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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TV 하이라이트]

    ●KBS 스페셜(KBS1 오후 8시)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주요도시 집값은 모두 1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서울 강남의 집값은 금융위기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하락했던 집값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최근 DTI 규제와 재건축 호재 속에 혼돈을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점검해본다.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계절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일본의 명산 북알프스. 일본의 기후현, 도야마현, 나가노현에 길게 뻗어 있는 북알프스 산맥은 야리가다케를 포함한 3000m급의 산들로 이뤄져 있다. 산을 좋아하는 탤런트 임호와 함께 가을빛에 물들어가는 야리가다케를 만나러 간다. ●일요일 밤으로(KBS2 오후 11시35분) ‘한국비하 발언’ 논란으로 돌연 사라진 아이돌 스타. 촉망받던 아이돌 스타 박재범이 도망치듯 이 땅을 떠난 지 한달. 출국 이후 시애틀 현지 생활을 제작진이 방송 최초로 포착했다. 교포 3세로서, 한국을 대표했던 아이돌 가수 박재범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드넓은 장남평야가 황금빛으로 물든 풍년의 고장,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1리를 찾아간다. 밤이면 밤마다 도란도란 모여 가마니 치며 새댁 때부터 단짝으로 지낸 김옥남, 권복임 어르신. 그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새끼 꼬기 대회를 열었다. 과연 새끼 꼬기 대회의 승자는 누구?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서유럽을 재패한 나폴레옹이 영국에 참패한 트라팔가 해전. 그런데 이 전쟁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비밀스러운 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과연, 그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에게 해 남단 크레타 섬에 전해지는 미궁 미스터리. 그곳에 정말 미궁이 있는 것일까? ●그대 웃어요(SBS 오후 10시) 쫓겨난 정인은 현수와 술 마시고 헤어진 한세가 팔을 붙잡고 당장 같이 가자고 하자 당황한다. 정인은 길거리에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이제 나타나 무슨 행패냐며 현수쪽으로 바짝 붙어 한세를 신경 쓰이게 만든다. 현수의 방으로 들어간 한세는 정인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하늘에서 본 지구(OBS 오후 6시55분) 1999년에 출간돼 전 세계에 350만 부 이상 팔린 사진집 ‘하늘에서 본 지구’가 고화질(HD) 다큐멘터리로 방송된다. 세계적인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진집에 수록된 현장을 HD영상카메라로 다시 촬영한 ‘어스 프롬 어버브(Earth from above)’로, 지구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 사진으로 보는 지구촌 유산

    사진으로 보는 지구촌 유산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유네스코가 1972년부터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유산협약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것들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들이 신청한 세계유산을 선정하는데, 분야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문화와 자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 등 3가지다. 문화유산은 조선왕릉이나 창덕궁처럼 유적·건축물·장소로 구성되고,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 등 자연의 형태나 지질학적·지문학(地文學)적 생성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등이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들이다. ●조선왕릉 등 108점 28일부터 서울갤러리에서 전시 한국의 경우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조선왕릉(2009) 등 8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이 등재됐다. 북한은 2004년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148개국 850건. 자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전세계를 유람하며 눈과 마음과 머리로 인류의 유산을 즐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 전시를 학수고대할 필요가 있겠다. ‘세계유산 및 조선왕릉의 신비특별전’이다. 서울신문사와 한마음실천연대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한다.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10월28~12월31일까지 약 2달 넘게 진행되는 사진전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5개 대륙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신비로운 느낌이 강한 사진 99점과 한국의 세계유산 9점을 대형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총 108점. 이 사진들은 일본출신의 사진작가 토미 요시오가 30여년에 걸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쫓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각 나라마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지정을 신청하면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촬영한 작가는 요시오가 거의 유일하다. 요시오는 1977년 도쿄사진전문대를 졸업하고, 1982년 일본사진가협회에 등록한 작가. 세계유산사진전 전시는 1999년부터 웹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2006년 일본 도쿄와 2007년요코하마에서 각각 세계유산사진전을 개최했다. ●日출신 사진작가 토미 요시오 30년간 찍은 작품 대표적인 사진으로 중국 다쭈암각화(1999년 등재), 프랑스 몽쉘미쉘만(1979, 2007),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1978), 호주 울루루카타추타공원(1987, 1994), 캐나다 록키산맥공원(1984), 노르웨이 베르겐의 브리겐지역(1979),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역사센터(1992), 중국 이허위엔(1998), 아르헨티나 우마우카협곡(2003),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1983), 모르코 마라케쉬의 메디나(1985),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2007) 등이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마애석가상(2000), 종묘(1995)와 불국사, 수원화성 등 9점. 사진들은 대체적으로 유물 전체를 보여주기 위해 부감을 줘서 찍어서 시원한 맛이 있다. 컬러 사진 특유의 화려한 색채도 자랑한다. 전시의 구성은 세계유산 108점을 제1전시실에서 모두 보여주고, 2전시실에서는 대형 사진으로 한국의 세계유산 9점을 특별히 전시한다. 2전시실에서는 태조 건원릉 모형을 똑같이 재현해 놓고, 40기의 조선왕릉과 순종 국장의 장면을 슬라이드 쇼로 상영한다. 관람료 성인 7000원. (02)3676-784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토요 포커스] ‘뜨거운 감자’ 세종시는

    [토요 포커스] ‘뜨거운 감자’ 세종시는

    세종시는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에 조성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말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는 세종시를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이라고 소개한다. 풍수지리로 세종시를 소개한 것을 보면 부지 선정을 할 때, 풍수지리학을 참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종시는 뒤로는 원수산, 앞으로는 금강이 있고 그 가운데 장남평야라는 드넓은 들판이 있어 작은 도시가 들어가기에 적합한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시가 남쪽을 바라보고 앞뒤로 산과 강이 펼쳐져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이라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 터의 기준을 어느 정도 만족시킨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행정수도로 적절하지만 인구 수백만명을 수용할 큰 도시의 입지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산(원수산)과 좌청룡(전월산)은 있으나 우백호가 약하고 안산이 없는 것도 풍수에서는 흠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김두규 교수는 “세종시 설계 당선작인 스페인 작가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의 작품은 한국의 지형지세나 기후조건을 무시하고 설계됐다.”면서 “설계대로 도시가 건설되면 적지 않는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설계안대로라면 주변의 많은 산들을 파괴해야 도시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유의 형태인 고리처럼 둥근 환상형(環狀形)의 도시나 남향의 건물 배치가 아니고 24방위의 건물배치가 된다. 주산은 목성으로, 학문과 관리가 배출되는 땅의 형세를 가지고 있다. 풍수에서는 목성의 땅에 관리들이 근무하면 지혜로운 결정을 한다고 본다. 반면 상업이나 금융의 도시로는 적절하지 않다. 김두규 교수는 지방 분권의 대안으로 세종시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당리당략에 따라 도시의 용도를 바꾸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며 “행정수도로서 세종시는 풍수지리적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만큼 큰 도시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한가위 낭보, 강강술래 세계유산 등재

    강강술래와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 우리 무형문화재 5건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그제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받은 큰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미 등재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를 포함해 모두 8건의 세계무형유산을 가진 나라가 됐다. 세계무형유산 등재는 각국의 고유한 구전·무형유산 중에서도 인류가 우선적으로 함께 기억, 보존할 가치가 있는 우수한 유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유산의 등재는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올해 심사에선 무엇보다 고유의 문화다양성을 높이 샀단다. 특히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시작하는 첫해에 5건을 등재시켰다는 점에서 빛을 더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 역사, 예술적 특색을 담은 무형유산은 얼마든지 있다.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존중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각국의 세계유산 신청이 쇄도할 전망이다. 우리도 내년 심사대상으로 40여건을 신청해 놓았다. 비단 세계유산 등재란 명예를 떠나 우리 고유의 자산을 보존해 후손에게 넘겨줄 책무는 당연한 것이다. 올해 우리와 함께 유네스코 목록에 유산을 등재시킨 중국·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무형문화 보존책을 펴는 나라들이다. 우수한 우리의 무형 자산들을 세계인과 함께 보존, 전승하기 위해 국민적인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 [길섶에서] 두고 온 별/함혜리 논설위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전문경영인(CEO)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강석진 작가가 그렇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한국사업을 20년간 총괄해 오면서도 여름 휴가만 되면 한달 가까이 캔버스와 화구를 챙겨 어딘가로 떠났다는 그다. 그렇게 30년.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이 화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서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주제는 ‘두고 온 별, 우리의 산하’.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거예요. 나중에 화첩만 들고 가더라도 두고 온 지구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하얀 모시저고리를 차려입은 인자하신 어머니,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생명력 넘치는 5월의 들녘, 아스라이 보이는 산들을 담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다시 보였다. 두고 온 별의 추억들…. 멋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만화로 보는 산악인 이야기

