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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4·7 재보선-공약 평가] <3> 서울시장 후보 여성·사회보장 분야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평등 실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부동산 개발 경쟁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치달아 정작 젠더 공약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안전, 젠더 폭력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고용 등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단절 예방’으로, ‘워킹맘 지원’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핵심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만 전가되던 ‘육아’의 개념을 남녀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민간 확대 적용, 공공 구매 금액 중 일부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여성기업 의무 구매 비율 제도도 호평을 받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연구위원은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여성고용·창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다만 성차별이 일어난 기업과는 계약·조달에 임하지 않는 등 내용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오 후보가 제안한 여성 고용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들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공공기관 비대면 근무 직종 여성 고용 확대, 주부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했다. 신 교수는 “여성들에게만 비대면 탄력 근무직을 늘리는 것은 여성들을 주변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게 해 저품질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 지원책은 사후 대책에만 주력해 아쉬워 젠더 폭력, 여성 안전에 대한 지원책은 두 후보 모두 사후 대책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후보 공통 공약인 공무원 성비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는 소송을 통해 복직이 가능한 현행 법 체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급, 오 후보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원룸·빌라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주거 환경 속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훨씬 급진적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를 넘어서 성평등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대상 반영한 맞춤형 공약 눈에 띄지만 세부 공약은 의견 분분복지 분야 공약에서는 새로운 고용 형태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룬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오 후보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안심소득 등 담대한 공약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시장으로서 적절한 공약은 아니다”라고 총평했다. 반면 박 후보의 무상급식과 돌봄플랫폼 공약 등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연간 200억원으로 서울시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 7만 5000명에게 중식·간식·우유를 제공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후보 공격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목적의 정책”이라면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유치원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시티’ 공약의 일환으로 원스톱 헬스케어 개념을 제시했다. 동네 병원과 약국 중심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대형병원과 연결해 어디서든 21분 내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맞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도 주요 공약이다.오 후보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 시범 실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6000만원)에 미달하는 금액 50%를 서울시가 보장한다. 하후상박의 선별지급 방식으로 연간 40억원의 예산으로 200가구에 시범사업 후 내용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현재의 생계급여 제도는 일자리를 제안받아도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소득은 일한 만큼 수입이 추가로 늘어나 근로유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유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년 복지에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월세 지원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 5대 불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윤김 교수는 “전체 가구의 33.9%에 달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평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5)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지난 12일 류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1일에 진행된다. 류 교수는 재판 전 기자들에게 “하버드대학 총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 학문적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약 50여명의 학생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며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 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했고,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학계의 반발에도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라는 취지로 램지어 교수를 옹호했다.●일본 학계도, 로스쿨 제자들도 비판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자들도 공개비판에 나섰다. 하버드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스테파니 바이, 차민선, 린다 희영 박은 12일(현지시간) 교내 신문 크림슨에 ‘램지어의 학문적 부정행위: 부정주의의 정당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로스쿨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팩트 확인과 정확한 인용을 요구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3년간 이런 교훈을 내면화한 우리들은 바로 우리 교수 중 한 명이 쓴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의 계약 이론은 식민지배 대상인 가난한 젊은 여성들이 직면했던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공허하게 작동할 뿐”이라며 “의문스럽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인용에 의존한 그 논문은 생존자 증언과 국제기구들의 조사로 확립된 팩트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점, 출처 불명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증언 사례 등을 근거로 “중대한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진리(Veritas)를 모토로 내건 기관의 침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고 신국수주의자들의 담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 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서 무거운 권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미국 CNN 방송은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국제적 반발에도 침묵하는 하버드대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제임스 롭슨 하버드대 교수와 석지영 로스쿨 교수의 램지어 논문 관련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중요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인용문이 반대의 의미로 인용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도덕적인 분노나 한일 관계 때문이 아니라 학문 진실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도 “학문의 자유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극히 일부의 증거만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롭슨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발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인용한 뒤 석 교수의 기고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교내지 ‘하버드 크림슨’ 등 학생들의 비판 움직임에 이어 아시아센터까지 램지어 교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룸에 따라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을 천명한 뒤 침묵하고 있는 학교측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키오스크 못 다뤄서 20분 헤맨 엄마, 결국 우셨어요” [이슈픽]

    “키오스크 못 다뤄서 20분 헤맨 엄마, 결국 우셨어요” [이슈픽]

    터치 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가 음식 주문에 실패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말하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가게 직원에 대한 원망은 아니다. 엄마도 당시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을 못 걸었다고 하셨다”면서 “저는 다만 키오스크의 접근성 폭이 너무 좁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해당 사연은 12일 낮 1만4000건 이상 리트윗됐다. “자주 접하지 않으면 어려워 당황하기도”“현금 들고 주문하는 게 빠르다” 의견도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키오스크 사용의 불편한 점에 대해 공감하는 내용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저도 어렵다. 주문 헤매는 중년들을 위해 매장 안에 직원 한 분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령화 사회의 문제로 보기에는 (키오스크가) 너무 불편하다”며 “심지어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들을 데려와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헤매는 걸 봤다. 참견하는 게 옳은가 고민했는데 바로 뒤에 있던 10대 학생이 도와줬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이 외에도 “자주 접하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 어머니께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다”, “젊은 사람도 어렵다. 메뉴 다 돌려보다 보면 에러도 자주 나고. 차라리 현금 들고 주문하는 게 빠른 곳도 있다” 등 사연자를 위로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한국에 있는 키오스크가 설계할 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주문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비대면·디지털화 가속” 늘어나는 키오스크고령소비자 “단계 복잡”, “뒷사람 눈치 보임” 어려움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키오스크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고령소비자(81.6%)는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균 75.5점으로 평가했다. 100점 만점 기준에 100점에 가까울수록 ‘매우 쉬움’을 의미한다. 고령소비자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4%)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을 꼽았다.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뒷사람 눈치까지 보여 주문을 마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명(65~69세 5명, 70세 이상 5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점, 버스터미널, 은행의 키오스크 이용 모습을 관찰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고령소비자가 키오스크의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지연, 주문실패 등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에 대한 IT교육과 고령자를 배려한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노인의 경제적 빈곤만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빈곤’도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며 “사회복지사들이 노인의 집을 방문할 때 그들의 안부만 살필 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등을 교육해 ‘맞춤식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강의 후 비대면 술게임… 과음 덜고 어깨춤 들썩

