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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총학 “성희롱·갑질 교수 징계 지연 말라”

    서울대 총학 “성희롱·갑질 교수 징계 지연 말라”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대책위원회 학생들이 17일 이 대학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갑질·성희롱·연구비 횡령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H 교수의 징계가 지연되는 것을 규탄하며 “징계위 논의 과정을 공개하고 지체 없이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1
  • 최저임금위원 27명 확정… 청년유니온·소상공인 포함

    내년 15%선 인상 vs 속도 조절론 주목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이 확정되면서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임기가 끝난 노동자·사용자위원 각 9명, 공익위원 8명 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을 새로 위촉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노동자·사용자위원 각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14일부터 향후 3년간 최저임금 심의·의결을 담당한다. 노동자·사용자위원은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 양측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 노동자위원으로는 양대 노총을 포함해 비정규직과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 위촉됐다. 사용자위원으로는 경총,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해 권순종·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경숙 뷰티콜라겐 대표이사 등이 위촉됐다. 노사를 중재하고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은 노동경제·노사관계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부교수,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등 8명이다. 이들은 오는 17일 위촉장을 받고 첫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 추천을 통해 선출하게 되고, 전체 위원 중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의결로 뽑힌다. 위원회는 다음달 29일까지 고용부 장관에게 심의안을 제출해야 하고,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15% 정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올해 역대 최대 인상으로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속도 조절론’도 제기된다.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지에 대한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터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국 사회 드리운 ‘피해자 코스프레’

    한국 사회 드리운 ‘피해자 코스프레’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최태섭 지음/위즈덤하우스/296쪽/1만 4800원 “너무 억울해요! 억울합니다.”지난해 1월 25일 국정농단 혐의로 특별검사실에 소환된 최순실. 막후에서 국가 주요 안건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및 350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고 권력자부터 돈과 지위에 도취해 갑질로 도마에 오른 재벌가 금수저들도 TV 카메라 앞에 서서 억울하다고 한다. 전작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와 ‘잉여사회’로 알려진 사회학자 최태섭이 쓴 이 책은 억울함이 ‘한국의 시대정신’이 됐다며 왜 그럴까 묻고 답하는 비평기다. 부제인 ‘세월호에서 미투까지, 어떤 억울함에 대한 기록’에서 보듯 최태섭은 근래 10년간 발생한 한국의 사건·사고를 들춘다. 그리고 그 사건마다 붙은 해시태그(#)로 ‘억울함’을 제시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억울’은 공정,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하지만 갑질로 물의를 빚은 경영자들도,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생면부지 여성을 살해한 남성조차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운운하는 ‘억울 배틀’ 사회다.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이 피해자를 만들고 대하는 방식, 그리고 피해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독특한 행태에 주목한다. 그는 “한국 사회는 전쟁, 학살, 색깔몰이, 차별, 착취, 폭력 등 모든 종류로 가해했고, 피해자조차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불순하다고 딱지를 붙여 핍박했다”고 지적한다. 가해자조차 억울하다고 외치는 이 현상에서 그는 또 다른 병폐를 간파한다. 바로 언어의 훼손, 창고 대방출 수준의 ‘아무말 대잔치’에 깔린 저급한 인식이다. 저자는 혐오, 책임 회피, 논점 이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반사회적·반상식적 행태들의 원인으로 언어의 ‘오용’과 ‘사유화’를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기괴한 조어인 ‘좌파 신자유주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유체이탈 화법 등 책임 있는 이들이 ‘막’ 말하고, ‘막’ 행동하면서 공론장이 오염됐다. 저자는 “논리들이 경합하는 게 아니라 모두 소리 높여 자기 이야기만 떠드는 ‘방언 대결’을 펼치고, 비판과 분석이 무색해지는 ‘아무말 대잔치’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건 국립국어원이 아니라 정치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꼬집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철학·경제·역사학자 마르크스 200돌 에세이·소설·전기 등 출간 열기 활발 경제적 불평등·빈곤·실업 폐해 심각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관점 재조명카를 마르크스/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지음/홍기빈 옮김/아르테/1112쪽/8만원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토머스 스타인펠트 지음/김해생 옮김/살림/424쪽/2만 2000원마르크스 2020/로날도 뭉크 지음/김한슬기 옮김/팬덤북스/372쪽/1만 6000원마르크스의 철학/에티엔 발리바르 지음/배세진 옮김/진태원 해제/오월의봄/476쪽/2만 3000원디어 맑스/손석춘 지음/시대의창/440쪽/1만 6800원마르크스 전기1·2/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 지음/김대웅·임경민 옮김/노마드/각 496·528쪽/각 2만 5000원공산당 선언/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심철민 옮김/도서출판b/142쪽/9000원유럽 전역에 혁명의 기운이 넘치던 1848년 나온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첫 문장 “유럽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는 “지구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라는 유령이다”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세상을 떠난 지 135년이나 된 독일의 철학자·경제학자·역사학자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생명력은 여전히 생생하다. 마르크스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호명되는 건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성찰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터다. 수많은 추종자와 그에 못지않은 반대파를 거느린 이 논쟁적인 인물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 보는 책들이 5일 그의 탄생 200돌에 맞춰 나왔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평등, 실업, 빈곤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마주한 오늘날 그 한계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로 마르크스의 철학과 사상에 주목한다. 특히 노동계급의 해방과 인류의 진보에 앞장선 혁명가로서 그려진 마르크스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정치사상사 속 마르크스의 실제 업적과 한계에 주목한 저서들이 눈에 띈다. 런던대 퀸메리칼리지의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교수가 2016년에 쓴 ‘카를 마르크스’는 19세기 유럽의 역사와 지성사적 맥락에서 마르크스의 사상과 삶을 재구성한 책이다. 해제를 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라는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마르크스’라는 민달팽이의 모습을 꼬리에서 두 개의 뿔까지 총체적으로 그려 낸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상을 ‘대중화’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만년의 마르크스는 한때 자신이 경멸하고 거부했던 러시아의 ‘미르’와 같은 촌락 공동체에 희망을 걸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는 마르크스가 평생의 동반자인 예니와 함께 유럽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향으로 전환됐는지, 기독교와 국가 비판에 집중하던 마르크스가 왜 사회 문제와 프롤레타리아트에 주목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토머스 스타인펠트 스위스 루체른대 명예교수가 쓴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은 마르크스의 난해한 사상을 에세이 형태로 풀어냈다. 명성, 선언, 음모, 돈, 자본, 소유, 언어, 학문 등 16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정리했다. 한 인물을 영웅·신화적으로 기술하는 전기로 쓰면 역사적 진실이 매몰될 수 있는 탓에 에세이 형식을 빌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정세적 변화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철학’은 2014년 프랑스에서 나온 증보판을 저본으로 삼아 국내에서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철학·역사·경제학적 저작을 서로 구분하지 말고 ‘열린 전체’로 볼 것을 강조하는 저자는 마르크스의 저작인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테제’를 독창적으로 독해하는 법, 이데올로기와 물신숭배 개념, 자본주의의 역사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망한 책도 눈길을 끈다. 정치사회학자 로날도 뭉크가 쓴 ‘마르크스 2020’은 역사, 자연, 발전, 노동자, 여성, 문화, 국가, 종교, 미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 어떻게 발전하고 쇠락했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마르크스는 혁명이라는 급진적 방법을 통해 경제적, 정치적 자유주의의 발전에 맞서지는 않지만, 심화되는 갈등과 새롭게 등장하는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도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도 있다. 언론인 손석춘씨가 쓴 장편소설 ‘디어맑스’는 마르크스의 후원자이자 절친인 엥겔스가 ‘라인신문’에서 일하던 청년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마르크스의 삶을 그렸다. 마르크스의 실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마르크스 전기’(전 2권)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부설기관인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방대한 문헌을 참고해 완성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유년 시절 이후 중요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요약했다. 또한 올해로 출간 170주년을 맞은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공산당 선언’도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길거리에 내던져진 청춘들”…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끝없는 갈등