    만화로 보는 산악인 이야기

    역사의 기록은 이렇다. “1953년 5월29일, 뉴질랜드 출신 에드문드 힐러리(1919~2008년)와 네팔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1914~1986년)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라고. 하지만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 하면 기억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영국 출신 산악인 ‘조지 맬러리’(1886~1924년)다. 그 이름은 익숙지 않아도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그가 남긴 “거기 산이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라는 대답을 처음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오은선 대장의 14좌 완등 도전으로 히말라야로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조지 맬러리를 소재로 한 산악만화가 출간됐다. 일본 소설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니구치 지로의 ‘신들의 봉우리’(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펴냄)는 조지 맬러리의 흔적을 추적하는 산악인의 이야기다. 맬러리는 1924년 영국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해 정상 근처에서 실종됐다. 이후 75년이 지난 1999년 정상 아래 200m 지점에서 그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그가 정상을 밟았는지 여부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야기는 1993년 사진작가 ‘후카마치 마코토’가 조지 맬러리가 원정 때 가지고 간 것과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입수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카메라와 함께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설적 산악인 ‘하부 조지’를 만나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의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작품은 하부 조지가 등반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성장과정, 산악계의 전설이 되는 과정 등을 중심으로 맬러리의 이야기를 섞어 간다. 극중 배경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계의 명산들은 작가 특유의 세밀한 펜터치로 되살아나 있다. 고산 특유의 고도감과 웅장함이 잘 살아나는 작화 구도, 또 보기 좋게 연출된 등반 과정에서의 긴박감은 극한 상황 속에 갇힌 인간 심리와 자연의 위대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전 5권 중 1~2권만 출간된 상태. 새달 3권이, 그 다음달 4권이 나와 내년 초쯤 완간될 예정이다. 2001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최우수상, 2005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화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잔뜩 쌓여 있는 책과 과일, 귀여운 토끼까지. 화려한 색채를 입은 갖가지 기물들이 6폭의 병풍 속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선비들의 방을 장식하던 책거리 병풍. 그런데 학업에 매진해야 할 선비들의 병풍에 왜 과일과 술잔이 그려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풍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정말 우리나라의 민화일까.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모여 있는 히말라야. 네팔 쿰부 히말라야는 초오유, 마칼루 등 8000m급 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그동안 수많은 산악인들의 꿈과 도전의 무대가 되어왔다. 인천대학교 산악대원들이 그 에베레스트를 오른다.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춘당2리 노인들을 만나본다. 36살 젊은 나이에 사별하고 온갖 고생을 하며 5남매를 훌륭히 키워내신 허영복씨. 아흔의 연세에도 부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실 정도로 정정한 남편인 춘당2리의 최고령 부부 이병섭씨와 김춘복씨의 이야기 등을 들어본다. ●SBS 스페셜(SBS 오후 11시20분) 앙드레 김의 다양하고도 진솔한 실제 모습을 일곱 단계로 나누어 소개한다. 47년의 경력을 가진 74세 패션디자이너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되새겨 본다. 또 앙드레김이 28년 전부터 돌멩이 하나, 흙 한 줌까지도 차곡차곡 고르고 날라가며 지어왔다는 경기도 기흥의 아뜰리에를 최초로 공개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1960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불모의 행성으로 알려져 있던 화성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화성의 사진들이 공개되었고 그 이후 화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과연 화성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천만번 사랑해(SBS 오후 8시50분) 세훈은 선영의 복대를 발견하게 되고 그동안 임신한 척 연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리모가 세훈의 아이를 낳아줄 거라는 선영의 말에 세훈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점점 배가 불러오는 은님이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리며 우울해 하는데….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남아프리카의 마라켈레 국립공원. 몇 년 전 이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때 이곳에는 몇 종의 동물들밖에 없었다. 지금 마라켈레 공원에 사는 초식동물과 그들을 사냥하는 육식동물 상당수는 다른 공원에서 데려 온 것이다. 이렇듯 아프리카의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일부 동물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 시기하느냐? 고로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작가 알렉산더 로다 로다(1872~1945)는 시기심에 대해 “남의 불행을 고소해할 기회가 부족한 까닭에 생겨난 분노”라고 정의했다.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드러낼 경우 경박하거나 예의 없다는 나쁜 평판을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인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간혹 이것을 12~18세기까지의 많은 신학자들은 ‘천국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라고도 했다. 천국으로 간 소수의 사람들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이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소해한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시기심-나는 시기하지 않는다’(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독문학자이자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연구소 소장인 롤프 하우블이 자신의 경험과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시기심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심리·사회·문학·종교·신화·광고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서술한 일종의 ‘시기심 종합백과사전’이다. 저자 하우블은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느끼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나는 시기하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이것은 위선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서양문화는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 말한다. 늘 시기하면서 스스로 시기한다는 인식조차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데, 저자는 시기심이야말로 인류의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파괴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흔히 시기심은 자신과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느낀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은 제자리걸음인데 후배나 부하 직원들이 앞서 나갈 때, 자신의 한창 때를 떠올리는 젊음과 아름다움·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젊은이를 만났을 때, 동정심을 베풀던 대상이 성공할 때에도 나타난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형제 간의 갈등도 시기심의 표현이다. 궁정악사였던 살리에리가 자신보다 6살 연하에 보잘 것 없는 지위의 ‘천재’ 모차르트를 시기하거나, 신에게 더 사랑받은 동생 아벨을 시기와 질투심 때문에 죽여버리는 카인처럼 말이다. 상업광고도 사람들의 시기심을 부추겨 구매를 촉진시킨다. 시기심의 일종인 고소해하는 심리에 대해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그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런 마음은 사람들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즉 근심이나 시기심·고통을 느낄 때 생겨난다.”고 말했다. 즉, 남의 불행을 보면서 자기의 불행을 가볍게 여길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행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안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기심 때문에 사회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평등하면 할수록 평등에 대한 욕구는 더욱 채워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시기심을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사람들의 시기심을 유발하는 유무형의 자산들(돈, 명예, 지위, 능력 등)이 불법적으로 형성됐을 경우 사람들은 시기심을 공평한 분배를 위한 투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시기심이 살아 있는 한 절차의 공정성을 통해 깨끗한 부와 명예의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1만 6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6) 화악산(華岳山) 실운현~북봉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6) 화악산(華岳山) 실운현~북봉

