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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스트롱제로 문학/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트롱제로 문학/황성기 논설위원

    스트롱(Strong)과 제로(Zero)를 합쳐 놓은 스트롱제로는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의 츄하이 제품 이름이다. 강하지만(스트롱), 당류와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 물질이 없다(제로)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츄하이란 소주 같은 증류주에 소프트드링크를 섞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의 통칭으로 ‘소주+하이볼’의 약자이다. 3~5%의 알코올 도수가 대세였으나 스트롱제로의 강세를 업고 갈수록 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산토리는 2010년 12월 12도짜리 ‘스트롱제로-슈퍼 숏’을 내놓으며 주류업계에서 세고, 싼 스트롱 계열의 출시를 주도해왔다.최근 일본에선 스트롱 계열의 금세 취하고 싼 술의 유행에 편승해 ‘스트롱제로 문학’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주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말로, ‘스트롱제로를 음미하고,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글’을 통틀어 스트롱제로 문학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스트롱제로란 직역하면 강렬한 허무’, ‘기호품으로서 문화도 문학도 못 갖는 단지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코올 제품에 불과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받고 그들을 구원하는 복지’, ‘가까운 24시간 편의점에 가면 언제라도 단 100엔으로 마실 수 있는 마약’ 등의 짧은 글들이 인터넷상에 차고 넘친다. 도쿄의 시부야 같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거리에서는 스트롱 계열의 캔을 든 20대 모습이 곧잘 눈에 띈다고 한다. 500㎖ 한 캔에 150엔, 350㎖는 108엔에 10도 전후의 강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어 ‘마법의 물’, ‘과일’이란 찬사에서부터 ‘마시는 빈곤’, ‘헤이세이 시대의 필로폰’ 등의 부정적인 표현까지 폭넓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연금문제, 노인 돌봄, 스트레스, 노후 등 장래의 불안, 저임금, 취업, 폐쇄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을 ‘마법의 물’로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최근 5년간 스트롱 계열 주류의 시장 규모는 2배로 급성장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그제 스트롱제로 문학을 뉴스로 다뤘다.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미나시타 기리우는 방송에서 “불안이나 고독감,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자 살짝 모험, 일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유행 이유는 “(일본 사회가) 잘못된 부분을 용인해 주는 여유가 그만큼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갈수록 낮추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선호하게 된 일본의 ‘술 권하는 사회’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arry04@seoul.co.kr
  • [사고] 오피니언 면이 새롭게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 면이 새롭게 바뀝니다

    새해부터 오피니언 필진이 일부 바뀝니다. 우선 ‘역사의 창’ 칼럼을 써 온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매주 전면 역사 기획물 ‘빅 히스토리’를 연재합니다. 특별칼럼에서는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열린세상 필진이었던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새로 필을 듭니다.목요일 자와 토요일 자에 실리는 기명칼럼 필진에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동참합니다. 화요일 자 화요 에세이에는 백지연 문학평론가와 박미경 갤러리 류가헌 관장이 참여합니다. 토요일 자에는 강태안 서울 가스트로투어 대표와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이 독자 여러분을 만납니다. 월요일 자에는 귀농인 신명식씨의 글을 새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월·수·금요일 지면에 실리는 열린세상에는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남기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황두진 건축가가 새 필자로 참여합니다. (이름은 가나다순)
  •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604쪽/2만 9800원자살은 인류의 오래된 ‘죽음 방식’이다. 마태복음은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자살을 기술하고 있고, 중국 춘추시대 기록에도 자살에 얽힌 일화들이 종종 나온다. 악명 높은 폭군 네로 황제 이후에도 고대 로마 제국 황제 가운데 상당수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럼에도 라틴어에 ‘수이시디움’(suicidium·자살)이라는 단어가 나타난 건 후대 들어서였다. 유럽에서 자살을 지칭하는 낱말도 17세기 중반 처음 등장했다. 자살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여러 편 썼던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당시 자살이라는 명사가 없자 ‘자기 살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서양에서 자살을 대체한 표현은 오랫동안 ‘살인’이었을 정도로 자살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자살의 사회학’(영문판 제목 ‘자살의 역사’)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자살을 다룬 저작으로 꼽힌다. 바르발리는 이 책에서 여러 문화권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고, 고대 순교자부터 중동 자살 폭파범에 이르기까지 자살의 역사적 변화상을 고찰한다.특히 그는 뒤르켐의 이론은 20세기 이후의 자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낡은 이론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죽이는 ‘이중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었다. 영국은 자살자의 재산을 몰수했고, 기독교식 매장도 금지시켰다. 유럽 곳곳에서 자살자의 시체를 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재판에 회부해 교수형에 처해 다시 죽였다. 자살자에 대한 응징은 유족들에게 멸시와 굴욕감을 안겼다.저자는 근대 유럽에서 자살이 크게 증가한 건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의 자살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8세기 들어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 우후죽순 출현했고 종교적 억압이 옅어지면서 1793년 프랑스 파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30명까지 치솟았다. 뒤르켐은 자살을 일으키는 주요 변수로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지목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종속이 약화되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르발리는 사회 구조로부터 자살 원인을 찾는 뒤르켐의 원인론적 분류 방식을 탈피해 자살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20세기 이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빈번해진 정치적 저항을 목적으로 한 자살이나 종교적 신념의 자살테러 등 새로운 유형의 ‘이타적 자살’ 현상이 설명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로 새롭게 분류한다. 전자는 이기적·이타적 자살이고 후자에는 저자가 분류한 ‘공격적 자살’(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정치·종교적 테러)이 속한다. 책은 죽은 남편을 따라 자살하는 인도 여성들의 ‘사티’ 의식과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 중국 여성들의 ‘타타이’ 풍습 등 각 문화권에서의 자살 관습도 꼼꼼히 살핀다. 그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누가 이 지경으로 상황을 몰고 갔는가’에 중점을 둬 책임을 따지는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동양 문화권에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살하는 유대인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표현한 “모든 수용자가 필사적으로 그리고 맹렬하게 혼자”였던 ‘고독한 지옥’에서 극히 자살이 드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수용자들은 죽는다는 것보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음의 과정’에 관심을 뒀다.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었고 그들은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는 다름아닌 삶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선정…“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내다”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선정…“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내다”

