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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한민국엔 ‘근대적 정당’이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대한민국엔 ‘근대적 정당’이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막스 베버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활동한 독일의 사상가다. 그는 사회학에 국한하지 않고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종교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전근대적인 사상과 학문을 근대적 통찰로 재구성하는 데 기여한 학자다.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는 현시점에서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책은 1919년 뮌헨대학에서 강의한 자료가 토대다. 정치인의 행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정치 참여에 교훈으로 삼을 내용이 많다. 독일, 영국, 스페인, 미국 등 구미 각국의 정당 조직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베버는 두 가지의 정당 유형을 제시한다. 명망가 정당과 근대적 정당이다. 명망가 정당은 의회정치의 초기 단계 정당으로서 한두 사람의 명망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결사체다. 이러한 정당은 명망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수시로 일어난다. 당원의 당비 납부 제도도 정착돼 있지 않고 전당대회와 같은 정기 집회 규정도 뚜렷하지 않다. 명망가가 사라지면 정당도 소멸한다. 베버의 근대적 정당은 민주주의와 대중의 선거권 획득을 토대로 형성된 정당이다. 당비 납부 제도가 확립되고, 정기집회에 대한 규정도 엄격하다. 당 조직과 정강정책이 확립돼 당의 이념 정체성도 뚜렷하다. 당 운영의 실권은 당 대표나 원내대표와 같은 정당 간부에게 귀속된다. 사람이 권력을 만들지 않고, 제도가 권력을 만든다. 베버에 따르면 이 근대적 정당은 1840년을 전후로 미국과 유럽에서 형성됐다. 역산하면 지금부터 175년 전이다. 베버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정당사는 명망가 정당의 연속이다. 논의를 위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제6공화국부터라고 가정한다. 1987년 10월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한 제9차 개정 헌법에 따라 성립된 공화국이 제6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는 민정당, 김영삼은 민주당, 김대중은 평민당, 김종필은 공화당 후보였다. 1990년에는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의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다. 김영삼은 집권 후인 1995년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김종필은 김영삼과 결별한 후 자민련을 창당한다. 김대중이 이끌던 평민당은 3당 합당의 여진으로 신민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가 다시 김영삼이 이끌던 민주당의 잔류파와 합쳐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한때 명망가 부재로 흔들리던 민주당은 영국에 건너간 김대중의 귀환으로 1995년 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재창당한다. DJP 연합으로 김종필의 자민련과 통합한 김대중은 집권 후 자민련과 결별하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한다. 대한민국의 이합집산 정당사를 보면 한때 이회창의 한나라당,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이 있었다. 현재는 박근혜가 주도한 새누리당이 있고, 민주통합당과 안철수가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이 있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주역 중 한 사람인 안철수가 탈당했다. 새 정당을 창당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각 언론의 관심은 과연 몇 명이 안철수를 따라 탈당할까, 탈당 규모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수준이 될까다. 특정인을 비판할 마음이 없다. 다만 명망가를 따라 보따리를 싸는 ‘전근대적’ 정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여야의 내년 총선 공천이 시작되면 탈당 러시가 시작되고, 여전히 명망가 정당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은 권력 쟁취가 목적이지만 지향점은 공동선이다. 공동선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베버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는 정치의 본질을 공유라고 했다. 뺏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갖기 위한 무한한 노력이 정치의 본질이다. 우리의 정치 현장에는 빼앗는 정치가 일상화돼 있어 공동선의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정치를 리더십과 동의어라고 정리한 사람도 베버다. 단순히 통솔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리더십이 용해돼 있는 개념이 정치다.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과 절묘한 조합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이자 정치인데 우리의 유력 정치인은 내치는 데만 익숙해 있다. 2015년 한 해를 보내며 이 땅에 근대적 정당의 탄생을 소망해 본다.
  • 이현재 前총리, 한중연에 책 7000여권 기증

    이현재 前총리, 한중연에 책 7000여권 기증

    이현재 전 국무총리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책 7000여권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 기증한다. 기증 자료는 국내서적 3286권, 중국서 78권, 일본서 2589권, 서양서 814권, 고서 89권, 비도서 20권 등 모두 6876권이다. 이 전 총리의 전공분야인 경제학을 비롯해 사전류, 사회학, 예술, 문학, 역사, 지도서 등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일제강점기 간행된 초간본 등 희소성 있는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기증식은 16일 경기도 성남시 한중연 학술정보관에서 열린다. 한중연은 이 전 총리의 호를 딴 ‘춘포(春圃)문고’를 개관하고 이 중 주요 자료를 모아 공개하는 ‘춘포 이현재 문고 전시회’를 내년 3월 말까지 열 예정이다. 이 전 총리는 한중연 7∼8대 원장을 역임했고 국무총리,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도산서원 원장, 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정리된 노인의 죽음은 냉정하리만큼 간단명료하다. 한 해 노인 3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서 오늘도 또 다른 노인의 죽음은 늘 하던 방식대로 기록되고 정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부끄럽다고 외치지만, 정작 무엇이 노인들을 벼랑 끝에 서게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해 벼랑 끝에 서게 되는 노인이 3500명이나 되는 현실을 그리고자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심리·정신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시도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유서나 가족·동료와의 면담 자료 등을 수집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 전까지 노인이 거쳐 온 삶의 궤적을 좇아 ‘마음속 지도’를 그리기 위함이다. 높은 자살률로 고민이 많던 핀란드는 1980년대에 행했던 한 해 동안의 자살자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을 통해 10년 새 자살률을 20% 포인트 넘게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전국 자살자 가족을 상대로 심리부검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실적은 121건으로 많지 않다. 여기에는 죽음 앞에 침묵하는 문화 탓이 크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100여명의 노인 자살자 유가족 등을 만났지만 실제 심리부검을 허락한 것은 7가족뿐이었다. 이번 심리부검은 서울신문이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의뢰해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인 ‘K-PAC 2.0’으로 진행됐으며, 유가족 면접은 임상심리 전문가가 진행하되 서울신문 취재진이 사례를 발굴하고 면접 과정에 모두 참관했다. 국내 언론이 다수의 노인 자살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심리부검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복지부가 구축하고 있는 국가 심리부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 사연 없는 주검이 있을까.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례는 노인을 자살로 이끄는 공통된 키워드를 찾기 위해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진행한 총 7건의 심리부검 중 대표적 사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이나 주소지 등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두 노인을 자살로 내몬 상황과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키워드별로 부산, 충남 등에서 진행한 노인 심리부검 98건에 대한 통계(숫자 표시)와 전문가의 해석(알파벳 표시)을 덧붙였다. ■스스로 세상 버린 두 노인… 그들의 심리를 읽다 [주검1] “안방에서 죽었어. 그라목손(ⓐ) 먹고. 여서 꼬꾸라졌는디…거긴 보기도 싫여.” 2개뿐인 앞니에 박유순(69·가명) 할머니의 발음은 샜지만 악몽 같았던 그날 하루의 기억은 방금 전 일처럼 생생하다. 시부모 봉양으로 시작해 남편과 50년 이상을 함께한 흙담집(①)에서 남편 김희준(81·가명)씨는 지난 4월 중순 제초제(②)를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달이 난 건 7개월 전이다. 그날 아침 달라진 남편의 행동은 할머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남의 농사일을 돕다 갈비뼈 골절(③)로 한 달여간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④)는 작심한 듯 성질을 부렸다. 밑도 끝도 없었다. 머리맡에 놓인 과도를 들고는 “문 닫고 나가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 아저씨는 원래 나한테 군소리 안 하고 다정한디 그날은 이상혔어. 