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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과 사람 잇는 그리운 마음의 울림

    사람과 사람 잇는 그리운 마음의 울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게재한 글 중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들만 가려 뽑은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3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 1만여개 중 244개를 추린 시인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과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칼럼 중 50편을 엄선한 소설가 김탁환(47)의 산문집 ‘아비 그리울 때 보라’(난다)다. 문인에게 절필이란 어느 정도의 고통일까. ‘잡문’에는 절필 선언 이후 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람 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시를 버린 마음을 위로한 시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안 써도 시인’(13쪽)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산문도 아닌, 그러나 시와 산문의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긴장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추려 모았다. 내 이마 위를 스쳐 간 잡념들과 하릴없는 중얼거림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이 문장에 스며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시인의 절실함, 잡다한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3년 7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언제쯤 다시 시를 쓸까. ‘시가 있는 마을에서 멀리 걸어 나왔다. 그 마을로 가려면 또 멀리 걸으며 아파야 한다. 그러므로 객지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한다.’(224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책을 부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에도 손길이 미치기 때문이다. 각 칼럼은 나관중 ‘삼국지’, 마크 코프먼 ‘퍼스트 콘택트’, 심노숭 ‘눈물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정호기’ 등 56편의 책 내용을 토대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고찰하고 있으며 말미엔 관련 책의 표지와 간단한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탁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궁구한다. 그의 산문집은 서평도 책 소개문도 독서일기도 아니다. 책의 생명록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무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번 산문집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가격을 매겨 팔긴 하지만 정성을 쏟은 문장이 담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깨달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의 따뜻함을 이 산문집으로 만들어 이어 가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문화단신] 새달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그림전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는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그림전 ‘황순원, 별과 같이 살다’를 새달 1~2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에서 개최한다. 실력파 화가 7명이 한국의 전통적 삶의 소박미와 서정적 정취가 가득한 황순원 소설 속 이미지를 37점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화가들은 황순원의 대표 단편 7편을 읽고 각자 한 편을 선정, 소설 속 내용을 그림으로 되살렸다. 김선두 화가는 ‘별’, 방정아 화가는 ‘곡예사’, 송필용 화가는 ‘학’, 이수동 화가는 ‘목넘이마을의 개’, 이인 화가는 ‘필묵장수’, 정종미 화가는 ‘독 짓는 늙은이’, 최석운 화가는 ‘소나기’를 맡았다. 내년엔 1월 7~21일 용인문화재단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2차 전시를 한다.
  • 시와 산문사이 방황... 책 56편의 생명록

    시와 산문사이 방황... 책 56편의 생명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게재한 글 중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들만 가려 뽑은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3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 1만여개 중 244개를 추린 시인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과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칼럼 중 50편을 엄선한 소설가 김탁환(47)의 산문집 ‘아비 그리울 때 보라’(난다)다.  문인에게 절필이란 어느 정도의 고통일까. ‘잡문’에는 절필 선언 이후 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람 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시를 버린 마음을 위로한 시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안 써도 시인’(13쪽)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산문도 아닌, 그러나 시와 산문의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긴장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추려 모았다. 내 이마 위를 스쳐 간 잡념들과 하릴없는 중얼거림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이 문장에 스며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시인의 절실함, 잡다한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3년 7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언제쯤 다시 시를 쓸까. ‘시가 있는 마을에서 멀리 걸어 나왔다. 그 마을로 가려면 또 멀리 걸으며 아파야 한다. 그러므로 객지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한다.’(224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책을 부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에도 손길이 미치기 때문이다. 각 칼럼은 나관중 ‘삼국지’, 마크 코프먼 ‘퍼스트 콘택트’, 심노숭 ‘눈물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정호기’ 등 56편의 책 내용을 토대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고찰하고 있으며 말미엔 관련 책의 표지와 간단한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탁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궁구한다. 그의 산문집은 서평도 책 소개문도 독서일기도 아니다. 책의 생명록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무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번 산문집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가격을 매겨 팔긴 하지만 정성을 쏟은 문장이 담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깨달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의 따뜻함을 이 산문집으로 만들어 이어 가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새달 17일 시행 ‘지방직 7급’ 마무리 요령 ] “계산문제 나중에 풀기 등 시간 안배 전략 필요”