    대학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를 잘 표현할 만한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이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파사현정은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도 선정됐었다. 파사현정은 원래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불교 삼론종의 근본 교의로, 길장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에 나온다. 이제는 종교 울타리를 넘어 사회 일반의 통용어로 자리 잡았다.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국문학)와 최재목 영남대 교수(동양철학)가 나란히 파사현정을 추천했으며, 응답자 1000명 가운데 34%(340명)가 선택했다. 최경봉 교수는 “사견과 사도가 정법을 짓누르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교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사현정을 선택한 교수들은 새 정부의 개혁이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교수(화학과)는 “이전 정권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하던 것을 끊은 것이 ‘파사’였으며, 새 정부는 ‘현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진실을 명백하게 밝힌 다음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파사현정에 이어 ‘해현경장’(解弦更張)이 응답자 18.8%의 선택으로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 올랐다. 해현경장은 한서(漢書) 동중서전(董仲舒傳)에 나오는 말로,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이다. 중국 한나라 때 동중서가 무제에게 올린 원광원년거현량대책(元光元年擧賢良對策)에서 유래했다. 해현경장을 추천한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 사자성어를 택한 교수 중에는 개혁이 자칫 거문고 줄만 바꾸는 수준에 그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견해도 있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사회학과)는 “촛불 시민의 뜻이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는 것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잡음을 내는 거문고 줄만 바꾸는 선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3위는 응답자 16.1%가 선택한 ‘수락석출’(水落石出)이었다.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중국 송나라 구양수의 취옹정기(醉翁亭記)의 ‘수락이석출자’(水落而石出者)라는 문구와 소식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나오는 말이다. 수락석출을 추천한 홍승직 순천향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정권이 바뀐 뒤 좀처럼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전 정권의 갖가지 모습이 드러나는 현 상황에 적합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재건함), ‘환골탈태’(換骨奪胎·낡은 제도가 관습 등을 고쳐 새롭게 거듭남) 등도 올해의 사자성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주말 과학산책] 이젠 인공지능이 자살 예방까지...

    [유용하 기자의 주말 과학산책] 이젠 인공지능이 자살 예방까지...

    지난 12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재미있는 연구동향 뉴스가 올라왔습니다.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IT 관련기업들이 사용자들의 언어패턴을 보고 우울증 증상이나 자해와 관련한 행동을 사전에 파악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IT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SNS에 올리는 글의 언어패턴이나 스마트폰과 상호작용하는 무의식적 태도양식를 통해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자살신호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11월 말에 “자체 개발한 자살예방 도구를 전세계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잘 알려진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IT기업들이 이렇게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내 자살시도자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 실제로 15~34세 미국인들의 두 번째 많은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차원에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스코티 캐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층은 자살 직전까지 갈 경우 병원을 찾거나 자살방지 전화 같은 전통적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도움을 청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IT 기업들의 이런 자살예방 프로그램들이 자살 시도자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매튜 녹 박사도 “자살 위험은 시간을 두면서 증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찰로 예방하는 것은 쉽지 않고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도 자살의도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SNS는 감정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자살시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가장 좋은 도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SNS에 올라온 격정적이고 감정이 실린 글이 ‘단순한 농담’인지 ‘깊은 고민의 흔적’인지 ‘자살의도를 갖고 있는 말’인지 여부를 분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미국의 위기상담서비스 ‘CTL’이 그동안 상담한 문자메시지 5400만개를 분석한 결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이부프로펜’이나 ‘다리’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CTL에 상담을 의뢰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면 즉각 긴급구조사에게 통보된다고 합니다. 만약 SNS를 통해 장기적으로 한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면 자살의향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살위험 징후가 높아지면 보건의료기관에 즉각 통보해 자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IT 업체들의 설명이지요. 더군다나 IT기업들은 징후 포착시 즉각적으로 의료기관에 연락할 수 있도록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항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이런 아이디어에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입니다. 우선 ‘언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섣부른 개입이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SNS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이고 자살방지라는 취지는 좋지만 분명히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입니다. 페이스북이나 기타 IT기업들이 자살예방이라고 해서 개인의 SNS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라는 의문이지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무조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과 거부하는 쪽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항상 중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기술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을 얘기하고 다른 한 쪽은 우울한 가능성을 얘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자살 예방에 천문학 연구를 돕는 시대가 되고 있는 이 즈음에 더욱 필요한 것이 기술의 인문사회학적 고찰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나라들은 200여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40여년 만에 해치운 한국의 성과는 199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그런 단어는 사라졌지만, 2017년 오늘 우리는 또 믿기 어려울 만큼 경이로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대중음악이든 드라마든 ‘한류’는 한국 대표 산업 중 하나로 자리잡는 듯하다.안타깝게도 기뻐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산업의 현실이다. 필자는 최근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에서 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실태조사’에 함께했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는 담당 연예인의 활동 목적과 캐릭터에 따라 의복 등을 통해 적절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203명의 스타일리스트 또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며 92.1%가 월 100만원 이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10명 중 9명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도 교육생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시키는 일은 모두 다 한다. 연출하려는 이미지와 스타일링 개념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옷감 구입과 의복 제작, 부속과 액세서리를 갖추는 일은 물론 광고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과 시안 작성,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연예인들에게 스타일링하는 것까지. 또 이런 업무를 하기 위해 ‘동대문’과 의복제작실, 협찬사, 촬영 현장 등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돈이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연예인 옷과 소품을 담은 옷가방을 운반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두어 개씩 밀고 가는 이들이 있다면 스타일리스트 노동자라고 추측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하는 이들이 이런 조건 속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이들의 93.6%가 여성이며, 97.5%가 20대, 특히 20~25세 연령층이 78.3%에 이른다는 사실에 있다. ‘20대 초반 여성 일자리’라는 점이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나이 어린 여성들이 몰리는 보조 일자리라는 인식이 이들을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 몰아넣는 관행을 지속시켜 온 것이다. 1960~1970년대 고 전태일 열사의 친구였던 청계 피복공장 소녀들을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부당한 노동 관행이 놀라운 발견도 아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시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봉제공장의 여성 노동자들. 그들 역시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나이 어린 여성들의 초과 노동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것이 의복이든 문화상품이든. 산업화 초기부터 현재까지 젊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력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노동시장에 있는 성과 연령이라는 차별 때문이다. 여성 그리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기술과 지식, 숙련 등 직무수행 관련 요소에서 역량이 부족하고 가족부양 책임이 없으니 적은 임금을 줘도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한국 노동시장 저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그 결과는 여성과 젊은이에 대한 차별이다. 적절한 일과 일한 만큼의 보상, 인격적 대우에서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됐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관행이 돼 왔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의 초저임금은 이런 성과 연령의 교차적 차별 관행이 낳은 결과다. 우리는 언제까지 젊은 여성의 땀과 눈물을 팔아 ‘발전국가’의 바퀴를 굴려 갈 것인가. “꿈으로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이지만 꿈만 아니면 정말 최악의 직업 같다”는 한 응답자의 말은 한국의 꿈산업이 젊은 여성의 꿈을 어떻게 앗아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화려한 스타산업의 이면에서는 밀린 월세와 교통비, 밥값을 걱정하는, ‘늘 몸살에 걸린 것 같은’ 아픈 몸과 마음으로 일하는 수많은 20대 여성들이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과일·화훼 ‘활짝’…외식업계 ‘울상’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민권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업계 표정이 엇갈렸다. 김상경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명절 선물세트 판매액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농업계 피해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과일과 화훼는 10만원 미만 선물세트가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시행령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외식업계는 이번 개정안 혜택에서 비켜나게 된 것에 허탈해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뒤 매출이 감소해 직원을 해고하는 등 외식업체들이 큰 피해를 봤다”면서 “일부는 폐업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인데 상한액을 그대로 두기로 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고기 외식을 해도 1인당 3만원이 넘는 만큼 현행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이모(33)씨는 “지금까지 경조사비를 낼 때 5만원을 내면 섭섭해할 것 같아 상한액(10만원)을 기준으로 냈는데 갑작스레 5만원으로 줄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잘 변경된 것 같다”면서 “국민 여론이 잘 반영됐다고 본다”고 찬성했다. 그러나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농축수산물 선물만 10만원까지로 한 것은 외식업계에서 식사비 3만원을 더 올려 달라고 요구했던 것을 고려하면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같다”면서 “식사비 가액 부분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행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는데, 벌써 개정한다는 것은 청탁금지법을 너무 편의주의적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특정 경제 집단에서 벌이가 안 된다고 바꾸기 시작하면 규칙이나 제도의 정당성과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서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터미네이터, 한국에서 시작되나...BBC “한국이 AI로봇의 최적 번식지”