과일 깎아 먹으려고 놔둔 과도를 들고 눈에 불을 싸지르면서 갑자기 나한테 문 닫고 나가라고 하는 거여. 겁이 나 문 닫고 나와 마당서 나물 두 바가지를 씻고 문 열어 보니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져 있더라구.” 빗속을 뚫고 시속 100㎞ 이상을 달리는 구급차가 마치 경운기처럼 더디게 느껴졌다. 청주 병원을 거쳐 다시 천안의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할아버지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불행이 다가온 건 지난 4월이다. 할아버지가 집 뒤 대나무 밭에 갔다 넘어져 갈비뼈 2대가 나갔다. 병원에 갔지만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퇴원하고 며칠 후에 남의 삼밭 일을 도와준다며 경운기를 몰고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경운기가 넘어졌다. 다시 갈비뼈 3대가 나갔다. 의사는 “뼈가 다 붙은 뒤 퇴원하라”고 권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보름치 입원비로 내야 하는 90만원도 이미 노부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었기 때문이다. 퇴원 후 할아버지는 끼니는 물론 화장실 가는 일조차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할머니는 가끔 나오는 남의 밭일이나 공공근로를 하러갈 수밖에 없었다. 돈이 원수였다. 주변에서는 병간호하는 사람을 붙이든 당분간 요양원에 보내든 하라고 권했지만, 매달 40만원이 드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미안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일을 나갔다. “먹고살려면 계속 일을 나가야 하니까. 찌개 끓여놓고 조기새끼 가시 다 발라놓고 남의 밭에 쑥 뜯으러 갔어. 그러고는 일 다하고 집에 갔더니 온종일 우리 아저씨가 밥(ⓑ)도 못 먹고 누워 있는 거여. 지 혼자 일어나지를 못하니까 밥도 못 먹고 있더라구. 그렇게 밥 좋아하는 양반이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할아버지 밥 떠먹여 주면서 그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 그리고 하루 있다가 그렇게 됐어.” 지긋지긋한 가난은 대물림을 받았다. 그나마 젊을 때는 몸뚱이가 재산이었다. 머슴 일부터 남의 농사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다들 가난한 때라는 위안을 하며 평생 농사일을 했지만 살림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때는 희망도 있었다. 한 해 농사를 지으면 쌀 7가마니 정도가 나오는 작은 땅도 생겼다. 하지만 그런 꿈도 잠시. 몇 년 전 아들의 빚을 갚느라 전답을 모두 날렸다. 할아버지는 몇 년간 ‘그 땅은 쳐다보기도 싫다’며 애먼 산을 돌아 빙 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그 고단한 삶 속에서 3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것만도 대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삶은 더 곤궁했다. 몇십만원이 전부인 통장 잔고는 늘 한 달을 못 버텼다. 할아버지가 팔순이 넘으면서 바깥 일은 거의 할머니의 몫이었다. 남의 밭에 일을 나가거나 공공근로를 해서 버는 돈은 20만~30만원 정도, 노령연금 등을 합쳐도 손에 쥐는 돈은 늘 50만~60만원(⑤)을 넘지 않았다. 땅 빌리는 데 드는 돈에 전기요금, 난방비, 약값, 식비, 부조금 등을 내면 남는 돈이라곤 몇만원 정도였다. “한 2년 전에 아저씨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내가 아파서 드러누우면 스스로 죽어야지, 남한테 피해가 가기 전에… 치료비(⑥) 때문에 산 사람도 못 살게 할 순 없잖아’라고…. 그때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타박했는데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좀 했었나 봐.” 어려서부터 가난한 삶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점잖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시골 투전판에 낀다든지 바람을 피우는 일도, 그 흔한 주사 한번 부리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살아생전 집안에서는 큰소리 한번 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유품을 확인하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수십년을 써 다 낡고 눅눅해진 남편의 지갑 속에 3만원이 찰싹 들러붙어 좀체 나올 줄을 몰랐다. 시어머니가 읽었던 성경책 등에선 몇 년을 모았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는 꼬깃꼬깃한 지폐 109만원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뒤늦게 발견한 할아버지의 쌈짓돈은 농협에 빌린 200만원을 스스로 갚아 보려는 마음인 듯했다. 가난한 부모는 3남매(ⓒ) 중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못 배우고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남들처럼 좋은 것 못 먹이고 부족하게 가르친 것이 항상 미안했다. “생활비 대주는 애들은 없지만, 명절 때는 와요. 자기들 애들 키우고 밥 먹고 살려면 부모까지 챙길 여유가 있나. 자기 쓸 돈도 없을 거야.” 할머니는 못내 후회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죽으려고 했나. 하도 이불을 걷어차서 3~4개월 전부터 이불을 따로따로 덮었거든. 근데 언젠가 ‘임자, 내 곁에 와서 자’(ⓓ) 이러는 거야. 그래서 ‘더운데 뭘 같이 자’라며 홱 돌아서서 잤지. 그리고는 사흘 뒤에 그렇게 됐어. 그런데 우리 아저씨 돌아가시고 3일장도 못 치렀어.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공공근로 시작했지. 눈물도 안 말랐지만 목구녕이 포도청이니 그래도 나가야지. 일 안 하면 돈 못 받잖우.” [주검2] “아버지는 평생 가난했어요. 그렇지만 한번도 열심히 일하시지 않은 적은 없었죠.” 이명자(44·여·가명)씨는 아버지 이영재(가명)씨의 정확한 기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깝다. 매번 외워 보려 하지만 좀처럼 기억에 남지 않는다. 부친의 죽음은 그만큼 잊고 싶은 사건이었다. 아버지는 일흔일곱 되던 2011년 3월(⑦) 고향인 전남 XX군 시골집에서 숨졌다. 사인은 병사(病死). 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스스로 곡기를 끊어 사망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자살이라고 여긴다. 마흔살 때 한번 자살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었고 사촌형(ⓔ)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가족사에 아픔도 겪었던 아버지였다. 딸 이씨는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했을 때 ‘그렇게 돌아가시면 남은 자식들이 평생 손가락질 당한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병사로 위장하려고 굶는 방법을 택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씨가 남긴 전 재산은 현금 200만원. 갚지 못한 농협 대출금 수백만원을 생각하면 실제 유산은 빚밖에 없다. 가난은 촌로의 게으름 탓이었을까. 하지만 딸 이씨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부지런한 소작농(⑧)’이었다. 거둬들인 농작물의 절반은 땅주인에게 주고 남은 것의 절반은 자녀 5명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그리고 남은 곡식을 팔아 푼돈을 벌었고 알뜰히 모았다. 선천성 난치병을 앓던 막내아들(ⓕ)이 있었기에 ‘아이가 먹고살 돈은 남기고 가야 한다’는 부채 의식에 더 악착같이 일했고, 또 모았다. 하지만 그 노력은 전 재산 1800만원을 친척에게 사기당해 모두 잃고 막내는 20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면서 허사가 됐다. 아버지 이씨의 황혼녘에 남은 것이라고는 ‘자식을 앞세웠다’는 허망함, 그리고 가난뿐이었다. 노인성 우울증(⑨)이 찾아왔고 76세 되던 해에는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늙은 부정(父情)은 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아비마저 기대기에는 딸들의 삶이 이미 퍽퍽했다. 빈곤의 대물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내와 사는 고향집에서 외롭게 앓았다. 뒤늦게 아버지의 투병 사실을 알아챈 딸은 지역 대학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지만 의사는 “어차피 돌아가실 분(ⓗ)인데 뭐하러 데려왔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음식과 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 어머니의 애타는 부탁과 만류에도 곡기를 끊었고 굶은 지 15일 만에 숨을 거뒀다. 빈곤한 노년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내색할 수 없다. 가족들은 늙은 부모의 자살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은 오히려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드물며, 모든 연령대 중 자살을 가장 치밀하게 준비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심리부검에 응했던 딸 이씨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먹먹하게 말했다. “유품 중 아버지 수첩이 있었는데 가족 생일과 제사만 적혀 있었어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가을걷이(ⓘ)를 해 보내주실 만큼 가족만 위하다가 즐기지도 못하고 사셨는데 도대체 왜….”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유서 110건 가득 채운 마지막 읊조림… 없다… 당신… 미안…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유서 110건 가득 채운 마지막 읊조림… 없다… 당신… 미안…