    그동안 화악산은 서글펐다. 경기도 최고봉으로 높이가 무려 1468m에 이르지만, 오래전부터 군부대가 정상부를 꿰차고 있어 산꾼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산은 그 값을 하기 마련이다. 화악산은 태백의 금대봉에 견줄 만한 야생화 천국이며 지리적으로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대길복지 명당이다. 화악산 북봉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면 밝은 기운 가득한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경기 오악(관악, 운악, 감악, 송악, 화악) 중에서 으뜸인 화악산은 정상에 군부대가 들어서 그 남서쪽 중봉(1446m)이 옹색하게 정상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산꾼들은 서너 시간 비지땀을 흘려 중봉에 올랐다가 군부대 철조망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총 7∼8시간쯤 걸리는 험준한 산길을 생각하면 두 번 찾기 힘든 고된 산행이다. ●화악터널 개통으로 접근 쉬워진 북봉 화악산이 재발견된 것은 화악지맥을 종주하는 선구적인 산꾼들 덕분이다. 화악지맥은 한북정맥의 국망봉과 백운산 사이에서 가지를 쳐 화악산, 북배산, 보납봉 등을 빚어내고 북한강에 그 맥을 가라앉힌다. 화악지맥을 따르면 석룡산, 화악산 북봉, 실운현, 응봉이 마루금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화악산 북봉이 산행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화악산 북봉 코스는 작년 말에 개통한 화악터널에서 시작해 실운현(1044m)에서 능선을 타고 북봉까지 오르내리는 코스가 좋다. 화악터널(890m)에서 북봉(1435m)까지는 약 2.5㎞, 2시간쯤 걸린다. 이 길은 험준한 화악산을 부드럽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초가을에 볼 수 있는 금강초롱, 투구꽃, 진범, 쑥부쟁이 등의 야생화를 만끽할 수 있다. 산행의 들머리는 화천 방향에서 화악터널을 보았을 때, 오른쪽으로 이어진 군사도로다. 임도처럼 널찍한 이 도로는 주인을 잃은 지 오래다. 가평 쪽 화악터널 앞으로 새로운 군사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봉선, 두메고들빼기, 까실쑥부쟁이 등이 흐드러진 길을 30분쯤 오르면 실운현 사거리를 만난다. 왼쪽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이 응봉 군부대로 가는 길이고, 북봉은 오른쪽이다. 도로 공사 중인 길을 100m쯤 오르면 오른쪽으로 헬기장이 보인다. 본격적인 산길은 헬기장에서 능선을 타면서 시작된다. 능선에 접어들면 숲에서 내뿜는 서늘한 공기가 밀려오고 며느리밥풀과 큰세잎쥐손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길섶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금강초롱을 발견하면서 희열이 솟구친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너 송이가 모두 진한 꽃을 머금고 있다. 금강초롱은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초롱이란 이름이 붙었다. 화악산의 금강초롱은 다른 산의 꽃보다 유독 색이 짙어 식물 애호가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진범, 투구꽃, 단풍취, 금강초롱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부드러운 능선을 1시간쯤 오르자 비로소 시야가 트인다. 화악산에서 만고풍상을 겪은 고사목 한 그루 뒤로 응봉의 웅장한 품이 펼쳐진다. 이곳의 고도는 대략 1380m, 높은 산 특유의 알싸한 공기를 마시니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앞쪽으로 화악산 정상부의 군부대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군부대가 파놓은 교통호 지대를 통과해 15분쯤 더 오르면 정상 능선에 올라붙는다. 능선 오른쪽으로 뭉툭하게 튀어나온 봉우리가 북봉이다. ●한반도의 중심으로 쏟아지는 밝은 기운 북봉에는 정상 이정표가 없지만 군부대의 시멘트블록이 있어 산꾼들은 그것을 정상의 상징으로 삼는다. 북봉의 조망은 중봉보다 한 수 위다. 여기서 지그시 세상을 굽어보면 우리가 사는 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선 북쪽으로 국망봉(1168m)∼광덕산(1046m)∼복주산(1152m)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시원하고, 남쪽으로 정상의 군부대 오른쪽으로 명지산과 운악산의 모습이 근육 좋은 맹수처럼 꿈틀거린다. 가장 풍경이 좋은 곳은 동쪽이다. 화악산의 한 봉우리인 응봉(1436m) 뒤로 첩첩 산들이 이어지는데, 그 높이와 톱날 같은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응봉 왼쪽 멀리 손톱만하게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봉우리가 바로 설악산 대청봉이다. 설악산을 발견하니 기분이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예로부터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알려져 왔다. 중봉이란 이름은 정상아래 중간 봉우리란 뜻이 아니라 한반도의 중앙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 자오선(동경 127도 30분)이다. 여기에 가로로 북위 38도 선을 그으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화악산을 신선봉으로 부르며 이곳에서 제사를 올렸던 것이다. 북봉에서 빤히 보이는 정상부로 가면 좋겠지만, 군부대 철조망이 완강하게 길을 막는다. 아직도 우리가 분단국가임을 실감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올라온 길을 천천히 되짚어 내려가 화악터널 앞의 화악약수터에서 갈증을 달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가는 길과 맛집 화악산 북봉 산행은 화악터널에서 시작하므로 자가용을 가져가는 것이 편하다. 수도권에서는 47번 국도에서 자동자 전용도로를 타고 춘천 가는 46번 국도로 합류하는 길이 빠르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50분부터 운행하는 사창리행 버스를 탄다. 사창리에서 화악터널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비는 1만 2000원선. 가평 북면 이곡리의 ‘자연다슬기 해장국’(031-582-4210)은 직접 담근 된장으로 구수한 맛을 낸 다슬기해장국을 내온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 [HAPPY KOREA] 옛역사 장미원으로 탈바꿈 연 60만명 방문

