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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유전자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의 유전자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유인원 사촌들은 아직도 예전과 동일한 열대우림에서 우리의 공통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사회적 집단을 이루고, 똑같은 과일과 견과류, 고기를 먹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복잡한 기술과 더 복잡한 사회 체계를 만들어가며 지구상에서 지배적인 유기체가 됐다.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이렇게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을까. 우리와 유인원의 한 갈래인 침팬지는 유전자가 99% 가까이 일치한다고 한다. 나머지 1%의 유전적 정보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유전자가 결정적인 요소라면 해외 입양아가 본디 태어난 곳보다 성장한 곳의 사람들과 비슷한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환경이 중요한 것일까. 이는 이민자 사회처럼 각기 다른 역사와 배경을 지닌 집단이 동일한 환경에서 살더라도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인간 집단의 특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미국 남부는 북부보다 폭력적이라는 통계를 살펴보자. 1865년부터 1915년까지 남부 살인율이 현재 미국 전체의 살인율보다 열 배나 높다고 한다. 현재 미국 남부의 살인율 또한 높다. 남부의 더운 기후 때문일까. 아니면 남부 사람들과 북부 사람들의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일까. 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차이가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정착한 북부와는 달리 남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주로 목축업에 종사했고, 과거 목축 사회에서는 약탈 행위를 막기 위해 기꺼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 이른바 ‘명예의 문화’에 대해 잔뼈가 굵은 남부 사람들은 모욕적인 상황에서 북부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리적인 변화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피터 J 리처슨 미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환경과학정책학부 교수와 로버트 보이드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는 ‘유전자만이 아니다’(김준홍 옮김, 이음 펴냄)에서 오늘날 인간이라는 존재가 형성되는 데 있어서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유전자나 환경,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 진화 사회과학자인 저자들은 생물학의 영역인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 과학 영역으로 끌어와 문화와 접목시킨다. 이들에게 문화는 사회학적인 개념인 동시에 인류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생물학적인 개념이다. 문화를 켜켜이 쌓아가는 사회적 학습 과정을 유전자 승계와 같은 독립적인 전달체계로 생각한다면 유전자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가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선택설을 따른다면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학습할 때 개인적 학습을 넘어서 그 행동에 깔린 의미까지 배우고 모방한다. 집단 내에서 먼저 관념과 가치,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을 따르고, 이렇게 모방하며 학습된 관념과 가치, 기술은 다시 인간의 삶을 바꿔 놓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을 개개인이 모인 집단인 개체군으로 보고, 이 개체군의 문화가 다시 그 안의 개개인을 변형하면서 인류가 진화한다는 게 저자들의 시각이다. 많은 동물들도 사회적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이 능력은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때문에 인간 사회는 다른 어떤 동물의 사회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복잡하다. 저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진화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문화 공(共) 진화론이다. 인간은 유전자로 이루어졌고, 문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문화적 변형에 따라 유전자도 달라진다는 이야기. 사람들이 흔히 몸에 좋은 것으로 여기는 우유를 예로 들어보자. 우유를 소화하려면 락토오스라는 당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필요하다. 이 효소가 없으면 장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가 날 수 있다. 사람은 엄마 젖에 있는 락토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를 갖고 태어나지만 성장과정에서 점점 없어진다. 이 분해 효소가 부족한 전 세계 성인 대부분은 사실 우유를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 서아시아, 북부아프리카 등 오래전부터 낙농업을 해온 사회에서는 어른도 락토오스를 소화할 수 있다. 낙농업 전통을 가진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는 행동과 우유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의미를 배우고 따라한다. 이 과정에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도록 유전자가 변한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는 요구르트나 치즈 등 우유를 활용하는 음식이 발명되고 늘어나는 문화적인 환경이 이뤄진다. 2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지방시대]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을 걸어 보자/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을 걸어 보자/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은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나타난 근대도시이다.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대전역이 생겼고, 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대전 도심의 씨앗이 됐다. 이어서 1914년 목포를 연결하는 호남선 철도가 대전역에서 출발하게 되면서 대전은 자연스럽게 남한의 교통 중심지가 되었다. 대전의 정체성은 사람이 다니는 흙의 길이 아니라 기차가 다니는 쇠의 길(철도)에 따라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철길이 대전에서 갈라진 것처럼 일제강점기 일본은 차가 다니는 국도도 대전을 중심으로 호남선과 경부선이 만나도록 했다. 경제개발의 상징인 고속도로 역시 대전에서 호남선과 경부선이 만난다. 이렇듯이 기차와 자동차 길로 인해 형성되고 성장한 대전 사람의 정체성은 자연히 근대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학자 피터 버거의 책 제목처럼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세계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세계를 치유하는 한 가지 방법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역사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를 찾아내는 작업으로 내가 사는 곳, 내가 활동하는 공간에 어떠한 역사가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역사성을 회복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옛길을 찾아서 되살리자는 것이다. 도시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있었던 옛 마을과 이들 사이를 이어 주던 길들을 찾아서 복원하자.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잊혀진 역사를 찾아볼 뿐만 아니라 잊혀진 사람과 정신을 되찾아 보는 방법은 현 시점에서 상당히 현실적이고 유효해 보인다. 역사를 돌아보면 대전 주변에 철도가 생기기 이전에도 길은 있었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들이 있었다. 조선 후기 김정호가 전국을 걸어서 순례하며 만들었다는 ‘대동여지도’를 보면 회덕·진잠·유성 등과 같은,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 땅이름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땅이름뿐만 아니라 길도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대전의 중심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마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 들판에 가까웠고, 오늘날의 대전 주변 지역에 큰 마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전 주변에 있는 공주·청주·옥천·금산 등을 연결하는 길들이 오늘날 대전의 중심부 지역을 가로질러 나 있는 것을 옛 지도는 보여 주고 있다. 옛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걷는 것이 주요 이동수단이었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다른 관점에서 길들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능하면 평지로 길이 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곳에서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려면 반드시 산을 넘어야 한다. 산을 넘기 위해서는 두 마을을 가장 가깝게 연결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힘을 덜 들이고 넘으려면 다시 산줄기의 가장 낮은 부분을 찾아서 연결해야 했다. 산줄기의 가장 낮은 부분, 그곳이 산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을 이어 주는 고갯마루가 된다. 이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것이 우리 옛길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것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요즈음 산에 간다면 대부분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정상을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 이에 비해 고갯마루를 걷는 옛길은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며, 사람이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대전 주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이러한 옛길들이 있었다. 이런 옛길을 다시 찾아 걸어 보는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 [열린세상] 일본 자민당 몰락의 사회경제적 함축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일본 자민당 몰락의 사회경제적 함축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1955년 이래 무려 반세기 이상 장기집권을 누려왔던 일본 자민당이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를 연상케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전후기의 극심한 이념갈등을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넘어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했던 거대정당이 1990년대 초반의 버블붕괴로 초래된 ‘잃어버린 10년’에 뒤이어 계속된 경제침체로 끝내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고이즈미(小泉純一?) 총리의 우정(郵政)민영화를 내건 승부수로 2005년 중의원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적도 있지만 2007년의 참의원선거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정치가 부메랑의 역풍을 맞은 이래 잇따른 지방선거 참패로 거의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여당 자민당은 제1야당 민주당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전례 없이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8월30일 총선에서 정권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자민당 몰락을 초래한 요인으로는 국내외 환경변화와 개혁 요구에 대한 미온적 대응, 실효성 없는 재정낭비만 거듭해온 정책빈곤, 세습의원을 중심으로 한 인물빈곤 등 다양한 측면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성격변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1980년대까지 ‘1억총중류사회’로 불릴 만큼 빈부격차가 작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중류의식을 지녔던 시대가 끝나고 ‘1억총하류시대’라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국민 대다수가 격차확대를 실감하게 된 상황변화에 대한 대응노력의 실패에 기인한다. 2006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격차는 어느 사회에나 있는 것이며 격차가 생기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한 국회발언이 집권층이 지닌 일본사회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적도 있었다. 고이즈미시대 이래 급증하기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수가 전체노동자의 30%를 넘어섰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근로빈곤층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고도성장기의 저축으로 고액의 금융자산을 지닌 노령은퇴층과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청년층 간의 격심한 세대간 격차가 서민대중들의 자민당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표출된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격차확대에 대한 자민당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대응이 광범위한 지지계층의 이반을 초래함으로써 확고하고 차별화된 정책노선을 제시하지 못해 ‘자민당의 2중대’니 ‘이복동생’이니 하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와 최근의 세계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도 일본 못지않게 비정규직 문제, 소득분배의 악화, 근로빈곤층의 확산 등 심각한 계층간 격차문제를 안고 있어 사회경제적 갈등과 불만이 커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사회적 갈등이 심한 편이어서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사회갈등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어떤 사회학자의 국제비교연구에서는 한국의 사회통합 양상은 선진국그룹보다는 남미나 동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유형에 속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 수준에 비해 사회통합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가 현시점에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양립시켜 나감으로써 선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양적 성장 일변도의 정책방향이 아니라 양질의 고용기회 확충, 사회안전망의 정비를 포함한 사회보장의 내실화, 가난의 대물림을 막을 교육기회의 균등화 등 사회경제적 격차시정을 위한 대책들이 체계적으로 내실있게 추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부고]

