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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우리가 최대 피해자죠”…‘이남자’가 보수에게 표를 던진 이유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실제로 20대 남성이 차별을 받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체감하는 것이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역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굉장히 실용적인 세대이며 오히려 자신들이 보수화됐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20대는 국가관, 민족관 등에 구애받지 않으며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중요한 세대인 만큼 20대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거대 양당 대신 다양한 가치를”…‘이여자’의 소신 투표 ‘이여자’(20대 여자의 줄임말)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씨는 “20대 남성 지지율이 70%를 넘는 것을 봤다”면서 “앞으로 남성 지지자들을 더 신경 쓰고 여성 유권자를 외면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20대 남자의 분노 몰랐다” 친문 커뮤니티의 통렬한 반성

    “20대 남자의 분노 몰랐다” 친문 커뮤니티의 통렬한 반성

    “20대 남자들의 분노를 몰랐네요. 좋든 싫든 한국의 기둥이 될 2030의 현실을 잘 살피고 확실히 도와야겠습니다.” (클리앙 게시판) “언제부턴가 꽉 막힌 꼰대들만 잔뜩 유입돼서…젊은 20~30대가 무슨 재미로 오겠어요.” (딴지일보 게시판) 4·7 재보궐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이른바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성과 자아비판이 잇따랐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에펨코리아, mlb파크 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이런 현상을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라는 뜻의 비속어)들의 ‘봉합’이라며 냉소하기도 했다. 40대 후반이라고 밝힌 클리앙의 유저는 “나이 있는 진보 지식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로 팔로우하니 다른 의사소통의 통로가 다 막혔다”고 고백했다. 보배드림, 루리웹, 뽐뿌, 딴지일보 등 40대 남성이 주축인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젊은 유권자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를 강력히 밀어준 20대 남성과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쏟아낸 언론과 포털사이트에 패배 원인을 돌리는 분풀이 게시물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클리앙 유저는 “20대에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확실히 요즘 20대는 과거 20대와는 다른 것 같다”고 분노했다. 20대 남성층이 70% 이상 오세훈 시장을 지지했다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20대의 선거권만 거둬들이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한 것이다. 이날 여성시대, 쭉빵닷컴 등 포털사이트 다음에 터를 잡은 여초(여성이 다수) 카페에서도 20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댓글에서 찬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친문 지지 세력에게 호소하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하면서 “여권 정치인들이 열성 여론과 거리를 두고 다양한 성향의 청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YS 때 정계 입문… 17대 국회에 첫 입성“정권 심판” 교수 사직 후 출마 ‘배수의 진’‘인물론 VS 정권심판론’. 부산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로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잔’을 거머쥔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자 30년 넘게 몸담았던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는 등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애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지역 민심은 정권 교체에 무게가 실렸다. 선거 막판 박 당선인의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과 부동산 문제 등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혹 제기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현 정권 심판을 위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박 당선인은 “부산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부산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히며 “부산을 경제 악순환에서 구하고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는 도시,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기업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박 당선인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8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가 진압부대가 쏜 최루탄 파편에 오른쪽 눈을 다쳐 실명할 뻔했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동아리(문예반) 활동을 같이했으며 민주화 운동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언론에 몸담았다가 1991년 동아대 교수로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 이후 부산에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1994년 김영삼(YS) 정권의 정책자문기획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에 당선됐으나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 당선인은 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다시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YS 때 정계 입문… 17대 국회에 첫 입성“정권 심판” 교수 사직 후 출마 ‘배수의 진’‘인물론 VS 정권심판론’. 부산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로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잔’을 거머쥔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자 30년 넘게 몸담았던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는 등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애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지역 민심은 정권 교체에 무게가 실렸다. 선거 막판 박 시장의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과 부동산 문제 등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혹 제기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현 정권 심판을 위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박 시장은 “부산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부산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히며 “부산을 경제 악순환에서 구하고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는 도시,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기업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박 시장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8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가 진압부대가 쏜 최루탄 파편에 오른쪽 눈을 다쳐 실명할 뻔했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동아리(문예반) 활동을 같이했으며 민주화 운동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언론에 몸담았다가 1991년 동아대 교수로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 이후 부산에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1994년 김영삼(YS) 정권의 정책자문기획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에 당선됐으나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 시장은 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다시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책임 져라”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책임 져라”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헌팅포차, 유흥주점 등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를 방문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손실과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것을 약속한다.’ ●“학생들에게 책임 전가” 인권위에 진정 서강대학교가 최근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요구한 외출 서약서 내용이다. 지난달 25일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총 9명이 연이어 감염되자 나온 고육책이지만 학생들은 집단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며 반발했다. 서강대 졸업생은 이런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방역수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본인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측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감염 땐 문책… 퇴사 강요까지 받아 코로나19 감염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엄중 문책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공무원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종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신호”라고 비판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DB금융투자의 한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경위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로 퇴사를 강요하는 행위가 있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필요 이상 책임 묻는 건 결속감만 저해” 전문가들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방역에도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이미 최고 단계의 방역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개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부여한다고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결속감만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주민 안전” vs “배송 편의”… 서울 아파트로 번진 ‘택배 대란’

    “주민 안전” vs “배송 편의”… 서울 아파트로 번진 ‘택배 대란’

