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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1930년대, 그러니까 대공황의 잿더미 속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신화가 이륙하던 그 시간, 그 시간은 하나의 기념비다. 비슷한 내용인데 강조점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부르는 말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누군가는 자유민주주의의 갱신, 누군가는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체제, 누군가는 대압착의 시대, 누군가는 실질적인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누군가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유행을 타고 자본주의 2.0이라 부르는 시대. 국가의 원체험기이기도 하다. 대공황이란 공포에서 길어올려진.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파란 약 먹고 꿈꾸는 것이다. 야리야리한 여자아이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라 신나게 흔들며 노래 부르는 뮤지컬이다. 고전으로 꼽히며 지금도 한국 무대에 종종 선뵈는 ‘애니’, ‘42번가’, ‘시카고’ 같은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빨간 약 먹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농업안전국(FSA)의 국장이던 경제학자 렉스퍼드 터그웰은 1935년 그의 오랜 조수인 로이 스트라이커에게 역사 관련 분과를 일임했다.” 중요한 것은 1935년이란 시점. 숨 죽이고 있던 기득권층이 마침내 뉴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을 때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터그웰의 제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트라이커가 선택한 것은 사진이었다. 왜? “삶의 현실을 포착하는 사진이야말로 경제학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 꼴이 어떤지 두 눈 뜨고 똑똑히 보라는 얘기다. ‘지속의 순간들’(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사흘 펴냄)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확립된 다큐사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다이앤 아버스, 유진 아제, 리처드 애버던, 워커 에번스, 도로시아 랭, 유진 스미스 등 현대다큐 사진을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진을 두고 ‘지속’과 ‘순간’을 얘기하는 것은 지겨운 감이 있다. 지속되면 순간이 아니요, 순간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 둘의 충돌지점이 사진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작가의 의도, 시대 배경 등을 모두 뛰어넘어 개별 작품들을 징검다리 삼아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작가나 시대에 따른 연대기적 ‘순간’을 해체한 뒤 저자의 관점에 따라 재배치해서 이를 ‘지속’으로 재해석한다. “이 책을 써내려 가면서 나는 점차 실제로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할 정도다. 연대기가 차이, 구분, 범주화라면 저자는 이를 한데 섞어 콜라주를 만든다. 콜라주를 빛내는 것은 저자의 독창적 글쓰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책은 폴 스트랜드의 1916년작 ‘맹인’(Blind woman)에서 시작한다. 뉴욕 시내의 맹인이란, 구걸하는 누추한 이들이다.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포장하거나 위장할 수 없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존재다. 맹인들은 주로 아코디언을 들고 있다. 그래서 루스벨트의 죽음에 흑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담은 에드 클라크의 1945년작 ‘귀향’(Going home)을 들고 나온다. 얼굴을 위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적 맹인, 그러니까 정신병자 등 특이한 사람들을 열심히 찍은 다이앤 아버스 얘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1932년 어둠에 잠긴 파리 뒷골목을 렌즈에 담은 사진집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브라사이 얘기로 넘어간다. “밝은 한낮의 빛 아래서 당신이 주목하는 것들-색, 머리카락, 옷-은 모두 손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어 집중해서 보아야만 하는 것들-어깨의 경사각, 옷이 닳은 방식, 걸음걸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당신의 손금만큼이나 개인적이고 불변적이다.” 그래서 손,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집중적으로 찍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불러낸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의 등, 누추하게 낡아버렸거나 절망적인 손에 쥐어져 구겨진 모자, 복잡하게 구겨진 시트가 씌워진 빈 침대, 텅 비거나 부서진 벤치, 창으로 내다보는 도시 이미지, 길과 이발소의 모습, 땅바닥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이미지로서의 계단, 불안감에 서성이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으로서 보안관의 흔들의자 등 끊임없이 소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결론? 막바지에는 9·11테러로 충격에 빠진 뉴욕 사람을 찍어둔 사진을 배치해 뒀다. 도입부 맹인 사진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전망을 잃어버린, 그래서 민낯을 드러내버린 미국인이다. 별다른 장, 절 구분이나 소제목조차 없이 27쪽 맹인 사진에서 468쪽 뉴요커 사진까지 한번에 통으로 쭉 이어지는 본문은,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속의 순간들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9·11테러에서 멈췄다지만, 그러고 보니 집권 2기 오바마 정부가 다시 불러낸 인물은 루스벨트다. ‘중산층의 아버지’로서 말이다. 흑백 다큐 사진에나 남아 있는 옛 추억이라 밀쳐 뒀던 과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온전히 미국적 맥락의 작업들임에도 이 사진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 역시 70% 중산층 복원을 내세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번역자는 짐작하는 그 소설가가 맞다. 출판사에서 먼저 접촉했는데 저자의 매력에 빠져 다른 책들 번역까지 맡았다. 재즈를 다룬 ‘그러나 아름다운’(But Beautiful: A Book About Jazz)을 오는 4월쯤에, 그 뒤 소설 등도 번역해낼 예정이다. 이 책은 보도사진의 아성으로 꼽히는 뉴욕국제사진센터에서 상을 받은 책이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중국통신] 1980년대 이후 출생자는 ‘피(被)재촉’ 세대?

