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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비 넘긴 파판드레우… ‘명퇴’만 남았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59) 그리스 총리가 5일(현지시간) 의회 신임투표라는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는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과 번복 등으로 적잖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2차 구제금융안 자체를 반대하던 야당의 태도를 되돌려놓는 데 성공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필요하다면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총선에서 사회당을 승리로 이끌면서 정권을 잡은 파판드레우 총리는 한시도 바람잘 날 없는 시련을 겪어 왔다. 집권 직후 전임 신민당 정부가 정부부채 수치를 일부러 축소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즈음부터 그리스 부채위기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실시하도록 압박했다. 총선에서 경기부양을 강조한 자신의 총선 공약과는 180도 다른 정책이었다. 국내에선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가 아니라 그리스에 돈을 빌려 준 유럽의 대형은행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격렬한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미국인 어머니를 두고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 정경대(LSE)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스톡홀름대와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부친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1981~1989년, 1993~1996년) 시절 교육·종교장관과 외무장관 등을 맡으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한편 그리스 현지 언론들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54)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베니젤로스 장관이 유럽연합(EU) 2차 구제금융안 비준을 위한 새 거국내각 구성 권한을 넘겨받았으며 차기 총리를 맡는 데 대해 이미 군소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8일 발표할 듯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013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문제와 관련해 3일 4개 역사학회 회장들을 만난 데 이어 4일 헌법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집필 기준을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집필 기준 발표가 예정대로 오는 8일 이뤄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내 헌법학계의 권위자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겸 한국헌법연구소 이사장, 법사회학 분야의 원로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이론·학설 분야의 전문가인 김효전 동아대 명예교수와 1시간가량 비공개로 만나 집필 기준의 쟁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장관은 전날 간담회와 같이 모두 발언에서 “역사적 사실, 교육적 차원, 헌법정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 교육과정 수정 절차의 적합성을 검토하고, 교육과정 재고시 문제도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이 장관의 전날 간담회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집필 기준 발표가 연기되고 교육과정도 재고시되는 게 아니냐고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의미일 뿐 재고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Weekend inside] 한나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책 마련 부심

