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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기 넘은 혐오 사회

    금기 넘은 혐오 사회

    “혐오는 다른 집단에 대한 폭력 대중 공감대 형성이 우선” 지적 천주교 “공개 모독 묵과 안 해”여성주의(페미니즘) 운동이 ‘혐오’라는 복병을 만났다.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확대재생산되면서 가부장주의 해체와 성 차별 철폐라는 애초 목적이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에 올라온 훼손된 ‘성체’(聖體)는 극단으로 흐르고 있는 성별 혐오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불에 탄 성체에는 예수를 성적으로 조롱하는 빨간색 낙서가 쓰여 있었다. 성체를 게시한 인물은 “밀가루를 구워서 만든 떡인데 이걸 천주교에서는 예수XX의 몸이라고 XX떨고 신성시한다. 예수XX 몸 안 먹고 가져와서 불태웠다”고 적었다. 이어 “예수와 하느님 또한 남성이며 내가 믿는 것은 여성신뿐”이라고 덧붙였다. 성체는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을 상징한다. 가톨릭교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1일 입장문에서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면서 “거룩한 성체에 대한 믿음 유무를 떠나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법적인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워마드에는 “코란 불태웠다”는 제목의 게시글에 이슬람 경전인 ‘코란’으로 보이는 책을 불태우는 사진도 올라왔다. 성체 훼손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는 가톨릭을 ‘맥락 있게’ 꼬집었다”는 옹호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종교계까지 논란에 끌어들인 무책임한 혐오 표출”이라는 비판론이 더 많다. 워마드에는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가 피눈물을 흘리는 합성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들은 두 의사를 ‘미친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워마드 소동’은 페미니스트 논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국대 몸 문화 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워마드 안에서는 자신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극우남성우월주의자 사이트인 ‘일베’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단일 의제를 가진 여성집단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 평등 사회에 다가가려면 혐오적 구호가 아닌 대중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다른 집단에 대한 폭력”이라면서 “성체 훼손과 같은 방식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혼밥하면 건강에 나쁘다”… 과학적 근거 있나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혼밥하면 건강에 나쁘다”… 과학적 근거 있나요

    얼마 전 한 걸그룹 멤버가 혼자 곱창집 야외 테이블에서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이후 해당 곱창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됐고 전국의 곱창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주위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무척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인 가구 숫자가 늘어나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나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혼밥 인구의 증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입니다. 인문사회학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도 혼밥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혼밥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많지 않지만 혼자 하는 식사가 우울증이나 심혈관 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간혹 눈에 띄곤 합니다. 국내에서 ‘왜 맛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의 책 ‘미식물리학’(Gastrophysics)에서는 약 18만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하는 아이들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12% 낮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은 25%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세인즈버리 국립사회연구센터도 최근 8000명의 영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밥은 정신질환을 제외한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또 연구팀은 혼밥을 하는 분위기가 식사량, 식사의 종류, 식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진대사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과 여성, 연령, 국가마다 다른 식습관 등 혼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혼밥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보건학과 캐서린 한나 교수는 사람들의 식사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혼밥은 건강상 문제나 개인적 성향,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선택되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대 약대 나비드 새터 교수 역시 체중 조절 같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혼밥의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새터 교수팀은 사람들이 타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식사량이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어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건강 관리를 위해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은 혼밥이 적절하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간단히 해치우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푸드를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팀의 분석결과 연령대가 젊을수록 혼밥을 할 때도 건강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뻔한 얘기 같지만 혼밥을 하는 상황에 대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신경생리학과 스테파니 카치오포 교수는 혼자 식사할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지방과 칼로리 섭취량이 급증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먹는 것’은 빠질 수 없습니다. 사실 혼자가 편해서 혼밥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과학계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남편 가사분담, 주말 쇼핑보다 평일 청소에 후한 점수”

    “남편 가사분담, 주말 쇼핑보다 평일 청소에 후한 점수”

