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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마을 중앙협 姜汶奎 회장(인터뷰)

    ◎“회원들 잠재력 무궁… 개혁 잘될것”/2중3중 조직 통합 생산성 높여/수익사업 개발 자립도 100% 달성/무조건 퇴출없지만 守舊는 不容 ‘새마을운동’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30여년간의 시민운동경력을 가진 姜汶奎씨(67)가 지난 17일 새마을중앙협의회장으로 부임하면서 개혁의 닻은 이미 오른 분위기다.서울 강서구 화곡동 새마을운동 본부에서 姜회장을 직접 만나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방향과 조직의 개혁방향,관변(官邊) 탈피의 비전 등을 들어보았다. 姜회장은 새마을운동의 관변이미지 탈피를 위해 “각 지회 회장들로 하여금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새마을지도자·새마을 부녀회·직장새마을·새마을문고 등 4개 단체로 나눠져있는 새마을운동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새마을조직이 “제2건국운동”의 주축세력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설에 대해 姜회장은 “새마을조직이 제2의 관변단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일축하고 그러나 필요할 경우 시민운동단체들과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바깥에서 보아온 새마을운동 조직과 직접 경험한 새마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텐데. ▲지난 17일 첫 출근을 할 때는 침울했다.하지만 대구에 가서 회원들을 직접 만나보니 기분이 좋아졌다.동서화합을 위해 헌혈을 하는 회원들도 봤다. 나는 새마을운동 조직에서 대단한 잠재력을 발견했다.그동안 개발을 안했을뿐이다.232만명의 회원을 가진 민간운동 단체 중 전국 최대 규모의 단체가 아닌가.의욕만 불어넣으면 잘 될 것이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새마을운동 조직의 활동 프로그램보다는 새마을운동 지원육성 특별법같은 제도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개발독재와 연결됐던 때가 있었고 5공화국 시절에는 정치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이런 이미지와 달리 지방에 가서 회원들을 직접 만나보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순수한 지역사회 봉사단체로서의 열의가 대단하다.이를테면 고철모으기,경제살리기,저축운동 등의 활동은 시민단체 100개가하는 정도를 넘어서 있다. ­관변단체에서 탈피하려면 재정자립이 시급한 과제로 보이는데. ▲국고지원금은 한해 예산 171억원의 14%인 25억여원에 불과하다.정부의 지원을 연장한다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정부의 지원을 끊는 것은 좋은 자활의 계기가 될 것이다.2001년까지 100% 재정자립도를 달성할 것이다. 재정자립을 위해 본부의 운동장도 이미 세를 놓았고 필요하면 본부를 경기도 성남의 연수원으로 옮기고 기구도 조정할 계획이다. ○경제마인드 필요 ­새마을운동 조직에 대한 개혁 청사진의 방향은. ▲대의원대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됐지만 취임식을 연기했다.새마을운동 조직의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시간을 내서 가능한 많은 새마을운동가,이론가,비판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새마을운동 조직은 정치 세력화해서도 안되고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만으로도 안된다.지역격차와 도농격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급성장 과정에서 나온 ‘환경 새마을운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도시 새마을과 농촌 새마을을 엮으면 노동 직거래도 가능하다.이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소비자보호단체에서 일해봤지만 농촌에서는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이런 일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또 북한 농촌에 새마을운동을 확산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새마을운동 조직에 ‘제2의 건국’을 위한 국민운동을 맡길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전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나온 얘기이다.새마을운동 조직이 또다른 관변단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시민단체도 제2의 건국운동에 참여할 의욕을 갖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니 참여하겠다는 말도 못꺼내게 됐다. ­姜회장에게 새마을운동 조직을 맡긴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민운동을 보완하라는 것이라고 본다.나는 74년부터 YMCA 일을 하면서 당시 관변이던 단체가 제자리를 찾도록 했다.그런 경험을 살릴 것이다. ○지회장은 당적 못갖게 ­필요하면 시민운동 인사를 데려올 수도 있는 것인지.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테크닉은 새마을운동이 갖고 있지만 이론은 약하다. 이런 면에서 상호보완하겠다는 뜻이다.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온다고 기존 직원을 퇴출시킨다는 뜻은 아니다.새마을운동 조직은 예산이 많은데 인건비 비중이 높다.대의원대회에서도 새마을운동이 위축됐는 데도 행정은 여전히 비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하지만 새마을운동 직원들의 월급이 적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연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조직 개혁의 청사진은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자생적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재정경제부나 환경부 등에는 각종 시민운동 프로젝트가 많다.YMCA같은 단체는 결사적으로 돈을 따온다.돈을 못벌어 오는 사람은 없다.하지만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간부들은 1원도 못벌어온다. 예를 들어 연해주 1만평을 무상임대받는데,간부들은 15억원이 없어 포기하자고 했다. 그래서 대구를 방문했을 때 회원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회원들은 1,000원 모금운동을 펴더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다.어떤 사람은 3,000원 모금운동을 하자는 의견도 냈다.그런 생각들이면 된다.회원 봉사정신은 건실하다.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조직 감축 계획에 회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사실인 것같다.새마을지도자,새마을부녀회,직장새마을,새마을문고 중앙회 같은 독립기구가 저마다 전국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전국에 회장들이 즐비하다.대구에 들렀더니 한가지 사안을 놓고 네군데서 같은 보고가 올라왔다. 이런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조직마다 중앙회장이 있고 나는 힘이 없는 협의회장일 뿐이다.왜 4중구조가 존재해야 하는가.지방서도 통합해야 한다는 권유가 올라온다.하지만 그들은 기득권을 갖고 버티고 있어 내 힘으로는 어려운 측면도 많다.전체 회원 232만명 가운데 여성이 180만여명이다. 새마을운동 지원 육성 특별법은 곧 없어질 처지에 있기 때문에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지금은 태풍전야와 같다.그렇다고 회장단을 모두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공로도 있고,생산적으로 바꿔놓으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새마을운동 조직은 이미 탈정치화를 선언했는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선언을 했지만 아직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정치색은 벗겨야 한다.지역의 회장 이상은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선거운동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물러나야 할 것이다. ­조직개편에 저항도 우려되고 있는데. ▲새마을운동의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조직의 수구세력이다.그들은 새마을운동이 좋아서라기보다 자리를 지키려할 것이다.앞으로 1년이 고비이다.나는(문제점을 밀어붙이듯 과감하게 정리하는) 덤프트럭이다.하지만 경우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약력 ▲31년 진주 출생(67세) ▲경북대 사회학과 졸(56년),인도 루터교 신학대 명예박사(96년)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환경사회단체협의회장,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장 ▲세계 YMCA연맹 프로그램 자문위원, 아시아·태평양지역 시민사회포럼 공동의장,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대통령 통일고문 등(현재) ▲국민훈장 동백장(78년) ▲저서:제3세계의 기독교, 시민참여의 시대