    [Weekend inside] 한나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책 마련 부심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한나라당 관계자는 4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새로운 소통의 도구라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오프라인보다 훨씬 진입장벽이 높다.”고 토로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가 우리나라에서 본격화한 것은 2009년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지난달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완패했다. 이들 선거의 특징은 20~30대의 투표율이 과거보다 훨씬 높았고, 투표 마감시간 직전 2시간 동안에 투표율이 8~10% 포인트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촉발한 것은 SNS였다. SNS상에서 한나라당은 절대적으로 ‘소수파’다. 한국트위터디렉토리에서 분석한 이날 하루 동안의 트위터 영향력 순위를 보면 상위 15명 가운데 한나라당·보수성향으로는 나경원 최고위원(13위)이 유일하다. 영향력 순위는 팔로어 및 트위트수와 그가 다른 트위터러(트위터 이용자)에게 언급된 횟수 등을 종합한 결과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위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3위,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5위 등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8위), 방송인 김제동씨(10위) 등도 상위권에 속했다. twtkr디렉토리에서 정치인·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에도 상위 15명 중 한나라당 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4위)와 나 최고위원(13위), 홍정욱 의원(15위)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대결을 펼쳤던 한나라당 나 최고위원에 대한 심리 연관어로는 1위가 ‘의혹’(9995건)이었던 반면 박 시장에 대해서는 ‘지지’(1만 3808건)라는 단어가 가장 많았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SNS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도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주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SNS 교육을 하고 있으며, 파워 트위터러들과 토론회도 열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당에서 몇 안 되는 ‘파워 트위터러’로 꼽히는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신촌에서 보수·진보적 대학생, 대중교통전문 트위터러 등과 ‘넷심(Net心)투어, 터놓고 말합시다’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우선 노출빈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트위터 팔로어를 늘리고, 보수진영에 우호적인 트위터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의 논리를 강화한 뒤 ‘담론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위적인 대책이 SNS에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한나라당은 SNS의 기반과 내용 면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지녔다.”고 말했다. 반(反)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젊은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훨씬 많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 관계망 확장이 제한적이고, 트위터러들이 바라는 ‘비판 담론’을 쏟아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SNS는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쥔 20~40대가 주도하고, 한나라당은 SNS에 2대8로 밀리고 있다.”면서 “현재 한나라당의 메시지로는 80%를 뚫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 ‘사이람’의 김기훈 대표는 “SNS를 주로 사용하는 20~40대의 인식, 희망, 정서를 잘 읽어야 한다.”면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기’인데, 한나라당은 트위터라는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기보다는 개입하겠다고 우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집권당으로서 젊은층의 변화 요구에 정책 등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하고,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복권 열풍이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사정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일수록 복권에 손을 대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복권 바람도 심상찮다. 지난 7월 발행된 ‘연금 복권’이 당첨의 꿈을 자극한 탓이다. 복권을 사는 행위는 심심풀이로 가볍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종종 도박과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첨이 돼도 상당수가 ‘탕진’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아 복권은 인생의 ‘독’(毒)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도 복권 한 장에 삶의 ‘희망’을 얹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남에 사는 황모(31)씨는 2006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26세 때다. 총 상금은 19억원, 세금을 뺀 14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황씨는 부모님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친형의 사업자금에 4억원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도박과 유흥비에 쏟아부었다. 말 그대로 물 쓰듯 썼다. 10억원을 탕진하는 데 겨우 8개월이 걸렸다. 빈털터리가 됐다. 황씨는 2007년 5월 금은방에서 금품을 훔치다 붙잡혀 1년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절도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2008년 4월 출소해 교도소 동기와 함께 금은방을 털다 또다시 검거됐다. 복권 당첨자의 끝은 대체로 어둡다. 신세를 망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 5명 가운데 4명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 5명 중 3명은 이혼하고, 도박에 손을 댔다. 대체로 당첨자들은 직장을 그만뒀다. 경제 활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때부터 마이너스(-) 인생으로 들어선다. 지출만 있지 수입은 없다. 평소 큰돈을 만져본 일이 없기에 씀씀이를 자제하지 못한 채 무턱 대고 돈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복권을 취급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돈을 가졌지만 삶은 무미건조해진다. 견디기 힘든 협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997년 미국에서 복권 당첨으로 265억원을 벌었다가 파산한 재미교포 이옥자씨의 사례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8년 뒤 텅 빈 원룸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당첨 이후 ‘돈을 달라’, ‘안 주면 자살하겠다’ 등 온갖 협박 편지를 받았고 금융권에서도 귀찮게 투자를 권유해 왔다.”면서 “친구를 잃은 게 아쉽지만 무일푼이 마음이 더 편하고 삶도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권 당첨의 폐해가 많이 알려진 때문인지 당첨에 대처하는 자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말마따나 인생을 거는 사례가 드물다. “복권에 당첨돼도 직장생활을 이어가겠다.”거나 “당첨금 이자로 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금을 매월 일정하게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의 인기를 이 같은 변화의 하나로 보고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당첨되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주로 사는 복권은 당첨의 환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세종재단 이사장 권철현씨

    세종재단은 2일 권철현(64) 전 주일본 대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권 이사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했다.
  • “이념 아닌 기업 세우는 제3노총 될 것”

    “이념 아닌 기업 세우는 제3노총 될 것”

    노사 간 상생과 사회적 화합을 추구하는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이 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고용부는 규약 내용, 총회 절차 등이 노조법에 저촉되는지를 검토해 별다른 하자가 없으면 3일 이내에 신고필증을 발부할 예정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해 온 노동계에 ‘제3노총’인 국민노총이 적극적 조직 확대를 천명함에 따라 3개 노총 간 세력 확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양대 노총에서 탈퇴하거나 새로 만들어진 노조가 우선 가입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민노총의 안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KT 등 대기업 노조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으며 삼성과 포스코 노동자들도 국민노총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3년 내에 30만~40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하는 노총이 되겠다.”고 밝혔다. 국민노총에는 현재 지방공기업연맹, 환경서비스연맹, 운수연맹, 운수산업연맹, 도시철도산업노조, 자유교원조합 등 전국 단위 6개 산별 노조가 참여했다. 단위 노조는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해 100여개이며 조합원은 3만여명이다. 한노총(2500여개 노조, 74만여명)이나 민노총(550여개 노조, 58만여명)에 비해 세력이 미약하다. 정 위원장은 “민노총은 계급 투쟁과 이념 과잉에 매몰됐고 한노총은 기회주의와 관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노총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노총이 아니라 기업을 일으켜 세우는 노총이 되겠다.”고 밝혔다. 대화를 강조하면 어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되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노총이 국민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활동한다면 그런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노총의 자생력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해온 서울지하철노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양대 노총은 “내년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정치조직”이라는 입장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는데 국민노총이 얼마나 비정규직을 배려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유시민 장녀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출마

