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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장벽이 무너졌다. 정치인도, 일반시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벽은 견고하고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의 젊은이는 사생결단을 한 것이었다. 동독의 불우한 젊은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암담하고 높아 보여도 변화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생결단 식의 극단 처방을 쓰는 것은 지나고 보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속단하는 성급함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정전 협정 체결 60년이다. 올해는 60주년 기념행사가 많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염원은 한 가지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열전을 치르고 여전히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비무장 지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학생들의 평화행진도 있었고 국제회의도 여러 차원에서 열렸다. 정전 상태는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는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예외적인 현실에도 라벤더 밭을 가꾸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전 협정 관련 행사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정전 협정은 60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만큼 시대에 따라 의미도 변하고 당사국의 입장도 변화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미래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떤 점이 가장 좋을까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해보았다.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은 평화와 안정감이 가장 큰 득이라고 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많이 이야기했다. 정전 상태라는 현실을 외국인들이 더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무장 지대의 자라지 않은 키 작은 관목들을 보면 생태계도 전쟁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는 60년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평화의 터로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펜션들 그리고 라벤더 꽃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꽃축제가 벌어진다. 탱크에 꽃무늬를 그려 넣고 탱크의 총구에 꽃을 꽂아놓은 학생들도 있었다. 60년, 사람으로 치면 회갑의 나이이다. 전쟁이 할퀸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조짐을 보인다. 이 평화의 바람을 막는 조짐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주변의 어수선한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격전지에 밭을 일구고 꽃을 심는다. 라벤더 꽃향기가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 지역인재 채용에 수도권大 지방학생들 속앓이

    전북 순창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이모(27)씨는 최근 한국전력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서류 전형에서 지방 출신학교 지원자에게 3%의 가산점을 준다고 공고했지만 이씨와 같은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 진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23일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공기업 입사 시험에서 가산점 3%는 웬만한 자격증 하나와 맞먹을 정도로 큰 혜택”이라면서 “고향이 전북인데도 수도권 대학을 나왔다고 지역 인재로 분류받지 못한다면 이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우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은 지역 인재의 기준을 거주지가 아닌 출신 대학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방 출신 인재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 공약과 정치권의 관련 법률 개정 움직임에 맞춰 지역인재 채용 우대 정책이 졸속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대생 우대는 가산점 부여나 할당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은 대부분 해당 지역 출신 인재를 일정 비율로 채용하는 ‘채용 목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도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지방 소재 대학 졸업자의 단계별 합격자 비율이 30%에 미달하면 부족한 인원만큼 추가 합격시킬 수 있도록 우대 사항을 채용 공고문에 명시했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진정한 ‘지방 인재’는 지방대 출신이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 “지방대 할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채용 방식이 일부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지방대학 교수들은 일부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대생 우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 출신 학생이 상대적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면 이미 취업 경쟁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인재 배출의 통로가 되는 대학 간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만큼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시정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 지역 대학에 진학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현실 속에서 지방대를 살리고 소외된 지방대 졸업생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적극적 조치”라고 항변했다. 반면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듯이 취업의 형평성 문제에서 지역대학 우선이라는 조치는 문제”라면서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취업시장에서 출신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보다 다른 정책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고]

    ●이인선(인천지방경찰청장)씨 모친상 15일 서울경찰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431-4400 ●안재성(충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희진(온누리교회 목사)씨 부친상 노재규(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씨 장인상 김주연(카이스트부속의원 가정의학과 교수)씨 시부상 14일 충남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42)280-7342 ●이건(대한항공 후쿠오카공항지점장)준(사업)씨 모친상 최병철(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김찬성(사업)씨 장모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3010-2291 ●이종원(서원양행 회장)종화(서원양행 감사)종복(신당중앙교회 선교사)씨 부친상 이석준(전 오뚜기 이사)이창훈(사업)씨 장인상 1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410-6915 ●채만식(미국 변호사)종식(대전법원 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현주(자양고 교사)씨 모친상 1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410-6903 ●김정호(전 해병대사령관)씨 별세 용섭(J글로리 대표이사)씨 부친상 이희열(씨엔이 회장)김동건(배재대 법학부 교수)씨 장인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3010-2265 ●이장영(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종현(천안 새서울치과 원장)씨 모친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010-2292 ●구본중(국민은행 종로중앙지점 부지점장)본선(대검찰청 대변인)씨 부친상 김정아(YTN 차장)씨 시부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02)2258-5940 ●문호상(서울시 미디어특보)씨 모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410-6912
  •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문제는 인류가 태초부터 직면해온 숙명의 과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가 확산됐지만 저개발국은 여전히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고, 선진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의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인구는 12억명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절대 빈곤층 비율을 현재 21%에서 2030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면서 “빈곤 문제가 에이즈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빈곤은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심층 분석한 연구서 2권이 나왔다. ‘빈곤의 사회과학’은 연세대 부설 빈곤문제연구원이 철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관을 최대한 반영하는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해 학제적이고도 다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은 빈곤의 본질과 관련, 아우구스티누스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하이에크의 철학적 이해를 먼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빈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적 현상인지 그리고 빈곤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금욕과 욕망, 경쟁과 나눔에 대한 인식과 가치판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빈곤의 정도를 계측하는 다양한 지표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국제정치학에서 빈곤 주제가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룬다. 경쟁과 나눔을 조화시키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빈곤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의 복지제도를 통해 한국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재욱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함께 쓴 ‘빈곤’은 빈곤 퇴치를 위한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빈곤이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를테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악화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난을 개인의 근로 윤리문제로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편견과 차별로 빈곤의 원인을 손쉽게 재단할 때 빈곤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복지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가령 복지와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지, 또 복지를 확대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빈곤 현황과 정부의 정책을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서 빈곤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힐링 중] “멘토링은 자기 관리법일 뿐… 뒤틀린 사회구조 개선돼야 진정한 힐링”

