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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27일 ‘세종시 수정’ 사과할 듯

    ●100분간 TV생방송으로 진행 세종시 수정 논란에 대해 그간 침묵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다. 오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TV프로그램에서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밤 10시부터 100분간 MBC 주관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세종시 수정문제, 4대강 살리기 사업, 민생현안, 경제상황 등 국정 현안이 폭넓게 논의된다.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세종시 수정 문제다. 이 대통령은 진솔한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충청권 표를 의식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하고, 한나라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찬성했던 부분에 대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족기능 확충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세종시 수정안이 결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공법을 택하는 셈이다. 발표 형식을 일방적인 대국민 담화 대신 소통을 위해 쌍방향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운찬 총리가 주도하는 세종시 수정작업에 최근 가속도가 붙는 것도 이 대통령이 입장을 서둘러 밝히는 이유 중 하나다.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친이-친박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도 조기매듭의 필요성을 높였다. ●여·야-여·여 갈등 조기매듭 노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세종시와 관련해 말씀하시는 첫번째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궁금증에 답하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는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며, 어떤 질문도 피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이 사과를 할 것이라든가, 유감표명을 할 것이라는 것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과의 대화는 먼저 이 대통령이 2분간 모두(冒頭) 발언을 한 뒤 일반 및 전문 패널(3명)과의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세종시와 관련한 약속에 대해 사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패널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연희 베인 앤드 컴퍼니(컨설팅회사) 대표로 정해졌다. 메인 MC는 MBC 권재홍 앵커로 결정됐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줄날줄] 루저/함혜리 논설위원

    사람들이 용모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신체적인 매력이야말로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는 훌륭한 설득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는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살결이 희면 열 허물 가린다.”는 말들이 있다. 같은 값이면 겉모양이 아름다운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에도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 순으로 했다. 외형적 아름다움이 영향을 주는 현상을 학자들은 ‘다홍치마 효과’라고 부른다. 인지상정이라고 하기에는 다홍치마 효과의 문제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외형이 우리의 지각과 인식 세계를 철저하게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의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특성이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데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잘생긴 사람은 능력도 뛰어나고, 정직하고, 마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못생기면 그 반대의 대접을 받는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후광효과(halo effect)’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논객 윌리엄 새파이어는 이 같은 외모지상주의(루키즘·lookism)를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요소로 지목했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으면서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풍조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모의 힘은 막강하다. 연애나 결혼 등 사생활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끝없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유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삶의 깊이와 지혜보다는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결국 키 작은 남자들을 하루아침에 패배자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출연자, 부적절한 발언을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 출연자의 사생활까지 들춰내 비난하는 누리꾼들…. 극에 달한 외모지상주의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왜 그녀들은 서로를 적대시할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많은 여성들이 발끈하고 “남성들이 만들어낸 말”로 치부하기도 한다. 동성의 구성원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같다. 여성끼리는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에 더 경쟁이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톡 까놓고 얘기해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 많지 않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과거에서 ‘전승’된 ‘고부갈등’도 있다. 여성의 적대감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필리스 체슬러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펴냄)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여성이 가지는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저자는 여성들 사이에서 악순환하는 적대감의 고리를 찾기 위해 인류학, 사회학, 진화론, 신화와 동화, 연극,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꺼내든다.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에서 남자 치안판사가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에게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라는 판결을 내리자 소설 속 여자들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느낀 이유나,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거친 매춘부들은 여주인공 판틴에게 야비하고 무자비하게 구는 점을 예로 들기도 한다. 책은 여성에게 “우정이나 인간관계가 끝났으니 서로를 더 경계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성이 서로를 이상화하지 않으면서 또한 서로를 악마로 만들지도 않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준다. 2만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플러스]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콩쿠르 첼리스트 강승민씨 특별상 첼리스트 강승민(22)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한 제9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이 콩쿠르는 1977년 시작돼 4~5년마다 열리는 권위 있는 첼로 콩쿠르이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1981년 4위를 차지한 조영창, 1994년 우승한 장한나가 있다. 특별상은 콩쿠르 참가자 중 최고 유망주에게 주는 상으로, 상금은 5000유로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영재 출신인 강승민은 2003년 워싱턴 요한슨 국제현악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재범 빠진 2PM 활동 재개 재범의 탈퇴로 6인조가 된 그룹 2PM이 1집 ‘1:59 PM’을 10일 온라인 공개했다. 13일 발매되는 1집에는 2008년 9월 데뷔한 이래 두 장의 싱글을 낸 2PM의 히트곡을 비롯해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신곡들이 함께 담겼다. 2PM은 12일 음악채널 엠넷 특집 ‘엠 슈퍼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19일 파주 국제출판포럼 개최 출판도시문화재단은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19~20일 제 4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를 개최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책의 진화와 디지털 출판의 미래’로 연사에는 미래학자인 제임스 데이터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 소장 겸 정치사회학과 교수와 미국 e북 출판의 선도자인 캐롤린 리디 사이먼앤슈스터 회장, 캐이트 엘섬 퀼즐랜드 작가센터 대표 등이 초청됐다.
  • [정책진단] 군대, 참 민감한데… 우수 외국인재 병역면제 귀화 논란

