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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에세이] 6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를 보며/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6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를 보며/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국제유가가 2년 4개월 만에 드디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와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2014년 하반기 이후 급락했던 원유가가 다시 상승 기조를 유지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원유가가 바닥을 찍은 게 아닌가 하는 기대 섞인 전망을 조심스레 해 본다.처음 유가가 급락했을 땐 우리에게 축복인 줄 알았다. 우리 경제구조는 에너지 다소비형인 데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이나 해외 건설 같은 수주산업에는 긴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선 자원개발 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 고유가 시절에 사두었던 해외유전 자산들이 수익은커녕 부실로 남게 되었다. 조선이 뒤를 이었다. 신규 선박 발주가 뚝 끊기고, 선주들은 계약을 취소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건조된 배의 인도를 미룸에 따라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유, 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력 플랜트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주량이 전성기에 비해 반토막 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주를 해도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였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입은 손실 규모를 합산해 보면 아마도 원유 수입에서 줄어든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을지 모른다. 저유가가 오히려 우리 경제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데 일조했음 직하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를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도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1.4%(전기 대비)를 기록함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3%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북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복 기조로 돌아섰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금융 지원을 노크하는 빈도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 수주 산업에 긴 먹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래로 힘차게 나가기 위해서 새롭게 할 부분이 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감원과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20여년의 산업발전을 가져왔다. 수주산업은 그 시기에 확장일로를 걸어왔다. 당시 원화환율의 급등은 우리 수주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동, 동남아 등 주력시장에서 역사상 최대의 수주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기본설계역량이 부족하고 사업개발과 관리 역량이 미흡한 가운데 이뤄진 확장 전략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위기 시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상당 기간 수주가 안 되어도 일감이 충분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던 기업이 큰 규모의 손실과 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 우리 국민을 실망시킨 사례까지 있었다. 계약 내용도 위기 시에 발생한 손실을 발주자로부터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공사를 끝내고도 충분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외형 확장에 앞서 사업개발 및 관리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최근 들어 도로, 병원 등 인프라와 발전소,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 방식이 투자개발형으로 변하고 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도 과거에 자기자금으로 공사를 발주하던 관행에서 수주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게 하고, 프로젝트 금융을 조달해 올 것을 요구한다. 국제 원유가가 약세인 까닭에 재정이 튼튼하지 못해 수주기업에 자금을 가져오라는 것도 있지만,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워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뜻도 있다. 그러다 보니 수주기업의 입장에서는 역량 있는 운영 사업 파트너를 찾고, 공사비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에 필요한 자금까지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금 회수 기간도 훨씬 길어지는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좀더 면밀한 사업성 분석과 장기간 위험을 관리하는 역량까지 키워야 한다. 반성이 없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업은 경기 확장기에 순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위기가 찾아오면 가장 먼저 도산에 이른다. 핵심 기술 역량이 없으면 새로운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고 찾더라도 헐값에 팔려 나간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근본을 돌아보고 혁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In&Out] 유치원 버스 참사, 웨이하이에 한국학교 세워야/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In&Out] 유치원 버스 참사, 웨이하이에 한국학교 세워야/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지난 5월 9일 오전 9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에 있는 타오자쾅 터널을 지나던 중스(中世)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불이 나 차량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이 부모의 품을 안타깝게 떠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참사는 해고 통보에 앙심을 품은 중국인 운전기사의 방화 때문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숨진 운전기사가 앞 차량에 추돌한 뒤 차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사건을 겪은 부모들뿐 아니라 이곳 교민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교민들은 상처를 서로 위로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사고의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교민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학생들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웨이하이시 지역에 한국 학교를 설립하는 일이다. 유가족을 비롯한 교민들이 이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1일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운수회사와 학교 측으로부터 받았던 보상금을 학교 설립 기금으로 모두 기부했다. 다른 부모들이 똑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런 모습에 이 지역 다른 학부모들도 학교 건립을 위해 쌈짓돈을 조금씩 내놓았다. 심지어 자녀가 없는 교민들도 뜻을 모아 기부에 동참했다. 사고 이후 학교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이들의 노력이 더해져 약 200만 위안(3억 420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교민 사회가 한마음으로 동참한 소중한 결과였다. 단순히 돈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모금에도 불구, 한국 학교가 설립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한국 정부의 내년 예산에 해당 학교 설립과 운영 비용을 반영하는 일이다. 사고 이후 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안타깝게도 내년도 한국의 정부 예산안에는 ‘웨이하이 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한국의 교육부에 학교 설립·운영 신청을 급하게 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국회를 통해 긴급하게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민 사회의 염원과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될 처지다. 웨이하이시 지역 교민들이 학교 설립에 노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웨이하이시에서 유일하게 한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학교가 재정 문제로 내년 3월부터 한국교육과정 운영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재학 중이었던 교민 자녀 190명이 당장 내년부터 갈 곳이 없게 됐다. 특히 한국과 학제가 다른 탓에 이 학생들은 다른 국제학교로 전학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교육부와 칭다오 총영사관의 관심과 협조로 설립추진위원회가 후속 절차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중국 웨이하이시 교육 당국에서 이례적으로 외국인 학교 설립 준비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웨이하이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범도시로 선정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한국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시다. 외국 교민들도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타국에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재외 학생들도 교육 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하루빨리 웨이하이시에 한국 학교가 설립돼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학교에서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이 배움을 잃지 않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의 마음이 모이길 간절히 바란다.
  •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먼 길 날아온 기러기가 쉬어 가는 정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북 완주의 비비정(飛飛亭)입니다. 정자 앞을 흐르는 만경강과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비비낙안’(飛飛雁)이라 부르며 완산8경의 하나로 꼽는다니 필경 수묵화 같은 비경이 펼쳐지는 장소겠지요. 게다가 단풍으로 이름난 대둔산이 지척이고 삼례문화예술촌 등 독특한 여행지도 주변에 널렸으니 주저할 게 있겠습니까. 그저 행장 꾸려 떠나면 되는 것이지요.비비정(飛飛亭)이 선 곳은 삼례읍의 만경강 초입이다. 전주천 등 크고 작은 하천들이 합류하는 지역이다. 예전엔 큰 개천이란 뜻의 한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자 이름은 장비와 악비, 두 중국의 장수 이름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비비정을 1573년(선조 6년)에 처음 조성한 이가 무인 최영길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비비정에서 본 기러기떼… 완산8경, 비비낙안 (飛飛落雁) 이 일대 풍경을 따로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일컫기도 한다. 완산8경의 하나로,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것을 일컫는다. 정자 이름을 지은 이가 이런 중의적인 풀이까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비’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건 분명한 듯하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40~50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잔풀 하나 없는 하얀 모래밭이었다고 한다. 이 멋진 풍경 속에 어찌 기러기만 있었으랴. 너른 강물 위로 목선들이 오가고, 모래밭은 술추렴하는 사내들의 불콰한 얼굴로 가득했을 터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강안으로 제방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갈대와 풀 등이 터를 잡으며 점차 모래밭도 사라졌다는 것이다.여러 전란 등을 거치며 사라졌던 비비정은 1998년에 복원됐다. 비비정은 건물 자체로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세월의 흔적이 깃들지 않은 탓이다. 한데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정말 멋들어지다. 만경강이 뱀처럼 휘돌아가고 그 너머로 억새 무성한 습지가 넓게 퍼져 있다. 드넓은 호남평야는 가을걷이를 앞둔 벼들로 온통 노란빛이다. 저물녘엔 더 멋지다. 해가 익산 쪽으로 넘어갈 때면 사위가 시뻘겋게 물든다. 불 칼처럼 빛나는 만경강 위로는 기러기들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다. 이건 뭐 딱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장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정자 바로 뒤 카페다. 삼례 출신의 사내가 낙향해 운영하는 업소다. 이 카페 옥상에 올라가면 이 ‘그림’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염치가 있으니 최소한 차 한 잔은 마셔야겠지만 그쯤의 값어치야 하고도 남는다.비비정 오른쪽은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다. 길이는 476m. 문화재청에 따르면 옛 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목교로 건설됐다. 당시만 해도 한강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이었다. 이어 1928년 호남평야의 쌀 등 농산물 수탈을 목적으로 철교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내내 자행됐던 수탈의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증거물인 셈이다. 그러다 2011년, 바로 옆에 새 다리가 놓이면서 철교로서의 기능을 잃었다.일제 수탈사 서린 만경강 폐철교, 예술열차 칙칙폭폭 철교 위엔 예술열차가 세워져 있다. 퇴역 열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식당 겸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예술열차 안에서 주변 풍경을 내다보는 맛도 각별하다. 비비정 뒤편은 카페 비비낙안이다. 옛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전망대와 도회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 건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기껏해야 ‘동네 뒷산’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사방이 훤히 트인 덕에 비비낙안에서 굽어보는 미감은 아주 색다르다. 왼쪽으로는 너른 만경평야와 대둔산 등 호남의 산들이 걸개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정면으로는 전주 시가지 풍경과 모악산 등이 어울려 있고, 오른쪽으로는 익산 쪽 풍경이 아스라하다. 전망대는 옛 물탱크 위에 세워져 있다. 양수장에서 물을 퍼 올려 익산 등으로 보내던 설비라고 한다. 그러니 언덕 아래 옛 삼례양수장(등록문화재 221호)과는 한 세트인 셈이다. 비비정 일대는 몇 년 전만 해도 삼례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변변한 땅뙈기 하나 없는 이들이 만경강 인근의 자투리땅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됐다. 나날이 쇠락해 가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한 건 비비정 농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비비정 레스토랑은 ‘엄마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가난해도 자식에겐 맛있는 밥을 먹이려 했던 마을 엄마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낸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이젠 ‘농가 집밥’을 맛보려는 식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비비낙안 언덕에서 일제강점기 때 조성됐다는 계단을 내려가면 비비정 레스토랑이 나온다. 비비낙안 카페 건물과 쌍둥이라 할 만큼 빼닮은 건물이다. 농가 레스토랑 앞은 옛 삼례양수장이다. 붉은 벽돌의 옛 건물과 모던한 레스토랑 건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비비정 마을에서 길 하나 건너면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비주얼미디어(VM)아트미술관과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 목공소 등 독특한 공간이 모여 있다. 옛 삼례역을 활용한 ‘세계 막사발 미술관’도 예술촌 초입에 있다. 완주에선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맛이 각별하다. 완주가 뜻밖에 깊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 준 것도 바로 이 구간이다. 경천저수지와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 등을 따라 실로 다양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호수와 나란한 도로 주변은 대개 단풍나무다. 아직 일러 붉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추에 이를 무렵이면 실로 농염한 풍경을 선사하지 싶다. 대아호와 동상호 주변 풍경이 특히 빼어나다. 732번 지방도가 두 호수를 바짝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차량 통행량이 적어 적요하고, 높은 산과 깊은 물이 번갈아 차창에 매달린다. 눈이 호강하는 순간이다.울긋불긋 단풍·그림 같은 폭포, 위봉재에서 만난 ‘비경’ 동상면 쪽에서 위봉재를 넘다 보면 능선 중턱의 도로에서 폭포를 만난다. 위봉폭포다. 폭포는 길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져 있다. 차를 몰아가다 이게 뭔가 싶어 초점을 맞추다 보면 뜻밖에 제법 긴 폭포가 암벽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폭포는 60m 높이를 2단으로 굽이쳐 떨어진다. 폭포수는 굵지 않다. 타래에서 풀린 명주실 가닥을 닮았다. 폭포 주변으로는 근육질 사내의 ‘알통’을 닮은 바위절벽이 둘러쳤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암벽, 그리고 명주실 같은 폭포가 기막히게 어울렸다. 도로에서 폭포까지 목재데크가 놓여져 있다.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 위봉재 너머엔 위봉산성이 있다. 조선 숙종 원년(1675)부터 7년에 걸쳐 쌓았다는 성이다. 안내판은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옮겨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적고 있다. 당초의 성의 규모는 16㎞에 달했다는데, 지금은 높이 3m의 아치형 석문과 복원된 성벽 일부가 남아 있다. 위봉산성을 내려서면 송광사와 만난다. 열십자 형태의 범종각(보물 1244)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이런 형태의 범종각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대둔산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울 설경 못지않게 가을철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산이다. 단풍과 암릉의 변주곡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다음주 초반까지는 화사한 단풍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길:비비정은 호남고속도로 삼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간명하다. 비비정 주변에 농가 레스토랑, 비비낙안 카페 등이 밀집돼 있다. 삼례문화예술촌도 멀지 않다. 예술촌 안 시설물은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오전 9시~오후 6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주말에는 더 자주 오간다. 왕복 9000원.→맛집:경천저수지를 끼고 있는 화산면은 붕어찜이 유명하다. 가장 오래됐다는 산수장가든(263-5078), 약수가든(262-2602), 화산식당(263-5109) 등이 이름났다. 비비정 레스토랑(291-8609)은 평일 오후 2시 30분께 문을 닫는다. →잘 곳: 대둔산 주변에 펜션이 많다. 대둔산 안쪽으로도 대둔산장 등 숙소들이 있다. 지은 지 다소 오래된 곳들이어서 값이 저렴한 편이다. 대둔산 관광호텔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 日미야기현에 올레길…대지진 상처 보듬는다