    5000가구가 입주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아파트 단지. 4일 오후 4시쯤 이 아파트 후문 앞에서 마주친 홈플러스 택배기사 김상연(가명·53)씨는 빨간색 냉장탑차를 구석에 주차한 뒤 접이식 손수레를 꺼냈다. 그는 2ℓ짜리 생수 12병과 고기와 냉동식품 등 신선식품을 담아 10여분을 걸어 배송을 마쳤다. 배달이 많을 때에는 이 아파트에 8~10건을 배송한다는 김씨는 “택배는 시간싸움인데 손수레로 옮기다 보니 단지 바로 앞에 주차할 때보다 2~3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김씨는 “주차장 입구랑 내 탑차 높이가 2.3m로 같아 잘못하면 배수관 같은 시설물이 망가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2018년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 벌어진 택배 대란이 서울에서도 재현됐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1일부터 주민 안전과 보도블록 훼손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 로젠택배, 한진택배 등 일부 택배업체 기사들은 수천 개의 상자를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 쌓아뒀고 주민들이 직접 택배 물품을 찾아가야 했다.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린 3일에는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1㎞ 이상을 걸어 직접 배송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내에 질주하는 택배차 민원이 지속되면서 출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는 택배 차량이 후방에 있던 어린이를 보지 않고 후진하다가 아이가 놀라 넘어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이 아파트는 지상을 공원처럼 꾸며 모든 차량이 지하로만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지하주차장 입구가 2.3m여서 차량 높이가 2.5~2.7m인 일반 탑차와 냉동·냉장차량은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측은 택배사들이 차량 높이를 2.3m 이하로 낮춘 저상차량을 마련하도록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4차례에 걸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택배 기사는 자비를 들여 저상차량을 도입했다. 반면 일부 택배기사들은 차량 교체 비용을 택배 기사에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2m 이하인 저상차량으로 바꾸려면 개조는 불가능하고 아예 새로 구매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40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배송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저상차량으로 바꾸면 노동강도가 더 세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민욱 택배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일반 탑차는 최대 300개의 상자를 싣는데 저상차는 절반인 150개밖에 못 실어 노동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또 차가 낮아 허리를 굽혀 물건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고관절에도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2019년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짓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법 시행 전 사업계획을 승인 받은 아파트들은 주차장 높이가 2.3m여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양주 다산신도시 사례처럼 택배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협의해 시간대별로 택배차 지상 출입을 허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헌팅포차, 유흥주점 등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를 방문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손실과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것을 약속한다.’ 서강대학교가 최근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요구한 외출 서약서 내용이다. 지난달 25일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총 8명이 연이어 감염되자 나온 고육책이지만 학생들은 집단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며 반발했다. 서강대 졸업생은 이런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방역수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본인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측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감염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엄중 문책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공무원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종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신호”라고 비판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DB금융투자의 한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경위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로 퇴사를 강요하는 행위가 있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방역에도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이미 최고 단계의 방역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개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부여한다고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다”며 “개인의 협조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결속감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여야, 가덕도 신공항 현실적 고민·해법 없이 ‘묻지마 인프라’ 남발

    여야, 가덕도 신공항 현실적 고민·해법 없이 ‘묻지마 인프라’ 남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교통·물류 관련 공약들을 전문가들은 ‘낙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 도심형 초고속철도 건설 등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세밀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후보들은 비현실적 약속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모두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약속했다. 정부도 지난 30일 김해 신공항 확장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공항 건설을 고려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은 빠져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31일 “코로나19 탓에 항공 수요가 2025~2027년쯤은 돼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게 세계 전문가 동향”이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한 현실적 고민과 대책 등은 공약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에 더해 신공항·부산신항·철도를 연계하는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망 구축’을 공약했다. 박 후보는 가덕도와 해운대를 잇는 최고 시속 300㎞의 ‘어반루프’(도심형 초고속철도)를 건설해 부산 전역을 15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철우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해안을 끼고 있는 가덕도에 공항만 세우면 울산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이 과연 거기를 이용하러 갈까 의심을 받으니 각종 인프라까지 갖추는 공약을 붙인 것”이라며 “어반루프까지 건설해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도 “장밋빛 청사진만 날아다니는 것”이라면서 “어반루프도 결국 2021년에 기초연구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두 후보는 모두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김 후보는 반값주택 1만호를 포함해 공공주택 7만호 공급을 제시했다. 반값주택 공약은 땅값은 빼고 건물값만 지불하면 30년을 살 수 있는 주택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값주택이 가능은 하다”면서도 “건물값이 결국 떨어지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규제 완화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공공부지를 활용해 저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을 민간이 80~90%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규제 완화를 하면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영우 부산경상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은 엘시티 등을 제외하고는 서울만큼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며 “공급 개념보다는 청년을 끌어안는 청년주택정책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공약에선 김 후보가 좀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는 여성부시장 임명, 5급 이상 시청 공무원의 여성 비율을 35%로 늘리기, 부산 디지털 성범죄 대응센터 설립 등을 공약했다. 여성인권단체 살림의 변정희 대표는 “수도권 중심으로 있던 디지털 성범죄 대응센터가 동남권에도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여성플라자 등 여성 커뮤니티 활성화 공약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저출산 예산 1조원 증액과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비용 지원 등을 약속했다. 서기관급 이상,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기관장 등 고위직 성폭력 사안을 전담하는 고위공직자 성폭력 처리센터 설치, 여성부시장 신설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대응기구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즉각적인 처리 및 대응을 위한 가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후보의 젠더 정책에는 가치관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변 대표는 “김 후보의 여성부시장 ‘임명’은 2명 중 1명을 임명하겠다는 것이고, 박 후보의 여성부시장 ‘신설’은 직제개편을 의미한다”며 “여성부시장 산하에 출산 등을 장려하는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여성 문제를 출산·아동·가족 문제와 결부시킨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박 후보가 성폭력과 일자리 부분은 정책이 미진한 편으로 신경을 덜 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가덕도 받고 ‘트라이포트’에 ‘어반루프’까지 건설?…“장밋빛 청사진만”

