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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경고한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파국의 징후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 산업화, 환경 파괴, 천연자원 고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민족 분쟁, 군비 경쟁, 실업, 빈부 격차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위기는 만성질환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질병처럼. 하지만 인류가 처한 문제는 만성질환이 아니라 급성질환일 수도 있다.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유례없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1972년 출간된 ‘성장의 한계’는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을 100년으로 보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100년 안에 암울한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0년 남짓이다. 50년 안에 현재의 문명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보코바 “인간의 삶엔 평화가 기초해야” 지난 세기 중반부터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강조해 온 경희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도서를 잇달아 발행하며 문명 전환을 시대의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미원렉처’ 시리즈와 ‘문명 전환’ 시리즈를 기획해 지구적 차원의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원렉처는 경희대학교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의 호를 따서 만든 특별 강연이다. 국내외 석학과 실천인을 연사로 초빙해 인간, 세계,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고 있다. 이 특강 시리즈를 경희대 출판문화원에서 책으로 엮은 게 미원렉처 시리즈다. 지금까지 7차례 개최됐으며 그중 5개 강연이 책으로 발행됐다. 경제, 정치, 역사 등 여러 분야 석학들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저서로 유명한 폴 케네디 교수는 ‘교육과 인류의 미래’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학의 역할은 복잡다단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유 방식이다. 사유 방식이 변해야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대학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인류와 문명’은 고이치로 마쓰우라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강연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속 불가능한 현재의 삶을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꿔야 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 자원의 과잉 개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구적 문명을 창조해 지구적 방식으로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논한다. 저명한 사회학자 프레드 불럭 교수는 ‘지구적 근대성, 그 위기의 근원’에서 경제 위기를 넘어 근대성 자체까지 위협을 받게 된 원인을 먼저 분석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을 문제라고 했다. 이분법 구조를 벗어나 위축된 집단적 상상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21세기 고등교육’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인간의 존엄과 삶의 능력에 평화가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평화의 또 다른 기반으로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을 제시한다. 인간의 선천적 존엄을 보호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21세기 평화의 토대이자 새로운 휴머니즘의 뿌리다. 피터 카젠스타인 교수는 ‘세계 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에서 정치와 문명의 문제를 다원주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는 문명 간의 차이가 충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문명의 본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로 교류하고 진화하면서 공존하는 문명의 본질은 다원주의적 경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 미원렉처 시리즈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논제를 보다 쉽게 풀이한다면, 문명 전환 시리즈는 전문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논하는 총서 성격의 시리즈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그 첫 번째 책으로 어빈 라슬로 교수의 ‘의식 혁명’(가제)을 준비 중이다. 헝가리 태생의 과학철학자이며 시스템이론가인 라슬로 교수는 과학과 영성을 결합한 새로운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우주의 연관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체성을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벨 “존중하고 차이 인정해야 공존가능” 의식 혁명에서 라슬로 교수는 다른 두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며 우리가 처한 위기와 전환을 진단하고 예술, 과학, 교육, 목표와 가치, 세계관, 종교, 영성의 역할을 숙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식의 역할을 중시한다. 현재 우리 의식의 상태가 다른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핵심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9월 21일 개최되는 경희대 Peace BAR Festival ‘지구 문명의 미래: 실존 혁명을 향하여’에 맞춰 발간될 예정이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문명 전환 시리즈를 통해 문명 전환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도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편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지난 5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연설문집인 ‘불가능의 예술’을 발간하기도 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모색하는 경희대학교의 교육철학과 하벨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벨은 지구 문명을 위해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했다. 다문화적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지구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도덕의 핵심인 책임감은 우리의 삶을 넘어 자연, 지구, 심지어 우주까지 이어진다. 하벨은 인간, 자연, 지구, 우주가 신비롭게 연결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류 문명의 미래라고 확신했다. 문명 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의 위기는 우리 인류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공멸이냐, 공생이냐.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를 창출하는 데 있다. 폴 케네디의 말처럼 대학이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재확인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실천해야 할 때다.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강조하는 경희대가 출판하는 책들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페북서 여학생 성희롱한 고대생들 “뭐가 문제인지 알려 달라”

    지난 6월 단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 음담패설로 물의를 빚은 고려대에서 또 온라인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비밀 클럽에서 동료 여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희롱을 한 남학생들이 적발됐다. 고려대는 3일 남학생들이 페이스북에 ‘고추밭’이라는 비밀 클럽을 만들어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적인 글을 올리거나 음란물을 공유한 사실이 확인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2일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중재를 요청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려대 사회학과 남학생 30여명이 지난해 5월 이 클럽을 만들어 여성을 희롱하는 글을 올리고 음란물을 공유해 왔다. 대책위는 교내 학생 자치기구 등을 통해 가해자들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가해자 측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 달라’, ‘누구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말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 유감스럽다”면서 “현재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확한 가해자와 피해자 수를 파악하고 있으며 사실을 확인해 학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고려대 학생 9명이 단톡방에서 1년간 같은 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조롱과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양성평등센터에서 조사 중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문학의 또 다른 진화, 문예지 ‘색다른 초대’

    문학의 또 다른 진화, 문예지 ‘색다른 초대’