    유시민 장녀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출마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장녀 수진(21)씨가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다. 3일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진씨는 지난달 26일 학생 516명의 추천을 받아 ‘레디, 액션(ready, ACTION)’ 선거운동본부의 후보로 단독 출마했다. 수진씨는 2009년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부친인 유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수진씨는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사회대 학생회 집행국에서 일했고 올해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 활동과 본부 점거 농성에도 참여한 바 있다. 선거운동과 정책간담회, 2차례의 유세를 거쳐 투표는 9~11일 진행되는데 단독 후보인 만큼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SNS 정복전쟁’

    ‘SNS 정복전쟁’

    10·26 재·보궐선거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괴력을 실감한 여야 정치권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열공’하기 시작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물론이고 당 차원에서도 ‘SNS 전쟁’에 대비한 면밀한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SNS는 2~3% 포인트 차의 박빙승부로 선거 결과가 뒤바뀌는 현 선거 흐름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선거정보 취득과 확산이 즉각적이고 다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SNS가 지닌 편리하고, 개방된 대화의 틀은 젊은 20~30대 유권자들의 욕구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SNS의 높은 벽을 실감한 한나라당은 SNS 대응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SNS 활용도가 높은 대학생들을 적극 영입하기로 했다. 디지털위원으로 대학생 등 젊은 유권자 70명가량을 뽑기로 했다. 대학에 홍보 포스터도 붙일 계획이다. 스마트폰 실시간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활용키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 카카오톡을 이용해 당원과 국민들 간의 직접 소통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을 통해 정책과 당론을 결정할 때 당원, 국민들에게 그때그때 의견을 묻고 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으로 소통 가능한 당원들은 3만 5000명, 국민들은 5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홍준표 카카오데이’를 만들어 한 시간가량 유권자들과 채팅 시간도 갖기로 했다.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SNS의 핵심은 진정성과 속도인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SNS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부족하다.”면서 “수동적인 전문가 등 1만명 영입보다 자발적인 참여에 근거하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달리 일찌감치 지난 8월 ‘2012 총선 승리 SNS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발간한 민주당은 재·보선으로 중단됐던 SNS 네트워크 강화 사업에 속력을 내는 분위기다. 특히 현역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 등 총선 출마자들을 직접 지원할 ‘통합 SNS 플랫폼 구축 시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합 SNS 플랫폼’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기반으로 트위터·블로그·뉴스레터·지인찾기 등의 4가지 기능을 추가해 각각의 미디어채널을 통합,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치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당 그룹’을 개설해 기술 지원은 물론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SNS 사랑방 창구도 활용하기로 했다. 민주당에 비판적인 누리꾼들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 인터넷 TV ‘소셜토크’ 생방송을 정례화해 SNS를 통해 누리꾼들과의 직접 대화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SNS의 활용을 극대화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교 교수는 “SNS가 소통의 획기적인 장을 연 것은 맞지만 결국 정치인들이 오프라인에서 정치를 잘해야 SNS로 유권자들이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보좌관이 아닌 의원이 직접 SNS를 이용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유권자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中 봉제공장 ‘재봉틀 세금’ 인상… 민심 폭발

