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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존중사회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선무”

    “노동 존중사회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선무”

    노사정위 ‘21세기 한국’ 토론회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20일 한국사회학회와 공동으로 ‘21세기 한국의 노동과 사회발전’ 토론회를 열고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을 위한 과제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 경영계, 노동계가 참여해 논의한 내용은 향후 정부가 수립할 ‘노동존중사회 기본 계획’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저임금과 근로빈곤의 해결, 비정규직 노동자의 격차 해소, 노조의 경영참가 등이 꼽혔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으로 저임금이나 근로빈곤이 해결돼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이 고용주로부터 인격적으로 멸시당하고 푸대접을 받으면 노동은 기피와 경멸의 대상이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차별과 격차를 강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노동의 질 하락을 초래했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봤다. 신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 확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 조직률 제고, 노동 참여의 노사 관계 거버넌스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도 청년과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 제고, 최저임금 수준의 개선과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해소, 실제 노동시간 단축 등을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노동에 대한 교육과 인식의 전환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젠가부터 법률 용어로 쓰고 있는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이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 중심의 임금·소득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90% 노동자에 대한 노조 가입을 높이고, 노조할 권리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차별과 격차의 해소를 위해 과보호된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청년 일자리 대책] 에코세대 맞춤형 ‘미니 추경’… 정부, 4월 국회 통과 목표

    [청년 일자리 대책] 에코세대 맞춤형 ‘미니 추경’… 정부, 4월 국회 통과 목표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 4조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필요성과 효과, 규모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김동연 “군산·통영 구조조정 지원책 포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추경 규모는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된 2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 대신 10조원 미만의 ‘미니 추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추경안에 군산·통영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지원 대책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부가 오는 4월 중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분기에 편성된 추경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1999년과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후보 시절 공약했던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정부가 당초 거론됐던 ‘슈퍼 추경’ 대신 ‘미니 추경’을 선택한 것은 국채 발행 없이 세계잉여금을 포함한 여유 자금 약 2조 6000억원과 기금 여유자금 약 1조원 등을 우선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추경 편성에서 규모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집중해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지점은 추경 요건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 중대 사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일단 정부에선 현재 상황이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대량실업 우려’에 해당하기 때문에 추경 편성이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에 해당하는 이른바 에코세대(1979~92년생)가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청년고용 문제를 방치할 수 없으며 정부가 한시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앞으로 4년 정도 방치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추경 요건’ 싸고 국회서 논쟁 치열할 듯 반론도 있다. 청년 고용 상황은 이미 수년간 좋지 않았던 데다 에코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예측가능한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시각에선 일자리 창출이란 일차적으로 민간 영역인 만큼 재정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선거용 추경”이란 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국회가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 추경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일단 정부에선 2017년도 초과세수의 지방교부세 정산분을 다음달 10일 결산 즉시 지자체에 지급하고 다음달 중으로 지자체별 추경을 편성 완료하고 5월에는 지방의회 통과 후 본격 집행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거 운동이 한창인 5월에 지방의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앙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지자체는 엄청난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 이렇게 급하게 추경을 할 필요가 있는지 야당에서 쉽게 동의할지 의문”이라면서 “왜 추경을 해야 하는지, 왜 추경이어야만 하는지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청년 일자리 대책] “획기적 재정지원 청년취업 유도 효과” vs “고용절벽 구조적 개선은 역부족”

    정책 실효성도 찬반 엇갈려 中企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 정부가 15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 효과를 놓고 노동·경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이 갈렸다. 단기적으로 획기적 재정지원으로 청년층의 어려운 취업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지만 고용절벽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당장 급하니까 한시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이중 노동시장, 근로시간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는 놔두고 단기처방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역시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공급자 중심으로만 본다는 점, 당장 눈에 보이는 일자리 숫자 늘리는 데만 급급하니까 조급한 대책을 내놓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당사자들의 수요에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득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건 괜찮은 대책이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한시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건 좋은 인재를 중소기업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떨어뜨린다. 장기간 중소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부소장은 “정규직을 채용하면 예산지원을 더 해 주겠다는 건데 얼마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정부 지원금 받고 채용하는 방식은 일자리 창출이라기보다는 기업지원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과)는 “첫 직장에서 받는 처우가 평생 가는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에선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임금 격차를 정부가 메꿔 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 관련 대책이 빠진 건 아쉽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청년들이 3~4년 뒤에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청년 자산 형성 지원으로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노동시장 경직성과 과잉 학력에 대한 미스매치 등에 대한 노동시장 유연화 강화나 고졸 취업자에 대한 상대적 혜택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일단 청년 추가 고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들의 당면 현안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회피 요인이 급여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복지 수준 등임을 고려하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년 구직자가 취업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함께 일자리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추가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 변호사, 학자 등 전문가들 중에서도 주중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는 ‘투잡 작가’들이 많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직조한 이들의 글은 지식과 재미를 두루 갖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법·정의 진솔한 시각 펼친 문유석 판사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한 그는 각각 2014년, 2015년 펴낸 책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법과 정의, 사람에 대한 진솔한 시각을 선보이며 ‘글 잘 쓰는 판사’로 유명해졌다. 문 판사는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법 44부로 발령받은 초임 여자 판사 박차오름이 세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장편 ‘미스 함무라비’로 소설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는 “(법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사들이란 그저 법대 위에 무표정하게 앉아 ‘망치’를 두드리는 무표정한 존재로만 그려진다”면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분쟁의 모습을 그리되,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그려 보고 싶었다”고 책 에필로그에 적었다. 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도 2010년 단편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1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송호근 교수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지난해 장편 역사소설 ‘강화도’를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장편 ‘다시 빛 속으로 : 김사량을 찾아서’를 선보이며 창작 열정을 과시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주제를) 논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항상 이념적인 장벽에 부딪혀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면서 “상상력의 공간인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학문으로 풀지 못한 것을 해결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판타스틱 단편을 엮은 소설집 ‘지문사냥꾼’을 발표한 가수 이적은 지난해 11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심리를 다룬 그림책 ‘어느 날’을 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적이 오래전 만들어 둔 이야기에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씨는 응급실에서 본 죽음과 삶의 경계를 그린 에세이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를 펴내며 주목받았다. 에세이스트로 재능을 떨치고 있는 그는 지난이적송호근
  •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가수·의사·사회학자… ‘투잡 작가’ 전성시대

