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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밥그릇이 부른 세대갈등] “대학때 취업난·학점경쟁 심하지 않았으나 대량해고·부동산 거품·사교육비에 휘청”

    [커버스토리-밥그릇이 부른 세대갈등] “대학때 취업난·학점경쟁 심하지 않았으나 대량해고·부동산 거품·사교육비에 휘청”

    “학생 운동을 하다가 바로 정치에 뛰어들어 20년을 한 길만 보고 살아왔는데 내 자식을 위해 무엇을 했나 싶다.”, “국민 눈높이에서 그들의 아픔과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노력보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권력 정치에 익숙해졌다.” 최근 이철호·김영춘 전 의원 등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의 ‘자아 반성문’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980년대 5공화국 정권의 폭압에 맞서 투쟁하고 사회 변혁의 중추임을 자부했던 이들이 현실 정치에서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자기 반성인 셈이다. ‘486 세대’ 직장인들은 요즘 20대의 고민인 취업난과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들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대량 해고와 부동산 거품, 자녀 사교육비 지출 등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결코 세상을 쉽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486 세대는 대학 입시에서 시대운을 타고난 세대로 불린다. 1980년 정부가 도입한 ‘졸업 정원제’ 덕택에 81학번부터는 대학 관문을 비교적 쉽게 통과했기 때문이다. 졸업 정원제는 신입생을 정원보다 30% 더 뽑았다가 졸업 때까지 탈락시키는 제도다. 일례로 1983년 서울대 입학 정원은 6526명으로, 올해 입학 정원(3124명)의 2배를 웃돈다. 도피용 군입대를 하거나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1987년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성적 미달로 제적된 학생은 많지 않았다. 486 세대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는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여파로 대학생 취업난이 심각하지 않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84학번인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우리 세대가 대학을 다닐 때는 요즘 학생처럼 학점 경쟁에 민감하지 않았다”면서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취업은 힘들지 않아 학생 1명이 취업하면 학과의 경사로 여기는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털어놨다. 83학번인 고위 공무원 A씨는 “대학 시절을 회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루탄”이라면서 “취업 부담감은 없었지만 이념을 둘러싼 고뇌와 갈등,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좋은 시절’은 1990년대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막을 내린다. 84학번인 대기업 임원 B씨는 “입사 8년차에 외환 위기가 터지고 동기들이 대거 구조조정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면서 “입사한지 13년 만에 겨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자녀들의 진학과 사교육비 문제로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오십줄에 접어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고] 이승렬 前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부고] 이승렬 前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이승렬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이 30일 오후 3시 4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1969년 서울신문 편집부 기자로 입사했다. 편집3부, 편집1부 부장 등을 거쳐 편집국 부국장, 전산제작국장,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서울신문 사장실 심의팀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현정씨와 아들 원(주식회사 팔복 인사과장)씨, 딸 신아(멜기세덱출판사 대리)·주아씨, 사위 안창진(코웨이 팀장)·박정기(SBS 차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일 오전 8시. (02)3010-2261.
  •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행복의 비밀] 조지 베일런트 지음/최원석 옮김/21세기북스 펴냄/528쪽/2만 1000원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선 흥미로운 연구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공중위생학부 교수인 앨런 V 복 박사가 총장에게 제안한 이 연구에는 인간의 선천적·후천적 요인을 아울러 미래의 성격과 건강을 예측하고, 직업 선택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이듬해 복 박사는 하버드 홀리요크가의 붉은 벽돌 건물에서 인류학자, 심리학자, 내과·정신과 의사로 구성된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그랜트 연구’로 알려진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인간의 삶에 관한 연구로 알려져 있다. ‘버클리 앤드 오클랜드 성장연구’(1930), ‘프레이밍엄 연구’(1946) 등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종단 연구로 불린다. 프로젝트는 복 박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거부 월리엄 T 그랜트의 이름을 땄다. ‘성인발달연구’로도 불리며 초기 연구는 인간의 체형이 삶을 결정짓는다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가설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연구가설은 시대에 따라 세 차례나 바뀌었다. 연구 대상은 18~19세의 건장한 백인 청년들. 이들은 전체 하버드대생 가운데 수학능력시험(SAT), 건강상태, 가정환경 등을 감안해 추려낸 268명의 상위 ‘10%’ 그룹이었다. 비슷한 신체·정신적 건강상태와 피부색, 교육 수준, 지능 등을 지녔고, 1939~1944년 차례로 하버드대를 졸업해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우월해 보이는 백인 남성들은 스스로 ‘실험용 쥐’라 부르며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75년간 무려 세 차례나 바뀐 연구팀은 거의 매년 대면 혹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변화, 사회적 지위, 만족감 등을 측정했다. 일종의 10점 척도인 ‘10종 경기 점수’에선 피실험자의 3분의1이 2~3점을 받았다. 상·하위 3분의1은 각각 4점 이상, 2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들은 1919~1922년 출생해 사춘기 때 대공황을 겪었고, 대학 졸업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내몰렸다. 직업적 안정을 찾아갈 중년 무렵에는 다시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행복의 비밀’은 1972~2004년 연구팀을 이끌었던 저자가 독특한 시각에서 그랜트 연구를 재해석한 책이다. 주로 심리적 요인에 집중해 “인간은 평생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며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맺는 인간관계”라고 결론내린다. 미국 중하위층 가정에서 태어난 애덤 뉴먼(가명)의 경우 포악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방어기제로 극도로 절제된 행동을 보인 그는 외형상 완벽한 엘리트였다. 게르만계의 중배엽형 체격과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심리검사에선 항상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만사에 무관심했던 그는 의학자와 공학자, 사회학자의 범주를 오가며 변화무쌍하게 살았다. 72세에 암으로 볼품없이 숨지기 전 가진 마지막 면담에서 연구원은 놀랍게도 “그에게 매료됐다”는 의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뉴먼이 앞서 연구원에게 “살아 있어 행복하다”는 편지를 남겼던 것이다. 상류층에서 태어났지만 위선적 부모 밑에서 자란 고드프리 카미유(가명)는 의사였다. 32세에 자살을 시도한 뒤 55세 때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절망적인 삶을 살았다. 병원에서 영적 체험을 했다는 카미유는 82세로 죽을 때까지 30년간 영적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추도사를 읊은 목사는 “늘 베풀며 성인처럼 살았다”고 증언했다. 책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조건을 뛰어넘는 인간의 변화 의지, 성장의 방향이 행복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행복의 조건은 학벌, 재산, 지위가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이었던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반한 시위 반대” 日 지식인 좌우합작 단체 출범

