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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마지막 커피 주세요”…방콕 ‘죽음 콘셉트 카페’ 인기 이유

    “생애 마지막 커피 주세요”…방콕 ‘죽음 콘셉트 카페’ 인기 이유

    ‘죽음’을 콘셉트로 한 이색 카페가 태국 방콕에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해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방콕에 자리잡은 이 카페의 메뉴판에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생의) 마지막 날’, ‘남은 일주일’(One Week Left), ‘남은 한 달’(One Month Left) 등의 메뉴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남아있다’의 뜻은 살아있는 ‘이번 생에 남아있는 날’을 의미한다. 메뉴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카페의 콘셉트는 바로 ‘죽음’이다. 카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흰색 관이 놓여있다. 이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새하얀 관에 누워 몇 분간 죽음을 떠올리고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체험을 ‘인증’한 사람들은 커피를 구입할 때 할인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28세의 한 고객은 “마치 내가 나의 장례식장에 온 기분이었다”면서 “관에 누워 보는 체험을 하고 초콜릿이 들어간 ‘죽음의 스무디’(메뉴 이름)를 주문했다. 매우 재미있는 체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특한 콘셉트로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은 이 카페의 주인은 “고양이부터 유니콘, 인어에 이르기까지 방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귀엽고 예쁜 이미지가 강하다”라며 “(죽음과 같은) 어두운 콘셉트는 다른 가게보다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의 한 사회학자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태국 전체 인구의 90%는 불교도이며, 어렸을 때부터 죽음과 관련한 불교 교리를 가르친다”면서 “죽음을 인식하고 있는 태국인들에게 이러한 콘셉트의 카페는 (쉽게 각인되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은 선(善)을 행할 것”이라면서 “관을 통해 죽음을 체험하는 것이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중독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에 엄규숙 서울시 여성정책실장 임명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에 엄규숙 서울시 여성정책실장 임명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으로 엄규숙(56) 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임명됐다.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자로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비서관에 임명됐다”며 “해당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기용했으며, 오늘 아침 현안점검회의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비서관 자리는 지난 2월 말 은수미 전 비서관이 6·13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한 달 보름가량 공석이었다. 엄 비서관은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마르부르크필립스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사회문화여성분과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경희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기획협력처장을 맡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고운 몸매·순결…성편견 부추기는 21세기 여중·여고 교훈

    [단독] 고운 몸매·순결…성편견 부추기는 21세기 여중·여고 교훈

    “설립자 이념 존중해야 하지만 사회변화 맞춰 교훈도 바꿔야” ‘순결’, ‘고운 몸매’, ‘어진 어머니’, ‘참는다, 희생한다’….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교육 현장에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구시대적 ‘교훈’(校訓)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중·여고의 교훈에 가부장적인 사고가 반영된 사례가 많았다.서울신문이 10일 전국의 남녀 중·고교 100여곳의 교훈을 살펴본 결과 여학교 2곳 가운데 1곳꼴로 ‘순결’(純潔)이 발견됐다. 제주에는 ‘순결’ 하나만을 교훈으로 삼은 여중도 있었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라고 깨끗함을 강조하는 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처녀성’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상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깨끗함’만을 의미한다면 남학교 중에서도 ‘순결’을 교훈으로 채택한 학교가 있어야겠지만 조사 결과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 충남의 한 여고는 남녀 성평등 사회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설립 이래 80여년간 유지해 온 ‘진실, 순결, 정숙’이라는 교훈에서 ‘순결’과 ‘정숙’을 ‘창의’와 ‘봉사’로 대체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여고는 ‘맑은 마음, 착한 행실, 고운 몸매’를 교훈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는 ‘고운 몸매’의 의미를 ‘내면의 아름다움에 바탕을 둔 행동의 성숙’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신체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용서한다, 참는다, 도와준다, 희생한다’, ‘부덕(婦德·부녀자의 덕)을 높이자’ 등 구시대적 여성상을 강조하는 교훈을 가진 학교가 있는가 하면 ‘참된 어머니’, ‘어진 어머니’ 등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교훈도 수없이 많이 발견됐다. 반면 남학교에서는 ‘성실’, ‘근면’, ‘협동’ 등 여학교보다 주체적이고 건설적인 의미를 담은 교훈이 더 많이 발견됐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장은 “교육 현장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이상적인 여성으로 규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학교도 변화의 흐름에 맞춰 미래세대 관점으로 교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대착오적인 성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교훈을 바꿔야 할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설립자의 건학 이념 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우린 장난감이 아냐”···반나체로 미투에 나선 여배우의 절규