    판사, 변호사, 학자 등 전문가들 중에서도 주중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는 ‘투잡 작가’들이 많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직조한 이들의 글은 지식과 재미를 두루 갖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법·정의 진솔한 시각 펼친 문유석 판사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한 그는 각각 2014년, 2015년 펴낸 책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법과 정의, 사람에 대한 진솔한 시각을 선보이며 ‘글 잘 쓰는 판사’로 유명해졌다. 문 판사는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법 44부로 발령받은 초임 여자 판사 박차오름이 세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장편 ‘미스 함무라비’로 소설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는 “(법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사들이란 그저 법대 위에 무표정하게 앉아 ‘망치’를 두드리는 무표정한 존재로만 그려진다”면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분쟁의 모습을 그리되,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그려 보고 싶었다”고 책 에필로그에 적었다.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도 2010년 단편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1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송호근 교수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 지난해 장편 역사소설 ‘강화도’를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장편 ‘다시 빛 속으로 : 김사량을 찾아서’를 선보이며 창작 열정을 과시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주제를) 논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항상 이념적인 장벽에 부딪혀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면서 “상상력의 공간인 소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학문으로 풀지 못한 것을 해결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2005년 판타스틱 단편을 엮은 소설집 ‘지문사냥꾼’을 발표한 가수 이적은 지난해 11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심리를 다룬 그림책 ‘어느 날’을 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적이 오래전 만들어 둔 이야기에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씨는 응급실에서 본 죽음과 삶의 경계를 그린 에세이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를 펴내며 주목받았다. 에세이스트로 재능을 떨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일 책 한 권에 관해 쓴 독서 일기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내며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페미니즘 관련 활동 강사가 성폭행” 중앙대 內 폭로

    “페미니즘 관련 활동 강사가 성폭행” 중앙대 內 폭로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하던 한 대학 강사가 재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사회학과 재학생·졸업생 62명으로 구성된 ‘성폭력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학과 페이스북에 성명서를 내고 “성폭력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화연구학과 강사 A씨가 수년 전 대학원 재학생에게 성폭행을 행사했다”며 “가해자는 새벽에 일방적으로 찾아가 ‘첫차가 다닐 때까지만 있게 해달라’며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성폭행했다”고 고발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가 자신 외에도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과 인문사회 분야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저술과 토론활동을 하는 등의 이중적 행태를 보여온 것을 최근 알게 됐다”며 “다른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중앙대 내 대안적 학술공동체인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으로 활동하며 2015년 5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11차례의 지속적인 성폭력을 가하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여러 페미니즘 주제의 포럼 토론자로 활동하거나 대학원보 등에 글을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가해자로 인한 유사 피해 사례에 대한 재학생과 졸업생 대상의 전수조사와 성폭력 피해 예방과 발생 시 사태 해결을 위한 학과 내 학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중앙대 인권센터에 고발이 접수돼 조사 중이며 A씨는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도 제가 싫어하는 줄 모르면서 그랬을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임을 밝힌 여성 A씨는 가해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전직 영화 스태프(제작진)였다고 밝힌 A씨는 평소 존경하던 감독과 일을 하면서 쌓은 신뢰 관계와 자신의 꿈인 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어 성관계 요구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국 작품을 다 끝내지 못하고 감독과의 관계를 끊으며 영화계를 완전히 떠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몰래 자책과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고 토로했다.A씨가 밝힌 것처럼 ‘가해자 스스로 자신이 가해자인 줄도 모를 수 있다’는 지적은 갑을·상하관계에서 일어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잘 보여 준다. 권력 관계의 우위에 있는 가해자는 자신의 업무 및 지시 권한을 사적인 영역에서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혼동하기 쉽다. ‘아랫사람’인 피해자는 부당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고, 주변 동료들도 상사의 잘못을 묵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가해자는 스스로의 행동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고 따라서 피해도 거듭된다. 꼭 성폭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조직 안에서 상하구조가 뚜렷하고 일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분리가 잘 되지 않는 고질적인 노동문화는 자주 지적의 대상이 됐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야근과 회식, 밀착된 상하 관계일수록 업무로 맺어진 인간 관계가 조직 밖에서까지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30인 이상 규모 직장에 다니는 만 20세 이상, 50세 미만 근로자(공무원 제외)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근로자들이 1657명(66.3%)에 달했다. 특히 한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이 길수록, 직장 규모가 클수록, 실패 허용도가 낮을수록, 회식이 잦고 회식 참여가 강제되는 경우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 경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일터에서의 관계는 업무 범위에 관한 계약 관계임에도 실제 현장에선 사생활 침해 등 업무 이외의 종속적 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그나마 일반 직장은 노동법상 규제의 틀이라도 있지만, 문화·예술계 같은 조직은 특정 소수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종속 관계가 더욱 강해지고, 고용 관계에 대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희 변호사는 “상명하복 구조가 강한 조직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데 마치 윗사람에게 항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결국 조직의 문제로 불거지고, 피해자의 근태나 근무실적, 감정까지 평가·왜곡된다”고 꼬집었다. 활발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남녀와 세대 간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외모에 대한 평가, 가벼운 성적 표현, 과도한 사생활 간섭 등은 벌어진 인식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학생 때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받으며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20, 30대들은 “아가씨같이 예쁘네”라는 표현 한마디에도 발끈할 수 있는 반면 40, 50대들은 “칭찬한 건데 예민하다”고 의아해한다. 관습적으로 굳어진 언행이 성폭력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고 가볍게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관계를 남녀 문제로 보지 않는 젊은 여성 직원들의 행동을 남성 상사들이 남녀 관계로 ‘착각’하는 순간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보낸 친절한 메시지와 ‘♡’(하트) 이모티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방에서 함께 춤을 추거나 회식 자리에서의 ‘러브샷’과 같은 가벼운 스킨십 등을 젊은 여성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그가 남자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상사와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서인데, ‘나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런데도 실제로 성폭력 사건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들의 친밀한 행동이 “상대방도 나를 좋아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곤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직장 내 기구는 물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전담 부서에도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이 같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성폭력전담부 법관은 “피해자에게 건네는 질문부터 여성 법관과 남성 법관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면서 “여성 판사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 등을 많이 배우게 돼 기계적으로라도 성비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딸을 가진 판사가 성폭력 사건에 더 엄격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그만큼 성폭력 사건을 얼마나 공감하며 접근하느냐가 곧 사건의 시작과 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甲男 세상, 乙女의 반격] 한번 참았던 과장의 손… 어느덧 허리까지 덫에 걸렸다

