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사회학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인사혁신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415
  • [커버스토리-온라인은 지금 ‘댓글 전쟁’] ‘인터넷 실명제’ 5년만에 위헌 결정… 규제보다 네티즌 자정 우선돼야

    댓글은 양날의 칼이다. 대중의 ‘말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타인을 무분별하게 비방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연예인에게도 댓글은 양면적이다. 어떤 연예인은 자신의 기사가 무플(댓글이 달리지 않는 것)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악플이라도 달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반면 일부 연예인은 인터넷에 달린 악성 댓글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고 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댓글이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도 하지만 그보다는 놀이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그 수가 많아질수록 내용이 삼천포로 빠지게 된다”면서 “인터넷 공간이 유희의 도구로서 활용되는 것은 괜찮지만 가끔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익명성에 기반해 타인을 공격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댓글녀가 등장하면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직적으로 작성된 댓글이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댓글 등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커지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실제로 2007년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법제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인터넷 실명제는 수명을 다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댓글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몇몇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한 댓글에 대해 규제를 취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댓글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한 인터넷 포털 관계자는 “실명제를 시행한다고 악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인신공격성 댓글이나 비속어 등에 대한 차단을 진행하고 있지만 규제만으로 댓글의 부작용을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보다 전반적인 인터넷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규제의 측면에서만 인터넷 문화를 바라보기는 어렵다”면서 “네티즌들의 자정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를 바꾸는 것은 길고 고단한 작업이다. 최근 선플 달기 운동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악성 댓글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간 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할 때 악성 댓글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인터넷 공간을 완전히 깨끗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온라인은 지금 ‘댓글 전쟁’] 100가지 마케팅보다 100명의 말보다 센, 단 한 줄

    [커버스토리-온라인은 지금 ‘댓글 전쟁’] 100가지 마케팅보다 100명의 말보다 센, 단 한 줄

    “좋다는 댓글이 달린 제품은 다른 비슷한 물건보다 가격이 1000~2000원 더 비싸도 많이 팔리죠. 온라인 마케팅에선 다른 광고보다 영향력이 큽니다.”(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이모씨) “사람들은 댓글이 여론의 대표성을 갖지 않는다고 이성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그 댓글을 읽으면서 어느새 이것이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댓글의 힘이 커지고 있다.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온라인 ‘접촉 면적’이 늘면서 개인별 의견인 네티즌 댓글의 힘도 쑥쑥 자라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물론 다른 사람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할 때도 댓글을 본다. 우리는 댓글의 영향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계산이 빠른 상인들은 댓글의 위력을 일찍부터 꿰뚫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오너나 그룹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언론 기사는 물론 인터넷 댓글 동향도 면밀하게 점검한다”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장기적으로 제품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그룹 홍보 담당자는 “몇몇 기업은 직원들이 댓글 관리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밝혀지면 더욱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매우 은밀하게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효과가 있으니까 월급 주면서 그런 일을 시키는 것 아니겠냐”고 털어놨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소문 마케팅’의 중심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함께 댓글이 있는 것도 그 이유다. 한 광고기획사 임원은 “파워블로거의 경우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댓글은 다른 소비자들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댓글이 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은 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참고 사항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직접 만져 보고 구매할 수 없는 온라인의 특성상 다른 이들의 경험이 구매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라도 배송이라든지 판매자의 태도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 이런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아 댓글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연구 결과 댓글 시스템이 있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고객 만족도가 이베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영향력도 적지 않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댓글은 대중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정치적인)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에선 ‘국가정보원 댓글녀’와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등 댓글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려는 사건들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경기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두고 경찰과 시위대가 인터넷 댓글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론몰이의 도구로 댓글이 활용되는 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경찰이 댓글을 여론전에 이용하면서 시민단체들도 여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댓글을 이용한 여론몰이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댓글을 이용한 여론몰이가 제한적인 효과만 나타낸다고 말한다.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댓글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댓글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더 공고하게 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서울대 교수는 “다수가 찬성하는 의견에 반대 입장을 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댓글을 통해 여론이 바뀔 수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댓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론몰이를 한다는 의심이 드는 댓글에는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댓글을 보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기업의 홍보나 정치적 사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도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여론을 읽으려는 성향이 있는데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이 일부나마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형진이의 ‘기적’처럼 학생들에 보탬되고 싶다”

    “형진이의 ‘기적’처럼 학생들에 보탬되고 싶다”

    “형진이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희망이에요. 공부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전신마비 장애를 이겨내고 연세대 대학원 컴퓨터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는 ‘연세대의 스티븐 호킹’ 신형진(왼쪽·30)씨의 부모가 아들의 학교에 6억원을 기부한다. 연세대는 신씨의 아버지 신현우(65·불스원 부회장)씨와 어머니 이원옥(오른쪽·67)씨가 최근 정갑영 총장을 만나 이런 의사를 밝혔다고 8일 밝혔다. 신씨는 생후 7개월부터 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희귀질환인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목 아래가 마비됐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부에 매진해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정시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휠체어를 탄 채 수업을 듣고 안구 마우스(눈의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장치)로 리포트를 쓰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2011년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했다. 선후배들과의 술자리며 과 모임, 학교 축제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친구들도 많다. 아들의 학창시절을 바로 옆에서 지킨 어머니 이씨의 모정도 감동을 샀다. 이씨는 아들의 대학생활 9년간 매일 함께 통학하며 강의내용을 꼼꼼히 받아적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아들의 졸업식 때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아버지 신씨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형진이가 학부를 졸업하고 석·박사 통합과정까지 들어간 것은 기적”이라면서 “학교가 강의실 간 이동을 돕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신씨 부모의 뜻에 따라 기부금 6억원 중 5억원은 컴퓨터과학과 발전기금으로, 1억원은 캠퍼스 중심길인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올해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는 고은준군과 한혁규군이 각각 컴퓨터공학과와 사회학과에 입학하는 등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진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새정부 ‘분별있는 정책’ 펴라”

    “새정부 ‘분별있는 정책’ 펴라”

