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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8 미스코리아 재심사 소동 계기 거센 비판

    ◎“미인대회 없애야” 전국이 시끌/여성 상품화 등 근본적 문제 제기/“국가행사냐” 공중파 생중계 비난 지난달 23일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된 98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컴퓨터처리 오류로 재심사를 하는 소동을 빚자,이를 계기로 미인대회 무용론이 들끓고 있다.미인대회 자체도 문제지만 무슨 국가적 행사라고 번번이 공중파방송에서 이를 생중계하느냐는 비판이 여성계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결과가 잘못됐다는 게 방송 당일에 알려지고 나자 비판의 글들이 컴퓨터통신 화면을 하얗게 뒤덮었다.많은 이들이 공정성을 불신했으며 칫수를 멋대로 정해 놓고 여성 신체를 상품화하는 대회의 본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어차피 명동의 유명 미용실과 끼리끼리 짜고 하는것 아니냐” “얼굴 뜯어고치고 요즘 좋아진 의술에 몸매까지 손보고,나이어린 애들이 나와서 하는 말이 다 각본에 있는 말,그 나이에 뭘 알겠나”“네가 제일 예쁘니까 돈 이만큼 받고 너는 그 다음이니까 요만큼 받고….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자본주의 쓰레기같은 소모적 미인대회를 양대 방송에서 해마다 나눠먹는 것 우습다”“‘PD수첩’으로 미인대회 공화국 비판했던 MBC는 중계 그만두고 밝은사회 만드는 방송이나 하라” 등등 비난이 빗발쳤다. 여성단체들은 무엇보다 공영방송이 공중파로 미인대회를 중계하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 여성정책부장은 “미인대회 하는 건 주최측 자유지만 대중에게 책임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여성은 외모가 최고며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고 무의식중에 주입시키며 건강한 여성상을 왜곡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는 “서구 미인대회는 대기업 판촉책으로 심심한 사람들 볼거리일 뿐이다.우리처럼 국가대표 뽑듯 난리를 벌이지 않는다.국제 타이틀 붙인 대회도 온갖 게 다 있다”고 꼬집었다.미인대회 뽑혀 국위선양 한다는 말의 허구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뻔히 보인다는 얘기다. 90년대 들어 각종 특산물 선전 등을 내걸고 미인대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한국여성민우회 조사에 따르면 96년 지역별로 열리는 미인대회는 100여개에 이른다.조사결과 아연하게도 이런 대회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었다. 미인대회가 사회 공해인 것은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취업,대학 입시 현장에까지 연결되기 때문.미인대회 입상이 인기 연예인으로 가는 급행표가 된지는 이미 오래. 얼마전 입시에선 대구 몇몇 전문대학 관광학과에서 미인대회 입상자를 특례입학시켰다.여성계에선 얼마전 철도청이 사원채용 면접을 하면서 여성 응시자에게 반팔,무릎위 스커트 차림으로 일정거리를 걸어 보게 한 것도 미인대회 선발 방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9일 MBC 정문 앞에서 미인대회 중계 반대 시위를 한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여연에선 미인대회 방송중계 및 지자체 예산지원 중단 등을 이번 지자체 선거를 비롯,선거의 쟁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교수부터 각성을(대학 개혁 시급하다:中)

    ◎“연구보다 감투”… 비리 개입까지/임용·편입학 부정에 총·학장도 연루/일부 정치교수들 수시로 전공도 바꿔/임용되면 정년 보장에 무사안일 만연 ‘대학 개혁은 교수 개혁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부정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교수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학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배출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외도를 일삼고 학내 감투에 신경을 쓰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수 임용비리나 대학입시,편·입학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심지어 국립대의 총·학장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회장 朴昌庫 강원대 교수)은 지난 2월 서울대 치대에서 교수 임용에 따른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전국 대학 곳곳에서 비리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금품수수,자기 사람 심기 등 임용관련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자리가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지 않는다.그럼에도 65세까지의 정년은 대부분 보장된다. 한국 대학교육협의회가 95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수 1인당 연간 논문 편수는 1.97건으로 90년의 2.99건 보다 오히려 1.02건이 줄었다.하지만 대학교수의 보직비율은 국·공립대가 29.5%,사립대는 29.2%에 이르렀다.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보직에만 눈독을 들인 결과다. 보직을 맡으면 주당 법정 강의시간(1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보통 4∼8시간 강의를 하고,나머지는 시간 강사로 채운다.강의의 질이 떨어지는 게 뻔하다. 金大中 대통령도 지난 달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수는 일단 임용되면 정년까지 간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자기대학 출신과 자기 사람만을 심어 비판적 상호토론을 못하게 만드는 교수 사회의 정체성에 기인한다”고 질타했다. 宋梓 명지대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비례한다”고 전제,“교수들은 본연의 임무인 지식을 창출하는 데 힘써야 하며,그잣대는 논문 발표 건 수”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玄宅洙 교수(서창캠퍼스 사회학과)는 최근 발행된 ‘고대대학원신문’에서 “텔레비전에 나와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텔레페서’와 정치교수인 ‘폴리페서’들이 교수직을 이용해 권위와 권력행사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들 문제 교수들은 정세나 유행,인기에 따라 이리저리 날뛰며 수시로 자신의 전공분야까지 바꾸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국민신당 朴範珍 의원도 “대학 교수들은 재벌 이상으로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 교수 20여명 報恩의 기금 전달

    ◎대학시절 받은 혜택 후배에게 돌린다/서울대 출신들 ‘육영회’ 창립 30돌 맞아 결의/“30년간 인재 양성에 보답” 2천만원 전달 서울대 교수들이 대학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장학재단을 위해 보은의 장학기금을 마련한다. 서울대 재학 당시 장학재단인 ‘우산육영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서울대 교수 20여명은 오는 22일 재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학술 토론회를 개최하고 2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재단에 전달한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영문과의 李誠元 교수를 비롯,주제 발표자로 나서는 국사학과 權泰檍 교수와 사회학과 朴明圭 교수,경제학과 李俊求 교수 등 모두가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교수들이다.토론회의 주제는 ‘IMF 위기와 세계속의 한국’으로 하오 1시부터 서울대 문화관에서 개최된다. 교수들은 10만∼1백만원씩 모금,2천만원을 金태길 재단이사장에게 전달한다. 장학생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사회학과 韓相震 교수는 “학술토론회 및 장학금은 지난 30년동안 인재양성을 힘써 온 육영회에 대한 동문들의 작은 보답”이라면서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육영회의 높은 뜻을 기리는 동문들의 마음을 모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산육영회’는 지난 68년 又山 趙且任 여사가 만든 장학재단으로 지난 30년동안 대학원 과정의 학생 1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우산육영회’는 지금까지 모두 32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현재 89명이 서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30여명이 법조인과 언론인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관광公 사장 洪斗杓씨 내정

    정부는 2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洪斗杓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내정했다. 홍 사장내정자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지난 61년 문공부 방송요원으로 방송과 인연을 맺은뒤 방송광고공사사장,전매청장,담배인삼공사사장 등을 지냈다.