    ●김태섭(전 신아조선 사장)씨 별세 윤재(고려대 교수)상형(대우조선해양 과장)씨 부친상 노응욱(전 서울증권 상무)손동우(인천경향신문 편집국장)씨 빙부상 27일 부산의료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51)607-2654 ●이기동(사업)기현(한진해운 부장)기호(사업)춘자(수필가)씨 부친상 이홍우(전 동아일보 화백)씨 빙부상 28일 부산 한서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51)751-1860 ●정종구(서울 동작교육청 교육장)씨 부친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2)3410-6912 ●장미경(전남대 사회학과 교수)씨 별세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010-2266 ●박용구(KT)용만(대신정보통신)씨 부친상 최병섭(전 창원공업 이사)한진석(국립환경과학원 연구부장)씨 빙부상 28일 경희의료원, 발인 30일 오전 6시30분 (02)958-9549 ●이기춘(전 김포우리병원 기획실장)씨 별세 김성숙(김포한사랑약국 대표)씨 상부 영식(제너시스 BBQ 주임)씨 부친상 최혜선(서울 명일초 교사)씨 시부상 2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2)2227-7577 ●이종근(자영업)용근(서울시 중구청 총무과장)세근(자영업)성근(대신증권 기획실 팀장)씨 부친상 27일 순천의료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61)751-0538
  • “고용지원센터 상담원 전문화가 급선무”

    “고용지원센터 상담원 전문화가 급선무”

    노동부의 고객만족(CS·Customer Service) 업무 관련 자문위원회 역할을 할 ‘노동민원행정 옴부즈맨’ 송위섭 위원장(66·아주대 명예교수)은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부가 국민에게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고용지원센터 상담원들의 전문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일부 상담원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심리학·사회학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학비를 보조하는 방안을 제언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2005년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하는 등 지난 20년간 노동행정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고용지원센터가 실업자에게 실업 급여를 주고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알선하기에는 전문성과 규모, 시스템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 시스템 개선을 위해 현재 1800여명인 상담사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기초 상담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취약 계층의 경우 실업 급여나 직업 상담 등을 하기 위해 직접 고용지원센터를 찾게 하지 말고 전문가들이 이들을 찾는 ‘방문 상담’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노무사를 모집해 전문상담의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용지원 상담은 고용과 복지를 연계해 상담하는 ‘뉴질랜드식’이다. 송 위원장은 “노동부의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이라면서 “이들에게 일자리는 곧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판정 등 복지와 연관되어야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탑은 잘나가는데 넌 뭐냐?”…죽마고우, 독기품다 (인터뷰)

    “탑은 잘나가는데 넌 뭐냐?”…죽마고우, 독기품다 (인터뷰)