    남편이 집안일로 주말 쇼핑보다 평일 식사나 청소, 세탁 등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게 부부의 가사분업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0일 내놓은 ‘남편의 가사활동이 부부의 가사분업만족도에 미치는 효과’(주익현 성균관대 사회학과 박사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서 1만 4704명(남녀 각 7352명)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아내의 가사분업 만족도는 남편이 식사·세탁·청소 등 일상적인 집안일과 육아를 포함해 돌봄 노동을 할 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매일 해야하는 가사 노동인 식사,세탁,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할 때 아내가 가사분업에 만족할 확률은 34.4%로, 그렇지 않을 때(26.7%)보다 7.7% 포인트 높았다. 같은 집안일이라도 평일에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남편이 주말에 집안일을 하면 만족도가 27.6%에 그쳤지만, 평일 땐 31.2%로 올라갔다. 쇼핑과 관공서 방문, 가계부 쓰기 등 가끔하는 집안일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가사 분업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남편은 식사나 청소, 세탁같은 집안일을 할 때(39.4%)와 하지 않을 때(36.2%)의 만족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대신 아내 만족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아내가 가사분업에서 만족할 때 남편 만족도는 54.4%로, 그렇지 않을 때(29.7%)보다 24.7% 포인트 높았다. 남편이 일상적인 집안일을 했을 때 아내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남성 만족도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얘기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취임…“통일경제특구 추진”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취임…“통일경제특구 추진”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일 이재명 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취임했다.이 부지사는 취임사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며 “통일경제특구 지정 추진, 정부의 남북교류사업 협력 등을 통해 경기 북부를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취임식을 생략한 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로 이동해 경기북부 균형발전과 평화 관련 공약 등을 점검하고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도는 도의회가 여대야소로 재편돼 연정(聯政)을 지속할 필요성이 없어짐에 따라 이달 도의회 임시회(10∼22일)의 조례 개정을 거쳐 연정부지사를 없애고 평화부지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부지사는 강원 동해 출신으로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나와 17대 국회의원(서울중랑갑)을 지냈으며 민주당 남북교류협력특위위원장을 거쳐 현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집안일 하는 남편, 주말에 가끔 보다 평일에 ‘식사·청소·세탁’하는 게 효과적

    집안일 하는 남편, 주말에 가끔 보다 평일에 ‘식사·청소·세탁’하는 게 효과적

    가끔 하는 일보단 매일하는 일이 만족도 1.49배↑남편은 집안일 자체보단 아내 만족도에 좌우남편이 가사 분업을 할 때 가끔하는 일을 하기보다 식사나 청소, 세탁 등 일상적인 일을 하는 편이 아내는 물론 남편의 가사분업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주52시간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여성의 실질적인 가사노동 시간을 분업하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남편의 가사활동이 부부의 가사분업만족도에 미치는 효과’(주익현 성균관대 사회학과 박사후연구원) 보고서에서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서 1만 4704명(남녀 각 7352명)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아내의 가사분업 만족도는 남편이 식사·세탁·청소 등 일상적인 집안일과 육아 등 돌봄 노동을 할 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매일 해야하는 가사 노동인 식사·세탁·청소 등의 집안일을 할 때 아내가 가사분업에 만족할 확률은 34.4%로 그렇지 않을 때(26.7%)보다 1.49배 높았다. 남편은 식사나 청소, 세탁같은 집안일을 할 때(39.4%)와 하지 않을 때(36.2%)의 만족도의 차가 3.2% 포인트로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대신 아내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아내가 가사분업에 만족할 때 남편의 만족도는 54.4%로 그렇지 않을 때(29.4%)와 차이가 25.0% 포인트나 됐다. 또 같은 집안일이라도 평일에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남편이 주말에 집안일을 하면 만족도가 27.6%에 그쳤지만, 평일에 할 땐 31.2%로 나타났다. 돌봄 노동 참여도도 가사분업 만족도에 영향을 끼쳤다. 남편이 육아 등 돌봄에 참여할 때 아내의 만족도는 32.9%로 그러지 않은 때(28.9%)보다 1.23배 높았다. 한국의 가사분업 수준은 2015년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26개국과 비교했을 때 꼴찌 수준이다. 한국 남성의 일평균 가사시간은 45분으로 덴마크(186분·1위)나 노르웨이(184분·2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총 가사시간 대비 남성 가사 비율은 한국 16.5%, 덴마트 43.4%, 노르웨이 46.1%로 나타났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혼밥은 정말로 건강에 좋지 않은걸까

    혼밥은 정말로 건강에 좋지 않은걸까

    얼마 전 한 걸그룹 멤버가 혼자 곱창집 야외 테이블에서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이후 해당 곱창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됐고 전국의 곱창 판매가 급증했다고도 합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주위 시선이 의식되는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인 가구 숫자가 늘어나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나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혼밥 인구의 증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입니다. 인문사회학자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도 혼밥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혼밥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많지 않지만 혼자 하는 식사가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간혹 눈에 띄곤 합니다. 국내에서 ‘왜 맛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의 책 ‘미식물리학’(Gastrophysics)에서는 약 18만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 하는 아이들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12% 낮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은 25%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세인즈버리 국립사회연구센터도 최근 8000명의 영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밥은 정신질환을 제외한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뜨린다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또 연구팀은 혼밥하는 분위기가 식사량, 식사의 종류, 식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진대사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과 여성, 연령, 국가마다 다른 식습관 등 혼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혼밥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보건학과 캐서린 한나 교수는 사람들의 식사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혼밥은 건강상 문제나 개인적 성향,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선택되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대 약대 나비드 새터 교수 역시 체중 조절 같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혼밥의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새터 교수팀은 사람들이 타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식사량이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어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건강 관리를 위해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혼밥이 적절하다고 충고하기도 햇습니다. 또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간단히 해치우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푸드를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팀의 분석결과 연령대가 젊을수록 혼밥을 할 때도 건강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뻔한 얘기 같지만 혼밥을 하는 상황에 대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신경생리학과 스테파니 카치오포 교수는 혼자 식사할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지방과 칼로리 섭취량이 급증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먹는 것’은 빠질 수 없습니다. 사실 혼자가 편해서 혼밥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타인과 함께 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되돌려주기 위해서 과학계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내부 갈등…‘성평등 정의’ 기로에 선 여성집회