    가덕도 받고 ‘트라이포트’에 ‘어반루프’까지 건설?…“장밋빛 청사진만”

    4·7 재보선 공약 평가 <4> 부산시장교통·물류 관련 공약 ‘낙제 수준’젠더 공약 오히려 김영춘 앞서서울과 달리 부동산 공약 잠잠민간주도 박형준에 기대도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교통·물류 관련 공약들을 전문가들은 ‘낙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 도심형 초고속철도 건설 등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세밀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후보들은 비현실적 약속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모두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약속했다. 정부도 지난 30일 김해 신공항 확장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공항 건설을 고려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은 빠져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31일 “코로나19 탓에 항공 수요가 2025~2027년쯤은 돼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게 세계 전문가 동향”이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한 현실적 고민과 대책 등은 공약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에 더해 신공항·부산신항·철도를 연계하는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망 구축’을 공약했다. 박 후보는 가덕도와 해운대를 잇는 최고 시속 300㎞의 ‘어반루프’(도심형 초고속철도)를 건설해 부산 전역을 15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이철우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해안을 끼고 있는 가덕도에 공항만 세우면 울산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이 과연 거기를 이용하러 갈까 의심을 받으니 각종 인프라까지 갖추는 공약을 붙인 것”이라며 “어반루프까지 건설해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도 “장밋빛 청사진만 날아다니는 것”이라면서 “어반루프도 결국 2021년에 기초연구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두 후보는 모두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김 후보는 반값주택 1만호를 포함해 공공주택 7만호 공급을 제시했다. 반값주택 공약은 땅값은 빼고 건물값만 지불하면 30년을 살 수 있는 주택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값주택이 가능은 하다”면서도 “건물값이 결국 떨어지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규제 완화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공공부지를 활용해 저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을 민간이 80~90%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규제 완화를 하면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은 서울과 달리 부동산 이슈가 선거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황영우 부산경상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은 엘시티 등을 제외하고는 서울만큼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며 “공급 개념보다는 청년을 끌어안는 청년주택정책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공약에선 김 후보가 좀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는 여성부시장 임명, 5급 이상 시청 공무원의 여성 비율을 35%로 늘리기, 부산 디지털 성범죄 대응센터 설립 등을 공약했다. 여성인권단체 살림의 변정희 대표는 “수도권 중심으로 있던 디지털 성범죄 대응센터가 동남권에도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여성플라자 등 여성 커뮤니티 활성화 공약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박 후보는 저출산 예산 1조원 증액과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비용 지원 등을 약속했다. 서기관급 이상,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기관장 등 고위직 성폭력 사안을 전담하는 고위공직자 성폭력 처리센터 설치, 여성부시장 신설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대응기구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즉각적인 처리 및 대응을 위한 가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볼 때 부산시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을 만한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박 후보의 젠더 정책에는 가치관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변 대표는 “김 후보의 여성부시장 ‘임명’은 2명 중 1명을 임명하겠다는 것이고, 박 후보의 여성부시장 ‘신설’은 직제개편을 의미한다”며 “여성부시장 산하에 출산 등을 장려하는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여성 문제를 출산·아동·가족 문제와 결부시킨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박 후보가 성폭력과 일자리 부분은 정책이 미진한 편으로 신경을 덜 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1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배설이다. 2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설사다. 3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소화다. 10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근육이다. 100권의 ‘배설’이 모였다고 1권의 ‘근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 권의 ‘배설’보다 한 권의 ‘근육’이 낫다. 책에도 강도와 근육이 있고 이를 알아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차기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배설’을 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그 미지의 지도자에게 한 쌍의 아름다운 ‘근육’을 추천한다. 아쉽게도 아니면 공평하게도 이 두 책은 미국 학자들이 쓴 책이다.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와 마이클 세스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는 배설물 속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다. 전자가 철학적, 분석적 깊이로 무장했다면 후자는 역사학적 넓이와 통찰로 무장했다. 나는 피시킨의 ‘병목사회’가 한국에서 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텍사스대(오스틴)의 피시킨 교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세계 최강의 학벌을 가졌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병목사회’는 교육, 정의, 공정, 유전ㆍ환경, 역량, 발달기회, 기회균등, 노동시장 등의 어려운 문제를 기회다원주의라는 관점으로 다각적이면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피시킨의 깊이와 탁월함은 한국인들이 왜 교육지옥에서 사는지 명쾌하게 보여 준다. 공간병목(서울)과 대학병목(소수 명문대)이 강력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물리학(socio-physics)이다. 병목사회는 독점사회이자 부정의한 사회이다. 이를 다원기회구조로 바꾸는 게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는 철학적 원칙이 아니라 병목으로 인한 독점의 사회인프라를 다원기회의 사회인프라로 바꿀 때 세워진다. 따라서 ‘정의론’의 존 롤스는 틀렸다. 한국의 대학병목과 부동산 독점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또 다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과대평가됐다. 우리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철학자들의 정의론 때문에 헤매고 있었다. 정의론의 최후의 승자는 대학독점체제를 비롯한 모든 독점을 해체하고 다원기회구조의 구축을 강조한 피시킨과 세스다. 세스 교수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이하 ‘왜’)는 한국교육 100년의 파노라마를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서 보여 준다. 한국교육 100년의 결과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과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로 대별되는, ‘기적’과 ‘지옥’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왜’는 한국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박살낸다. 역대 교육정책에서 정부는 약했고 학부모들은 강했다. 학부모들은 박정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대학입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 대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이들은 교육당국과 대학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1965년 이화여대 총장인 김옥길은 대학정원제를 거부하고 배당된 정원보다 40%가 더 많은 학생을 불법으로 입학시켜 정부와 1년 넘게 험악하게 대치했다. 결과는 학부모와 이화여대의 승리였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 대학들은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대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서 5년 후 오히려 대학정원이 25% 증가했다. 학부모는 국가를 항상 이겼다. 수시ㆍ정시 논쟁에서 학부모들에게 밀려 문재인 정부는 정시를 늘렸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혁신학교 설치 반대에 서울교육청은 항복했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늘 그랬다. ‘왜’를 번역하고 해설한 교육학의 권위자 유성상 교수는 국가가 학부모를 이긴 적이 딱 두 번이라고 분석한다. 그것은 중학교 무시험제도(1969년)와 고교 평준화 정책(1974년)이었다. 이 정책들은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국가가 밀어붙여 한국교육에 획기적인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매우 드문 사례들이다. 세스 교수는 한국의 교육지옥이 “명문대 학위와 권력을 획득하는 데 전 국가적으로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한다. ‘병목사회’와 ‘왜’는 차기 대통령에게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누가 뭐래도 대학의 상향평준화를 밀어붙여야 한다. 대선 주자라면 읽고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 朴 “경단녀 예방” vs 吳 “1인 가구 대책본부”… 젠더 폭력은 ‘겉핥기’