    터미네이터, 한국에서 시작되나...BBC “한국이 AI로봇의 최적 번식지”

    터미네이터의 살인로봇이나 매트릭스 같은 현실이 한국에서 시작될까.영국 BBC 방송이 5일(현지시간) ‘트래블’ 뉴스를 통해 단군신화를 비롯한 한국의 각종 전통 무속신앙 덕분에 한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인천공항에 배치된 청소, 안내로봇과 한국미래기술이 개발한 세계 최초 인간탑승형 직립보행 로봇 ‘메소드-2’, 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 ‘휴보’ 등을 소개했다. 방송은 “수천년 전 곰 한 마리가 없었다면 한국은 오늘의 혁신강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군신화를 소개하며 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 나무, 산 등 자연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애니미즘적 한국 전통 무속신앙이 한국 로봇기술발달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BBC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민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도, 그것이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영적 능력이나 초능력을 지닌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서가 로봇이나 AI 같이 인간이 아닌 사물에 인성을 부여하는 것에도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고 서양인들보다 새로운 기술에 더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특히 BBC는 미국을 비롯한 서양국가들은 산업용 로봇 개발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은 물론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처럼 로봇과 AI가 인간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인들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오히려 AI 로봇 덕분에 산업인력 고령화에 따른 산업 현장의 공백을 메우고 비무장지대 경계 등 위험이 따르는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99%’ 노동 소득으로 이길 수 없는 자본 수익률…‘부의 불평등’ 외친 피케티가 옳았다

