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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왜 굳이 이런 아픈 기억을 꺼내 들은 거죠?”(관객) “잊고 싶은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 나온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표현처럼, 슬픔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한국에 있었던 어떤 사건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겁니다.”(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관객)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면서 현대사의 부침에 시달린 우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꺼내놓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 교수) 지난 2일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는 한바탕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과연 1950~70년대 기지촌 여성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가,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의 희생양에 불과한가이다. 주제를 던진 것은 이날 무대에 오른 연극 ‘일곱집매’였다. 일곱집매는 주한 미군 캠프인 험프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안정리의 옛 이름이다. 일곱 집이 다정한 자매처럼 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군사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밀어버렸고, 6·25전쟁 때 미 공군 비행장으로 바뀌어 캠프 험프리가 들어섰다. 이 안정리 기지촌을 무대로, 연극은 이제는 노인이 돼 쓸쓸히 살아가는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무대는 할머니들이 사는 작고 허름한 방 7개에 둘러싸인 앞마당이다. 기지촌 아이들의 입양 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한국계 미국인 하나가 이곳을 찾았다. 냉정한 순영 할머니와 발랄한 화자 할머니, 기지촌에서 낳고 자란 청년 춘권, 미군 철수 활동가 상철, 기지촌의 젊은 여성 필리핀인 써니를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아들 마이클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순영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던 하나는 되레 질문을 받는다. “기자, 작가, 어린 여대생들까지 내 이야기를 듣고 갔지. 하지만 달라진 게 없어. 선생은 뭐에 쓰려고 하지? 박사학위를 따는 거 말고는, 뭐가 달라지는데?” 하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다른 기지촌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등을 거쳐 그가 찾아온 대답은 ‘기록’이다. “인간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는 한 영원히 망각될 수 없도록. (할머니) 죽기 전에 슬픔을 새겨두고 떠나요. 사람들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두 할머니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기지촌에 들어온 어린 순영이 미군에게 하룻밤 대가로 받은 돈은 40달러. 살림에 보태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데 유용했다. 아버지는 몸을 팔았다면서 때리기 일쑤였지만 돈이 부족하면 또 순영을 찾았다. 당시 정부는 ‘외화벌이 산업역군’이라면서 미군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성병관리까지 했다. 행여 도망이라도 갈까봐 ‘애국자’라고 부추기고 “나중에 아파트 한 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유출을 막았다.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이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판 양공주’라는 오명과 정부의 외면 속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연극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처절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눈물을 담아둔 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애써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유쾌하게 포장하는 화자 할머니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덕분에 2시간 30분에 달하는 연극은 지루할 새가 없다. 대본을 쓴 이양구(극단 해인 대표)씨는 “(화자 할머니는)긴 연극을 끌어가기 위해 설정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 할머니들에게서 본 모습의 일부”라면서 “너무나 아픔이 깊어서 선뜻 꺼내 들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면서도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50~70년대 우리나라의 기지촌 문제는 강제냐 자발이냐 이런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준 상처와 제도적·구조적 폭력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리에서 10년째 기지촌 할머니들을 돌보면서 이 공연을 기획한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연극 ‘나비’(2005)를 통해서 확산됐듯이 이 연극으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9일까지. 1만~1만 5000원. 070-8236-044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콘텐츠산업 거버넌스 구축 위해 정부 내 정보미디어부 신설해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학계의 목소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콘텐츠 산업 정책과 관련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식정보사회의 정부 역할 변화에 따른 산업정책 거버넌스 개편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국정책학회 기획 세미나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부처, 대국’을 기조로 한 조직개편에는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미래 산업정책의 환경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주도부처를 신설하고 이에 따른 거버넌스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탄생한 기획재정, 교육과학, 지식경제 등 대부처들은 효율적이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 행정단위를 인위적으로 통합해 뿌리깊은 갈등이 노출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의 구체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창의적 콘텐츠 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현재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기능을 문화관광부로 이관해 문화미디어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묻지마 범죄 나도 당할라”

