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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치는 능선 굽이치는 바위

    파도치는 능선 굽이치는 바위

    ‘암봉 주위만 10리길’이라 했다. 물론 사실은 아니다. 바위 하나로 이뤄진 산의 기세와 규모가 장대하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옛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이다. 충북 제천 땅의 월악산 영봉. 겉모습도 웅장하지만 꼭대기에 서서 굽어보는 풍경도 꽤나 옹골차다. 흔히 월악산을 음기가 강한 산이라고 한다. 산 너머 수산리 쪽에서 보면 영락없이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이라는 거다. 월악산 아래 덕주사에 세 개의 남근석을 세운 것도 영봉의 음기를 제어하기 위해서란다. ‘기세등등’한 형태로 보자면 덕주산성 옆의 남근석이 단연 ‘갑’이다. 뭐, 어느 쪽 남근석이 크든 영봉의 강한 음기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것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데 이해할 수가 없다. 월악산(月岳山)은 치악산, 설악산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힘든 산행에 대한 말들이 오갈 때마다 빠지는 법이 없다. 골격이나 모양새도 남성적이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금수산도 마찬가지다. 역시 바위가 많은 산이고, 힘들기로 치자면 월악산 뺨칠 정도다. 모양새도 우람하다. 여기저기 불끈대며 솟은 암봉들이 잘 발달된 남성의 ‘알통’(이두박근)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도 여성적인 산이란다. 사물의 이치에 대해 과문한 탓이겠지만, 최소한 산세로는 여성적이란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월악산은 충북 제천, 충주, 단양, 경북 문경 등이 경계를 맞댄 산이다. 주봉은 영봉. 높이 1097m로 신령스러운 봉우리라는 뜻이다. 더 오래전 선인들은 영봉 위로 달이 떠오른 모습이 아름다워 월형산이라 불렀고, 조선시대 와서는 큰스님이 날 곳이란 뜻에서 국사봉이라고도 불렀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충주호), 빼어난 자태의 송계계곡과 억수계곡 등 볼거리도 많다. 지난 1984년 국립공원에 지정됐다. 영봉 산행 코스는 크게 4개다. 가장 짧은 구간은 신륵사 코스다. 거리는 3.6㎞에 불과하지만 2㎞ 이후 험한 능선을 계속 치고 올라야 한다. 영봉까지 채 3시간이 안 걸린다. 가장 긴 구간은 수산리(쑥갓마을)에서 보덕암을 거쳐 하봉~중봉~영봉에 오르는 코스다. 거리가 6.2㎞에 이른다. 등산로도 험한 편이어서 편도 5시간 이상 소요된다. 동창교 코스도 있다. 4.3㎞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전망이 별로 없고 돌계단이 많아 주로 하산 코스로 이용된다. 가장 일반적인 건 덕주사 코스다. 덕주골, 덕주사 지나 송계삼거리를 거쳐 영봉에 오른다. 편도 5.6㎞로 4시간 정도 걸린다. 거리는 좀 긴 편이지만 덕주산성, 덕주사마애여래입상(보물 제406호) 등의 문화재와 수경대, 학소대 등 비경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이번 여정도 ‘덕주사 코스’를 따라 영봉에 오른 뒤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꾸렸다. 들머리는 덕주산성이다. 월악산 마애불 주변의 상(上)덕주사 외곽을 여러 겹 둘러 쌓은 석축 산성이다. 고려 때는 항몽지, 임진왜란 때는 왜군을 막아낸 요충지 노릇을 하는 등 만만찮은 역사가 담겼다. 산성 옆은 기묘한 형태의 바위절벽 학소대다. 그 옆으로 성문 노릇을 하는 덕주루가 세워졌고, 여기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덕주사다. 절집에서 영봉까지 거리는 4.9㎞. 빠른 걸음으로도 3시간 가까이 걸린다. 하산 시간까지 포함하면 5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덕주사에서 계곡을 건너면 곧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시작된다.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의 비탈이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런 길이 마애불상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5㎞에 이를 만큼 길지만 40분 정도면 넉넉하게 닿는다. 마애불은 수직암벽에 새겨져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하고 몸통은 선각으로 처리했다. 체형에 비해 다소 큰 머리와 서글서글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다. 마애불엔 신라 덕주공주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내용은 이렇다. 덕주공주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딸이자, 저 유명한 마의태자의 누이동생이다. 망국의 한을 달래려 금강산으로 가던 오누이가 충주에 이르렀을 즈음, 덕주공주가 월악산 자락에 덕주사를 창건하고 마애불도 세웠다. 그러자 마의태자도 덕주사가 잘 보이는 미륵리에 불상을 세워 북쪽의 덕주사를 바라보게 했다는 것이다. 마애불과 미륵불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전설인데, 마애불 앞 안내판의 내용은 이와 다르다. 마애불의 형태로 미뤄 볼 때 덕주공주와는 상관없는 고려 때 불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사보다 야사가 더 사실처럼 여겨지는 세태를 경계하려는 뜻이겠지만, 슬그머니 아쉬운 느낌도 든다. 마애불 뒤 바위 아래에 감로수가 있다. 우물이 바위 틈새에 있어 몸을 비집고 들어가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이름처럼 물맛은 좋다. 마애불을 지나면서 오름길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행인 건 고도를 높일수록 풍경도 속도를 낸다는 것. 한 고개 딛고 설 때마다 기암괴석이 번갈아 나타나고, 암반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가 산객들을 반긴다. 산객들을 지치게 하는 돌계단, 철계단도 끝없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한 경우 수직에 가까운 80도에 이르기도 한다. 마지막 계단을 넘어서면 곧 송계삼거리다. 덕주사와 영봉의 중간 지점이다. 여기부터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신륵사 삼거리에 이르면 영봉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정표가 적고 있는 거리는 ‘영봉 0.8㎞’다. 옛사람들의 말처럼 ‘암봉 주위만 10리’는 아닌 셈이다. 등산로는 산허리를 따라 휘휘 돈다. 워낙 드센 수직절벽이라 정면에서 곧장 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암벽에 바짝 붙인 철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공중에 뜬 철 구조물 위에 서면 오금이 당겨지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힘들게 오른 정상. 마침내 호사의 시간이 시작된다. 눈으로 담은 절경이 머리에 각인되고, 가슴에 또 한 번 새겨진다. 북쪽으로 청풍호가 유장하게 흘러가고, 동쪽으로는 소백산이 구름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다. 남쪽으로 문경 주흘산이 두 개의 뿔처럼 곧추 솟았다. 서쪽으로도 마루금을 좁힌 산들이 너울을 펼친다. 청풍호 주변에 드라이브 즐길 만한 길이 여럿 있다. 송계계곡의 597번 도로, 선암계곡의 59번 도로, 충주와 단양을 잇는 36번 국도 그리고 청풍호 순환관광도로 등이 멋진 길로 꼽힌다. 운전에 자신이 있다면 밤길 운전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월악산 위로 달이 뜨면 청풍호가 그 달빛을 고스란히 담아 낸다. 충주호 나루터, 청풍호 리조트 등에 차 세우고 이 모습 볼 만한 공간이 있다. 물론 안전운전은 필수다. 글 사진 충주·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 가는 길:행정구역은 제천이지만 충주를 통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나들목으로 나와 추점삼거리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수안보 시내를 거쳐 597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송계·월악산 방향으로 가다 덕주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마의태자가 세웠다는 미륵불상은 이 도로 중간쯤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덕주사 초입의 송계계곡까지 하루 아홉 차례 시외버스가 오간다. 제천에서 들어오는 시내버스는 외려 서울보다 적다. 오전 7시 첫차를 시작으로 하루 7차례 오간다. 충주에서는 하루 다섯 차례 왕복 운행한다. → 맛집:한수면 월악산유스호스텔 앞에 향토 음식점 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로 매운탕 등을 파는데, 큰덕골가든(651-1164) 잡어매운탕이 이름났다. 청풍호 드라이브에 나섰다면 황금가든(647-6303)의 떡갈비를 맛보는 게 좋겠다. 울금으로 맛을 내는 게 독특하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 꽃피는산골(651-4351)은 된장국과 보리밥이 맛있는 집이다. → 잘 곳:산행의 피로를 풀 겸 수안보온천에서 묵는 것도 좋겠다. 수안보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자주 찾았다는 등의 여러 기록들이 전해져 와 한때 ‘왕의 온천’으로 불렸던 곳이다. 가족 단위로 묵기 좋은 한화리조트(846-8211)를 비롯해 수안보파크호텔 등 다양한 등급의 숙박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이웃한 살미면의 문강유황온천은 유황천, 앙성면의 앙성탄산온천은 저온 탄산천으로 널리 알려졌다. 제천 쪽에선 박달재 인근의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649-6000)를 권할 만하다. 깊은 숲 속에서 청량한 공기 마시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 ‘정글의 법칙’ 예고편에 등장한 설현의 모습은?

    ‘정글의 법칙’ 예고편에 등장한 설현의 모습은?

    지난 19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통가 편 예고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서 가장 눈길을 끈 출연자는 단연 설현이다. 설현은 남태평양 중부 통가의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젖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긴 머리를 묶으며 마치 한 편의 광고를 찍는 듯한 비주얼을 뽐내던 설현은 스노클링을 하거나 코코넛을 통째로 들이켜는 등 수수하면서도 건강한 매력을 뽐낸다. 특히 영상 말미에 카메라를 향해 뽀뽀하는 설현의 모습은 삼촌 팬들의 마음을 사뭇 설레게 한다. 한편 ‘정글의 법칙’ 통가 편에는 AOA 설현을 비롯해 대세 배우 서강준, 고세원, 전혜빈, 홍윤화, B1A4 산들, 조타, 2PM 찬성, 인피니트 성종, 이훈이 출연한다. 평균나이 29세, 정글 최초 20대 병만족이라는 타이틀 아래 모인 멤버들은 ‘젊음’을 주제로 뉴질랜드 북동쪽에 있는 통가의 아름다움을 기록할 예정이다. 설현이 나오는 SBS ‘정글의 법칙’ 통가 편은 오는 3월 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영상=김병만의 정글의 법칙/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대세’ AOA 설현의 셀카 비법은?☞ (영상) 설현, 래시가드에 핫팬츠로 남심 저격
  • “아버지 ‘그 사람’은 50년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

    “아버지 ‘그 사람’은 50년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

    아버지 6·25전쟁때 가족 두고 월북 ‘빨치산 활동’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 신장 투석 받으며 글쓰기 놓치 않아 소설가 김원일(74)은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명했다.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다. ‘그 사람’은 작가가 여덟살이던 6·25전쟁 때 가족을 두고 월북했다. ‘그 사람’의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 데 작가는 반세기를 바쳤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펴낸 새 소설집 ‘비단길’(문학과지성사)도 북한을 찾아 소설가인 ‘내’가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단편 ‘아버지의 나라’로 끝맺었다. 작품 속 화자는 말한다. ‘내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게 그분의 생사 문제에 매달릴까를 되짚어보자, 목울대로 무엇인가 울컥 치받쳤다. 나는 문단에 나온 초기부터 아버지의 험난한 생애를 유추하며 당신의 곡진한 삶을 다루어보겠다고 애면글면 애써온 셈이었다. 아버지야말로 내 문학의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245쪽) 이는 작가의 고백과 다름없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 서초동 작가의 자택 서재 한쪽 벽에는 그의 문학 세계를 상징하듯 아버지와 어머니의 흑백사진이 정물처럼 걸려 있었다. “저는 어머니와 달라서 (아버지의 부재에) 적응은 했어요. 문학적으로 다 이해를 했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다 삶이 있어서 그렇게 살았다. 가정을 도외시했지만 자기 말대로 혁명가의 길을 걸으려면 선택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십 넘고부터는 ‘길거리에 지나가다 만난다 해도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지 모르겠다’ 싶더라고. 그전까지는 알 수 있다 생각했는데….”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를 되찾아 주려는 마음은 이번 소설집에 고스란히 읽힌다. ‘비단길’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게 하고,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아버지의 기일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북한을 찾아 갖은 경로로 수소문한다. 작가는 2013년 장편 ‘아들의 아버지’를 내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더이상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는 아직도 더 쓸 말이 남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생사를 알려고 북한에 갔다 와도 기일도 확인 못했으니 더이상 쓸 것이 없다고 했지요(작가는 2002년, 2005년 두 차례 방북한 적이 있다). 장편까지 만들어 냈으니 쓸 만큼 썼다. 그런데 빨치산들이 남한으로 내려왔을 때 아버지도 태백산을 타고 일월산으로 내려왔대요. 민간 복장으로 갈아입고 우리 가족을 찾았다는 거지. 우리 아버지를 봤다는 사람이 있더라고. 피난 못 가고 있던 우리 고향 사람이요. 그 얘기를 써볼까 해요. 그런 얘기라면 하도 겪고 조사도 많이 했으니 자신 있죠.” 이번 소설집을 이룬 7편의 소설 가운데 4편은 지난해 내내 계간에 투고한 작품들이다. 일흔 중반인 고령에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설상가상 장남과 함께 사는 집은 7살짜리와 돌쟁이 손주들까지 헤집고 다녀 집필에는 ‘악조건’이랄 만하다. 하지만 오전 한나절은 온전히 글에 매달린다. “손주들이 공치기하고 소란을 피워도 나는 돌아앉아서 그냥 써요. 이 의자에 앉으면 2~3시간은 안 일어나야 돼요. 아주 불편해야 돼.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는 말이 있잖아요. 시인은 몰라도 70대 들어서도 쓰는 소설가는 잘 없죠.” 원고지 200매가량 써놓은 새 장편(가제 ‘지푸라기’)도 있다. 모두가 헐벗던 휴전 직후 아버지, 삼촌 등을 잃은 소년소녀들의 성장 이야기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애써 부풀리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자신의 이야기다. “젊었을 땐 알베르 카뮈와 토마스 만을 좋아해 그런 취향을 따라 꾸며내 창작을 했죠. 나이가 드니 일천한 경험 가지고 꾸미고 하는 자체가 싫어집디다. 거친 파도와 싸워 진군하기보다 조용한 강처럼 흘러 내려가는 거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캐나다 로키의 속살을 만나다 쿠트니 로키

