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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단절부터 시작하라

    산업 현장에서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 나이를 따져 묻지도 않고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폭언·욕설을 쏟아놓는가 하면, 폭력마저 서슴지 않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갑의 횡포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갑이 을에게 군림하는 현상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제 갑이 횡포 수준을 넘어 막무가내식 행패를 부리는 연결 고리를 끊고, 갑을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됐다, 국내 유제품 업계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했다는 사실이 3년 만에 밝혀졌다. 이는 갑의 횡포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회사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제품 떠넘기기 수준을 넘어 떡값과 임직원 퇴직위로금까지 요구했다는 제2, 제3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약자에 해당하는 대리점주들을 얼마나 쥐어짰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30대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주에게 욕설 등 패악을 저질렀다니, 해당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대표이사가 사과했다고 어물쩍 넘겨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이 갑이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는 을인 분위기에 찌들어 있다. 공무원은 갑의 지위에 있고 기업은 을의 위치에 있다. 강자가 군림하고 가진 자가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이런 ‘갑을문화’는 우리 사회에 고질병처럼 번져 있다고 여겨진다. 포스코 상무가 승무원을 폭행한 일이나, 제과회사 회장이 서울시내 호텔에서 주차 문제로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일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삐뚤어진 갑을 문화는 한시바삐 고쳐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도를 넘은 갑의 횡포에 ‘갑질’이라거나 ‘을사(乙死)조약’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생겨났겠나. 차제에 갑을문화를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갑 노릇만 45년간 하다가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포스코 간부의 자성은 새겨들을 만하다. 대기업은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지도층은 이웃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를 갖기 바란다. 갑을문화를 바꾸는 일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갑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리점이 우유 10박스를 보내달라고 하면 회사는 50박스, 100박스를 갖다 주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우유를 갖다 안기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사정당국은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이 범정부적으로 나서 이런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는 대기업과 갑의 횡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 [사설] 경찰 이런 실력으로 수사권 달라하나

    경찰의 수사력이 두 개의 큰 사건을 통해 시험받고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 선거 개입 및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사건이다. 경찰은 엊그제 인터넷 댓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1명을 국정원법 위반(정치 관여) 혐의로 기소의견을 내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후자는 수사가 한 달째 접어들었지만 경찰은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찰수사는 기대이하라고 할 수 있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놓고 다툴 때 경찰에 힘을 실어주려 했던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수사역량으로 수사권을 조정하자고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국정원이라는 막강한 정보기관과 고위층 인사가 연루된 성 접대 의혹사건이라는 점에서 결코 쉬운 수사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인정해도 경찰수사는 늑장수사에 갈팡질팡하는 행보로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경찰은 지난해 대선 투표 사흘 전 국정원 직원의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심야에 성급하게 발표하는 등 수사초기부터 실수를 연발했다. 이어진 수사도 일부 언론이 국정원 직원의 추가 댓글을 보도하자 뒤쫓아 가는 등 뒷북치기에 급급했다. 이러다 보니 관련자 3명이 지난해 8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글 100여개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선거 개입으론 보긴 어렵다며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직원들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적용했다. 다분히 정치적 파장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은 또 국정원 윗선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정원 담당국장이 소환에 불응했기 때문이지만 수사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 접대 의혹사건도 성 접대 동영상 속 인물의 신원확인이 어렵고 별장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으로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는 수사는 곤란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하고, 국정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경찰은 권력기관도 당당하게 수사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 年소득 6703만원 넘으면 ‘사배자’ 지원 못해

