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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트위터·페이스북, 언로 뚫고 담론 넘어 세상을 바꾼다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트위터·페이스북, 언로 뚫고 담론 넘어 세상을 바꾼다

    뮤지컬 등 공연을 즐기는 직장인 김모(35·여)씨는 2년 전부터 사회문제에 대해 부쩍 관심이 늘었다. 김씨는 “트위터를 하면서 사회나 정치문제 등 평소 관심이 없던 일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면서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잊고 있던 주변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사라진 광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신할 수 있을까?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력은 놀라웠다. 막힌 언로(言路)를 뚫고 시민 사이의 토론을 이끌어 냈고, 온라인상의 담론을 넘어 현실세계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2010년부터 선거과정에서 20~30대는 SNS를 매개로 소통했고 그 결과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54.5%로 1998년 이후 지방선거로는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SNS 한계론’도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소통의 광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NS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봤다. 일단 SNS가 시민들 사이의 소통을 강화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개별적인 시민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토론하는 공간으로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오프라인 광장이 주춤해진 반면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은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치·사회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서 SNS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SNS가 선거과정에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대강이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SNS를 통해 이뤄지는 소통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느냐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의 투표율이 48.6%까지 오르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SNS가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터를 통해 투표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투표율이 7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올 4·11 총선 투표율이 54.2%에 그치면서 갑자기 SNS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졌다. 트위터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SNS가 오프라인의 광장에 비견되는 힘을 갖기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SNS가 온라인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데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사회문제나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부 교수는 “SNS에 오면 광장이 마치 방으로 줄어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의견이 같은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바깥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SNS가 조건만 갖춰지면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광장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희망버스나 강정마을 지키기 운동 등은 SNS상의 논의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사례”라면서 “사람들이 공감할 이슈가 만들어진다면 언제나 SNS의 담론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SNS가 또 다른 불통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나는 꼼수다’처럼 소위 대박을 친 캐스트가 등장해 사람들에게 사회문제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나꼼수가 또 하나의 불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전창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중들이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가 소통의 도구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꼼수다처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결집되면 또 다른 불통을 낳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장 교수는 “트위터들의 팔로 성향을 보면 60% 정도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고 40%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라면서 “나꼼수의 경우 뉴미디어는 맞지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SNS 형태의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SNS가 공론의 광장 자리매김