    그의 이름을 말하면 안철수 전 대선 후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애매모호한 화법을 쓰는 안 전 후보의 ‘생각’을 비교적 상세히 들여다본 사람이 그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정임(49) 교수 얘기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펴냈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경제 진단서를 내놓았다. 도서출판 오월의봄에서 나온 ‘동네북 경제를 넘어’다. “바깥(해외)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경제는 왜 유독 더 심한 만신창이가 되는지, 어쩌다가 이런 글로벌 동네북 신세가 된 건지 짚어 보고 싶었다”는 제 교수는 그 원인을 ‘개방만이 살길’이라고 외친 역대 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그 결과 선진국 입맛에 맞는 세계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제 교수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국제 변수만 있으면 휘청거리는 것이 한국”이라면서 “역대 정부가 ‘우리는 수출을 해야 먹고산다’는 논리로 실력에 비해 과하게 문을 연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역주행을 고집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 가장 뼈아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무분별한 개방’이 아닌 중소기업과 노동자, 농민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생각하고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분별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 교수는 “지난 대선 결과가 달랐다면 지금쯤 그 새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른 정부가 들어섰기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전 후보가 사실상 대선 공약집인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로 별 친분이 없던 제 교수를 지목한 것은 그가 펴낸 ‘벼랑에 선 사람들’을 보고서였다고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소시민 비극적 꿈·시대의 아픔에 못질하다

    소시민 비극적 꿈·시대의 아픔에 못질하다

    “못의 생명은 쓰임새예요. 이축 저축에 걸쳐 박는 거멀못, 머리가 없어 구멍에 쏙 들어가 홈을 메우는 무두정, 머리가 납작하고 넓어 반닫이 장식으로 활용되는 광두정까지 생김새와 쓰임이 제각각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못도 우리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까요.” 못 연작시를 써 온 시인 김종철(66)이 네 번째 연작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 펴냄)을 냈다. ‘못 박사’ ‘못의 사제’로 불리는 시인은 이번에도 못에 집착했다. 첫 연작시집 ‘못에 관한 명상’(1994)부터 ‘등신불 시편’(2001), ‘못의 귀향’(2009)까지 못에 천착해 온 터다. 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 수녀님이 ‘못을 박은 뒤 화해와 용서를 통해 못을 빼도 자국은 남는데 그 못 자국은 누구의 것이냐’며 원죄의식을 설명한 이후 못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사회학이 담론이다. 존재론적 탐구와 못의 시학이 하나의 관계학으로 맺어졌다. 시인에게 못은 사회의 수많은 존재이며 그 존재들의 하루하루다. 시인은 “이승에서 하루하루 맞은 밤들을 이 시집에 못질했다”고 설명했다. “험악한 곳을 가려 흠 없이 만든다”는 못의 삶을 우리 삶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는 “자유와 평등의 정신, 죄와 참회,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시집의 제목은 시 15편을 갈무리한 1부의 소제목으로도 쓰였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노숙자 등의 어수룩한 삶이 녹아 있다. 영문도 모르고 고엽제에 노출돼 말라 죽은 전우와 도시를 떠도는 노숙자, 꾸역꾸역 일만 하는 회사원이 주인공이다. ‘참외는 노랗다 / 참외는 참회한다 / 제 속의 많은 씨만 헤아리기에는 / 그 죄가 너무 깊고 달다’(슬픈 고엽제 노래)는 죽어야만 비로소 시원한 냉동고에 갈 수 있던 불지옥 같은 캄란베이 전선을 노래했다. ‘용병 이야기’ ‘빨간 팬티’ ‘나라가 임하오시며’도 마찬가지. 시인은 1971~1972년 백마부대 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지난해 국가유공자가 됐다. 하지만 참전 용사를 ‘용병’이라 부르길 꺼리지 않는다. “수십년 지나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의 계기가 된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정당성을 잃은 베트남전을 포장하기보다 진실을 쓰려 했다”고 말했다. 시인에게 전우는 국가라는 핑계로 스러져간 젊음, 시는 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소명일 따름이다.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애달프다.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르는 / 익명의 집짐승들 꿈꾸는 귀가 시간…이 밤, 버러지보다 못한 변신을 꿈꾸리라’(노숙자를 위한 기도)이다. 시인은 “해직 노동자는 단체를 만들고 철탑에 올라 싸울 수 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노숙자는 같은 사회적 ‘을’임에도 어떤 길도 열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인은 또 해군기지 건설로 두 쪽 난 강정마을(강정소인국), 종교의 세속화(아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계약(우리 시대의 동물원)을 비판한다. 후자를 ‘을’만 죽는 ‘을사조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못을 통해 시대정신과 소시민의 비극적 꿈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인이지만 해학적인 구석도 넘쳐난다. 1968년 스물한 살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2년 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보기 드문 2관왕 문사인 셈이다. 시인은 “서울신문에는 ‘박낙천’이란 필명으로 응모해 당선됐다. 당시만 해도 표절만 아니면 필명으로 신춘문예 당선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박’은 대학(서라벌예대 문창과) 은사인 박목월 선생의 성에서, ‘낙천’은 시를 쓴 낙천다방에서 각각 따왔다. 당시 서울신문의 당선 상금은 5만원.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등단하며 경쟁지(3만원)보다 크게 높았다고 한다. 그는 “상금 욕심도 났고, 이근배 선배처럼 여러 곳의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재가 뛰어나다는 소릴 듣고 싶었다”면서 “나중에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선생이 곤란을 겪으셨다는 얘길 듣고 스스로 당선을 취소할지까지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시인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성공한 출판인이기도 하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두꺼운 원서를 10배가 넘는 판권을 지불하고 뚝딱 출간했다”면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황석영 작가에게 ‘책에도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더라”며 껄껄 웃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포스텍 교수 절반 “학교 요구 아니면 영어강의 당장 중단”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대학이 도입하고 있는 영어강의가 비효율적이며 부작용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교수의 절반 이상은 ‘학교 정책이 아니라면 영어강의를 당장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상당수는 영어강의 도입 이유를 ‘대학평가’ 또는 ‘학교 브랜드 네임’ 때문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영어 전면강의를 선도적으로 도입·확대한 포스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영어강의 시행에 세심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교수 41명, 학부생 439명, 대학원생 403명의 영어강의에 대한 인식 및 만족도 등을 조사해 5일 공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저널 ‘아시아 TEFL(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 저널’에 실렸다. 포스텍은 전체 전공·교양 수업 가운데 한국어 등을 제외한 88%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일반 대학의 영어강의 도입 비율은 지난해 기준 수도권대 30%, 비수도권대는 10%가량이다. 조사결과, 교수의 75%는 ‘학교의 요구에 따라’, ‘대학의 글로벌 정책을 따르기 위해’ 영어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 향상’(13.2%), ‘학생들의 영어실력 증진’(10.3%)을 위해 영어강의를 시작한 교수는 소수였다. 이 때문에 교수의 53.6%는 ‘학교의 요구가 없으면 영어강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학부생들 역시 영어강의 도입 취지를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37.3%), ‘학교 브랜드 네임을 높이기 위해’(28.2%)로 인식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영어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교수와 학생들 모두 낮았다. 교수의 46.4%가 자신의 영어강의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인한 질문·토론 감소’를 꼽았다. 학부생(60.7%)과 대학원생(68.7%)의 상당수는 한국어 강의에 비해 영어강의에서 수업 집중도가 ‘낮다’고 답했으며, 더 많은 학부생(70.3%)과 대학원생(75.6%)들이 ‘흥미도가 낮아진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과 정부의 대학평가에 영어강의 비율 등이 반영되면서 영어강의 확대가 대학의 순위와 평판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수업에 외국인 영어교수를 함께 참여하게 해 전공 교수의 어휘와 설명을 보완하게 하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에 대해 “정부의 대학평가는 영어강의 자체보다 국제화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만큼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오늘을 만든 왓슨 vs 내일을 만드는 왓슨