    [새달 17일 시행 ‘지방직 7급’ 마무리 요령 ] “계산문제 나중에 풀기 등 시간 안배 전략 필요”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지방직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이번 시험에서는 부산시 등 16개 시·도에서 모두 268명(행정직 155명, 기술직 113명)을 선발한다. 전국 평균 125대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주 국어, 영어, 한국사, 헌법에 이어 이번 주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지방자치론 과목을 살펴본다. 과목별 출제 경향 분석 및 대비법은 공무원시험 전문 학원인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시험에서 필수과목인 행정학과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인 경제학은 기존의 공무원시험에 비해 문제가 까다로웠다.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인 만큼 지난해 출제 경향 및 올해 치러진 국가직 공개경쟁채용시험 문제에 대한 복습은 필수적이다. 특히 7급 시험에서는 모두 7과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시험 시간에 맞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긴 시험 시간으로 인해 시험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 있는 과목 등 먼저 풀어야 하는 과목과 적절하게 뒤로 미룰 과목을 구분해 실전 모의고사를 풀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목별로 보면 행정법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국가직, 서울시, 지방직 가릴 것 없이 무난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대부분 그동안 지속적으로 언급된 핵심 중요 판례나 법령 및 이론 문제 위주로 출제되다 보니 수험생은 기본에 충실한 학습에 집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무원 행정법 시험의 추세를 분석할 때 지엽적·구체적인 내용이 출제되더라도 대체로 평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지방직 7급 시험에서 행정학의 경우 시험 수준은 평이했지만 20% 정도가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되면서 변별력이 확보된 과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용한 강사는 “지난해 시험은 80%가 기출문제와 기출문제를 변형한 문제로 출제됐고 행정학에서 이슈가 됐던 정부3.0, 정책학습, 탈신공공관리(post-NPM) 등 신유형의 문제가 20% 정도로 적재적소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시험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90% 이상이 기출문제로 꾸려지겠지만 1~2문제 정도는 난도가 높은 응용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험생은 기출문제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난도가 높은 응용문제는 정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뒤로 미루는 전략도 구상해야 한다. 신 강사는 “시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출문제와 빈출 핵심 개념”이라며 “고득점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제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분야별 핵심 사안에 대한 기출문제를 재점검하고 최근 5년간 시행된 지방직 7급 시험 문제는 모두 풀어 봐야 한다. 선택과목인 지방자치론과 경제학은 지난해 지방직 7급 시험에서 난도 격차가 심했다. 지난해 지방자치론에서는 기출문제가 90%, 기출변형문제가 10% 정도 출제됐다. 새로운 유형과 쟁점은 등장하지 않은 반면 경제학에서는 계산문제가 11문항(55%)이나 출제된 데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문제가 나왔다. 따라서 올해 시험에서도 두 과목의 난도 격차로 인해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난도 차이로 수험생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어느 정도 난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7급 국가직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필수과목인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 때문에 경제학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은 지방직 시험에서도 지방자치론보단 경제학원론을 선택하는 추세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이해 위주로 공부한 내용을 출제 경향에 맞게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함경백 강사는 “객관식 사지선다형 문제이기 때문에 출제 포인트를 중심으로 반복 암기하고 계산문제에 대비해 풀이 과정을 줄이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매우 복잡한 계산문제는 시간 안배를 위해 적절하게 뒤로 미루는 전략과 함께 풀이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높아진 계산문제의 비중뿐 아니라 국제경제학, 행동경제학 분야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거의 매년 출제되는 개념인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조업중단점과 손익분기점(미시경제학), 솔로모형, 이자율과 국민소득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대표적 경제이론인 IS-LM 균형 기울기와 정책 효과,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먼델플레밍 모형, 비교우위론 등은 마지막까지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험생이 선택하는 지방자치론은 행정학과 연계돼 있어 충분한 학습이 된 수험생이라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2008년 이후부터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는 지방자치론은 2014년에도 기출문제를 일부 변형시키거나 행정학 교과서의 이론을 토대로 기본적인 부분을 물어보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지방자치 분야에서는 특색 있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 강사는 “올해 역시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될 것”이라며 “기출문제 재점검과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둘리’ 집에 놀러와요