    광장이 조용하다. 연일 축제와 행사로 떠들썩하지만 광장에서 말이 사라졌다. 활발히 정치적 소통이 이뤄지던 ‘공론장으로서의 광장’은 잊혀지고 산책과 유희의 공간만 남았다. 시민이 떠나고 말이 사라진 광장이 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론장으로서의 광장이 쇠퇴한 이유로 정부의 소통 억압 정책과 ‘불통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체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등을 꼽았다. 광장 쇠퇴의 출발점은 현 정부의 소통 능력 및 소통 의지의 부재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대거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인해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게다가 정치권 및 진보진영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서 오는 실망감도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이전 광장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기본권이 대체로 보장됐기 때문”이라면서 “G20 포스터 쥐 패러디 사건 등 정치풍자적 표현 행위를 공권력을 동원해 적발하고 커다란 범죄 행위처럼 만드는 현실에서 시민들은 앞에 나서서 정치적 표현을 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 역시 “시민들의 요구와 저항을 정부가 흡수해 변화의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임기 내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면서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시민들이 기대를 접고 체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가 곧바로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민들은 물리적 위협이 가해지는 광장을 떠나 사이버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트위터 등 SNS에 새로운 공론의 광장을 만든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트위터가 일반 대중에게 확산된 뒤 치러진 2011년 6·2 지방선거부터 4·27 재보선, 10·26 서울시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SNS는 현실정치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면서 “SNS가 정치적 공론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신진호·김동현기자 sayho@seoul.co.kr
  • 설문에 참여한 오피니언 리더 50인(가나다 순)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고성국 정치평론가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재준 한국거래소 상무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상만 한국관광협회 중앙회 회장 류성곤 한국거래소 상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재식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국가 청렴위원회 위원) 심재명 명필름 대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오성진 현대증권리서치 센터장 유원 ㈜LG 상무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대한화학회장)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이수화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회학과 학장)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 이철 연세대학교의료원장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장승헌 무용기획사 MCT 대표 장주영 변호사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최영조 한화그룹 상무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 기타(6명) 삼성·현대건설·KT·LG·LG유플러스·SK그룹(익명 희망)
  •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밀실 추진’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외교통상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부처 폐지 비난 여론까지 들끓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도종환 시 교과서 삭제 파동, 국제환경단체들의 뭇매를 맞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포경 계획, 준비 소홀로 유네스코로부터 거부당한 환경부의 비무장지대(DMZ)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아마추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정용어 순화 고시 취소 해프닝…. 정권 말 공직사회의 엇박자가 연일 도를 넘어선다. 국가의 중대 사안을 툭 한번 내지르고 보는 ‘아님 말고’식 행정이 기강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국민과의 교감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빚어진 정책 논란들은 정권 말 레임덕 현상의 전형으로 지적된다.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을 내놨다가 반대에 부딪히면 번복하는 행태는 정권 말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행정 폐단이라는 것.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앞다퉈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이슈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자기 부처가 다음 정권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홍역 끝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한·일정보보호협정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대통령 임기 말 존재 과시용 카드가 필요한 청와대 인사들과 일방통행식 행정에 무감각해진 외교부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논란들은 공개 행정 원칙을 무시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의 향방과 관계없이 일방적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권의 정책 추진 방식이 한꺼번에 물의를 일으켰다.”고 짚었다. 부처 간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하다 국제적인 화살을 맞은 농식품부의 포경 계획,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이다 유네스코의 첫 지정 거부 사례가 된 DMZ 보전지역 지정 추진 등도 안일한 행정 실적 지상주의의 결과물로 꼬집힌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 사무총장은 “업무평가제를 의식해 공직사회 전반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겠다는 조급증을 앓고 있다.”며 “실제로 정책 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정도가 급격히 줄어든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고민 없이 치고 빠지기식 정책을 일삼는 ‘먹튀 행정’에 국민적 공분도 연일 들끓고 있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예술과 정치도 구분하지 못하는 한심한 공무원들”(도종환 시 삭제 파동),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지자체 하나 먹여살리려는 안이한 상업용 포경 정책”(포경 정책) 등의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실적 쌓기 정책들이 정권 말에 물의를 빚는 현상은 필연적 결과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터져나온다. 중앙 부처의 한 기획조정실장은 “정권 말에 실적을 의식한 공무원들의 경쟁으로 밀어붙이기식의 설익은 정책들이 터져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황수정·김양진기자 sjh@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과 비교해 444시간 더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이지만 휴가철이 즐겁고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돈’과 ‘일’에 치이는 탓이다. 돈에 기죽고, 일에 찌든 현대인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다. ‘사오정’(45세 정년)을 면하기 위해 아예 휴가를 잊고 사는 중견 직장인들, 주머니가 가벼워 해마다 ‘허탈’만 체험하는 중소기업 직원, 휴가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비정규직 등의 사정은 더욱 힘겹다. 훌훌 털고 떠나고 싶지만 이내 현실에 발목이 잡히고 마는 것이다. 물론 보란 듯이 해외로 나가는 부류들도 상당수다. 경기 침체 속에 휴가의 양극화도 뚜렷하다. A통신사 김모(43) 부장은 4년 만에 휴가를 맘껏 즐기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일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면서 “올해는 가족과 함께 남태평양 팔라우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 경비로 1500만원 정도를 준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인당 200만~500만원에 이르는 럭셔리 관광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좀 비싸도 고급 상품을 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부장인 박모(46)씨는 휴가 때 서울 월드컵공원 인근 난지캠핑장을 찾기로 했다. 박씨는 “불황에 휴가 자체가 부담스러워 비용이 적게 드는 캠핑장을 택했다.”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고민”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회사에서 휴가비 명목으로 2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층층이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떠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중견 기업의 3년차 사원인 김모(24·여)씨는 “신입 때는 멋모르고 5일이나 휴가를 썼는데, 다녀와 보니 그렇게 휴가 간 부원은 나뿐이었다.”면서 “올해는 다른 부원들의 휴가 일정을 고려해 눈치껏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임에도 휴가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61.4%에 그쳤다. 한 외식기업 관계자는 “휴가가 6일이지만 실제로는 2~3일도 못 쓴다.”면서 “특히 매장의 경우 한 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의 일이 늘어 서로 눈치만 본다.”고 털어놨다. 이 기업의 경우 지난해 여름휴가를 10월까지 나눠 쓰게 했지만 소진율은 72.3%에 불과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쉬지 않는 문화는 나쁘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세계 노동시장의 추세에도 역행한다.”면서 “저출산이나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지역 주민 간의 소통 단절 등도 휴가를 금기시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우리 노동 문화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휴가 스트레스] “나 빠지면 동료가 일 떠맡아” 선뜻 못가

