)씨와 생후 3개월 된 위씨의 아들이 숨졌다. 또 오후 9시 15분쯤에는 포천시 신북면 금동리 펜션에 토사가 밀려들어 임모(65·여)씨 등 3명이 숨졌고, 9시 50분쯤 인근 신북면 심곡리의 펜션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최모(16)양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집중호우로 곤지암천이 범람하면서 7명의 생명을 앗아 간 경기 광주시 초월읍 일대는 28일 오전 물이 빠지면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새벽부터 집 안으로 밀려든 토사를 치우고 물에 잠겼던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을 골목길에 쌓아놓기 시작했다. 골목길과 도로 등 마을 주변이 온통 진흙투성이여서 집안을 정리하는 주민들 역시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쓴 듯했다. 빗자루를 들고 연신 토사를 쓸어내는 분주한 손놀림과는 달리 얼굴은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인한 놀람과 분노, 슬픔으로 가득했다. 주민 조모(36·여)씨는 “이 동네 1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 말도 못 하겠다.”며 울먹였다. 조씨는 골목길 가득 쌓아 둔 옷가지와 생활용품을 뒤적이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오전 내내 한쪽에서는 소방차를 동원해 집안에 쌓인 토사를 쓸어내고, 바로 옆집에서는 양수기를 이용해 방안에 남아 있는 물을 빼내는 작업이 이뤄졌다. 광주시가 공무원 300명과 자원봉사자 200명, 군장병 50명 등 모두 5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피해 복구를 돕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했다. 식구가 많지 않거나 노인들만 있는 집일 경우 대문 앞에 나와 인력이 도착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김모(65·여)씨는 “집에 젊은 사람이 없어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시에서 와서 도와준다고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입된 인력들이 아무리 치워내도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동네는 쉽게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인재활시설인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센터는 물이 빠지고 나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흙더미에 뒤덮인 의료장비를 건물 밖으로 치워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장충식·신진호기자 jjang@seoul.co.kr
  • 풍납동, 우면산을 가르치다

    풍납동, 우면산을 가르치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물난리 지역으로 손꼽혔던 송파구 풍납동은 26·27일 이틀간의 물폭탄에도 끄떡없었다. 저지대임에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물바다가 된 강남구 대치동과 산사태가 난 서초구 방배동 일대와는 크게 대조를 이뤘다. 때문에 발전과 번영의 1번지로 불리는 강남·서초구의 수해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는 27일 오전 6시 20분부터 3시간 동안 무려 218.5㎜의 물폭탄을 맞았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89.5㎜로 서울 일대에서는 관악구의 110.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풍납동 일대는 1980년대에 홍수만 나면 한강물이 역류해 주택과 건물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상황을 맞이하곤 했다. 지대가 낮은 탓에 빗물이 몰리는 데다 한강물까지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납동은 변했다. 해거리 수해를 막기 위해 부동산값 하락과 상관없이 정부와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배수설비를 요구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결과다. 높이, 길이, 세로가 5m씩인 대규모 배수로를 만들면서 물난리 우려는 사라졌다.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도 곧장 한강으로 빠져나가도록 보완한 것이다. 풍납동을 비롯해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서울 마포구 망원동과 구로구 개봉동 등 하천변 저지대 86곳에도 빗물펌프장을 건설했다. 이들 지역은 집중호우 때 대형 양수기로 빗물을 퍼냄으로써 비가 내릴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던 수해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송파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기 성남시와 인접한 남한산성, 거여동, 마천동 지역의 물이 풍납동으로 흘러 와 홍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그러나 대대적인 배수펌프 설치와 제방 공사 등으로 피해를 비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1년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피해는 너무 컸다. 강남역과 대치동 일대는 도로가 침수돼 출근길 자동차가 물속에 갇히고 지하철 역사에 물이 찼다. 더욱이 산사태로 1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우면산은 지난해 9월에도 산사태가 있었지만 ‘자연재해위험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까닭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우면산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홍수·산사태 방지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6년부터 시행한 자연재해위험지구는 시·군·구 자치단체가 소방방재청에 신청하면 전체 사업비의 60%를 국비로 지원받고, 나머지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20%씩 부담하게 된다.”면서 “우면산은 자연재해위험지구에 포함돼 있지 않아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면산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려 해도 사유지 비중이 84%에 달하는 탓에 소유주들의 반대로 지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서초구 측은 “우면산 대부분이 사유지라서 구청에서는 재산권 문제 등으로 자연재해위험지구 지정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또 구청에서 등산로를 만든 뒤 주민들로부터 부당 이득금 반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해위험지구가 될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권의 불이익을 염려한 것이다. 해발 293m인 우면산은 전체 면적 418만 551.10㎡(248필지)의 84%인 365만 659㎡(208필지)가 개인 소유다. 국가와 시가 소유하고 있는 나머지 부분은 각각 38만 1832㎡(26필지)와 14만 8060.1㎡(14필지)로 16%에 불과하다. 대치동 등도 배수관 등이 낡았지만 재건축 추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민원이 끊이지 않아 교체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아무리 퍼내도 흙탕물…” 복구중 폭우로 대피