    “규모 작더라도 집회 목적 지켜야…남혐 논란, 여혐 사라지면 해결”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집회’가 성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점이 될지 ‘남성 혐오’ 집회로 전락할지 기로에 섰다. 주최 측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번지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여성 집회를 주도하는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 측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3차 집회 준비 과정에서 일부 운영진이 갈등을 빚다 퇴출됐다. 언론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던 구성원들이 집회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이라는 문구에서 ‘생물학적’이라는 표현을 빼자고 제안했다가 다른 운영진의 반발을 사면서 배제된 것이다. 운영진은 입장문에서 “대외팀 스태프들이 시위의 스탠스를 바꾸려고 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자 퇴출당한 대외팀도 입장문을 내고 “우리가 생물학적이라는 표현을 빼고 남성을 집회에 참여시키려고 했다는 주장은 허위”라면서 “언쟁 과정에서 운영이 수평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반박했다. 이에 현 운영진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수평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운영진은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집회에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외팀을 퇴출한 것에 대해 “일부 세력에 의해 집회의 성격과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서 “친목이 생기면 건설적 비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위는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여성 인권을 위한 옳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집회는 또 지난 3차 집회를 계기로 “집회가 여성의 인권과 권익 신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일탈해 ‘남성 혐오’로 흐르고 있다”는 불편한 사회적 시선에 직면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남성 혐오적 구호를 외치고, 남녀 성별을 바꿈으로써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미러링’ 방식의 시위가 남성 비하로 인식된 까닭이다. 또 “경찰의 90%를 여성경찰로 하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도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불편한 용기 측 관계자는 “거울이 비치는 본래의 단어가 사라진다면 미러링 된 표현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라면서 “남성 혐오를 얘기하기 이전에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천명이 있으면 만개의 페미니즘이 있고, 여성 운동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면서 “여성이 발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갈등이나 혐오로 낙인찍기보다 이를 성 평등한 사회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손톱 모양으로도 알아내”… 가면 못 벗는 항공사 집회

    “손톱 모양으로도 알아내”… 가면 못 벗는 항공사 집회

    “발령·진급 등 사측 보복 두려워” “항공업 특성상 단체행동권 제약” “스스로 보호”… 노조 불신도 한몫하회탈처럼 웃는 얼굴에 역팔자 콧수염이 그려진 ‘가이포크스’ 가면이 항공사 집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5월부터 4차례 이어진 대한항공 회장 일가 퇴진 촛불집회와 지난 주말 두 차례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에 따른 경영진 규탄 집회에서 직원들은 가면을 쓰고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를 고발했다. 정당한 주장을 하면서도 가면 속에 숨는 이들의 모습에서 감시가 일상화된 항공사의 억압적인 조직 문화와 노조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항공 노조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사측의 보복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면을 쓴 것도 모자라 모자를 푹 눌러 쓴 A씨는 “회사가 직원의 손톱 모양 또는 액세서리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낸다”고 말했다. 승무원 B씨는 “노동조합에 가입만 해도 그룹장이 온갖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지 겁난다”고 했다. 이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참가자는 이기준 사무장 등 몇몇 노조 간부뿐이었다. 노조 집회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가면을 쓰는 것은 흔치 않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6년)의 주인공이 쓴 가면 ‘가이포크스’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등장한 이후 10년 만에 항공사 직원들의 집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저항과 익명의 상징인 가이포크스 가면을 선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항공사 집회는 임금 투쟁이 아니라 경제권력을 쥔 사람에 대한 고발 운동 성격이 강하다”면서 “저항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공산업이라는 특수성도 가면을 쓰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6년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은 크게 제한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직원은 승무원들이 기피하는 노선에 배치받는 등 불이익을 받아 왔다”면서 “노동조건이 투명하게 개선되기 전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도 가면 집회를 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C씨는 “회사 내에 직원을 지켜주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면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잃을 게 많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서라도 노조를 만들려고 하지만, 항공사 직원들은 조직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한 조종사는 “단체 카톡방에서 가면을 쓰지 말고 집회에 나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불이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면서 “가면을 벗는 그날을 위해 지금과 같은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철 인천공항 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항공사 직원들이 다른 노동 집회처럼 자연스럽고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할 때까지 다른 노조가 연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노인빈곤·비정규 해결 없인 청년 혁신 창업 불가능”