    사람들이 제대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 TV에서 살인이나 성범죄 사건을 접해도 적어도 나에게,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좀체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출근하는 남편은 집에 있을 아내의 안전을 염려하고, 그를 바라보는 아내는 남편이 졸지에 횡액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직장인 최윤진(29·서울 흑석동)씨는 요즘 야간 근무가 끝난 뒤 밤늦게 귀가할 때면 사설 경비업체의 ‘밤길 동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난달 13일 회식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던 중 집 앞 골목길에서 마주친 20대 남성으로부터 가슴 등을 성추행당한 다음부터다. 최씨는 “그날 이후 혼자 으슥한 골목길을 걷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밤길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날이면 최씨는 7호선 상도역 부근에서 약속된 시간에 사설 경비업체 직원과 만나 흑석동 집까지 함께 간다. 집 앞에 도착하면 동행한 경비업체 직원에게 1만 5000원을 현금으로 준다. ‘밤길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호전문업체 충용시큐리티 조원상 상임이사도 “지난주부터 ‘묻지마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여성과 아동 위주의 밤길 동행 및 등·하교 동행 서비스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동행 서비스 전담팀을 따로 꾸려 운영할 정도”라고 전했다. 사설경비업체뿐 아니라 경찰도 주민 안전귀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울 망우지구대에서는 지난해부터 ‘귀갓길 경호원 서비스’를 통해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을 집까지 동행해주고 있고, 서울 성동경찰서도 관내 지구대를 중심으로 ‘치안 올레 길’을 운영하며 안전 취약지역에 대한 도보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에도 ‘묻지마 범죄’에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스총, 최루 스프레이, 손도끼 등 호신·방범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경우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호신용품 매출이 직전 일주일보다 80%가량 늘었다. 쇼핑몰 옥션도 호신용품 판매가 최근 일주일새 23%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선택의 여지 없이 당하는 위험’의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3일 “최근 발생한 묻지마 범죄의 형태를 살펴보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언제든 돌변해 예측 불가능한 살인 등을 저지를 수 있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시민들은 ‘나 또한 언제든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서로 불신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루에 한 건 이상 예측 불가능한 흉악 범죄가 이어지면서 경찰력 등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게 됐고, 결국 시민 스스로 예방책을 강구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죽음 부른 ‘채팅폭력’ 왕따보다 더 심각

    한 여고생이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로부터 욕설 세례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 채팅이 새로운 언어폭력과 왕따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대학생 살인사건 역시 같은 메신저의 그룹채팅에서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강모(16)양이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가해 학생 등을 불러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사건 초기 경찰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판단했으나, 강양 친구들의 폭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내용이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강양의 아버지는 이날 “딸이 고교에 진학하면서 헤어진 남자친구의 친구 16명으로부터 지난 5월 중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강양의 지인인 김모(23·여)씨는 “카톡방이 열리고 한 명이 ‘공격’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이 남학생들이 강양에게 수도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그러다 남학생들은 ‘야 근데 우리 지금 뭐하고 있지?’, ‘몰라몰라’, ‘야 다시 리셋리셋’, ‘또다시 공격’이라며 욕설을 이어 갔다.”고 말했다. 강양을 포함한 이들은 모두 중학교 동창으로, 현재 인근 5개 고교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강양이 이런 욕설을 듣고도 그룹채팅방을 퇴장하지 않은 이유는 집단 폭언 등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딸의 상황을 알게 된 강양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고교 5곳을 찾아다니며 학생부장 등 교사에게 심각성을 알렸다. 가해 학생들은 처음에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지만, 강양의 아버지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 주자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룹채팅 등 또래 사이에 벌어지는 사이버상의 왕따가 현실 속 왕따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채팅 속 왕따는 실시간 대화의 성격으로 글이 눈에 직접 보이기 때문에 당하는 측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외감은 귀로 듣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그룹채팅은 대화에 참여를 원치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불러 공격할 수 있는, 왕따 등 집단 공격 현상이 두드러지기 쉬운 형태”라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댓글이 아닌 닫힌 공간에서 대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리적 상처는 더 증폭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어폭력에 대해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느냐가 중요한데 이미 사망하고 난 뒤고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가해자를 특정해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명예훼손,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톡 관계자는 “특정인을 대화상대에서 차단해 놓으면 그룹채팅방에 강제로 초대할 수 없다.”면서 “채팅 왕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대화 상대를 차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첫 여성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연순(46) 변호사는 지난 6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14일간 다녀왔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에 이른다. 정 변호사는 그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400㎞가량을 걸었다. 1980년대 변호사가 된 이후 정 변호사는 ‘늘 자신이 잘해야 한다, 사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 힘들어도 견뎠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정 변호사는 “어느 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 보니 강박관념을 지닌 채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례에 나선 뒤 8일 정도 묵언 수행을 했다. 비행기 표 값 300만원에 150만원쯤 더 들었지만, 돈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했다. 순례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자신이 맨 배낭의 무게가 곧 인생의 무게라는 점. 그는 “배낭 안에 각종 생필품이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욕심이더라. 배낭의 무게와 가야 할 거리를 생각하니 몸이 반응하더라. 길을 가다 어떤 마을을 지나면 그 마을이 소개된 안내 책자를 찢어버린다든지 짐을 하나씩 버리며 욕심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걷고 기도하고 침묵하는 ‘나만의 힐링’ 종교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뿐 아니라 오로지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무신론자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외국계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회중(35)씨는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입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본래 가톨릭신자인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지난 6월부터 가톨릭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음의 상처와 시련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 상담을 하고, 아픔을 경청하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려면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피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로 매일 에세이를 쓰고 있다. 