    중국의 한 설문 조사에서 “바링허우(80後, 80년대 출생자)는 ‘피(被)재촉 세대’”라는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른바 ‘피재촉 세대’란 ‘~하라’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재촉을 받는 세대라는 뜻이라고 셴다이진바오(現代金報)가 29일 보도했다. 90허우(90後, 90년대 출생자), 00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까지 속속 사회로 진출하면서 80허우는 ‘폭탄’ 취급을 받으며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해당 조사결과에 따르면 바링허우 50명 중 38명, 무려 76%의 응답자가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스트레스로 ‘춘제(春節, 구정)가 오는 것이 무섭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허우 중 최고령의 나이는 만 33세. 결혼 적령기로 접어들면서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했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한 이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밖에 결혼은 했지만 자녀 출산에 대한 재촉 등도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라고 응답자는 꼽았다. 한편 바링허우의 울음 섞인 고민에 쓰촨(四川)성 사회과학원 후광웨이(胡光偉) 사회학 연구원은 “이런 저런 재촉은 잘 살기를 바라는 ‘관심’의 표현” 이라며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중국의 인정미(人情味)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서울대 황창규 교수임용 백지화

    서울대 황창규 교수임용 백지화

    삼성전자 전 사장인 황창규(60) 지식경제 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의 사회대 교수 임용을 서울대가 사실상 백지화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는 21일 대학본부에 황 단장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행정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임용 취소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사회학과 교수진은 이날 학과 홈페이지에 “일련의 성명 사태와 언론의 보도 속에서 황창규 박사의 뜻과 교수진의 의지가 왜곡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우려로 임용 중단을 결정했다”는 글을 올렸다. 교수진은 “황 박사의 초빙을 자본의 편에 서는 것으로 읽어내는 시선으로는 사회학을 구제할 수 없다”면서 “학생들의 편협한 시각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학폭’ 더 늘어 한 학기 가해·피해자 3만여명

    ‘학폭’ 더 늘어 한 학기 가해·피해자 3만여명

    2011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권모(당시 13세)군이 “친구들이 전깃줄로 목을 감아 개처럼 끌고 다녔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계기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경쟁적으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8일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2011학년도(2011년 3월~2012년 2월)와 2012학년도 1학기(2012년 3~8월)의 학교폭력 실태를 비교한 결과 실질적으로 폭력 가해자 수가 줄어든 곳은 서울과 인천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수를 월평균으로 나눠 본 결과 서울은 가해 학생의 수가 2011년 월평균 782.3명에서 지난해 460.0명으로 41.2% 감소했다. 인천은 1.6% 소폭 감소에 그쳤다. 피해 학생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된 곳도 서울(-22.6%)과 울산(-35.9%) 등 2곳밖에 없었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학교보안관 학교당 2명 배치, 중학교 전문상담교사 전면 배치 등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학기 초중고 학생 10만명당 가해자가 많은 지역은 대구(595.7명), 강원(533.9명), 전남(480.1명) 순이었다. 10만명당 피해자까지 합했을 때는 전남(998.4명), 대구(997.8명), 광주(898.0명) 순으로 학교폭력이 빈번했다. 2011년 10만명당 가해자와 피해자가 많은 지역은 광주(1504.6명), 서울(1055.6명), 대구(965.9명) 등이었다. 2011년 대비 월 증감폭을 보면 울산(-39.0%)과 서울(-36.2%) 등은 감소했지만 전북(732.6%)과 전남(644.0%) 등은 오히려 매우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매월 5102.5명의 가해·피해 학생이 발생해 3413.8명이 발생한 2011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의 부재를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은 인성 대신 입시만을 강요하는 교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면서 “처벌과 통제 위주의 현 대책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1위’라는 오명을 쓴 대구에서 가해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음이 자라나는 학교’를 운영 중인 변태석 대구고 교사도 “학업만을 강조하는 교육과 다소 억압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면서 “당장 대학 입학만 강조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조금만 가해져도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현장조사 보고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고 가해 학생에 대한 충분한 교육도 부족했다”면서 ▲‘생활지도 전담교사’ 등 교육 현장의 여건을 고려한 정책과 제도 도입 ▲가해 학생 상담과 교육을 위한 위(Wee)센터 확대 등을 제시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초빙교수제’ 교육용? 취업용?… 일부 공직자 퇴임후 낙하산 악용