    강의 후 비대면 술게임… 과음 덜고 어깨춤 들썩

    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것들의 문화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올해 대학에 입학한 최정문(20)씨는 지난달 18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같은 학과 동기 6명과 첫 모임을 가졌다. 올해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실시되고, 각종 대면 신입생 환영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캐치마인드’ 게임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캐치마인드 게임은 제시된 단어를 줌 프로그램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최씨가 글자 ‘수’를 가로로 써 제시어인 ‘가로수’를 표현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씨는 “오프라인 새내기배움터(새터)가 취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동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같은 곳에 모이진 못했지만, 건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어라 마셔라식 자극적 벌칙 사라져 ‘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가에 ‘비대면 술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술자리의 어색함은 덜고 재미를 더하려고 하던 각종 술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 온 셈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이 취소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탑재한 화상 서비스도 비대면 술자리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다. 그룹 영상통화 앱 ‘웨이브’(WAVE)는 오프라인에서 즐기던 이상형 월드컵, 방 탈출, 마피아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이성호 웨이브코퍼레이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별 신규 가입 추세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일 평균 5000명 이상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평균 이용시간도 약 30% 증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기존 대면 술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먹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비대면 술게임이 술을 마시는 것보단 놀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친해지는 데 중점을 둔다. 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도 비대면 술자리의 특징이다. 대학생 송주아(20)씨는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면 대면 술자리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함께 음악을 듣는 등 술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비대면 술자리에 대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만날 수 없으니 줌, 웹엑스(Webex) 등의 화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모임의 확산으로 술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며 대화에 집중하는 음주문화로 변해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카메라로 일상 공유… 음악 듣고 소통 음주 강요보다 놀이에 의미를 둔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은 대면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러브샷·뽀뽀 등 이성 간의 스킨십을 벌칙으로 정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술자리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권 의식의 향상과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술자리도 점차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생 이재엽(20)씨는 “요즘에는 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벌칙에 걸리면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곤 한다”며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술자리에 자연스레 녹아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는 학생과 학교 모두의 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는 새내기맞이단이나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주량을 팔찌, 배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술자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학 술자리 문화를 바꿔 나갔다. 차유진 연세대 중앙새내기맞이단장은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단원과 새내기를 대상으로 과음과 음주 강요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브샷·강권 등의 술자리 문화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대학 당국도 관련 지침을 만들고,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새터 등에서 술자리 지침을 만드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박다솜(정치외교학과 4학년)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IT업계 연봉 억소리 나는데… 男 9900만원vs女 5500만원

    IT업계 연봉 억소리 나는데… 男 9900만원vs女 5500만원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빵)과 인권(장미) 증진을 위해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8일 113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턱없이 작은 빵을 받는다. 시든 장미조차 쥐지 못한 여성 노동자도 여전히 많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가장 주목받는 고용시장으로 떠오른 개발자 업계조차 마찬가지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정보기술(IT), 게임 분야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의 30%를 밑돈다. 일부 업체에서는 급여 수준도 남성 직원의 절반가량에 그친다. 7일 IT 업계에 따르면 여성 개발자는 2017년부터 1년 새 약 1만 6000명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 소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개발제작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9만 3742명으로 전체(32만 1435명)의 29.1%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여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5500만원으로 남성(9900만원)의 55.6%에 그쳤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 업종의 남성 대비 여성 노동자 임금 비율인 67.8%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다. 네이버의 남녀 직원 평균 연봉액은 각각 8706만원과 7253만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83.3% 수준이었다.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구개발(R&D) 직군 남성의 평균 연봉은 8219만원이지만 여성은 남성의 75.3% 수준인 6192만원을 받았다.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여성 개발자를 선호하지 않는 관행이 임금격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여성주의자 모임인 ‘테크페미’에서 활동하는 A(31)씨는 “과장 승진 자리가 하나라면 ‘가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을 승진시키는 식으로 여성을 차별한다”며 “객관적인 업무 성과가 여성이 우수해도 남성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등 여성이 커리어(경력) 관리를 하는 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에 시달리거나 남성 중심적 조직 운영에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 노동자도 적지 않다. 남녀 비율이 4대1인 IT 회사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 B(27)씨는 “상사가 ‘너는 회사의 꽃’이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직원끼리만 공유할 때도 많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회사를 떠나는 여성도 있다. 부서원 30여명 중 여성이 2명인 부서에서 일하는 개발자 C(28)씨는 최근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여성 선배 개발자가 기획으로 업무를 바꾸고, 남성 임원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면서 “외국 기업은 여성들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고 소속감도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은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며 여성 인재 확충을 위해 노력한다. 2020년 페이스북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7.0%였고 여성 엔지니어는 24.1%였다. 여성 고위직 비율은 34.2%였다. 같은 해 구글은 여성 직원 비율은 32.5%, 여성 고위직은 26.7%였다. IT 시장의 여성 유입을 늘릴 수 있도록 여성 인재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컴퓨터공학 전공자 등 인력 육성에 노력하고, 구시대적 조직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네카라쿠배’ 개발자 몸값 천정부지라지만…여성에게 높은 ‘벽’