    “노인빈곤·비정규 해결 없인 청년 혁신 창업 불가능”

    “젊은이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재미있게, 심심해서 번지점프 도전하는 그런 마음으로 혁신에 나서게 해 줘야 한다.”노동시장과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김창환(50)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모두가 혁신성장과 혁신형 창업을 외치지만 빈 수레만 요란할 뿐이라고 느낀다. 그가 보기엔 전제가 잘못됐다. 이화여대 방문교수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그만두면 치킨집 해야 하고 정년퇴직하고 나면 노인 빈곤이 기다리는데 어느 누가 혁신창업을 하겠느냐”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서 혁신에 나서게 하겠다는, ‘해병대 훈련캠프’ 같은 낡은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대다수 젊은이들이 하는 ‘도전’이란 의대 진학, 공무원시험이나 로스쿨이 된 지 오래”라면서 “정부에선 혁신성장 구호만 외치지만 미래가 불안하고 실패로 인한 비용이 너무 크면 사람은 혁신이 아니라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안정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미래 불안감과 도전의 상관관계를 자신도 경험했던 1980년대 학생운동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시엔 운동권 대부분이 취직을 걱정하진 않았다. 미래 걱정이 크지 않으니까 학생운동이라는 ‘도전’이 활발했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운데 김 교수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노인 빈곤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다. 김 교수는 “정년퇴직하기도 힘들고 환갑 넘으면 빈곤층 되기 십상이면 나라도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삶을 추구하겠다”면서 “노인 빈곤은 저출산과 맞물려 한국 사회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차라리 모든 국민이 비정규직인 것보다도 더 나쁘다”면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가능해서 패자에게 굳이 ‘부활전’이 필요 없을 정도가 되면 하지 말라고 말려도 ‘월급쟁이 생활이 재미없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혁신형 창업하는 사람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전문가답게 김 교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국제학계에서 토론이 끝났다. 최저임금은 고용을 줄이지도 않고 늘리지도 않는다”면서 “최저임금은 재분배 정책이지 고용창출정책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진정한 효과는 ‘사람값’이 높아지는 효과”라면서 “사람을 쓰는 비용이 올라가면 사람을 더 효과적으로 쓰게 된다. 그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산업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활발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이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상당 부분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어차피 야근하는데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겠는가. 헐값에 알바를 쓸 수 있으면 어느 누가 돈 들여서 업무능력 향상시키는 걸 고민하겠는가.”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삼겹살 굽는 애묘인 ‘차별의 그늘’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삼겹살 굽는 애묘인 ‘차별의 그늘’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마고 드멜로 지음/천명선·조중헌 옮김/공존/616쪽/3만 5000원우리는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간다. 인스타그램의 추천 게시물을 살펴보면 고양이 사진이 가득하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도 항상 동물들이 있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돌 때마다 대규모로 행해지는 살처분과 생매장은 늘 반대 여론을 모은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 소비의 일환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여전히 금요일 저녁 문을 활짝 열어둔 음식점들의 고기 굽는 냄새는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동물들은 사람들의 침대 옆에도 있지만 도축장, 과학 실험실과 서커스 무대에도 있다.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는 ‘인간동물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는 개론서다. 인간동물학은 인간과 비인간(nonhuman) 동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다학제 융합학문으로 사회학, 역사학, 생물학, 동물행동학, 생태학과 같은 수많은 학문 영역들을 넘나들며 인간 문명 속의 동물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복잡한 결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동물은 인간들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지,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그 착취를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해 왔는지를 살핀다.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확장된다. 이 책은 인간을 위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종차별주의’가 인종차별, 성차별,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도 연관돼 있음을 제시한다. 동물들은 도구를 제작하고, 협동하고, 무리 속에서 배우고 가르친다. 동물들은 행복해하고 놀라고 슬퍼할 뿐만 아니라 질투하고 갈망한다. 고릴라 ‘코코’는 새끼 고양이에게 ‘올볼’(All Ball)이라는 이름을 직접 붙여 주었고, 올볼이 사고로 죽자 비통함을 표현했다. 과학은 인간이 그동안 스스로 여겨왔던 것보다 더 동물과 닮은 존재임을 증명해 가고 있다.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비인간 존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불안감 자연스럽지만 ‘혐오의 시선’ 해결에 아무 도움 안 돼