    캐나다 로키의 속살을 만나다 쿠트니 로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캐나다의 로키가 아니다. 과거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모인 캐나다 골드러시의 중심지였던 쿠트니 로키는 이제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독특한 겨울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00년이 넘은 알파인 마을들에서 로키의 속살을 만났다. 캐나다의 동서를 잇는 기찻길이 만나다 쿠트니 로키 여행은 크레이겔라히Craigellachie에서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동서를 잇는 기찻길,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anadian Pacific Railway는 1885년 이 작은 도시에서 완성됐다. 각각 동쪽과 서쪽에서 출발한 기찻길이 바로 이 도시에서 만난 것이다. 크레이겔라히에 오기 위해 밴쿠버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만에 켈로나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야 크레이겔라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나 먼 길을 왔지만 여전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였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캐나다를 동서로 잇는 기찻길이라니 그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180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골드러시 시대에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채굴된 각종 광물들을 옮기기 위해 설치된 이 기찻길은 아직까지도 캐나다의 주요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철로의 마지막 못이 박힌 장소는 ‘라스트 스파이크Last Spike’라는 이름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화물열차가 지나는 기찻길 옆에서 마지막 못을 박는 기념사진을 찍고, 기찻길이 지나는 모든 캐나다 주州의 이름이 적힌 기념비도 구경한다. 100년이 지나도록 수많은 이야기를 대륙을 가로질러 운반했을 기찻길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Revelstoke레벨스톡 인간과 자연이 만나 역사를 만들다 기찻길이 완성되었다는 도시를 지나 기찻길 덕분에 생겨났다는 또 다른 도시를 찾았다. 레벨스톡은 1880년대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PR가 개통되면서 형성된 도시로 도시의 이름 역시 자금난을 겪던 CPR을 구제하고 선로를 개통시킨 영국의 귀족, 레벨스톡경의 이름에서 따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열차와 광산업으로 도시가 성장했지만 레벨스톡의 자연환경은 사람들에게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겨울에는 1m가 훌쩍 넘게 쏟아지는 눈 때문에 눈을 털어내기 쉬운 양철지붕을 고집해야만 했고 높은 산에서 일어나는 눈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게 이 산간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자연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법을 점차 터득했다. 현재 레벨스톡에는 캐나다눈사태협회 본부가 설치되어 전국의 눈사태를 예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눈이 많은 환경을 적극 활용해 겨울 스포츠의 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인간과 자연이 만나 함께해 온 도시에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과자집 사이를 걷는 달달한 산책 레벨스톡은 100년이 훌쩍 넘은 도시이기에 다운타운 역시 그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여느 알파인 타운과 마찬가지로 뾰족한 지붕을 가진 과자집 모양의 주택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레벨스톡을 상징하는 그리즐리 베어의 동상이 우뚝 서서 방문객을 환영한다.마을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레벨스톡 박물관에 가보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작은 박물관은 오래된 우체국 건물을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32년째 레벨스톡에서 살고 있다는 아담한 체구의 캐시 할머니가 안내해 주시는 박물관에는 처음 미 대륙의 서부를 탐험하며 컬럼비아강을 따라 지도를 그렸던 데이비드 톰슨David Thomson의 발자취와 1920년대 캐나다의 스키점프 챔피언인 넬스 넬슨Nels Nelson의 활약상도 담겨 있다. 박물관을 나와 다운타운의 메인 거리를 걷다 보면 작은 로컬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눈이 많은 산악 마을인지라 따뜻한 커피 혹은 런던 포그London Fog 한 잔이면 차갑게 얼어붙은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런던 포그는 홍차에 거품을 많이 낸 따뜻한 우유를 넣고 바닐라 시럽을 첨가한 달달한 음료로 이 지역 커피숍에서는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저녁에는 이 지역의 로컬 맥주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레벨스톡에서 잘 보이는 커다란 설산, 마운틴 벡비Mt. Begbie의 이름을 딴 맥주는 100% 천연원료로 만드는 이 지역의 맥주이다. 빙하에서 녹아 내려온 물을 사용해선지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산악 마을에서의 식사 메뉴로는 엘크 혹은 바이슨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로컬 와인과 함께 생전 처음 먹어 보았던 스테이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레벨스톡 박물관315 First Street West, Revelstoke, BC V0E 2S0 월~금요일 10:00~17:00, 토 11:00~17:00, 일 휴무일반 CAD5, 60세 이상 & 청소년 CAD4, 가족 CAD12(12세 이하 무료)+1 250 837 3067 www.revelstokemuseum.ca Woolsey Creek Bistro600 Second St West, Revelstoke, BC V0E매일 17:00 오픈바이슨 CAD27, 엘크스테이크 CAD29www.woolseycreekbistro.ca ▶Theme Park놀라움이 가득한 유령마을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Three Valley Ghost Chateau 유령마을. 이름만 들어도 오싹해진다. 챙 넓은 카우보이모자에 가죽점퍼를 입은 백발노인이 마을 입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더욱 무서울 것이다. ‘세 개의 계곡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이름이 붙여진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는 사실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고 서 있는 3성급 호텔이다. 하지만 호텔보다 더욱 유명한 것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스트타운이다. 1800년대 후반 이후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자 번성했던 광산타운들은 유령도시가 됐다. 지역의 유지이자 유명한 수집광이었던 고든 벨Gordon Bell은 사라지는 유산들이 안타까워 크고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건물까지 수집하기에 이르렀다고. 각 지역에서 오래된 교회, 상점 건물들을 하나씩 옮겨 와 골드러시 당시의 마을을 복원하여 테마파크처럼 만들었다. 기찻길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이기에 북미에서 가장 크다는 기관고와 6개의 열차도 수집했다. 20여 개의 올드카가 시대별로 차고를 가득 채우고 있고 각각의 건물 안에는 당시에 사용되던 숟가락부터 오래된 가구까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컬렉션이 가득하다. 혹시라도 이 소중한 공간에 화재가 일어날까 염려되어 아예 타운 내에 소방서까지 마련해 둔 이 수집가의 열정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 4월 중순~10월 중순 성인 CAD12, 청소년(12~17세) CAD7, 어린이(6~11세) CAD5, 가족 CAD30(5세 이하 무료) +1 250 837 2109 www.3valley.com 가이드였던 백발노인 셰인은 수집가의 오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그는 옛 기차역을 복제하여 만든 고스트타운의 입구 앞에서 나무로 만든 투박한 피리로 기차 경적 소리를 들려주었다. 달리지 않는 기차가 머무는 고스트타운의 경적 소리가 사방으로 겹겹이 둘러친 로키 산맥까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여유롭게 만나는 로키의 속살 마운트 레벨스톡 국립공원Mount Revelstoke National Park는 국립공원치고는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주변 산세와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을 따라 자리 잡은 레벨스톡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191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역사도 벌써 100년이 넘었다. 잘 관리된 도로가 산 정상까지 놓여 있어 누구나 레벨스톡에서 차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정상을 5분 정도 남겨 놓은 지점부터는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개인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한다. 그 때문에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타고 올라가거나 20분 정도의 트레킹을 해야만 했다. 바늘같이 뾰족하게 솟은 침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촘촘하게 뻗어 있는 사이로 짧은 산책을 했다. 아침의 공기가 갓 떠 놓은 약수처럼 아삭했다. 코로 한껏 들이마시니 겨울 냄새가 났다. 곧 하얗게 눈이 덮일 것만 같은 느낌. 해발 1,933m의 정상에 올라가니 산불을 관찰하기 위한 작은 관망대가 있다. 레벨스톡산 정상에서 보는 로키 산맥은 평평하고 넓으며 각 산맥의 봉우리들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해발 2,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에는 천년만년 녹지 않는 빙하가 있다. 또 다른 국립공원인 글래시어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의 새하얀 봉우리가 레벨스톡산 정상에서 바라다보인다. 빙하를 따라 시선을 조금만 내려 보면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고스란히 땅을 드러내고 있는 알파인 그리고 침엽수들이 대부분인 서브알파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쿠트니 로키 지역은 고산 초원지대Alpine Meadow가 많아 가파른 코스를 피해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따뜻한 계절에는 초원 가득 피어나는 야생화가 아름다워 세계 각지의 하이커들과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마운트 레벨스톡 국립공원 국립공원은 1년 내내 개방하지만, 몇몇 구간과 안내시설은 눈이 많은 10월에서 5월 사이는 운영하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홈페이지의 트레일 컨디션 리포트Trail Condition Report를 확인하자. 어른 CAD7.8, 어린이 CAD3.9, 가족(최대 7인) CAD19.6 +1 877 737 3783 www.pc.gc.ca(‘Mount Revelstoke National Park’ 검색) ●Nelson넬슨 깊은 산 속 작은 샌프란시스코 “곧 미니사이즈의 골든게이트브릿지가 보일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말 ‘금문교’가 나타났다. 호수가 좁아지는 길목을 연결하는 커다란 오렌지색 다리는 크기도, 색깔도, 모양도 샌프란시스코의 그것과 닮았다. ‘커다란 오렌지색 다리Big Orange Bridge’를 줄여 ‘밥B.O.B’이라고 불리는 이 다리는 넬슨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히피들의 성지라는 별명을 가진 넬슨은 쿠트니 로키에서 가장 젊고 예술적인 도시로 유명하다.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찾고 싶어질 넬슨의 다운타운에는 크고 작은 아트숍, 캐나다의 현대 팝이나 포크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 중고 책이나 음악CD 등을 판매하는 오래된 서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는 넬슨을 가장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전거 투어. 그냥 자전거보다는 오르막길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핸들의 버튼만 눌러도 앞으로 쌩 나가고 오르막길에서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니 타는 재미가 있다. 넬슨 자전거 투어의 백미는 호수를 따라가는 자전거 길이다. 넬슨의 랜드마크인 밥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푸른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는 캐나다 가족도 만나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카약 등 수상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넬슨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다. 예술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넬슨은 독특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두 베이커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베이커 스트리트의 한 카페에서 발견한 빙고게임이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설명해 준다. 길 쪽으로 난 테라스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며 빙고판에 적힌 장면을 볼 때마다 체크해서 빙고를 만드는 게임이다. 빙고판에는 요가매트, 머리를 묶은 남자, 깃털귀걸이, 음악페스티벌 입장권 팔찌 등 지극히 히피스러운 장면들이 담겨 있다. 쿠트니 로키에 살고 있다는 가이드 앤디에게 이 빙고판을 보여 주자 넬슨의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웃는다. 넬슨은 넬슨만의 매력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도 존중받을 수 있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매력. ▶Hotel유령과 함께하는 파티의 밤 흄 호텔Hume Hotel 넬슨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으스스한 매력이다. 지하묘지가 있다는 소문부터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는 오렌지색 다리를 건너자마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흄 호텔로 이어진다. 무려 1898년에 만들어져 100년이 넘은 호텔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물론 보수와 개조를 거쳐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는 않지만, 벽돌로 만들어진 벽난로와 오래된 엘리베이터, 미로처럼 뻗어 있는 비밀통로들이 세월을 드러낸다. 이러한 호텔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흄 호텔에서는 가끔 손님들을 위해 호텔 곳곳에 숨겨진 비밀의 방들을 둘러보는 유령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숫가를 따라 운행되는 오래된 트램은 1년에 한 번 핼러윈 때가 되면 유령 트램으로 변신한다. 넬슨에서 활동하는 ‘초자연적현상연구회’는 핼러윈마다 넬슨 시내를 돌아다니며 각 명소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령 투어를 진행한다. 흄 호텔 422 Vernon Street, Nelson, BC V1L 4E5 +1 250 352 5331 www.humehotel.com ●Heli-skiing & Cat-skiing차원이 다른 겨울스포츠의 천국 쿠트니 로키의 겨울스포츠는 차원이 다르다. 잘 다져진 스키 슬로프와 곤돌라가 아닌, 아무도 없이 고요한 설원 한가운데, 자연이 만들어 놓은 슬로프를 따라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쿠트니 로키는 캐나다에서도 헬리스키Heli-skiing와 캣스키Cat-skiing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슬로프 없는 곳에서 내려오는 백 컨트리 스키가 더욱 일상적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하얀 설산, 헬리스키 헬리콥터를 타고 설산을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헬리스키는 모든 스키어의 로망이다. 처음 헬리스키에 대해 상상했을 적엔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에서 본 것처럼 헬리콥터에서 직접 뛰어내려야 하나 하고 걱정을 했지만 그건 오해였다. 아직 스키 시즌이 아니라 헬기투어만 하고 돌아왔지만,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로키 산맥 사이를 날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실제 헬리스키를 하게 되면 소복하게 쌓인 눈 위로 헬리콥터가 착륙할 때 날리는 눈보라의 장관도 멋지지만 헬리콥터에서 내린 후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다가 헬리콥터가 사라지면서 찾아오는 설산의 고요함을 만나게 된단다. 쿠트니 로키에는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헬리스키 코스가 있다. 망설여지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그룹의 크기별로 다양한 헬리콥터가 있어서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단다. 신개념 스키여행, 캣스키 캣스키는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로 캣Cat이라고 불리는 설원용 전동차를 타고 산을 올라 백 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것이다. 최대 14명 정도의 스키어가 탈 수 있는 이 전동차 내부에는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캣스키의 장점은 한 번 나가서 여러 코스를 돌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한 번 출동하면 코스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3~4회 정도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캣스키의 가장 큰 장점은 헬리스키처럼 자연의 설산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 더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할 수 있기에 금액을 나눠서 부담하기도 좋다. 다른 코스로 이동하는 시간에 차 안에서 따뜻한 음료도 즐길 수 있으니 더욱 좋다. ▶Tip쿠트니 로키에서 스키 즐기기 뭉치면 더 즐거운 스키 타기쿠트니 로키에는 스키 리조트가 많고 각각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다. 차를 렌트한다면 이동이 어렵지 않으니 일정 내내 하나의 리조트에 있기보다는 여러 개의 리조트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슬로프를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헬리스키나 캣스키를 탈 때는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과 그룹을 만드는 것이 좋다. 실력이 비슷해야지만 그에 알맞은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모두 함께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가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이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스키를 떠나기 전 가이드와 원하는 일정과 코스를 충분히 상의하자.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노천온천 쿠트니 로키는 겨울스포츠만큼이나 노천온천도 유명하다. 낮에는 설원에서 겨울을 만끽하고 밤에는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스키 리조트 근처에는 온천 리조트가 있으므로 둘 중 한 곳에 묵으면서 오고가면 된다. 스키를 타지 않아도 괜찮아, 헬리투어 꼭 스키를 타야지만 헬리콥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봉우리 가까이로 다가가 빙하를 구경할 수 있는 헬리투어는 쿠트니 로키의 아름다운 광경을 하늘 위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겹겹이 둘러싼 산맥 사이로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맑은 호수와 작은 마을들은 마치 장난감 세상을 둘러보는 듯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파일럿이 전해 주는 산 봉우리에 얽힌 전설이나 마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30~4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travel info AIRLINE쿠트니 로키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알버타주, 그리고 미국과 경계가 맞닿아 있다. 밴쿠버 혹은 캘거리에서 켈로나 혹은 크랜브룩으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넬슨을 방문하고 싶다면 밴쿠버에서 캐슬가로 가는 방법이 제일 가깝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캐나다가 인천-밴쿠버 직항편을 운행 중이다. TRANSPORTATION캐나다횡단고속도로Trans-Canada Highway 1번이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PR: Canadian Pacific Railway를 따라 쿠트니 로키를 지나간다. CPR은 화물열차로만 운영되고 있어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며, 적설량이 많을 때를 제외하면 도로 사정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카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캐나다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루트라 이용이 쉽고 가격도 무료다. CAFE오소 네그로Oso Negro커피 로스터이자 카페인 오소 네그로는 이 커피맛을 찾아 쿠트니 로키 곳곳에서 원두를 사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 독특한 구조의 정원과 건물 장식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단델리온 라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료로 민들레 가루를 넣은 라떼다. 604 Ward Street, Nelson, BC osonegrocoffee.com/cafe 에스프레소 CAD2, 민들레라떼 CAD2.75 HELI-TOURS하이 테라인 헬리콥터High Terrain Helicopters넬슨의 외곽에 비행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코카니 빙하Kokanee Glacier와 발할라 마운틴Valhalla Montain 투어를 할 수 있다. 4인승 작은 헬리콥터부터 10인승의 헬리콥터까지 여러 대를 구비하고 있으며 벌써 25년째 운영 중인 베테랑이다. 3인부터 탑승이 가능하며 가격은 30분 투어에 1인당 CAD199부터다. www.htheli.com SKI RESORT레벨스톡 마운틴 리조트Revelstoke Mountain Resort레벨스톡 시내와 가깝고, 가장 최근에 생긴 편이라 신식 시설을 갖춘 스키 리조트다. 52면의 스키 슬로프가 존재하고 가장 긴 슬로프는 15.6km에 달한다. 해발 1,713m까지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는 데다 산을 둘러싸고 내려오는 완만한 슬로프가 있어 초보자도 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레벨스톡에서는 거의 2,000km2에 달하는 대지에서 헬리스키나 캣스키를 즐길 수 있다. 2950 Camozzi Rd, Revelstoke, BC +1 250 814 0087 www.revelstokemountainresort.com HOT SPRING할씨온 핫스프링 Halcyon Hot Springs로키 산맥과 호수를 비경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노천온천은 굉장히 로맨틱하다. 온수 자쿠지가 두 개, 냉수 자쿠지가 하나 있으며 커다란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온천을 즐길 수 있으며 탈의실과 샤워실도 크고 넓다. BC-23, Nakusp, BC +1 250 265 3554 www.halcyon-hotsprings.com 아인스워스 핫스프링Ainsworth Hot Springs산 중턱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인스워스 리조트의 온천은 동굴이 있어 독특하다.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동굴 속에 온천을 만들었기에 스팀이 빠져나가지 않아 더욱 따뜻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1회 입장권 혹은 하루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3609 Highway 31. Ainsworth Hot Springs, BC +1 250 229 4212 www.hotnaturally.com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윤지민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eepexploring.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물(水) 만난 상가, ‘웃돈·권리금 상승세’ 청라국제도시 명소 커낼웨이 상가 ‘지젤엠청라’ 분양