    ‘네카라쿠배’ 개발자 몸값 천정부지라지만…여성에게 높은 ‘벽’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 증진을 위해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8일 113주년을 맞았다. 1908년 그날, 미국의 열악한 섬유공장에서 화재로 숨진 동료들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1만 5000명의 여성은 빵(생존권)과 장미(권리)를 달라고 외쳤다. 한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턱 없이 작은 빵을 받는다. 시든 장미조차 쥐지 못한 여성 노동자도 여전히 많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가장 주목받는 고용시장으로 떠오른 개발자 업계조차 마찬가지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당토(당근마켓·토스) 등 정보기술(IT), 게임 분야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의 30%를 밑돌고 급여 수준도 남성 직원 연봉의 50~80%에 그친다. 여성 개발자는 2017년에서 1년 새 약 1만 6000명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IT 시장의 절대 소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개발제작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9만 3742명으로 전체(32만 1435명)의 29.1%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여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5500만원으로 남성(9900만원)의 55.6%에 그쳤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 업종의 남성 대비 여성 노동자 임금비율인 67.8%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다. 네이버의 남여 직원 평균 급여액은 각각 8706만원과 7253만원으로 여성 연봉이 남성의 83.3% 수준이었다. 성별이 아니라 직군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다르다는 반론이 있지만 같은 개발자 직군에서도 여성은 임금 차별을 겪고 있다.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구개발(R&D) 직군 남성의 평균연봉은 8219만원이지만 여성은 남성의 75.3% 수준인 6192만원을 받았다.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고, 출산과 육아부담이 큰 여성 개발자를 선호하지 않는 관행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여성주의자 모임인 ‘테크페미’에서 활동하는 A(31)씨는 “과장 승진 자리가 하나라면 ‘가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을 승진시키는 식으로 여성을 차별한다”면서 “여성의 객관적인 업무 성과가 우수해도 남성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곤 해 여성이 커리어(경력) 관리를 하는 데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에 시달리거나 남성 중심적 조직 운영에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 노동자가 적지 않다. 남녀비율이 4대1인 IT 회사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 B(27)씨는 “상사가 ‘너는 회사의 꽃’이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직원끼리만 공유할 때도 많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회사를 떠나는 여성들도 있다. 부서원 30여명 중 여성이 2명인 부서에서 일하는 개발자 C(28)씨는 최근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여성 선배 개발자가 기획으로 업무를 바꾸고, 남성 임원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면서 “외국은 여성 개발자를 키우는 데 회사와 학교 모두 적극적이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고 소속감도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외국기업 역시 IT나 관리자 직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적지만,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며 여성 인재 확충에 노력한다. 2020년 페이스북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7.0%였고 여성 엔지니어는 24.1%이었다. 여성 고위직 비율은 34.2%였다. 같은 해 구글은 여성 직원 비율은 32.5%, 여성 고위직비율은 26.7%였다. IT 시장의 여성 유입을 늘릴 수 있도록 여성 인재를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관행처럼 굳어진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컴퓨터공학 전공자 등 인력 육성에 노력하고, 구시대적 조직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유연근무제나 육아휴직제도, 재택근무 제도를 확대해 남여 모두 일과 생활을 양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부어라 마셔라 새터는 잊어라…채팅방서 건배! 게임 시작해볼까 [요즘것들]

    부어라 마셔라 새터는 잊어라…채팅방서 건배! 게임 시작해볼까 [요즘것들]

    [편집자주]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학교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것들의 문화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올해 대학에 입학한 최정문(20)씨는 지난달 18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같은 학과 동기 6명과 첫 모임을 가졌다. 올해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실시되고, 각종 대면 신입생 환영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캐치마인드’ 게임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캐치마인드 게임은 제시된 단어를 줌 프로그램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최씨가 글자 ‘수’를 가로로 써 제시어인 ‘가로수’를 표현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씨는 “오프라인 새내기배움터(새터)가 취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동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같은 곳에 모이진 못했지만, 건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비대면 술자리 콘텐츠 ‘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가에 ‘비대면 술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술자리의 어색함은 덜고 재미를 더하려고 하던 각종 술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이 취소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탑재한 화상 서비스도 비대면 술자리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다. 그룹 영상통화 앱 ‘웨이브(WAVE)’는 오프라인에서 즐기던 이상형 월드컵, 방 탈출, 마피아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이성호 웨이브코퍼레이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별 신규 가입 추세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일 평균 5000명 이상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평균 이용시간도 약 30% 증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기존 대면 술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먹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비대면 술게임이 술을 마시는 것보단 놀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친해지는데 중점을 둔다. 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도 비대면 술자리의 특징이다. 대학생 송주아(20)씨는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면 대면 술자리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함께 음악을 듣는 등 술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비대면 술자리에 대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만날 수 없으니 줌, 웹엑스(Webex) 등의 화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모임의 확산으로 술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며 대화에 집중하는 음주문화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술 먹이는 게임은 NO! 인권 존중 술자리로 진화 음주 강요보다 놀이에 의미를 둔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은 대면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러브샷·뽀뽀 등 이성 간의 스킨십을 벌칙으로 정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술자리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권 의식의 향상과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술자리도 점차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생 이재엽(20)씨는 “요즘에는 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벌칙에 걸리면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곤 한다”며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술자리에 자연스레 녹아든다”고 말했다.이러한 문화는 학생과 학교 모두의 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선배가 잘못된 술자리 관행을 답습했다면, 지금은 선배들이 나서서 안전한 음주문화를 이끌고 있다.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는 새내기맞이단이나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주량을 팔찌, 뱃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술자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학 술자리 문화를 바꿔나갔다. 차유진 연세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 단장은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단원과 새내기를 대상으로 과음과 음주 강요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면서 “새내기가 포함된 음주 행사에는 반드시 새맞단 단원을 조마다 최소 1명씩 배정해 술자리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브샷·강권 등의 술자리 문화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대학 당국도 관련 지침을 만들고,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새터 등에서 술자리 지침을 만드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박다솜(정치외교학과 4학년)·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집값에 떠밀려… ‘1000만 서울’ 와르르르

