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영어강의 거부”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들이 전공과목의 일부를 영어로 강의하도록 의무화하려는 학교측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고려대는 내년 신입생부터 영어강의 전공과목을 졸업 때까지 일정 학점 이상 반드시 수강하도록 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문과대 교수회는 지난 3일 학교 홈페이지에 ‘영어강의 전공과목의 이수 의무화 방안에 대한 결의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고 대학의 자유로운 진리탐구 역량을 훼손할 수 있는 영어강의 전공과목 이수 의무화 방침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문과대에는 국문학과, 철학과, 한국사학과, 사학과, 심리학과, 사회학과, 한문학과, 영문학과, 독문학과, 불문학과, 중문학과, 노문학과, 일문학과, 서문학과, 언어학과가 속해 있다. 교수회는 결의문에서 “영어강의 전공과목 이수를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공의 특성과 교육방법의 다양성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특히 전공과목을 영어교육의 실습수단으로 여기는 발상으로 전공과목을 통한 전문지식의 심층적 학습이라는 교육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의견 수렴이 없는 행정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교수들은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졸업자격 및 교과과정 이수에 관련된 중요사안을 학과 및 단과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내년 적용을 위해 갑자기 교수들에게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대학일람 수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심각한 행정절차상 오류”라고 밝혔다. 교수회 관계자는 “학교측이 2007학번부터 최소 5개의 영어강의 전공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며 단과대 차원의 영어강의 개설 계획서를 4월2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면서 “공문을 받은 뒤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해 결의문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아직 의무화 규정에 대해 논의 중이며 문과대 교수회의 뜻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김균 교무처장은 “일방적인 행정처리에 대한 지적 등 교수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규정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