    朴 “경단녀 예방” vs 吳 “1인 가구 대책본부”… 젠더 폭력은 ‘겉핥기’

    朴 재취업 지원→경력단절 해소 진일보워킹맘 지원도 ‘남녀 일·생활 균형’ 전환전문가 “무상급식·돌봄 플랫폼 긍정적” 吳 전체의 34% ‘1인가구 5대 불안’ 해결안심소득, 근로유인 규모 먼저 확인해야여성 고용책 ‘기혼 유자녀’ 국한 아쉬움 여성 안전은 둘 다 ‘사후 대책’에만 주력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평등 실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부동산 개발 경쟁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치달아 정작 젠더 공약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안전, 젠더 폭력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고용 등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단절 예방’으로, ‘워킹맘 지원’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핵심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만 전가되던 ‘육아’의 개념을 남녀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민간 확대 적용, 공공 구매 금액 중 일부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여성기업 의무 구매 비율 제도도 호평을 받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연구위원은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여성고용·창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다만 성차별이 일어난 기업과는 계약·조달에 임하지 않는 등 내용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후보가 제안한 여성 고용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들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공공기관 비대면 근무 직종 여성 고용 확대, 주부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했다. 신 교수는 “여성들에게만 비대면 탄력 근무직을 늘리는 것은 여성들을 주변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게 해 저품질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 여성 안전에 대한 지원책은 두 후보 모두 사후 대책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후보 공통 공약인 공무원 성비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는 소송을 통해 복직이 가능한 현행 법 체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급, 오 후보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원룸·빌라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주거 환경 속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훨씬 급진적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를 넘어서 성평등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복지 분야 공약에서는 새로운 고용 형태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룬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오 후보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안심소득 등 담대한 공약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시장으로서 적절한 공약은 아니다”라고 총평했다. 반면 박 후보의 무상급식과 돌봄플랫폼 공약 등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연간 200억원으로 서울시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 7만 5000명에게 중식·간식·우유를 제공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후보 공격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목적의 정책”이라면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유치원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시티’ 공약의 일환으로 원스톱 헬스케어 개념을 제시했다. 동네 병원과 약국 중심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대형병원과 연결해 어디서든 21분 내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맞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도 주요 공약이다. 오 후보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 시범 실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6000만원)에 미달하는 금액 50%를 서울시가 보장한다. 하후상박의 선별지급 방식으로 연간 40억원의 예산으로 200가구에 시범사업 후 내용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현재의 생계급여 제도는 일자리를 제안받아도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소득은 일한 만큼 수입이 추가로 늘어나 근로유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유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년 복지에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월세 지원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 5대 불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윤김 교수는 “전체 가구의 33.9%에 달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평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4·7 재보선-공약 평가] <3> 서울시장 후보 여성·사회보장 분야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평등 실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부동산 개발 경쟁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치달아 정작 젠더 공약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안전, 젠더 폭력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고용 등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단절 예방’으로, ‘워킹맘 지원’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핵심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만 전가되던 ‘육아’의 개념을 남녀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민간 확대 적용, 공공 구매 금액 중 일부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여성기업 의무 구매 비율 제도도 호평을 받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연구위원은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여성고용·창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다만 성차별이 일어난 기업과는 계약·조달에 임하지 않는 등 내용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오 후보가 제안한 여성 고용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들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공공기관 비대면 근무 직종 여성 고용 확대, 주부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했다. 신 교수는 “여성들에게만 비대면 탄력 근무직을 늘리는 것은 여성들을 주변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게 해 저품질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 지원책은 사후 대책에만 주력해 아쉬워 젠더 폭력, 여성 안전에 대한 지원책은 두 후보 모두 사후 대책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후보 공통 공약인 공무원 성비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는 소송을 통해 복직이 가능한 현행 법 체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급, 오 후보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원룸·빌라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주거 환경 속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훨씬 급진적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를 넘어서 성평등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대상 반영한 맞춤형 공약 눈에 띄지만 세부 공약은 의견 분분복지 분야 공약에서는 새로운 고용 형태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룬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오 후보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안심소득 등 담대한 공약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시장으로서 적절한 공약은 아니다”라고 총평했다. 반면 박 후보의 무상급식과 돌봄플랫폼 공약 등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연간 200억원으로 서울시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 7만 5000명에게 중식·간식·우유를 제공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후보 공격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목적의 정책”이라면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유치원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시티’ 공약의 일환으로 원스톱 헬스케어 개념을 제시했다. 