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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도 코로나 걸리면 문책… 낙인찍기·사생활 통제 논란

    기업도 코로나 걸리면 문책… 낙인찍기·사생활 통제 논란

    코로나19에 걸리면 인사평가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공지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논란을 빚고 있다. 확진자를 낙인찍고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인권침해라는 불만이 나온다. 공무원이 불필요한 사적 모임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도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의 한 본부장은 지난달 15일 신입사원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자 다음날 “코로나 확진으로 징계할 수는 없겠으나, 확진 경위에 따라 승진·평가 등 인사상 불이익을 분명히 줄 것”이라는 카카오톡 공지를 올렸다. 공지에는 “접촉자들이 자가격리하는 등 이번 검사로 낭비된 시간까지 포함하면 1명의 1년치 근무시간이 사라지게 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DB금융투자 측은 “방역 수칙을 꼭 지켜 달라는 의도였다”며 “확진된 신입사원은 인사상 불이익 없이 곧 복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에는 동원홈푸드와 경남은행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문책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최근 나온 회사 공지에 코로나19와 관련해 매일 문진표를 작성하고, 거짓일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징계하겠다는 암묵적 경고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및 공단, 공기업 직원들도 개인 모임을 통한 코로나19 확진 시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받아 반발이 거세다. 한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29)씨는 “지침을 위반하고 코로나19에 걸리면 문책하겠다는 공문이 내려왔다”면서 “지침에 모든 사적 만남을 제한한다고 나와 있는데 거래처 관계자 약속, 직장 동료 모임도 안 된다는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고 불평했다. 공무원 사회는 코로나 문책 경고 탓에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28)씨는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세종에 오려면 ‘방호복을 입고 오라’고 해뒀다”면서 “어떤 종류의 문책인지 가늠할 수 없고, 첫 문책 대상자로 걸릴까 봐 대면 접촉을 줄이며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인사고과·징계 등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감염에 문책으로 대응하면 감염 사실을 숨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책 등으로 확진자를 낙인찍는 듯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 “감염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확진 검사를 피하게 되고 결국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 ‘겁주기’ 방식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동정] 한국이민학회 신임 회장에 고려대 윤인진 교수

    △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국이민학회 제8대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21∼2022년으로 2년이다. 2007년 설립된 한국이민학회는 이민 연구와 교육, 이민·다문화정책 개발 등 역할을 해온 곳이다.
  • ‘트럼피즘 상징 된 성조기’ 갑론을박

    ‘트럼피즘 상징 된 성조기’ 갑론을박

    폴리티코 “트럼프, 성조기 마케팅 성공” 대선 후에도 트럼프 집회엔 성조기 물결반면 바이든 대선 승리 후 분위기 바뀌어“국기가 분열 아닌 통합의 상징돼야” 주장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각종 집회에 들고 나오는 성조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나라의 국기는 보수집단의 전유물일 수 없고 분열이 아닌 통합의 상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성조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게 만든 것 자체가 정치적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를 끌어 안고 “사랑해”라고 말하며 연신 키스를 했다. 반대진영은 품위 없는 처신이라고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지난 5월부터 지속된 흑인시위 때 트럼프 진영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 대응해 ‘경찰 목숨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는 상징물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도 성조기가 등장한다. 트럼프 대선 유세장은 숫제 성조기의 물결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이후 ‘부정선거’ 집회에도 성조기를 들고 자신들의 애국심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삼는다. 트럼프 캠프가 대선 결과를 뒤집겠다며 소송전을 벌이기 위해 지지 성금을 모금하는 메일에도 ‘성조기’는 ‘애국’을 상징하는 매개체로서 단골로 등장한다.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성조기를 완전히 당파적으로 바꾼 것은 어떤 의미에서 마케팅의 승리였다. 그리고 좋은 마케팅 캠페인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더 이상 성조기가 보수집단의 상징물처럼 여겨져서는 안되며, 통합의 국가를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선 이후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집회에서 성조기가 많아졌다. 반면 사회학자인 에반스는 폴리티코에 “성조기를 다시 통일의 상징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에서 분열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서로 국가의 진정한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주장하며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집은 힘들다는 의미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관료 역할 넘어설 재정준칙 필요해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관료 역할 넘어설 재정준칙 필요해

    세계 대부분 국가는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한도를 정하거나 재정수지 적자의 폭을 제한하는 형식 또는 정부지출 규모 자체를 일정하게 관리하는 방식 등 재정을 제어하는 각종 준칙을 설정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단일 준칙이 아니라 몇 개의 규칙을 결합하는 형태로 일종의 복수 재정준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재정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우는 국가부채 한도를 설정하거나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방식은 정부 규모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어하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경우는 직접 지출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자신의 목표하는 바에 실질적으로 부합되는 재정준칙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재정준칙이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부채 급증에 따른 건전성 우려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명시적인 재정준칙이 없음에도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잘 유지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역설적으로 재정 건전성 문제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명시적인 재정준칙의 필요성 제기가 약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준칙이 없이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통제되던 재정이 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면 향후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서 발견되는, 특히 수치에 기반한 준칙 명시는 없었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연간 예산 편성과정을 통해 상호 견제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재정을 관리했다. 또한, 1년 단위 예산편성 방식이 지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해 왔는데, 국가재정법 제7조 ‘정부는 재정운용의 효율화와 건전화를 위해 매년 해당 회계연도부터 5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여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중장기 관점에서 재정계획을 행정부가 수립해 온 것이다. 또한, 방만한 개별 재정사업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어하도록 1999년 이래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 총사업비와 재정지원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적ㆍ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했다. 이러한 체계 내에서 행정 관료조직이 암묵적이지만 실효적으로 예산을 통제하는 방식이 비교적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즉, 관료조직의 암묵적인 예산 통제가 명시적으로 수치가 제시된 재정준칙 기능을 사실상 수행하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관료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제시한 19세기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근대 관료제의 중요한 요소로 ‘계산 가능한 규칙’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객관적인 전문가로서의 특성을 지적했었는데, 특히 예산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관료들을 통해 이러한 개념이 실효적인 재정준칙으로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대응을 위해 일시적으로 재정수요가 확대되는 부분이 있고, 또한 고령화 등으로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인 복지 수요 역시 증가하면서 재정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고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경제적인 타당성과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예산 수요까지 폭증하며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예산이 폭증하며 재정 문제가 생기는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전문성을 갖춘 행정 관료의 ‘계산 가능한 규칙’에 따라 예산이 통제되었다면 이제는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예산 과정을 압도하며 전문 관료의 역할을 통한 재정 관리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증가시키자는 요청은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해 세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굳이 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 역할을 전문적인 관료조직이 실효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정치적인 이해가 예산편성과 세금의 결정 과정을 압도하면서 관료의 암묵적인 사명감을 넘어서는 명시적인 재정준칙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적절히 예산과 지출을 제어하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단계지만, 현재의 부채 증가 속도가 계속되면 준칙이 존재해도 의미 없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 ‘보신 정치’ 원하는 日청년층 80% “스가 지지”