    ‘1%>99%’ 노동 소득으로 이길 수 없는 자본 수익률…‘부의 불평등’ 외친 피케티가 옳았다

    애프터 피케티/토마 피케티 외 25인 지음/율리시즈/780쪽/3만 8000원‘우리가 예전부터 줄기차게 얘기해 온 건데 듣지도 않더니….’ 전 세계 사회학자들의 시기 어린 한탄의 대상이자 지난 수십년간 악화해 온 부의 불평등 현상을 ‘방안의 코끼리’(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로 거들떠보지 않던 거시경제학자들의 당혹감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프랑스인이 있다. 2014년 부의 불평등 현상을 파헤친 ‘21세기 자본’으로 단숨에 글로벌 경제학계의 ‘록스타’로 떠오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기껏 수천권 팔리면 선방했다는 이론경제학자의 700쪽이 넘는 벽돌책은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220만권 이상 팔렸고, ‘피케티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피케티의 논지는 거침없다. 현 세기 들어 ‘r’(자본수익률)이 ‘g’(경제성장률)를 지속적으로 추월하고, 상속 재산(자본)을 가진 금수저와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흙수저 간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피케티를 좇아 경제학계는 부의 불평등이 급속히 가중되는 현 세기를 마크 트웨인의 풍자소설 제목을 딴 새로운 ‘도금시대’(The Gilded Age)로 본다. 도금이란 표현이 그러하듯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가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말이다. 신간 ‘애프터 피케티’는 전작 21세기 자본의 영문판을 출간하며 피케티 열풍의 진원지가 된 하버드대 출판부가 그의 주장을 검증하는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피케티뿐 아니라 서구 학계의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학자 25명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그중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서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3명이나 된다.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에 있는 이 책의 큰 미덕은 전 지구적 불평등 현실에 대한 동시대 지성들의 다양한 관점과 비평이 총망라됐다는 점이다.피케티가 주목한 금수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은 아니다. 전 세계 소득 분포상 최상위 1%다. 그는 몇몇 국가에서 이미 상속자본이 국민소득의 15%에 달하는 현실을 간파했고, 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과거가 미래를 잠식하고 있는” 세습자본주의 현상을 낱낱이 파헤쳤다. 스위스은행 UBS가 최근 공개한 ‘2017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억 달러(약 1조 1310억원)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에서 1542명이다. 이들의 재산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다. 재산 증식률은 연간 17%로 매년 재산 총액의 5분의1을 새롭게 벌어들인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는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자본의 70%를 차지하고, 그중 절반은 상위 1%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엄청난 속도의 돈이 돈을 버는 행위를 ‘부익부 동력’이라고 부르며, “노동소득 즉, 임금 생활만으로 불평등 확산이라는 (피케티의) 예측 방향을 바꿀 힘은 없다”고 고백했다. 피케티에 따르면 불평등과 성장이 적정 균형을 이룬 최근의 시점은 2차 세계대전 전후(1945~1980년)였다. 전쟁으로 인한 전방위적 파괴로 자본 수익률이 정체된 시기와 일치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 굳건해진 시점도 바로 그때다. 모두를 부유하게 하면서 경제도 성장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체제라는 환상. 폴 크루그먼은 이 책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사회적 불평등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막대한 부는 정치뿐 아니라 공적 담론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의미한다.”(크루그먼) 피케티 검증에 동참한 공저자 25명의 결론은 학자답지 않게 꽤나 단호하다. “토마 피케티는 옳다.” 그리고 덧붙인다. “논란이 되는 주장이 옳든 옳지 않든 아마도 우리는 (피케티가 말한) 미래를 곧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왜 우리가 불평등을 방관하면 안 되는지도 제시한다. ①불평등한 경제는 잠재적 생산성을 사회적 삶의 질로 이끌어 내는 능력이 형편없다. ②세습 자본은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창조적 파괴에 적대적이다. ③부자는 그들이 열고 들어온 문을 닫아버리고 싶어 하며 혁신은 억압된다. ④불평등한 사회는 고용주가 승자와 패자를 선정한다. ⑤불평등한 사회는 지식보다 인맥이 삶의 질에 더 영향을 미친다. 피케티는 주인공답게 마지막 장에 등장한다. 그는 “예를 들어 하버드대 학생들의 학부모 평균소득은 미국에서 상위 2%의 평균소득에 해당한다”며 경제 이외의 문화자본, 상징자본까지 전방위적으로 뻗어 있는 지배 계급의 특권적 접근을 지적한다.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획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장 급한 불(‘r’을 감소시키기 위해)을 끄기 위해, 우선 부유세 도입과 같은 자본에 대한 과세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아직도 히잡만 보이나요