    전문가들은 ‘힐링2.0’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힐링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힐링을 개인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보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2일 “그동안 힐링을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위안하는 것으로 본 것이 한계”라면서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울증이나 자살 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사람은 사회 변화와 조건에 따라 삶의 의미를 만들어간다”면서 “진정한 힐링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인 고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유행한 대규모 ‘토크 콘서트’나 멘토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자기 계발과 자기 관리법에 관한 이야기이지 진정한 힐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위로받는 차원의 힐링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하는 힐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힐링은 자아와 환경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전제한 뒤, “힐링이 필요한 여러 문제들은 개인이 아파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 왜곡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힐링은 주변 환경, 사회적 관계까지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갑을 관계 등 우리 사회의 뒤틀린 문화나 사회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힐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힐링이 사회적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CMI연구소 대표는 “예전엔 유명 연사가 강연하는 대규모 토크 콘서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지만 최근엔 소규모 강연이나 모임 등이 늘고 있다”면서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연자나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도 “힐링은 소비적이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식사, 산책, 영화 보기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주변 관계를 회복하고 ‘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힐링 중] 힐링도 때론 독이 된다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힐링 중] 힐링도 때론 독이 된다

    ‘힐링’ 열풍을 타고 다양한 제품과 이벤트가 날개 돋친 듯 생산되고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다. 힐링 서적, 힐링 음악, 힐링 푸드, 힐링 카페 등 앞머리에 붙은 힐링은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는 유용한 수단이 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힐링과 관련된 상표 출원은 2008년 23개에서 2011년 65개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전년의 5.3배인 343개로 급증했다. 교보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제목에 ‘힐링’이 들어간 책을 찾아보면 240여권의 이름이 주르륵 뜬다. 교보문고는 힐링, 위로, 멘토 등 이슈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출판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직원 관리에도 힐링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각 사업장에 심리상담실을 설치해 개인 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라이프 코칭센터’에 심리 상담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힐링을 주제로 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사회복지사 및 사회복지서비스 실무 직원 60여명을 천안연수원으로 초청해 이틀간 ‘힐링&비전 캠프’를 열었다. 금융상품의 이름을 짓는 데도 힐링이 유행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 관련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연 3%의 금리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새희망 힐링 펀드’란 이름을 붙였다. 신한은행의 ‘S힐링 여행적금’은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목돈을 모으는 개인 및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올 초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파란 호수와 하얀 나무를 보여주며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광고는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모습을 담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해 일종의 힐링이 됐다는 호평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힐링을 필요로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힐링을 힐링한다’라는 보고서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힐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의 확산 등으로 생활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위로나 배려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는 발전했지만, 이와 반대로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 것을 볼 때 경제 발전과 개인의 행복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힐링 열풍이 분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치유법을 찾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힐링 열풍의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다. 힐링을 상술로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서모(40·여)씨는 어머니의 휴식과 치료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강원도에 있는 힐링센터에 1주일 일정으로 보낼 것을 계획하고 100만원을 이용대금으로 결제했다. 서씨는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힐링센터에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상담 직원으로부터 반드시 꼭 센터 내 프로그램에 참석할 필요는 없고 식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고령의 어머니는 4일 동안 혼자 쓸쓸하게 밥을 먹었을뿐더러 센터 관계자들은 서씨의 어머니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서씨가 계약을 취소하려 하자 센터 측은 4일간의 이용료 외에 위약금 10만원을 공제하려고 했다. 서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이곳을 신고했다. 악덕 상혼으로 인한 피해 외에 힐링은 순간의 위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받은 순간 ‘괜찮아’ 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더라도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그런 위로의 말이 지겨워질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위로를 궁극적인 치유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힐링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안받는 것은 좋지만 미래가 불안한 현재의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생계에 쫓기는 사람은 힐링에서조차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힐링의 상업화 속에서 또 다른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있어 진정으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리 상담이나 생활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공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우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개인의 욕구를 억누르게 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면 개인들의 마음 속 욕구가 터져나오게 된다”면서 “그것이 지금의 힐링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바람직한 힐링을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면서 “직장, 학교 등 조직에서 잠시라도 짬을 내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거나 명상 시간을 갖는 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복잡한 안전 시스템이 대형사고 위험 키운다