    “밤새 통증에 시달린다. 의지할 건 전기 찜질기뿐인데 이젠 이놈마저도 효력이 없다. 더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슬퍼하지 말고 조용히 처리해 주길 바란다. 죽어도 돈이 문제다. 통장 잔액과 월세 보증금 200만원으로 간소히 장례는 치를 수 있을 거다. 거듭 생각해도 내 결단이 옳은 듯하다. 아비를 원망 마라.” (2013년 숨진 채 발견된 독거노인 A씨의 유서 중) 유서는 자살 직전 고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몇 안 되는 실마리다. 하지만 자살자 가운데 유서를 남기는 이는 10명 중 3~4명 정도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문맹률이 높고 글 쓰는 일이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이런 평균치를 밑돈다. 서울신문이 7일 언론사 최초로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종한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원과 함께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노인 자살자가 남긴 유서 110건을 모아 형태소(의미가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 분석을 진행했다. 노인 유서에 반복해 쓰인 어휘의 빈도를 살펴, 사회적 함의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다. 분석 결과 노인 유서 110건 속에 숨겨진 언어의 퍼즐은 ‘결핍과 상실’, ‘배려’, ´가족’ 등의 키워드로 귀결됐다. ‘나’(164회)라는 주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없다’(130회)였다. 유서에서 ‘없다’는 주로 자신이 삶을 지탱해 줄 주된 요소가 사라지거나 더 나아질 희망조차 없다고 느낄 때 쓰였다. ‘돈이 없다’, ‘갈 데가 없다’,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가치조차 없다’, ‘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 등으로 절망의 순간을 기록했다. 특히 ‘없다’는 ‘사람’(56회), ‘자식’(36회), ‘돈(32회)’ 등의 단어 등과 주로 연결되며 고립된 노인의 삶을 대변했다.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은 개인이 삶에서 의미와 정체성을 상실했을 때 발생한다”고 한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노인 유서의 행간에선 남은 이들을 위한 배려도 읽을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신체적·경제적 고통이 다른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이될 바엔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녹아 있다. 반복해서 쓰인 ‘미안’(죄송하다 포함 163회), ‘용서’(60회) ‘생각’(43회), ‘부탁’ (40회), ‘바란다’(39회), ‘고생’(32회) 등의 단어가 이를 뒷받침했다. 70세 노인 B씨 C씨의 유서에서도 이런 대목은 잘 녹아 있다.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들은 유서에 장례 절차나 가족에 대한 당부 등을 구체적으로 쓴다는 것 역시 특징이다. 실제 형태소 분석 결과 ‘화장’(36회)이라는 단어는 자식(36회), 아들(36회) 등과 같은 빈도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절망의 끝자락에선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읊조린 이름은 결국 가족이었다. 당신(80회), 엄마(66회), 자식(36회), 여보(38회), 아들(36회), 형(26회) 등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 단어를 합친 숫자는 모두 380회에 달했다.박형민 연구위원은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죽음에 가까이 있다 보니 죽음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면서 “몸이 병들어 심신이 지치고 치료비는 점점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노인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서종한 연구원은 “유독 우리나라 노인은 자신을 스스로 ‘가족의 짐’이라 여겨 일종의 부채의식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경향이 짙다”라면서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무망감, 우울증 등이 보태져 스트레스가 증폭되면 자살 생각을 하거나 치명적 자해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공부만 하면 ‘진짜 삶’ 사라진다

    공부만 하면 ‘진짜 삶’ 사라진다

    공부 중독/엄기호·하지현 지음/위고/196쪽/1만 3000원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내가 네 나이 때는 단 한순간도 공부를 하지 못할까 두려워했는데 너는 이런 좋은 환경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느냐”며 사도세자를 나무란다. 이 영화가 특히 학부모들의 이목을 끈 데는 ‘공부 못하면’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갇혀 죽을 수 있다는 교훈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부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일 게다.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사실 공부는 우리 시대의 성공 혹은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편이자 ‘판타지’가 아닐까. 사회학자 엄기호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로 먹고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공부하는 게 고역이고 지겹기만 하다고 고백한다. 그가 제자들 앞에서 한 마리의 ‘똑똑한 원숭이’가 된 느낌이라고 말하는 건 자신이 펼치는 화려한 언변과 풍부한 지식에 학생들이 감탄하고 박수를 치지만 정작 배움과 성장은 사라져 버린 ‘서커스(공연) 같아서’라는 속내가 덧칠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부는 무엇일까. 엄기호는 공부가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빠진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저자이자 엄기호와 대담을 나눈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공부의 블랙홀에 빠진 부모는 공부에 중독된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온다. 공부 백 퍼센트짜리 순도 높은 존재일 뿐 사회성, 공감능력, 유연성 같은 요소는 상대적으로 결핍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더욱 기가 찬 건 공부를 통해 해결될 수 없는 요소도 책과 학원을 찾으며 공부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한탄한다. 이 대담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특히 486세대 부모들은 하지현의 지적대로 공부만 잘하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자기 몸으로 체득된 세대다. 1980년대 초반에 졸업정원제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할 무렵에는 한창 경기가 좋아 대졸 일자리가 넘쳐났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불었던 신도시 열풍으로 집도 손쉽게 살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이 세대는 본인들이 잘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했던 방식을 복제해 자녀들에게 강권한다. 실상은 지금 아이들에게 자기 부모보다 더 성공하는 건 훨씬 어려운 데도 말이다. 공부 중독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공부가 삶의 영역들을 식민화하면서 ‘진짜 삶’이 사라지고,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공부라는 판타지가 해법이 된 사회에서 진정한 공부는 무엇인지 알려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NIMT 현상’/구본영 논설고문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근대 국가의 조직은 관료제의 합리적 권위에 기반을 둔다고 했다. 하지만 관료제도의 장래에 기대와 불안이 엇갈렸던 모양이다. 제대로 된 관료제도가 “영혼이 없는 전문가나 마음이 비어 있는 육감주의자” 앞에서 무릎을 꿇을까 염려했다니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관료제의 순기능 못잖게 역기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국민보다는 조직 내부만 바라본다거나, 업무량과는 관계없이 기구만 늘려 놓고 보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앓고 있다지 않은가. 베버가 염려했던 대로다. 최근 회자되는 조어인 ‘님트’(NIMT·Not In My Term) 현상도 그런 차원인가. ‘내 임기 동안은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이보다 일부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더 잘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인 이른바 개발연대엔 관료들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였다.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맨땅에 헤딩하듯 ‘증산·수출·건설’을 부르짖던 그 시절, 관료들은 ‘하면 된다’ 정신(캔두이즘)의 전령 격이었다. 당시에도 공무원 조직에 문제야 없었겠느냐만, 그래도 우수 인력이 많이 모여 한번 해 보자는 사명감도 컸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인 요즘 관료 조직이 꼭 민간보다 우월한 집단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혹여 우리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에 젖어들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인사혁신처가 그제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공무원 조직에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고, 특히 업무 난이도나 중요도에 따라 우대한다고 한다. 공정한 잣대만 세운다면 일 잘하는 관료를 대우한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게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공직사회에서 님트 현상을 없애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즉 상벌 기준을 명확히 해 혹시 잘못됐을 경우 문책이 두려워 아무 일도 않으려는 공직자들의 영혼을 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 깰까 두려워 서로 설거지를 미루는 가정이 화목할 리도, 번창할 리도 없다. ‘실수하지 말고 중간만 가자’는 무사안일주의가 횡행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지역사회 이기주의, 즉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보다 더 무서운 풍조가 님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관료사회보다 우리 정치권이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리 유익한 정책일지라도 자신들에게 표를 줄 계층이나 지역민이 싫어하는 일은 않겠다는 선량들을 보면서다. 일찍이 베버는 신념윤리도 책임윤리도 없는 ‘생계형 정치인’의 출현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들을 ‘영혼 없는 관료’보다 더 해로운 존재로 본 셈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동·금융 개혁을 한사코 가로막으며 격돌하다 외환위기를 부른 김영삼 정부 시절의 여야 대치를 요즘 데자뷔인 양 다시 보면서….