    아직도 히잡만 보이나요

    지구촌에 깃들어 사는 75억명 가운데 무슬림은 23%인 15억 9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는 무슬림의 절반인 여성 8억명이 종교·사회문화적 억압 아래 스포츠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다고 막연히 여긴다. 히잡(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 두건)이나 니캅(눈만 빼고 전신을 가리는 복장) 아래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숨기고서 말이다. 하지만 시나브로 무슬림 여성들은 굴레를 벗어버리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 달리고 있다. 종목별로 무슬림 여성이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 그들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무슬림 여성 선수들이 따낸 메달이 14개나 된다. 유도 금메달, 레슬링 은메달과 동메달 1개씩, 태권도 동메달 4개, 펜싱 1개 등이다. 튀니지 대표로 펜싱 동메달을 목에 건 이네스 부바크리는 메달을 모든 아랍 여성에게 헌정하며 자신의 승리가 “여성들이 (그곳에도) 존재하며 사회에서 각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히잡을 쓴 선수들이 1996년 애틀랜타대회 전까지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무슬림 금식기인 라마단과 겹친 2012 런던올림픽의 일부 경기를 오전에 배치해 무신경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12㎝ 이상의 머리띠를 쓰지 못하게 해 히잡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들의 출전을 막다가 카타르 대표팀이 2014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하고 철수하자 지난 5월에야 규정을 없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히잡을 금지해 2011년 이란 대표팀이 올림픽 예선 출전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히잡을 쓰면 질식이나 심장마비 등 위험을 초래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도 늘어놓았다. 그러다 여러 업체들이 스포츠 히잡 개발에 나서자 FIFA는 그제야 금지 규정을 지웠다.테니스와 축구, 배구, 농구, 유도와 역도 등에서 괄목할 만한 기량을 보인 이들이 많다. 네 차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5위까지 올랐던 이란계 프랑스 선수 아라바네 레자이와 인도 출신으로 복식에서 40차례 우승하며 2015년 세계 1위에 오른 사니아 미르자가 대표적이다. 미르자는 짧은 치마를 입어 인도 무슬림 성직자로부터 거친 비난을 듣기도 했다. 2007 FIFA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끈 독일 미드필더 파트미레 알루시 바이라마이와 프랑스 여자축구 대표팀의 제시카 우아라 도뫼는 지금도 명성이 드높다.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알제리와 튀니지 여자배구는 국제대회에서 번갈아 우승하는 강호다. 리우올림픽 비치발리볼의 이집트 대표 도아 엘고바시는 반바지와 어깨를 또렷이 드러낸 셔츠 등으로 뭇남성의 눈을 붙들어 맸다. 고교에서 3000득점 이상 기록한 빌키스 압둘 카디르 등은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대회에 나서기 위해 FIBA에 압력을 넣어 결국 이 규정을 폐기시켰다. 하지만 카디르 등은 돈벌이로 운동을 해선 안 된다는 신념을 좇아 프로 데뷔를 마다했다.펜싱도 무슬림 여성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다. 미국 선수로는 처음 히잡을 쓰고 리우올림픽에 나선 입티하지 무함마드는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 펜싱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하얀 스포츠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사자후를 터뜨렸다. 무슬림 인구가 절대적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크리켓이 크게 인기를 끄는데 긴 치마와 긴소매 옷을 입고 신체 접촉도 적은 편이라 여성들에게 맞춤한 종목으로 여겨진다. 이란 대표팀이 2009년 만들어지자 이듬해 나르게스 나푸티가 싱가포르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해 최초로 스포츠 때문에 홀로 여행한 이란 여성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워낙 반대가 심해 2010년 결성한 대표팀이 2014년까지 잠자는 상태였다.달릴라흐 무함마드는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400m허들에서 미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성공이 무슬림의 믿음, 규율과 재능에 터잡은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에나스 만수르, 디나 엘타바, 시누나 살라 알합시 카리만 아불리자다옐, 가미야 유수피, 술라이만 파티마 다흐만 등이 이름난 육상 선수다.2011년까지도 역도는 무릎과 팔꿈치를 드러내는 경기복 탓에 무슬림의 참여가 제한됐다. 그래서 쿨숨 압둘라(미국)는 머리와 팔다리를 가리게 한 채 경기하게 해 달라고 국제역도연맹(IWF)에 청원해 뜻을 이뤘다. 그 결과 리우올림픽에서 자지라 자파쿨(카자흐스탄), 스리 와유니 아구스티아니(인도네시아), 사라 아흐메드(이집트) 등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흐메드는 아랍 여성 최초로 역도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역도 강국인 이란은 2011년에야 여자선수의 등록과 국내대회 출전을 허용한 뒤 최근 국제대회의 빗장도 풀겠다고 공언했다. 카타르, 브루나이와 함께 런던올림픽에 여자선수를 파견해 첫 양성 평등 대회를 일군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제야 여자역도를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중동과 아프리카, 서남아시아는 무슬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상하(常夏)의 땅이지만 최근 들어 동계 종목에도 조금씩 무슬림 여성들이 눈에 띄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피겨 선수 자흐라 라리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히잡과 전신 유니폼을 입고 연기했는데 나이키가 스포츠 히잡 모델로 채용했다. UAE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파티마 알알리는 지난 2월 북미아이스하키연맹(NHL) 워싱턴과의 합동훈련에 참여했고 워싱턴과 디트로이트의 리그 경기에 앞서 퍽을 떨어뜨려 시작을 알렸다.급속한 경제 성장과 청년층의 증가가 이들 이슬람권의 프로 스포츠와 경기용품, 커뮤니티 스포츠센터의 시장성을 높이고 있다. IOC는 무슬림 여성을 올림피즘 확산에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IOC가 1984년 LA올림픽 육상 여자 400m허들 금메달리스트인 나왈 엘무타와켈(모로코)을 1998년 IOC 위원으로 선임한 것도 첫 아프리카 무슬림 출신이란 상징성을 감안해서였다. 이슬람교에도 여성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하는 일과 관련해 특별히 금하고 있는 게 없다. 오히려 예지자 무함마드와 아내 아이샤는 틈틈이 달리기 시합을 즐겼고 부모는 자녀들에게 수영이나 승마, 활쏘기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권장했다. 페르시아 미술에서는 남녀가 함께 폴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도 곧잘 눈에 띈다. 일부 이슬람 사회학자들은 여성들이 어떤 유형의 스포츠든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간 남성과의 신체 접촉을 꺼리는 특성 때문에 여성들만 출입하는 체육관이나 대회를 신설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젊은 무슬림 여성들을 연구한 케이 테스는 가족들이 그네들의 스포츠 참여 여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여성일수록 바깥 활동과 관련해 부모들의 감시를 더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에 맞춤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적다는 것도 작용한다. 부모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팀 관계자들의 하소연도 있다. 성 역할을 고정하는 편견도 작지 않다. 리사 이사드는 이란과 팔레스타인, 터키 축구 선수와 관중들의 여자는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과 맞서 싸우는 게 가장 힘겹다는 점을 확인했다. 동료끼리의 우정을 동성애 성향이 있는 것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스포츠를 즐기는 무슬림 여성의 모습은 조금 더 자유롭고 서구화된 모습으로 비친다. 아프가니스탄 육상 선수 로비나 무킴야르가 2004 아테네올림픽 때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의 전통복식)를 벗어버리자 서구 언론은 찬양 일색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혀 서구의 기준에 순응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낯설고 기량도 떨어지며 엉뚱한 곳에 떨어진” 존재로 취급된다.터키 태권도 선수 큐브라 다글리는 “서구 기자들은 내 성공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히잡만 들먹였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니다. 우리의 성공이 얘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여성에겐 태권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 차라리 경기 중에는 히잡을 벗어버리라는 비아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무슬림 여자선수들은 스포츠를 가부장적 권위에 맞설 기회로 여긴다. 팔레스타인 여자축구 대표팀을 연구한 이들은 선수들이 “자기결정권과 평화, 우애를 지향하는 사회운동 수단”으로 축구를 여겼다고 지적했다. 동료에게서 여성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존재란 것을 배우며 자신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비무슬림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스포츠를 택한 이유로 꼽는다. 돈과 영예를 버젓이 들먹이는 서구 선수들과 많이 다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부고] 윤일성(부산대 교수)씨 별세

    ●윤일성(부산대 사회학과 교수)씨 별세, 창배(한국능률협회컨설팅 컨설턴트)·지현(㈜고명 대표)씨 부친상, 1일 부산대병원, 발인 3일 오전 10시 (051)240-7161
  • 독거중년도 위험…짙어진 고독사 그림자

    독거중년도 위험…짙어진 고독사 그림자

    “고령화에 각종 사회문제도 얽혀 정부, 생애주기별 대책 마련해야” 배우 이미지(58·본명 김정미)씨가 혼자 살다 숨진 사실이 2주 만에 알려지면서 ‘고독사’에 사회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을 뜻하는 고독사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독사의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확산 등이 꼽힌다. 고독사의 현황은 주로 ‘무연고자 사망’으로 설명돼 왔다. 사망자에게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93명에서 지난해 1232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고독사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무연고 사망’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발견된다. 고독사하더라도 가족이 있으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사한 이씨도 유가족으로 남동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진 않을 전망이다. 이런 배경에서 고독사는 ‘현대판 고려장’에 비유된다. 고려장은 늙은 부모를 산속 구덩이에 버렸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빈곤’이 원인이었다. 오늘날 고독사가 ‘쪽방촌’ 등 홀로 사는 노인 가구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맥락은 비슷하다. 특히 노숙인들의 사망은 고독사인 동시에 무연고 사망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로 인한 부모 부양 문제도 고독사와 관련성이 적지 않다. 자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며 홀로 사는 부모 가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정 내 갈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도 고독사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자 1인 가구 수는 2010년 106만 6000가구에서 2016년 129만 4000가구로 6년 만에 21.4% 증가했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양극화되고 저소득층들이 개인화되면서 경제력까지 약화돼 고독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이런 고독사는 갈수록 저연령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독거노인’을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독거중년’까지 고위험군에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50대 이하가 2333명으로, 60대 이상 2265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 ‘청년 고독사’도 지난해 66건으로 매주 1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김수영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전체에 대해 생애주기별·계층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연대해 고독감을 이겨 내는 ‘컬렉티브하우스’(공동체주택)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은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면서 “온라인화돼 있는 사회 커뮤니티를 오프라인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먼저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겪었던 일본은 민관 협력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의 사가미하라시는 우유유통개선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유배달부가 우편함에 신문이 그대로 있거나 비가 내리는데도 세탁물이 걸려 있는 가구를 발견해 시청에 연락하면 해당 가구를 살피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자체가 쓰레기 배출량과 가스·수도 사용량을 확인해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보편화돼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고독사 예방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고독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씨줄날줄] ‘어른 고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어른 고교’/황성기 논설위원

