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사회학과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스하키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기수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유통업계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선임기자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12
  •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최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일가족 동반자살이 잇따르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삶의 만족도는 26위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자살 사망률은 101.8%가 증가했다. 이처럼 ‘힐링’(치유)이 절실한 세태에서 임종 체험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난다는 임종 체험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본지 기자 두 명이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효원힐링센터. 화창한 봄날에 ‘힐다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어두운 느낌과는 달리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동반체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참여한 13명은 각자 다른 고민과 이유를 가지고 센터를 방문했다. 여성이 9명, 2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혼자 찾아온 회사원 김모(43) 씨는 “사업을 하다가 직장에 취직했지만 얼마 전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크게 타격을 입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졌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내 삶에 전환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모(34·여·회사원) 씨는 “목사님 추천으로 왔다”면서 “이직을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마음을 정리할 겸 왔다”고 말했다. ●영정 사진 촬영 죽음을 준비하는 첫 단계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멋쩍은 표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잠시 뒤 검은 테를 두른 사진을 받아 든 사람들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김씨는 “마음을 아직 안 비워서 그런지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면서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니고, 아직도 불만스러운 게 사진에 묻어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유언장 쓰기 영정 사진을 앞에 놓은 이들이 유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한 20대 남성은 “평소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사랑하고 고맙다”고 썼다. 재산 분할과 장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적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한 참가자는 “시신을 화장한 뒤 어머니가 계신 산소에 뿌려달라”면서 “재산은 사랑하는 강아지 초롱이를 돌봐줄 사람에게 100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봉사 단체 10곳에 나누어 기부하겠다”고 적었다. 또 “시신을 장기기증이나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장례식 때 화환을 받지 말라”고 썼다. “기억이란 빚을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으니 빨리 잊어달라”고 유언장을 읽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입관 ‘쾅~’. 세상과 단절을 의미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 뚜껑이 닫히면서 정적과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외부의 흐느낌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15분간 이어졌다. 관 속에 머문 짧지 않은 동안, 기자는 죽음의 순간에 강력한 삶의 기운을 느꼈다. 또 다른 기자는 “관 뚜껑이 닫히자 좁은 공간에서 내 발 냄새가 느껴졌다”면서 “그 순간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체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체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보인 배모(40·여·취업준비 중) 씨는 “체험이 짧아서 충분이 몰입하지는 못했다”면서 “그래도 관에 누워 있던 순간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한선규(42·자영업) 씨는 “이곳에 온 계기에 대해서는 관 속에 묻고 왔기 때문에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힐다잉’이란 ‘힐링’(healing)과 ‘죽음’(dying)의 합성어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웰다잉’(well-dying) 또는 임종 체험이라고도 한다. 임종체험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취지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미국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연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무디 박사는 1960년대 임사체험(임상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겪은 10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임사 이전과 이후의 삶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죽기 전엔 주위에 폐를 끼치며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에서 깨어나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 삶’을 살게 된 임사체험에 힌트를 얻어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보험회사나 상조회사 등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임사체험인 셈이다. 현재 상조회사와 교육단체, 종교단체 등 전국 10여 곳에서 상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쓰인다. 효원힐링센터의 정용문 센터장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면서 “학교나 회사 등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은 매우 강박적이고 비관적인 심리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임종체험이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힐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종체험이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 체험 위주로만 흐를 때 죽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종 체험 전후의 심리 상태나 자존감 등에 대한 조사나 분석이 없어 호기심 채우기에 그칠 수 있다”면서 “한 번의 체험만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웰다잉 문화를 만들어가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삶과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생사에 대해 연구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임종 체험 행사가 상조회사나 보험회사 홍보용으로 진행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권영구 한국웰다잉연구회 회장은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죽음 체험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웰다잉은 일시적인 죽음 그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서 “전문적인 교육과 자격을 갖춘 교육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계간 학술지들 ‘박근혜 정부 1년 평가’

    계간 학술지들 ‘박근혜 정부 1년 평가’

    현 정부에 대한 ‘사실’ 혹은 ‘불편한 진실’일까, 아니면 정치적 양극화가 낳은 산물일까. 지난 2월 말 출범 1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계간지들의 학술 평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권 초기 40%대 초반에 머물던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이후 꾸준히 50% 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들 지면에서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진보, 보수 등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계간지들은 박근혜 정부 1년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되돌아보고 이를 성찰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진보 계열의 ‘황해문화’는 2014년 봄호에 특집 ‘박근혜 정부 1년의 풍경’을 마련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부터 고위 공직자 인사 파동, 대통령 방미 과정에서의 성추문, 종북 논란, 서민경제 양극화 등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비판은 대안세력의 부재로 그 원인이 수렴된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실망하여 되돌아보는 박 정권 1년’에서 “집권하자마자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의 장밋빛 그림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돼 버렸다. 김종인, 이상돈 박사 등 선거 때 스타(핵심 조언자)들은 이용만 당한 분을 삭이고, 화려했던 대선 공약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거 공약이란 그대로 실행할 순 없지만 이행하려는 열의를 보여야 한다. 정치의 큰 방향은 (오히려) 극우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을 해결하며 초지일관 추진해 나가는 용감한 길을 택하지 않고 쉽고 편한 길로 접어든 것 같다”며 “권력에 똬리를 틀고 있는 세도가들부터 바꿔야 한다”고 직언했다. 대북 문제 등 산적한 국내외의 난관에 용감하게 맞서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지지율의 비밀’에서 2012년 대선 후보별 득표율과 2013년 1월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비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은 정치적 양극화라고 단언한다. 장노년층의 지지율이 선거 이후 오히려 높아지고, 20대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긍정적으로 꼽은 사람 가운데 74.7%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후광효과’도 거론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익 대중단체의 분기와 그 조건’에서 “한국의 우익 대중운동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국가권력과 직간접으로 유착돼 있다”며 “정권은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반면 선진화의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시대정신’은 2014년 봄호에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의 기고문을 실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등에 관한 나름의 시각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1년 경제정책 평가’에서 “경제운용의 철학적 배경은 사회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를 위한 개인적 자유가 정부의 그물망 같은 정책에 막혀 있고 하도급법과 상생법, 순환출자 제한 등 경제민주화 입법이 자생적으로 형성된 질서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복지정책도 가난한 사람에게서 초점이 벗어나며 ‘정상을 비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보수 진영의 대통령이 복지국가·경제민주화 등 유연한 정책을 내세워 잔뜩 기대를 품게 했다”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와 자유시장경제의 역동성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보수 세력의 기대치는 여전히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상태다. 김진석 황해문화 편집위원(인하대 교수)은 “하나의 사실이라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집기획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을 밀도 있게 짚어 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공기업 탐방]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5대회사’ 목표 윤영대 조폐공사 사장