동네 병원과 약국 중심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대형병원과 연결해 어디서든 21분 내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맞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도 주요 공약이다.오 후보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 시범 실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6000만원)에 미달하는 금액 50%를 서울시가 보장한다. 하후상박의 선별지급 방식으로 연간 40억원의 예산으로 200가구에 시범사업 후 내용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현재의 생계급여 제도는 일자리를 제안받아도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소득은 일한 만큼 수입이 추가로 늘어나 근로유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유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년 복지에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월세 지원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 5대 불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윤김 교수는 “전체 가구의 33.9%에 달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평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5)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지난 12일 류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1일에 진행된다. 류 교수는 재판 전 기자들에게 “하버드대학 총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 학문적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약 50여명의 학생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며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 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했고,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학계의 반발에도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라는 취지로 램지어 교수를 옹호했다.●일본 학계도, 로스쿨 제자들도 비판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자들도 공개비판에 나섰다. 하버드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스테파니 바이, 차민선, 린다 희영 박은 12일(현지시간) 교내 신문 크림슨에 ‘램지어의 학문적 부정행위: 부정주의의 정당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로스쿨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팩트 확인과 정확한 인용을 요구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3년간 이런 교훈을 내면화한 우리들은 바로 우리 교수 중 한 명이 쓴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의 계약 이론은 식민지배 대상인 가난한 젊은 여성들이 직면했던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공허하게 작동할 뿐”이라며 “의문스럽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인용에 의존한 그 논문은 생존자 증언과 국제기구들의 조사로 확립된 팩트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점, 출처 불명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증언 사례 등을 근거로 “중대한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진리(Veritas)를 모토로 내건 기관의 침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고 신국수주의자들의 담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 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서 무거운 권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미국 CNN 방송은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국제적 반발에도 침묵하는 하버드대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제임스 롭슨 하버드대 교수와 석지영 로스쿨 교수의 램지어 논문 관련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중요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인용문이 반대의 의미로 인용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도덕적인 분노나 한일 관계 때문이 아니라 학문 진실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도 “학문의 자유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극히 일부의 증거만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롭슨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발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인용한 뒤 석 교수의 기고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교내지 ‘하버드 크림슨’ 등 학생들의 비판 움직임에 이어 아시아센터까지 램지어 교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룸에 따라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을 천명한 뒤 침묵하고 있는 학교측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키오스크 못 다뤄서 20분 헤맨 엄마, 결국 우셨어요” [이슈픽]

    “키오스크 못 다뤄서 20분 헤맨 엄마, 결국 우셨어요” [이슈픽]

    터치 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가 음식 주문에 실패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말하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가게 직원에 대한 원망은 아니다. 엄마도 당시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을 못 걸었다고 하셨다”면서 “저는 다만 키오스크의 접근성 폭이 너무 좁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해당 사연은 12일 낮 1만4000건 이상 리트윗됐다. “자주 접하지 않으면 어려워 당황하기도”“현금 들고 주문하는 게 빠르다” 의견도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키오스크 사용의 불편한 점에 대해 공감하는 내용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저도 어렵다. 주문 헤매는 중년들을 위해 매장 안에 직원 한 분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령화 사회의 문제로 보기에는 (키오스크가) 너무 불편하다”며 “심지어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들을 데려와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헤매는 걸 봤다. 참견하는 게 옳은가 고민했는데 바로 뒤에 있던 10대 학생이 도와줬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이 외에도 “자주 접하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 어머니께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다”, “젊은 사람도 어렵다. 메뉴 다 돌려보다 보면 에러도 자주 나고. 차라리 현금 들고 주문하는 게 빠른 곳도 있다” 등 사연자를 위로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한국에 있는 키오스크가 설계할 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주문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비대면·디지털화 가속” 늘어나는 키오스크고령소비자 “단계 복잡”, “뒷사람 눈치 보임” 어려움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키오스크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고령소비자(81.6%)는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균 75.5점으로 평가했다. 100점 만점 기준에 100점에 가까울수록 ‘매우 쉬움’을 의미한다. 고령소비자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4%)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을 꼽았다.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뒷사람 눈치까지 보여 주문을 마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명(65~69세 5명, 70세 이상 5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점, 버스터미널, 은행의 키오스크 이용 모습을 관찰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고령소비자가 키오스크의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지연, 주문실패 등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에 대한 IT교육과 고령자를 배려한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노인의 경제적 빈곤만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빈곤’도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며 “사회복지사들이 노인의 집을 방문할 때 그들의 안부만 살필 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등을 교육해 ‘맞춤식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강의 후 비대면 술게임… 과음 덜고 어깨춤 들썩