    물(水) 만난 상가, ‘웃돈·권리금 상승세’ 청라국제도시 명소 커낼웨이 상가 ‘지젤엠청라’ 분양

    물을 테마로한 수익형 부동산의 워터(Water) 마케팅 바람이 거세다. 최근 물을 끼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들이 잇단 성공을 거두면서 물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건설 및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현대엔지니어링이 청약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의 경우 평균 422.3대 1을 기록하며 인터넷 청약접수 시스템을 통해 선보인 오피스텔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광교호수공원을 끼고 있다. 또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용호동 일대에 선보인 더블유 단지내 상가인 ‘더블유 스퀘어’도 입찰 당시 최고 1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상가는 바다를 끼고 있다.프리미엄·권리금 상승세물을 끼고 있는 수익형 상품들은 아파트처럼 거래시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되면서 권리금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광교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권에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고 송도국제도시 커넬워크변 상가 전용면적 45㎡도 1년 전에 비해 권리금이 최고 2배 가량 상승한 1억원 가량에 형성돼 있다.부동산일번가 장경철 이사는 “강이나 호수, 바다 등 물 인근 부동산은 사람을 휴양지나 관광지로 조성이 되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 모으는 효과도 높을 뿐아니라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조망권까지 갖추고 있어 물을 내세운 마케팅은 더욱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한편 두손건설은 인천시 청라국제도시 문화의료시설 용지에 복합문화시설인 ‘지젤엠청라’ 상가를 분양한다. 규모는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에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지며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규모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 등이 조성된다. 특히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상가로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으며 커넬웨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중심을 유유히 흐르는 청라의 핵심 상권이다. 풍부한 배후수요도 장점이다. 청라국제도시의 3만3000여 가구 약 9만명의 상주인구와 인근 가정지구 루원시티, 경서지구까지 18만명의 광역 배후수요를 갖췄다. 교통으로는 지난해 6월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이 개통해 서울역까지 30분대면 도달할 수 있게 됐고 청라~화곡역 BRT버스 운행 등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오는 청라~신방화역 BRT버스(12월 개통 예정), 제2외곽고속도로(2017년 3월 개통 예정)를 비롯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 등을 통해 서울역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지하철 9호선이 공항철도와 연계돼 운행될 예정이고, 제 2외곽순환도로, 제3연륙교(청라~영종) 등도 개통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이 상가가 입지한 청라국제도시 개발도 완성 단계다. 지난해 착공식을 한 하나금융타운 조성사업이 2017년 완공될 예정이며 16만5000여 ㎡ 규모에 이르는 위락, 쇼핑, 문화, 레저공간을 갖춘 신세계 복합쇼핑몰도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차병원그룹의 의료복합타운·시티타워·로봇테마파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주변 조성사업이 순차적으로 완성되면 국제도시로서 규모와 명성을 갖추며 현재보다 더욱 많은 인구 유입과 유동인구를 흡수할 전망이다. 실투자금은 1억원대부터며 주변 경쟁 상가가 40% 중반의 전용률을 보이는 반면 ‘지젤엠청라’는 전용률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하며,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으로 자금부담이 덜하고 준공은 2017년 5월 예정이다. 분양문의 032-561-9700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celand Desolation 아이슬란드 적요寂寥