    흔히 직장인에게 휴가는 뜨거운 사막 한복판에서 만난 ‘오아시스’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이자 휴식의 시간이다. 업무의 공백이지만 업무 효율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노동자로서 갖는 중요한 권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휴가 가기 참 어렵다. “휴가 가겠다.”고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뿐 아니라 주어진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정당한 권리 행사에 왜 눈치를 봐야 할까. 업무가 집단적·협력적 성격이 강한 탓이다. 주로 교대 근무조 편성, 고정 근무 배치 등 집단 작업의 형태이다 보니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구성원으로서의 미덕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WPS)에서도 응답자 42.9%가 ‘연차휴가를 소진 못하는 이유’를 업무의 집단적·협력적 성격으로 돌렸다. 이어 ‘연차수당 선호’(27,7%), ‘업무과다’(24.4%)를 꼽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업무의 집단적·협력적 성격은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영진의 전략 때문”이라면서 “달리 말하면 업무량에 비해 적절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뿌리 깊은 ‘성과주의’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휴가가 업무의 연속성을 깨트려 업무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상당수가 “휴가로 성과가 뒤쳐지면 인사평가에 반영돼 승진과도 직결된다는 분위기여서 휴가를 반납하고 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금융산업 종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초과노동 원인’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39.4%가 ‘성과주의 문화’를 꼽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무 성과가 반드시 근무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휴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휴가는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다. ‘잠만 자는 곳’으로 여겨지는 가정을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어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혼율을 낮추고 결혼·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여가 시간을 이용한 취미 활동으로 개인의 사회성을 높이는 계기도 되며 직장인들의 소비 시간을 늘려 내수 시장 경기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휴가를 노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생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유홍준(54)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번역·출판한 ‘일자리 구하기’(마크 그라노베터 지음, 유홍준·정태인 옮김, 아카넷 펴냄)는 1970년대 미국에서 전문직·관리직·기술직 근로자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얻고 이동하는가를 보여주는 신경제 사회학의 고전 같은 책이다. ●70년대 美 노동시장은 ‘약한 연계의 힘’ 중요 노동시장 연구가 경제학을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데,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노동시장을 해부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에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행운을 어떤 노동자들이 어떤 경로로 찾아가느냐를 밝혔다. 그라노베터 교수는 1970년대 미국 노동시장의 ‘행운’은 ‘약한 연계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 중요하다고 밝혀냈다. 일자리를 찾거나 이직할 때 그와 관련된 정보를 대중매체나 비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얻기보다는, 자신들이 맺은 인적 접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적 접촉이 지연이나 학연, 혈연처럼 강한 관계가 아니라,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자주 만나지 않고 다른 집단에 속해 약하게 맺어진 인맥들은 구직자가 모르는 구직 정보를 흘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런 구직정보가 흐르는 연결망이 미국 사회의 느슨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미국의 사회구조와 구직방식을 반영한 이 책을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왜 주목하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최근 SNS를 통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만나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날한시에 보는 대졸자 공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의 일괄 채용보다는 경력자들을 알음알음 채용하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1970년대 느슨한 미국사회의 구직활동과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 구직과정에 ‘강한 연계의 힘’ 작용 유 교수가 1990년대 그라노베터 교수의 가설을 한국사회에서 검증해 봤을 때, 한국사회는 구직과정에서 ‘강한 연계의 힘’이 작용했다. 일자리 정보가 중요한 만큼, 이런 정보가 소통될 때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줄이 강한 집단 내부에서 주고받았다는 의미다. 미국 사회와 달랐던 것이다. 유 교수는 “또한, 한국의 채용구조가 1차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들은 소위 ‘대졸자 공채’를 통해 공식적 방법을 통해 주로 이루어진 점도 반영된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강한 연계의 힘’은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화도 감지된다. ●SNS 확산 따른 연결망이 구직에도 영향 가능성 유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고, 직업 경력 기간에 여러 번에 걸쳐 이직이 발생하는데, 상시적인 경력직의 채용에서는 인적 접촉을 통한 정보가 활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SNS 확산에 따른 새로운 연결망이 중장기적으로는 구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70~80년대 공단에서 일하던 시골 처녀들이 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회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서 이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한 연줄이 아닌 ‘약한 연계의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하는 이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인구 5000만 시대를 맞았다. 늘어난 인구만큼 국력이 확장되려면 단순히 인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인구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령화, 저출산 문제가 우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구 5000만 시대를 가능하게 한 제1의 요인은 수명 연장이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의 삶은 그리 안락하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34.0%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79.4%)은 여전히 생계비 마련을 노동의 이유로 꼽았다. 또 노인 88.5%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아 노인 29.2%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복지부는 독거노인의 건강과 안전 등을 돌보는 독거노인 종합대책,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치매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과의 유대관계 약화로 인한 소외감도 여전하다. 저출산 문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도 무상보육,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 낳아 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휴직 대신 근로 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급여제도’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혜택을 본 사람이 단 39명에 그쳤다. 직장 내 어린이집도 턱없이 모자라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보육시설 설치 의무사업장 833개 기업 가운데 255개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결혼을 미룬 사람들 즉 미혼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족의 가치 회복’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인구학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육아와 보육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이라며 “다만 옛날에는 힘들어도 당연히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구태여 결혼할 필요도 없고 결혼을 해도 자녀 없이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김소라·신진호기자 sora@seoul.co.kr
  • 대형공익재단 12곳 중 개인 출연은 한곳도 없어

    대형공익재단 12곳 중 개인 출연은 한곳도 없어

    국내 공익재단 중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재단 12곳 가운데 개인이 출연해 만든 재단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미지 제고나 감세 등을 위해 일부 대기업이 재단을 설립한 사례는 있지만 재벌 총수가 순수하게 개인 재산을 내 공익 재단을 만든 적이 없는 것이다. 개인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미국의 록펠러재단이나 포드재단 등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국내 민간 공익재단 기초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민간 공익재단 4582곳 중 1190곳을 대상으로 삼았다. 사회복지사업법과 사립학교법, 의료법 등 관련 특별법을 근거로 설립된 재단은 제외됐다. 공익재단 중 학술·장학 관련 재단이 전체의 67.8%인 783곳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복지는 13.4%인 155곳, 문화 관련 재단은 6.9%인 80곳이다. 이상민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공익재단 대부분이 처음에 장학사업으로 출범한 뒤 학술지원으로 사업을 넓혀 왔기 때문에 학술·장학 관련 재단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산 규모는 1190곳 중 587곳이 10억~50억원이다. 10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익재단은 12곳에 불과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자산은 1조 9037억원,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조 6545억원, 삼성문화재단은 624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대형 공익재단 중 개인재산을 낸 재단은 한 곳도 없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기존에 있던 재단에 기부하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기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 사퇴와 함께 약속했던 1조원으로 추정되는 차명재산 기부는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1조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약속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8월 5000억원을 기부하는 등 현재까지 6500억원을 기부했다. 이상민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무마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은 기부문화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고 이한빈 전 부총리 가족 서울대에 5억여원 기부