    2014학년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국제중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에서 선발 인원의 절반 이상을 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우선 선발해야 한다. 사회지도층과 부유층 자녀들의 편법 입학 통로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은 비경제적 대상자 전형은 소득 상한선을 둬 연소득 6703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들은 아예 지원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는 최근 17개 시도 교육청과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사배자 전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서울신문 3월 21일자 1면> 이 개선안은 오는 8월 시작되는 전국 112개 자사고,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국제중 입시부터 적용된다. 개선안에 따르면 해당 학교들은 의무적으로 사배자 전형 정원의 최소 절반 이상을 경제적 대상자로 채워야 한다. 경제적 대상자 비율은 50~100% 안에서 시도별 여건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경제적 대상자가 우선 선발에서 탈락한 경우 다음 단계에서 우대하는 단계별 전형제도도 도입된다. 올해 자사고와 특목고, 국제중에 사배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경제적 대상자는 평균 44%였다. 한부모가정과 다자녀가구 자녀 등 지원 자격이 논란이 됐던 비경제적 대상자에 대해서는 소득 8분위 이하 가정의 자녀만 지원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새로 정했다. 9~10분위 등 소득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가정의 경우 비경제적 대상자에 해당하더라도 사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소득 8분위는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월소득 558만원,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6703만원 이하만 지원이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부모가정 자녀 등을 지원 자격에서 배제하면 실제로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 제외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배자를 제한하기 위해 고소득자를 제외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명칭이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라 전형 명칭도 사회 통합 전형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경제적 대상자 전형은 ‘기회 균등 전형’으로, 비경제적 대상자 전형은 ‘사회 다양성 전형’으로 바뀐다. 또 증명서 위조 등의 부정 입학이 확인되면 입학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도 강화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이영탁 미래와 세상] 미래지향적 사회는 누가 만드나?

    [이영탁 미래와 세상] 미래지향적 사회는 누가 만드나?

    나는 소망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더 큰 미래가 열리기를. 오늘 아무리 문제가 많고 견디기 힘들지라도 내일이 되면 말끔하게 정리되기를. 그래서 오늘 답답하던 가슴이 내일이면 뻥 뚫리기를. 이건 비단 개인에 한한 것이 아니다. 국가, 사회 전체적으로도 오늘 우리 주변에 산적한 문제가 내일은 모두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지나간 일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얼굴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온통 미래에 대한 꿈으로 얘기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미래 이슈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과거의 문제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이 잦아져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과거 자체를 가지고 싸우느라 과거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기도 하였다. 계속 이어지는 불미스러운 일과 싸우는 바람에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과거와 결별할 때다.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하자.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하였다. 옛것을 익히는 것도 새로운 것을 알고(溫故知新)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것(法古創新)이라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즐겨 읽는 것도 결국은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후세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해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둘째, 미래사회는 긍정적 사고로 넘쳐났으면 좋겠다. 만날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고 신경질적이 되면서 미래 비관론에 젖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쁜 면만 보면 한이 없다. 세상만사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면이 있다. 하나의 잣대로 세상일을 판단하는 건 무리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리더가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을 이끌어 온 것이 역사의 설명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어떠한 역경도 결국은 인간의 힘으로 극복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식량부족, 핵전쟁, 기후변화 등 아무리 어려운 과제도 인류 번영의 진화를 막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지구는 갈수록 나아지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셋째, 미래사회는 함께 만들어 가는 따뜻한 사회이다. 이제 모두가 잘난 사람들이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다른 분야와 융합하고 여러 사람과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이다. 집단지성을 모으고 아웃소싱을 통해 세상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도 소수의 파워 엘리트에게 있지 않고 다수의 개개인에게 있다. 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래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형편이 나은 벌족(사회지도층 인사의 별칭)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양보하며 나눔을 실천할 때 나머지 사람들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두말할 것도 없이 파워를 지닌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더 나은 미래세상 건설의 주역임을 자부하고 나섰으니까. 이러한 미래세상은 한마디로 모두가 윈윈하는 세상이다. 소수의 사람들만 잘살고 군림하는 세상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웃으며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은 양보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고, 그렇게 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이다. 언제쯤 이런 세상이 올까? 오긴 올 것 같은데 언제쯤일까? 글쎄, 하기 나름이겠지. 누가? 우리가. 우리 중 누가? 벌족이. 그들이 진정으로 달라질 때 세상을 움직이는 파워를 지닌 다수의 보통 사람들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 풍자적 문체·삽화로 19세기말 서민의 삶 재현한다