    ‘초빙교수제’ 교육용? 취업용?… 일부 공직자 퇴임후 낙하산 악용

    최근 서울대에서 때아닌 초빙교수 논란이 일었다.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의 사회대 초빙교수 임용 소식에 학생들이 황 전 사장의 임용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삼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방기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탄압한 황 전 사장을 사회학과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것은 반노동, 반사회적 경영의식이 서울대 교육기조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라면서 “황 전 사장의 임용을 철회하라”며 대학과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대학의 초빙교수는 6453명(추정치)이다. 황 전 사장처럼 기업 CEO 출신부터 세계적인 석학, 퇴직한 공무원, 연예인까지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초빙교수란 이름을 달고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본래 초빙교수제는 실무 전문가를 영입해 학생들에게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제공하거나 전임 교원으로 영입이 어려운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연구 등을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초빙교수제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추천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임용이 이뤄지는 탓에 실력보다는 인맥이 우선시될 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용 과정의 투명성도 문제로 꼽힌다. 임용 이후에도 여전히 외부 활동에 무게를 둔 채 강단에 오르는 탓에 수업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자리로 전용되는 일도 많다. 초빙교수나 객원교수란 이름으로 대학이나 연구소에 오는 인물 중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의 이름 석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연구재단의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사업’은 이들의 대표적인 창구다. 2008~2012년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초빙교수로 임명된 인물 가운데 공기업·공공기관 출신은 최근 5년간 17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행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도 150명에 이른다. 이 밖에 국회의원이나 국회 사무처 전문위원 등 입법부 출신은 5년간 12명, 산업체 출신은 21명 등이었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교육이나 연구현장에서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검증된 인사인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의 인사 태풍으로 퇴직한 서울시 1급 공무원 다섯 명 가운데 네명이 별다른 검증 없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겨 가면서 낙하산 임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중에는 행정부시장과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재직 당시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파문을 일으킨 이인근 전 본부장도 있었다. 시립대에 초빙된 이들은 일주일에 단 한 차례 강의하고 매달 최대 600만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시립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요직이나 공기업 고위급 임원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학교 감사부터 홍보, 사업권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 “전임 교수를 임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저렴하게 교원 확보율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초빙교수가 되려는 수요는 넘쳐난다.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들이 갖는 사회적 위상과 상징성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서울의 한 사립대 초빙교수로 일했다는 기업인 A씨는 “돈보다는 교수라는 타이틀이 줄 수 있는 명예와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보람이 더 크고 소중하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학교로 달려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고위직 인사인 B씨 역시 틈만 나면 대학교수로 근무하는 동창들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B씨는 “대한민국에서 교수라고 하면 주변에서 보는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보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왕년에 한자리했던 사람일수록 은퇴 후 교수란 타이틀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초빙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와 교수들은 초빙교수제가 본래 취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준호 서울대 기획부처장은 “초빙교수 제도는 실무 경험자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에 기반한 지식을 보완해 줌으로써 균형 있는 교육을 전달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사장 임용을 두고 서울대 일각에서 산업 현장과 정책에 이해가 높은 외부 전문가를 대기업 출신이라고 반대하는 것이 어깃장을 놓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세계적인 석학 초빙은 학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고무시킨다. 최근 초빙교수냐 방문교수냐를 두고 잡음이 일었던 함돈희(39)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 교수의 서울대 초빙교수 임용 소식에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학생들이 술렁였던 것도 유명한 과학자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외국인 초빙교수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부원장은 “외국인 초빙교수가 오면 한국 교수들이 갖지 못한 인적 네트워크가 새롭게 활성화되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인력수급과 장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김 부원장은 “매년 계약이 이뤄지는 초빙교수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외국 초빙교수가 ‘부모님이 연로하시다’, ‘본국에서 승진했다’는 이유 등으로 돌아가겠다고 의사 표명을 하면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고 문제점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초빙교수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 김모(24)씨는 “예체능 분야이다 보니 유명 연출가·배우들이 초빙교수로 많이 오는데 잠시 머물다 가는 형식이다 보니 책임감도 떨어지고 유대관계도 없다”면서 “때문에 학생들은 대외에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 이벤트 인사라고 여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수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숙명여대 2학년 강모(21)씨는 “초빙 교수가 네트워크 보안 쪽 실무자였는데 매번 외부 일정 때문에 수업에 지각을 하고 휴강도 많이 해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컸다”면서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져서 몇몇 수강생은 학교 측에 항의 메일을 넣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임용 첫 단계부터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경희대 관계자는 “막상 초빙교사를 임용하지만 객관적인 평가 체계가 없는 상태”라면서 “보통 1년에서 3년, 연임은 1~2회로 제한된 곳이 많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교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임용단계에서부터 초빙교수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초빙교수 세칙을 정해 놓으면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상 초빙교수는 사회 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무관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지식을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등 교수법도 검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美연구팀 “선생님 빨간펜 채점, 학생 열받게 한다”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이 주로 쓰는 ‘채점의 상징’ 빨간색이 아이들에게 정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사회학과 리처드 튜크와 헤더 알바네시 교수 연구팀이 ‘빨간색 채점이 학생들을 열받게 한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학부생 199명을 대상으로 각각 A를 받은 빨간색, 파란색 채점 에세이와 C를 받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채점된 에세이의 평가 결과 나타났다. 튜크 교수는 “똑같은 점수와 코멘트를 단 에세이지만 선생님이 빨간색으로 채점한 에세이를 학생들은 더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면서 “빨간색 채점은 학생들을 더 열받게 하는 것은 물론 선생님과 학생과의 유대관계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결과에 일선 교육자들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영국 바른 교육협회 회장 크리스 맥거번은 “3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이같은 연구결과는 황당하다.” 면서 “아이들은 오히려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빨간색 채점을 더 선호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이들은 빨간색 채점에 스트레스 받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나 평가받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간 영미권 학교에서는 ‘빨간펜’을 몰아내고 ‘파란펜’을 쓰자는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빨간색이 주로 ‘경고’ , ‘금지’, ‘주의’ 등 부정적인 의미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때문. 실제로 지난 2008년 많은 영국 학교들이 선생님의 빨간펜 사용을 금지시켰으며 당시 호주 퀸즐랜드 주 보건당국도 빨간색이 아이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중지 제안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과학 저널(the Journal of Soci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예술·미학으로 본 동아시아 고전

    동양 철학이나 윤리학처럼 동양 미학이나 동양 사회학도 있을까? 성균관대학교출판부와 선비정신과풍류문화연구소는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를 기획해 동아시아 고전을 미학과 예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책들을 내놓았다. 미학사적으로 중국 고대부터 현재까지, 내용으로는 총론에서 각론까지 동아시아 예술미학의 조감도를 풍성하게 보여준다. 총서는 모두 6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1차분으로 세 권이 먼저 나왔다. 2권 ‘중국 현대 미학사’, 3권 ‘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4권 ‘소요유, 장자의 미학’등이 그것이다. 동양을 해석할 때 중국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만큼 동양의 미학과 사회학도 중국의 것들이다. 중국을 이해할 때, 비로서 한국 고유의 것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장치췬(章啓群)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의 ‘중국 현대 미학사’는 차이위안페이(蔡元培), 량치차오(梁啓超) 등 중국 근현대 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근현대 사상가 11명의 사유 궤적을 추적한다. 푸전위안(浦震元) 중국대중매체대 교수의 ‘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은 동아시아 예술과 미학의 핵심 개념인 ‘의경’(意境)을 분석한다. 왕카이(王凱) 칭다오대 교수의 ‘소요유, 장자의 미학’은 장자 철학의 주요 개념인 소요유(逍遙遊)의 ‘유’(遊)를 서양의 유희설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2차분으로 1권 장파(張法) 런민대 교수의 ‘중국의 미학사’, 5권 ‘대역지미, 주역의 미학’, 6권 ‘동아시아 미의 문화사’ 등은 올 상반기 중에 발간될 예정이다.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는 ‘동아시아 미학과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혼자서 읽을 수 있는 번역’이라는 목표 아래 동아시아 전통 예술의 기본 개념을 현대어로 번역했다. 총서를 기획하고 번역을 총괄한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는 “오늘날 동양과 서양의 교류가 날로 깊어지면서 동아시아의 정체성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 동아시아 고전을 철학 사상 일변도의 연구 풍토에서 미학과 예술의 관점을 첨가해 재조명한다면, 시의가 적절할 뿐만 아니라 연구 영역을 다양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한국학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면 타자의 시선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소극적 변명을 넘어서 적극적 자기 규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3)10세에 정해지는 명문대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3)10세에 정해지는 명문대