    [정책진단] 군대, 참 민감한데… 우수 외국인재 병역면제 귀화 논란

    ‘단일국적주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수인재, 해외입양인, 결혼이민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도록 정부가 국적법을 손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대책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고 ‘아킬레스건’인 병역의무는 훼손하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마쳐야만 한국국적 취득 및 회복이 가능하다. 다만 우수 외국인력을 대상으로 한 ‘특별귀화’가 실효성이나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적자동상실제도 보완 추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나 콜롬비아 국적을 자동 획득한 이중국적자다. 교육과정을 한국에서 마쳤고, 2003년 7월부터 2005년 7월까지 해병대를 만기 전역했다. 2008년 4월 벨라루시로 해외어학연수를 떠나면서 2007년 7월에 한국 국적이 없어졌음을 알았다. 국적회복을 신청했지만 현재는 외국인으로 살고 있다. 국적법을 몰랐던 내 잘못도 있지만, 국민에게 어떠한 통보도 하고 국적을 빼앗아가는 것은 가혹하다.”(한국국적 자동상실 및 회복 관련한 민원내용).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영주권자다. 연구원으로 미국 주립대에 왔다가 지금은 과학기술 연구소에서 일한다. 장래에 미국시민권도 취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능하면 한국 국적도 보유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미국 영주권을 받을 때 ‘우수(extra ordinary)’로 인정받았고 Who’s Who 등 세계 인명록에도 등재돼 있다.” (우수 외국인재 이중국적 허용 관련한 민원내용). ●해외입양·선천적 이중국적땐 병역의무 정부가 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국적 자동상실제도를 보완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추진해 관심이 높다. ‘단일국적주의’에서 ‘복수국적주의’로 전환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우수인력 외국인과 해외입양인에 대해 이중국적(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적법 개정안을 6월10일 입법예고했지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결혼이민자와 선천적 이중국적자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해 개정안을 수정해이달 중순쯤 다시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중국적 허용 대상자는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우수인재 외국인 ▲결혼이민자 ▲해외입양인 ▲선천적 이중국적자 등이다. 이 가운데 논란이 많은 대상자는 특별귀화가 가능한 우수인재 외국인이다. 법무부는 특별귀화로 인정받으면 국내 의무거주조건(5년)과 귀화시험을 면제할 방침이다. 병역의 의무도 없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외국 국적 행사 포기각서’만 내면 된다. 해외입양인이나 선천적 이중국적자의 경우 병역을 마쳐야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대학 교수는 8월25일 열린 국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문제는 우수한 외국인재를 어떤 기준에 의해서 판단할 것인지 여부이고,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워낙 가변적이고 민감한 문제라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이날 “지나치게 경제적 도구주의에 편향되었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법무부, 국적선택 독촉 통지 방침 국적 자동상실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행법은 만20세 이전에 이중국적을 보유한 한국인은 만22세 전까지, 만20세 이후 이중국적 보유자는 그 때로부터 2년 안에 한국과 외국 국적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별한 통보절차 없이 한국 국적을 상실해 병역을 마치고도 외국인으로 사는 경우가 생긴다. 법무부는 ‘국적 선택 최고(催告·독촉하는 통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이중국적자에게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려주고 당사자가 1년 안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정부가 이중국적자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가족관계를 등록하면서 이중국적자라고 밝히지 않으면 정부가 확인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일본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무상 최고를 통지한 적이 없다. 이중국적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 미래기획위원회는 그래서, 미국처럼 국적을 포기한다고 신고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유지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병역 의무를 마치거나 면제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결혼이민자도 이중국적 허용해야” 한편 이혜경 한국이민학회장(배재대 사회학과 교수)은 공청회에서 이중국적 허용 대상에 결혼이민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이혼 등 다문화 가정이 해체될 때 부작용이 줄어들며 ▲해외 경제활동이나 투자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중국적 허용으로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양국의 가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CEO 칼럼] 건축은 인문학이다/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CEO 칼럼] 건축은 인문학이다/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얼마 전 업무 협의차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나흘 동안 영국과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를 순방하는 짧은 일정이라 숨 돌릴 겨를조차 없었지만 유럽의 거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어디를 가나 지은 지 몇백 년씩 된 고색창연한 빌딩이 즐비하고 아름드리나무들이 시가지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 오래전 마찻길을 그대로 차도로 사용하고 있는 런던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도시 기본틀을 유지한 채 전차와 자동차가 동시에 지나다니는 밀라노, 정교한 나폴레옹의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파리. 품격 있는 예술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이 도시들은 좁은 도로와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방문객들을 행복하게 맞아준다. 세련미 넘치는 초고층의 현대식 마천루들이 즐비한 두바이나 상하이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바쁜 일정을 쪼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을 찾았다. 하늘을 향해 뻗은 135개의 첨탑과 2245개의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된 성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장장 450년에 걸쳐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 유리장식가, 공예가 등 셀 수 없이 많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혼신의 예술혼과 열정을 쏟아 만든 이 웅장한 대리석 건축물 앞에서 말할 수 없는 경외감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보면서 건설은 공학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모든 건축물은 공학의 토대 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철학과 예술, 역사, 종교, 사회, 심리, 문학 등 인문학적 가치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쉽게 생명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 근한 예로 집 한 채를 짓는다고 해도 튼튼하게 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집이 들어설 공간 및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고 주거의 편리함과 조형성, 미관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인문학적 감성이 만들어 내는 창조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외관 자체가 하나의 종합예술품이나 다름없는 유럽의 건축물들이 보는 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도 튼튼한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지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건설산업도 기술력의 시대다. 시시각각으로 발전하는 첨단 공법의 흐름에 둔감하고, 남보다 빠르게 전문분야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력과 테크닉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착각이다. 첨단기술에 힘입어 아무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건물을 지어 올린다 해도 그 안에 ‘사람’이 없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소프트파워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 구축에만 올인한다면 당장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은 ‘이야기가 있는 인간 중심의 아키텍처’가 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앞으로 건설회사의 상품개발실에는 건축공학과 출신만이 아니라 종교학이나 사회학, 철학, 특히 미술대 조각 전공자들도 뽑아 적극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짓는 건축물 중에서도 인문학적 가치와 품격이 가득한 예술작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 [시론] 전임 처우·복수노조 문제 순차적으로 풀자/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전임 처우·복수노조 문제 순차적으로 풀자/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 가장 바삐 지낸 사람은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아닐까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장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천명한 후 민주노총 방문,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순방에 이어 얼마전 노동청 기관장 회의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임 장관은 합리성과 친화성을 겸비한 실세 각료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대화 파트너인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나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도 대화와 설득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경제위기 극복이 최대 현안인 지금은 파업투쟁으로 국력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높다. 그럼에도 정부와 노동계는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한 치 양보 없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대치 사태는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및 대체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시도하던 10여년 전 상황과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노동계와 재계가 대치하던 노사(使)갈등이었다면 지금은 그 주체가 정부와 노동계로 바뀐 노정(政)갈등이라는 점, 또 고용양식 대신 복수노조 및 전임근로자 처우 문제로 이슈가 이동했다는 점뿐이다. 되풀이되는 게 역사라지만, 불필요한 사건의 반복은 사회발전에 이로울 게 없다. 지난 10여년간 세상이 변했고, 노동세계 또한 크게 변모했다. 그러나 노동 현실에 대한 정부나 노동계의 인식이나 대응방식에 별 진전이 없다는 점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파편화돼 가는 노동자 집단을 통제 대상이 아닌 혁신의 동반자로 간주하는 노동정책의 일대 변혁을 요구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굳이 노동세력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가 목표가 아니라면, 노조 난립으로 인한 혼돈 시나리오에 대비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우려를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반면 현행 노동법의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노조전임자 처우 문제는 복수노조 문제에 비해 해법이 명료하다고 본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호는 지난날 노동운동가들이 사용자 측을 향해 즐겨 외치던 구호였다. 그것이 이제 부메랑이 돼 노동귀족에 대한 족쇄로 환생할 참이다. 즉, 놀고먹는 자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증가일로에 있으며,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 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처우 문제는 동일 패키지로 묶어 일괄처리하기보다 후자부터 순차적으로 선결하는 것이 보다 슬기로운 자세가 아닐까 한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오스가 묶어놓은 복잡한 매듭을 단칼에 잘라 아시아 제패의 결기를 다진 알렉산더 대왕의 에피소드가 많은 지도자들에게 결단의 빌미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도양단으로 척결하기 힘든 현대사회의 난제는 크레타 섬의 미로를 빠져나오게 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풀이와 같은 끈질긴 해결 방안이 정도(正道)라고 본다. 막무가내의 북한정권에 대해선 일괄타결식 그랜드 바겐이 유력한 대안일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문화의 선진화라는 추상적 명분이나 관련 법조항의 장기적 유예라는 형식 논리를 앞세운 노동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은 정책과잉의 전형으로 전락할 소지가 높다. 국민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노동계와 정부의 여유로운 자세를 촉구한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구조주의 대가 레비 스트로스 타계