    풍자적 문체·삽화로 19세기말 서민의 삶 재현한다

    “그림이 상당히 서민적이고, 풍자적이에요. 사회의 기존 질서를 비웃고, 특히 그 비웃음을 눈동자들로 표현해요. 아주 파격이죠. 풍자적인 내 소설에 최 화백의 그림이 맞는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새로 연재하는 객주 첫 장면을 읽어보니 묘사가 뛰어나고 회화성이 강합니다. 그걸 잘 표현하면서 현대적으로 그리려 합니다. 조선 후기의 이야기지만, 독자들은 현대를 사는 젊은이니까요.” 소설가 김주영(74)은 4월 1일부터 서울신문에 연재되는 소설 ‘객주 완결편’의 삽화를 맡은 ‘낭만 화가’ 최석운(53)과 이렇게 서로 덕담을 나눴다. 김주영은 삽화 화백으로 최석운을 추천했고, 최석운은 그 추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최 화백은 “김 선생님은 아버지 같다. 엄하고 거칠지만 비슷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절반이 조금 못 되는 원고지 500장을 미리 읽고 삽화 작업에 들어간 최석운은 “언어의 구사가 대단하다. 미술대학을 나와 사소한 인간들의 일상을 희화화하는 그림을 30년 그려왔는데, 김주영 선생님의 작품이 가진 힘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객주의 시작은 19세기 후반. 조선 조정은 임오군란 이듬해인 1883년 양반들에게도 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김주영의 표현으로 “양반과 상놈이 물레방아 돌아가는 시절이 됐다”고 했다. 성종 시절에 처음으로 생겨난 5일장 등 저잣거리는 조선후기부터 문란해지기 시작해 도적, 사기꾼, 무뢰배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또 원납전으로 벼슬을 사고팔 수 있었다. 더 비싼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벼슬을 팔기가 다반사였으니, 현감이 부임한지 3일 만에 새 현감이 부임하기도 했다. 이런 신분 붕괴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서민들은 배고픔뿐만 아니라 권력의 부정부패로 애환을 겪는다. 양반들은 비교적 이런 혼란과는 상관없이 살았다. 김주영은 “서민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단어를 사용했으며, 무슨 약을 썼고, 어떤 집에서 살았고, 춘궁기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구황식은 과연 무엇인지 소상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라지는 상놈의 말을 복원했고, 당대의 역사관·사회관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조선후기를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 관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석운도 “18세기 실학의 영향과 풍속화에 이어 19세기에 양반 질서가 무너지면서 미술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어요. 추상적인 문인화들이 미술을 장악하던 시절이 가고, 상인이나 천민이 등장하는 풍속화들이 기산 김준근을 통해 나타났어요. 한국미술의 최고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른바 ‘민중미술’이에요. 그런데 조선이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100년 뒤인 1980년대에서야 다시 민중미술이 나왔어요”라며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서 경북 울진 포구에서 검은돌마을을 거쳐 현동 저자와 내성으로 가는 십이령 고개를 오가는 소금장수들인 보부상이 등장한다. 행수 정한조가 이끄는 팀이다. 콧등에 동상이 앉을 정도로 추운 겨울에 나귀에 짐을 잔뜩 싣고 어깨에는 짐을 지고 쭉 서서 한길로 고개를 넘는 모습은 마치 뜨거운 햇볕을 짊어지고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겨우 앞사람 궁둥이만 치어다보고 걷던 이들 앞에 저고리 차림의 동상과 피멍이 가득한 인사불성의 낯선 사나이가 뚝 떨어진다. 이 사내는 누구일까. 김주영은 “객주 1~9권의 주인공이 천봉삼이듯, 마지막의 주인공도 천봉삼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천봉삼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걸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소설에 추리기법을 썼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은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호탕하게 웃는다. 사실 절반을 읽다보면 의리가 있고 정의로운 사나이이자 아직 미혼인 행수 정한조가 주인공 같다. 천봉삼은 한참 뒤쪽에서야 출현한다. 이 밖에 등장인물로 울진염전의 송석호, 궁핍한 양반 출신인 건어물 상단의 조기출, 도가를 운영하는 윤기호, 포수출신의 부상 곽개천, 화적떼의 일원으로 보이는 불량한 스님, 새침데기 구월이와 그의 어멈인 월천댁 등등. 김주영은 “인근 마을사람들이 도적을 평정한 보부상에게 철로 만든 공덕비를 세워주는데, 정한조의 이름이 거기에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객주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김주영은 이렇게 말했다. “무능한 왕, 부패한 관료 속에서 굶주리는 백성의 모습은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하고도 닿아있다. 무능한 정치 지도자, 부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을 투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중대사건 전담 어깨 무거워… 공정한 수사 하겠다”

    “중대사건 전담 어깨 무거워… 공정한 수사 하겠다”