    [HAPPY KOREA] 옛역사 장미원으로 탈바꿈 연 60만명 방문

    전남 곡성군 오곡면의 섬진강 기차마을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1999년 새로 지은 곡성역을 나오면 왼쪽으로 상수리나무가 두 줄로 곧게 심어진 산책로와 찻길이 뻗어 있다. 이 지역 출신인 고려대 조경학과의 심우경 교수가 설계한 이 길에는 모두 200그루가 넘는 상수리 나무가 심어져 있다. 500m가 넘게 이어지는 상수리 나뭇길은 보는 이들에게 X자형 원근감의 극치를 선사한다. ●국내최대 장미정원 1004개 품종 길러 상수리 나뭇길이 끝나는 곳에 기차마을의 출발점인 옛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99년 한국철도공사가 전라선을 개량하면서 새로운 기찻길을 내자 곡성군에서 옛 역사 및 기찻길 13.2km를 사들여 관광시설로 만들었다. 옛 역사 주변에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장미 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장미 정원보다 1.5배가 큰 규모라고 한다. 장미정원(장미원) 끝의 음악 분수대는 ‘수익’이 나는 곳이다. 음악 분수대가 소모하는 한 달 전기료는 40만원.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군에서 1000원을 내고 30분 동안 선곡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는데, 한달에 100만원의 수입이 들어온다고 한다. 장미원 옆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아이스케키’ 등 영화와 ‘토지’, ‘야인시대’, ‘사랑과 야망’, ‘경성 스캔들’ 등의 드라마가 촬영됐던 1960년대 마을이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장미원에는 하루에 적어도 세차례를 방문하는 단골 손님이 있다. 바로 조형래 곡성군수다. 그는 행정가가 아니라 ‘홍보맨’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곡성 홍보에 열성을 보였다. 조 군수는 “특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면서 “장미원에는 1004종류의 장미가 있으며, 한 본에 50만원인 진귀한 장미도 있다.”고 자랑했다. 조 군수는 또 “곡성 장미원은 단순히 정원만 꾸민 것이 아니라 품종개발과 판매, 원예 교육도 한다.”면서 “1년에 3차례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사업으로 연간 3억~4억원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군수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시작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곡성군 관광개발과의 박종만 계장은 곡성군의 기차마을과 각종 생태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 40만명에서 올해 6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차마을을 나오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라고 일컬었던 17번 국도가 섬진강을 따라 이어진다.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섬진강의 고즈넉함, 도로변에 심어진 철쭉 등 계절 꽃의 화사함, 그리고 주변의 산들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의 웅장함에 빠져들게 된다. 곡성군 관광개발과의 장계호 농촌체험마을 담당관은 “곡성군의 소나무는 크기나 모양에서 금강송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곡성군이 사들인 옛 기찻길은 17번도로와 함께 뻗어 있다. 옛 곡성역에서 추억이 깃든 증기기관차를 타면 침곡역을 거쳐 종점인 오곡면 가정리의 가정역에 닿게 된다. 침곡역부터 가정역까지 5.1km는 레일 바이크를 타고 달릴 수도 있다. ●심청이야기·한옥마을 연계 관광개발 가정역에 도착해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 가니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정역에서 곧바로 섬진강을 건너갈 수 있는 두가세월교 너머에 가정리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자리잡고 있고, 그 옆에 곡성군청소년야영장, 곡성섬진강천문대가 있다. 가정 녹색농촌체험마을은 돌로 쌓은 담장이 운치있게 감싸고 있는 산골 마을이다. 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봉우(56) 이장은 섬진강 기차마을과 연계한 농촌체험 관광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이 많이 오기는 하는데, 그걸 수익으로 연결시키기는 참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수익원은 관광객들을 숙박시키는 민박이다. 문제는 투자다. 도시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샤워기나 에어컨 등 편의 시설을 중요시하는데 시골 마을에서 이를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 수익을 얻는 곳은 외부 투자가 이뤄진 곳이다. 가정역의 북쪽 송정리에는 철도공사가 투자해 조성한 ‘심청 이야기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곡성 사람들은 예로부터 심청이 송정리에 살았다고 믿고 있다. 심청 이야기 마을에는 심청과 관련한 갖가지 조형물 등이 갖춰져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은 운치있는 한옥 마을이다. 원래 있던 옛 마을의 한옥들을 리모델링해서 펜션으로 만든 것이다. 2명부터 8명까지 숙박할 수 있는 한옥이 18채가 있다. 요금은 5만원부터 17만원이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방을 얻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곡성군 관광개발과의 장계호 녹색체험마을 담당자가 설명했다. 글 사진 곡성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행정안전부 공동 기획
  •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충남의 알프스’를 아시나요. 계룡산, 가야산, 오서산, 충남하면 선뜻 떠오르는 산이 이 정도여서 혹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라는 가수 주병선이 부른 가요는 아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칠갑산입니다. 국민이 애창하는 가요이다 보니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산입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로 유래가 깊은 산이기도 합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 청양의 칠갑산(561m)은 백제가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과 산악을 숭앙해 왔다. 산 끝자락이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과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다. 칠갑산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일곱가지 ‘지수화풍공견식(知水火風空見識)’을 뜻하는 ‘칠(七)’자와 천체 운행의 원리가 시작되는 ‘갑(甲)’자를 써 이름이 지어진 영산으로 알려졌다. 백제 때 서북방의 요새로 나·당연합군과 36일간 전투가 벌어진 백제 부흥의 근거지였다. 또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가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이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때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천년고찰’ 장곡사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건되고 보수된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인 절이다. 장곡사의 목조문화재지킴이 노재관(67)씨는 “상대웅전은 신라,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 각각 지어졌다.”면서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띤 대웅전이 한 사찰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상대웅전 바닥이 마루가 아닌 연꽃 모양의 벽돌로 깔린 것도 특이하다. 이 절에는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2개의 국보와 보물 162호, 181호인 상하대웅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유형문화재 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지름 1.5m의 큰북도 있고, 스님들이 밥통으로 쓰던 길이 7m의 통나무 그릇도 있다. 옛날에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주지스님 1명뿐이다.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색깔 다른 등산로들 충남의 산이 으레 그렇듯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정상에서 만난 길성묵(46·충남 홍성)씨는 “예로부터 ‘지리산에 들어간 간첩은 잡아도 칠갑산에 들어온 간첩은 못 잡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면서 “산세가 순하지만 무척 깊다.”고 말했다. 칠갑산은 7개 등산 코스가 있다. 문화해설사 김명숙(45·군의원)씨는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코스마다 색깔이 다르다.”면서 “장곡사 주차장~지천로~삼형제봉~정상을 거쳐 사찰로로 내려오다 중간에서 휴양림으로 빠지면 5시간 이상이 걸려 등산하는 맛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짧게는 2시간여짜리도 있다. 가장 타기 좋은 코스는 옛길에 있는 칠갑광장에서 산장로를 타고 정상을 거쳐 사찰로를 통해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광장 위쪽에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대원군 정책을 비판하다가 제주도로 유배되고, 의병활동을 하다 잡혀 쓰시마에서 단식 중에 순절한 그의 기개가 오롯이 서린 듯하다. 이 거대한 동상은 1973년 세워졌다. 칠갑산 정상을 쳐다본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은 군에서 건립한 것은 없고, 작가 등 개인이 만들어 세워놓은 것들이 있다. 1㎞쯤 올라가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천문대가 있다. 가상 우주체험을 할 수 있고, 돔형 입체 영상관은 천체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현배 천문대 대장은 “국내 최대 304㎜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낮에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에 계룡산, 서쪽으로 오서산이 아득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산들이 모두 발아래에 엎드려 있다. 문화해설사 김씨는 “칠갑산이 주변 산들을 거느리는 듯해 봄철이면 많은 등산객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낸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칠갑산은 육산이다. 큰 바위가 드물고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또렷한 산등성이와 상고대가 아름답다. 봄에는 새싹이 꽃보다 예쁘고, 여름에 등산로마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다.”고 치켜세웠다. 길씨는 “높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귀띔했다. 산 정상 숲 속의 밤나무에는 탁구공 크기만 한 밤송이들이 매달려 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남편, 아들과 함께 장곡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던 김경(58·서울 일원동)씨는 “처음 칠갑산을 찾았는데 흙이 많아 걷기가 좋다. 길이 부드러워 여자들도 등산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칠갑산 옛길의 정취 물 좋고 땅 좋고 출렁다리 재미있고… 충남 청양의 칠갑산에도 옛길이 있다. 1981년 청양~공주간 3번 국도에 대치터널이 뚫린 뒤 폐도된 한티고개이다. 사람들은 이를 ‘칠갑산 옛길’이라고 부른다. 길이는 3㎞쯤 된다. 숲이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이지 않고, 경치가 아름답다. 길은 차 한대 지날 정도로 좁고, 매우 구불구불해 옛길다운 정취가 풍긴다. 데이트를 하거나 오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이 속에 조그만 한티마을과 샬레호텔이 있다. 좀더 가면 작은 터널처럼 생긴 칠갑문이 나온다. 칠갑문 위가 등산길인 산장로 초입 칠갑광장이다. 이 문은 당초 광장 옆 최익현 선생 동상을 구경하고 등산하는 데 쉽도록 고갯길 위에 만든 다리였으나 지금의 성문 형태로 개축됐다. 칠갑문을 지나 내려가는 옛길 옆에 ‘칠갑산 맑은물’ 공장이 있다. 유신준 청양군 칠갑산맑은물 계장은 “예로부터 칠갑산 물이 맛 있기로 소문이 나 2000년부터 생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m의 관정을 뚫어 뽑는 것으로 현재 충남과 서울에서 판매 중이다. 칠갑광장·천문대와 인접한 옛길과 10여분 떨어진 출렁다리 사이에는 오는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10차례 오간다. 출렁다리는 지난달 28일 인공호수인 천장호 위에 설치됐다. 길이 207m로 출렁다리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평일에도 관광객이 몰려 북적댄다. 걸을 때마다 물 위에서 다리가 출렁거려 좀 어지럽다. 명헌상 군 교통행정계장은 “셔틀버스가 없어도 옛길이나 출렁다리로 가는 시내·외 버스가 30분마다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주말 데이트] 도자기 감정의 달인 이상문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주말 데이트] 도자기 감정의 달인 이상문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1원짜리 모조품 글씨부터 12억원짜리 도자기까지, 지난 14년간 그가 가격표를 붙인 물건들은 셀 수도 없다. 소중한 전통의 유산을 어떻게 돈으로만 따지냐고 야단을 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26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이상문(65)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는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겠느냐.”면서 오히려 반문을 한다. 그러면서 “실제 문화 유산의 가치야 돈으로만 따질 수 없지만, 그걸 지금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시세 7000만원 안중근 글씨 2억 평가도 이 교수는 14년째 KBS 1TV ‘TV쇼 진품명품’에서 감정위원(도자기 분야)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장감정을 포함, 한 주에 대략 50점 정도를 보니 그가 직접 가격을 매긴 작품들만도 수만 점. 방송으로 보면 잠깐 사이 가격이 결정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저뿐만 아니라 감정위원들 머릿속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장에서 무엇이 얼마에 팔렸다는 것부터, 현재 국내 시장 분위기로 볼 때 가격을 어떻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까지 복잡한 계산이 있지요.” 거기다 고미술품들은 시장원리를 넘어서는 ‘역사적 의의’를 따져야 하니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실제로 그는 프로그램에서 시세 7000만~8000만원이던 안중근 선생의 글씨를 2억원으로 책정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적당한 시장거래가는 아니지만 그 사상과 인품을 따지면 그 정도 가격은 돼야 한다는 의도였다. 그 후 안중근의 글씨는 실제 2억원에 거래가 됐다. “작품감정은 만든이의 인품까지 평가하는 작업”이라는 그의 생각대로 일이 풀린 셈이다. 흘깃보기만 해도 진위를 가릴 수 있다는 그가 고미술품에 관심을 가진 건 40년 전. 어릴 적부터 수집벽이 있었는데, 경제력이 생기면서 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인 소장품이 수만 점에 이른다. 왜 그리 고미술품에 끌렸을까. “그냥 타고난 것 같다.”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온다. 어느 순간 보니 국내를 벗어나 일본, 동남아 등지까지 돌며 고미술품을 공부하고 있었고, 지금도 해외 곳곳을 돌며 작품들을 모으고 있다. ●14년째 ‘TV쇼 명품진품’ 감정위원 이 교수는 “해외와 달리 국내 고미술품은 해외반출이 금지돼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문화재를 해외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주장은 피해망상”이라면서 “직지심체요절도 한국에만 있었다면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뛰어난 유산들도 국내에서만 유통되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외국에서는 국보 취급을 받을 신라토기들도 국내에는 숫자가 많기 때문에 10만~20만원선에 거래된다. 또 그러기에 대충 보관되고 그러다 파손되는 경우도 많다. ●고미술품 경매 활성화 필요성 제기 “이런 오래된 유물들이 해외로 가면 한국 문화의 유구한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의미없이 부서지느니 해외에서 외국인들에게 전시되는 게 낫죠. 한국의 문화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것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도 “물론 국보·보물 등 주요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고미술품 경매의 활성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경매시장의 활성화가 문화재 유통을 활발하게 하고, 이것이 우리 문화재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국민적 관심도 커진다는 것. 이 교수는 대학에서 문화재 감정 강의를 하고 있지만, 고미술품 수집상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는 학문과 현장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고미술품 수집상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실과 현장에 대한 감각이나 지식에서는 박물관장이나 교수들도 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허물없는 교류와 더불어, 제한하고 억압하는 낡은 제도들도 고쳐야 문화재 영역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4) 평창 운두령~계방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4) 평창 운두령~계방산