  • “먼저 퇴출” 공방/공직사회 갈등 증폭

    ◎구조조정 여파 세대·성별간 불신풍조 공무원들의 자리보존 불안 심리가 심각하다. 공직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다 자체내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추세인 탓이다. 위아래 없이 언제든지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토론방인 ‘열린 마당’에도 여과없이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내의 세대간,성별간 갈등으로도 비화하는 양상이다. 서로 ‘상대방이 공직사회에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대학졸업자 1만명을 인턴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자 “대신 기존 공무원이 그만큼 감축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행자부의 인터넷 토론방에 의견을 올린 한 공무원은 “힘없는 7급 공무원이 도마에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자라(구조조정)보고 놀란 공무원들의 가슴이 솥뚜껑(인턴 공무원제 도입)보고 화들짝 놀란 셈이다. 이런 심리적 불안은 서로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일로 발전하고 있다. 어떤 일반직 공무원은 정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별정직,기능직,일용직을 우선적으로 감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렬 이기주의 모습이다. 咸창순이라고 밝힌 공무원은 “각 부처별로 장관이 취임할 때 새로 비서와 운전수들을 채용하는데,장관이 떠나고 나면 이들은 산하단체로 특채된다”며 “요즘 세상에 말도 되지 않는 조치”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새로운 증원을 반대한다는 집단이기주이다. 계약직 공무원이 자리를 못잡고 있는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여직원은 남자직원에 비해 신분불안을 더 크게 느낀 듯 “남자도 걸레질하고 커피 심부름을 해보자”며 여성들도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젊은 교사는 “학교가 노인 교사들의 여가선용을 하는 양노원이 돼서는 안된다”며 “돈도 어느정도 벌었을 것”이라고 선배교사의 용퇴를 요구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金一鐵 교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 할 것이나 공직사회가 심리적으로 대단히 위축되고 있다”며 “관료사회내의 상호불신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朴노해씨­사노맹 주역… 전향 자세보여/석방 인사 면면

    ◎金洛中씨­진보적 통일운동가 무기수/張玲子­2차례 수감… 건강 악화로 나와 이번 ‘8·15특사’에는 대형 공안사건 등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던 각종 사건의 주인공들이 다수 포함됐다. ◇權魯甲 전 의원=국정감사 선처 명목으로 한보그룹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징역 5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정치적 부담을 우려,지난 3·13 대통령 취임 사면에서는 제외됐었지만 이번에 잔형 면제와 복권조치로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1월 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악화돼 검찰의 형집행 정지로 풀려나 서울 강북삼성병원으로 주거지를 제한받고 있었다. ◇朴基平(필명 박노해),白泰雄씨(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자생적 사회주의세력인 사노맹의 양대 주역으로 91년과 92년에 각각 검거돼 무기징역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朴씨는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운동권에서 일약 ‘얼굴 없는 민중 시인’으로 떠오른 인물.수감 중이던 지난해 출간한 수상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시장경제 옹호론자가 아니지만 결코 사회주의자도 아니다”고 공언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화제를 뿌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白씨는 제헌의회(CA)그룹의 좌파 이론가로 활동하면서 운동권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불렸다.지난해 ‘사노맹 결성은 사회주의체제 건설을 위한 것이 아니라 全斗煥·盧泰愚정권에 대한 이념적 저항운동’이라며 사노맹 해체 및 재건 포기를 선언,金壽煥 추기경과 재야인사 등 141명이 사면·석방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黃仁五·仁郁 형제,金洛中씨(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북한의 ‘장관급’ 여간첩 李善實과 연계,남한내에 대규모 지하당 조직을 주도하다 92년 당국의 수사끝에 실체가 드러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인물들이다. 전 민중당대표인 金씨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가 55년 월북,북한에 포섭된 뒤 민주개혁과 사회진보를 위한 협의회(민사협)고문 등을 맡으며 진보적 재야인사 및 통일운동가로 활동하다 적발돼 무기수로 복역해 왔다.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적발된 黃仁五씨는 사북중 2년 중퇴가학력의 전부로 ,80년4월 사북사태를 주도한 뒤 같은해 6월 부산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장 폭파기도사건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중부지역당 편집국장으로 적발된 동생 仁郁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대학원에서 아프리카 역사를 전공했으며,87년1월 북한방송 청취내용을 운동권 최초로 교내 대자보로 부착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 운동권 출신. 1심 재판 진행중이던 93년1월 서울대 교수들이 선처를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張玲子씨=건강악화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張씨는 82년 이른바 ‘단군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에 이어 94년에는 거액의 어음부도 사건을 일으켜 세간을 두번 놀래킨 큰 손.82년 당시 남편 李哲熙씨와 함께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92년 잔형 5년여를 남기고 가석방됐으나 107억여원을 편취하고 5억원을 부도낸 혐의로 2년여만에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됐다. ◇鄭守一씨(무함마드 깐수)=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암약한 고정간첩으로 96년 검거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번에 감형됐다.
