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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의 사회학] 박근혜 ‘태극기 글러브’… 이명박 시구 대신 키스

    대통령과 프로야구는 인연이 깊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을 알리는 개막전 원년 시구를 직접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맡았다.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와 스크린(영화), 섹스 등 이른바 ‘3S 정책’을 폈고, 그 연장선상에서 프로야구가 태어났다. 정권의 의도대로 당시 개막전은 2000원짜리 외야석 입장권이 6000원에 암거래될 정도 큰 인기를 끌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과 1995년 한국시리즈 1차전, 1995년 삼성과 LG의 시즌 개막전 등 총 3차례 마운드나 마운드에 섰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등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관중의 환호 속에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대구지하철 폭발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등 흉흉한 사건이 잇따른 데다 청와대가 예고 없이 야구장 주차장을 폐쇄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해 원성을 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했다. 멋진 투구 자세로 포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 갈채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태극기를 새긴 글러브를 끼고 등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3년 서울시장때 시구했으나 2008년 시즌 개막전에서 일정이 사전 공개되면서 무산됐다. 대신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잠실구장에서 가족과 함께 야구를 관람했는데 4회 ‘키스 타임’ 때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입맞춤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재벌가 회장님들이 직접 인문학 강의에 나서거나 사재를 털어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인문학을 증흥시키려는 대기업 오너들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세상을 바꾼 청년 영웅, 나폴레옹’이란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5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 등 연사로 나서거나 학술 지원 첫 고려대 강연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연사로 나서 인문학에 대한 그룹의 투자 계획 등 그룹의 인문학 중흥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 강연은 6월 초까지 고려대, 제주대, 건국대, 경북대, 강원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진행된다. 송동훈 문명탐험가,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등도 강사로 참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인문학 중흥사업으로 브랜드화해 매년 20억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2000~3000부의 인문학 서적도 판매할 예정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국 철학가 팡둥메이(方東美)의 ‘중국의 사상과 문명’ 등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서적을 중심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사원 채용땐 인문계 외면” 볼멘소리도 한샘그룹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장학 사업과 국내외 학술 연구비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사재 4400억여원을 공익재단에 출연한다. 한샘그룹 측은 이날 조 명예회장이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 지분 60만주(1056억원)를 기부했다고 공시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200만주(약 3400억원)를 추가로 출연해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 534만주 가운데 절반인 260만주를 재단 운영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조 회장이 수천억원을 연구재단에 출연하려는 것은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싱크탱크가 국내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술국치, 남북분단, 6·25전쟁 등 한국의 현대사가 아픈 기억으로 점철된 것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문학과 학술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이공계를 선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7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이공계 비중이 평균 59.2%로 집계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불금 홍대에는 불금! 떴다, 외국인 순찰봉

    불금 홍대에는 불금! 떴다, 외국인 순찰봉

    지난 25일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주차장 골목’. ‘응답순찰 112’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경광등과 무전기를 든 젊은이들이 클럽과 주점, 주취자들이 넘쳐 나는 일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 지킴이 응답순찰 112’(일명 ‘무에타이 순찰대’) 대원들이다. 9명의 순찰대를 앞장서 이끄는 벽안의 여성이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애나 브링크먼(26·여·미국). 그는 어린 시절 고향 미네소타주로 입양된 한국 태생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함께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드라마, 영화, 음악 등으로 한국어를 독학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어머니의 권유로 한국에 건너온 지 5년째다. 3년 전 서강대 대학원에 입학해 종교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석사과정 막바지이지만 돌아갈 계획은 없다. 그는 “완벽한 나라는 아니지만 한국은 한국이라서 좋다. 제2의 고향이 된 이곳에서 평생 살고 싶다”고 말했다. 브링크먼이 푹 빠져 있는 것이 또 있다. ‘무에타이’다. 지난달 동교동의 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순찰대원이 됐다. 브링크먼은 “순찰 첫날 (주취자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다니는 무에타이 도장 운영자 배민훈(40)씨는 마포구 킥복싱 연합회장으로 지난해 9월 홍익지구대 순찰대에 자원했다. 관내 다른 무에타이 관장 10명과 도장 회원 15명 등 25명으로 구성된 무에타이 순찰대를 7개월째 이끌고 있다. 외국인 순찰대원을 찾던 중 브링크먼이 문을 두드렸다. 무에타이 순찰대는 인파가 몰리는 ‘불금’마다 홍대에 출동하지만, 이번 주에는 국가대표 선발전 시합과 겹쳐 수요일 순찰에 나섰다. 브링크먼은 “처음에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고 회고했다.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료 권유로 못 이기는 척 발을 담갔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순찰은 금요일 오후 10시~토요일 오전 1시 동교·서교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무에타이를 배운 지 2년도 채 안 된 초짜 고교생(17)부터 네덜란드 국적의 외국인 연세대 시간강사(34), 프로복싱 선수(24)까지 각양각색이다. 브링크먼은 “술에 취해 잠든 이를 발견하면 무전을 치고 순찰차가 도착할 때까지 지켜본다”며 “잠시라도 눈을 떼면 ‘아리랑치기’의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브링크먼은 지금까지 세 차례 순찰을 나갔다. ‘불금’ 홍대 앞 첫인상을 한마디로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했다. “오후 10시쯤 신나는 분위기로 술을 마시다가 순찰을 마칠 때쯤 만취해 쓰러진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지나가기만 해도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며 “외국인들이 술에 취해 예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는 가끔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자본에 사로잡힌 경제적 인간 해답은 사라진 사회성에 있다