    가을이 오면 산은 기지개를 켠다. 여름내 무더위와 폭우에 시달린 산은 높고 시퍼렇게 열린 하늘을 따라 덩달아 부풀어오른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는 조망이 좋은 산이 제격이다. 이맘때 계방산을 찾으면 능선을 수놓은 야생화들이 살랑거리며 인사를 나누고 설악산, 오대산, 가리왕산 등 강원도의 내로라하는 산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저마다 맵시를 자랑한다. ●1089m 높이의 운두령에서 산행 시작 계방산은 원시적인 자연, 접근성, 완만한 능선, 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1577m의 해발고도 등 산꾼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두루 갖췄음에도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러다 10여 년 전부터 한강기맥(오대산에서 양수리까지 이어진 약 155km 산줄기)을 종주하는 산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계방산의 설경이 알려졌고, 지금은 겨울철이면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방산은 설경 못지않게 여름철에 좋은 산이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에 찾으면 고운 야생화와 강원도 첩첩 산들의 기막힌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계방산의 들머리는 허구한 날 구름과 안개가 넘나드는 운두령(雲頭嶺). 1089m 높이로 평창과 홍천을 이어주는 고개다. 여기서 488m 고도만 올리면 정상에 도착하니 1000m 넘는 높이를 거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운두령에서 정상까지는 4.1㎞, 길이 완만해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운두령에 낀 안개를 뚫고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운두령을 벗어나자 산길은 깊은 숲으로 빨려들어간다. 피나무, 물푸레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진 호젓한 숲이다. 발바닥을 타고 푹신한 흙의 감촉이 전해온다. 길 오른쪽 숲에서 아침 햇살이 무수한 창검처럼 쏟아진다. 30분쯤 지나면 물푸레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나무껍질에 허연 무늬가 있어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여기서 30분쯤 더 가 쉼터에서 한숨 돌린다. 쉼터를 지나면서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깔딱고개처럼 숨 넘어갈 정도는 아니다. 박하향이 나는 오리방풀 향기를 맡으며 30분쯤 땀을 흘리니 시나브로 하늘이 열리며 조망이 터진다. 이어 나무 데크로 조망대를 설치한 1492m봉에 올라서면 우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강원도의 첩첩 산줄기가 꼬리를 물고 하염없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벅차오르는 감동의 물결이다. 전망대는 조물주가 자신이 만든 산세를 감상하려고 가장 나중에 만들어놓은 장소 같다. 이곳이 계방산 정상보다 전망이 좋고 호젓하니 배 터지게 산 구경을 하자. 우선 조망 안내판을 참고해 설악산과 오대산을 찾아보자. 북쪽으로 가까운 거리에 삼각형 모양의 빼어난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곳이 소계방산(1490m)이다. 소계방산을 기준으로 왼쪽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설악산으로 중청과 대청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소계방산 오른쪽 멀리 펼쳐진 부드러운 연봉이 오대산으로 그 중 가장 높은 곳이 비로봉이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설악산과 오대산이 한 컷에 잡힌다. 두 산의 직선거리가 50㎞쯤 되니 참으로 위대한 전망대가 아닐 수 없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평창, 정선 일대의 산들이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다. 전망대에서 산 구경만 하면 꽃들이 섭섭하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 군락을 이룬 연분홍빛 둥근이질풀이 살랑거리고 모시대, 진범, 동자꽃, 꼬리풀 등이 땅을 곱게 수놓았다.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전망대 전망대에서 동쪽으로 훤히 보이는 정상까지는 20분 거리. 전망대에서 환희를 맛본 탓에 발걸음이 저절로 내디뎌진다. 거대한 돌탑이 세워진 정상은 널찍한 공터다. 정상에는 유독 아름다운 나비들이 많다. 푸른 하늘 아래서 짝을 지어 비행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돌탑에 돌멩이를 하나 얹고 가슴속 간직한 소망을 빌어본다. 하산 코스는 세 가지. 가장 쉬운 길은 올라온 길을 되짚어 운두령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길과 계곡길이 있다. 계곡길은 정상 동쪽 능선을 따른다. 10분쯤 가면 등산로를 폐쇄한 곳을 만난다. 오대산으로 이어진 길을 막은 것이다. 길은 여기서 능선 남쪽으로 이어진다. 하산을 시작하면 높이 15m쯤 되는 거대한 주목을 만난다. 이곳이 산림보호자원인 계방산 주목 군락지다. 거대한 양치식물들과 주목이 어우러져 원시성이 그득한 길을 40분쯤 내려오면 계곡을 만나게 된다. 너덜길이 많은 계곡을 1시간30분쯤 내려오면 노동리 이승복 생가. 아담한 귀틀집 마당에 앉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글ㆍ사진 mtswamp@naver.com ●가는길과 맛집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속사 나들목으로 나와 운두령으로 향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버스가 6시32분부터 수시로 다닌다. 진부에서 운두령 가는 버스는 9시30분, 13시10분, 17시에 있다. 운두령 일대에는 송어회가 유명하다. 쉼바위송어횟집(033-333-1222)과 운두령한옥송어횟집(033-332-1943)이 유명하다.
  • 나로호 ‘우주의 꿈’ 오늘은 성공하나