    “반한 시위 반대” 日 지식인 좌우합작 단체 출범

    일본의 지식인들이 반한 시위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에 나섰다. 25일 오후 도쿄 신오쿠보의 한 공연장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노리코에(극복) 네트워크’의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저명한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지식인 21명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단체인 ‘잇수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 고문도 참여하는 등 참여 인사는 보수와 진보를 총망라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등의 반한 시위와 관련해 지식인들이 공식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반대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설립 선언문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와 데모는 마치 유대인에 대한 박해나 KKK단의 집단 린치를 연상케 하지만 일본 사회 대다수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이를 묵인하고 있다”면서 “이런 헤이트 스피치는 결국 재일 한국인은 물론이고 부락민, 장애인 등 모든 사회 소수자를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폭력에 결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소수집단의 이익을 지키거나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고 지키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우쓰노미야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기본 권리이지만 타인의 인권에 상처를 주는 표현의 자유란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즈키 고문 역시 “나도 40년 이상 우익 운동을 해 왔지만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며 “히노마루(일장기)가 그런 곳에 등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달 초 만들어진 ‘노리코에 네트워크’는 변호사 등 100명의 자원봉사자로 사무국을 꾸려 전국에서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위원회 설치다. 일본은 1980~1990년대 들어 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1995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을 체결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만든 것은 없다. 시민단체인 ‘차별금지법제정을 추진하는 시민활동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일본 정부가 ‘인권 옹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2003년 폐지된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나마 장애인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장애인 차별 해소 법안’을 각의 결정했고,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2016년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8) 민주 윤관석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8) 민주 윤관석

    “등산으로 비유하자면 초입을 지나 이제 능선에 오른 정도입니다. 이 능선에 오르기 위해 여러 길을 거쳐온 것 같습니다.” 윤관석(53·인천 남동구을) 민주당 의원은 25일 1년 5개월여의 초선의원 생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스스로 여러 길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윤 의원은 대학졸업 뒤 1985년부터 7년 동안 인천 주안공단 등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후 시민운동을 거쳐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지방선거 뒤에는 인천시 대변인을 하기도 했다. 노동·시민·행정·입법 경험을 한 것이다. 윤 의원은 “정치라는 게 백두대간의 커다란 산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행정은 산맥 내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뚫고 환경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선의원의 어려움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소산폐대산 원근지부동’(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이란 시로 설명했다. 윤 의원은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다는 뜻”이라며 “의원 개인으로서의 이해관계와 당론 등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초선의원은 다선의원에 비해 부담감이 적어 패기 있게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내 질서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부와 의정활동을 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현 정세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정치인으로서의 열정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관료와 정치인에게는 책임감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다만 정치관료와 달리 정치인은 열정을 가지고 있어 수동적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이지만 그는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원내대변인으로서 여야의 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당시 정부조직 개편안이라는 청와대의 요구와 국가정보원 국정감사라는 국민의 요구 사항이 충돌했지만 이를 힘의 논리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전의 국회가 ‘수에 의한 정치’였다면 국회 선진화법 이후에는 대화와 타협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결국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치 문화가 법을 못 따라 가는 형편인데, 문화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법이 잘못됐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시퀘스터(미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를 앞두고 야당의원들과 골프를 치면서 대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면서 “우리도 이런 협상 문화를 배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고향 땅’ 애착 줄어… 역귀성·해외여행 증가로