단순한 일기가 아닌 하루에 대한 반성과 위로, 격려가 주된 내용이다. 그는 “매일 스스로 힐링을 하며 치유와 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피정보다 대중화된 종교의 힐링프로그램으로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전통사찰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가 있다. 카네기연구소에서 리더십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김은주(40)씨는 지난 4일 1박 2일 일정으로 쌍둥이 아들, 남편과 함께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벌써 여섯 번째다. 김씨는 “도시에서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힘든 상황도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리더십 강의를 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집착을 한 시간도 있었다. 절 체험을 통해 나 자신을 찾고,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사회는 ‘웰빙’(심신의 행복 추구)을 꿈꿨다. 미디어, 광고, 산업계 등은 발 빠르게 웰빙을 강요했다. 각종 서적과 관광상품에 웰빙이 범람했고,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 웰빙라이프를 위해 노력했다. 강산이 변했다. 한국사회에서 웰빙은 실패한 결과물로 남았다. 몸과 마음의 행복은 차치하고, 너도나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겠다고 난리다. 대세는 10년 만에 웰빙에서 ‘힐링’(몸과 마음의 치유)으로 옮겨졌다. 10년 전처럼 모든 분야에서 힐링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사람들도 과거와 달리 공공연히 아픔을 드러낸다. 한때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다모’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묻고 고백하기를 반복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통의 부재를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거론했건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 힘입어 ‘소통 과부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보 공유의 속도와 규모가 커졌다. 인터넷에 ‘힐링’이란 미끼를 던져 ‘검색’이라는 낚싯줄만 당기면 월척 수준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경제성장 따른 심리적 피폐가 힐링 불러 사람들은 왜 힐링을 필요로 할까.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힐링 열풍의 근간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가 ‘이스털린의 역설’(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서는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의 단계에 진입한 점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청년 실업자라든가 비정규직, 명예퇴직자 등 삶에 불안을 겪는 계층이 늘면서 위안과 희망, 위로와 격려를 원하는 사회집단이 대규모로 형성돼 힐링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민건강공단이 발표한 ‘2007~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진료환자의 수는 2007년 9만 8083명에서 2011년 11만 5942명으로 4년 새 18.2% 증가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규섭 교수는 “해마다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은 100만~200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이 호소하는 고통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개 젊은 세대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고, 중·장년층은 조기 실직에 따른 사회·경제 스트레스를, 연세가 드신 분들은 건강상의 이유에 따른 고통 및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치유에 집중하는 데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심리적 피폐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1% 사람들의 삶의 정보가 쉽게 노출됐고,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의 꿈과 이상이 커지면서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이 깊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한 때 젊은 세대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됐다. 하지만 그만 아픈 척해야 할 시점이 왔다. 어느 세대나 힘들고 시련은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힐링이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상품도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힐링 산업’의 등장이다. 힐링 전문여행사를 표방한 일부 업체에서는 가이드 대신 심리치료사를 동행시켜 명상·걷기 등을 주 프로그램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공연계는 지난해부터 아티스트의 이름이 아닌 ‘힐링 콘서트’ 등의 공연까지 내놓고 있다. 강원 평창, 충북 청원·제천, 경북 경주 등에서는 ‘힐링랜드’ 등의 이름을 붙여 치유의 숲, 상담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힐링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형태의 힐링 상업주의가 판치고 있다.”면서 “저마다 각자의 고민과 욕구가 있고, 또한 각자의 치유 방식이 있다.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는 발상의 힐링 산업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카톡 열리면 “공격”…투신 여고생 옛 남친들 문자보고

     한 여고생이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로부터 욕설 세례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 채팅이 새로운 언어폭력과 왕따의 문제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대학생 살인사건 역시 같은 메신저의 그룹채팅에서 갈등이 빚어졌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강모(16)양이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가해 학생 등을 불러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사건 초기 경찰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판단했으나, 강양 친구들의 폭언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 내용이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강양의 아버지는 “딸이 고교에 진학하면서 헤어진 남자친구의 친구 16명에게 지난 중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강양의 지인인 김모(23)씨는 “카톡방이 열리고 한 명이 ‘공격’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남학생 16명이 강양에게 수도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그러다 남학생들은 ‘야 근데 우리 지금 뭐하고 있지?’, ‘몰라몰라’, ‘야 다시 리셋리셋’, ‘또다시 공격’이라며 욕설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강양을 포함한 이들은 모두 중학교 동창으로, 현재 인근 5개 고교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강양이 이런 욕설을 듣고도 그룹채팅방을 퇴장하지 않은 이유는 집단 폭언 등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의 상황을 알게 된 강양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고교 5곳을 찾아다니며 학생부장 등 교사에게 심각성을 알렸다. 