    빅뱅 탑(본명 최승현·22)의 죽마고우로 함께 랩퍼의 꿈을 키우던 단짝이 신인 가수로 데뷔했다. 184cm 훤칠한 키에 ‘웃는 상’이 매력적인 핸섬 보이 스피드모션(본명 고재천·22)이 그 주인공. ”빅뱅의 탑과는 중3때 만나 고등학교 시절 단짝으로 지내던 사이에요. 탑은 저에게 있어 랩의 매력을 알게 해준 소중한 친구죠.” ◆ 서원고의 Two Top, 최승현과 고재천 최근 온라인에는 고 1시절 이들이 용인시 서원고 수련회의 장기자랑 무대에서 듀엣으로 랩을 하던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고1때 한 반이 되면서 더 친해졌어요. 둘다 랩을 좋아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급식비를 아껴서 이태원으로 힙합 옷을 사러 다니기도 했죠. 그 사진은 졸업 앨범 뒷편에 ‘추억의 활동란’에 실린 거예요. 당시 반응이 뜨거웠죠. 우린 랩에 있어선 유명인사였어요.” 실제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을 스캔해 올린 김모 군은 고교 시절 가까이서 지켜본 최승현(탑)과 고재천(스피드모션)의 사이에 대해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 때 부터 매일 같이 붙어 다니면서 랩을 하곤 하더니… 지금은 친구로서 너네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바쁘고 힘들겠지만 친구란 사실 잊지 말고 일도 우정도 함께 지켜나가길 바란다.”며 “한 명은 빅뱅의 탑으로, 또 한명은 스피드모션으로… 대중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글귀를 남겼다. ◆ 고3, 다른 진로 결정 “빅뱅으로, 대학으로” 두 사람은 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니며 랩에 파묻혀 살았지만 대입을 앞둔 고 3시절 각기 다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승현이(탑)는 랩퍼를 택했고, 저는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을 가게 됐어요. 당시 승현이가 그러더군요. ‘재천이 네가 공부를 아주 특별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와 함께 가자’고. 그 후 탑은 빅뱅이 됐고, 저는 사회학과에 진학해 방황이 시작됐죠.” 대학교 1학년을 마친 스피드모션은 못다 이룬 꿈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한다. 다시 부모님을 설득, 휴학계를 낸 그는 본연의 꿈을 찾기 위해 뛰어들었다. ”과감한 결정은 이 때가 아니면 다시는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우선 케이블 방송의 리포터에 합격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놨죠. 그리고 수많은 가수들을 만나면서 꾸준히 오디션을 봤어요. 제 이름을 건 첫 앨범이 나온 지금, 믿기지가 않네요.” ◆ 탑 “넌 끼 있으니 잘될꺼야” 빅뱅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도 탑은 한 달에 한두번 이상 먼저 전화를 건넬 줄 아는 ‘진정한 친구’였다. ”승현이(탑)는 친구로서 정말 멋지죠. 핸드폰 번호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라며 꼭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줘요. 제가 ‘빅뱅님~’이라고 부르면 ‘하지마~’하면서 웃고요.” 가수 데뷔를 아푸고 있을 때도 가장 따뜻한 조언을 해 준이도 역시 탑이었다. ”얼마 전에 제가 데뷔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가 왔어요. ‘넌 끼 있는 녀석이니까 잘 될거야. 재천이 믿는다.’고 하더군요. 별 말 아닌데 가슴이 뜨거워졌죠.” ◆ “탑은 잘나가는데 넌 모냐”…독기 품었다 사실 데뷔를 앞두고 스피드모션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두 사람 사이를 잘 아는 주변 친구들의 ‘가시 돋친 말’들 이었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같이 랩하던 승현이(탑)은 빅뱅이 되서 저렇게 잘 나가고 있는데, 재천이 넌 모하냐고…. 부끄럽지 않냐고.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죠. 하지만 원망하지 않았어요. 사실이니까요.”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흘린 미소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탑에 비해서는 시작은 늦었지만 저도 조급하지 않아요. 리포터에서 부터 첫 타이틀 곡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발표하기 까지…. 저는 차근차근 한 발짝씩 제 꿈을 이루고 있거든요. 승현이(탑)에게 또 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더욱 떳떳하고 당당해지도록, 제 예명 ‘스피드모션’처럼 ‘만능엔터테이너’가 될 때까지 부지런히 움직일 거예요. 노력과 땀은 절대 성공을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지켜봐 주세요!”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흑인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 1989년 가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흑인갱단 ‘블랙 킹스’의 지역 일인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흑인’과 ‘빈곤’이라는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질문이라 대학원생은 진땀깨나 흘려야 했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엉뚱했다. “난 흑인이 아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단어를 수정했지만 대답은 또다시 의외였다. “난 깜둥이야.” 일인자의 논리는 이랬다. 흑인은 두 종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깜둥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교외에 살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 깜둥이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이어 일인자는 대학원생의 연구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넌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된거지?” # 사회학자 10년간 빈민촌서 체험연구 대학원생은 현재는 컬럼비아대 사회학교수인 수디르 벤카테시이고, 이 일인자는 벤카테시 교수가 시카고 공영주택단지 ‘로버트 테일러 홈스’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제이티다. 벤카테시는 이 시점부터 이후 10년간 이곳을 연구하며 경험한 것들을 ‘괴짜사회학’(김영선 옮김, 김영사 펴냄)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가 ‘괴짜 사회학자’로 불리게 된 과정이라고 할까. 당시 대학원 신입생이던 저자는 인종과 빈민에 관한 가장 뛰어난 학자로 평가받는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 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던 중 새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이렇다. 빈곤 지역으로 둘러싸인 데서 자라는 것과 가난하지만 근처에 부유한 지역이 있는 곳에서 성장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후자의 집단은 부유한 지역의 학교나 서비스, 고용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연구를 위한 설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저자는 다소 무모한 방식으로 기초조사를 시작한다. 일단 대학당국이 접근금지 지역으로 삼은 워싱턴파크에 들어가 흑인 노인들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노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사회학자가 도시 빈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어느새 ‘그들만의 질서’ 공감 연구를 위해 더 깊은 곳으로 찾아가 만나게 된 제이티에게 “얼간이 같은 질문이나 하면서 돌아다녀선 안 된다. 우리 같은 사람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충고를 들은 저자는 빈민가 흑인들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이티의 호의로 저자는 이 지역 사람들과 그들의 가정, 마약상과 코가인 중독자, 포주와 매춘부, 주민대표와 사회운동가, 경찰과 어울리며 이곳이 단순히 ‘주택단지’가 아니라 ‘공동체’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떻게 도시를 바라보고 소통하는지 확인한다. 제이티를 비롯한 블랙 킹스 일원들은 무법자이자 입법자이다. 이들은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등을 광범위하게 관리하며 마약거래, 강탈, 도박, 매춘 등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번다. 농구선수권대회, 소프트볼선수권대회, 카드놀이 등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스포츠와 축제를 연다.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지역 치안에도 적극적이다. 주민들도 위험에 놓이면 경찰이 아니라 갱단을 찾을 정도다. 복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갱단과 주민 대표, 경찰이 은밀한 역학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 빈민 살린다는 도시개발 허상 짚어 나름의 체계를 갖고 돌아가던 이곳의 위기는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이었다. 빈민가 흑인들이 다른 소득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 수 있도록 ‘빈곤의 섬’을 없애자고 진행된 도시재개발계획은 오히려 이곳의 흑인들을 이주시키고 그들의 집과 일터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공영주택단지 주민들은 이 지역에 시장 시세에 따른 분양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확답받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주택은 전체 가구의 10% 미만일 뿐이다. “더 나은 지역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면서 재개발을 남발하지만 결국 지역에 살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돌아와 안착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의 뉴타운 정책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며 정책수립을 돕는 사회학자들의 연구 역시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책은 ‘갱단이 지역에,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연구 주제가 바탕이 됐지만, 일반적인 사회학 저서처럼 연구방식이나 해법을 전하지 않는다. 머리에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갱단과의 첫 만남부터 지역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일들, 빈민가 흑인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긴 감정 등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지역 주민 대표 중 한 명인 베일리 부인과 나눈 ‘소크라테스식 대화’에서는 허점을 찔린 듯한 충격도 있다. 빈민가의 흑인을 연구할 때 연구대상을 백인사회로까지 넓혀야 하는 이유를 선문답으로 이어간 베일리 부인의 말은 이마를 탁 치게 한다. “우리를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대 명교수가 주민의 과외교사로