    집값에 떠밀려… ‘1000만 서울’ 와르르르

    천정부지 집값에 내국인 6만 642명 감소“지방서 오는 인구도 집값 비싸 경기 거주”코로나 확산에 외국인도 3만 9253명↓‘1000만 서울’로 불리던 서울시 등록인구가 32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코로나19 확산과 주택 문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내국인 주민등록인구(행정안전부 통계)와 외국인 등록인구(법무부 통계)를 더한 총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991만 1088명을 기록해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3일 밝혔다. 내국인이 966만 8465명, 외국인이 24만 2623명이다. 도시화, 산업화되면서 서울 총인구는 1988년 1029만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가 1992년 109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했다. 이미 2016년부터 순수 내국인 인구는 1000만명 미만(99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서울 인구는 전년 대비 9만 9895명(-1.00%)이 줄었다. 내국인 인구는 0.62%(6만 642명)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외국인 인구는 13.93%(3만 9253명)나 줄었다. 특히 중국 국적(한국계 포함)이 3만 2000명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전체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일시적인 문제와 더불어 주택 문제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현상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만들어내는 서울의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서울 집값이 비싼 데다 주택 재고가 부족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사람이 증가하다 보니 서울의 인구 집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서울에 기반을 둔 가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방에서 이주해 오는 인구도 서울로 바로 오지 못하고 경기에 살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은 15.8%로 전년보다 1.0% 포인트 상승했다. 고령사회 기준은 14%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35.2명으로 1년 전보다 1.3명 늘었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그동안 ‘1000만 도시 서울’은 거주 인구가 많은 거대도시를 상징하는 단어였지만 단어에 집중하기보다 인구 변화가 가져올 사회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코로나가 키운 경제·심리적 소외감 손주 키우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실직손가락 통증에도 돈 없어 병원 엄두 못내“생활고에 몸까지 아프니 살아 뭐하나…”‘생계 보루’ 임시·일용직마저 13.7% 줄어 친구·가족도 거리 둔 독거노인은 우울감소득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8년 격차“OECD 1위인 노인 빈곤·자살률 더 악화”“아프고 힘들어도 노인 얘기를 누가 들어 주나요. 코로나19로 다 똑같이 힘든데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겁니다.” 지난달 3일 만난 최길녀(67·여·가명)씨는 3년 전부터 손가락 마디가 아프기 시작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아 병명조차 알지 못한다. 최씨는 갑상선암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편 강명석(69·가명)씨와 함께 사고로 숨진 아들이 남긴 17, 18세 손녀를 돌보는 조손가정 보호자다. 아파트 경비원과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잇던 두 부부에게 지난해는 실직과 경제적 빈곤, 질병이 한꺼번에 닥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 시대 노년층 격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노인 일자리, 소득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와 건강 격차는 육체적·정신적 문제와 연결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노년 격차는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집약된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노인 빈곤율(2018년,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 43.4%)과 자살률(2017년 10만명당 47.7명)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인구수)은 2018년 48.6%, 2019년 46.6%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씨는 2019년 질환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뒀고 남편도 아파트 경비원에서 밀려나 교회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한다. 코로나 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던 두 부부는 소득이 줄면서 손녀들의 학원도 끊었다. 최씨는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내는데 몸까지 아프니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손가정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노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인들은 생활고와 건강 악화가 겹쳐 상황이 굉장히 악화된다”고 했다. 노년층 건강은 소득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실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 2018년 기준)은 평균 73.3세인 반면 하위 20%는 평균 65.2세로 소득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도 노년격차에 한몫을 한다. 저소득·차상위 노년층은 대부분 공공근로나 식당, 건물청소 등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생계를 꾸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임시·일용 근로자는 499만 5000명으로 전년 1월 대비 79만 5000명(13.7%)이 줄었다.독거노인들은 사회적 단절감으로 인해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우울감을 호소한다. 일용직으로 홀로 살고 있는 김철수(60·가명)씨는 “친구들도 서로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외출도 없다”며 “부모님 제사나 명절 때 왕래했던 여동생들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공공근로를 하기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담당 의사가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고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일용직 일도 다 끊어졌는데 치료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코로나 영향은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월세방이나 고시원에서 사는 노인들의 경우 지자체에서도 별도의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주민센터 직원 1명이 거주지 내 200명 안팎의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제때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55세 이상 세대별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은 “코로나로 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많지 않다”며 “노년유니온 조합원 상당수가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의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등 세번째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section3)로 연결됩니다.
  • ‘살아남기’ 포기한 6463명… 그 뒤에 남겨진 ‘꿈의 흔적들’

    ‘살아남기’ 포기한 6463명… 그 뒤에 남겨진 ‘꿈의 흔적들’

    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 위기는 청년 누군가에게는 ‘코로나 감염’보다 더 위협적이다. 지난 한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1만 2592명(잠정치)이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망자 900명의 약 14배에 이르는 수치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30대 청년층이다. 지난해 1~8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치료받은 1만 5090명 가운데 20대는 421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었다. 전 연령층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다. 30대는 2250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살 시도 증가율(13%)을 보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약자가 더 약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청년들은 어떤 말을 남겼을까. 고독사·살인 현장 등을 정리하는 전문 업체 크린키퍼스 이창호 대표, 박세환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의 유품에 담긴 사연을 재구성했다.‘부디 견디길….’ 윤지수(24·가명)씨가 ‘아 유 해피’(Are you happy)라고 쓰인 일기장 표지에 꾹꾹 눌러쓴 표현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지수씨는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를 꿈꿨다. 그녀가 남긴 일기장에는 취준생의 간절함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평소 롤모델로 생각했던 유명 언론인을 만난 후 벅찬 기쁨을 기록한 지수씨는 그다음 문장에서 그게 ‘꿈’이었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책장에는 학교에서 받은 상장들이 보관돼 있었다. 지난해 6월 짧은 생을 마친 그녀의 원룸에서는 먹다 남은 신경안정제가 발견됐다. 지난해 청년 고용시장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빙하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 규모는 32만 1654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5배 수치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인 ‘확장실업률’도 25.6%(지난해 7월 기준)로 201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장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실업자 외에도 주당 36시간 이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잠재 구직자 등을 포함해 산출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몰려 있고, 코로나로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면서 “특히 20대 여성은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7만 5000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30대 중반의 박주호(가명)씨는 지난해 9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방에는 팔다가 재고가 된 독수리연이 쌓여 있었다. 다른 쪽에는 그가 노점으로 했던 솜사탕과 달고나 기계가 있었고, 인근 공터에는 그의 푸드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주호씨가 생전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보여 주는 흔적들이다. 그의 형은 “주호가 안 해 본 것이 없다. 결혼도 미루고 열심히 살던 녀석이…”라며 애통해했다.경기는 불황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청년층의 심리적 박탈감도 커졌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의 고시원에서 숨진 지 열흘여 만에 발견된 30대 초반 김민준(가명)씨. 그의 거처인 창문도 없는 3평 남짓한 방은 전등을 켜지 않으면 종일 어두컴컴했다. 층마다 얇은 합판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7~8명이 살았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냉장고 안에는 꽁꽁 얼어붙은 김치뿐. 유품이라곤 10벌도 채 되지 않은 옷가지가 전부인 그의 방에서 눈에 띈 건 단 한 권의 소설책이었다. ‘오피스텔’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창업한 회사가 부도난 후 재기에 성공하는 사업가의 야망과 로맨스가 줄거리다. 그는 이 소설을 보며 고시원 삶의 탈출을 꿈꾼 게 아닐까.30대 초반의 민재현(가명)씨는 지난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월세 한 번 밀리지 않았다. 옷장에는 그가 산 ‘태그’도 안 뗀 새 점퍼가 걸려 있었고, 유튜브 방송을 위한 촬영 장비들도 세팅돼 있었다. 그가 성공을 꿈꿨던 유튜버의 실상은 2019년 종합소득을 신고한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기준 상위 10%가 2억 1600만원을 벌 때 하위 33%는 연 1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 유품을 손수 거둔 박 이사는 “현장에 나가면 청년들의 절박한 상황이나 아픔이 느껴진다”며 “자식 같은 이들이 채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심화시킨 사회적 관계의 단절감은 정서적으로 시한폭탄의 뇌관 같다. 스스로를 고립 청년으로 소개한 장현태(24·가명)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쉼터 친구들이 유일한 사회적 관계였다고 했다. 가족과의 연결도 끊어진 그는 경기도의 한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했다. 나이가 차 쉼터를 나온 뒤 하루 12시간씩 주 6일 동안 하던 식당 일도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후 그만뒀다. 장씨는 그해 3월부터 6월까지 경기 성남의 반지하방에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고립감과 우울감도 커졌다. 장씨는 “쉼터에 있을 때는 그곳 사람들과의 유대감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동력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관계들이 다 끊기면서 악순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우울증 위험 진단을 받고 고립 청년들의 회복을 돕는 민간단체 ‘리커버리센터’에서 공동체 생활 중이다.주지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이제까지 자살 예방 대책은 중장년과 노년층 위주였고, 청년층에 대해서는 ‘젊으니깐 이겨내라’는 방식에 그쳤다”면서 “고립과 우울감, 경제적 박탈감 등 청년층의 심리 회복을 돕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index.php?section=section2)로 연결됩니다.
  • 저소득층 “내 아이 더 가난해질 것” 중산층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