    “길거리에 내던져진 청춘들”…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끝없는 갈등

    1인용 침대 하나, 침대와 맞물린 책상 하나, 그리고 붙박이 옷장 하나가 전부다. 창문은 없다. 한 사람이 누우면 공간이 꽉 찬다. 대학생 배도현(23)씨가 살던 고시원의 풍경이다. 그런 방에선 별다른 일 없이도 우울해졌다.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늦은 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때 이르러서야 고시원으로 향했다. 배씨가 무리해서라도 볕 드는 집을 구한 계기다. 지금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서 산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채리(24)씨는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올 때면 집이 안식처가 된다”고 말했다. 편히 쉴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서씨는 현재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월 12만원과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내년이면 계약이 만료돼 나와야 하는 처지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료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서씨가 감당하기엔 버겁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심각한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청년층에게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역세권에 주택을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시간을 줄여서 ‘잉여 시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청년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공부에 매진하거나 자기계발에 힘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지역별·세대별로 다르다 그러나 청년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인 지역 주민들 입장은 다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천호역 인근에는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의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70대 주민은 “이 동네가 시골 같지 않냐”면서 2~3층짜리 단독주택이 즐비한 골목을 가리켰다. “임대주택이 지어지면 그리로 다 몰릴 텐데 임대료로 먹고사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죽으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성내동 임대주택 반대 위원회의 이미란 위원장은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이 지어질 부지는 원래 4층 이상 지을 수 없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준을 완화해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35층짜리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여전히 규제에 묶인 이 동네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차라리 아무것도 짓지 말고 이대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하이마트 부지에도 629가구 규모의 청년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곳 주민들은 성내동과는 견해 차이가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인근 아파트 가치까지 떨어뜨려 집값이 내려간다는 논리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70대 여성은 “가진 재산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라 집값 떨어지면 절대 안 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최근 한 입주민은 ‘5평짜리 빈민 아파트가 신축돼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안내문을 배포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세대별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집값보다 안전을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아파트를 지은 지 20년이 넘은 데다 지반이 약해 건물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택 시공과정에서 아파트 건물에 미칠 여러 영향을 고려하는 셈이다. 또한 “1인 가구가 대부분일 텐데 일반적인 가정 형태가 아니므로 불량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 교육에 미칠 부정적 요소도 꼽았다.다 같이 잘 사는 사회 반면 ‘빈민 주택’ 안내문을 읽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가한 당산동 주민 석락희(59)씨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치부하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건물에 균열이 생긴다’ 또는 ‘주변이 슬럼화된다’는 등 다른 이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석씨는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 없고 군색하다”면서 “세대 간 연대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데 갈등을 조장하는 언사만 늘어놓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지반이 흔들리고 건물에 금 가는 게 걱정되면 안전진단을 제대로 받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안전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지만, 본질은 ‘집값’이라고 못 박았다. 집을 가진 세대와 못 가진 세대의 ‘프레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이 투기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현 세태를 지적하면서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현재 우리나라 주택 임대료가 적정한 수준인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시민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산동 주민 문봉수(60)씨는 “기성세대가 많은 물질을 움켜쥔 채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청년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손해 보는 측면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건물을 지으면 유동인구가 늘어날 테니 상가 입장에선 훨씬 이익이라는 입장이다.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의 충돌 당사자 간의 이견을 좁힐 방법은 없을까. 허강무 한국부동산정보학회 회장은 “시민들이 토지의 ‘공공성’에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헌법 35조 3항에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 바로 청년임대주택이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할 수단이 부족한 셈이다. 허 회장은 “임대주택을 지을 때 ‘패키지’ 개념으로 마을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짓는 등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갈등은 주거난을 해소하려는 ‘공적 이익’과 집값의 등락을 살피는 ‘사적 이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사회적 자본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사회는 ‘공공성’을 키울 수 있는 공론장이 부족하므로 더욱 연대를 이루기 어렵다고 봤다. 그렇기에 “자신과 가족 그리고 같은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 간의 연대만 추구할 뿐 나머지엔 무관심하고 냉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시민의 의무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슬럼화를 우려하는 주장에 대해선 “과거 미국에서 흑인을 차별한 인종분리정책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경제적 수준이 낮으면 사회적 의식 수준이나 도덕적 수준도 낮을 거란 편견을 가지는데 이는 명백한 인식의 오류라는 것이다. 청년들에겐 고스란히 상처가 된다. 서채리씨는 “부모세대들은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청년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덧붙여 “청년을 빈민이라 폄하하고 함께 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땐 마치 길거리에 내던져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배도현씨 역시 “고통스러운 취업난·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열심히 살라’는 조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과 배려”라고 호소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서울대 총장 선거 학생 첫 참여