    서울대 명교수가 주민의 과외교사로

    폭우가 다시 몰아친 17일 저녁 7시쯤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305호실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저마다 서울대 교표가 찍힌 이수증을 손에 든 채 환담에 여념이 없었다. 이 자리는 ‘제1회 시민교양강좌’의 이수식. 서울대가 지난달 22일부터 지역주민과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교양강좌가 막을 내리는 날이다. 수강생들은 ‘생명체와 생명공학’을 강의한 우희종(수의학과) 교수를 최고 명강사로 선정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내로라하는 교수진 총출동 ‘아름다운 공동체건설을 위한 기본교양과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에는 임현진(사회학과), 최갑수(서양사학과), 장달중(정치학과) 등 문·사·철 분야의 내로라하는 교수진이 총출동해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 측은 “이번 강좌는 서울대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공헌책 중 하나”라며 엘리트 의식을 벗고 시민들 품으로 파고들어간 최초의 강좌라고 소개했다. 수강료는 교재 포함해 11만원. 대학들의 사회교육 강좌가 대개 비싼 수강료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문턱도 낮췄다. 강좌를 주관한 사회과학원 김세균 원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시간씩 4주간 열린 강행군이지만 수강생 232명 중 79%인 184명이 개근해 성황을 이뤘다.”고 자랑했다. 수강생은 주부, 50대 직장인,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맛보기 수준인 여타 사회교육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명교수진의 명강연이었다고 수강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수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주부 정선진(53)씨는 “현대정치, 외교관계 등 평소에 관심 있었던 시사 이슈에 대해 밀도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신림9동에 사는 정씨는 지척에 서울대가 있지만 늘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로 서울대가 이웃처럼 느껴졌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수업 형태도 교수들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수와 시민들이 ‘교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최고령자인 권경행(73·여)씨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며 좋아했다. ●교수·시민 교감… 2기 강좌 10월에 ‘자연생태환경보호와 경제활동’ 강의에 나선 이지순(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 규모가 500달러에서 200만달러로 도약했다.”는 강의가 식상하다는 수강생들의 제안에 즉석에서 강의 주제를 바꾸기도 했다. 시민들의 난상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진 적도 많았다. 수강생들은 “40, 50대가 재교육을 제대로 받을 만한 프로그램이 전무한 데다 먹고살기 바빠 그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것조차 사치였다.”면서 “강좌가 끝나도 심화학습반을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대 측은 수강생들의 호응이 높아 오는 10월 제2기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자식·고부 갈등 老끼리는 다 통해 뭐든 들어드려요”☞거짓없고 솔깃한 공약… 금배지들 ‘空約’ 꼬집다☞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스타벅스의 변신 “와인도 맥주도 팔아요” ☞“커피는 진하게” “주스는 연하게” ☞임금님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던 맛 ‘신안 민어회’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동북아연합은 한국, 중국, 일본이 전세계의 중심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특히 서구열강이 제국주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수백년간 변방으로 밀려났던 아시아 지역의 부활에 한국이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동북아연합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일본과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언젠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인정받는 중국에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같은 연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세 나라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할뿐더러 이 지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진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연합은 ‘아세안과 같은 경제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되어야 한다.’ 등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거론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북아 연합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문학계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했던 김지하(69·작가, 동국대 석좌교수)씨와 황석영(67·작가)씨다. 이들은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을 펼치며 정치·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연합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생명·평화를 기반으로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말하는 김씨와 남·북한과 몽골을 중심으로 한 ‘알타이 문화연합’을 주창하고 있는 황씨의 주장은 ‘연합’이라는 대전제에서는 닮았지만 방법은 판이하다. 김씨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문화’를, 황씨는 ‘민족성에 기반한 공감대’를 연합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주장이 학문의 영역으로 승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실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제 영역에서 평가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주장은 국내·외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고 바뀐다. 황씨는 “큰 틀에서 우리 민족의 문제를 풀어 보자는 희망적 시각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북아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난 세월동안 내가 펼쳐왔던 동북아 문화연대론은 희망이자 긍정적인 생각의 발로였다.”면서 “북한 문제를 대하는 오바마의 강경한 정책과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켜보면 당초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2000년대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고, 학술대회 등에서 주장해온 동북아 시대의 의미와 구상을 재구성해 봤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황석영씨의 주장 “친(親) 한국적인 국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황석영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북아 연대 전도사’다. 황씨가 주장해온 한반도와 유라시아 연합 구상은 최근 ‘알타이 문화 연합’과 ‘몽골+2코리아’로 구체화됐다. 특히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이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신아시아 외교’와 일치하면서 황씨는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황씨가 동북아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의 국제적인 인맥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많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몽골의 문화계 인사들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해 왔으며 미국이나 유럽 학자들과도 폭넓게 교류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씨에 대해 “한국 문단에서 노벨상에 근접한 유력 후보 중의 하나로 범세계적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세계적인 구상을 할 수 있는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씨의 알타이 연합 개념은 민족적인 동질성에 기반하고 있다. ‘몽골의 한 유력 학자가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수입하자고 제의할 정도로 민족성이 친밀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황씨의 주장이다. 이를 발판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6개국과 중국, 일본까지 포함하는 ‘정치적 컨소시엄’이 바로 ‘알타이 연합’이다. 황씨 역시 이 같은 일이 손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개념이 사전 정지 단계인 ‘알타이 문화 연합’이다. 문화예술인과 학자가 앞장서 알타이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구식 근대 문명의 대안도 찾아보는 작업을 거치면서 서서히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은 그가 참여한 ‘한·중 문학인대회’나 현재 계획 중인 ‘알타이 국제 학술·문화 행사’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씨는 참여하는 국제 모임마다 동북아 작가들끼리 거주지를 맞바꿔 생활하고 작품을 쓰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구상에는 동북아 연대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겨 있다. 남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몽골의 광대한 땅에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그는 “광활한 토지에 옥수수, 밀, 콩 등을 심으면 북한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남한은 이들 작물의 부산물에서 무공해 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몽골+2코리아’ 구상이다. 동몽골의 개발대상 농지는 400만㏊로 남한 경작지 120만㏊의 세배가 넘는다는 것이 그의 추산이다. 이에 대해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진보진영이 꿈꿔왔던 ‘느슨한 연방제’”라면서 “남북관계가 풀린다면 곧바로 동북 중앙아시아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황씨의 또 다른 구상인 ‘유라시아 평화열차’는 남북 철도 연결을 좀더 확대한 개념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서유럽, 동유럽을 거쳐 압록강과 서울을 잇는 유라시아 평화열차가 실제 연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김지하씨의 주장 황석영씨의 ‘알타이 연합’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데 반해 김지하씨의 ‘동북아 문화연대’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 개념 자체도 추상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듣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난해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이미 사멸한 것으로 간주돼 역사책 속에서나 다뤄지던 동학사상도 서슴없이 끌어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현안을 분석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최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김씨만큼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명과 연합에 대해 고민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질적이고 당면한 과제인 개념을 역사 속의 사상이나 세계적 흐름 속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김씨가 처음부터 동북아 문화연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1980년 7년간의 옥고를 마치고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그가 처음에 들고 나온 화두는 ‘생명’이었다. 10년 넘게 홀로 생명의 길을 모색하던 김씨는 유라시아 여행을 통해 고조선 시대의 ‘신시(神市)’ 정신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남아 있다는 데 주목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상징하는 상생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김씨의 구상을 본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세계생명문화포럼으로 이어져 전세계의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 사상가, 문화이론가들이 참여해 생명담론을 실천하기 위한 대안적 사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김씨의 구상이 학자들의 학설과 다른 점은 현실의 변화와 긴밀하게 교감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대응이 본격화되자 “동아시아 고대사의 르네상스가 세계적 문화 대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기존 세계를 지배해온 유럽의 생태학, 생물학의 한계를 넘어 우주적 생명학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새 문화로서 풍류(風流), 새 정치로서 화백(和白), 새 경제로서 신시(神市)를 재창조해 민주·자본주의 정치·경제와 이중적 교호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상고사(上古史)와 동학정신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상을 기저에 갖고 있는 한국민이 새로운 시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촛불시위는 김씨에게 한국사회에서도 풍류, 화백, 신시 등 세 가지 현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는 거대한 정치·경제·문화·사상적 대변동이 오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상·철학적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초창기의 순수한 촛불시위에서 보여줬던 집단 지성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 동북아 문화 르네상스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김씨의 주장이 동학의 예언론적 사고에 상당부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주장이 확산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모래시계형 사회는 불행한 사회 민생현안 좌·우파 정책적 연합을”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모래시계형 사회는 불행한 사회 민생현안 좌·우파 정책적 연합을”