    중국의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이번엔 당국의 과도한 세금징수에 항의하는 ‘조세저항 시위’까지 발생했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연초부터 강도 높게 ‘사회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장성 북부 후저우(湖州)에서 28일까지 연 사흘째 대규모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현지에는 중무장한 진압병력이 대거 배치됐다. 경찰과 방범대원 등 4명이 부상당하고 경찰 차량 1대가 전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주민들과 진압경찰의 충돌로 8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시위대가 경찰차량을 포함한 수천여대의 승용차를 부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 오후 후저우시 우싱(吳興)구 즈리(織里)진의 아동복 생산공장 밀집지대에서 시작됐다. ‘아동복세’를 징수하려던 지역 세무공무원과 안후이(安徽)성 출신 업주 간에 다툼이 발생하자 순식간에 같은 고향 출신의 주변 업주들이 몰려들었다. 즈리진에는 5000여개의 중·소규모 아동복 공장이 밀집해 있다. 당국은 재봉기 1대당 343위안(약 6만 1000원)씩 부과하던 세금을 올 들어 620위안으로 대폭 올려 업주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안후이성 출신인 시위대 600여명은 같은 날 밤 늦게까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의 차량을 부수고, 진 정부 청사까지 몰려가 돌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어 27일에도 밤 늦게까지 수십명씩 진압 경찰들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차량들을 때려 부쉈다. 인구 30만명인 즈리진에는 주로 안후이성 출신의 외지인이 20여만명에 이른다. 경영난을 겪는 중소업자들의 조세저항에서 비롯됐지만 지역갈등 양상까지 띠는 점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대규모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5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몽골족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6월에는 광둥성 쩡청(增城)시에서 쓰촨성 출신 농민공들이 사흘 동안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8월에는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1만여명의 주민들이 유독성 화학물질 생산공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당국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칭화대 사회학과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빈부격차 확대와 당국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이어 인플레이션까지 시위발생 조건과 원인이 구조적이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전문가들이 본 시민단체 과제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전문가들이 본 시민단체 과제

    시민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념과잉보다 실사구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이념 싸움을 자제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나서야 한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된 것과 관련, 시정 비판이 아닌 시정에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일제히 나타냈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주문이다. 설동훈(왼쪽)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는 반드시 정치권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마치 정당인 양 밀어붙인 모습은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또 “시민단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판과 견제는 하되 반드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정당처럼 일방적인 이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펼치는 네거티브 공세가 이제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의 이념 성향에 따라 정부가 시민단체 실무자의 인건비 지원을 달리해 시민단체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민단체가 정부의 돈을 받을 필요는 없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잘라 말했다. 현택수(가운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시민단체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면서 “시민단체가 이 기회를 정치권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이용할까봐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시민단체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오히려 이미지를 깎아먹는 등 역효과만 난다.”면서 “정치참여를 자제한다는 내용의 윤리강령을 내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후보’임을 자처한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단체가 부각되는 것과 관련,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대화(오른쪽) 상지대 인문사회과학대 교양과(정치학) 교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박 시장의 당선은 ‘시민단체’가 아닌 ‘시민사회’의 힘이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시민단체가 화두이지만 시민단체보다 오히려 시민사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박 시장을 크게 도와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교육·복지 분야에서 정부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기초단체장 당선자 인터뷰] “교육·공단지원팀 신설… 공약 실천”

    [기초단체장 당선자 인터뷰] “교육·공단지원팀 신설… 공약 실천”