    日미야기현에 올레길…대지진 상처 보듬는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로열티 받고 코스 개발·운영 기술 등 지원일본 규슈에 이어 미야기현에도 제주 올레를 모델로 한 올레길이 생긴다. 미야기현과 미야기현관광연맹 관계자는 지난 18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제주 올레를 모델로 한 미야기 올레길을 만들기로 하고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코스 개발과 운영 기술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바치 가즈히코 미야기현 관광 담당은 “미야기 올레길 개설을 위해 다음달 중 무라이 요시히로 지사가 직접 제주를 찾아 제주 올레길을 체험하고 제주올레와 미야기 올레길 개설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야기현은 제주올레의 코스 개발과 올레길 운영 노하우 등을 지원받아 내년에 2개 코스의 미야기 올레길을 개장한다는 목표다.도쿄에서 300여㎞ 떨어진 미야기현은 일본 동북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로 현청 소재지는 센다이다. 동쪽으로는 태평양 연안에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자오와 후나가타, 구리코마 등 명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중심부에는 센다이 평야가 펼쳐져 있고 시로이시와 자오 지역은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내년에 개장 예정인 미야기 올레는 ‘올레’라는 명칭과 함께 제주올레의 표지인 간세와 화살표, 리본을 그대로 사용하고 제주올레에 자문비와 로열티 등을 지불하게 된다. 미야기 올레길 개설을 처음 제안했던 기쿠치 게이이치 미야기현 의원은 “대지진 이후 국내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아 제주올레와 규슈 올레가 가져온 치유와 방문객 증가, 골목경제 활성화 등에 주목하게 됐다”며 “미야기 올레길은 쓰나미 피해지역 회복과 규슈올레와 연계, 일본 남쪽의 규슈, 북쪽의 미야기라는 두 개의 올레길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은 다음달 3~4일 2017년 제주 올레 걷기축제에도 대표단을 파견해 축제를 찾은 국내외 올레꾼들에게 미야기 올레길 개설 계획 등을 알리고 제주의 대표 가을축제인 올레축제를 직접 체험해 볼 예정이다. 미야기현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2010년 1만 6530명에서 대지진 직후인 2012년 4590명으로 급감했고 이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야기현의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 1만 9870명, 대만 4만 8760명, 미국 1만 9190명, 한국 8670명 등이다. 이유미 제주올레 글로벌센터 일본본부장은 “지역언론 등에 미야기 올레길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제주올레에 관심을 갖는 등 기대가 대단하다”며 “규슈에 이어 미야기 올레길 개설로 일본에서 제주올레의 명성은 더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개장된 규슈 올레(19개 코스 220.1㎞)는 관광객 33만여명이 찾는 등 규슈의 대표적 여행 상품이 됐다. 제주올레는 지난 6월 몽골에도 2개 코스의 몽골 올레길을 수출했다. 글 사진 미야기현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파티피플’ B1A4 산들·진영·신우 “JYP 오디션 출신” 고백

    ‘파티피플’ B1A4 산들·진영·신우 “JYP 오디션 출신” 고백

    ‘박진영의 파티피플’에 출연한 B1A4 진영, 신우, 산들이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 출신임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지난 21일 방송된 SBS 뮤직 토크쇼 ‘파티피플’에서는 그룹 B1A4와 마마무가 출연해 무대를 꾸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B1A4 산들은 ‘뺏어서 불러보고 싶은 송’으로 가수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꼽았다. 산들은 이 곡을 소개하며 “과거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봤다. 다른 데는 안 보고 오직 JYP 오디션만 봤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못 올라가서 박진영 선배님을 오늘 처음 뵀다”라고 말해 박진영을 놀라게 했다. 신우 또한 “나도 개인적으로 JYP 오디션을 많이 봤다”라고 전했고, 진영도 “방송에서 처음 얘기하는데 나도 JYP 오디션을 봤었다. 한 번에 떨어져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이에 박진영은 “B1A4 5명 중에 3명이 오디션을 봤냐”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산들은 “당시 JYP 오디션 탈락 곡인 김연우 선배님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사진=SBS ‘박진영의 파티피플’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안녕하세요’ 폭언 남편, 욕 장면 본 설인아 눈물..신동엽 분노