    ‘보신 정치’ 원하는 日청년층 80% “스가 지지”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이달 초 실시한 11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57%로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견인한 것은 18~29세(80%)와 30대(66%)의 젊은층이었다. 전체 평균과 거의 같은 40대(58%)를 기점으로 50대 54%, 60대 51%, 70대 48%, 80대 이상 45%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지율은 떨어졌다. 20대 이하와 80대 이상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35% 포인트. 마이니치는 24일 젊은 세대일수록 집권 자민당 보수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지난 9월 스가 내각 출범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치상으로 일본의 청년층과 장노년층의 정치의식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 세대 평균 자민당 지지율은 37%이지만 18~29세는 59%에 이른다. 80세 이상은 20%대에 그친다. 스가 총리의 강권적 통치 스타일을 보여 주는 사례로 연일 비판받고 있는 ‘일본학술회의 후보 임명 거부’ 파문도 20대 이하는 59%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해 80대 이상(21%)과 거의 3배 격차를 보였다. 젊은층일수록 자민당 반대파가 많았던 1980년대 후반을 돌이켜 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아니라 ‘보수’와 ‘미국 중심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대 교수(정치의식론)는 “현재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현상유지’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보수’라기보다는 ‘보신’으로 봐야 하며, 정치적 의미의 보수화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카니시 신타로 간토가쿠인대 교수(사회학)는 “의식조사를 해 보면 젊은 세대는 일본 사회의 미래에 밝은 전망을 갖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며 “이들은 힘겨운 격차사회에서 더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으려면 ‘규칙’과 ‘질서’가 중요하다고 여기며, 여기에 자민당 체제가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무늬만 ‘낙태 허용’… 40일 버티다 국회로 공 넘긴 정부

    무늬만 ‘낙태 허용’… 40일 버티다 국회로 공 넘긴 정부

    임신 후 14주 이내 낙태 처벌 안 받아성범죄 등 이유 임신 땐 최대 24주 허용 입법예고 국민 의견 7000건 제시에도법제처 심사서 ‘특기할 사항 없음’ 결론‘올해 말까지 개정’ 헌재 결정에 쫓긴 듯 법무부 “각계 의견 반영해 국회서 논의”‘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 정부가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를 마친 법안에 기재한 내용이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처벌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데다 입법예고 기간에만 7000건이 넘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사실상 국민 의견을 외면한 셈이다. 소중한 40일의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고 이튿날인 17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 지난 20일 차관회의에 올린 뒤 이날 국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절차를 밟았다. “올해 말까지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켰다 해도 실질적으로 국민 의견을 들었는지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헌재의 결정 취지를 따랐다고 했다.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 처벌하지 않고, 임신 15~24주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사회·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 허용하는 낙태 범위는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낙태 허용 권한은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갖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예고 기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쪽과 낙태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쇄도하면서 접수 의견만 7293건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린 결론은 “특기할 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입법안에 대한 의견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해 처리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규정에 비춰 보면 시간에 쫓긴 정부가 법안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국회에 정부의 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법무부는 이날 “현재 국회에는 (정부에) 제출해 주신 의견 등을 반영한 다양한 법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면서 “관련 법안들과 정부안이 충분한 심사를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입법 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일일이 회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회는 정부 안이 제출되면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한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안 등과 묶어 병합 심사할 계획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개정 시한을 넘겨 낙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편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 없이 우선 낙태죄가 폐지되면 내년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시간을 가지고 개정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도 낙태죄 전면 폐지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권인숙안이나 정의당안, 국회 국민청원안 등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의 법안의 의미를 국회가 잘 살필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하던 1인 시위를 국회에서도 이어 갈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커밍아웃’, 살아 있는 생물체로서의 언어