    오늘을 만든 왓슨 vs 내일을 만드는 왓슨

    여기 인류 역사를 갈림길로 이끈 ‘왓슨’들이 있다. 한 명은 60년 전 디옥시리보핵산(DNA·유전자)을 발견해 생명의 신비를 풀었다. 생물학은 그의 논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물어보거나 기억하지 않고도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아낼 수 있게 됐고, 범죄 현장에서 형사들이 찾는 흔적의 종류가 달라졌다.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는 식물은 물론 복제동물까지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왓슨은 더 많은 것이 달라질 새로운 60년을 여는 입구에 서 있다. 사람을 뛰어넘는 컴퓨터의 도전이다. 왓슨은 TV에 출연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퀴즈 챔피언을 간단히 제압하고 과거의 정보를 모아 미래를 그려낸다. 의약학, 건축학, 사회학 등 그의 거대한 까만 두뇌는 인류의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유전자를 발견한 제임스 듀이 왓슨(85)이 오늘을 만들었다면,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내일을 만들고 있다. ■생명의 신비 ‘DNA 구조’ 규명 60주년 제임스 왓슨 1953년 2월 28일. 영국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1916~2004)이 마분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일주일 전인 21일 크릭은 연구소 근처의 한 선술집에서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밝혔다”고 외쳤고, 이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고 있던 참이었다. 생각했던 모형이 다 만들어진 순간을 왓슨은 나중에 “진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3월 7일에는 케임브리지의 공장에서 높이 180㎝에 이르는 마분지 모형이 완성됐다. DNA의 구조가 공식석상에서 공개된 것은 그해 4월 8일이었다. 연구소장이었던 로런스 브레그는 벨기에 솔베이단백질학회에서 모형을 선보였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25세의 왓슨과 37세의 크릭이 생물학계를 뒤흔들 발견을 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것이다. 왓슨과 크릭은 X선 사진을 제공해 DNA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다. “우리는 DNA의 구조를 보이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갖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128줄에 불과한 이 논문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발견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네이처 논문조차 외면받았다. 5월 14일에서야 뉴스 클로니클의 리치 칼더가 이 논문을 보도했다. 기사의 제목은 ‘당신은 어떻게 당신인가 : 생명의 비밀에 다가가다’였다. 왓슨과 크릭은 DNA를 ‘발견’한 사람들은 아니다. DNA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위스 화학자 요한 미셰르다. 그는 1869년 백혈구 세포에서 핵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산성을 띤 커다란 분자를 분리해 냈고, 이 물질에 ‘뉴클레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1940년대 오스왈드 에이버리가 DNA가 유전자의 기본 물질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네 개의 염기가 반복되는 것에 불과한 DNA가 어떻게 복잡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왓슨과 크릭은 DNA의 구조 규명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이중나선은 한 가닥을 떼어내 스스로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본인의 유전정보를 물려줄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었다. 왓슨과 크릭의 인생은 변했다. 크릭은 자서전에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DNA 구조가 왓슨과 크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왓슨은 하버드대 교수가 됐고, 논문 발표 9년 만인 1962년 크릭과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 DNA의 구조 규명은 인류가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놓았다. 생명의 근원에 더 가까이 갔고, 심지어 생명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창조를 꿈꾸고 있다. 식물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충해에 강하거나, 가뭄에도 죽지 않는 식물종이 탄생했다. 1996년에는 최초의 유전자 조작 포유류인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고, 이후 소와 개도 만들어졌다.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친자 관계 확인이 몇 십만원만 내면 가능할 정도로 보편화됐고, 수백년 전 유골의 족보도 밝혀낼 수 있게 됐다. 1987년 미국은 법정에서 DNA 증거를 처음으로 채택했고, 한국에서도 1992년 의정부 여중생 성폭행사건을 계기로 DNA 감정이 인정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처럼 DNA가 모든 생명의 신비를 여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DNA는 단백질이 있어야만 스스로 복제할 수 있다. 또 단백질은 DNA가 있어야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최초의 DNA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해답의 실마리는 최근 연구가 활발한 리보핵산(RNA)이 갖고 있다. DNA가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라면 RNA는 일시적인 파일로 탄생해 세포 주위를 움직이면서 지시를 내린다. 특히 RNA는 단백질 없이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최초의 생화학적 물질 단위다. 결국 RNA의 정체까지 모두 밝혀져야 생명의 신비가 풀리는 셈이다. 이는 왓슨과 크릭의 연구를 이어받은 후학들이 풀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퀴즈쇼 이어 요리사 도전… 6살 IBM 슈퍼컴 왓슨 ‘왓슨’은 뚜렷한 실체가 없다. 공통점은 검거나 짙푸른 서버로 구성돼 있다는 것뿐이고, 내용물과 목적은 그때그때 다르다. 슈퍼컴퓨터 왓슨의 이름은 IBM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에서 비롯됐다. IBM이 밝힌 왓슨의 개발 목표는 아주 간단했다. ‘생각하는 컴퓨터’이자 ‘인공지능’이다. 컴퓨터가 인간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1967년이었다. 철학자 드레퓌스와 체스 프로그램 ‘맥핵’이 체스 대결을 펼쳤고, 맥핵이 드레퓌스를 눌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쩌다 있는 일 정도로 받아들였다. IBM은 1989년부터 체스 챔피언과 자사 슈퍼컴 간의 대결을 공개했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는 인간 챔피언이 우세했지만, 이후에는 IBM의 슈퍼컴들이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2008년 드디어 왓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창업자의 이름을 따온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왓슨은 체스 같은 여흥이 아닌 본격적인 인공지능에 도전하고 있다. 왓슨은 초당 80조회 이상의 사칙연산을 할 수 있고, 수백만권의 책을 저장하고 있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에 가장 최적화된 답을 스스로 찾아내 하나의 답을 골라 제시하는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IBM은 왓슨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사람들의 지적 경연인 ‘퀴즈쇼’를 선택했다. 단순히 묻고 답하는 형태가 아닌 다양한 질문이 존재하는 ‘제퍼디’에 왓슨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컴퓨터가 사람의 농담과 비꼬는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왓슨은 실제로 TV에 출연해 제퍼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챔피언인 켄 제닝스와 브래드 루터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왓슨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빅 데이터’ 기술의 상징적 존재다. 너무나 방대해서 누구도 분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들을 왓슨은 순식간에 검색할 수 있다. 특히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유의미한 자료와 전망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왓슨이 상용시장에 등장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원격으로 왓슨을 시장 분석 등에 활용하는 기업만 1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IBM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IBM은 캘리포니아 알마든 센터에서 새로운 도전 분야들을 공개했다. 약물 검색, 산업기계 감시 등은 물론 ‘음식 메뉴 개발’도 포함됐다. 왓슨은 과거의 약물 개발 자료를 이용해 어떤 단백질이나 약품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 10년여에 걸쳐 평균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왓슨을 활용해 15개의 말라리아 신약 후보를 도출한 상태다. 왓슨은 광산 채굴에도 사용된다. 호주 타이스사의 채굴 장비는 12개의 다리와 200개가 넘는 센서로 구성돼 있는데,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를 꺼내서 수리해야 했다. 하지만 왓슨은 스스로 판단해 실시간으로 채굴 장비를 조종함으로써 문제 발생 확률을 낮추고, 고장 부위도 즉각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요리사 왓슨’으로 불리는 프로젝트는 퀴즈쇼 출연에 이어 인간과 컴퓨터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왓슨이 사람의 지능을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느끼는 맛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왓슨은 요리사가 제시한 코코아, 샤프란, 흑후추, 아몬드, 벌꿀 등의 요리 재료를 자신이 저장하고 있는 음식의 맛과 관련한 화학식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아침식사용 페스트리인 ‘스페인식 크레센트’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다. 음식을 만들어 시험해 본 결과 왓슨의 레시피는 맛과 모양 모두 훌륭했지만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다. 왓슨이 버터를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터 대신 식물유를 사용한 왓슨의 레시피는 요리사에게 훨씬 더 어렵고 세심한 작업을 요구했다. 왓슨의 머릿속에는 ‘난이도’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대 송호근 교수, 일송상 수상