    처음으로 재학생의 표심이 반영되는 서울대 총장 선거가 오는 10일 치러진다. 학생 투표 결과는 전체의 9.5% 비중으로 반영되는 데 불과하지만 총장 후보자들은 학생 표심이 선거의 ‘캐스팅보트’라는 생각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 공약 발표에 주력하고 있다. 3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는 이달 10일 총장 예비후보인 강대희(55) 의과대학 교수, 남익현(55) 경영대학 교수, 이건우(62)·이우일(63)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정근식(60) 사회학과 교수 등에 대한 학생 투표를 진행한다. 학부생 1만 6000여명과 대학원생 1만 2000여명은 모바일을 통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는 교육·연구 등 정책과 실현 가능성, 비전과 리더십, 국제적 안목 등 3가지 평가 항목에 1~3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총장 선거에 ‘학부나 대학원 총학생회’ 선거에서나 볼 수 있는 공약들이 등장했다. 장학금과 기숙사 확대 등은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다. 강대희 교수는 서울대입구역 셔틀버스 배차 확대, 복수전공 확대 등을 공약했다. 남익현 교수는 학부생 해외 교류 및 글로벌 수강 기회 확대, 신림동 학생 거주타운 지원, 캠퍼스 교통망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건우 교수는 사당역 셔틀버스 추가, 학내 전기버스 도입, 방학 중 전공과목 개설 확대 등을, 이우일 교수는 학생 자치 공간 확충, 유연 학기제 도입, 복수전공 선택 제한 완화 등을, 정근식 교수는 교내 인권센터 역할 강화 등을 제안했다. 한편 학생을 제외한 정책평가단은 10일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현장 투표를 한다. 총추위는 정책평가단 평가 75%, 총추위 평가 25%를 합산해 이달 16일 상위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1명의 총장이 선출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김영란 前 대법관, 대입개편 여론 수렴 이끈다

    김영란 前 대법관, 대입개편 여론 수렴 이끈다

    ‘청탁금지법’을 제안한 김영란(62·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이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새 대입 제도 개편의 여론 수렴을 이끌게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화, 수시·정시 적정 비율 등 민감한 교육 현안 결정 과정을 상징성이 큰 인물에게 맡겨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담당할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 7명(위원장 포함)을 위촉했다고 29일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김 전 대법관은 2004~2010년 대법관을 지냈고 2011~2012년 국민권익위원장 때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제안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김 전 대법관이 법조계에서 30년간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한 점, 청탁금지법을 제안해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높인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주장과 갈등이 있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갈등관리, 조사통계, 소통 전문가로 채워졌다. 위원에는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앞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오는 8월까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는 내부에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대입 개편안 마련을 맡겼다. 두 위원회는 5월까지 공론화 범위를 정한다. 교육부에서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전형의 적정 비율, 선발 시기(수시·정시모집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식(절대평가·상대평가·원점수제) 등 3가지 안건은 반드시 포함된다. 이후 6~7월에는 권역별 토론회와 TV토론, 국민참여형 공론절차를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In&Out] 체육계 ‘인권영향평가’ 도입을/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In&Out] 체육계 ‘인권영향평가’ 도입을/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막을 내린 지 한 달을 넘겼다. 한국은 금메달 5개 등 17개 메달을 땄고, 5G 기술에 힘입은 하이테크 올림픽을 실현했다.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신의현 선수는 패럴림픽 스키 종목에서 한국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세계적으로 이목을 모았다. 스포츠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진 것은 또 다른 성과다. 국민들은 승패나 메달 색깔을 가리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선수들 역시 메달 색깔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층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많은 국민들은 여자 팀추월 ‘왕따 주행’을 떠올릴 것이다. 세 번째 선수를 기다려 줘야 좋은 성적을 낸다는 상식을 깨고, 두 선수가 한참을 먼저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한 선수는 뒤처진 선수를 추궁하는 듯한 인터뷰를 했다. 곧 왕따를 주도한 것처럼 보인 선수를 제명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수십만명을 훌쩍 넘겼다. 피해자로 지목된 선수를 빼고 진행된 기자회견은 의혹을 더 키웠다. 그러나 대회 직후 상황은 달라졌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해 지목 선수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었고, 피해 지목 선수의 침묵에 의심하는 눈초리가 생겼다. 어떤 선수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선수 책임 프레임’은 이렇게 국민들 뇌리에 자리잡았다. 언론 심층보도와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의 사임을 보면서 국민들은 ‘선수 책임 프레임’이 오류였음을 깨달았다. 문제의 본질은 선수 따돌림이 아니라 어른 욕심에 있었다. 연맹의 실패한 리더십이 원인이었다. ‘국가를 위해서’, ‘아름다운 희생’을 명분으로 연맹 지도부는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았다. 이른바 ‘페이스메이커’를 만들어 특정 선수의 메달 획득을 돕도록 강권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지는 묵살되었다. 누가 희생하든 메달을 많이 따는 게 빙상경기의 최고 목표로 설정되었고, 이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선수들은 ‘투명인간’으로 취급되었다. 많은 국민은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개발독재’ 프레임을 떠올렸고, 선수들은 실패한 리더십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우리 사회는 2030 세대로부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이 젊은 세대는 대의명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며, 수직적인 위계에 비판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정해진 규칙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를 거부한다.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을의 반란’에서 보듯 불공정한 관행에 반기를 들고 직접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체질을 바꾸길 바란다.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어린 선수들도 분명 2030 세대 일원이다.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한 가치관을 그대로 갖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심성과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접근법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어린 선수들의 변화한 심성을 담아낼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엔 선수 인권이 최상의 가치로 담겨야 한다. 선수들이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지키고, 페어플레이 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수 훈련, 경기 운영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일부 지도자의 오ㆍ남용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스포츠 관리에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해 선발, 훈련, 시합 전반에서 인권 침해나 차별의 소지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달 말 공개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빙상연맹 감사 결과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 치 의혹도 없는 조사가 새로운 정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선수들은 그 결과를 담담히 기다리고 있다.
  • “허난성에 초대돼 1주일간 방문…중국 경찰로부터 4가지 주요 사건 문서 받아봐”