    ‘안녕하세요’ 폭언 남편, 욕 장면 본 설인아 눈물..신동엽 분노

    ‘안녕하세요’에 폭언 남편 사연이 등장해 공분을 샀다. 16일 방송된 KBS2 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B1A4 산들-공찬, 구구단 김세정, 배우 김민규, 설인아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첫 출연자로는 욕쟁이 남편과 사는 주부가 출연했다. 아내는 “남편의 욕은 상대방 나이가 상관없다”며 “저한테 욕하는 건 기본이다. 아이 앞에서도 욕을 퍼붓는다”고 호소했다. 아내는 “저희가 사내 커플이었다. 남편이 욕으로 유명했다”며 “싸우면 말도 안 한다. 최근에는 한 달 동안 말을 안 했다. 진지하게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남편은 “아무 때나 욕을 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 친한 선후배에게만 욕을 한다. 아내와는 싸울 때만 욕을 한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정찬우는 “여자한테 욕을 하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남편은 “아내도 욕을 한다”고 항변했다. 아내는 “제가 고생해도 따뜻한 말 한마디 없다”며 “남편은 집안일도 도와주지 않는다. 만삭 때도 그랬다. 제가 유산 경험이 있다. 지금 아이는 4개월인데 목욕을 한 번도 시켜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남편은 “평소에 가끔 도와주지만, 싸우면 도와주지 않는다”며 인정했다. 남편이 실제 생활에서 한 욕설도 공개됐다. MC들은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스튜디오는 분노로 가득 찼다. 설인아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본인이 결혼하신 분이 XXX이에요? 근데 왜 그런 욕을 하세요”라고 따지기도 했다. 신동엽은 “지금 애랑 어른이랑 결혼했다”며 “아무리 아이라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면 어른이 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계속 애로 남아있으면 가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고 일침했다. 아내는 “신랑이 메시지로 친정엄마 흉보는 걸 봤다. ‘시골 아줌마’로 표현하더라”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신동엽은 “나는 이랬는데 저 사람도 저랬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입장을 바꿔 한번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호된 질타를 받은 남편은 “앞으로는 욕을 안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표현을 더 많이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나랑 결혼해줘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께 잘하는 것도 고맙다. 당신이 원하는 남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울먹였다. 폭언 남편의 사연은 167표로 우승을 차지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자치광장] ‘랑랑랑’ 강북 역사문화 한눈에 보자/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자치광장] ‘랑랑랑’ 강북 역사문화 한눈에 보자/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스탬프 다 받아왔는데요, 음식값 할인 되나요.”“네, 10% 할인됩니다.”지난 8월 스탬프 투어 ‘너랑나랑우리랑’(일명 랑랑랑)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서울 강북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랑랑랑은 국립 4·19묘지, 근현대사기념관 등 강북구의 대표명소들을 엮어 만든 북한산 둘레길 산책로다. 주요 지점 4곳의 스탬프를 찍어 행사 동참업소에 보여주면 음식값을 5~15% 할인해준다. 시민들은 소나무가 우거진 북한산 자락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대한민국의 유수한 역사문화를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랑랑랑 투어는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 유산을 하나의 코스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순국선열 묘역, 3.1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 불의에 항거한 민주주의 성지 국립 4·19민주묘지 등 격동기 대한민국의 유산이 강북구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지만 시민들은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왔다. 구는 최근 산책로 조성에 이어 곳곳에 역사해설사를 배치해 시민들에게 유산의 위대함을 알리고 있다. 투어코스 주변 음식점 30여곳도 구의 뜻에 동참했다. 이렇게 스탬프 힐링 투어 랑랑랑이 완성됐다. 산책로 코스 시작점은 국립4·19민주묘지다. 스탬프용지에 확인도장을 찍는 첫 번째 장소로 1960년 4·19혁명 희생 영령들의 넋이 서려있는 곳이다. 지난해 광화문 촛불에 이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보면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화의 결실이 4·19혁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에 더 없이 숙연해진다. 두 번째 장소는 지난해 5월에 개관한 근현대사기념관이다. 이준 열사를 비롯해 손병희, 이시영, 신익희, 김창숙, 여운형 선생 등 16위의 애국순국선열묘역 주변과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 위쪽에 위치해 있어 선열들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올바르게 조망할 수 있다. 우이동 소나무 쉼터는 세번째 장소로 강북구 응급의료 교육장과 연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이 심폐소생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비가 마련돼 있다. 3·1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을 지나면 스탬프 투어 마지막 장소인 우이동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스마트 헬스존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이 혈압, 혈당, 체성분검사 등 건강체크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이뤄 곳곳에 산재해 있던 유수한 역사문화유산들이 관광코스라는 특별한 콘텐츠로 완성됐다. 근현대 역사와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조성된 것이다. 온 국민이 우리고장에 잠들어 있는 애국순국선열들의 업적과 역사적 가치를 랑랑랑 투어를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갑자기 내리는 비그 비를 피하기 위해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우산들 그러나 우산은 지붕이 아니다아내 있는 남자가 남편 있는 여자가몰래 잠깐 피우는 바람 같은 것이다 갑자기 내린 비가 멎으면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러니 사랑을 하려거든진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려거든한 지붕 아래에서 하라 갑자기 내린 비는 금방 지나가고젖은 우산에 묻은 빗방울들은우산을 접는 순간 다 말라버린다 마른 하늘에 비라더니! 간혹 가을 날씨의 청명함이 무색하게 후두둑 비가 뿌린다. 거리 여기저기에 우산들이 펼쳐진다. 연인들은 한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 시인은 느닷없이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우산은 지붕이 아니라고, 우산은 유부남?유부녀들이 “몰래 피우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쉽게 펼치고 접는 우산 아래서의 사랑은 지나가는 사랑, 짧은 장난 같은 사랑이다. 우산에서 불륜으로 비약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하라. 이것이 우리가 되새겨야 할 시인의 고언(苦言)이다! 장석주 시인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 그리움에 물들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 그리움에 물들다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 갑니다. 북적대는 본격 단풍철보다 외려 요즘이 나들이하기에 더 낫지 싶습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오지의 풍모를 가진 곳을 찾는다면 강원 횡성이 어떨까요. 봉황의 울음소리 들린다는 봉명폭포까지 짧은 산행을 즐겨도 좋겠고, 백덕산의 옛 42번 국도를 따라 산길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겠습니다. 안 가면 손해인 태기산, 물안개로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내는 횡성호도 있지요.먼저 봉명(鳳鳴)폭포부터. 발교산 자락에 깃든 폭포다. 