가해 학생들은 처음에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지만, 강양의 아버지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주자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룹채팅 등 또래 사이 벌어지는 사이버상의 왕따가 현실 속 왕따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채팅 속 왕따는 실시간 대화의 성격으로 글이 눈에 직접 보이기 때문에 당하는 측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외감은 귀로 듣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음성은 듣고 흘릴 수 있지만, 글은 그대로 남기 때문인데 16명이 동시에 말로 욕설을 하는 것과 채팅으로 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그룹채팅은 대화에 참여를 원치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불러 공격할 수 있는, 왕따 등 집단 공격 현상이 두드러지기 쉬운 형태”라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댓글이 아닌 닫힌 공간에서 대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리적 상처는 더 증폭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어폭력에 대해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느냐가 중요한데 이미 사망하고 난 뒤이고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 이이다 보니 가해자를 특정해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명예훼손,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은 낼 수 있을 것”으로 밝혔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Weekend inside] 한국 직장인은 ‘월화수목금금금’… 경쟁과 일에 치이는 ‘피로 사회’

    [Weekend inside] 한국 직장인은 ‘월화수목금금금’… 경쟁과 일에 치이는 ‘피로 사회’

    법원 주사 김모(48)씨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 발령받은 뒤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병원에서는 과로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일주일에 3~4차례 이상 재판에 참여하면서 공판조서 작성, 기록 정리, 전화 민원상담 등 잡무는 자연스레 주말까지 이어졌다. 몇 년간 휴가라고는 4일짜리가 전부였다. 스트레스는 어지럼증으로 이어졌다. 상사에게 인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전 법원 안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은 “김씨의 자살이 공무상 과로와 인과관계가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김씨의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김씨의 생활은 평범한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법적 휴가 일수만 보면 한국 근로자는 1년에 평균 15~2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보장받지만 2010년 직장인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61.4%에 그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해 연장근로 제한 기준을 어긴 업체는 2009년 97곳, 2010년 122곳, 2011년 161곳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위반한 업체 역시 2009년 37곳, 2010년 37곳, 2011년 42곳으로 증가했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직장마다 분위기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는 추가근무나 야근 등을 합치면 어느 사업체도 노동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 눈치에 아파도 참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지난해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 합격한 신모(29)씨는 편도선염 수술을 미루고 있다. 휴가를 낼 수 없어서다. 신씨는 “회사에선 일이 많으니 연차나 휴가는 꿈도 꾸지 말라면서 점심 때 병원에 가라고 하는데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렇다고 그만둘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우리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안정성에 따른 경쟁 심화를 꼽았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거, 교육, 복지, 의료라는 네 가지 영역에 금전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얻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더 일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시·입사 경쟁 등 평생 경쟁하며 살게 되는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화돼 있어 경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이라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없는 공동체의 영역을 강화하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한국국제협력단 자문위원 위촉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오명 웅진에너지 회장,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또 임기가 만료된 김영길 한동대 총장, 신혜수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 위원,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재위촉했다.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SNS가 공론의 광장 자리매김

    광장이 조용하다. 연일 축제와 행사로 떠들썩하지만 광장에서 말이 사라졌다. 활발히 정치적 소통이 이뤄지던 ‘공론장으로서의 광장’은 잊혀지고 산책과 유희의 공간만 남았다. 시민이 떠나고 말이 사라진 광장이 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론장으로서의 광장이 쇠퇴한 이유로 정부의 소통 억압 정책과 ‘불통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체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등을 꼽았다. 광장 쇠퇴의 출발점은 현 정부의 소통 능력 및 소통 의지의 부재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대거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인해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게다가 정치권 및 진보진영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서 오는 실망감도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이전 광장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기본권이 대체로 보장됐기 때문”이라면서 “G20 포스터 쥐 패러디 사건 등 정치풍자적 표현 행위를 공권력을 동원해 적발하고 커다란 범죄 행위처럼 만드는 현실에서 시민들은 앞에 나서서 정치적 표현을 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 역시 “시민들의 요구와 저항을 정부가 흡수해 변화의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임기 내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면서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시민들이 기대를 접고 체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가 곧바로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민들은 물리적 위협이 가해지는 광장을 떠나 사이버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트위터 등 SNS에 새로운 공론의 광장을 만든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트위터가 일반 대중에게 확산된 뒤 치러진 2011년 6·2 지방선거부터 4·27 재보선, 10·26 서울시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SNS는 현실정치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면서 “SNS가 정치적 공론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신진호·김동현기자 sayho@seoul.co.kr