    서울대는 제14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고 이한빈 전 부총리 가족이 장학금으로 5억 2000만원을 기부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대 행정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는 이 전 부총리의 부인 유정혜 여사, 장남 이원식(전 삼성전자 부사장)씨, 장녀 이선이(아주대 사회학과 교수)씨가 참석했다. 서울대는 ‘이한빈 희망장학금’을 설립,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전달할 방침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석학강연 나눔 ‘초짜’ 대학생 3인방, TED를 넘본다

    석학강연 나눔 ‘초짜’ 대학생 3인방, TED를 넘본다

    지난 3월 15일 저녁.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신촌의 한 카페에 섰다. 강연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한국의 모습은 기형적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그 교육이 전공에 국한된 전문화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보다 넓은 학문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게 되는 ‘통섭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학문 간 융합을 강조하는 ‘통섭의 전도사’라는 명성답게 최 교수의 강연에는 설득력이 넘쳤고, 나긋한 목소리에서는 힘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날 120여분간 이어진 최 교수의 강연을 들은 청중은 고작 30명에 불과했다. 대규모 행사의 기조연설 초청도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최 교수가 어떻게 이런 초라한 무대에 서게 됐을까. ●무모한 대학생들의 도전 시작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도, 배경도 없는 두 명의 연세대 재학생과 한 명의 휴학생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이들을 인도영화 주인공들에 빗대 ‘세 얼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영민(26·사회학과 06학번·휴학), 최지태(25·경영학과 07학번), 문영석(25·정치외교학과 07학번). 평소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은 지난해 ‘프론트’라는 20대 트렌드 문화잡지를 만들다 현실의 한계를 절감했다. 최씨는 “무료 잡지였는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서 유지 비용 때문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문화와 지역사회, 학문을 연계해 사회에 기여해 보려는 의지만은 버릴 수 없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씨가 새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될 얘기를 꺼냈다. 바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노어 오스트롬 미 인디애나 교수의 저서 ‘지식의 공유’(폐쇄성을 넘어 자원으로서의 지식을 나누다)였다. 주씨가 주목한 부분은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지식이 발굴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 지식의 발굴은 모두의 것이며, 우리와 미래세대의 보물이 될 것이다.”라는 구절이었다. 방향은 있었지만, 방법은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문씨는 “비영리·폭넓은 지식의 공유·지식 존중·나눔문화 추구 등의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 갔지만 기존의 수많은 강연이나 지식콘서트 행사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18분간의 지식 향연’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테드(TED)나 다양한 문제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풀어나가 현실화하는 구글의 ‘솔브포엑스’ 프로젝트 등을 살피고 연구했다. 이미 정형화된 이들 프로젝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연을 늘어놓고 스쳐 지나가는 지식형 콘서트 대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제공하고 다소 무겁지만, 성찰하게 만드는 ‘강연다운 강연’을 목표로 삼았다. 테드가 미디어 재벌인 크리스 앤더슨의 주도로 진행되고, 솔브포엑스가 구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세 사람이 가진 것은 열정뿐이었다. 머리를 짜내고 발로 뛰었다. 소규모 강연과 온라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것으로 결정하자 곧바로 강연장소를 찾아 나섰다. 수많은 곳을 돌아다닌 끝에 각종 사회활동의 장으로 유명한 신촌의 카페 ‘체화당’에서 장소를 무료로 제공받기로 했다. 온라인 프로그램 제작에는 영상다큐집단 ‘모자이크넷’이 나섰고, 포스터와 로고 제작 등은 주변의 학생 디자이너들이 도와줬다. 이들의 계획이 서대문구청의 지역연계 청년문화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비용도 일부 해결됐다. 열린 강연이라는 뜻의 ‘오픈 렉처 라이브’(Open Lecture Live)의 앞글자를 딴 지식공유 프로젝트 ‘OLIVE’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OLIVE 꿈꾼다 체화당이 수용 가능한 인원은 30명 남짓. 강연비를 한 푼도 지불할 수 없고, 경험도 전혀 없는 어린 대학생들의 도전에 동참할 지식인을 찾는 일은 가장 막막한 과제였다. 하지만 석학 리스트를 정리하고, 섭외에 나선 세 사람은 곧 본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주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학교수와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정중하게 취지를 설명하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흔쾌히 수락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일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참여가 불가능한 분들조차 단 한 분도 빠짐없이 미안하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OLIVE는 처음 기획회의를 시작한 지 불과 두달여 만에 막을 올렸다. 최재천 교수의 첫 강연에 이어 3월 17일에는 국제사면위원회 집행위원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의 ‘인권을 생각하다’, 3월 24일에는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나서 ‘비켜라 운명아’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지난 20일에는 기생충학의 권위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나서 ‘기생충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네번째 강연이 열렸다. 올 한해 동안 OLIVE는 총 16차례의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6월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강연이 공개된다. 거창하게 보이던 일에 무모하게 뛰어든 세 사람이 이처럼 강연을 이어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운이 좋거나 원래 쉬운 일은 아니다. 세 사람은 가장 힘든 일로 ‘연사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을 꼽을 정도로 여전히 ‘초짜’일 뿐이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OLIVE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주씨는 “지식의 공유를 막는 대학의 벽, 지역의 벽, 환경의 벽을 허물고 싶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모든 강연을 모든 이에게 개방하되, 오프라인은 가능한 한 연사들과 친밀하고 심도있게 대화할 수 있도록 30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지역과 세계적으로 또 다른 OLIVE들이 수없이 만들어지는 날을 꿈꾼다.”면서 “지식생태계를 담은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한국 지성의 매력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잠깐 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나가는 젊은이의 치기가 아니라, 또 다른 후배나 동료와 정신을 공유하고 물려줄 수 있는 영속성을 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美 사회학계 원로 버거의 유머 넘치는 지적 모험담