    [공기업 탐방]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5대회사’ 목표 윤영대 조폐공사 사장

    “복리후생비는 크게 줄였고, 화폐 수출 등 신사업을 늘리고 있죠. 다음 목표는 모바일 결제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금융사와 이동통신사의 중개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영업개발단에서 만난 윤영대(68)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간략하게 포부를 밝히며 입체적으로 보이는 카드 명함을 건넸다. 5만원 지폐 뒤에 새겨져 있는 어몽룡의 월매도(月梅圖)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윤 사장은 “이 특이한 명함은 조폐공사의 기술을 만나는 사람마다 알리고 싶어 제작했다”면서 “조폐공사는 단순히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지폐를 해외에 수출하는 한편 주민등록증이나 공무원증을 제작하는 등 66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방만경영 20개 기업에 속한 것에 대해서는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또 위변조 지폐를 가려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조폐공사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나 주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업무다. 페루 지폐를 만들어 수출하고 리비아와 태국에는 주화를 제작해 수출한다. 또 지폐의 종이를 만들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수출하기도 한다. 지폐용 잉크도 제작하고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공무원증과 같은 신분증을 제작한다. 생산 제품은 총 660여종이고, 지금까지 수출한 국가는 17개 수준이다. 골드바와 골드코인의 순도를 보장하는 직인과 마크도 생산한다. 사업 다각화 결과 지난해 조폐공사 60여년 역사상 매출액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골드바 사업은 무엇인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거래소가 개설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금에는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해 위조방지 요소가 들어간다. 쉽게 말해 조폐공사가 금에 대해 99.99%의 순도를 보장한다는 도장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잠상(潛像) 기법을 도입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도장의 다른 문양이 보이는 식이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화폐 발행이 꽤 줄었을 것 같다. -맞다. 조폐공사로서는 위기다. 5만원권이 발행되고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화폐 발행이 크게 줄었다. 2007년에 총 지폐를 20억장 찍어 냈다. 하지만 2009년 5만원권이 나오면서 2010년 총 지폐 발행량은 5억장 수준으로 3년만에 25%선까지 줄었다. 쉽게 얘기해 5만원권이 나오면서 1만원권 5장 찍을 것을 한 장만 찍게 됐다. 사업다각화가 필수가 된 거다. →우리나라의 화폐 제조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사실 매출로는 글로벌 10대 회사에 포함되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명성을 높여 가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에 주화를 처음 수출하게 된 리비아의 예가 대표적이다. 국제 입찰에서 가장 싼 가격을 낸 곳은 세계 5대 기업 중 하나인 영국 회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주화에 잠상 기법을 도입해 각도에 따라 동전에 새겨 있는 모양이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이 아이디어로 동전 제작 비용은 다소 높았지만 우리가 입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위조 지폐 문제도 심각하다. -내년까지 스마트폰용 위·변조 감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 3.0(공공기관 정보공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시민들이 돈을 볼 때 위폐인지 진폐인지 알기가 힘들다. 은행에 가서 물어보는 것도 불편하다. 스마트폰으로 돈을 찍으면 지폐에 숨겨 놓은 위변조 방지 요소를 읽는 방식이다. 현재 5만권의 경우 22가지 위변조 방지 요소가 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은 무료 제공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자회사에서 아동 노동이 동원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 GKD라는 면펄프 자회사가 있다. 면펄프는 지폐의 원료다. 그런데 2012년 국정감사에서 아동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졌다. 아동 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에서 세계 각국의 아동 노동 문제를 살피다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면화를 채취할 때 아동 노동을 착취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바로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아동 노동 착취를 법으로 금지하고, 면화 채취 시 90% 이상을 기계화하기로 했다. 2013년 초에 국제노동기구(ILO)가 현장 실태조사를 나갔고 더이상 아동노동 착취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에 자회사를 세운 이유는 뭔가. -우즈베키스탄은 면화 생산국 6위다. 이곳에서 생산된 면펄프의 판로를 확보하기가 힘들어 2012년 말까지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수출국을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300만 달러(약 32억 1000만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폐공사의 경우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공기업이 본연의 업무 외 사업에 진출할 경우 민간 사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우선 사업다각화를 해도 공공기관은 법에 명시된 것 이외의 사업은 못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오랜 기간 그 누구도 하지 못했거나, 민간 부문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특히 지폐 및 지폐 원료의 해외 수출은 민간과 부딪칠 부분이 없다. 오히려 민간 수출기업과 협력하게 된다. 이제 금거래소가 개설될 텐데 품질 인증에 대한 보증 사업도 마찬가지다. 99.99% 순도의 금이라는 것을 공적 신뢰도를 갖춘 곳이 인증해야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다. →모바일 결제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은행과 이동통신사의 중개 사업을 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는데. -현재 모바일 경제의 초입 단계지만 모바일로 물건을 사는 거래에 대한 대비는 충분치 않다. 모바일 결제의 생명은 신뢰다. 은행이나 카드사가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는 모바일 이동통신사가 있다. 고객이 모바일 결제를 하면 은행이나 카드사가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동통신사가 자회사나 협력사만 믿는다. KT는 BC카드, SKT는 하나은행하고만 거래가 된다. 어떤 통신사를 이용해 거래를 하든지 고객이 모든 은행과 카드사를 통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와 이동통신사를 중개해 주는 신뢰 높은 기관이 필요하다. 이를 TSM(신뢰보안서비스)이라고 하는데 이 역할을 공공기관인 조폐공사가 하려는 것이다. 금융사와 이동통신사들이 각각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조폐공사가 거래 정보를 관리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모바일 결제를 하는 사람의 관련 정보가 조폐공사에 모이게 된다. 우리는 데이터 센터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도 모바일 경제로 진입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현재 금융사들은 이 시스템을 빨리 만들기를 원하고, 이동통신사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다. 우리는 TSM 사업으로 사내에 일자리가 100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조폐공사는 정부가 지정한 방만경영 소지가 있는 20개 기업 중 한 곳이다. -조폐공사의 2010~2012년 평균 복리후생비는 740만원 정도다. 정부의 지적 이전에 2012년까지 복리후생비를 이미 줄였는데, 정부가 평균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좀 더 노력해야 한다(조폐공사는 정부에 제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1인당 복리후생비를 지난해 484만원에서 올해 말까지 330만원으로 31.8% 줄이기로 했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비 지원 등을 공립고등학교에 맞추는 등 전체 55개 과제를 선정해 48개를 개선한 상태다. 나머지는 1분기 내에 바꾸는 것이 목표다. 노동조합이 동의를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려 한다. →공무원증을 만든다고 했는데 최근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공무원의 개인정보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우선 공무원증에 IC 칩이 들어가 금융 기능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분증 기능만 탑재하기로 했다. 공무원증을 만든 후 데이터는 다 지운다. 이번 사태로 안전행정부와 국정원의 점검이 있었는데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 목표는. -우선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로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커야 한다. 2021년 창립 70주년에는 1조원 매출을 달성해 글로벌 5대 종합보안솔루션 회사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대담 김성수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윤영대 사장은 ▲경북 울진 ▲국립체신고, 고려대 사회학과 ▲행시 12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통계청장,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고려대 초빙교수, 국립서울산업대 초빙교수
  • [열린세상] 아랫물이 맑아서 버티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아랫물이 맑아서 버티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영하 25도의 울란바토르 수크바타르광장의 밤은 추웠다. 안경 렌즈가 얼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눈치로 알아채고 중국에서 온 수친과 핑이 끝까지 부축하여 무사히 호텔까지 왔다. 그들은 옷도 얇게 입은 채 그 추위 속에서 일행에서 뒤처진 타이완에서 온 어니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1987년 중국을 떠나 베를린에 있는 국제투명성기구 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랴오는 칭화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친에게 여러 가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몽골에서 일하는 중국인 여행사 직원이 찾아와 그들을 친절히 안내하는 모습도 보인다. 타이베이, 베이징, 베를린, 울란바토르라는 현재 살고 있는 도시와 세대,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중국어라는 소통의 도구를 기초로 그들은 자연스럽게 오래된 지기처럼 어울렸다. 2014년 2월 18, 19일 열린 국제투명성기구 주최 동아시아회의였다. 동아시아 각국이 보다 청렴하고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고 일반 시민에게 언론 홍보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전문가 워크숍이었다. 몽골은 반부패부를 설치하고 모든 고위직 공무원의 재산 및 부패 관련 의혹을 감찰하는 독립 국가기구를 설치하고 있었다. 클릭만 하면 누구나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등의 재산 상태, 주식 보유 실태, 급여까지도 상세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몽골의 희귀 광물을 향해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로비로 국가 자산이 개인 탐욕의 먹이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결기가 보였다. 회의에 참가한 우리도 몽골 대통령의 월수입과 보유하고 있는 주식 그리고 재산까지 상세히 볼 수 있었다. 전 근대 시대의 칭기즈칸, 독립 영웅 수크바타르, 민주화의 영웅 조리크를 누구나가 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민주화, 투명성, 인권이라는 1990년대 그들이 얻어낸 가치를 중심에 두고 칭기즈칸 시대의 전통을 다시 복원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 냈다. 전통과 근대, 탈근대의 가치를 한데 아울러 통합의 축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인구 구성도 젊다. 현재 우리나라 인기 드라마에 비친 몽골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타이완 투명성 기구는 군대의 투명성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냉전이라는 명분이 군대의 권한 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방위산업의 투명성 강화, 군대에서의 청소년 캠프 등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하듯 군대의 경험을 민간에 전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 시민사회의 기준을 군대가 도입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용감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카사블랑카 도매 시장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상인의 이야기, 촌장 선거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투옥당하는 고초를 겪고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30대 중반 중국 청년 사업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제13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황인걸 수방사헌병단 수사과장의 내부비리 고발 이야기는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군대와 방위산업의 투명성 문제가 국제투명성기구에서도 현재 주요 의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등산복 차림의 한 무리 한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울란바토르에서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가서 바이칼호 얼음 위에서 명상을 하고 오는 8박9일간의 여정이라고 했다. 그들의 도전 정신이 감탄스러웠다. 경기 중에 새삼 모두가 빙상연맹의 불공정성을 떠들 때 단합의 중요성을 소리 없이 깨우친 어린 선수들의 어른스러움, 큰 영웅에 목마른 한국인의 과도한 갈망을 적절하게 걸러 내는 메달 소녀들의 모습이 든든하다.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멍에에 묶인 갈라짐의 정치, 언론과 지식인의 혹세무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작은 영웅들은 스스로의 양심과 명예라는 기준을 설정해 맑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아랫물의 에너지와 청정함으로 윗물의 탁함을 중화시키고 있었다.
  • 가치관 다르다고 때리고 남들과 다르다고 욕하고