  • 아름다운 봉사활동/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꽃동네라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한 신부가 거리에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고자 만든 조그마한 집이,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며 그야말로 하나의 동네를 이룬 곳이다.구걸할 수도 없는 지체부자유자들과 버림받은 어린이·노인들이,자기를 잊고 헌신하는 성직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곳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휴일에 방문해 봉사하고 삶을 배운다.얼마전 주일을 이용해 식구들과 함께 꽃동네를 찾았다가 식사준비를 돕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대학생 한무리와 마주쳤다.더욱 인상적인 것은 엄마 손에 이끌려 온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이 지체부자유자들의 식사를 돕는 모습을 간혹 본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설교와 학습보다도,어려운 삶과 그들을 부축하는 봉사활동을 직접 보는 것은 방황하는 마음을 돌이키는 데 큰 힘이 될 듯했다.알고 보니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신부가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글자 그대로 서로 하나가 되어 돕고 도움을 받는 모습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작은 꽃동네가 적지 않다.알려지지 않은만큼 도움의 손길도 적어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지방자치기관이나 교육청에서 양로원·부랑자시설에 그 지역 중고교를 연결해 주면 어떨까. 어려운 사람들은 따뜻한 손길을 맛볼테고,학생들은 봉사활동 점수를 얻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리라.청소년들은 ‘남을 위해주는’기쁨을 배울 것이며,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흔들리는 학생에게도 훌륭한 삶의 학습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이루어가는 이런 작은 실천은,아직도 복지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삶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아이들의 ‘오아시스’/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2년전 아는이를 만나러 간 경기도 어느 고등학교에서 마주친 점심시간 풍경이다.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음악실에 가득 모여들어 설 자리도 없다.다른 학교에서 보기 힘든 방음장치와 큰 오디오 시스템을 완비한 음악실이지만 점심시간에는 이런 것들을 쓸 필요가 없다.음악실 문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활짝 열렸고,다투어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은 생음악을 연주하므로 오디오 시설은 쓰지 않는다.자신있는 악기를 들고와 연주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다. 앞에서 누가 연주를 하든 노래를 부르든,학생들은 음악을 만끽한다.서서 박수치는 학생,비스듬히 누운 학생,음악감상 태도도 그야말로 제각각이다.그렇게 30∼40분 남짓을 보낸 학생들은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아쉬워하며 제 교실로 돌아간다.오전의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 수업을 할 에너지를 충전한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저녁의 야간 자율학습까지 12시간 이상을 똑같은 교실,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잠깐의 오아시스는 얼마나 신선할런지,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하루의 잠깐만 사용해도 되는 이런 오아시스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배려와 여유를 가진 학교는 얼마나 될까.학교에 흥미를 잃고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데 신경쓰기 보다 서울의 어느 대학에 합격생을 몇명 내었는지를 헤아리기에 바쁜 학교들에서,이제는 발상을 바꾸어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학업 효율성도 높이고,학교에 흥미를 잃은 학생도 잡는 효과를 가져올 오아시스 만들기를. 지금도 그 고등학교의 작은 음악회는 계속 되겠지 생각하며,교육대개혁을 그저 기다리기 보다는,일상에 찌든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학교 차원의 이런 세심한 배려를 기대해 본다.
  • 나무의 영혼/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가끔씩 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를 지나칠 때면 중요한 일을 놓아두고 도망친 듯한 켕김을 느낀다.몸에 초록색 그물 같은 것을 두른채 주위의 벽돌과 콘크리트 더미에 가려,힘들게 올린 팔만이 겨우 보이는 그 나무때문이다.나이가 730살이나 된다는 서울의 최장수 느티나무. 그곳에 이사했을 때 느티나무는 참으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마을에서 수호신 대접을 받고 있었다.주민들은 해마다 그 나무에 제사를 지냈다.매봉산을 배경으로,주변의 그보다는 어리지만 꽤 나이든 잔가지의 나무들과 함께서 있는 그 느티나무는 서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한 모습이었다. 그 나무의 시련은 주변의 연립주택 단지를 사들인 재벌 건설회사에 땅이팔리면서 시작되었다.회사는 어떤 교수들에게서 유리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와 나무를 보호하려는 구청의 조사를 뒤엎고 아파트 건립계획을 진행시켰다.처음에는 나무를 살리고자 애쓰는 듯하던 구청 각 부서는 완연 태도가 달라졌고 밤마다 주민들의 애타는 모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노력은 지역이기주의로 몰리고 행정은 기업 쪽으로 기울어지는 가운데,주민들 내부에서도 분열과 이탈이 생겨 그동안 늦춰져온 건설작업이 차츰 기지개를 편 것이다.지난 일년간 별 진전이 없어 보이던 건설현장에서 느티나무의 주변에 그물을 치고 연립주택 철거가 한창이다. 이제 고층아파트로 철갑을 두른 나무는 바로 창문을 마주한 새 주민들의 눈에만 모습을 보인 채,시름시름 죽어갈 것이다.나무에도 영이 있다는데,나무를 죽이는 데 공모한 땅주인과 기업 관계자·관리·교수들은 나무의 영혼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길잃은 환경정책 주변을 700살이 넘은 나무의 영혼이 배회할텐데….