    일본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에 제동을 걸고자 유례없는 국가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시작했다. ‘제2 의무교육법’을 근거로 만든 ‘어른 고교’다. 성경험이 없는 30~50대 남녀를 공교육 기관인 ‘어른 고교’에 강제로 입학시키는 사업이다. 졸업 자격은 간단하다. ‘어른 고교’에서 영재교육을 받으며 생애 첫 성경험을 증명하면 그날로 졸업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지상파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어른 고교’ 얘기다. ‘동정’과 ‘처녀’를 모욕하고 차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밤 11시간대 드라마치곤 3%대의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다.저출산 원인으로 만혼(晩婚), 결혼하지 않는 비혼(非婚),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출산을 미루는 사정이 꼽히지만, 이 드라마는 성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2013년 일본의 콘돔 제조회사인 ‘사가미고무공업’이 20~60대 1만 4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경험이 없는 20대 남성은 40.6%, 20대 여성은 25.5%였다. 이쯤 되니 ‘어른 고교’란 드라마가 나올 법도 하다. 일본은 1차 베이비붐 시절이던 1949년 269만 6638명의 아기가 태어나 1899년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최대의 출산을 기록했다. 그 후 출산이 줄어들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의 벽’을 깨고 97만 6979명이 태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소자화(少子化·저출산의 일본어) 사회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특명장관을 두어 저출산을 막으려는 대대적인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22일 ‘무자식 고소득자 증세안’을 냈지만, 탁상행정이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아카가와 마나부 도쿄대 교수(사회학)의 분석에 따르면 ‘부부의 아기 숫자를 늘리는 저출산 대책보다 결혼하는 사람을 늘리는 정책이 9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75년 일본의 결혼은 94만건에 달했으나, 점차 줄어들어 2015년에는 63만건까지 줄었다. 초혼 연령도 75년 남자 26.9세이던 것이 2015년에 30.7세가 됐으며, 여자는 24.4세가 29.0세로 높아졌다. 일본의 20년 후는 독신자가 인구의 50%를 점하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40%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저출산 기록은 일본을 앞서는 대한민국이다.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가 사상 첫 30만명을 밑돌 것이라 한다. 인구 절벽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일본도 2100년이면 지금 인구(1억 2500만명)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우리의 올해 예상 출산율은 1.12명이다. 5년 안에 1.4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일본 목표는 1.8명이다. ‘어른 고교’이든 ‘결혼 고교’이든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농민단체 “불공정 한·미FTA 폐기” 정부 “농업 추가 개방없다” 못박아

    농민단체 “불공정 한·미FTA 폐기” 정부 “농업 추가 개방없다” 못박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쌀, 분유처럼 관세 장벽이 있는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측이 자국산 식품 수출을 유리하게 하려고 동식물 검역조치(SPS) 및 관세할당제도(TRQ) 완화 등을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그러나 재협상 과정에서 농업 분야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美, 쌀·분유 등 재협상 요구할 듯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2일 공동 주최한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FTA 발효 이후 농축산 분야 대미 무역적자가 7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은 “FTA가 발효되기 직전 5개년(2007~2011년) 평균과 발효 후인 2012~2016년 평균을 비교하면 대미 농축산물 수입이 9억 4000만 달러 늘어난 반면 수출은 1억 9000만 달러 증가에 그쳤다”면서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아몬드, 체리, 오렌지 등 관세 철폐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신선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밀려들면서 국내 축산·과일 농가는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 농가의 피해에도 미국은 재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식용 대두, 식용 감자, 분유, 천연 꿀, 오렌지 등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품목에 대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특히 분유처럼 미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등과 경쟁해야 하는 품목의 추가 개방 요구가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측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농업 관련 협정문을 한·미 FTA에 반영하자고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TPP를 폐기하긴 했으나 SPS, TRQ, 수출보조금지 등 농업 관련 규범의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농업 분야를 재협상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추가 개방이 절대 불가하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축산 對美 무역적자 7억 5000만弗 정부는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김경규 농식품부 기조실장은 “농업은 지켜야 할 레드라인이며 특히 쌀에 손대는 순간 (재협상은) 끝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도 “농업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물은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단체 대표들은 정부 측에 한·미 FTA 폐기와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 등을 요구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부고]

    ●유종필(서울관악구청장)씨 장인상 18일 서울 보라매병원, 발인 21일 오전 5시 (02)836-6900 ●정진은(전 대학교수)진성(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진행(현대자동차 사장)진철(당진에코파워 사장)진민(정내과 원장)씨 모친상 김승권(전 대학교수)강천석(조선일보 논설고문)송용완(사업)씨 장모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30 ●김석연(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퓨처스팀 수석코치)씨 부친상 19일 충남 태안군 보건의료원, 발인 21일 오전 6시 40분 (041)671-5303 ●이대건(YTN 정치부 차장대우)씨 부친상 19일 인천 세종병원, 발인 21일 오전 6시 30분 (032)240-8444 ●송기형(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원 원장)씨 모친상 박석환(전 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정광균(전 이집트 대사)씨 장모상 18일 건국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2030-7903 ●이은호(코스리 편집위원·전 한국일보 정책사회부장)제호(김앤장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씨 모친상 최규정(숙명여대 비서실장)씨 시모상 17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45분 (02)2258-5940
  • 장시간 업무 당연시 문화 바뀌어야… SNS 업무 금지 로그오프법 검토를