    Iceland Desolation 아이슬란드 적요寂寥

    춥고 외로웠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알고 있다. 3개의 형용사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란 인간,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다. 1년이 지나서야 일부를 해동해 본다. 약간의 온기를 더해. ‘얼음땡’도 아니고 ‘얼음땅’이라니! 1년 전 나에게는 2월이 가기 전에 써야 하는 유럽항공권 1장이 있었다. 그래서 목적지는 유럽, 시절은 겨울. 동행자는 없음이 자동 결제된 상황이랄까. 파리나 비엔나처럼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유럽의 로맨틱한 도시들을 먼저 떠올렸지만, 그 도시의 어느 뒷골목에 홀로 서서 윈도우를 힐끗거릴 내 모습을 생각하니 ‘성냥팔이 소녀(혹은 아줌마)의 재림’이 될까 두려워졌다. 그나마 심장박동수를 조금이라도 올려 줄 미지의 세계가 필요했다. 이름도 이상한 ‘아이슬란드’. 세상에 ‘얼음땡!’도 아니고 ‘얼음땅’이란 나라가 있다니. 공항 입국장은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호텔은 전부 아이스호텔이 아닌지. 거리에 온통 스노맨들이 돌아다니고 집집마다 펭귄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건 아닌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무대가 된 나라라니 상상되는 것들마저 만화적이고 SF적이다. 오슬로를 경유해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 도착했다. 이 도시에 아이슬란드 인구 31만명 중 3분의 1이 넘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분명했다. 2월 중순에도 영하 2℃와 영상 2℃ 사이를 오가는 ‘온난한’ 날씨 때문. 좋은 기후의 땅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들이 일부러 이름을 아이슬란드로 정했다는 것이다. 더 위도가 높고 인간이 살기 어려운 땅에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이유라니 일찌감치 작명의 위력을 알았던 걸까. 그러나 아이슬란드에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많은 눈이 왔다. 다행이 낮 동안 부지런히 태양이 눈을 녹이지만 문제는 도시가 항상 젖은 느낌이라는 것.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한 용품을 챙기기는 했어도 우산을 고려하지 않았던 내게 비장의 무기는 오슬로에서 구입한 방수재킷이었다. 누군가 아이슬란드에서는 방한보다는 방수가 중요하다고 했었다. 현지인처럼 출퇴근한 투어들 사실 온전히 혼자일 자신이 없어서 예약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G 어드벤처G Adventure 여행사에서 기획한 ‘아이슬란드 로컬 리빙’이라는 자유로운(?) 그룹(?) 여행이었다. 방이 예닐곱개쯤 되는 2층 집 하나를 빌려 15명이 3박 4일간 현지인처럼 살아 본다는 취지였다. 아침은 냉장고의 식료품으로 각자 해결하고, 저녁은 셰프도 아닌 현지 가이드가 양갈비 오븐구이 등의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좋다는 여름을 제쳐 두고 한겨울에 사람들이 아이슬란드를 찾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흔히 오로라라고 부르는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전역에서 오로라 관찰이 가능하다.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자다가도 창문 밖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라헌터들은 더 선명한 오로라를 보겠다고 밤이 되면 인공조명이 없는 외곽으로 ‘헌팅’을 나간다. 일기 예보, 대기 관측을 하듯 오로라 관측 정보en.vedur.is도 시시각각 업데이트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일행에게 내려진 진단은 ‘가능성 희박’.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틀 연속 밤을 기다렸지만 차를 몰고 나가기도 어려운 악천후였다. 그러니 낮 동안 아이슬란드를 열심히 즐길 수밖에. ‘로컬 리빙’답게(?) 각자가 예약해 둔 투어 프로그램을 찾아 외출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귀가했다. 그 유명한 블루라군 온천욕부터 골든서클투어, 동굴탐험, 빙하워킹 등이 기본이고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싱벨리르 국립공원에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도 가능하다고 했다. 여행사 직원 말로는 물에 들어가면 춥지 않다는데, 한국에서라면 휴교령이 떨어질 눈보라 속에서 아이슬란드 학생들은 조깅을 하고 있었으니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남부 해안을 도는 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한 날 아침에도 눈보라가 거셌다. 눈도 뜰 수 없을 만큼 눈이, 아니, 아이스가 날리고 있었다. 투어가 취소되지 않는 것이 영 불만인 채로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걸은 끝에 투어 버스에 탑승. 이후 창밖은 온통 하얀 풍경뿐이었다. 눈이 내리는 풍경, 눈이 쌓인 풍경, 눈이 녹은 풍경, 눈이 감기는 풍경,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 눈이 멀 것 같은 풍경 등등. 바람은 또 어찌나 센지 ‘스코카포스’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조차 휙휙 넘어가는 책장처럼 허공으로 날릴 정도였다. 머나먼 적요의 땅에서 아이슬란드는 적요의 세상이었다. 전체 국토의 11%가 빙하로 이루어진 황무지. 사람도 건물도 귀한, 천년 이끼의 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땅. 적요의 절정은 레이버렌디동굴Leiðarendi Cave 속이었다. 동굴에는 인공 조명이 없었다. 방문자 센터 같은 것도 없었다. 차에서 내려 헬멧과 헤드랜턴을 하나씩 배급받았고 별다른 이정표도 없는 길을 따라가니 곧바로 동굴 입구였다. 뚝뚝 물이 떨어지고 바닥이 흥건한 동굴 속을 웅크리고 걷다가 비로소 넓은 공간을 만났을 때 가이드는 모두에게 헤드랜턴을 끄라고 명령했다.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도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여태 이토록 온전한 어둠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눈앞에 손을 가져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가 토끼처럼 커지고, 코가 개처럼 예민해지는 느낌. 가이드의 사소한 ‘트릭’은 아이슬란드 동굴탐험을 일생 기억할 만한 경험으로 남게 했다. 자연스럽게 자연현상을 체험하게 하는 것. 이것은 아이슬란드에서 체험했던 모든 투어에 일맥상통하는 철학처럼 보였다. 자연을 아끼고 보존한다는 ‘오만한’ 접근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두는 것 말이다. 아이슬란드 남쪽의 유명한 해변인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에 도착해 버스를 내릴 때 가이드가 여러 번 반복한 말이 있다. “절대로 바다에서 등을 돌리지 말아요!” 그날 파도는 정말 거셌다.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변이었고 검은 모래사장은 제법 넓었다. 전쟁이라도 하듯이 온몸으로 돌진해 서로에게 몸을 던지는 파도들은 괴성을 지르는 듯도 했다. 저 바다에서 수영을 감행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했다. 그렇게 무모한 짓은 상상도 해 보지 않은 내가 안전을 자신하며 바닷가로 돌출한 주상절리대 앞으로 나간 순간 거대한 파도가 전속력으로 돌진해 왔다. 설마 하며 뒷걸음질 치는 속도보다 파도가 달려오는 속도가 빨랐고, 이내 발은 무릎까지 흠뻑 젖고 말았다. 이 나라의 날씨가 그러하듯, 아직도 생생하게 활동하는 화산들이 그러하듯, 파도조차도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투어 버스의 히터가 젖은 부츠를 몇시간 만에 말릴 수 있을 만큼 화끈했기에 다행이었다.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다. 얼음의 이면, 눈꺼풀의 이면 한 해가 지나 다시 그 부츠를 꺼내 신었는데 발등을 덮은 고무 부분이 칼로 벤 듯 갈라져 있었다. 12월 내내 그 까닭을 고심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아이슬란드 빙하 투어 때문이었다. 흔히 아이젠(이건 브랜드 이름이다)이라고 부르는 크램폰Crampons을 착용했다가 발을 잘못 놀려 신발이 찢긴 것. 남들은 성큼성큼 잘도 돌아다니는데 조금만 비탈이 져도 혼자서 쩔쩔매며 얼어붙어 버렸던 굴욕도 다시 떠올랐다. 스카프타펠Skaftafell 국립공원의 빙하는 생각보다 미끄러웠고, 신비로운 푸른빛이었으며,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보였지만 피켈등반용 얼음 도끼에 쉽게 부서졌다. 작은 크레바스 안으로 몸을 웅크려 들어가자 바닥에 얕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두꺼운 빙하를 통과하는 동안 빛조차 파랗게 물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무한히 농축된 곳. 사실 나는 빙하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몇해 전 안나푸르나의 크레바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발이 자꾸만 헛디뎌졌다. 크레바스 안이 끝없는 심연의 어둠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힘이 났던 것 같다. 다시 레이카비크로 돌아와 마지막 밤은 혼자만의 숙소를 선택하고 시내에 남았다. 아이슬란드의 필수 코스라는 블루라군Blaa Lonið까지는 거리가 멀기도 했고 원래 로컬들은 가지 않는 곳이라는 말에 힘입어 과감하게 패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 니나 & 효도르Nina & Horður는 성공적이었다.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을 지닌 젊은 부부 니나와 효도르의 고급스러운 취향도 맘에 꼭 들었다. 앙큼하게도 공항까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 데다가 아이슬란드의 모든 집에서는 수도꼭지를 틀면 온천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 저녁 옥상 야외 테라스에 놓인 작은 자쿠지는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가소롭다는 듯 눈발이 떨어지고 있었고.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차가운 공기에 머리를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처음엔 동굴의 어둠이, 곧 이어 빙하의 푸른빛이 보였다. 눈꺼풀을 투과하는 빛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 나는 보았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녹색 장막을.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푸른 작별의 손짓을. ▼아이슬란드를 꿈꾸는 여행자를 위해 G 어드벤처 투어 아이슬란드 로컬 리빙 6일 168만원부터 포함사항 현지 주택 4박, 조식 4회, 중식 1회, 석식 2회(요리교실), 레이카비크 시티 투어, 오로라 관찰(차량 포함) 불포함 사항 항공료 및 기타 식사, 개별 선택 투어 | 한국 대리점 신발끈여행사 02 333 4151 gadventures.kr 나이스트립(주) 꿈꾸는 여행 아이슬란드 7일 여행 529~549만원 포함사항 런던 경유 항공편 및 전일성 식사 및 숙소, 교통편, 가이드, 일정표상의 관광지 입장료 포함 불포함 사항 개인경비 및 가이드, 기사 팁 출발 1~2월 매주 수요일 예정 02 771 1932 www.icelandtour.co.kr 샬레트래블앤라이프-자체 여행 전문가팀이 제작한 <아이슬란드 101>은 국내에서는 드문 한국어 가이드북으로 감성이 넘칠 뿐 아니라 레스토랑과 숙소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맞춤형 여행도 예약할 수 있다. 02 323 1280 iceland.chalettravel.kr 글·사진 천소현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할리우드로 간 노마 제인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공장들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만드는 군수산업 시설로 바뀌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남자들은 전선으로 징집되었고 그 빈자리는 여자들이 채웠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했다. 정부는 비행기 공장에서 리벳 작업을 하던 로지를 모델로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는 근육질 여성의 포스터를 만들어 인력 동원 캠페인을 벌였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어느 날, 할리우드 지역의 군사 홍보를 담당하던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전속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코노버를 무인 비행기 제작 회사인 ‘라디오플레인’으로 보냈다. 신문에 내보낼 또 다른 리벳공 로지를 찾던 코노버에게 노마 제인이라는 19세 여공이 눈에 띄었다. 제인의 남편은 해군에 입대해 태평양 전장으로 나갔다. 그녀는 일주일에 20달러를 받으며 하루에 10시간씩 공장 일을 하는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코노보는 허리에 사원증을 차고 프로펠러를 조립하는 제인을 모델로 촬영하였고 그 몇 장의 사진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얼마 후 그녀는 공장을 그만두고 할리우드로 떠났다. 훗날 노마 제인은 세기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로 다시 태어났고,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인연이 있었다. 그녀가 조립했던 비행기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드론인 ‘OQ-2 라디오플레인’으로 2차 대전 당시 1만 5000대를 생산해 훈련용으로 공급하였다.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 항공기는 베트남전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 작전에 사용되었다. 당시 라이언사가 제작한 ‘파이어비’는 3400회나 출격하여 실전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였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 수색과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프레데터’는 미 공군의 대표적인 무인기로 한 대 가격이 5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최고 성능의 무인기로는 노스롭그루먼사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꼽는다. 한번 뜨면 35시간을 비행하며 지상 20km 상공에서 땅 위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작전 반경이 3000km에 이르는 이 드론의 가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미국의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드론의 전체 시장 규모가 2013년 6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두 배 수준인 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금은 군사용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지만, 민간 부문의 상업용과 개인용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2015년 5억 달러 수준의 민간용 드론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여 2024년에는 3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드론의 저력 민간용 드론의 시장이 커지자 인텔, 구글,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 기업과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사용 업체까지 가세하였다. 2014년 11월, 독일의 함부르크 인근 공항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깔리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 LED로 단장한 100대의 드론이 날아올라 밤하늘을 수놓으며 군무를 펼쳤다. 인텔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동시 비행 최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16년 국제가전박람회 CES에서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 영상을 공개하며 드론 사업 진출을 재천명했다. 이 공연에 사용된 드론은 CES 개막 전날 인텔이 인수 발표를 한 독일의 ‘어센딩 테크놀러지스’사의 제품이었다. 인텔은 작년 8월에도 중국의 드론 회사인 유닉(Yuneec)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2016년 CES 최고의 드론으로 선정된 유닉의 ‘타이푼’에는 인텔의 ‘아톰’ 칩과 3D 카메라인 ‘리얼센스’가 탑재되었다. 스마트폰에서 기회를 놓친 PC의 제왕 인텔이 세상 모든 드론에 자신들의 칩을 장착하는 ‘인텔 인사이드’를 다시 한번 꿈꾸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띄워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2014년 4월 구글은 직원 20명의 신생 벤처 기업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였다.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드론은 날개 길이가 50m에 이르는데 그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붙어 있어 5년 동안 태양 에너지만으로 비행할 수 있다. 구글과 치열한 인수전을 벌여온 페이스북은 6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선수를 쳤지만 한 달 뒤 인수 조건은 알려지지 않은 채 타이탄은 구글로 넘어갔다. 구글은 대기권 위성으로 불리는 이 회사의 드론 ‘솔라라’로 차세대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스카이벤더’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초고주파인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스카이벤더는 현재의 4G LTE보다 40배나 빠른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수전에서 쓴잔을 마신 페이스북은 타이탄의 경쟁사인 영국의 ‘어센타’를 인수하고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인력들을 모아 커넥티비티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어센타는 태양광만으로 최장 드론 운행을 기록한 벤처 기업이다. 이곳에서 개발하던 태양광 드론 ‘아퀼라’는 보잉 737보다 긴 날개를 가졌지만 소형 자동차보다 가볍다. 2015년 3월 27일,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퀼라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아퀼라는 1만 8000m 상공에서 수개월 동안 비행하며 레이저 통신 기술로 하늘의 기지국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프로젝트의 목적이 아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저개발국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인터넷 오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통신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공중 기지국 드론에는 미래 통신 산업을 뒤흔들 잠재력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드론의 미래 드론은 마치 새가 되어 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관점을 제공한다. ‘하늘 위의 영상 혁명’으로 불리는 드론은 이미 영화 촬영이나 예능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 되었다.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담아내는 드론은 뉴스 취재의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에 이어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레저용 드론은 스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탈 때도 공중에서 나를 따라오며 멋진 셀프 동영상을 찍어준다. 재난 구조, 산불 예방, 적조 모니터링과 같은 공공 부문에서도 드론은 위력을 발휘한다. 드론은 시각 기능의 확장뿐만 아니라 탁월한 공간 이동의 도구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전쟁에 대비해 드론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을 넘어 ‘30분 배송’을 공언하며 드론을 이용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도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구글판 드론 택배인 ‘프로젝트 윙’을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중국의 IT 삼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독일의 글로벌 운송회사 DHL 등도 드론을 활용하는 물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드론이 ‘날개 달린 스마트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외신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미국에서만 70만 대의 드론이 판매되었고 2025년까지 하루 백만 대가 비행할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드론으로 하늘이 뒤덮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우려가 되는 사생활 침해, 안전사고, 해킹 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은 비단 드론 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인공지능과 같이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미래의 기술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제도와 인식과 기술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슈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막 싹이 트는 드론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음 회에는 드론의 마지막 승부처가 어딘지 파헤쳐 보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北,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남측 인원 모두 추방