    [강남순의 낮꿈꾸기] ‘커밍아웃’, 살아 있는 생물체로서의 언어

    언어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다.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때 그 개념과 처음 연결된 특정한 정황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개념이 언제나 고정돼 동일한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개념의 등장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나무는 자란다. 나무가 처음 심었을 때의 모습을 계속 지녀야만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 그 나무는 자라서 사방으로 가지를 뻗치고, 그 가지는 다양한 공간에서 새롭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최근 ‘커밍아웃’ 개념의 사용이 사회정치적 논란이 됐다.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는 이해 때문이다. 그런데 ‘커밍아웃’을 포함해서 특정한 개념이 사용돼 오는 역사를 살펴보면, 언어란 언제나 다양한 정황에서 크고 작은 가지를 치고 사방으로 뿌리를 내리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미등록이주자 자녀·뚱보 등 커밍아웃 확대 사회학 교수인 애비게일 서게이는 2020년 2월에 출간한 ‘컴 아웃, 컴 아웃, 당신이 누구든지’ (Come Out, Come Out, Whoever You Are)에서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의 역사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명한다. 원래 ‘커밍아웃’은 상류층 엘리트 여성들이 사교계의 첫 무대에 들어서는 것을 지칭하는 의미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게이(gay) 문화는 미국의 대도시 저변에 확대되기 시작했다. 게이 문화는 이렇게 상류층 여성의 사교계 첫 진출을 의미하는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을 빌려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1930년, 40년, 50년대에 게이 문화에 대한 반격이 노골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은 점점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며 살게 된다. 1960년대 말, 특히 1969년 미국 뉴욕시에서의 ‘스톤월 항쟁’ 이후 ‘커밍아웃’은 이성애자로 자신을 위장하는 동성애자들을 ‘벽장에 있는 사람’과 ‘커밍아웃한 사람’이라는 두 부류로 나누어 병렬하는 것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성소수자 권익 확장을 위한 운동에서 성소수자 스스로 벽장으로부터 ‘커밍아웃’해야 한다는 요청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 ‘커밍아웃’은 성소수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한다. 주류 언론에 “보수주의 벽장으로부터의 커밍아웃”(Coming Out of the Conservative Closet)과 같은 제목의 정치 칼럼이나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커밍아웃’이라는 말은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정치권에까지 확장돼 사용돼 왔다. 1970년대 이후 성소수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돼 성소수자들의 권리 문제가 개선되고 확장되면서 커밍아웃 운동은 이렇게 다양한 양태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커밍아웃 운동은 또한 ‘외모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으로도 발전한다. 소위 ‘뚱뚱한 사람’이라고 놀림받는 이들이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만 수용 운동’(fat acceptance movement)의 일환으로 커밍아웃 운동이 전개됐다. ‘비만 해방 운동가’(fat liberation activist)인 메릴린 완은 소위 뚱뚱한 몸으로 사는 것은 마치 성소수자로 사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비만 혐오’(fatphobia)가 팽배함을 토로한다. 이들에게 ‘커밍아웃’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을 당당히 받아들이면서, 이제 자신의 뚱뚱한 몸을 약점이나 열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커밍아웃’은 이민정책 문제에서도 등장했다. 미국에서 미등록이주자의 자녀들이 숨어 있던 위치에서 ‘커밍아웃’하면서 이들의 커밍아웃은 ‘미등록이주자 청년운동’으로 확장됐다. 특히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의 커밍아웃 운동은 벽장 속에 숨어 있지 말고 “미등록이주자라고 대담하게 커밍아웃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으로 확장됐다. 미등록이주자 청년 운동의 한 지도자는 성소수자 운동가였던 하비 밀크의 말인 “만약 당신이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이 자신을 위해서 일어나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를 인용하면서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이 ‘커밍아웃’하도록 설득하고 행동하게 함으로써 중요한 정치적 운동을 활성화했다. ‘미등록이주자’로 커밍아웃한 4명의 청년은 ‘드리머’(The DREAMers)라는 조직을 구성한 뒤 2010년 5월 17일 당시 애리조나주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며 권리보장을 위한 운동을 했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점거, 시위, 단식투쟁, 행진 등을 하면서 이들이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주는 ‘드림 법안’(DREAM Act)을 지지하고자 하는 운동을 확산시켰다.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의 ‘커밍아웃’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에서 이민정책에 대한 폭넓은 정치적 논의를 하는 데에 기여했다. ●미투운동도 더이상 숨지 말라는 메시지 ‘커밍아웃’ 운동은 종교의 영역에서도 등장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지 못하고 이성애자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과 같이, 기독교가 중심 종교인 사회에서 무신론자들은 유신론자인 것처럼 산다. 이렇게 종교적 벽장 속에 숨어 사는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무신론자로 용감하게 ‘커밍아웃’하라는 “아웃 캠페인”이 전개됐다.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의 저자이며 무신론자로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는 “이 세계에는 벽장에 갇혀 살고 있어 커밍아웃해야 하는 무신론자들이 많다”고 하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아웃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커밍아웃’은 이렇게 다양한 정황에서 사회적 낙인이나 불명예가 두려워 침묵하던 개인들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권리와 인정, 그리고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기 있는 긍정적 행위로 사용된다. 다층적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한 소수자들의 행위인 것이다. 커밍아웃은 주로 개인의 자발적인 행위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요구되는 ‘풍자적 의미’로도 쓰인다. 실제로는 보수주의자인데 아닌 척하지 말고, 본 모습을 드러내 ‘커밍아웃’하라고 촉구하는 풍자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은 또한 미투운동에서도 숨어 있는 피해자에게, 또는 가해자에게 더이상 숨어 있지 말고 나오라는 각기 다른 함의를 지닌 의미로도 사람들은 사용한다. ●게이는 원래 여성 성노동자 지칭하는 말 ‘게이’라는 개념의 역사도 변화돼 왔다. 게이란 원래 여성 성노동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다음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또한 더 나아가 ‘동일한 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일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지금은 ‘세계시민’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코즈모폴리턴’이라는 개념도, 나치 시대에는 유대인과 같이 ‘계획된 대량학살의 모든 희생자’를 지칭하면서 ‘사형선고’와 같은 매우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하나의 개념은 결코 동일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언어란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형태로 태동하기도 하는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기 때문이다. ‘커밍아웃’과 같은 하나의 개념이 어떠한 정황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또 다른 정황에서는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나의 개념이 이렇듯 다양한 정황에서 상이한 함의를 지니고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논쟁에 빠질 때, 사회정치적 에너지는 잘못된 방향으로 낭비된다. 예를 들어 미등록이주민 청년들이 자신들이 미등록이주자라고 ‘커밍아웃’하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한국의 이민정책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항의와 시위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정치계나 언론이 정작 관심을 둬야 할 중요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는 외면한 채, 왜 성소수자들도 아닌데 ‘커밍아웃’이라는 말을 사용하느냐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사회적 에너지를 오용하고 낭비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된다. 그 어떤 집단이나 개인도 ‘커밍아웃’과 같은 특정한 개념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사회정치적 에너지를 빗나가는 방향으로 쏟아붓는 것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나 에너지는 제한된 것이기에,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를 분별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책꽂이]