    [甲男 세상, 乙女의 반격] 한번 참았던 과장의 손… 어느덧 허리까지 덫에 걸렸다

    그곳은 덫이다. 빠져나가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뿐이다. ‘그’(가해자)를 멈추게 하거나 ‘내’(피해자)가 사라지거나.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그를 멈추게 하기 위한 나의 목소리다. 그동안 왜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하고, 참고만 있다가 이제 와서 그러냐고들 묻는다. 이어지는 나의 목소리들은 이렇게 답한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고. 피해 사실을 특정하기 어려운 성폭력 범죄 특성상 서울신문 미투 제보 이메일(metoo@seoul.co.kr)과 그동안 발생한 성폭력 사건 사례,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토대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재구성했다.# 그에게는 힘이 있었다 그는 조직에서 나를 이끌어 주었다. 업무를 가르쳐 주고 평가했다. 일을 마친 뒤에는 그 힘으로 술을 권했고, 그리고 나를 만졌다. 많은 가르침을 주던 그의 ‘만짐’은 나를 고민에 빠뜨린다. 무언가를 당한 것은 같은데,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정의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그 의미를 곱씹는다. ‘나를 여자로 생각할 리가 없는데’, ‘술김에 실수한 건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대체 이건 무슨 뜻이지’ 등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마주친 그에게는 일단 어색한 웃음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덫에 발이 놓인다. 한 달 남짓 이어지고 있는 ‘미투’에 동참한 여성들과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 학계 전문가들의 증언을 묶어서 들여다본 피해자들의 심리는 이처럼 매우 복잡했다. 선배와 상사, 고용주, 교수, 심지어 부모까지. 한 번도 이성(異性)으로 생각조차 못했던 상대이기에 ‘윗사람’의 성폭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슬 같은 고통이 나를 옭아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권위적인 관계가 강하고 제한된 공간의 일터일수록 그 집단 내 소수자인 약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이뤄진다”면서 “남성 중심의 문화가 센 조직의 여성과 비정규직 같은 힘없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런 조직들은 내부의 성폭력 사건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급급하고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짙어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또 생각한다. 이 울타리는 나와 그의 생계가 달린 공간, 인생이 걸린 곳이다. 경험을 터뜨렸을 때 더이상 함께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그에게 피해를 당하는 것만큼 두렵다. 너무 화가 나서 사과를 받고 싶으면서도 ‘사이가 얼마나 불편해질까’도 어쩐지 걱정이 된다. 앞으로 계속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불이익을 주면 어떡하지’, ‘감독님이 앞으로 나와는 같이 일을 하지 않겠지’, ‘교수님이 이 바닥에서 유명하신 분인데 어쩌지’. 나를 만졌던 그의 손이 내 앞날도 틀어쥐고 있다. 도움을 청해 볼까 했다. ‘내 말을 믿어 줄까, 되레 이상한 여자가 되진 않을까’의 고민을 여러 번 지켜보기도 했다. 회식 자리에서 껄떡대는 부장님에게 맞섰던 여자 선배가 오히려 ‘꽃뱀’으로 몰려 왕따가 돼 결국 쓸쓸히 짐을 챙긴 모습을. 아르바이트생이 점장에게 항의하자 더이상 그 업계에선 알바를 할 수 없도록 이상한 아이라고 소문을 내던 모습을. 피해 여성끼리 어렵게 힘을 모아 탄원을 했을 때, 결국 (제3자인) 부서장에게서 돌아온 “미안하지만 없던 일로 넘어가자”던 어설픈 사과를. 또 한번 더 참아 보기로 한다. 다음에, 적당한 타이밍이 되면, 그의 행동이 더 심해지면을 기약한다. 어느덧 허리까지 덫이 감겼다. 김재희 변호사는 “차라리 상대가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 강간을 했다면, 스스로 피해자임을 확실히 인식하고 피해를 입증하기도, 가해자에게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다. 하지만 평소 신뢰하던 관계이거나 도제식으로 수련된 관계에서 발생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양가감정이 동반돼 대처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얘기다. 가해자를 향해 분노와 동정, 원망과 슬픔, 경멸과 의존을 동시에 느끼다 보면 대체 가해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애매해질 수 있다.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정작 소문이 나거나 공론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거나 가해자에게 따로 조용히 사과를 받으면 넘어가는 건 매우 흔한 사례다. 울타리 안에서 모두가 덜 상처 입을 상황을 피해자가 애쓰다 보면 시간은 또 별일 없었다는 듯 흘러가고 피해는 반복된다. 한참 뒤에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면 오히려 가해자가 “그동안 나한테 아무 일 없듯 잘 대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 그 대신 사라지는 건 나였다 덫에 빠질수록 나는 자책한다. ‘내가 얼마나 만만했으면’, ‘왜 처음부터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을 되새길수록, 허우적댈수록 덫에 엉키는 건 바로 나였다. 차라리 더이상은 상처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스스로의 탓으로 감싸안으며 숨죽여 간 것이 그동안의 나였다. 쏟아지는 ‘미투’가 개인에 대한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 개인들만 변태로 몰고 어물쩍 넘어가지 않기 위해선 덫에 걸린 ‘나’들의 손을 잡아 줘야 한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의 ‘위드유’(With You·지지한다)가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서울대 인문·사회 첫 석좌교수 김호동·송호근 교수 신규 임용

    서울대 인문·사회 첫 석좌교수 김호동·송호근 교수 신규 임용

    서울대가 김호동(63) 동양사학과 교수와 송호근(62) 사회학과 교수를 석좌교수로 신규 임용했다.서울대가 이공·의학 계열이 아닌 인문·사회계열에서 석좌교수를 임용한 것은 처음이다. 석좌교수라는 직책은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낸 석학에게만 주어진다. 서울대 관계자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국립대 교수로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를 고려해 임용했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유라시아 대륙의 수십 종류의 언어와 사료를 정확하고 심도 있게 연구한 중앙 유라시아 역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송 교수는 노동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면서 현실 가능한 사회적 처방을 제시한 학자로 유명하다. 현재 서울대에는 노태원 물리·천문학부 교수,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등 총 6명의 석좌교수가 있다.
  • [생각나눔] 컨트롤타워 실종 ‘도마위’…무조건 살리는 게 답인가

    주무부처 산업부 힘 실어줘야 정부의 산업논리 강조 반론 커 정치논리 배제 새 원칙 확립을 최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추진,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난제 속에서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를 구조조정 주무 부처로 정했다. 과거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 논리를 앞세워 법정관리 등 청산 위주의 해법이 되레 해운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현 정부는 금융 위주의 구조조정보다 일자리 보호를 포함해 산업 전반의 종합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그러나 산적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당장 컨트롤타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산업부가 구조조정의 주무 부처라는 점을 재차 공식화했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은 여전히 기재부가 맡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부는 구조조정의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산업부는 산업과 관련한 평가, 의견 개진은 가능하지만 결국 금융지원은 산업은행, 세금 감면은 기재부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부에 더욱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산업정책적 고려를 한다면 산업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 논리를 강조하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GM 사태에서 보듯이 일자리나 실업 문제를 핑계로 죽어야 할 한계기업을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량 해고 없이 일자리를 위해 부실기업을 어떻게든 살리겠다는 것인데, 없어져야 할 한계기업들이 생명만 연장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구조조정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산업 논리를 강조하는 측면이 왜곡돼 부실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잡하게 꼬인 구조조정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새로운 구조조정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 교수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산업정책을 복구하고 지역 사회와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하지 않으면 제조업 붕괴와 고용악화,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도시재생·스마트메디컬특구 성과… 영등포 미래 100년 열 것”