    민음사 새 문예지 ‘릿터’ 공개 아이돌·드라마 등 장르 다양화창비 새 잡지·문지 혁신호 출간 “스타 작가 의존성 여전” 지적도 문예지가 ‘변혁의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민음사의 ‘세계의 문학’ 종간은 문예지의 쇠락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정부의 문예지 지원 삭감으로 ‘폐·휴간’ 사태도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문예지들은 스스로 ‘변신’을 꾀하며 외면하던 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민음사는 2일 “‘세계의 문학’의 전통을 이으면서 혁신을 가한다”는 기치를 내세운 새 문학잡지 ‘릿터’(Littor)를 공개했다. 영어로 문학(Literature)과 ‘~하는 사람’(tor)이란 뜻의 접미사를 합쳐 ‘문학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릿터’는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편집위원단을 구성해 이끌어 가던 기존 문예지와 달리 편집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 기존의 문학 콘텐츠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인터뷰부터 영화, 드라마, 만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 책임편집을 맡은 서효인 민음사 국내문학팀장은 “문학을 평소에 많이 찾아보는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팬들도 문학의 독자로 들어왔으면 했다. 그래서 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부분을 초대장처럼 넣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건으로 촉발된 문학권력 논란에 휩싸였던 주요 문학 출판사들도 하반기 새로 창간하거나 기존의 것을 재정비한 문예지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창비는 30~40대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편집위원을 맡아 이끄는 젊은 감각의 문예지를 이르면 오는 10월 선보인다. 강영규 창비 문학출판부 부장은 “기존 문예지나 문단 질서에 편중된 작가군에서 벗어나 지역, 세대 구분 없이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장르·르포 문학 등도 아울러 문학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며 “종이잡지뿐 아니라 온라인도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간 ‘문학과 사회’(문학과지성사)도 이달 말 출간될 가을호부터 ‘혁신호’로 꾸민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문학 담당 편집장은 “‘문학과사회’ 본권에 별권을 더해 2권으로 펴낼 예정이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논문 등을 적극 소개하는 등 그간 ‘문사’가 견지해 온 인문사회학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이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나란히 창간 1주년호를 낸 ‘악스트’(은행나무)와 ‘미스테리아’(문학동네)는 ‘문예지도 독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소설가들이 꾸려 가는 ‘악스트’는 매호마다 1만부가 소진되고 1, 4, 5호는 품절돼 “중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만큼 호응이 높다. 추리소설 마니아층을 겨냥한 ‘미스테리아’도 창간호 5000부에 이어 매호 4000여부씩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꾸준하다. 전통적인 문예지의 형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의 구미에 맞는 감각적인 디자인·편집에, 내용 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꾀하면서 차별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새로운 형태의 문예지들이 잇따라 생겨나는 현상에 대해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침체를 벗어나려는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창작집단과 독자들의 다양성, 일반인들의 높아진 인문학적 소양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이에 따라 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생산한 문학 담론이 중심인 전통적인 문예지에서 벗어나 출판사 편집자가 기획하고 등단, 비등단 작가를 가리지 않는 ‘경계 해체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문학의 또 다른 진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새로 선보이는 문예지들이 출판 자본으로부터의 자율성, 스타 작가에 대한 의존성 등 기존 문예지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했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디자인의 혁신, 판매 부수의 증가도 긍정적이고 중요한 현상이지만 얼마나 새로운 글쓰기와 담론, 글쟁이들을 배출하느냐가 진정한 혁신일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제적남자 로이킴, 성적표 공개 ‘줄줄이 A+학점 3.81’ 장학금 못 받은 이유보니

    문제적남자 로이킴, 성적표 공개 ‘줄줄이 A+학점 3.81’ 장학금 못 받은 이유보니

    가수 로이킴이 ‘문제적남자’에서 성적표를 공개했다. 31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는 가수 로이킴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로이킴은 명문대로 꼽히는 조지타운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다. 로이킴은 초등학교, 중학교는 물론 미국 애쉬빌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한 수재로 현재 대학교에서도 3.81점이라는 높은 학점을 받았다. 로이킴의 학점에 ‘문제적남자’ MC들은 “장학금도 받았겠다”고 놀라워했고 로이킴은 “인터내셔널 학생이라 장학금은 안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고등학교 성적표가 공개됐고 A 학점이 줄을 이뤄 또한번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진=tvN ‘문제적남자’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씨줄날줄] 괴담 사회/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괴담 사회/최광숙 논설위원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리는 소문을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고 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소문은 신문과 방송 등과 같은 오늘날의 미디어 매체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소문, 괴담은 전쟁이나 재해 등 비상시국에 더 많이 퍼지고 양적으로도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공식적인 정보 채널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괴담은 근본적으로 불안한 민심과 공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1923년 일본에서 나온 ‘조선인 폭동설’도 간토대지진 당시 극도의 혼란과 한국인의 차별에서 비롯됐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극물을 탔다’는 등의 소문은 마을에 우유나 신문배달부가 표시해 둔 ‘A’ 같은 표시가 조선인들의 습격 대상의 암호라는 괴담으로 확대됐다. 이에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들을 대거 학살했다. 조선인 폭동설은 조선인 수천 명이 죽는 엄청난 ‘풍평피해’(風評被害·풍문으로 입는 피해)를 낳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일본에서는 ‘맥아더의 할머니는 일본인이다’, ‘일본인 첩의 자식이다’는 등 맥아더 장군의 일본계설이 나돌았다. 미국인이 점령군의 총사령관으로 일본에 부임하자 무서운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두려워했는데 막상 미군이 일본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자 나온 소문이었다. 일본인들이 받아들이기 애매한 상황에 부닥치자 그럴듯하게 유의미한 해석을 붙인 것이다. 최근 부산과 울산에 나돈 ‘지진 괴담’도 비슷하다. 이 지역을 휩쓴 가스 냄새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엉뚱하게 해석을 한 것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개미 떼가 “동물이 자연재해 조짐을 먼저 알아챈 것”으로 억측했다. 경남 구조리 해수욕장에서 잡힌 1.7m의 기괴한 갈치도 “지진 전에 심해어가 출몰한다”고 갖다 붙였다. ‘광우병 괴담’부터 시작해 ‘천안함 괴담’, ‘메르스 괴담’ 등을 거쳐 최근에는 ‘사드 괴담’까지 어떤 사건만 터졌다 하면 황당한 괴담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 전달 체계가 더욱 다양해졌지만 괴담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 과정을 보면 우선 객관적인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괴담을 만들어 내고 전달하는 과정에 그럴듯한 목격담이나 증언담이 더해지면 괴담은 더욱 증폭된다. 더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괴담의 속성 때문에 마구잡이로 퍼져 나간다. 대부분 설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이다. 하지만 풍평피해라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괴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괴담을 ‘중범죄’로 단호하게 처벌하라는 것은 아니다. 진실과 괴담 사이의 간격을 메우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제공이 먼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성난 주민도 파업 노조도 ‘준법’… 사라지는 폭력집회