    ‘고향 땅’ 애착 줄어… 역귀성·해외여행 증가로

    6년 만에 5일을 쉬는 추석이다. 추석 연휴가 길면 귀성객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귀성인구의 전체 비중은 추석연휴가 3일이었던 지난해보다 적다. 역(逆)귀성과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귀성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사는 데가 고향’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고향이나 출생지를 찾아가는 사람들과 거주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향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 ‘고향’의 정의가 예전보다 복잡하고 다변화됐다는 얘기다. ‘고향’이라는 사회문화적 단어를 통계로 나타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본인이 태어난 ‘출생지’로 아버지의 고향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는 고향 땅이 어디인가를 중요하게 본다. 둘째는 ‘거주지’다. 태어난 지역보다는 체험을 기준으로 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지를 고향으로 볼 때 16개 시·도 가운데 단연 1위는 서울이다. 전체 인구의 16.1%가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어 경기(12.4%), 경북(9.7%), 전남(8.9%), 경남(8.6%) 순이다. 그러나 고향의 기준을 거주지로 보면 경기가 23.4%로 1위다. 서울(20.1%), 부산(7.1%), 경남(6.5%), 인천(5.5%)이 뒤를 잇는다. 출생지 기준으로 6개 광역시 중 부산만 10위 안에 들지만 거주지로 보면 부산, 인천, 대구가 10위에 포함된다. 출생지를 기준으로 고향을 파악하면 세대 간 차이가 크다. 40세 이상의 출생지는 수도권과 광역시 이외 지역이 60%를 넘는다. 반면 30대 미만에서는 수도권과 광역시가 절반(50%)을 넘는다. 학계는 고향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고향 땅’에서 ‘자신이 살아온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출생지’보다 ‘거주지’가 중시된다는 의미다. 추석 기간 중 역귀성과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향 땅에 대한 애착과 절실함이 약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부모가 지키는 땅’이 고향이라는 생각도 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실시하는 표본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귀성하는 인구 비율은 2003년 24.0%에서 올해 20.3%로 줄었다. 지난해 추석(21.9%)보다도 1.6%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역귀성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13.1%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해외여행은 1.2%에서 1.8%로 증가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사와 이동이 잦아지면서 고향의 중요성이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부모의 묘를 고향 선산 같은 곳이 아니라 자녀들의 거주지 주변에 많이 만드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수도권 인구의 증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불어넣고 있다. 40~44세의 경우 서울 및 경기에서 출생한 비율이 20%를 넘는다. 35~39세는 28%, 30~34세는 31.3% 등이다. 25세 미만은 40%를 넘는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버지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만 수도권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고향을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는 자식 세대는 단지 2차 경험을 한 것일 뿐”이라면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거주지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고향 방문 그 자체보다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가족들이 만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커지고 있다”면서 “고향을 찾는 추석 귀성객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쏟아지는 지자체 브랜드, 관광·구매·거주 니즈를 충족시켜라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쏟아지는 지자체 브랜드, 관광·구매·거주 니즈를 충족시켜라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라면 1970년대 말 한 디자이너가 휴지에다 써갈긴 구상 스케치에서 태어난 ‘아이 러브 뉴욕’(I ♥ NY)을 빼놓을 수 없다. 더 뺄 것 없는 간결한 문장이 주는 차가움과 애정을 드러내는 빨간 하트의 뜨거움은 그 자체로 뉴욕이 가진 강한 자부심으로 읽혀 다른 지역 브랜드에는 신화와도 같은 문구가 됐다.이후 수많은 도시들이 나름의 지역 브랜드들을 개발해왔다. 영국 런던의 ‘비지트 런던’(Visit London)처럼 아주 실용적이고 간결한 것도 있고, 덴마크 암스테르담의 ‘아이 암스테르탐’(I amsterdam), 독일 베를린의 ‘비 베를린’(Be Berlin)처럼 재치 넘치는 언어유희를 활용한 구호도 등장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하이 서울’(Hi Seoul),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 같은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지역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등장하는 데 기폭제가 된 것은 지방자치제 실시였다. 지역마다 자기 지역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성 사업이나 캐릭터 사업들을 계속 개발해냈다. 이는 결국 축제, 특산품, 이미지를 내세운 이런저런 브랜드들이 쏟아지도록 했다. 워낙 다양하게 나오다 보니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 발표한 브랜드 분류만 해도 지역·도시·공동·인증·축제·장소·개별브랜드 등 여러 가지로 나눠질 정도다. 문제는 의욕 과잉 때문에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숱하다는 것. 너무 많다 보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 2012년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등록한 것만 따져도 특산물 브랜드는 737개, 축제 브랜드는 758개에 이른다. ‘살고 싶은 지역’ 평가단위가 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30개나 된다. 따라서 서울신문이 개발한 지역 브랜드 평가지수 SNI에서는 우선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1차로 대상을 추출한다. 올해엔 건국대 강순주(건축학과), 숙명여대 김경아(미술학과), 경기대 박세종(관광개발학과), 성결대 임형백(지역사회학과) 교수 등 지역문제 전문가 52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를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벌여 100개를 추출해냈다. 