    한림대 일송기념사업회(위원장 김용구)는 28일 ‘제8회 일송상’ 수상자로 송호근(57) 서울대 교수를 선정했다. 송 교수는 사회학과 인문학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통찰해 현실 가능한 처방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별공로상은 평생 수집한 일본 근대 자료를 한림대에 기증한 고(故) 오에 시노부 일본 이바라기대 교수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8일 한림대 춘천캠퍼스에서 열린다.
  • 경영 질책 들은 오너 2세 홧김에 80대 아버지 폭행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7일 국내 중견출판사 사장 A(50)씨를 존속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6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부모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아버지 B(86)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다 밀치며 얼굴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씨는 이날 저녁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 사무실이 있는 빌딩 관리원의 월급 105만원을 줄 수 없으니 아버지가 대신 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 B씨는 “그동안 관리인 월급을 105만원이나 줘 왔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네가 한 일은 회사를 말아먹은 것밖에 없다”고 소리쳤고 아들 A씨도 언성을 높이며 승강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맥주 5병을 혼자 마신 뒤 바로 아버지 집을 찾아가 몸싸움을 벌였다. 사건은 A씨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아버지 말에 화가 나 멱살을 잡기는 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면서 “오히려 아버지가 출판사 운영을 억지로 떠맡겨 놓고 회사 부동산을 마음대로 매각하는 등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B씨는 서울 대학가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중 출판사를 열어 일본의 유명 만화를 수입, 판매해 큰돈을 벌었다. 이후 1990년대 A씨가 경영권을 물려받아 사회학 서적 등을 주로 출판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넓혔다. A씨는 “최근 출판 경기 불황 때문에 회사가 3억원의 빚을 진 상태”라며 고개를 떨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朴의 나홀로 조각 인상적이지 않아”