    [서울 핫 플레이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둘리’ 집에 놀러와요

    서울의 최북단 도봉구. 도봉에는 연간 1000만명이 찾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고, 도봉산이 있고, 도봉산이 있다’고 할 만큼 도봉산만 있었다. 이 때문에 ‘도봉산을 타고 내려와 막걸리 한잔하고 돌아서면 땡인 동네’였다. 그러나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2010년 7월 취임한 뒤 구에 꼭꼭 숨어 있던 근현대 역사·문화 자원을 차근차근 발굴해 개발하면서 도봉은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동네로 변모했다. ●‘조선 최고 부자·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 가옥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산도 타고 아빠·엄마의 어렸을 적 이야기도 들려주고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도 하고 싶다면 ‘도봉역사관광문화벨트’를 추천한다. 먼저 북한산 둘레길을 가볍게 산책한 뒤 도봉산 옛길과 방학동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곳이 간송 전형필의 가옥(시루봉로 149-18)이다. 간송은 1906년 종로4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인 전계훈이 종로4가의 거의 모든 상권을 장악했고 왕십리, 답십리, 청량리까지 확장한 덕에 말 그대로 ‘금숟가락을 물고 나온 아이’였다. 일본 와세다대 유학생이던 그는 23살의 나이에 당대 최고 한학자로 불리는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나 민족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4살 때 막대한 유산을 받은 뒤로 헐값에 일제로 흘러가던 우리 문화재를 사 모으게 된다. 간송이 사재를 털어 지킨 문화재는 훈민정음 해례본, 고려청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그림 등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기와집 10채 값을, 고려청자 20여 점은 기와집 400채 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된 가옥 옆에는 간송과 그의 아버지 전영기의 묘가 나란히 있다. 1900년대 초반 지어진 뒤 제대로 개·보수가 이뤄진 적 없었던 이 집은 2011년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산행 중 주민들과 함께 발견했다. 이후 구가 유족 등과 함께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뒤 최근에야 제 모습을 되찾았다. 간송 가옥의 첫인상은 “애걔”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별 볼일이 없다. 조선 최고 부자가 살았다고 하기에는 안방과 마루, 사랑채로 구성된 구조가 너무 단출하다. 간송의 본가는 서울 종로이고 도봉의 집은 땅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지어 놓은 집 중 하나였다고 한다. 간송 시절에 도봉은 경기도 땅이었다. 종로 본가와 다른 가옥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다 소실됐고 현재 이 집만 남았다. 규모는 작지만 향나무와 소나무, 자작나무를 재료로 ‘한 일(ㅡ)’ 자로 지어진 집은 명문가답게 고풍스럽다. 간송 가옥 보수에 참여한 목수는 “돌을 놓는 방법은 물론 문 크기, 빛이 들어오는 방향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집”이라면서 “서울 명문 가옥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정식 개관한 간송 전형필 가옥에선 앞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불온한 시인’ 김수영문학관선 낭독의 체험 전형필 가옥을 나와 정의공주와 연산군묘, 원당샘공원을 지나면 ‘불온한 시인’ 김수영의 문학관이 나온다. 김수영이 도봉 쪽에 살았나 갸웃할 것이다. 김수영은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징집돼 북으로 끌려간 탓에 1952년까지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리고 1954년 부인 김현경씨 등 가족과 재회한다. 이때 새 삶의 터전이 도봉동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김수영문학관은 전시실과 수장고, 도서관, 동아리방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실에서는 그가 펴낸 시집을 비롯해 작품 초고, 산문 원고, 번역서, 펜과 수첩, 서재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김수영 시인의 시를 직접 낭독하고 들을 수 있는 체험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책 보고 노래하고… 엄마·아빠·아이들의 놀이터 ‘둘리 뮤지엄’ 이쯤 되면 아이들 입에서 “이게 뭐야! 하나도 재미없어”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가능성이 99.99%다. 이때 눈앞에 둘리와 도우너, 또치, 마이콜, 희동이가 짠! 하고 나타난다. 바로 지난 7월 개관한 둘리뮤지엄이다. 도봉구가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와 힘을 합쳐 만든 이곳은 한국 최대의 캐릭터 박물관이다. 둘리가 살았던 고길동의 집이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어린이 문화시설이다. 1층에 들어서 아이들이 “둘리야”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빙하 속에 잠자는 둘리가 눈을 뜨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1층에서는 둘리의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도우너의 시간 여행 미끄럼틀과 우주버스 타기, 우주의 적 바요킹과의 대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바요킹을 무찌르고 나면 스튜디오에서 둘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2층은 둘리 연재 만화를 보고 자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2009년 새로 제작된 ‘고길동의 아마존 표류기’와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마법의 피라미드 여행’ ‘유령선 탈출기’ ‘알 수 없는 나라’ 등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각각 포토존이 있다. 캐릭터 전시 공간에 들어가면 둘리 소시지, 둘리 책가방, 둘리 필통, 둘리 물감 등 엄마·아빠가 초등학생 때 썼던 물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둘리뮤지엄의 수장고에는 이런 물품 1000여점이 보관돼 있다. 시설 관계자는 “키덜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라면서 “이곳을 보고 마이콜 뮤직스테이지로 가면 엄마와 아빠가 손을 잡고 ‘요리 보고~ 저리 보고~’ 하며 둘리 주제가를 열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시계 그네와 정글짐 등 아이들이 몸으로 놀 수 있는 키즈카페가 마련돼 있다. 1, 2층에서 꼬마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진을 뺀 부모를 위한 커피숍도 이곳에 있다. 몸으로 뛰놀기에 체력이 달리는 아빠들은 근처 어린이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다. 어른 5000원, 어린이 7000원을 받는 뮤지엄동과 달리 도서관은 ‘공짜’다. 현재 5000여권의 책을 소장한 어린이 도서관은 ‘숲속의 둘리’라는 주제로 꾸몄다. 아이들이 뒹굴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책의 종류도 둘리 성격에 맞춰 ‘공부’보다는 ‘놀이’와 ‘친구들과 잘 지내는 법’ 등에 맞춰 구비됐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도 있다. 학교 때 만화방을 들락거렸다면 부모들도 심심하지 않다. 앞으로는 구연동화와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적한 골목엔 ‘한국의 간디’ 함석헌 선생의 흔적 가득 둘리뮤지엄을 나와 정의여고 방향으로 걸으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이 골목 한쪽에 ‘한국의 간디’ 함석헌 선생 기념관(쌍문동 도봉로 123길 33-6)이 있다. 생의 마지막 7년을 보낸 집을 수리해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190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종교인이다. 기념관에선 그의 책과 저서, 생활용품 등 유품 400여점과 생전 육성이 담긴 강의 테이프, 동영상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하 1층 세미나실은 게스트룸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함석헌기념관을 다 봤다면 주변 주택가를 한번 휙 둘러봐도 좋다. 기념관을 주변으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전태일 열사 등 한국 근현대사를 빛낸 쟁쟁한 인물들의 집터가 남아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시는 밑에서 위로 피는 꽃과 닮았다”

    “시는 밑에서 위로 피는 꽃과 닮았다”

    “‘화서’(花序)란 꽃이 줄기에 달리는 방식을 가리켜요. 성장이 제한된 ‘유한화서’는 위에서 아래로, 속에서 밖으로 피고 성장에 제한이 없는 ‘무한화서’는 밑에서 위로, 밖에서 속으로 펴요. 구체에서 추상으로, 비천한 데서 거룩한 데로 나아가는 시는 무한화서가 아닐까 해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니까요.” 등단 38년을 맞은 이성복(63)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시론집 3권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냈다. ‘극지(極地)의 시’ ‘불화(不和)하는 말들’ ‘무한화서’(無限花序)로 삶과 예술, 인간과 문학에 대한 질문과 성찰로 가득하다. 시인은 9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강단을 떠나면 강의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기도 할 것 같았다”며 “그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모아 산문과 시, 아포리즘 형식으로 새롭게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시인은 1982~2012년 계명대 불문과와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했다. 퇴임 후에도 3년간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극지의 시’는 지난해 후반기와 올 초반의 강의, 대담, 수상 소감 등을 시간 순서대로 엮은 ‘산문집’이다. 책 제목은 지난해 시집 ‘래여애반다라’로 제11회 이육사 시문학상을 받았을 때 시인이 밝힌 수상 소감에서 따왔다. 시인은 당시 “시가 지향하는 자리, 시인이 머물러야 하는 자리는 더이상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극지’”라고 말했다. ‘불화하는 말들’은 2006~2007년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시의 형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서언을 포함해 128개 이야기가 실렸다. 시인은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강의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놨다. 그 내용을 토대로 썼다”고 말했다. ‘무한화서’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했다. 서언을 포함해 삶에 붙박인 여러 깨달음과 성찰, 다시 시와 문학으로 나아가는 절묘한 은유를 담은 아포리즘 471개를 담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성남(광양전용) ●광주-인천(광주월드컵) ●부산-수원(이상 오후 7시 부산아시아드) ●울산-전북(울산문수월드컵) ●서울-포항(서울월드컵) ●대전-제주(대전월드컵 이상 오후 7시 30분)
  •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3] 길상사 해우소의 문화적 가치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3] 길상사 해우소의 문화적 가치