    나로호 ‘우주의 꿈’ 오늘은 성공하나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네 번째 도전의 날이 밝았다. 지금까지 최종 발사일이 7월30일, 8월11일, 8월19일까지 세 차례 정해졌다가 연기됐으니 이번 도전은 사수인 셈이다. 나로우주센터 기술진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술적 문제 발견 가능성 상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4일 나로호의 최종 예행연습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으며 종합적인 점검 결과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는 최종 점검 상황과 기상조건 등을 고려해 오후 1시30분쯤 최종 발사시간을 발표한다. 마찬가지로 발사 예정시간은 오후 5시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 진행과정은 지난번과 같다. 오전 10시15분부터 약 35분간 밸브 및 엔진 제어용 헬륨이 충전된다. 지난번 발사를 중단시켰던 압력측정 센서가 있는 고압탱크의 헬륨을 채우는 작업이다.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연료인 케로신(등유의 일종)과 산화제인 LOX(액체산소)가 채워진다. 발사 50분 전 오후 4시10분쯤 나로호를 부축하던 기립장치(Erector)가 철수되면 나로호는 혼자 힘으로 우뚝 서서 우주로 솟구칠 일만 남게 된다. 과연 이번에는 카운트다운 이후 15분간 진행되는 자동발사시스템을 넘어 무사히 발사에 성공할까? 최종 예행연습은 연료와 같은 매질을 넣지 않고 실시하는 모의연습이기 때문에 연료나 헬륨을 충전한 뒤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지난번에는 연료 공급 경로의 밸브가 작동하는 단계에서 압력측정 센서의 인식오류로 멈췄지만, 그 이후에도 발사 300초전(5분전) 발사체 배터리 충전, 3.8초전 엔진 연소점화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인도는 발사 1초전 중단되기도 해외사례에서도 자동발사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중단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인도의 GSLV호는 카운트다운 이후 액체엔진 부스터가 오작동해 발사 1초전 자동발사시스템이 이를 감지, 발사가 중단됐다. 2007년에는 발사 15초전 이유없이 발사가 멈추기도 했다. 2003년 일본의 H2A호도 로켓의 자세제어장치 내의 전압 변환기에서 오신호가 발생, 발사 직전에 자동발사시스템이 멈췄다. 2006년 유럽의 아리안5호(Ariane-V)도 카운트다운 도중 상단의 압력이 떨어져서 발사를 중단했고 2007년에는 발사 7분전 물공급 시스템 결함으로 발사가 중지됐다. 로켓 전문가들은 “발사 연기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래도 이번만큼은 발사에 성공하지 않겠느냐.”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고흥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대입 수시모집 전형 주의할 점은 한·미 어린이 국산 애니 ‘뚜바뚜바’ 동시에 본다 서울 마포대교 아래 ‘색공원’ 시민안전 ‘빨간불’ 덜 뽑는 공공기관 더 뽑는 대기업 “은나노 입자, 폐와 간에 치명적” ‘통장이 뭐길래’ 지자체 임기제한 추진에 시끌 경기 앞지르는 자산 급등 거품 논란 ‘휴대전화료 인하’ 이통사 저울질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민주화·평화정신 영원히 남을 것”

    여야 정치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3일 민주주의 발전과 남북화해에 대한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일제히 영면을 기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 국민은 위대한 지도자를 보내야만 하는 마음에 슬픔이 크다. 이제 슬픔을 승화시키는 새로운 시작을 함께해야 한다.”면서 “고인의 민주화와 인권, 화해와 평화를 위한 정신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아쉽고도 아쉽다. 이 이별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고인이 떠나신 지 엿새 동안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면서 “이제 남기신 뜻대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겠다. 더 이상 민주주의와 남북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를 받들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핵심 측근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고인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 반세기 만에 진정한 화해·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었지만 현재는 남북대화가 단절됐다.”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문단이 빈소를 방문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두 번째 다시 열게 됐다.”고 언급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서거를 계기로 망국적 지역감정이 해소되고 동서와 남북 화합의 계기가 된다면 고인의 공과가 보다 더 가치있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고인이 호소한 ‘행동하는 양심’을 가슴에 새기고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남북관계가 전진하는 새 희망을 영전에 바치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장례절차는 끝났지만 고인의 뜻인 민주주의 발전과 남북화해는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학계, 종교계, 문화계 및 진보·보수단체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운동 동지였던 고려대 이문영 명예교수는 “일생 동안 김 전 대통령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행동하는 양심’을 이해하자.”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이 지금 그를 추모하는 마음을 이어가 도덕성과 행동하는 습관을 잊지 않는다면 그의 뜻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김 전 대통령을 보내며 우리는 그가 목숨처럼 여겼던 민주주의와 평화적 남북관계 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쌓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적 통일전략을 초석으로 놓고 현 시대의 의제들을 고민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주가 떠나가신 것에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이제 그의 정신을 물려받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보수 성향의 단체들조차 그가 남긴 유산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발전축이었던 민주화를 성숙시킨 지도자”라며 “이 부분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기 드문 큰 그릇의 지도자였고 IMF 외환위기 등 국가적 절체절명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한 점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을 잃은 것은 단순히 한 인물의 죽음이 아닌, 우리사회 한 세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민주화와 남북화해, 경제위기 극복 등에서 그가 해낸 일들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는 서울광장에서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김 전 대통령의 1987년 대선 연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귀국 기자회견 등 추모영상이 상영된 후 신형원 경희대 교수가 추모곡 ‘당신은 우리입니다’를 부르자 곳곳에서 시민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국악인 오정해씨의 공연과 황지우 시인의 추모시 낭독이 있었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현진 박건형기자 jhj@seoul.co.kr
  • [떠나볼래요 | 삶과꿈 에세이] 자전을 꿈꾸는 자전거

    [떠나볼래요 | 삶과꿈 에세이] 자전을 꿈꾸는 자전거

    토요일 아침 6시 30분. 자전거를 끌고 혼자 길을 나선다. 식구는 모두 잠들어 있다. 나만의 시간 속으로 잠행한다. 저녁때까지 자전거가 이끄는 대로 떠났다가 돌아오면 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는 자발적인 시간이다. 탄천은 잉어들의 천국이다. 잉어들은 죽비를 내리치듯 물의 등짝을 철썩 후려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함은 물과 같다는 깨우침을 터득하기 위해 노자는 얼마나 강물을 응시했을까? 나도 노자보다 깊은 철학을 얻을 수 있을까? 이제부터 자전거의 시간은 시침으로 돌아가지 않고 물의 흐름으로 돌아간다. 유속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가는 것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징검다리 위에서 국민체조를 하는 아줌마를 본다. 물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물소리 덩굴이 그녀를 담벼락처럼 타고 올라가 휘감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징검다리 주변의 여울에는 송곳 같은 모서리로 쌓아올린 기묘한 돌탑 수십 기가 그저 새끼손톱보다 좁은 면적으로 아슬아슬 닿아 있을 뿐이다. 야탑역에서 실개천을 따라 상류로 오른다. 중탑과 상탑을 지나고 도촌동을 빠져들어서 모리아산 기도원 뒷길로 접어든다. 바퀴의 팽팽한 공기가 자갈과 잽을 날리고 발길질을 한다. 갈마치고개에 오르자 광주는 물론 이천까지 시야가 확 트이고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눈동자를 파먹을 듯이 날렵한 햇살이다. 콧잔등의 땀방울이 햇살을 사방으로 파열시킨다. 백여 미터 내려가자 산허리를 끝없이 휘감고 도는 임로(林路)가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태재고개까지 왕복 오십여 리 하이킹코스다. 이 임로를 달리면서 자전거는 온전히 늑대가 되고 외로운 야생이 되곤 한다. 자전거가 달릴 때 비포장도로의 표층에 깔린 회색빛 자갈에서 돌의 울음이 들린다. 계곡과 능선의 너울에는 아침 햇살의 미묘한 스펙트럼이 신기루처럼 펼쳐져 있다. 수많은 식물과 산짐승의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어 갔을 색깔의 마술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는다. 내가 싼 도시락에는 장조림과 생마늘과 고추장과 계란프라이와 우엉이 섞여 있다. 맑은 고량주 한 잔을 곁들인다. 운이 좋으면 즉석에서 산두릅이나 옻순을 따먹기도 하고 산도라지를 캐먹기도 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임로를 달린다. 몸이 휘청거리고 숨결이 거칠고 큰 호흡이 목구멍에서 쏟아지면서 한참을 달리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어느새 자전거가 굴러가는 속도에 몸의 혈액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자전거와 몸은 그림자와 본신처럼 서로 애달파하는 형영상린(形影相燐)이 되어 있다. 바큇살이 닿는 모든 언저리는 유역이다. 자전거가 기억하는 길을 몸도 기억한다. 자전거가 제 몸에 새긴 지도는 내 몸에도 새겨진다. 크지 않은 능선이지만 수십 개의 골짜기를 거느렸고, 임로는 수시로 깊이 휘돈다. 산등성이를 휘돌 때 임로의 후미가 보였다가 숨어버리고, 전방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자맥질을 계속한다. 바람이 뒤따라온다. 바람이 앞질러 간다. 연두빛 바람이었다가 연노랑 바람이기도 하다. 바람은 나를 찾아 멀리서 달려온 존재 같다. 바람은 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산을 헤매고 다녔을까. 바람은 실존이다. 살아 움직인다. 울기도 한다. 사실 바람은 지구 자전의 산물이다. 지구의 자전과 자전거는 무슨 관계일까? 자전거 바퀴는 바람을 닮았다. 바람이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 안에 팽팽하게 갇혀 있다. 산허리를 빙글 도는 일은 여러 위험 요소가 있지만 초보자도 갈 수 있을 만큼 평탄한 길이다. 산들바람과 함께하는 길이다. 능선과 나란히 뻗은 길이다. 수많은 갈림길을 거느린 길이다. 시야가 뻥 뚫린 길이다. 산 아래 국도를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이 기어오르다가 뒤돌아선 길이다. 오후가 되면 넓은 역광과 산그림자가 드리우는 길이다. 오후 네 시가 넘어 수만 기 무덤 사이로 천천히 회향한다. 어느 때는 수백 개의 묘비를 읽느라 몇 시간 지체하기도 했던 길이다. 어느 때는 소나무 그늘이 드리운 무덤의 잔디밭에 누워 두어 시간 곤한 잠을 자기도 했던 길이다. 무덤은 마치 캠핑장에 쳐놓은 텐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전거가 흘러 다닌 궤적을 따져보니 집에서 직경 20㎞를 벗어나지 않았다. 집 주변의 산길을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 것이다. 이것도 방랑이고 여행이라고 해야 하나? 순환의 첫 자리로 돌아가는 자전거는 술 취한 김유신을 애인 천관녀의 집으로 모시고 간 애마처럼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이러다가 어느 날 자전거는 아주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자전거는 주인에 대한 최선의 예우를 꿈꾸며 몽골 초원을 지나 고비사막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글_ 장인수 시인
  • [깔깔깔]