    가치관 다르다고 때리고 남들과 다르다고 욕하고

    지난 2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인근의 한 종교단체 입주 건물 앞. 경찰에 따르면 피켓을 들고 이 종교단체에 반대하는 1인 묵언 시위를 벌이던 A(31)씨를 신도 10여명이 둘러쌌다. 이들은 욕설이 섞인 협박과 함께 폭력을 행사했고 이 가운데 신도 최모(32)씨가 폭행 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입건됐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수석지부장 이모(79)씨가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 집회를 하고 있던 쌍용차 노조원 문모(52)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정치·종교적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폭행하는 등 폭력적인 수단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담론을 이끌어 내는 평화적 수단인 대자보나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1인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대화와 타협, 소통이 부재한 세태에서 비롯된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뿐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이런 일들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에서는 성소수자 동아리인 ‘사람과 사람’이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내건 ‘게이, 레즈비언, 바이, 트랜스젠더의 졸업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무단으로 철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동아리 대표인 이모(25) 학생은 26일 “서로 다른 가치나 의견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교내에 자리 잡히는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총학생회와 함께 성북경찰서를 찾아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인 이 학교 학생은 대학생 모임 ‘안녕들하십니까’의 대자보를 찢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교내에서 농성을 벌여 온 시간강사의 텐트와 현수막이 훼손되기도 했다. 사회적 갈등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세태와 관련해 사회갈등연구소의 조성배 박사는 “종교, 이념, 성 정체성 등에 대한 갈등은 열린 토론을 통해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하는 문제인데 우리 사회는 이 부분이 숙련되지 않아 일방적인 폭력이 앞서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문화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배타적 이기주의를 바꿔 나가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토론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가정에서도 자녀를 무조건 감싸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그는 왜 배신자 아닌 영웅이 되었나