    [책꽂이]

    510일 1·2(유경순 지음, 봄날의박씨 펴냄) 2007년 여름부터 510일 동안 파업을 벌인 이랜드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회사 매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보호법 통과로 고용 불안을 겪은 여성 노동자들이 긴 시간 파업을 이어 가며 목소리를 냈다. 책은 이들로 인해 현장 노동 조건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변화됐다고 말한다. 각 576·568쪽. 각 2만 5000원.한형석 평전(장경준 지음, 산지니 펴냄) 음악과 연극으로 조국 광복을 노래한 독립운동가 한형석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중국에서 예술구국활동으로 한국 독립운동의 사기를 드높였고,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예술부장, 한국광복군 제2지대 선전대장을 지냈다. ‘한유한’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그동안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업적을 정리했다. 256쪽. 2만원.우리 시대 고전 읽기(정승민 지음, 눌민 펴냄) 독서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여러 신문과 잡지 지면을 통해 서평을 발표해 온 저자가 79권의 고전으로 독서의 재미를 일깨운다. 문학, 역사, 근대, 유토피아, 과학, 인간, 정치 등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과 신간을 섞어 균형감 있게 전달한다. 328쪽. 1만 6000원.부동산 대폭로(김헌동·안진이 지음, 시대의창 펴냄) 치솟는 집값, 전셋값에 대한 진단.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과 시민단체 더불어삶 대표의 대화로 구성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저자들은 공기업에 주어진 3대 권한(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국민에게 사용하고, 분양 개혁 제도를 활용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280쪽. 1만 6000원.사랑은 왜 끝나나(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현대사회에서 사랑이 끝나는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감정사회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자본주의가 성적 자유를 점령해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 지배를 심화시켰고,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인 섹슈얼리티가 소비자본주의에 포섭됐다고 말한다. 531쪽. 2만 9000원.랭킹: 사회적 순위 매기기 게임의 비밀(피터 에르디 지음, 김동규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평판과 순위를 둘러싼 비즈니스의 숨겨진 알고리즘을 찾는다. 자신과 상대를 비교해 서열을 정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해 사회적 순위가 매겨지는 원리를 과학적 시각과 사회학적 관찰을 통해 설명했다. 364쪽. 1만 7500원.
  • 곤도 마사히코 혼외정사 사과하며 활동 접자 “왜 그래야 하지?”

    곤도 마사히코 혼외정사 사과하며 활동 접자 “왜 그래야 하지?”

    일본의 흘러간 팝스타 가운데 곤도 마사히코(56 사진)가 있다. 1980년대 저팬 팝을 이끈 아이돌이었다. 애칭 ‘마치(Matchy)’로 통했으며 배우와 레이서를 겸업하기도 했다. 2004년에야 국내에 일본 문화 수입이 허용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음반 활동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나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란 노래는 불법 테이프로 복제돼 중고생들 사이에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주 주간 분?(文春)은 1994년 결혼해 아들이 있는 그가 스물다섯 살 연하의 여성과 지난달 오키나와에서 골프를 즐기다 호텔 객실에 함께 투숙했다고 폭로했다. 알고 보니 의류업체 최고경영자(CEO)인 그녀와는 5년이나 밀회를 즐겨 온 사이였다. 일본 연예기획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자니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성명을 내 곤도가 “생각 없이 행동하고 책임감 없이 행동해” 모두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린 뒤 “많은 고민 끝에 엄벌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당분간 그가 모든 공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 흔한데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혼외정사를 즐기다 걸리면 검열되고 엄한 처벌을 받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단 비난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고 영국 BBC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실망했다는 이들이 많았고,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아내만 불쌍하다고 혀를 차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일본 인류학을 전공하는 제니퍼 로버슨 교수는 “현재의 여성 문제나 미투(#MeToo) 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그에 대한 검열은 남성 유명인들에게 경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폭로되는 일이 온당한지 묻는 이들이 있다. 세자 찬이란 누리꾼은 지난 17일 “불륜이란 남편과 아내 사이의 일인데 일본 사람들은 마치 범죄처럼 다룬다. 때때로 개인사에 너무 끼어드는 것 같다. 난 결코 불륜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고 적었다. 도쿄에 있는 소피아 대학 사회학과 제임스 파러 교수는 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에서는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성생활을 검열하는 역사가 오래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는 이유는 혼외 정사가 공중의 도덕 관념에 도전하는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불륜 자체보다 불륜이 폭로되는 것에 더욱 불편해 한다. 이런 생각은 일본의 젊은이들도 성 문제를 개인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용인의 사적인 성생활을 감독하는 관행은 “상사가 직원들을 성적으로 희롱할 여지가 있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다른 부문의 유명인이나 공인도 비슷한 폭로가 있게 되면 물러나곤 한다. 2016년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육아 휴직을 신청해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켰던 국회의원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인정한 뒤 사임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일본수영협회는 세계적인 수영 선수 세토 다이야가 혼외정사를 벌인 사실이 들통 나자 연말까지 선수 자격을 중단시켰다. 출산한 지 5개월 밖에 안된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팬들에게 사과해 또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들이 있었다. 2012년 싱가포르에서는 마이클 파머 국회의장이 불륜을 인정하며 물러났고 같은 해 데이비드 페트로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같은 이유로 사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2004년 불륜 의혹이 불거지자 “완전 허튼 소리(inverted pyramid of piffle)”라고 부인했다가 거짓임이 들통 나 예비내각 각료 직을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난해 7월 총리에 선출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서울시립대, ‘제2회 SH공사 대학(원)생 및 주부 VE경진대회’서 수상