    “허난성에 초대돼 1주일간 방문…중국 경찰로부터 4가지 주요 사건 문서 받아봐”

    지난 3월 1일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 소집 기간,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 LC)에서 ‘중국 종교 자유 박해 및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탄압 사례’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회의는 국제 학자, 인권가, 종교자유연구 전문가들이 참석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전능신교)가 중국에서 박해받고 있는 현황과 해당 교회 교인들이 한국과 유럽 등의 지역에서 난민 지위를 거부당하고 있는 실태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고문받았다고 주장하는 크리스천 3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동영상이 방영되기도 했다. 회의에서 중국 대표 3명은 중국에는 신앙의 자유가 있고,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대한 박해가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음은 중국 대표 관계자와 사회학자인 신흥종교연구소 소장 마시모 인트로비네 박사, 그리고 국제난민 종교자유관측소의 대표 로시타 소리테 여사와의 질의응답 중 일부 내용이다. →(중국 측 대표) 저는 중국 정부에서 일하고 베이징에서 왔습니다. →(중국 측 대표) 또 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들이 중국 대중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저는 이들이 사기, 자살과 같은 범죄 문제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마시모 인트로비네) 네.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허난성에 초대되어 1주일 정도의 방문 과정에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부는 직책이 높았죠. 방문을 마치고 2017년 6월 당시 허난성에서 수집한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또 홍콩에서 9월에 열린 두 번째 세미나에도 초청받았습니다. 이때에도 사교 담당 고위급 중국 경찰관들과 소위 말하는 ‘610 사무처’ 경찰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범죄라는 게 굉장히 흥미로운 데요. 저는 지난 30년간 종교 관련 범죄를 연구해왔고, 이번에도 중국 측 경찰에게 해당 범죄에 대한 문서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를 받았죠. 그런데 몇몇 범죄에 대해서는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이러한 문서가 사라졌거나 모든 절차가 서면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는 네 가지 주요 사건에 대한 문서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첫째는, 2014년 자오위안에서 일어난 맥도날드 살인사건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테이블 위에 있습니다. 장 교수를 비롯한 중국 학자들, 공산당원들과도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장 교수는 현재 텍사스에서 연구 중이며 기본적으로 제 글의 내용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집단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다른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집단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집단에서 믿고 있는 전능하신 하나님과는 다른 분입니다. 두 번째는 산시성에서 발생한 남아 안구 적출 사건입니다. 관련 자료는 중국 정부 측이 제공했는데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측은 이 사건과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따라서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에 두 차례 초대됐던 홀리 포크 교수가 조사했는데요. 이 분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강의하는 학자입니다. 포크 교수가 쓴 글 역시 테이블에 있습니다. 보시면, 중국 경찰이 사건 후 자살한 큰어머니가 이 남아의 안구를 적출했다는 결론으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이 아니었습니다. 맥도날드 사건 일 년 후 일부 중국 언론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를 연루하기 시작했으나 서류 내용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사건은 2012년 세계 종말론과 관련해 일어난 폭동입니다. 제가 중국에 있을 당시, 상당수의 중국인이 이른바 마야 문명의 2012년 지구종말론을 믿었습니다. 일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의 교인들도 이 소동에 참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으로서는 종말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교리를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럴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이론에 대해 꽤 깊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는 2012년 종말론을 믿지 않으며, 세상은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변화될 것이고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들이 믿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재림한 후에야 비로소 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리라 믿는 것입니다. 루 대표가 언급했듯이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은 호주 학자 에밀리 던 조차 자신의 책에 2012 종말론을 퍼뜨린 교인들은 그 당시 교회 책임자들의 허락 없이 행동했고 또한 일부는 지금 교회에 의해 제명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네 번째 사건은 16년 전인 2002년,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가 교회 단체인 중국복음친교회의 목사를 개종 목적으로 납치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중국당국이 전혀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고 경찰 조사도, 소송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복음친교회의 목사와 민간 지도자들이 하는 말만 가지고 우리더러 믿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탁자 위를 보시면 기존 문건을 바탕으로 제가 작성한 학술 잡지 기사 내용이 있는데요. 경찰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복음친교회로부터 문건을 받아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근거가 빈약한 자료입니다. 소설로 치자면 훌륭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이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 두 권이 쓰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엄연히 다릅니다. 또 위키피디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몇몇 다른 사건들도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굉장히 오래된 이 두세 가지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중국 당국에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만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이 사건들은 루머에 불과하다고 봐야겠죠. 관련 자료가 부재한 사건은 루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자) 답변 감사드립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Life&기고] 인권은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최충웅 (재)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Life&기고] 인권은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최충웅 (재)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총회에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총회에서 13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셈이다. 이번 결의안은 표결 없이 합의 형식으로 채택됐으며, 북한의 행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이 오랫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자행되고 있음을 강하게 규탄했다. 북한 지도층의 책임 규명과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완고한 기조가 유지됐다.특히 이번 결의안에서 유엔은 북한이 자국 내 억류자들에 대한 영사 접견 등 보호와 생사 확인, 가족과의 연락을 위한 필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인권이사회는 사상·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의 철폐, 강제수용소 폐지, 고문·자의적 처형의 중단 등도 북한에 거듭 촉구했다. 1990년부터 미국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매년 인권결의안을 제출해왔으며,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미얀마, 이란, 짐바브웨, 쿠바,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등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인권이 짓밟히고 극심한 탄압 속에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매 3초당 1명 국제난민이 발생한다고 했다. 2016년도에 전쟁, 폭력, 박해로 세계 실향 난민이 6560만 명으로 사상 최고였으며, 전해 대비 30만명 증가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당하고 인간 생명이 휴지처럼 버림받는 반인권 사례가 세계 도처에서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사태는 이미 극심한 상태며 고통 속에서 난민 생활이 지속되는 현장이다. 또한 이슬람 무장단체 IS는 포로를 공개적으로 참수하며 참혹한 살상 장면을 TV 화면으로 방영하여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내 이슬람교 계열의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미얀마군이 다중살인과 집단 성폭행의 반인륜적 탄압사례가 2017년 2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보고서에 반인도적 범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 소집 기간 중인 3월 1일,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 LC)에서 ‘중국 종교 자유 박해 및 전능하신 하나님교회 탄압 사례’를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국제인권전문가, 관련 학자, 종교자유연구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전능하신 하나님교회(전능신교)가 중국에서의 박해 현황과 해당 교인들이 유럽지역과 한국 등지에서 난민 인증을 못 받는 실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중국 대표 관계자 3명도 회의에 참석했으며, 발표 사례별로 중국 대표들의 반론과 전문가들의 증거 반박으로 열띤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세계신흥종교연구소 소장 마시모 인트로비네 박사는 중국의 종교박해 현황과 전능신교 탄압상황을 발표했다. 국경없는 인권협회의 부국장인 레아 페레스트레스 여사는 중국 당국의 전능신교에 비인도적인 박해와 고문 현상이 대거 발견됐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인트로비네 박사는 “종교 관련 범죄를 30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중국 공안 측에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교인들이 범죄에 가담한 관련 증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 측은 자료가 존재하지 않거나 문서가 사라졌다고 답변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2014년 중국 산둥 자오위안에서 발생한 맥도날드 살인사건을 포함하여 중국 정부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를 기소한 4대 사건에 대해 대부분 전문 연구가들은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와 전혀 무관한 루머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전 리투아니아 외교관이자 국제난민 종교자유관측소의 대표 로시타 소리테 여사는 국제협약에 근거해 진정으로 박해를 받고 있는 종교 단체의 구성원은 절대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1951년에 체결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에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의 5대 원칙은 한국과 유럽 국가에 대해 구속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 개막식 연설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총장은 모든 사람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이중 잣대가 없는 공정한 상황에서 인권을 수호하고, 더 좋은 방안을 구축하며 서로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를 탄압하는 국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등 11개 나라를 종교자유와 관련한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인권은 어느 특정 국가와 민족에게만 인간의 권리를 제약하고 구분할 수 없다. 바로 인권은 국경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 평등 그리고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21세기 전 인류의 공통된 가치관이다. 이번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과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가 발표한 사례들은 세계인권선언 정신과 의미를 부각시키고 인권의 현주소를 짚어준 점에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인종·국적·성별·종교·정치적 견해·신분이나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 인권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근본이다.
  • [생활의 발견] 한순간에 신뢰를 깰 수 있는 7가지 행동은?