  • 親日의 군상:1­1/시리즈를 시작하며(정직한 역사 되찾기)

    ◎친일파 청산 ‘참된 역사’의 출발/日帝 앞잡이 기득권층 형성… 反통일세력화/민족자존 위해 더 미룰수 없는 ‘금세기 숙제’ 20세기 우리 현대사에 등장한 용어중 ‘친일파’만큼 불명예스런 것도 없다.‘친일파’로 한번 낙인찍히면 씻을 수 없는 오욕으로 영원히 남아 왔다. ‘친일파=매국노=반민족행위자’라는 등식으로 인식되는 친일파문제는 지금에 와서도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이 문제는 그동안 쉽게 손대기가 어려웠고 학계에서조차 ‘쓰이지 않은 역사’로 방치돼 왔다. ○‘쓰이지 않은 역사’로 방치 친일파문제는 그 죄상(罪狀)에 대해 단죄는 물론 역사적 평가도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간헐적으로 친일논쟁이 터질 때마다 우리사회에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수 년전 매국노 李完用 후손의 ‘땅찾기 소동’은 친일파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민감한 이슈를 이 시점에서 다시 거론하는 것은 왜인가?그 이유는 해방 반세기가 지나서도 마치 ‘역사의 미라’처럼 온존해 있는 친일파문제를 금세기내에 매듭짖고 정의가 살아있는 정직한 역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그동안 우리 사회는 해방후 친일잔재를 척결하지 못한 탓으로 민족정기가 땅에 떨어지고 가치관의 혼란도 극심했었다.일부 친일파들은 독립유공자로 둔갑해 훈장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독립유공자들의 공적을 심사하기도 했다. 친일 문인의 작품이 최근까지 교과서에 버젓이 실렸는가 하면 국립묘지에는 아직도 친일 경력자가 묻혀있다.친일파연구가 고(故) 林鍾國 선생은 친일파청산의 의의를 “철저하게 짓밟혀 버린 민족자존을 회복하고 자손만대에 민족정기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親日 논리·행적 기록 남겨야 일제 앞잡이 친일파들은 해방후 이승만 정권의 비호아래 신생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배층으로 변신하였고 다시 군사 독재정권에 와서는 ‘영원한 기득권층’으로 자리잡았다.이들중 대다수는 극우·반공논리로 무장하여 반(反)통일세력을 형성해왔고 또 독재권력옹호자,매판자본가,어용지식인,심지어 한·일 외교무대에서 굴욕외교에 앞장서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는 통일과 민족정기를 논할 수 없다. 이제 친일파 청산문제는 더이상 다음 세기로 미룰 수 없다.이제라도 역사학계와 연구자들은 그들의 친일논리와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그러나 이같은 작업은 개인에 대한 단죄차원보다는 과거사 청산과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동국대 법학과 韓相範(64) 교수는 “우리사회의 부패·모순구조는 해방후 친일파 척결을 하지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금세기가 가기전에 우리사회가 친일파 청산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일파의 정의와 범주/매국노·식민정책 협력자 통칭/독립신문 7개 부류 첫 거론/제헌국회 反民法 구체 규정 보통명사‘친일파’의 사전적 의미는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개인이나 무리’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친일파’의 경우 그들이 활동한 시기와 일본과 친하게 지낸 정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후자의 경우 ‘을사조약을 전후하여 해방전까지 일본제국주의와 가깝게 지내면서 매국(賣國)에 가담했거나 또는 일제강점하에서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협력한 자’들을 통칭한 것이다.따라서 이 경우 ‘친일파’는 매국노,반민족행위자,민족반역자 등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20세기 전반 외세지배를 겪은 나라들은 대개 우리의 ‘친일파’와 유사한 의미의 용어를 가지고 있다.중국은 일제에 협력한 자들을 ‘한간(漢奸)’이라고 부른다.‘중국인으로서 적과 통모(通謀)하여 반역죄를 범한 매국노’라는 뜻이다.프랑스는 나치정권에 협력한 반역자를 ‘나치협력자’로 부르고 있다.이같은 용어들은 ‘민족반역자’라는 의미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데 전쟁범죄자인 ‘전범(戰犯)’과는 의미가 다르다. ‘친일파’는 구체적으로 어떤 자들을 가리키는가.친일파의 범주에 대한 첫 거론은 1920년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이 보도한 ‘칠가살(七可殺)’이다.이는 당시 독립진영에서 처단대상자로 지목했던 매국적(賣國賊)·친일관료·밀고자 등으로 7개 부류로 대단히 포괄적인 내용이었다.친일파의 범주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해방후의 일이다.미군정하 남조선과도정부 입법의원은 1947년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법’을 만들면서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이 법은 민족반역자와 부일협력자를 따로 구분하고 있으며 8·15 이후의 간상배까지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부일협력자의 경우 악질적인 친일파는 물론 일본인과 결혼한 자,일본말을 상용한 자,또 민족반역자의 경우 만주에서 활동한 경찰관까지 포함하고 있다. 한편 제헌국회가 제정한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은 친일파의 범주를 보다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규정하였다.이 법은 제1조∼5조에 걸쳐 친일파의‘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매국노·수작자·고급관료·악질분자 등을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愼鏞厦) 교수는 “반민법에서 규정한 친일파는 제한된 직위와 악질적인 반민족행위자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제헌국회 제정 반민족행위처벌법 조 항 반민족행위자 분류 현 황 제1조 ①일본과 통모(通謀)하여 ①사형또는 무기징역 한일병합에 적극 협력한자 ②그 재산과 유산의 ②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전부 혹은 2분의1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하거나 이상 몰수 모의한 자 제2조 ①일본정부로부터 작위(爵位)를 ①무기징역 또는 5년 받은자 이상의 징역 ②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이 된 자 ②그 재산의 전부 혹은 2분의 1이상 몰수 제3조 ①독립유공자나 그 가족을 ①사형,무기징역 또는 악의적으로 살해,박해한 자 5년 이상의 징역 ②또는 이를 