    “朴의 나홀로 조각 인상적이지 않아”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후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에서 대선 전후로 영입이 검토됐던 송 교수는 이날 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연 특강에서 박 대통령의 인선 방식과 대선 공약, 취임사 내용 등에 일침을 가했다. 송 교수는 우선 박 대통령의 인선 방식과 관련해 “‘나 홀로 조각’을 했다. ‘우(右) 율사, 좌(左) 장성, 중(中) 관료’ 형태로 돼 있다”면서 “고심은 했는데 결과가 인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집권당과 숨겨진 채널로라도 (조각을)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새누리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이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또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의 3대 축으로 제시한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등에 대해 “국민이 보기에 ‘새롭다’고는 하지만 학문적으로, 실질적으로 (과거 정권과) 차별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재계, 경제민주화 순기능 실현 고민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취임식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밝혔다. 그간의 ‘후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만큼 이제 여하히 실현하느냐가 과제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첫째 과제로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나 재계는 소모적 논쟁을 접고 경제민주화를 안착시키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재계도 이제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순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아 나서길 바란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경제민주화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면서 내심 반대 논리로만 일관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21~22일 열린 ‘201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 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논문을 공개해 경제민주화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향후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절차 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신경전을 펼치기 위한 의도된 불만 표출은 아니었으면 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잠시 활동을 접었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0여명은 어제 국회에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초청 강연을 갖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해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기에 제재하기 위해 대기업 공시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새 정부와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실천 방안을 고심하되, 경제민주화를 대기업을 옥죄거나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단으로 악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재계와도 머리를 맞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해소를 경제민주화의 요체로 꼽는다. 대기업들도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본다. 일감을 재벌 오너 일가나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에 몰아줘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재계는 대기업의 양적 성장 혜택이 중소기업이나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인 성장을 추구할 때다.
  • 유민봉·정호성 주도 막판까지 수정… 외부 전문가 조언도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취임사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 온 정호성 청와대 부속1비서관 내정자가 주로 초안을 짜고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수석과 대통령직인수위원이었던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취임사의 기본 골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새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인 일자리 중심 창조 경제, 국민 맞춤형 복지, 창의 교육과 문화 강국, 안전과 통합의 사회, 통일시대 기반 구축 등을 중심으로 틀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조인근 전 선대위 메시지팀장, 정 비서관 내정자, 방송작가 출신 최진웅씨 등이 최종 작성을 담당했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정 비서관 내정자에게 여러 곳의 수정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이들은 취임사 작성에 앞서 외부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회의에는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TV와 폭력성의 상관관계는?… 최근 두 논문 엇갈린 연구결과 발표

    TV와 폭력성의 상관관계는?… 최근 두 논문 엇갈린 연구결과 발표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이 또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왕따’와 ‘언어폭력’, ‘카카오톡 감옥’ 등이 차례로 도마에 오르더니 어느 순간 ‘인터넷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인터넷 게임을 많이 한 아이들의 뇌가 폭력적으로 변하고, 잔인함에 무감각해지며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랐다. 게임업계와 일부 학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인터넷 게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TV의 폭력성’이다. 1960년대 이후 TV가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은 물론이고 사회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두루 연구과제로 다뤄졌다. 얼핏 생각하기에 ‘사람은 자주 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상식대로라면 주먹과 총이 난무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범죄현장과 수법을 보여주는 뉴스까지 TV는 유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TV와 폭력성’이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계속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 자체가 폭력성을 키운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TV 자체는 문제가 없고 일부 프로그램만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TV가 오히려 교육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많다. 한쪽에서는 TV를 근거로 게임의 폭력성을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TV를 근거로 게임이 폭력성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순된 상황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TV의 폭력성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아과학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국제저널에 실린 두 편의 연구결과 때문이다. 한쪽은 TV 시청의 ‘양’(量)에, 다른 한쪽은 TV 시청의 ‘질’(質)에 초점을 맞췄다. TV에 유죄 선고를 내린 학자들은 뉴질랜드 연구팀이다. 지금까지 ‘TV=폭력성’이라고 주장해온 쪽에서 발표한 수많은 연구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소아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TV 시청 시간과 범죄적 행동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30년에 걸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랫동안 진행된 실험의 결과는 의외로 간단했다. 어린이나 청소년기에 TV를 자주 본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범죄적 행동이나 반(反)사회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72년과 1973년에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에서 태어난 1037명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이들이 5세부터 15세가 될 때까지 2년마다 TV를 얼마나 보는지 조사한 뒤 TV 시청 시간과 범죄적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주말 밤에 TV를 시청하면서 보낸 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성인 초반기에 범죄적 행위를 할 위험이 무려 3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렸을 때 TV를 자주 보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됐을 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상관관계도 찾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린지 로버트슨 더니든대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들을 추적하면서 TV 시청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지위, 어렸을 때의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 여부, 가정교육 등 요소를 감안했지만 그 어떤 것도 TV 시청만큼 폭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 “TV를 아예 못 보게 할 수는 없지만 시청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반사회적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아이들이 TV를 하루에 1~2시간 이상 보지 못 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 대부분의 부모들에게는 비통한 소식”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취학 전 아동의 TV 시청시간이 집과 유아원 등을 합쳐 하루 평균 4.4시간에 이른다. 그렇다면 TV의 유죄는 확정된 것일까. 같은 저널에 나란히 실린 논문에서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클레어 매카시 교수는 시애틀아동연구소, 워싱턴대 연구팀과 함께 궁지에 몰린 TV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TV가 곧 폭력이라는 전제 대신, TV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3~5세 아이가 있는 565쌍의 부모를 2개 그룹(대조군·실험군)으로 나눴다. 두 그룹 모두 아이들의 TV 시청시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실험군에 있는 부모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돕거나 폭력 없이 갈등을 해결하고 공감을 보여주는 내용의 TV 프로그램 비중을 더 높였다. 또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스스로 TV 속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물어보도록 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두 그룹 아이들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뽀뽀뽀’쯤 되는 ‘세서미 스트리트’ 스타일의 TV 프로그램을 많이 본 실험군 아이들은 대조군보다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공격성이 줄었고, 사회적 능력은 더 나아졌다. 12개월 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매카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TV나 스마트폰,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사용시간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TV를 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논문을 두고 주요 외신의 인터넷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TV가 유죄를 받을 확률이 높다. 미국 LA타임스가 두 논문을 소개하고 ‘TV 시청은 반사회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묻자 61%가 ‘그렇다’고 답했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대대적인 실험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게임이 실제 폭력적인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질병통제센터가 담당하는 이 연구에는 1000만 달러(약 110억원)가 투입된다. “무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폭력적인 사건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를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논리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경제 프리즘] 불황에… 저소득 술·담배 늘어