    “a가 2분의√2보다 큰 상수 a에 대하여…이 문제 한 번 봐봐.” 16일 서울 종로구의 A고 2학년 8반 교실. 방학중 ‘방과후 학교’의 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참석 학생은 고작 3명뿐. 원래 이 수업에 등록한 학생이 20명이었으니 15%만 출석한 셈이다. 결석률이 무려 85%. 다른 반도 사정은 거의 같았다. 국어 수업을 하고 있는 2학년 2반과 3반도 학생이 각각 5명에 불과했다. 이날 수업에 나온 예비 고3 이모(18)양은 “방학 때 늦잠 잘까 봐 방과후 학교를 등록하기는 했는데 과외도 따로 하는 중”이라면서 “주변 친구들을 봐도 70% 정도가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학원을 다닌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와 달리 학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직접 방문 취재를 한 학교 3곳 모두에서 사교육 없이 방과후 학교에만 몰두하는 학생은 찾기 힘들었다. 서울 중랑구 B고는 종로구의 학교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대부분 결석률이 30%를 웃돌았다. 한 교사는 “신청자들조차 결석해도 불이익이 없으니 ‘아프다’, ‘겨울이라 춥다’는 등 변명을 대고 많이 빠진다”면서 “그런 학생들도 인근 중계동에 있는 대형 학원은 빠지지 않고 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방과후 학교가 외면받는 것은 단적으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방과후 학교가 학업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등학생들은 65.6점(100점 만점)을 줬다. 중랑구 B고 홍모(18)군은 “학교 수업이 학원 진도를 못 따라가다 보니 만족도가 떨어진다”면서 “올 6월 모의고사 수학 범위에 기하와 벡터가 들어가는데 적분과 통계를 배우는 현재 진도를 보면 손도 못 대게 생겼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모(18)양은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정말 방과후 학교랑 야간자율학습만 했었다”면서 “선생님들이 열의가 없고 교재 선택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해 지금은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참석 열기도 높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1230개 초·중·고교 모두 방과후 학교를 운용하고 있었으나 학생 참석률은 55.4%에 그쳤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46.5%를 기록, 가장 참석률이 낮았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방과후 학교 수업이 이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보충하는 식이다 보니 학부모나 학생들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학원을 찾고 있다”면서 “우수 강사 확보나 선생님들의 독창적 교수법 개발 등 공교육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7배 더 높은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 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양천구, 노원구 등 소위 강남권과 학군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학생들이 서울대에 가는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7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신문이 교육정보업체 이투스청솔과 함께 2009~2011년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출신학교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강남구 고등학교 출신 학생의 3.60%(477명)가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가 3.12%(244명)로 두 번째로 높았고 강동구(1.91%)와 송파구(1.64%)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밀집한 또 다른 학군 지역인 양천구(1.49%), 노원구(1.40%)는 비교적 서울대 진학률이 낮았다. 금천구와 중랑구는 0.52%와 0.64%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강남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다른 학군지역에 비해 높은 것은 성적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강남지역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비율을 살펴 보면 강남구는 외국어영역 1등급 비율이 18.2%로 양천구(9.8%)와 노원구(7.5%)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화이트칼라 중산층 밀집지역인 양천과 노원의 경우 상위권 학생은 많지만 서울대를 갈 정도의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은 강남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가정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를 보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를 포함시키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2009~2011년까지 서울대에 50명 이상 진학한 고등학교 23곳 중 21곳이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였다. 나머지 두 곳도 2010년과 2011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전환한 지역의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와 강남의 명문고였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입시준비를 시킨다”면서 “특목고 학생의 절반가량은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출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특목고 진학생 3427명 중 1554명(45.3%)이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도봉 등 6개 자치구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서울대 입시 결과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와 정비례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원수나 통계상으로 드러나는 사교육비가 비슷하게 보이더라도 실제 투자되는 사교육비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의 중산층 가정도 강남구와 서초구 등 부촌지역의 사교육을 따라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강남 대치동의 국어전문학원 원장 A씨는 “중계동 학생들이 학원에서 국·영·수 수업을 듣는 것이 기본이라면 강남의 상위권 학생들은 과목당 150만~300만원 하는 그룹 과외를 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지 않은 중산층 자녀들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바라는 마음에 무리해서 사교육을 시키고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절대적인 경제적 격차로 인해 이런 욕구가 상당 부분 좌절되는데 이는 교육제도는 물론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보건사회학회장 김대희 교수

    김대희(51) 인제대 보건행정학 교수가 최근 한국보건사회학회 제14대 회장에 선출됐다.
  •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카탈로그도 제작 ‘기업화’… 새벽엔 오픈마켓서 은밀한 거래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카탈로그도 제작 ‘기업화’… 새벽엔 오픈마켓서 은밀한 거래