    그는 왜 배신자 아닌 영웅이 되었나

    국가대항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의 각축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남다른 측면이 있었다. 메달 개수로 국가 서열을 구분 짓는가 하면 경제·복지·인권 등 다른 분야에서의 갈증을 ‘스포츠 강국’ 일원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강했다. 은·동메달을 따고도 울상을 짓는 등 유독 메달 색깔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전히 안현수(29)란 이름이 친숙한 러시아 국가대표 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1000m 금메달 소식에 대한민국이 보인 반응은 사뭇 달랐다. 안현수 선수의 귀화 배경에 빙상계 내부의 파벌 문제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불공정한 ‘반칙사회’에 대한 분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끓어오르는 양상이다. 한국 선수들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에서 과거라면 ‘배신자’란 반응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과 연맹과의 갈등 탓에 러시아로 귀화하면서까지 금메달을 따낸 안현수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트위터 아이디 ‘@mettayoon’은“안현수는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 줬지만, 우리 사회의 파벌과 학맥, 인맥의 부당한 커넥션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금메달보다 값진 교훈을 주었다. 금메달 몇 개가 국위를 선양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사회의 공정함이 국격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불편한 시선도 공존한다. 한 누리꾼은 “안현수 자신도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는 파벌의 혜택을 보면서 자란 선수인데, 이제 와 자신이 진실과 정의를 말하는 것처럼 한다”며 “운동을 빌미로 국적을 바꾼 출세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파벌과 부조리,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희생양’으로 부각된 안현수에 대한 지지와 응원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 선수가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이 겪었던 부패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던 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정치, 경제, 법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모순이 아주 단편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림픽은 ‘민족주의의 경연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는 유독 이에 부합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안현수의 귀화 배경이 파벌싸움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는 배신자로 불렸을 안현수에 대한 동정 여론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성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안현수의 금메달에 대한 반응은 세대 간에도 조금 다르게 표출된다. 중장년층보다는 20~30대가 뜨겁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 선수에 대한 지지가 젊은 층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젊은 층의 대리만족을 뜻한다”면서 “안 선수의 대표팀 탈락과 금메달 획득은 공정하지 않은 기득권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은 안 선수를 본인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부고]

    ●박유철(광복회장)유종(미국 거주)씨 모친상 지환(GGGI 국제변호사)지윤(JTBC 기자)지선(한국산업은행)씨 조모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30분 (02)3010-2238 ●홍성부(전 대우건설 회장·전 신한 회장)성태(경서외과병원 원장)성야(인하대 명예교수)성본(캐나다 거주)씨 부친상 이희륭(전 농협중앙회 감사)장윤식(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사회학과 교수)씨 장인상 김애령(영소아과병원 원장)씨 시부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2)3410-6914 ●한영미(나은병원 대표원장)영호(티아이종합건설 대표)영진(아이비엠티 대표)씨 부친상 14일 인하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9시 (032)890-3191 ●유병숙(대전시 홍보총괄담당 주무관)씨 부친상 14일 대전 성모병원, 발인 16일 오전 9시 (042)220-9971 ●정철영(창원시 복지문화여성국장)씨 모친상 13일 창원 파티마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30분 (055)270-1951 ●성백균(국가유공자자녀의료봉사단 소금회 고문·성백균치과 원장)백우(동진PNP 대표)씨 모친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5시 40분 (02)3010-2232 ●이영모(한국수출입은행 기업성장지원부 부장)씨 모친상 14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779-1526 ●이상봉(패션디자이너)씨 모친상 1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02)3010-2294
  • [생각나눔] 안중근 추모열기 솔솔… 초콜릿 열풍 식힐까

    [생각나눔] 안중근 추모열기 솔솔… 초콜릿 열풍 식힐까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앞두고 이날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과 겹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고·마케팅업계 등에서 안 의사에 대한 관련 행사가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 추모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우경화 행보와 지난달 중국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등과 맞물려 역사 인식을 환기시킨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린 밸런타인데이를 ‘개념 없는 문화’처럼 몰아가려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라는 광고를 일간지 1면 광고로 실었다. 광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동영상이 먼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이를 부각시키려는 취지에서 광고를 내게 됐다”면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안 의사가 1910년 2월 14일 중국 뤼순(旅順)에 있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조회수 6만 9700여회를 기록하면서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디어 마케팅 업체와 화장품 업체 등에서 안 의사와 관련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가 등장했다. 직장인 손현우(36·서울 서대문구)씨는 “밸런타인데이가 본래 우리나라 풍속도 아니고 지나치게 상술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날이 안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면 ‘안중근 데이’로 기념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이들의 역사 인식 문제까지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예슬(27·여·서울 광진구)씨는 “역사 문제와 별개로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을 위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를 두고 역사 인식이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문화와 역사 인식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밸런타인데이를 축제로 즐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면 그 의미부터 되새겨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부고] 영국 좌파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

    [부고] 영국 좌파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취임하기 전 ‘대처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신랄하게 비판했던 좌파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이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10일(현지시간) 홀의 죽음을 일제히 보도했다. 대부분의 좌파 지식인이 대처를 깔보는 가운데 그는 총리 취임 4개월 전에 대처의 등장과 새 시대로의 진입을 알아봤다. 그의 대처리즘은 좌파 사회의 사고를 재구성하며 훗날 신노동당 탄생의 토대가 됐다. 1932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홀은 1951년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본토의 차별로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정치, 문화를 연구한 그는 ‘다문화주의’가 영국 정치의 주류에 편입되는 데 기여했다. 1960년 역사학자 E P 톰슨, 문화학자 레이먼드 윌리엄스와 함께 신좌파를 대표하는 잡지 ‘신좌파 리뷰’의 창간 편집자로 활동하며 영국 사회에 이민과 정체성 등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일어나게 했다. 1964년부터는 영국 최초의 문화연구소인 버밍엄대 현대문화연구소에서 활동했다. 홀은 1979년부터 오픈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를 계속했고 1997년 은퇴한 뒤로는 대중 앞에 드러나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홀은 2년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독립적인 분석도 아이디어도 없어진 좌파가 곤경에 빠졌다”면서 “사람들의 관점을 바꿀 정치적 감각을 잃어버린 좌파는 그저 시류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고용률 70%’ 목표… 기업문화 먼저 변해야