  • 설문에 참여한 오피니언 리더 50인(가나다 순)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고성국 정치평론가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재준 한국거래소 상무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상만 한국관광협회 중앙회 회장 류성곤 한국거래소 상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재식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국가 청렴위원회 위원) 심재명 명필름 대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오성진 현대증권리서치 센터장 유원 ㈜LG 상무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대한화학회장)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이수화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회학과 학장)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 이철 연세대학교의료원장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장승헌 무용기획사 MCT 대표 장주영 변호사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최영조 한화그룹 상무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 기타(6명) 삼성·현대건설·KT·LG·LG유플러스·SK그룹(익명 희망)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특정이념, 권력 독점 못해…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

    “종북세력을 척결하지 않고서는 국가 안정을 얻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기도하자.” 지난달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지키기 6·25 국민대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인 조용기 목사가 “종북 척결”을 외치자 2만여명(경찰 추산)의 참석자들은 ‘종북 정당 몰아내자’는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행사는 한기총과 애국단체총협의회, 호국보훈안보단체협의회 등 보수단체들이 주관해 열렸다.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우고 있다. 서울신문이 사용료 징수가 시작된 2004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서울광장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북한 정권 규탄’, ‘무상급식 반대’ 등을 주제로 한 보수성향의 집회가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진보단체들의 전유물이었던 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2004년의 경우 보수단체는 서울광장에서 단 두 차례만 집회를 가졌다.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 규탄과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을 주제로 열린 ‘국민대회조직위원회’ 행사 등이 그것이다. 2005년에도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행사 등 2건, 2006년 2건, 2007년 0건, 2008년 2건, 2009년 0건, 2010년 1건으로 보수단체의 집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1년 무상급식 이슈의 영향을 받아 보수단체의 집회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의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서명’ 등 17건에 달했다. 이러한 모습은 올해도 그대로 이어져 6월 말까지 6건의 보수단체 관련 행사가 열렸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2010년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 보수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관변행사가 대부분이지만 광장이 개방돼 누구든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수단체들은 “사회가 좌편향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북한 인권과 ‘종북’ 문제가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면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확실히 추구하는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에서 보수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민주화에 따라 특정 이념이 더 이상 독점적으로 정치권력을 잡지 못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국가가 하던 일을 보수단체가 대행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어느 정도 중립성을 갖추고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로 인해 보수단체들도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요구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또 정치이념보다 경제가 더 주요한 화두로 사회에 자리 잡은 것도 보수단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경제문제가 중요해질수록 이념의 영향은 줄어들게 된다.”면서 “때문에 이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단체의 불만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트위터·페이스북, 언로 뚫고 담론 넘어 세상을 바꾼다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트위터·페이스북, 언로 뚫고 담론 넘어 세상을 바꾼다

    뮤지컬 등 공연을 즐기는 직장인 김모(35·여)씨는 2년 전부터 사회문제에 대해 부쩍 관심이 늘었다. 김씨는 “트위터를 하면서 사회나 정치문제 등 평소 관심이 없던 일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면서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잊고 있던 주변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사라진 광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신할 수 있을까?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력은 놀라웠다. 막힌 언로(言路)를 뚫고 시민 사이의 토론을 이끌어 냈고, 온라인상의 담론을 넘어 현실세계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2010년부터 선거과정에서 20~30대는 SNS를 매개로 소통했고 그 결과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54.5%로 1998년 이후 지방선거로는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SNS 한계론’도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소통의 광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NS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봤다. 일단 SNS가 시민들 사이의 소통을 강화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개별적인 시민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토론하는 공간으로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오프라인 광장이 주춤해진 반면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은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치·사회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서 SNS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SNS가 선거과정에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대강이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SNS를 통해 이뤄지는 소통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느냐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의 투표율이 48.6%까지 오르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SNS가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터를 통해 투표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투표율이 7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올 4·11 총선 투표율이 54.2%에 그치면서 갑자기 SNS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졌다. 