    전날 사상 최악의 폭우와 산사태로 18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서울 우면산 일대는 28일에도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오전 8시쯤 방배2동 전원마을은 가구와 가재도구 등이 떠밀려온 토사와 나뭇가지 등으로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낮은 지대인 전원말2길 쪽 주택가에는 진흙과 쪼개진 나무조각들이 가득 들어차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위쪽 우면산 자락에서는 거센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주민들은 섣불리 복구작업에 나서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산기슭 아래 쪽에 사는 최기숙(58·여)씨는 새벽 6시부터 4시간이 넘도록 반지하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진흙을 걷어내던 중이었다. 5명의 소방대원이 양동이를 들고 힘을 보탰지만 흙탕물 수위는 좀체 낮아지지 않았다. 최씨는 “이 마을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면서 “작년 여름 태풍 때 위태위태하던 나무들을 뽑아달라고 했는데 그냥 둬 이렇게 화를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7일 오전 이 마을 주민 엄모(33)씨는 출근길에 나서다 토사와 나무에 휩쓸려 숨졌다. 임시대피소인 남태령 마을회관은 성토장이 됐다. 마을주민 손모(49·여)씨는 “산을 가만두질 않고 계속 깎아대니 안 무너지고 배기겠느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뽑힌 나무가 많아 지반이 완전히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 9시쯤 방배3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에서는 경찰·소방·군 병력 600여명이 동원돼 아파트 1~4층을 뒤덮은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한 삽씩 일일이 퍼내야 해 속도가 더뎠다. 우면산 쪽에 가까운 103·104동의 피해가 가장 컸다. 주민 홍윤상(56)씨는 “지난해에도 우면산 계곡쪽 토사가 남부순환도로 위로 넘어온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구청이 배수로와 맨홀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았는데 여름이 다 돼서 하면 뭘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를 마주 보고 있는 예술의전당도 복구작업이 더디긴 마찬가지였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흙탕물 계곡은 전날에 비해 줄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오전 10시쯤 점차 굵어지자 복구작업 지원을 나온 공무원 20여명은 결국 삽을 놓고 버스정류장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한편 27일 방배동 윗성뒤마을에서 산사태로 실종됐던 김모(67·여)씨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자신의 집에서 250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방배동 전원마을에 매몰됐던 이모(68·여)씨와 우면동 송동마을의 김모(77·여)씨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사망자 수는 전날에 비해 3명 늘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생태공원 저수지, ‘토사폭탄’으로