그 결과 축제의 경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대표 축제로 꼽히는 진해군항제, 부산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 보령머드축제, 함평나비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수원화성문화제, 울산고래축제, 강릉단오제 등이 고루 선정됐다. 진해군항제는 원래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일종의 추모제로 시작됐으나 1963년부터 본격적인 군항제로 성격이 바뀌었다. 벚꽃이 만발한 가운데 4월 초쯤 진행되는 군항제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는 축제다. 지방자치제 실시 직후인 1996년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아시아 영화제 가운데 가장 각광받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광주항쟁의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 역시 한국과 아시아의 대표적인 비엔날레 행사로 꼽힌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강원이 14개로 가장 많았고 전남(10개), 부산·경기(각 9개), 충남·전북(6개) 등이 뒤를 이었다. 축제의 성격으로 봤을 때는 지역특산물이 27개, 관광축제 25개, 전통역사 16개 등 순으로 많았다. 지역특산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것도 무려 737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문가 평가를 통해 100개를 뽑았는데 전국적 명성을 지닌 대표적 지역 특산물 대부분이 포함됐다. 횡성 한우, 안동 간고등어, 의성 마늘, 이천 쌀, 청양 고추, 순창 고추장, 안흥 찐빵, 영광 굴비, 한산 모시, 양양 송이 같은 것들이다. 어디 가면 뭘 먹어봐야 한다거나, 이걸 써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밥상머리에서 주고받던 얘기에 늘 등장하는 것들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21가지, 전남 16가지, 강원·충남 각 12가지다. 과일채소류가 19가지로 가장 많았고, 식량작물·수산물 12가지 등이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경기·충북지역 복숭아 브랜드인 ‘햇사레’처럼 지방자치단체나 단위 농협에서 자체 개발한 브랜드도 18가지나 선정됐다는 점이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애쓴 지역단위의 노력이 나름대로 결실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살고 싶은 지역’ 브랜드는 보다 넓은 의미다. 축제브랜드가 관광을, 특산물브랜드가 구매를 뜻한다면 살고 싶은 지역은 거주를 의미한다. 어떤 시설이나 볼거리, 먹을거리 차원보다는 시공간과 관계의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조금 모호하고 추상적이지만 지역단위 개발정책의 기본 목적이 바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가장 근본적인 평가대상이기도 하다. 100대 지역을 추출한 결과 역시 최근에 뜬다는 곳이 대거 포함됐다. 부산 해운대구, 제주 서귀포시와 제주시, 경남 통영시, 강원 춘천시와 강릉시, 대전 유성구, 경북 경주시, 경기 여주시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명은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박사는 “최근 여가생활에 연관된 관광, 레저, 문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살고 싶은 지역 평가에는 이런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설탕, 세계를 바꾸다(마크 애론슨·마리나 부드호스 지음, 설배환 옮김, 검둥소 펴냄) 설탕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세계사를 관통하는 마법 같은 사물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그저 ‘달콤한 갈대’로 불렸던 사탕수수가 설탕으로 만들어지면서 노예제를 촉발하고 자유사상을 퍼뜨리는 촉매가 됐다고 서술한다. 184쪽. 1만 4000원. 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으로 알려진 저자의 신간. 안도 레이지, 이토 세이코, 다카하시 겐이치로 등 일본의 수많은 작가, 평론가와 나눈 대담 외에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추천하는 짧은 글 등이 실려 있다. 408쪽. 1만 7000원. 썬과 함께 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권선영 지음, 컬처그래퍼 펴냄) 예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건축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건축학과 신입생 썬이 교수에게 꾸지람을 듣고 거리를 서성이다 은퇴한 건축가 샤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파리 노트르담 성당, 메츠 퐁피두 센터 등을 해부한다. 292쪽. 1만 3800원. 디오니소스의 그림자(미셸 마페졸리 지음, 이상훈 옮김, 삼인 펴냄) 최연소 소르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저자가 인간의 광란성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나 디오니소스적인 집단적 광란과 성적 방탕, 폭력성이 만들어내는 ‘미쳐 돌아가는’ 부분이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이 광란으로 표출되는 힘이야말로 유토피아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주장한다. 288쪽. 1만 7000원. 102톤의 물음(에드워드 흄즈 지음, 박준식 옮김, 낮은산 펴냄) 쓰레기에 대한 모든 고찰을 담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는 미국 최대의 수출품이자 유산인 쓰레기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늘어놓는다. 미국인 한 사람이 평생 102t의 쓰레기를 쏟아낸다면서 진지하고 현실적인 질문도 던진다. 456쪽. 1만 9800원.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애니트라 넬슨·프란스티머만 지음, 유나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화폐제도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어떤 대안적 시도도 좌절될 것이란 주장을 담았다. 19~20세기 화폐와 시장, 임금, 계급, 국가가 없는 사회를 꿈꿨던 움직임에서부터 시작해 전문가들이 전하는 대안적 세계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통찰이 이어진다. 352쪽. 1만 4900원. 다시 하이힐을 신다(캐롤 피시맨 코헨·비비안 스티어 라빈 지음, 나은경 옮김, 애플미디어 지음) 하버드 MBA 출신인 저자들이 100명의 실제 인터뷰 사례를 통해 재취업 성공법을 소개한다. 자기소개서, 면접 요령 등을 담았다. 고학력 전업주부의 재취업 성공 7단계 프로젝트 등이 눈길을 끈다. 336쪽. 1만 5000원. 깨어있는 새벽을 맞으며(김경환 지음, 지식과 감성 펴냄) 경실련 활동가 출신인 저자가 펼쳐 놓은 삶에 관한 에세이집. 인적이 끊긴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가르침을 담담하게 전한다. 400쪽. 1만 4000원. 한권 백제(충남역사문화연구원 지음, 로도스 펴냄) 이야기로 만나는 백제 역사·문화 기행. 700년 고대국가의 신비를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이다. 소설처럼 읽고,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 백제 부흥의 주역인 무령왕, 사비시대 스캔들의 중심 무왕 등을 다뤘다. 236쪽. 1만 5000원.
  • 중앙노동위원장에 박길상