    갑자기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몰려와 난민 신청을 하는 광경을 본 한국인들에게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추후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미 발생한 상황이니 앞으로를 ‘우려’하며 대책을 세우려 노력하는 자세는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는? 국제이주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머에 휩쓸려 현 상황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이미 불거진 난민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 난민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난민 신청 불법으로 싸잡는 건 무리”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대량의 예멘인 난민 신청이 이뤄졌다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극단주의적인 태도에 여론이 휩쓸리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최근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기류가 부각된 여론조사는 다문화·이민자에 대해 점점 관대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던 기존 여론조사 추세와 정반대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선 예멘인들을 집단으로 싸잡아 이들이 불법 난민신청을 한 것처럼 보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데, 불법 신청 여부는 정부가 난민법에 근거해 개인별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 의식은 제자리”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 감정이 예멘인 난민 신청자에게 투영된 모습”이라면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시기까지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이 이제 난민 수용국이 됐지만, 그 기간 동안 의식의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 무슬림 난민의 강력범죄를 접한 경험이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겼겠지만, 정작 이미 외국인 노동자 등의 지위로 국내에 들어온 많은 무슬림들이 강력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외국인 범죄 확대는 루머” 해명 법무부는 이날 철저한 난민심사를 약속하는 동시에 그간 예멘인 난민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체류 외국인 수가 전년 대비 약 6.4% 늘었지만, 외국인 범죄는 약 17.6%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지역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 현상과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해 미국은 약 2만 3000명, 독일은 약 25만 6000명에게 난민 또는 보충적 지위를 부여해 우리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 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 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 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송 교수,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융합문명연구소 설립···사회 읽는 안목 지닌 과학도 양성”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 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단독][커버스토리] 평양의 청춘, 그들도 우리처럼