    생태공원 저수지, ‘토사폭탄’으로

    폭우 속 산사태로 16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서울 강남의 우면산 산사태는 폭우와 함께 돌이 별로 없고 토심이 깊은 지리적 특성, 생태공원, 우면산 터널 등 각종 공사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28일 국립 산림과학원과 사방협회 등 산사태 전문가들과 함께 우면산 일대 합동점검을 했다. 시는 점검 결과를 분석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복구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최대 100㎜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가뜩이나 지반이 취약한 우면산 자락 여러 곳이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고 분석했다. 26~27일 이틀간 짧은 시간에 서초구 지역은 300~360㎜가 쏟아져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서초구 관계자도 “흙으로 이뤄진 산에 27일 하루 동안 392㎜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린 것으로 안전 관리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산 특유의 성질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태공원과 우면산 터널 공사 등이 산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영란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산사태가 일어난 것은 우면산 생태공원의 저수지에 토사가 많이 쌓여 둑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저수지 관리를 제대로 못한 데 기본적인 원인이 있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산의 지반을 약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면동 형촌마을 근처에는 보금자리 주택도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면산 전체 면적 중 사유지가 84% 정도로 많아 종합적인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생태공원의 경우 국유지로 관리해 구청에서 오히려 이용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초구 관계자도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는 예전부터 산아래 지역의 논농사를 위해 있던 저수지인데 산사태로 토사가 저수지를 메우면서 둑이 붕괴돼 피해를 가져왔다.”면서 “국유지인 생태공원은 현재 두꺼비 서식지로 수심이 1m로 낮지만 아이들의 생태교육을 위해 구청에서 손을 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합동 점검을 주관한 이춘희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피해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며칠이 걸릴 것”이라면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복구 및 재발방지 방안 등 수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재해 키우는 산지 난개발 언제 멈출 건가

    사상 유례 없는 폭우는 빈 틈이 보이고 허술한 곳이면 가차없이 공격했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기록적인 폭우는 공원화 사업으로 힘이 빠진 우면산을 표적으로 삼았다. 위험 등급이 높은 절개지 C등급의 위험한 경사로에 만들어진 공원은 물길을 막았고 갈 곳 없게 된 빗물은 산사태를 일으켜 전원주택을 덮쳤다. 봉사활동 나간 인하대생 10명이 숨진 강원도 춘천 신북읍 펜션참사도 산기슭에 지어진 건물과 군사도로가 물길을 막아 발생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천재에 인재가 겹친 전형적인 사고다. 수마는 난개발, 안전의식 미비 등 우리 사회의 약점을 정확히 짚어 할퀴고 갔다. 지난 26일부터 서울 등 중부지역에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은 26~27일 이틀 동안 465㎜의 비가 내려 ‘2일 연속 강우량’이 10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악구 남현동은 시간당 113㎜의 비가 내려 1963년 이후 ‘시간당 최대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러니 10~30년 강수기록에 맞게 설계된 수방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천재로만 돌리기엔 내부 단속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자못 크다. 자치구는 주민들을 위한다며 우면산 비탈진 곳에 목재계단과 인공호수, 인공계곡까지 만드는 등 난개발을 했다. 사전에 절개지 상태를 점검,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적절한 미관사업을 벌였으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춘천 펜션 매몰사고도 사전 점검을 통해 옹벽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산지는 연평균 5000여㏊씩 감소하고 있다. 반면 산사태는 2000년대 들어 1980년대의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만 해도 우면산과 같은 절개지가 매봉산, 용마산 등 19개 자치구에 71곳이나 된다. 이러한 곳들이 주민의 웰빙바람에 맞춰 전원주택이나 도심공원으로 개발, 조성되고 있다고 하니 서울시와 자치구는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산림청 등 정부 부처도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 산지개발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산사태에 영향을 미치는 둘레길 사업에도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자연재해 강도를 기하급수로 키우는 산지 난개발은 멈춰야 한다.
  • 흙더미에 깔린 아내 맨손으로 구했지만…