    ‘고용률 70%’ 목표… 기업문화 먼저 변해야

    정부가 4일 내놓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 방안’의 목표는 고용률 70% 달성이다.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여성 고용률을 높여 단기간에 고용률을 높인 네덜란드 및 독일 모형을 참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보다는 여성의 능력을 남성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대 후반(만 25~29세) 여성 고용률은 68%로 남성(69.6%)과 비슷하지만 30대 여성 고용률은 56.7%로 남성(92%)과 35.3%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40대 이후에도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20% 포인트 이상 낮았다. 네덜란드의 경우 1994년부터 6년간 여성 고용률을 52.6%에서 61.1%로 올렸다. 전체 고용률과 여성 고용률의 격차가 11.3% 포인트에서 9.7% 포인트로 줄었다. 독일 역시 2004년부터 5년간 여성 고용률을 59.2%에서 64.3%까지 끌어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이 남성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현재보다 1%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을 내놓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있는 제도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 문화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했다. 박성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대체인력 등의 제도가 있지만 여성들이 마음대로 휴가를 쓸 수 있는 기업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 “여성이 남성처럼 일하지 못하면 평가받지 못하는 문화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임신을 한 직원이 죄의식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면서 다니는 분위기나 육아휴직 후에 사표를 내야 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육 부문에서는 부족한 유치원, 어린이집의 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인프라가 부족한데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주영 YWCA 부장은 “최근 여성들을 보면 아이가 만 3세 전에 1차 위기가 오고, 18개월~3세까지는 보육으로 2차 위기가 오며, 초등학교 1학년 때 3차 위기를 맞게 된다”면서 “앞 2번의 위기는 야근을 줄이는 것이, 마지막 위기는 초등돌봄교실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美 CIA “한국女 외모가 일본보다 낫다” 공식 보고

    美 CIA “한국女 외모가 일본보다 낫다” 공식 보고

    ‘세계 성형시장의 4분의1(약 5조원) 차지’(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불가능한 수술이 없는 성형의 수도’(미국 CNN 방송) 한국은 넘볼 수 없는 ‘성형수술 1위국’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13.5명이 성형수술을 받아 그리스(12.5명), 이탈리아(11.6명), 미국(9.9명)을 훌쩍 웃돈다. 또 세계 성형시장(21조원)에서 우리나라의 시장 비중은 약 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1970년대 쓴 보고서에 동북아 여성을 비교하며 “남한 여성이 일본보다 더 잘 꾸미고 북한 여성이 중국보다 더 멋을 잘 낸다”고 표현할 만큼 한국인의 미용에 대한 관심은 최근 생긴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 한국이 초경쟁사회에 진입하고서 취업이나 결혼, 승진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경쟁 수단으로 외모에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여학생들이 외모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해 성형에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졌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신체조차 무기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외모가 인적 자본의 핵심이 돼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면서 “성형 열풍의 원인을 사회 구조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호감형 외모에 집착하는 청년이 급증했다. 취업 포털사이트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2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2%가 “구직 지원자 겉모습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은 성형수술을 통해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려 노력한다. 특정 직군 취업에 유리하게 맞춤형 얼굴로 고치는 ‘취업 성형’까지 등장했다. 연예인을 동경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난 것 또한 성형 열풍에 한몫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인 ‘알바천국’에서 2012년 전국 13~18세 남녀 청소년 1027명에게 희망 직업을 물었더니 연예인(14.8%)이라고 답한 학생이 교사(15.3%) 다음으로 많았다. 성장기 성형수술을 금기시했던 과거와 달리 청소년기에 가벼운 성형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고교를 졸업하는 딸에게 성형수술을 시켜주는 부모도 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 연예인이 돼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꿈꾸는 학생들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됐다”면서 “특히 청소년기에는 외모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다고 느끼면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성형 욕구가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대한민국은 성형중] 뒤통수도 성형… ‘묻지마’ 부작용 속출