    김호기(49)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감소는 일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면서 얻은 지위와 성취를 대변하는 말인데, 그 토대가 무너져 내리면서 자신의 경제·사회 생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개인과 사회 전반에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위·아래의 상류층과 빈곤층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산층 분포가 줄어드는, 잘록한 모래시계형 사회는 불행한 사회”라면서 민생 현안에 관한 한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가 함께 머리를 맞대 능동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립되는 세력간에 ‘정치적 휴전’을 선언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16일 김 교수를 만나 위기에 놓인 중산층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책 등을 들어봤다. →중산층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중산층 문제는 1970년대 이후 빠르게 진행된 세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결과가 각 부문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개인간 소득 격차의 심화를 비롯해 첨단산업과 굴뚝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강남과 강북 등 사회 전반이 양극단으로 갈라졌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 →‘양극화 해소’가 강조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중산층 육성’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양극화 심화나 중산층 위기나 담고 있는 내용은 유사하다. 그러나 각각의 담론이 갖고 있는 효과 측면에서는 서로 다르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즉 ‘두 개의 대한민국’으로 나누려는 양극화보다는 사회의 허리가 되는 중산층 육성과 복원에 방점을 두는 것이 좀 더 긍정적이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적합하다. →정부가 최근 중산층과 서민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중대한 정책 기조의 전환점에 서 있다. 2007년 선거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탈이념적 중도실용’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론이나 양도소득세 감면이 대표적이다. 많은 국민들이 중산층이 아니라 상류층을 위한 정책으로 인식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중산층 위기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중산·서민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들을 담아낼 것인가에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휴먼 뉴딜’을 내건 기본적인 방향은 맞다고 본다. 중산층은 일자리, 주거, 교육, 노후 등 4가지를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와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국가 재정을 과감하게 관련 사업에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방향은 그렇지 않다. 22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4대강 정비사업만 봐도 휴먼 뉴딜이라기보다는 토건사업이다. 잡 셰어링도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정규직을 나눠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것이 중요할 텐데. -아버지가 서민이었기 때문에 자녀들도 서민이 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계급 구조가 공고화하는 것이다. 사회이동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패자 부활전이 원활히 이뤄지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야 대립과 좌우 대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안 모색이 더 어려운 것 같다. -1980년대 6차례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아일랜드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기업-노조-정부간 신뢰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상대방에게 양보를 함으로써 내가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필요하다. 기업이나 노동자 모두 벼랑끝 한계 상황에 처해 있어야 하고 국가가 불편부당한 중재자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않고 있다. 당장은 민생 현안에 관해 여야간 정치적 휴전이나 좌파와 우파 간 정책적 연합 등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여당, 야당, 언론은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민적 시선, 국민적 눈높이, 국민적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돌볼 사람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지막 가족이요, 보호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김호기 연세대 교수 약력 ▲1960년 경기도 양주 출생 ▲1979~90년 연세대 사회학과, 동 대학원, 독일 빌레펠트대 박사 ▲1992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1995년 한국사회학회 총무 ▲1999년 미국 UCLA 사회학과 방문학자 ▲2002년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연설 준비위원, 정책기획위원 ▲저서 <한국의 현대성과 사회변동> <현대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전환의 정치, 전환의 한국사회> <기로에 선 중산층>(공저)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레인’