    北,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남측 인원 모두 추방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응해 북한이 11일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했다.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11일 10시(우리 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있는 모든 남측 인원들을 11일 17시(우리 시간 오후 5시 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어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 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동결한다”면서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수 없으며 동결된 설비, 물자, 제품들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또 “남측 인원 추방과 동시에 남북 사이의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면서 “11일 우리 근로자들은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이날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성명은 우리측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에 대해서는 “도발적 조치”라고 규정하면서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선언이고 역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부정이며 조선반도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또 “괴뢰들이 그따위 푼돈이 우리의 위력한 핵무기개발과 위성발사에 들어간것처럼 떠드는 것은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주장했다.성명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대결악녀’, ‘머저리’, ‘얼간망둥이’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난 ‘이문열 키드’였다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난 ‘이문열 키드’였다

    나는 문학인이 아니다. 당연히 특정 작가의 작품에 대해 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아니 그럴 만한 능력도 아예 없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순전히 1980년대를 살아온 일개 독자로서의 쓸쓸한 회고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청춘의 재발견이다. 80년대는 이문열의 시대였다, 이문열을 얘기하지 않고 80년대를 넘어가기 어렵다. 지금의 중년이 이문열을 떠올린다는 것은 지나온 젊은 날의 고비고비를 떠올리고 추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온 많은 세월의 어느 순간에서도 이문열은 지금의 40~50대와 함께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소설은 이 땅의 중년에게 가늠할 수 없는 충격과 영향을 주었다. 비록 우리 위 세대지만 그는 듬직한 길동무이자 우리를 열광케 한 생의 멘토였다. 그로 인해 우리는 사랑과 인생을 고민했고 남루한 현실을 생각하며 밤잠을 설쳤다.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시구절 ‘대추야자 꽃피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제목을 따온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읽고 지독히도 광기 어린 사랑에 진저리를 쳤으며 책 서두에 등장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나에게 동경의 도시로 자리잡게 했다. 지금은 국민 배우쯤으로 인정되는 최민식을 알게 된 것은 강수연, 손창민이 등장하는 동명의 영화가 한몫했다. 젊은 날 누구나 한번쯤 근원적인 고민에 빠지게 했을 ‘사람의 아들’, 유장한 고어체 문장의 아름다움에 숨을 멎게 했던 ‘황제를 위하여’나, 권력과 인간의 위선적 속성을 통렬하게 까발린 ‘필론의 돼지’는 또 어떠했던가. 삶에 대한 고뇌와 불안으로 밤을 새우게 한 ‘젊은 날의 초상’은 나로 하여금 부끄러움에 떨게 했다. 얼마 전 EBS틀 통해 본 동명의 영화가 끝난 그날 밤 자정, 나는 속절없이 사라져버린 젊은 날을 생각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80년대를 거쳐온 우리들의 생의 마디마디에는 이문열이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그 시절 청춘을 휘어잡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극단적인 찬사와 더불어 그에 비견하는 비판이 교직하고 있다.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가 드러낸 정치적인 주장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치적인 견해를, 그것도 직설적으로 내뱉은 데 대한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진보 쪽 젊은 비평가들의 경우 가장 과대평가된 작가로 그를 첫손가락에 꼽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문학적 성과에 비해 지나친 권력 보유’와 ’정치적 발언의 파장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 결여’가 이유라고 했다. 비판자들은 또 이문열의 숲에 들어서는 독자들이 그가 가꾸어 놓은 보기 좋은 나무들과 꽃들을 바라보는 데 취해 그 숲 전체가 내뿜는 이념 혐오의, 아니 탈현실의 독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비판자는 이문열의 엄청난 대중적인 인기를 두고 당시 독재권력하에 엄혹했던 민중의 현실을 적당히 건드리면서 사실상 관념적인 낭만주의 세계로 80년대 준열한 사회의식을 희석시키거나 호도시켰다고 깎아내린다. 문학 문외한인 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론할 능력이 안 되고 또 일정 부분 공감이 가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이 같은 전문가적인 지적과는 별개로 이문열은 그 시절 젊음을 열광케 한 괴력의 작가였다. 그가 보여준 허무주의, 낭만주의, 교양, 취미, 엘리티시즘 등등이 주는 매력을 우리는 정녕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소설은 물론이고 ‘레떼의 연가’ ‘사람의 아들’ ‘구로아리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등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를 보고 울고 웃게 된다. 우리는 순전히 정치적인 지향 태도의 문제로 문학적 성과를 폄훼하는 일부의 비평에 마땅치 않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한 인간의 삶이 극렬한 치달음에 이르렀을 때 어떤 식으로 발화되는지를 문장으로 보여주는 흔치 않은 작가였기 때문이다. 이문열 키드쯤 되는 나는 매 학기 첫 강의시간에 나눠 주는 강의계획서 끝에 예외 없이 ‘더 베스트 이즈 옛 투 비’(The best is yet to be)라는 한 구절을 슬쩍 붙여 놓았다. 더러는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지만 결국은 수강생 중 누군가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럴 경우 그 구절의 의미를 뭉클한 맘으로, 내심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해 준다. “우리가 동경 낡은 하숙집에서 굶주리며 조국 해방을 꿈꾸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쫓겨가야 하다니…” “아닐쎄…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지 않은가. 미래에 올 그 무엇을 위해 우리는 시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이문열의 초기 작품인 영웅시대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한국전쟁이 나고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전쟁 동안 북한 정권이 임명한 수원농대 책(서울농대 학장)으로 있던 주인공과 동료가 북으로 쫓겨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일제시대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식민지 지식인으로, 작가의 월북한 친아버지가 모델이다. 더없이 극한 상황에서도 ‘좋은 것은 미래에 있다’는 주인공의 한마디는 당시 20대 청춘인 나에게 무한한 의미를 던져 주었다. 인터넷이 없던 80년대,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다’는 구절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고 결국은 로버트 브라우닝(1812~1889)의 시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영웅시대’가 이데올로기를 고민케 하는 작품이었다면 ‘젊은 날의 초상’은 80년대를 관통한 청춘의 성장통이었다. 서가에서 찾아낸 빛바랜 책에는 내가 20대 때 읽으며 밑줄을 그은 대목들이 불현듯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는 대목으로 인해 나는 지금껏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폭탄주를 이를 악물고 마시게 되었다. 또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라는 대목을 무슨 탈무드의 잠언처럼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특별히 드러내 놓을 것도 없는 나의 삶에도 이처럼 이문열의 영향을 받은 바가 적지 않다. 그래서 쏟아지는 비난의 대상이 된 그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나의 심정은 안타깝다. 한때 더없는 구애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초라해진 옛사랑을 마주하듯 비감스럽다. “비록 턱없는 감상과 애정 때문에 극적인 과장과 미화의 폐해를 입고 있긴 해도 이 갈피갈피에는 무슨 열병처럼 지나온 내 젊은 날들이 영원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숨쉬고 있다”는 작가의 후기가 마치 변변치 않은 삶을 살아온 나의 고백 같아 부르르 떨린다. 계절은 어느새 겨울의 막바지에 와 있다. 문밖에 서성이는 봄은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고 싶었던 수정 고드름을 녹이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온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계절이다. 봄은 만물을 소생케 한다지만 그 대상에 인간은 빠져 있다. 지난 시절은 장려했지만 새봄을 맞는 지금의 중년은 외롭고 허전하다. 그러나 옷을 벗은 산들이 다가올 봄의 신록을 거부하지 못하듯이 힘듦 속에서도 희망의 씨는 자라고 있다. 설날이다. 더없이 곤고한 상황에서도 그가 ‘영웅시대’를 통해 던진 한마디를 새겨 보자.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으리 (The best is yet to be). 그때 종로 코아 빌딩 언저리 맥주집에서 ‘영웅시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던 그 시절 우리들의 청춘이 문득 그립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 [이슈&이슈] 식물 1000종 넘는 생태계 보고…“서울대 소유 안 된다” 목소리 줄이어

    [이슈&이슈] 식물 1000종 넘는 생태계 보고…“서울대 소유 안 된다” 목소리 줄이어

    ‘광양 백운산은 미래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할 생태 보고입니다.’ 전남 광양시민들은 2026년 서울대 무상 대여 기간이 끝나는 백운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국민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백운산, 서울대 무상 양도 반대운동’을 펼치며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교육부 등 정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백운산의 자생식물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만큼 국립공원 지정 청원 운동을 올해도 15만 광양시민들과 함께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유지인 백운산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부터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이 연습림으로 관리하다 해방 이후 미군정청이 80년간 서울대에 빌려줬다. 이후 서울대는 지금까지 백운산을 무상으로 독점하고 있다. 2010년 12월 제정된 ‘국립대학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와 서울대는 백운산 10㎢ 전체를 교육 연구만을 위한 필수 재산으로 규정하고 무상 양도를 요구하고 있다. 2026년 대부 기간 만료에 앞서 서울대는 2010년 법인화법 제정 이후 소유권 등기 이전으로 백운산을 영구 점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법에 따르면 문화재를 제외한 국유재산과 물품에 대해 서울대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서울대에 무상 양도해야 한다. 서울대가 법인화됐기 때문에 사실상 ‘국유재산의 사유화’로도 해석된다. 서울대는 연습림의 전체 면적 중 일부를 학술림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백운산 전체를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광양시민들이 적극 반대에 나서면서 잠정 보류된 상태다.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시민들은 백운산을 서울대가 독점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양시민들은 백운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4만 1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청원하기도 했다. 광양 백운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생태적으로 연결돼 광양만에 이른다. 백운산은 남해안을 접하고 있는 산 중에서 유일하게 1000m 이상의 해발고를 갖고 있기도 하다. 남쪽으로는 남해안을 접하고 있어 구로시오난류의 영향을 받아 해양성기후를 보이고, 북쪽으로는 지리산을 접해 대륙성기후를 나타낸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백운산은 아고산대의 기후를 보이는 등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1000종이 넘는 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 보고다. 비슷한 면적의 산들에 800~900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높은 종 다양성을 갖고 있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한라산 다음으로 식물 분포가 다양해 자연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동곡, 봉강, 어치계곡과 수어댐 등 4대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7종을 포함한 조류, 천연기념물 2종을 포함한 포유류와 다양한 담수어류가 있다. 광양만녹색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자연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청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양 지역 55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광양백운산지키기협의회’는 백운산을 서울대 법인에 넘기지 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 총장은 백운산을 포기하겠다던 원래의 약속을 지키고 광양시민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백운산지키기협의회는 “서울대 무상 사용 기간이 만료되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서울대 법인화법 때문에 이마저 힘들게 됐다”고 분개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서울대에 무상으로 빌려준 이후 광양의 상징인 백운산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서울대가 학술림으로 빌려간 후 수목들을 ‘맹아갱신’(움갈이) 한다는 이유를 들어 무분별하게 베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광양시 옥룡면 서울대 남부학술림에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백운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출입 통제 등으로 인해 지역민들이 더 불편해질 것”이라면서 “백운산은 문화재적, 생태환경적 가치보다 학술림 연구의 성격이 강해 국립공원보다 학술림으로 지정하는 게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주민들의 요구를 간접적으로 거절했다. 이경재 광양만녹색연합 정책팀장은 “환경부는 용역 조사로 백운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서울대 눈치를 보며 보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백운산의 8개 등산 코스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알리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역대 최고화질 명왕성 ‘얼음화산’ 사진 공개 (NASA)