    서구인의 눈에 비친 브라질 원주민은 그저 야만인이었고 길들여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픈 열대’ 이후 그들은 비로소 인격체로 인식됐다. ‘슬픈 열대’로 서구인의 사상체계를 흔들었던 세계적 석학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100세. 고인에 이어 콜레주 드 프랑스 인류학 연구소장에 부임한 필리프 데콜라는 “2년 전 대퇴골이 부서진 뒤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노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장례식은 리녜롤의 코트도르에서 이미 치렀다.”고 말했다. ●대퇴골 골절이후 만성피로 시달려 세계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긴 고인의 별세 소식은 오는 28일 101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어서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특히 프랑스는 충격에 빠진 듯 추모사가 잇따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브라질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애도했다. 프레데릭 미테랑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그는 예술가였고 과학자였고 지식인이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190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1927~32년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장 폴 사르트르 등과 지적인 만남을 이어 갔다. 그러다 1934년 브라질 상파울루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문적 전환기를 맞았다. 브라질 원주민의 생활상을 현장조사한 뒤 본격적으로 인류학에 뛰어든 그는 뉴욕 시의 사회연구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의 저작을 접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구조주의를 인류학에 적용, 문화체계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핵심 요소들 사이의 형식적 관계들로 환원시키는 방법론을 제창했다. 이를 바탕으로 1949년 최초의 저서 ‘친족의 기본구조’를 출간하면서 구조주의 인류학의 탄생을 알렸다. ●사르코지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 특히 1955년에 대표작 ‘슬픈 열대’로 세계 지성사에 널리 알려졌다. ‘슬픈 열대’는 브라질 오지탐험을 토대로 문화와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저작으로 원주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서구인들의 선입관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1년 방한한 바 있는 그는 이후 왕성한 학문 활동을 하면서 ‘구조인류학’ ‘야만적 사고’ ‘토테미즘’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날것과 요리된 것’ 등 4권으로 집대성한 대작 ‘신화’를 출간하면서 인류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까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최고령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사찰경영, 신도를 감동·동참시켜라”