    중앙노동위원장에 박길상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박길상(61) 전 노동부 차관을 내정했다. 박 신임 위원장은 충남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1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고용정책실장, 서울지방노동위원장,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 내정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약 24년 동안 재직하면서 주요 보직을 거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로 노사 관계 및 노사 간 분쟁 조정 등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조직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중앙노동위원장은 장관급으로, 임기는 3년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선을 넘지 마시오

    9·12/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지음/권민정 옮김/글항아리/448쪽/1만 9000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시티는 대표적인 상류층 거주지역이다. 허드슨 강변의 노동계층 항구도시였던 이곳은 1960년대 초 데이비드 록펠러 당시 체이스맨해튼 부회장 등 금융인들과 뉴욕 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된 ‘배터리파크시티 개발 프로젝트’ 덕에 세계 최정상 엘리트들이 거주하고 근무하는 ‘글로벌 시티’로 변모했다. 한편으론 개발 과정에서 처음부터 부유층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장벽을 높이 쌓고,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주민과 외부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배타적인 공간 설계로 인해 ‘요새’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2001년 9·11테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테러 공격을 당한 세계무역센터는 배터리파크시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9·12’(원제 September 12)는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9·11이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의 일상과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신진 도시사회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브루클린칼리지 사회학과 조교수가 쓴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9·11을 국제정치적인 시각이 아니라 공간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테러 이전과 이후 이 도심지의 생활터전이 어떻게 붕괴되고 재건되었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9·11을 반추한다. 기존에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엘리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도 새롭다.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 재개발 전쟁’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저자는 배터리파크시티의 상류층 주민들이 재난 이후 지역 재건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그들만의 ‘성채’ 안에서 자발적 고립을 즐겼던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유례 없는 재난에 대한 전국적인 추모와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주거 공간이 침해당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과 타인을 구별짓고자 하는 욕망은 혐오시설마저 수용하는 전략적 태도로 표출됐다. 2003년 주민들은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으로 혐오시설로 규정되는 고속도로와 혼잡한 버스 차고지를 유치하려고 애썼다. 이유는 하나였다. 고속도로가 배터리파크시티를 외부인으로부터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하 터널 설립을 반대하고 고속도로 유지를 고수했다. 추모객을 위한 버스 차고지를 메모리얼 바로 아래에 건설되도록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추모객들의 동선을 한정시켜 자신들의 주거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처럼 원치 않는 시설의 영향을 최소화할 장소와 방식만을 인정하고, 그렇게 되도록 개입하는 주민들의 집단 행동을 저자는 ‘딤비(Definitely in My Backyard)’ 현상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 위험이 아니라 위상을 지키려는 욕망이었다”고 분석한다. 메모리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은 평상시처럼 지하철로 편하게 걸어갈 길을 포함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불편함은 없는지 등에 먼저 관심을 뒀다. 그들에게 메모리얼은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구조물일 뿐이었다. 주민들은 타인의 불편함보다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을 먼저 고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지역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2002년 1월부터 3년간 현장 조사를 했다. 공식회의와 지역사회 행사에 관찰자로 참여했고, 다양한 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은 빈곤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공공재원에의 기여 등 거대 담론에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자신들의 공간 이미지에 어긋날 때는 냉정하게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 저자는 주민들이 보인 이러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배터리파크시티 조성 당시 이뤄진 공간적 배타성에서 기인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주민들의 배타적 태도는 역으로 공간적 고립을 강화하려는 욕망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책은 “엘리트 부문만 한정적으로 살찌우도록 의도된 배터리파크시티의 설계는 다음 세대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 배타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저출산 여파 초등생 1년새 16만여명 줄었다