    “우린 장난감이 아냐”···반나체로 미투에 나선 여배우의 절규

    카스트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인도에서 한 여성 영화배(34)우가 반나체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스리 레디라는 발리우드 배우가 ‘토플리스’(topless·상의탈의)’로 미투한 사연을 소개했다.NYT에 따르면 레디는 지난 7일 인도 중남부 하이데라바드에서 현지 영화위원회 사무실 인근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레디는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모두 벗었다. 그러면서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우리가 여성인가 아니면 갖고 놀 장난감인가”라고 절규했다. 곧이어 레디는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노출한 혐의였다. 관련 영상과 사진은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간 성적으로 억압받던 인도 여성 등은 레디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지에 나섰다.발리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심한 성차별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 레디도 부당한 성적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영화 제작자가 레디에게 배역에 캐스팅되기 전에 누드 영상을 보내라고 한 것.이에 레디는 요청에 따랐지만 관련 영상은 돌려받지 못했다.이와 관련해 인도 사회학자 디파 나라얀은 “레디와 함께할 여성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열린세상] ‘미투’가 불편한 당신에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투’가 불편한 당신에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며칠 전 친한 후배가 당신과 술자리에서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미투, 언제까지 계속할 거냐고,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고 하셨다지요.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느끼게 하는, 그래서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지. 격렬한 저항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위계·위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봤자 법적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든지. 원래 남자들의 성욕은 통제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런 본능의 문제를 사회적 사건으로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지. 우리나라는 장관의 30%가 여성일 만큼 성평등 사회인데 여자들은 뭘 더 달라는 것인지. 대략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들었습니다.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투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위협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협박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고발입니다. 따라서 사건에 관련 없는 그 누구도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으며 ‘잠재적 가해자’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인정받으려면 강력하게 거부의사를 표시했어야 한다는 말씀에 대해 조직 내 위계의 강고함과, 특히 최고 권력자의 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나의 “노”(No)가 순식간에 직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쉽게 또 그렇게 재빨리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직장이란 공간에서 늘 부딪혀야 하는 사람들이 지닌 관계의 복잡함을 생각하면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행위인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누군가는 상사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짓눌려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것이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현행법에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을 인정받기 어렵다면 그것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의 문제이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남성의 본능적 성욕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사회’라는 규범과 문화, 제도가 지배하는 시공간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욕망 자체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고 변형되는 것이라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사회과학의 논리를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 주장은 한국사회의 남성 전체를 모욕하는 말입니다. 오히려 제 주변의 남성 중에는 권력형 성폭력의 야만성에 저만큼 분노하고 있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그분들이 되레 제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성평등에 대해서도 국내외의 수많은 통계를 들이대는 시간 낭비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근 몇몇 은행과 공기업 채용에서 발생한 성차별이 이들 기업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요. 부장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성비(性比)는 어떻습니까. 여성들은 의사결정권을 갖는 직책에 얼마나 올라가 있나요. 부장님께서는 가끔 ‘여자 부장 한두 명쯤은 상관없지만, 내 부서에 여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주말이면 설거지 한두 번은 꼭 하는 페미니스트’라는 부장님 역시 여성에 대한 토크니즘(tokenism)을 가진 것 아닌가요. 소수집단을 배제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극소수의 인원을 선발한다는 이 논리는 토큰이 된 소수자들을 더 눈에 띄게 하여 차별의 표적이 되게 합니다. 여성의 경우 전통적인 성역할을 수행하라는 압력도 크고 성폭력의 위험도 커집니다. 미투가 남성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 속에서 여성들이 느껴왔던 깊고 오래된 불편함에 비하면 남성들은 이제 막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불편함을 서로 나누고 그것을 성찰해서 바꿔 가자는 것이 미투의 목적입니다. 아직 우리는 여성과 남성이 편안하게 협력하는 방법을 모르니까요. 당신이 불편하게 느끼신다면, 미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주변에서 아주 오랫동안 불편하게 일해 온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길.
  •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에 이용갑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에 이용갑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에 이용갑(54)씨를 임명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연구원장은 1964년 대구 출생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사회과학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책임연구원,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임기는 2년이다.
  •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민청학련/민청학련계승사업회 지음/메디치미디어/712쪽/3만 2000원정문화가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파쇼성이 핵심이니까, 여기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반파쇼전국학생연맹’이 좋겠네.” 김병곤이 덧붙였다. “민주 회복을 넣어서 ‘민주회복학생총연맹’ 같은 게 좋겠어요.” 황인성은 “민주 회복은 좀 약한 느낌이야. 학생뿐 아니라 근로자, 종교계, 양심세력도 동참한다는 뜻에서 학생 말고 청년학생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철은 “그러면 전국적으로 동시 투쟁한다는 의미로 앞에 전국을 붙여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거 좋겠습니다.” 1974년 3월 27일 이른바 ‘민청학련’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민청학련’ 본문 329쪽)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 시민에 의해 탄핵당하고 ‘적폐 청산’이 사회 이슈가 됐다. 적폐의 뿌리를 따라가면 1972년부터 7년 동안 한국 사회를 장악했던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유신 체제에 대한 도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 ‘부마민중항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민청학련’은 1974년 4월 발생한 대규모 반독재 투쟁인 민청학련 항쟁의 원인, 전개 과정, 결과, 의의까지 모든 것을 정리한 책이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가 4년 동안 200여명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책, 신문 기사, 논문 등 80여개의 자료를 참조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1972년 유신 선포와 이에 대항하는 전국 학생 조직의 움직임부터 1975년 박정희 정권이 관련자들을 석방하기까지 850일의 기록이 온전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집권이 불가능했던 박정희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1년 뒤인 1973년 10월 서울대 문리대 학생 300여명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이를 발판으로 유신체제 아래에서 침묵하던 각계 민주화 세력이 결집한다.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1974년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명령을 내린다.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서슬 퍼런 정권의 칼날 앞에 서울대 사회학과 이철과 유인태 등은 물러나지 않고 1974년 4월 3일을 디데이로 정해 전국 동시다발적인 대학생 반대시위를 계획한다. 사전 움직임을 포착당해 항쟁은 수포로 돌아가고, 붙잡힌 학생들은 무지막지한 고문에 거짓 자백서를 쓰기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은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조직과 제일 조총련계의 조종을 받은 일본인 공산당원 및 국내 좌파 혁신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용공딱지’를 붙였고, 이윽고 7월 14일 민청학련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각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끝에 박정희는 결국 1974년 8월 23일 전격적으로 긴급조치 4호를 해제했다. 다음해인 1975년 2월 15일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여정남을 제외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을 석방했다. 책은 그 당시 재판 기록, 판결문 등을 참고해 민청학련 항쟁을 용공 사건으로 조작하거나 방조한 가해자들의 명단 또한 실명으로 그대로 수록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작한 중앙정보부 요원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방장관 등 불법적인 체포, 구금, 고문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이들의 명단, 수사 및 재판 담당 검사와 비상군법회의 판사 및 대법원 판사의 명단을 제시해 그들이 국가폭력 행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낱낱이 보여 준다. 민청학련 항쟁 이후 수많은 반유신 투쟁과 부마민중항쟁이 이어져 박정희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청학련 항쟁에 담긴 정신이다. 공포의 시대, 목숨을 내놓고 민주화에 투신한 대학생들의 항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을 지낸 유시춘 작가가 원고를 썼다. 수많은 관련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71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쓰레기는 내 삶의 일부이자 ‘나’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쓰레기는 내 삶의 일부이자 ‘나’