    법정 스님의 마지막 거처는 강원도 오대산 깊은 산골의 오두막이었다. 돌벽으로 쌓아올리고 허리에 서툴게 기와를 쌓아 멋을 낸 해우소에는 작은 판자가 하나 끈에 걸려 있었다. 카페가 영업 중인지 아닌지 ‘open’과 ‘closed’라고 앞뒤에 적어 돌려 내거는 푯말과 비슷하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스님은 해우소에 들어갈 때는 ‘나 있다’, 해우소에서 나오면 ‘기도하라’는 글자가 보이도록 돌려놓았다. 소라의 굴처럼 둥글게 벽을 한 겹 더 둘러친 해우소는 바람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문짝을 달지 않았다. 이 푯말로 산중에 찾아든 길손이라도 어색한 미소를 짓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충남 금산 보석사의 해우소에는 시유불다(時有不多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시간이 있는 것 같아도 많은 것은 아니다’쯤의 철학적 문구이다. 그런데 ‘시유불다’에 더욱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은 ‘다불유시’라고 거꾸로 읽어보면 안다. 영어의 WC(water closet)를 이렇게 표기한 것이다. 보석사는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義僧軍)을 이끌고 청주성을 탈환한 영규 대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한다. 유서 깊은 절의 현대적 감각을 지닌 스님의 위트가 놀랍다. 요즘엔 누구나 산중 사찰의 뒷간을 해우소라 일컫는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생각보다 오래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통도사 극락암의 조실이었던 경봉(1892~1982) 스님의 조어(造語) 솜씨로 알려진다. 1950년대 어느 날 스님은 극락암의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와 휴급소(休急所)라는 푯말을 내걸었다. 큰일을 보는 공간을 해우소, 작은 일을 보는 공간을 휴급소라고 각각 이름붙인 것이다. 그리고는 “휴급소에서 급한 마음을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을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를 닦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경봉은 “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인데 중생은 화급한 것은 잊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한다”면서 “해우소는 쓸데없이 바쁜 마음을 쉬어가라는 뜻”이라고 했다. 해우소는 결국 몸은 물론 마음의 근심까지 푸는 여유를 찾는 곳이다. 법정이 해우소에 들어서는 자신에게 ‘기도하라’고 다그친 것도 다르지 않은 의미일 것이다. 절의 화장실로는 순천 선암사 측간(厠間)과 영월 보덕사 해우소가 시·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모두 산지 사찰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누각식으로 지었다. 용변을 보는 곳과 배설물이 쌓이는 곳의 고저 차이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선암사에는 ‘정월 초하루에 힘을 주면 섣달그믐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산바람이 사시사철 부니 코를 막는 수고로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해우소 배설물은 퇴비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찾은 남원 실상사의 해우소는 새로 지었음에도 이런 원리를 살려 놓아 기억에 남아 있다. 월정사 원행 스님의 산문집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 겨울을 나는 김장 채소는 해우소 거름으로 큰다는 것이다. 그의 은사는 구겨진 포장지를 일일이 다리미로 다린 뒤 손바닥만 하게 오려 해우소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옆에는 ‘일회삼매이상불가’(一回三昧以上不可)라고 적었다. 한 번에 석 장 이상 쓰지 말라는 검약의 가르침인데, 삼매(三枚)가 아니라 깨달음의 경지인 삼매(三昧)라고 쓴 것이 묘미다. 해우소에서도 수행 정진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농중진담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해우소 대신 정랑(淨廊)이라는 전통적 표현을 쓰고 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특징도 없이 콘크리트로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그런데 이곳은 특이하게 신발을 갈아 신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그 간단한 절차가 마치 세속의 공간에서 정화된 공간으로 들어서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길상사 정랑의 내부는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어도 좋을 만큼 깨끗하다. 다른 사람의 느낌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깨끗하기 어려워 깨끗함을 강조한 정랑이라는 표현이 역설이 아니었다. 길상사 정랑은 그저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화장실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문화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담아놓은 뜻 만큼은 충분히 문화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사진설명  1. 충남 금산 보석사로 오르는 길.  2. 보석사 해우소에 걸린 푯말  3. 전남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순천 선암사 측간(문화재청 사진)  4. 강원도 문화재 자료인 영월 보덕사 해우소(문화재청 사진)  5. 서울 성북동 길상사 정랑의 내부
  • [길섶에서] 남의 날/손성진 논설실장

    의과대학 교수로 있는 친구 M이 책을 냈다. 대학 다닐 때부터 틈틈이 쓴 글을 모았다는 산문집이다. ‘인생의 순례길에서 나를 만나다’란 의미심장한 제목이었으나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동안 책상에 놓아두다 읽어 보니 글 쓰는 일이 직업인 내가 부끄러울 만큼 글솜씨가 훌륭했다. 수필가를 뺨칠 정도라고 하면 친구는 물론 과찬이라고 하겠지만. 필력만큼 글의 내용도 좋았는데 50여 꼭지의 글 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글이 ‘남의 날’이다. 이웃에게 무관심한 요즘 사회에서 1년에 하루만이라도 자기나 가족이 아닌 남을 생각해 주는 날을 만들어 보자는 배려심 넘치는 생각이다. ‘하루 외식 안 하고 그 돈을 모아 고아원을 방문하는 날’, ‘자동차 경적을 울리지 않고 양보하는 날’, ‘남의 논에 물을 먼저 대 주는 날’, ‘남을 위해 기도하는 날’…. 우리는 남을 위하기는커녕 남을 욕하고 남이 잘되면 배 아파 하기도 하는 속물 아니던가. ‘어버이날’, ‘부부의 날’처럼 ‘남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안 되어도 누구나 하루를 정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세상이 달라지리라.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안산시청 사진동호회 4일부터 전시회