    [생활의 발견] 한순간에 신뢰를 깰 수 있는 7가지 행동은?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깨지는 건 한순간이다. 시간을 어기거나 대화 중에 사소한 이유로도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뢰를 잃지 않고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최근 미 경제전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회학자 등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해 알아낸 신뢰를 잃기 쉬운 행동 7가지를 소개했다. 만일 당신이 자신도 모르게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고치도록 해보자. 첫째.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 언행 불일치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긴 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스파크’의 저자들은 이런 말과 행동의 차이를 ‘세이-두 갭’(say-do gap)이라고 부르며 그 차이가 클수록 신뢰에 금이 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프로젝트를 금요일까지 제출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나중에 목요일까지 끝내야 할 다른 큰 프로젝트가 떠올라 바쁘더라도 어쨌든 약속한 프로젝트는 금요일까지 제출하는 게 좋다. 만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금세 평판을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둘째.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확실히 알리지 않는다 또 스파크의 저자들은 “리더(지도자)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면서 “누군가의 성과가 나쁜 것은 당신이 전달하지 않은 것과 그가 한 일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소통하는 게 낫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셋째. 웃을 때 입을 꽉 다물어 이가 보이지 않는다 2016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보이는 어떤 표정은 실제로 그 사람들의 속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준다. 예를 들어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협상하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상대방이 입을 꽉 다물며 보이는 제어한 미소를 보고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때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지 구분하려면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말을 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한다. 넷째. 상대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 FBI 행동분석 연구소의 로빈 드리케는 상대에게 신용을 얻으려면 ‘플래티넘 룰’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취급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골든 룰’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해주는 것이다. 다섯째. 윗사람에게 아첨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하이그라운드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빗 산디르는 사내에 항상 잘못한 것처럼 보이는 한 직원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이 직원은 서류상 완벽할 수도 있지만 윗사람에게 정직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 뭔가가 있다”면서 “그는 화려한 언변으로 승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팀 구성원들 사이에 심각한 신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섯째. 모호하게 말한다 직장 상사에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당신의 신뢰는 확실히 떨어진다. 이는 ‘철없는 상사 길들이기’의 저자이자 직장환경 전문가인 린 테일러가 과거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사례 하나로 꼽은 것이다. “약속은 할 수 없지만…”이나 “해보겠다”는 말도 상사와의 대화에서 피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곱째.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를 쓴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동기과학센터 부소장인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은 과거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는 대개 상호관계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신이 다른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면 그 역시 마찬가지로 당신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위 사람을 믿고 당신의 사생활을 조금은 공개하는 게 좋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는 친분을 쌓자는 신호로 받아들여 당신과 자신을 한 팀에 속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친구를 사귀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진=antonioguillem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느닷없이 찾아온 노년에 덤덤해지도록…