    성난 주민도 파업 노조도 ‘준법’… 사라지는 폭력집회

    서울시내 올해 8건 발생 그쳐 “큰 이슈 없었던 영향” 분석도 올해 들어 서울 도심에서 불법 폭력집회가 크게 줄면서 경찰 내부에서 평화집회의 원년이 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심 집회를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시선, 집회 주최자의 자발적인 협조 등이 평화시위를 낳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올해는 세월호와 같은 큰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집회 양상의 변화를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폭력집회는 2013년 25건, 2014년 20건, 지난해 23건 등으로 해마다 20건이 넘게 발생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8건만 발생했다. 집회 장소를 선점하거나 다른 집회를 막기 위해 허위로 집회 신고를 낸 뒤 실제로는 집회를 하지 않는 ‘유령집회’도 크게 줄었다. 2013년 상반기에는 신고 집회 중 단 14.4%만 열렸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4.6%로 개선됐다. 지난 2월 27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유령집회에 과태료 100만원을 물리도록 하면서 생긴 변화다. 특히 지난 21일 서울역에서 열린 경북 성주군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와 22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총파업 투쟁이 향후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분수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통상 집회 참가자들은 폴리스라인에 반감을 갖는데 성주군민들은 자신들을 중앙에 두고 폴리스라인을 사각형으로 둘러싸라고 요청했다”며 “외부세력을 막아 평화시위를 하겠다는 모습이 상당히 신선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 역시 도로 점거 등의 불법행위 없이 끝났다. 백철현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7일 군민 130여명이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호소문을 읽을 예정이지만 모든 집회에서 평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8일 ‘세월호 범국민대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세월호 추모 문화제’,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등에서 쇠파이프·각목·돌 등으로 경찰버스가 부서지고, 집회 참가자의 부상·사망 사고가 잇따른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상원 서울경찰청장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반대집회가 선진집회·평화시위 문화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집회 주최자와 경찰 간에 서로 신뢰가 쌓이다 보면 경찰력 배치도 점차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평화시위 기조에 대해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폭력집회가 발생하면 반공 이데올로기와 연결시켜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시선을 의식한 집회 주최자들이 왜곡될 소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화시위 움직임을 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평화시위를 하자는 내부적 논의는 따로 하지 않았고 개별 사안마다 집회 성격을 결정한다”며 “올해는 경찰과 충돌을 빚을 만한 사안이 없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결혼·출산은 행복 아닌 고통”… 불안한 미래, 나 혼자 산다

    “결혼·출산은 행복 아닌 고통”… 불안한 미래, 나 혼자 산다

    “꼭 결혼” 미혼女 7.7%·男 18.1%고용 개선 없는 장려책 무용지물 저성장 사회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 남녀 2383명 중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미혼 여성의 7.7%, 미혼 남성의 18.1%에 불과했다. 미혼 여성의 29.5%, 미혼 남성의 17.5%는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21일 만난 젊은이들은 결혼과 육아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 될까 우려했다. 은행빚을 내도 집을 살 능력이 안 되고, 설령 집을 산다 해도 저절로 자산 가치가 오르는 것 같지도 않다. 잦은 야근에 육아휴직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직장 분위기 때문에라도 출산은 어려운 선택 항목이 됐다고 한다. ●전셋값 이자 내기 빠듯… 결혼은 저 멀리 4년 전 취직을 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직장인 서모(32)씨는 8년째 사귀는 애인이 있다. 서로 못 할 얘기가 없는 사이지만 그런 둘 사이에도 금기어가 있다. ‘결혼’이다. 서씨는 “여자친구가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시험을 핑계로 결혼을 미루고 있는데, 솔직히 여자친구가 합격해도 바로 결혼한다는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세를 얻느라 7000만원을 대출받은 상황이어서 매월 이자만 21만원씩 나갑니다. 관리비가 7만 5000원, 수도세·전기세가 약 3만원이죠. 차비, 통신비, 생활비 등을 합하면 월 지출이 200만원입니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데 목돈을 모아서 결혼하기는커녕 빚이나 안 지면 다행이죠. 돈을 모아서 가족을 부양할 자신은 없어요. 여자친구가 직장을 구하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둘 다 모아둔 돈이 없으니 언제 정착해서 결혼할지 모르겠어요.” ●“이대로 결혼하면 돈 버는 기계일 뿐” 금융업계 종사자 강민식(28)씨는 가정을 꾸리기에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월 고정 지출이 50만원 정도”라며 “그러나 잦은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에 치여 살면서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했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결혼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시작되는 계기인데, 나 자신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거죠. 혼자의 삶도 지탱하기 버거운데 책임질 대상이 더 생기는 건 부담스러워요. 가족끼리 얼굴 마주할 시간도 없는 ‘돈 벌어 오는 기계’가 되기도 싫고요.” ●자녀 양육 힘들고 여성 희생 커 비혼 선택 패션회사에 4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녀의 교육부터 취직, 결혼, 심지어 손주 양육까지도 부모가 지원해 줘야 가능한 구조인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며 “차라리 여유롭게 나의 노후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의 경우 다행히 부모가 그의 선택을 지지한다. “부모님도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그 이전에 어머니는 같은 여자로서 결혼이 큰 희생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이 겪어 보지 못한 삶을 사는 게 좋다고 응원해 주시죠.”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29·여)씨도 대학원생 애인이 있지만 결혼은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박씨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직장의 여자 선배들이 육아 문제로 큰 벽에 부딪히는 걸 너무 많이 봤다”며 “좋은 남편을 만나서 육아를 분담하는 식의 개인적인 해결책만으로는 출산·육아를 거치면서 여성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사회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만큼 부모의 목표도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시간이 여유로운 회사로 이직을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제 목표는 ‘아이를 잘 기르는 회사원’이 아니라 ‘칸 광고제 입상’이에요. 육아에 유리한 회사만 알아봐야 하는 현실 자체가 서럽습니다. 광고업계의 남자 직원 중에 칸 광고제 입상과 육아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친구가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의 결혼 압박이라고 했다. “당신들도 결혼해서 아이 기르는 일을 다 하셨다고, 제가 못 할 게 뭐냐고 하시죠. 하지만 시대 상황이 달라졌는데 이유 불문하고 결혼과 출산을 무조건 해야 하는 일로 여기시는 게 답답해요.” ●아이 잘 기르는 회사원은 내 꿈이 아닌 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거, 육아 등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보장할 수 없는 ‘불안감’이 결혼·출산을 단념하게 만드는 이유”라며 “청년층에 대한 고용 불안, 임금수준 개선 등의 근본적인 환경을 바꾸지 않는 이상 결혼·출산 장려책과 같은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주의 시민단체 언니네트워크 나기(31) 활동가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건 일시적인 이상 증세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변화했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가족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시의회 권미경의원 “안전 업무 정규직에 맡겨 하청업체 책임전가 차단”

    서울시의회 권미경의원 “안전 업무 정규직에 맡겨 하청업체 책임전가 차단”

    서울시의회 권미경 의원(더불어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은 서울시 일자리위원회가 주최한「서울시 일자리 ·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외주화 문제점과 서울시 좋은 일자리 모색방안」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서울일자리위원회는 7월 19일(화)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2층 태평홀에서 외주화의 구조적 문제와 외주노동자 실태를 파악하고, 서울시를 비롯한 외주사업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공유하는「서울시 일자리·노동조건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가 당면하고 있는 비정규직 외주화의 문제점과 직영화 필요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금지 등 좋은 일자리와 노동조건개선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청중들이 직접 참여했다. 1부 행사에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유병홍 연구위원의 <공공부문 외주화 관련 중앙정부-지자체 정책>,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의 <서울시 외주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방향>에 이어 권미경 시의원의 <지자체 사례를 통한 외주방식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선 권미경 의원은 유진메트로컴 등 사례연구를 통한 발표에서 “생명·안전에 관한 업무는 정규직노동자에게 맡길 수 있게 해서 책임을 하청업체에 넘기는 구조적문제를 법·조례 등의 제도적으로 개선해야한다.”라고 강조헸다. 또한 권미경 의원은 “이를 위해 외주민간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 감독은 물론 노동자와 시민,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 안전논의의 장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2부 토론시간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인사와 함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호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도위원이 발제자와 발제내용에 대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친 권미경 의원은, “금번 토론회를 통해 외주노동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 등을 분석해 제도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 등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대책 마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자이사제 도입’ 등 위한 서울시의 정책의지를 엿 볼 수 있지만 세밀하게 따져보면 아직 서울시의 노동정책이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의원은 “향후 시의원으로서 시민 모두가 더욱 더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중심·노동존중특별시 서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세밀한 부분까지 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창간 112주년 특별기획] 미래 암담한 2030… 5명 중 1명만 “내 자녀, 나보다 잘살 것”