    쓰레기 대란, 정확히 말하면 재활용품 대란이 일어날 태세다. 폐비닐로 시작된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의 수거 거부는 플라스틱과 폐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폐자원 수입 중단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따지고 들면 정부의 정책 실패도 한몫한다. 과거 정부는 폐비닐을 신재생에너지로 띄웠지만, 이제는 폐비닐로 만든 고형원료가 미세먼지 발생의 한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뒤늦게 중재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는 곳도 있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할 경우 과태료를 낼 수도 있어 숱한 가정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재활용품을 포함한 쓰레기는 작게 보면 한 사람, 크게 보면 한 사회의 삶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을 말해 주듯, 무엇을 사용하고 버리는가도 그 사람과 사회를 말해 준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인류학을 가르치는 제프 페럴의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는 도시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사회적, 인문학적, 문화범죄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한 책이다. 그는 애리조나 대학교 종신교수 자리를 그만두고 무작정 고향인 텍사스 포트워스로 돌아가 무려 8개월 동안 쓰레기 탐사를 시작했다.호화저택 주변과 노동자 밀집지역을 어슬렁거렸고, 중산층 지역과 시내 번화가를 가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각종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수거해 자신의 자전거 리어카에 실었는데 말 그대로 쓰레기가 대부분이었지만, 뜯지도 않은 선물과 보석 조각 등도 종종 쏟아져 나왔다. 온종일 길거리를 배회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도 다양했다.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다니니 당연히 노숙인이나 거지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불법 쓰레기 수집인에서부터 노숙자, 금속 수집가, 재활용 운동가, 대안건축물 건축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의 쓰레기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의미 부여도 눈여겨볼 대목인데, 그들은 “대단위의 사회 생태계 속에서 공식적인 폐기업자나 공중위생 관련 기관보다 한발 앞서 나날이 쌓여 가는 쓰레기더미를 분류하고, 도무지 가치 있는 것이라곤 없어 보이는 가운데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다.우리 사회는 쓰레기 수집하는 일을 “지저분하고 불쾌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페럴 교수는 자신과 같은 쓰레기 수집가들의 활동이 “버리는 이들에 대한 경고”이자 “오늘의 소비문화 그 이면을 밝히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곧 우리라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라 진솔한 사실인 셈이다. 페럴 교수가 쓰레기를 통해 보게 된 것은 두 가지, 불평등한 세상과 소비가 아닌 낭비로 점철된 세계다. 사실 두 가지는 하나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끝없이 확산되는 소비문화는 계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잘살건 못살건 “문화적 물질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대량생산과 그 결과로 나타난 낭비”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게 오늘날 지구의 풍경이다. 물론 낭비는 부유층에서 두드러진다. 뜯지도 않고 선물을 버리는가 하면 1년도 아니고 한두 달 쓰고 버리는 물건들마저 수두룩하다. 이는 곧 빈부 격차가 미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라고 페럴 교수는 강조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내놓을 때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쓰레기가 많아 귀찮다고 생각했을 뿐 그것이 내 삶의 일부이자 곧 나라는 생각은 못했다. 애꿎은 중국과 정부 정책을 탓하기 전에, 그것을 사용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때가 아닐까 싶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In&Out] 저출산 시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In&Out] 저출산 시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날이 따뜻해지면 혼인을 준비하는 커플들이 결혼준비와 신혼집 마련으로 부산을 떤다. 예식 관련 업체들이 이맘때 바빠지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제 역사박물관에서나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혼인건수가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35만건이던 혼인건수는 지난해 26만건으로 대폭 줄었다.혼인건수가 이렇게 줄어든 까닭은 혼인 연령층 자체가 줄어든 원인이 크다. 2000년부터 급격히 하락한 출산율 영향으로 청년층 인구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자녀 수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진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지난해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내년엔 1명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은 혼인에 대한 청년층 의식이 바뀐 데 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소득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사랑에 기반한 혼인보다 현실적 판단인 경제적 여건을 중시하는 이성적 혼인이 늘어났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혼인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에 참가해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기대나 의식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필자가 서울시 여성의 미혼이나 이혼 등 비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은 비혼에 머무를 확률이 매우 높다. 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높다고 여겨지는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여성은 강북 지역이나 비강남 지역 거주 여성보다 비혼율이 확연하게 높다. 단순히 교육수준이나 소득 자체가 혼인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 요인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신분적 속성이 작용한다. 혼인은 소득, 교육수준, 연령, 가족 등 각각 개별적 요소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물이자 그 시대상을 반영한 총체적 결과물이다. 사회학자로서 주목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 세태의 변화이다. 이 시절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경험한 아이들이 지금 30대 초·중반 청년들이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경험해 자신도 모르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적 상황이 지금의 혼인 기피, 비혼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마치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정서적 지진을 겪었던 것처럼 외환위기 역시 지금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해 줄 것은 무조건 결혼하고 힘들어도 참고 아이를 낳고 기르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경제 계층의 이동이 둔화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 세습되는 사회에서는 청년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부동산은 상위 10%가 97% 이상을 갖고 있어 부의 세습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토지의 합리적 이용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토지보유세 부과를 통한 부의 세습과 편중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혼인과 출산을 결정해야 하는 청년층에게 혼인의 순결과 사랑, 자녀양육으로 인한 생의 의미를 백 마디하는 것보다 그들이 직업을 갖고 보금자리를 만들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구조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서울 강남에서 태어났건 강북, 신도시, 혹은 지방에서 자랐건 모두가 소중한 젊은이들이다. 혼인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지우는 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미래의 부모인 청년에게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하느냐를 결정하게끔 선택권을 주는 것이 미래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다.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같이 노력해야” 인권위 미투 연속 토론회 열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같이 노력해야” 인권위 미투 연속 토론회 열려

    “김생민씨 사건이 보도되자, ‘버티면 피해자가 꽃뱀 됐을텐데 왜 인정했을까’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우리 미투 운동의 현주소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노력할 때, 다가올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과 많이 닮아있을 것입니다.”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 대강당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적인 진단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제1차 미투 운동 토론회-미투로 연대했다!’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상화된 젠더 폭력 실태와 여성혐오 현상을 통해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고, 직장과 미디어 안에서 성희롱·폭력이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은 성폭력과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정부의 대안 마련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과 시민들은 변했는데 정부는 성범죄 대책으로 처벌 강화만 제시하고 실효성 없는 신고 센터만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또한 “성폭력의 법적 정의도 국제 기준을 따라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조직 구조의 문제에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도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현 사회에서 이미 형성된 조직의 주류·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들이 소수자에게 폭력·차별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도 “여성 인력이 소수일 때, 관리 대상이 된다”면서 ”우리 사회에 노동시장 자체가 이미 젠더화돼있는 상황은 성별 차원의 한 두가지 대안으로 개선될 수 없으며, 이를 전체 노동시장의 문제로 접근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 관행이 사회 젠더 감수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이 가해 남성을 일반인과 구별된 괴물로 재현하는 것은 성폭력을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의 보도 관행은 우리 사회에 살고있는 여성이라면 성범죄를 언제 어디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에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좋은 보도를 하는 기사나 언론사에게 차별적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뉴욕타임즈의 젠더 에디터라는 직업 등을 참고해 언론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는 미투 운동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3차에 걸쳐 진행되며, 오는 12일에는 ‘도대체 법제도는 어디에?’, 19일에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정재훈 한수원 신임 사장 임명