  • 선진국의 징표/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어,여기 당신이 좋아할 것이 있네.”2년동안의 체류을 마치기 앞서 일본 전국을 여행하던 수년전 한 시골 버스역 근처에 널린 쓰레기 봉지들을 보고 남편이 내게 한 말이다.도시 골목골목이나 농촌의 어느곳,식당 한가운데의 화장실,그 어디도 너무나 정갈해 기가 질린 참이었다. 귀국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른 주유소 화장실의 불결함은 내게 절망을 안겨주었다.‘큰 거리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구석구석 쌓인 쓰레기,아무렇게나 길에 침을 뱉는 사람,미처 타기도 전에 떠나는 버스,밤늦도록 이어지는 고성방가…’미국친구들을 데리고 고국을 방문한 한 1.5세가 상면한 서울의 풍경이다.살다보니 익숙해졌는지 별 느낌없이 지내다,며칠전 종로 극장가에 가서 멀쩡하게 나뒹구는 빈 깡통·휴지 등 온갖 쓰레기를 보니,‘이래서 우리는 잘 안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 여부로 가늠할 수 있다.그리고 그 기본은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이다.우리에게 그것은 휘청거리는 경제보다 더 심각하게 후진적인 것 같다.시민의식이 자연스럽게 크도록 기다리기에 사회변화는 너무 빠르다.우리사회 곳곳의 부패와 균열도 이 불균형의 단면이 아닐까. 시민운동 단체들은 그때그때 뜨는 이슈를 쫓기보다 기초질서 지키기운동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어떨까.기초질서 지키기가 자율적으로 정착될 때까지,강제적이긴 하나 벌금을 크게 물리는 상가포르 방식을 정부가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행동,공동의 거리와 공원·버스·전철을 아끼고 깨끗이 하기,식당과 상점에서 마주치는 청결과 친절,이런 것들이 국민소득 1만달러보다 더 확실한 선진국의 징표일 것이다.
  • 바뀌어야 할 일/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트럼펫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 오랫만에 미국 재즈연주단의 공연에 갔다.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연주회장의 성황에 짐짓 기가 죽었다.그 커다란 강당이 빈자리 하나 없이 꽉찬 모습을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엄마,IMF시대에 이런 연주회 열어도 되는거야?”하는 우리 아이를 조용히 하라고 해놓고도,우리 국악 연주회에도 이런 인파가 몰릴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멀리 아득한 무대를 망원경으로 볼 채비를 갖추고,대단한 박수 속에 입장하는 연주단을 우리도 맘껏 환영했다.세계적 트럼펫주자의 사회로 음악회는 시작되었다.연주단원의 소개와 첫 음악의 곡명을 영어로 소개한 뒤 곧바로 연주에 들어갔다.문외한인 내게도 음악은 정말 훌륭한 듯했고,재즈광들인가 옆의 젊은 사람들은 연신 소개짓과 손장단을 해가며 흥겨워 했다.매혹적인 연주까지 하고 난 사회자는 첫곡이 끝난 뒤 무언가 농담을 했다.강당의 군데군데서 이는 웃음소리에 “뭐라고 했어?”하는 우리 아이의 말이 묻혔다. 연주회는 내내 그런식으로 이어졌다.음악을 멋들어지게감상한 뒤 영어 듣느라 긴장하고….시간을 아끼느라 저러나,이런데선 영어로 해도 알아듣는 사람만 오는가,아니면 음악만 들으면 되니까 상관없나….그러고 보니 서양사람들이 꽤 있었다.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저런 영어정도 알아듣는 사람들은 따라 웃을테고.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웃을 때,눈치 보고 따라 웃거나 못 알아듣는 무안함을 감추느라 어두운 조명을 고마워 하고 있을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 이 연주회가 마련된 것이 아닌가? 음악회 내내 답답하던 마음이,끝날 때쯤엔 화로 가득 찼다.시간이 좀더 들더라도 우리 관객을 위주로 한 음악회를 만들어야지.주최측도,재즈에 영어까지도 반한 듯한 괜객들도,제발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 잊지말아야 할 것/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나는 가끔 가슴 밑바닥까지 따뜻해져 오는 선물을 받는다.최근 어느 할머니에게서 받은 선물이 그렇다.스무살도 되기 전에 먼 중국땅으로 끌려가 일본군인들에게 갖은 몹쓸짓을 당하고 돌아와,지금은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몇분과 함께 불교에서 마련한 ‘나눔의 집’에서 사시는 분이다.어떤 기회에 이분을 모시고 일본에 간 일이 있는데 그것을 내내 고마워 하셨다. 다 아는대로 이 정신대 피해자들은 얼마전 아프게 자신들의 과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곪은 상처를 더이상 숨기지 말고 꺼내 치유하고 극복해야,앞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당당해지리라는 역사의식을 자각한 것이리라.일본은 이분들의 증언과 관련 군문서,무성한 국제여론 앞에서 사실을 시인하는 듯했으나,국가차원의 범죄인정과 사죄,배상은 끝내 거부하고 민감모금으로 만든‘국민기금’으로 이 일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피해자들의 인권과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또 다시 야유를 퍼붓는 일본정부의 태도에,누구보다 피해자들은 분노한다.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줄 우리 사회가 지금 IMF파고에 흔들거린다.그 원인은 가깝게 멀게 여러곳에 있을 것이다.그중 하나가 청산해야 할 대상을 제때 하지 못해 쌓인 노폐물일지도 모른다.지금 우리는 경제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바람에 정작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을 잊고 있지나 않은지 둘러봐야 한다.일본의 국민기금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그중 하나이다.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가며,제법 거금인 일본의 국민기금을 거절하고,추운 날씨에도 수요일마다 거르지 않고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본대사관 앞의 시위에 참가하는 이 할머니가,며칠 전 “내게는 너무 많다”며 주신 장갑을 들여다 보며,마음의 무거워져 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공직사회의 모습/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온지 이제 일년,우리 아이의 필수품인 자전거를 벌써 세개나 도둑맞았다.아파트 앞의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없어진 첫번째에는 다음부터 아파트 건물 안에 세워놓도록 아이에게 다짐을 받았고,학원 앞에서 도난당한 두번째에는 자물쇠를 강력한 것으로 바꿔주었다.자물쇠 채로 없어진 세번째 동네 파출소에 갔다.강력범죄가 거의 없는 곳이니 경찰이 이런 도난사건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석탄난로를 가운데 두고 사무실을 지키는 젊은 순경 두명은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말에 난감한 표정부터 지었다.자전거의 특징과 없어진 날짜·장소 등을 아무렇게나 놓인 이면지에 적은 그들의 무성의는 우리의 희망이 속절없을 것을 예감케 했다. “여기에 신고하실래요,아니면 위 경찰서로 신고해 드릴까요?” 