    장시간 업무 당연시 문화 바뀌어야… SNS 업무 금지 로그오프법 검토를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7·끝> 과로사회 탈출 해법 대한민국 노동자 가운데 과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과로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그림①)고 말하고, 공무원에게도 야근과 주말 근무는 필수(그림②)가 됐습니다. 오전에는 회사로, 퇴근 뒤에는 가정으로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236만명의 워킹맘(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사노동까지 강요당합니다. 서울신문의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산업 현장의 과로를 끝낼 대안을 살펴봤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법률·의료·노동 전문가, 시민단체, 경영계 등이 말하는 과로사회 탈출 해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신문에서 노동 분야를 취재하는 홍인기 기자라고 합니다. 저에게도 과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노트북 켜고 일하는 공식 업무 시간 외에 식사 등을 겸한 저녁 취재 시간까지 포함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 기준인 60시간에 가깝습니다. 한국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세 번째(연간 2069시간·2016년 기준)로 오래 일하는 국민입니다(그림③). 굳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 국내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우선 현행 최대 68시간(주7일 기준)인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됩니다. 사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최대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부가 2000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1주의 근로시간’에서 1주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행정해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52시간과 별개로 16시간까지 추가로 일을 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그림④).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7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는 근로기준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야는 근로시간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3단계에 걸쳐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기업군별로 유예기간을 얼마로 둘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보여 최종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인한 법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국회가 끝내 근로기준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1주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판단하는 행정해석을 폐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선 특례업종 종사자가 전체 노동자의 49.5%(2015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기준)에 달합니다.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아무리 줄어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가 절반 정도라는 겁니다. 노동계에서 특례업종 폐기와 축소 주장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운수업, 보건업 등 특례업종의 공영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체질 개선 한 후에 근로시간 상한제 등의 대안도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손봐야 하는 제도가 또 있습니다. 포괄임금제입니다. 고정야근수당 등 초과근무 수당을 미리 산정해 월급에 포함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는 ‘당신이 야·특근할 것을 미리 계산해 연봉에 넣었다’면서 무제한으로 일을 시킵니다(그림⑤). 고용부는 이달 중으로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을 제외한 사무직 등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또 다른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측정되지 않는 노동’입니다. 버스기사 등 타코미터(운행기록계)로 운행시간을 측정하거나 출퇴근 카드를 찍는 소수 직종을 제외하면 실제로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보존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그림⑥)되기도 했습니다.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면 근무시간 측면에서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화와 사람이 제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장시간 노동 관행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예컨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슈퍼우먼 방지법’은 남성 배우자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5일에서 30일로 확대하고, 30일을 모두 유급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그림⑦).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현행 제도들은 나름대로 잘돼 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인식과 문화가 제도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남성 노동자들이 그 짧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려고 해도 “남자가 무슨 출산휴가를 가느냐”는 잘못된 인식이 발목을 잡습니다. 기업 문화나 직장 상사들의 고루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출근은 있지만 퇴근이 없는 삶’은 사람이 사람을 옭아매면서 시작합니다. 업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일상에 침투하는 빈도가 잦아졌고, 스트레스도 높아졌습니다. ‘카톡 감옥’, ‘전자 발찌’라는 자조적 표현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최근 프랑스는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외에 이메일, SNS, 전화를 통한 업무 관련 연락을 차단하도록 ‘로그오프법’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업무 환경이 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결되자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환경 변화에 제도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지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이 되도록 근로감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앞으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줄어들어도 분명히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존재할 것입니다. 과로사, 과로자살에 대한 기준이나 산재 판정 심의과정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오래 일하다 죽은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인 규정조차 없고, 과로사로 여기는 뇌·심혈관계질환의 판단기준(그림⑧)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회사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유가족들이 죽음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취재 도중 만났던 유가족은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다녔어요’라는 질판위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만두고 싶다’와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서 부딪칩니다. 법과 제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간다면 ‘죽을 정도로 일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특별기획팀 ikik@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홍인기 기자는 2011년 11월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2014~2015년 고용노동부를 출입하며 노동 분야를 두루 취재했다. 이후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올해 초부터 노동 분야를 다시 담당하고 있다.
  • [단독] 과보호 그늘 ‘캥거루족’ 부모 상대 범죄 급증세

    [단독] 과보호 그늘 ‘캥거루족’ 부모 상대 범죄 급증세

    존속범죄 4년 만에 2배 늘고 존속살해 비율 美의 2.5배나 “자녀 자립심 육성 교육 절실” 최근 들어 가족을 상대로 한 존속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040세대’의 실업 문제와 자녀에 대한 기대가 큰 우리 사회의 관행이 맞물려 이른바 ‘캥거루족 존속범죄’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지난 3일 서울 도봉구에서 아들(46)이 아버지(78)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은 10년 넘도록 무직 상태로 부모와 함께 지내 왔으며, 아버지와 취업 문제 등으로 잦은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어머니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 왔다. 지난해 4월 경기 부천에서도 무직인 아들(39)이 아버지(64)가 “왜 일하러 나가지 않고 노느냐”며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잠을 자던 아버지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존속범죄(살해·상해·폭행·감금·협박 등)는 2012년 1036건, 2013년 1141건, 2014년 1206건, 2015년 1908건, 2016년 223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에 2배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존속살해는 일주일에 1건꼴인 매년 55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성국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조사관의 연구논문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발생한 존속살해 381건 가운데 188건(49.3%)이 가정불화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정신질환 130건(34.1%), 경제문제 58건(15.2%) 순이었다. 이 가운데 친부모를 대상으로 한 338건을 추려낸 뒤 연령별 피의자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110명(32.5%)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84명(24.9%)으로 뒤를 이었다. 존속범죄자 57.4%가 ‘3040세대’인 셈이다. 피해자는 60대 이상이 222명(60대 100명, 70대 이상 122명)으로 전체의 65.7%에 달했다. 이와 함께 ‘3040 캥거루족’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실업자 수는 2012년 17만 7000명에서 지난해 18만 4000명으로 4년 사이 4.0% 늘어났다. 40대 실업자 수도 같은 기간 13만 8000명에서 14만 5000명으로 5.1%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3년 발간한 ‘캥거루족 규모 및 현황’에서도 2010년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30~44세 캥거루족은 약 4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2.3%에 해당하는 35만 4000명은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분석됐다. 정 조사관은 존속범죄가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부모는 자녀가 경제력을 갖길 기대하는데 자녀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다 보니 부모에 대한 원망이 극단적인 존속범죄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동준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자식 간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전통 때문에 사소한 갈등에도 실망감이 배가돼 범죄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존속살해가 일반 살인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보다 2.5배, 영국보다 5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물질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자녀의 자립심을 기르는 방향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부고]