    ●처의 종류고래고래 악을 잘 쓰면 : 악처현모가 두 여자를 거느리면 : 현모양처 사는 곳을 잘 모르면 : 모처 가까이에 살고 있으면 : 근처 예측하지 못해 탄식하면 : 소리처 그림 솜씨가 좋으면 : 커리커처약간 찰과상을 입으면 : 일부다처사업으로 서로 돈을 벌면 : 거래처●귀뚜라미 소리바람이 산들 부는 여름날 밤, 어떤 남자가 애인을 데리고 공원으로 갔다. 그들은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하늘을 보았다. 그러다 남자가 슬며시 손을 뻗어 여자의 어깨를 감싸면서 속삭였다.“자기야, 참 좋다 그지?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옆에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그러자 여자가 남자의 손을 확 뿌리치면서 말했다.“귀뚜라미는 무슨 귀뚜라미 소리야? 자기 바지 지퍼 내리는 소리잖아!”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무없는 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무없는 산’

    아버지가 떠나버린 집. 6살 소녀 진과 동생 빈은 엄마와 산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는 자매를 시골의 고모 집에 맡겨두고 떠난다. 돼지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은 아이들에게 주문이 된다. 메뚜기를 구워 팔고, 100원 동전을 1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가며, 진과 빈은 빨간 저금통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고모는 두 아이를 외할아버지 댁으로 데려간다. 세상모르고 언니만 따르는 빈은 진에게 자꾸 묻는다. “엄마는 언제 와?” 시간이 흐르면서 진의 대답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버려두는 어른이 있을까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흔하고 흔하다(빈 역을 맡은 꼬마는 실제로 고아원에 살고 있다). 어른의 태도를 꾸짖듯 스스로 살아가는 두 아이의 모습은 큰 채찍이 되어 다시 어른에게로 향한다. 도시에서 점점 시골마을로 옮겨 가면서, 진은 공부할 곳에서 멀어지고, 빈의 드레스에는 때가 묻고, 또래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결국 두 아이의 곁에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할머니만 남는다. 영락없이 소녀들의 수난사처럼 전개되는 ‘나무 없는 산’은, 그러나 고맙게도 잔혹한 인생이야기가 아니다. 감독 김소영은 전작 ‘방황하는 날들’에 이어, 어린 두 비전문 배우가 출연한 ‘나무 없는 산’에서도 과감한 클로즈업을 택한다. ‘나무 없는 산’은 두 소녀가 세상에 펼치는 표정들의 파노라마다.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조금씩 인식하면서, 천진난만한 두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린다. 특히 똑똑한 언니지만 여전히 오줌싸개인 진은 투정을 부리고, 반항의 몸짓을 시도하고, 거짓을 경험하고, 눈물을 배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세상 앞에서 두 소녀의 영혼이 한치도 더러워지지 않음을, 관객은 목도한다. ‘나무 없는 산’은 아름다운 영혼이 담긴 얼굴의 기록이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안개 속의 풍경’에서 보았듯이, 나무는 아이가 기댈 곳, 즉 아버지의 메타포다. 의지할 데 없는 아이는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무 없는 산’은 ‘나무’가 아닌 ‘산’에 방점을 찍는다. 이상하리만치 아버지의 모습을 제거한 ‘나무 없는 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여성들의 연대 혹은 연계’다. 극중 엄마와 고모는 두 아이를 버린다기보다 생명의 근원으로 인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침내 두 아이가 머무는 할머니의 품은 산과 땅, 그러니까 생명을 살리는 공간을 의미한다. 말라죽을 뻔했던 두 아이는 위대한 자연과 사랑의 힘으로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건강한 생명의 빛을 발한다. 김소영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태로 삼았다고 말했다. 유아기의 기억과 상처를 다룬 작품이 자칫 빠지기 쉬운 신파와 유치한 재현을, ‘나무없는 산’은 가뿐하게 넘어선다. 신화적인(결코 과장이 아니다) 두 인물을 통해 ‘나무 없는 산’은 상처와 기억을 승화하는 경지에 오른다. 아무리 찬란한 보석도 ‘나무 없는 산들’의 영롱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소영은 ‘하늘’의 표정을 영화에 종종 삽입하곤 한다. 무심한 듯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조금씩 성장하는 인간은 하늘과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인간의 이야기, 김소영이 소원하는 영화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27일 개봉. 영화평론가
  • 매년 유아 970만명이 죽어가는데…

    매년 유아 970만명이 죽어가는데…

    출근길에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 ‘옷이 젖으면 어쩌지? 지각을 하게 되면 뭐라고 하지?’ 이런 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비하면 이런 것들은 대수롭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빈곤층을 돕는 건 인간의 의무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이렇게 사소한 희생으로 살릴 수 있는 아이가 죽어가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매일 2만 7000번, 한해에 1000만번 가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세계 인구의 5분의1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에 빠져 있으며, 해마다 5세 이하 유아 970만명이 죽어간다. 그는 이들을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며, 부유한 사람들이 포기하고 희생하는 약간의 사치로 가난한 사람들은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작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에서 그 방법으로 ‘기부’에 집중하며, 실제로 우리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얼마를 기부를 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수많은 연구와 통계 자료,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기부를 유도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부를 하라.”는 말을 들을 때나 남을 도우려고 할 때 갖게 되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간파한 듯, 꽤 설득력있게 설명을 덧댄다. 이를 테면 “남을 돕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비난할 수 있나.”, “내가 번 돈으로 차를 사고 집을 산들 누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에게 해를 끼치며 돈을 모은 게 아닌데 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지.” 등의 의문이다. ●강요보다 타인 경험 등으로 설득 이에 대해 싱어는 물론 사람은 자기가 번 돈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지만, 그런 권리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치를 할 권리가 있더라도 당연히 사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연히 해야 할 윤리적 행동을 외면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부를 추구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중소기업에 돌아갈 이익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빈민국의 자원을 헐값에 쓰고,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후진국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도 힘든데 어찌 남을 돕지?”나 “내가 낸 돈이 누구에게 갈지 어찌 알고?” 등의 질문도 할 것이다. 싱어는 명쾌하게 말한다. “우리는 수백년 전 프랑스 왕보다 잘 살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증조할아버지보다도 훨씬 잘 산다.” ‘기브웰(Give Well)’ 같은 자선단체 평가기관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안심하고 기부 활동도 할 수 있다. ●기부는 소득의 5%부터 이제 문제는 ‘그렇다면 어떻게?’이다. 싱어의 방법은 ‘소득의 5% 기부’이다. 이는 연간 소득 10만~14만 8000달러인 사람들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는 적정선이다. 연소득이 이를 넘어서면 기부액을 조금씩 더 늘려나가도 생활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하지 않는 지불을 하고 있음을 일깨우며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도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다.” 저자의 말 그대로 무한한 죄책감을 심으며 기부를 강요하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점이 책의 미덕이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도시와 산] (17) 울산 무룡산