    저출산 여파 초등생 1년새 16만여명 줄었다

    저출산의 여파로 국내 초등학생 수가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원 증가 등의 영향으로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는 오히려 나아졌다. 교육부가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 학생 수는 652만 9196명으로 지난해보다 24만 1843명(3.6%) 줄었다. 초등학생은 278만 4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6만 7995명(5.7%) 감소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4% 줄어 저학년일수록 감소폭이 컸다. 반면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수는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65만 818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 5세 누리과정이 도입, 확대되고 유아교육비 등 정부 지원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2명, 중학교 31.7명, 고등학교 31.9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1명, 0.7명, 0.6명 감소했다. 교원 1명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5.3명, 중학교 16.0명, 고등학교 14.2명으로 지난해 보다 각각 1.0명, 0.7명, 0.2명 줄었다. 초·중·고교 교원 수는 43만 6560명으로 2730명(0.6%) 증가했다. 정규 교원은 초등학교에서 1117명(0.6%) 늘었으나, 중학교는 284명(0.3%), 고등학교는 799명(0.7%) 감소했다. 대학, 전문대학 등 433개 고등교육기관 재적 학생 수는 370만 9734명으로 지난해보다 0.5% 감소했다. 여학생 비율은 전체 42.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의 전임교원은 8만 6656명으로 전년보다 1746명(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학의 여성교원 수는 2만 18명으로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유치원을 포함한 전체 교원에서 여성의 비율은 68.5%로 1년 전보다 0.6% 포인트 증가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박경숙 교수는“저출산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수치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저출산 대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성공의 덫/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성공의 덫/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철물점, 세탁소, 양복점이 있다. 낡은 집이 소위 노포점이라는 일본식 권위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낡은 것 그대로 낡아 빠진다. 그 속에 고즈넉한 카페, 맥줏집, 아담하고 이국적인 식당도 생겨난다. 이 새 가게의 주인들은 의욕에 찬 청년들이다. 가게이지만 문화공간이고 이야기가 있으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세련됨도 맛본다. 유학으로, 인턴활동으로, 배낭여행으로, 보고 배운 견문이 동네 골목에 그대로 펼쳐지는 것에서 새로운 기운을 느낀다. 벼랑 끝에 몰리는 실업의 위기가 만들어낸 돌파구를 보면서 88만원 세대, 청년 유니온, 아픈 청춘이라는 단어들을 잠시 잊는다. 경제민주화, 복지라는 추상적인 단어 속에 매몰된 청년들의 얼굴을 동네에서 더 구체적으로 만난다. 청년들이 만들어 내는 미래는 아름답고 밝다. 절로 미소가 느껴지는 경쾌한 상상력을 만난다. 천편일률적인 체인점이 아닌 개성이 넘치고 사람의 향기를 뿜는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청년들이 상상력과 열정으로 개척해 놓으면 집세와 월세가 높아져 정작 개척자인 청년들은 더 후미진 골목으로 밀려난다. 후미진 주택가, 한적한 시골길이 청년들의 손길로 생기를 얻는다. 밀어내도 다시 둥지를 트는 그들의 생명력에 미래의 기운을 느낀다. 성공의 덫이 있다. 한번 성공한 방식에 집착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근대화이론의 성공사례였다. 누구나 보릿고개를 넘은 ‘한강의 기적’을 말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2관왕 달성을 자랑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한 기적을 말한다. 성공의 문법이 있었다.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논리였다. 과정의 편법과 무임승차의 추함도 결과의 성공이라는 빛으로 덮는다. 선 산업화, 후 민주화의 공식에 따른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는가? 라는 질문에 익숙하다. 인권, 민주주의, 개성, 다양성, 협동의 문화를 실패자의 패자 부활전으로 여긴다. 가난에 대한 공통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은 개인의 성실함 때문이고, 실패는 가차없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 성공의 경험을 몸으로 느낀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성공 문법을 확신하고 자신의 자녀세대들에게 주입하고자 한다. 문제는 과거의 성공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른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100년 단위의 변화 과정에서도 과거의 성공 문법이 통하지 않았다. 구한말 과거 공부에 매달린 청년과 신학문을 접한 청년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켜본 바 있다. 하물며 지금은 천년 단위의 지각 변동이 이는 시기이다. 2015년 이후 새 틀 짜기를 위한 유엔의 다양한 포럼에서 불평등 문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부국과 빈국이라는 개념 대신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 부자 나라의 가난한 자들, 즉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 즐겨 다루는 유명인사의 인생사 털어놓기를 보면 가난의 기억이 있고 약간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IMF 외환위기 때 다시 몰락한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사회의 흐름과 추세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던 것을 확인한다. 요르단으로, 터키로 그리고 멕시코로 학생들이 방학 중 다녀온 나라의 이름이 다채롭다. 이제는 파리나 런던, 뉴욕에 다녀오는 것은 오히려 진부하다. 누가 더 오지의 작은 마을을, 문화적으로 더 이질적인 곳을 다녀왔는가 하는 것이 주목받는다. 인도네시아 바하사어를 안다거나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인도의 힌디어,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를 안다고 하면 더 앞서가는 것으로 여긴다. 유럽에서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발신했던 메시지가 이제는 서 있는 곳이 중심인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번쩍번쩍한 새것보다는 빈티지가 더 세련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거꾸로 가는 신문명 흐름의 주역인 청년들의 미래를 기성세대의 과거식 성공 문법의 틀에 가두게 될까봐 걱정이다. 성공신화의 주역인 엘리트들의 과신은 청년들에게 덫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대중보다 더 우월하다는 미신에 빠진 엘리트는 더 위험하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한 시대가 아닌가. 성공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를 빈다.
  • 육정수 前 공보관, 배재대 강의

    육정수 前 공보관, 배재대 강의

    육정수(60·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29일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육 전 공보관은 다음 달부터 미디어 관련 강의를 한다.
  • [대입 수시 특집] 한세대학교

    한세대학교는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정원 내 345명, 정원 외 43명 등 총 388명을 선발한다. 수시 모집 인원은 전년도 375명에서 388명으로 확대됐다. 전체 모집 인원의 56.1%에서 60.3%로 증가한 것이다. 영어통번역학과는 전공명칭을 영어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국제언어학부에는 영어과와 신설된 중국어과가 설치되게 됐다. 인문사회학부에는 산업보안학과가 신설되어 일반전형으로 12명, 중국어과는 일반전형으로 7명, 중국어우수자전형으로 5명을 선발한다. 음악학부의 모집인원은 정원 내 예능우수자전형으로만 선발한다. 디자인학부는 이전과 같이 일반전형과 예능우수자전형으로 나누어 선발하며, 예능우수자전형은 수상실적 70%, 면접 30%로 면접 비중이 커졌다. 섬김인재전형은 50%에서 60%로 학생부 비중이 증가했다. 일반전형은 면접 비중이 50%를 차지해 면접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한세대 건학이념과 기독교신앙에 대해 알아보고 지원 동기와 전공에 대한 관심도, 학업계획 그리고 진로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정리해 면접에 대비해야 한다. (031)450-5051~3. ipsi.hansei.ac.kr
  • [대입 수시 특집]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는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총 선발인원 2915명의 약 70%인 2060명을 뽑는다. 재외국민과외국인 전형을 비롯한 정원 외 특별전형에서는 수시와 정시를 통해 약 390명을 선발한다. 2014학년도 수시모집은 선택형 수능 도입에 따라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변경됐다. 2012년 11월 발표한 최초 기준에서 대폭 완화됐으므로 입학처에서 공지한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소화된 제출 서류 또한 마찬가지로 확인이 필요하다. 모집단위의 변화도 있다. 학부제로 선발하던 사회과학부가 정치외교학과, 사회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행정학과의 4개 학과별 모집으로 변경되며 행정학과는 정책과학대학 소속이 돼 장학금 지급 방식이 바뀐다. 9월 초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서류평가 및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은 11월 초,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수시 전형은 12월 초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일반우수자(논술) 전형의 논술고사는 수능 이후 11월 16~17일 양일간 실시된다. (02)2220-0074~9. go.hanyang.ac.kr
  • [커버스토리-귀농귀촌 2.0시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귀농귀촌 성공 노하우