    저소득층 “내 아이 더 가난해질 것” 중산층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저소득·차상위계층 가구의 학부모 3명 중 1명은 본인뿐 아니라 자녀의 경제적 미래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서울신문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초등학생 학부모(저소득·차상위계층 72명, 중산층 이상 128명)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조사 결과다. ‘본인과 자녀의 경제적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소득층 학부모의 경우 ‘현재보다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29.2%로 ‘잘 모르겠다’(31.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이 400만원 이상(중산층 이상) 학부모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41.4%,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3.4% 순으로 많아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미래를 더 낙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격차는 코로나로 인한 소득 변화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지난해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저소득층 응답자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답한 비율이 31.8%로, 소득이 감소하지 않은 중산층 가구 중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16.5%)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많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녀 세대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망이 본격화된 것은 2~3년 전”이라면서 “코로나라는 재난적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위험에 더 차별적으로 노출된 게 자녀 세대에 대한 계층 간 인식차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는 자녀의 생활패턴 변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 이후 자녀의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시간을 묻는 질문에 저소득층 학부모는 15.3%가 6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중산층 학부모는 6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답변이 4.7%에 그쳐 약 3배가량 차이 났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자녀가 스마트폰에 오래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소득 감소층에서는 자녀의 디지털 의존 현상이 더 짙었다. 지난해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저소득층 학부모 가운데 자녀가 하루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19.6%로, 역시 소득이 감소한 중산층의 응답자(5.4%)보다 4배 더 많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코로나로 가계 경제가 기울면서 상대적으로 사교육에 투자 여력이 있는 중산층보다 돌봄 공백도 더 커진다”며 “저소득층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심화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보다는 게임이나 유튜브 등 오락성 활동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 20년 지나도 생생한 그때의 고통… “진정한 사과 받고 싶어”

    20년 지나도 생생한 그때의 고통… “진정한 사과 받고 싶어”

    유명인 된 가해자들 죄책감 없이 생활TV 속 얼굴 봐도 학창 시절 공포 느껴폭로글 검증 쉽지 않아 진실공방 번져피해자 보복성 폭로는 의미 변질 우려유명 배구 선수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계기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학폭 미투’가 번지고 있다.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등 TV에 나올 만큼 유명해진 공인들이 가해자로 등장한다. 학폭 피해자들이 짧게는 4년 전, 길게는 20년 전의 상처를 헤집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익명의 공론장에 펼쳐 놓는 심리는 무엇일까. 청소년 시절 유명인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피해 주장은 주로 ‘네이트 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익명으로 폭로된다. 2019년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의 학교폭력 가해를 고발하는 글을 시작으로 가수 박경·진달래 등으로부터 금품 갈취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구선수 안우진과 김유성의 학폭 논란도 불거지면서 체육계 전반으로 학폭 파문이 번졌다. 전문가들은 학폭 피해자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굳이 꺼내 피해를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배경으로 심리적 트라우마에 주목했다. 가해자가 아무 죄책감 없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단한 뼈도 한번 부러지면 재차 쉽게 부러지듯 청소년 시기에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성인이 된 이후 작은 자극에도 쉽고 크게 발현한다”며 “단지 가해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폭행을 당했던 당시와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위협에 짓눌려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파급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에 기대어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만이 유일한 처벌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폭 미투를 계기로 가해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사과를 받기는커녕 재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4일 프로 여자배구 선수의 학폭 가해를 고발한 피해자 측은 가해자로부터 “네가 올린 글만큼 너한테 하지 않은 거 같은데? 내가 다 (가해)한 거 확실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을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는 피해자와 달리 가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않고 사회적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을 두려워해 부정하기도 한다”며 “폭로 글의 검증이 쉽지 않아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유명인의 학폭 미투에 동조해 가해자로 몰린 이들을 조리돌림하거나 무차별적으로 비방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신도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지나친 비판은 가해자를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보복성이 짙은 폭로는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를 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초대장 있어야 ‘인싸’… MZ세대 ‘디지털 살롱’에 열광