횡성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데, 과문한 탓에 여태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한자를 알면 이름 풀이는 쉽다. 계곡수 흐르는 소리가 봉황(鳳)의 울음소리(鳴)를 닮았다는 폭포다.●봉황 울음소리 닮았다는 봉명폭포… 걷다 보면 야생화 천지와 조우 폭포의 들머리는 고라데이 마을이다. 고라데이는 골짜기란 뜻의 사투리다. 오래전엔 한국전쟁도 모르고 지낼 만큼 오지였다는 마을이다. 이런 곳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4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는 게 놀랍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요즘엔 알음알음 찾는 도시인을 상대로 화전민, 심마니 등 산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폭포로 오르는 길섶은 야생화 천지다. 벌개미취가 어린아이 이처럼 가지런한 꽃잎을 선보이고, 물봉선과 산괴불주머니 등도 뒤질세라 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숲에 들면 곧 휴대전화가 불통이다. 그러니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낄 요량이라면 숲에 들기 전에 전원부터 꺼 둘 일이다. 제비 닮은 명맥새가 슬피 울었다는 ‘명맥바위’를 지나면 길은 곧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진다. 왼쪽은 계곡, 오른쪽은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어느 곳으로 가도 봉명폭포에 닿지만,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다소 수월하다. 숲은 활엽수 일색이다. 늦가을이면 불붙는 듯한 단풍을 선보이지 싶다. 들머리에서 봉명폭포까지는 30분 정도면 족하다. 천천히 걸어도 그렇다. 이끼 낀 작은 폭포 몇 개를 지나면 곧 봉명폭포다. 멀리서 거대한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쉼 없이 떨어져 내린다. 횡성에서 가장 큰 폭포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작은 숲이 숨겨둔 폭포치고는 제법 기골이 장대하다. 폭포 옆으로는 불퉁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암벽 표면은 초록빛 이끼 일색이다. 봉명폭포를 달리 이끼폭포라 부르는 건 저 모습 때문일 터다. 폭포의 높이는 30m 정도다. 폭포수가 3단으로 굽이치며 쏟아져 내린다. 수량은 많지 않다. 가을철 갈수기에 접어든 탓이다. 하지만 폭포수의 소리는 더없이 청량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숲의 나뭇잎들을 흔든다. 누군들 봉황의 울음소리 들어봤으랴. 저마다 마음에 담아 두는 게 봉황의 소리일 터다. 이제 가을이 내려앉은 횡성의 옛길을 찾아나설 차례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옛 42번 국도다. 옛길은 백덕산 자락에 남아 있다. 백덕산은 횡성과 평창, 영월 등 3개 군에 걸쳐 있다. 높이는 1350m. 제법 큰 산이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으로 이름난 산이기도 하다. 능선 곳곳에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과 단풍이 제법 잘 어우러진다.●42번 국도 옛길 8㎞ 명품숲길선 소나무·낙엽송 어우러진 풍경 반겨 옛 42번 국도는 한때 강릉과 서울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더 이전엔 ‘관동대로’라 불리기도 했다. 안흥은 둘 사이의 중간쯤에서 번성했다. 지금은 안흥의 명물이 된 찐빵 역시 당시엔 여행자와 인근 주민들이 즐겨 먹던 먹거리였을 터다. 그러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뚫렸고, 새 길에서 나앉은 안흥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옛 42번 국도는 숲 사이에 겨우 명맥만 남아 있다. 이 길을 따라 한때 시외버스가 평창까지 오갔다는 게 좀체 믿기지 않는다. 그 흔적이 평창과의 경계 지역 고갯마루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길 중간쯤에 ‘명품숲길’이 있다. 상찬의 표현이 아닌 실제 이름이 명품숲이다. 산림청이 솔숲 사이 능선을 따라 조성했다. 숲길은 얼추 8㎞ 거리다. 대개 평탄한 길이어서 걷기는 수월한 편이다. 전 구간을 도는 게 가장 좋지만 초입까지만 가도 소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횡성 동북쪽의 병지방 계곡 임도도 가을 산책에 딱 좋다. 각종 낙엽활엽수와 낙엽송 우거진 숲길이 줄곧 이어진다. 무엇보다 적요해서 좋다. 여름철이면 제법 많은 피서객이 계곡을 찾지만 임도까지 들어오는 이는 드물다. 들머리에서 2㎞ 남짓 들어가면 나무 위에 ‘마음이 다한 곳 나!!’라는 이정표가 매달려 있다. 여기를 반환점 삼는 게 무난하다.●오르기 수월한 태기산에서 만나는 ‘인생 풍경’ 해넘이 횡성에서 태기산(1261m)을 빼놓으면 손해다. 가을에는 더욱 그렇다. 일교차가 큰 가을 아침이면 태기산 주변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발아래로 강원의 산들이 섬처럼 떠 있다. 비 갠 오후라면 더 좋다. ‘인생 풍경’이라 할 만큼 멋진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오르기가 쉽다는 것이다. 국도 6호선 양두구미재에서 임도를 타면 정상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거리는 약 4㎞다. 임도 곳곳에서 만나는 전망도 빼어나다. 태기산 주변으로 탐방로가 조성됐다. 올가을에 처음 선보인 길이다. 12.4㎞ 길이의 탐방로는 3개 구간으로 나뉜다. 풍력발전6호기에서 시작되는 1코스(2.5㎞) 청정자연체험 구간, 태기분교터에서 출발하는 2코스(4.5㎞) 역사문화체험 구간, 송덕사가 들머리인 3코스(6.9㎞) 자연명소 트레킹 구간 등이다. 구간마다 목재 데크를 깔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데크 주변에 가을 야생화도 심었다.●물안개 어우러진 횡성호 산책 즐기기 딱 좋아 물안개와 호수가 어우러진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과 만나려면 포동교를 찾으면 된다. 횡성호를 따라 놓여진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다. 가을 아침이면 거의 예외 없이 다리 주변으로 물안개가 영근다. 호수를 에두른 소로를 따라 산책을 즐기기 좋다. 포동교 인근에 ‘망향의 동산’이 있다. 횡성댐 수몰민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횡성호 둘레길 가운데 가장 풍경이 빼어나다는 5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9세기 말께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금삼층석탑 2기도 이곳에 있다. 한 곳만 더 덧붙이자. 청일면 고시리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2014) 촬영지가 있다.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480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다. 주인공은 무려 76년 동안 해로한 고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다. 노부부는 어딜 가든 ‘커플룩’(한복)을 입었고, 두 손 꼭 잡고 다녔고,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으며 걷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촬영지 풍경은 수수하다. 아마, 사랑도 그럴 것이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봉명폭포 들머리는 고라데이 마을(344-1004)이다. 이정표를 따르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고라데이 마을에서 숙박 시설도 운영한다. 백덕산 옛 42번 국도는 상안리가 들머리다. 내비게이션에 횡성군 서동로상안10길이나 소나무낙엽송명품숲을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옛 국도 주변으로 임도가 실핏줄처럼 나 있다. 주로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산길이다. 사륜구동 차량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지만 임도가 워낙 길고 되돌릴 곳도 마땅하지 않은 만큼 초행자라면 옛 국도 주변만 편하게 돌아보길 권한다. 병지방 계곡 임도는 오토캠핑장 못 미처 시작된다. 이정표가 작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임도가 매우 좁아 차는 주변에 세워 두는 게 좋다. →맛집:횡성 하면 역시 한우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은 횡성축협에서 운영하는 축협한우프라자다. 횡성 읍내의 본점(343-9908)과 새말점(342-6680), 둔내점(345-8888) 등이 있다. 운동장해장국(345-1770)은 한우 해장국을 잘한다. 횡성종합운동장에 있다. →축제:제11회 안흥찐빵축제가 13~15일 안흥면 안흥찐빵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찐빵을 주제로 안흥찐빵 주제관과 찐빵 만들기 체험, 찐빵 많이 먹기 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놀거리를 준비했다. 안흥찐빵을 무료로 시식할 기회도 마련했다. 안흥찐빵은 막걸리로 발효해 차지고 구수하다. 특히 대부분 업소들이 여태 손으로 빚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맛과 풍미가 깊다. 안흥찐빵축제위원회 340-2703.
  • 북, “한반도 내 美 전략자산 순환배치는 망동” 반발