    종교의 목적은 탈속적이지만 교단의 운영에는 역시 돈이 필요하다. 교회는 물론 최근에는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 등으로 든든한 수입원을 잃은 사찰들까지, 현대적 경영을 내세우며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영이 장기적으로 옳을까.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김응철 교수는 종교조직 수익사업의 미래에 대해 ‘물음표’를 찍는다. 김 교수는 5~6일 충남 아산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되는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 전국분원장 회 및 학술회의에 앞서 “종교조직의 재정은 신도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참여와 활동의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미리 나눠준 ‘사찰재정의 관리방안’이라는 논문에서 김 교수는 “최근 대부분 종교단체들이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고 일부는 기업을 설립해 그 이윤을 종교조직으로 환원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통일그룹을 통해 건설·스포츠·레저·식품 등 사업을 벌이고 있는 통일교와 제약·식품·농원·부동산 임대 사업을 꾸려가는 원불교를 예로 들었다.여기에 그는 “이윤추구라는 기업 운영 원리와 보시행을 바탕한 종교조직의 운영원리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이런 경영은 장기적으로 평판의 저하 등 부작용을 유발하여 재화는 있지만 신도가 없는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김 교수는 신도 활동에 기반한 모범적인 재정경영 사례로 대만 자제공덕회, 불광산사, 일본 조동종을 든다. 그러고는 “사찰재정 관리는 결국 신도들이 감동하고 동참하는 방안을 찾는 데서 모아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법포교활동을 전개해야 사찰재정이 확대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을 정리한다.한편 이번 학술회의에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조기룡 교수는 ‘사찰경영의 성공적 사례와 사회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한다. 또 고명석 조계종 포교원 선임연구원은 ‘신도교육과 신도조직관리의 효율적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농경제학자 돼서 잠비아 미래 건설”

    “앞으로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 잠비아의 미래를 건설하겠습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의 지리산고등학교 3학년생인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켄트 카마숨바(20)군은 1일 ‘2010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경남의 시골학교로 유학 온 아프리카 학생이 단번에 서울대 합격증을 받아낸 것이다. 지난달 30일 합격 소식을 접한 카마숨바군은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등 형편이 어려웠다.”며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농경제학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마숨바군은 지난 2월 잠비아에서 고교를 마친 뒤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두 달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3학년에 편입한 카마숨바는 6개월여의 노력 끝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의 외국인 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 학교의 변경환 교사는 “카마숨바는 학업 열의가 남달리 대단했다.”며 “6개월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했다. 산청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이상보단 현실”… 대학생의 변신