    “도시재생·스마트메디컬특구 성과… 영등포 미래 100년 열 것”

    “도시재생사업과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은 영등포구가 주민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다. 미래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들겠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 서울시가 영등포역세권 및 경인로변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최종 확정했고, 같은 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영등포구를 스마트메디컬특구로 지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5년간 각각 최대 500억, 735억원이다.→올해 각오는. -벌써 구정을 운영한 지 7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강 이남의 중심지였던 영등포의 위상을 되찾으려고 도시 곳곳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활발하게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이 한 예다. 영등포의 미래 100년을 여는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나눔복지를 펼쳤다. 그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했고, 혁신교육사업 추진으로 미래의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다. 영등포는 이제 새로운 미래 100년을 여는 시작점에 있다.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영등포 주민 모두가 따뜻하고 활기찬 영등포의 미래를 완성하겠다. →올해 주요 사업은. -지난해 2월 서울시가 영등포역세권 및 경인로변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최종 확정했다. 구는 5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받는다. 같은 해 7월 도시재생과를 신설한 이유다. 현재는 시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 및 전략계획을 논의 중이다. 경인로에는 중형 크기의 비즈니스·컨벤션시설을 만든다.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와 연계해 미래 금융산업인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산업도 전략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경인로와 맞닿은 고가도로인 영등포역고가와 영등포고가는 단계적으로 철거한 뒤 지하화한다. 시와 함께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논의하겠다. 스마트메디컬특구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제42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고 스마트메디컬특구로 영등포구를 지정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5년간 3개 특화사업(의료관광 기반시설 조성사업, 의료관광 활성화 지원사업, 의료관광 병원시설 확충사업)에 사업비 735억원을 투입한다. 도시재생사업과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은 영등포구가 주민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다. 이를 발판으로 미래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들겠다. →지난해 수상 실적이 많았는데. -지난 2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꿈더하기 사업’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1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 복지서비스 분야 대상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선 5기부터 흔들리지 않고 추진한 영등포구만의 대표 사업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돼 무척 기쁘다. 한 분야에서 광역, 기초단체가 함께 경쟁한 가운데 받은 대상이라 더 뜻깊다. 꿈더하기 사업은 ‘최고의 복지는 바로 일자리’라는 신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에는 꿈더하기 사회적 협동조합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문을 열어 10여명의 이웃이 땀 흘려 일하고 있고, 사업장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이 월급을 조금씩 모아 사회에 기부하는 등 새로운 복지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사각지대 발굴 보건복지부 장관상, 서울시·자치구 공동협력사업 8개 사업 전 분야 수상, 국가상징 선양 유공기관 대통령 표창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영등포구가 일 잘하는 자치구임을 다시 확인했다. →민선 6기 4년간 가장 큰 성과는. -전국 최초로 홀몸 노인을 위해 ‘함께살이’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함께살이 사업은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60~70대 홀몸 노인 200여명이 서로 의지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의 말벗이 되고 밑반찬 배달 및 심부름을 하는 사업이다. 그 결과 많은 노인의 우울증이 치료 되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노인 전용 할인카드인 ‘백세카드’ 사업도 반응이 좋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백세카드만 있으면 음식점과 이·미용실, 안경점, 사진관, 약국 등 구와 협약을 맺은 백세카드 으뜸업소를 방문해 5%에서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 노인 1만 3500여명이 카드를 발급받았고, 으뜸업소는 490여곳에 이른다. 구는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카드 발급을 3만 500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100세 시대 준비를 돕는 게 목표 중 하나였는데, 사업 진척 과정을 보니 굉장히 보람이 느껴진다. →민선 6기 가장 아쉬운 점은. -영등포구는 오랫동안 중공업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온 곳이다. 중공업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도시계획들이 발맞춰 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풀지 못한 숙제들이 있다. 영등포역 주변의 용적률·고도제한 완화, 원광디지털대학교 층수제한 완화 등이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시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민선 6기 성과와 변화, 발전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사실 모든 일이 아쉽다. 조금 더 깊숙이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 더 구민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구민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지방분권 논의가 활발한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안이 있다면. -미국의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는 ‘대통령은 원칙을 말하지만,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다’고 말했다. 국가를 통솔하는 중앙정부의 역할과 주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며 일을 처리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눈 것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 맞춤형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방자치는 시행 20여년을 넘겨 ‘성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에 예속된 ‘미성년’ 수준이다. 특히 영등포는 저출산 현상 극복을 위해 출산장려금 인상을 고려했지만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원래 계획보다 2년이나 늦어졌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업무에 집중하고 지역주민과 밀접한 생활문제는 현장에 있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책임지는 지방분권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영등포의 숙원사업을 놓고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특히 문래동 주민센터 부근의 구유지를 서남권 문화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 구민들은 제2의 예술의 전당인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다목적 공연장 등의 조성을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다. 서울시도 지역 간 균형 있는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반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와 영등포구의 협치와 소통을 바탕으로 원활한 사업추진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등포구를 이끌어 가는 핵심 가치는 바로 현장과의 소통이다. 모든 구정에 구민의 뜻을 담으려 했고, 항상 현장으로 달려갔다. 때로는 현장에서 혼이 나기도 했고, 보여 주기식 행정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 구민들은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도 있다’는 저의 신념을 믿어 줬다. 저와 직원들은 올해도 구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장기적인 과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구민들도 함께해 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조길형 구청장은 누구 1957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2~5대 영등포 구의원을 지냈다. 4·5대 구의회에서는 의장직을 수행했고, 2010년 민선 5기 구청장에 당선된 후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집무실보다는 민원실에서,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구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7년 반 동안 19만㎞ 거리의 현장을 다녔다. ‘소통’의 힘을 바탕으로 구민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는 사람냄새 나는 살맛 나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 ■영등포는 어떤 곳 제조·상업의 중심… 4차산업혁명 선도 ‘잰걸음’ 경부선과 경인선의 분기점인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다. 오래전부터 제조업과 상업의 중심지로 늘 젊음과 활기가 넘친다.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인 여의도가 있으며, 한강과 문래예술창작촌 등 많은 문화·예술 관광자원이 있다. 특히 서울시의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한양도성, 강남과 함께 서울의 3대 도심권으로 지정됐고, 도시재생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을 이끌 산업을 육성하고,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을 계기로 의료관광 특화도시 브랜드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 “도시재생·스마트메디컬특구 성과… 영등포 미래 100년 열 것”