    “존경하는 23만 서구 구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강성호 대구 서구청장 당선자는 27일 “낙후된 지역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열망이 소중한 표로 연결된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과 구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당선자는 또 “공직사회 안정과 기강확립을 통해 활기찬 동력으로 새로운 서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선거기간 중 걱정해 주시고 질책해 주셨던 많은 분들의 뜻을 받들고 약속 드렸던 공약을 차근차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공약한 교육발전을 위해 ‘교육 전담팀’을 구성, 서구 교육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도시가스 보급의 획기적 확대, 박근혜식 평생복지 시범지역 추진, 서대구 공단 재생 사업을 위한 ‘공단 지원팀’ 신설,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등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친박연합의 신점식(58) 후보와 1대1 경쟁을 벌인 강 당선자는 선거 중반 한나라당 자체 분석에서 백중 열세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판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로 승기를 굳혔다. 강 당선자는 28세였던 1995년 서구의회 의원에 당선돼 전국 최연소 구의원을 지냈으며, 제3·4대 대구광역시 의원을 거쳐 2008년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으나 세 번째 도전만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대구시(45) ▲대건고 ▲대구대 사회학과 ▲서구발전연구소 소장 ▲대구시의회 의원 ▲대구 인라인롤러연맹 회장 ▲희망서구21포럼 회장 ▲새나라 복지포럼 회장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 핵심 ‘자유민주주의’ 놓고 학계 28일 맞짱 토론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 핵심 ‘자유민주주의’ 놓고 학계 28일 맞짱 토론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지난 24일 정부에 집필 기준안을 제출했으나 진보·보수 양쪽 진영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26일 국편이 제출한 안을 토대로 집필 기준을 심의한다. 정부는 의견을 종합 수렴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기준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알려진 대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로 다시 바꾸고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앞에 ‘독재정권에 의해’라는 표현을 삽입하며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자유민주주의다. 집필기준안 논의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면서 논란이 촉발됐기 때문. 국편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오는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평동 4·19혁명기념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2011 자유민주주의 토론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주화기념사업회가 최근 역사 교과서 논란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놓고 벌이는 맞짱토론이다. ‘정권을 등에 업은 학회를 상대해 괜히 판을 키워 줄 필요가 없다.’는 역사학계 일각의 무시 전략과 달리 사회과학계가 대응에 나선 점도 흥미롭다. 김귀옥(한성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민교협 사무처장은 “사회과학적으로 소통하고 논쟁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달 중순 현대사학회에 제안했고, 그렇다면 공동주관하자는 역제안이 들어와 함께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사회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가 대표 발제를 맡아 ‘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안 되는가’를, 현대사학회 소속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왜 자유민주주의여야 하는가’를 각각 주장한다. 찬반토론에는 현대사학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뉴라이트와 교과서포럼에 관여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 채택에 항의하면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직을 내던진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와 자유주의 법철학 사상을 연구해온 정태욱 인하대 법학과 교수가 각각 나선다. 박 교수는 기조논문(‘민주공화국,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대한민국의 기원, 성립, 발전, 특성, 전망의 한 부분적 소묘’)을 통해 “우리나라는 역사상 자유민주주의였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 헌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다는 보수진영의 전제 자체를 부정한다. 박 교수는 “1948년 제헌헌법의 가장 중요한 두 특징은 혼합정부와 균등경제 체제”라면서 “유감스럽게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건국세력에조차 방기, 배제, 극복, 타도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에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재정권이 이어진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라고 하게 되면 “실제 존재했던 역사의 상당 부분,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과 건국운동은 물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조차도 포괄하거나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진보 진영이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시장경쟁 만능주의와 남북대결 구도를 강요하지 않고 ▲현행 헌법의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배척하지 말아야 하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오염시킨 과거 행태에 대해 사과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 방어에 나서는 김 교수는 논문(‘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수용, 시련, 발전’)을 통해 ‘불가피성’을 핵심이유로 든다. 이승만 정권이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통째로 직수입해 왔는데 당시 사회적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북한의 강력한 위협마저 존재해 자유민주주의의 변형 왜곡은 어쩔 수 없었다는 반론이다. 다시 말해 시대적 한계였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가 “행정부의 구성 및 작동 원리로 도입됐지만 광범위한 사회 체제에서는 아직 구성원들에게 낯선 외래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토착화 과정을 거쳐 나가야 하는 미래 체제의 질서였다.”고 말한다. 해서 “과거에는 협소한 이념적 수용의 태세를 보인 시기도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역대 정권들의 반(反)자유민주주의적 행태를 인정하되 이를 “정권 말기, 즉 이승만 정권 말기인 1968년 이래와 박정희 정권의 4공화국 시기”로 제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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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수혜자인 사회적 약자 정치·복지정책 되레 무관심”

    “복지 수혜자인 사회적 약자 정치·복지정책 되레 무관심”