    #지난해 6월 500억원대 짝퉁 명품을 밀수, 제작해 유통한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김태희 가방’처럼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짝퉁 제품을 소개하는 자체 카탈로그까지 제작,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51·여)씨 등 3명은 유명 상표가 부착된 명품을 위조한 가방 등 짝퉁 5만여점을 중국에서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제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과 남대문시장, 부산 등 전국의 소매상에 뿌렸다. 국내 짝퉁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규모 구멍가게식으로 운영되던 짝퉁업체들이 이제 제조와 판매, 영업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커지고 기업화되고 있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약 27조 4000억원에 이른다. 또 유통되는 위조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짝퉁 명품을 비롯해 가짜 석유와 양주,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속는 때도 있고 알면서도 진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세청이 최근 5년간 가짜 가방과 시계 등의 밀반입을 적발한 건수는 1528건(2조 2074억원)에 달한다. 2008년에 328건(3407억원), 2009년 325건(7117억원), 2010년 319건(2704억원), 2011년 231건(3371억원), 2012년 225건(5475억원)이 적발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주로 홍콩이나 중국 쪽에서 짝퉁 제품들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수법이 교묘해져 육안으로 봐서는 진품과 구별이 쉽지 않아서 수출입 자료나 돈거래 등을 통해 정상적인 수입인지를 식별한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제조된 가방과 옷, 시계 등이 다양한 채널로 유통돼 소비자들을 유혹 중이다. 거래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차명계좌, 퀵서비스 등 온갖 수법이 동원되고 판매책 간에도 서로 신분을 숨기는 등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짝퉁 상품의 단속이 뜸해지는 새벽 시간이면 가짜 해외 유명 명품이나 스포츠 브랜드 등이 버젓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된다. 유럽 명품뿐 아니라 해외 스포츠 브랜드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짝퉁 제품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주로 거래되는 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6시 사이다. 오픈마켓이 자구노력의 하나로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짝퉁 검색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피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정신수 서울세관 조사관실 계장은 “상표법 위반 제품들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다가 최근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은밀하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일명 ‘폐쇄몰’(회원제로 운영되는 블로그나 카페, 소셜커머스 등)에서 판매되는 경우에는 접근이 차단돼 단속하기가 더욱 어렵다. 정 계장은 “짝퉁 제품을 팔 때 그들만이 쓰는 은어가 있다”면서 “‘이미테이션’이나 ‘SA급’ 등의 은어는 검색을 통해 단속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은어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술집에서 판매되는 양주도 마찬가지다. 국내 양주시장 규모는 1조 20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짜 양주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조직적인 규모의 가짜 양주 제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업소에서 남은 술을 섞어 파는 식의 소규모 유통은 성행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물론 업체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등 짝퉁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도 짝퉁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0% 정도다. 이는 세계 평균인 42%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선진국 평균 수준인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치인 27%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불법 소프트웨어에 따른 손실액은 약 351억원에 달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10%만 줄여도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소프트웨어가 국내 산업 발전의 초석인 만큼 불법복제를 줄이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짝퉁이 판치는 것은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짝퉁을 사는 이유와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짝퉁 구매가 과시욕을 위한 합리적 소비라고 강변한다. 대부분의 짝퉁 구매는 진품보다 싸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자동차용 유사석유를 가끔 쓴다는 이모(39·경기 수원)씨는 “일반 주유소 휘발유보다 유사석유가 ℓ당 400~500원이 싸다”면서 “한 달이면 최소한 15만원 이상은 아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씨는 “차도 10년 이상 타서 낡았고 어차피 몇 년 더 타다가 폐차시킬 텐데 문제가 있느냐”면서 “주유할 때 담배만 안 피우면 사고 날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도 짝퉁 구두를 샀다는 회사원 이모(31)씨는 “어차피 요즘 구두는 닳고 해져서 산다기보다 기분 전환의 이유로, 또 신고 있는 게 싫증이 나서 사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국산 구두 한 켤레 값으로 검증받은 디자인의 구두를 두세 켤레 살 수 있으니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리만족형도 많다. 주부 임모(41)씨는 “200만~300만원 하는 루이비통이나 구찌 가방을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짝퉁을 사기 시작했다”면서 “20만~3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나도 남들처럼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른바 짝퉁 구매는 명품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명성을 갖고자 하는 허영심과 과시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이라면서 “짝퉁이 사라지려면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소비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2년간 노숙인 60명의 삶 추적

    한국에서 노숙자(Homeless)들이 문제가 된 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그전에 흔히 부랑자라고 부르는 노숙인(Rough sleeper)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붕괴되면서 대량 양산된 노숙인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의 노숙인’(구인회·정근식·신명호 편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은 등장한 지 15년이 된 노숙인 문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2차대전 이후 양산되기 시작해 60여년이 된 영국, 미국의 노숙인들과 달리 한국의 노숙인 역사가 일천한 탓에,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 사회학, 인류학, 사회복지학과 등 사회과학 연구진들이 200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노숙인 생애사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약 2년에 걸쳐 60명의 노숙인을 1·2차 심층 인터뷰하고 노숙에 이르게 된 경로를 추적했다. 한국 노숙의 범주에는 거리뿐 아니라 찜질방, 만화방, 쪽방, 고시원, 노숙인 쉼터 등도 포함된다. 한국의 노숙인은 첫째 고용의 악화와 자영업의 실패, 둘째는 경제적 몰락으로 인한 이혼 등 가족의 해체, 셋째 선천적·후천적 질환에 따른 노동력 상실 등이 원인이었다. 현재 노숙인 정책은 영국의 ‘새정설’(2000년)이 수용되는 상황이다. 노숙인 발생에 따른 위생과 치안 문제 등 위기 관리보다 노숙인 발생을 예방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숙의 원인보다 노숙을 촉발하는 요인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노숙인의 노숙 경로를 보면 근로 빈곤층에 불리한 사회·경제적 구조가 노숙인을 양산하지만, 노숙을 촉발할 만한 불운에 맞닥뜨렸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이혼 등으로 정신적 불안을 겪었거나, 사생아, 조부모 슬하의 방치된 어린 시절, 또는 도박이나 알코올 등에 취약하다든지, 재산이나 인간관계에서 계속 사기를 당한다든지 하는 관리능력의 미흡 등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구조적으로 엮이기도 한다. 인쇄업이나 봉제업과 같이 사양 사업에 종사하다가 퇴직한 후 동료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관리 능력이 부족해 사기를 당하는 형태다. 느닷없는 불운을 극복하는 능력은 물질적·경제적 차원의 일시적 지원이 아닌, 자존감의 회복이나 성찰을 통한 자립과 자활 의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학들과 연계해 진행하는 ‘인문학 과정’이 중요하다. IMF와 같은 전환기에 세상을 바라볼 안목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인간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위헌결정 땐 ‘자발적 성매매’ 여성 처벌 못한다