    서울시립대, ‘제2회 SH공사 대학(원)생 및 주부 VE경진대회’서 수상

    서울시립대학교(총장 서순탁)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주최한 ‘제2회 SH 대학(원)생 및 주부 VE경진대회’에서 도시과학대학 건축학부 건축공학전공 3·4학년 총 4명(박진우·김형주·송민규·전민우)이 ‘대상’을, 총 4명(건축학부 건축공학전공 3학년 노호성·이성규·윤한별 및 도시사회학과 김지연)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이 경진대회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VE를 통해 진화한다’는 주제로, 공동주택 내 커뮤니티 시설 및 부대 복리시설, 외부환경에 대한 VE 제안을 하는 공모전이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새로운 일상 속에서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용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건축공학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0-ZONE(공존)’ 팀은 ‘불편Zero, 조건Zero, 답답함Zero’를 주제로 주차장 스팀 워시존, 테마형 옥상, 가변형 벽체를 이용한 카멜레존, 옹벽을 활용한 볼더링 존, 두더지 벤치, 스마트 비콘 게이트 등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체계적인 VE 절차에 따라 도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공학전공과 도시사회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소통;행’ 팀은 ‘소통’을 주제로 바닥에 매립된 다변형 LED 스포츠 코트, 전기차 자동 이동 충전기, 태그리스(Tagless) 시스템, 카풀존 등의 공동주택 내 공용공간의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VE 절차에 따라 제안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탄핵, 사임… 혼돈의 페루

    탄핵, 사임… 혼돈의 페루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한 페루에서 임시 대통령마저 닷새 만에 사임하며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회는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통령을 재선출키로 했지만, 부패한 정치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로 당분간 혼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0년 파면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 이후 최악의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패한 정치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는 2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마누엘 메리노 임시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치욕에도 책임을 다하려 했지만, 원하지도 않은 직을 받아들였다”며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20대가 대부분인 시위대를 “페루를 위기와 혼란에 몰아넣으려는 미지의 세력들”이라고 비난했다. 국회의장 출신에 중도우파 야당 소속인 그는 앞서 탄핵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 후임으로 지난 10일 취임했다. 하지만 탄핵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대 및 국제사회의 외면을 넘지 못했다. 그에 앞서 이미 내무·법무·무역·에너지광산부 등 최소 11명의 장관이 사임을 발표하면서 입지도 축소됐다. ‘부패 척결의 아이콘’으로 개혁운동을 이끌어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비스카라를 의회가 뇌물 의혹으로 탄핵하자, 국민들은 오히려 “의회 쿠데타”라고 분노했고 항의시위가 불붙었다. 지난 12일 20년 만에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급기야 14일 밤 시위 진압과정에서 20대 청년 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현재 93만여명, 인구 대비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페루는 경제 침체에 헌정 위기까지 겹친 상황이다. 알베르토 베르가라 패루 태평양대 교수는 “페루 국민들이 메리노의 새 내각 역시 낡고 부패하고, 세계와 단절된 정부로 여기고 반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론소 구르멘디 둔켈베르그 정치평론가는 “1999년~2000년 후지모리 재임기 이후 인권상황, 제도적 민주주의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고령의 부패한 정치계급이 평균 연령 31세인 밀레니엄 시위대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페르난도 달레시오(76) 교육부 장관은 시위대를 ‘테러 동조자’로 일축했고, 성·인종차별적 언동으로 악명높은 안테로 플로레스 아라오즈(78) 총리는 “시위 동기를 찾기 위해 사회학자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론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민심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KISDI, ‘안전한 AI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 심포지엄 13일 개최