    강의 후 비대면 술게임… 과음 덜고 어깨춤 들썩

    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것들의 문화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올해 대학에 입학한 최정문(20)씨는 지난달 18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같은 학과 동기 6명과 첫 모임을 가졌다. 올해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실시되고, 각종 대면 신입생 환영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캐치마인드’ 게임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캐치마인드 게임은 제시된 단어를 줌 프로그램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최씨가 글자 ‘수’를 가로로 써 제시어인 ‘가로수’를 표현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씨는 “오프라인 새내기배움터(새터)가 취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동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같은 곳에 모이진 못했지만, 건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어라 마셔라식 자극적 벌칙 사라져 ‘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가에 ‘비대면 술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술자리의 어색함은 덜고 재미를 더하려고 하던 각종 술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 온 셈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이 취소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탑재한 화상 서비스도 비대면 술자리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다. 그룹 영상통화 앱 ‘웨이브’(WAVE)는 오프라인에서 즐기던 이상형 월드컵, 방 탈출, 마피아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이성호 웨이브코퍼레이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별 신규 가입 추세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일 평균 5000명 이상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평균 이용시간도 약 30% 증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기존 대면 술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먹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비대면 술게임이 술을 마시는 것보단 놀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친해지는 데 중점을 둔다. 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도 비대면 술자리의 특징이다. 대학생 송주아(20)씨는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면 대면 술자리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함께 음악을 듣는 등 술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비대면 술자리에 대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만날 수 없으니 줌, 웹엑스(Webex) 등의 화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모임의 확산으로 술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며 대화에 집중하는 음주문화로 변해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카메라로 일상 공유… 음악 듣고 소통 음주 강요보다 놀이에 의미를 둔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은 대면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러브샷·뽀뽀 등 이성 간의 스킨십을 벌칙으로 정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술자리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권 의식의 향상과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술자리도 점차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생 이재엽(20)씨는 “요즘에는 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벌칙에 걸리면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곤 한다”며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술자리에 자연스레 녹아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는 학생과 학교 모두의 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는 새내기맞이단이나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주량을 팔찌, 배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술자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학 술자리 문화를 바꿔 나갔다. 차유진 연세대 중앙새내기맞이단장은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단원과 새내기를 대상으로 과음과 음주 강요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브샷·강권 등의 술자리 문화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대학 당국도 관련 지침을 만들고,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새터 등에서 술자리 지침을 만드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박다솜(정치외교학과 4학년)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IT업계 연봉 억소리 나는데… 男 9900만원vs女 5500만원

    IT업계 연봉 억소리 나는데… 男 9900만원vs女 5500만원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빵)과 인권(장미) 증진을 위해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8일 113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턱없이 작은 빵을 받는다. 시든 장미조차 쥐지 못한 여성 노동자도 여전히 많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가장 주목받는 고용시장으로 떠오른 개발자 업계조차 마찬가지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 정보기술(IT), 게임 분야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의 30%를 밑돈다. 일부 업체에서는 급여 수준도 남성 직원의 절반가량에 그친다. 7일 IT 업계에 따르면 여성 개발자는 2017년부터 1년 새 약 1만 6000명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 소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개발제작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9만 3742명으로 전체(32만 1435명)의 29.1%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여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5500만원으로 남성(9900만원)의 55.6%에 그쳤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 업종의 남성 대비 여성 노동자 임금 비율인 67.8%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다. 네이버의 남녀 직원 평균 연봉액은 각각 8706만원과 7253만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83.3% 수준이었다.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구개발(R&D) 직군 남성의 평균 연봉은 8219만원이지만 여성은 남성의 75.3% 수준인 6192만원을 받았다.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여성 개발자를 선호하지 않는 관행이 임금격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여성주의자 모임인 ‘테크페미’에서 활동하는 A(31)씨는 “과장 승진 자리가 하나라면 ‘가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을 승진시키는 식으로 여성을 차별한다”며 “객관적인 업무 성과가 여성이 우수해도 남성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등 여성이 커리어(경력) 관리를 하는 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에 시달리거나 남성 중심적 조직 운영에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 노동자도 적지 않다. 남녀 비율이 4대1인 IT 회사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 B(27)씨는 “상사가 ‘너는 회사의 꽃’이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직원끼리만 공유할 때도 많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회사를 떠나는 여성도 있다. 부서원 30여명 중 여성이 2명인 부서에서 일하는 개발자 C(28)씨는 최근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여성 선배 개발자가 기획으로 업무를 바꾸고, 남성 임원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면서 “외국 기업은 여성들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고 소속감도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은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며 여성 인재 확충을 위해 노력한다. 2020년 페이스북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7.0%였고 여성 엔지니어는 24.1%였다. 여성 고위직 비율은 34.2%였다. 같은 해 구글은 여성 직원 비율은 32.5%, 여성 고위직은 26.7%였다. IT 시장의 여성 유입을 늘릴 수 있도록 여성 인재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컴퓨터공학 전공자 등 인력 육성에 노력하고, 구시대적 조직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네카라쿠배’ 개발자 몸값 천정부지라지만…여성에게 높은 ‘벽’