이게 무슨말인가.이 신고를 경찰서로 올리면 업무처리에 시간도 걸리고,자전거 도난장소의 소관 파출소가 여기와 거리가 먼 곳이라 성의있는 조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찾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그렇지만 공식 기록에 남으니까 언젠가 도둑이 잡혀 그 압수물품 중에 자전거가 끼여 있으면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에 자기들에게 신고하면 주변을 샅샅히 찾아 볼테니까 혹 찾을 수도 있겠지만,금방 찾지 못하면 신고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실질을 갖추지 못한 공식,공식을 갖추지 못한 실질이 애타는 시민들이 마주친 관료제의 실상인 것이다. 일단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할 듯해 성의있게 주변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예상대로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다.공무원 조직의 거품을 뺀다고 야단들인데,이런 공식과 실질을 합치는 것이 거품을 뺀 다음의 공직사회 모습이 될까?
  • IMF와 한국사회/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아들을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낸 어느 엄마와 전화로 수다를 늘어놓는 중이다.IMF때문에 학비가 올라 큰일이라는 말,그래도 작년 9월 학교 방침에 따라 일년치를 미리 내 당장은 괜찮은데,올 9월까지는 환율이 안정되어야 하리라는 등의 이야기 끝에 그가 하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겨울방학에 집으로 아이를 나오게 했는데,서울서 사가지고 간 비행기 왕복표의 남은 부분을 사용하지 못해 미국서 다시 표를 샀다고 한다.전에는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되질 않으니,아마도 한국 유학생에 한해 ‘IMF 규정’이 생긴 모양이라는 푸념이다.비행기표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 보지도 않고 이 시시콜콜한 일에,논리적으로 뻔히 모순되는 일에,IMF가 칼을 휘두렀으리라 스스로 생각하고 수그러진 져 버린 것이었다.가뜩이나 아이를 보내놓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위축된 터였다. 지난 연말 불어닥친 IMF 파고는 높은 물가와 언제 실직을 당할지 모를 위험에 우리 모두를 몰아넣었다.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위기 이면에 보다 심각하게 도사린 현상은 모처럼 회복하기 시작한 우리 국민의 자신감이 일시에 땅에 떨어져 버린 사실이다.미국과 독일 그런 나라들이 돈을 내놓아 만들었다는 IMF는 점령군이 되어 우리의 의식에 진주해 버렸다.이러한 의식은 우리 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이 난국을 헤쳐갈 힘을 잃고 주저앉게 할 지도모를 일이다.정말 심각한 위기는 그러므로 이 심리적·사회적 위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미국과 독일과 IMF가 무소불위의 군림자가 아니라 우리가 당당히 맞서 협상하는 우리의 카운터파트일 뿐이라는 인식을 국민이 갖도록 하는 데 보다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다시 뛰자는 사회 곳곳에서의 외침이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우리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과학기술이 빚갚을 기회/이은웅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굄돌)

    공기 물 그리고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문화생활이고,문화생활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기기술이다.그래서 우리는 전력을 와트(W),전압은 볼트(V),전류는 암페어(A),주파수는 헤르츠(㎐)로 표시하는 전기의 정량적 단위를 알고 있다.그러나 이와 같은 전기의 단위가 전기기술 향상에 획기적으로 공헌한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단위나 용어 중에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은 하나도 없다.그러니까 개발비와 함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넣어 일구어낸 다른 나라의 전기기술을 우리는 111년동안이나 편리하게 사용하여 오늘의 공업국가로 성장한 것이다.그렇지만 WTO체제가 가동되고부터는 로얄티 없이 선진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고 과학기술서적이나 소프트웨어 등의 복사가 불법이 된다.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기술이 선진기술이 되도록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반만년 역사를연연히 이어온 우리 민족이,흐트러져 있다가도 뭉칠 수 있었던 민족성은,우뚝 솟을 수 잇는 저력으로 생각된다.게다가 잘 교육받은 현명한 국민이 있으며,지난 30년 경이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해 낸 산업역군과 기반이 있고 그들이 지닌 경험과 지혜가 있다. 이제는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와,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슬기를 내놓아야 하며 모두의 단결이 요구된다.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의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지금까지 선진국에 지은 빚을 갚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근검절약이 필요하더라도 과학기술을 배양하는 데만은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그래야만 우리나라의 성이나 이름으로 불리는 과학기술의 용어와 단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굄돌 필진이 바뀝니다 2∼3월에는 이갑수·이은웅·정진성·홍철씨가 맡습니다. ▲이갑수(39)=시인·도서출판 민음사 편집국장. 서울대 생물학과 졸.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91년 ‘오늘의 작가상’수상.시집 ‘신은 망했다’ 등. ▲이은웅(54)=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대한전기학회 부회장.한양대 전기공학과 졸,동 대학 박사.캐나다 맥길대 방문교수,전국 국립공과대학장 협의회장 역임. ▲정진성(여·45)=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졸,미 시카고대박사.도쿄대 초청연구원·덕성여대 교수 역임. ▲홍철(53)=국토개발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과 졸,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국방연구원 수석연구원·건설부 기획관리실장·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역임.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수고하신 김재홍·김희진·이융조·장석환씨께 감사드립니다.