    초대장 있어야 ‘인싸’… MZ세대 ‘디지털 살롱’에 열광

    기존 이용자에게 초대장 받아야 가입스타트업 대표 등 유명인사들과 대화고급 정보 얻고 경력 발판 쌓으려고 해‘사교의 장’ 18세기 살롱이 부활한 모습권력화된 소통·중세 귀족파티 비판도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에 평범한 대학생부터 작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 인사까지 몰려들었다. 입장하면 한쪽에선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선 청춘들이 소개팅 상대를 구하는 진귀한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마치 학자, 예술가 등이 드나들며 토론과 사교의 장 역할을 했던 18세기 살롱이 부활한 모습이다. 최근 2030세대들이 푹 빠진 실시간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이야기다. ●영화·주식 토론하고 연예인과 대화도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선보인 음성 기반 SNS다. 글과 사진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SNS와 달리 오직 음성으로만 대화하고, 대화 기록은 남지 않는다. 대화방은 모더레이터(방장 및 관리자)와 스피커(발언자), 청취자로 구성된다. 대화 주제는 영화, 주식, 정치, 친목 등 다양하다. 가입자는 누구나 원하는 주제의 대화방을 만들 수 있고 입장할 수 있다. 다만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기존 이용자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만 한다. 클럽하우스의 인기에 불을 지핀 것도 이 초대장 시스템이다. 클럽하우스 이용자 1인당 2장의 초대장이 주어지며, 초대를 받지 못한 사람은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안드로이드OS 기반 휴대폰 이용자들은 이용할 수 없고, 아이폰 등 애플 iOS에서만 서비스되는 점도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거래되고,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중고 아이폰을 다시 꺼내 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폐쇄성은 사람들의 가입 욕구를 자극했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 ‘인싸’(인사이더), 가입하지 못하면 ‘아싸’(아웃사이더)라는 말도 나왔다. 직장인 김모(27)씨는 “클럽하우스에는 관심이 없지만, 친구들의 클럽하우스 후기를 듣고 있으면 괜히 박탈감이 느껴지고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클럽하우스가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의 일종인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스타트업 대표, 영화감독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가입하자 이들과 대화하면서 고급 정보를 얻고, 커리어 발판을 쌓으려는 사람들도 클럽하우스를 찾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IT 업계 종사자, 실리콘밸리 근무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클럽하우스를 비롯한 SNS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대화방에 자주 들어간다”면서 “대화방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사람들 대화에 껴볼 수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에 진지한 토론방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눈 3개로 살아가기’와 ‘팔 3개로 살아가기’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를 토론하는 ‘무논리 방’부터 성대모사로만 대화하는 ‘성대모사방’, 서로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랑방’ 등 대화방의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반짝 유행할까, 포스트 페이스북 될까 늘어나는 인기만큼 클럽하우스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과도한 ‘인싸’ 문화에 피로감을 드러내는 이용자도 나왔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해 본 직장인 윤모(29)씨는 “막상 이용해 보니 유명세에 비해 특별한 점은 못 느꼈다”면서 “클럽하우스 자체의 특별함보다는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평했다. 클럽하우스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자 일부 연예인들은 이를 ‘권력화된 소통’, ‘중세 귀족파티’라 비판했다. 초대장을 통해 입장하면서 가입자와 비가입자를 구분짓고, 일부 대화방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말하는 것을 듣기만 하라’는 식으로 운영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서비스인 만큼 클럽하우스가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음악을 스트리밍하거나 책을 읽어 주는 대화방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고, 음성 기반으로 이뤄지는 탓에 청각장애인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내용이 기록되지 않지만 몰래 녹음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아직은 ‘청정’한 클럽하우스지만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혐오 발언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갑자기 혐오 발언을 외친 후 대화방을 퇴장해 버리면 해당 이용자를 신고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초기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텍스트 기반 SNS에 싫증을 느낀 이용자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차에 마침 오디오 기반 SNS가 등장한 셈”이라면서 “고급 정보, 신뢰할 만한 정보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모델에 대한 관심, 코로나19로 인한 인간에 대한 그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단시간에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열린세상] 유시민과 ‘검은 수사’/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유시민과 ‘검은 수사’/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안톤 체호프의 ‘검은 수사’는 몇 번씩 곱씹어 읽는 단편 소설이다. 잘생기고 학식이 높아 존경받는 코브린 박사는 신경쇠약으로 인해 자신을 길러 준 페소츠키와 그의 딸 타냐가 사는 농장으로 가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코브린은 그가 만들어 낸 환영, 곧 검은 옷을 입은 백발의 수도승, 즉 검은 수사를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이 검은 수사는 코브린을 ‘신이 선택한 자’,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천재’, ‘공공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로 칭송한다. 이 ‘고귀하고 행복한 운명’이라는 환상은 그를 흠모하던 타냐와 결혼하면서 잠시 중단된다. 그러나 도시로 돌아온 코브린은 안락한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검은 수사를 다시 보게 되자 농장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검은 수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코브린은 자신의 고결함과 천재성을 인정해 준 검은 수사를 못 보게 됐다며 오히려 타냐와 페소츠키를 계속해서 힐난하고, 타냐와 이혼한다. 어느 날 해변의 호텔에 머물고 있던 코브린은 페소츠키가 죽었으며 이 모든 불행이 그 때문이라고 저주하는 타냐의 편지를 읽는다. 이제 드디어 자신의 평범함을 깨달은 코브린에게 검은 수사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천재라고 말한다. 두려움, 공포, 슬픔, 경이, 환희 속에 그의 심장은 죄어 오고 그는 피를 토하며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띤 채 죽는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검은 수사’가 있고 성공적인 삶이란 어쩌면 이 ‘검은 수사’를 적절히 피하는 데 있는지 모른다. 불행히도 우리 시대의 지식인이자 ‘평범한 천재’ 유시민이 ‘검은 수사’에 걸려들었다. 아니 집권세력 전체가 이 ‘검은 수사’에 걸려들었다. 유시민은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추적했다는 주장은 잘못이었다며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힌 논리적 확증편향”이라고 사과했다. 한동훈 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유시민, 친문·친노 세력에게 ‘악마화’됐고 이는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작태였다. 이렇게 한 시대의 지식인이 갔고 한동훈이라는 ‘검은 수사 사냥꾼’이 왔다. 공공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법무부와 ‘친문언론’ 또한 ‘검은 수사’에 걸려들었다.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를 엮어 보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회심의 한 방도 빗나갔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은 검찰에 대한 과대망상적 피해의식과 논리적 확증편향으로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차기 정권 창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검찰개혁이 중요한 과제지만 이것이 정권의 명운까지 걸며 해내야만 했던 시대적 과제였을까? 시민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실패로 고통과 실의에 빠져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고 청년들은 구직난과 실업난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기다리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오지 않고 사회 양극화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검은 수사’에 걸린 집권세력에게 다음 정권을 줄 수 없다는 민심이 거세지고 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 자신은 아직 ‘검은 수사’에 걸려들지 않은 듯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를 몇 마디 했지만 그럭저럭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주변에 ‘검은 수사’에 걸려든 인사들이 너무 많고, 추미애ㆍ윤석열 갈등을 추인하는 실수도 했다. 코브린은 검은 수사와 사랑에 빠져 파국을 맞았지만, 문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라거나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칭송하는 세력과 결별해 파국을 피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5년 대통령 임기후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인식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이 엉망이어서 이 평범함조차도 위대해 보일 것이다. ‘검은 수사’의 묘미는 농장과 딸을 맡길 유일하고 신뢰할 만한 사윗감으로 코브린을 맞은 페소츠키와, 코브린을 완벽한 남편감이라고 확신한 타냐조차도 검은 수사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집권세력, 친문언론, 친문 지지자 모두 이 부녀와 유사하다. 검은 수사에 빠지면 어떤 비판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권유한다. 차라리 체호프의 ‘검은 수사’를 읽어라.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띤 채 죽지 않기 위해서.
  • 가사에 시대정신 담은 BTS… 세계가 빠져들다