    자본에 사로잡힌 경제적 인간 해답은 사라진 사회성에 있다

    한국사회는 2001년 1월 ‘부자 되세요’라는 말과 함께 뉴밀레니엄을 맞았다. 한 카드회사의 광고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고, 개인들은 실제로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과 의지를 불태웠다.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꾸다가 아픔과 상처가 너무 커졌음을 문득 깨닫기까지 십수년이 필요했다. 이제는 대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를 받거나, 혹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며 혼자 잘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인문학 공부 열풍은 그렇게 불었다. 물질적 가치만을 좇아 아등바등 살기보다 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울 수 있음을 배우려고 책을 보고, 인문학 대중강의를 쫓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역시 뭔가가 허전하다. 지난 23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만난 김윤태(51)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남짓 동안 벌어진, 서로 상반돼 보이는 두 가지 현상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모두 ‘경제적 인간’이 득세하고, ‘사회적 인간’이 몰락한 사회적 흐름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그가 최근 펴낸 ‘사회적 인간의 몰락’(이학사)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도 그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 또는 상품이 되어서 소비되어지거나 개인이 사회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개인적 차원의 심리 치유 등으로 바뀌는 모습일 수 있지요.” 물론 김 교수가 인문학 공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문학이 대중화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다만 삶을 성찰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려는 노력과 연결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공부 속 노력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우고, 우리가 각기 다른 사안으로 보는 것들이 사실은 원인과 결과로 연결돼 있음을 상상해 내는 힘이 바로 사회학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얘기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학적 상상력’은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1916~1962)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회가 어떻게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를 움직이는 힘과 논리는 무엇인지, 문제가 있다면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1980년대 민주화라는 외형적 성취 이후 경제지표는 올라갔다. 하지만 자살, 실업률, 이혼율, 교육비, 주거비 등 사회문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오히려 하락했다”면서 “분명한 사회적 문제조차도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사태, 정부의 불법적 선거개입, 사회적네트워크시스템(SNS)의 무단 열람 등 개인들이 폭력적인 공권력 앞에 무기력함과 염증을 느끼던 즈음 터진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무능함을 절감케 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각종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 본연의 역할은 방치한 반면, 기업의 이익은 적극적으로 옹호했음을 시민들이 확인했다”면서 “국가의 이중성과 함께,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학 강단에서 늘 만나는 젊은 세대들이 경쟁, 효율성, 개인, 물질 등 어른들이 구축해 놓은, 개인을 고립시키는 사회에서 헤매며 ‘경제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실망하기보다 늘 연민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얘기하는 대안 역시 분명하다. 책 속의 구절을 옮긴다. “사회적 인간의 몰락은 엄청난 바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사악한 어둠의 세력과 맞서 행동해야 한다.(중략) 사회적 무관심이 냉소주의와 방관을 만든다면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정치참여와 민주주의가 없다면 사회적 인간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320~321쪽)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新 평판 사회] 달라지는 결혼 풍속도