    복잡한 안전 시스템이 대형사고 위험 키운다

    어느 날 오전 당신은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배우자가 커피를 담은 유리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은 채 먼저 집을 나갔다. 커피는 말라 버렸고, 주전자에는 금이 갔다. 아침마다 꼭 커피를 마셔야 하는 당신은 찬장을 뒤져 드립식 커피메이커를 찾아낸다. 물이 끓자마다 급히 커피를 들이켠 뒤 서둘러 집을 나선다. 하지만 주차장에 가서야 차와 아파트 열쇠를 집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조 열쇠가 있지만 며칠 전 친구에게 맡겨 놓았다. 결국 옆집 할아버지의 차를 빌리기로 하지만 고장나 수리를 맡겨 놨다는 대답을 듣는다. 남은 수단은 대중교통뿐. 이웃 할아버지는 파업으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알려 준다. 콜택시를 불러 보지만 택시는 오지 않는다. 파업으로 택시 수요가 치솟은 탓이다. 면접관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어렵게 면접 날짜를 미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겠지만 당신이 합격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찰스 페로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는 1979년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이렇게 비유했다. 겹겹의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사소한 문제가 공교롭게도 한 번에 겹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고를 줄이고자 만든 안전장치들이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어 사고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스리마일 섬의 원전에선 냉각수를 거르는 여과장치에 불순물이 섞여 터빈이 멈췄고, 이 상황을 대비해 만든 비상 급수 펌프마저 이틀 전 보수 작업 뒤 실수로 밸브를 닫아 놓은 상태였다. 밸브가 닫힌 것을 알려 주는 계기판은 우연찮게 가려져 있었다. 초기 대응은 늦어졌고 미국 전역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앞선 사례에서 보조 열쇠는 ‘여분경로’, 이웃 할아버지의 차는 ‘비상수단’ 등으로 치환할 수 있다. 면접장에 가지 못한 ‘사건’의 원인을 커피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거나 열쇠를 집에 두고 나온 ‘인간적 실수’로 본다면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조사위원회의 입장도 그런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할아버지의 차가 고장난 상황을 ‘기계 고장’으로 연결시킨다면 원전 운영사였던 메트로폴리탄 에디슨도 그런 입장이다. 열쇠를 안에 둔 채 잠긴 문이나 가용 택시의 부재를 탓한다면 ‘시스템 설계’를 문제 삼은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생각이 같은 셈이다. ‘환경’(버스·택시 부족)이나 ‘절차’(일찍 일어나지 않은 것, 유리 주전자에 커피를 데운 것)를 탓할 수도 있다. 스리마일 섬 사고와 관련해 미국에선 5년 만에 10권의 책과 100여편의 논문이 쏟아졌다. 저자는 대형 사고를 무조건 ‘인재’로 돌리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시스템 자체가 가져오는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과 산업기술의 발달은 복잡한 시스템 사회를 가능케 했지만 역설적으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대형 사고의 위험을 키웠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원전, 핵무기, 석유화학공장, 위험물을 실은 항공·해운, 우주 탐사, 유전자 재조합 등이 그런 것들이다. 심지어 댐마저도 ‘환경 재해’와 맞물릴 때 시스템적인 재앙을 몰고 온다. 페로 교수는 시스템이 복잡하고 상호 연관성이 높아 겹겹의 안전장치를 둘러도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며, 이를 ‘정상사고’(Normal Accidents)라 불렀다.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 사고, 영국 플릭스버러 화학공장 사고(1974년) 등이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제기된 위험을 안고 살거나 아니면 시스템을 폐기하거나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기획은 페로 교수가 원전사고조사위로부터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의 조직분석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됐다. 원전에서 출발해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적 사고들을 망라했다. 1984년 초판 출간 당시 책은 ‘대형사고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책 서문에선 “향후 10년 안에 원전의 노심 융해로 대기 중에 방사능 물질이 확산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2년 뒤 우크라이나공화국의 수도 키예프시 남방 130㎞ 지점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런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또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안한 것인가. “인류는 자신이 이룩한 진보의 무게에 반쯤 짓눌려 신음한다”는 철학자 베르그송의 말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무차별 ‘SNS’ 고발자 무분별 ‘좋아요’ 댓글족