    KISDI, ‘안전한 AI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 심포지엄 13일 개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권호열)은 오는 13일 온라인 생중계로 ‘안전한 AI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이번 심포지엄은 일상 영역의 범용기술이 된 인공지능(AI)의 사회적 영향을 고찰하고,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의 잠재적 위험을 통제할 방안으로 인공지능(AI) 윤리원칙 제정을 우선하고 있지만, 윤리 규범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다양한 이슈가 인공지능(AI)의 대중화와 함께 발생할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통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창발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와 실증근거를 토대로 한 정책 수립,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사회적 합의 절차의 구현 등이 요구된다. 이에 심포지엄에서는 관련 연구의 개별 발표와 함께 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세션을 두고 폭넓은 관점에서 인공지능(AI)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을 사회학적 접근방식으로 이해하고 정책적 대응 방향에 대한 전문가 토론도 진행한다. 먼저 발표 세션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이상욱 한양대 과학철학 교수가 ‘AI기반 미래사회의 도전: 윤리, 제도, 국제협력’에 대해 발표한 후, 개별 발표로 ‘AI사회 이슈와 대응 방향’, ‘AI사회 사이버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제도 방안’, ‘AI사회정책영향평가의 의의와 체계’ 등이 이어진다. 이 교수는 ‘AI기반 미래사회의 도전: 윤리, 제도, 국제협력’을 주제로 인공지능(AI) 윤리가 쟁점이 되는 국제 사회의 논의 방향과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조성은 KISDI 연구위원은 ‘AI사회 이슈와 대응 방향’을 주제로 각국의 AI전략보고서 및 신문기사 분석을 통해 도출한 인공지능(AI)사회의 주요 사회정책 이슈와 시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권은정 KISDI 부연구위원은 ‘AI사회 사이버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제도 방안’을 주제로 인공지능(AI)사회에서의 사이버안전의 개념과 이슈를 고찰하고 사이버 위협을 유형화한 후 법제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 연구는 김태오 창원대 교수와 함께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KISDI와 연구 협업한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가 AI사회정책영향평가 체계 정립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KISDI는 인공지능(AI)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실제 사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을 제도적으로 통제 및 보완하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방안으로써 AI사회정책영향평가 제도 도입을 제안했으며, 이번 발표가 그와 관련한 연구 결과의 하나이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안전한 AI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이호영 KISDI 디지털경제사회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다. 토론자로는 남태우 성균관대 행정학 교수, 서용석 KAIST 미래학 교수, 이명화 STEPI 단장,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등이 참여한다. 행사는 코로나19확산 예방을 위해 일반인 참석자는 온라인 생중계로 참여 가능하며, 생중계는 KISDI 생중계 사이트(http://kisdi.mlive.kr)에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훈의 원고·승효상의 설계도… 연필 고집하는 예술가들

    김훈의 원고·승효상의 설계도… 연필 고집하는 예술가들

    예술과 인문·사회학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인 ‘큐레이터의 아틀리에49’가 개관전 ‘예술가의 연필’을 오는 12월 22일까지 연다. 작가 김훈의 ‘연필로 쓰기’에서 영감을 얻어 필기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연필의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김훈의 육필 원고와 책, 몽당연필이 소개되고, 승효상의 건축 철학이 시작된 건물인 수졸당의 건축 설계도와 모형이 자리한다. 부모님이 평생 쓰던 농기구를 연필로 그린 화가 김학량의 드로잉, 수많은 연필 선을 쌓아올려 검은 꽃을 그린 김은주의 회화, 일사의 소소한 사물에 독특한 존재감을 부여한 김수강의 연필 사진 등 예술가 10명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 큐레이터의 아틀리에49는 큐레이터 석·박사 출신 연구원들과 국내외 협력 큐레이터들로 구성된 시각예술기획교육연구소 잇다가 기획한 공간이다. 매달 새롭게 선정한 주제 아래 예술 작품집과 인문서적을 골라 강연하고, 연관 전시 기획을 통해 책과 사람, 삶과 예술의 조화를 지향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김훈의 원고, 승효상의 설계도…연필 고집하는 예술가들

    김훈의 원고, 승효상의 설계도…연필 고집하는 예술가들

    예술과 인문·사회학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인 ‘큐레이터의 아틀리에49’가 개관전 ‘예술가의 연필’을 오는 12월 22일까지 연다. 작가 김훈의 ‘연필로 쓰기’에서 영감을 얻어 필기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연필의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김훈의 육필 원고와 책, 몽당연필이 소개되고, 승효상의 건축 철학이 시작된 건물인 수졸당의 건축 설계도와 모형이 자리한다. 부모님이 평생 쓰던 농기구를 연필로 그린 화가 김학량의 드로잉, 수많은 연필 선을 쌓아올려 검은 꽃을 그린 김은주의 회화, 일사의 소소한 사물에 독특한 존재감을 부여한 김수강의 연필 사진 등 예술가 10명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큐레이터의 아틀리에49는 큐레이터 석·박사 출신 연구원들과 국내외 협력 큐레이터들로 구성된 시각예술기획교육연구소 잇다가 기획한 공간이다. 매달 새롭게 선정한 주제 아래 예술 작품집과 인문서적을 골라 강연하고, 연관 전시 기획을 통해 책과 사람, 삶과 예술의 조화를 지향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느리게 사는 동물이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의 저수지’

    [사이언스 브런치] 느리게 사는 동물이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의 저수지’

    토끼나 생쥐 같은 동물은 번식율은 높지만 생애 주기가 짧은 반면 오소리나 박쥐,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 같은 동물들은 번식보다는 생존 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처럼 번식률은 낮지만 더 오래 사는 동물들을 ‘슬로우 리빙 애니멀’이라고 부른다. 이런 슬로우 리빙 애니멀들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각종 병원균들의 저수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 생태보존연구센터, 환경 및 지속가능성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번식률은 낮지만 더 오래 사는 느리게 사는 동물들이 사람에게 치명적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질병의 저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 10일자에 발표했다. 코로나19는 박쥐에게서 유래돼 천산갑을 중간숙주로 해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휩쓸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역시 박쥐에게서 유래돼 박쥐는 바이러스의 저수지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숙주와 장기간 공존하는 감염성 질병에 초점을 맞춰 동물의 인구학적 능력을 수학으로 분석했다. 어떤 종의 동물이 병원체와 장기간 공존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동물의 감염병에 대한 인구학적 능력은 숙주가 높은 수준의 감염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오랜 동안 생존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분석 결과 느리게 사는 종들은 지속적 감염에 대한 더 높은 인구통계학적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종으로 질병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감염병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능력이 높은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는 계기가 높아지면 인간은 이전에는 겪을 수 없었던 새로운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인수공통감염병이나 동물유래 감염병이 인간에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인구통계학적 능력이 낮은 동물종은 새로운 질병에 감염됐을 때 생존이 어려워 멸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이 갖고 있는 질병들은 실제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나 생물다양성이 낮은 동물종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사람과 야생 동물간 접촉이 잦아질 경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치명적 감염병이 인류에게 확산되면서 인류를 멸종 위기까지 몰아넣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데이비드 호지슨 엑서터대 생명과학과 교수(생태사 진화학)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병원체 자체 특성 뿐만 아니라 숙주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감염병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생애 주기가 짧은 숙주와 긴 숙주 사이에서 나타나는 면역체계의 차이도 새로운 질병에 감염됐을 때 앓는 정도와 재감염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과학