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현장 블로그] 폭력에 가려, 꽃길에 묻혀 들리지 않는 ‘집회의 이유’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평화롭게 끝났습니다. 차벽, 쇠파이프, 물대포 대신에 꽃들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경찰 추산 기준 1만 4000명의 참가자가 서울광장에서 혜화동 서울대병원까지 대규모 행진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질서도 잘 지켜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들이 주말에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한 것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노동 개혁 입법 등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최 측은 청년 일자리 창출, 재벌기업 사내유보금 환수, 세월호 진상 규명을 포함해 10가지 이상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가능성 등만 주목받은 탓이 큽니다. 폭력성 논란에 여론도 주최 측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달 14일 과격한 양상을 보였던 ‘1차 대회’ 이후 이뤄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위 방식이 과격했다’는 응답이 67%로 ‘그렇지 않다’(19%)보다 많았습니다. 당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 의견을 갖고 참석했던 학부모와 청소년들조차 일부 시위대의 과격한 모습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포커스가 ‘폭력이냐, 평화냐’에 맞춰지다 보니 메시지는 좀처럼 조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집회 문화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관모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차 집회에서 보였던 가면이나 꽃을 드는 방식 등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전통적인 집회 방식에서 벗어난 문화제, 소규모 행진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차 대회는 평화 시위의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도 참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노동 개혁 관련 5대 법안을 임시국회 내에 합의 처리하기로 했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집회를 여는 목적은 단순히 집단의 힘을 시위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체에 울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이제 집회를 왜 여는지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응답하는 사회학(정수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명분 아래 전공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수치와 이론으로 가득한 논문을 쓰는 사회학을 거부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사회·시대와 소통하며 인문학, 문학, 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사회학을 주창하고 있다. 510쪽. 2만 3000원. 거룩한 술꾼의 전설(요제프 로트 지음, 파블로 아울라델 그림, 김재혁 옮김, 책세상 펴냄) 삶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을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요제프 로트는 오스트리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열렬한 애주가로 유명하다. 100쪽. 1만 1800원.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정지우 지음, 우연의바다 펴냄) 여행에 대한 사유를 담은 인문학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겪고 느끼는 여행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 성찰을 담고 있다. 248쪽. 1만 4500원. 모두가 행복할 권리 인권(바바라 피크자·도라 씨스니 글, 티보르 카르파티 그림, 권양희 옮김, 봄볕 펴냄) 세계장애인권리협약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내용을 돌아본다. 80쪽. 1만 2000원. 지붕 밑의 세계사(이영숙 지음, 창비 펴냄) ‘식탁 위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에 이어 의식주 세계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서재, 다락방, 욕실, 발코니 등 집 안 여러 공간이 품고 있는 세계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16쪽. 1만 1000원.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캐런 폭스리 지음, 정회성 옮김, 비룡소 펴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현대를 배경으로 가슴 저미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92쪽. 1만 3000원. 아무래도 수상해(함기석 지음, 토끼도둑 그림, 문학동네 펴냄) 수학 교사 경력을 토대로 쓴 첫 동시집 ‘숫자 벌레’ 이후 4년 만에 나온 시인의 신작 동시집.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맛, 가장 긍정적이고 근원적인 속 깊은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120쪽. 1만 500원.
  • 중국, 대학교수 검열 강화, 교수들 공개 반발

    중국 교육부 부장(장관)이 “많은 대학교수들이 ‘정치적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수업과 강연 등을 엄격하게 검열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이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위안구이런(袁貴仁) 교육부장은 최근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발행하는 ‘기율감찰보’를 통해 “교수들의 언행이 정치적 한계선을 넘어 우리의 법률과 사상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수업, 강연, 토론회 등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한계선’은 인권 언급, 공산당 비판, 사법독립 및 언론 자유 주장 등을 말한다. 기율감찰보는 최근 들어 많은 학자가 기율을 어겨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링난사범대학 량신성(梁新生) 교수가 웨이보에 당 노선과 다른 의견을 폈다는 이유로 직위 해제됐다. 위안 부장은 사상 교육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 1월에도 서구 가치관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교재를 대학에서 퇴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대 법학과 허웨이팡(賀衛方) 교수는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지침으로 교수들이 학자적 양심을 펴지 못한다”면서 “이런 통제는 학술 발전을 저해하고 대학을 점점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최근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법치국가와 합리적 사회구조’라는 주제로 강좌를 열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불허 통보를 받아 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민대학 사회학과 저우샤오정(周孝正) 교수도 “대학을 통제하고 자유파 지식인을 숙청하려는 당국의 시도가 통제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자살, 사회적 문제인가… 뇌의 장난인가

    [사이언스 톡톡] 자살, 사회적 문제인가… 뇌의 장난인가

    나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일세. 처음 들어본다고? 독일의 막스 베버와 함께 현대 사회학을 만든 양대 기둥으로 불리는 사람인데 이거 영 섭섭한걸.내가 쓴 대표적인 책 중 하나가 ‘자살론’일세. 자살론은 통계학을 이용한 실증적인 방법으로 사회현상을 분석함으로써 현대 사회학의 기틀을 마련한 혁신적인 책이라네. 자살은 당시 사회과학자들이 주목했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지만 많은 학자들은 단순히 인종이나 기후, 정신적 장애, 특정 개인의 죽음에 대한 모방 행위로만 해석했지. 하지만 그런 해석으로는 여러 형태의 자살을 설명할 수 없었다네. 그래서 다양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살이란 개인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회적 힘’이란 결론에 이르렀지. 물론 내 설명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자살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더군.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많이 느낀다고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10% 미만이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 기도자들 중 10% 이상이 어떤 정신적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통계만 봐도 그렇지 않나.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과학자들이 이번에도 미스터리를 풀러 나섰다더군. ‘네이처’ 11월 25일자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카를로스 사라테 박사팀이 뇌 과학을 이용해 자살의 근원을 파헤치는 연구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읽었네. 사라테 박사팀은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40명,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고 있는 환자 40명, 일반인 40명을 대상으로 뇌 구조와 기능을 분석해 자살을 시도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사전에 가려내는 방법을 찾겠다더군. 최근 미국 인디애나대 알렉산더 니쿨레쿠스 교수팀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독특한 6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네. 