    1957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2~5대 영등포 구의원을 지냈다. 4·5대 구의회에서는 의장직을 수행했고, 2010년 민선 5기 구청장에 당선된 후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집무실보다는 민원실에서,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구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7년 반 동안 19만㎞ 거리의 현장을 다녔다. ‘소통’의 힘을 바탕으로 구민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는 사람냄새 나는 살맛 나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올해 각오는.-벌써 구정을 운영한 지 7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강 이남의 중심지였던 영등포의 위상을 되찾으려고 도시 곳곳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활발하게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이 한 예다. 영등포의 미래 100년을 여는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나눔복지를 펼쳤다. 그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했고, 혁신교육사업 추진으로 미래의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다. 영등포는 이제 새로운 미래 100년을 여는 시작점에 있다.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영등포 주민 모두가 따뜻하고 활기찬 영등포의 미래를 완성하겠다.→올해 주요 사업은.-지난해 2월 서울시가 영등포역세권 및 경인로변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최종 확정했다. 구는 5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받는다. 같은 해 7월 도시재생과를 신설한 이유다. 현재는 시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 및 전략계획을 논의 중이다. 경인로에는 중형 크기의 비즈니스·컨벤션시설을 만든다.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와 연계해 미래 금융산업인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산업도 전략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경인로와 맞닿은 고가도로인 영등포역고가와 영등포고가는 단계적으로 철거한 뒤 지하화한다. 시와 함께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논의하겠다. 스마트메디컬특구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제42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고 스마트메디컬특구로 영등포구를 지정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5년간 3개 특화사업(의료관광 기반시설 조성사업, 의료관광 활성화 지원사업, 의료관광 병원시설 확충사업)에 사업비 735억원을 투입한다. 도시재생사업과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은 영등포구가 주민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다. 이를 발판으로 미래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들겠다.→지난해 수상 실적이 많았는데.-지난 2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꿈더하기 사업’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1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 복지서비스 분야 대상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선 5기부터 흔들리지 않고 추진한 영등포구만의 대표 사업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돼 무척 기쁘다. 한 분야에서 광역, 기초단체가 함께 경쟁한 가운데 받은 대상이라 더 뜻깊다. 꿈더하기 사업은 ‘최고의 복지는 바로 일자리’라는 신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에는 꿈더하기 사회적 협동조합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문을 열어 10여명의 이웃이 땀 흘려 일하고 있고, 사업장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이 월급을 조금씩 모아 사회에 기부하는 등 새로운 복지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사각지대 발굴 보건복지부 장관상, 서울시·자치구 공동협력사업 8개 사업 전 분야 수상, 국가상징 선양 유공기관 대통령 표창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영등포구가 일 잘하는 자치구임을 다시 확인했다.→민선 6기 4년간 가장 큰 성과는.-전국 최초로 홀몸 노인을 위해 ‘함께살이’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함께살이 사업은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60~70대 홀몸 노인 200여명이 서로 의지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의 말벗이 되고 밑반찬 배달 및 심부름을 하는 사업이다. 그 결과 많은 노인의 우울증이 치료 되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노인 전용 할인카드인 ‘백세카드’ 사업도 반응이 좋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백세카드만 있으면 음식점과 이·미용실, 안경점, 사진관, 약국 등 구와 협약을 맺은 백세카드 으뜸업소를 방문해 5%에서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 노인 1만 3500여명이 카드를 발급받았고, 으뜸업소는 490여곳에 이른다. 구는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카드 발급을 3만 500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100세 시대 준비를 돕는 게 목표 중 하나였는데, 사업 진척 과정을 보니 굉장히 보람이 느껴진다.→민선 6기 가장 아쉬운 점은.-영등포구는 오랫동안 중공업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온 곳이다. 중공업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도시계획들이 발맞춰 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풀지 못한 숙제들이 있다. 영등포역 주변의 용적률·고도제한 완화, 원광디지털대학교 층수제한 완화 등이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시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민선 6기 성과와 변화, 발전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사실 모든 일이 아쉽다. 조금 더 깊숙이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 더 구민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구민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지방분권 논의가 활발한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안이 있다면.-미국의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는 ‘대통령은 원칙을 말하지만,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다’고 말했다. 국가를 통솔하는 중앙정부의 역할과 주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며 일을 처리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눈 것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 맞춤형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방자치는 시행 20여년을 넘겨 ‘성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에 예속된 ‘미성년’ 수준이다. 특히 영등포는 저출산 현상 극복을 위해 출산장려금 인상을 고려했지만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원래 계획보다 2년이나 늦어졌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업무에 집중하고 지역주민과 밀접한 생활문제는 현장에 있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책임지는 지방분권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서울시에 바라는 점은.-영등포의 숙원사업을 놓고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특히 문래동 주민센터 부근의 구유지를 서남권 문화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 구민들은 제2의 예술의 전당인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다목적 공연장 등의 조성을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다. 서울시도 지역 간 균형 있는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반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와 영등포구의 협치와 소통을 바탕으로 원활한 사업추진을 기대해 본다.→마지막으로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영등포구를 이끌어 가는 핵심 가치는 바로 현장과의 소통이다. 모든 구정에 구민의 뜻을 담으려 했고, 항상 현장으로 달려갔다. 때로는 현장에서 혼이 나기도 했고, 보여 주기식 행정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 구민들은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도 있다’는 저의 신념을 믿어 줬다. 저와 직원들은 올해도 구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장기적인 과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구민들도 함께해 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도시재생사업과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은 영등포구가 주민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다. 미래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들겠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 서울시가 영등포역세권 및 경인로변 일대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최종 확정했고, 같은 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영등포구를 스마트메디컬특구로 지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5년간 각각 최대 500억, 735억원이다.
  • “천황보다 미국”… 70년째 쩔쩔매는 日