지휘한 자 제4조 ①습작(襲爵)한자 ①10년 이상의 징역 ②중추원 부의장,고문 또는 참의를 ②또는 15년 이하의 지낸 자 공민권 정지 ③칙임관 이상의 관리를 지낸 자 ③그 재산의 전부 ④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혹은 일부 몰수 ⑤독립운동을 방행할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한 자 ⑥군,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를 한 자 ⑦비행기,병기,탄약 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⑧도(道),부(府)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을 지낸 자 ⑨관공리로서 직위를 이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분자 ⑩각종 친일단체의 수뇌간부를 지낸 자 ⑪친일 언론·저작활동을 한 문화계 인사 ⑫개인으로서 일제에 적극 협력한 자 제5조 ①고등관 3등급 이상,혹은 ①반민법 공소시효 훈5등급 이상을 받은 관리 결과전까지 공무원 ②헌병,헌병보,고등경찰을 지낸 자임용금지(단,기술관 은 제외) ◎‘친일의 군상’ 자문위원 12명 위촉/객관·공정성 검증… 반론권 보장합니다 서울신문사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친일파 청산을 위해 기획한 ‘친일의 군상’시리즈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하기 위해 12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습니다. 자문위원은 역사학자·변호사·종교가·언론인 등 관계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모든 글은 자문위원들의 검증과 명예훼손 등 법적 검토를 거쳐 게재됩니다.자문위원은 인물 선정에도 참여하며 정기적으로 만나 시리즈의 내용을 종합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해 조언할 것입니다. 서울신문사는 특히 보도된 내용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합니다. 자문위원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金祐銓 전 광복회 부회장 ▲姜萬吉 고려대 교수(한국사) ▲韓相範 동국대 교수(법학) ▲李炫熙 성신여대 교수(한국사) ▲朴鍾淳 충신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李泰鎭 서울대 교수(한국사) ▲姜昌一 배재대 교수(한일관계사)▲朴元淳 변호사(참여연대 사무처장) ▲朴은慶 광운대 강사(정치학) ▲林大植 외국어대 강사(한국사) ▲金三雄 서울신문 주필(친일문제연구가) ▲崔光一 서울신문 제작이사
  • 실직으로 신분 추락 중산층이 무너진다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사람 반년새 60%서 34%로 줄어/대출 연체 등 가계파산 속출/해고 본격화땐 몰락 가속화 서울역 앞 지하도 입구에서 만난 安모씨(39)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 부러울 것이 없는 중산층 사업가였다.서울대 농대 졸업 후 제약회사에 근무하다 8년 전 친구와 함께 식품유통업체를 차려 네 식구가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매달 2백만원 이상을 생활비로 아내에게 건네주고도 여유자금 1,000여만원을 따로 관리했다. 그의 풍족한 삶이 풍비박산이 난 것은 지난 2월.1억여원의 부도를 맞은 것이다.서울 양천구 목동의 집은 채권자들의 손에 넘어가고 자가용도 처분했다.아내와 초등 2년과 4년짜리 두딸은 처가집으로 내려보냈다.자신은 서울역지하도를 전전하며 4개월여 동안 노숙으로 보내고 있다. 중랑구 묵동에 사는 任모씨(49).지난 3월 말 중소 건설회사에서 영업부 차장으로 일하다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실직 충격으로 두달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평생 손에 기름때 한번 묻혀보지 않았지만 보일러 기술을 배우기로 작정,5월부터 서울 종로구 효제동 C열관리학원(재취업 교육기관)에서 무료 수강중이다. “남의 일로만 알았던 실직을 당한 순간 너무 황당했다.한동안 폐인같은 생활을 했다.기술을 배우더라도 취직이 될 수 있을지…” 그는 평생 살림밖에 모르던 아내와 대학다니는 딸아이,고등학생인 아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중산층의 몰락이다.물가와 금리,실직으로 생계가 위협을 받으면서 생활과 신분의 하향조정으로 중산층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작년 조세연구원 조사결과 60%에 달했으나 올 6월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는 34.8%로 줄었다.반면 ‘나는 중산층에서 하층으로 추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응답자의 20.4%에 달한다. 중산층은 평균적으로 20평의 주택을소유하고 연평균 가구소득 2,289만원,한달 지출 126만원,평균부채는 695만원인 사람들이다.(조세연구원 조사) 대량 가계파산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은행의 가계대출금 연체가 40% 가까이 급증했다.연체와 부도 등으로 금융제재를 받은 신용불량자가 200만명에 육박했다.금리가 오르자 분양받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蔡昌均 노동연구팀장은 “올 초까지 실직자가 주로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에 집중된 것과 달리 앞으로 1∼2년간은 기업퇴출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화이트 칼라인 중간계층의 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올 연말 실업률을 7.2%(실업자 150만명),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9.3%(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세대 사회학과 宋復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축률이 높아 실직자가 6개월∼1년까지는 저축으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실업의 경우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질것”이라고 우려했다.
  • KBS 이사 韓相震 교수 추천

    방송위원회(위원장 金昌悅)는 31일 韓相震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KBS 이사로 추천했다.
  • 철도청 차장 曺宇鉉씨 내정

    정부는 8일 철도청 차장에 曺宇鉉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을 내정했다. 曺 신임 차장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행시 14회에 합격한 뒤 건설부 주택정책과장,국토계획과장,토지국장,주택국장 등을 지냈다.