이 유전자로 양극성 장애(조울증)나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자살 시도 위험을 90% 이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더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 보건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10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도 이런 연구들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공동체에서 분리돼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엄청난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네. 전통사회에서 강력한 규범의식과 종교적 공동체로 구성원을 결속시키던 사회적 연대의식을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새로운 공동체 의식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래서일세. 과학기술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겠지만 완벽히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네. 과학기술과 함께 ‘더이상 살기 싫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해야 할걸세.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 美 카네기홀 공연 김장실 의원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 美 카네기홀 공연 김장실 의원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지난 3일(현지시간) 전 세계 예술가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 구슬픈 한국의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60~70대 한국 동포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쏟아내듯 펑펑 울었다. 카네기홀을 ‘눈물바다’로 만든 사람은 바로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다. 전문 아티스트가 아닌 공연자가 120년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네기홀에서 ‘솔드 아웃’(SOLD OUT·매진) 스티커를 받으며 ‘대박’을 터트린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지난 20일 김 의원과 만나 공연 기획 단계부터 성황리에 마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부르는 김 의원의 노래와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져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김 의원은 “노래는 귀를 열게 하고 노래에 담긴 의미는 가슴을 적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공직사회와 정계에서 대중가요로 시대를 말하는 노래꾼이자 이야기꾼으로 유명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섰는데. -국내 대중 가수 중 패티김, 조용필 등 최정상 가수들만 무대에 섰다. 전문적인 성악 훈련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가 선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 국회의원 중에 누가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할 수 있겠나. 기록을 찾아봐야겠지만 없을 것 같다. →발상 자체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성사됐나. -우연히 부산의 한 방송국에 출연해 ‘부산과 대중가요’를 주제로 얘기하다가 노래를 했다. 성악을 전공한 방송 진행자가 ‘대중가요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 해박하고 노래가 직업 가수 뺨친다’며 그 자리에서 뉴욕에 있는 공연 기획자인 박준식 제이삭(JSAC) 대표이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지난 7월이었다. 이어 8월 초 한국을 방문한 박 대표와 식사를 같이 하다가 그 자리에서 노래를 3곡 불렀고 박 대표가 이에 만족해 공연이 성사됐다. 한국인의 가슴을 촉촉히 적셨던 히트 가요를 선곡해서 그 노래가 가지는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당시에 일어났던 정치적 사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얘기했다. 거기에 노래를 만든 가수와 작사가, 작곡가, 음반 제작자와 팬들 사이에 있었던 뒷얘기를 통해 연예사적 재미를 더했다. 재미없는 노래에 재미있는 ‘당의정’을 입혀 관객들 입에 솔솔 녹도록 했다. →(인터뷰 도중 때마침 박 대표가 ‘매진’ 딱지가 붙은 공연 포스터를 들고 오자) 박 대표가 직접 공연 기획 과정을 말씀해 달라. -(박 대표) 제이삭은 뉴욕에 있는 공연 기획사다. 처음에는 카네기홀 공연이 연 2회도 힘들었는데 7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연 26회로 늘었다. 현재 국립무용단, 국립오페라단, KBS 교향악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단의 해외 공연은 대부분 저희가 맡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김 의원과의 미팅에 나가지 않으려 했다. 제가 가장 반대했다. 카네기홀은 1년 전에 미리 대관 신청을 받는데 특히 올해는 개관 125주년이어서 대관 검열이 아주 까다로웠다. 그래서 김 의원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 거절할지부터 고민했다. 식사 자리에서 김 의원이 대뜸 노래의 스토리를 얘기하며 직접 3곡을 불렀다.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대놓고 열창을 했다. 특히 ‘동백아가씨’에 대한 사연을 들었는데 음악과 내용의 연결고리가 너무 좋았다. 광복 70주년이기도 해서 ‘이거다’ 싶었다. 미국 이민자 중에는 이산가족이 많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왔는데 영주권도 없고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한국인이 몇십만명 된다. 이들은 한국에서 부모님이 위독하거나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도 못간다. 그렇게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이 많다. 또 2~3세대 자녀들은 1세대들과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를 알 길이 없다. →카네기홀 측의 승인을 어떻게 받았나. -(박 대표)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도 한국 최고의 공연장이라고 까다로운데 드보르자크, 차이콥스키 같은 음악가들이 초연을 한 125년 역사의 카네기홀이니 얼마나 뻣뻣하겠나. 게다가 아티스트도 아니고 강연을 하겠다고 하는데…. 카네기홀 측에서 ‘이 사람 아티스트냐’고 물어봐서 ‘아티스트는 아닌데 노래를 잘한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카네기홀 측도 공연이 망해 명예가 실추될까 봐 주시한다. 전문 아티스트 기록이 없으면 무대에 서기 어렵다. 그래서 그냥 대중가요가 아니라 ‘강연과 콘서트’로 콘셉트를 잡았다. 일제시대부터 해방이 되고 전쟁을 거쳐 다시 휴전이 된 모든 과정을 영문으로 번역해 기안을 올렸고 결국 승인받았다. →어떻게 매진이 됐나. -(박 대표) 공연 열흘 전 첫 언론 보도가 나갔는데 사무실 업무가 마비됐다. 이민 1세대, 1.5세대 등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우리가 외국계 회사인 줄 알고 ‘아이 니드 코리안 토크쇼 티켓’(I need Korean Talk Show ticket·한국인 토크쇼 티켓이 필요합니다)이라며 간절한 목소리로 안 되는 영어를 더듬더듬 써 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돈을 받아선 안 되겠다 싶어서 40달러의 티켓 비용을 무료로 전환했다. 카네기홀 측에서는 공연 일주일 전에 홍보 포스터가 다 나갔는데 어떻게 무료로 하느냐며 반대했다. 우리가 완강하게 밀어붙이자 카네기홀 측에서 ‘공연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너무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제가 카네기홀에서만 170회 공연을 기획했는데, 매진된 건 처음이다. 아티스트들은 각성해야 한다. 하하.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공연 초반부에 관객들이 점잖게 앉아 있길래 다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카네기홀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한국인이 막걸리 마시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젓가락을) 두들기는 60~70년대 정감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공연 내용은 어땠나. -해방 이후 7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그 시대에 발생한 정치·사회적 사건에 시대정신이 드러난다. 1940년대는 아무래도 해방의 기쁨보다 더 큰 게 없다. 식민 지배가 30년이 넘었고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한다고 하니 독립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방이 됐다. 얼마나 기뻤겠나. 해방을 기뻐하는 노래가 막 쏟아져 나왔다. ‘사대문을 열어라’ ‘울어라 은방울’ 같은 노래들이다. 가장 상징적인 노래는 ‘귀국선’이다. 일본에 동포 230만명이 살고 있었고 중국에 200만, 기타 수십만명이 외국에 살고 있었는데 귀국선은 귀환 동포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는 주요한 통로였다. 그 배를 타고 돌아오는 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만들어서 다시는 빼앗기지 말고 잘 살아 보자는 욕구가 있었다. 그런 욕구가 가사에 잘 표현돼 있다. →1950년대에는 어떤 노래가 상징적인가. -한국전쟁보다 더 1950년대를 특정 짓는 사건은 없다. 중공군이 내려왔을 때 유엔군과 국군은 6중, 7중으로 포위당해 독 안에 든 쥐처럼 죽을 지경으로 집중 타격을 받았다. 한국 지형은 동고서저형이어서 육로 철수가 어려웠다. 그래서 흥남부두에서 해상 철수를 했다. 자유를 잠시 맛본 이북 사람 수십만명이 ‘우리도 데려가 달라’고 했다. 대규모 수송선을 수백척 동원해서 무기를 버리고 군인 10만명, 민간인 9만 8000명을 태우고 내려왔다. 그때 많이들 헤어졌다. 부산에 홀몸으로 내려온 여성분에게서 피란 중 가족과 헤어진 구구절절한 사연를 들었다. 손잡고 같이 타자 했는데 서로 타려고 밀치고 당기다가 밀려서 아이 손, 마누라 손 놓고 ‘어디 갔노, 어디 갔노’ 찾다가 어디 가 버렸는지 몰라 펑펑 울고…. 그 감정을 잘 표현한 노래가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다. 또 부산에서 울다가 죽을 순 없으니까 국제시장에서 장사하고 구두도 닦으며 살았다. 오며 가며 눈이 맞았던 경상도 처녀하고 정을 주고 살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이후 헤어졌던 부모, 형제, 처자식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서울로 떠났다. 그러면 경상도 처녀가 가지 말라며 붙들고 늘어진다. 