    중부유럽,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빈 태생이다. 루터파 목사가 되고 싶었으나 나치즘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뒤 사회학, 그것도 종교사회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노상미 옮김, 책세상 펴냄)를 쓴 미국 사회학계의 원로 피터 버거(83)의 이력이다. 이력을 파악했으면 웃을 준비부터 하자. 페이지마다 유머가 넘친다. 학자 초년병 시절 죽이 맞던 동료학자와 ‘사회학 제국 건설’을 꿈꿨는데,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린 둘 다 중유럽 출신인데 거기서는 제국 망상이 집단 기억에 속한다.”고 눙친다. 자신의 연구방법론을 “적당한 사람들을 불러다 충분히 오랫동안 함께 앉혀놓으면 흥미로운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라 설명하면서 여기다 ‘커피하우스 법칙’이라 이름 붙였다. 그래도 사회학의 대가라는데 마냥 웃기기만 하면 좀 그렇지 않느냐 한다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하나는 책 전반에 녹아 있는,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에게 명성을 안긴 것은 ‘구성주의적 방법론’인데 이 ‘구성’이란 표현이 묘하다. 혈기 넘치는 좌파들이 흔히 저지르는, 체제 따위야 레고블럭처럼 간단히 해체, 재구성할 수 있다는 오독 가능성이다. 저자는 “사회학은 분석해서 폭로한다는 차원에서는 급진적이지만, 현실 함축이라는 차원에서는 보수적”이라 답해뒀다. 사회학과가 운동권 소굴이었던 한국 상황에서 한번 음미해볼 주제다. 두 번째는 세속화다. 저자의 이력을 되새김질해보면 막스 베버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베버를 약간 수정한다. 근대사회는 다원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사회가 세속화되고 종교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해왔지만, 저자가 보기에 종교는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버까지 나온 마당에 유교윤리와 동아시아 경제성장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저자는 질문 하나 툭 던진다. ‘각국 고유의 정치문화’라는 말은 있는데 왜 ‘각국 고유의 경제문화’라는 말은 없느냐. 이거, 핵심을 쿡 찔렀다. 학술대회에 경제학자들까지 불렀는데 그들은 뭐라 답했을까. 하나만 짚자면, “양심”을 거론하니까 경제학자들은 그 말을 “내면적 가격통제”라는 표현으로 번역했단다. 그 외 얘기들은 상상에 맡긴다. 1만 7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도시 빈민층의 삶 담은 ‘사당동 더하기 25’ 펴낸 사회학자 조은

    [저자와 차 한잔] 도시 빈민층의 삶 담은 ‘사당동 더하기 25’ 펴낸 사회학자 조은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기 전, 질문만 받던 학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왜 이 책을 골랐어요.” “일단 시간적 공(功)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책이고, 가난의 대물림이 해소됐을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까요.” 다시 물었는데,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말을 이었다. “사실 인기를 끌 만한 요소는 없잖아요.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난이란 것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 보니까요.” 학자가 궁금했던 것은 자신의 책이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비루한 삶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문이었고, 이것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학자의 바람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사회학은 현장이다’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하고 동국대를 정년퇴임한 조은(66) 교수에게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펴냄)는 사회학자로서 그의 삶을 관통하는 분신이나 다름없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찻집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이 책의 시작에 대해 “한번 따라가 보자는 궁금증이었다.”고 설명했다. 때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대 사회학과 3년차 교수였던 그와 인류학자, 남녀 대학원생 등 4명이 철거를 앞둔 불량 주거지역을 찾았다. 철거·재개발이 지역 주민에 미친 영향 연구를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3년밖에 안 된 그는 서울 사당동 철거 재개발 예정지에서 적잖이 당황했다. 지저분하고 칙칙한 ‘미국 슬럼’을 떠올렸는데, 좁고 가파른 골목에 화분이 놓여 있고 땅 한 뼘이라도 있으면 채소가 심어져 있었다. 골목에서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넘쳤고, 주민들 옷차림은 깨끗했다. “당황했던 순간은 이후에도 수도 없이 많았다.”는 조 교수는 “한나절 현장연구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치 두 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고 떠올렸다. 길가에 있는 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고, 두세 평짜리 방 한 칸에 서너 명 이상 살았다. 밀착연구를 하러 방을 얻어 혼자 살던 조교는 졸지에 ‘부자’ 소리를 들었다. ‘교수 티’ 나지 않게 입는다는 게 스키점퍼를 꺼내 입어 민망했고, 함께 조사 다니던 남녀 조교는 ‘부부 위장 간첩’으로 신고당하기도 했다. 이런 이질감을 극복하면서 현장연구를 했다. 아들과 손자 세 명까지 3대가 함께 살던 금선(1922~2007) 할머니 가족을 비롯해 22가구가 대상이었다. 집을 만들고 얻는 방법, 전기를 끌어쓰는 방식이나 친밀감 형성 과정 등을 생생하게 바라봤다. 2년 6개월간 연구를 끝내고 보고서를 인쇄소에 넘긴 날, 이 지역은 ‘재개발 철거반의 주민 폭행’으로 일부 신문에 보도됐다. 과연 이런 식으로 재개발이 되고 주거가 안정되면 빈곤이 해소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1991년 상계동 임대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금선 할머니 가족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게 25년이 됐다. 그 사이 서울 사당동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했다. 재개발을 하면서 1990년에는 10평짜리 집이 1억원을 호가하고, 2·4호선 환승역이 생기고 경기도 수원·과천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가 됐다. 금선 할머니 가족의 형편은 나아졌을까. “빈곤의 재생산은 정말 지독한 악순환”이라는 그는 “그들이 옮겨간 곳이 다시 불량 주거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은 다른 종족, 다른 부족이라는 생각은 더 짙어졌고, 최근에는 중산층까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금선 할머니네는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었다. 아들 수일씨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에 옌볜 여성을 만나 결혼했고, 이혼당했다. 큰 손자 영주씨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고, 건설 노동일을 하고 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손녀 은주씨는 아이 셋을 낳았고 재봉일로 벌이를 한다. 막내 덕주씨는 그나마 잘 풀려 임대 아파트 근처에서 작은 헬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 학력자가 일제 강점기에 고녀(고등 여학교)를 나온 금선 할머니일 정도로 학력, 직업 등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이것이 금선 할머니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할머니의 임대 아파트 이웃도 관찰을 했는데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는 그는 “빈곤의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을 했는데, 이를 풀어낼 해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움을 비쳤다. 사당동을 중심으로 한 도시 빈민층의 삶과 공간을 세세하게 기록한 이 책에서, 그는 다른 의미를 찾는다. “오늘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 겪고 있을 가난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지 않게 되면 그때는 정말 어떤 해법도 찾을 수 없게 되거든요.” 가능하다면 계속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사당동 더하기 33’을 내고 싶다는 게 조 교수의 바람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 ‘사당동 더하기 22’(2009)이기 때문이란다. 더 나아진 이들의 삶을 확인하고 싶은 희망이기도 하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세계 사람들과 5·18 정신 나누고 싶어”