    [新 평판 사회] 달라지는 결혼 풍속도

    #1 “결혼이 늦어선지 남의 눈이 그렇게 신경쓰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보다 우리의 결혼식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우리 결혼식을 직접 만들어 가자는 결론을 내렸죠.” 직장인 손모(45)씨는 지난 1월 말 결혼식을 올렸다. 노총각이 장가를 가면 남의 눈을 의식해 호텔 등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손씨와 그의 아내는 순간의 반짝임 대신 ‘나눔’을 선택했다. 손씨는 먼저 결혼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예단과 예물을 간소화하고, 예식장은 서울시신청사의 시민청으로 선택했다. 결혼식 비용이 줄어들어 비교적 가볍게 살림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들 부부는 매달 5만원씩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 손씨는 “결혼식 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 아내가 먼저 평생 기부를 하자고 했다”면서 “덕분에 결혼식 의미가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의 직장 동료 임모(31)씨는 “결혼식을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의미 있는 나눔을 했다니 사람이 달리 보인다”면서 “나도 다시 결혼식을 한다면 꼭 ‘나눔’을 접목하겠다”며 웃었다. #2 2013년 12월 결혼한 직장인 문준기(35)·이혜영(35) 부부는 친환경·나눔을 주제로 예식을 진행했다. 신부의 부케를 생화 대신 브로콜리와 버섯, 피망, 뿌리 식물로 만들고, 청첩장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찍었다. 신부가 입장하는 길은 생화 대신 화분으로 장식했다. 생화는 재활용이 어려워 쓰레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식사는 채식 위주의 유기농 뷔페로 하고, 음식이 남을 경우를 대비해 포장해 갈 수 있도록 봉투를 따로 마련했다. 이들 부부는 “주변에서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냐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우리의 마음에 집중해 더 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화환과 화려하게 꾸며진 결혼식장, 호텔 식사 등으로 꾸며진 결혼식 대신 손씨처럼 뜻깊은 결혼식을 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보여주기 예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뜻깊은 결혼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이달 13일까지 서울시신청사 내 시민청에서 치러진 결혼식은 75회에 이른다. 일요일만 결혼식용으로 대관되는 탓에 횟수는 많지 않지만,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3년 1분기 28건이던 신청 건수가 올해는 37건으로 늘어났다. 시 관계자는 “평균 2대 1이었던 경쟁률이 최근 3대 1 정도로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례허식과 과도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결혼식을 통한 나눔 활동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도 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신혼여행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사는 광주 한사랑마을을 찾는 부부도 있고, 자신들의 웨딩사진 옆에 빈곤층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부스를 설치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최근에는 남수단 등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신혼부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시민청에서 결혼하는 이들의 절반 정도가 축의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다 분화된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청년실업 등으로 경제적 가치 추구가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체험한 이들이 결혼문화 등에서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젊은층이 대안을 찾는 것”이라면서 “비록 젊은층의 경제력이 약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주위의 시선보다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홍종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이런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최근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결혼이나 직업선택, 배우자, 정치성향에도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청년층의 경제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문화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 사라진 가족사진/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 사라진 가족사진/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달 손주 녀석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구청 청소년회관을 빌려 발표회를 한다기에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했다. 재롱잔치가 시작되기 전, 초대받은 손님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려, 무대 한쪽에선 원아(園兒)들의 가족사진을 주제로 한 슬라이드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사진 속에는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웃음 짓는 주인공들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는데 슬라이드가 여러 차례 돌아가는 동안 슬그머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엄마 아빠 혼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이 10쌍 중 최소 1~2쌍에 이른다는데,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손(祖孫) 가족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는데, 심지어 결혼이주가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사진 속 가족은 하나같이 엄마 아빠에 한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슬라이드 쇼에 등장했던 가족사진 중엔 한부모 가족이나 조손 가족임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 부부가 이혼하기 전 행복했던 시절 찍어두었던 사진도 있었을 것이요, 다문화가족임이 부끄러워 가족사진을 숨긴 경우도 있었을 게다. 사진 속에만 남아있는 엄마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모름지기 가족이란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있어야 ‘정상’이란 고정관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른바 비정상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 및 편견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가족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서로에게 소원한 ‘빈 조개껍데기 가족’의 경우에도, 사실을 숨긴 채 밖을 향해 높은 성벽을 쌓고 겉으로 화목하게 사는 것처럼 위장하는 ‘요새가족’을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부모 가족이나 다문화 가정처럼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족의 현실이 가족사진 속에서 ‘정상가족’으로 위장되고 있는 건 아니겠는지. 뿐만 아니라 예전 안방이나 마루 한복판에 걸려 있던 가족사진 속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옆으로 뒤로 엄마 아버지 작은아버지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들이 죽 줄지어 서고 손자 손녀들이 가득했었는데, 확대가족의 번화한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은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희소해졌다. 하기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 보니 ‘아니요’라고 답한 학생들 숫자가 10년 전에 비해 8배 이상이나 증가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함께 살지 않기에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걱정되는 건 이제 고령화에 힘입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본이요,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도 살아 계시고, 때론 고조할머니 고조할아버지께서도 살아 계실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는데, 함께 사는 엄마 아빠만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진정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토레스 길은 향후 인류 최대의 과제는 4세대 이상의 다세대(多世帶) 사회가 등장하면서 세대 간 공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것이 최대의 사회적 과제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제 방법은 유치원 때부터 살아있는 생생한 가족교육을 시작할 필요가 있으리란 생각이다. 한부모 가족이든, 조손 가족이든, 다문화 가족이든, 장애인 가족이든 놀림이나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고 서로 돌봐주어야 할 우리의 이웃임을 가르쳐주어야 할 것이요, 함께 살지 않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모두 엄마 아빠를 낳고 길러주신 진짜 가족임을 경험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유치원에서부터 가족을 주제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이요 이모 삼촌에 사촌 동생에다, 가족처럼 친근하게 지내는 우리 이웃들까지 포함하는 다채로운 가족사진을 모아보는 건 어떻겠는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들이 가족 풍경에서 사라진 자리에 핵가족만 남아 있음은 역설이요, 사진 속에서만 핵가족의 행복을 시연해 보이는 것은 위선일 게다. 가족은 스스로의 모습에 솔직할 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음을 어린 시절부터 느끼고 생각도록 해 주는 일, 작은 아이디어만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통신서비스업계 ‘하청에 재하청’ 남용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통신서비스업계 ‘하청에 재하청’ 남용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통신·방송·케이블 등 통신서비스업에 뿌리내린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통신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직접고용 대신 설치·개통 업무 등을 협력업체(고객서비스센터)에 아웃소싱하면서 비롯됐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서였다. 협력업체들은 다시 소규모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노동자들은 대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그들을 고용한 주체는 대부분 근로자 100명 이하의 중소업체들이다. 이른바 ‘다단계 하도급’이다. 1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SK브로드밴드는 90개, LG유플러스는 71개의 고객센터를 운영 중이며 고객센터 2~3곳씩을 관리하는 중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자 입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협력업체가 폐업하거나 바뀔 경우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된다.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원청인 대기업의 지시·감독을 받지만 직접고용 노동자에 비해 임금,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20곳의 직원 242명, LG유플러스 협력업체 18곳의 직원 18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주 6.2일, 하루 8.7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체계도 불안정해 인터넷이나 IPTV 등 설치 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 비율이 38%(SK브로드밴드), 61%(LG유플러스)에 달했다. 퇴직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절반에 못 미쳤다. 평균 근속기간은 2~3년에 그쳤고 산업재해 처리가 되는 경우는 1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통신대기업들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이 업종의 노조 결성률이 낮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고용안정이나 임금 조건 개선 등의 책임을 지지 않고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위탁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이 노사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맺은)위탁계약 이외의 하도급은 협력업체가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울리히 베크(1944~2015) 전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위험사회론’을 제기하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한 사회학자다. 지난 1월 1일 타계한 뒤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그의 추모 학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강조했던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별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화되고, 계급을 초월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등 위험사회론이 공적인 비판과 과학적 탐구의 주제가 됨에 따라 사회적·정치적 논쟁에서 중요성이 더욱 절실히 인식됐기 때문이다. 위험사회론은 단순히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실천 과제를 수반하고 있어 그의 타계 후에도 이론의 울림은 크게 남아 있다. ●계급·국경 초월한 근본적 실천과제 요구 특히 한국사회에서 울리히 베크를 호출하는 방식은 특수하다. 더 대중적이고, 더 실천적이고, 더 교훈적이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개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상황 속에서 국가의 역할, 사회적 태도 등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성찰이 커진 탓이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리히 베크 추모행사 ‘위험사회를 넘어서’, 그리고 ‘위험사회 도전과 동아시아 미래’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회의는 이를 여실히 보여 줬다. 박원순 서울시장,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명진 스님 등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단순한 추모 또는 학술적 접근을 넘어 위험사회를 극복할 실천적 과제에 대한 지방정부,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위험사회 연구에 있어 울리히 베크의 학문적 동료였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주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울리히 베크의 해방적 파국과 동아시아의 초국적 연대’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진, 원전 사고, 기후변화 등 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민들은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국제적 협력과 함께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위험사회 대응을 위해 시민과 정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에 대한 간접적인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지진·원전 등 전 지구적 재난 속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 새바인 셀초 런던 정경대 교수는 울리히 베크가 강조했던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cosmopolitized world)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는 지구적 위험을 어떻게 시민참여적으로 협치할 것인가의 방법론적 문제”라면서 “위험에 대한 협치는 전지구적 위험 거버넌스 운동과 함께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쩡루 중국 칭화대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2억명이 넘게 보며 중국 정부로부터 접속 차단 사태를 불러온, 중국 스모그 실태 비판 다큐 ‘돔 아래에서’를 통해 중국의 시각으로 본 위험 협치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베크, 생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에 경고 울리히 베크는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을 ‘조직화된 무책임의 전형’으로 규정하면서 재난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시민참여의 필요성과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그와 생방송으로 공개 대화를 나누며 지구화(global)되고 지역화(local)된 위험사회 속 지역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토론했고,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 싸여 있는 당사자로서 희망과 위로를 건네받았다. 또 이날 추모행사를 불교식으로 집전한 명진 스님은 2008년 봉은사 주지 시절 한국을 처음 방문한 울리히 베크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불당에서 함께 법회를 가진 뒤 ‘불자가 아니면서도 가장 불교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이’로 높게 평하며 ‘무애거사’(無碍居士·걸림돌이 없는 자유인)라는 호를 주는 등 그와 인연을 맺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국가 아닌, 시민이 이끄는 민주주의란