    [창간 112주년 특별기획] 미래 암담한 2030… 5명 중 1명만 “내 자녀, 나보다 잘살 것”

    50대 45.1% 60대 55.6% 달해 저연령일수록 “부모보다 못산다”고성장 경험 없는 2030 비관적“고용 불안·양극화 심화가 원인” 2030세대는 자녀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못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5060세대는 자녀가 자신보다 더 잘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망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이런 미래관의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50대와 60대는 ‘내 자녀가 나보다 잘살 것’이라고 내다본 비율이 각각 45.1%, 55.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대와 30대는 각각 14.6%와 24.7%만 ‘내 자녀가 나보다 잘살 것’이라고 답했다. 5명 중 1명(19.8%)에 불과했다. 20대와 30대 대다수는 자녀 세대가 자신과 비슷할 것(각각 55.3%, 48.9%)이라고 생각하거나 못살 것(6.6%, 11.5%)이라고 생각했다. 자녀 세대가 못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경제 불안정’(29.0%)과 ‘고용 불안’(21.5%)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양극화 심화’(10.3%), ‘사회 불안’(6.5%) 등의 이유도 눈에 띄었다. 부모 세대와 자신의 경제여건을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50대와 60대는 ‘부모보다 잘산다’고 답했으나 연령이 낮아질수록 ‘부모보다 못산다’는 응답자가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61.4%, 50대는 52.5%, 40대는 24.9%, 30대는 14.0%, 20대는 8.9%가 ‘부모보다 잘산다’고 대답하는 등 세대별 격차가 컸다. 부모 세대에 비해 못산다는 답변은 20대(21.6%)와 30대(19.6%)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이유로는 ‘소득 수준이 낮다’(18.1%), ‘직업이 없다’(17.3%), ‘소유재산이 없다’(13.4%), ‘경기 침체’(12.6%)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대별 인식 차이에 대해 2030세대와 5060세대의 삶의 궤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50~60대는 계속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현실을 살아 왔기에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반면 20~30대는 고성장 시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데다 지금의 삶도 팍팍하기 때문에 미래를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20~30대는 나중에 노년과 유아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짐을 짊어졌다”며 “향후 한국 잠재성장률이 2% 미만일 것이라고 하고, 65세 이상 노령층이 30%를 넘는다는 뉴스를 접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이전 세대가 과실을 다 누리고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됐다고 인식하며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치성향 다른 이성, 매력 적어 보인다”(연구)

    “정치성향 다른 이성, 매력 적어 보인다”(연구)

    상대의 정치성향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에 따라 그 사람에게서 느끼는 매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인디팬던트 등 외신은 미국 UC 머시드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12년 미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실험은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가 대선 경쟁을 펼치던 2012년에 진행됐다. 연구팀은 먼저 참가자들에게 ‘평범한 수준으로 매력적인’ 이성들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준 뒤,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각자의 매력도를 평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각 인물의 매력 수준을 비슷한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 연구팀은 각 인물들의 배경과 성향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해 준 뒤 다시 매력도 평가를 요구했다. 연구팀이 제공한 정보에는 각 인물이 어떤 정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또한 포함돼 있었다. 두 번째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덜 매력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더 나아가 여성의 경우 자신과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남성들의 경우 이런 특성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니콜슨 박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덜 느낄 가능성이 높은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고 부르는 심리 현상과 크게 관련돼 있다. 내집단 편향이란 자신과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은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외부인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이 효과는 각각의 그룹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남녀 각자의 매력은 연애뿐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에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과거 여러 연구에선 외적으로 매력적인 사람들일수록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며, 더 똑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밝혔던 바 있다. 니콜슨은 “외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정치성향에 따른 매력도 변화가 연애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추가적 연구를 통해 점차 알아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내꿈은 포켓몬 마스터… 그꿈이 현실로

    내꿈은 포켓몬 마스터… 그꿈이 현실로

    직장인 이상두(28)씨는 이번 주말에 친구 2명과 강원 속초로 ‘포켓몬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소개한 도감을 찾아보고 있다. “어릴 때는 웬만한 캐릭터는 진화 버전까지 다 외웠는데 이제 가물가물해서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한국어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꼬부기’가 아닌 ‘Squirtle’로 표시된다고 해서 영어 이름도 눈에 익게 하려구요.” 최승아(28·여)씨도 “직장 동료들과 다음주에 양양으로 ‘포켓몬고 엠티’를 가기로 했다”며 “예전처럼 술만 먹고 노는 게 아니라 누가 포켓몬을 제일 많이 잡는지 내기를 하는 식이어서 색다른 엠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난감 판매 전주 대비 80% 급증… 닌텐도 게임기도 15% 더 팔려 증강현실(AR) 기반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해당 게임이 가장 잘 작동되는 속초행 여행객이 늘어나고 온라인에선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포켓몬의 향수에 빠진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포켓몬고를 불확실하고 척박한 현실을 대체하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세계’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G마켓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간 포켓몬스터 카드·딱지 등 캐릭터 상품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고 말했다. 옥션 관계자도 “이달 12~13일 이틀간 포켓몬 장난감과 카드 제품의 판매량이 전주 대비 80%가량 급증했고, 닌텐도 게임기 제품군도 15% 정도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40여종의 포켓몬스터 피규어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불과 2시간여 만에 전부 품절됐다. 최근에는 속초의 포켓몬 출몰지역, 동영상 후기, 맛집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도 등장했다. ●포켓몬 스티커 모으던 2030세대… AR 입은 포켓몬에 열광 열풍의 중심에는 1996년 처음 등장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30세대가 있다. 어릴 적 포켓몬스터 빵에 동봉된 스티커를 모으고, 게임보이에서 포켓몬 게임을 하며 자란 ‘포켓몬 세대’(25~35세)가 증강현실로 돌아온 포켓몬스터의 진화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스터를 좋아해 피규어만 100개 이상 갖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성준경(27)씨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콘텐츠여서 정도 들었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출시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예전에는 포켓몬 마니아라고 하면 ‘오타쿠’(이상한 것에 몰두하는 사람)라고 바라봤는데 포켓몬고 열풍이 불면서 요즘에는 ‘네가 전문가지?’라며 포켓몬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SNS 환경 맞물려 빠르게 확산… 속초를 실제로 존재하는 포켓몬 세계로 인식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이들에게 현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하고 척박한 공간“이라며 ”AR 기술을 통해 이런 현실을 즐겁고 통제 가능한 공간으로 구현해 주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본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성인이 돼 과거의 것과 새로움이 결합된 자신만의 유희 문화를 찾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에 출근하고 밥을 먹는 일상도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등 일상 자체를 놀이화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런 측면에서 문화적 취향과 일상이 결합된 포켓몬고 게임이 소구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상현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다른 AR 기반 게임과 달리 포켓몬고는 넓은 지역을 직접 다니며 캐릭터를 하나하나 모아야 하는 ‘수집’의 특성이 있어 참여자의 경쟁심을 자극한다”며 “특히 희귀한 포켓몬을 서로 자랑하고 공유하는 SNS문화와 결합해 더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산·바다가 어우러지는 속초에서만 게임이 구현된다는 우연한 조건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딘가에 존재하는 포켓몬 세계에 직접 방문한다’는 심리적 자극을 줘 더 큰 몰입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개·돼지 자조 사회’ 만든 일그러진 1% 엘리트주의