  • 정축년 사건사고 사회부 기자 방담

    ◎한보비리… 괌참사… IMF사태… 비운 연속/한보­기아­진로 등 대기업 줄줄이 도산/서울지법 민사50부 관리자산 재계 4위/월드컵축구 4회 연속 본선 진출 감격적/본사 ‘음식쓰레기줄이기’ 전국 확산 결실 97년은 한보비리라는 ‘정권적’ 비극에서 시작돼 IMF 금융지원 사태라는 ‘국가적’ 비극과 함께 저물고 있다.물론 월드컵 4회 연속 진출 등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쾌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세밑에 느닷없이 찾아 온 IMF 한파는 세차기만 하다.기업들의 잇달은 도산과 대량 실업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사회부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축년 한 해를 결산한다.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직후인 2월15일 김정일의 전처인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 피격 사망사건이 일어났습니다.당국은 황씨 망명에 따른 북한공작원의 보복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들의 행방을 찾지 못해 미궁에 빠지는 듯했습니다.하지만 11월 검거된 부부간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남공작원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또 부부간첩을 통해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학자로 알려진 고영복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30여년간 고정간첩으로 암약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70년대 말 실종된 고교생 5명이 현재 북한의 남파공작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구요. ○중고생 ‘빨간마후라’ 충격 ­운동권 학생들의 시위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5월 말∼6월 초 한총련 제5기 출범식을 기화로 과격 폭력시위가 다시 촉발됐습니다.시위진압 과정에서 유지웅 수경이 사망했고,프락치로 몰린 이석씨와 이종권씨가 학생들에게 구타당해 숨지는 유혈사태가 일어났습니다.이로 인해 학생운동권은 지난 해의 연세대사태에 이어 도덕성에 또다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중·고교생들에게도 문제가 많았습니다.7월 중·고교생들이 포르노 비디오를 직접 출연·제작한 ‘빨간 마후라’ 사건은 청소년들의 성적 타락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 주었습니다.또 ‘일진회’로 대표되는 학원 폭력은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이제 중·고교도 섹스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6일 새벽에 일어난 KAL 801편 괌 추락사고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사고였습니다.괌 아가냐공항 인근 니미츠힐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무려 228명이 숨졌습니다.26명이나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지요.괌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인 9월3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포첸통공항 근처에서 베트남항공기가 추락해 내국인 21명이 또 숨졌지요. ○박나리양 유괴살해 분노 ­9월에는 반인륜적 범죄의 전형으로 꼽히는 유괴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주부 전현주씨가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을 유괴 살해한 것이지요.당시 전씨 본인이 어머니가 되기 직전의 만삭이었던 데다 범행 목적 또한 연체된 신용카드 대금 마련이라는 사소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아들 구속 ­법조계는 1년 내내 격동의 소용돌이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 가운데 한보사건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1월23일 한보그룹 부도 직후 검찰 주변에서는 뭔가 ‘큰 것’이 걸렸다는 심상찮은 긴장감이감돌았습니다.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대출의 배후에 현 정권 핵심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죠. 검찰은 한달 반 만에 홍인길·권노갑 의원 등 정치인 5명과 은행장 3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일단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축소 수사’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대검 중수부장을 교체하면서까지 재수사에 착수,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했습니다.결국 한보의 여파는 기아사태로 이어져 IMF 금융지원 사태라는 국가적인 불행으로 귀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단행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도 관심을 끌었습니다.4월 형이 확정된 뒤 간간이 사면문제가 거론됐으나 시기상조라는 여론 때문에 해를 넘기는가 했더니 성탄을 앞두고 갑작스레 결정됐습니다.전·노씨의 일거수일투족은 앞으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영장실질심사제 시행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간의 갈등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올해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시행초기부터 심문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검찰이 줄곧 반발해 왔습니다.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아무런 감시없이 1시간 이상 방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요.결국 검찰은 11월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을 설득,판사가 아닌 피의자가 심문 여부를 결정하는 개정형사소송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서울지법 민사50부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특기할 만한 점입니다.한보 기아 진로 뉴코아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민사50부는 법원에서 가장 바쁜 재판부가 됐습니다.판사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렸지만 밤을 새기 일쑤입니다.민사50부가 관리하는 기업들의 자산을 합치면 재계 4위 수준에 달해 재판장을 회장,배석판사들을 사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또 민사50부 앞 복도에는 결재를 받으려는 대기업 간부들이 연일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병원성 대장균 O­157 파동은 식품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8월 말 미국 네브래스카산 수입쇠고기에서 O­157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 전국 수입쇠고기 매장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O­157은 열에 매우 약해 쇠고기를 날로 먹지만 않으면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너무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해고 보도 임금 삭감 ­96년 말부터 올 연초에 걸쳐 전국의 사업장을 총파업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던 노동법 개정파동은 3월 여야가 합의로 노동법을 재개정함으로써 일단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그러나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노동계가 그토록 반발했던 임금동결 및 삭감,정리해고 문제가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노동계 일부에서는 임금동결은 물론 임금삭감도 감수할테니 정리해고만 하지 말자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말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수천억∼수조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노동계가 파업 등을 통해 얻어낸 과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셈이죠.따라서 노동계도 이번 IMF 금융지원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것 입니다.재계도 마찬가지지만 노동계도 지금까지 대마불사라는 타성에 젖어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니깐요. ­자화자찬 같지만올해 각 언론사의 캠페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서울신문의 ‘음식물쓰레기 50% 줄이기’ 운동입니다.한 해 8조원에 달하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낭비를 없애고 건전한 음식문화를 창달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운동에는 전국 245개 자치단체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동참했습니다.서명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7월 말 서명인원이 5백만명을 돌파했고,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갖가지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지난 해보다 30% 이상 준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습니다.