    “천황보다 미국”… 70년째 쩔쩔매는 日

    속국 민주주의론/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정선태 옮김/모요사/344쪽/1만 6500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드를 돌 때 일이다. 아베 총리는 벙커에서 샷을 하고 나오다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굴렀다. 자신을 무시하고 앞서 가버린 트럼프를 따라잡으려 서둘러 벙커에서 빠져나오다 벌어진 일이었다. 한 방송사 카메라에 이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트럼프에게 쩔쩔매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아베를 두고 그의 경제 정책 ‘아베 노믹스’를 본뜬 ‘아베 코믹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베 코믹스라는 비아냥은 미·일 외교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세계 경제강국 일본, 전쟁의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는 일본은 가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에 쩔쩔맨다. 이 답을 찾으려면 1945년 패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일본은 패전에도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 뒤에 미국이 있었다. 핵폭탄으로 일본을 굴복시킨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을 염두에 두고 일본을 ‘속국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미국은 패전 책임을 일왕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 ‘평화헌법 제9조’를 통해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패전 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속하는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전체 미군의 75%가 주둔한 이곳은 사실상 미국에 점령당했다. 미국이 쿠바 정부에 빌려 건설한 관타나모 기지가 비슷한 사례인데, 미국은 조차 비용으로 쿠바에 연간 고작 4000달러만 지급한다.‘속국 민주주의론’은 2016년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로 우리에게 유명한 논객 우치다 다쓰루(67)와 지난해 나온 ‘영속패전론’으로 사회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41)의 대담집이다. 두 논객은 일본 정치계에서 금기로 불리는 ‘속국론’을 꺼내 일본 정치계를 거침없이 공격한다. 우치다는 과거 중·일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허락 없이 독자외교를 펼쳤던 정치가 다나카 가쿠에이의 실권 배경에 워싱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갑작스러운 합의와 같은 일들은 사실상 미국의 존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이 국민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을 고집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존왕양이(尊王攘夷·왕(천황)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침)가 아니라 존미양이(尊美攘夷)”라고 비꼰다.시라이는 이런 모순상황이 이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적 욕망을 든다. ‘패전’을 ‘종전’으로 바꿔 부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패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온다”며 “그것을 순수하게 몸으로 보여 주는 이가 바로 아베”라고 꼬집는다. 두 논객의 자학에 가까운 토론을 무턱대고 비웃기는 어렵다. 미국에 끌려다니는 꼴사나운 일본 우파의 모습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우리에게도 보이기 때문이다. 주일미군이 자민당 정권을 지키는 파수견이라면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전시작전권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정치권의 논란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특히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북한을 비방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챙기는 일본 우파에게서 우리나라 정치꾼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두 논객은 속국론과 함께 일본의 사회 문제도 비판한다. 소비를 종용하는 자본주의 프레임에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포기하는 이들을 비롯해 일본 교육의 위기에 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두 논객이 문제로 꼽은 AO(Admission Office)입시전형은 학생의 비교과능력을 살피는 우리나라 대입전형인 학생부 종합전형과 흡사하다. 획일적인 입시를 없애겠다며 AO입시전형을 도입했지만,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종신고용제도의 종말에 따른 회사의 공동체성 손실 문제, 도시와 지방의 문화 격차를 다룬 부분 등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곱씹어볼 만하다. 60대와 40대 논객이 전후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벌이는 과감한 비판은 결국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미투 운동, 정략적 수단 돼선 안 된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투 운동, 정략적 수단 돼선 안 된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미투(#me too) 선언이 들불처럼 번져 가고 있다. ‘나도 그랬어’ ‘나도 당했어’ 등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 왔던 상처를 뜨겁게 토해 내고 있다. 문화예술계 여성들이 시작한 이 운동은 최근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언론, 대학 등 곳곳으로 퍼져 가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야 비할 수 없겠지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심정은 놀라움, 충격, 분노….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이 겪었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의식과 높은 성폭력 불감증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2018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수용되는지는 본질적인 문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어떤 울림을 얻고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성찰과 각성의 시간을 보내는지가 사건 자체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한 몇 가지 현상들을 주목하고 있다. 첫째, ‘고발’의 목소리에 대한 불편함이다. 소수지만 사석에서 만난 몇몇은 이 운동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우려한다. 남성들 중에는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힌 적은 없는지 걱정하는 분도 있다. 여성들 역시 방조 책임에서 자신을 제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우려는 미투의 본질이 아니다. 미투는 누구를 공격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거나 죄책감에 휩싸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인간의 생존과 인격, 생계를 짓밟는 폭력의 피해자가 세상을 향해 상처를 열어 보이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지지를 얻는 시간이라는 데 미투의 기본적 의미가 있다. 그녀의 고백을 듣는 우리들이 할 일은 아픔에 공감하고 살아남은 그녀를 격려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둘째,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점과 관련한 혼란이다. 대개 성폭력 사건은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2차, 3차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선은 가해자에게로 돌려져야 한다. 누가 가해자이며 그의 행위는 어떻게 은폐됐는지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방조자의 역할이다. 권력자의 성폭력에 눈을 감고 심지어 돕기까지 하는 방조자들은 엄격히 가려내지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성폭력을 지속시켜 온 공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권력자의 수족일 뿐, 가해 행위의 ‘몸통’에 대한 시선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성폭력 대응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보다는 가해자와 협력한 사람들로 초점을 국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미투 운동의 정치화다. 최근 정치인이나 일부 언론이 미투 운동을 특정 진영이나 정치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향도 발견된다. 소위 진영 논리를 투사해 진보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나 조직이 권력형 성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해 왔다는 지적이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정당이나 조직, 정치인과 연결해 비난하는 행위도 보도되고 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힘겹게 시작한 싸움을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이것은 최초의 가해 행위만큼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누구도 미투 고백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사건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다 해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조직과 공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격과 자존감, 생업을 위협당하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화돼 왔다는 사실. 그런 현실에 둔감한 채 고통받는 누군가들이 도처에 있지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다는 사실. 권력형 성폭력이 폭력이자 범죄이지만 용기 있게 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제 우리의 책임을 돌아보면서 미투 운동을 제대로 전개해 가야 한다. 그리고 행여 잘못된 방향으로 불어 가는 바람이 있다면 감시하고 차단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목적으로도 미투 운동을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
  • [뉴스 분석] ‘군기 잡기’가 필수인 사회 또 다른 #미투가 울고 있다

    [뉴스 분석] ‘군기 잡기’가 필수인 사회 또 다른 #미투가 울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입사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대물림되는 ‘선배 갑질’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서 드러난 성폭력 문제도 결국에는 ‘선배 갑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21일 서울신문이 사회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에 대한 훈련·단련이 강조되는 다양한 직종에 ‘선배의 후배 괴롭힘’이란 악습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간호사라는 특정 직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의료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쳬육계 등에 도제(徒弟)식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잔존해 있다. 특히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집단, 일반인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직종에서 ‘선배 갑질’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는 ‘태움’뿐 아니라 ‘내리갈굼’ 등 후배를 괴롭히는 관행이 여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71.2%가 언어 폭력을 경험했다. 신체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도 20.3%에 달했으며 여성 전공의 45.5%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국내 항공사에 근무했던 A씨는 “여승무원 사이에는 선배를 ‘언니’라고 호칭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나이가 많은 후배는 손아래인 선배를 ‘언니’라 부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도 위계질서를 위해 참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B씨는 “영업을 하는 일부 회사에는 ‘옥상 집합’이라며 후배들을 소집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체육계에서도 후배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넥센의 신인 투수 안우진(19)이 고교 재학 시절 야구부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져 구단으로부터 50경기 출전 정지 등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대학 동아리 내 선배 갑질도 교육이란 명분 아래 ‘후배 군기 잡기’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 ‘피해 후배’가 ‘가해 선배’가 되면서 이런 악습이 전통으로 굳어져 대물림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지난해 12월 7일 무용원의 4학년 학생 8명이 1~3학년 후배 15명을 연습실에 집합시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잇따르는 성폭력 피해 사례 역시 ‘선배 갑질’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 가해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극연출가 등 십중팔구 해당 조직의 선배이거나 해당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얻은 거장이라는 점에서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C씨는 “예술계 신인이라면 팬층이 두텁고 신인들의 생살여탈권까지 쥔 ‘선생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왕따를 당하거나 예술계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또한 을에 대한 갑의 은밀한 권력 남용”이라면서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갑들의 횡포가 낱낱이 공개되고, 이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악습과의 진정한 단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5년 일하면 한 달 무조건 휴가