    안산시청 사진동호회 4일부터 전시회

    올해로 10회를 맞은 안산시청사진동호회 전시회가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경기 안산시 예술의전당 제2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산, 들, 바다, 도심 등 국내외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이광희 동호회장은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안산문화예술발전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전시회 취지를 밝혔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궁중의상으로 관광객 홀려볼까

    ‘사회적기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성북구의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가 궁중 의상을 활용한 체험관광 사업에 도전한다. 성북구는 31일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모델 교육을 하는 뉴시니어라이프가 한복 패션쇼 및 궁중의상을 활용한 관광 사업에 도전한다”며 “성북구가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벌인 결과”라고 밝혔다. 뉴시니어라이프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모델교육을 해 1500여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TV 광고, 신문 지면광고, 홈쇼핑, 사진 등 각종 매체에서 시니어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국내는 물론 독일, 네덜란드, 중국, 일본 등에서 궁중의상 패션쇼를 모두 106번 열었다. 최근 일본과 오키나와를 오가는 크루즈선에서 패션쇼를 열고 큰 반향을 얻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뉴시니어라이프는 한복 패션쇼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 모델들이 크루즈선, 지방공항, 관광특구 등을 찾아 궁중 한복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한국관광공사의 ‘2015 창조관광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내년 초까지 관광공사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 뉴시니어라이프는 지난 27일 심산문화센터 아트홀에서 패션콘서트를 열고 신사업 도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궁중 의상 등의 한복을 직접 제작하여 700벌 이상 보유하고 있는 뉴시니어라이프는 한복을 직접 입어보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체험 행사도 운영할 계획이다. 뉴시니어라이프는 모델 교육을 받는 수료생뿐 아니라 직원 대부분이 50세 이상으로 구성된 사회적기업이다. 뉴시니어라이프 관계자는 “같은 나이대의 모델이 입은 옷을 사고 싶어하는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등 시니어 모델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가을, 여심 그리고 詩

    가을, 여심 그리고 詩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가을이 우리 앞에서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31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의 대형 글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글판에는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 발췌한 문구가 실렸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이 여자가 야하다고? 규범에 갇혀 있군요!

    이 여자가 야하다고? 규범에 갇혀 있군요!

    모더니즘/피터 게이 지음/정주연 옮김/민음사/816쪽/3만 5000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막막해지는 것들이 있다. ‘모더니즘’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유럽 근대사상을 연구한 저명한 문화사학자 피터 게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통해 다양성 속의 통일성, 단일한 심미적 사고 방식, 눈에 띄는 양식, 즉 모더니즘 양식을 발견하는 데 주력했다. 새 책 ‘모더니즘’은 지난 5월 뉴욕에서 눈을 감은 그가 평생의 연구를 집대성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집필한 마지막 저작이다. ●性의 해방·개성 표현·솔직함 중시 모더니즘은 대략 184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초까지, 보들레르와 플로베르에서 베케트와 그 이후 잭슨 폴록, 앤디 워홀의 팝아트까지를 아우른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견디었고, 전체주의의 혹독한 적개심을 이겼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인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시작은 프랑스 파리였지만 서서히 거점을 미국 뉴욕으로 옮겼다. 물질주의에 대한 반항, 부르주아들의 가식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은 성의 해방, 솔직함, 자신만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과 연결된다. ●보들레르·모네 등 당대 미학 비판 저자는 모더니즘의 특징을 ‘이단의 유혹, 즉 관습적인 감수성에 저항하려는 충동’과 ‘철저한 자기 탐구에서 비롯된 개성적 표현력’이라고 정리한다. 모던 발레의 거목 세르게이 댜길레프는 안무가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나를 놀라게 하라!”, 에즈라 파운드가 제시한 “새롭게 하라”는 슬로건은 많은 모더니스트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저자는 시인 보들레르를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가장 자격이 있다고 지목한다.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미술비평, 스스로에 대한 공정한 평가, 내밀한 시적 언어로 문학적 한계에 반항한 점, 탁월한 시적인 재능 등으로 보들레르는 모더니즘의 근본 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들레르와 같은 시대에 진보적 아웃사이더로 꼽혔던 또 다른 인물은 화가 마네다. 역사가들은 당대의 미학과 도덕적 규범을 가장 심하게 비웃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1863)를 최초의 모더니즘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어 클로드 모네와 뜻을 같이하는 반아카데미 화가 스물아홉 명이 1874년 4월 파리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이때 전시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유래해 훗날 인상파라고 이름 지어지는 이들을 어떤 비평가들은 ‘비타협주의자’라고 불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다”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을 옹호했던 테오필 고티에의 신조는 예술가를 숭배하는 미학운동의 선구자 휘슬러를 거쳐 19세기 후반 유미주의자들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인물은 오스카 와일드. 인생의 목표가 세상이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공언했던 그는 결국 그 신념 때문에 파멸했다. ●그림·건축 등으로 자유 열정 증명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험난한 여정이었다. 히틀러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살아남은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은 전체주의의 박해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살아남았음을 소설과 그림, 건축으로 증명해 보였다. 모든 노력은 결국 예술적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귀결된다. 책은 모더니즘의 발생부터 발전, 쇠퇴에 이르기까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례들을 통해 소개한다. 산문과 시, 음악과 무용, 건축과 디자인, 연극과 영화, 아방가르드까지 각 장르의 모더니스트들과 예술가들의 상호교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도판을 곁들이고 있지만 자칫하면 모더니즘의 광대한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리기 쉽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더 넓어진 한·중·일 공연 교류의 장