    ‘개·돼지 자조 사회’ 만든 일그러진 1% 엘리트주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망언을 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발언을 조롱하는 패러디와 논란이 현재진행형으로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선 “오늘 사료(점심)는 뭘 먹었느냐”는 인사가 유행하고, 인터넷상에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우리는 개·돼지’라는 자조 섞인 댓글도 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한 대학생이 만든 ‘개·돼지 유니온’이라는 모임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나 기획관의 발언을 엇나간 엘리트주의로 해석했고, 이번 담론이 공고화돼 가는 계급사회를 개선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과거 지배계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도 심어줬으나 나 기획관을 비롯한 요즘의 ‘지배계급’은 민중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만 해도 교육이 신분적 간극을 극복할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계급을 단절시키는 매커니즘의 일부가 됐다”며 “실질적으로 신분제가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화 시대의 경쟁 위주 교육이 만든 폐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하는 사회적 흐름이 결국 고위 공직자의 이런 망언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인성 교육을 간과하면 같은 문제가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14년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이 SNS에 ‘국민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또 2013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금 징수를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살짝 깃털을 뽑는 것’에 비유해 국민이 거위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을 두고 일그러진 엘리트주의가 발현됐다는 시각도 많았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직자가 우월의식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 셈인데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엘리트주의는 지배·피지배의 개념을 깔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개·돼지라고 여기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노 교수는 “스스로 개·돼지라고 낙인을 찍는 담론이 사회를 지배할 때 자살률 증가 등 사회해체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 전 기획관의 ‘소신’은 공직자 한 사람의 생각이기보다 지배계층의 생각일 수 있다”며 “교육부 상당수가 교육의 평등을 지향하기보다 교육의 수월성이나 국제 경쟁력을 주로 강조하는 만큼, 한국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의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부패했고, 그 단면의 일부가 드러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학 총장들도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부로 반발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잘못된 생각이나 정신병력이 강화될 수 있으며, 나 전 기획관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과학계는 지금]

    가상·증강현실 기술영향평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을 가상·증강현실(VR)로 선정하고, 7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기술영향평가는 VR 전문가, IT 정책전문가, 법학, 철학 등 인문사회학자 1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위원회와 VR에 관심 있는 일반시민 15명으로 이뤄진 시민포럼을 통해 진행한다. 청소년 과학기자 취재대회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한국발명진흥회와 함께 ‘청소년 과학기자 취재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오는 14일부터 8월 9일까지 과학관 특별전시관에 전시되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출품작을 관람한 뒤 기사나 에세이, 칼럼을 써 제출해 평가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원고 마감은 다음달 2일로 표현력, 참신성 등 5개 평가항목에 따라 온·오프라인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포함해 10명의 수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과학관 홈페이지(www.science.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산기협, 기술경영인 하계 포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박용현)는 13~16일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제23회 기술경영인 하계포럼’을 개최한다. ‘미래 24년을 향한 도전, 변화와 혁신’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경영, 문화, 인문분야 등 국내 전문가 16명이 연사로 참여해 기술혁신 전략을 논의하게 된다.
  • “서울대 단톡방 성희롱, 죄의식 마비된 ‘남자끼리 문화’ 탓”

    동기 사진 올리고 막말·희화화… 女 대상으로 유대감 갖던 男문화 SNS 통해 확대… 문제의식 필요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 인문대 남학생들도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성폭력적 발언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인문대 A반의 남학생 전체 채팅방 성폭력성 발언과 관련해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11일 학내 커뮤니티 등에 게시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남학생 8명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카톡방에 같은 반 동기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린 뒤 ‘박고 싶어서’라고 말하는가 하면 배고프다는 말에 ‘XX(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발언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폭력성 발언을 공유해 왔다. 또 이들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과외 요청이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 고딩이면 좋은뎅”, “여자가 고프면 신촌주점 가서 따라”,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몸이 좋은 여성들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다)”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인권센터에서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대상화를 통해 남성들끼리 유대감을 만드는 문화적인 행태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문화가 팟캐스트, 카카오톡 채팅방 등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증거로 남으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간 ‘남자들끼리 문화’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라는 사생활과 공적인 공간을 오가는 곳에서 일부 남성끼리 술이나 마시고 하던 잘못된 대화가 이뤄졌던 것”이라며 “(남자들의 끼리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상이나 환상이라 해도 입 밖으로 표출하면 공적인 문제가 된다”며 “법적 문제 이전에 심리적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공격성 등이 성에 대한 부분으로 표출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댁의 가족은 안녕하세요?

    댁의 가족은 안녕하세요?