    북한이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7일 대외선전단체인 ‘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는 한미의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 정례적 순환배치 확대 방침을 비난했다. 이 단체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한미 당국의 한반도 내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관련 움직임을 열거하면서 “미국과 괴뢰들의 미 핵전략 자산 순환배치 확대놀음은 정세를 더욱더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망동”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어 “태평양 건너 미국본토를 사정권에 둔 우리 혁명무력 앞에 조선반도(한반도)에 기어든 미 전략자산들은 일차적 괴멸대상으로 될 것이며 괴뢰들은 그 곁불만 맞고서도 전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괴뢰패당의 대책 없는 객기로 하여 최악의 폭발계선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세를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강력한 초강경조치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협박을 이어갔다.이날 북한의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개인 필명 논평 등을 통해 “그따위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놀음으로 우리 군대와 인민을 놀래 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초강경 의지만을 더욱 가증시킬 뿐”이라고 강변했다. 앞서 한미 양국 국방부는 지난달 27∼28일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정례 회의를 열어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순환배치를 강화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뉴호라이즌스, 5달 동면 끝…2019년 1월 ‘2014 MU69’ 도착

    뉴호라이즌스, 5달 동면 끝…2019년 1월 ‘2014 MU69’ 도착

    미 항공우주국(NASA)의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지난 22일(한국시간) 다시 눈을 뜨고 외부 태양계의 황도면 위로 솟구쳐오르고 있다. 그동안 뉴호라이즌스는 5달의 동면에 들어가 있었다. 지난 2015년 7월 역사적인 명왕성 근접비행 이후 최초의 휴지기였다. 앨리스 브라운 미션 매니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뉴호라이즌스는 해왕성 너머 태양계 가장자리를 에두르고 있는 암흑과 빙하의 고리 카이프 띠를 탐사하기 위해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카이프 띠 탐사는 뉴호라이즌스의 또다른 과학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매니저는 메릴랜드 로럴 소재의 존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 실험실 소속 과학자다. 오는 12월 중순까지 뉴호라이즌스는 카이프 띠의 방사선 환경을 비롯해 가스와 먼지 밀도 등 여러 물리적 상태를 측정하고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탐사선은 망원 카메라로 카이프 띠 천체들에 대한 관측도 실시할 것이라고 미션팀은 밝혔다. 이와 더불어 NASA 관제소는 2019년 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카이프 띠 천체 2014 MU69에 대한 근접비행을 앞두고 뉴호라이즌스의 과학장비들을 일제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플라이바이는 2015년에 있었던 명왕성 근접비행에 비해 3배나 가까이 접근하는 것으로, 지난해 NASA에서 미션 연장 승인을 얻었다. 12월 9일, 뉴호라이즌스는 엔진을 분사해 2014 MU69로 가는 정확한 경로에 들어설 계획이다. 그리고 12월 22일 탐사선은 다시 2018년 6월 4일까지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다가오는 플라이바이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셈이다. 총 7억 달러(약 8000억 원)가 투입된 뉴호라이즌스 미션은 2006년 1월에 장도에 올랐으며, 9년을 날아간 끝에 최초로 명왕성계를 세밀히 들여다본 역사적인 플라이바이에 성공했다. 뉴호라즌스가 보여준 왜행성 명왕성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놀랍고 복잡한 세계였다. 그곳은 메탄 얼음으로 뒤덮인 광대한 평원이 펄쳐지고 깎아지른 얼음 산들이 산재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우리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현재 뉴호라이즌스는 지구로부터 58억㎞ 떨어진 곳을 날고 있는데, 이 거리는 39AU 즉, 지구-태양 간 거리의 약 39배쯤 되는 거리다. 빛의 속도로 달리더라도 5시간은 걸린다. 본부 관제실에서 보내는 명령 역시 5시간이 걸려야 탐사선에 도착할 수 있는 멀고 먼 거리다. 목적지까지는 약 5억 7000만㎞ 남았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28일 평택해군기지서 국군의 날 기념식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군의 날 행사가 오는 28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다. 해군기지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리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국군의 날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10월 1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기념식도 매년 10월 1일 열렸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와 겹쳐 기념행사를 앞당겼다. 국방부 관계자는 14일 “건군 제69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9월 28일 오전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개최된다”면서 “북한의 도발 위협에 따른 위중한 안보 상황임을 고려해 최초로 육·해·공 3군 합동 전력이 해군기지에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강력한 대북 억제 의지를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직접 대적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수호하는 제2함대사령부에서 기념식을 열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결연한 대응 의지를 과시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번 기념식에서 군은 해군의 각종 함정과 육·해·공군의 각종 항공기, 탄도미사일인 ‘현무2’, 순항미사일인 ‘현무3’를 비롯한 각종 전략무기들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형 3축체계의 위력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사거리 300㎞ 이상의 현무2A, 500㎞ 이상의 현무2B, 800㎞ 이상의 현무2C와 사거리 1000㎞가 넘는 현무3,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2),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공대지미사일 타우루스·슬램ER 등을 실물 공개한다.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들도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이와 관련,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보국훈장 통일장을 받는다. 한미연합사령관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훈장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 이어 다음달 8∼12일 제15회 지상군 페스티벌, 17∼22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4∼27일 대한민국 해양방위산업전(MADEX) 등 육·해·공군의 다양한 안보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차밭, 벽화, 동굴… ‘풍경의 용광로’ 속으로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차밭, 벽화, 동굴… ‘풍경의 용광로’ 속으로

    흔히 말레이시아를 ‘용광로’(melting pot)라 표현합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이에 견줘 이번 말레이시아 여정에서 만난 이포는 ‘풍경의 용광로’였습니다. 다양하면서도 압도적인 경관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용광로를 ‘멜팅 폿’(pot)이라 적지만 이번 경우엔 ‘멜팅 스폿’(spot)이라고 쓰렵니다. pot에 견줘 의외성에 더 많은 방점이 찍힌 표현이라니 말입니다. 말 그대로 난데없이 풍경이 찾아왔다는 표현이 적확하겠습니다. 좀더 정직하게 말할까요. ‘검색질하다 얻어걸린’ 경우랍니다. 여기에 셀랑고르 강변 반딧불이의 몽환적인 ‘빛의 쇼’와 팡코르섬의 낭만 등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밤낮으로 쉴 틈이 없었습니다.이포는 미로 같은 곳이다. 알면 알수록 더 들여다보고 싶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결국 그 매력 속에 갇혀 버리고 만다. 지리적으로 이포는 페락주의 주도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200㎞ 정도 떨어져 있다. 지형적으로 보면 딱 ‘뭍의 할롱베이’다. 석회암 성분의 산들이 베트남 할롱베이의 섬들처럼 봉긋봉긋 솟았다. 산들은 대부분 안쪽에 거대한 동굴을 품었다.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성분의 산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포가 가진 중요한 관광자원의 하나다. 문화적으로 보면 이포는 지금 ‘르네상스 중’이다. 그 바탕에 주석 광산과 영국 식민지의 기억이 있다. 쇠락한 공간들에 조금씩 문화의 옷을 입혔고,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고도(古都) 재생에 성공하고 있다.이포는 말레이어로 은을 뜻한다. 이포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1880년대다. 인근에서 거대한 주석 광산이 발견됐고, 노다지를 찾아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가장 붐을 이룬 건 1920년대다. 당시 이포로 이주한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현재도 주민의 70% 정도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주석값이 붕괴되면서 이포 역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한때 탄광도시로 번성했던 우리의 강원 태백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도시라 보면 틀림없겠다. 이포가 다시 서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옛 정취 가득한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석회암 언덕, 불교사원이 들어선 동굴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면서 옛 영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이포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위치가 어정쩡하다. 쿠알라룸푸르와 유명 관광지인 페낭, 랑카위 사이에 끼어 있다. 개별 여행자들조차 이포를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정류장쯤으로 여겼다. 그러니 패키지여행 상품이 없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이포 도심은 ‘올드 타운’이라 불린다. 1920년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영국풍의 건물들이 몰려 있다. 주석 광산이 활황이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동네 개들도 100파운드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시절에 들어선 건물들이다. 장식성 강한 집들은 그러나 점차 애물단지로 변했다. 시간은 그대로 건물 위에 쌓였고, 집은 화석처럼 변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낡은 건물마다 음식점, 상가 등이 빼곡히 찼다. 도시 재생사업에 불을 댕긴 건 벽화였다. 리투아니아 태생의 어네스트 자카레비치가 낡은 건물을 도화지 삼아 벽화를 그렸다. 이게 이포를 상징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 됐다. 작가가 그린 그림은 모두 8점이다. 현재는 7점이 남았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 등위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7번에서 시작해 1번까지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1번 작품, 그러니까 ‘커피 컵을 든 늙은 아저씨’ 벽화가 있는 건물 안에 ‘화이트 커피’ 1호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원조’ 대접을 받을 텐데, 이포에선 상황이 다르다. 관광안내소 직원이 주저 없이 ‘엄지 척’을 한 곳은 ‘남헝’이란 이름의 허름한 음식점이다. ‘원조’와 정확히 대각선 끝에 있다.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1호점에 견줘 낡은 선풍기가 삐걱대며 돌아가는 집이다. 이쯤에서 이포의 명물 ‘화이트 커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이트 커피는 빛깔이 하얗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커피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건 중국어 ‘흰 백’(白)자에서 왔다는 견해다. 이포 사람들은 커피를 보통 ‘코피 오’(Kopi-O)라 부른다. ‘오’를 ‘까마귀 오’(烏)자로 표기하는 것도 이채롭다. 아마 화이트 커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이지 싶다. ‘흰 백’자엔 희다는 뜻 외에 ‘없다’는 뜻도 있다. 보통 커피를 볶을 때 팜 오일과 마가린, 귀리 등을 섞는다고 한다. 한데 주석 광산의 중국인들은 귀리 등을 첨가하지 않고 볶았다. 여기에서 화이트 커피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럼 맛은? 뭐 그저 그런 정도다. ‘설탕 두 스푼, 크림 두 스푼’의 전형적인 ‘다방 커피’에 가깝다. 다소 쓴 커피를 즐기는 한국인 입맛엔 외려 코피 오가 더 잘 맞을 듯하다. 다만 일반적인 커피 오는 설탕 커피를 뜻하니 현지에선 설탕을 빼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옛 건축물을 찾아가는 여정도 재밌다. 현지에선 이를 ‘헤리티지 트레일’이라 부른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핵심적인 장소 정도는 빼놓지 않고 돌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헤리티지 트레일의 출발지는 이포역이다. 이포역은 ‘이포의 타지마할’이라 불린다. 바로크와 네오 무어, 네오 사라센 등 여러 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1894년 첫 역사가 들어선 이후 1917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물을 설계한 이는 아서 베니슨 허백이라는 영국인이다. 현역 육군 장교 시절에 말레이시아에서만 무려 25개의 건축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의 자멕 모스크 등 유명 건축물들이 죄다 그의 손을 거쳤다. 이포 시청과 법원 건물도 그의 작품이다.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수많은 석회암 동굴이 여행자를 맞는다. 딱 ‘뭍의 할롱베이’다. 봉긋봉긋 솟은 산마다 불교사원들이 들어찼다. 삼포통(三寶洞), 켁룩통(極洞) 등이 알려졌다. 칭신링(淸心嶺)처럼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마파크’도 있다. 도드라진 풍경은 없는데 ‘인증샷’은 잘 나온다. 참 희한한 곳이다.팡코르섬으로 간다. 낭만으로 리셋할 시간이다. 팡코르섬은 이포에서 인도양을 향해 100㎞ 정도 떨어져 있다. 흔히 ‘팡코르섬=팡코르 라웃 리조트’처럼 인식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팡코르 라웃 리조트는 팡코르섬에 딸린 작은 섬이다. 섬 전체를 리조트로 개발했다. 팡코르섬은 리조트 섬보다 수십배 크다. 회교 사원과 구멍가게, 허름한 숙소 등 일반적인 섬의 풍모를 갖고 있다. 라무트 선착장에서 페리로 오갈 수 있다.이제 캐머런 하이랜드를 말할 차례다. 이포에서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파항주에 속한 고원 도시다. 우리의 강원 정선쯤 되겠다. 보통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접근한다. 한데 개별 여행자라면 이포에서 캐머런 하이랜드를 돌아본 뒤 쿠알라룸푸르로 복귀하는 삼각 동선으로 여정을 꾸려 보는 것도 좋겠다. 직선거리로는 이포와 캐머런 하이랜드 모두 쿠알라룸푸르에서 200㎞ 정도 떨어져 있다. 이포에서 캐머런 하이랜드까지는 대략 75㎞ 거리다. 캐머런 하이랜드 일대의 구글 지도를 열 때마다 늘 두 가지가 궁금했다. ‘말괄량이 삐삐’의 주근깨처럼 빼곡하게 박힌 호수들은 뭔지, 전기장판 열선처럼 구불구불한 길엔 또 무엇이 있을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소가 풀 뜯는 태곳적 호수 풍경은 없었다. 원색의 옷을 입은 고산족들이 반길 것 같았던 구절양장 길 역시 그저 차 엔진이 열 받을 만큼 버거운 산길에 불과했다. 뭐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없다. ‘열 받는’ 풍경 위로 그야말로 선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캐머런 하이랜드는 영국의 탐험가 윌리엄 캐머런에서 이름을 따왔다. 역시 1885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개발됐다. 1930년대부터 차밭과 딸기 등 고랭지 채소 재배지, 골프 코스 등이 잇달아 들어서며 ‘영국인들이 이마의 땀을 닦을 피난처’가 됐다. 고도는 1300~1829m에 이른다.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 밤엔 9도까지 내려가고 낮 기온은 25도 이상 오르지 않는다.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주변에 브린창 등 여러 배후 도시가 어지러이 들어선 것도 무더위에 지친 도시인들이 물밀듯 찾아들기 때문일 터다. 이 일대 풍경의 압권은 차밭이다. 키는 낮아도 둥치는 굵은 차나무들이 산자락 골골마다 들어찼다. 오토바이를 빌려 이 일대를 돌아보는 서구 청년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차밭 중턱의 ‘BOH tea center’에서 차를 맛볼 수 있다. 이포·브린창(말레이시아) angler@seoul.co.kr
  • 더 특별한 가을을 원한다면 일본 사가현으로