    역대 최고화질 명왕성 ‘얼음화산’ 사진 공개 (NASA)

    태양계 끝자락에 위치한 명왕성의 ‘얼음화산’ 추정 이미지가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7월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역대 최고 화질의 명왕성 남극지역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지름 150km, 높이 4km에 달하는 거대 산인 라이트 몬스(Wright Mons)다. 얼음화산으로 추정되는 라이트 몬스는 가운데가 움푹 파인 것으로 보여 최근까지도 활동한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얼음화산(cryovolcanoes)은 물 혹은 메탄, 암모니아 등이 액체 상태로 분출되는 화산을 말하는 것으로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사선 붕괴로 인한 명왕성 내부의 뜨거운 열이 이 얼음화산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NASA의 설명.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 올리버 화이트 연구원은 "지구에서도 거대한 산 정상 부근에 큰 구멍이 있다면 보통 화산"이라면서 "라이트 몬스가 화산으로 진짜 확인된다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얼음화산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NASA의 행성과학자 제프 무어 박사도 “명왕성에서 화산을 발견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으나 이와 매우 유사한 것을 찾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제로 이곳에 얼음화산들이 있다면 표면의 얼음은 휘발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언급처럼 명왕성에는 라이트 몬스 외에 역시 남극지역에 위치한 높이 6km에 달하는 피카드 몬스(Piccard Mons)도 얼음화산으로 추정된다. 명왕성에서의 화산 발견이 의미있는 것은 40억 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천체의 기원과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시간으로 지난해 7월 14일 오후 8시 49분 57초, 명왕성에 성공적으로 근접 통과한 뉴호라이즌스호는 현재 두번째 목표지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 있는 소행성 2014 MU69로 날아가고 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2014 MU69는 지름 48km의 작은 크기로 카이퍼 벨트에 위치한 속성상 태양계 탄생 초기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호라이즌스호가 시속 5만 km의 속도로 차질없이 날아가면 오는 2019년 1월, 명왕성에서도 무려 16억 km 떨어진 2014 MU69를 근접 통과한다. 사진=NASA/JHUAPL/SwRI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과거에 머무는 한, 저 해를 갖지 못한다

    과거에 머무는 한, 저 해를 갖지 못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해맞이 산행을 떠난다. 성찰의 자세로 된비알을 오르고, 해를 품은 벅찬 가슴 그대로 한 해를 이어 가겠다는 다짐의 발걸음일 터다. 그래서 선택한 곳, 강원 원주의 치악산(1288m)이다. 오르기 쉬운 산은 결코 아니다. 외려 두 번은 찾지 않는다고 할 만큼 험산에 가깝다. 오죽하면 농반진반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힘들여 산에 오르면 배울 것 하나는 꼭 생긴다. 행여 값진 교훈은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죽을 만큼 힘들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히 알게 된다. 또 있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죽지는 않더라는 것.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뜻으로만 살피자면 저 유명한 경구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맥을 같이하는 말 아니겠나. 그렇게 사점(死點)을 지나고 나면 광대하고 원만하며 무애한 풍경이 기다린다. 상상만으로도 기쁘지 아니한가. 바위에 걸터앉아 그 풍경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 치악산(雉岳山)은 흔히 설악산, 월악산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물론 ‘큰 산 악’(岳) 자를 ‘악할 악’(惡) 자로 바꿔 표현한 우스갯소리다. 하긴 4000여 개에 달하는 계단을 오르내리고(산행 코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능선 따라 걷는 재미 없이 줄곧 된비알을 올라야 하는 걸 보면 그리 틀린 표현도 아니지 싶다. 여러 산행 코스 가운데 대개의 등산객들이 들머리로 꼽는 곳은 구룡사와 입석사, 두 곳이다. 난이도로 보자면 입석사 쪽이 다소 쉽다. 정상으로 가는 여러 코스 가운데 최단거리(2.5㎞, 입석사 기준)인 데다 오르막 구간의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길이도 짧다. 구룡사 쪽에서 오르려면 ‘사다리병창’을 지나야 하는데, 솔직히 오를 때 이 구간을 만나는 일만큼은 피하길 권한다. 이번 여정에서도 입석사 쪽에서 올라 비로봉을 찍고 구룡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사다리병창 구간을 하산길에 만나기 위해서다. 거리는 얼추 8.3㎞, 5시간 정도 걸린다. 새벽 4시 30분.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인 뒤 산행에 나선다. 기온은 영하 11도. 냉랭하지만 그 덕에 공기는 더없이 맑고 청량하다. 들머리인 황골마을은 황골엿으로 유명한 곳이다. 엿에 옥수수가루를 섞어 한결 부드럽고 달다는데 아쉽게도 맛보지는 못했다. 황골마을에서 황골탐방지원센터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다. 진짜 된비알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입석사를 지나면서부터 경사는 더 급해진다. 고도를 올릴수록 땀은 쏟아지고 허리는 굽어진다. 입에선 단내가 폴폴 난다. 이처럼 거칠고 가파른 ‘깔딱고개’가 비로봉 삼거리까지 700m쯤 이어진다. 겨울 산행에서 각별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기다시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 위로 하늘이 툭 터진다. 이름은 없지만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탁월한 풍경을 펼쳐내는 곳이다. 발 아래로 원주 시가지가 깔린다.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잠에서 덜 깬 도시는 불빛으로 화려하다. 저와 같은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starry starry night)와 마주한 게 대체 얼마 만인가. 덩달아 해돋이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길고 긴 된비알에 견줘 턱없이 짧은 능선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비로봉 아래다. 칠흑 같았던 하늘은 파란빛을 되찾았고, 멀리 산자락 너머로 여명의 붉은빛이 감돈다. 정상까지는 불과 300m 남짓. 마지막 된비알이다. 빼곡한 계단길을 쉬지 않고 단숨에 오른다. 새 아침이 부르는 힘은 이처럼 강하다. 정상은 360도 풍경 전망대다. 어디 하나 막힘이 없다. 발 아래 수백개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다가서고, 그 위로 방울토마토 닮은 해가 힘차게 솟아오른다. 그야말로 광대하고, 원만하며, 무애한 해돋이다. 그렇게 얼추 10분이나 지났을까.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와 산정을 휘감아 버렸다. 눈길이 머물던 모든 곳이 쾌청했는데, 대체 저 구름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걸까. 감동의 순간은 짧았다. 하지만 더없이 강렬했다. 강풍과 함께 몰려온 구름은 단 한순간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았고, 단 1초도 같은 모습을 하지 않았다. 해와 희롱하듯 부서지고 뭉쳐지기를 반복하며 기적 같은 풍경을 펼쳐내던 구름의 춤사위는 산 전체를 자신의 품에 가둔 뒤에야 막을 내렸다. 하산은 구룡사 방향이다. 굽어보니 끝없이 이어진 계단길이다. 게다가 각도가 수직에 가깝다. 이런 길을 5.7㎞나 내려가야 한다. 수직 계단의 끝판왕은 사다리병창이다. ‘병창’은 바위 절벽을 뜻하는 현지 사투리다. 이름을 풀자면 ‘사다리꼴 형태의 바위 절벽’쯤 되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뿌리나 로프 등을 붙잡고 설설 기어올라야 했지만 요즘엔 철제 계단이 놓여 있어 한결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사다리병창에서 20분쯤 내려가면 세렴폭포다. 험산에 생성된 폭포치고는 앙증맞다 할 만큼 작고 예쁘다. 이름엔 마음까지 씻어 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산행의 날머리는 구룡사다. 절집 앞에는 늙은 은행나무가 가지를 펼치고 있다. 잎은 모두 떨어졌어도 풍채만은 늠름하다. 치악산에서 내려오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뮤지엄 산’이다. 오해는 마시라. 이름처럼 산과 관련된 기록물을 전시하는 공간은 아니고, 다양한 미술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는 해발 270m의 ‘깊은 산속 미술관’이다. 산(SAN)은 건축(혹은 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머리글자를 따서 조합한 이름이다. 뮤지엄 산은 크게 웰컴센터, 전시관, 제임스 터렐관 등 세 공간으로 나뉜다. 그 사이사이 ‘워터가든’ ‘플라워가든’ ‘스톤가든’ 등 조형미 빼어난 설치미술 공간들이 적절히 배치됐다. 뮤지엄 산은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각 공간은 그 자체로, 혹은 함께 어우러지며 예술의 향기를 보탠다. 건축을 좋아하는 이라면 단박에 빼어난 건축미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뮤지엄 산을 설계한 이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건물 앞에 서면 왜 그에게 ‘노출 콘크리트 기법의 대가’나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 등의 수식어가 붙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입은 더 벌어진다. 수직과 수평의 조화, 오차 없이 정확하게 짜맞춰진 공간들, 여유와 긴장의 적절한 배합 등 어느 하나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난 공간이 없다. 정말 소름이 돋을 만큼 인상적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뮤지엄 산을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값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작품 ‘무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 백남준의 ‘위성나무’ 등 미술 문외한도 알 만한 이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뮤지엄 산 끝자락은 ‘제임스 터렐관’이다. 미국의 설치미술가 터렐이 빛과 공간을 이용해 만든 초현실적인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 뮤지엄 산의 입장료는 비싼 편이다. 갤러리 투어 1만 8000원에 제임스 터렐관 관람까지 포함하면 2만 8000원이다. 특히 제임스 터렐관의 경우 워낙 인기가 높아 주말에는 떠밀리듯 돌아봐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싼 값은 한다. 글 사진 원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뮤지엄 산(730-9000)을 먼저 보겠다면 영동고속도로 문막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이어 능촌교차로에서 오크밸리 방면으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치악산 황골탐방지원센터를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원주나들목으로 나와 42번 국도로 갈아탄 뒤 입석사 방향으로 가면 된다. 구룡탐방지원센터는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으로 나와 구룡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 732-5231.
  • [옴부즈맨 칼럼] 노인과 신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노인과 신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노인에게 속한 것은 죄다 낡았다. 노인은 40여일간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에 나가던 소년을, 고기를 잡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소년의 부모가 다른 배로 옮겨 가게 떠밀었다. 소년이 떠난 후에도 노인은 날마다 바다로 나갔다. 84일째, 노인은 고기를 건지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노인의 눈은 굽힘을 모르듯 바다 빛깔처럼 파랗게 빛났다. 그 형형한 눈으로 노인은 신문을 읽었다.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눕거나 신문지를 말아 베개로 썼다. 소년은 자주 노인에게 왔다. 노인은 침대 밑에서 꺼낸 신문을 소년에게 읽어 주었다. 청새치를 잡고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이다 돌아온 날도 노인은 신문지를 깔고 단잠에 들었다. 잠에서 깬 노인이 소년에게 바다로 떠난 동안에 보지 못했던 신문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신문은 청량제였다. 그와 소년의 대화를 이어 주는 가교였다. 멕시코만의 노인 어부 산티아고는 충직한 신문 독자였다. 지혜로웠고, 죽음 앞에 물러서지 않는 용기로 충만했다. 노인 어부는 젊었다. 서울신문이 노인에 대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칠흑 같은 삶의 바다에서 거꾸러진 노인들의 고독과 궁핍을 절절히 다루었다. 지난여름엔 파워 엘리트들의 병역을 샅샅이 훑어서 특혜 시비를 세상에 알렸다. 기사를 게재한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에 관훈언론상이 주어졌다. 상보다 더 값진 사회적 호평이 쏟아졌다. 봉우리 하나 둘이 높다 하여 모조리 산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높고 낮은 산들이 나란히 어깨를 하고 쉼 없이 바다로 달려가야 비로소 산맥이 되어 솟는다. 서울신문이 대형 기획뿐만 아니라 주간 단위의 주기적인 기사들을 더욱 촘촘하게 기획하길 기대한다. 토요일자 신문의 기획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는 일도 시급해 보인다. 레저·연예·오락 섹션 같으면서도 본지에 묶여 있는, 이도저도 아니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서울신문의 토요일 판이 기획의 보고라는 명성을 얻길 바란다. 주말판 섹션에 군데군데 끼어드는 광고를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과제다. 거대 산맥이 되는 서울신문의 꾸준한 기획을 기대한다. 젊어지지 않으면 신문은 죽는다. 거칠고 어두운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건지기 위해 싸워야 하고, 시계 제로의 먼 바다에 갇혀 있을 때에도 항구의 불빛 아래 진실을 비추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상어 떼의 공격을 받아 뼈만 남은 앙상한 청새치를 배에 매달고 왔을지라도 항구 사람들은 그 흔적만으로도 거대한 물고기를 연상해 냈다. 산티아고 노인은 그때 사람들의 관계와 관계 안의 기억 속에서 젊었다.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려는 소년 앞에서 노인은 여전히 젊게 살아났다. 현재 온라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고 검색되는 서울신문의 ‘선데이 서울’ 정보도 재고가 필요하다. 아무개와 다른 아무개의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야기들은 서울신문의 정보를 낡고 노쇠해 보이게 한다. 더욱이 내밀한 신상 정보가 선연하다. 디지털 유품을 고민하고 잊혀질 권리가 격하게 요구되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 선데이 서울식 정보는 잊힐 권리를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법적인 주장 앞에, 새로운 기획 정보를 원하는 젊은 독자들의 요구 앞에 거듭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것이 늙은 것이 아니라 낡은 사고와 굼뜬 행동이 사람을, 신문을 늙게 만든다. 더 젊어지는 서울신문을 기대한다.
  • 움베르토 에코가 알려주는 십자군 원정의 ‘진짜 이유’