  • 국내/서울신문 선정 1997년 10대 뉴스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 12월 18일 치러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김당선자는 총 유효투표의 40.3%인 1천32만여표를 획득,2위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9만여 표차로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김당선자는 71년,87년,92년 대선출마에 이어 네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다.김당선자는 정부수립후 50년 만에 야당후보로서 승리,최초의 정권교체 기록을 세워 정치권은 물론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의 폭넓은 변화가 예고된다.올해 대선은 대규모 옥외유세 대신 TV토론회와 여론조사가 선거전의 판세를 좌우해 ‘미디어 선거’ 양상을 이뤘다. ◎IMF 관리체제 돌입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수치스러운 사태를 맞게 됐다.‘12·3 국치’로 표현되는 IMF사태는 분수없는 해외 여행 등 과소비와 기업의 차입경영,방만한 외환관리가 빚어 낸 비극이다.IMF와 선진국으로부터 외환을 지원받는 대신,자본시장 전면개방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실업대란의 혹독한 계절이 찾아왔다. ◎기아 등대기업 연쇄 도산 대기업들에겐 기억하기 싶지 않은 한해다.연초부터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줄줄이 도산했다.한보그룹으로부터 시작된 ‘부도행렬’에 기아 한라 삼미진로 해태 뉴코아 등이 속속 참여했다.은행 빚으로 지탱하던 선단식 경영이 빚은 참담한 결과였다.재계가 인원축소 임금삭감 등 가혹할 정도의 리스트럭처링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부도 도미노는 계속되고 있다. ◎황장엽·장승길씨 망명 북한의 권력서열 26위였던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2월 한국으로 망명했다.황비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장본인이며 분단후 망명인사로서는 최고위직이다.황비서는 여광무역사장 김덕홍씨와 함께 북경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필리핀을 거쳐 4월에 한국에 도착했다.이어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가 8월에 미국으로 망명,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현철씨 구속 5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한보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검찰은 앞서 홍인길 권노갑 의원 등 정치인 5명과 은행장 3명을 구속했으나,‘깃털’이 아닌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에 밀려 재수사에 착수,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도 구속됐다.12월26일 사건에 연루된 현역의원 4명은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KAL기 괌 추락사고 8월6일 새벽 2시30분 승객 254명을 태운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냐공항근처 니미츠힐에 추락했다.사고로 국민회의 신기하의원 등 228명이 숨지고 26명만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사고 원인으로는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 외에 부실한 공항시설,악천후 등이 꼽히고 있다.이 사고를 계기로 국내 전 공항에 대한 안전점검이 실시됐다. ◎전·노 전직대통령 사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2월22일 구속된 지 각각 750일과 767일 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를 거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결정했다.두 전직대통령과 함께 12·12 및 5·18사건,전직대통령 비자금 사건 관련자 15명도 사면됐다.5·18사건 관련단체 등도 두 전직대통령의 석방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영복 교수 간첩사건 안기부는 11월20일 36년동안 고정간첩으로 암약해 온 고영복(69) 서울대사회학과 명예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씨는 부부간첩 최정남(35) 강연정(28)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간첩으로 확인됐다.고씨는 남북적십자회담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하는 등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학자로 알려져왔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월드컵 본선 4연속 진출 차범근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98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으로 86멕시코대회 이후 4회 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특히 9월28일도쿄에서 벌어진 1차 한·일전 역전승은 본선 직행의 결정적 계기이자 경제추락과 정치 혼란에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앞으로 남은 과제는 아직껏 이루지 못한 본선 첫승과 더 나아가 16강 진출. ◎김정일 당총비서 취임 북한은 10월 8일 김정일이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의해 당총비서로 추대됐다고 공식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김정일시대 개막을 알렸다.이는 94년 7월 김일성의 사망이후 3년3개월만이다.김정일은 최고권력인 총비서직에 취임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당·정·군을 장악했으나 극심한 경제난과,잇딴 고위층의 망명 등 여전히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 대화합 새시대 여는 계기로/전·노씨 사면 시민 반응

    ◎‘보복없는 정치’ 가시화/재도약의 미래 준비하는 새정부에 큰 힘/경제위기 극복·지역감정 해소의 출발점/다시는 전직대통력 처벌받는 일 없어야 20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사면·복권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대체로 ‘죄는 밉지만 화합 차원에서 용서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최악의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힘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면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스러운 조치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18 광주항쟁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미흡하고 국민적 총의를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한양대 김선웅 교수(사회학과)는 “정치보복을 없애고 화합의 정치를 편다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방침이 전폭 수용된 조치”라고 평가하고 “새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광호씨(28·서울 광진구 모진동)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전격적인 사면은 화합의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정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서윤옥씨(43·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는 “5·18의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대중 당선자만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 “다시는 전직 대통령이 처벌받고 사면되는 일이 없기를 빈다”고 덧붙혔다. 