    국가 아닌, 시민이 이끄는 민주주의란

    2년여 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시대에 그 공약은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주류의 목소리와 이해관계에 무게중심을 더 둘 수도 있다는 위험이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사회 곳곳에서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비판을 토대로 소통이 이뤄져야 할 민주주의 공간이 국민 내부의 갈등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관리하기 위해, 또 국가 중심으로 진행되던 공적 기능과 윤리가 기업, 언론, 시민사회 등으로 넓게 퍼져 스며들어가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미시 민주주의’라는 담론을 내놓고 있는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미시 민주주의의 더욱 실제적인 모델로 ‘생활민주주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조 교수가 내놓은 저서 ‘생활민주주의의 시대’(나남 펴냄) 속 생활민주주의는 이분법적 가치 분류를 지양하는 탈이념의 민주주의 모델이며,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이며 참여적인 정치양식 자체를 구현하는 정치 질서를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시민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실질적 시민주권으로서 자율의 가치를 핵심으로 하는 ‘생활주권주의’, 국가와 정당이 개인과 책임을 공유하는 ‘생활책임주의’, 마지막으로 공공적 질서를 기반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하는 ‘생활협력주의’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환경, 여성, 평등, 인권, 반핵, 복지, 소수자 등의 이슈로 시도되는 시민운동의 정치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생활정당 모델의 출현이다. 특히 생활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최근 정치권에서 여전히 논란 속에 있는 복지담론에 접근하면 비판의 여지와 생활정치의 활동 공간은 더욱 넓어진다. 재정의 소요, 분배 등의 문제로 국가 시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복지담론은 국가중심적 정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한계를 내비치고 있다. 조 교수는 자아실현과 자기확장의 정치과정으로서 복지의 생활정치적 재구성을 촉구한다. 그가 제시하는 생활민주주의는 국가주의 정치패러다임에 갇혀 보수주의, 지역주의, 권위주의, 파벌주의 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정당정치를 겨냥한다. 실제 생활정당 모델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나 ‘중도개혁정당’ 등과는 거리가 있다. 시민, 노동, 생태기반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만큼 생활시민, 노동시민, 생태시민이 주체가 되며 분권정당, 합의정당, 참여정당의 운영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中, 해외 원서 대학교재 검열… 사상 통제 나선 시진핑

    중국 교육 당국이 불건전한 서구사상 전파를 막겠다며 대학 강의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원서에 대한 대대적 검열에 나섰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17일 “전국 대학을 취재한 결과 ‘985공정’(1998년 5월 선정된 초일류 육성 9개 대학)과 ‘211공정’(21세기 혁신 100개 대학)에 속한 유명 대학은 물론 지방대, 전문대학의 교수들이 해외 원서 사용 실태를 조사해 학교와 교육 당국에 보고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보고는 교육부의 긴급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월 29일 위안구이런(袁貴仁) 교육부장은 “서구 원서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서구 가치관을 전파하는 교재가 대학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많은 대학교수가 거세게 반발했으나 정부는 교재 검열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같은 사상통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이데올로기 공작’ 지침을 내린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북경청년보에 따르면 전국의 대학 교무처는 지난 9일부터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수들에게 ‘해외 원서 사용 조사 설문지’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원서를 사용하는 수업의 종류와 비율, 원서를 얻은 경로, 학교 심사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대학의 한 교수는 “공문에는 학교가 심사하지 않은 교재를 사용했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대학에 보낸 설문지에는 학부별로 원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학과 3개를 기록하게 돼 있었다. 전통적으로 원서를 많이 보는 신문방송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 사회학과, 역사학과 등에는 원서로 된 전문 교재와 참고서를 모두 밝히도록 했다. 신경보는 “교육부 지침에는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실에서 발간한 ‘신형세하의 대학 선전 사상 업무의 강화와 개선 관련 의견’이 첨부돼 있다”면서 “의견서는 대학의 원서 사용 정황을 이해하고, 신형세에 따른 해외 원서 사용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조사의 목적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단독] 의문의 적폐 척결 보고서 사정 정국 시나리오 됐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포스코 수사 등 사정 정국이 도래한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이 지난해 말 ‘적폐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정체불명의 민간 기관에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신문과 함께 보고서를 검토한 학계 전문가들은 형식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5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은 지난해 11월 ‘적폐의 성격 규명 및 국민 인식 분석을 통한 효율적 해소 방안 연구(적폐 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라는 정책 연구를 ‘KDN’과 900만원에 수의계약했다. ●靑 허점투성이 연구용역에 900만원 써… 연구원 베일에 가려 연구는 지난해 말 종료됐고 사이트에는 ‘연구 결과를 활용 중’이라고 돼 있다. 보고서는 척결해야 할 적폐와 관련해 “정경 유착 가능성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며 “일부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 공기업·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등을 적극 파헤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물론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정책 연구 결과를 반영한 사정 정국 조성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공개된 보고서 표지에만 KDN이라고 나올 뿐 연구자 이름도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KDN은 민간 연구기관이며 더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김유승(중앙대 기록관리학과) 교수는 “사이트에 용역 수행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내세운 ‘정부3.0’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30%가 요약분… “소설에 가까운 웅변조” 비판 불과 60쪽짜리 보고서 중 19쪽에 이르는 ‘요약’ 부분이 본문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행자부 정책 용역 연구보고서 평가단에도 참여했던 건국대 행정학과 이향수 교수는 “60여쪽짜리 보고서에서 요약 19쪽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논쟁적인 대목도 눈에 띈다. 적폐의 배경과 관련해 “민주화 열풍으로 시작된 다양한 사회이익집단의 목소리는 소위 ‘떼법’이라는 악습으로 정착되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익집단을 결성하고 그들 주장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노조 파업을 ‘떼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웅변조인 데다 내용도 평이하다”면서 “학연, 지연에 얽혀 연구 수행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 없는 용역 보고서가 양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과학적 글쓰기와 거리가 먼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라면서 “용역비 대비 분량과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인문학 정책의 ‘두 얼굴’