    # 사례1 대학생 김모(23)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보다가 ‘오토바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사기범 XXX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발견했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는 글쓴이는 “직거래를 하겠다고 월차까지 썼는데 물건도 못 받고 돈도 돌려받지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사기범을 꼭 잡아달라”고 했다. 그는 선금을 받고 사라진 피의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직접 게재했다. 이 글을 공유한 김씨는 “억울한 사연 등이 올라오거나 중고거래 사기범, 찜질방 스마트폰 절도범의 얼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면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공유하기’나 ‘좋아요’를 누른다”고 말했다. # 사례2 최근 페이스북에는 ‘전 여자친구 XXX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자 친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그는 “돈도 빌려주고, 바람피운 것도 참아줬는데 그녀가 결국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만났다”면서 “‘좋아요’를 눌러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세상에 알려달라”고 썼다. 이 글에는 전 여자친구의 이름과 나이, 연락처, 집 주소와 함께 얼굴이 선명히 드러난 사진이 첨부됐다. 이 게시글은 수만개의 ‘좋아요’ 숫자를 기록하며 한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도배할 정도였다. ‘이 여자 OO고등학교 나오지 않았어?’, ‘이 여자한테 당한 남자가 한두명이 아님’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속속 댓글로 달렸다. 최근 SNS가 네티즌의 고발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소액 사기 등 범죄 예방글을 표방하며 피의자의 개인 정보를 게시하거나 개인적인 억울함 등을 호소하면서 버젓이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등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 피의자 등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 마치 범죄 예방에 기여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이 같은 행위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허위 사실은 물론 사실이더라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선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5일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하던 때보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이 파급력이 더 크고 광범위하다”면서 “타인의 개인 정보를 올리는 이들은 댓글이나 반응을 사람이 아닌 단순한 숫자나 권력의 크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신상 털기나 나르기에 대해 어디까지가 범죄에 해당되는지 그 개념이 불명확한 게 문제”라면서 “SNS 등에서 개인정보를 올리는 일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의도가 그 사람의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면서 “법은 타인의 신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명백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있고, 그런 행위가 신상 정보를 이용한 또 다른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범죄소년(KBS1 토요일 밤 1시 5분) 보호관찰 중인 범죄 소년 지구는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낙천적이고 귀여운 여자 친구뿐이다. 나쁜 친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집 털이에 가담한 지구는 절도죄로 체포되고, 그를 구제해 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동안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 있는 동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지구.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한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나타난다. 엄마와의 만남 이후 지구는 행복을 찾은 것 같았지만, 곧 충격적인 삶의 파란이 찾아온다. 17살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아버지 집에 버리고 도망치듯 살아온 장효승(이정현). 소년원에 있다는 아들 소식을 듣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만남에 응하게 된다. 그녀는 마치 운명처럼 범죄 소년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아들을 데려오게 된다. 한편 거짓된 삶으로 아들에게 잘 살아 왔음을 증명하고 싶지만, 그녀의 거짓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난다. 그렇게 불안한 생활을 이어 가던 그녀는 아들인 지구의 여자 친구가 16살의 나이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령(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모두가 그녀를 사회학과 2학년 민지원이라고 불렀다. 기억은 없지만,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민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살기로 했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데 유정이라는 친구가 찾아온 뒤 모든 것이 엉망이 돼 버리고 만다. 게다가 매일 밤 이상한 꿈을 꾼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꿈속의 그녀는 아무 기억이 없다. 악몽과도 같은 꿈과 함께 귀신이 보인다. 한편 은서, 유정, 미경 등 친구들이 모두 죽었다. 죽은 친구들 주변에는 정체불명의 물이 있었고, 경찰은 사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지원은 친구들의 의문스러운 죽음 앞에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웰컴 투 동막골(EBS 일요일 밤 11시)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병사 스미스가 있었다. 때마침 동막골에 사는 여일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인민군 이수화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도 같이 동막골로 데리고 온다. 바로 그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과 문상사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오게 되면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한편 동막골 사람들에게 수류탄, 총, 철모, 무전기 등 특수 장비들은 아무런 힘도 못 쓰는 신기한 물건에 불과했는데….
  • [커버스토리-열정 노동 강요하는 사회] 남보다 3배 더 일하고 월급은 3분의1