    “이상보단 현실”… 대학생의 변신

    지난 10년간 대학 신입생들의 의식이 이상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추세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가 1일 발표한 ‘2000~2009년 신입생 의식 설문조사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직업선택과 이성교제, 학업 등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에서 이상보다 현실을 좇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직업관’에서 드러났다. 일자리 선택시 최우선 고려항목으로 ‘적성’을 꼽은 비율은 2000년 60.5%였지만 올해는 46%로 감소했다. ‘장래 발전가능성(비전)’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24.3%에서 15%로 줄었다. 반면 ‘급여’를 택한 비율은 같은 기간 9.5%에서 15%로 크게 늘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업 등 현실적 고려 때문에 대학에 진학했거나 전공을 선택했다는 신입생도 크게 늘었다. 대학 진학 동기를 묻는 질문에 ‘사회·경제적 지위 획득’을 꼽은 응답자가 2000년에는 2.8%였지만 올해는 20.6%(복수응답)로 늘었다. 대학 선택 기준에서도 ‘사회적 평판’과 ‘취업 전망’을 가장 중요한 선택 이유로 든 학생들이 9년 전에는 3.2%와 9.3%였지만 올해는 복수응답자 중 16.9%, 14.7%가 이 항목을 꼽았다. 이성교제 상대를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반영됐다. 올해 신입생 중 40.8%의 학생들이 ‘성격’을 꼽아 답변 빈도로는 가장 높았지만 2000년 조사의 65.1%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반면 ‘외모’라고 응답한 비율은 2000년 6.3%에서 올해 18.6%로 3배 정도 늘었고 ‘느낌’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비율도 19.8%에서 26.2%로 높아졌다. 이성교제 상대의 ‘경제능력’을 가장 중시한다는 응답도 2000년 1.0%에서 올해는 2.6%로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 대학 학생상담센터장인 이지현(상담심리학) 교수는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08년 이후 세계적 불황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자 학생들도 생존을 위해 의식변화를 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류영수 학생복지처장도 “최근 대학들이 경영대 정원을 늘리는 등 실용적 선택을 하는 것도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한상진(사회학) 교수는 “대학생들이 탈물질적 가치추구를 지향하던 1990년대 이전과 달리 2000년대 이후 물질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2000년 이후 경제상황의 악화가 가정 구성원의 실업이나 본인의 취업난 등으로 체감되다 보니 대학생들의 가치도 급속도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낭만적인 사랑의 원형 찾아가기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용감한 왕자들은 공주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위해 불을 뿜어대는 무서운 용을 물리치려고 애쓴다. 이 동화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듭 읽은 어린 소녀들은 어떤 난관도 돌파하고 자신에게 돌진해올 낭만적인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며 성장한다. 왕자의 열정에 자신마저도 활활 타오를 각오와 준비를 하는 그런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서양에서도 17세기 후반에 창조돼 확산된 사회적 체계라는 점을 아시는지. ●봉건제 붕괴로 미모·순결 등 가치 강조 ‘열정으로서의 사랑’(정성훈 외 2인 옮김, 새물결 펴냄)은 21세기 현대인들이 품고 있는 남녀 간의 환상적인 사랑의 원형을 찾아 17~18세기로 여행을 떠난 니클라스 루만 독일 빌레펠트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대단히 난해하고 복잡한 사랑에 관한 탐구이다. 사회학자답게 루만 교수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자 소통도구, 사회적 체계라고 주장한다. 현대인이 사랑이라고 알고 있는 사랑의 의미와 형식은, 17세기부터 ‘사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소설 등 문학을 통해 소개된 방식을 개개인들이 서로 익히고 비공식적으로 사회가 용인해 왔다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비밀스런 감정이라고 알아온 사람들로선 매우 어이없는 주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서술한 난해한 체계를 견디고 참으며 한장 한장 책을 정복해 나가다보면 ‘유레카’가 느껴질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봉건제가 붕괴되고 계층분화가 일어나는 등 사회가 복잡해지자, 혼인 체계도 바뀌어야 했다. 봉건제에서야 귀족 아버지가 딸과 아들의 결혼상대를 결정하고, 자신이 소속된 신분계층 사이에서만 결혼이 허락됐다. 중세의 결혼이란 사회적 연대이자 체제유지적 성격을 띤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더이상 봉건주의적 결혼을 고집할 수 없게 됐다. 그리하여 문학은 사랑으로서 사랑을 찾고, 사랑받는 자의 미덕을 강조하며 사랑하는 법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한다. 사랑받는 자의 미덕이란 부와 젊음, 미모와 순결 등 희소한 가치다. 16세기 말에 나온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하면 되겠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고, 치유되지 않는 열병과 같은 열정에 시달려야 하며, 난관을 극복해 어렵게 얻어야 가치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형성되고,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그러나 자원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부와 젊음, 미모와 순결, 권력을 가진 신사와 숙녀가 드물었다. 문학은 18세기에 다시 한번 사랑의 모습을 탈바꿈시킨다. 사랑받거나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미덕을 사소한 것으로 전환하고, 가치중립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1774년 발표된 괴테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편지에서 로테는 ‘춤추지 않고 흑빵을 잘랐다.’고 썼다. 로테가 아름답거나 돈이 많고 젊다고 쓴 것이 아니라 흑빵을 잘랐는데 이것이 베르테르의 민감한 영혼을 충족시켰다고 쓴 것이다. 이런 경험은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했던 연인의 아주 사소한 행동이나 버릇을 눈여겨보면서 온 가슴이 찌르르하는 전율을 느꼈던 아주 특별한 경험들 말이다. 18세기 말에 접어들면 연애결혼과 부부 간의 사랑이 통일되는 원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18세기 후반부터 프랑스 소설을 중심으로 섹슈얼리티와 사랑이 일체를 이루면서 사회적으로 혼전 관계를 허용하는 단초가 마련된다. ●18세기 후반부터 섹슈얼리티 부각 저자는 이런 사랑의 코드가 사회적으로 재생산돼 현대에 이르는데 이것은 17세기 이후 활성화된 서적 인쇄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17~18세기에는 유혹의 기술에 속하는 상투어나 제스처에 관한 책들도 현대의 처세술책만큼이나 많이 출판되고 인쇄된 모양이다. 자유연애라고 말해야 할 사랑은 17세기 사회제도로서의 결혼과 맞서기 위해 탄생해, 21세기 청춘남녀들에게도 열정에 몸을 맡기라고 권해 왔다. 아니 사회가 복잡해져 점차 비인격적으로 진화해 감에 따라 더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권하는 사회로 변해, 사랑타령이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982년에 출간된 루만 교수의 책은 앤서니 기든슨의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과 크리스티안 슐트의 ‘낭만적이고 전략적인 사라의 코드’ 등 현대인의 사랑과 관련한 서적에 주요하게 인용되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연예전략서가 아니므로, 쉽게 읽기 시작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 3명이나 참여했는데도 번역은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2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왜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질까

    추돌사고는 정말 비가 오고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많이 발생할까. 왜 뉴욕에는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 왜 10분짜리 사고 때문에 100분간 정체가 지속되는 것일까. 교통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심리·과학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는 ‘바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파헤쳐 ‘트래픽’(김영사 펴냄)을 완성했다. 교통체계와 운전습관에 대해 놀랄 만큼 방대한 상황을 관찰하고 전 세계에 있는 교통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것을 분석하고 재해석했다. 저자가 ‘교통과 운전’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슈로 광범위한 심리 이론과 신드롬을 불러 모은?책을 집필한 동기는?의외로 단순하다. 왜 내가 선택한 차선의 옆 차선은 늘 뻥뻥 뚫릴까라는, 너무도 인간적인 궁금증이었다. 교통 환경과 운전자의 습관, 교통 정책에 대해 깊이 있게 관찰하겠다는 의도로 집필한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인지심리 교양분야의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아마존닷컴에서 이 달의 책으로 선정되어 대중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책을 관통하는 중심 학문은 ‘심리학’이다. 특히 저자는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현상 이면에 깔린 ‘인간의 비현실적인 면’에 주목한다. 면허증만 있다고 운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운전은 1500개 이상의 ‘작은 기술’을 요하는 고도의 지식 집약적 활동이다. 그런데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받거나, 전날 본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대사를 떠올리고, 심지어 졸기까지 한다. 이것이 매우 과학적인 운전을 매일 반복하면서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린 탓에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합리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걸어다닐 때와 운전할 때의 행동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평소에는 신사적이고 점잖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쉽게 화를 내고 난폭해지는 경험. 저자는 이런 변신을 일종의 영역 싸움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운전대를 잡으면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눈을 흘기게 되는 것은 인지 왜곡에서 비롯된 ‘편파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앞서 던진 ‘왜 10분짜리 사고 때문에 100분간 정체가 지속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바로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된다. 보통 사고를 구경하는데 ‘10초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고를 구경하면서 10분짜리 사고가 100분짜리 정체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책은 자동차 운전자, 교통정책 연구원, 자동차 회사 임직원, 보험사 임직원, 사회학자 등에게 물론 유용하나, 보행자도 운전 행태를 잘 알아야 사고를 피할 수 있으니, 결국 ‘트래픽’과 함께 하는 지식여행은 모든 이들에게 상당한 흥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 [10·26 30주년] 산업화·독재의 功過 넘어 ‘박정희 리더십’ 재평가