    [커버스토리-귀농귀촌 2.0시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귀농귀촌 성공 노하우

    최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 50대 이후에 찾아오는 ‘인생의 제3기’를 쇠퇴기로 두지 않고 자연의 품에서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하게 살려는 바람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욕구와 농촌 생활의 현실을 슬기롭게 조화시키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과도한 초기 투자, 도시 생활 향수, 농촌 노인 무시’는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귀농귀촌 붐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약 500만명이 시골로 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농촌 인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일자리를 잃어 농촌행을 택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향촌(鄕村) 인구 증가가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향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를 넘어선 것은 2009년부터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40~50대 200명을 조사한 후 인생의 제3기에는 쇠퇴, 질병, 우울, 의존, 노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이를 갱생, 갱신, 쇄신, 원기회복, 회춘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이 원하는 삶이다. 하지만 욕구와 의지만 있다고 해서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경수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귀농인들이 철저한 준비 없이 농촌으로 이주하면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 힘들다”면서 “비즈니스 실패가 다시 도시로 나오는 역(逆)귀농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금을 정리해서 2억~3억원을 마련해 농촌에 내려가도 집이나 논밭 등을 사면 돈이 얼마 남지 않아 초기 자본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농업은 단기간에 기술만 조금 배운다고 풍년이 드는 것이 아니며, 일정한 비용을 투입해 그만큼의 수입이 나온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겪는 ‘도시병’(도시생활에 대한 향수)도 대비해야 한다. 가족과 충분한 상의 없이 농촌행을 강행할 경우 아내와 자녀는 갑작스러운 농촌생활에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년 여성의 경우 70~80대 노인과 사귀는 것이 쉽지 않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없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가 없어 고생하기 쉽다. 농촌 정서를 무시하고 노인들과 멀리한 채 혼자 살려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충남 서천군 귀농인협의회의 정경환 사무국장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농촌에서 70~80대 어르신들에게 젊은 사람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는 모습을 보면 거부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귀농귀촌 정책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의 설문 조사 결과 22개 지원 정책 중 귀농귀촌인들이 알고 있는 것은 평균 9.72개였다. 설문 대상 542명 중 지원 대책을 받아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44.8%(235명)나 됐다. 이정화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의 농촌행이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들을 지역 주민과 연결시킬 수 있는 마을 이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면서 “지자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낙도·오지 문화예술 순회공연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시론] 정부, 범죄문제 해결 의지는 있는가/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시론] 정부, 범죄문제 해결 의지는 있는가/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저명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범죄란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종류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언제나 일정 수준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정상적인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에 다소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가 항상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럼 우리 사회의 범죄 발생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책무를 훌륭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경찰과 검찰, 형사법원, 교도소, 보호관찰소 등 여러 형사 사법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기관들이 범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매년 11조원의 혈세를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정부는 범죄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을까.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성범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9% 늘었고, 가정폭력 발생률과 재범률도 상승하는 추세다. 청소년 자살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범죄 문제는 이미 일상화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4대 사회악’ 근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범죄가 국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흉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은 정치인과 관료들은 범죄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한 범죄 대책은 단편적이고 대증적 치료 방식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범죄 현상은 입법가와 실무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특정 범죄대책을 도입하면 사회의 범죄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다. 현재 정부의 범죄 대책은 참으로 화려하다.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고민했던 다른 나라에서 효과가 검증된 대책들을 거의 대부분 수입했을 정도다. 외국의 범죄 대책들은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설계되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의 95%에만 효과가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대책을 우리나라의 범죄 현상에 맞게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5%의 이상 범죄자에 대한 대안도 검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 없이 각 부처의 필요에 의해 범죄 대책들을 우후죽순처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범죄의 효율적 예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 경찰과 검찰이 제각기 ‘범죄자 DNA 은행’을 가지고 있는가. 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각각 다른 ‘성범죄 신상정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가. 왜 경찰과 법무부는 ‘전자감시 대상자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는가. 법 감정이나 법 제도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은 2003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일본’의 부활을 목적으로 총리가 주재하는 범죄 대책 각료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체감 치안도가 훨씬 높은 일본도 범정부 차원에서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는 왜 머뭇거리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부처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범죄 대책 기구를 상설화해 대책을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들은 정부의 범죄대책 의지를 신뢰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범죄 문제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시점에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실과 국무조정실 조직도에서 범죄대책 부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처별로 범죄 대책이 중복돼 혈세가 낭비되는 현실을 관망하고, 칸막이 뒤에 숨어 부처 이기주의에 빠진 관료들의 행태 앞에서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범죄 대책위원회에서 각 부처의 범죄 대책을 조정·통합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총체적으로 범죄를 근절하는 데 힘써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 대학들 국제화 실적 압박… 외국인 교수 ‘실력보다 숫자 늘리기’

    대학들 국제화 실적 압박… 외국인 교수 ‘실력보다 숫자 늘리기’