    2004년 9월부터 시행 중인 ‘성매매 처벌 특별법’이 위헌 심판대에 오르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자발적으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가 사라진다. 이 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3자의 강요 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경우에는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돼 처벌하지 않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4단독 오원찬 판사는 지난해 7월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김모(42·여)씨가 신청한 관련 법률 위헌 여부 심판을 지난 4일 헌재에 제청했다. 다만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성인 성매매 여성 처벌에 관한 것으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성매수 남성은 현행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특별법 찬성 입장인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 노동을 인정하는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도 성매매가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자유 업종은 아니다”면서 “성매매 특별법은 특별히 새로운 법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법의 대체 입법이고, 기존의 법은 국민이 정한 것이다. 국민들의 보편 정서가 성매매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인 노영희 변호사는 “성매매를 불법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음지에서 변태 성문화가 더 많이 생산되고 있고, 아동 성범죄 등 심각한 성범죄 문제도 일어나고 있다”며 “성인인 성매매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도 매우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주지 않고 무조건 막으며 이들을 불법행위자로 치부하는 것은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일부 여성 단체들은 “성매매를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맞춰 성매매 특별 단속 등을 벌이며 가시적인 단속 효과를 올리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일부 집창촌 위주의 성매매가 주택가 오피스텔 등으로 숨어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의 성매매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이 법이 시행된 2004년 1만 6947명 검거를 시작으로 이듬해 1만 8508명, 2007년 3만 9236명, 2008년 5만 1575명 등 매년 검거 인원이 증가하면서 2009년 7만 3008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2만 1123명이 검거됐다. 드러난 성매매 업소와 종사자 등은 줄었지만, 기존 성매매 여성들이 풀살롱, 키스방, 대딸방(유사성행위), 귀청소방, 안마방 등으로 몰리면서 성 산업이 더욱 음지화·다양화되고 있다는 게 경찰 등 관계 기관의 분석이다. 헌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재 소장을 포함해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헌재는 접수 사건에 대해 통상 180일 이내 처리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헌재가 이동흡 신임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앞두고 있는 데다 헌재 결정이 미치게 될 파급력이 큰 만큼 심리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교육이 만드는 코리아 카스트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교육이 만드는 코리아 카스트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에서 수학능력시험 상위권인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나머지 지역보다 최대 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북 학군 간 학력의 차이가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신문이 교육정보업체 이투스청솔과 함께 서울 지역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의 경우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전체의 2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가 두 번째인 24.2%로 높았고 양천구가 1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3.4%의 학생만이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아 그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강남구와는 무려 8.6배 차이가 났다. 중랑구도 5.4%만 1, 2등급을 받았다. 서울 지역 전체 학생 중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13.9%였다. 서울 평균보다 높은 곳은 강남, 서초, 양천, 노원, 송파 등 5곳이다. 수리영역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는 26.8%가 1, 2등급을 받았고 서초구 22.8%, 양천구 17.4%로 외국어영역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반면 금천구와 성동구는 각각 3.9%와 6.7%만 1, 2등급을 받았다. 언어영역에서도 강남구(23%)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금천구(5%)가 가장 낮았다. 평균 성적에 있어서도 강남구는 외국어영역에서 3.7등급을 받은 반면 금천구는 5.85등급으로 2등급 이상 낮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강남, 서초, 양천 등 수능 성적이 좋은 곳이 역시 잘사는 동네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노원구는 잘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교육열이 높은 화이트칼라 중산층과 사설 학원가가 밀집돼 있어 성적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표상으로는 지역적 교육 격차인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자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면서 “특히 화이트칼라 계층 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자녀들에게 어떤 경제적 차이를 발생시키는가를 몸소 체험한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 결과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장에서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3.3㎡당 아파트 가격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소유자의 주거 현황 및 수능 성적은 정비례한다.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가는 29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금천구는 988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또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의 수도 강남구가 1만 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천구는 500명으로 가장 적었다. 강남구는 1000명당 1.9명이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반면 금천구는 0.2명에 그쳤다. 강남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3만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인 42만원의 4.59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통계야 4~5배 차이지만 실제로 고등학교 때 쓰는 돈은 10배 이상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차이는 대학 진학률로 나타난다. 2011학년도 자치구별 서울대 진학률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1만명당 173명이 서울대에 들어갔고 서초구는 150명이 진학했다. 하지만 금천구와 구로구는 1만명당 18명에 그쳤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면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결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 통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는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초졸 1668만원 대졸 6040만원

    교육의 양극화가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은 학력별 소득 격차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668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구주가 대졸 이상인 가구는 6040만원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가구주보다 소득이 3.62배 많았다. 가구주의 학력이 중졸인 경우는 3023만원, 고졸은 4064만원이다. 특히 가구주가 초등학교 이하 학력을 가진 경우 50%가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반면 가구주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51.7%가 5000만원 이상이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는 빈부의 격차가 교육 양극화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소득 활동의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격차는 직업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학력별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학력의 취업자 중 85.7%(105만 2450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중졸자는 76.1%(103만 9429명), 고졸은 57.6%(395만 8432명)가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20.9%, 대졸자는 26%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졸업자는 35.9%가 비정규직이다. 사업장 규모로 따져 보면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의 77.1%를 차지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기업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에 집중돼 각종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朴국정 핵심은 강력한 국가·원칙있는 자본주의