트위터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SNS가 오프라인의 광장에 비견되는 힘을 갖기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SNS가 온라인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데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사회문제나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부 교수는 “SNS에 오면 광장이 마치 방으로 줄어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의견이 같은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바깥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SNS가 조건만 갖춰지면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광장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희망버스나 강정마을 지키기 운동 등은 SNS상의 논의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사례”라면서 “사람들이 공감할 이슈가 만들어진다면 언제나 SNS의 담론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SNS가 또 다른 불통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나는 꼼수다’처럼 소위 대박을 친 캐스트가 등장해 사람들에게 사회문제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나꼼수가 또 하나의 불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전창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중들이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가 소통의 도구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꼼수다처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결집되면 또 다른 불통을 낳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장 교수는 “트위터들의 팔로 성향을 보면 60% 정도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고 40%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라면서 “나꼼수의 경우 뉴미디어는 맞지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SNS 형태의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부고]

    ●박대동(새누리당 국회의원)씨 부친상 17일 울산영락원, 발인 19일 오전 8시 (052)256-6895 ●주시경(관세청 조사총괄과장)영민(SBS 보도국 스포츠부 차장)씨 부친상 1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9일 오전 5시 30분 (02)2227-7556 ●윤창옥(세영건축 대표)창배(신스틸 부장)창호(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창일(엔학고레 건축사)씨 모친상 17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02)2258-5940 ●강세인(전 건설교통부)세영(전 CJ건설 대표)미화(울산대 사회학과 교수)씨 모친상 이준근(대한결핵협회 사무총장)이승세(강북삼성병원 내과 교수)씨 장모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5 ●김성진(전 한겨레신문 광고부국장)응진(H-TECH 전무)재진(섬김의교회 담임목사)화진(전 SBS골프채널 본부장)씨 부친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02)2227-7572 ●권선군(네일에셋관리 사장)선위(자영업)씨 부친상 표영수(레드캡투어 대표이사)씨 장인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02)3410-6903 ●오형섭(전 SK건설 이사)씨 별세 세일(SK건설 과장)세용(SK건설 대리)씨 부친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1 ●허준(양정고 17회 동기회장)씨 별세 찬(바바패션 대리)근(KPGA 프로)씨 부친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2)3410-6912 ●이일주(채널A 정치부 차장)씨 부친상 17일 인천 한림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032)540-9200 ●이석제(YTN DMB 정책기획팀장)씨 부친상 17일 서울적십자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02)2002-8439 ●김정준(제중의원 원장)씨 모친상 곽한정(사업)씨 장모상 17일 강북 수유1동성당, 발인 19일 오전 5시 (02)983-9191
  •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밀실 추진’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외교통상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부처 폐지 비난 여론까지 들끓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도종환 시 교과서 삭제 파동, 국제환경단체들의 뭇매를 맞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포경 계획, 준비 소홀로 유네스코로부터 거부당한 환경부의 비무장지대(DMZ)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아마추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정용어 순화 고시 취소 해프닝…. 정권 말 공직사회의 엇박자가 연일 도를 넘어선다. 국가의 중대 사안을 툭 한번 내지르고 보는 ‘아님 말고’식 행정이 기강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국민과의 교감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빚어진 정책 논란들은 정권 말 레임덕 현상의 전형으로 지적된다.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을 내놨다가 반대에 부딪히면 번복하는 행태는 정권 말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행정 폐단이라는 것.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앞다퉈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이슈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자기 부처가 다음 정권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홍역 끝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한·일정보보호협정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대통령 임기 말 존재 과시용 카드가 필요한 청와대 인사들과 일방통행식 행정에 무감각해진 외교부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논란들은 공개 행정 원칙을 무시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의 향방과 관계없이 일방적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권의 정책 추진 방식이 한꺼번에 물의를 일으켰다.”고 짚었다. 부처 간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하다 국제적인 화살을 맞은 농식품부의 포경 계획,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이다 유네스코의 첫 지정 거부 사례가 된 DMZ 보전지역 지정 추진 등도 안일한 행정 실적 지상주의의 결과물로 꼬집힌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 사무총장은 “업무평가제를 의식해 공직사회 전반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겠다는 조급증을 앓고 있다.”며 “실제로 정책 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정도가 급격히 줄어든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고민 없이 치고 빠지기식 정책을 일삼는 ‘먹튀 행정’에 국민적 공분도 연일 들끓고 있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예술과 정치도 구분하지 못하는 한심한 공무원들”(도종환 시 삭제 파동),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지자체 하나 먹여살리려는 안이한 상업용 포경 정책”(포경 정책) 등의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실적 쌓기 정책들이 정권 말에 물의를 빚는 현상은 필연적 결과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터져나온다. 중앙 부처의 한 기획조정실장은 “정권 말에 실적을 의식한 공무원들의 경쟁으로 밀어붙이기식의 설익은 정책들이 터져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황수정·김양진기자 sjh@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휴가 스트레스] “나 빠지면 동료가 일 떠맡아” 선뜻 못가