    [커버스토리-열정 노동 강요하는 사회] 남보다 3배 더 일하고 월급은 3분의1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신모(25·여)씨는 고민 끝에 올해 지원을 포기했다. 지난번 경험에서 학교나 종교단체 등을 통한 해외봉사 경력이 없으면 서류 통과도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신씨는 28일 “다들 소규모 해외봉사단에 참여한 뒤 그 경력을 디딤돌 삼아 더 큰 기관이 주관하는 해외봉사를 하더라”고 말했다. 해외봉사단 지원 수요가 늘다 보니 봉사활동에도 주관 기관에 따라 ‘급’이 생긴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LG·포스코·G마켓 등 기업 주관 해외봉사단의 평균 모집 경쟁률은 50대1을 넘었다. 해외봉사단이 인기인 이유는 자기소개서에 쓰는 ‘한 줄’로 기업이 원하는 열정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구직 중인 김모(28)씨는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준비해도 첫 질문에서 면접관 마음을 얻지 못하면 면접 내내 질문을 못 받는다”면서 “해외봉사단 경험은 서류 전형 통과에도 유리하고, 면접에서 인상적인 첫 대답을 할 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봉사단 경험이 ‘선택’이라면 요즘 청년인턴제는 ‘필수’ 덕목으로 여겨진다. 이미 인턴 경험이 있지만 올해 또 인턴을 지원한 강인(27)씨는 “요즘은 다들 인턴 경력이 있어서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그 직종에 대한 열정이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세계화 구호와 함께 영어 학습 바람이 불면서 기업이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곧이어 구직자 영어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겼던 것처럼 인턴 역시 구직의 필수 코스가 된 셈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5월 10만 2200여명 수준이던 청년층 인턴 경험자는 2010년 22만 7400명, 2011년 162만 7000명으로 급증했다. 정부와 기업은 인턴 직원에게 ‘열정’을 기대하지만, 청년들의 열정은 사실 억지 춘향인 측면이 있다. 인턴제가 본격 활성화되던 2011년 인크루트가 20대 구직자 6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6%가 인턴제의 단점으로 ‘저임금 노동착취’를 꼽았다. 이어 25.5%가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때 받는 물리적·심리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답했다. 지역 언론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한 김모(29)씨는 이 단점들을 모두 경험했다. 김씨는 인턴 기간을 “잃어버린 3개월”이라고 불렀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채용될 것”이란 회사 측의 설명을 들으며 100만원 남짓 월급에 쉬는 날 하루 없이 일했고 근무 성적도 좋았지만 최종 탈락했다. 탈락 이유가 지방대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김씨는 “지방대가 ‘큰 변수’라고 미리 말해 줬다면 도를 넘는 부당한 근무 지시는 거부하고 당당하게 경험 삼아 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인턴 경험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개월 정도 이어진다. 편법이지만 2년 가까이 인턴으로 고용되는 경우도 있다. 구직자들은 인턴 경험을 살려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를 꿈꾼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갖게 될 경우 중산층 이상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턴 경험 기간 자체가 이들이 공포스러워하는 ‘임금을 턱없이 적게 받지만 열정으로 버티는 기간’이 되고 있고, 인턴 이후 정규직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연예기획자를 꿈꾸며 지난해 인턴으로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던 이모(27·여)씨가 결국 꿈을 포기한 이유는 자신의 사수였던 정규직 대리의 월급이 자신과 몇십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생활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없고, 1년 내내 주말 없이 일하니 건강이 나빠졌다”며 사표를 내자 회사 측은 “열정을 높이 샀는데 안타깝다”고 대꾸했다. 회사 선배들이 “이번 생은 아닌가 보다”라며 스스로를 ‘열정 노동자’로 칭하는 것을 귓등으로 들었던 이씨이지만, 사표를 만류하는 단어로 ‘열정’이란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김정근씨 등이 쓴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에서 유래한 ‘열정 노동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보답으로 생각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이르는 말이다. 게임 업계 역시 일꾼들의 열정을 볼모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유지되는 일터로 분류된다. 게임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3D 화면 구축 업무를 담당하는 4년차 디자이너 윤모(32)씨는 “내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디자인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이 업계에 아직도 남아 있으려는 이유”라고 말한다. 거꾸로 말해 근무환경과 직원에 대한 복지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게임 출시 반년 전부터는 매일같이 야근과 특근, 주말 근무가 이어지지만 초과수당은 먼 나라 얘기다. 윤씨는 “이런 열악한 환경을 뻔히 아는 상사들은 오히려 ‘다 알고도 들어온 것 아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면접 때는 붙여만 주면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하더니’로 시작되는 상사들의 우스갯소리는 열정을 저당 잡힌 윤씨의 뒤통수를 때린다. 이씨와 윤씨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그렇게 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남들보다 3배는 더 일하면서 3분의1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처럼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열정은 잘못이라는 ‘각성’이 일어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1995년부터 실용음악과, 방송연예과, 사진학과 등 문화 서비스 관련 이색 학과가 우후죽순 신설될 당시만 해도 1990년대 ‘신(新)인류’가 ‘신(新)직업인’으로 진화할 것이란 기대가 넘쳤다. 2001년 굶주려 사망한 최고은 감독도 당시 새로 생긴 학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최 감독의 죽음 뒤 강우석 영화감독은 “영화계가 다 수용하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은 인력이 공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영화 쥐라기공원 한 편으로 버는 달러가 승용차 150만대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분석에 모두 스필버그를 꿈꾸었을 뿐 ‘돈벌이’란 현실 문제를 논하면 열정이 모자란 것처럼 취급한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다. 수도권 4년제 사진학과 졸업생(29)은 “졸업 직후 60% 정도는 사진과 관계없는 일을 한다.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PC방을 차리기도 하고, 시민단체로 가기도 한다. 사진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교수님들도 다양한 직업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생이 꿈을 좇아 사진학과를 선택한 것 자체가 열정을 증명한 일 아니냐”면서 “하지만 입학할 때 예술사진을 찍고 싶어 하던 열정가들은 작가로 성공한 선배를 봐도 생활이 어렵고 사람 자체도 어두우니 점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꿈에 대한 열정 자체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던 학과생들의 자부심은 취업 준비와 함께 사라지기 일쑤다. 기업은 공식적으로 “스펙보다 열정”이라고 하지만, 토익과 경영학 전공 이수 과목이 없는 이들은 초라한 ‘스펙’ 때문에 열정을 보여 줄 면접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예술대 취업률은 50%대인 일반 대학 취업률 평균의 반 토막 수준이다. 최근에는 폐과되는 영화학과도 생겨 영화 관련 학과 수는 2010년 100곳에서 2011년 99곳, 2012년 96곳으로 줄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열정을 찬미하며 개인에게 한시도 쉬지 않는 폭주기관차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가”라면서 “사회가 적절한 보상 없이 개인에게 열정을 강요하는 건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 폭주기관차는 언젠가 열을 받아 폭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열정 노동처럼 한 사람에게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건 개인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요즘 시대 상황과도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창조경제도 창의성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나눔문화와 복지사회’ 심포지엄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2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나눔문화와 복지사회’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양옥경(이화여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했다.
  • ‘공무원 법학과’ ‘철학 상담학과’ 학과 개명·통폐합 하는 상아탑

    ‘공무원 법학과’ ‘철학 상담학과’ 학과 개명·통폐합 하는 상아탑

    #사례1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는 학생 100여명이 본관 2층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중앙대는 지난 13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비교민속학과 가족복지학, 아동복지학, 청소년학의 전공을 폐지하는 학문 단위·정원 재조정안을 확정했고 해당 학과 학생들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정태영(22) 비교민속학과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학과를 없앤다지만 다른 학과 증원을 위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사례2 배재대(대전 캠퍼스) 법학과 백정웅(45) 학과장은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될 학과 개편안 때문에 분주하다. 법학과가 내년부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무원 법학과’로 학과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법학과보다 규모가 줄어든 학년당 60명 정원이지만 법학뿐 아니라 국어, 한국사를 비롯한 7·9급 공무원 시험 과목을 가르치고 재학생 절반 이상의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 학과장은 “취업률을 높이고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둔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과 학과명 변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학 경쟁력 향상과 부실대학 퇴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에서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기업 논리에 따라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대학들의 공통점은 비인기 학과와 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다. 중앙대의 경우 서울캠퍼스와 분교인 안성캠퍼스를 통합하기로 함에 따라 서울캠퍼스의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난다. 현재 학년당 정원 355명에 이르는 서울캠퍼스의 경영학과는 내년부터 신입생 454명을 뽑는다. 중앙대 관계자는 16일 “전공 선택자가 2~5명밖에 안 되는 소수 학과는 사회적 수요가 없어 독립된 전공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사립대 입장에서 모든 학문을 다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인기학과의 구조조정과 학과명 변경은 지방 사립대일수록 심하다. 배재대와 경남대의 경우 철학과를 폐지하고 한남대는 철학과를 30명 정원의 ‘철학상담학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철학 전공자보다 상담치료 전공자가 취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심리학 전공 교수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의 구조조정이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상아탑의 본질을 망각한 근시안적 행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철학자를 꿈꾸며 지난해 경남대 철학과에 입학한 윤태우(20)씨는 “학교가 재학생에게 졸업을 시켜 준다고 약속했지만 내년부터 학과 폐지에 따라 강의 개설이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졸업을 앞둔 중앙대 재학생은 “정원이 늘어난 경영학과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수업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오늘의 인기 직종이 내일의 비인기 직종이 될 수 있다는 급변하는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한 교육당국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대학의 내실화보다 지역 불균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순광(경북대 사회학과) 전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수요자 중심의 교육만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기업화가 촉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지역별로 어떻게 정원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장기계획 없이 취업률 중심으로 밑에서부터 자르는 방식으로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지방 대학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고]