    가족은 잘 지내나요?/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이계순 옮김/이매진/336쪽/1만 8000원 #1. 무척 이성적으로 보이는 엄마와 아빠가 식탁보를 잡아당겨 접시와 컵을 마구 깨뜨리는 아들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유모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2.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아버지가 생일 선물을 받은 아들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물, 정말 마음에 든다고 비서에게 전해주세요.” 미국 뉴요커지에 실린 요즘 가정 세태의 풍자 만화들이다. 얼핏 봐도 가족보다는 제3의 도우미들에게 가정의 무게 추가 쏠렸다. 먹고살기 위해 가족 아닌 도우미들에게 내 가족의 일을 대신 하게 하는 ‘가족 아웃소싱’이 넘쳐나는 세태. 가족붕괴의 징후로 여겨지는 그 아웃소싱은 왜 그렇게 범람하는 것일까. ‘감정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가족 아웃소싱의 원인을 자유시장 체제에서 찾아낸다. 그가 명명하는 세태의 이름은 바로 ‘패멕시트’(Familexit)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벗어난 가족의 오늘을 압축해 담은 조어. 그 키워드에 실어 풀어내는 지론이 흥미롭다. ‘자유시장의 확산이야말로 시장과 가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그 폐해는 바로 가정붕괴의 주원인이다.”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은 ‘자유시장에 좋은 일은 가족에도 좋다’고 주장한다. 기업 지원정책을 강하게 펼수록 시장은 더 자유로워지고 가족도 더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시장이 확산될수록 가정의 행복도 덩달아 높아져야 하지만 각종 통계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자유시장 정책을 받아들인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을 비교 분석한 2007년 유니세프 평가서를 보자. 아동 행복순위가 낮은 나라에는 자유시장 정책들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미국, 영국 같은 나라들이 포진해 있다. 두 나라는 아동행복 수준을 나타내는 6개 핵심 분야 중 5개가 하위 3위 안에 들었다.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고 비만하거나 대마초를 피우고 임신할 확률은 미국, 영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높았다. 2010년 이 평가서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국은 빈곤아동 비율에서 꼴찌 슬로바키아를 겨우 제치고 24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과 미국의 가족 행복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바로 ‘시장 압박’ 때문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권력을 갖게 된 기업의 문화적 영향력이 개인 삶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에 필요한 감정마저도 시장의 규칙을 따르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세태는 ‘가정은 비정한 시장에서 벗어난 안식처’라고 주장했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의 지론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감정노동자로 분류되는 도우미들은 전방위로 뻗쳐 있다. 가사 도우미, 유모, 아이 돌보미, 노인 돌보미, 러브 코치, 친구찾기 서비스, 웨딩 플래너, 가족 앨범 정리가, 정리 컨설턴트, 아동 배변훈련가, 육아 설계사, 유아 작명가, 캠프 상담사…. 저자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그야말로 가족, 나와 우리의 삶은 시장이 됐다.” 책은 가족 속으로 파고드는 시장의 폐해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도장공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료비 청구서에 나온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에 있던 아내가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 감정 노동에 나선다. 문제는 이런 패맥시트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선 감정노동이 필요한 직업 중 몇몇에만 미국인이 일하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의 몫이다. 늘어나는 돌봄 노동자들은 부유한 북반구 선진국에 사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잘 돌보는 일을 하려고 나이 든 부모와 어린아이를 가난한 남반구 고향에 두고 떠난다. 심지어 인도의 상업 대리모는 북반구 선진국에 사는 불임 부부에게 자궁을 빌려준다. 저자는 “모든 ‘나’들은 ‘우리’ 안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브로디의 보고서’에서 말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눈에 띄는 사람과 잘 안 띄는 사람, 그리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등 수천명의 주인공이 있다.” 결국 결론은 공감의 형성과 확산으로 귀결된다. “대안은 보육시설, 요양원, 병원 등 가정 유지에 필요한 감정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개발이 덜 된 ‘공감 지도’를 다시 기록한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운전자냐 보행자냐… 자율차는 누굴 살릴까

    운전자냐 보행자냐… 자율차는 누굴 살릴까

    AI·유전자 가위 등 대중화 단계 자율차 사고 등 사회문제 발생 첨단기술 사회화에 중요성 커져 #1. 테슬라의 ‘모델S’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월 7일에 일어난 사고는 그 평가에 균열을 일으켰다. 자율주행 모드 ‘오토파일럿’으로 달리던 모델S가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하면서 운전자가 사망했다. 자율주행 센서가 강한 햇빛 때문에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자동차의 차선 유지, 속도 조절, 충돌 방지 등을 가능하게 한다. 방향지시등을 켠 방향으로 차선을 변경해 준다. 현재로선 가장 앞선 자율주행 시스템이라 이번 사고는 개발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6월 24일자에는 이례적인 기사가 실렸다.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대, 미국 오리건대, MIT 연구자들이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를 다룬 논문이다. 연구자들은 ▲보행자 여럿과 1명이 있는 경우 ▲보행자 1명이나 운전자가 죽을 상황 ▲운전자가 죽으면 보행자 10명이 사는 3가지 상황을 설정해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은 상황에 따라 갈렸다. 대다수가 보행자를 살리는 쪽으로 자동차를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면서도, 차의 승객이 본인이나 가족이라고 가정하면 승객 보호를 우선으로 선택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회적 딜레마 때문에 자율주행차 보급은 늦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유전자 가위, 스마트 네트워크 등 첨단 기술의 등장과 과학기술의 사회적 활용이 늘어나면서 ‘과학기술윤리’(ethics of scientific knowledge and technolog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많은 사람이 과학적 탐구로 만들어 내는 성과는 가치중립적이고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뛰어넘는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치 문제가 개입한다. 과학기술윤리학은 이런 연구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나는 가치 문제를 고민하는 학문 분야다. 과학기술윤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은 2005년 말 발생한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이다. 연구 과정과 성과 발표에 있어서 변조, 표절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난 이 사건으로 연구 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 부처와 많은 학술단체가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연구윤리 지침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연구·개발(R&D)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윤리문제를 벗어나 활용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치판단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로봇 분야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로봇이나 AI 윤리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SF 작가이자 과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에 제창한 ‘로봇 3원칙’을 떠올린다. 인간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며, 앞선 두 원칙을 위배하지 않을 때 로봇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인지적 능력을 가진 로봇이나 AI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단계에 이르면 적용할 가치체계와 윤리기준의 복잡성은 아시모프의 3원칙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실제로 과학기술이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결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에서는 과학기술자, 철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학적 사고와 철학적·윤리학적 사고, 법적·사회학적 사고를 공유하는 일이 잦다. 과학기술 철학자들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도 과학기술윤리라고 하면 윤리라는 잣대로 과학기술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훼방 놓거나 트집 잡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과학기술윤리는 과학기술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폭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조화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동물들 늙으면 퇴출 당한다고?