    정재훈 한수원 신임 사장 임명

    한국수력원자력 새 사장에 정재훈 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임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4일 청와대가 정 전 원장을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5일 오전 경주 본사에서 사장 취임식을 연다. 정 전 원장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6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 산림, CO2 9억3500만t 저장… 공익가치 126조

    산림, CO2 9억3500만t 저장… 공익가치 126조

    “산에 산에 산에는 / 산에 사는 메아리 /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 벌거벗은 붉은 산엔 살 수 없어 갔다오.” 현재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 이맘때면 학교에서 늘 불렀던 동요 ‘메아리’의 한 구절이다. 5일은 ‘반갑게 대답하는 메아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는 날인 식목일이다. 올해로 73회를 맞는 식목일은 1949년 처음 공휴일로 지정된 뒤 지속되다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된 다음부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기념일이 되고 있다.인류가 등장한 이후 산림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어 왔다. 초기에는 식량을 공급해 주고 목재로 이용되는 직접적 효용과 함께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대체자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목재처럼 산림에서 얻는 자원의 활용도와 중요성은 낮아졌다. 그렇지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환경 개선 효과, 토양 침식·산사태·가뭄 방지 등 간접적 활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5년 주기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발표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5%에 해당하는 126조원의 가치가 있으며 국민 한 사람당 249만원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는 토사 유출 방지, 산림휴양, 홍수 조절과 저장량을 늘려 수자원을 확보하는 수원 함양, 산림경관, 산소 생성, 생물 다양성, 대기질 개선, 온실가스 흡수, 열섬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기후변화와 줄어드는 생물 다양성, 에너지 위기 등이 국제적 이슈로 주목받으면서 산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산림 보전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임업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국가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한편 산림과학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산림과학은 숲을 가꾸고 보호하며 이용관리하는 자연과학이면서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종합 학문이다. 산림과학은 ▲조림학, 수목생리학, 야생동물학, 산림생태학 등 생물학 분야 ▲산림자원경영학, 산림자원경제학, 공원휴양학, 산림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 ▲산림유전육종학, 산림측정학, 환경보전공학, 산림수확공학, 산림토목공학 등 공학 분야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에서 산림과학은 1890년대 일본을 통해 서양의 임학(林學)이 수입된 것을 시작으로 1922년 조선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임학이 처음 수입됐던 조선 후기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76%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둥산’이 당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황폐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부터 시작된 치산녹화 사업으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산림강국으로 올라섰다. 그 덕분에 한국의 산림과학 수준도 세계적 위치에 올라섰으며 특히 단기간 산림녹화를 위해 나무 품종을 개량하는 산림육종 분야는 임업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2015년 진행된 ‘제6차 국가산림자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 한국 산림면적은 633만 5000㏊로 남한 면적의 63.2%를 차지한다. 전체 산림면적으로 따지면 전 세계 58위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토 면적 대비 산림비율로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은 4위 수준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산림만큼 효율이 높지 않다. 실제로 국내 산림에서 9억 35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 중 나무가 53%, 산림 내 흙이 43%, 낙엽이 4%를 저장한다. 탄소 저장 효율은 침엽수림보다는 활엽수림이나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효림이 더 높다. 현재 국내 산림은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종이 39.6%로 가장 많고 활엽수종이 32%, 혼효림이 26.9%로 구성돼 있다. 산림학자들은 “산림은 인류에게 여러 가지 이로움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자원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계”라며 “무분별한 산림자원의 파괴가 지구 환경 악화와 자연자원 고갈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산림자원을 파괴하는 ‘되먹임 고리’를 만들고 있는 만큼 산림이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커버스토리] ‘고시오패스’ 견디고 공무원 됐는데… 이젠 ‘세금루팡’이라고요?

    [커버스토리] ‘고시오패스’ 견디고 공무원 됐는데… 이젠 ‘세금루팡’이라고요?