    [남순건의 과학의 눈]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과학

    인간은 주어진 환경과 시스템을 이루고 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나 급히 해결책이 필요한 사회적 도전과제들이 많다. 고령화 사회,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손실,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전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과학기술 혁신만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했으나, 이제는 사회적 혁신이 함께 필요하다. 이런 연구에서는 과학기술 전문가들 시각을 넘어서 인문사회학자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학과 연구소 체제는 학제 간 융합이 용이하지 않다. 담장을 높이 치고 있고, 담 너머 세계를 이해할 능력도 많지 않다. 20세기의 오래된 틀에 갇혀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융합 연구만이 아닌 정책입안자, 공공 및 민간 주체, 그리고 시민들까지 적극적으로 연구의 계획단계부터 연구결과의 활용까지 참여해 논문이라는 연구의 학문적 결과물을 넘어선 사회적 결과와 영향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분야, 그리고 이해당사자라 불리는 비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연구과제를 만들고 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초학제연구’라 한다. 유럽 국가들과 이웃 일본에서는 초학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로 수행된 사례가 많지만, 한국에서 초학제 연구의 사례는 전무한 상태이다. 일본 나고야대학과 도요타자동차가 중심이 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경찰관서는 물론 지역사회 노인들까지 참여해 고령화 사회에서 노령자들이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동기술 개발 연구에 지난 5년간 800억원을 투입했다. 자율주행차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노령층을 배려하지 않고 기업과 공학기술자들만으로 만들어진 자율주행 시스템은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이 실제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경찰기관의 규제 개선도 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닌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에 기반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개발로 발전시킬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도 더 용이하다. 초학제연구가 정착하려면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많다. 현재는 많은 연구결과물이 논문의 형태로만 평가를 받고 있으나, 사회적 도전과제는 그 영향력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학문적 속성을 잘 모르는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이다. 연구의 세 주체 중 하나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많은 교육과 소통도 필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초학제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룰 후속세대들을 교육할 전문적 교육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학문은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가 도출한 발견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연구생태계도 개별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도 그에 맞춰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학과 연구기관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계속되고 연구 결과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기관도 사회문제 해결형으로 유연하게 재조립돼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50년 전의 연구결과에 의해 받는 노벨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20년 뒤 인간사회를 걱정해야 할 때이다.
  • 청년기본법 이후 서울 청년의 삶은?... ‘협력포럼’ 온라인 개최

    서울시가 청년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고용 급감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응하고 청년기본법 시행에 따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청년기본법 이후 청소년의 자리’를 주제로 오는 7~8일 오후 2~6시에 온라인으로 ‘2020 청년정책 협력포럼’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 변화하는 청년문제 상황 진단 및 전망을 모색하는 메인세션을 비롯해 세션1: 지방정부 청년정책 성과와 사회적 의미, 향후 과제, 세션2: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 중앙-지방정부 청년정책 협력방안, 세션3: 한국사회 청년불평등 등 모두 4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메인세션에는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 이길보라 예술가, 조기현 작가가 참여해 노동, 소득, 경험, 권리에 대한 강연 및 대담을 진행한다. 이어 서울, 부산, 대구, 강원 춘천, 전북 완주 등의 청년정책 사례 소개 및 전국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한 청년들과의 쌍방향 토론이 열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조기현 작가, 이정은 금천구청소년의회 인권을 찾았당 대표가 ‘지금 청년 불평등을 말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토크쇼도 진행한다. 서울시 청년청 유튜브 채널 ‘서울청년생활’을 통해 생중계된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은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와 청년기본법 시행이라는 기회가 동시에 주어졌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의 아픈 현실을 놓치지 않고,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과 다른 차원의 협력을 모색해 희망의 근거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올해 ‘임종국상’에 강성현 교수, 박시백 화백

    올해 ‘임종국상’에 강성현 교수, 박시백 화백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는 14회를 맞은 올해 수상자로 학술 부문에 강성현(왼쪽) 성공회대 교수, 문화 부문에 박시백 화백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사업회는 강 교수가 역사사회학자로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사상통제와 공안, 국가폭력과 제노사이드, 냉전과 과거청산 등을 주제로 주목할 성과를 꾸준히 내놨다고 설명했다. 수상저서인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푸른역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반일 종족주의’를 비롯한 한일 극우연합세력의 역사부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업회는 강 교수가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기관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 관련 중요자료를 발굴 수집해 연구 지평을 넓히는 데에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박시백 화백은 일제강점기의 우리 역사를 다룬 7권짜리 ‘35년’(비아북)으로 수상자에 선정됐다. 박 화백은 국내외 독립운동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수집과 연구에 매진해 5년 동안 작품을 썼다. 사업회는 박 화백이 치열한 항일투쟁의 역사가 민주공화국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시사만화가로 만화계에 발을 디디고서 전업작가로 전환해 201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 20권을 완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종국상은 친일문제에 천착한 임종국(1929∼1989) 선생을 기리고자 마련했다. 선생은 국민적 반대 속에 1965년 한일협정이 굴욕적으로 체결되자, 반민특위 와해 이후 금기시하던 친일문제 연구에 착수했다. 이후 1966년 ‘친일문학론’을 발표해 지식인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문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역작들을 남겨 한국 지성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사업회는 ‘친일청산’, ‘역사정의 실현’, ‘민족사 정립’이라는 선생의 높은 뜻과 실천적 삶을 오늘의 현실 속에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를, 학술·문화와 사회·언론 두 부문에서 선정해 수여한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9일 오후 6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다문화 결혼’ 비중 9년 만에 다시 10% 돌파 왜?