    5년 일하면 한 달 무조건 휴가

    CJ그룹 3년 연속 1위에 올라 강점 ‘유통ㆍ문화’ 매력적 작용대기업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룹에 CJ가 3년째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취준생 944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9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CJ가 뽑혔다고 20일 밝혔다. 2016년 이래 똑같은 결과다. 왜 취준생들은 CJ를 꿈꾸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조화)이 거론된다. CJ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리, 과장 등 직급 호칭을 ‘퇴출’했다. 대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요즘에는 이런 호칭 파괴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20년 전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5년 근무하면 조건 없이 한 달을 쉬게 하는 ‘창의 휴가’ 등 다양한 복지제도도 입소문을 탔다. 창의 휴가는 일종의 안식월 제도다. 지난해 5월 도입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임원이든 직원이든 누구나 입학 시즌에 한 달 동안 쉴 수 있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도 다른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CJ와 SK텔레콤 등이 시행하고 있다. CJ 측은 “이런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유연한 근무환경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취준생들은 입사 희망 기업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43.3%가 ‘직원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기업’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인가’(40.7%), ‘연봉이 높은 곳인가’(31.0%),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인가’(28.5%),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원하는가’(24.8%) 순서로 답했다. 유통·문화가 강점인 CJ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젊은층에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과학계열 전공자인 취준생 장모(26·여)씨는 “대기업에 인문·사회 관련 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는 직무가 제한적일뿐더러 실제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CJ는 상대적으로 직무 선택의 폭도 넓고 주력 분야 자체가 20~30대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한류문화, K푸드 등 단순 제조업이 아닌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 가능성으로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차피 취준생 입장에서는 눈높이에 비해 임금 수준이 하향평준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순위나 이름값, 연봉 등과 같은 기존의 직장 선택 기준보다 조직문화나 자율성 등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된다”면서 “최근에는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쌓아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이 꼽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 2위에는 삼성이 꼽혔다. 그 뒤는 SK, LG, 신세계가 이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평범한 이웃이 말하는 삶이, 우리 사회 이야기더라

    평범한 이웃이 말하는 삶이, 우리 사회 이야기더라

    ‘구술생애사’(口述生涯史). 말 그대로 ‘입에서 나온 사람의 인생사’다. 청자(듣는 이 겸 작가)가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줄이고 화자(말하는 이)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이어서 글 내용이 세밀하고 문체가 생생한 게 강점이다. 시골 노인, 외국인 노동자, 시장 상인 등 이름 없는 개인의 삶은 그 사회를 읽는 글로 거듭난다. 이런 매력에 최근 작업물도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출간한 ‘오늘은 맑음’(일곱 번째 숲)은 망원시장 여성 상인 9명의 삶을 9명의 여성이 나눠 쓴 구술생애사 모음집이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서울 마포구의 문학 아카데미 ‘말과활’에서 구술생애사 전문가 최현숙 작가에게서 기초·심화반 16주 수업을 들으며 상인들을 만났다. 작가 9명 가운데 6명을 최근 망원시장에서 만났다.▶구술생애사를 시작한 배경은. -여지현(51): ‘할배의 탄생’을 비롯해 최 작가 책 세 권을 모두 읽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을 기록하는 구술생애사의 매력에 빠져 있던 차에 작가 페이스북에서 수업 공지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11년 전 귀농해 경북 봉화에서 살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와 1박 2일씩 작업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민정례(35): 경기도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 수업을 듣고 작업에 참여했다. 기자로 일하며 매일 단발적인 글만 썼는데, 호흡이 긴 글을 쓰고 싶었다. -김은화(32): 몇 년 전 사회학과 졸업논문을 쓰려 경남 합천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났다. 당시 구술생애사와 비슷한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해 보고 싶어 수업을 듣고 작업을 함께했다. -정숙희(59): 희곡 작가로 연극계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귀촌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에서 수업 공지 포스터를 봤는데 ‘소문자들의 삶이 말하기 시작했다’는 글귀에 팍 꽂혔다. 큰 히트작 하나 못 낸 나도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였다. 비슷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써 보고 싶었다. -박채란(40): 동화작가이자, 예술단체 ‘빛나는 순간’ 공동대표로 일한다. 한 사람의 말을 서사로 만드는 작업을 좋아한다.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리라 생각했다.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업을 듣고 작업도 참여했다. -박내현(43): 마을 활동가로 일한다. 엄마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 싶어 시작했다.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어려웠던 점은. -정숙희: 내가 만난 상인은 모자나라 유순자씨였다. 친해지고 싶었고, 술 한잔하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많이 노력했지만 깊은 관계가 되지 못했고, 생각했던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 생각이 들어 아쉽다. (망원시장 여성 상인 구술생애사 작업은 청자 9명을 먼저 정한 뒤 제비뽑기로 청자를 연결해 진행했다.) -민정례: 마당쇠방앗간 최윤영씨는 다섯 번 정도 만났다. 시부모님이 2층에 사시고 남편과 함께 일하느라 인터뷰가 편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화자와 이야길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중요하다. -박채란: 50대의 목포홍어무침 조숙희씨는 시집살이 우울증이 심했다. 자살 시도 이야기를 듣고 감정이 이입돼 나도 많이 힘들었다. 녹음한 것을 다시 듣고 글로 풀어내면서 한동안 울었다. ▶보람 있었던 때도 있었을 텐데. -박내현: 인터뷰 중 화자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려 나의 힘든 이야기도 했다. 글 쓰면서 확인차 전화를 했더니 ‘그 일은 잘 해결됐느냐’ 물어보시더라. 그 순간 청자와 화자가 아니라, 언니와 동생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업하며 느끼는 개인적 친밀감은 구술생애사의 큰 매력이다. -김은화: 종로연떡방 황성연씨를 만날 때 인터뷰를 어떻게 할지, 뭘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황씨가 “술 한 잔 먹고 시작하자”더라. 친해진 뒤엔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나는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황씨는 추진력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노력해서 성공한 40대 황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30대로서 느꼈던 무기력함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구술생애사 작업을 계속할 생각인지. -박내현: 우울증이 심해 기억을 일부 잃어버린 20대 여성을 만나 구술생애사 작업을 했다.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 고통스러웠다면서도 치유를 받았다고 하더라. 이런 이들을 3명 정도 더 소개받아 작업할 예정이다. -여지현: 노인들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고 서로 연결해 주려 한다. 귀농자들을 중심으로도 작업해 보고 싶다. -정숙희: 40년 동안 공무원 하신 분이 조만간 은퇴하신다. 그분 이야길 써보려 한다. 개인의 삶을 돌아보며 공무원으로서, 또는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은화: 최근 엄마의 이야기를 구술생애사로 정리하고 있다. 구술생애사에 매력을 느껴 전문출판사를 열 계획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수도 비판도 정정당당… 2030 올림픽 ‘공정 응원’