    불황이 잘사는 집과 못사는 집의 지출 패턴을 극명하게 갈랐다. 지난 1년간 저소득층 가구는 술에 대한 지출은 늘렸지만 보건·교육 지출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가구와 정반대다. 저소득층의 건강 악화, 교육 부족이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술·담배 월 지출액은 2만 500원이다. 2011년보다 8.3% 늘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술·담배 월 지출액은 2만 9100원으로 전년보다 4.0% 줄었다. 담배만 보면 두 계층 모두 줄이긴 했지만 차이가 크다. 잘사는 5분위는 1년 새 담배 지출액을 9.9%나 줄였지만, 못사는 1분위는 0.5% 줄이는 데 그쳤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유한 사람들은 건강 지식도 상대적으로 많고, 준비할 시간도 많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정신·육체적 피로를 술·담배로 푼다”면서 “그런 상식적 상황을 반영한 통계”라고 설명했다. 보건비 지출도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1분위 보건비 지출액은 11만 7200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다. 5분위가 5.8%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입원 등 비싼 의료서비스 지출에서 1분위(18.9%↓)와 5분위(11.8%↑)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사교육비 지출도 확연히 달랐다. 1분위는 지출을 7.3%나 줄였지만 5분위는 0.9% 감소에 그쳤다. 특히,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비를 1분위는 32.5%나 줄였지만, 5분위는 되레 13.7% 늘렸다. 홍 교수는 “노동유연성이 강조되면서 저소득층의 전업·재취업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저소득층이 민감한 고용여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가구 지출에서 1분위는 기타 의료서비스(55.1%↓), 자동차 구입(50.4%↓), 5분위는 복권 구입(39.0%↓)을 전년보다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김원근(80·기초생활보장 수급자) 6·25 전쟁 때 팔 하나를 못 쓰게 됐는데 나이도 들어 이젠 소변 주머니까지 차고 산다. 국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만 그 돈으로는 한 달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매월 임대주택 월세에다 전기료·수도요금 내고 나면 병원비도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들, 특히 어렵고 힘든 노인들을 잘 돌봐 줬으면 좋겠다. 노인 기초연금을 2배 올린다는 공약을 보고 반갑고 고마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처음 했던 약속을 꼭 지켜 줬으면 한다. 우리야 이제 늙어서 일도 못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일자리 정책도 많이 펼쳐 주기 바란다. 서민들이 숨통 좀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국민을 속이지 않고 깨끗하게 나라를 잘 이끌어 달라. ●이아인(23·취업준비생)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일자리가 너무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인턴 자리조차 그렇다. 인턴을 하려고 서울에 잠시 왔는데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면 취업 관련 정보나 기회에서 다시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일자리는 물론 취업 특강, 사교육 시장까지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비수도권 취업준비생은 취업도 하기 전에 서울로 가야 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풍토다. 그렇다 보니 버는 돈은 없는데 쓰는 돈이 엄청나다. 박근혜 정부의 10대 핵심공약 중 4개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로 수렴된다고 들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말고 약속했던 것을 지켜 주기 바란다. ●신광영(59·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로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다. 새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켜 나가며 국민에게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선거 투·개표 전에 국민을 상대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집권 5년 내내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전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권력이 일상화되면서 오만해지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게 되면서 국민과 멀어지는 일이 많았다. 임기 말쯤에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대통령이 되는 게 보통이었다. 새 대통령은 5년 내내 소통하고 약속을 지키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참된 리더가 되길 바란다. ●안진걸(41·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때에는 시민사회가 “제발 공약을 이행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었다.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공약을 실천하면 큰 재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반해 차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시민사회가 그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공약만 보면 야당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제발 공약을 잘 이행하는 대통령이 돼 줬으면 한다. 특히 경제 패러다임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상공인, 노동자들에게 몫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국민의 칭찬과 비판을 달게 받을 줄 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불안한 남북 관계도 신뢰라는 큰 그림 속에서 평화와 화해의 선순환으로 전환할 밑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여민희(39·재능교육 학습지교사 해고노동자)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니의 마음’을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되고 가정이 잘되고 나아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잘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말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당면한 노동 현안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재능교육뿐만 아니라 현대차, 쌍용차, 유성기업에서도 지금 농성이 진행 중이다. 재능교육 노동자들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혜화동 성당 옥상에 올라갔다. 박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내버려 둔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머니는 가족을 외면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5년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는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옥선(85·위안부 피해자)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여겨 살펴주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은 분명한 전쟁범죄이고,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여성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할머니들은 꿈속에서 일본 군인을 만나 시달리는 악몽을 꾸고 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강제로 끌려가면서 모든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못다 핀 꽃이었다. 우리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피해자들에겐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생전에 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유지영(37·워킹맘·편집 디자이너) 아들이 19개월 된 일하는 엄마다. 내년쯤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고 미리 신청했는데 대기 번호가 245번이다. 입학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들끼리 어린이집 입학보다 대학 보내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추첨제를 통해 입학할 아이를 뽑는데 주변을 보면 애가 셋 정도 돼야 우선순위에 들어간다. 쌍둥이를 가진 내 친구도 대기 번호가 50번이다. 평균 경쟁률이 10대1이다.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면 되지만 비용이 170만~180만원 정도라 한 달 월급을 다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공간이나 자금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된다. 지자체와 잘 협의해 모든 워킹맘들이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다. ●오정환(48·신발 도매업자) 신발 도매업을 한 지 25년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소 상인 살리기 정책이 너무 골목상권과 소매업에 집중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세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겉으로 많이 드러난 문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접근해 주면 좋겠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부터 자영업자 고충민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민원을 해도 사실상 처리되는 것이 없다. 민원을 접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충처리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출도 문제다. 서울시나 은행에서 5년 이상 된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많이 권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받기가 어렵다. 자금 융통의 문턱을 낮춰 주기 바란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성균관·위스콘신大 출신 약진

    성균관·위스콘신大 출신 약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에 성균관대와 함께 미국의 위스콘신대학 출신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특히 18일 발표된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4명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허태열 비서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 등이다. 앞서 지명된 정홍원(69) 국무총리 후보자, 황교안(56)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도 성균관대를 나왔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각과 청와대 인선 24명 가운데 성균관대 출신은 6명으로 서울대 출신 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안종범(54)·모철민(55) 인수위원 등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고등학교로는 경기고 다음으로 서울고가 강세를 보인다.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먼저 발표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은 모두 서울고 27기(1975년 졸업) 동기생이다. 동기생 3명이 나란히 한 내각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고향은 모두 다르다. 서 후보자는 서울, 방 후보자는 전남 완도, 유 후보자는 인천이다.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한 ‘위스콘신 학파’도 강세를 보인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에 속한다. 각각 법학박사, 사회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최경환·유승민·안종범·강석훈 의원과 임종훈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 등도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이 가운데는 ‘2관왕’도 있다. 허태열 내정자는 성균관대·위스콘신대, 방하남 후보자는 서울고·위스콘신대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도 권력의 산실이 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 등이 연구원 창립 발기인들이다. 인수위에는 기획조정분과 옥동석(인천대 교수) 인수위원, 경제1분과 홍기택(중앙대 교수) 인수위원, 경제2분과 홍순직(전주비전대 총장) 전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위성미(위스콘신대·성균관대·미래연구원) 내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미녀, 돈만보고 남자 만나는 거 아냐…그렇다면?