한국유권자운동연합(상임 공동대표 김민하·민병천)은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민심을 하나로 모으려는 정치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상공회의소 김광호 회장(54)은 “사면 조치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출발점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해석하고 “모든 정치인과 경제인,근로자가 한마음이 되는 계기로 삼자”고 주문했다. 정문영씨(59·상업·광주시 서구 쌍촌동)은 “일부 5·18 피해자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토록 열망했던 새 정부의 결단인 만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한남제 교수(사회학과)도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없애고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전력을 쏟자”고 호소했다. 반면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김형완 사무국장은 “과거에 대한 분명한 매듭과 진솔한 사과가 먼저 이루어진 뒤 국민적 합의에 따라 단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북연합 김영기 사무처장(35)은 “김대중 당선자는 이를 계기로 5·18 광주항쟁의 진실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약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부간첩 사건­적발서 체포까지

    ◎포섭대상자 신고로 잠입 두달만에 검거/20일간 주요도시 돌며 남한적응훈련/고 교수 4차례 만나 정세평가서 요구 부부간첩 최정남·강정연은 북한이 김정일의 지시로 70년대 후반부터 양성하기 시작한 이른바 ‘새세대 공작원’이다.10여년에 걸쳐 엘리트 과정의 공작원 교육을 받은뒤 90년 결혼과 동시에‘부부공작조’로 편성됐다.부부공작조는 현재 남미·동남아 등에서 모두 10여개 조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침투교육 및 침투=지난 2월 사회문화부 공작담당과장 윤택림(54)으로부터 남한침투 지시를 받고 6개월여동안 집중적인 침투훈련을 받았다.고정간첩의 사상 재검증과 새로운 인물 포섭 등 기본임무와 슈퍼옥수수 종자,전자주민등록증 견본과 각종 교통수단의 시각표 입수 등 부차임무를 부여받았다.8월3일 창원의 마금산 온천여관에 투숙한 뒤 북한에 ‘무사도착’을 보고했다. ▲공작활동 및 검거=8월4일 경주 불국사 민속공예촌 근처에 ‘드보크’를 설치해 권총뒤 주요 공작장비를 숨겼다.8월23일 서울 구로동 중국음식점 2층방에 은신거점을 확보할 때까지 20여일에 걸쳐 울산·전주·전북 부안·변산해수욕장·광주·수안보·경기 이천·용인·수원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남한사회 적응훈련을 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최정남은 조주태(37)로,강정연은 정진선(42)이라는 실존인물로 행세했다.긴급상황 때 사용하기 위해 최는 현직 경찰관의 신분증도 가지고 있었다.9월10일 고영부교수가 운영하는 ‘사회문화연구소’로 찾아가 신분인식용 목걸이를 통해 접선하는 등 10월22일까지 4차례에 걸쳐 만났다.서울대 사회학과 김모 교수를 소개해줄 것과 대선정국상황·학생운동전반 등에 대한 정세평가서 작성을 요구했다.경북대 김순권 교수가 개발한 우량옥수수 종자 입수도 부탁했다.심정웅씨와는 9월22일부터 10월25일까지 한강고수부지 등에서 6차례 접촉했다.10월9일 접촉때 심씨에게 “지하철 주요시설 핵심도면을 작성하고 파괴방법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포섭대상으로 지목한 전주시 박모 의원을 만나기 위해 전주로 갔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전국연합 산하 울산연합 간부 정모씨를 10월21일 만나 “북에서 왔다.함께 북으로 가자”고 종용했다.정씨는 그러나 공안당국의 공작으로 오해,경찰에 간첩신고를 했으며 10월27일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정씨와 만나려다 검거됐다.
  •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 36년 간첩활동/안기부 발표

    ◎북 부부간첩 점거… 고첩4명 구속/관련자 200여명… 수사 장기화 전망 우리나라 사회학계의 원로인 서울대 고영복 명예교수(69)가 지난 61년 북한에 포섭된 뒤 36년간 북한 공작원 6명과 접선하며 간첩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시 국가기간 동맥을 마비시키기 위해 철도와 지하철 등 국가기간시설에 침투,36년간 암약해온 고정간첩망도 적발됐다. 국가안전기획부는 20일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직파간첩 최정남(35) 강연정(28) 부부를 검거,조사한 결과 서울대 사회학과 고교수를 비롯,서울지하철공사 동작설비분소장 심정웅씨(55)와 심씨의 6촌동생 심재훈씨(54·의류도매상),숙모 김유순씨(55·무직) 등 일가족 3명으로 된 고정간첩망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심씨의 친동생 심재만씨(51·인천정밀 대표)와 6촌형 심재천씨(61·농업)는 불고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안기부의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남파간첩과 국내 고첩망을 수사하면서 1백여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며,관련 혐의자 2백여명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안기부는 특히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한영씨 피격사건은 사건 발생 1개월전에 남파된 특수공작조의 소행으로 이들은 북한 귀환 후 영웅칭호를 받고 재남파를 위해 성형수술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은 ▲78년 군산앞바다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됐던 당시 고교1년생 김모씨(현재 36세) ▲같은해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실종된 고교생 2명을 납치,‘새세대 대남공작원’으로 양성한 뒤 현재 대남 공작요원들의 ‘이남화 교육’ 교관으로 활용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는 북한이 한국에서 발행되는 급진·진보성향의 잡지나 서적을 통해 1천5백여명의 포섭 대상자를 선정,개인별 신원분석까지 완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안기부 발표에 따르면 최정남 부부는 지난 7월30일 평남 남포항에서 공작선을 타고 서해 공해상으로 남하,8월2일 하오11시 거제도 해금강 갈곶리 해안으로 상륙했다. 이들은 이후 전국 곳곳을 다니며 생활습관을 익힌뒤 지난달 27일 상오11시30분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전국연합 산하 울산연합 소속 정모씨(35)를 만나려다 정씨의 신고로 검거됐다. 