    더 특별한 가을을 원한다면 일본 사가현으로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가 지나고 쌀쌀한 바람이 피부에 닿는 걸 보아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매년 돌아오는 가을을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일본 규슈의 사가현 여행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사가현은 ‘힐링과 맛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규슈 올레 중 3개 코스가 사가현에 조성되어 있어 올레길을 따라 트래킹을 하기도 좋다. 사가현에는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 코스, 총 3가지의 올레길 코스가 있는데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 원하는 곳을 골라갈 수 있다. 가라쓰는 대륙과의 요충지로 바닷길을 이용해 사람과 물자,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 항구도시이다. 가라쓰 올레길에서 우리는 호리 히데하루 진영터, 다원 가이게쓰, 나고야 성터,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 하도 미사키 등 여러 역사의 흔적과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신선한 소라구이도 가라쓰 올레길에서 맛볼 수 있다. 다케오는 사방을 에워싼 산들 속에 자리 잡은 오래된 온천마을이다. 다케오 코스는 전통과 현재가 혼재된, 산악풍광과 온천마을 풍광이 어우러진 코스이다. 이곳에서는 기묘지절, 다케오 온천, 이케노우치 호수, 3,000년 된 녹나무 등을 볼 수 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걷다보면 시름이 절로 잊혀 질 것이다. 우레시노는 ‘일본 3대 미용 온천’ 중 하나로 손꼽히며, 녹차의 명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레시노에 위치한 우레시노 코스는 도자기 마을인 마을 ‘요시다 사라야’로부터 시작해 신사와 차밭, 니시요시다 곤겐불상과 13보살상, 폭포 공원 등에 방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가현에는 구넨안, 미후네야마라쿠엔 등 가을 단풍을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올레길과 단풍, 온천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사가현은 우리나라에서 티웨이 항공 직항 비행기로 1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가현 안에서는 사가공항과 우레시노, 다케오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 렌터카를 통해 여행을 하면 된다. 이 외에 숙박, 쇼핑과 같은 정보는 ‘사가 트래블 서포트 어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여행 중 언어로 어려움이 생긴다면 한국어 지원이 가능한 콜센터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삶, 사량에 흔들리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삶, 사량에 흔들리다