    교육부가 올해 인문학 대중화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하지만 교육부가 취업을 앞세워 대학에 인문학 전공 정원 감축을 종용한 것에 비춰 볼 때 최근 고조된 ‘문사철’ 붐에 편승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년 새 예산 38억 늘어…청춘강좌·인문도시 확대 교육부는 15일 사업 예산 67억원의 ‘2015년 인문학 대중화사업 세부집행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60억원보다 11.7% 증가한 금액이다. 사업 첫해인 2007년 27억원이었던 예산은 2013년 29억원에서 지난해 대폭 늘었다. 올해 사업에서는 군 장병 대상 강좌나 젊은 층의 관심이 높은 국제영화제 관련 청춘인문강좌를 신설했다. 또 지역 문화축제와 연계한 강좌가 열리고, 자유학기제 및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을 주제로 한 청소년 대상의 강좌와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강좌를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역사, 인물, 유적 등의 인문학적 자산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인문도시 또한 지난해 17개에서 올해 25개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학교 바깥의 인문학 정책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생의 취업이 인문학적 소양보다 우선이라는 견해를 거듭 밝혀 왔고, 교육부는 산업 수요에 맞게 정원 조정을 하는 대학에 재정을 대폭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인문학 죽이기 비판 덮으려는 꼼수”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은 “교육부가 대중과 전문지식인의 거리를 좁히는 인문학 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근 교육 정책을 살펴볼 때 앞뒤가 맞지 않다”며 “교육부가 대학 정원 조정으로 인문학을 고사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병래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장(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은 “대학 인문학이 죽으면 대중 인문학의 불길 역시 꺼져 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과 관련해 인문학이 위축될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가 있지만 인문학은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토대라는 인식하에 인문학 진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저항 주식회사(피터 도베르뉴·제네비브 르바론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사회운동이 비즈니스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을 견제해야 할 사회운동 단체들이 기업과 함께 그리고 기업처럼 행동하는 행태를 고발했다. 이를테면 운동단체들이 월급과 임대료, 프로젝트 비용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출처·방법을 안 가리고 자금을 모으는 식이다. 대기업과 동반자가 되고 갑부들과 협력하거나 유명 인사들을 섭외하며 기업 돈을 받고 브랜드를 빌려준다. 저자들은 기업화된 사회운동단체들이 ‘비영리산업복합체’로 전락했다고 한다. 정부정책과 기업의 이윤추구에 이의를 제기하면 반국가세력으로 몰리기 일쑤이지만 편한 길을 택하기보다 시민들을 조직해 자생력을 갖추고 더 정교하게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건 결국 운동조직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276쪽. 1만 4000원. 자아와 방어기제(안나 프로이트 지음, 김건종 옮김, 열린책들 펴냄) 아동 정신분석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안나 프로이트의 대표작.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포함한 이전 학자들의 저서·논문 등에서 개념적 소개에 그쳤던 다양한 자아 방어기제를 분류, 구체화한 책. 각 방어기제를 실제 사례로 이해하고 아동·청소년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한 특징을 갖는다.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을 이드(무의식)·에고(자아)·슈퍼에고(초자아)로 나눠 분석했음은 유명한 일. 그의 딸 안나는 사례연구를 통해 ‘정신조직 관찰에 적합한 자리는 항상 자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자아가 바로 ‘이드’와 ‘초자아’라는 다른 두 조직을 이해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한다. 이들 세 조직이 맺는 관계 그리고 각자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해 아동 사례에 적용하면 결국 ‘인간 이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이 핵심이다. 240쪽. 1만 5000원. 한국근대여성 63인의 초상(김경일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1870∼1910년대 각 분야에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근대 여성들을 소개했다. 1874년 태어난 조신성부터 1917년 출생한 문예봉까지 45년에 걸친 여성들이 대상. 소설가 강경애, 배우 문예봉, 서양화가 나혜석을 비롯해 교육가 송금선, 독립운동가 유관순·정종명, 미용사 오엽주, 최초의 여성 관비 유학생 윤심덕, 조선공산당원 주세죽 등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 고루 포함됐다. 책은 이들에 대한 단순 전기형식의 개별 사례 소개를 탈피했다. 그 대신 개인 생애 전반의 특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리해 해당 인물의 특성과 삶의 지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구성한 게 특징이다. 525쪽. 2만 3000원. 반공의 시대(김동춘·기외르기 스첼 외 지음, 안인경·이세현 옮김, 돌베게 펴냄) 한국과 독일은 모두 냉전 체제 아래 분단을 겪었다. 독일은 통일을 이룬 반면 한국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독일 통일과정을 롤 모델로 삼는다. 책은 한국의 김동춘·박태균, 독일의 기외르기 스첼·디르크 호프만 등 유명 사회학자 16명이 모여 출간한 양국 반공주의 관련 공동 비교연구서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가 양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살펴 그 부정적 유산들과 이데올로기적 균열의 극복 방식을 연구했다. 반공주의의 역할에 관한 주요 측면과 함께, 이런 논의의 진행이 현재의 사회정치적 문제에서 갖는 의의를 고려해 한국에 초점을 맞췄다. 반공주의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다각적 논의에 더해 ‘분단’이란 경험을 가진 학자들의 “반공주의 연구는 분단국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주목할 만하다.532쪽. 2만 5000원.
  •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는 셋 정도 두고 싶어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학생들의 답이었다. 새 학기 서두에 던진 결혼과 가족 구성에 대한 질문에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 대부분 서른 즈음에 결혼을 하고 자녀도 꼭 둘 것이라고 했다. 삼포 세대, 88만원 세대라고들 하지만 가족 공동체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1990년대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한인들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한인들은 100여년에 가까운 국가 사회주의의 압력 속에서도 가족 공동체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 니콜라이, 박 루드밀라 같은 식이었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에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로 떠나 파종에서 수확까지 임시 텐트에 거주하면서 고본질(상업적 농업)을 주저하지 않은 것도 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국가가 해체되고 불안할 때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는 믿음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게 한 것이다. 남북 관계 냉전의 얼음을 잠시나마 녹이는 것도 이산가족의 재회의 눈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주의 전통 중에서 가부장제를 도려내고 싶어 했던 것이 한국 여성 운동의 방향이었다. 호주제 폐지, 돌봄노동·양육노동의 사회화, 가정폭력에 공권력을 도입하는 것, 여성의 취업을 위한 지원, 여성의 정치 참여 강조 등을 통해 여성을 사회의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개인으로서의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매진해 왔다. 가족끼리 계산 없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고 여성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가부장제는 나쁜 전통일 것이다. 그런데 전통은 한 덩어리로 뭉쳐 나쁜 전통과 좋은 전통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과 여성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지만 늘 요구는 높고 제도 개혁의 응답은 느리다. 가족을 대신할 사회 공동체는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에 수몰된 지 오래였다. 이 틈새를 채우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편리함 또는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청소, 식사 준비, 자녀 돌봄, 세탁 등 가사 ‘노동’이 상품화되는 것까지는 별 저항이 없었다. 그런데 ‘시장’은 성의 상품화, 결혼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것을 사설 입시학원 다니는 것만큼 당연하게 여기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다가는 간통제 폐지도 자유 선택권의 보호 대신 성 상품화 시장에 대문을 열어 주는 격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곧바로 폐쇄회로(CC)TV 설치가 해답인 양 제시되는 것을 보고 최종 수혜자는 CCTV 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주의는 재벌가의 ‘상속’으로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재산 상속뿐 아니라 근대적인 지위인 교수, 목회자, 사립학교 경영 등도 물밑에서 상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서민들의 현실에서 공동체로서의 가족은 해체 일보 직전이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 정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직업 이산가족, 교육 이산가족까지 합치면 실제로 혼자서 먹고 자는 1인 가구는 통계 숫자보다 더 늘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세 가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가족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던져진 개인들은 소비의 자유라는 환상으로 도피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점점 더 소비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상상 속 또는 드라마 속의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시장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끈끈한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시장이 아니라 시민사회공동체, 복지국가의 비전이 돼야 한다.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다중 인격을 우리도 활용해 보자. 각 개인은 시민이라는 아이덴티티도 포함하고 있고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보다는 시민과 유권자로서의 ‘인격’을 끌어낼 때다. 손익 계산의 시장 논리가 가족 공동체에 대해 남아 있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희망마저 지워 버린다면 복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출발하면서 많은 가족 사회학자들은 가족을 험한 세상의 피난처 그리고 안식처라고 불렀다. 마지막 안식처마저 무너진다면 인간다운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고 모두 패자가 된다.
  • 요리하는 상남자들 입맛대로 골라보자