    움베르토 에코가 알려주는 십자군 원정의 ‘진짜 이유’

    중세 Ⅱ/움베르토 에코 등 지음/윤종태 옮김/시공사/972쪽/8만원 유럽의 중세는 문화적으로, 물질적으로 쇠락한 암흑기라는 이미지가 흔하다.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리는 움베르토 에코는 로마 제국이 몰락한 476년부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1492년까지 1000년에 달하는 이 시기를 한 단어로 재단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중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수백명 학자들의 힘을 모아 중세의 모든 것을 다루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중세 4부작이다. 그 두 번째 권인 ‘성당, 기사, 도시의 시대’(1000~1200)가 번역 출간됐다. 지난 7월 나온 1권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476~1000)가 세기말로 치닫는 500여년을 다뤘다면 2권은 유럽이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대의 지리적 경계, 생존이라는 절박한 한계에서 벗어나 부흥의 날갯짓을 하던 200년을 다룬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 유산들은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훗날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하인리히 2세가 독일 왕으로 등극한 즈음부터 사자왕 라처드의 죽음으로 무지왕 존이 기어코 잉글랜드 권좌를 차지하던 즈음까지의 유럽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 예술, 음악 등이 촘촘하게 다뤄진다.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답을 더듬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에코와 친구들은 이 시기 십자군 원정이 단순히 종교적 이유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인 동기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났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 이슬람국가(IS)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혜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3권 ‘성, 상인, 시인의 시대’(1200~1400)는 내년, 4권 ‘탐험, 무역, 유토피아의 시대’(1400~1500)는 2017년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을 돌아본다, 절터에서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을 돌아본다, 절터에서

    여행지로서의 강원 원주는 사실 ‘캐릭터’가 불분명하다. 강원권 교통의 요지라거나, 산업도시라고 하기엔 뭔가 1% 부족한 느낌이다. 강원도청 소재지, 혹은 군사도시 사이 어디쯤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 여행과는 거리가 먼 특징들이다. 그래서 둘러봤다. 원주엔 무엇이 있을까. 알려지지 않았을지언정 없지는 않을 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아 시내 구경부터 나선다. 원주는 한지의 고향이다. 예부터 그랬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 닥나무가 원주의 특산물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알다시피 닥나무는 한지의 주재료다. 닥나무 ‘저’(楮) 자를 행정명으로 쓴 지역도 있다. 현재 호저면은 1914년 이전엔 ‘저전동면’이라 불렸다. 지금도 호저면과 부론면, 흥업면 등에서 닥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원주엔 무려 15개 이상의 한지 공장이 전통을 잇고 있었다. 한지의 대량 소비처였던 법천사와 거돈사, 흥법사 등 대가람들이 부론면에 몰려 있었고, 강원 관찰사가 상주했던 강원감영 등 관청들도 멀지 않은 곳에 밀집돼 있었다. 한지 마을과 인쇄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주 한지테마파크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 한지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한지문화 전용공간으로 조성됐는데 다양한 전시, 체험, 교육 등의 이벤트가 열린다. ●중앙시장서 허기 달래고 미륵산 풍광에 흠뻑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이에겐 중앙시장이 제격이다. 1970년 준공돼 얼추 5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느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다 최근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장 안엔 문화예술 시설과 맛집 등이 얽혀 있다. 2층은 골목미술관이다. 각종 적치물이 쌓인 버려진 공간이었는데, 최근 말끔하게 정비해 다양한 전시회를 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은 고기골목, 만두골목 등 이른바 ‘먹자 골목’이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미륵산(689m)은 덜 발품 팔고도 장쾌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충북 충주와 경계를 이룬 산으로, 제법 웅장한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다. 경천묘를 들머리 삼아 두 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주봉 암벽엔 미륵불이 새겨져 있다. 큼직한 얼굴과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 투박하고 토속적인 표현양식 등으로 볼 때 고려 전기에 조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들머리와 날머리 구실을 하는 경천묘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일반인과 달리 왕의 위패엔 4번 절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길. 원주 여정의 핵심은 옛 절터다. 원주에 남은 주요 폐사지는 거돈사지, 흥법사지, 법천사지 등 세 곳이다. 하나같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탑, 탑비 등을 품고 있어 우리 석조미술문화의 저력을 잘 보여 주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모두 남한강을 끼고 있어 찾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다. 한데 돌아보는 순서는 고민이 좀 필요하다. 사람마다 폐사지에 두는 의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목익상 원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흥법사터, 거돈사터, 법천사터 순으로 돌아보라 했다. 절터에 남은 탑비의 조성 연대순으로 돌아야 탑비의 변천과정 등 역사를 알 수 있다는 뜻에서다. 흥법사터는 신라시대 절터다. 원래 1만평에 이르는 대찰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절터 대부분이 농가와 논밭으로 변했다. 남은 문화재는 흥법사터 삼층석탑(보물 제464호), 진공대사 탑비 귀부와 이수(제463호) 정도다. ●옛 절터엔 석조미술문화의 저력 오롯이 거돈사터는 이른바 ‘폐허의 미’가 가장 빼어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신라 후기인 9세기께 조성된 뒤 고려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명맥이 이어졌던 대가람이었으나, 지금은 너른 터와 석탑만 남아 당시 모습을 일러 주고 있다. 거돈은 ‘큰 깨우침을 얻다’는 뜻이다. 가람의 규모와 깨우침의 깊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많은 이들이 거돈사를 찾아 깨달음을 구했던 건 분명해 보인다. 폐사지에 들면 삼층석탑(보물 제750호)이 눈길을 잡아끈다. 아담한 체구의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유홍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탑이 있음으로 해서 거돈사터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며 폐사지의 쓸쓸한 분위기를 차라리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8권) 석탑 오른쪽은 느티나무다. 수령 700년에 이른 노거수로, 몸 둘레가 7.2m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석탑과 나무 위로 세월이 더께로 쌓였다. 지치고 쇠락해 보여도 둘이 어우러지며 선사하는 풍경의 무게만큼은 더없이 무겁고 깊다. 삼층석탑 바로 뒤는 금당터다. 그 중앙에는 큼직한 철불이 앉았을 석조 대좌가 거대한 돌덩이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다. 절터 동남쪽 끝자락엔 원공국사 승묘탑비(보물 78호)가 서 있다. 고려 현종 16년(1025)에 세워진 것으로 돌거북 받침대(귀부)와 용머리 지붕돌(이수)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탑비의 필획은 힘차고 아름다워 고려시대 비 중 서체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법천사지는 발굴조사 작업이 한창이다. 지광국사 현묘탑(국보 101호)과 탑비(국보 59호)로 이름난 절터로, 두 작품 모두 고려 불교미술의 대표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탑비는 나라 안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비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제 흥원창터를 말할 차례다. 흥원창은 내륙의 쌀과 각종 물산들을 한양으로 실어 나르던 뱃길 위에 세운 창고다. 지금은 유적지이자 지명으로도 쓰인다. 조선시대 흥원창의 규모는 실로 대단했던 모양이다. 창고 앞 나루터에 정박하는 세곡 운반선이 20여척이 넘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배들이 오갔던 뱃길이 바로 삼도하(三道河)다. 충북 충주와 경기 여주, 그리고 강원 원주 등 세 도시가 만나는 접경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어디 마을뿐이랴. 물길도 합쳐진다. 충주 목계나루에서 흘러온 남한강과 원주를 관통해 온 섬강이 흥원창터 앞에서 몸을 섞은 뒤 여주로 흘러간다. 급히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흐르던 물길은 청미천을 받아 안은 다음 또 한번 몸을 뒤틀어 북쪽으로 급선회한다. 이른바 세물머리다. 그 자태가 유장하면서도 더없이 도도하다. 굽이쳐 흐르는 세 강줄기를 여유 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자산의 풍채도 일품이다. 강변에서 만나는 철새들의 자태는 겨울 여행의 별미다. 흔히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무리가 남한강 지류를 따라 유영하고, 청둥오리 등은 무시로 군무를 펼친다.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도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다. 흥원창 일대는 해넘이 명소로 꼽힌다. 낮은 산자락을 넘어가는 해가 일렁이는 물결을 붉게 물들인다. 큰 강 합쳐지는 곳이 낙조로 물드는 장면, 그야말로 장관에 장관을 더한 풍경이다. 그 강물에 올해의 시름 실어 보내는 것도 좋겠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 원주 중앙시장 안에 맛집들이 많다. 특히 소고기 집들이 많은데, 주말이나 연말연시 등엔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그 가운데 푸른초원(742-7438)은 푸짐한 한우숯불구이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집이다. 한우모둠 1인분이 2만 5000원이다. 이 집의 별미는 된장찌개다. 거무튀튀한 빛깔의 토속 된장으로 끓여 내는데, 짜지 않으면서도 된장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장터추어탕(735-2025)은 원주식 추어탕으로 이름난 집. 걸죽한 국물이 일품이다. 문막에 있다. 산정집(742-8556)은 ‘말이고기’로 이름난 집. 한우를 얇게 썰어 미나리, 쪽파 등과 함께 말아 만든다. →가는 길: 폐사지를 먼저 둘러보겠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낫다. 이어 37번 국도를 타고 점동사거리까지 간 뒤 좌회전, 84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단암삼거리에서 부론면사무소 방면으로 좌회전해 가면 된다. 미륵산은 영동고속도로 문막 나들목으로 나가 42번 국도(여주 방향), 49번 지방도, 404번 지방도 순으로 갈아탄 뒤 유현3거리에서 운교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한지테마파크(734-4739)는 원주 시내 한지공원길에 있다. →잘 곳: 가족 단위로 간다면 오크밸리 리조트(1588-7676)가 제격이다. 특급호텔로는 호텔 인터불고 원주(769-8114)가 있다. 원주 유일의 특급호텔로 원주역사박물관 옆에 있다. 글 사진 원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항암 치료 미루던 엄마가 낳은 아기, 결국 하늘로…

    항암 치료 미루던 엄마가 낳은 아기, 결국 하늘로…

    불과 며칠 전, 항암 치료까지 늦추며 아기를 출산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한 여성에게 끝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갓 태어난 아기가 8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 것.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11일 잉글랜드 서머싯주(州) 포티스헤드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가 18일 사망했다. 경찰관인 아기 엄마 하이디 로린(32)은 자신의 블로그에 딸 앨리 루이스 스미스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임신 중 급성 염증성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로린은 아이를 포기하고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 권고를 거부하고 치료를 미뤄 왔었다. 그녀는 만삭 때까지 출산을 미루려 했으나 더 미루면 출산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료진의 강력한 경고로, 결국 예정일보다 12주 빠른 11일 출산에 들어갔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앨리의 몸무게는 1.4kg. 매우 작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지내오던 아기는 그러나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로린은 “네가 비록 8일밖에 우리 곁에 머물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너를 매우 사랑한단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안다”면서 “오늘 무지개가 떴는데 혹시 네가 보낸 게 아닌지 궁금하구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우리 예쁜 딸 앨리, 난 네 이름을 속삭여 산들바람에 실려 보낸다”면서 “영원히 너를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로린이 걸린 급성 염증성 유방암은 매우 치명적인 희귀 질환으로, 암세포가 가슴 피부의 림프관을 차단해 가슴이 자주 붓거나 붉어지고, 혹은 염증이 일어나는 증상을 보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항암 치료 미루던 끝에 낳은 아기, 8일 만에 하늘로…