    朴국정 핵심은 강력한 국가·원칙있는 자본주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소신은 강력한 국가와 원칙 있는 자본주의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의 이런 철학은 미국의 저명한 정치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박 당선인의 국정 철학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사상가라는 의미다. 저서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7일 첫 주재한 대통령직 인수위원 전체회의에서 후쿠야마가 제시했던 ‘신뢰가 곧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만이 결국 번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 후쿠야마의 주장을 옮겨 온 것이다. 차기 정부 5년의 밑그림을 짜는 인수위의 ‘방향타’를 설정해 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8일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평소에 신뢰 이야기를 한 것도 여기서(후쿠야마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세계적 석학이 이야기한 것이고 (당선인이) 그런 명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이 평소에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 왔던 데는 후쿠야마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박 당선인이 2009년 미국 방문 때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도 후쿠야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당시 연설에서 “민간 부문과 정부의 역할 및 책임이 새롭게 확립되고 국가 간 협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가 제시했던 또 다른 이론들도 주목된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강력하고 통일된 국가와 그 국가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근대 정치제도의 세 요소인 ‘국가’ ‘법치주의’ ‘책임정부’를 완벽하게 갖춘 사회가 정치적으로 발전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대변인은 “(당선인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여전한 악플… 당신은 사이버 살인자

    여전한 악플… 당신은 사이버 살인자

    “최진실도, 최진영도, 조성민도 모두 악플이 죽인 셈이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씨의 죽음을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 ‘악성댓글(악플) 자성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톱스타 고(故) 최진실씨의 자살 이후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자성의 움직임이 일었던 5년 전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된 가운데 사이버폭력의 폐해는 심각하다. 조씨는 전 부인인 최씨가 자살한 후 4년 내내 악플에 시달렸다. 2009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내가 유서라도 써놓고 죽어야지 사람들이 진심을 알아줄까요”라며 힘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폭행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을 때도 폭력적인 댓글이 넘쳐났다. 경찰은 “조씨가 만취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맞았으며 정당방위에 가까워 사실상 피해자”라고 설명했지만 네티즌은 일방적으로 조씨를 매도했다. “마누라 죽이고 유산 챙겨서 술 처먹고 사네”, “너만 아니면 진실누나는 살아있을 텐데”, “벌레 같은 ○끼안 죽냐? 빨리 뒤져라” 등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8일 조씨의 발인식을 찾은 지인들은 “악플이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악플의 피해는 몇몇 스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2011년 인터넷윤리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을 웃도는 54.4%가 악플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요 피해유형(복수응답 가능)은 욕설·비속어(64.4%), 비웃고 헐뜯는 글(61.6%), 인신공격·인격모독(61.3%) 등이었다. 인터넷 이용자 중 악플을 달아봤다는 사람도 4명 중 1명꼴(23.9%)이었다. 인터넷상 명예훼손·언어폭력·협박 등으로 경찰에 신고된 사이버폭력도 2007년 1만 2905건 이후 지난해(1만 354건)까지 꾸준히 1만건을 넘나든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8일 “악플에 시달리면 자존감이 낮아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 사용자는 익명의 대중에 의해 사회적 타살이 발생할 수 있단 걸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은 “무분별한 악플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건 곤란하다”면서도 “댓글은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재해 명예훼손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면서 “악플을 형법상 모욕죄, 협박죄,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 훼손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인터넷 생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씨줄날줄] 심리부검/육철수 논설위원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자살에 대해 “개인이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잃었을 때 스스로를 죽인다”고 했다. 그는 자살의 여러 유형 가운데 이런 ‘아노미(anomie)적 자살’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아노미란 ‘규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욕망이 규제를 받지 못해서 생기는 무규율 상태’라고 정의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박사는 저서 ‘자살, 차악의 선택’에서 자살의 유형을 8가지로 세분했다. 우선 자기 귀책적 유형으로 ▲회피형 ▲이해형 ▲해결형 ▲배려형을 들었다. 또 타인 전가적 유형에서 ▲비난형 ▲각인형 ▲고발형 ▲탄원형으로 나누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학생, 해고 근로자, 유명 정치인·연예인, 재벌의 자녀, 대기업 사장·회장, 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삶을 정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근로자들의 잇단 자살은 고발형이나 탄원형이 대부분일 게다. 학생·연예인·정치인 등은 회피형이나 이해형이 많은 편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은 노인의 자살은 해결형이나 배려형에 가깝다. 그러나 어떤 자살 유형이든, 예일대 셸리 케이건 교수의 지적대로 합리적이거나 도덕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우리나라는 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사회·국가적 병리현상이다.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자살했을 때 ‘자살생각계수’(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을 0~1 사이 값으로 나타낸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음)는 0.101이라고 한다. 1명이 자살하면 6명이 충격을 받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도 있다. 자살은 그만큼 심리적 전염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유명 인사나 연예인이 자살하면 인터넷 관련 검색어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제는 사회와 국가를 해부해서라도 ‘자살병’의 처방전을 찾아야 할 때다. 마침 부산시가 자살자의 ‘심리 부검’을 도입해 환경 요인부터 제거한다는 소식이다. 죽음에 이르게 한 심리적 요인, 이를테면 질병·학력·거주형태·소득·가족갈등 등 20개 항목을 조사해서 자살예방책을 만든다고 한다. 1980년대 자살률 세계 1위였던 핀란드가 이런 방식의 자살방지 프로젝트로 20년 만에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관)들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행’ 열흘 전부터 가깝게는 1시간 전에 전화·문자·일기·언행 등으로 주변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절망에 빠진 이들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도록 다시 한번 주변을 잘 살펴봐야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1명 자살하면 6명 충격… ‘도미노 비극’ 심각