    아름다운 여성은 돈이 많거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남성만을 만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라고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밝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이그재미너 등 외신에 따르면 노터테임(노트르담)대학 엘리자베스 매클린톡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미녀에 관한 편견을 깨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매클린톡 교수의 연구는 사랑이라는 ‘큐피트의 화살’이 언제, 왜 꽂히는 지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생물인구학과 사회생물학(Biodemography and Social Biology)’ 저널로 출판된 이 연구는 젊은 성인 남녀들이 이성을 만날 때 어떠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인 매력이 높은 사람일 경우 남성은 외모를 무기로 여러 여성과 만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성은 오히려 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또한 여성의 관점에서 날씬할수록 매력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여성일수록 위와 같은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아직 출판되지 않았지만 매클린톡 교수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의 미모를 남성의 돈이나 사회적인 지위와 교환하는 일반적인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파트너 남성의 교육수준과 수입이 높았지만 이는 중요한 요인 두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매클린톡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첫째, 대체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좀 더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이들은 과체중일 가능성이 적으며 치아 교정을 하거나 피부과에 드나드는 등 자신을 꾸밀 형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둘째로, 파트너 선택에 있어 교육이나 인종, 종교, 그리고 외모 등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고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미녀 역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향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매클린톡 교수는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이스터고 출신은 뚜렷한 목표 의식 있더군요”

    “마이스터고 출신은 뚜렷한 목표 의식 있더군요”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이 기업 입사와 동시에 대학생이 되는 셈입니다.” 대우해양조선의 ‘중공업사관학교’를 총괄지원하고 있는 이상엽 인사팀 부장은 5일 “지난 연말에 2기 생도를 모집했는데 실력이 더욱 우수하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는 마이스터고 출신이 많았다”고 말했다. 중공업사관학교는 고졸자 채용을 통해 연봉 2500만원 이상을 받으면서 무료로 1년 동안 공과대학 또는 설계·생산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뒤 군 복무 후 2년간 야간 과정을 통해 전문학사 학위를 받는 사내대학이다. 올해도 100명 모집에 고졸자 2500여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공학 분야의 고졸자를 뽑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이스터고 출신이 경쟁에서 유리한 편이다. 올해는 입소문을 타고 외국어고 출신들도 몰렸다. 김 부장은 “조선업을 전공으로 하지만 대학생 수준의 교양을 쌓기 위해 인문사회학과 경영학, 어학을 두루 배우고 개인별로 악기 한 개와 운동 종목도 익힌다”면서 “처음에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버거워했는데 체육과 동아리 활동을 늘리고, 학생들 스스로 스터디그룹도 만들면서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는 고교 과정이 시험 위주라면 이곳에서는 회화 등 실무 위주로 진행된다고 한다. 중공업사관학교의 강사진에는 대학교수 외에도 야구선수 양준혁, 산악인 허영호 등 명사도 포함됐다. 김 부장은 “군 복무 3년, 교육과정 3년, 연수 및 준비 기간 1년 등 7년 후에는 대졸자와 같은 연봉과 처우를 받도록 방침을 정했다”면서 “대졸 사원들로서는 역차별적 요소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졸자와 고졸자가 업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대졸자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말하기를 대학에서 조선공학과를 다니는 친구가 공부는 뒷전이고 등록금 걱정과 아르바이트로 파김치가 되는 것을 보고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고졸 학생들은 개인별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 시장, 시민사회 그리고 나/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NGO학회장

    [열린세상] 국가, 시장, 시민사회 그리고 나/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NGO학회장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은 신화가 깨진 것이 20년이 넘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국가 만능주의 사회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달빛을 받고 있던 국가주의 신화는 현실의 햇빛 아래 빛이 바랬다. 국가가 물러난 자리에 시장이 들어섰다. 1989년에서 2008년까지 20여년 동안 작은 국가와 탈규제의 논리가 지배했고, 국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이분법이 지배했다. 이 이분법 구조 속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정책으로 채택되었고, 국가의 규제는 질주하는 자동차를 가로막는 방해물로 여겨졌다. 규제 없는 질주의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로 그 파국의 일단을 드러내었다. 부분들의 최선의 이익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될 것이라는 믿음과는 달리 규제 없는 부분들의 이익 추구는 그 책임과 부담의 정도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개별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국가 관료제의 규제도 아니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탈규제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 끝에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닌 그 자리에 ‘사회, 시민사회’가 등장했다. 사회적 규제라는 용어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사회적 자본,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제도권 용어다.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예산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도 특별한 자치단체만의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는 문제해결의 ‘미다스의 손’이었다. 정당이 문제가 되면 시민 참여로 문제해결의 가닥을 잡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다루는 문제도 시민 참여 법정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보통사람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이 직접 기자가 되는 언론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입법안이 정부나 입법기관의 입법안을 앞서 나간다. 이미 우리사회에 깊이 들어온 시민사회라는 ‘해결사’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다. 국민으로서의 나, 생산자·소비자로서의 나, 시민으로서의 내가 있다. 국민으로서의 삶의 기준은 법이 정한다. 시장에서의 나는 이윤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시민으로서의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 공공성이다. 칸트의 말에 따르면 이성의 공적 사용이 곧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헤게모니와 당파성 너머에 있다. 공공성은 당파성과 이해관계의 공리 저 너머에 있다고 했지만 공공성의 허울 아래 당파성을 추구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지난날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인과 의라는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막으로는 당파성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바람에 끝내 나라가 식민지로 몰락하는 비극까지 초래하였다. 당파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하는 인간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와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군왕의 권위에도 도전해야 하고, 나와 고락을 같이해 온 친구들과 이웃들의 부탁도 거절하면서, 나아가 전통과 관습, 내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이익의 달콤함도 거부할 줄 아는 진짜 용기가 필요하다. 프로메테우스와 시시포스의 신화도 여기서 탄생했을 것이다. 그들이 제우스에 도전하는 것 역시 추위와 어두움, 목마름에 고통 받는 인간에게 불과 물을 주고자 해서이지 불과 물을 독과점적으로 소유하여 돈 왕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해서가 아니었을 것이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일꾼들은 누가 선출한 것도 아니고, 자격시험을 거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 이유는 그들이 공공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성을 잃는 순간 시민사회 일꾼들의 대표성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 할 것이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잃게 될 것이다. 비정부기구(NGO)는 무엇이며, 시민사회는 무엇이고, 무엇이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시민운동에 참여케 하고 있는지를 새삼 생각해 본다.
  •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낯설지 않다, 지금도 어딘가 있을 모습 같아서