    성공한 페미니스트 작가 아가테는 정계 진출을 위해 고향 도시를 방문한다. 고향의 집을 지키는 여동생 플로랑스는 언니의 방문이 그리 반갑지 않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엄마가 언니만 사랑했던 까닭에, 그녀는 어린 시절의 앙금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산다. 아가테의 방문 소식을 접한 다큐멘터리 감독 미셸과 카림은 ‘성공한 여성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자 그녀에게 접근해 승낙을 얻어낸다. 이혼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셸은 유부녀인 플로랑스와 은밀히 사귀고 있고, 아가테 자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미무나의 아들인 카림은 버릇없고 약아빠진 자매를 달갑지 않게 대한다. 아녜스 자우이와 장 피에르 바크리 부부가 세 번째 작품 ‘레인’으로 한국 관객의 마음을 또 다시 적시려 한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얼기설기 꼬인 관계를 빌려 현대인의 도덕과 사회구조에 관한 세련된 풍자와 유머를 구사한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될 경우, 어떤 사람은 현실의 불만을 날씨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날씨에 달리 무슨 죄가 있겠나, 엉뚱한 대상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레인’은 상대방을 향한 불만족과 가슴 속에 묻어둔 답답함의 원인을 인물 간의 관계 짓기에서 찾는다. 문화적 취향과 활동을 한 개인이 속한 사회계급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자우이와 바크리의 영화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레인’의 한 장면은 현대사회를 지배계급, 중간계급, 피지배계급으로 나눠 분석한 부르디외의 계급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가테와 미셸, 카림은 영화를 찍다 비를 피해 농가를 찾는다. 정치인을 꿈꾸는 여자와 그녀에게서 뭔가를 뽑아내려는 두 작자와 농업의 몰락으로 힘겹게 사는 농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 형국을 부르디외가 본다면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취향과 문화로 구분지어진 세 계급은 각 계급의 세계관과 정치관을 그대로 드러낼 따름이다. 농부는 정부의 농정 실패를 놓고 분개하지만, 정작 정치인을 꿈꾸는 아가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배계급인 아가테에게 화를 입힌 두 감독 역시 마음을 졸이느라 농부의 목소리 앞에서 딴청을 피우기는 마찬가지다. 그대로 계속됐다간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이 영영 풀리지 못할 지경이다. 하지만 자우이와 바크리는 자신들의 도구인 영화를 사회적 투쟁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는다. 프랑스에서 ‘레인’과 같은 해에 개봉한 걸작 ‘모던 라이프’에도 유사한 농가의 장면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감독 레이몽 드파르동이 20여년의 세월을 바쳐 완성한 ‘농부의 기록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모던 라이프’에서 농부들은 대체로 가난하지만 계급 격차를 덜 느끼고, 신중하나 꾸밈없이 행동하며, 근면하면서 건강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레인’에서 그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은 미무나다. 권력의 중심에 위치한 아가테가 ‘배려’라는 단어를 어렵사리 기억해내곤 실천하기가 버거웠던 것과 반대로, 성적·인종적·계급적으로 가장 억압받는 존재인 미무나는 충실한 삶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 그것이 바로 ‘레인’이 제시하는 알맹이다. 원제 ‘Parlez-moi de la pluie’, 감독 아녜스 자우이, 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송지효, 필리핀 빈민촌 방문…학교신축 참여

    송지효, 필리핀 빈민촌 방문…학교신축 참여

    배우 송지효가 ‘필리핀의 천사’가 됐다. 송지효는 11일 방송되는 tvN 월드스페셜 ‘LOVE’ 10번째 주인공으로 필리핀 최대 빈민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송지효는 필리핀 마닐라 만(灣)에 위치한 필리핀 최대 빈민촌 바세코(Baseco)의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학교 신축공사에 힘을 보탰다. 송지효는 직접 고른 예쁜 색의 페인트를 교실에 칠해주며 칠판을 붙이고 컴퓨터와 책들을 빈 교실에 채워 넣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고. 이곳에 거주하는 약 3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에 비해 아동들을 위한 학교는 단 한 곳 뿐. 학교는 1일 3부제로 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100명씩 수업을 들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송지효는 이번 학교 신축에 참여해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한편 송지효와 함께 의료장비들을 대거 싣고 날아간 의료진은 그동안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바세코 마을 사람들을 위해 3일 동안 무료 치과 진료를 선물했다. 송지효는 간호사가 돼 약을 챙겨주며 환자들을 정성스레 보살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국내최초 자선다큐 tvN 월드스페셜 ‘LOVE’는 자선(Charity)과 기부(Donation)를 주제로 국내 최고스타의 해외 자선봉사 활동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사진제공 = tvN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곤카쓰 열풍/김종면 논설위원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곤카쓰(婚活)’ 바람이 거세다. 곤카쓰, 즉 혼활(결혼활동의 줄임말)이란 문자 그대로 결혼을 목표로 적극적인 준비활동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가 지난해 펴낸 저서 ‘곤카쓰지다이(婚活時代)’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곤카쓰를 다룬 TV드라마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취업활동을 의미하는 ‘슈카쓰(就活)’에 빗댄 이 신조어가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직장생활을 위해 혹은 경제사정상 결혼을 미루거나 피해오던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인가. 지금 일본에선 젊은이들이 경기침체 속에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결혼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한 극단엔 취미활동에 빠지거나 일에 지쳐 연애 DNA를 상실한 초식남(草食男)이나 건어물녀 같은 군상도 있다. 남녀 사랑에 별 관심없던 이런 부류의 인간조차 결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경제적 이유 때문만일까. 인간의 세계든 동물의 세계든 자신의 더 나은 반쪽을 찾기 위한 노력에는 처절한 데가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본능이다. 밀랍 날개가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아름다움의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성형중독 여성들은 우리를 얼마나 슬프게 하는가. 경제적 안정을 위해 결혼시장을 기웃거리는 곤카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독설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떠오른다. “결혼의 유일한 매력은 양측에 다 필요한 속임수의 인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자기 기만의 탐욕스러운 삶을 위한 결혼이라면 그것은 영혼을 도둑맞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혹자는 저출산이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오늘날 곤카쓰가 진정 하나의 추세라면 권할 만한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해타산의 남녀 결합이 출산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곤카쓰 열풍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웨딩 플래너나 커플 매니저 같은 직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곤카쓰가 한국에 상륙한다면 아무쪼록 선한 방편의 인간다운 삶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모닝 브리핑] 청와대 제2부속실장에 강현희씨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부인 김윤옥 여사의 수행과 의전 등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장에 강현희(48) 여성가족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임명했다. 강 2부속실장은 전북 출신으로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여성정책 수석전문위원과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지냈다.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김 여사를 보좌하기도 했다. 박명순 전 제2부속실장은 경인여대 교수로 복귀하기 위해 사직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친밀함을 구매하는 사회