    “세계 사람들과 5·18 정신 나누고 싶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세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17일 5·18기념재단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 출신의 애덤 브레슬리(39)는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소중한 가치를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32돌을 기념해 아시아민주화운동연대(SDMA) 주최로 열린 ‘아시아 민주화운동 워크숍’을 돕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세계인권도시 포럼, 5·18아카데미 국제연수 등의 참여자 초청과 해외 교육 프로그램 공문 작성 등 기념재단이 펼치는 각종 국제협력사업을 전담한다. 때로는 영어권 방문객 안내, 지역 어린이를 위한 영어 강의 등 허드렛일까지 도맡는다. “광주 생활이 너무 즐겁다.”는 그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인 2010년 8월 기념재단이 주최한 아시아인권학교에 학생으로 참가하면서다. 그는 당시 5·18묘지와 비무장지대(DMZ), 제주 4·3사건 현장 등 ‘대량 학살’이 자행된 한국 역사의 흔적을 둘러봤다. 때마침 기념재단이 지난해 3월 국제 인턴 채용 공고를 냈고 광주 방문을 인연으로 응모해 직원으로 최종 선발됐다. 그는 “민주, 인권, 평화를 지향하는 5·18정신의 나눔과 공유를 통해 1980년 당시 광주의 상황과 비슷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함을 느꼈다.”며 “이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1995년 호주 멜대학 영문학과·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모나시대학 홀로코스트 및 제노사이드 학사·석사과정을 거쳤다. 그는 “정의와 평화가 넘치고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온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5·18민주화운동이 이런 세상을 이끄는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교사 전 생애 스트레스… 화도 못 내는 ‘감정 노동자’

    교사 전 생애 스트레스… 화도 못 내는 ‘감정 노동자’