    동물들 늙으면 퇴출 당한다고?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앤 이니스 대그 지음/노승영 옮김/시대의창/348쪽/1만 6800원 동물의 노후는 인간과 어떻게 다를까. 이성을 가진 인간의 세계에서도 노인을 짐스럽게 여기는 마당에 자연의 세계에서 더이상 번식할 수 없는 늙은 동물들은 가차 없이 퇴출당하지 않을까.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늙은 동물들이 집단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동물에 관한 사회학’이다. 이 책을 읽으면 늙은 동물은 집단에서 배제되고 차별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통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동물들의 노년은 인간보다 더 존중할 만한 점이 적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동물이 늙어서도 살아가는 데는 진화적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저자는 늙은 동물이 집단에 필요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후손에게 물려줄 훌륭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늙도록 살아남아 번식한 동물들일수록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둘째는 환경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젊은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고, 집단의 세대 내 소통이 활발할수록 그 무리는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긴 사회적 종인 코끼리의 경우 늙은 동물은 지혜를 전하는 원로이다.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 가모장은 40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가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어린 코끼리들에게 알려줘 무리의 목숨을 구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코끼리를 도살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에 무리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준다. 코끼리 집단에서 늙은 코끼리는 평생 쌓은 경험 덕분에 존경을 받는다. 개코원숭이는 어떨까. 겉모습만 보면 늙을수록 무리 내 서열이 낮고 밀려나 있는 것처럼 관찰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무리가 그날의 일정을 시작하면 젊고 활기찬 수컷이 한 방향으로 행진하는데 뒤에 있는 늙은 수컷은 무리를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따르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목격됐다. 이 늙은 수컷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도자’는 이 방향이 늙은 수컷이 염두에 둔 방향인지 확인한다. 둘은 눈빛만 교환할 뿐 결코 대놓고 다투지 않는다. 젊은 수컷은 암컷과 새끼를 많이 거느린 반면 깡마른 늙은 수컷에게는 아무것도 없더라도 여전히 늙은 수컷이 행렬의 맨 뒤에서 방향을 정한다. 저자는 늙은 동물은 무리의 수호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젊은것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위험이 닥치면 제일 먼저 나가 무리를 지킨다. 자신이 새끼를 낳지 못해도 다른 새끼를 돌보며 할머니 노릇을 한다. 대개 늙은 암컷은 새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한다. 1994년 보스턴 동물원에서는 암으로 죽은 늙은 암컷 고릴라를 애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수컷 고릴라는 울부짖고 가슴을 치며 생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셀러리를 집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는 망자를 깨우려 했다. 동물들도 새끼를 사랑하며, 배우자와의 사별을 슬퍼하고, 연장자를 존경한다. 번역가 노승영씨는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이 인간보다 슬기롭게 노년을 헤쳐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 세대가 우리를 대할 태도이기도 하다. 노인 혐오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들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동물들 못지않게 인간도 세대 간 소통에 더욱 나서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홍상수·김민희 스캔들, 정부가 터뜨렸다?… 지독한 ‘음모론’

    홍상수·김민희 스캔들, 정부가 터뜨렸다?… 지독한 ‘음모론’