    [도시와 산] (17) 울산 무룡산

    울산 시내에 있는 무룡산(舞龍山)은 해발 452m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울산의 진산(鎭山)으로 옛날부터 수호산으로 추앙받았다. 왜구로부터 울산을 지키는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다. 동해와 연결된 정상에서의 경치는 일품이다. 정상에서 석유화학공단을 내려다보는 야경은 울산 12경에 포함될 정도로 빼어나다. 앞을 못 보는 슬픈 용과 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는 등 많은 전설도 풀어낸다. ●용이 승천 산에 묘를 쓰면 ‘가뭄’ 무룡산은 앞을 보지 못하는 슬픈 용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무룡산 꼭대기 연못에는 일곱 마리의 용이 살았다. 어느 날 선녀 일곱이 내려와 용들과 어울려 논 뒤 함께 하늘로 올랐다. 그러나 용 가운데 앞을 못 보는 한 마리가 하늘로 오를 수 없어 마음씨 착한 한 선녀가 남았다. 옥황상제는 이 일로 진노했고, 선녀와 용들은 다시 무룡산 연못으로 귀양을 왔다. 얼마 뒤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풀려 선녀와 용들은 모두 승천했다. 그 후로 무룡산에는 연못이 없어졌다. 산 정상에 묘를 쓰면 울산에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룡산에 몰래 묘를 쓰면 자손들이 발복한다는 풍수설이 있어 종종 사람들은 암장했다. 그때마다 크게 가뭄이 들어 주민들은 암장을 찾아냈다고 한다. 울산읍지에 따르면 1924년 여름 큰 가뭄이 계속돼 농작물이 말라죽어 먹을 게 없게 되자 주민들이 무룡산에 몰래 쓴 묘를 파헤쳤다. 이 때문에 묘 주인과 주민 간에 싸움이 발생해 20여명이 경찰에게 붙잡혀 갔다. 무룡산은 쓰시마섬과 가까워 왜구들과 관련된 각종 얘기가 전해온다. 신라 충신 박제상(363~419년)이 418년에 눌지왕의 아우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왜국으로 출발한 곳이 무룡산 아래 바닷가에 있는 유포(柳浦)다. 현재 북구 강동동 판지마을에는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터인 ‘유포석보’(柳浦石堡)가 있다. 유포석보는 조선 세조 5년(1459년) 축조된 이후 울산과 경주 등 10개 고을에서 징집된 300명의 장정이 3교대로 지켰다고 한다. 무룡산은 왜구들이 울산으로 숨어드는 것을 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초창기 왜구들은 쓰시마섬을 출발, 유포에 상륙한 뒤 무룡산 고갯길을 이용해 울산에 잠입했다. 그러나 세조 이후 경상 좌병영(울산 병영)이 유포와 무룡산에 군사를 배치하면서 길이 완전히 차단됐다. 왜구들은 울산과 경북 경주의 경계지역으로 우회해야 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무룡산 고갯길은 왜구들에게 내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통화 관문 무룡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 통신발달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통화시설이 무룡산 중계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근대적인 국제통화방식인 지름 19m의 스캐터(전파를 바다를 향해 발사하는 방식) 통신용 안테나가 설치된 곳이다. 정부는 1968년 6월 일본 하마다(濱田)와 가장 가까운(270㎞) 무룡산에 중계소를 설치했다. 1980년 11월 한·일 간 해저케이블이 개통돼 국제통화가 이원화될 때까지 이곳은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통화 관문이었다. 1991년 3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한 국제통화가 일반화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같은 해 11월 한국통신 사적 제5호로 지정됐다. 2000년 12월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됐다. 무엇보다 이 안테나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한·일 프로레슬링 경기를 TV로 볼 수 있게 해준 시설이다. 당시 국민들은 일본에서 열린 김일 선수와 안토니오 이노키(猪木?至) 간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면서 열광, 또 열광했다. 지금은 초고속해저 광케이블에 일자리를 뺏긴 채 세월의 뒤안길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 등산객 김용수(53)씨는 “무룡산 중계소가 없었으면 아마 우리는 김일 선수와 이노키 선수의 한·일 프로레슬링 경기를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면서 “스캐터 통신은 당시 프로레슬링의 인기만큼이나 한·일 전파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룡산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진하게 묻어 있다. 가난했던 옛날 인근 주민들은 무룡산에서 나물과 약초를 캐고, 땔감을 구했다. 칡이며, 각종 나무열매며, 가재와 물고기가 풍부해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무룡산에서 풀을 뜯으며 농사일을 할 힘을 길렀다. 쉼터 역할을 하는 약수터도 있다. 무룡산의 산행길은 십수 군데가 있지만 컴퓨터과학고(구 화봉공고) 뒤편 화동저수지로 올라가는 코스가 완만하면서도 정겹다. 정상은 언제 와도 시원하다.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득한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온 바람이 휭휭 얼굴을 스쳐 달음질해간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바라보며 하산길을 택하면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노래인 ‘울산아리랑’에서도 무룡산의 기품이 잘 드러나 있다. ‘운무를 품에 안고 사랑 찾는 무룡산아….’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울산지역 노래방의 단골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시민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다. ‘울산아리랑’의 2절 중간쯤에 나오는 정자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울산의 동쪽에 있는 무룡산은 도심의 산답게 거미줄처럼 등산로가 뚫려 있어 울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많은 산꾼들도 즐겨 찾는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무룡산에서 본 야경, 마치 보석 뿌려놓은 듯… 울산 12경중 으뜸 “무룡산에서 관망하는 울산공단 야경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것과 같이 아름다우며, 울산이 한국의 산업수도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상징성이 있다.” 울산시가 무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석유화학공단의 아름다운 야경을 설명한 글이다. 무룡산은 울산 12경 중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울산산업의 이미지와 연계돼 있다. 울산의 진산(鎭山)이 도시의 발전을 가져온 산업화와 연계돼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있다. 최근 방학을 맞은 딸과 아내를 데리고 산행에 나섰다. 밤에 오른 무룡산은 하늘과 땅이 바뀌어 있었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불의 나라’는 별들로 이뤄진 우주. 땅에서 쏘아 올린 불빛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는 둥근 달이 망망대해로 흘러간다. 시간의 물줄기를 따라 둥근 달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가지만 거대한 밤의 왕국은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 여름밤. 야간산행은 이렇듯 한낮의 불볕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사방에서 심포니를 이루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시골마을 유년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한여름 밤의 수많은 별. ‘아빠, 너무 예뻐요!’라고 연신 외치는 딸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흩어진다. “그래 예쁘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맞장구를 친다. 무룡산 주변에는 수년 전의 산불로 나무가 없다. 민둥의 등산로는 공단의 불빛을 그대로 받아 대낮처럼 환하다. 찌르라기들의 합창과 등 뒤로 불어오는 솔바람을 친구삼아 공단 야경을 내려다보노라면 세상 어디에도 이런 ‘카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는 둥근 달을 띄워놓은 망망대해를, 땅에는 불야성의 별천지를 갖춘 이런 카페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풀벌레들이 들려주는 생음악에, 적당하게 식은 산들바람은 어느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정자 해변에서 떠오른 달은 여천공단 중천을 한참이나 노닐다가 마침내 시청 뒤 남산 너머로 사그라져 간다. 무룡산의 야간 산행은 어느 곳에서도 즐길 수 없는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석유화학공단의 웅장한 불길은 시민들에게 오늘의 삶이자 내일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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