    ●우상호(민주당 국회의원)씨 모친상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02)2227-7580 ●변시민(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씨 별세 양호(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씨 부친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4 ●이동열(부산시 정책보좌관 겸 대외협력담당관)씨 모친상 9일 부산의료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51)607-2651 ●김기홍(천마 대표이사)씨 모친상 8일 제주 부민장례식장, 발인 11일 오전 7시 (064)744-4444 ●김성채(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씨 부친상 8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02)2258-5940 ●박준용(제일도기 대표이사)씨 부친상 이남훈(미국 워너대학 교수)씨 장인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2)3010-2631 ●왕한석(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씨 모친상 김성집(한양대 명예교수)이정환(이산 부사장)조병제(관동의대 교수)이호승(변호사)씨 장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5시 30분 (02)3410-6906 ●윤용섭(건국대병원 관리운영팀 부장)씨 별세 9일 건국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30분 (02)2030-7901
  • [열린세상] 사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사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비 한 마리는 분명히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취업 경쟁이 대학가를 휘몰아치는 와중에 순수 사회학 그 자체에 관심을 두는 기특한 학생들을 전보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 금융 분야 자격증 따기, 공무원 시험 준비, 영어 점수 올리기라는 생존 경쟁 계획표에 맞추어 돌아가는 학생들 가운데 “사회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 하는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은 크다. ‘사회가 되돌아온다’는 새 시대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 코리아’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멀미가 날 정도로 빠르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국제정세를 알아차리지 못해 이웃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과거사의 회한을 만회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20세기는 농촌에서 도시로, 아시아에서 서구로,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자연에서 개발로, 협동에서 경쟁으로 삶의 패러다임을 숨 가쁘게 바꿔왔다. 이 질주에서 앞선 사람 또는 집단은 승자로 추앙되었고 속도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개인 또는 집단은 가차없이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앞만 보고 달리게 되면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근대화에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눈치 빠른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자녀를 유학시켰고 기러기 가족 만들기도 불사하였다. 전 지구적 차원의 무한 경쟁을 개인적 적응으로 대응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약육강식은 동물계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예외 없는 철칙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세상은 소리 없이 방향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대신 로컬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자유 대신 공정을, 경쟁 대신 협동을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푸드가 주목을 받고 심지어 슬로 시티도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여대생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환경에 피해를 주거나 아동을 불법으로 고용하면서 만든 것은 아닌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소위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이론과는 달리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을 묻는 소비방식이다. 이런 흐름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대세가 되기에 이르렀다.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묻는 행동지침이 유엔에서까지도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실패한 국가의 자리, 실패한 시장의 자리에 사회, 그리고 사회적이라는 차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시차로 나타난다. 헌법 조문에만 있었던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공론으로 등장하지 않았던가. 사회가 그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뿐인가. 수많은 논쟁을 거쳐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세종은 봉건시대에도 ‘여민동락’(與民同)이라는 소셜 거버넌스를 실천했던 성군이다. 선거공약과 공론을 통해 도시가 탄생한 것을 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공공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 소셜 커머스, 등 사회 또는 소셜이라는 형용사가 끝 간 데 없이 쓰이고 있다. 19세기엔 목욕탕 이름에서부터 과자 이름까지 ‘자유’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도쿄대 교수의 분석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이런 새로운 흐름에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은 이 변화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옛 문법대로 행동하고 말하다가 변화된 세상의 공분에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어긋난다. 지난 100여년의 흐름이 큰 폭으로 바뀌고 있는데 방향 전환이 어렵다. 과거가 흘러가지 않고 똬리를 틀고 있는 상태에서 새것이 오고 있다. 게다가 따라잡기 바쁜 질주에 가속도가 붙어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다. 식민지시대, 냉전, 신자유주의의 유제가 사라지지 않고 사회 구석구석에 얽혀 있다. 새것이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이는데도 사회가 돌아오고 있는 징표는 분명하다. 우리 모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차 적응이 필요한 때다.
  • SKY 출신 강사 고집… 학벌주의 부추기는 지역인재육성사업