    [10·26 30주년] 산업화·독재의 功過 넘어 ‘박정희 리더십’ 재평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시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내로라는 학자들조차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섣불리 재단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지금껏 평가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으며, 이제는 본격적인 평가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또한 30년 세월은, 연구와 관심의 영역도 확장시켜왔음을 보여줬다. 그 대상은 과거처럼 성장이나 독재, 민주주의라는 ‘주제어’에만 얽매이지 않고, 통치이념이나 국민 정신, 교육에서부터 구체적 정책으로까지 광범위해졌다. ‘산업화냐 민주화냐.’라는 이분법적인 평가에도 새로운 시각이 더해졌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25일 “박 전 대통령은 자연사가 아니라 특수한 형식으로 운명했기 때문에 여러 감상에 젖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단순히 부국강병과 경제 성장으로 만족하는 시대가 아니고, 민주주의나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추구가 강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은 지금도 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수는 “지금은 부정적 유산을 철저히 연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양면성이 있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 건설의 물질적 토대를 박정희 정부 시기에 만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시기를 지나면서 경제적 도약을 할 수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과거를 좀 더 여유있는 눈으로 보고 싶은 욕구도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의 방법으로 “1973년부터 시작했던 종합정책, 근대화 과정에 미친 영향을 촘촘히 다시 연구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동노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보면 상당히 평등지향적인 것들이 있다. 흔히 박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에만 관심을 쏟은 지도자라고 평가되지만, 당시 정책 가운데 국가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이 꽤 있었다.”는 평을 내놓았다. “예컨대 의료보험 정책에서 시장지향적이 아닌 국가주도적 체제를 도입했으며, 교육분야에서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한 것은 대표적인 국가사회주의적인 시도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시도했다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컸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김한종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정신교육과 전통정신을 내세우며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를 미화한 측면도 있다.”면서 “국민 정신에 관한 부분을 통해 국가적 교육을 어떻게 이끌려고 했는지 등을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는 “한국인의 국민성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벌였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캠페인에서 나온 산물이며, 이 정신의 유산이 여러 단점이나 모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입장에서 약점보다는 강점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당시 근대화 과정에서 개발독재가 불가피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때문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생긴 측면도 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심인데도, 결과 위주의 정치·사회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경희대 정외과 윤성이 교수는 산업화를 박 전 대통령의 ‘공’으로, 민주화 지체를 ‘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각각 ‘공’과 ‘과’가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산업화를 이루며 경제성장을 한 것은 ‘공’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인권 탄압, 정경유착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과 절차가 무시된 것도 지금까지 계속 영향을 주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독재정권을 이끈 것은 ‘과’가 되지만, ‘경제성장 없이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정치학적 시각에서 보면 중산층을 만들어낸 것을 비롯해 ‘공’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박정희 독재’가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며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는 도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당시의 리더십은 “‘잘 살기 위해 부정부패 안 하고 열심히 할테니, 국민도 잘 따라오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전반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유착도 있었지만, 국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에서 동의를 얻었던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함재봉 박사는 “‘성공적인 근대 국민 형성’이라는 최종 결과는 바람직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이 없었던 시대였다.”면서 “그 국민 형성 작업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이었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책꽂이]

    ●감정과 사회학(잭 바바렛 엮음, 박형신 옮김, 이학사 펴냄)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사회학 연구의 범주로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인간 생활의 산물인 사회와 제도가 감정을 벗어나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 감정을 사회·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으로 옮겨 제도적으로 돌아봤다. 1만 8000원. ●정서란 무엇인가(제롬 케이건 지음, 노승영 옮김, 아카넷 펴냄) 왜 인간은 같은 경험에도 다르게 반응할까, 정서와 언어와 인종과 민족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심리학 권위자인 저자는 정서에 대한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정서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무지를 일깨운다. 2만 4000원. ●기대감소의 시대(폴 크루그먼 지음, 윤태경 옮김, 황금사자 펴냄)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1990년대 저서의 세 번째 개정판. 경제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따라 국민이 정부에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지 않는 ‘기대 감소’와 경제의 연관성을 밝혔다. 1만 4000원. ●경제성장의 미래(벤저민 M 프리드먼 지음, 안진환 옮김, 현대경제연구원북스 펴냄) 경제학자 벤저민 프리드먼의 최신작.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 민주주의와 관계를 탐구한다. 중요성은 알지만 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는 “왜 경제성장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던진다. 3만 8000원.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떼오로드 폴 김 지음, 시대의창 펴냄) 서울의 600년 역사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과 주거공간에 대한 확실한 개념 없이 경제원리와 부동산 수요 공급에 의한 것이라고 똑떨어지게 지적.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 인격체로 보면서 생성·소멸돼 가는 과정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제시한다. 1만 9800원.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창비 펴냄) 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이 다산 정약용의 편지를 편역한 네 번째 개정증보판. 초간본은 1979년 발행. 아우 약횡, 기어자홍 스님, 젊은이 변지의에게 보내는 편지, 시집가는 외동딸에게 아내의 비단 치마 속옷에 그려보내준 ‘매조도’ 등이 함께 실렸다. 1만 2000원.
  • 근로생산성 泰노동자 최고 고용선호 베트남 출신 1위