    ‘네카라쿠배’ 개발자 몸값 천정부지라지만…여성에게 높은 ‘벽’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 증진을 위해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8일 113주년을 맞았다. 1908년 그날, 미국의 열악한 섬유공장에서 화재로 숨진 동료들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1만 5000명의 여성은 빵(생존권)과 장미(권리)를 달라고 외쳤다. 한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턱 없이 작은 빵을 받는다. 시든 장미조차 쥐지 못한 여성 노동자도 여전히 많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가장 주목받는 고용시장으로 떠오른 개발자 업계조차 마찬가지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당토(당근마켓·토스) 등 정보기술(IT), 게임 분야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의 30%를 밑돌고 급여 수준도 남성 직원 연봉의 50~80%에 그친다. 여성 개발자는 2017년에서 1년 새 약 1만 6000명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IT 시장의 절대 소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개발제작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9만 3742명으로 전체(32만 1435명)의 29.1%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여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5500만원으로 남성(9900만원)의 55.6%에 그쳤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 업종의 남성 대비 여성 노동자 임금비율인 67.8%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다. 네이버의 남여 직원 평균 급여액은 각각 8706만원과 7253만원으로 여성 연봉이 남성의 83.3% 수준이었다. 성별이 아니라 직군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다르다는 반론이 있지만 같은 개발자 직군에서도 여성은 임금 차별을 겪고 있다.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구개발(R&D) 직군 남성의 평균연봉은 8219만원이지만 여성은 남성의 75.3% 수준인 6192만원을 받았다.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고, 출산과 육아부담이 큰 여성 개발자를 선호하지 않는 관행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여성주의자 모임인 ‘테크페미’에서 활동하는 A(31)씨는 “과장 승진 자리가 하나라면 ‘가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을 승진시키는 식으로 여성을 차별한다”면서 “여성의 객관적인 업무 성과가 우수해도 남성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곤 해 여성이 커리어(경력) 관리를 하는 데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에 시달리거나 남성 중심적 조직 운영에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 노동자가 적지 않다. 남녀비율이 4대1인 IT 회사에서 일하는 웹디자이너 B(27)씨는 “상사가 ‘너는 회사의 꽃’이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직원끼리만 공유할 때도 많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회사를 떠나는 여성들도 있다. 부서원 30여명 중 여성이 2명인 부서에서 일하는 개발자 C(28)씨는 최근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여성 선배 개발자가 기획으로 업무를 바꾸고, 남성 임원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면서 “외국은 여성 개발자를 키우는 데 회사와 학교 모두 적극적이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고 소속감도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외국기업 역시 IT나 관리자 직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적지만,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며 여성 인재 확충에 노력한다. 2020년 페이스북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7.0%였고 여성 엔지니어는 24.1%이었다. 여성 고위직 비율은 34.2%였다. 같은 해 구글은 여성 직원 비율은 32.5%, 여성 고위직비율은 26.7%였다. IT 시장의 여성 유입을 늘릴 수 있도록 여성 인재를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관행처럼 굳어진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컴퓨터공학 전공자 등 인력 육성에 노력하고, 구시대적 조직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유연근무제나 육아휴직제도, 재택근무 제도를 확대해 남여 모두 일과 생활을 양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부어라 마셔라 새터는 잊어라…채팅방서 건배! 게임 시작해볼까 [요즘것들]

    부어라 마셔라 새터는 잊어라…채팅방서 건배! 게임 시작해볼까 [요즘것들]

    [편집자주]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학교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것들의 문화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올해 대학에 입학한 최정문(20)씨는 지난달 18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같은 학과 동기 6명과 첫 모임을 가졌다. 올해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실시되고, 각종 대면 신입생 환영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캐치마인드’ 게임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캐치마인드 게임은 제시된 단어를 줌 프로그램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최씨가 글자 ‘수’를 가로로 써 제시어인 ‘가로수’를 표현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씨는 “오프라인 새내기배움터(새터)가 취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동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같은 곳에 모이진 못했지만, 건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비대면 술자리 콘텐츠 ‘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가에 ‘비대면 술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술자리의 어색함은 덜고 재미를 더하려고 하던 각종 술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이 취소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탑재한 화상 서비스도 비대면 술자리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다. 그룹 영상통화 앱 ‘웨이브(WAVE)’는 오프라인에서 즐기던 이상형 월드컵, 방 탈출, 마피아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이성호 웨이브코퍼레이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별 신규 가입 추세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일 평균 5000명 이상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평균 이용시간도 약 30% 증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기존 대면 술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먹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비대면 술게임이 술을 마시는 것보단 놀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친해지는데 중점을 둔다. 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도 비대면 술자리의 특징이다. 대학생 송주아(20)씨는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면 대면 술자리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함께 음악을 듣는 등 술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비대면 술자리에 대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만날 수 없으니 줌, 웹엑스(Webex) 등의 화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모임의 확산으로 술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며 대화에 집중하는 음주문화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술 먹이는 게임은 NO! 인권 존중 술자리로 진화 음주 강요보다 놀이에 의미를 둔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은 대면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러브샷·뽀뽀 등 이성 간의 스킨십을 벌칙으로 정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술자리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권 의식의 향상과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술자리도 점차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생 이재엽(20)씨는 “요즘에는 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벌칙에 걸리면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곤 한다”며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술자리에 자연스레 녹아든다”고 말했다.이러한 문화는 학생과 학교 모두의 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선배가 잘못된 술자리 관행을 답습했다면, 지금은 선배들이 나서서 안전한 음주문화를 이끌고 있다.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는 새내기맞이단이나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주량을 팔찌, 뱃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술자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학 술자리 문화를 바꿔나갔다. 차유진 연세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 단장은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단원과 새내기를 대상으로 과음과 음주 강요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면서 “새내기가 포함된 음주 행사에는 반드시 새맞단 단원을 조마다 최소 1명씩 배정해 술자리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브샷·강권 등의 술자리 문화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대학 당국도 관련 지침을 만들고,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새터 등에서 술자리 지침을 만드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박다솜(정치외교학과 4학년)·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집값에 떠밀려… ‘1000만 서울’ 와르르르