    “박유천 성폭행 의혹이랑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을 정부가 고의로 터뜨린 거라던데…. 존 리 전 옥시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욕먹을까 봐 그랬대요. 정치나 정책 얘기보다 연예인 얘기에 귀가 더 솔깃해지니까 그러는 거겠죠.”-주부 조모(34)씨 “연예인 스캔들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아픔이나 방위사업청이 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들을 숨기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연예인 사건의 파급력을 실제보다 너무 크게 보는 건 아닌가요.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제기되는 음모론, 이제는 지겨워요.”-회사원 이모(43)씨 최근 화제가 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성폭행 의혹, 영화감독 홍상수·배우 김민희 불륜설 등이 정부의 실책을 가리기 위해 터졌다는 ‘음모론’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박유천, 김민희에 숨은 의혹’이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때마다 제기되는 ‘음모론’에 질렸다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음모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터진 연예인 기사의 배후로 지목되는 것은 ‘정부의 전기·가스 분야 단계적 민영화 발표’다. 존 리 전 옥시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한 것을 덮으려 했다는 소문도 있다.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의 경우 신공항 발표가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끝나면서 일부 지역 불만이 커지자 이목을 돌리기 위해 터뜨렸다는 말이 나온다. 연예인 스캔들이 정부 실책을 덮었다는 음모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배우 이민호와 가수 수지의 열애설이 터진 2015년 3월에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2013년 11월 검찰이 개그맨 이수근, 가수 탁재훈을 불법 도박 혐의로 수사하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불법 로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무마하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2011년 4월 가수 서태지·배우 이지아 이혼 소송 때는 BBK사건 특별수사팀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자 이목을 돌리려 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각종 음모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도 늘고 있다. 회사원 김모(35)씨는 “실체도 없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말하는데 무책임하다”며 “음모론의 끝이 늘 또 다른 음모론인 것도 지겹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정치 공간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첨예하면 정권을 공격하는 음모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며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음모론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데 의혹을 믿고 싶은 욕구가 음모론을 더욱 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의 유행은 사회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 주는 징후”라며 “지식인이나 언론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상실하면 국민들 스스로 음모론을 만들면서 비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언비어를 처벌하는 등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음모론을 잠재울 수 없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는 정보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국민들도 음모론을 가벼운 오락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SNS를 건전한 공론장으로 활용하는 합리적인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네요.”(6·25 참전용사 엄봉용씨)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의 백마부대 2만여평 부지에 자리잡은 군인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학교인 한민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학교 인근의 참전용사 4명을 모시고 ‘6·25전쟁 참전용사 자서전 발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조선영(89), 장오봉(86), 엄봉용(82), 김구현(85)씨 등 총 4명의 참전용사가 주인공이었다. 두 달 전 심장수술을 받아 입원한 김씨를 대신해서는 부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해 자서전을 발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20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참전용사들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해가 갈수록 생존한 6·25 참전용사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한 한민고 학생들이 자서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됐다. 참전용사들은 한 명 한 명 소감을 얘기하며 전쟁 당시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조씨는 “전투라는 건 한도 끝도 없지만 일주일 내내 자지 못해도 조금도 졸지 않았다. 그런 쓰라린 고통 속에서 전투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 대신 참석한 부인은 “남편이 참전했을 당시 총탄 3발을 맞은 흉터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당시에 소대를 살리겠다고 양말을 벗어서 상처를 꽉 동여매고 십리 길을 뛰어서 인민군이 있는 장소를 알리자마자 기절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깨어났는데 한 달 휴가를 받고 집에 와서 저와 선을 본 뒤 바로 결혼을 했다”고 회고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한민고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2014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아직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신생 고등학교다. 후기 일반고이면서도 자사고 또는 특목고의 성격을 지닌 학교다. 군인 자녀가 70%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일반인 자녀가 30%다. 특히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술·담배와 폭력, 불건전한 이성교제 등을 3금(禁)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지만, 층마다 ‘카카오톡’과 영상 통화가 가능한 다기능 영상 공중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교생이 오전 6시에 기상을 해 6시 10분까지 운동장에 모여 국가와 부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30분간 체조와 달리기를 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 군인 자녀들이라서 군대식 교육이 익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민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이런 편견은 한순간에 깨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전국 1위라는 게 이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의 자랑이다. 한민고는 중학교 때 전교 1, 2등을 하던 전국 최고 성적의 중학생들이 모인 신생 명문고다. 김형중 교사는 “학생들 성적은 전국 평균 8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개교 당시 일반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경기도교육청 내신성적 산출 기준으로 평균 197.5점(200점 만점), 군자녀 학생들은 193.7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교사와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제1순위로 꼽았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27명의 ‘한민고 서울대 멘토단’이 교육과정에 참여해 창의성을 배가했다. 가장 특별한 수업은 개교 이래 6개월 만에 자체 개발한 ‘융합수업’이다. 이 수업은 여러 선생님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교과목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기존 교과목 간의 벽을 허무는 수업이다. 박정민(18)양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과목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방식인데, 다른 학교에서도 참관 올 정도로 히트를 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인1기’도 자랑할 만하다. 문화인의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생 1명당 악기를 1가지씩은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바다(18)양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1주일에 두 번씩 악기를 배우는데, 각자 악기를 맡아 공연을 하기도 한다”면서 “해외 배낭여행을 간 아이들이 6·25참전용사비 앞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못다 부른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학년 학생들은 6박7일간 국내로, 2학년 학생들은 같은 기간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것도 이 학교만의 강점이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택해 경쟁을 통해 최종 주제를 선정,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김 교사는 “학생 전원이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학교는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밤을 제외하고는 휴일과 공휴일에도 집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공휴일과 휴일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말특강프로그램인 ‘아낌없이 주는 한민’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가수 인순이 등 유명인사들이 초빙됐다. 한민고 교사들의 교원 선발 경쟁률은 최고 80대1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교사들을 갖춘 것도 한민고의 장점이다. 학비는 기숙사와 방과후학교 등 제반 비용을 모두 포함해 연간 1100만원이다. 하지만 신설 학교인 데다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에 자식을 보내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전교 1등을 하던 학생들일지라도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기숙형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신 성적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려원(18)양의 어머니 정유경(45)씨는 “군인이었던 아빠 때문에 아이가 중학교까지 무려 11번을 이사했고, 결국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더이상 이사 가기 싫어해 아빠가 전역을 했다”면서 “그런데 아이가 사교육을 할 수 없는 한민고를 가겠다고 해서 갈등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만족해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박기성(18)군의 어머니 강성아(45)씨는 “아이가 졸업을 하고도 3년을 더 다니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학교”라며 흐뭇해했다. 이해선(18)양의 어머니 김은주(52)씨는 “대학 진학 실적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일반고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과 인성을 배운다”고 했다.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의 교장을 지내고 한민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전영호 교장은 “나라사랑 정신과 함께 인성과 창의 교육이 학교 교훈”이라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세간의 편견과 법적 미비 등으로 인해 한민고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도 2월 국방부에서 학교 설립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군인복지기본법으로 학교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 550억원의 국방부 예산이 투입돼 학교를 설립했지만, 이후 학교 운영과 관련해 법제처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19대 국회에 제출된 군인복지법에 학교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학부모·법인이 75%, 교육청이 25% 비율로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서 법적 미비로 법정부담금(교원 4대 보험 등)을 지원하지 못하면 교육청 산하로 바뀌게 된다. 한민고 설립 과정에 참여한 학교법인 한민학원 이재봉(육군 대령 출신) 사무국장은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갑자기 이사를 가는 등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데 자녀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면서 “군인 자녀에 대한 기숙형 학교 설립 및 지원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단독] 미세먼지 농도 ‘나쁨’ 화장품 매출은 ‘나쁨’ 병원과 약국은 ‘기쁨’

    [단독] 미세먼지 농도 ‘나쁨’ 화장품 매출은 ‘나쁨’ 병원과 약국은 ‘기쁨’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화장품 매장이 ‘울고’, 병원과 약국은 40대로 ‘문전성시’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을 자제한 탓에 외모에 신경을 덜 쓰고,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신문과 KB국민카드가 하루 최고 미세먼지 농도 80㎍/㎥ 이상으로 ‘나쁨’을 기록했던 5월 25~26일, 28~30일과 ‘보통’(31~80㎍/㎥)이었던 5월 11~12일, 14~16일을 각각 비교한 결과다. 서울 지역 고객들이 3000건 이상 카드를 쓴 주요 업종을 분석했다. 이 기간 전체 업종의 카드 이용 건수는 총 1.7% 증가했다. 화장품점의 카드 이용 건수는 12만 3746건에서 ‘나쁨’ 기간 8만 7737건으로 29.1%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화장품 주소비층인 20대의 카드 사용이 35.6%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30대 25.3%, 40대 23.5%, 50대 20.8%, 60대 이상 12.6%로 각각 감소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 여성들이 외출을 삼가게 되고 아무래도 외모에 신경을 덜 쓰게 돼 화장품 사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며 화장품에 들어 있는 방부제 및 화학 성분에 대한 불쾌감이나 우려가 심리적으로 더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가 많이 찾는 저렴한 가격의 ‘로드숍’ 등이 도로나 외부에 많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관광호텔과 놀이공원도 각각 21.2%, 11.1% 매출이 감소했다. 안상욱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 차장은 “병원 등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외부 노출을 피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이 이뤄졌다”면서 “신변잡화점(-6.6%), 액세서리점(-1.6%), 백화점(-1.5%) 등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이용이 잦은 업종이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매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늘어난 곳도 있다. 병원과 약국이 대표적이다. 미세먼지가 ‘보통’일 때보다 ‘나쁨’일 경우 전체적으로 병원의 카드 이용은 11.8%, 약국은 7.6% 증가했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40대다. 연령층을 통틀어 병원(17.0%), 약국(10.2%)에서의 이용 증가 폭이 가장 컸다. 50대도 병원(13.0%)과 약국(9.5%)에서 카드를 많이 긁었다. 중장년층이 호흡기 질환 등에 취약한 까닭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날씨와 건강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KB국민카드 측의 분석이다. 20대의 카드 이용 증가율(병원 9.2%, 약국 4.5%)은 40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종합스포츠센터와 가전제품 업종도 호황을 누렸다. 카드 이용 건수가 보통 대비 58.7%, 16.6% 늘었다. 공기가 나쁘다 보니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건강을 챙기거나 공기청정기 수요 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수준을 농도에 따라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 나쁨(151㎍/㎥ 이상) 등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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