    [대한민국은 성형중] 뒤통수도 성형… ‘묻지마’ 부작용 속출

    취업 준비생 김모(여·27)씨는 코 재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대에 누웠다. 2012년 이후 수술대에 오른 것이 9차례나 된다. 그는 2년 전 “인상이 흐릿해 호감이 안 간다”는 기업 면접관의 말에 성형을 결심했다. 한 유명 성형외과를 찾은 그는 상담실장으로부터 “쌍꺼풀과 눈 트임 수술만 하면 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수술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고 2차례 재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이마 보형물 삽입 수술과 턱 윤곽선 수술 등을 받았지만 외모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성형수술에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잇따른 수술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대인 기피증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도 함께 받고 있다. 국내 성형시장이 연간 5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등 호황을 구가하는 가운데 성형 부작용 같은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성형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뒤통수 성형’(뒷머리 두피와 두개골 사이에 ‘뼈 시멘트’를 넣어 모양을 다듬는 수술) 등 위험성이 높은 신종 성형까지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피해 등으로 소비자원의 상담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4806건으로 2012년 3740건보다 28.5% 늘었다. 성형 피해 상담 건수는 2009년 2016건에서 2010년 2984건, 2011년 4045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2012년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지난해 성형수술 관련 분쟁 상담이 월평균 60.92건 접수돼 전체 의료 분쟁 상담의 6.48%를 차지했다. 2012년 4.99%(월평균 48.78건)와 비교해 1.49% 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울산의 20대 남성이 눈, 코 성형수술을 받은 뒤 숨지는 등 사망 사건도 잊을 만하면 터진다. 무분별하게 성형을 권하는 병원의 상술 탓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인재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성형 관련 의료 분쟁은 대부분 보건의료기본법상 설명 의무를 위반해 발생한다”면서 “의사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수술 과정과 부작용 가능성 등을 사전에 직접 설명하지 않고 간호사나 코디네이터가 위험성을 대충 얼버무리며 전달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임인숙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미용성형학회의 지침으로 성형수술 효과와 부작용을 환자에게 객관적으로 알리고 환자 스스로 성형이 꼭 필요한지 점검하도록 유도한다”며 “우리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열린세상] 청마는 달리고 싶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청마는 달리고 싶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청마가 달리는 새해이다. 달리는 말은 그 기상이 드높다. 그런데 말을 달리게 하려면 채찍을 휘둘러야 한다. 채찍을 맞고 달리는 말은 쉬 지친다. 하물며 사람은 말이 아니다. 사람을 채찍을 휘둘러 달리게 할 수는 없다. 청마의 해에 사람들이 말처럼 달리게 하려면 희망이 필요하다. 사람은 희망을 품어야만 달릴 수 있다. 1980년대에 판자촌 지역에 사회조사를 간 적이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올망졸망 단칸 방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외부로 난 길에는 부엌이 있고 부엌을 통과하면 그야말로 단칸방이 있었다. 부엌에는 작은 가마솥이 윤기가 자르르하게 놓여 있었고 방안은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빈민촌의 흔적은 언덕 길가에서 본 부화하다만 계란을 파는 풍경, 그리고 구슬을 꿴다든가 하면서 그 좁은 방안이 또 다른 일터가 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때 본 판자촌의 모습은 사회학에서 배우는 ‘빈민문화론’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빈민 문화론은 빈민층 특유의 하위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그곳에서는 폭력과 범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별도의 ‘하위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 내로라하는 대도시에 일반인이 갈 수 없는 으스스한 빈민촌의 현실을 기초로 삼아 나온 것이 ‘빈민 문화론’이었다. 1980년대 사회조사 현장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빈민 문화론이 맞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다. 빈민촌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땀 냄새와 희망의 냄새를 맡은 것을 기억한다. 희망을 품고 달리면 기적이 만들어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고 게토화된 빈민가도 없고 공공 서비스도 무척 효율적이면서 외국인들이 관광 오고 유학 오고 이민도 오는 그런 나라로 한 세대만에 변신한 것이다. 가문의 후광과 배경이 없이도 뛰어 보면 ‘유리천장’ 없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인도의 힌두교 성자인 오르반도 고슈는 식민 통치를 받고 있는 인도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포자기와 게으름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욕심과 욕망이라도 품고 깨어나 달리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욕심, 자식을 더 공부시키려는 욕심, 남보다 더 으리으리하게 살고 싶은 욕심을 품고 앞도 안 보고 달려온 30년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러기 가족도 만들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부모들은 일상생활의 작은 행복도 반납했다. 희생의 결과물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가 불투명하다고들 한다. 워킹 푸어라는 말도 나온다. 빈곤의 재생산이라는 말도 들린다.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남을 끌어내리려는 풍조도 보이고 있다. 소비상의 차이로 차별을 만들어 내는 심리도 보인다. 자영업 도산율은 높고 미래 세대들에게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학력을 탓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고 한다. 독일과 같은 나라는 대학 진학률 높이는 것을 국정의 목표로 삼고 있다. 원조 단체에서 일하는 한 분이 가난한 농부에게 닭을 키워 돈을 모아 자녀를 학교에 보내라고 했더니 왜 굳이 학교에 보내야 하나라고 반문해서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교육열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문화적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정치를 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비옥한 토양의 고마움을 모른다. 스스로 열을 내서 달리고 미래의 희망을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참는 문화적 인프라가 다 만들어진 상태라는 것은 정치권이 할 일을 국민이 스스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는 통합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제도적 영역이다. 통합은 희망이라는 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전투구의 정쟁에 빠진다. 희망은 우선 약속을 지키고 미래가 예측 가능해야 하고 경기의 규칙이 공정할 때 생기는 것이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달릴 준비가 된 국민들에게 정치권이 할 일은 신뢰를 기초로 한 희망을 주는 것이다. 청마는 갑오년에 희망을 품고 달리고 싶다.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힘 있는 사람/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힘 있는 사람/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주립대 미대에서 10여년을 재직하다 2년 전에 귀국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N 교수는 만나자마자 대뜸 이런 게 창조경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뉴욕주 버펄로시의 번창했던 시절의 노동자들은 고령화로 인해 치매 등 노인병 발병률이 높은 반면에 노후 준비는 잘 돼 있지 않다고 한다. N 교수는 미술전공을 살려 경증 치매환자들에게 색칠하기와 기억회상을 접목하여 뇌운동을 연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색칠하기와 기억회상에 사용되는 시각적 자극과 물리적 운동이 뇌운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 로즈웰 파크 암센터, 뉴욕주립대 미술관 및 사회학과가 참여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제약회사에 펀드 신청을 했는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호응을 얻었지만 마침 2012년도에는 노인복지를 위한 펀드가 설정돼 있지 않아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작은 아이디어에 4개 기관이 협업하여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N 교수 프로그램은 여러 분야와의 협업·융합을 필요로 하며, 사회복지사나 미대졸업생들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더구나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춤으로써 치매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N 교수 프로그램은 창조경제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N 교수는 귀국하여 서울의 모 구청 치매센터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복지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미국에서처럼 프로그램의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봉사활동 수준 이상의 것은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모 종합병원에 문의했더니, 자기네들은 힘이 없으니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면 누구 힘 있는 사람 아느냐고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N 교수에게 그냥 봉사활동만 하시라든가, 혹은 힘 있는 사람 아느냐고 반문했던 사람들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상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디어가 올라올 때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분석과 전략을 통해서 시장으로 옮겨지는 구조가 아니라, 힘 있는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맺어져야 아이디어가 쉽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처럼 아이디어만 갖고서 벤처를 창업하고 백만장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창조경제를 어떻게 해석하든지간에, 창조경제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는 환경이다. 아이디어가 소중한 이유는 아이디어에 무엇을 가하는지에 따라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작게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기도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나 중소기업은 뺏길까봐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현시켜 줄 힘 있는 사람을 찾아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아이디어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되고 키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아이디어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금융권에 창업벤처에 대출해 주도록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고객의 예금으로 운영하는 은행은 실패확률이 높은 창업벤처에 돈을 떼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익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위험도 높은 아이디어에 투자해서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벤처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를 육성시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 예산으로 직접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수석과학관실(OCS)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상품화시키고 싶은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나 담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금융회사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 인큐베이터를 찾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이 벤처창업이 쉬운 나라이며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애 키울 땐 주당 10시간만 일해도 차별 없이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애 키울 땐 주당 10시간만 일해도 차별 없이 정규직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톡홀름앤스킬다은행(SEB)은 20여개국에서 2800여개 기업의 투자 및 자산관리, 40만여개 중소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2012년 기준으로 142억 스웨덴크로나(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SEB는 1만 6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인 8350명이 스웨덴에서 근무한다. 지난해 12월 현재 2000여명이 시간제로 일한다. 임시직 시간제 근로자는 대부분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이며,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1100여명은 육아기 단축근무, 부모휴가제 사용 등 본인의 필요에 의한, 이른바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들이다.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들은 아이가 크거나 부모휴가가 끝나는 등 시간제 근로의 필요가 없어지만 전일제로 복귀가 가능하다. SEB의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는 매일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하거나 주 1회 휴무일을 지정하는 두 가지 형태 중 고를 수 있다. SEB에 근무하는 네슬리한(28·여)은 “SEB의 시간제 근로는 기업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기업 차원에서 실현한 것”이라면서 “용어가 시간제 근로일 뿐 사실은 정규직 근로자가 일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전체 고용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4%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465만 7000명 중 112만여명이 시간제 근로자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수치다. 앤 베르그만 스웨덴 칼스타드대 교수는 “스웨덴 국민들은 유럽 국가 중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유독 높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역시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목표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의 시간제 일자리 역시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1차적인 목표에서 시작됐다. 스웨덴 정부가 시간제 근로를 본격적으로 법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나타난 가장 큰 성과도 ‘여성 고용률 증가’로 평가된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71.8%로 한국의 53.5%는 물론 스페인(51.3%), 프랑스(60.0%), 독일(68.0%), 영국(65.7%) 등을 크게 앞선다. 실제로 스웨덴의 생애주기별 남녀 고용률을 살펴보면 전생애에 걸쳐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5% 포인트 미만에 불과하고, ‘결혼하고 0~6세 아이가 있는 여성’만이 고용시간이 크게 떨어지지만 아이가 크면 곧바로 회복된다. 스웨덴 여성들의 직업 사이클이 ‘양육기 이전 전일제-양육기 시간제-양육기 이후 전일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허서윤 주스웨덴 대사관 전문관은 “스웨덴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문 제시되고 있는 ‘여성 경력 단절’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59세 이상에서는 여성의 고용시간이 더 높은 추세”라고 말했다. 스웨덴이 이 같은 양성평등형 근로체계를 처음부터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0년간 수많은 정책이 시도됐고, 보완과 수정이 반복됐다. 여성의 근로 형태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출산 및 육아라는 점을 감안해 고용정책을 복지 등 사회 전반과 연계한 점이 특징이다. 김영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시간제 근로는 어머니와 근로자라는 여성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회정책패키지 속에서 시작됐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이 이미 1937년부터 시작됐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정책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 본격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우선 공공육아시설을 확대해 탁아센터, 방과후 가족센터 등으로 여성의 육아부담을 분산시켰고, 유급 육아휴직제를 도입해 휴직기간 중 임금의 80% 수준의 수당을 지급한다. 육아휴직은 현재 40개월까지 가능하다. 1995년에는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 육아휴직 중 일부를 아버지가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실제로 스웨덴 어느 곳에서나 아이 유모차를 끌고 낮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라테파파’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세제개혁 역시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성 증대 및 인식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1971년에는 부부 합산과세를 개별 과세로 전환해 부부가 맞벌이를 할 경우 가정 내 세금부담이 줄어들도록 했고, 1976년에는 전일제 근로자 한계세율(최대 64%)에 비해 시간제 근로자 한계세율(32%)을 대폭 낮췄다. 1997년 개정된 고용보호법은 시간제 근로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육아휴직 이후에도 아이가 8세 이전에는 근로자가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주당 10시간까지로 단축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의 시간제 근로자 중 언제든 전일제로 전환이 가능한 사람은 30%에 이른다. 반면 스웨덴 노동법은 어떤 근로자도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방적으로 기업이 강제 전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SEB의 경우 근로자가 단축근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는 ‘부서 직속상관과의 협의’뿐이다. 임금 및 상여금, 유급 휴가일수, 연금 등은 비례방식으로 결정된다. 베르그만 교수는 “2002년 시행된 차별금지법은 시간제 근로자의 경제적 보상 및 처우 측면에서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간접적인 불이익도 무조건 금지했다”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받을 수 있는 급여가 낮은 만큼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보다 좋은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웨덴의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로 평가받는 것은 애초에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일제의 단축 근무 형태로 만들어진 전환형 시간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통계청의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주당 20~34시간을 근무하는 ‘롱 파트타임’이 주당 1~19시간을 근무하는 ‘쇼트 파트타임’보다 월등히 많다. 이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기보다 근로자 본인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처럼 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시간제 근로자를 활용하기 쉽지 않다. 스웨덴의 고용주는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사회보험 기여분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인력을 새롭게 고용하고자 할 때 기존에 고용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을 연장하거나 전일제로 전환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야 한다. 근로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근로시간을 늘리고자 한다면 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핏줄 방치하는 핏줄