    집값에 떠밀려… ‘1000만 서울’ 와르르르

    천정부지 집값에 내국인 6만 642명 감소“지방서 오는 인구도 집값 비싸 경기 거주”코로나 확산에 외국인도 3만 9253명↓‘1000만 서울’로 불리던 서울시 등록인구가 32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코로나19 확산과 주택 문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내국인 주민등록인구(행정안전부 통계)와 외국인 등록인구(법무부 통계)를 더한 총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991만 1088명을 기록해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3일 밝혔다. 내국인이 966만 8465명, 외국인이 24만 2623명이다. 도시화, 산업화되면서 서울 총인구는 1988년 1029만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가 1992년 109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했다. 이미 2016년부터 순수 내국인 인구는 1000만명 미만(99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서울 인구는 전년 대비 9만 9895명(-1.00%)이 줄었다. 내국인 인구는 0.62%(6만 642명)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외국인 인구는 13.93%(3만 9253명)나 줄었다. 특히 중국 국적(한국계 포함)이 3만 2000명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전체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일시적인 문제와 더불어 주택 문제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현상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만들어내는 서울의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서울 집값이 비싼 데다 주택 재고가 부족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사람이 증가하다 보니 서울의 인구 집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서울에 기반을 둔 가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방에서 이주해 오는 인구도 서울로 바로 오지 못하고 경기에 살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은 15.8%로 전년보다 1.0% 포인트 상승했다. 고령사회 기준은 14%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35.2명으로 1년 전보다 1.3명 늘었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그동안 ‘1000만 도시 서울’은 거주 인구가 많은 거대도시를 상징하는 단어였지만 단어에 집중하기보다 인구 변화가 가져올 사회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코로나가 키운 경제·심리적 소외감 손주 키우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실직손가락 통증에도 돈 없어 병원 엄두 못내“생활고에 몸까지 아프니 살아 뭐하나…”‘생계 보루’ 임시·일용직마저 13.7% 줄어 친구·가족도 거리 둔 독거노인은 우울감소득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8년 격차“OECD 1위인 노인 빈곤·자살률 더 악화”“아프고 힘들어도 노인 얘기를 누가 들어 주나요. 코로나19로 다 똑같이 힘든데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겁니다.” 지난달 3일 만난 최길녀(67·여·가명)씨는 3년 전부터 손가락 마디가 아프기 시작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아 병명조차 알지 못한다. 최씨는 갑상선암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편 강명석(69·가명)씨와 함께 사고로 숨진 아들이 남긴 17, 18세 손녀를 돌보는 조손가정 보호자다. 아파트 경비원과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잇던 두 부부에게 지난해는 실직과 경제적 빈곤, 질병이 한꺼번에 닥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 시대 노년층 격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노인 일자리, 소득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와 건강 격차는 육체적·정신적 문제와 연결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노년 격차는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집약된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노인 빈곤율(2018년,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 43.4%)과 자살률(2017년 10만명당 47.7명)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인구수)은 2018년 48.6%, 2019년 46.6%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씨는 2019년 질환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뒀고 남편도 아파트 경비원에서 밀려나 교회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한다. 코로나 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던 두 부부는 소득이 줄면서 손녀들의 학원도 끊었다. 최씨는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내는데 몸까지 아프니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손가정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노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인들은 생활고와 건강 악화가 겹쳐 상황이 굉장히 악화된다”고 했다. 노년층 건강은 소득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실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 2018년 기준)은 평균 73.3세인 반면 하위 20%는 평균 65.2세로 소득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도 노년격차에 한몫을 한다. 저소득·차상위 노년층은 대부분 공공근로나 식당, 건물청소 등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생계를 꾸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임시·일용 근로자는 499만 5000명으로 전년 1월 대비 79만 5000명(13.7%)이 줄었다.독거노인들은 사회적 단절감으로 인해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우울감을 호소한다. 일용직으로 홀로 살고 있는 김철수(60·가명)씨는 “친구들도 서로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외출도 없다”며 “부모님 제사나 명절 때 왕래했던 여동생들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공공근로를 하기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담당 의사가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고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일용직 일도 다 끊어졌는데 치료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코로나 영향은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월세방이나 고시원에서 사는 노인들의 경우 지자체에서도 별도의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주민센터 직원 1명이 거주지 내 200명 안팎의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제때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55세 이상 세대별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은 “코로나로 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많지 않다”며 “노년유니온 조합원 상당수가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의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등 세번째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section3)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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