    “적극적이지 않은 자세나 일부 직원들의 태업 등 정당한 비판도 있지만,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맹목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무원이 죄인은 아니잖아요.” 정모(28·여)씨는 지난해 지방직 9급 공무원이 된 이후 ‘일은 편하지?’, ‘정말 6시 되면 하던 일 접고 퇴근하냐?’, ‘사무실에 앉아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냐?’는 질문을 헤아릴 수도 없이 자주 받는다. 정씨는 “호우주의보나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면 정해진 순서대로 상황근무에 투입된다. 회의 준비와 민원 처리를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면서도 “이런 말을 해봤자 ‘그래도 공무원이 얼마나 바쁘겠어’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지금은 괜한 언쟁을 벌이기 싫어 별다른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칼퇴’로 상징되는 저녁이 있는 삶은 정씨가 3년 넘게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이유기도 하다. 공시생 시절에는 ‘고시오패스’(고시생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뜻하는 소시오패스의 합성어)라는 사회의 비아냥 섞인 시선까지 감내하면서 오로지 시험 준비에만 매달렸다. 주변의 반응을 애써 무시하면서 꾸준히 시험을 준비했던 것은 똑같은 시험지 하나로 실력을 가늠하는 사실상 유일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바라던 공무원이 됐지만, ‘세금루팡’(도둑), ‘놀고먹는 직업’이라는 또 다른 비아냥은 정씨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은 물론 온 국민이 욕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정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중앙부처에서 일한 지 7년 정도 된 임모(35)씨는 공무원연금, 공무원증원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기사는 웬만하면 읽지 않는다. ‘놀고먹는데 연금까지 주는 건 세금 낭비’, ‘동사무소 가면 일하고 노는 사람이 대부분’, ‘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 ‘공무원 때문에 나라 망한다’ 등의 댓글을 접하고 나면 괜히 기분이 찝찝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받아들일 만한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은 감정적이거나 무턱대고 공무원을 싸잡아서 욕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수당을 받으려고 일부러 늦게까지 일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 가장 억울하다. 얼마 안 되는 수당을 받기보다는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중 대부분은 ‘놀고먹는다’, ‘편하다’로 대표되는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다. 이는 일선 공무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인사혁신처가 48개 중앙부처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업직(경찰·세관 등 상시근무 체제나 주말·휴일에도 정상근무가 필요한 자리) 공무원은 연간 2738시간, 비현업직은 2271시간 근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63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고,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2113시간)보다도 길다. 공무원과 업무 협조가 잦은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공무원 한 사람이 책임지는 업무 영역이 결코 좁지 않고, 그 분야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인사처의 바람직한 공무원 인사를 위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역량 중 긍정 인식률이 낮은 항목은 ‘청렴성’(47.2%), ‘창의성’(49.3%),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50.4%) 등이다. 황명진 고려대 공공사회학부 교수는 “공무원에게는 윤리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실제 공무원들의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청렴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지방직 공무원 한모(30)씨은 “일부 공무원이지만 여전히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청렴성만큼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무규정 위반, 근무태만, 품위손상, 공금유용, 금품수수 등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014년 2308명에서 2015년 2518명, 2016년 3015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부족한 창의성, 짙은 폐쇄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전화로 물어보려고 해도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고, 통화가 된다 해도 친절하게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인사처 등 시민사회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부처일수록 훨씬 더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서모(40)씨는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이나 확정된 정보에 대한 공개 요구에도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 근무하는 이모(37)씨는 “법과 절차에 얽매여 유연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개인 사정을 봐주기보다는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퍼블릭 뷰] 낀 ‘새우’ 아닌 ‘돌고래’ 한국…외신들이 서울로 몰려온다

    [퍼블릭 뷰] 낀 ‘새우’ 아닌 ‘돌고래’ 한국…외신들이 서울로 몰려온다

    한국학의 대가로 알려진 재미학자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을 강대국들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에 비유한다. 민첩하고 영리하게 대양을 가로지르는 돌고래처럼 한국은 국제사회의 ‘미들파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최근의 흐름은 이 같은 비유를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외신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평창올림픽 이어 남북 정상회담… 전 세계가 주목 지난 평창올림픽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 성사라는 극적 반전을 보여 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 금메달을 주자’며 “한국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변혁을 이루었다. 어떤 면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라고 극찬했으며, LA타임스와 AP통신은 각각 “(남북 단일팀 경기는) 올림픽이 조성하고 촉진해야 할 화합의 모습”이라며 “스포츠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화해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보도했다. 평창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한 ‘올림픽 데탕트’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로 절정을 이루면서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가 됐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8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했으며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을 확고히 점할 수 있게 준영구적 틀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 외신기자 270여명… 높은 관심만큼 매년 증가 해외문화홍보원은 한국에 주재하는 외신들은 물론 전 세계 27개국 32개 재외 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국의 소식과 문화를 현지인들과 언론에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요즘 서울 근무가 힘들어졌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 외신의 서울특파원은 1년에 평균 1000건 넘게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 같은 외신들의 노동 강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서울의 해외문화홍보원 외신지원센터에 등록된 외신기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해 지난 2월 말 현재 118개 매체 271명에 달한다. 영국 가디언, USA투데이, 중국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서울 상주 특파원을 신설하거나 증원하고 있다. 중국이나 도쿄 주재 특파원들도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다. 프랑스 르몽드의 상하이 특파원은 아예 1년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보낸다. 해외문화홍보원 외신지원센터에는 외신들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 영민한 돌고래처럼…국제사회에 ‘미들파워’ 뿜길 한때 북한 관련 국제정치계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외신의 동향으로 보건대 이 말은 이미 구문이 돼 버렸다. 오히려 한국은 타임지가 표현한 대로 ‘협상가’(The Negotiator)의 면모를 보여 주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외신을 상대하는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로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미들파워’로서의 돌고래가 그저 비유이자 상상만은 아닌 것이다. 다가올 남북 정상회담은 외신의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준전시(準戰時) 국가가 아니라 안정되고 성숙한 나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높아진 국가 브랜드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커지는 한국의 역량과 역할이 세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커버스토리] 내·안·남·철… 공무원, 선망과 비난 사이