    더 넓어진 한·중·일 공연 교류의 장

    올해 22회를 맞이하는 베세토 연극제가 한층 넓어지고 젊어졌다. 한·중·일 3국의 연극인들이 1993년 창설한 베세토 연극제는 올해 연극뿐 아니라 무용, 다원예술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름도 ‘베세토 페스티벌’로 재단장했다. 또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돼 ‘동시대 아시아 연극 교류’를 전면에 내세운다. 해마다 3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가운데 올해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다음달 4일부터 24일까지 펼쳐진다. 한국의 베세토위원회가 2012년 성기웅, 윤한솔, 김재엽 등 젊은 연출가들로 세대교체된 데 이어 일본도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세대교체 후 처음으로 열리는 베세토 페스티벌은 ▲동시대 아시아를 담는 주제 ▲젊은 아티스트 소개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참가작들에서는 실험성과 차별화된 시도가 돋보인다. 최근 연극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양손프로젝트는 ‘한중일 단편선-한 개의 사람’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단편소설 3편을 연극 무대로 옮긴다. 김동인의 ‘감자’, 위화의 ‘황혼 속의 남자아이’,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를 서로 다른 형식에 담아 색다른 무대화를 시도한다. 또 다른 한국 극단 무브먼트 당당은 ‘불행’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 이뤄진 무대에서 ‘불행’이라는 주제로 제각각의 이야기를 풀어 가며 관객들의 상상을 통해 완성된다. 일본의 무용단 노이즘은 ‘상자 속의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모든 이의 찬사를 얻지만 정작 자신은 만족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의 고뇌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의 황잉 스튜디오는 중국 당대의 전기소설 ‘침중기’(枕中記)를 신국극 형식으로 재창작한 ‘황량일몽’을 공연한다. 중국의 또 다른 극단 항주 월극원은 헨릭 입센의 원작을 중국의 전통극인 월극으로 재해석한 ‘바다에서 온 여인’을, 홍콩화극단은 현대인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혼돈을 그린 ‘얼론’(ALONE)을 소개한다. 더불어 6일에는 남산예술센터에서 한·중·일 3국의 연출가들이 공동 작업을 도모하는 워크숍 프로그램 ‘베세토 아시아 네트워크’가 열린다. 워크숍 중간 결과물은 페스티벌 기간 중 공연된다. 2만~3만원. (02)889-3561.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삼성-두산(잠실) ●NC-한화(대전) ●SK-KIA(광주) ●LG-롯데(사직) ●넥센-kt(수원 이상 오후 6시 30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부산-서울(부산아시아드) ●광주-대전(광주월드컵) ●전북-전남(전주월드컵 이상 오후 7시) ●인천-제주(인천전용) ●울산-포항(울산문수월드컵) ●수원-성남(수원월드컵 이상 오후 7시 30분)
  • 해외여행 | 뱃길 따라 유유자적 산둥성山東省 산책