    흙더미에 깔린 아내 맨손으로 구했지만…

    평온한 일상을 엄습한 수마(水魔)는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남편의 순애보도, 다친 몸을 이끌고 아내와 아이를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 아버지의 부정도 외면했다. ●초교 동창 부부5쌍 산사태에 날벼락 27일 오전 초등학교 동창 부부 5쌍이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의 한 펜션을 찾았다. 우정을 60년간 이어온 이들의 마음은 모처럼의 여름 나들이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물놀이를 끝낸 이들이 펜션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고 있던 오후 8시 30분. 갑자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흙더미와 통나무가 벽을 뚫고 이들을 덮쳤다. 염모(70)씨 등 7명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질퍽한 흙더미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왔지만 염씨의 아내 문모(68)씨 등 3명이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살려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들렸다. 황급히 다가가니 문씨와 다른 한 사람이 어른 몸통보다 굵은 통나무와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염씨 일행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맨손으로 통나무를 밀쳐내고 진흙을 퍼내 가까스로 이들을 구해냈다. 하지만 산사태로 고립된 이들에게는 “무너지는 통나무에 가슴을 맞은 것 같다. 숨 쉬기도 너무 힘들다.”는 문씨 등 두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 방법이 없었다. 염씨는 흙으로 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닦아내고 조심스레 물을 먹여 봤지만 문씨는 마신 물을 이내 피와 함께 토해냈다. 전기마저 끊긴 한밤중, 민박집 주인이 어둠을 뚫고 마을로 가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무려 5시간이 더 걸렸다. 그때는 문씨가 혼절한 지 3시간이나 지난 뒤였고,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염씨는 “물에 젖어 차갑게 식어버린 아내의 손길이 잊히지 않는다.”며 넋을 잃었다. 일행 중 염모(68·여)씨는 산사태 발생 직후 이미 숨졌고, 다른 부상자도 구조대를 기다리다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20대 부부 네 가족에 덮친 비극 같은 날 밤 10시, 포천시 일동면의 단란한 가정에도 흙더미가 밀려들었다. 빌라 뒤편의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가 정모(26)씨 가족이 살고 있는 1층 집을 덮쳤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정씨는 1층 현관 출입구에서 10m가량 떨어진 도로로 튕겨 나갔고, 그 덕분에 매몰을 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곧장 정신을 가다듬은 정씨는 자신의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4살과 생후 3개월 된 두 아들, 그리고 아내 위모(26)씨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흙더미 속에서 작은아들을 찾아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내 숨졌다. 나머지 가족도 28일 오전과 오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정씨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수술대에 올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재난본부·현장 찾아 수해책임 공방

    재난본부·현장 찾아 수해책임 공방

    서울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정치권은 28일 예정된 일정을 대폭 줄이고 피해 지역 방문 및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강남·서초 등 소속 의원 지역구에 피해가 집중된 한나라당은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철저한 피해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흥행을 위해 대구 현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예정대로 가졌으나 일정은 줄였다. 홍 대표는 당정협의회 참석자들과의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행 KTX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수해 현장을 찾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세탁업 중앙회 간담회,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기업 피해 현장 방문 등 민생 탐방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고립됐던 경기 광주의 ‘삼육재활원’, 강원 춘천의 산사태 현장과 임시분향소 등 비 피해 지역을 찾아갔다. ●“광화문 물난리 규명 청문회를” 손 대표는 “4대강사업, 한강 르네상스 등 엉뚱한 데 예산을 쓰는 오세훈 시장과 이명박 정부는 재난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같은 사람에 대한 투자는 외면한 채 광화문 아스팔트 공원, 시멘트 바닥, 청계천 등 토목공사에 매달리다 보니 이런 수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서울시 청문회를 열어 광화문 물난리가 이전 시장(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공사 후유증인지, 현 시장의 광화문 광장 조성 후유증인지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자료를 내고 “서울시는 올해 수해대책 예산으로 3436억원을 집행할 예정으로, 이는 2005년 대비 4배 이상 많은 규모”라면서 “민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자신이 없어지자 국면을 덮기 위해 폭우를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은 ‘견강부회’로, 바람직한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수해예산 2005년의 4배”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도 “일단 상황이 수습된 뒤에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을 막는 게 순서이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는데 민주당이 정치공세부터 하는 것은 기본적인 도의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받아쳤다. 강주리·대구 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강남 통신두절·물류 배송지연·건설공정 중단…