    [커버스토리] 내·안·남·철… 공무원, 선망과 비난 사이

    35만 8135명.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장에 들어와 실제로 시험을 치른 응시자 수다. 이 가운데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만 1665명. 실제로 시험을 치른 응시생 가운데 96.7%(34만 6470명)는 다시 도전하거나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연간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릴 만큼 공무원은 선망의 대상이자 인기 직업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일·가정 양립 정책 등의 소식에는 ‘아까운 내 세금’, ‘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 등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연금이나 받아먹으려는 복지부동’의 대명사가 된 102만 9528명(2017년 기준)의 공무원은 실제로 ‘공공의 적’이 됐을까. 서울신문은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국민 1000명을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공무원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국민 10명 중 3명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무사안일’, ‘복지부동’, ‘비리청탁’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사혁신처의 바람직한 공무원 인사를 위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 혹은 이미지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8%는 긍정적인 단어(1534개)를 언급했다. 전체 답변 2262개(설문 응답자는 1000명) 가운데 부정적 응답은 728개(32.2%)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무원의 업무 전문성이나 책임감, 사명감 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적었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단어로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언급한 경우는 12개(0.5%)에 불과했고, ‘자율적, 적극적’이라는 단어도 15개(0.7%), ‘전문적’은 83개(3.7%)에 그쳤다. 대학생 조모(22)씨는 공무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필수 덕목 ‘친절·친근·책임감’ 등은 언급도 잘 안 해 공무원의 필수 덕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친절, 친근’(113개·5.9%), ‘책임감, 사명감’(106개·4.7%), ‘성실, 노력’(97개·4.3%), ‘봉사, 애국심’(93개·4.1%)도 자주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청렴, 정직, 깨끗, 투명, 공정’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국민은 전체의 9.0%(204개)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번 인식 조사는 지난해 11~12월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객관식 답변 문항이 아닌 주관식 답변을 도출하기 위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지원 인사처 기획재정담당관실 사무관은 “정부 출범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운영을 해야 했고, 국민들이 현재의 공무원과 공직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가 국민들을 상대로 공무원에 대한 인식 전반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적 단어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안정적, 정년, 연금’(594개)으로 전체의 26.3%를 차지했고, 좋은 일자리(181개)는 전체 답변의 8.0%였다. ‘공무원=안정적 일자리’라는 인식은 공무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부정적 단어 가운데 ‘철밥통, 무사안일’(238개·10.5%)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됐고, ‘권위적, 보수적, 불통’(194개·8.6%), ‘부정부패, 비 리청탁’(136개·6.0%)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정년보장으로 대표되는 공무원은 저성장 시대에 높은 임금을 받고 짧게 일하기보다 길게 일하고 싶은 욕구에 부합하는 직업”이라면서 “공무원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지원 인원이 몰리는 이중적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민원 내도 부서 떠넘기기… 답변 토씨까지 똑같더라” 이번 인식 조사에서도 공무원의 인기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직업안정성’(51.9%)이었다. ‘국가에 대한 사명감’(16.7%), ‘정책을 개발하고 직접 실행할 수 있다’(14.3%), ‘적절한 보수 수준’(9.0%)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특히 학생(72.2%)과 무직(67.0%)인 경우 자영업(52.6%), 블루칼라(43.5%), 화이트칼라(48.7%), 가정주부(51.7%)보다 직업안정성을 공무원의 인기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짙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정모(32·여)씨는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실력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공직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사안일’(23.1%)이 꼽혔고, ‘폐쇄성’(20.6%), ‘민관유착’(16.3%), ‘부정부패’(13.7%)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국민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고유의 업무에만 치중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동네 공터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경험이 있는 손모(35·여)씨는 “학교부지라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떻게 공터를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며 “부서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룰 뿐 답변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유형별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문제점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읍·면·동 등 일선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폐쇄성’(21.2%), ‘무사안일’(20.9%)이 문제라고 인식했다. 도청이나 광역시청 등에 근무하는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해서는 ‘무사안일’(31.4%),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문제점으로는 ‘폐쇄성’(22.3%)과 ‘무사안일’(22.3%)이 꼽혔다. 검찰, 법원 등에서 근무하는 사법부 공무원은 ‘민관유착’(22.9%), ‘부정부패’(22.9%)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다른 공무원 직군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업무상 주민센터를 찾는 일이 잦은 황모(34·여)씨는 “센터에 가면 민원 응대하는 공무원들만 바쁘고,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는 책임자들은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여유 있는 자세를 보면 도저히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 중앙부처 명분과 관행으로 덮인 ‘그들만의 리그’ 정부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정부 부처 사람들을 만나 본 한 전문가는 “기재부는 자신들을 ‘정부 부처 위에 있는 정부 부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행안부도 지방자치단체를 대변한다는 ‘명분’과 지자체를 통제한다는 오랜 습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국민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처 간 기싸움이나 칸막이 행정은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로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공직사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언급된다”며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공무원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진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일선 공무원들이 실제로 야근하지도 않으면서 가짜로 초과 근무를 등록하는 등 일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모습도 전체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도 태업하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공무원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증거’로 절규하다

    위안부 할머니 ‘증거’로 절규하다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1·2/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연구팀 집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기획/푸른역사/314~320쪽/각권 1만 5000원“열여섯이 되는 1940년 가을 어느 저녁이었다. 친구 집에서 놀다 돌아가는데 일본인 헌병, 조선인 헌병, 조선인 형사가 나를 불러 세웠다. 대구역에서 기차에 태워졌다. 꼬박 사흘간 달려 도착한 곳은 북만주 동안성이었다. ‘군폴’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민가에 들어갔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젊은 조선인 여성들이 있었다. 열네, 다섯 살 되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20명에서 30명 정도 일본인 군인이 찾아왔다. 나는 매일매일 울었다. 그러나 울어도 울어도 남자들이 왔다.”(‘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본문 109쪽) 1924년 봄 대구에서 태어나 위안부로 끌려갔던 문옥주 할머니의 증언이다. ‘아버지가 길에 떨어진 보석을 줍는 꿈’을 꿔 이름이 ‘옥주’였던 귀한 딸은 영문도 모른 채 지옥을 경험해야만 했다. 문 할머니는 그렇게 북만주에서 1년을 지내고 외출 허가를 받아 가까스로 한국으로 도망쳤다. 1년 뒤 “일본군 식당에 일하러 가자”는 친구들을 따라 1942년 7월 마쓰모토라는 조선인 남자의 인솔을 받아 미얀마 랑군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군인은 그와 친구들을 보고 불쌍하다는 듯 말했다. “너희들 속아서 왔구나. 불쌍하게도. 너희는 잘못 안 거야. 여기는 ‘삐야’(위안소)야.” 울다 지쳐 잠든 밤이 밝자 군인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다테(‘방패’의 일본어) 8400부대’에 소속된 그녀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또다시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다.‘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는 문 할머니와 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6명의 이야기를 모은 사례집이다. 서울시가 2016년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의 결과물이다. 책은 위안부 할머니를 ‘나’로 내세워 생생한 경험을 여과 없이 전하는 구술 생애 방식으로 서술했다. 피해자의 증언에 사진과 관련 자료를 덧붙여 고통스러운 경험을 구체화했다.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태국, 영국을 방문해 ‘위안부’ 자료들에 대한 발굴 조사를 펼쳤다. 정 교수는 “자료가 있을 만한 곳을 사전에 조사하고 현지에서 타깃을 좁히는 방식으로 미·중 연합군 공문서, 포로 심문 자료, 기록 사진, 지도 등 300여건의 가치 있는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책에 수록된 노수복, 문옥주 할머니는 지금껏 ‘증언’만 존재했지만 이번 사례집을 통해 구체적인 증거들도 제시했다. 기존 증언집이 피해 상황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번 기록은 피해자들이 끌려가고 귀환하는 과정, 귀환 이후의 삶까지 담았다. 각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동·귀환 경로를 지도로 확정하면서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미얀마 등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다는 걸 확증했다.책은 정부에 피해 등록을 하지 않은(혹은 ‘하지 못한’) 피해 할머니들 이야기도 포함했다. 이들 가운데 작고한 피해자, 중국에 살면서 국적 회복을 포기했거나 국적 회복 중 작고한 피해자, 뒤늦게 피해를 드러내고 정부 등록 과정을 진행하다 작고한 이들도 수록했다. 배봉기, 홍강림, 하복향 할머니 사례다.고(故) 김학순 할머니에 이어 1991년 12월 정부에 두 번째로 위안부 피해 신고를 한 문 할머니는 “친구들은 위안부였음을 밝힌 나를 비난했다”며 “이를 계기로 친구를 잃었고, 또 친구를 얻었다”고 했다. 위안부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미얀마에서 지내던 당시 저금했던 돈을 일본 정부에서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하면서, 그리고 일본에 사죄와 배상 요구를 하면서 활동가들과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 친구가 됐다. 문 할머니는 “위안부 일을 알면서도 친구로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후 공식적으로 등록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이다. 30일 안점순 할머니가 별세했다. 생존자는 29명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그들을 돌아볼 마지막 때임은 분명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올해 로스쿨 합격자 상경계열 24% 최다