    교사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 가르치랴, 학부모 상대하랴, 연구 수업 준비하랴, 승진에 신경 쓰랴, 장학 지도에 대비하랴, 선임·후임 교사들과 원활한 관계 유지하랴…. 최근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적잖은 압박이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내색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다. 교사라는 직업적 특성과 함께 스승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사들을 항상 미소지어야 하는 ‘감정노동자’로 분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사 생애 단계별 역량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1명의 평교사는 ‘적응기-자립기-승진 고려기-퇴직 준비기’ 등 4단계를 거친다. 내용을 살펴보면 교사들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임기 학부모 관계 서툴러 실제 초임 교사들의 적응기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부적응이 주류를 이룬다. 발령 초기인 탓에 학교에선 단순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김모(28·여) 교사는 “20~30대 교사는 몸을 쓰는 ‘일꾼’으로, 30~40대 교사는 ‘브레인’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교사로서 자괴감에 빠지는 것도 예사다. 초임 교사들은 학부모 등의 다양한 관계에 지혜롭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문모(29·여) 교사는 “수시로 찾아오는 학부모들을 대할 때는 좌불안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가만 있으면 “무능하다” 찍혀 교사 5년차 정도 넘기면 이른바 자립기가 된다. 자기 주장과 의견이 생기고 다양한 맥락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지만 조직 내 인간관계 형성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동시에 느끼는 시기다. 학교 일과 개인 일을 놓고 갈등도 낳는다. 소신 있게 열심히 일하면 ‘나대는’ 것이 되고 그러지 않으면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 교사로 인식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공립고 박모(38·여)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료집이라도 만들면 선임 교사들이 ‘연구 점수 필요하니. 너 왜 그거 해. 애 키우기도 바쁘면서’라고 캐묻고 간섭해 괴롭다.”고 말했다. 40세 전후의 15년차 교사쯤 되면 승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 든 평교사들을 향한 젊은 교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다. ‘승진에만 목맨 교사’는 교직 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있지만 나이에 걸맞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퇴직을 준비하는 교사는 젊은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기피 대상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런 인식을 가질 때가 많다. 30년 넘는 교직 생활을 마감한 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것 등에 따른 두려움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공립고 이모(55·여) 교사는 “나이 들어서 열정적이어도 너무 설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더라.”면서 “나를 찾는 곳이 없는지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감정노동자의 직무 환경과 스트레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교육자도 ‘감정노동자’에 넣었다. 김 교수는 “특히 교육 서비스를 포함하는 공공서비스 부문 종사자들의 스트레스가 민간 부문보다 더 높게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진짜같은 가짜’ SNS 괴담 꼬리 무는데… 처벌규정 없어 무차별 양산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 살인마가 돌아다녀요.”, “강동구에 할머니를 앞세운 인신매매단이 출몰해 여고생들을 납치해 가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역에서 한 남성이 살해됐습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이런 괴담들이 잇따라 퍼져 나갔다. 살인마의 인상착의부터 인신매매 현장 목격자의 증언까지 오르는 등 내용도 사실적이다. 심지어 시신을 옮기는 장면을 담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진짜 같은 가짜였을 뿐이다. 연신내 괴담 소식에 경찰은 강력팀 형사 25명을 현장에 배치해 범인을 잡겠다며 진땀을 뺐지만 헛심만 썼다. 수원역 살인 괴담은 한 노숙인의 자살이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내 ‘유언비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괴담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커져버린 SNS의 파급력만큼 괴담의 확산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한두 사람이 말하면 안 믿어도 여럿이 반복해서 말하면 믿게 되는 식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SNS의 강한 전파력 탓에 왜곡될 수 있으므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SNS 괴담이 수원 토막살인사건 등 흉흉한 사회 분위기를 악용한 ‘장난’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양치기 소년’ 효과다. 실체 없는 뜬소문에 연이어 헛탕만 치다가 막상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권력이 이마저 괴담으로 여겨 안이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출동 소모비용이 엄청나며, 오인 출동으로 인한 경찰의 심리적 허탈감 또한 적지 않다.”면서 “혹시라도 실제 상황에서 괴담 학습효과로 인해 경찰이 느슨하게 대응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이 마땅치 않다 보니 괴담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재 위헌 결정이 나 있는 상태다. 2010년 12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의 피고인 박대성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악의성이 없다면 법적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면서 “허위정보 유포자 처벌에 대한 법적규정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어, 저 남자 엄친아였어?

    어, 저 남자 엄친아였어?

    KBS 2TV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네가지’에서 “고뤠?”, “마음만은 홀쭉하다.”와 같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가도를 걷고 있는 개그맨 김준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일궈냈다. 다름 아닌 ‘김준현 엄친아’로 말이다. 실상은 이렇다. 26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MC 신봉선은 “김준현의 아버지가 KBS 간부였는데 김준현이 한 번도 티를 낸 적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고 김준현 또한 이를 인정하며 “2007년 공채 개그맨이 됐는데 아버지가 2006년에 퇴직하셨다.”고 받아친 것. 이 외에도 김준현은 명문대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개그계의 엄친아로 떠올랐다. 김준현 외에도 연예계에는 유독 엄친아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엄친아들은 누가 있을까. 엄친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벌 못지않은 부를 지닌 스타들도 엄친아로 불린다. 이른바 ‘재벌 2세 엄친아’.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최시원의 부친은 보령 메디앙스 신임 대표이사 최기호 사장이다. 현재, 최시원의 부친은 성공회대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며, 무역회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시원은 훤칠한 외모에 큰 키, 유명 한류돌의 멤버인데다 연기력도 인정받아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 ‘포세이돈’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출연했던 배우 이필립도 대표적인 재벌 2세 엄친아다. 이필립의 아버지는 미국 국무부가 선정한 최고 IT기업인 STG의 이수동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STG는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정직원 1700여명에 전 세계 3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홍유경도 연 매출 1600억 원을 버는 철강 재력가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예계 대표적인 엄친아로 손꼽히고 있다. 부모님의 재력 외에도 공부를 잘해 ‘엄친아’라 불리는 연예인들도 있다. 명문대 출신 연예인을 일컫는 ‘고학력 엄친아’들이 그 주인공. 서울대 출신 배우로 유명한 여배우 김태희(의상학과)를 비롯해 가수 이적(사회학과), 가수 장기하(사회학과)등은 대표적인 ‘고학력 엄친아’이다. 이 외에도 최근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신복고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노래 ‘기억의 습작’의 주인공, 가수 김동률과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등은 연세대 출신 가수로 유명하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어, 김준현?…저 남자들이 엄친아라고”

    “어, 김준현?…저 남자들이 엄친아라고”