    흔히 직장인에게 휴가는 뜨거운 사막 한복판에서 만난 ‘오아시스’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이자 휴식의 시간이다. 업무의 공백이지만 업무 효율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노동자로서 갖는 중요한 권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휴가 가기 참 어렵다. “휴가 가겠다.”고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뿐 아니라 주어진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정당한 권리 행사에 왜 눈치를 봐야 할까. 업무가 집단적·협력적 성격이 강한 탓이다. 주로 교대 근무조 편성, 고정 근무 배치 등 집단 작업의 형태이다 보니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구성원으로서의 미덕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WPS)에서도 응답자 42.9%가 ‘연차휴가를 소진 못하는 이유’를 업무의 집단적·협력적 성격으로 돌렸다. 이어 ‘연차수당 선호’(27,7%), ‘업무과다’(24.4%)를 꼽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업무의 집단적·협력적 성격은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영진의 전략 때문”이라면서 “달리 말하면 업무량에 비해 적절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뿌리 깊은 ‘성과주의’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휴가가 업무의 연속성을 깨트려 업무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상당수가 “휴가로 성과가 뒤쳐지면 인사평가에 반영돼 승진과도 직결된다는 분위기여서 휴가를 반납하고 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금융산업 종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초과노동 원인’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39.4%가 ‘성과주의 문화’를 꼽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무 성과가 반드시 근무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휴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휴가는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다. ‘잠만 자는 곳’으로 여겨지는 가정을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어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혼율을 낮추고 결혼·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여가 시간을 이용한 취미 활동으로 개인의 사회성을 높이는 계기도 되며 직장인들의 소비 시간을 늘려 내수 시장 경기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휴가를 노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생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과 비교해 444시간 더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이지만 휴가철이 즐겁고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돈’과 ‘일’에 치이는 탓이다. 돈에 기죽고, 일에 찌든 현대인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다. ‘사오정’(45세 정년)을 면하기 위해 아예 휴가를 잊고 사는 중견 직장인들, 주머니가 가벼워 해마다 ‘허탈’만 체험하는 중소기업 직원, 휴가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비정규직 등의 사정은 더욱 힘겹다. 훌훌 털고 떠나고 싶지만 이내 현실에 발목이 잡히고 마는 것이다. 물론 보란 듯이 해외로 나가는 부류들도 상당수다. 경기 침체 속에 휴가의 양극화도 뚜렷하다. A통신사 김모(43) 부장은 4년 만에 휴가를 맘껏 즐기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일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면서 “올해는 가족과 함께 남태평양 팔라우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 경비로 1500만원 정도를 준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인당 200만~500만원에 이르는 럭셔리 관광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좀 비싸도 고급 상품을 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부장인 박모(46)씨는 휴가 때 서울 월드컵공원 인근 난지캠핑장을 찾기로 했다. 박씨는 “불황에 휴가 자체가 부담스러워 비용이 적게 드는 캠핑장을 택했다.”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고민”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회사에서 휴가비 명목으로 2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층층이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떠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중견 기업의 3년차 사원인 김모(24·여)씨는 “신입 때는 멋모르고 5일이나 휴가를 썼는데, 다녀와 보니 그렇게 휴가 간 부원은 나뿐이었다.”면서 “올해는 다른 부원들의 휴가 일정을 고려해 눈치껏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임에도 휴가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61.4%에 그쳤다. 한 외식기업 관계자는 “휴가가 6일이지만 실제로는 2~3일도 못 쓴다.”면서 “특히 매장의 경우 한 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의 일이 늘어 서로 눈치만 본다.”고 털어놨다. 이 기업의 경우 지난해 여름휴가를 10월까지 나눠 쓰게 했지만 소진율은 72.3%에 불과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쉬지 않는 문화는 나쁘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세계 노동시장의 추세에도 역행한다.”면서 “저출산이나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지역 주민 간의 소통 단절 등도 휴가를 금기시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우리 노동 문화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유홍준(54)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번역·출판한 ‘일자리 구하기’(마크 그라노베터 지음, 유홍준·정태인 옮김, 아카넷 펴냄)는 1970년대 미국에서 전문직·관리직·기술직 근로자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얻고 이동하는가를 보여주는 신경제 사회학의 고전 같은 책이다. ●70년대 美 노동시장은 ‘약한 연계의 힘’ 중요 노동시장 연구가 경제학을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데,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노동시장을 해부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에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행운을 어떤 노동자들이 어떤 경로로 찾아가느냐를 밝혔다. 그라노베터 교수는 1970년대 미국 노동시장의 ‘행운’은 ‘약한 연계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 중요하다고 밝혀냈다. 일자리를 찾거나 이직할 때 그와 관련된 정보를 대중매체나 비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얻기보다는, 자신들이 맺은 인적 접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적 접촉이 지연이나 학연, 혈연처럼 강한 관계가 아니라,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자주 만나지 않고 다른 집단에 속해 약하게 맺어진 인맥들은 구직자가 모르는 구직 정보를 흘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런 구직정보가 흐르는 연결망이 미국 사회의 느슨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미국의 사회구조와 구직방식을 반영한 이 책을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왜 주목하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최근 SNS를 통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만나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날한시에 보는 대졸자 공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의 일괄 채용보다는 경력자들을 알음알음 채용하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1970년대 느슨한 미국사회의 구직활동과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 구직과정에 ‘강한 연계의 힘’ 작용 유 교수가 1990년대 그라노베터 교수의 가설을 한국사회에서 검증해 봤을 때, 한국사회는 구직과정에서 ‘강한 연계의 힘’이 작용했다. 