    1930년대, 그러니까 대공황의 잿더미 속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신화가 이륙하던 그 시간, 그 시간은 하나의 기념비다. 비슷한 내용인데 강조점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부르는 말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누군가는 자유민주주의의 갱신, 누군가는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체제, 누군가는 대압착의 시대, 누군가는 실질적인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누군가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유행을 타고 자본주의 2.0이라 부르는 시대. 국가의 원체험기이기도 하다. 대공황이란 공포에서 길어올려진.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파란 약 먹고 꿈꾸는 것이다. 야리야리한 여자아이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라 신나게 흔들며 노래 부르는 뮤지컬이다. 고전으로 꼽히며 지금도 한국 무대에 종종 선뵈는 ‘애니’, ‘42번가’, ‘시카고’ 같은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빨간 약 먹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농업안전국(FSA)의 국장이던 경제학자 렉스퍼드 터그웰은 1935년 그의 오랜 조수인 로이 스트라이커에게 역사 관련 분과를 일임했다.” 중요한 것은 1935년이란 시점. 숨 죽이고 있던 기득권층이 마침내 뉴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을 때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터그웰의 제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트라이커가 선택한 것은 사진이었다. 왜? “삶의 현실을 포착하는 사진이야말로 경제학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 꼴이 어떤지 두 눈 뜨고 똑똑히 보라는 얘기다. ‘지속의 순간들’(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사흘 펴냄)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확립된 다큐사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다이앤 아버스, 유진 아제, 리처드 애버던, 워커 에번스, 도로시아 랭, 유진 스미스 등 현대다큐 사진을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진을 두고 ‘지속’과 ‘순간’을 얘기하는 것은 지겨운 감이 있다. 지속되면 순간이 아니요, 순간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 둘의 충돌지점이 사진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작가의 의도, 시대 배경 등을 모두 뛰어넘어 개별 작품들을 징검다리 삼아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작가나 시대에 따른 연대기적 ‘순간’을 해체한 뒤 저자의 관점에 따라 재배치해서 이를 ‘지속’으로 재해석한다. “이 책을 써내려 가면서 나는 점차 실제로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할 정도다. 연대기가 차이, 구분, 범주화라면 저자는 이를 한데 섞어 콜라주를 만든다. 콜라주를 빛내는 것은 저자의 독창적 글쓰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책은 폴 스트랜드의 1916년작 ‘맹인’(Blind woman)에서 시작한다. 뉴욕 시내의 맹인이란, 구걸하는 누추한 이들이다.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포장하거나 위장할 수 없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존재다. 맹인들은 주로 아코디언을 들고 있다. 그래서 루스벨트의 죽음에 흑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담은 에드 클라크의 1945년작 ‘귀향’(Going home)을 들고 나온다. 얼굴을 위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적 맹인, 그러니까 정신병자 등 특이한 사람들을 열심히 찍은 다이앤 아버스 얘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1932년 어둠에 잠긴 파리 뒷골목을 렌즈에 담은 사진집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브라사이 얘기로 넘어간다. “밝은 한낮의 빛 아래서 당신이 주목하는 것들-색, 머리카락, 옷-은 모두 손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어 집중해서 보아야만 하는 것들-어깨의 경사각, 옷이 닳은 방식, 걸음걸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당신의 손금만큼이나 개인적이고 불변적이다.” 그래서 손,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집중적으로 찍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불러낸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의 등, 누추하게 낡아버렸거나 절망적인 손에 쥐어져 구겨진 모자, 복잡하게 구겨진 시트가 씌워진 빈 침대, 텅 비거나 부서진 벤치, 창으로 내다보는 도시 이미지, 길과 이발소의 모습, 땅바닥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이미지로서의 계단, 불안감에 서성이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으로서 보안관의 흔들의자 등 끊임없이 소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결론? 막바지에는 9·11테러로 충격에 빠진 뉴욕 사람을 찍어둔 사진을 배치해 뒀다. 도입부 맹인 사진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전망을 잃어버린, 그래서 민낯을 드러내버린 미국인이다. 별다른 장, 절 구분이나 소제목조차 없이 27쪽 맹인 사진에서 468쪽 뉴요커 사진까지 한번에 통으로 쭉 이어지는 본문은,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속의 순간들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9·11테러에서 멈췄다지만, 그러고 보니 집권 2기 오바마 정부가 다시 불러낸 인물은 루스벨트다. ‘중산층의 아버지’로서 말이다. 흑백 다큐 사진에나 남아 있는 옛 추억이라 밀쳐 뒀던 과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온전히 미국적 맥락의 작업들임에도 이 사진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 역시 70% 중산층 복원을 내세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번역자는 짐작하는 그 소설가가 맞다. 출판사에서 먼저 접촉했는데 저자의 매력에 빠져 다른 책들 번역까지 맡았다. 재즈를 다룬 ‘그러나 아름다운’(But Beautiful: A Book About Jazz)을 오는 4월쯤에, 그 뒤 소설 등도 번역해낼 예정이다. 이 책은 보도사진의 아성으로 꼽히는 뉴욕국제사진센터에서 상을 받은 책이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