    진보진영의 딜레마 가운데 하나가 ‘계급 배반의 정치’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면서 보수정당에 표를 던지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의 ‘티파티’가 대표적 예다. 티파티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되레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종주의적, 애국주의적 우익 운동이다. 그런데 티파티에 열렬히 열광하는 이들은 대개 저소득 백인 노동자 계층이다. 클린턴 정권 때 노동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가 티파티를 미국판 나치즘의 맹아로 간주하고,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가 티파티의 영웅 세라 페일린의 극우적 행태는 비웃으면서도 페일린 지지자들은 진보 진영이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향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는 21~22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 북악관에서 비판사회학회 주최로 열리는 ‘한국사회의 변동과 새로운 위기, 대안의 모색’ 학술대회에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하는 ‘고진로(High Road) 사회권 모델의 미시적 기초-비정규직의 사회권 의식과 영향요인’ 논문이다. 고진로(High Road)란, 원하는 수준도 높고 거기에 걸맞게 열심히 참가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이 교수는 서울, 부산, 경기, 경남 지역 노동자 80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욕망에 대해 물었다. 동시에 빈민지원, 시민단체 활동, 정치참여 등 좋은 시민의 자질에 대해 물었다. 이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원하면서 시민적 자질에 대한 관심이 낮다면 복지정책 지지도를 낮추게 할 것이고, 낮은 수준의 복지를 원하면서 시민적 자질에 관심이 높다면 국가보다는 개인적 구빈활동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가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복지 수준이 높은 사회를 지지했다. 이 정도 답변이면 최근 복지 논쟁은 논쟁이라 부를 수 없는 평이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응답을 학력, 고용 안정성, 소득 수준, 나이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과 결합시켜 분석하자 특이한 점들이 나왔다. 우선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할수록 낮은 수준의 복지를 원했다. 사회적으로 더 약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복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높은 정치적 관심을 가지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있을 경우에 오히려 복지에 있어서 정부의 책임을 낮게 평가했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들은 지지정당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복지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지지정당 없음”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시민 자질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리고, 학력이 높고, 고소득인 사람들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될 사람들은 오히려 시민적 자질에 더 소극적이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바로 수혜자라는 이익의 정치가 복지 영역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복지정책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더 많은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비정규직 내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낮은 일용직, 간접고용(청소 등 시설관리분야)직이 복지 수준과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다.”면서 “정부 조직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학회에서는 현 정권의 정치가 단순 복고 취향이 아니라 ‘제도적 쿠데타’임을 논증하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이명박 정권의 지배방식’, 경제정책을 1920년대 미국 공화당 집권기와 비교하는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의 논문도 발표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람이 아닌 건물이 영화 주인공이라면…

    사람이 아닌 건물이 영화 주인공이라면…

     사람이 아닌 건물이 영화 주인공이라면? 오는 20~24일 서울 이화여대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SIAFF)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이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사 도미니크 페로가 디자인했다. 영화제 컨셉트를 고려하면 최적의 궁합인 셈.  올해 주제는 ‘비트윈’(사이·Between)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기술과 정신 사이, 과거와 현대 사이 등 건축과 삶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에 담긴 이야기를 탐구한다.  개막작은 차드 프리드리히 감독의 다큐멘터리 ‘프루이트 아이고’다. 1950년대 일본계 미국인 건축사 미노루 야마사키의 대표적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단지의 불운을 추적했다.  야마사키는 사회학자와 심리학자의 조언까지 받아 야심차게 설계했지만, 완공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범죄와 마약 거래가 빈번한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결국 30년도 되지 않아 폭파·철거됐다. 내레이션은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건너편에서 자란 배우 제이슨 헨리가 맡았다.  폐막작 ‘인사이드 피아노’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건축사 렌조 피아노의 건축물을 조망한 작품으로 렌조 피아노 회고전(프랑스), 하이뮤지엄 특별상영(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상영된다. 건축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해 공간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짚어낸다.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되는 ‘100명의 여성건축사: 라이트 스튜디오’는 미국의 여성 건축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일한 동료들의 얘기를 다룬 화제작이다.  ‘비트윈 숏 앤 숏’ 섹션에는 단편 6편이 마련됐다. 김영근·김예영 감독의 애니메이션 ‘도시’, 찰리 채플린과 쌍벽을 이뤘던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일주일’과 ‘일렉트릭 하우스’, 디지털 아날로그의 세계를 속도감 있게 보여 주는 그래픽애니메이션 ‘픽셀’ 등을 볼 수 있다. 6000원. (02)3415-686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학벌문제에 경종… 서울대 자퇴”