    SKY 출신 강사 고집… 학벌주의 부추기는 지역인재육성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인재 육성사업’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보충 교육을 실시하는 지역인재육성 위탁운영사업이 이른바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사와 서울 유명학원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자격 요건을 주고 있어 지자체가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非)SKY대 출신 강사와 지역 학원에는 사실상 입찰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셈이다.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유입 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지역대학 출신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초 사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사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낳고 있다. 서울신문이 2일 입수한 ‘2013년 정읍시 지역 으뜸인재육성교육을 위한 주관업체 공개모집 공고’에 따르면 전북 정읍시는 자격 요건을 ‘서울에 소재한 입시학원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유명 대학 출신 강사를 파견할 수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강원 양양군도 입찰 참가 자격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유명 대학 출신으로 강의 경험이 풍부한 강사 등을 상시 파견할 수 있는 업체’라고 명시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서울 소재 종합 입시학원으로 SKY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반을 5년 이상 운영하는 학원’을 입찰 요건으로 포함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지역 학생들이 수능과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가운데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면서 “서울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명문대 출신 위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를 중심으로 지역 살리기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은 지방대 출신 채용률을 30%까지 할당하는 등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며 지역 살리기에 나선 데 반해 지자체가 되레 SKY대 출신 강사 채용을 부추기며 지역 인재를 홀대하고 있어서다. 박종덕 전주 대성학원장은 “지역인재 육성사업을 지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서울 소재 학원과 서울 명문대 출신 강사에게 우선권을 준 것은 기회의 균등에 대한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역의 우수 인재 육성사업이 정작 지역의 보편적 교육복지와 지방대학 살리기보다 학벌 사회에 편승해 명문대 보내기에 몰두하고 이를 지차체의 홍보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인재 육성사업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 우수 인재로 육성한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대학 졸업 후 지역이 아니라 서울로 유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결국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구조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SKY 출신 강사 고집… 거꾸로 가는 지역인재육성사업

    SKY 출신 강사 고집… 거꾸로 가는 지역인재육성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인재 육성사업’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보충 교육을 실시하는 지역인재육성 위탁운영사업이 이른바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사와 서울 유명학원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자격 요건을 주고 있어 지자체가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유입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지역대학 출신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초 사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사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낳고 있다. 서울신문이 2일 입수한 ‘2013년 정읍시 지역 으뜸인재육성교육을 위한 주관업체 공개모집 공고’에 따르면 전북 정읍시는 지난 2월 사업을 수행할 업체 자격요건을 ‘서울에 소재한 입시학원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유명대학 출신 강사를 파견할 수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강원 양양군도 입찰 참가자격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유명대학 출신으로 강의 경험이 풍부한 강사 등을 상시 파견할 수 있는 업체’라고 명시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서울 소재 종합 입시학원으로 SKY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반을 5년 이상 운영하는 학원’을 입찰 자격 요건으로 포함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지역 학생들이 수능과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가운데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면서 “서울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명문대 출신 위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를 중심으로 지역 살리기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은 지방대 출신 채용률을 30%까지 할당하는 등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며 지역 살리기에 나선 데 반해 지자체가 오히려 SKY대 출신 강사 채용을 부추기며 지역 인재를 홀대하고 있어서다. 전주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박종덕 전주대성학원장은 “지역인재 육성사업을 지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서울 소재 학원과 서울 명문대 출신 강사에게 우선권을 준 것은 기회의 균등에 대한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역의 우수인재 육성사업이 정작 지역의 보편적 교육복지와 지방대학 살리기보다 학벌 사회에 편승해 명문대 보내기에 몰두하고 이를 지차체의 홍보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인재 육성사업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 우수 인재로 육성한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대학 졸업후 지역이 아니라 서울로 유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결국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구조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공공부문부터 도입하면 충분히 가능” “차별 여전해 나쁜 일자리만 늘릴 것”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네덜란드 모델 중심의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회 구조와 직장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유럽식 개념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는 일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올라가고 일자리 창출이 더딘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면서도 “근로 조건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나쁜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착에 필요한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최소한 병행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제 일자리에 긍정적인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공공부문 등 현실화할 수 있는 영역부터 모델 케이스를 발굴하고 전파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유럽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근로 조건의 안정성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면서 “임금 수준과 각종 사회보장 비용 등을 정규직 수준으로 맞추며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고용보험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요에 따라 시간제와 종일 근무의 전환이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파트타임 전환 청구권’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외 직장 내 시간제 근로자가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허드렛일 정도로 인식해 왔는데 여기에 따른 각종 차별 등의 관행을 어떻게 끊어버리느냐가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용의 질적 측면을 담보할 만한 법적·정책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어 시간제 일자리가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네덜란드만 해도 시급이 1만 6000원 수준인데 현재 우리나라 법정 최저 임금이 4860원임을 고려하면 동일 임금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네덜란드처럼 복지와 관련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고 출산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만 도입한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현재 민간 기업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아주 싸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사정 일자리 협약의 내용을 봐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개념을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그냥 정규직 신분으로 고용을 보장한다고 하면 될 일”이라면서 “네덜란드형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외형만 따르는 것이지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무기계약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의 주장대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신분 자체가 정규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임금도 정규직 기준에 따른 시간제 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재밌軍! 편견깼軍! 공감가는軍!

    재밌軍! 편견깼軍! 공감가는軍!