서울 가면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데, 차창 밖으로 보니까 정들었던 경상도 아가씨가 울고 있고…. 그런 사나이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한 노래가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다. 이승만 정부가 사사오입, 발췌개헌을 하면서 계속 권위주의 정부로 치달았다. 이승만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신익희 선생이 나섰는데 1956년 5월 5일 오후 5시 5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호남선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정권 교체의 꿈이 사라지고 허망한 상태가 됐다. 그때 손인호 선생의 ‘비 내리는 호남선’ 노래에 대한 유언비어가 돌았다. 신 선생 부인이 너무 억울해 그 노래를 작사를 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었다. 그런 풍문이 노래 판매를 촉진시켰다. →1960년대의 대표곡은 무엇인가. -경제 개발로 산업화가 본격화돼 촌에서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 도시로 와서 출세를 많이 했다. 출세를 사회학에서는 ‘사회적 계층 상승’이라고 한다. 돈을 많이 벌거나 고시에 합격하거나 좋은 집안과 혼인을 맺는 것, 3가지가 전통적인 출세 방식이다. 조선시대 500년간 쌓여 왔던 계층 구조가 일제시대 때 반쯤 파괴됐고 한국전쟁으로 계층구조가 거의 다 파괴됐다. 특히 1960년대에는 남자가 출세를 하면서 그렇지 못한 여인과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출세한 남자는 도시의 좋은 집안에서 얼른 낚아채 가 버린다. 그러면 시골 보리밭에서 사랑을 나누고 백년가약을 맺었던 여인과는 멀어진다. 이런 식의 이별이 워낙 많았다. 1960년대 초·중반의 영화와 소설, 대중가요, 라디오 드라마의 60~70%가 서울로 간 남자는 출세해서 예쁜 집 규수를 얻고 시골에서 사랑했던 여인은 버림받고 그 여인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한 거리감 때문에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을 다뤘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남진의 ‘가슴 아프게’,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의 전형적인 도식이다. 1964년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 동백아가씨와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동백아가씨’가 엄청나게 히트를 했다. 왜색조라며 노래가 나온 지 1년도 안 돼 방송금지가요가 됐는데도 20만장이 팔렸다. 3년 뒤인 1968년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음반 제작 금지를 당했는데도 200만장이 팔렸다. 음반을 낸 지구레코드사 고 임정수 사장의 얘기다. 한국 가요 사상 가장 히트한 노래가 동백아가씨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장실 의원은 김 의원은 국내 문화·체육계의 대부 격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정치특보 등을 지냈다. 문화관광부 예술국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역임했다. 이후 예술의 전당 사장에 임명돼 문화 공연계의 발전에 기여했다. 현재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준비 중이다.
  • ‘2008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내일 이대서 ‘이민자 문제’ 강연

    ‘2008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내일 이대서 ‘이민자 문제’ 강연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5∼26일 이화여대를 방문해 강좌와 좌담회에 참석한다. 르 클레지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리는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 이민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어 26일 오후 4시 인문관에서는 송기정 이화인문과학원 원장, 정명교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좌담회에 참석한다.
  • [동정] 박원순시장, 배우 장근석, 고선웅연출가, 임종룡위원장, 김주희박사, 장마리 클레지오 노벨상수상자

    [동정] 박원순시장, 배우 장근석, 고선웅연출가, 임종룡위원장, 김주희박사, 장마리 클레지오 노벨상수상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오전 10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리는 ‘연평도 포격도발 5주기’ 행사에 참석해 헌화·분향하고 전사한 장병들의 희생정신을 기린다. 박 시장은 오후 2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희망2016 나눔캠페인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온도계 올리기 시연을 한다. ●배우 장근석이 모교인 한양대(총장 이영무) 후배들을 위해 강단에 선다. 지난달 한양대의 ‘나눔 교수’로 위촉된 배우 장근석이 오는 12월10일 ‘필란트로피(Philanthropy : 자선)의 이해와 실천’이란 교양 과목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양대는 기부와 자선 문화의 확산을 위해 국내 최초로 이번 학기부터 이 강좌를 개설했다. 이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장근석이 강의에 나서게 됐다고 한양대는 밝혔다. 장근석은 약 1시간 동안 학생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나눔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근석은 지난달 20일 기부문화 확산에 공헌한 한양대 동문 5명과 함께 한양대 ‘나눔 교수’로 위촉된 바 있다. ●고선웅 연출가가 올해의 연출가상에 선정됐다. 고 연출가는 올해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아리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강철왕‘,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에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연출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주어지는 올해의 연출가상은 그해 가장 활발하고 창의적인 연출 작업으로 연출가로서의 두각을 나타내고 대한민국 연극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연출가 1명으로 선정해 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 홀에서 열린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교내 대우관에서 ’금융개혁 추진현황 및 주요과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임 위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이다. 이번 특강은 과거 연희전문학교 상과 교수로 대한민국 정부 초대 기획처장을 지낸 이순탁(1897∼1950) 교수를 기념하는 ’효정 이순탁 교수 기념강좌‘로 마련됐다. ●김주희 고려대 경영학과 박사(경영관리 전공, 지도교수=김동원)가 멕시코 몬테레이 공과대학교의 전임 외국인 교수로 임용됐다. 이로써 김주희 박사는 내년 1월부터 교단에 서게 되며, 김주희 박사는 경영관리 과목을 강의하게 된다. 김주희 박사가 임용된 몬테레이 공과대학교는 1943년 설립된 중남미 최대 규모의 종합대학이다. 학생수만 9만 명이 넘으며 특히 경영대학원(Business School)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관리 분야에서 국내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해외 대학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오는 25∼26일 이화여대를 방문해 강좌와 좌담회에 참석한다. 르 클레지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리는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 이민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는 26일 오후 4시에는 인문관에서 송기정 이화인문과학원 원장, 정명교(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좌담회가 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응답하라 독수리다방(정이숙 지음, 동아시아 펴냄) 독다방으로 상징되는 신촌이라는 공간과 1980년대 중·후반이라는 시간의 창을 통해 한국사회의 한 시절을 회억한다. 대학생으로서 지낸 청춘의 지극히 사적인 기억은 당대의 문화와 정치의 시대상과 맞물려 있다. 304쪽. 1만 4000원. 소셜미디어와 SNS마케팅(서구원 지음, 커뮤니케이션스북스 펴냄) 소셜미디어는 물이나 공기처럼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도구가 됐다. 산업의 측면에서도 소셜미디어는 미래 산업변화의 핵심이 됐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살핀다. 110쪽. 9800원. 좋은 교대제는 없다(곽경민 등 지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펴냄)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사회학자, 노동운동가 등 전문가들이 쓴 노동현장의 교대제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저녁이 있는 삶’과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담았다. 264쪽. 1만 3000원. 죽다 살아났습니다요(무라카미 다케오 글·그림, 네오카툰 펴냄) 일본의 웹툰 작가가 뇌부종, 치사성 부정맥 등의 질환으로 인해 실제 심장이 정지됐을 정도로 죽음을 넘나들었던 투병생활 얘기다. 불규칙한 프리랜서로서 자신의 삶과 내면, 인생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만화로 그려냈다. 166쪽. 1만 2500원. 문제는 타이밍이야!(정해윤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청소년들이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생채기를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렸다. 180쪽. 9500원. 세상에 없는 나의 집(금희 지음, 창비 펴냄)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등을 그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지난해 탈북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조선족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292쪽. 1만 2000원. 굴러라 슈퍼바퀴(고정욱 지음, 손지희 그림, 뜨인돌어린이 펴냄) 속마음도 쏙쏙 읽고 어려운 일도 척척 해결해주는 휠체어 ‘힐링이’. 놀라운 능력을 가진 힐링이를 통해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72쪽. 9000원.