    “학벌문제에 경종… 서울대 자퇴”

    “서울대라는 간판의 힘을 알게 되면서 학벌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욱 깊어졌죠. 몇년간 학벌과 경쟁사회에 대해 고민하다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지난해 3월 고려대생 김예슬씨가 대학교육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쓰고 자퇴한 데 이어 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 유윤종(23)씨가 대학 서열체제와 입시 위주 교육에 반발, 지난 4일 자퇴서를 냈다. 자퇴서는 최근 처리됐다. 14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유씨는 “학벌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서울대를 자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중앙도서관과 사회대 등 4곳에 붙인 ‘저번주에 자퇴서를 냈는데’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자퇴 이유를 입시경쟁 위주인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벌중심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공현’(空弦)이라는 필명으로 ‘인권 교문을 넘다’ 등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책 3권의 저자로도 참여했던 터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상산고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인권 관련 활동을 하면서 학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대학에 와서도 활동을 계속했다.”면서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할 때 처음에 적대적이던 사람들도 내가 서울대생이라고 하면 한결 호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고민의 단면을 털어놨다. 2006년 서울대에 합격한 이후 7차례나 휴학을 했다. 학생이라기보다 ‘청소년 인권활동가’로 자처했다. 지난달 학벌에 반대하는 이들 30여명과 함께 ‘투명 가방끈’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수능시즌에 맞춰 ‘대학입시 거부선언’과 ‘대학거부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치기 어린 쇼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실 쇼다. 우리 사회에 학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아달라고 벌이는 쇼가 맞다.”고 밝혔다. “자퇴에 대한 생각은 2007년부터 해왔고 결심이 선 것은 올해 초”라면서 김씨와의 비교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졌지만 행동방식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학벌타파를 주창하면서 (서울대) 학벌에 기대는 것은 모순된다.”며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자본주의 부정 아닌 승자독식 시스템 거부

    월가의 반(反)자본주의 시위는 자본주의의 부정이 아닌 따뜻한 모습의 자본주의가 탄생하길 바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국가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탈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를 지향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금융 위기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경제에 양적으로 개입해 소비를 늘리는 1950~60년대 케인스학파의 논리와는 다르다. 시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가 공정한 분배를 위해 조율하고 개입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부(富)가 1%에 집중될 정도의 양극화를 미리 방지하고 금융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는 그간 수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1930년대 불황을 통해 국가가 민간경제에 개입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케인스식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70년대 국가 개입의 실패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복권이 시작됐다. 이렇게 등장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보완되면서 발전했다. ●“정부는 공정분배 개입하라”… 99%의 반발 하지만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자본주의는 독주 때문에 진화의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현실적이지만 모두를 품는 이상적인 면이 부족해 사회주의에서 사회보장제도 등을 배워 보완했다.”면서 “하지만 자본주의는 승자 독식(시장만능주의) 시스템 때문에 기존 20%대80%의 사회가 1%대99%의 사회로 갔다고 대중은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를 하는 대중이 시장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왜 너희만 잘 먹고 잘사느냐고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역시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포스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융 자본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이 없고 사회 양극화가 커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높은 임금이 비판받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기술 개발 등을 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이득을 창출한 게 아니고, 한 번의 선택에 따라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상품 교환 관계나 임금 계약 형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의존도 줄이고 규제 강화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지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의 케인스식 수정자본주의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융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이미 이뤄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재정이 불안해 정부가 통화정책으로 개입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의 방식보다 공정한 분배를 위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책꽂이]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최초의 해상 제국과 민주주의의 탄생(존 R 헤일 지음, 이순호 옮김, 다른세상 펴냄) 기원전 483년 함대 건설로부터 기원전 322년 마케도니아에 패하기까지 1세기 반에 걸쳐 진행된 아테네 해상 제국의 역사. 2만 6000원 ●소설가로 산다는 것(김경욱 외 지음, 문학사상 펴냄) 유명 소설가 17명의 서사 원리를 찾아본, 에세이로 읽는 작가들의 진솔한 소설 창작론. 1만 3500원. ●올 댓 드라마티스트(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지음, 이야기공작소 펴냄) 김수현 등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드라마 작가 16명의 숨겨진 노력을 파헤쳤다. 1만 2000원.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이창복 지음, 김영사 펴냄) 이창복 한국외대 교수가 미학, 철학,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연구와 통합적 해석으로 완성한 국내 최초 융합 미학 예술서. 3만 3000원.
  • 한·미FTA ‘국익’ 머리 맞대라