    해외여행 | 뱃길 따라 유유자적 산둥성山東省 산책

    인천에서 위동페리에 몸을 실은 지 17시간, 칭다오靑岛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물길 따라 건너온 칭다오. 산둥성은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여유로웠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처음 가본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이름도 생소하고 가는 길마저 낯설었다. 배에 오르기 직전까지 ‘배를 타면 이렇다, 저렇다’ 말했던 경험자들의 얘기가 머릿속에서 엉키기 시작했다. 배 멀미에 대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오른 페리. 왕복 34시간을 바다 위에서 지내 본 소감을 말하라 한다면 한마디로 ‘예스’다. 화려하고 고급스럽진 않더라도 물 위에서 오고 가는 시간만큼은 바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 오랜 이동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부대시설도 있다. 드디어 도착한 칭다오. 칭다오 주민들이 칭다오를 표현하는 여덟 글자가 있으니 藍天남천, 碧海벽해, 紅瓦홍와, 綠樹녹수. 푸른 하늘과 옥색 바다, 빨간 지붕 그리고 청색 나무라는 뜻인데 그만큼 위아래, 앞뒤로 볼 것 많고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이라는 의미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칭다오는 40여 년간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중국의 주요 무역항으로 변화했고 당시 지어졌던 독일풍 건물들이 대표적인 볼거리로 남았다. 붉은색 지붕을 갖춘 고풍스런 건물들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지금은 중국 고위 간부나 부유층의 저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독일 식민시대 당시의 옛 건물들은 칭다오 구도시에서 볼 수 있다. 구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샤오위산小魚山·소어산공원이다. ‘작은 고기를 말렸던 산’이라는 의미의 샤오위산은 중국 정부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누각을 세운 덕분에 칭다오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전망 좋은 공원으로 알려졌다. 공원 곳곳에는 물고기 모양의 조각이 있으며 정상에서는 구도시의 전경은 물론 칭다오에서 가장 큰 제1해수욕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중국의 예비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위해 찾아온다. 과거 칭다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도시와 다르게 신도시는 세련되고 깔끔하다. 새롭게 개발한 도시답게 깨끗한 도로와 높은 빌딩들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라오산 물이 좌우하는 맥주의 맛 칭다오에서 놓치면 안 되는 한 가지, 칭다오맥주靑岛啤酒다. 독일인이 남긴 또 하나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칭다오맥주는 독일의 맥주 양조법과 칭다오의 맑은 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덕분에 현재 칭다오맥주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6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칭다오에서는 매년 8월, 독일의 최대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못지않은 성대한 칭다오 국제 맥주축제青岛国际啤酒节를 개최한다. 아시아 최대의 맥주축제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세계 4대 맥주축제로도 꼽힌다. 칭다오맥주가 세계적인 맥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 맛을 결정짓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수원水原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칭다오맥주를 생산하는 공장은 중국과 타이완을 포함해 19개의 성省에 54개가 있는데, 산둥성에 무려 17개의 공장이 있다. 칭다오맥주가 처음 생산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물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곳이 산둥성이기 때문이다. 맥주 맛의 근원은 칭다오맥주의 수원인 라오산崂山산맥의 지하수에서 찾을 수 있다. 라오산은 칭다오의 동북부에 위치한 산으로 당나라 시인인 이백이 “중국 동해바다 위에서 보는 라오산의 자주색 노을이 최고로다”라는 시구를 읊었을 만큼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지형이 복잡하고 하천의 길이가 짧은데다 물살까지 세지만 이곳의 지하수만큼은 중국 그 어느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보다 맑다고. 덕분에 라오산의 지하수를 수원으로 만든 칭다오맥주는 다른 그 어떤 지역 맥주보다 시원하고 상쾌한 맛을 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칭다오맥주 박물관青岛啤酒博物馆 독일 식민지 시절 독일이 가장 처음1903년 세운 칭다오 맥주공장은 현재 ‘박물관’으로 재설계해 칭다오맥주의 역사를 기록했다. 100여년 전 첫 맥주를 생산할 때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재현했고 당시 사용했던 당화糖化 기계 등을 전시했다. 맥주의 공정 과정은 물론 원액 그대로의 칭다오맥주와 생맥주,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 1층 상점에서는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56 Dengzhou Rd, TaiDong ShangQuan, Shibei, Qingdao +86 0532 8383 3437 www.tsingtaomuseum.com 염원을 담은 발걸음 칭다오까지 갔으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도교의 성지로 불리는 타이산太山까지는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칭다오에서 타이산이 있는 타이안泰安시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5시간. 대구 사투리를 섞어가며 구수하게 타이안에 대해 설명하던 가이드는 “5시간이면 가까운 거리”라며 일행을 다독였다. 산둥성 중부에 위치한 타이안은 평원이 발달해 곡류의 생산량이 풍부하다. 강수량도 적어 과일의 당도도 높다고. 그래서인지 길옆에서 돗자리를 펴고 앵두를 팔고 있는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 사 먹어도 상큼달달해 더운 날씨에 사라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타이산은 타이안의 평원지대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 중국 5대 명산을 칭하는 오악五岳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동악東岳으로, 웅장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자연경관과 도교의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을 동시에 지정했다. 중국에서도 관광지 등급 중 최고 등급인 5A급 관광지다. 타이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다. 평일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었으니, 그들이 생각하는 타이산의 의미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타이산은 쉽게 오를 수 없는 성스러운 산이다. 과거 황제들도 타이산의 봉선제封禪祭에서 제사를 지내야만 진정한 황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을 정도. 때문에 진시황제를 비롯해 중국 역사상 72명의 황제가 타이산에 올라 봉선의식을 치뤘다고 한다. 공자, 사마천, 두보, 이백, 제갈량 등 수려한 역사 속 인물들도 타이산에 올라 경치에 감탄해 그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해 남기기도 했다. 케이블카와 버스가 없었던 시기에는 1,545m의 높이를 7,000여 개의 돌계단으로 모두 걸어 올라야만 했다. 정상까지 최소 1박 2일은 소요되는 거리였기에 중국 사람들에게도 타이산을 한 번 오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타이산을 한 번 등정할 때마다 10년은 젊어진다’는 말도 있다. 타이산을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용하는 코스는 남천문南天門 코스. 가장 먼저 관광지로 개발된 코스로 산문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중간 지점인 중천문中天門까지 2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중천문에서 정상에 가까운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로 이동이 가능해 한결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남천문에서 정상인 옥황정玉皇頂까지는 도보로 여유 있게 둘러봐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날씨가 맑은 날 옥황정을 오르면 타이산을 둘러싼 능선은 물론 타이안 시내까지 한눈에 담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물의 도시라 불러다오 산둥성에서 성도인 지난濟南은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 지난에만 크고 작은 샘물이 3,000개에 달하고 지난시 중심에만 140여 곳의 천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지난에는 지하철이 없고 지상으로 전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전동차가 다닌다. 