    핏줄 방치하는 핏줄

    1급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일주일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무정한 어머니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가족의 질병과 장애를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지면서 친족에 의한 유기(遺棄)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모(47·여)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2007년 남편과 이혼한 배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홀로 자신의 딸인 신모(사망 당시 나이 17살)양을 양육해 왔다. 배씨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신양을 키우는 데 버거움을 느끼곤 했다. 신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색체 이상으로 걸을 수 없고, 백내장으로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중증장애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배씨는 우울증까지 생겼다.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느낀 배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배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아파트에 신양을 홀로 남겨 뒀다. 신양은 거실에서 음식물도 먹지 못한 채 나체 상태로 일주일간 홀로 남겨져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배씨는 5분씩 두 차례 집에 갔음에도 당시 폐렴을 앓고 있던 신양을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집을 비우고 골프연습장을 출입하거나 여행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양은 폐렴이 심해져 사망에 이르게 됐다. 재판부는 “신양이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홀로 방치했다”며 배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배양의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이 탄원서를 작성했고, 뒤늦게나마 범행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정상을 참작할 사유”라면서도 “사망에 이르기까지 신양의 겪었을 극심한 고통을 고려할 때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일명 ‘지향이 사건’의 어머니 피모(25)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피씨는 지난해 7월 생후 27개월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힘들다며 혼자 방에 두고 출근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친족에 의한 유기는 2010년 45건, 2011년 67건, 2012년 73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극도로 자기중심적·개인주의적으로 바뀌면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배려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의식이 현저히 약해졌다”면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 이러한 감정을 치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수 이특의 아버지가 병든 부모님을 살해한 뒤 본인도 자살한 사건처럼 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게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면서 “가족의 질병과 장애에 대해 사회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탐사보도-공익제보 끝나지 않은 싸움] (3) 부정에 눈감은 사회