    요리하는 상남자들 입맛대로 골라보자

    요리 예능 전성시대다. 과거 맛집 정보를 소개하던 음식 프로그램은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먹방’을 거쳐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쿡방’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예능에서 ‘요리하는 남자’들은 TV를 장악하고 있다. 남자 출연자들이 직접 세 끼를 지어 먹는 콘셉트로 ‘쿡방’ 유행을 선도한 tvN ‘삼시세끼’. 13일 종영하는 ‘어촌편’은 웬만한 셰프를 능가하는 차승원의 요리 솜씨에 힘입어 전작의 인기를 넘었다.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의 두 남자 MC인 신동엽과 성시경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 여성은 물론 남성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스타들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2일 SBS ‘힐링캠프’에서는 가수 김건모가 직접 고기를 굽고 파무침을 만들어 MC 및 친구들에게 대접하는 모습이 등장했고 MBC ‘나홀로 산다’에 나오는 ‘낚시광’ 이태곤은 집에서 직접 회를 뜨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스타 셰프는 이제 ‘셰프테이너’라는 이름으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다. 백종원은 스타들의 인터넷 방송을 소재로 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출연자 중 1위를 차지했고 최근 ‘허세 셰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최현석도 MBC ‘라디오 스타’에서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 셰프인 샘킴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인 MBC ‘일밤-진짜 사나이 2’에도 출연한다. 요리 잘하는 남성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사회적인 변화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 ‘삼시세끼’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오히려 호감이 생기고 이를 부러워하는 남자들도 생겨났다”면서 “차승원씨도 요리 잘하는 남자가 섹시해 보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요리가 멋있는 남자들의 ‘신 장착’ 액세서리처럼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육아 하는 아빠들에 이어 요리하는 남자가 각광받는 것은 사회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양성화되면서 요리는 물론 가사일을 도와주는 부드러운 남성, 혼자서도 자기 삶을 잘 영위하는 남성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씨는 “1인 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지만 전통적인 여성이 영역에 새롭게 진출한 남성들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남을 위해서 요리를 하는 모습은 친근함과 로맨틱한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달라지는 남성상에 대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엄하고 가부장적인 가장에서 다정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로 남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변하고 있다”면서 “1980년대 학번 이후 성 역할의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진 기성세대가 40~50대가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쿡방’은 예능 프로그램의 관점에서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음식이라는 소재가 연령대와 상관없이 예능 소재로 접근이 쉬운 데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 KBS 예능국 권경일 CP는 ”시각적으로 음식을 볶고 끓이는 장면은 원초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고 음식을 하는 사람이 미남이나 미녀일 경우는 더욱 효과가 배가된다”면서 “이제는 웰빙의 관점에서 양보다 질로 음식을 대하게 되면서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미션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적 구성과 흡사하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차승원에게 ‘차줌마’라는 엄마 역할을 부여하고 핫바, 해물찜, 빵, 해산물 피자 등 점차적으로 어려운 미션을 제시한다. 나 PD는 “주변에 흔히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음식을 매개로 그들의 캐릭터와 관계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선영 평론가는 “쿡방은 출연자의 역할을 부각한 캐릭터쇼가 가능하고 게스트의 등장은 물론 먹방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리얼 버라이어티적으로 장점이 크다”면서 “경제 불황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요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늘어난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서울광장] 두려운 건 ‘김영란법’ 소동이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두려운 건 ‘김영란법’ 소동이다/진경호 논설위원