  •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자산화로 극복해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처음 생긴 영국에서 온 전문가가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지역자산화를 제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1960년대 영국의 한 사회학자가 제시한 개념으로 빈곤층이 사는 동네에 중산층인 ‘젠트리’(신사계급)가 몰려와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는 17일 영국 민간단체 로컬리티 전 부대표 스티브 클레어를 초청해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자산화 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개최했다. 진행을 맡은 위성남 마을생태계조성사업단장은 “오늘도 홍대 앞의 한 유명 치킨집이 가게주인이 동원한 용역으로 난장판이 된 뒤 결국 쫓겨났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문제로 이제부터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았다. 클레어는 550개 단체로 구성된 로컬리티가 1조 2000억원의 공동체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1만 5000여명의 직원이 일한다고 소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런던 템스 강가의 코인 스트리트를 내세웠다. 1977년부터 코인 스트리트 주민들은 공동체 캠페인을 시작해 7년 만에 땅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았다. 5500여평의 땅에 보육시설, 버스승강장, 320가구의 주택을 건립한 코인 스트리트 주민들의 야망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클레어는 덧붙였다. 40층 높이의 아파트,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수영장, 댄스홀 등의 건립 허가를 코인 스트리트 주민들이 받아냈다는 것이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를 시발점으로 생긴 마을 공동체로 20년간 공동육아 어린이집, 방과후 활동, 생협 등 여러 가지 방식의 공동체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성미산마을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동체에서 운영하던 여러 가게가 쫓겨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시는 이달 안에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뉴욕 시장처럼 임대료 상한선을 시장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자산화 전략의 하나로 ‘서울형 장기안심상가’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동대문의 상가나 대학로의 문화시설 등을 시가 사들여 디자이너나 문화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수능 끝, 춤추는 커트라인… 마지막 수시 논술·면접 공략법은

    수능 끝, 춤추는 커트라인… 마지막 수시 논술·면접 공략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지금 홀가분한 기분일 것이다. ‘물수능’을 예고했던 교육부의 공언에 비해 상당히 어렵게 출제돼 ‘독극물수능’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입시업체의 등급 컷(커트라인)이 춤을 췄고<서울신문 11월 16일자 11면> 지난 14일과 15일 치러졌던 수시모집 논술고사와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수험생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오는 21 일과 22일 진행되는 나머지 수시모집에 집중해야 할 때다. 입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남은 기간 논술, 면접고사 준비법을 알아봤다. ●지원 대학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자 논술고사는 오는 21일 8개 대학이, 22일 6개 대학이 치른다. 이 대학들에 지원했다면 최근 기출문항과 올해 모의논술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 지난해 기출문항과 올해 모의논술은 보통 크게 변하지 않지만 문제 개수나 제시문 개수, 문제 유형을 변경하는 대학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부 시간은 1개 문항을 치르는 데 2시간, 문제를 분석하고 해설을 살펴보거나 강의를 듣는 데 2시간 정도를 할애해 4시간가량을 1세트로 배치한다. 하루에 적당한 공부량은 2세트, 8시간 정도다. 김윤환 스카이에듀 논술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수능에 투자했던 시간과 비교해 보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학습량”이라며 “각 학교의 기출문제와 모의논술, 여력이 된다면 예상문제까지 모두 공부하라”고 말했다. 중앙대(경제경영), 이화여대(인문 2), 고려대(전 계열) 등은 수리논술을 치른다. 수리논술은 교과과정형 논술에 맞게 교과지식과 응용력을 묻는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문과 학생들에게는 이 부분이 특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논술에서 출제되는 수리논술 영역은 한정적이며 답안 작성의 뼈대와 논리 구성도 일관된 방법론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기본이 되는 것은 대학의 기출문제들이다. 한국외대나 일부 대학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함께 출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 제시문은 다른 국문 제시문들과의 관계 속에서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쟁점을 추출할 수 있으므로 영어 제시문에 대한 부담은 과도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 ●인성면접 준비 첫걸음 ‘나’를 돌아보자 수험생 대부분이 면접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거나 형식적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큰 오산이다. 실제 면접이 있는 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성적을 반영하고 주로 2단계에서 면접으로 20~50%를 반영한다. 1단계 성적은 사실상 크게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수 있다. 면접은 크게 ‘인성면접’(기본면접)과 ‘적성면접’(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인성면접은 ‘나’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적성면접은 지원하는 학과에 대한 호기심과 수학능력을 판단한다. 인성면접은 실수했을 때 타격이 심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최승해 스카이에듀 입시연구소장은 “전공 관련 질문은 배우려는 의지와 기초적인 학업능력이 인정되면 통과할 수 있지만, 인성면접 질문들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큰 폭의 감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성면접은 학생부 기재 내용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면접 때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학년 독서기록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적혀 있는데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한다든지, 학생부에 있는 내용과 다른 말을 한다면 학생부가 허위로 기재됐다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슈, 교과와 연결해 정리하자 일부 대학에서는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적성면접을 본다. 전공 관련 제시문을 활용해 전공적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한다. 계열별, 단과대학별로 공통 문항을 활용해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문계열은 해당 전공 및 최근 시사이슈를 고교 교과 개념과 연결해 정리하도록 한다. 면접 전에 해당 전공과 연관된 교과서 내용을 익혀 두는 것이 좋다. 경영·경제, 법학, 사회학과 등에서는 시사적인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슈가 되는 쟁점들을 교과 개념과 연결해 정리해 두도록 하자. 굵직한 사건들은 찾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자연계열 적성면접은 수학 및 과학과 관련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필수다. 교과과정을 활용해 해결하는 문제들이 주로 제시된다. 대학과 전공별 기출문제를 살피고 자주 출제되는 주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적성면접에서는 지식 자체보다는 문제 해결능력을 주로 평가하므로 명확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수학 문제 풀이 과정에서 과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보거나 과학 문제 풀이 과정에서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볼 수 있으므로 남은 기간 평소 영역을 통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융합 학문이 대세다. 정치학이 심리학과 통계학을 끌어와 선거 출구 조사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학문이 융합하며 소통해 얻어진 성과다. 국제정치학도인 필자가 공학한림원의 회원으로 임명된 것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융합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자그마한 인정이었다고 감히 자평해 보면서 융합 학문에 대한 조심스러운 길 안내를 하고자 한다. 어떤 분이 자기 아들이 명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요즘 대세인 정보기술(IT)을 모르면 안 되겠기에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융합, 융합 말하는데 대단히 혼란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필자의 국제정치학 강의는 경제, 경영, 철학, 중문학, 심지어는 컴퓨터공학, 자동차공학 전공 학생들도 듣는다.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진정한 융합이란 본연의 학문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그 본연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모아지고 다른 분야를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이다. 핵무기 확산 방지정책 연구를 하던 필자는 핵폭탄의 공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달려들게 됐다. 핵폭탄 기술의 자료를 찾아가며, 어려운 세부적 기술 분야는 원자력 공학도와의 질의 토론을 통해 검증과 확인을 받아 가며 비로소 나의 길을 만들어 갔었다. 모든 분야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어 융합 학문의 길을 반드시 걸어가야 하는 것이고 이해를 제대로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융합 학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는 본연의 분야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생이나 교수 그리고 연구자가 본인의 전공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생각이 진화하게 되고 인접 학문의 도움과 이해가 저절로 요구된다. 스펙 쌓기로 어정쩡하게 이쪽저쪽 건드리면 시간 낭비가 크고 성취도 적다. 예를 들어 과학전문기자가 과학전문기자의 본연에 충실하면서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으면 글이 풍요로워지고 국가의 정책 전체를 조망하며 과학 정책을 바라보게 된다. 