일자리 정보가 중요한 만큼, 이런 정보가 소통될 때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줄이 강한 집단 내부에서 주고받았다는 의미다. 미국 사회와 달랐던 것이다. 유 교수는 “또한, 한국의 채용구조가 1차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들은 소위 ‘대졸자 공채’를 통해 공식적 방법을 통해 주로 이루어진 점도 반영된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강한 연계의 힘’은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화도 감지된다. ●SNS 확산 따른 연결망이 구직에도 영향 가능성 유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고, 직업 경력 기간에 여러 번에 걸쳐 이직이 발생하는데, 상시적인 경력직의 채용에서는 인적 접촉을 통한 정보가 활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SNS 확산에 따른 새로운 연결망이 중장기적으로는 구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70~80년대 공단에서 일하던 시골 처녀들이 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회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서 이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한 연줄이 아닌 ‘약한 연계의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하는 이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커버스토리] ‘속 앓는’ 고령화… ‘속수무책’ 저출산

    인구 5000만 시대를 맞았다. 늘어난 인구만큼 국력이 확장되려면 단순히 인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인구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령화, 저출산 문제가 우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구 5000만 시대를 가능하게 한 제1의 요인은 수명 연장이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의 삶은 그리 안락하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34.0%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79.4%)은 여전히 생계비 마련을 노동의 이유로 꼽았다. 또 노인 88.5%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아 노인 29.2%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복지부는 독거노인의 건강과 안전 등을 돌보는 독거노인 종합대책,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치매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과의 유대관계 약화로 인한 소외감도 여전하다. 저출산 문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도 무상보육,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 낳아 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휴직 대신 근로 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급여제도’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혜택을 본 사람이 단 39명에 그쳤다. 직장 내 어린이집도 턱없이 모자라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보육시설 설치 의무사업장 833개 기업 가운데 255개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결혼을 미룬 사람들 즉 미혼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족의 가치 회복’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인구학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육아와 보육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이라며 “다만 옛날에는 힘들어도 당연히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구태여 결혼할 필요도 없고 결혼을 해도 자녀 없이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김소라·신진호기자 sora@seoul.co.kr
  • 대형공익재단 12곳 중 개인 출연은 한곳도 없어

    대형공익재단 12곳 중 개인 출연은 한곳도 없어

    국내 공익재단 중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재단 12곳 가운데 개인이 출연해 만든 재단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미지 제고나 감세 등을 위해 일부 대기업이 재단을 설립한 사례는 있지만 재벌 총수가 순수하게 개인 재산을 내 공익 재단을 만든 적이 없는 것이다. 개인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미국의 록펠러재단이나 포드재단 등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국내 민간 공익재단 기초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민간 공익재단 4582곳 중 1190곳을 대상으로 삼았다. 사회복지사업법과 사립학교법, 의료법 등 관련 특별법을 근거로 설립된 재단은 제외됐다. 공익재단 중 학술·장학 관련 재단이 전체의 67.8%인 783곳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복지는 13.4%인 155곳, 문화 관련 재단은 6.9%인 80곳이다. 이상민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공익재단 대부분이 처음에 장학사업으로 출범한 뒤 학술지원으로 사업을 넓혀 왔기 때문에 학술·장학 관련 재단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산 규모는 1190곳 중 587곳이 10억~50억원이다. 10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익재단은 12곳에 불과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자산은 1조 9037억원,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조 6545억원, 삼성문화재단은 624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대형 공익재단 중 개인재산을 낸 재단은 한 곳도 없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기존에 있던 재단에 기부하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기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 사퇴와 함께 약속했던 1조원으로 추정되는 차명재산 기부는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1조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약속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8월 5000억원을 기부하는 등 현재까지 6500억원을 기부했다. 이상민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무마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은 기부문화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고 이한빈 전 부총리 가족 서울대에 5억여원 기부

    서울대는 제14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고 이한빈 전 부총리 가족이 장학금으로 5억 2000만원을 기부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대 행정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는 이 전 부총리의 부인 유정혜 여사, 장남 이원식(전 삼성전자 부사장)씨, 장녀 이선이(아주대 사회학과 교수)씨가 참석했다. 서울대는 ‘이한빈 희망장학금’을 설립,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전달할 방침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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