    100만원 어름의 금품을 받은 적도 없고, 받을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기자에게 김영란법은 ‘강 건너 법’이다. 과태료를 물리든 실형을 때리든 체감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월급통장에 나랏돈 한 푼 들어오는 법 없는 기자들에게 이 법을 들이대겠다는 발상은 분명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이 법이 언론 자유를 어떻게 침해하는지 딱히 그려지지도 않는다. 김영란법을 겁낼 이유도, 김영란씨를 원망할 까닭도 없는 셈이다. 두려운 건 따로 있다. 국회다. 여야 의원 228명이 김영란법에 찬성표를 던진 지난 3일 무엇에 홀리거나 무엇에 쫓기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줄지어 따라 걷는 ‘좀비’들의 행렬이 어른댄 국회의 영혼 없는 행태가 두렵다. 과잉입법이니, 연좌제 소지가 있느니,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느니 하는 논란이 들끓었지만 그들은 전원을 끄듯 고민을 딱 끊었다. 원내대표 둘이 법안에 합의했다는 ‘사실’ 하나를 면죄부로 움켜쥐고는 가결 처리를 향해 신속하게 대오를 정비했다. 금배지들의 이런 집단적 사고(思考) 정지엔 몇 가지 사유가 있을 듯하다. 내년 총선 공천을 떠올렸을 수 있다. 원내대표 합의는 무조건 따르고 보는 관성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행여 반대했다가 반개혁 세력으로 찍힐 게 두려웠을 법도 하다. 여야 두 원내대표는 어땠을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선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돼 처음 맞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 건’이 필요했을 것이다. 민생법안들이 죄다 야당 반대에 막힌 마당에 김영란법이라도 건져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어떤가.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을 뒤집어쓸 판에 김영란법을 마다할 까닭이 없다. “부족한 내용은 다시 개정하기로 원내대표끼리 어제 합의했다”는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두 사람의 허기(虛氣)를 여실히 보여 준다. 모두가 눈치를 봤고, 모두가 비겁했다. ‘김영란법’ 처리 다음날 마치 주술에서 풀린 듯 쏟아 낸 변명들이 이들의 비겁을 확증한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대다수가 “법이 문제가 많다”고 했다. 언론의 질타 앞에서 밤새 다른 사람들이 돼 있었다. 표리부동의 이런 국회보다 더 두려운 건 어쩌면 입법 권력의 횡포라는 소리까지 듣는 이들조차 사실은 쇠락해 가는 권력일 뿐인 현실일 듯하다. 경제사회학자 모이제스 나임이 ‘권력의 종말’에서 설파했듯 권력 투쟁이 점점 격렬해지는 데 반해 권력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현실, 어렵게 권력을 쥐더라도 이를 휘두르기는 더욱더 어려워지는 현실이 우리가 정치를 생각하며 절로 한숨을 짓게 만드는 이유일지 모른다. 정점에 있던 권력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 이젠 많은 이들이 권력을 나눠 쥐었지만, 그런 까닭에 누구도 힘을 쓰지 못한 채 ‘여론’이라는 변화무쌍의 절대권력 앞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현실이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일지 모른다. 미래학자들이 진작 경고해 온 대의정치의 위기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이런저런 온라인 연결망으로 촘촘하게 묶인 다중은 더이상 힘없는 다수가 아니라 현안마다 적극 제 목소리를 내는 신권력으로 떠올랐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여론조사로 가리자고 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물색없는 발언은 ‘스마트몹’, 똑똑한 군중 앞에서 더는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신할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함을 고백한 대의권(代議權)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금배지를 반납하면서나 했어야 할 말이다. 국회선진화법 위헌심판 제청처럼 걸핏하면 정치가 법정 문턱을 넘나들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불통령’(不通領)이 대통령의 이웃말이 되고, 세월호 참사가 이념의 전장이 되고, ‘땅콩 회항’ 조현아의 ‘갑질’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 것도 결국은 둘로 나누면 반이 아니라 무(無)가 되고 마는 속성으로 인해 권력 분산이 권력 부재로 변성(變性)돼 가는 현실을 보여 주는 증거들일 것이다. 뒤엉킨 ‘김영란법’에 대한 원작자 김영란 교수의 ‘감수’ 앞에서 정치권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기결정 능력을 상실해 가는 국회는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허둥댈 것이다. 철 지난 정치를 비난할 시간이 없다. 신직접민주주의 시대에 부합할 정치의 틀을 고민할 때다. jade@seoul.co.kr
  • 30년 전으로 퇴보한 ‘캠퍼스의 봄’

    30년 전으로 퇴보한 ‘캠퍼스의 봄’