높은 건물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낙 물이 많이 흐르는 곳이라 지반이 높은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서 대부분 낮은 건물이 줄지어 있다.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찾은 표돌천趵突泉은 이르다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 넘친다. 삼삼오오 모여 태극권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어머님들부터 아침 햇볕 아래 홀로 운동을 즐기는 어르신도 보인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가방 한 가득 물통을 담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표돌천의 물맛이 달달해 청나라의 건륭제가 베이징의 옥천수玉泉水를 표돌천의 샘물로 바꿔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더니, 어르신들 역시 물을 담아 가기 위해 식수대 옆에 모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의 수많은 샘물 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72개 정도. 그중 제일로 치는 샘물이 표돌천이다. ‘표돌趵突’이라는 한자 그대로 스스로 솟구쳐 오르는 샘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고도 불린다. 표돌천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했고, 공원 역시 5A급 관광지로 인정받았다. 물론 공원의 한가운데에 세 갈래로 올라오는 표돌천이 자리했다. 표돌천 물줄기는 평균 수온이 18도로 겨울이면 물 위에 수증기가 가득하다고. 공원 안에는 표돌천 외에도 금선천, 수옥천 등 20여 개의 천이 샘솟는다. ▶travel info SHANDONG FERRY 위동페리 뉴 골든 브릿지 V New Golden Bridge V 인천-칭다오 항로를 오가며 이동시간은 약 17시간. 선내에는 노래방과 레스토랑, 커피숍, 편의점, 면세점 등이 입점해 있다. 단체 여행객의 경우 미리 예약하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선상 칵테일 파티’가 가능하고, 기존 식비에 1인 1만원씩 추가하면 별도의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회와 새우튀김 등 해산물을 재료로 한 편안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승무원들의 다양한 이벤트는 덤이다. 인천에서 칭다오를 가는 길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칭다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매직쇼와 노래자랑, 부채춤 등을 선보인다. 인천에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출발하고 칭다오에서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출발해 이튿날 인천항에 도착한다. 위동페리 www.weidong.com 032-770-8000 객실종류 딜럭스로열(2인실), 로열(2인실), 비즈니스(2층 침대, 4~8인실), 이코노미(2층 침대·다다미, 11~17인실), 이코노미침대(2층 침대, 50인실), 이코노미다다미(2층 침대·다다미, 64인실) HOTEL 칭다오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Qingdao Doubletree by Hilton Hotel 칭다오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피로를 확실하게 풀어 줄 수 있는 호텔. 세계적인 체인 호텔인 만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물론 국제공항에서도 멀지 않다.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호텔-공항 무료 셔틀 버스도 운행한다고. 수영장, 헬스클럽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조식도 알차다. 객실에서 와이파이WI-FI 사용이 유료라는 점은 아쉽지만 로비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Yanqing 1st Class Hwy Jimo Section, Jimo, Qingdao doubletree.hilton.co.kr +86 532 8098 8888 RESTAURANT LINDEN BBQ炭火良田 지난에서 칭다오맥주를 양꼬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숯불구이 꼬치 전문 체인점. 실내의 벽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가득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서비스 역시 만점이다. 양꼬치는 물론 닭날개, 생선꼬치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맛볼 수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와이파이WI-FI도 제공한다. 17 Longitude 11th Rd, Lixia, Jinan 11:00~01:00 +86 0531 8266 1548 글·사진 양이슬 기자 취재협조 위동페리 www.weidong.com 032-770-800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삼성-LG(잠실) ●NC-넥센(목동) ●두산-KIA(광주) ●SK-롯데(사직) ●한화-kt(수원 이상 오후 6시 30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광주-전남(광주월드컵) ●전북-부산(전주월드컵 이상 오후 7시) ●인천-포항(인천전용) ●수원-대전(수원월드컵) ●성남-제주(탄천종합운) ●울산-서울(울산문수 이상 오후 7시 30분) △K리그 챌린지 ●경남-안산(창원축구센터) ●상주-서울이랜드(상주시민운) ●강원-부천(속초종합운) ●안양-고양(안양종합운) ●충주-수원(충주종합운 이상 오후 7시) ■양궁 컴파운드 3차대회 및 대통령기 전국남녀대회(오후 2시 50분 예천 김진호국제양궁장) ■테니스 △제1차 김천퓨쳐스대회(김천종합스포츠타운) △소강배 전국남녀중고대회(양구)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1] 터널이 관통할 뻔한 밀양 봉성사터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1] 터널이 관통할 뻔한 밀양 봉성사터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고속국도 제14호선 건설공사 구간에서 ‘삼국유사’에 기록이 나오는 봉성사(奉聖寺)의 옛터를 발견했다. 지난해 3월 착공한 전장 45.17㎞ 밀양-울산 고속도로의 경남 밀양시 산외면 금곡리 산외3터널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도로공사는 당초 한 대학 박물관팀이 지난 1999년 이 일대를 시굴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절터로 추정되는 유물산포지를 피해서 고속도로를 설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터널 공사에 들어가 유물이 발견되는 상황을 보니 절터는 시굴조사 당시 절터 추정 지역보다 훨씬 넓었다. 설계대로라면 터널은 봉성사터의 한복판을 관통할 수 밖에 없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현장에서는 건물터와 기와 등 유구와 유물이 쏟아져 나왔고, 주변에서는 분청사기 가마터와 지석묘로 추정되는 유구도 확인됐다. 결국 울산문화재연구원이 지난 5월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봉성사’(奉聖寺)라고 새겨진 기와를 찾아낸 것이다. 봉성사는 그동안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으니 확기적인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발굴조사에서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석재 등이 출토됐다. 이후 15세기 조선시대까지도 중창과 보수가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봉성사는 청도 운문사(雲門寺)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운문사를 중창한 신라 말의 고승 보양(寶壤)은 당나라에서 불교를 배우고 돌아온 뒤 봉성사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고려 태조가 청도 견성(犬城)에 출몰하는 산적을 쫒아내려 했지만 쉽게 항복하지 않자 봉성사로 보양을 찾아갔다. 태조가 도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방책을 묻자 보양은 “대개 개(犬)는 밤에 지키되 낮에는 지키지 않고, 앞은 지키되 뒤를 잊어버리는 것이니 마땅히 낮에 성의 북쪽을 쳐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태조가 그대로 했더니 도적의 무리가 항복했다는 것이다. 태조는 보양의 지혜에 탄복하며 해마다 이웃 고을의 조세 50석을 이 절에 주도록 했다. 이후 절에 보양과 태조의 초상을 봉안하였으므로 봉성사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봉성사와 운문사는 흔히 영남알프스라고 하는 가지산을 사이에 두고 밀양 땅과 청도 땅에 각각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중요한 절이니 터널에 휩쓸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터널의 위치를 봉성사의 한복판에서 절터 아랫쪽으로 옮기는 도로공사의 수정안을 승인했다. 터널 위에 절터가 자리잡는 형국이니 공법도 폭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진동공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역의 숙원사업인 고속도로 공사가 한동안 중단된 것은 물론 고속도로 건설비용도 수십억원이 늘어나게 됐다고 한다. 애초 시굴조사가 정확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밀양-울산 고속도로는 오는 2020년 준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글·사진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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