    [탐사보도-공익제보 끝나지 않은 싸움] (3) 부정에 눈감은 사회

    “대학이라는 조직은 공룡처럼 거대하고 문제가 생겨도 개선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박사 논문을 표절하는가 하면, 정부 예산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등 교수 사회에 만연한 비리를 잘라내지 않는다면 대학의 권위가 무너질 것입니다.” 2004년 1월 모교인 연세대 홈페이지에 독문과 교수 5명의 학술진흥재단 연구비 횡령 등의 의혹을 폭로한 A(56)씨(당시 연세대 독문과 강사)는 공익 제보를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학계를 보면 아직도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익 제보자들이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리 혐의자들이 면죄부를 받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친 반면 제보자들은 되레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제보를 받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거대 조직의 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 서울신문의 설문 조사 결과 35명 전원이 우리 사회는 아직 내부 고발을 단행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답한 점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A씨가 모교 독문과 교수들의 비리 혐의를 폭로하자 법원은 이 가운데 3명의 연구비 유용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학 측은 이듬해 해당 교수들에게 정직 2개월, 경책, 구두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들 교수들은 징계가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A씨는 제보 이후 연세대에서 강의를 맡을 수 없었다. 2013년 12월 현재 피고발인 5명 가운데 2명은 2007년과 2009년 정년퇴임했고, 나머지 3명은 아직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강사와 비슷한 처우인 연구 교수 직함을 갖고 있는 A씨는 16일 “제보 이후 교육부나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연구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개혁의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대학에서는 여전히 실명으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04년 1월 고성군수가 민원인의 땅을 직접 사들이기 위해 서류까지 위조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은 사실을 폭로했던 군청 공무원 이정구(42)씨도 공무원법상 비밀누설죄로 되레 직위해제 조치를 당했다. 이씨는 “강원도청에 군수의 비리에 대한 조사 요청을 했는데도 고성군청이 제일 먼저 1차 조사를 하더라”면서 “복직하자마자 해당 업무에서 배제되고 면사무소로 좌천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징계무효 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갔지만 군수의 죄를 폭로한 것이 공무원의 비밀누설 죄라는 이유로 패소했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당시 고성군수는 이씨의 고발에도 자리를 지켰으나 2007년 다른 아파트 인허가 비리 혐의로 결국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호루라기재단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부패방지법 시행 이후 부패혐의 조사기관 이첩 사건 822건 가운데 44.5%인 366건이 공익 제보에 의한 적발로 조사됐다. 하지만 고발된 비리혐의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는 여전히 미흡하고 공익 제보자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감각한 인식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공공성보다 사적 관계를 우선하는 유사 가족주의적 집단의 관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의의 이름으로 자기 집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마치 가정을 허무는 것과 동일시되고 배신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집단문화 정서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탐사보도팀
  • 남성 실업률 사상 최저 ‘빛과 그림자’

    남성 실업률 사상 최저 ‘빛과 그림자’

    지난달 남성 실업률(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수 중 실업자수)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개선 움직임 속에 남성 일자리가 먼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퇴한 베이비부머(만 48~67세)들이 임시직 일자리에 나서면서 생긴 현상이어서 실제로 ‘슬픈 고용 현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5일 통계청의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남성 실업률은 2.8%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구직기간 4주 기준)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률이 3%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2.9%)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여성 실업률은 2.4%로 남성보다 낮지만 2002년 6월(2.3%)이나 같은 해 9~11월(2.2%)보다 높았다. 또 지난달 남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3.0%에서 0.2% 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성 실업률은 지난달과 2012년11월 모두 2.4%로 변동이 없었다. 연령별로 볼 때 남성 실업률은 40대와 50대가 각각 1.5%, 1.6%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사무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분야의 남성 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271만 1000명으로 지난해 11월(262만 1000명)보다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무 종사자(228만 5000명)와 서비스 종사자(92만 3000명)는 각각 4.4%, 6.7%씩 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96만 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74만 1000명),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업(33만 2000명)의 남성 종사자 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점점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남성의 실업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나아질 때는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40·50대의 일자리가 먼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파트장은 “근무 시간별 일자리 통계를 볼 때 단시간 근무하는 취업자 증가율이 지난해 11월보다 크게 증가했다”면서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자리의 질도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7시간 근무한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보다 16.1% 증가해 18~35시간 근무자(2.9%), 36~44시간 근무자(8.5%), 45~53시간 근무자(-1.2%)의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의 경우 베이비부머들이 퇴직하는 등 일자리를 이동하면서 실업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라며 “하지만 이들이 새로 하는 일이 대부분 임시직 및 영세 자영업자라는 것이 문제여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남성 실업률 사상 최저 ‘빛과 그림자’

    남성 실업률 사상 최저 ‘빛과 그림자’

    지난달 남성 실업률(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수 중 실업자수)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개선 움직임 속에 남성 일자리가 먼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퇴한 베이비부머(만 48~67세)들이 임시직 일자리에 나서면서 생긴 현상이어서 실제론 ‘슬픈 고용 현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5일 통계청의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남성 실업률은 2.8%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구직기간 4주 기준)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률이 3%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2.9%)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여성 실업률은 2.4%로 남성보다 낮지만 2002년 6월(2.3%)이나 같은 해 9~11월(2.2%)보다 높았다. 또 지난달 남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3.0%에서 0.2% 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성 실업률은 지난달과 2012년 11월 모두 2.4%로 변동이 없었다. 연령별로 볼 때 남성 실업률은 40대와 50대가 각각 1.5%, 1.6%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사무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분야의 남성 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271만 1000명으로 지난해 11월(262만 1000명)보다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무 종사자(228만 5000명)와 서비스 종사자(92만 3000명)는 각각 4.4%, 6.7% 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96만 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74만 1000명),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업(33만 2000명)의 남성 종사자 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점점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남성의 실업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나아질 때는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40·50대의 일자리가 먼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파트장은 “근무 시간별 일자리 통계를 볼 때 단시간 근무하는 취업자 증가율이 지난해 11월보다 크게 높아졌다”면서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자리의 질도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7시간 근무한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보다 16.1% 증가해 18~35시간 근무자(2.9%), 36~44시간 근무자(8.5%), 45~53시간 근무자(-1.2%)의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의 경우 베이비부머들이 퇴직하는 등 일자리를 이동하면서 실업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라며 “하지만 이들이 새로 하는 일이 대부분 임시직 및 영세 자영업이라는 것이 문제여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동원그룹 2세 경영 본격화…차남 김남정, 부회장 승진

    동원그룹 2세 경영 본격화…차남 김남정, 부회장 승진

    동원그룹의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차남 김남정(40)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박부인 동원산업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원그룹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김 신임 부회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1996년 동원산업 생산직으로 입사해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앞으로 그룹 미래 전략 수립과 핵심 역량 강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한편 동원은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을 비롯해 ▲신영수 삼조쎌텍 사장 ▲정용세 동원팜스 사장 ▲박문서 동원CNS 사장 ▲전효섭 동원T&I 상무 ▲정용환 올레브 전무 등을 각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