    느닷없이 찾아온 노년에 덤덤해지도록…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박홍순 지음/웨일북/288쪽/1만 4000원이형준의 ‘눈부신 날’(2013)이라는 그림이 있다. 자동차가 빽빽해 보이는 길옆으로 한 노인이 백발과 흰 수염이 까칠하게 난 얼굴로 폐지와 빈 유리병을 잔뜩 실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햇빛을 받은 폐지와 병들이 알록달록한 빛을 띠는 가운데 옆으로 고개를 돌린 노인의 표정이 무심하면서도 쓸쓸해 보인다. 이 작품에서처럼 새로운 기술을 체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폐지 줍기는 노인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소일거리 가운데 하나다.미술 작품을 통해 철학적·사회적 영역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책을 써 온 저자가 이번에는 문학과 미술작품, 사회학적 이론을 통해 노년의 삶에 대해 고찰했다. 노년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오늘날 노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인의 역할과 노동, 불안과 우울, 죽음에 대한 태도, 자살, 사랑과 성(性) 등을 자세히 논했다. 과거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생활이 편리해진 오늘날, 유독 노년의 삶은 훨씬 더 어렵고 두려운 것이 돼버렸다. 경제적 빈곤함에 더해 현대사회의 노인은 자식이 있든 없든 극심한 세대 단절과 고독 속에 살아간다. 박완서의 소설 ‘오동의 숨은 소리여’는 손주의 양육과 교육을 비롯해 가정 내에서 일체의 역할이 배제된 노인의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카펫 위에 엎드려 TV를 보던 손주는 마시다 만 캔을 걷어차고, 콜라가 흘러나와 카펫에 번지자 티슈를 무한정 뽑아내 닦는다. 이를 본 김 노인은 아이를 타이르고 싶지만 결국 심호흡을 하고 입을 다문다. 먼저 간 부인이 손주 양육을 비롯해 자신들 집안일에는 절대 간섭하지 말라고 유언처럼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년의 삶이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통 사회에서 노인은 지혜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조선 후기 김득신의 그림 ‘여름날의 짚신 삼기’를 보면 노인은 곰방대를 문 채 아들의 짚신 삼기 작업을 지켜보고, 손자는 할아버지 등 뒤에서 아버지가 짚신 삼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본다. 이처럼 농경 사회에서는 대부분이 농사라는 공통된 일을 했기 때문에 노인은 사회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나이는 한 살씩 순차적으로 먹지만 노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누구나 노년이 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주 늦다는 얘기다.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은퇴 이후 자신의 삶에 스스로 어떤 역할과 의미를 부여해 능동적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기업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한 A(20)씨는 최저임금 대상자다. A씨의 월급은 309만원. 기본급(본봉) 147만원에 매월 상여금 110만원과 복리후생비 5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연봉 개념으로 치면 약 3700만원으로 사실상 대졸 초임(평균 3800만원)에 가깝지만, 현행법상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기본급만 따지면 월 최저임금 기준은 기본급 157만원(시간당 7530원)인데 A씨의 기본급은 10만원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방 공장이지만 나름 대기업이고 친구들도 부러워했는데 정작 최저임금에 속한다니 솔직히 좀 당혹스럽긴 하다”고 말했다.당혹스럽기로 치면 회사는 더하다. 만약 지금의 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을 준수하려면 회사는 A씨의 월 기본급을 10만원 이상 올려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이 회사의 고졸 초임 연봉은 3828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준수하다. 2년 후인 2020년의 기준에 맞추면 A씨의 연봉은 4452만원까지 치솟는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의 비용도 문제지만 A씨의 동기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률(16%)을 계속 적용하면 선임보다 후임 직원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내부에서 이런 제도를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인 가운데 기업들과 노동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너무 좁아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직원까지 최저임금에 해당된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입 범위를 늘려는 건 최저임금 효과를 무력화시키려는 기업과 정치권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20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사업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줄지만 반대로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가 반감된다. 양측이 “양보는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임금 체계는 배(기본급)보다 배꼽(상여+수당)이 큰 기형적인 구조다. A씨처럼 상여금과 수당의 비중이 급여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고, 배꼽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형적 임금 체계는 기업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연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려 줘야 하는 기본급 인상이 부담스럽다 보니 기업들은 대신 각종 수당을 만들어 임단협 테이블에 올렸다. 또 기본급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도 함께 오르는 만큼, 대다수 사용자는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기본급은 최대한 낮추는 꼼수를 썼다. A씨를 포함안 대부분 임금 노동자들의 월급명세서에 각종 수당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다. 2013년 통상임금 개념이 정착되면서부터 기업들은 다시 한 번 수당을 늘렸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없는 수당의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이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선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된다. 최저임금의 여파를 고려해 사측이 “기본급 인상”을, 노조는 “반대”를 외치는 식이다. 임단협 때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회사는 상여금이나 기타 수당을 올려주는 방식을 부르짖었던 것을 생각하면 협상 테이블의 위치가 뒤바뀐 듯 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낳은 ‘희한한 역전’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기본급과 상여금의 기능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지금의 산입 범위는 상여금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임금 체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 현행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정의부터 쓰임새까지 각각 다른 임금들의 개념도 이 기회에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충돌이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임금 구조는 임금 협상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가능한 한 낮게 잡으려는 기업의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기준을 동일하게 일원화할 필요가 있고 산입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기준 역시 다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금의 한국은 인구 5000만인 중규모 국가인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일괄 적용하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예상 밖의 현상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임금 기준을 통일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본급과 상여 등 기타 수당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상여금을 기본급에 과감히 포함시키고, 상여는 경기나 실적에 따라서 보너스의 형태로 다르게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대문, 이화여대와 여성 리더십 키운다