  • 98 미스코리아 재심사 소동 계기 거센 비판

    ◎“미인대회 없애야” 전국이 시끌/여성 상품화 등 근본적 문제 제기/“국가행사냐” 공중파 생중계 비난 지난달 23일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된 98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컴퓨터처리 오류로 재심사를 하는 소동을 빚자,이를 계기로 미인대회 무용론이 들끓고 있다.미인대회 자체도 문제지만 무슨 국가적 행사라고 번번이 공중파방송에서 이를 생중계하느냐는 비판이 여성계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결과가 잘못됐다는 게 방송 당일에 알려지고 나자 비판의 글들이 컴퓨터통신 화면을 하얗게 뒤덮었다.많은 이들이 공정성을 불신했으며 칫수를 멋대로 정해 놓고 여성 신체를 상품화하는 대회의 본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어차피 명동의 유명 미용실과 끼리끼리 짜고 하는것 아니냐” “얼굴 뜯어고치고 요즘 좋아진 의술에 몸매까지 손보고,나이어린 애들이 나와서 하는 말이 다 각본에 있는 말,그 나이에 뭘 알겠나”“네가 제일 예쁘니까 돈 이만큼 받고 너는 그 다음이니까 요만큼 받고….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자본주의 쓰레기같은 소모적 미인대회를 양대 방송에서 해마다 나눠먹는 것 우습다”“‘PD수첩’으로 미인대회 공화국 비판했던 MBC는 중계 그만두고 밝은사회 만드는 방송이나 하라” 등등 비난이 빗발쳤다. 여성단체들은 무엇보다 공영방송이 공중파로 미인대회를 중계하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 여성정책부장은 “미인대회 하는 건 주최측 자유지만 대중에게 책임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여성은 외모가 최고며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고 무의식중에 주입시키며 건강한 여성상을 왜곡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는 “서구 미인대회는 대기업 판촉책으로 심심한 사람들 볼거리일 뿐이다.우리처럼 국가대표 뽑듯 난리를 벌이지 않는다.국제 타이틀 붙인 대회도 온갖 게 다 있다”고 꼬집었다.미인대회 뽑혀 국위선양 한다는 말의 허구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뻔히 보인다는 얘기다. 90년대 들어 각종 특산물 선전 등을 내걸고 미인대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한국여성민우회 조사에 따르면 96년 지역별로 열리는 미인대회는 100여개에 이른다.조사결과 아연하게도 이런 대회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었다. 미인대회가 사회 공해인 것은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취업,대학 입시 현장에까지 연결되기 때문.미인대회 입상이 인기 연예인으로 가는 급행표가 된지는 이미 오래. 얼마전 입시에선 대구 몇몇 전문대학 관광학과에서 미인대회 입상자를 특례입학시켰다.여성계에선 얼마전 철도청이 사원채용 면접을 하면서 여성 응시자에게 반팔,무릎위 스커트 차림으로 일정거리를 걸어 보게 한 것도 미인대회 선발 방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9일 MBC 정문 앞에서 미인대회 중계 반대 시위를 한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여연에선 미인대회 방송중계 및 지자체 예산지원 중단 등을 이번 지자체 선거를 비롯,선거의 쟁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교수부터 각성을(대학 개혁 시급하다:中)

    ◎“연구보다 감투”… 비리 개입까지/임용·편입학 부정에 총·학장도 연루/일부 정치교수들 수시로 전공도 바꿔/임용되면 정년 보장에 무사안일 만연 ‘대학 개혁은 교수 개혁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부정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교수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학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배출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외도를 일삼고 학내 감투에 신경을 쓰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수 임용비리나 대학입시,편·입학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심지어 국립대의 총·학장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회장 朴昌庫 강원대 교수)은 지난 2월 서울대 치대에서 교수 임용에 따른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전국 대학 곳곳에서 비리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금품수수,자기 사람 심기 등 임용관련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자리가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지 않는다.그럼에도 65세까지의 정년은 대부분 보장된다. 한국 대학교육협의회가 95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수 1인당 연간 논문 편수는 1.97건으로 90년의 2.99건 보다 오히려 1.02건이 줄었다.하지만 대학교수의 보직비율은 국·공립대가 29.5%,사립대는 29.2%에 이르렀다.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보직에만 눈독을 들인 결과다. 보직을 맡으면 주당 법정 강의시간(1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보통 4∼8시간 강의를 하고,나머지는 시간 강사로 채운다.강의의 질이 떨어지는 게 뻔하다. 金大中 대통령도 지난 달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수는 일단 임용되면 정년까지 간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자기대학 출신과 자기 사람만을 심어 비판적 상호토론을 못하게 만드는 교수 사회의 정체성에 기인한다”고 질타했다. 宋梓 명지대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비례한다”고 전제,“교수들은 본연의 임무인 지식을 창출하는 데 힘써야 하며,그잣대는 논문 발표 건 수”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玄宅洙 교수(서창캠퍼스 사회학과)는 최근 발행된 ‘고대대학원신문’에서 “텔레비전에 나와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텔레페서’와 정치교수인 ‘폴리페서’들이 교수직을 이용해 권위와 권력행사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들 문제 교수들은 정세나 유행,인기에 따라 이리저리 날뛰며 수시로 자신의 전공분야까지 바꾸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국민신당 朴範珍 의원도 “대학 교수들은 재벌 이상으로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 교수 20여명 報恩의 기금 전달

    ◎대학시절 받은 혜택 후배에게 돌린다/서울대 출신들 ‘육영회’ 창립 30돌 맞아 결의/“30년간 인재 양성에 보답” 2천만원 전달 서울대 교수들이 대학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장학재단을 위해 보은의 장학기금을 마련한다. 서울대 재학 당시 장학재단인 ‘우산육영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서울대 교수 20여명은 오는 22일 재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학술 토론회를 개최하고 2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재단에 전달한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영문과의 李誠元 교수를 비롯,주제 발표자로 나서는 국사학과 權泰檍 교수와 사회학과 朴明圭 교수,경제학과 李俊求 교수 등 모두가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교수들이다.토론회의 주제는 ‘IMF 위기와 세계속의 한국’으로 하오 1시부터 서울대 문화관에서 개최된다. 교수들은 10만∼1백만원씩 모금,2천만원을 金태길 재단이사장에게 전달한다. 장학생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사회학과 韓相震 교수는 “학술토론회 및 장학금은 지난 30년동안 인재양성을 힘써 온 육영회에 대한 동문들의 작은 보답”이라면서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육영회의 높은 뜻을 기리는 동문들의 마음을 모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산육영회’는 지난 68년 又山 趙且任 여사가 만든 장학재단으로 지난 30년동안 대학원 과정의 학생 1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우산육영회’는 지금까지 모두 32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현재 89명이 서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30여명이 법조인과 언론인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관광公 사장 洪斗杓씨 내정

    정부는 2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洪斗杓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내정했다. 홍 사장내정자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지난 61년 문공부 방송요원으로 방송과 인연을 맺은뒤 방송광고공사사장,전매청장,담배인삼공사사장 등을 지냈다.