    가사에 시대정신 담은 BTS… 세계가 빠져들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아이돌 그룹, 보이밴드는 많다. 그런데 왜 유독 방탄소년단(BTS)이 넘보기 힘든 절정의 인기를 끄는 걸까. 동아시아연구원의 ‘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는 국제정치학, 사회학, 미디어 연구 등 사회과학 분야 교수 8명을 통해 그 비결을 분석해 담았다. 저자들은 미국 팝이 장악한 세계 대중문화 질서 속에 주류로 나서 존재감을 발휘한 방탄소년단을 그저 아이돌 그룹이 아닌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봤다. 대중문화나 문화산업 분야의 좁은 연구에서 벗어나 국제정세, 방탄소년단 노랫말 그리고 소통 등으로 연구 주체를 다양화한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탄생에는 적절한 시류 분석이 한몫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 주도 문화 지형에 변동이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위계가 약화했고, 여기에 취향 다변화, 디지털 미디어 개인화 등이 진행돼 한국 아이돌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우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을 지닌 예술가’로서 차별화 전략을 쓴 게 유효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미디어로 분석한 ‘문화 다이아몬드 모형’을 보면 방탄소년단은 고른 역량을 보인다. 퍼포먼스와 실력(텍스트), 케이팝 시스템(생산), 팬덤(소비), 밀레니얼 세대(사회), 소셜미디어(분배)가 골고루 어우러진 것이다. 안미향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도 대중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의 기사 분석을 통해 2017년을 기준으로 방탄소년단의 ‘차별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인기 요인을 풀었다. 전 세계 팬들을 끌어모으는 건 공생과 공감의 영역이다. 히트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비롯한 음악을 분석한 하영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진정한 자기애와 공생의 모색, 문명의 자기모순 극복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가치를 담아 공명을 준다고 했다. 김수정 국민대 사회학과 객원교수도 진정성, 유대의식, 향상심과 온전한 삶에 대한 열망을 품은 노랫말이 곧 ‘시대정신’이 됐고, 전 세계 청년세대의 공감을 불렀다고 부연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가끔’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들이 던지는 보편적 메시지 외에 스토리텔링, 연대의식 고취, 초국적 문화 네트워크 구축 등 전략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홍보보다 공감과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제2의 방탄소년단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8명의 교수가 분석한 BTS의 8색 매력...“시대정신에 전세계 열광”

    8명의 교수가 분석한 BTS의 8색 매력...“시대정신에 전세계 열광”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많고 많은 아이돌그룹 가운데 왜 유독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됐을까. 8명의 교수가 각자 분야에서 각자 시각으로 방탄소년단의 8색 매력을 연구한 대중서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국제정치학, 사회학, 미디어 연구 등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의 분석을 담은 ‘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사진)‘를 낸다고 27일 밝혔다. 필자들은 미국의 팝이 장악한 세계 대중문화 질서 속에서 한국 음악인이 주류로 나서서 이처럼 존재감을 확보한 적이 없었다면서, 방탄소년단을 그저 아이돌그룹이 아닌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연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대중문화나 문화산업 분야 연구에서 벗어나, 분석 분야 역시 국제정세, 방탄소년단 노랫말, 그리고 소통 등으로 다양화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문화지형 변화를 우선 요인으로 짚는다. 미국 문화 주도 지형에 변동이 생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위계가 약화했고, 여기에 취향 다변화, 디지털 미디어 개인화 등이 진행돼 한국 아이돌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한국 아이돌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지닌 예술가’로 차별화한 점을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매력을 다룬 신문 기사를 분석해보니 ‘텍스트(퍼포먼스, 실력)’, ‘생산(케이팝 시스템)’, ‘소비(팬덤)’, ‘사회(밀레니얼세대)’, ‘분배(소셜미디어)’의 이른바 ‘문화 다이아몬드 모형’에서 고루 역량을 보였다.하영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방탄소년단의 무게감을 꼽는다. 방탄소년단을 단순한 문화 혼종이 아닌, ‘현대 문명의 한계를 고쳐보려는 21세기 신문명 건축의 전위체’로 결론짓는데, 이들이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뜻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던지는 메시지를 중시했다. 히트곡 ‘FAKE LOVE’를 비롯해 여러 곡에서 진정한 자기애와 공생의 모색, 문명의 자기모순 극복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가치를 담아 공명을 준다는 것이다. 노랫말을 분석한 김수정 국민대 사회학과 객원교수도 진정성, 유대의식, 향상심과 온전한 삶에 대한 열망을 품은 노랫말이 곧 ‘시대정신’이 됐고, 전 세계 청년세대의 공감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혜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 댓글을 분석했는데,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처럼 팬들의 소통이 아닌, 팬인 ‘아미’가 팬심 표현 수단으로 할 정도로 강렬하다고 설명했다. 안미향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대중음악 전문매체 ‘빌보드’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2017년을 기준으로 긍정적 기사가 급증하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차별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 사례가 문화강국의 꿈을 꾸는 한국에 시사점이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가끔’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 한류 외교도 벤치마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처럼 보편적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스토리텔링, 연대의식 고취, 취향 공동체, 초국적 문화네트워크 구축,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공공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홍보보다 공감과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제2의 방탄소년단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위안부 매춘’ 류석춘 “강의 중 발언으로 재판…대한민국 암흑기냐”

    ‘위안부 매춘’ 류석춘 “강의 중 발언으로 재판…대한민국 암흑기냐”