    근로생산성 泰노동자 최고 고용선호 베트남 출신 1위

    우리나라 기업주들은 국내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 태국인들의 근로 생산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채용을 늘릴 대상으로는 베트남 근로자가 1순위로 꼽혔다. 업무 성실성과 동료 관계 등 여러 항목에서 국적별 장단점이 교차해 업종 특성에 맞는 해외 근로자 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노동부가 고용 허가제 5주년을 맞아 처음 실시한 사용주 선호도 실태조사 결과다. 2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조사결과 분석보고서 ‘고용허가제 송출 국가별 사용자 선호도 차이발생 사유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주들은 우리나라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14개 국가 중 베트남을 가장 선호했다. ●고선호국 베트남·比·泰·印尼 順 조사에 응한 912명의 사업주 가운데 21.4%가 앞으로 베트남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뒤는 필리핀(15.8%), 태국(13.1%), 인도네시아(11.6%) 등이 이었다. 중국(7.5%), 몽골(6.8%), 스리랑카(5.7%), 우즈베키스탄(4.9%), 네팔(3.9%), 캄보디아(3.6%) 6개국은 선호도가 중간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2.2%), 파키스탄(1.7%), 미얀마(1.4%), 키르기스스탄(0.4%)은 선호도가 낮았다. 노동 생산성만 놓고 보면 태국 근로자가 가장 후한 점수를 얻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태국 근로자는 87.4점을 차지했다. 필리핀(84점), 베트남(83.7점) 등이 뒤를 이었고 방글라데시(73.2점), 네팔(75.9점)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성실성-泰·업무수행력-比 ‘우수’ 업무 성실성은 태국(69.2점), 필리핀(66.2점) 근로자가 높았고 키르기스스탄(51.9점), 파키스탄(52.9점)은 낮았다. 업무수행 속도도 필리핀(60.3점)과 태국(58.5점) 근로자가 빨랐고, 네팔(43.9점)과 방글라데시(47.6점) 근로자는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미얀마(54.2점)와 방글라데시(47.6점) 근로자는 언어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캄보디아(32점), 태국(36.4점), 베트남(37.8점) 근로자의 언어소통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적별로 분야마다 장단점이 각기 다른 만큼 특정국가 출신을 무조건 선호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용어클릭 ●고용허가제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인력정책위원회가 해마다 고용규모, 업종, 송출국가를 정한다. 기업주는 이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국적의 근로자를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채용 신청할 수 있다.
  • 도로교통법 대수술 ‘과속’

    도로교통법 대수술 ‘과속’