    2018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중에서는 상경 계열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열 출신이 뒤를 이었고, 법학과 출신은 세 번째에 그쳤다. 주요 대학이 로스쿨 도입하며 학부에서 법학과를 폐지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학 계열은 5%대에 머물렀다. ●사회계열 23%… 10년간 10%P 늘어 29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올해 로스쿨 합격자 2106명을 분석한 결과 경영·경제학과(상경계열) 출신이 전체의 24.2%(510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경계열 출신 합격자 비중은 로스쿨 첫해인 2009년 16.5%(329명)에서 10년사이 7.7% 포인트가 늘었다. 올해 서울대 로스쿨 합격자(153명) 중에서 상경계열 비중은 48.4%(74명)에 달했다. 올해 로스쿨 합격자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정치외교·언론정보·사회학과(사회계열) 출신은 23.6%(497명)로 2009년 대비 10.7% 포인트 급증했다. 로스쿨 합격자 중 법학과 출신은 2013년 55.4%로 절반을 넘기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 줄어 올해에는 20.9%(440명)에 그쳤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주요 대학이 학부에서 법학과를 폐지하면서 기존에 법학과를 지망하던 인문계 우수 학생들이 상경계열이나 사회계열로 진학한데 따른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법학계열 출신 합격자 비율은 감소하고 상경계열과 사회계열 합격자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쿨 합격자 중 인문계열 출신 비중도 2009년 12.1%였지만 올해에는 15.5%(326명)로 늘어 법학과 출신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공대는 5%… 전공 다양성 점점 줄어 반면 공학계열은 올해 5.2%(110명)에 그쳤다. 2009년에는 12.3%를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2학년부터는 5%대에 머물고 있다. 로스쿨 합격자가 상경·사회계열에 집중되며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한 로스쿨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학년도 로스쿨 합격생 중 자연계열 출신은 2,4%, 농학·신학·약학·의학·예체능계열 출신은 1% 미만이었다. 사범계열 출신은 3.7%였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한국, 동계 스포츠 강국 넘어 ‘스포츠 선진국’ 초석 놓았다”

    “한국, 동계 스포츠 강국 넘어 ‘스포츠 선진국’ 초석 놓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과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3월 9~18일)이 크고 작은 우려를 말끔히 씻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회 전만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남북 단일팀, 개회식 추위, 흥행 부진 등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평창을 밝힌 남북한 선수들의 하나 된 모습과 자원봉사자들의 미소는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젠 평창 대회의 레거시(유산)를 발전시키는 과제만 남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서울신문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과와 향후 과제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다. 김주호 평창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박종완 강원도 올림픽운영국 총괄관리과장, 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이 2시간 남짓 토론을 벌였다. 송한수 서울신문 체육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평창 대회가 남긴 성과들 사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 과장 강원도는 전국 인구의 3%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이 성공적으로 치러내 강원도에 자부심을 느낀다. 외국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니 95%가 친절했다고 답했다. 숙박 시설도 80% 이상이 만족했다. 손님맞이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전 사무총장 한국 선수단은 평창패럴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16위에 올랐다. 비장애인도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따기 어려운데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신의현이 메달(금 1, 동 1)을 캔 것은 큰 성과다. 앞으로 장애인 동계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회 기간 동안 가족 단위 관중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 애처로운 눈빛이 아니라 패럴림픽도 스포츠로 봐 줘서 가슴이 뭉클했다. 올림픽에서 나온 문제점이 보완돼서 패럴림픽을 더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 위원 여러 악조건 때문에 1년 전만 해도 잘 치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 리스크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평창선수촌장을 하면서 운영 시설이나 숙박, 음식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저 또한 IOC 위원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대회 기간 IOC 내부 회의가 매일같이 열렸는데 문제점이 거의 지적되지 않았다. 평창대회가 우리나라가 강조해 온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적과 상관없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에 관중들이 박수 쳐 줄 때 감격스러웠다. 구 교수 스포츠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과거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인식됐다면 이젠 시대가 변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 이번에 한국 선수들이 따낸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도 금메달 못지않은 가치가 있었다. 금메달에만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메달을 못 땄다 해도 그게 대수냐는 태도가 보였다. 스포츠의 의미가 재정립된 것 아닌가 싶다. ●‘북한 리스크’ 잠재운 평화올림픽 사회 평화 올림픽으로 불리며 논란도 많았는데. 구 교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단계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동하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온 선수들인데 이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게 스포츠 정신이란 것이다. 젊은층에서 남북 단일팀이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80~85%나 된다. 올림픽이 정치화됐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기회에 북한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게 과제이자 유의미한 성취였다고 생각한다. 김 부위원장 지난해 말을 돌이켜보면 안전 문제 때문에 몇몇 나라에서 올림픽에 안 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지속되면 10~20개 나라가 못 오겠다 선언할 수 있다. 평창조직위와 정부에서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설득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 여러 가지 제안을 통해 북한이 평창에 오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때 상황을 잊어버렸다. 단일팀 이슈가 터진 것이다. 옛날 같으면 북한이 온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신기하고 박수 칠 상황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놀랐다. 아마 정치권에서도 당황했을 것이다. 대회 때도 그런 문제로만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북한 참여라는 것이 마지막 톱니바퀴로 끼워지면서 전체 올림픽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일조했다. 유 위원 단일팀 결성에 급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회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마음이 무겁고 너무 미안했다. 그렇더라도 이미 결정된 뒤엔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몰려 걱정이었다. 나중에 단일팀 첫 경기를 현장에서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대회를 통해 지금 (남북 관계가)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 놀랍게 빨리 잘되는 것 같다. 올림픽이라는 힘이 주는 사회 변화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박 과장 전 세계에서 분단된 도(道)는 강원도 하나밖에 없다. 이번에 북한 선수들이 평창에 오면서 굉장한 친밀감이 생겼다. 과거 강원도에서 남북 교류가 활발했는데 도민들도 이번 계기로 다시 교류가 이어질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대회 기간 아쉬운 점들 사회 대회를 잘 치렀지만, 빛에는 그림자도 따르기 마련이다.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박 과장 장애인 아이스하키 체코와의 예선 2차전에선 정승환이 연장 시작 13초 만에 서든데스로 골을 성공시키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7000여 관중들이 감격해 경기 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거기서 장애인 스포츠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중계가 안 됐다. 전 국민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전 사무총장 다행히 대통령께서 패럴림픽 중계에 대해 지적해 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다. 발언 이후 생방송 시간이 바로 많아졌다. 유 위원 대회가 끝나고 재방송이 여러 번 나오면서 여운을 느끼면 좋은데 지금 그렇지 않다. 올림픽을 치른 국민들의 관심도 레거시(유산) 가운데 하나다. 관심이 너무 빨리 식지 않게 도와주면 좋겠다. 김 부위원장 노로바이러스와 수송·숙소 관련 문제가 초반에 조금 심각했다. 기존 보안 요원을 격리시키고 국방부에 요청해 군인들에게 지원을 받았다. 소도시에 인원이 몰리다 보니 길이 막혀서 차량이 늦게 왔다. 좋은 호텔은 임자가 있어 자원봉사자들은 1시간 걸리는 곳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잘 해결됐지만 면밀하게 준비했으면 더 좋았겠다.●‘올림픽 유산’ 발전 과제는 사회 올림픽 레거시를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박 과장 정부에서 경기장 사후 관리에 대해 국비 보조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감사하다. 다만 국고 보조 비율을 높였으면 한다. 경기장 시설에 1조원 들어갔다. 그것을 유지하려면 힘들다. 유 위원 앞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선수들은 가장 비슷한 시설을 찾아 전지훈련과 경기를 하고 싶어 한다. 최신 올림픽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평창에서 이를 유치할 절호의 기회다. 아이디어를 잘 짜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구 교수 대회 기간 드러난 빙상계 비리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정하고 충분하게 조사를 벌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갑질 없는 체육계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미투로 달라진 MT·워크숍...술 마시고 실수는 ‘옛말’