  • 아름다운 봉사활동/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꽃동네라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한 신부가 거리에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고자 만든 조그마한 집이,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며 그야말로 하나의 동네를 이룬 곳이다.구걸할 수도 없는 지체부자유자들과 버림받은 어린이·노인들이,자기를 잊고 헌신하는 성직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곳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휴일에 방문해 봉사하고 삶을 배운다.얼마전 주일을 이용해 식구들과 함께 꽃동네를 찾았다가 식사준비를 돕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대학생 한무리와 마주쳤다.더욱 인상적인 것은 엄마 손에 이끌려 온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이 지체부자유자들의 식사를 돕는 모습을 간혹 본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설교와 학습보다도,어려운 삶과 그들을 부축하는 봉사활동을 직접 보는 것은 방황하는 마음을 돌이키는 데 큰 힘이 될 듯했다.알고 보니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신부가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글자 그대로 서로 하나가 되어 돕고 도움을 받는 모습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작은 꽃동네가 적지 않다.알려지지 않은만큼 도움의 손길도 적어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지방자치기관이나 교육청에서 양로원·부랑자시설에 그 지역 중고교를 연결해 주면 어떨까. 어려운 사람들은 따뜻한 손길을 맛볼테고,학생들은 봉사활동 점수를 얻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리라.청소년들은 ‘남을 위해주는’기쁨을 배울 것이며,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흔들리는 학생에게도 훌륭한 삶의 학습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이루어가는 이런 작은 실천은,아직도 복지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삶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아이들의 ‘오아시스’/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2년전 아는이를 만나러 간 경기도 어느 고등학교에서 마주친 점심시간 풍경이다.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음악실에 가득 모여들어 설 자리도 없다.다른 학교에서 보기 힘든 방음장치와 큰 오디오 시스템을 완비한 음악실이지만 점심시간에는 이런 것들을 쓸 필요가 없다.음악실 문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활짝 열렸고,다투어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은 생음악을 연주하므로 오디오 시설은 쓰지 않는다.자신있는 악기를 들고와 연주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다. 앞에서 누가 연주를 하든 노래를 부르든,학생들은 음악을 만끽한다.서서 박수치는 학생,비스듬히 누운 학생,음악감상 태도도 그야말로 제각각이다.그렇게 30∼40분 남짓을 보낸 학생들은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아쉬워하며 제 교실로 돌아간다.오전의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 수업을 할 에너지를 충전한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저녁의 야간 자율학습까지 12시간 이상을 똑같은 교실,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잠깐의 오아시스는 얼마나 신선할런지,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하루의 잠깐만 사용해도 되는 이런 오아시스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배려와 여유를 가진 학교는 얼마나 될까.학교에 흥미를 잃고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데 신경쓰기 보다 서울의 어느 대학에 합격생을 몇명 내었는지를 헤아리기에 바쁜 학교들에서,이제는 발상을 바꾸어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학업 효율성도 높이고,학교에 흥미를 잃은 학생도 잡는 효과를 가져올 오아시스 만들기를. 지금도 그 고등학교의 작은 음악회는 계속 되겠지 생각하며,교육대개혁을 그저 기다리기 보다는,일상에 찌든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학교 차원의 이런 세심한 배려를 기대해 본다.
  • 나무의 영혼/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가끔씩 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를 지나칠 때면 중요한 일을 놓아두고 도망친 듯한 켕김을 느낀다.몸에 초록색 그물 같은 것을 두른채 주위의 벽돌과 콘크리트 더미에 가려,힘들게 올린 팔만이 겨우 보이는 그 나무때문이다.나이가 730살이나 된다는 서울의 최장수 느티나무. 그곳에 이사했을 때 느티나무는 참으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마을에서 수호신 대접을 받고 있었다.주민들은 해마다 그 나무에 제사를 지냈다.매봉산을 배경으로,주변의 그보다는 어리지만 꽤 나이든 잔가지의 나무들과 함께서 있는 그 느티나무는 서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한 모습이었다. 그 나무의 시련은 주변의 연립주택 단지를 사들인 재벌 건설회사에 땅이팔리면서 시작되었다.회사는 어떤 교수들에게서 유리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와 나무를 보호하려는 구청의 조사를 뒤엎고 아파트 건립계획을 진행시켰다.처음에는 나무를 살리고자 애쓰는 듯하던 구청 각 부서는 완연 태도가 달라졌고 밤마다 주민들의 애타는 모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노력은 지역이기주의로 몰리고 행정은 기업 쪽으로 기울어지는 가운데,주민들 내부에서도 분열과 이탈이 생겨 그동안 늦춰져온 건설작업이 차츰 기지개를 편 것이다.지난 일년간 별 진전이 없어 보이던 건설현장에서 느티나무의 주변에 그물을 치고 연립주택 철거가 한창이다. 이제 고층아파트로 철갑을 두른 나무는 바로 창문을 마주한 새 주민들의 눈에만 모습을 보인 채,시름시름 죽어갈 것이다.나무에도 영이 있다는데,나무를 죽이는 데 공모한 땅주인과 기업 관계자·관리·교수들은 나무의 영혼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길잃은 환경정책 주변을 700살이 넘은 나무의 영혼이 배회할텐데….