그러나 여자 간첩 강연정은 검거 다음날 신체의 은밀한 부분에 숨겨둔 독약 앰플로 자살을 기도,치료중 사망했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이들은 ▲고첩망인 고교수와 심씨에 대한 지도검열 ▲고교수를 통해 같은 대학 사회학과 김모 교수(60) 포섭 ▲새로운 공작대상자로 울산연합 정모씨와 전주시의원 박모씨(34) 포섭 등의 기본 임무를 띠고 남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교수는 지난 61년9월 이화여대 강사 재직때 재북 삼촌 고정옥의 소식을 전달하며 접근한 남파공작원에게 포섭된 후 지금까지 36년간 남파 공작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고첩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심정웅은 중학교 2학년 휴학중이던 58년9월과 66년 두차례 월북,“필요시 철도 등 국가기간망을 마비시킬수 있도록 동조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89년5월 남파간첩 김낙효와 11차례 접선하면서 초·중·고 동창생과 지하철공사 직원들로 구성된 친목회 회원 명단을 보고하고 지하철 폭파 및 마비방법을 보고하는 등 36년간 고첩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정남은 간첩장비를 은닉하기 위해 서울 관악산,경주 민속공예촌 야산,서울 봉천동장군봉 체육공원 등 6개소에 ‘드보크’(일명 무인포스트)를 설치했으며 다른 고첩망이 이미 설치한 것을 포함,모두 8개의 ‘드보크’가 수사과정에서 확인됐다. 안기부는 ▲체코제 32구경 권총 3정,만년필형 독총 4개,립스틱에 은닉한 독약앰플 5개 등 인명살상용 장비 10종 205점 ▲무전기 4대와 난수표 등 통신장비 16종 94점 ▲위조된 주민등록증 4매와 경찰신분증 1매 ▲공작금 3천여만원중 남은 한화 98만원,일화 2백45만엔,미화 5천달러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 부부간첩 사건­간첩 고영복 암약상

    ◎60년대 서울대 재직중 공산주의 심취/6.25때 북 의용군 입대… 53년 반공포로로 석방/61년 포섭된뒤 남북적회담전략 등 북에 제공 사회학계의 원로이자 우익 인사로 알려진 서울대 고영복 명예교수(69)는 자신의 사상을 철저히 숨긴채 36년간 북한의 고정간첩으로 활동해왔다. 고교수는 서울대 재학중이던 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9월 의용군에 자진 입대했다.같은해 11월 인민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국군에 생포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고교수는 53년 반공포로로 석방돼 학문을 계속하며 60년을 전후해 마르크스주의에 빠져들었다. 61년 9월 의용군에 함께 입대했던 친구 장내윤(월북)과 삼촌 고정옥이 보내서 왔다는 남파공작원을 만나 미화 1천달러와 난수표 등을 받았다.이때 북으로부터 ‘진보적인 청년학생들 속에서 조직사업을 전개하라’는 지령과 ‘공수산’이라는 공작부호도 함께 부여받았다. 고교수는 동문 출신 중앙정보부 고위간부의 추천으로 73년 3월과 7월 남북적십자회담 당시 북측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2차례 평양을 방문했다.두번째 평양방문 당시에는 북측 자문위원으로 위장한 통일선전부 공작원 강장수로부터 “남측에서 중대한 수정제의를 한다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는 메모를 받고 우리측 회담 전략을 사전에 제보해 주기도 했다. 고교수는 공작원들과 접촉하면서 공작원들에게 은신처와 공작장비 은닉을 위한 ‘드보크’를 제공했다.또 학생운동권 출신 및 재야활동가,같은 사회학과 김모 교수를 소개해주고 핵무기 개발상황 및 정세분석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령을 받아 89년6월 남파된 공작원 김낙효에게 보고했다.이때 김낙효가 만들어준 신분 확인용 반쪽 메달 목걸이를 전달받았다. 고교수는 이번에 남파된 최정남부부와 이 목걸이로 서로의 신분을 확인한 뒤 지난 9월10일∼10월22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사무실에서 4차례 접선했다.그리고 최로부터 북한에서 그간의 공로로 ‘공화국 창건기념 메달’과 노동당 창건기념 ‘조국통일상’이 수여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고교수가 받은 지령은 ▲경북대 김순권 교수가 개발한 우량 옥수수 수원 19·20·21호 종자와 과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전자주민증을 구할 것 ▲최근 한국정치 및 대선후 대북정책 전망 평가보고서 작성 ▲한국 경제위기의 심각성 및 수퍼 301조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 ▲대학생들의 의식구조 특징과 향후 학생운동전망 등 남한 전체정세에 대한 글을 써줄 것 등이다.
  • “고 교수가 간첩이라니…”동료들 경악/교수·부부간첩사건 각계반응

    ◎“식량 등 지원해도 북 야욕 여전” 분개도 20일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 등 오랫동안 국내에 암약해왔던 고정 간첩과 북한 직파 부부간첩단 사건의 전모가 발표되자 국민들은 한결같이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민들은 대북 경수로 건설과 식량 지원 등 우리의 인도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직도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치밀하게 대남공작을 펼쳐 온 사실에 분개했다. 특히 고씨가 북한의 36년간에 걸친 고정간첩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각계에 진출한 공산주의자들을 뿌리뽑아야 하며 그동안 해이해진 우리의 안보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동료 교수들은 국가안전기획부의 발표를 듣고 “오랫동안 깜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허탈해 했다. 신용하 교수는 “선배 교수였던 고교수가 30여년 동안 북한의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집단 임을 새삼 깨달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씨의 제자인 한상진 교수는 “보도를 통해 고교수가 북한의 간첩이었음을 알았는데 보수적 성향인 학문적 배경으로 볼때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이동원 교수(사회학과)도 “군사독재 시절 ‘어용교수’로 몰리면서도 철저히 신분을 속여왔던 고교수를 보면서 이제 누구를 믿고 따를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원들은 심정웅씨가 고정간첩이란 사실에 대해 “심씨는 평소 노조활동에도 비협조적이라 간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번 사건이 최근의 잇따른 지하철 사고와 맞물려 지하철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회사원 김광주씨(34·서울 강동구 상일동)는 “우리가 북한에 경수로 건설과 식량지원 사업을 하는 사이에 그들은 잠수함이나 내려보내고 테러와 납치를 자행했다”며 분개했다. 박인제 변호사(45)는 “북한 당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남북한 대결 구도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우리와 공존 공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북한측에 경고했다.자유총연맹 서원배 홍보교육국장(57)은 “북한의 대남전략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흥사단 박성규 사무총장(47)은 “평소 고씨의 강연내용이나 성향 및 명성에 비춰볼 때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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