    불과 며칠 전, 항암 치료까지 늦추며 아기를 출산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한 여성에게 끝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갓 태어난 아기가 8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 것.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11일 잉글랜드 서머싯주(州) 포티스헤드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가 18일 사망했다. 경찰관인 아기 엄마 하이디 로린(32)은 자신의 블로그에 딸 앨리 루이스 스미스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임신 중 급성 염증성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로린은 아이를 포기하고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 권고를 거부하고 치료를 미뤄 왔었다. 그녀는 만삭 때까지 출산을 미루려 했으나 더 미루면 출산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료진의 강력한 경고로, 결국 예정일보다 12주 빠른 11일 출산에 들어갔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앨리의 몸무게는 1.4kg. 매우 작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지내오던 아기는 그러나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로린은 “네가 비록 8일밖에 우리 곁에 머물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너를 매우 사랑한단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안다”면서 “오늘 무지개가 떴는데 혹시 네가 보낸 게 아닌지 궁금하구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우리 예쁜 딸 앨리, 난 네 이름을 속삭여 산들바람에 실려 보낸다”면서 “영원히 너를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로린이 걸린 급성 염증성 유방암은 매우 치명적인 희귀 질환으로, 암세포가 가슴 피부의 림프관을 차단해 가슴이 자주 붓거나 붉어지고, 혹은 염증이 일어나는 증상을 보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5) 민중가요와 노찾사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5) 민중가요와 노찾사

    2009년 4월 30일 늦은 밤, 서울 종로구 운현궁 뒤편 주점 ‘낭만’에 애절한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부르는 목소리는 각기 달랐으나 노래는 딱 한 가지로, 대중에게는 낯선 ‘부용산’을 번갈아 가며 부르고 들었다. 모인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관계, 문화계를 움직이던 쟁쟁한 인사들. 딱 한 곡을 두고 삼십여명이 젖 먹던 내공까지 다해 노래를 부르는 해괴한 풍경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비장감마저 흘렀다. 모두가 간절함을 더해 뽑아냈고 구석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일간지가 전한 사연이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모두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며칠 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등등 몇 사람이 ‘부용산’을 흥얼거리다 ‘누가 잘 부르는지 함 겨뤄 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이날 풍경이었다. 노래는 오랜 세월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고 금지된 사연은 기구하고 애절하다. ‘부용산’은 본디 1947년 목포 항도여중 교사였던 박기동이 24살에 요절해 전남 벌교 부용산에 묻힌 누이를 추모해 지은 시다. 여기에 동료 음악교사 안성현이 곡을 붙였다. 안성현은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그가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저 유명한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 민족의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했던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가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6·25 당시 월북했으며 북한 국립교향악단 단장을 역임했다고 전한다. 그런저런 이유로 ‘부용산’의 작곡자는 오랜 세월 미상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노래는 한국전쟁 당시 널리 퍼진다. 특히 전남에서 유행했던 이 노래는 ‘좌익’들에겐 자신들의 군가처럼 받들어지며 애창됐다. 실제로 지리산, 회문산 빨치산들이 달 밝은 밤이면 워낙 애절하게 불러 대는 바람에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잠을 설쳤다고 한다. 애당초 이념과는 무관했던 노래가 금지곡이 된 데는 이처럼 빨치산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사실 빨치산들도 노래에 이념성을 넣어서 불렀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처지가 고달파서 불렀겠지만 여순 사건 등을 거치면서 노래 ‘부용산’은 당국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 채 80년대 저항가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80년대는 이렇듯 저항노래의 시대였다. 민중가요를 부르면 곧바로 당국에 끌려가던 시절. 그래서 사람들은 뒷골목 술집에서 주위를 살피며 숨죽여 노래를 불렀다. 민중가요는 80년대를 풍미했다. 노래는 역사의 현장에 청춘을 내던진 사람들의 비명에 가까웠다. 노랫말도, 곡조도 구슬프다. 그래서 운동권 노래를 듣게 되면 그 비장미에 온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돌이켜 보면 권위주의 시대, 이른바 당국은 시시때때로 금지곡 명단을 발표하고 이에 맞서 운동권은 끊임없이 미래의 금지곡이 예정된 운동권 가요를 양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국이 왜색가요를 금지하고 건전가요를 강요한 것과 같은 이치로 운동권은 팝과 대중가요를 부르는 선후배 동료를 부릅뜬 눈으로 경멸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 대학가와 젊은 넥타이 부대들이 운동권 노래들만 불렀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대부분 뽕짝이다. 어머니이임의 소오온을 노오코 도라아서얼 때에에는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는), 누군가가 뽕짝 한 곡조를 뽑기 시작하면 대개 기본 한 시간은 간다.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다른 노래가 등장하고 이렇게 시작된 노래는 목이 쉴 때까지, 안주로 시켜 놓은 짬뽕 국물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계속됐다. ‘미아리 눈물고개’부터 ‘눈물 젖은 두만강’, ‘울려고 내가 왔나’, ‘가련다 떠나련다’까지 이십대 청춘들이 흘러간 노래들을 뽑고 또 뽑아 댔다. 중국집 교자상이 흠집이 나도록 젓가락을 두드리다 보면 누군가는 꺼이꺼이 울었고 또 누군가는 탁자 위에 고개를 처박고 코를 골았지만 노래는 계속됐다. 허구한 날 불러 대다 보니 가사까지 외워 버린 그 많은 노래는 대개 구슬펐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거나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곡들의 대부분은 대개 부모님 세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이다. 그러나 뽕짝으로 시작한 과 엠티나 직장의 단합대회에서도 밤이 이슥해지고 헤어질 때쯤이면 운동권 가요가 터져 나왔다. 취한 채 꽥꽥 소리를 지르다가도 마지막에는 당연하다는 듯 모두가 같이 불렀다. 혼자 시작했지만 곧바로 떼창으로 이어지는 게 운동권 노래들의 특징. 노래가 끝나면 한순간 숙연해지고 모두가 비감 어린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특히 김광석과 안치환이 번갈아 부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이 같이한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찾사’를 기억해야 한다. 80년대 전설적인 민중가요들이 집대성된 데는 노찾사의 역할이 컸다. 6·29 선언에 따른 민주화 분위기 속에 등장한 87년 ‘노찾사’의 첫 공연은 당시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사랑 타령이 공통 주제였고 서구 팝에 빠져 있던 그 시절, ‘노찾사’의 묵직하고 음울하면서도 뜨거운 노래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특히 ‘사계’는 당시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의 피날레 뮤직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여성 보컬과 건반의 경쾌한 연주와는 극히 대조적으로 여공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이후 거북이(터틀맨)에 의해 힙합 버전으로, 또 클럽하우스 버전으로 흥겹게 불렸다. 랩 가사도 발랄해서 골수 운동권으로부터 욕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지금의 세대에 저항가요의 서정성을 알린 공은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무거운 주제의식과 어두운 분위기는 운동권 노래의 한계가 된다. 시종일관 침울하다. 시대의 소외된 것들을 조명하는 민중가요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한계로 보이지만 대중성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민주화 시대에는 극히 일부에서만 불릴 뿐 아쉽게도 그 위대했던 영광을 점차 잃어 가고 있다. 아득한 시절, 이 땅에 민주화란 말이 익숙하지 않았던 80년대 끝자락, 나는 신촌의 한 여자대학 강당에서 결혼했다.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여전히 매캐하고 강요된 눈물이 멈추지 않던 시절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그날 결혼식의 가장 큰 이변은 축가였다. 초대된 소프라노는 칼날 같은 목소리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로 시작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고 ‘창살 앞에 네가 묶일 때 살아서 만나리라’로 끝나는 대목에서 하객들은 한순간 숙연해졌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용기가 없거나 모질지 못한 사람들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만의 타는 목마름을 표현했고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우울했던 80년대, 그래도 우리는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다’(The best is yet to be)는 시 구절을 새기며 살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살아 내었다.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이제 와서 문득 운동권 노래를 듣게 되면 비감해진다. 그리움은 강이 되어 맴돌아 흐르고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꿈도 간데없다. 2015년은 이제 멀리 재를 넘는 석양에 지고 있고 추억은 야윈 겨울 햇빛에 시들어 간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l.com
  • 與 “싸우지 말자” 공감했지만… 공천 ‘룰의 전쟁’ 계파별 동상이몽

    새누리당이 백가쟁명식 공천룰 논의에서 계파별로 서로 다른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비박근혜계가 국민경선제 및 험지 차출론, 친박근혜계가 결선투표제, 중진용퇴론, 전략공천(우선공천)론을 맞세운 가운데 현역 단체장 출마 금지 조치까지 계파별 속사정이 판이하다. 김무성 대표가 당 복귀를 앞둔 친박계 핵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지난 9일 만찬 회동에서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고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어떤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친박 “결선투표제가 가장 민주적” ‘일반국민 대 당원 5대5’인 현행 경선방식에서 국민 비율을 높이자는 비박계와 결선투표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친박계의 의도는 정반대다. 2007년 대선 경선 패배의 기억이 뼈아픈 친박계는 국민 여론조사에 부정적이다. 결선투표제는 여론조사의 보완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한 (1등) 후보가 있을 때 1·2등을 다시 붙여서 최종 후보자를 뽑는 게 가장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후보가 난립할 경우 현역만 유리하고 교체 열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논리다. TK(대구·경북) 지역 중심으로 박근혜 키즈가 출격한 친박계로서는 이들을 활용한 결선투표를 통해 친유승민계 등 비박계 현역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비박계는 영호남 일부를 제외하고 과반 1위가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결선투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가 친박계 요구를 수용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박 “현 방식서 국민 비율 높여야” 비박계의 험지 차출론은 친박계발 중진 용퇴론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한 비박계 의원은 “비박계 김성태·김용태 의원이 김무성 대표는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의 서울 차출론을 들고 나온 것은 결국 7선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상대편 중진들의 희생 또는 용퇴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박계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둑의 사석(버리는 돌)처럼 험지에 나가도록 하는 건 안 된다”는 전제 아래 “당의 훌륭한 자산들이 수도권에 출마해 당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하다”고 원칙적 찬성론을 밝혔다. 한편 친박계는 중진 용퇴론으로 공간이 비는 TK, PK(부산·경남) 지역구에 박근혜 정부 출신 장관들 등 ‘진박’들의 우선공천도 노리고 있다. 우선공천론을 놓고선 친박계 내부의 수위 조절도 감지된다. 김재원 의원은 전날 “우선공천은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에 한해 적용해야 된다”면서 ‘친박 중진 용퇴’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했다. 현역 지자체장 출마 시 페널티를 적용하는 안은 서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적극 찬성했다고 한다. 현역 친박계 의원들이 ‘진박’ 마케팅을 내세운 영남권 일부 단체장들에 대한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입지 좋고 개발호재 갖춘 섹션오피스 광교에 들어선다… 어디?

    입지 좋고 개발호재 갖춘 섹션오피스 광교에 들어선다… 어디?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교통이나 생활, 환경 등 부동산이 위치한 입지를 들 수 있다. 통상 부동산은 역세권이거나 각종 편의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많고, 녹지까지 풍부한 등 주변 환경까지 쾌적하면 최고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일반 부동산뿐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에도 이러한 ‘입지’ 바람이 불고 있어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마곡지구, 문정지구 등 입지 좋은 곳에 분양된 수익형 부동산들이 모두 ‘완판’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이들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대규모 기업이나 업무시설 유치 등 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 요인 등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공급됐던 섹션오피스 안강프라이빗타워는 오픈 첫날 100%분양이 마감되는 등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서도 ‘입지’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때, 입지가 뛰어남은 물론 지역호재가 많고 배후수요까지 풍부한 광교신도시에서 프라임급 오피스타워가 공급예정에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광교 레이크뷰타워’가 그 주인공. ‘광교 레이크뷰타워’가 입지한 광교신도시는 교육, 교통, 공원녹지, 문화, 의료 등이 완벽하게 갖춰진 명품신도시로 컨벤션센터, 경기도청, 수원지방법원·고등법원·검찰청, 테크노밸리, 롯데아울렛 등을 중심으로 상업 및 업무 등의 자족성을 갖췄다. ‘광교 레이크뷰타워’는 업무·상업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높이 175m로 시공돼 경기권에서는 가장 높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이 단지가 위치한 입지는 광교호수공원과 바로 맞닿아 있어 조망이 우수하며, 광교신도시 전역을 막힘 없이 바라볼 수 있다. 이 오피스는 차별화된 모듈화 시스템을 도입해 최소 단위 섹션으로 입주사 및 투자자를 위한 최적화된 공간구현이 가능하다. 또 실별 온도제어와 지역 냉난방 시스템이 설치되고, 3개 층마다 회의, 휴식 등이 가능한 멀티룸을 제공할 예정이며 전망이 좋은 지상 24층에 소·중·대 회의실 및 Den(서재와 휴게기능이 결합된 힐링공간)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광교 레이크뷰타워’는 지하 5층~지상 41층, 2개동으로 섹션오피스,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이 중 섹션오피스는 지상 3층~39층, A동에 위치했다. 홍보관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센트럴타운로 15 아이플렉스 빌딩 2층에 위치하며 홍보관으로 연락하면 자세한 상담이 가능하다. 문의번호 : 1899-7566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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