    중국발 미세먼지 탓에 여정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초봄에 특히 그렇습니다. 오래전 다녀온 경남 통영의 사량도가 그랬습니다. 그 섬엔 빼어난 암릉미의 명산이 있었고, 청아한 옥빛의 바닷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빼어난 풍경 위를 누런 미세먼지가 짓누르고 있었던 거지요. 그 아쉬움에 사량도를 다시 찾았습니다. 마침 하늘은 먼지 한 톨 없는 맑은 공기를 허락했고, 그 덕에 이전의 것들은 모두 무효라 할 만큼 멋진 풍경도 만났습니다.사량도는 크게 윗섬(上島)과 아랫섬(下島), 수우도 등 세 개의 유인도로 이뤄져 있다. 세 섬 주변에는 농개섬 등 크고 작은 8개의 무인도가 점처럼 딸려 있다. 가장 큰 섬인 윗섬과 아랫섬 사이엔 ‘동강’(桐江)이라 불리는 해협이 흐른다. 예전 이 해협은 ‘뱀 사’(蛇)자를 써 ‘사량’(蛇梁)이라 불렸다. 갈지자로 흐르는 모양새가 뱀을 닮았다 해서다. 섬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2015년 말 사량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랫섬은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인데도 배 없이는 오갈 엄두를 못 냈다. 더욱이 사량도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외지인이 하루 몇 차례 오가는 뱃시간에 맞춰 아랫섬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걸어서도 오갈 수 있다. 관광지 측면에서 보면 사량도가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아랫섬은 아직 여행 불모지다. 칠현산 등산로 외에 뚜렷하게 개발된 관광지가 없다. 대신 그만큼 적요하다. 차 없는 도로는 하품이 날 정도로 따분하다. 하루 몇 차례 들르는 페리에서 외지 차들이 내릴 때만 잠깐 배기음 소리가 들릴 뿐이다. 이런 절해고도의 풍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사량도를 찾는 이 가운데 열에 아홉은 섬 산행이 목적이다. 윗섬의 한가운데를 지리산(398m)과 불모산(400m), 옥녀봉(303m) 등이 가로지르는데, 이 공룡의 등뼈 같은 암릉을 따라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사실 예전엔 사량도 하면 으레 윗섬을 일컫는 말로 여겨졌다. 당연히 사량도 섬 산행 역시 윗섬의 지리산과 옥녀봉 등을 종주하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제 아랫섬의 칠현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됐다.윗섬은 암릉들이 ‘바다의 용아장성’으로 불린다. 설악산의 용아장성을 연상케 하는 외모에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는 팔영산 국립공원의 암봉과 닮았다. 암봉의 모양새가 그렇고 주변 풍경 역시 그렇다. 종주산행의 총거리는 얼추 8㎞ 정도다. 5시간은 족히 걸린다. 면사무소가 있는 금평리에서 옥녀봉과 출렁다리, 가마봉까지만 간 뒤 옥동마을로 하산하거나, 아예 옥녀봉만 오른 뒤 대항마을로 내려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산행시간은 2~3시간 안팎으로 확 줄어든다. 대신 지리산에서 불모산, 달바위, 가마봉 등을 거치며 맞는 장쾌한 풍경은 포기해야 한다. 산행 들머리는 수우도 전망대다. 돈지마을에서 내지마을로 가는 언덕 위에 조성된 전망대다. 사량도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이기도 하다. 소가 드러누운 듯한 형상의 수우도를 일별한 뒤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30분 남짓 숲길을 오르면 난데없이 하늘이 뻥 뚫린다. 바로 여기부터 풍경의 잔치가 시작된다. 고만고만한 섬들과 포구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암릉들이 어깨를 겯고 도열해 있다. 장쾌한 풍경이다. 발 아래를 굽어보면 바다가 옥색으로 빛난다. 몇 해 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보지 못 했던 바로 그 물빛이다.지리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칼날 같은 암릉 사이를 기다시피 해야 하는 구간이 수두룩하다. 불모산 쪽도 마찬가지다.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거나 직벽에 세워진 계단을 아슬아슬하게 내려가야 할 때도 있다.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리산은 한때 지리망(望)산으로 불렸다. 바다에서 지리산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지금은 지리산으로 통일해 부르는 추세다. 가마봉 역시 등산객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에 걸린 철제 계단을 내려가면 보도 현수교(출렁다리)가 나온다. 향봉과 연지봉 등 2개 구간에 각각 39m, 22.2m 길이로 놓여졌다. 출렁다리 가운데에 서면 늘 세찬 바람이 분다. 바람을 맞으며 휘청휘청 걷다 아래를 내려 보면 그 까마득한 높이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종주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는 옥녀봉이다. 딸이 자신을 범하려는 짐승 같은 아버지에게 맞서다 끝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그런 전설이 깃들어선지, 다른 곳과 다름없는 암릉 구간인데도 정상에 서면 유난히 목덜미가 서늘한 느낌이 든다. 옥녀봉은 예부터 섬 주민들이 경원시했던 공간이다. 정상 표지석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어지간한 산들이 표지석 하나 달랑 세운 것에 견줘 바닥에 월대를 쌓고 사방을 돌탑으로 둘러싼 뒤 묘비 비슷한 형태의 표지석을 가운데 세웠다. 이쯤 되면 거의 ‘태백산급’의 영산 대접이다.섬 일주도로도 잘 조성돼 있다. 윗섬 일주도로의 길이는 17㎞쯤 된다. 걸어서는 4~5시간, 차로는 30분 남짓 걸린다. 자전거로 돌아보는 이들도 많다. 돈지와 내지마을 사이의 시야가 트인 언덕마다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수우도 등 주변 섬들을 굽어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이 일대에서 아름다운 해넘이 풍경과 마주할 수도 있다. 사량도는 예부터 수군의 전략 요충지였다. 고려 때부터 왜구의 잦은 침범을 막기 위해 수군진이 설치되기도 했다. 최영 장군 사당이 사량도에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고려 말에 사량도에 부임한 최영 장군은 섬 곳곳에 진을 치고 왜구를 격퇴했다. 사당은 그 공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금평항 사량도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있다. 아랫섬 일주도로 역시 길이는 비슷하다. 사량대교를 넘어서면 난생 처음 딛는 땅들이 이어진다. 문어가 많이 난다는 먹방마을, 물색 고운 능양마을 등을 줄줄이 지난다. 주민들에 따르면 먹방마을은 유배 온 선비들이 많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글깨나 읽은 ‘먹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먹방마을 앞에선 문어가 잘 난다. 문어 역시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양반 고기’다. ‘먹물’과 문어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어딘가 후대에 스토리텔링이 얹혀진 느낌이다. 능양마을은 걸어서 돌아보는 게 좋다. 잔잔한 옥빛 바닷물이 예쁜 곳이다. 마을 안쪽으로 들면 갯마을 특유의 조용하고 낡은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담벼락에 벽화로 장식을 한 집도 있다. 벌써 뭍의 습속이 사량대교를 타고 들어온 게다. 마을 이장도 담장에 글을 남겼고, 주민들도 그랬다. 특히 ‘아낙과 오징어’란 글이 인상적이다. 꽃다운 처녀 때 시집와 “밥 짓고 빨래하고, 뱃멀미, 사내들 속의 ‘볼일’은 고역의 연속”이었지만 “집어등을 따라 줄줄이 올라오는 오징어에 아낙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단다. 할머니가 됐을 그 아낙은 오늘도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서방을 생각하며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고 있”을지 궁금하다. 애초 사량도를 여정의 목적지로 선택한 건 날씨 때문이었다. 기상청 홈페이지가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는 어긋났고, 사량도는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았다. 장엄한 일출도, 서정적인 해넘이도 없었다. 그래도 볕은 있되 미세먼지는 없는 사량도의 자태는 빼어났다. 이전 방문은 무효로 할 만큼 확연히 달랐다. 떠나올 때의 사량도 하늘은 활짝 갰다. 솜사탕 같은 흰구름 몇 점 떠가는, 그야말로 동화 그림 같은 날씨였다. 저물녘엔 필경 서럽도록 아름다운 해넘이가 펼쳐지겠지만 그건 다른 이의 몫인 거다. 대신 같은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 모두의 머릿속에 공룡 등뼈를 닮은 암릉과 옥빛 물색의 기억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지 싶다. angler@seoul.co.kr
  • 우이선 개통에 북한산 관광벨트 사업 화색

    서울 강북구에는 문화적 유산이 풍부하다.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이 가능한 이유다. 북한산둘레길 2코스인 ‘순례길’을 따라 자연환경(북한산 국립공원, 북서울 꿈의숲 등)과 문화유산(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위 묘역, 국립 4·19 민주묘지, 3·1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과 분청사기 가마터)을 아울러 역사문화자원으로 특화시키는 사업이다. 부지가 수유동과 우이동 일대 48만㎡에 이른다. 강북구의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 1호 도시철도인 ‘우이신설선’이 개통식을 가졌고, 이 노선의 13개 역 중 8개 역이 강북구에 있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신설동역에서부터 북한산우이역에 이르는 도시철도 개통으로 동북 지역의 교통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접근성도 높아져 방문객들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4일 설명했다. 특히 ‘4·19민주묘지역’, ‘북한산우이역’ 등은 국립 4·19묘지, 북한산둘레길로 바로 이어진다. 방문객들이 역에 내려서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국립4·19민주묘지, 순국선열묘역, 봉황각 등을 손쉽게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북구도 이에 맞춰 여러 근현대 역사·문화유산들을 엮어 1박 2일 스토리텔링 관광코스를 개발 중이다. 구는 현재까지 관광벨트 조성 세부사업인 근현대사기념관 건립, 우이동 만남의 광장 개장, ‘너랑나랑우리랑 힐링 스탬프 투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우이동 가족캠핑장, 예술인촌 조성, 우이동 먹거리마을 도로확장 공사 등은 현재 추진하고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이 더욱더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지구를 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연기 내뿜는 캄차카 화산

    [지구를 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연기 내뿜는 캄차카 화산

    황토빛 연기와 재를 날리며 분화하는 화산의 장엄한 모습이 우주에서 포착됐다. 지난 30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랴잔스키(42)가 우주에서 본 화산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관심을 모았다. 흰색의 아름다운 구름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사진 속 화산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 위치한 클류체프스카야 화산(Klyuchevskaya Sopka)이다. 클류체프스카야 화산은 해발고도 4750m로, 특히 '심심하면' 폭발하는 매우 활동적인 활화산이다. 이 화산의 폭발이 처음 기록된 것은 1697년이며 최근 폭발한 것은 지난해 8월 27일이다. 랴잔스키는 "며칠동안 캄차카 반도 위를 지나가며 화산의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처음에는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가라앉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늘을 뚫을 듯 우뚝 솟아있는 산들로 가득찬 캄차카 반도는 한반도보다 조금 더 크다. 멸종위기에 몰려있는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해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화산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확인된 화산만 300개 이상으로 이중 29개가 활화산 상태다. 또한 캄차카 반도는 일본 등의 지진을 일으키는 ‘불의 고리’에 속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캄차카 반도는 환태평양 화산대(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에 분포하는 화산대의 총칭) 위에 지각이 가장 불안정하고 약한 지역에 원모양으로 모여있어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장수목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장수목장