    미투로 달라진 MT·워크숍...술 마시고 실수는 ‘옛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특히 개강 후 한 달이 된 대학가에서는 MT, 신입생 환영회 등 술자리에서 발생하기 쉬운 성희롱·성추행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는 “MT 때마다 선배들이 ‘전통’이라면서 신입생 남자들을 여장시켜 1등을 가리는 장기자랑을 하게 했는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는 이모(23)씨는 “예전에는 MT에서 술을 마시고 야한 농담을 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확실히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생겼다”며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누군가 여성 비하적인 말을 내뱉으면 제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미투 운동 이후 학생들이 나서 MT에서 술은 자제하고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 팸플릿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며 “술 마시고 실수할 수 있다는 식의 관대했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직장 워크샵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는 “월말에 워크숍을 하는데 미투를 주제로 외부 강연을 초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서, 어떤 강사를 초빙하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글이 올라오는 등 직장 워크숍 문화도 달라지는 추세임을 알 수 있는 글들이 곳곳에 보였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1박 2일로 진행된 회사 워크숍에서 사륜오토바이(ATV) 체험 등 색다른 활동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술은 1인당 맥주 1캔 정도만 준비됐고 누군가 술을 더 찾는 사람이 있으면 ‘요즘 분위기 모르느냐’고 주변에서 핀잔을 주기도 했다”며 “술자리에서 꼭 나오는 음담패설이나 성희롱성 발언도 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대학생 MT나 직장 워크숍이 이어지는 봄철 단체 손님 특수를 기대했던 일부 숙박업계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미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예약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4월 초까지가 보통 MT 대목인데 이번 주에는 한 팀밖에 예약이 없다”면서 “아마도 미투 운동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과거에는 별다른 활동 없이 술만 마시는 게 MT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MT에서 래프팅이나 서바이벌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최근의 미투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는 젠더·인권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집단적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사회가 한 발짝 더 발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우리들의 #미투’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우리들의 #미투’

    일반시민 고발 목소리 밤새 계속 서울대선 성폭력 교수 파면 농성 미투 운동을 통해 폭로된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와 미투 운동 지지자들이 가해자 처벌과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2일 오전 9시 22분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이어 말하기 행사를 시작했다. 다음날 오후 7시까지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이 행사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2018년에는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발언을 신청한 시민들은 가정과 학교, 직장 등지에서 겪은 피해 경험을 털어놨고, 활동가들은 광장에 나오지 못한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회원은 6세 무렵부터 겪어야 했던 일상적인 성폭력 경험을 되짚으며 “한국에 사는 대다수 여자는 어릴 때부터 줄곧 남자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고 공격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사 시작 다섯 시간 만에 시민 26명이 발언대에 올랐고, 고발의 목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시민행동에 참여한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성폭력이 만연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광장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학생들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조속한 징계와 파면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H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모임’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가 7개월째 H교수의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으며, 결정 연기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지난해 3월 “H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하고 지속적인 폭언과 폭설, 사적인 업무 지시를 일삼았다”고 학교 측에 고발했다. 같은 해 6월 서울대 인권센터는 H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릴 것을 학교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같은 학과 교수들도 솜방망이 징계라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9월 교육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징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늦장 대응이 광범위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실질적으로 성폭력을 옹호·방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학교 측은 학생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 사과를 하고 학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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