    [단독][커버스토리] 평양의 청춘, 그들도 우리처럼

    8년간 7회 방북… 7개 도시 등 방문 적대감·색안경 벗고 개인의 삶 담아“무섭고 자유가 없는 전체주의 국가의 이미지가 강한 북한에서도 개개인의 삶의 애환이 있고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적대감의 색안경이 씌워진 상태로는 볼 수 없는, 이웃국가로서의 북한을 제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던 거죠.”일본 사진작가 하쓰자와 아리(45)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일본인의 시선을 좀더 긍정적인 것 또는 객관적인 것으로 바꿔 볼 수 없을까, 그것이 북한 방문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7차례 북한을 다녀온 그는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 수만 장 가운데 일부를 추려 얼마 전 사진집 ‘이웃, 그리고 38도선의 북(北)’을 펴냈다. 지난 28일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하쓰자와는 “8년 전 첫 방문과 올 2월 마지막 방문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경제적 발전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북한에 들어간 건 언제였나. -2009년 도쿄의 조선총련을 통해 북한 관광을 신청했는데, 1년을 기다린 끝에야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평양외국어대 일본학과에 있는 학생들에게 일본어 서적을 전달하는 단체 사람들 틈에 끼어 갔는데, 일행 중에 사진작가인 나만 카메라 소지가 허용되지 않았다. →첫 느낌은 어땠나.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는데 “아, 이 사람들도 뿔은 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 정도로 나 역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을 듣고 살아왔던 것이다. 공항에서 일행들이 가져온 책을 검사받고 있는 동안 혼자 나와 담배를 빼물었다. 베이징에서 압수됐기 때문에 라이터가 없었다. 인민복을 입은 10여명의 남자들에게 다가가 불을 빌려 달라고 말을 건 뒤 담배를 같이 피웠다. 나에 대한 감시를 맡았던 북측 안내원이 그런 모습들을 보며 차츰 경계심을 풀어갔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은 두 번째 방북 때부터였나. -그렇다. 2011년 6월 두 번째로 북한에 들어갔다. 1년 전 방북 때 밤에 안내원과 술을 마시며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한 게 어느 정도 먹혀들어 카메라 촬영이 허용됐다고 생각한다.→일본인으로서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다닌 것 같다. -평양, 청진, 원산, 회령, 남포, 신의주, 함흥 등 주요 도시를 두루 돌았다. 작은 마을이나 농촌 등도 여러 곳 갔다. 안내원이 주민들에게 ‘이 사람은 우리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이미지를 좋게 바꾸기 위해 왔다’고 나를 소개하면서 촬영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몰래 찍은 사진들도 상당수 있는데, 안내원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 주었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2016년 다시 북한에 들어간 이유는. -2012년 네 번째 방북을 마치고 그해 12월 ‘이웃, 38도선의 북’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그러고서 한참이 흘렀는데,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2016년 12월 다시 북한을 갔다. →방북은 매번 순조로웠나. -봉변을 당한 적도 있었다. 당장 올 2월 방북 때 입국심사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압수당하고 1시간 동안 억류돼 있었다. 나의 스마트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련된 사진이 있었는데 그걸 문제 삼았다. 솔직히 그때는 오토 웜비어(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처럼 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두려웠다. →방북이 크게 2개 시기로 구분되는데. -2010~2012년(4차례 방북)과 2016~2018년(3차례)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2012년 떠나올 즈음 북한 사회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애도 분위기로 크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4년 후 다시 갔을 때에는 한층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어떤 변화를 느꼈나. -평양 거리의 자동차가 4년 전에 비해 얼추 3배 정도 많아 보였다. 특히 북한산 자동차와 택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백화점에서도 과거 중국산 일색이던 의류 판매대에 북한산이 많이 보였다. 고려항공 기내 촬영이 허용된 것, 고급 음식점에 부유층이 택시를 타고 오는 것, 남자들의 복장이 과거보다 다채로워진 것 등이 과거와 달라진 점들이었다. →스마트폰은 어느 정도나 보급돼 있었나. -젊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그들도 역시 다른 나라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 게임을 즐겼고 수시로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세그웨이(1인용 이동수단)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2010년 첫 방북 때에는 못 봤던 카페들도 생겨나 예쁜 여성들이 음료와 케이크를 팔았다. 일본에 없는 ‘낫토(콩을 발효시킨 일본 전통음식) 아이스크림’ 제품도 개발돼 팔리고 있었는데, 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왜 사진을 찍나.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출발점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오키나와와 재일 한국인의 차별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북한을 다녀온 것 역시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이다. →오키나와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미군의 일본 주둔에 따른 고통을 왜 오키나와 주민들만 뒤집어써야 하나. 오키나와는 원래 류큐 민족이 살던 곳이었는데, 본토인들이 정복한 뒤 원주민들을 태평양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었다. 그러더니 전쟁이 끝나자 주일미군을 집중적으로 이곳에 주둔시키면서 일본 전체 안전보장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젠 그 부담을 본토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그는 2013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오키나와에 살면서 현지를 촬영했고, 현재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본토로 가져오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정부도, 국민도 어떻게 북한과 마주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을 가상의 적국으로 놓고 때로는 무서운 나라로, 때로는 우스운 나라로 만들며 정치에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학생들 중 태반은 100여년 전 한·일 병합에 대해 전혀 모를 만큼 과거사에 대해 무지하다. 학교에서 안 가르쳤든, 학생들이 열심히 안 배웠든 엄연한 현실이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았던 역사와 그에 따른 남북 분단의 책임에는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하쓰자와 아리는 누구 1973년 프랑스 파리 출생. 일본 조치대 사회학과 졸업. 2002년 전쟁 중인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촬영하고 2013년 오키나와의 슬픔을 담은 작품집을 내는 등 반전(反戰), 소외 등을 주로 다루는 사회참여형 사진작가. 사진집 ‘바그다드 2003’, ‘이웃. 38도선의 북’, ‘오키나와를 말하세요’, ‘이웃, 그리고 38도선의 북’ 등을 펴냈다.
  •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영국과 미국, 포르투갈 연구진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영국 런던대 전산신경과학과, 막스플랑크-UCL 전산정신과학 및 노화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인문사회학부, 포르투갈 챔팔리모드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로토닌이 학습능력은 물론 학습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6일자에 발표했다. 세로토닌은 혈관벽이 손상되면 혈소판에서 분비돼 혈액을 응고시키고 혈관벽을 수축시켜 출혈을 막는 물질이다. 혈관 뿐만 아니라 뇌 시상하부, 대뇌기저핵 같은 중추신경계에도 존재하면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세로토닌 농도가 높아지면 행복감,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연구팀은 8마리 생쥐를 대상으로 4마리는 뇌에 LED 전극을 심어 빛을 쬐어주면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한 광유전학 장치를 하고 나머지 4마리에는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8마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상 실험을 실시하면서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에서 활용되는 강화학습 원리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쥐의 행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 과정 내내 LED가 심어져 있는 생쥐에게는 끊임없이 세로토닌을 분비하도록 자극을 줬는데 일반 생쥐에 비해 실패에서 배우는 속도가 2~3배 가량 빠르고 새로운 문제 상황을 빠르게 적응하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요히토 리가야 칼텍 박사는 “이번 연구는 행복감이 학습능력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도 단순히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변화를 통해 세로토닌이 분비될 수 있도록 병행치료하는 것이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1%를 이룬 ‘국대’ 축구팀과 두 번째 기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1%를 이룬 ‘국대’ 축구팀과 두 번째 기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한 학생이 면담 신청 메일을 보냈다. 교수님 안녕하셨느냐는 인사와 함께 몇 해 전 입학해 잠시 학교를 다니다 휴학한 후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복학한다는 내용이었다. 만나 보니 두어 해 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어느 샌가 학교에서 보이지 않아 나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고맙게도 학생은 내가 해 준 몇 마디 격려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영어 성적이 뛰어났던 그에게 칭찬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1학기 내내 그 학생이 신경 쓰였다. 신청한 세 개의 과목 중 교양 한 과목을 제외한 두 과목을 내 수업으로 선택했다는 말도, 강의실 맨 앞에 앉아 교수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그의 모습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마음 쓰였던 것은 초롱한 눈빛 속에서 가끔씩 떠오르는 불안의 그림자였다. 내가 학교를 계속 다녀도 될까? 흔들리는 눈빛은 이런 고민을 담고 있었다. 학생들이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다. 학교가 좋고 학과도 좋고 친구들과 교수님 모두 좋은데 불안하다고. 그 불안은 아마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청년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관련돼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오늘의 20대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도 큰 몫을 차지한다. 경쟁에 대한 압박, 졸업 후의 불투명한 미래. 이것뿐이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을 아르바이트로 꽉꽉 채워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이라도 책값과 용돈 정도는 자기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 역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한다. 이런 평균적 불안 외에 소위 서울 밖 대학의 학생들은 ‘학벌 위계’로 인한 불안에 시달린다. 그 현실이 지방대라는 말 대신 ‘지역대학’이란 말을 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학벌사회라는 불평등 구조에 의해 지속돼 왔지만, 20대 역시 이런 구조 속에 결박돼 있다. 마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하듯이 대학입시 학원에서 뿌리는 등급표 속 대학의 위치를 학생들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로 수용한다. 이런 현실을 걱정해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만, 학벌 위계 앞에서 저항을 꿈꾸는 20대는 흔하지 않다. 어제 새벽 우리는 ‘1%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사건을 경험했다. 축구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어떤 계산에서 그런 확률이 나왔는지 알 수 없고 다소 과장돼 있다고도 여겨지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1위라는 독일의 축구를 이겼다. 월드컵 본선에서 첫 번째, 두 번째 경기를 지고 대중들의 무수한 비난을 받으며 견뎌 내 값진 승리를 얻었다. 그리고 흘리는 눈물에서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선수들의 노력에 있었다고 말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가혹하고 냉정한 승부의 게임이지만, 정작 그것을 뛰는 선수들은 동료 덕분에 견뎌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약자일 수 있지만, 함께 힘을 합하면 강자와도 겨룰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지역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중 몇몇은 자신이 입시라는 첫 번째 기회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한 첫 번째 기회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이런 상처가 그들의 탓은 아니다. 그 어떤 위계보다도 강고한 학벌이라는 위계가 수많은 사람을 자책과 좌절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1%의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두 번째 기회가 오지 않는가? 학기 초 내 연구실 문을 두드렸던 학생은 최선을 다한 한 학기를 보냈다. 방학을 며칠 앞둔 마지막 면담에서 손글씨로 적은 빛깔 고운 편지를 주었다. 밤새워 보고서를 쓰면서, 하루 종일 몇 쪽을 넘기지 못하는 난해한 교재를 읽으면서 ‘몇 해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에게, 또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우리는 학벌과 차별에 도전하는 새로운 꿈을 키운다. 그런 노력이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도 역시 키우고 있다. 그의 건투를 빌어 주시길. 우리에겐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 환호와 조롱…당신도 반복하고 있습니까