    1명 자살하면 6명 충격… ‘도미노 비극’ 심각

    “매일 밤 꿈에서 아들이 떨어지는데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아요. 차라리 저도 같이 떨어져 버리면 이 고통이 잊혀질까요.” “딸이 자살하기 전 ‘엄마,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대처하지 못했어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저도 정말 따라가고 싶어요.”(생명의 전화 등의 자살자 유가족 상담 내용) 전직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씨가 지난 6일 전처인 최진실(2008년)씨, 그의 동생 최진영(2010년)씨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주변인 연쇄 자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씨와 최씨 남매가 한때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유명인사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한층 크다. 전문가들은 조씨와 최진영씨의 자살에 대해 “가족 한명의 극단적 선택 이후 자살에 대한 금기가 무너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명이 자살했을 때 평균 6명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2011년 한해 국내 자살자가 1만 5906명이니 같은해 9만 5000여명이 주변인의 자살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은자의 슬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충해 자살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가치를 좇는 우리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자살이 주변인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자살했을 때 ‘자살 생각계수’(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을 0에서 1사이의 값으로 표현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는 0.101을 나타냈다. 즉 주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자살할 가능성이 통계상 높다는 얘기다. 타이완에서도 가족 중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확률이 4.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해고 노조원 및 가족 23명이 연쇄 자살했고 2009년에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했던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목숨을 끊자 동생이 뒤이어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청소년은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의 지난해 논문에 따르면 친구의 자살 시도를 경험한 청소년의 자살생각 지수는 8.23점(38점 만점)으로 친구의 자살경험이 없는 학생(4.16점)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자살도 돌림병처럼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협회장인 하규섭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주로 가족한테 배운다”면서 “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가족 구성원은 극단적 생각을 하기가 쉽다. 불만을 술로 풀던 아버지 밑에서 술꾼 아들이 자랄 가능성이 큰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자살 후유증 치료 전문가인 존 매킨토시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에 따르면 자살자 유족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강간·전쟁·범죄 등을 경험한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 김다혜 생명의전화 사회복지사는 “유가족 자조 모임이나 정신과 상담 등을 통해 반드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태연 가톨릭 의대 정신과 교수도 “가족의 자살은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상실이기에 가까운 사람끼리 보듬고 슬픔을 나눠야 하고 견디기 힘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수”라고 밝혔다. 자살자 유족 자조모임 등에서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자살예방센터의 유가족 자조 모임인 ‘자작나무’와 상담소 등을 찾는 인원은 2008년 22명에서 지난해 109명으로 늘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교육나눔 캠페인] 수리 1·2등급 都農 격차 최대 4배… 어디 사느냐가 학력 좌우

    [교육나눔 캠페인] 수리 1·2등급 都農 격차 최대 4배… 어디 사느냐가 학력 좌우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도시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에 사느냐가 학생들의 학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수리영역의 경우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 즉 서울에 살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14.8%가 1·2등급을 받았다. 수능 1등급은 상위 4% 이내, 2등급은 상위 11% 이내다. 인구 300만명 이상에서는 12.1%가, 200만명 이상은 10.3%가 1·2등급을 받았다. 반면 인구 20만명 이상에서는 8.1%, 3만명 미만의 시골에서는 3.8%만이 수리영역에서 1·2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도시 크기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소득 수준과도 관계가 깊다”면서 “서로 비슷한 학습 능력을 가졌더라도 어떤 교육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성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일반계 고교 사교육비(월 56만 8000원)는 읍·면 지역의 5배에 달한다. 수리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7만 771명 중 29.03%인 2만 548명이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 학생이었다. 100만명 이상 대도시까지 포함시키면 수리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된다. 고유경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은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한다고 할 정도로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이 만연해 있다”면서 “강남에서 한달에 200만~300만원의 사교육비는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외국어영역에서는 도농 간 격차가 더 컸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도시에서 14.6%이던 1·2등급 학생 비율은 300만명 이상 도시에서 12.0%로 떨어지더니 인구 40만~50만명 도시에선 8.9%까지 하락했다. 도시 규모가 작아질수록 계속해서 감소해 인구 3만명 미만 도시에선 수능 1·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4.9%로 나타났다. 언어영역의 경우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특이한 사실은 인구 7만~15만명 도시의 경우 수능 전 영역에서 1·2등급의 비율이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육 관계자는 “기숙사 형태의 자율형, 자립형 고등학교들이 이들 소도시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그냥 수능 1·2등급이라고 표기돼서 그렇지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로 따지면 서울과 소도시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성적의 차이는 바로 대학 입시 결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2148명 중 서울 출신 학생은 37.1%인 797명이었다. 전체 신입생 대비 서울 출신 입학생 비율은 2010년 33.1%, 2011년 32.7%였다. 특히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이 서울 출신 입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6%인 380명에 달했다. 월평균 가계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가구에 속한 신입생이 47.1%나 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월평균 가계소득이 500만원을 넘는 가구가 25.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부유층 자녀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신입생이 87.4%나 됐다. 부모들의 학력도 높았다. 대한민국 남성과 여성의 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각각 41.4%와 30.6%다. 하지만 서울대 신입생의 아버지, 어머니의 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그 두 배를 웃도는 83.3%와 72.2%에 달했다. 고 상담실장은 “정부의 EBS의 출제 비율 확대만으로는 학력 차 해결에 한계가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바꾸고 시골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본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2009년 41%에서 2011년 33%로 줄었다.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 중 사회 경제적 지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9년 29.3%에서 2011년 25.0%로, 월소득 100만~200만원인 가구의 경우도 29.7%에서 23.5%로 줄었다. 또 자녀의 지위 변화에 대해서도 100만원 미만 가구에서 2009년 43%가 지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지만 2011년에는 37.9%로 줄었으며 100만~200만원 가정도 43.9%에서 38.9%로 응답 비율이 낮아졌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신분 변화 가능성은 항상 낮았다. 2011년 조사에서 본인 신분의 변화에 대해 월 소득 100만∼200만원 가구(23.5%)가 100만원 미만(25%) 가구에 비해 더 부정적으로 내다봤고 200만∼300만원 미만 가구 역시 26.5%만 신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월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본인 신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응답 52.5%, 자녀의 변화 50.7%로 긍정적으로 전망한 비율이 저소득 가구의 두 배가 넘었다. 고소득층 부모는 자녀가 자신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소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그렇지 못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류층과 중산층 간 교육 격차가 늘면서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절망감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가운데 자신이나 자녀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65.1%, 47.8%로 가장 높았다. 반면 60대는 48.9%, 34.3%였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0대가 신분 상승에 대한 절망감이 가장 큰 이유는 외환 위기를 겪은 후 양극화와 취업난 등을 겪었기 때문”이라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 등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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