  • 선진국의 징표/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어,여기 당신이 좋아할 것이 있네.”2년동안의 체류을 마치기 앞서 일본 전국을 여행하던 수년전 한 시골 버스역 근처에 널린 쓰레기 봉지들을 보고 남편이 내게 한 말이다.도시 골목골목이나 농촌의 어느곳,식당 한가운데의 화장실,그 어디도 너무나 정갈해 기가 질린 참이었다. 귀국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른 주유소 화장실의 불결함은 내게 절망을 안겨주었다.‘큰 거리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구석구석 쌓인 쓰레기,아무렇게나 길에 침을 뱉는 사람,미처 타기도 전에 떠나는 버스,밤늦도록 이어지는 고성방가…’미국친구들을 데리고 고국을 방문한 한 1.5세가 상면한 서울의 풍경이다.살다보니 익숙해졌는지 별 느낌없이 지내다,며칠전 종로 극장가에 가서 멀쩡하게 나뒹구는 빈 깡통·휴지 등 온갖 쓰레기를 보니,‘이래서 우리는 잘 안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 여부로 가늠할 수 있다.그리고 그 기본은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이다.우리에게 그것은 휘청거리는 경제보다 더 심각하게 후진적인 것 같다.시민의식이 자연스럽게 크도록 기다리기에 사회변화는 너무 빠르다.우리사회 곳곳의 부패와 균열도 이 불균형의 단면이 아닐까. 시민운동 단체들은 그때그때 뜨는 이슈를 쫓기보다 기초질서 지키기운동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어떨까.기초질서 지키기가 자율적으로 정착될 때까지,강제적이긴 하나 벌금을 크게 물리는 상가포르 방식을 정부가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행동,공동의 거리와 공원·버스·전철을 아끼고 깨끗이 하기,식당과 상점에서 마주치는 청결과 친절,이런 것들이 국민소득 1만달러보다 더 확실한 선진국의 징표일 것이다.
  • 바뀌어야 할 일/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트럼펫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 오랫만에 미국 재즈연주단의 공연에 갔다.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연주회장의 성황에 짐짓 기가 죽었다.그 커다란 강당이 빈자리 하나 없이 꽉찬 모습을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엄마,IMF시대에 이런 연주회 열어도 되는거야?”하는 우리 아이를 조용히 하라고 해놓고도,우리 국악 연주회에도 이런 인파가 몰릴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멀리 아득한 무대를 망원경으로 볼 채비를 갖추고,대단한 박수 속에 입장하는 연주단을 우리도 맘껏 환영했다.세계적 트럼펫주자의 사회로 음악회는 시작되었다.연주단원의 소개와 첫 음악의 곡명을 영어로 소개한 뒤 곧바로 연주에 들어갔다.문외한인 내게도 음악은 정말 훌륭한 듯했고,재즈광들인가 옆의 젊은 사람들은 연신 소개짓과 손장단을 해가며 흥겨워 했다.매혹적인 연주까지 하고 난 사회자는 첫곡이 끝난 뒤 무언가 농담을 했다.강당의 군데군데서 이는 웃음소리에 “뭐라고 했어?”하는 우리 아이의 말이 묻혔다. 연주회는 내내 그런식으로 이어졌다.음악을 멋들어지게감상한 뒤 영어 듣느라 긴장하고….시간을 아끼느라 저러나,이런데선 영어로 해도 알아듣는 사람만 오는가,아니면 음악만 들으면 되니까 상관없나….그러고 보니 서양사람들이 꽤 있었다.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저런 영어정도 알아듣는 사람들은 따라 웃을테고.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웃을 때,눈치 보고 따라 웃거나 못 알아듣는 무안함을 감추느라 어두운 조명을 고마워 하고 있을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 이 연주회가 마련된 것이 아닌가? 음악회 내내 답답하던 마음이,끝날 때쯤엔 화로 가득 찼다.시간이 좀더 들더라도 우리 관객을 위주로 한 음악회를 만들어야지.주최측도,재즈에 영어까지도 반한 듯한 괜객들도,제발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 잊지말아야 할 것/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나는 가끔 가슴 밑바닥까지 따뜻해져 오는 선물을 받는다.최근 어느 할머니에게서 받은 선물이 그렇다.스무살도 되기 전에 먼 중국땅으로 끌려가 일본군인들에게 갖은 몹쓸짓을 당하고 돌아와,지금은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몇분과 함께 불교에서 마련한 ‘나눔의 집’에서 사시는 분이다.어떤 기회에 이분을 모시고 일본에 간 일이 있는데 그것을 내내 고마워 하셨다. 다 아는대로 이 정신대 피해자들은 얼마전 아프게 자신들의 과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곪은 상처를 더이상 숨기지 말고 꺼내 치유하고 극복해야,앞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당당해지리라는 역사의식을 자각한 것이리라.일본은 이분들의 증언과 관련 군문서,무성한 국제여론 앞에서 사실을 시인하는 듯했으나,국가차원의 범죄인정과 사죄,배상은 끝내 거부하고 민감모금으로 만든‘국민기금’으로 이 일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피해자들의 인권과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또 다시 야유를 퍼붓는 일본정부의 태도에,누구보다 피해자들은 분노한다.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줄 우리 사회가 지금 IMF파고에 흔들거린다.그 원인은 가깝게 멀게 여러곳에 있을 것이다.그중 하나가 청산해야 할 대상을 제때 하지 못해 쌓인 노폐물일지도 모른다.지금 우리는 경제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바람에 정작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을 잊고 있지나 않은지 둘러봐야 한다.일본의 국민기금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그중 하나이다.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가며,제법 거금인 일본의 국민기금을 거절하고,추운 날씨에도 수요일마다 거르지 않고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본대사관 앞의 시위에 참가하는 이 할머니가,며칠 전 “내게는 너무 많다”며 주신 장갑을 들여다 보며,마음의 무거워져 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공직사회의 모습/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온지 이제 일년,우리 아이의 필수품인 자전거를 벌써 세개나 도둑맞았다.아파트 앞의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없어진 첫번째에는 다음부터 아파트 건물 안에 세워놓도록 아이에게 다짐을 받았고,학원 앞에서 도난당한 두번째에는 자물쇠를 강력한 것으로 바꿔주었다.자물쇠 채로 없어진 세번째 동네 파출소에 갔다.강력범죄가 거의 없는 곳이니 경찰이 이런 도난사건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석탄난로를 가운데 두고 사무실을 지키는 젊은 순경 두명은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말에 난감한 표정부터 지었다.자전거의 특징과 없어진 날짜·장소 등을 아무렇게나 놓인 이면지에 적은 그들의 무성의는 우리의 희망이 속절없을 것을 예감케 했다. “여기에 신고하실래요,아니면 위 경찰서로 신고해 드릴까요?” 이게 무슨말인가.이 신고를 경찰서로 올리면 업무처리에 시간도 걸리고,자전거 도난장소의 소관 파출소가 여기와 거리가 먼 곳이라 성의있는 조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찾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그렇지만 공식 기록에 남으니까 언젠가 도둑이 잡혀 그 압수물품 중에 자전거가 끼여 있으면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에 자기들에게 신고하면 주변을 샅샅히 찾아 볼테니까 혹 찾을 수도 있겠지만,금방 찾지 못하면 신고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실질을 갖추지 못한 공식,공식을 갖추지 못한 실질이 애타는 시민들이 마주친 관료제의 실상인 것이다. 일단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할 듯해 성의있게 주변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예상대로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다.공무원 조직의 거품을 뺀다고 야단들인데,이런 공식과 실질을 합치는 것이 거품을 뺀 다음의 공직사회 모습이 될까?