    KBS 2TV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네가지’에서 “고뤠?”, “마음만은 홀쭉하다.”와 같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가도를 걷고 있는 개그맨 김준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일궈냈다. 다름 아닌 ‘김준현 엄친아’로 말이다. 실상은 이렇다. 26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MC 신봉선은 “김준현의 아버지가 KBS 간부였는데 김준현이 한 번도 티를 낸 적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고 김준현 또한 이를 인정하며 “2007년 공채 개그맨이 됐는데 아버지가 2006년에 퇴직하셨다.”고 받아친 것. 이외에도 김준현은 명문대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개그계의 엄친아로 떠올랐다. 김준현 외에도 연예계에는 유독 엄친아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엄친아들은 누가 있을까.  엄친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벌 못지않은 부를 지닌 스타들도 엄친아로 불린다. 이른바 ‘재벌 2세 엄친아’.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최시원의 부친은 보령 메디앙스 신임 대표이사 최기호 사장이다. 현재, 최시원의 부친은 성공회대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며, 무역회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시원은 훤칠한 외모에 큰 키, 유명 한류돌의 멤버인데다 연기력도 인정받아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 ‘포세이돈’등에 출연한 바 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출연했던 배우 이필립도 대표적인 재벌 2세 엄친아다. 이필립의 아버지는 미국 국무부가 선정한 최고 IT기업인 STG의 이수동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STG는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정직원 1700여명에 전 세계 3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홍유경도 연매출 1600억 원을 버는 철강 재력가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예계 대표적인 엄친아로 손꼽히고 있다.  부모님의 재력 외에도 공부를 잘해 ‘엄친아’라 불리는 연예인들도 있다. 명문대 출신 연예인을 일컸는 ‘고학력 엄친아’들이 그 주인공. 서울대 출신 배우로 유명세를 탄 여배우 김태희(의상학과)를 비롯해 가수 이적(사회학과), 가수 장기하(사회학과)등은 대표적인 ‘고학력 엄친아’이다. 이외에도 최근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신복고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노래 ‘기억의 습작’의 주인공, 가수 김동률과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등은 연세대학교 출신 가수로 유명세를 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박태준 경영철학 ‘태준이즘’으로 정리

    박태준 경영철학 ‘태준이즘’으로 정리

    ‘우향우 정신’으로 포항제철의 신화를 이룩한 철강왕 박태준(1927~2011)의 기업가정신을 탐구한 연구총서가 26일 출간됐다. ‘태준이즘’, ‘박태준의 정신세계’, ‘박태준의 리더십’, ‘박태준의 경영철학 1, 2’ 등 모두 5권으로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각계 전문가 38명의 글을 모았다. 포스코의 사사(社史)와 사보(私報), 기존 연구논문들에다 박태준에 대한 전기문학과 저서들, 신문과 잡지 등을 통째로 정리하면서 박태준의 경영철학을 ‘태준이즘’으로 명명하는 작업이다. 송복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태준이즘’(Taejoonism), 박태준의 이름 뒤에 이즘을 붙이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주인 없는 기업은 반드시 망한다’는 정설을 깨고 ‘주인 없는 기업을 주인 있는 기업 이상으로’, 그것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었다.”면서 “태준이즘이란 명명은 그 같은 대성취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우향우 정신’을 들어 박태준 정신세계를 “국가와 기업을 위한 순교자적 사명감”으로 설명했다. 각권 1만 8000~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엉터리 학교폭력 조사… 25억 들이고 ‘깡통 통계’

    엉터리 학교폭력 조사… 25억 들이고 ‘깡통 통계’

    경북 청도 동산초등학교는 4학년 이상 재학생이 단 3명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실시한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에 응답한 학생은 11명이었다. 회수율이 366.7%인 것이다. 인천 강화 삼산초교의 회수율은 200.0%, 전남 장성성산초교는 192.6% 등 대상보다 답변이 많은 곳이 무려 204곳에 달했다. 교과부 측은 “초등 1~3학년까지 설문지를 보내거나, 전학 등으로 학생 수와 답변 수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설문 대상은 전국 1만 1404개 초·중·고교의 초등 4학년부터 고 3까지 559만명이었다. ●한명도 응답 않은 학교도 143곳 교과부는 19일 ‘2012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 통계에는 동산초교와 같은 비정상적인 수치도 그대로 반영했다. 고쳐 바로잡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던 까닭에서다. 우편을 이용한 조사에는 25억여원이 투입됐다. 물론 학교폭력 피해사례 3138건을 적발, 경찰에 의뢰해 110건을 수사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실태조사 입안 초기의 논란대로 졸속이었다는 게 교과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조차 “통계의 의미가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자살’ 영주中 회수율 8.2% 뿐 회수율에서 근본적인 통계의 오류를 낳았다. 총 대상 559만명 가운데 139만명이 응답, 17만명이 최근 1년간 학교폭력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수율이 100% 이상인 학교들마저 전체 통계에 잡아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답변 차이가 커 지역·학교급별 통계가 무의미해졌다. 전체 중 17%인 1906개교는 회수율이 10% 미만에 그쳤다. 한 명도 응답하지 않은 학교도 143곳에 이르렀다. 학생 수가 1000명을 넘는 대형학교 중에서도 응답자가 한자릿수에 불과한 곳이 부지기수다. 특히 지난 16일 학교폭력에 따른 자살 사건이 일어난 경북 영주중의 회수율은 8.2%에 머물렀다. 실태 파악에 큰 효과가 없다는 단적인 사례다. 1명이 답변해 피해 경험을 밝힐 경우, 해당 학교의 피해 응답률은 100%가 되기도 했다. 오석환 교과부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은 이와 관련, “신뢰도가 높은 통계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간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20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27일 학교별 홈페이지에 조사 결과를 학교별로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학교폭력의 현실을 알려 근절 및 예방에 힘쓰겠다는 취지에서다. 한신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수조사라고 표현할 뿐 전수조사가 아니다.”면서 “표본집단 조사가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집단이 수백만명인데 방법 자체가 틀렸다.”고 말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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