    친밀함을 구매하는 사회

    ‘갑돌이는 갑순이와 1980년 재혼했다. 재혼 3년 후부터 심장병을 지병으로 앓던 갑돌이는 1988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 담당의사는 요양시설에 입소할 것을 권고한다. 이때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자신을 집에서 돌봐 주면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상당한 유산을 물려 주겠다고 말했다. 몇년 뒤 갑돌이가 사망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갑순이는 남편의 상당한 유산을 전 부인의 딸인 콩쥐가 물려받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갑순이는 법원에 남편 갑돌이가 한 약속을 강제 집행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요즘 노년의 재혼이 흔히 있는 상황에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일들이다. 원래 이 사례는 미국 법정에 올랐던 마이클 보렐리와 힐데가드 리 보렐리 부부, 전처의 딸 그레이스와 얽혀 있던 법정 소송이다. 사건개요를 명확하게 하려고 한국인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사례를 읽는 사람에 따라 몇 가지 단상이 떠오를 것이다. 갑돌이는 ‘갑순이의 사랑을 돈으로 산 것이냐? ’ ‘갑돌이의 사후에 유산분배를 법원에 요청한 갑순이는 아무래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 는 것들이 비교적 젊은 자녀세대 독자들의 생각일 터. ‘요양시설에 보낼 사람을 수년 간 헌신적으로 돌봤는데 고생한 부인 대신 딸이 거액의 유산을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좀 나이 지극한 부모세대 독자들의 생각일 수 있겠다. 미국 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해 버렸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나야지 돈으로 계산된다는 것은 불경하다는 뜻이다. 이 사례는 비비아나 A.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가 쓴 책 ‘친밀성의 거래’(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에 수록된 것이다. 젤라이저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친척, 긴밀한 사업자들의 인간 관계에 개입하는 경제적 행위에 대해 보험회사와 미국사회, 미국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대체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돈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경제적 행위는 불경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의 가사노동의 가치는 200만원’하는 식으로 분석한 여성학자들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한다. 여성학자들이 신성한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런 분노 뒤로 친밀함과 경제적 거래는 늘 뒤섞여 있고, 미묘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라는 대사가 나오는 신파극 ‘장한몽’의 한 장면처럼 이수일이 심순애를 얻기 위해 퍼붓는 선물공세는 사실 심순애의 친밀함(사랑)을 얻기 위한 것 아닌가.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약혼자에게 10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TV쇼에 나와서 여배우들이 엄지손톱만한 다이아반지를 자랑하는 상황에서 과연 사랑이나 우정 같은 숭고한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 말이다. 미국에서 결혼·약혼용 귀금속 시장 규모가 연간 9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랑은 돈(다이아몬드)으로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파혼이 이뤄졌을 때 사랑의 증거로 준 다이아몬드 반지는 안 돌려 줘도 될까? 그렇지 않다. 법원은 돌려 주라는 판단을 더 자주한다. 물론 법원으로까지 가지 않을 경우 미국사회의 관행은 약혼반지(다이아몬드 반지)는 안 돌려 줘도 된다. 또한 사회가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전환돼 대부분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친밀함도 구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앤절리나 졸리가 캄보디아 등에서 입양을 위해 달러를 지불하는 상황이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젊은 부부가 대리모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이를 얻는 것이나, 독신의 여인이 아이를 낳기 위해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것 등등이다. 이것은 여전히 국제적·사회적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어린 자식을 양육하기 위해 부모의 힘을 빌리고 부모들에게 적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비난할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용인하고 넘어갈 것인가. 최소한 남을 고용하는 만큼의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형편에 따라 그 비용보다 더 주거나, 덜 주거나 한다. 속마음을 더 들여다 보면 돈에 쪼들리는 젊은 부부들은 부모의 친밀함을 무료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저자 젤라이저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친밀함을 구매할 수 있는 사회에서 애써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친밀함을 구매함으로써 인간들이 행복하고 관계들이 더 소중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 왜 그 길을 거부하느냐는 것이다. 사랑·친밀함은 구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고집하게 되면, 사랑과 애정을 팔아서 서비스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삶의 질도 낮아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교사, 상담가, 건강관리조무사, 육아 노동자, 간병인 등등. 저자가 쓴 책에는 성(sex)을 판매하는 여인들도 노동자로서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반에 깔려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Purchase of Intimacy. 출판사측은 사회경제학 서적이라고 하나 좀더 엄밀하게 여성학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원서 자체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영어 단어를 그저 한글로 옮겨 놓은 듯해서 읽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 사례들로 삼각관계들이 많은데 문맥과 안맞게 번역된 것도 눈에 적지 않게 띈다. 재판 때 바로잡길 희망한다. 2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정책자문단 회동 어떤 대화 오갔나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대학교수들로 이뤄진 정책자문단과 조찬 회동을 갖고 이념·지역·계층에 따른 분열과 반목을 해소할 ‘근원적 처방’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분열 해소 ‘근원적 처방’ 의견 수렴 참석한 교수들은 이날 회동에서 ▲국민과의 소통 강화 ▲여당과 대화채널 상시 가동 ▲인재 풀 확대 ▲정치인 임용 확대 ▲도덕성 확보 ▲지역·이념에 구애받지 않은 탕평인사 ▲정무 기능 강화 등 각자의 의견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당초 조찬 간담회는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로 예정됐으나 이 대통령이 “이야기를 더 하자.”고 권해 예정시간보다 무려 50분을 초과했다. 이 대통령은 ‘근원적 해법’과 관련, “지역과 이념·계층 갈등을 뛰어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본적으로 좌·우로 자리매김을 하고 선입견을 갖고 해서 되겠느냐.”고 되물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대해 교수들이 “좌우를 넘어 폭넓게 사람을 쓰라.”고 건의하자 “인재를 폭넓게 쓰라는 데 공감한다.”며 “기본적으로 진정을 갖고 인사를 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충격요법으로 인사를 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해본들 뭐가 바뀌겠느냐. 또 그렇게 해서 바꿨다가 다음에 또 다른 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더 세게 해야 하는데 그런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교수들만 해도 논문 문제가 걸리는 등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며 “인사청문회도 변수가 됐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부 교수는 논문 문제로, 다른 인사는 부동산이나 병역 등의 문제로 발탁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로 들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인사 시기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떠밀려서 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MB “與 문제는 당이 알아서 풀어야” 당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나는 여당 문제에 대해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당 문제는 당이 알아서 풀었으면 좋겠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를 만나고 나오면 마치 청와대에서 무슨 지시를 받은 것처럼 보이고 해서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교수들이 중도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념을 자꾸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편만 나누고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전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역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훈 중앙대 정외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지금부터 새 각오로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뛰겠다.’며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월 초 구성된 자문단은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등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체로 중도우파 내지 중도개혁 성향의 학자들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회와 소통하는 아름다운 20대들