    박수도 비판도 정정당당… 2030 올림픽 ‘공정 응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2030’세대들이 보이는 성숙한 응원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공정한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는 국적에 상관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불공정한 절차나 행동에 대해선 매섭게 비판하면서 또 하나의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는 모습이다.지난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 분패하면서 올림픽 3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한·일전에서의 쓰라린 패배였는데도 2030세대들은 일본 선수의 승리를 열렬히 축하했다. 그러면서 이상화 선수에게도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지난 1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임효준·서이라 선수를 동시에 넘어뜨려 메달 사냥을 좌절시킨 헝가리의 산도르 류 샤오린 선수를 향해서도 악성 댓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금메달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지만 선수 간의 충돌이 잦은 쇼트트랙 종목인 만큼 고의성이 없었다면 넘어지는 것도 경기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자국 선수에겐 편파적인 응원을 보내고 타국 선수는 깎아내리기에 바빴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2030세대의 판단 기준이 바로 ‘공정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어플레이’ 앞에선 국적도, 신분도, 개인적 감정도 모두 배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의 각종 불공정한 행태에 대해 유독 2030세대들이 크게 분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6일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피시니 라인을 통과한 뒤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면에 잡히자 2030 네티즌들은 정치인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들끓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이 “특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윤성빈 선수의 어머니와 김연아 홍보대사가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것과 비교되면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박 의원이 특히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여당 소속이라는 점도 ‘불공정’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갑작스러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2030세대가 거세게 반발한 이유도 우리 선수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어 공정성이 침해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불공정한 듯한 모습에는 지지를 보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공정한 기회가 박탈된 대표적 사례인 입시비리와 채용비리에 젊은층들이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이념, 학연, 지연 등에서 벗어난 ‘탈경계 세대’”라면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 속에서 계속 헤엄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판단 가치가 ‘공정함’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5060세대들과는 달리 2030세대들은 공정성을 규범으로 삼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를 대하는 시각과 사고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명절 스트레스 싫어요”… ‘대피처 ’ 몰리는 2030

    “명절 스트레스 싫어요”… ‘대피처 ’ 몰리는 2030

    근무 자처 직장인도 많아 “가족 내 젊은층 배려 절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고향으로 떠나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명절이 마냥 기쁘지 않은 ‘2030세대’들은 고향 대신 명절을 쇨 ‘대피처’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진학·취업·결혼 등에 대한 친인척들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명절 연휴 동안 2030세대를 위한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책바’(chaegbar)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대피소를 운영한다. ‘책 읽는 술집’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연 이곳은 명절 귀향을 꺼리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조모(30)씨는 “설에 집에서 스트레스로 허덕이느니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수강생들을 위해 명절 대피소를 운영해 온 파고다어학원은 올해도 역시 서울 강남, 종로, 신촌을 비롯해 인천, 부산 서면 등 7개 캠퍼스에 피난처를 마련했다. 명절날 오갈 곳 없는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학원 내 스터디룸을 연다는 취지다. 학원 측은 스터디 공간은 물론 간식과 음료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한 수강생은 “잔소리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되고, 공부까지 할 수 있어 이번 명절을 학원에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피신하는 ‘나홀로족’도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설 연휴 닷새 동안(2월 14~18일) 94만여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 연휴에 근무를 자처하는 직장인도 많다. 명절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근무수당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로 여겨진다. 서울의 한 호텔에 근무하는 유모(30)씨는 “고향에 가면 결혼하라는 성화에 시달릴 것이 뻔한데 이번엔 회사 일이 바빠서 못 간다고 핑계를 댔다”고 말했다. 알바몬이 설을 앞두고 성인 남녀 19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로 취업준비생은 ‘누구네 자녀는 어떤 회사 다닌다더라’(31.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다’(26.7%)에 거부감을 표했다. 직장인들은 ‘결혼은 언제 하니’(37.9%), ‘연봉은 얼마나 받니’(25.4%) 등을 듣기 싫어하는 말로 꼽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과 함께 명절 쇠기를 꺼리는 2030세대들이 명절 때만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하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먼저 취업이나 결혼, 출산 등 젊은층들이 과거 세대보다 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민감한 질문을 삼가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호텔·여행 vs 카페·학원…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부익부 빈익빈

    호텔·여행 vs 카페·학원…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부익부 빈익빈

    명절 스트레스를 예방하거나 해소하는 방식에도 빈인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호텔과 여행 등을 택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카페나 학원을 대피 장소로 삼고 있다. 저임금을 받는 이들은 명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준비하고 있다.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모(29·여)씨는 설 연휴에 4박 5일로 제주도로 피신할 예정이었다.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던 이씨는 6개월 전에 이미 제주도행 티켓을 끊으며 결혼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명절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행을 앞둔 이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숙박시설인 플래이스 캠프의 ‘설날 잔소리 대피소’라는 패키지였다. 결혼과 취업, 시험 등 설에 몰려들 잔소리를 피해 온 이들에게 2박을 하면 1박을 무료로 서비스하겠다고 마케팅이었다. 숙박시설도 대부분 1인실과 2인실이 대부분이라 욜로족(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이들)에게 완성맞춤이다. 이씨는 사정이 생겨 제주도행을 포기했지만, 금세 서울 시내 호텔을 예약하며 대피 장소를 바꿀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기업에 취업한 김모(30)씨도 이번 설에는 1박에 10여만원 하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김씨는 “친척들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혼자서 쉬고 싶다”면서 “취업준비생이던 시절에는 꿈꿀 수 없는 대피처이긴 하다”며 웃었다. 명절이 끝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이들도 있다. 5년차 직장인 진모(30)씨는 명절을 쇠고 오는 17일 1박 2일로 강원도 정선에 남편과 스키를 타러 갈 예정이다. 진씨는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합치면 60여만원이 들겠지만, 명절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렇게라도 풀고 싶다”고 말했다.반면 취업준비생들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대피장소로 카페와 직장을 택했다. 취준생 김모(30)씨는 “집에 있으며 취업을 했냐는 친척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지난 추석에도 카페에서 명절 단기 공부를 했다”면서 “올해도 4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취준생 서모(31)씨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자취방에 머물며 취업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낮에는 승마장, 밤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박모(30)씨는 설에도 ‘투잡’을 한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배씨는 “직업 특성상 말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명절에 쉬지 못하는 것도 있다”면서도 “명절에 돈을 쓰지 않는 대신 벌어서 설이 끝난 비성수기에 여자친구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자가 활력을 찾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명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자녀 세대들에게 압박을 주지 않고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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