    첫 재판서 “매춘 발언은 단순 의견표명”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66) 전 연세대 교수가 15일 첫 재판에서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류석춘 전 교수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류석춘 전 교수는 2019년 9월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 ‘정대협 임원들이 통합진보당 간부들이며 북한과 연계돼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대협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류석춘 전 교수 측은 발언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 혐의는 부인했다. 류석춘 전 교수 측은 “이런 발언을 한 사실은 있지만 단순한 의견 표명이었고 그 내용이 허위가 아니며 허위라 해도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3월 12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 측은 류석춘 전 교수를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와 정대협 관계자 등 총 4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류석춘 전 교수는 이날 재판 출석 전 취재진에 “강의실 안 학습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암흑기에나 있는 일”이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발간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발간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3월 정식 창간을 앞두고 특집기획호를 발간했다. 잡지는 ‘뉴욕리뷰오브북스’, ‘런던리뷰오브북스’처럼 고급 서평 전문지를 목표로 한다. 강예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사회학, 경제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한다.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ISSUE RE-VIEW’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RE-VIEW’로 구성했다. 여기에 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한 ‘LITERATURE’가 별책으로 따라온다. 이번 호 주제는 ‘2020:이미 와 버린 미래’다. 김준혁 소아치과 전문의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역사를 고찰한다. 김홍중 교수는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다. 이 밖에 김영민 교수의 신작 소설 ‘먹물누아르’, 김초엽 작가 단편, 김혼비·박솔뫼 작가 에세이 등을 수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평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서평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3월 정식 출간을 앞두고 특집 기획호를 발간했다. 잡지는 ‘뉴욕리뷰오브북스’, ‘런던리뷰오브북스’ 등 고급 서평 전문지를 모델로 한다. 강예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사회학, 경제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한다. 앞서 진행한 펀딩에서 2주 만에 목표액의 971%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ISSUE RE-VIEW’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RE-VIEW’로 구성했다. 여기에 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한 ‘LITERATURE’로 별책으로 따라온다. 특집 기획호 주제는 ‘2020: 이미 와 버린 미래’다. 김준혁 소아치과 전문의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역사를 고찰하고, 공포를 이용해 누가 이득을 얻는지 질문을 던진다. 홍성욱 과학기술학자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생각의힘),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돌베개) 등 코로나19 관련 서적을 돌아보며 팬데믹 사회를 성찰한다. 건축가 강예린이 ‘정크스페이스’(문학과지성사), ‘짓기와 거주하기’(김영사) 등으로 팬데믹과 공간을 이어본다. ‘RE-VIEW’에서는 특정 주제가 아닌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을 모았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다. 별책부록 ‘LITERATURE’에서는 김영민 교수의 신작 소설 ‘먹물누아르’를 비롯해 김초엽 작가 단편, 김혼비·박솔뫼 작가 에세이 등을 수록했다. 잡지 측은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창간한다”고 소개하고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한 사유의 장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짧은 소설, 에세이 등 다채로운 글을 수록해 다양성과 재미 역시 놓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3년 만에 등 돌린 민심… 58% “文, 촛불정신 계승 못하고 있다”

    3년 만에 등 돌린 민심… 58% “文, 촛불정신 계승 못하고 있다”

    文정부 출범 6개월 땐 69.8%가 “잘 계승”조국 사태·집값 폭등·檢 개혁에 위기 자초국민 “전보다 나아진 것 맞나” 실망감 커“전면 개각·쇄신 통해 국민의 마음 얻어야”“새 정부는 촛불 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70여일 만인 2017년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면서 힘주어 한 말이다. 무능하고 부도덕한 현직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촛불 시민들의 분노와 열망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지났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현 정부의 출범에 환호했던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한때 70%대를 찍었던 국정지지율은 40%를 밑돈다.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현 정부가 촛불정신을 잘 계승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58.2%에 달했다. ‘잘 계승한다’는 의견은 37.8%에 그쳤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 30대를 뺀 전 연령대, 여당 지지자를 제외한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결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 후인 2017년 11월 참여연대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와 정반대다. 당시 조사에서 69.8%는 ‘현 정부가 촛불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의견은 23.6%에 그쳤다. 이는 집권 3년차인 2019년 8월 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부정 스캔들을 시작으로 집값 폭등, 검찰개혁 갈등을 거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린 결과로 분석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 정신’은 이 정부의 성격을 대변하는 키워드이므로 국정평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현 정부는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 해결책을 내놓을수록 오히려 악화하지 않았나”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절정에 달했고, 코로나19 상황도 ‘K방역’이라며 자찬하더니 위기를 맞았다. 국민들은 ‘전보다 더 나아진 것 맞나’ 하는 회의를 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촛불 혁명을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와 중도층까지 폭넓게 참여한 국민통합 현상”이라고 진단한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국 사태, 윤석열 징계 사태에서 진영 논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어졌고, 현 정부가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정유라 사건’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기득권이 된 진보 진영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과 입시 문제 등에서 진보·보수 할 것 없이 계층의 구조화가 공고한 상태”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미국 사회처럼 기득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반발이 일어나고, 극단적 성향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가 민심의 이탈과 정권 말 권력 누수를 막으려면 여론을 반영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구 교수는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정권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청와대 비서실장은 교체하고 정책실장은 그대로 두고, 법무부 장관은 여론에 등 떠밀리듯 마지못해 바꾸는 식의 인사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전면 쇄신과 전면 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 시민들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벗어나 수평적 소통과 정치가 가능한 정부를 원했던 것이였지만 정작 눈에 띄는 소통은 없었다”며 “촛불 정부만의 소통 방식을 찾아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이나 인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거대 여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많은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충족되기 어렵다”면서 “다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 준 것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였는데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정책 과제로는 공통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이 꼽혔다. 박 교수는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시 짜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 등도 국지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새해 여론조사] 어떻게 조사했나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12월 28~30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각각 524명, 488명 등 10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은 지역·성·연령별 유의 할당 무작위 방식으로 추출했다. 지역별로 서울 191명, 인천·경기 312명, 대전·세종·충청 108명, 광주·전라 104명, 대구·경북 97명, 부산·울산·경남 155명, 강원·제주 45명이다. 무선 임의전화걸기(RDD)와 유선 KT DB를 활용한 무작위 1대1 전화면접조사(유선 29.2%·무선 70.8%)로 진행했다. 가중치는 2020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셀가중 방식으로 부여했다. 전체 응답률 11.8%(유선 9.4%·무선 13.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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