    국내 대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이모(37)씨는 충남의 한 대학 홈페이지에 오른 외국인 교수 채용 요건을 보고 기가 찼다. 내국인 전임강사를 채용할 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에 한해 전공·연구업적·논문발표·면접 등 4단계의 절차를 거치는데, 외국인 교수를 임용할 때는 석사 학위 이상 자격에 서류심사와 면접 등 2단계 절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분야가 외국어 교육이라고 해도 국내 대학 출신의 박사 실업자가 넘치는데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면서 “이들의 임용 자격이나 연구 실적을 얼마나 검증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학 평가에서 국제화 지표가 중요해짐에 따라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교수 임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재정 여건이 수도권보다 열악한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연구 업적이 뛰어난 학자보다 계약직 교원 숫자 늘리기에 치중해 국내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되레 소외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교수들은 소속감이 떨어지는 데다 연구 성과와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지 않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외국인 교수 비율은 2005년 전체 교수의 3.3%(1671명)였지만 지난해 7.5%(5126명)로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의 외국인 교원 임용자격 요건이 ‘국내파’ 출신보다 후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대전 목원대는 올해 2학기 영어 교육을 맡을 외국인 조교수를 뽑는 자격 조건으로 학사 학위 소지자 이상을 제시했고, 대구 계명대는 사회복지학과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며 자격 요건을 석사 학위 이상으로 정했다. 목원대 관계자는 “영어회화 담당 원어민 교원이어서 굳이 박사 학위 소지자를 초빙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국내 대학 출신이 미국 대학 교수로 임용받을 때도 과연 석사 학위만으로 채용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서울대 박사 학위 소지자의 27%가 실업자다. 외국인 교수 채용 방식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외국 출신이라고 해도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교수로 임용된 사례도 있어 ‘이들을 진정한 외국인 교수로 볼 수 있는가’라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외국인 교수는 중국동포다. 그는 중국의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지방 국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2011년 교수로 임용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박사는 “중국 국적자가 아니었다면 국내 대학 풍토에서 지방대 출신이 이처럼 빠르게 임용됐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교수들이 대부분 계약직으로 오래 머물지 않아 연구와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교수노조위원장을 지낸 임순광 경북대 사회학과 강사는 “대학들이 외국인 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대부분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계약직으로, 2~3년 후에 교체되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대학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 유치원 여아 ‘노출 패션’ 논란

    폭염을 맞이한 중국에서 어린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이 입을 법한 ‘노출 패션’이 유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한완바오(武漢晩報)는 16일(현지시간)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여아의 약 20% 정도가 캐미솔이나 튜브톱, 등이 훤히 파인 원피스와 같이 어른이 입을 법한 옷을 입고 다닌다고 보도했다. 한 유치원 교사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아이가 점점 늘고 있다”며 “특히 요즘은 몸에 딱 붙어 신체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는 아이가 많아 활동하기 불편하다”며 학부모의 자제를 호소했다. 6세 딸을 가진 한 여성은 “이러한 옷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 보수적”이라며 “노출이 있는 옷은 시원할뿐더러 아이가 예뻐지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후베이(湖北)성 보건소의 아동보건과 의사는 “어린아이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는 것은 위험하다”며 피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화중(華中)사범대학의 사회학 교수는 “너무 어릴 때부터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아동의 미적 관념이 비뚤어지거나, 가치관이나 도덕관념의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부자는 운전이 거칠다? 우리와 다른 점 12가지

    부자는 운전이 거칠다? 우리와 다른 점 12가지

    돈이라는 재력을 제외하고 부자들이 우리 같은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최근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가 부자와 일반인의 확실한 차이점 12가지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 부자는 운전이 거칠다 미국의 명문대 UC 버클리 연구팀이 시행한 연구로는 고급 차 운전자는 보행자보다 자신의 차량을 우선하며 정지선에서 앞다퉈 출발하는 성향이 있다. 둘, 부자는 타인의 감정 파악에 서툴다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더커 켈트너 박사는 과거 시행된 12가지 연구를 분석해 부자는 일반적으로 타인에 관한 감정 이입이 서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미국의 NBC 뉴스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셋, 부자는 아이들 과자까지 빼앗아 먹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에서 어린이용 과자를 넣은 병을 준비했는데 부자는 일반인의 두 배 이상 과자를 빼앗았다. 넷, 부자는 미국 시민권을 따기 쉽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최소 50만 달러를 투자해 10명 이상의 직간접적 고용을 창출하면 시민권을 주는 투자이민 프로그램(EB-5)이 해외 부자들 사이에서 성행 중이다. 다섯, 부자의 몸은 다른 화학 물질로 돼 있다 영국 명문대 엑세터대학 연구팀이 시행한 연구로는 부자의 체내에는 건강한 생활 방식을 통해 나오는 화학 물질이 축적되지만, 가난한 사람의 체내에는 담배 성분 등의 물질이 쌓인다. 여섯, 부자는 브랜드 약을 선호한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같은 성분의 일반의약품일지라도 부자는 유명 브랜드의 약을 사용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일곱, 부자는 일반인보다 선거에 관심이 많다 2012년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대선 때 15만 달러 이상 버는 미국인의 78%가 투표에 참여했지만, 3만 달러 미만 버는 사람은 두 배 적게 투표에 참여했다. 여덟, 부자는 적자 감축과 세금 인하를 최우선으로 한다 영국 분석기관 데모스가 시행한 설문으로는 미국의 부자 87%는 어떠한 정치적 우선 사항보다 적자 감축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직업과 교육을 중시했다. 아홉, 부자는 최저 임금 인상에 덜 관여한다 데모스에 따르면 미국의 부자 40%는 자신이 정규직에 주는 최저 임금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일반 대중의 78%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여겼다. 열, 부자의 눈에 비친 인터넷은 다르다 인터넷상의 광고주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통해 얻은 정보를 분석해 그 사람에게 맞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열하나, 부자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미국의 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로는 미국의 부자 43%는 자신의 업무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의 만족도는 31%, 서민층의 만족도는 20%에 머물고 있다. 열둘, 부자는 전체적으로 행복도가 높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상류층 3분의 1은 거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있다. 중산층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23%, 서민층은 13%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인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비율이 20%였지만 부자는 그 배인 40%라는 결과를 보였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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