북한정치전문기자가 미사일 기술을 공부하면 기사가 더욱 정확해지고 북한의 미사일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예측도도 높아진다.두 번째는 미국 중심의 학위 풍토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는 현실을 벗어나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지평을 넓혀 가야 한다. 국력이 약했던 시절은 모두가 미국, 프랑스 독일로 유학을 떠나 심지어는 한국의 동학혁명에 관한 논문도 미국에서 써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연과학 분야는 오히려 활발한 정보의 소통이 권장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 논문의 주류가 통계학의 방법론이 대세여서 정치학의 논문조차도 거의가 통계를 써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다 보니 본연의 논문에 역사와 철학 등의 방대한 자료에 대한 시간 투자가 소홀히 되고 뇌의 창고에 든 것이 별로 없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신문이 대학 평가를 하다 보니 읽을거리 없는 논문을 풀빵 찍어 내듯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대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교수와 연구자들은 논문 편수 부풀리는 길에 내몰리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기에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학문의 융합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조심스런 조언을 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융합 학문을 하려면 영혼의 자유가 격려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스스로가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과 호기심에 따라 강의를 선택하고 지식과 생각을 키우면서 본인의 전공과 거기에 맞는 공부를 쫓아가다 보면 튼실한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기업과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아쉬운 것은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다. 창조경제의 인재들은 학문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시야가 넓은 인적 자산으로 육성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꾸어 놓은 산업과 기술에 새로운 생각을 조금만 붙여 놓아도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융합 학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그 아이디어의 단초가 창조적 생각으로 모아져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산업은 인접해 있는 산업과 융합돼 신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 소장보다 투자… 中 젊은 부자들 ‘명화 사재기’

    택시 기사 출신 중국 금융재벌 류이첸이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워 있는 나부’를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 최고가인 1억 7040만 달러(약 1971억원)에 사들이면서 중국 부호들의 미술품 수집 열기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상하이에 2개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류이첸은 청나라 건륭제가 쓰던 찻잔을 3600만 달러에 사서 본인의 찻잔으로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사람으로 국제 경매 시장의 ‘큰손’이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낙찰가 상위 5위 작품 중 3개 작품을 중국 부자들이 싹쓸이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익명의 중국인이 6633만 달러로 고흐의 ‘알리스캉의 오솔길’을, 영화계 거물인 화이브러더스 왕중쥔 회장은 2993만 달러로 피카소의 ‘소파에 앉은 여인’을,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은 2041만 달러로 모네의 ‘수련 연못, 장미’를 구입했다. 중국 갑부들의 왕성한 구매로 영국과 미국 중심이던 미술품 경매 시장도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영국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지난해 매출 45억 4000만 파운드(약 7조 9700억원) 중 22%는 중국인의 지갑에서 나왔을 정도다. 특히 크리스티에서 처음 미술품을 산 신규 구매자 비중이 전체의 30%에 달했는데 대부분이 중국의 신흥부자들이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참여자 중 중국인이 70%를 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중국어는 경매장의 ‘공식 언어’가 됐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부자’가 경매 시장의 최대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미술보는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이들은 전위적인 현대 서양화가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구입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후룬연구소가 1억 위안(약 181억원) 이상의 자산가 376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평균 연령은 38세였고 이들 중 70%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림을 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목적이다.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주식이 불안해지면서 그림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부는 자금 은닉과 세탁을 위해 그림을 활용한다. 중국 사회학자 리인허는 “부자들의 광적인 그림 사재기는 중국의 분배 시스템이 고장 나 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일본 지성이 제안한 비판적 사고의 새 틀

    일본 지성이 제안한 비판적 사고의 새 틀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은 일본 지성과 양심의 상징과도 같은 출판사다. 창업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국주의, 극우주의의 열풍, 물질만능주의, 신자유주의 등 각종 세파 속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내며 역사의 진실에 대한 탐구, 세상의 합법칙적인 발전 방향 추구,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성 연구를 해내고 있다. 유홍준 명지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일본문화유산답사기’가 지난해 말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을 때 그 출판사가 이와나미쇼텐이라는 사실에 더 뿌듯해했을 정도였다. 이와나미쇼텐의 대표적인 출간물인 ‘사고의 프런티어’ 시리즈가 번역 출간됐다. 1999년 시작해 지금까지 32권째 발간하고 있다. 세기말과 새로운 세기 초를 지(知)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간으로 바라보며 ‘정체성’, ‘시장’, ‘공공성’, ‘권력’, ‘원리주의’ 등 다시 한번 마주 봐야 할 개념들을 되물음으로써 기존 사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구상할 가능성을 개척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신체/생명’, ‘시장’, ‘자본’, ‘데모크라시’, ‘젠더/섹슈얼리티’, ‘역사/수정주의’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논쟁적인 성격을 띤 키워드를 좀 더 깊이 있게 고찰하기 위해 일본에서 정치학, 사회학, 문학, 법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이 집필에 나섰다. 한림과학원이 시리즈의 일부(전 5권)를 추려내 기획했고, 푸른역사가 펴냈다. 한국적 상황과 처지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역사/수정주의’, ‘인종차별주의’, ‘권력’, ‘사회’는 여전히 문제적이며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개념들이다. 특히 5권 ‘사고를 열다’는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개척한다’는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잘 집약되어 있다. ‘경계 짓지 않는 정치’를 제안하는 이 책은 2001년 9·11 사태 직후 이뤄진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비판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지역, 인종, 종교, 정치, 세대 등 모든 영역에서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경계를 열어둘 것을 주장한다. 그때 비로소 ‘모든 이’가, 일어나는 ‘모든 일’에 ‘당사자로서 답책성(答責性·답하고 책임지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아베 총리가 ‘침략 만행의 책임을 현재 일본인에게 묻지 말라’고 했던 종전 70년 담화가 그 경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행했다는 비판도 곁들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약·술에 빠져… 백인 중년 사망률 증가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의 백인 중년 사망률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다른 인종의 사망률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중년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와 반대 현상이다. 자살, 약물중독, 알코올(술) 의존이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주류 중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같은 대학에 있는 부인 앤 케이스 교수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를 분석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현재 인구 10만명당 45~54세 미국인의 사망 빈도를 인종별로 보면 백인은 415명, 흑인이 581명, 히스패닉이 262명이었다. 중년 백인의 사망률은 흑인 사망률보다 낮았지만 1999년부터의 추세를 보면 흑인과 히스패닉의 사망률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백인 사망률 그래프만 위쪽으로 향했다. 백인 중에서도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그룹의 사망률이 가파르게 늘어 이 계층에서 조사 기간 사망자 수는 134명 늘었다. 디턴 부부 교수의 연구를 접한 뒤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사회학자인 새뮤얼 프레스턴은 “열악한 공중보건제도, 과다한 칼로리 소비, 약물 남용 경향과 높은 교통사고율 때문에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기대수명 성장이 더딘 나라”라면서 “특히 백인 중년의 사망률이 높다는 이번 연구는 미국 가계가 뒤틀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평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그간 미국인의 열악한 건강 상태를 연구해 온 케이스 교수도 “미국 중년의 3분의1이 관절염을 호소하고, 이 계층의 많은 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이 계층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이들의 사망률을 높인 원인으로 지목된 자살, 약물 중독, 알코올 의존의 원인에 대한 추가 연구를 촉구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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