    한·미FTA ‘국익’ 머리 맞대라

    미국 상·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모두 통과시킴에 따라 이제 공은 한국, 그 가운데서도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년 1월 한·미 FTA 발효를 목표로, 늦어도 이달 안에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피해산업 보호대책 등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며 강행처리 저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논란 속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이해도 얽혀 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서로의 독선 속에 물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형국이다. 이미 해머국회, 폭력국회의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다. ‘안철수 바람’으로 상징되는 정당정치의 위기상을 고스란히 노정한 국회다.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대립과 파행은 단순히 새로운 무역질서의 지연을 넘어 지금의 한국 정당정치 구조를 일순간에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반면 FTA 비준안 앞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진정한 정치를 펼쳐 보인다면 그 자체로 위기의 정치, 위기의 경제를 살릴 기회가 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13일 “개방 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한·미 FTA 비준이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며 “비준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여야가 협상과 대화, 양보로 풀어냄으로써 위기에 놓인 한국 정치와 경제를 한층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과 정치적 대립을 넘어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좌클릭’한 민주당이 야권연합의 고리인 한·미 FTA를 쉽게 용인할 수 없고, 한나라당 역시 민주당이 내놓은 ‘재재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타협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윤 한국외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이익을 보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FTA를 통한 대기업의 이익이 골고루 재분배될 수 있느냐도 결국은 정치적 리더십에 달렸다.”고 말했다. 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과의 조약을 주도하는 행정부를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통상절차법 제정이다. 이 법안은 애초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는데, 최근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제정할 뜻을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FTA는 통상관료들이 일방적으로 협상하고 의회는 내용도 알지 못한 채 비준만 해주는 꼴이었다.”면서 “국민을 대신하는 의회가 조약 체결 과정을 감시·통제하고, 조약 이행 과정까지 규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산업을 위한 대책도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피해 대책은 주로 농·축·수산업에만 집중됐는데,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탕’이 많았고, 중소 제조·서비스업은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가 농·축·수산업 대책을 단순히 나열할 게 아니라 집행 시기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해야 하고, FTA 영향으로 타격받은 제조·서비스 업체를 지원해주는 무역조정지원제도도 현실성 있게 강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리더 없는 시위가 美 역사 만들었다”

    미국 포드햄대의 헤더 고트니(사회학) 교수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월가 점령 시위가 지도력 부재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있지만알고 보면 지도부 없는 시위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트니 교수에 따르면 우선 1960~1970년대 여권 신장론자들이 사적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억압을 정치문제화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여권 자각 운동’이다. 이 페미니스트 운동에는 리더가 없었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동등하게 제시하면서 열띤 운동이 전개됐다. 개인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이 된 것이다.이 여권 자각 운동은 이후 동성애자(게이) 인권 운동의 모태가 됐다. 골방에서 움츠려 있던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은 여권 자각 운동의 전개 과정과 비슷하다. 이 역시 리더 없이 강압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전개됐다. 미국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이 두 운동이 특정 지도부 없이 일어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도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특정인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님에도 이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번졌다. 지금 월가 시위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고트니 교수는 주장했다. 미국 전역의 각 도시에서 각자 알아서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오로지 “우리는 1%의 탐욕과 부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99%다.”라는 인식이 이들을 단합시키고 있다. 맨해튼의 공원에서 진행되는 시위대의 회의에서는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거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리더를 자처하게 되는 현상은 의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국민들이 더 이상 리더를 믿지 못하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우리가 모두 리더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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