    신학기 대학 캠퍼스에 경찰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나붙고 있다. 지난 달 경찰의 서강대 학내 진입과 성공회대 사찰 논란으로 시작된 경찰 규탄 대자보가 경희대, 성균관대 등 10여곳으로 확산됐다. 경찰의 학원사찰에 반대하는 대학생 20여명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사찰 및 진압경찰 투입에 대해 경찰청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대학생 사찰 내역 공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대학 내 경찰 투입과 학원사찰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개강 이후 일주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받은 전국 121개 대학 소속 학생·교직원 13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서한을 경찰청 민원실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달 4일 서강대 캠퍼스에는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 80여명이 투입됐다. 같은 달 11일 구로경찰서의 한 정보관은 성공회대 측에 사회과학부 학생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가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날 청주대에서는 김윤배 전 총장 등 학교법인 재단 이사장과 면담을 요구하던 박명원 총학생회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달 24일 총학생회 명의로 성공회대에 처음 등장한 대자보는 개강 일주일이 지난 현재 서강대,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10여곳에 붙어 있다. 개강 이후 성공회대 15학번 새내기들이 주축이 돼 “경찰의 학원사찰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 10여장을 붙였고, 서강대 학생들도 ‘경찰의 반민주적 학원 탄압에 저항하는 호소문’을 교내에 부착했다. 진압경찰 학내 진입, 학원사찰, 대자보 등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장원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생회장은 “경찰이 학교에 들어와 학생 개인의 활동을 묻는 것은 군사정권 이후에는 볼 수 없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준비에 바쁜 대학생들이 예전보다 검열이나 공권력 행사에 무감각해진 게 사실”이라면서 “국가가 학생들의 자유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의 대학 내 활동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 공공연하게 있어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극단으로 치닫는 이념 맹신… 외교사절 대상 흉기테러까지

    최근 우리 사회에 이념 맹신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이른바 ‘확신범’들이 늘고 있다.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 사건은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이 극단·폭력적 양상으로 표출될 경우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켰다. 김씨는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부르짖으며 리퍼트 대사를 공격했다. 김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남북 서로가 신년사에서 밝혔던 대화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훈련이 끝나는 4월 말까지 대화가 이뤄질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한·미 당국을 비난했다. 김씨의 성향을 하나의 이념적 잣대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지인인 박남근 독도향후회 수석부회장에 따르면 김씨는 종종 스스로를 ‘독립운동가’로 표현했다. 여권과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그를 ‘진보 성향’, ‘종북 인사’로 단정했다. 진보진영에서는 폭행과 분신은 물론, 테러까지 저지르는 등 극한 행동을 일삼는 그에 대해 “1인 민족주의자”라고 선을 그었다. 외신들도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극단적 행동은 극우·보수진영에서 보다 빈번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고등학생 오모(19)군이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양은냄비를 꺼내 번개탄과 함께 불을 붙여 터뜨린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11월에는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가 서울시 청소년수련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재건 총회를 강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제주 4·3항쟁 당시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며 나선 이들은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을 훼손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좌우를 불문한 극단주의 세력의 발로는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전명수 고려대 세종캠퍼스 사회학과 교수는 “김씨처럼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이 일으키는 돌발 행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생겨나 불필요한 이념 갈등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국민이 이념적 양극화를 떠나 보다 현실적·균형적 접점을 찾으려고 하자 고립된 좌우 극단 세력들이 비뚤어진 돌출행동으로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동북아 치열한 교류의 현장에서 ‘한국의 길’을 찾다

    동북아 치열한 교류의 현장에서 ‘한국의 길’을 찾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동북아 속의 한국을 돌아본다. KBS 1TV ‘송호근 교수의 동아시아 기행’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다시 요동치는 일본, 중국, 러시아로 시선을 옮겨 21세기 동북아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들여다보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한국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6일 밤 10시 방송되는 2편 ‘교류의 길에서 답을 찾다’는 동북아 국가들 간 열띠게 펼쳐지고 있는 교류의 현장을 찾는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선언하며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경지역인 우수리스크에는 중국 자본과 노동력으로 경제무역합작구를 만들고, 여기서 생산된 물품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러시아, 유럽으로 실어나른다. 아시아와의 경제협력과 시베리아의 자원, 철도로 러시아를 발전시키겠다는 러시아의 야심 찬 구상이다. 실크로드의 도시인 중국 시안은 다시 한번 중국 신(新)실크로드 정책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중국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고속철 기술로 길을 열고 주변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해 내륙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광활한 부지는 물론 국가 차원의 행정지원, 인프라 공급으로 세워진 시안의 고신개발지구에는 전 세계 기업들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다. 중국이 가진 인구자원과 지하자원, 시장자원은 국가성장과 경제분출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송 교수는 중국 단둥에서 기행을 마무리한다. 압록강 건너에 북한 신의주가 보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철교는 여전히 흉측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단절된 대륙 교류의 길 앞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포스코] 40년 엔지니어 김진일… 해외무역의 달인 전병일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포스코] 40년 엔지니어 김진일… 해외무역의 달인 전병일

    김진일(62) 포스코 대표이사는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제품기술담당 전무,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 등을 거친 정통 엔지니어다. 그는 2011년부터 음극재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사장을 맡아 왔다. 철강업과 관련된 케미컬사업 영역 다각화를 통해 경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장인환(60) 부사장은 고려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1981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전무와 포스코P&S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자동차강판판매실장, 냉연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해 해외 마케팅과 영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자동차 강판의 글로벌 판매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인프라본부장인 윤동준(57) 부사장은 1만 8000명에 달하는 포스코호의 인사와 노무, 혁신 분야를 담당하는 인사통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창의적 업무혁신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숭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영훈(56) 부사장은 2009년 이후 5%대로 내려앉은 영업이익률과 최근 BBB+로 떨어진 글로벌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임무를 맡았다. 포스코건설 재무담당임원, 포스코 전략기획실장을 거친 정통 재무전략통이다.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런던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철강사업전략실을 맡은 오인환(62) 전무는 자동차강판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과 GM 등에 자동차용 철강재를 판매하는 등 자동차용강판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철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경북대 사회학과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6개 포스코 주요 계열사 중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전병일(60) 전 부사장이 CEO를 맡고 있다. 전 사장은 해외무역의 달인이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 재경본부장을 지낸 황태현(67)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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