    지난해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이 외국인 또는 귀화자와 결혼한 ‘다문화 혼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혼인 비율이 10%를 돌파한 것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전체 혼인 건수가 감소한 탓이 크지만, 한류 열풍과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최근 3년간 다문화 혼인이 꾸준히 늘어난 점도 반영됐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 4721건으로 전체 혼인(23만 9159건)의 10.3%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혼인은 2018년(25만 7622건)보다 7.2% 감소한 반면 다문화 혼인은 4.0%(948건) 증가해 1년 새 다문화 혼인 비율이 1.1% 포인트 늘었다. 다문화 혼인은 2010년 3만 5098건(10.8%)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 2만 1709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17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혼인 건수는 줄었지만 최근 한류 열풍으로 결혼이민자가 늘고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1만 7939명으로 2018년보다 140명(0.8%) 감소했다. 다문화 출생아는 2012년 2만 29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7년 연속 감소세다. 그러나 전체 출생아에서 다문화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5.9%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수가 30만 2676명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한 탓이 크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 어머니들은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 출생아 감소폭이 적지만 점점 한국 사회의 출산 기피 풍조를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법륜, 멘토의 사회학/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법륜, 멘토의 사회학/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스님, 저는 성격이 나빠서 그런지 남편이 죽어 결혼도 두 번 했습니다. 시집가는 딸이 저의 성격을 닮아서 불행한 삶을 살까 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나는 고등학교도 못 나오고 가진 것도 하나 없고 결혼을 한 번도 못해 보고도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결혼을 두 번이나 했네(청중 일제히 박장대소). 당신은 아주 잘 살았습니다. 그러니 집에 가서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나는 잘 살았습니다. 그래서 딸도 잘 살 것입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중 한 대목이다. 많은 멘토는 사라지고 ‘고등학교도 못 나오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법륜은 왜 오래 살아남았나. 명망 있는 멘토는 탁월한 성공, 경험,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최고경영자(CEO), 작가, 법률가, 심리학자, 정치인, 예술인, 교수, 전문가, 연예인 등 많은 멘토가 있고 또한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하지만 근래에 법륜 스님만큼 수명이 길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은 멘토는 드물다. 지탄과 비난을 받고 퇴장한 멘토 또한 적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럴까? 탁월한 성공을 이룬 위대한 기업가나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서 살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다. 그들은 높디높은 성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도달하기 힘든 욕망의 기표다. 법륜 스님은 그 성공과 욕망의 기표 자체를 아예 없애 버린다. 이것이 바로 다른 멘토들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지점이다. 곧 좋은 삶이란 사회적 성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득력이 있는 논변일까? 여기서 바로 그 자신이 설득의 무기가 된다. 멘토들은 통상 일반인들보다 훨씬 우월한데 사회적 성공의 기준에서 법륜 스님은 일반인들보다 못하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행복하고 잘 산다. 곧 그는 사회적 성공의 ‘상대평가’가 아니라 삶 자체의 ‘절대평가’로 관점을 바꿀 것을 설파한다. 여기서 사회학이 나에게 단호히 반대표를 던진다. 사회학에서 인간은 호모 하이어라키쿠스(Homo Hierachicusㆍ서열적 존재)이며 모든 사회는 사회계층을 가진다.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상대평가의 구조’ 속에 평생 허우적거린다. 즉문즉설의 절대평가 영역을 벗어나면 상대평가의 사회적 영역이 온통 우리를 지배한다. 한국인만큼 상대평가의 ‘사회적 심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집값서열 구조로 인한 서울 강남 중심의 거주 지위의 위계, 소득과 자산서열 구조로 인한 경제적 지위의 위계, 대학서열 구조로 인한 사회적 지위의 위계 등 온통 상대평가가 우리를 짓누른다. 즉문즉설은 즉문즉설이고 사회는 사회다. 하지만 사회계층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할지라도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조선의 반상제도보다 현대의 다원민주사회가 훨씬 낫다. 다원민주사회는 상대평가의 영역을 최대한 줄이고 절대평가의 영역을 최대한 늘린 사회다. 남성·여성, 백인·흑인·아시아인,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위계는 부당하며 이들을 절대평가하고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다원민주사회다. 즉문즉설의 절대평가의 교훈은 한국 사회를 개혁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고 사회정책으로도 즉시 적용 가능하다. 가령 선진국 대부분이 절대평가를 실시하지만 한국 고등학교는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90점을 받아도 내신 4등급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은 평균적으로 세계에서 수학을 가장 잘하지만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절대평가로 보면 잘하는데 상대평가로 보면 못한다. 이러하기에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등감과 패배감에 허우적거린다. 이처럼 교육, 주거, 젠더, 경제의 영역에서 한국식 피라미드구조, 즉 상대평가의 구조를 타파하고 사회 인프라를 다원화, 평준화, 반독점화시켜 절대평가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사회적 심판’이 ‘최후의 심판’이 돼서는 안 된다. 좋은 사회는 사회적 심판을 최대한 줄이고 각자의 삶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사회다. 이것이 즉문즉설의 멘토가 편협한 사회학자와 옹졸한 한국 사회에 던진 심오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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