    광장에선 경기 뒤 청소·축제 즐기지만국민청원 등 온라인선 ‘마녀사냥’ 계속익명공간 속 욕구 분출·자기합리화 ‘과도기 현상’ 한국 축구대표팀과 독일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지난 27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장소였다. 경기가 끝난 뒤 28일 새벽까지 축제를 벌인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같은 시간 인터넷상에는 특정 선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계속됐다. 오프라인에서는 승패와 상관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지만, 온라인에서는 줄곧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발산됐다는 게 이번 월드컵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익명성 강할수록 과격한 감정 드러내”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의현(36)씨는 “광장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면서 “시민의식이 놀랍게 좋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종수(23)씨는 “실력 차이를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한국인의 안 좋은 습성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바라봤다. 대중들 앞에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에서는 가감 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책임질 만한 희생양을 찾는다”면서 “익명성이 강화될수록 집단 속에 있을 때와 달리 본능적인 욕구,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공간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공유하는 장소”라면서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더 극단적으로 변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가진 현재의 감정을 강화시킬 수 있는 온라인 공간 속 논리가 나의 잘못된 의견, 감정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집단심리… 찬반 좇는 이분법 사고”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 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일부 선동꾼들이 과격한 글을 남기고 남에 대한 공격을 했을 때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찬성 또는 반대를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작동하면서 이들을 좇아간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약자인 이들이 온라인 선동을 통해 관심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과격한 표현들을 일삼는다”면서 “자신이 지닌 불안을 남에게 투영시키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특정 선수를 비난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일부 선수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 ‘걸어서 오게 해 달라’는 황당한 주장이 실렸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당수가 국민청원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면서 “이 공간에서 사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시민의식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의 징표”라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이러한 부작용이 심해지면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치가 일반 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청원 기능은 유지해야겠지만 굳이 청와대에서 운영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황당할수록 주목… 무시도 한 방법 전 교수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온라인 댓글을 썼을 때보다 더 주목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청원을 한다”면서 “누군가 황당한 청원을 올렸을 때 사회가 이를 관심 갖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출생아수 역대 최저… 사망자는 최고… 女인구 감소·만혼 ‘인구 절벽’ 가시화