    사회와 소통하는 아름다운 20대들

    “더 이상 20대를 ‘88만원 세대’로만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2007년 청년 비정규직 실태를 그린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출간된 이후 20대에게는 고정불변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20대가 개인적이고 보수적인 성향 탓에 사회가 떠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하는 20대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청소용역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직접 현장활동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와 호흡을 함께하려는 20대가 늘고 있다. 20대의 변화를 직접 엿볼 수 있는 곳은 25일 시상식을 갖는 제1회 ‘영 코리안 어워드(Young Korean Awards)’다.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는 20~30대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청년연합(KYC)이 마련한 이 시상식에는 47명의 인물·단체가 추천돼 총 7팀이 상을 받았다. 이중 ‘아름다운 도전상’을 받은 연세대 학생모임 ‘살맛’의 활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살맛은 학내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2007년 초 4명의 재학생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이들은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월 32명의 조합원을 둔 비정규직 청소용역노조를 탄생시켰다. 2007년 11월 용역업체 관리자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청소를 아주머니들에게 맡기자 이에 항의한 아주머니를 인사조치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조가 만들어지게 됐다. ‘살맛’ 회원인 김세현(23·사회학과)씨는 “친구들이 취업이나 걱정하라고 말했지만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적 성공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7년 만들어진 ‘대학생 사람연대’의 활동도 눈길을 끈다. 전국 1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만든 이 모임은 단순한 자원봉사나 이념운동을 넘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립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 30일~7월5일엔 용산참사 현장에서 농활 형식의 ‘국민현장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회원 이태준(26·서강대 중문과)씨는 “경직된 학생운동이나 시혜적인 봉사활동을 뛰어넘어 사회의 아픈 부분에 다가가고 싶다.”면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대학생들도 사회적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영 코리안 어워드’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는 “좌·우 개념으로 보면 20대는 보수적이고 역사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상을 마련했는데 숨겨진 보물을 발굴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전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英연구팀 “공룡 몸무게, 생각보다 가볍다”

    英연구팀 “공룡 몸무게, 생각보다 가볍다”

    공룡, 생각보다 가볍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사나운 공룡들은 모두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지만, 실제 공룡들은 이보다 훨씬 작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의 동물사회학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몸집이 큰 공룡 중 하나인 아파토사우루스 루이재(Apatosaurus louisae)의 실제 크기는 알려진 것의 절반 정도로 밝혀졌다. 이전까지 아파토사우르스의 몸무게는 38t 가량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몸무게는 18t 정도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 중 가장 큰 공룡에 속하는 디플로도쿠스(Diplodocus)의 평균 몸무게도 6.1t이 아닌 4.4t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게리 패커드 박사는 “지난 25년간 고생물 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의 무게와 크기로 통계자료를 만든 뒤, 이것을 근거로 거대 공룡의 무게를 추측했다.”면서 “그러나 공룡들의 먹이 사슬과 실제 운동량 등의 정보로 재조사 한 결과 실제 공룡의 크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룡 뿐 아니라 현재는 멸종된 포유류 중 33종의 실제 몸무게는 현재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적게 나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런던동물학회지(Journal of Zo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express.co.uk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獨 사회학자 다렌도르프 사망

    獨 사회학자 다렌도르프 사망

    독일 출신의 세계적 사회학자 랄프 다렌도르프가 사망했다. 80세. 18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다렌도르프는 전날 밤 쾰른의 자택에서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으며 장례식은 런던에서 열린다. 1929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다렌도르프는 함부르크 대학을 졸업한 뒤 런던정경대에서 수학, 1974년부터는 런던정경대 학장을 역임했다. 현대사회의 계급과 갈등 문제를 치밀히 분석, 새로운 통합·갈등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55~65세 살기 더 힘들다

    55~65세 살기 더 힘들다

    55~65세 준고령족의 퇴직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양산되고, 노년층마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세태이긴 하지만 한때 사회에서 ‘잘나갔던’ 이들이 느끼는 고민은 또 다르다. 평생 한 직장에서 우물을 파 해박한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무기지만 이를 활용할 곳이 없다. 정년퇴직을 한 이후의 어정쩡한 나이여서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2모작을 시작한 동년배들만큼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자녀들의 결혼 등 뒤치다꺼리도 남아 있고, 그래서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을 돈 되는 곳에 투자하자니 왠지 불안하다. 그렇다고 활동을 접을 나이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걱정이다. ●대부분 단순 노무직 월급도 적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임병기(63)씨도 이런 케이스다. 임씨는 돋보기 안경을 이마에 걸친 채 이력서를 채우는 데 바빴다. 임씨는 20년 이상 베트남과 태국 등지에서 정보기술(IT) 분야의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다. 지난해 10월 영구 귀국한 임씨는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 박람회에 들렀는데 대부분 단순 노무직이어서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그나마 베트남어 실력을 살릴 수 있겠다.”며 서울시가 뽑는 ‘다문화 어린이집 보육·놀이교사’ 부문에 지원했다. 30여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지내다 지난해 퇴직한 이모(61)씨는 행사가 끝날 시간이 다 됐는데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씨는 “건물 경비나 택배 배달 같은 일은 많지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종이 없어 지원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은 “부장이나 임원을 마치고 퇴사한 분들의 경우 그동안의 경험 등을 살릴 수 있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예를 많이 본다.”면서 “고학력의 능력 있는 퇴직자들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학 등에서 퇴직한 준고령층들을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학력자 등 재활용 대책 긴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55~65세는 우리 사회의 산업화를 일군 세대”라면서 “온갖 어려움을 억척스럽게 이겨내며 사회생활을 해 왔다는 자부심 때문에 은퇴 뒤에도 전문성을 인정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민간시장에서 젊은이들과 경쟁하게 하기보다는 외국어에 능통한 퇴직자에게 국제공항 가이드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제3섹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는 “인적자원 문제를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 등이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반식 훈련’ 2주후 다이어트 효과 중국산 투시안경 사기 주의보 비뚤어진 자세, 질병 부른다 “김정운 16세때 사진 입수…가명 박운” 박지성 “2010년 나의 마지막 월드컵” 하반기 부동산시장 점검 5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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