    차도와 인도, 운전자 및 차량에 관한 규제를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이 올해 안에 대거 손질될 전망이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개정안 중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지나친 규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일 현재 개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1건과 의원입법안 64건이 국회에 계류 또는 발의돼 있는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정 법안에 대해 이처럼 많은 개정안이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생활과 밀접하고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운전면허증 미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폐지하고 지나친 차량 선팅, 고속도로 고장시 후방 삼각대 미설치, 적성검사 미필기간 경과 등 기존에 벌점과 범칙금이 부과되던 행정 형벌을 단순 과태료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원 발의안 가운데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시의에 편승하거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는 개정안이 많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규제의 대표적인 것이 음주운전 적발기준을 0.03%로 낮추는 안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치의 음주라면 정상적인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음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0.05%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학·사회학적 분석결과가 많다.”고 지적했다. 운전 중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브로드캐스팅) 시청과 흡연 금지를 담은 개정안도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DMB 시청을 금지하면서 내비게이션 이용시에만 예외를 두도록 했는데 이를 어떻게 단속하느냐.”면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만큼 홍보와 계도가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고 밝혔다. 난폭운전이나 폭주족들의 운전행위에 대해서는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에게도 운전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안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접 행위자가 아닌데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일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논란을 낳는 법안도 있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안을 들 수 있다. 교통흐름상 전용차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를 허용할 경우 장애인 차량과 관광용 차량까지 허용해야 하는 등 대중교통 체계를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장내기능시험을 없애고 전문학원의 학과시험을 실시하는 운전면허 간소화안의 경우 전문학원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고,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혈액공급 차량을 긴급차량으로 규정하는 안, 눈·안개 등 상황에서 점등하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안, 녹색어머니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안, 공원이나 게이트볼장 근처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안 등은 경찰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전문직업인으로서 신문기자라야/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전문직업인으로서 신문기자라야/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신문기자는 일반직업인가, 전문직업인가(profession)? 일반 회사원과 같은 비전문 일반직업을 1, 의사와 같은 전형적 전문직업을 10으로 스펙트럼을 만들면 신문기자란 직업은 어느 정도로 전문직업군에 가까운가? 그린우드와 같은 사회학자는 전문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한다. 첫째, 그 분야 지식체계의 독특성, 체계성과 숙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둘째, 그 분야에 합법적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협회가 정하는 공식 절차를 거쳐야만 신규진입이 가능하다. 셋째, 그 분야의 지식을 발전시킬 고급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원, 법학대학원 같은 형태의 고급 연구기관이 존재해야 한다. 넷째, 강력한 윤리강령(code of ethics)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법조인들의 법의 여신 디케의 원칙과 같은 게 그 예다. 그렇다면 신문기자는 이 4가지 기준에 비추어 어느 정도 전문직업에 가까이 가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첫째, 지식의 독특성과 체계성, 숙련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네르바 사건은 반대 양상을 보여 준다. 오늘날은 “누구나 언론인”이라는 말이 보여 주듯 기자를 능가하는 전문가와 논객들이 인터넷 등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매일매일 넓은 지면을 메우기 위해 재충전 없이 많은 글을 써야 하는 기자들에게 전문성과 심오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기자가 되는 과정은 아직도 고전적인 몇 가지 시험문제나 추천, 면접에 의존하고 있다. 신문협회가 추천하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엄선된 과정이 있는가? 셋째, 언론학의 고급교육과정은 기자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신문 저널리즘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교육이 기자 자질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윤리강령이 있는가? 구독률 저하, 과당 경쟁, 신문산업의 부진에 따른 기자들의 사기 저하는 도덕심,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다. 옛날 권력 4부로서의 빛나는 자부심과 윤리의식은 많이 퇴색한 느낌이다. 특히 일부 지방지나 경제지 등의 경우 윤리성 문제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꼭 전문직업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직업인의 수준에 머문다면 기자는 시사문제 라이터나 해설가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보다 글을 잘, 빨리 쓰고 세상사를 더 잘 아는 사람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신문기자직의 직업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글을 보면 누가 보아도 전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통찰력이 느껴져야 한다. 저변에 깔린 윤리의식과 사명감이 남다르게 느껴져야 한다. 짧은 기간 히트 치다가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미네르바의 글과는 달리 평생직업인의 노련함과 전문성이 나타나야 한다. 신문의 발전은 신문기자들의 전문직화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 총리인준과 관련하여 세종시 수도이전을 둘러싼 서울신문의 논쟁보도들을 보면서 정말 프로페셔널한 언론인이 써주는 글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부족한 증거, 막막한 극단 주장과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벗어나 명쾌하면서도 정교한, 그러면서도 정직한 기운이 넘치는 분석기사를 읽어 보고 싶다. 세종시는 과연 어떤 도시인가? 전국민이 둘로 갈라지는 극단적 이해관계를 명약관화한 논리로 어리둥절한 여론과 민심을 단숨에 추스르는 프로기사, 프로논설이 아쉽다. 600여년 만의 천도, 노무현 정권 추진 충청행정수도, 최첨단 행정복합도시, 자족도시…. 이 모든 생소한 흐름들을 같이 묶어 설명해 주는 프로 언론인의 글을 늦게라도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공정무역 현장서 희망을 보았죠”

    “공정무역 현장서 희망을 보았죠”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홍보단 ‘커피특공대’ 1기로 8월17~27일 네팔 커피·홍차생산지에 다녀온 대학생 이해수(22·상명대 문헌정보학과)씨와 구선모(23·연세대 사회학과)씨가 30일 현장 체험기를 소개했다. 이날 오후 덕성여대에서 ‘커피의 신(新)문화-희망을 담은 커피를 마신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를 통해서다. 이들은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커피 ‘히말라야의 눈물’을 생산하는 DCF 굴미 조합, 공정무역 숍을 통해 유럽·일본 등으로 수공예품을 수출하는 마하구티(Mahaguthi) 단체 등을 둘러봤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공정무역의 장점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홍차 산지로 유명한 네팔 동부의 피딤(Phidim) 지역이다. 이곳에서 아름다운가게는 200여 농가가 속해 있는 칸첸중가 차조합(KTE)과 거래를 하고 있다. 재배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맡고 있는 이곳에서는 찻잎은 물론 티백 포장까지도 유기농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번 돈으로 차 농부들은 자녀들을 근처 ‘칼리카 스쿨’에 보낸다. 공정거래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교육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도 부여하는 ‘선순환’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구씨는 이번 탐방을 통해 “누구나 좋다고 얘기하는 공정무역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고, 한 사람의 캠페이너로서 공정무역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커피특공대는 이날 열린 세미나를 시작으로 블로그(beautifulcoffee.tistory.com)에 여행기 연재,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우리의 무기는 섬세함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우리의 무기는 섬세함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치밀함과 부드러움은 남성 형사들이 따라올 수 없죠.” 여성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첨단수사기법이 절실해지면서 2006년부터 매년 프로파일러를 뽑고 있다. 현재 전국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39명의 프로파일러 중 74%(29명)가 여경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 류중국 팀장은 “특채 대상인 심리·사회학 전공자 중 여성이 많은 데다 선발된 여경들의 실력이 탁월해 계속 뽑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경 프로파일러의 최대 강점은 섬세함이다. 25일 서울경찰청의 범죄분석관 김윤희(31·여) 경장은 “혼란스러운 사건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단서를 여경들이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피의자의 입을 열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남성 형사들 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피의자들도 끝까지 경청하는 여경들에겐 상대적으로 쉽게 입을 연다. 하지만 강력범죄 피의자들을 면담하는 프로파일러의 특성상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범죄분석관 김경옥(33·여) 경장은 “면담의 긴장감을 즐길 수 있어야 훌륭한 프로파일러”라고 강조했다. 여성 범죄분석관들은 요즘 프로파일러를 동경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반기면서도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했다. 김윤희 경장은 “범죄분석 업무는 당장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년 뒤에도 활용할 수 있는 범죄정보를 축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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