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정부와 시장, 그리고 경제발전/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왜 어떤 국가는 잘살고, 어떤 국가는 못사는가? 왜 어떤 국가의 국민은 깨끗한 물조차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40세까지 생존하지도 못하며, 왜 어떤 국가의 국민은 쾌적하고 활기찬 환경에서 90세까지 장수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인류 복지에 가장 중요한 함의를 갖는 질문들이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경제발전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국가로 발전하였다.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달성한 것은 단지 경제적 발전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평균기대수명은 60세에서 80세로 증가하였고, 생활수준과 교육도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발전 경험은 유사한 다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을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과 같이 아픈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국가 간 경제발전의 차이는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자본, 노동, 기술의 차이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경제발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사유재산권 보호, 연구개발 유인 제공, 유치산업 보호, 교육, 넓은 시장, 사회통합의 유지 등이 보다 근본적인 경제발전의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발전을 위한 근본적 요인들이 갖추어지는 데 있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 자율, 개방만을 강조하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발전 패러다임은 최근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정부와 시장의 조화로운 역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형들이 모색되고 있다.
경제발전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발전단계별로 변화한다. 발전초기에는 자본과 노동 자체가 부족하고 시장도 조성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본과 노동 공급에 개입하고 시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경제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시장이 커지고 개인들의 성과유인과 개별 선호가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은 자본과 기술을 직접 공급하는 역할에서 연구개발, 교육, 사회보장과 같은 간접적인 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이러한 역할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경제발전에 있어서 시장개방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세계화는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개발도상국을 저개발국의 고리에 묶어두는 것인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컬럼비아 대학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화와 이에 대한 불만’이라는 저서에서 무조건적인 시장개방은 도움이 되지 못하며, 자신의 여건에 부합하는 통제된 수준의 개방이 자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증진시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은 이러한 주장이 매우 타당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논의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데 우리나라와 국민이 그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