    ●홍미영(인천 부평구청장)씨 모친상 송종식(전 인천시의원)씨 장모상 8일 인천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032)517-0710 ●최충진(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장)씨 장인상 8일 청주 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8시 (043)291-4444 ●백승주(자유한국당 국회의원·전 국방부 차관)씨 장인상 8일 부산의료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51)607-2652 ●최병철(국민의당 전북도당 조직국장)씨 부친상 8일 전북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063)250-2451 ●김항술(전 자유한국당 전북도당 위원장)씨 모친상 8일 정읍 한서요양병원, 발인 10일 오전 (063)570-7044 ●김흥린(세종대 명예교수)씨 부인상 정호(바른병원 내과 과장)정미(숙명여대 대학원 강사)씨 모친상 김정하(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씨 시모상 임덕우(소망피부과 원장)씨 장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1 ●전광희(충남대 사회학과 교수)광우(김천 성의여중 교사)씨 부친상 정흥채(철도연구원 수석연구원)권순찬(금융감독원 보험담당 부원장보)씨 장인상 8일 김천의료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54)429-8280
  • 아베·트럼프 골프 라운딩에 스포츠 스타가 함께 하면

    아베·트럼프 골프 라운딩에 스포츠 스타가 함께 하면

    “만일 대통령이 함께 골프를 하자고 제안한다면?” 세계 랭킹 4위인 일본인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가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라운드에 나서는 것을 두고 일본에서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주피터에서의 라운딩에는 전 세계랭킹 1위인 어니 엘스(남아공) 선수가 함께 해 ‘권력에 아부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이타마 현 가스미가세키 CC에서 아베 총리, 마쓰야먀 히데키 선수와 골프 라운딩을 한다.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장인 가스미가세키CC는 여성은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남녀 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곳이다. 비즈니스 골프 전문가인 도미타 사토시 릿쿄대(立敎大) 교수는 “골프를 통해 회의실보다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친밀함을 어필할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톱클래스 프로 선수의 정치이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시자카 유지 나라여대 스포츠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상황때문에 골퍼를 부르고, 선수가 응하는 것이 반복되면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에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포츠계에서 (정치로부터의) 자립은 중요한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 9월 미국프로풋볼에서 국가 제창 시 기립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바 있다. 이때문에 이후 많은 미국 선수들이 시합 전 국가 제창 때 무릎을 세우고 앉으며 항의를 하는 등 스포츠계와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다. 이시자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은 스포츠계에 대한 압력으로 미국은 선수가 항의했지만, 일본은 윗선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며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68타를 기록한 것으로 미국 언론에 소개됐으며 아베 총리는 90타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똑똑함의 숭배/크리스토퍼 헤이즈 지음/한진영 옮김/갈라파고스/404쪽/1만 7500원“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문맹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래리 서머스(전 미 재무장관)와 밥 루빈(전 미 재무장관)은 자신들이 이 세계를 다스리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했죠. 앨런 그린스펀(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요. 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미국 주요 투자은행에 30년간 컨설팅을 해 온 유럽 경제학자는 우리 사회 최상부에 있는 권력층, 엘리트층에 대해 이런 불신과 분노를 털어놓았다. 그의 말은 미국 국민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품고 있는 환멸의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벌거벗은 임금님’들이 초래한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엔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뉴올리언스 사태,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등 실패의 뿌리에는 엘리트들의 무능과 부패가 있었다. 미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겨울 국정농단 사태에 치밀하게 가담한 엘리트층의 추악한 민낯에 경악할 대로 경악한 바 있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 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는 이 모든 폐단은 엘리트층에게 절대적인 권능을 수여한 ‘똑똑함에 대한 숭배’에서 빚어졌다고 아프게 지적한다. 한마디로 능력주의를 종교처럼 떠받든 것이 ‘책임의 원칙은 힘없는 자들에게 적용하고, 용서의 원칙은 힘 있는 자들에게 적용하는’ 한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워싱턴, 월가,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등 엘리트층이 쌓아 올린 제도의 실패가 가장 극심한 곳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실패를 예언한 선각자들, 실패의 직격탄을 맞는 보통 사람들, 사태의 책임자 등과 인터뷰하며 현대사회의 모든 실패와 위기의 원인에 엘리트층의 불법 행위와 부패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다수는 똑똑함을 숭배하면서 엘리트에게 전능을 부여했고,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답이라 믿으며 오판과 부정을 과감히 저질렀다. 능력주의에 따른 막대한 보상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금융위기 당시 서민들은 가혹하게 스러진 반면 위기의 주범이었던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벌인 성과급 파티, 메이저리그의 스테로이드 불법 복용 사태가 엘리트를 향한 믿음과 보상, 부정행위가 필연적인 인과관계임을 보여 준다. 대의민주주의가 권력층의 이익을 중시하고 가장 암담한 곳에서 곤경에 빠진 이들에게 냉혹했다는 증거도 부기지수다. 마틴 길렌스 프린스턴대 교수가 1981년부터 2002년까지 소득이 서로 다른 집단(소득 상위 10% 부유층과 하위 10% 빈곤층 비교)의 정책 수정 요구가 법률 제정에 미친 영향을 따져 보자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정부 정책은 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연히 기울고 빈곤층과 중간층의 바람은 사실상 도외시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와 기관들은 운석처럼 닥쳐와 참상으로 끝날 재난에 대처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날카롭게 경고등을 울린다. 때문에 ‘능력주의가 극대화한 불평등’, ‘조작된 게임’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 온 블록을 다른 방식으로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법은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제롬 카라벨은 “선진국 중에서 미국만큼 기회의 평등에 집착하면서 조건의 평등에 무관심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때문에 저자는 모두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를 모아 이념을 초월한 연합 세력을 구축해야 엘리트 권력을 축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관들-교육제도, 정부, 국가 안보기관, 월가 등-을 정면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쫓아낼 주체는 지난 촛불시위의 경험처럼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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