    서울 서대문구가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과 함께 다음달 8일부터 6월 19일까지 매주 화요일 ‘2018 이화·서대문 여성리더십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주제는 ‘봄, 여성이 만드는 행복한 마을이야기’로 여성의 사회 참여와 시민 거버넌스 활성화가 목표다. 강의 제목은 ▲마을과 여성, 그리고 사회적 우정 ▲한국 사회 5대 변화 트렌드 등이다. 함인희·조성남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도환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등이 강사로 나선다. 5회 이상 출석한 수강자에게는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장 명의의 수료증을 주며 참가비는 무료다. 오는 30일까지 서대문구 평생학습센터 홈페이지(lll.sdm.seoul.kr)를 참조해 신청하면 된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원자로 밀집 위험 비용 반영 안 해… 원자력이 싼 것처럼 보여”

    “원자로 밀집 위험 비용 반영 안 해… 원자력이 싼 것처럼 보여”

    “재생가능에너지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태양광은 바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좋은 에너지입니다.”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양광은 적은 투자 금액으로도 개인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확산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어 “에너지 생산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성이 높아진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한다면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환경 에너지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 한국 기후변화학회 이사, 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화석 에너지 중심 체계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환경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양광보다 원자력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원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다면 해외 모든 나라가 원자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국이나 독일, 미국 등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오히려 더 싸다. 원자력 위험성에 대해 안전성을 강화하다 보니 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 집중적으로 한 부지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다 보니 토지보상비가 들어가지 않았다. 또 소수 지역에 다수 원자로를 집중시키는 것은 위험한데 지금의 경제성 평가는 그런 위험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싸게 보일 수밖에 없다. →태양광은 발전 비용이 높고, 넓은 부지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만큼 전기를 생산하려면 태양광은 원자력 발전 부지의 22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 부지는 원자력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태양광은 건물에 부착할 수 있다. 요즘 건물에는 아예 건축할 때 태양광 일체형으로 짓기도 한다. 태양광은 토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발전 방식이다. →대도시 서울에 태양광 에너지 발전이 적합할까.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좋은 편이다. 태양광은 건물을 활용해 옥상 등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재생에너지보다 도시에 설치하기 편리하고 유용하다. →태양광의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은 껐다, 켰다 하기 어렵다. 같은 출력으로 항상 가동하다 보니 낭비가 발생한다. 소비자 수요는 유동적인데 수요가 높을 때를 기준으로 출력을 맞춰 놓다 보니 오히려 비경제적이다. 태양광은 시간 흐름에 따른 일조량, 바람 등에 따라서 융통성 있다. 수요가 가장 높은 낮에 전력을 많이 생산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오히려 전력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성평등 경찰 만들기, 외부 전문가 의견 듣는다

    성평등 경찰 만들기, 외부 전문가 의견 듣는다

    경찰청이 17일 성평등위원회를 발족하고 경찰관들의 왜곡된 성인지 문화 개선에 나섰다. 경찰의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후속 대책의 하나다. 지난해 10월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으로 성평등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기도 했다.이날 위원회 발족식에서는 민간위원인 정진성(65·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위원은 총 13명으로 정 교수와 허윤정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민간위원 10명과 민갑룡 경찰청 차장 등 경찰 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위원회는 분기마다 한 차례 정기 회의 및 임시 회의를 열고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과 성인지적 경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자문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성평등 정책을 총괄 기획·조정하고,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전담 부서도 신설했다. 이 부서는 여성폭력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경찰관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대책, 성인지 교육 등을 수행한다. 경찰청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외부 전문가 2명(일반 임기제 4·5급)도 영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치안 현장의 일선에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는 경찰부터 반드시 성평등 인권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돈보다 안전” 국민이 바뀌어야 국가가 바뀐다