    강남 통신두절·물류 배송지연·건설공정 중단…

    서울과 경기 북부지역에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신업계의 경우 ‘물폭탄’ 피해가 집중된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 통신이 두절됐고, 물류업계도 배송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 사거리와 대치동, 신림동 인근의 침수로 인해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과 중계기들이 작동을 멈추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에서 인터넷이 끊기고 위성방송이 제대로 수신되지 않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강남역 사거리 인근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휴대전화 불통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전력이 강남 지역에 침수 사태가 발생하자 감전 사고를 우려해 전력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통신 불통 상황은 해소됐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침수와 낙뢰, 정전 등으로 소형 중계기들이 피해를 봐 일부 지역에서 통화가 안 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물류업계는 배송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 GLS·한진 등 택배업체들은 도로가 통제된 지역의 배송이 1~2일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가 광범위하다 보니 우회도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피해가 속출했다. 보광훼미리마트 등 한강시민공원 내 점포 대부분이 침수됐으며, 한강변 주변의 편의점 대부분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매장을 이동하고 영업을 중단했다. 이마트의 경우 서울 이수점과 경기 용인 동백점 등이 침수돼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도 모든 공정을 미루고 침수와 붕괴, 감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현장마다 비상대응팀을 꾸려 본사와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지방 강수량이 적어 아직 피해가 크지 않지만 집중호우가 전국을 오르내리며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번 폭우 피해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사업장들이 대부분 충청 이남 지역에 있는 데다, 집중호우나 산사태에 대비가 잘돼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 도심에 본사가 있는 경우 직원들의 출·퇴근을 배려해 한두 시간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나서 ‘재해중소기업 지원대책단’을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특별한 피해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도심지역 소상공인 일부가 침수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후가 이제 열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뀐 만큼 산업계 전체가 (폭우 등) 기후 리스크를 감안한 새로운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 하수·빗물관 분리… ‘배수 패러다임’ 바꿔야”

    “서울 하수·빗물관 분리… ‘배수 패러다임’ 바꿔야”

    서울 곳곳에서 빗물이 역류했다. 배수관이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도로 바닥으로 다시 토해내는 바람에 침수 피해는 더욱 커졌다. 때문에 서울시의 폭우 재난방지에 대한 관리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예전에 충분했다고 인식됐던 배수관의 용량을 늘려 좀 더 빠르게 교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 요지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배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의 양의 한계치는 시간당 74~95㎜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27일 내린 비는 시간당 100㎜를 넘어 서울시의 배수시설은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배수관의 시설 개선 속도가 비교적 더뎠던 강남역 일대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배수관은 30여년 전에 건설된 탓에 노후화됐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등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진 상황에서 수용량을 넘어선 배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화문 인근의 경우 지난해 추석 때 쏟아진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전력이 있지만 여태껏 배수시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겸 빗물연구소장은 “도로나 건물을 지을 때 중간중간 빗물을 잡아주는 공간을 만들면 한곳에 빗물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배수시설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침수와 산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석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도로를 물이 잘 스며드는 투수콘으로 개선하고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저류시설을 갖추면 기습폭우에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번 침수 피해의 원인을 배수시설이 아닌 집중 폭우 탓으로 돌렸다. 또 이번에 내린 비의 양을 소화하기 위해 전 지역 배수관을 키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태규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예산으로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집중호우에 대비한 설비를 갖추는 것은 경제적 설계 개념에 어긋나며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는 30년에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빗물 펌프장을 확장하고,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생활 하수가 흐르는 ‘오수관’과 빗물이 흐르는 ‘우수관’을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는 오수관과 우수관이 따로 분리된 ‘분류식’이 많다. 생활 하수만 따로 내보내기 때문에 큰비가 와도 오수가 역류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물 정화 약품이 적게들 뿐 아니라 하천의 오염도 줄일 수 있어서다. 빗물이 역류하면서 나는 악취도 예방할 수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분류식으로 개선해 나가는 단계이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려 장기적으로 추진할 뿐 당장의 개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영준·강병철·신진호기자 apple@seoul.co.kr
  • 세계유산 ‘공릉’ 일부 붕괴

    집중호우로 문화계도 타격을 받았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삼릉 가운데 공릉(恭陵·예종의 원비 장순왕후 한씨의 묘)의 일부가 붕괴됐다. 또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도 집춘문에서 초식사 가는 길의 외곽담장 하단 석축 일부가 붕괴됐다. 비닐피복, 우장막 등으로 급히 추가 붕괴를 막았다. 또 대표적 삼국시대 고분군으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고분군에서도 관람로 6m 정도가 유실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 이화장도 본관 뒤편 화단이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손실됐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발굴조사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물 손실은 물론, 발굴현장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기관별로 즉각 응급조치에 나섰다. 산사태가 난 우면산 일대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예술의전당은 모든 전시관의 문을 닫았고,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이던 연극도 취소됐다. 아카데미, 식당 등 휴게시설 모두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다만,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의 공연,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진행된다. 국립국악원도 지하 전기실 침수로 인해 우면당에서 예정됐던 퓨전국악 보컬그룹 아나야의 공연을 취소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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