    “얘는 뛰기 위해 태어났어. 뛰는 게 생존이야!” 비록 한국에서는 그리 큰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거장(巨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프 중 가장 아끼는 영화 중의 하나라고 손꼽히는 ‘워 호스(2014)’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말(馬)이다. 1차 세계 대전 중 자신이 애지중지 기르다 군수물자로 징발된 말 ‘조이’를 전쟁터 한 가운데서 다시 만난 주인공 ‘알버트’에게 조이는 더 이상 말이 아니라 가족과 진배없는 존재다. 이렇듯 영화 속 대사처럼 인류에게 말(馬)이라는 존재는 분명 ‘가장 희한한 동물’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요사이 대한민국 말들의 심정은 참으로 억울할 게다. 삼국 시대부터 ‘과하마’, ‘양마’(良馬), ‘국마’(國馬), ‘향마’(鄕馬) 등등 흡사 지금의 자동차 이름 짓듯 그리도 말 품종을 촘촘히 나누면서 말을 귀히 여겼던 선조들이 보시기에, 최근 말을 둘러싸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한참이나 기함하실 노릇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디에선가는 말들은 여전히 뛰기 위해 태어나고 있고, 뛰고 있다. 전라북도 장수에 있는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팜 장수목장이다. ‘가성비 최강’.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팜 장수목장을 방문하고 난 뒤 뒷머리부터 제일 먼저 올라오는 생각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족 나들이 장소를 찾는다면 렛츠런팜 장수목장은 완벽한 모범 답안이다. 과천의 시끌시끌 마권(馬券)이 오가는 경마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원래부터 있어왔던 말들의 고향을 방문한 느낌 가득한 곳. 특히 어스름 해질 무렵의 육십령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장수목장은 말 그대로 유럽의 어딘가를 연상케 한다. 우선 장수목장은 백두대간의 굵직굵직한 산들이 연달아 잇닿아 있고, 남덕유산(해발 1507m)과 맞닿은 중간 너르고 평평한 초원에 연면적 46만평의 모양새로 앉아 있다. 위로는 덕유산, 아래로는 지리산과 연이어 있어 전라도와 경상도, 백제와 신라가 이 곳을 경계로 나눠진 곳이기도 하다. 또한 목장 초입에 접어들려면 고갯길이 60개가 넘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육십령(해발 734m) 고개를 지나야 하는 데 이 또한 경관 수려함은 전라북도의 으뜸이다. 렛츠런팜 장수목장은 한국마사회에서 직영하는 목장이다. 주로 이곳에서는 경주마 국내 자급을 위하여 우수 씨수말을 통한 교배 분양, 경주마 생산기술인력 양성, 국내산 경주마 후기 육성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중 씨수말을 통한 교배 분양은 장수목장의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으로, 4월말에서 6월말 사이에 주로 교배가 이루어지며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을 하고 있다. 씨수말은 하루에 3번 교배를 하며, 경주마의 경우 인공 수정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최고 씨수말의 경우 가격이 41억에 달해 마방(馬房)도 대리석으로 마감된 방에서 홍삼을 먹을 정도로 관리를 받는다고 하니 ‘말 팔자가 상팔자’인 듯하다. 또한 렛츠런팜 장수목장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가족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 장소가 많다는 것이다. 어린이 간이 체험승마장, 마필체험 학습장, 놀이터, 잔디광장. 트랙터 관람 등등 온 가족이 같이 어울릴만한 승마 체험 시설이 많아 이 곳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늦여름 혹은 초가을, 두고두고 맘 한켠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시원한 장수의 드넓은 목장은 언제나 추천 여행지 1순위다. <렛츠런팜 장수목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방문해도 후회 없는 최고의 승마 체험장소. 2. 누구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 3. 가는 방법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 육십령로 764-5 / 063)350-3700 4. 감탄하는 점은? -드넓은 평원에서 느끼는 대자연의 힘. 승마 체험의 여유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비상업적인 시설 공간으로 관람객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음. 6. 꼭 봐야할 장소는? -트로이목마, 승마체험장, 트랙터 관람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장수한우명품관(352-8088), 토옥동송어횟집(353-1216), 순대국밥 ‘양지가마솥’(352-2476), 돈까스 ‘육십령휴게소’(353-1964), 물짜장 ‘용반점’(351-0637)/지역번호 063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krafarm.kra.c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임실 치즈마을, 논개사당 10. 총평 및 당부사항 -승마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백두대간 한 자락에 펼쳐진 초원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추억이 될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프라이머리 쇼트필름, 개성 넘치는 영상 ‘20대 실력파 보컬리스트 총출동’

    프라이머리 쇼트필름, 개성 넘치는 영상 ‘20대 실력파 보컬리스트 총출동’

    음악 프로듀서 프라이머리(Primary)가 새 앨범에 담긴 모든 곡들의 티저를 공개한다.30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새 EP 앨범 ‘Pop’과 타이틀곡 ‘Right?(Feat. 소유)’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프라이머리는 아메바컬쳐 공식 SNS를 통해 타이틀곡을 제외한 각 트랙별 티저 영상을 기습 공개한다. 이날 오후 1시 첫 번째 트랙 ‘드라마(Feat. 김성규)’의 티저를 시작으로 2시에는 ‘툭(Feat. 양요섭)’, 3시 ‘다이어트(Feat. 솔지(EXID))’, 4시 ‘마중(Feat. 산들(B1A4))’, 5시 ‘허쉬 (Feat. JB Of GOT7)’ 티저까지 차례대로 공개해 팬들의 시선을 끈 후 음원 공개 시간인 6시에 맞춰 타이틀곡 ‘Right?(Feat. 소유)’ 뮤직비디오 풀버전과 트랙별 쇼트필름도 공개돼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약 1분 30초 정도의 분량으로 구성된 각 트랙별 쇼트필름에는 여섯 남녀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 있으며, 마치 한 편의 웹드라마를 보는 듯한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공개될 여섯 곡의 쇼트필름 모두 각기 다른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연결고리들이 숨겨져 있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더불어 프라이머리 특유의 달달한 감성이 살아 숨쉬는 타이틀곡 ‘Right?(Feat. 소유)’ 뮤직비디오는 좋아하는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확대해석하는 여자의 입장을 위트 있게 그려낸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앨범 ‘신인류(Shininryu)’ 발매 이후 약 3주 만에 초고속 컴백한 프라이머리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색다른 조합으로 새 앨범 ‘Pop’을 탄생시켰다. 음원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타이틀곡 ‘Right?’ 가창자로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피처링한 소유가 참여했으며, 여기에 하이라이트의 양요섭, 갓세븐 JB, B1A4 산들, EXID 솔지, 인피니트 김성규까지 각 그룹을 대표하는 20대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프라이머리 지원 사격에 나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프라이머리의 새 앨범 ‘Pop’과 옴니버스로 구성된 모든 트랙별 쇼트필름은 30일 오후 6시 이후부터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와 아메바컬쳐 공식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사진 = 아메바컬쳐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설] ‘멈춤’ 공공기관장 인사, 낙하산 ‘신호대기’ 중인가

    새 정부 출범 100일이 훌쩍 지났는데도 주요 공공기관장의 임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거나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공공기관은 24곳이다.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없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5곳과 3개월 내에 임기가 끝나는 17곳 등을 더하면 당장 공공기관장의 인선 작업을 서둘러야 할 곳은 줄잡아 40~50여곳에 이른다. 이래서는 일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춘 정부라 아직 말하기 어렵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곳, 정부기관 89곳을 비롯해 모두 322곳에 이른다. 이 기관들의 수장을 비롯해 임원, 감사 등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줄잡아 2000개가 넘는다. 이에 적합한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하고 뒷받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능한 공공기관장을 엄선해 가급적 빨리 임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기관장은 공모 절차를 통해 임명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같은 절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 등 권력 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인선이 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 공공기관장의 인선 작업이 늦어지는 것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로부터의 별다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 투명성, 독립성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도 장관 등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이유정 헌법재판관의 코드인사 문제를 비롯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 실패 등 인사와 관련된 잡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속도를 더 내야 한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이)사장 등의 선임 절차를 시작도 못 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언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갖가지 현안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업무가 많은 만큼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공공기관장 인선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코드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말도 한다. 본격적인 공공기관 인사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에는 “낙하산들이 신호 대기중이다”라는 말도 떠돈다. 금융기관 임원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에 빗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당 대표 회동 당시 “공공기관 인사 때 캠프, 보은, 낙하산 인사는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원칙과 초심을 잃지 말고 이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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