    “알랑가 몰라 왜 입대해야 하는지, 전역하면 젠틀맨.” 병영 생활의 애환을 묘사한 군의 패러디 동영상들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공군이 지난 2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홍보 동영상 ‘레밀리터리블’을 인터넷에 공개해 인기를 끌자 육군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14일 인기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젠틀맨’을 패러디한 ‘젠틀병’을 내놓았다. 군 패러디 영상물의 인기는 재미없고 딱딱한 이미지와 폐쇄적 계급 문화의 대명사였던 군 생활을 비트는 유머 코드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젠틀병 동영상은 공개된 지 열흘째인 24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12만건을 넘어섰고 네이버 TV캐스트에서도 5만 7000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싸이의 젠틀맨을 패러디한 여러 동영상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군의 레밀리터리블은 공개 3개월여 만에 조회 수 490만건을 넘었다. 육군 관계자는 “군 생활은 따분하고 힘들기만 하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군의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군 패러디 동영상은 군내 상급자와 하급자의 갈등 관계, 병영 생활의 어려움을 재치 있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젠틀병 동영상에서는 탤런트 출신인 장현태(26) 상병이 주인공인 ‘젠틀병’ 역할을 맡아 머리 감는 선임병에게 샴푸를 뿌리고 전우들이 TV를 보는데 TV 코드를 뽑는 등 젠틀맨 뮤직비디오 싸이처럼 악동 짓을 해 웃음을 유발한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유튜브에 달린 200여건의 댓글 가운데 대부분이 “육군은 무섭다는 틀을 깨주는 화끈한 영상”, “가사도 절묘하고 원작보다 휠씬 건전하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시도는 군이라는 특수 집단을 인기 영화나 뮤직비디오 같은 보편적 콘텐츠를 통해 여과없이 묘사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군이 그동안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열이나 계급문화 자체가 대중을 자극하는 유머 코드여서 폐쇄적인 집단인 군을 뒤집거나 비틀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특히 집단으로서의 군 장병들이 딱딱 떨어지는 군무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외국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에 간 자식들을 둔 부모 세대에게 군이 자신들이 겪었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홍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군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진 가운데 군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명.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매주 금요일 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성 연예인 5명의 일상을 보여 준다. 지난 17일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출연자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모아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는 배우 김광규의 살림살이 노하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살림 잘하는 가수 데프콘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대한 소재는 잘 안 나온 데다 이들의 실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사회와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1990년 9.0%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만혼(晩婚), 이혼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0년)로 9.6% 포인트 느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만에 16.3% 포인트가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과 고립이 아닌 활발한 사교생활과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 독신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정부 정책 및 주택·식품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발전 중이며, 국내는 싱글 및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미혼 남녀의 모습은 고학력·고소득자 등 일부의 모습일 뿐 독거 노인, 높은 이혼율 등이 1인 가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독거 노인 같은 빈곤층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커버스토리-솔로가구 시대의 자화상] 1인 전용 식당·노래방서도 당당… 인터넷 카페는 솔로들 소통의 장

    ‘남자 친구와 헤어진 기념. 어쩌면 솔로도 괜찮다.’, ‘혼자 먹어도 맛있기만 하다.’ 지난 23일 서울 신촌의 한 독서실형 일식집. 벽에 이런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 식당은 특이하게도 커플석은 6자리밖에 안 되고 1인석이 11자리다. 25평 남짓의 도서관 열람실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평일 고객의 40% 이상이 혼자 온다. 이명재(36) 사장은 2008년 4월 개업할 때부터 ‘솔로’를 겨냥했다고 한다. “개업을 준비할 당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혼자 여러 음식점을 다녀야 할 때가 많았어요. 혼자 와도 부담이 없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날 인근 홍익대 근처의 1인 전용 노래방. 오후 3시였지만 16개 방 가운데 절반이 차 있다. 이후 30분 동안 10대와 20대로 보이는 여성 손님 두 명이 더 찾아왔다. 한 손님은 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쭈뼛쭈뼛 어색해했지만 다른 손님은 자연스럽게 두 시간을 결제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온 김민석(20)씨는 이번이 세 번째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 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혼자 오면 발라드를 부를 수 있어 좋아요. 눈치볼 필요가 없잖아요.” 과거 ‘혼자 산다’고 하면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는 공간을 공유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나홀로족이 모인 인터넷 카페인 ‘싱글즈 라이프’는 지난해 12월 24일 만들어졌지만 현재 3100여명의 회원이 모일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혼자 사는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도 하고 다양한 취미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나홀로족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 카페 외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나홀로족은 왜 혼자 사는 삶을 택했을까. ‘싱글즈 라이프’가 카페 회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이유로 ‘마땅한 인연을 못 만나서’라고 대답한 사람이 33.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혼자 사는 게 좋아서’가 22.7%를 차지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인생의 장·단기 계획을 내맘대로 세울 수 있어서’, ‘남편이나 부인의 구속을 받지 않아서’, ‘결혼비용, 육아비용 등 돈이 들지 않아서’의 순이었다. 대학 합격 후 전남 순천에서 올라와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민호(32·가명)씨는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떠밀려서 할 생각도 없다. 김씨는 “아직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플 때 누군가 옆에서 보살펴 주는 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지만 그래서 집에 항상 상비약을 준비해 둔다”고 웃었다.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 이정숙(48·여·가명)씨는 “젊었을 때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도 “오빠와 언니가 5명이나 있고 조카들도 많아 혼자 살아도 외롭다는 것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홀로족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빈곤층에서 급격히 증가할 경우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빈곤층 1인 가구의 생활기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는 건 솔로족들의 장점이지만 개인화 현상이 심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만의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가족과 직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 형성이 어려워져 노인 고독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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