  • IMF와 한국사회/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굄돌)

    아들을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낸 어느 엄마와 전화로 수다를 늘어놓는 중이다.IMF때문에 학비가 올라 큰일이라는 말,그래도 작년 9월 학교 방침에 따라 일년치를 미리 내 당장은 괜찮은데,올 9월까지는 환율이 안정되어야 하리라는 등의 이야기 끝에 그가 하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겨울방학에 집으로 아이를 나오게 했는데,서울서 사가지고 간 비행기 왕복표의 남은 부분을 사용하지 못해 미국서 다시 표를 샀다고 한다.전에는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되질 않으니,아마도 한국 유학생에 한해 ‘IMF 규정’이 생긴 모양이라는 푸념이다.비행기표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 보지도 않고 이 시시콜콜한 일에,논리적으로 뻔히 모순되는 일에,IMF가 칼을 휘두렀으리라 스스로 생각하고 수그러진 져 버린 것이었다.가뜩이나 아이를 보내놓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위축된 터였다. 지난 연말 불어닥친 IMF 파고는 높은 물가와 언제 실직을 당할지 모를 위험에 우리 모두를 몰아넣었다.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위기 이면에 보다 심각하게 도사린 현상은 모처럼 회복하기 시작한 우리 국민의 자신감이 일시에 땅에 떨어져 버린 사실이다.미국과 독일 그런 나라들이 돈을 내놓아 만들었다는 IMF는 점령군이 되어 우리의 의식에 진주해 버렸다.이러한 의식은 우리 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이 난국을 헤쳐갈 힘을 잃고 주저앉게 할 지도모를 일이다.정말 심각한 위기는 그러므로 이 심리적·사회적 위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미국과 독일과 IMF가 무소불위의 군림자가 아니라 우리가 당당히 맞서 협상하는 우리의 카운터파트일 뿐이라는 인식을 국민이 갖도록 하는 데 보다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다시 뛰자는 사회 곳곳에서의 외침이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우리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과학기술이 빚갚을 기회/이은웅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굄돌)

    공기 물 그리고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문화생활이고,문화생활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기기술이다.그래서 우리는 전력을 와트(W),전압은 볼트(V),전류는 암페어(A),주파수는 헤르츠(㎐)로 표시하는 전기의 정량적 단위를 알고 있다.그러나 이와 같은 전기의 단위가 전기기술 향상에 획기적으로 공헌한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단위나 용어 중에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은 하나도 없다.그러니까 개발비와 함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넣어 일구어낸 다른 나라의 전기기술을 우리는 111년동안이나 편리하게 사용하여 오늘의 공업국가로 성장한 것이다.그렇지만 WTO체제가 가동되고부터는 로얄티 없이 선진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고 과학기술서적이나 소프트웨어 등의 복사가 불법이 된다.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기술이 선진기술이 되도록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반만년 역사를연연히 이어온 우리 민족이,흐트러져 있다가도 뭉칠 수 있었던 민족성은,우뚝 솟을 수 잇는 저력으로 생각된다.게다가 잘 교육받은 현명한 국민이 있으며,지난 30년 경이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해 낸 산업역군과 기반이 있고 그들이 지닌 경험과 지혜가 있다. 이제는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와,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슬기를 내놓아야 하며 모두의 단결이 요구된다.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의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지금까지 선진국에 지은 빚을 갚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근검절약이 필요하더라도 과학기술을 배양하는 데만은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그래야만 우리나라의 성이나 이름으로 불리는 과학기술의 용어와 단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굄돌 필진이 바뀝니다 2∼3월에는 이갑수·이은웅·정진성·홍철씨가 맡습니다. ▲이갑수(39)=시인·도서출판 민음사 편집국장. 서울대 생물학과 졸.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91년 ‘오늘의 작가상’수상.시집 ‘신은 망했다’ 등. ▲이은웅(54)=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대한전기학회 부회장.한양대 전기공학과 졸,동 대학 박사.캐나다 맥길대 방문교수,전국 국립공과대학장 협의회장 역임. ▲정진성(여·45)=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졸,미 시카고대박사.도쿄대 초청연구원·덕성여대 교수 역임. ▲홍철(53)=국토개발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과 졸,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국방연구원 수석연구원·건설부 기획관리실장·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역임.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수고하신 김재홍·김희진·이융조·장석환씨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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