    “돈보다 안전” 국민이 바뀌어야 국가가 바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과거 어느 정부보다 재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의 대응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한다. 또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소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재난 전문가 20인으로부터 ‘안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과거보다 훨씬 개선됐다. 소방청을 독립시켰다는 것은 전문성 향상, 독자적인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재난안전관리본부도 과거엔 권위적이었고 비밀 보안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했다. 위기관리에서도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관리 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 작은 재난도 못 막으면서 큰 재난을 막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안전처가 행정안전부로 통합돼 재난 현장에서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로부터 인적·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앞으로는 현장 지휘관의 지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무분야별 자격인증제를 운영하고 지휘역량 강화센터를 설치해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재난 대응의 세계적 경향도 정부 주도 예방에서 공동체 중심의 탄력적인 대응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재난에 대처하는 태도와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법적·제도적인 부분은 아직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에서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려면 국민의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움직여 법제화가 이뤄지고 법제화 속에서 국민의 행동이 바뀌게 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에서 소방청이 독립기구가 되고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해양경찰청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앙행정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형 사고는 잦았지만 정부 대응이 허둥대지 않고 있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재난 매뉴얼은 몸에 익을 정도로 훈련해야 한다. ●정규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재난 요소는 지진이다. 대비가 잘 안 돼 있고 방재 시설이나 대피 경로, 대피소 등도 잘 안 돼 있다. 경북 포항 지진에서 본 것처럼 대피소 관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안전은 중앙정부가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스스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전문인력, 예산 등에서 격차가 너무 크다. 지방정부 차원의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대형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해서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재난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재난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반성하고 분석해서 제도나 법률을 바꿔 나가야 한다. 또한 국민 개개인이 ‘안전 문제는 일차적으로 스스로 예방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정부와 국민이 위협 요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안전에 둔감하다는 사실과 우리 주변에 위협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이다. ●이기옥 부산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서는 안전이 상당히 강화됐지만 민간 분야는 개선되지 않았다. 민간의 안전이 돈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재난과 사고 대비에 돈을 들이면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서의 추락사고가 여전하다. 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고 안전을 소홀히 하면 회사 전체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조성 충남재난안전센터 연구원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불안감이 해소돼 안전하다고 느끼고 사고 발생 시 원인 파악이 이뤄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는 점은 개선된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재난을 극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가자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목표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안전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 마련돼야 한다. ●류희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은 전통적인 ‘군사적 안보’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안보 시스템을 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시스템은 상당히 개선됐다. 위기관리 현장인 지방자치단체 관련 사무를 현재 행안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연계가 한층 용이해져 재난 안전 업무도 과거보다 더 수월해졌다. 앞으로 국민이 재난 대비 훈련을 일상화해야 한다.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야말로 높은 수준의 안전 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부처 초월한 재난대처 통합시스템 시급”

    “부처 초월한 재난대처 통합시스템 시급”

    “정부의 통합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발전과 함께 지역 사회와 시민의 대응력도 길러 대형 참사에 사회 공동체적 대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세월호 4주년을 맞아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와 국가위기관리학회 등 위기관리 관련 7개 기관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차관 및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에선 중대 재난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장 상황 판단을 중시하는 문제해결형 상황관리 체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박종운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소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이 재난 현장과 국가의 실패를 영상 매체로 생생히 지켜봤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참사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는 열망이 강력해졌다는 데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재발을 막으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를 초월한 재난 대처 통합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배정이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협의회 회장은 “세월호 참사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각 부처의 제각각 제도와 지원으로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시민의 불안과 불신이 초래됐다”면서 “특히 트라우마 분야에 있어 부처를 넘어선 통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재난을 대하는 공동체적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는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대형 참사 대응, 복구가 집단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공동체에 축적되면 사회가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적 힘을 갖게 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검찰, ‘김기식 의혹’ 한국거래소 8시간 압수수색... ‘자료 확보’

    검찰, ‘김기식 의혹’ 한국거래소 8시간 압수수색... ‘자료 확보’

    김기식 금융감독원 원장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하루 만에 한국거래소(KRX)와 우리은행 등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펼쳤다.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13일 오전 9시30분쯤부터 오후 5시30분쯤까지 약 8시간 동안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와 우리은행, 더미래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까지 4개 기관 5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오후 5시45분 기준 우리은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PC에 저장된 출장 관련 자료와 회계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 3건이 접수돼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하루 만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던 2014~2015년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대외경제정책연구원·우리은행의 지원으로 3차례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김 원장은 업무 관련 공익 목적의 출장이었고 로비성 외유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속한 모임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불법 후원’한 의혹도 있다. 김 원장은 이후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피감기관·협회 담당자 등을 상대로 수강료 600만원 상당의 더미래연구소 강연을 듣도록 했다는 의혹과 2016년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김 원장으로부터 받은 연구용역비 중 절반인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앞서 1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서울중앙지검에,시민단체 ‘정의로운시민행동’은 서울남부지검에 김 원장을 고발했다.대검찰청은 12일 국회를 관할지로 둔 서울남부지검에 3건의 고발을 병합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사건을 기업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특수부서이자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 온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에 배당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수사팀에는 공안부 등에서 2명의 검사가 추가 투입돼 총 3명의 검사가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한편 정의로운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더미래연구소장인 김 원장을 무등록 기부금 모집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으로 추가 고발했다고 밝혔다.더미래연구소 전 사무처장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 1·2대 이사장 최병모 변호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함께 고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식, 19대 때 정책연구비 ‘1000만’ 주고 더미래연으로 ‘500만’ 기부 받아

    김기식, 19대 때 정책연구비 ‘1000만’ 주고 더미래연으로 ‘500만’ 기부 받아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김 원장 측으로부터 정책 연구용역비 1000만원을 받은 대학 교수가 그 후 김 원장이 주도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12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는 김 원장 의원실이 2016년 4월 26일 정책연구용역 명목으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계봉오 교수에게 10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 교수는 이와 관련 “연구용역비를 받고 얼마 후에 더미래 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원장 의원실의 당시 홍일표 보좌관과 평소 잘 아는 사이로, 홍 보좌관으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은 것”이라며 “얼마 후 홍 보좌관으로부터 ‘더미래 연구소가 재정상 어렵다’며 기부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고서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홍 보좌관은 현재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근무중이다. 다만 계 교수는 “용역비를 받은 직후에 바로 기부금 형태로 돌려준 것은 아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2달이 지난 후에 기부요청을 받은 것”이라며 김 원장 측이 연구용역을 줄 때부터 기부금으로 돌려받을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계 교수는 수입·지출 보고서의 입금 항목에 ‘잔금 입금’으로 표기돼 실제로는 용역비가 더 많이 들었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그렇지 않다. 1000만원의 용역비를 받은 것 말고는 추가로 돈을 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로써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계 교수는 이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연구용역과 기부는 아무 관계가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저는 더미래연구소의 정책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는 있었지만 연구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연구소와 관련해 다소 빚진 마음이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기부금을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부금은 연구용역이 마무리되고 1~2개월 정도 후에 낸 것으로 기억한다. 아울러 홍 보좌관은 연구소의 재정상 어려움을 얘기한 것일뿐 기부를 요청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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