    출생아수 역대 최저… 사망자는 최고… 女인구 감소·만혼 ‘인구 절벽’ 가시화

    ‘자연증가’ 1년새 절반 뚝 혼인 건수 감소세 등 영향4월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사망자 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인구 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출생아 수 급감 현상은 여성 인구와 혼인 건수 감소, 만혼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것으로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는 2만 7700명이다. 1년 전보다 2700명(8.9%) 줄었다. 4월 출생아 수가 3만명을 밑돈 것은 월별 출생아 수를 집계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1~4월 누적 출생아 수도 11만 7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 9000명)보다 9.3% 감소했다. 이 역시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29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4월 사망자 수는 2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00명(3.9%)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최고다. 1∼4월 누적 사망자 수는 10만 5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째 증가세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3700명으로 1년 전(7300명)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상당 부분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계당국은 출생아 수가 2만명대에 그친 가장 큰 이유로 출산 연령대의 여성 인구 감소를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33세 여성 인구는 1년 전보다 11% 줄었고, 34세 여성 인구 역시 같은 기간 9.2% 줄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 연령대의 여성 인구 감소 추세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초고령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지난해 4월 59만 8000명에서 지난 4월 64만 6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과장은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수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연증가가 적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혼인 건수는 2만 60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500건(2.5%)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혼인 신고일수가 1년 전보다 늘어 건수 감소세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혼인 건수 감소를 간과하고 저출산 정책을 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점차 비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저출산 정책을 펴면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아이를 정말 낳고 싶은데 경제적인 이유로 못 낳거나, 둘째를 가지고 싶어도 하나밖에 못 낳겠다는 부부들을 겨냥해 획기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혼 건수는 8700건으로 1년 전보다 800건(10.1%) 늘었다. 결혼 기간 5년 이내인 부부가 이혼하는 사례는 줄었지만 30년 이상인 부부가 헤어지는 ‘황혼 이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결혼 기간이 30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은퇴와 맞물려서 이혼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수업 교재로 쓰겠다” SNS 글에 “피해망상 남혐책” 등 댓글 수백개 “신상 털어보자” 교사 실명 언급도 ‘예멘 난민 반대’ 국민청원 43만 성 소수자 혐오 논쟁도 불거져 전문가 “경제불평등·양극화 탓” 일각선 “근본적 인식 개선 시급”지난 21일 제주의 한 고교 국어교사 고모(30)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활용한 수업을 할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씨는 해당 소설 40권이 찍힌 사진을 게시하고 “나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적었다. 조남주 작가가 2016년에 낸 이 소설은 딸을 둔 1982년생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상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삶을 다뤘다. 그러나 고씨의 글은 ‘고3 국어수업 대참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순식간에 퍼졌고 수백개의 악의적 댓글이 달렸다. “피해망상 가득한 ‘남혐’ 책을 왜”, “당신의 멍청한 생각을 고3들에게 강요하지 마라” 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학교 어떤 선생인지 털어 보자”며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했다. 26일 현재 제주도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는 고 교사에 대한 항의 민원이 7건 접수됐다. 고씨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 전환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어머니가 살아오며 겪었던 차별과 고통이 생각났다”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특히 “이 책과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던 학생들도 수업을 통해 자신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인식했다”고 말했다.고씨와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댓글 테러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혐오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최근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에 대한 저주와 혐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입국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 인원이 2주 만에 43만명을 넘었다. 오는 주말에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난민 반대 시위까지 열릴 예정이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혐오는 인터넷 공간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침투했다. 박준배 김제시장 당선자는 선거 공보물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 반대’라는 내용을 실었다. 시민단체들은 “지역 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서는 안 될 혐오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가 심각해진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을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평등이 분노로 표출된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극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반공주의를 통한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범죄나 재난 등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나’를 지킨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에서 보듯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혐오의 발현 양태를 보면 처음에는 표현에서 머물지만 결국 행동으로 넘어간다”면서 “미국의 KKK단(인종차별주의적 극우비밀조직) 사례처럼 극단적 폭력이 일어나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혐오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해결책을 촉구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는 국가가 개입할 시점”이라면서 “혐오를 조직적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형법상 모욕죄가 있지만, 우리도 캐나다나 유럽처럼 더 강한 처벌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보다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완 소장은 “처벌을 강화하면 순교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적 측면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에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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