    “첫 대수사관으로 임명돼 영광스럽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중대한 사건을 맡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어깨도 무겁습니다.” 최근 보직 공모에서 경기경찰청 첫 대수사관으로 임명된 이승명(41) 전 안양동안서 형사과장의 소감이다. 경찰청은 지난 2월 일선 경찰서의 서장이나 과장에 해당하는 총경·경정급 간부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대(大)수사관제’를 서울청과 경기청에 시범 도입했다. 수사의 신뢰성·공정성·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통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직급은 경감 이하로, 경정 이상 간부는 수사 분야에 재직하더라도 지휘만 담당해 왔다. 이 대수사관은 “인력이 적어 하고 싶은 수사를 다 할 수는 없고 주로 사회지도층 관련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만 경기경찰청 2부장으로부터 배당받아 수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청 대수사관실에는 이 대수사관과 일반 수사관 2명이 배치돼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운영 내규나 전례가 없고 다른 수사팀(5명)보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초기에는 정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수사관은 2007년 12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성남권역에서 가스검침원을 사칭해 여자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 10∼20대 여성을 11차례 성폭행한 ‘성남 발바리’ 김모(45)씨를 붙잡아 최근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게 했고, 2006년 성남 중원구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교사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 이모(37)씨를 지난해 7월 사건 발생 6년 만에 검거하는 등 주로 장기 미제사건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경찰대 12기로 1996년 임용돼 경기청 외사반장, 분당서 경제팀장, 안양동안서 형사계장, 성남서 강력계장 등을 지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野 “성접대 의혹은 권력형 게이트” 비난 靑 “김학의 관련 경찰보고 없었다” 해명

    야권은 24일 건설업자 윤모씨의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을 ‘권력형 성상납 비리 게이트’로 규정하고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혀 민정라인의 책임 논란은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여권도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성 접대 의혹이 확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 접대 연루 의혹을 받던 현직 법무부 차관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청와대는 연루됐다는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본인이 부인한다며 차관 인사를 강행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인사 난맥상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인사검증 실패에 책임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라인을 일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 대변인은 “경찰은 한 점 의혹 없이 신속히 수사해 국민에게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민주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전 법무차관에 대한 경찰 보고를 민정수석실이 묵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차관은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차관 임명 전에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이 있는지를 경찰에 물었고, 이에 대해 이 의혹 건과 관련한 수사 책임자는 차관 임명 당일인 지난 13일까지 ‘김 전 차관에 대해 전혀 수사나 내사하는 것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의 잇단 인사검증 책임론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비판 기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법무차관이 사퇴한 다음 날인 22일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건설업자가 벌인 문란한 파티에 참석한 인사로 법무차관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국민 눈에 더욱 한심하게 비친 것은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검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 접대 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당 내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언론에서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새누리당 현역 의원 3명의 연루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전(前) 정권 때 일어난 스캔들임에도 김 전 법무차관 연루설 때문에 현(現) 정권의 스캔들로 비치는 점도 새누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점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저축銀 비리’ 강원도 고위 인사들, 이번엔 성접대?

    강원 지역이 또 출렁이고 있다. 유동천(73)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비리에 연루돼 강원 출신 및 강원 지역에서 근무했던 정·관계 등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에 이 지역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향방에 따라서는 또 한번 홍역을 치를 수 있어 강원 지역 출신 고위 인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성 접대 정보지’에는 전·현직 검경 간부, 전직 국회의원 등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 대부분 강원 출신이거나 강원 지역에서 근무했던 고위 인사들이다. 이들 중에는 제일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거나 치르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 봐서는 향후 윤모씨가 성 접대를 했다는 별장이 있는 지역과 연관 있는 인사들은 줄줄이 이름이 거론될 상황”이라며 “제일저축은행 비리로 쑥대밭이 된 게 엊그제인데 강원 지역 인사들이 또 여론의 중심에 떠올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정보지 내용의 사실 여부도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다면 수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강원 지역 출신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경찰에 소환되거나 줄줄이 사법 처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2011~2012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최연희·이화영·김택기 전 의원 등 강원 지역 출신 인사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 회장과의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사법 처리됐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실명 적힌 ‘성접대 정보지’ 무차별 확산 파장

    실명 적힌 ‘성접대 정보지’ 무차별 확산 파장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성 접대 명단’이 담긴 정보지(일명 지라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명이 언급된 정·관계, 사정기관 등은 사실 여부를 떠나 성 접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지가 경찰 수사를 앞지르며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어 경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2일 전직 경찰청장, 현직 경찰 간부, 전·현직 검찰 간부, 전직 정치인, 현직 국정원 간부 등 20여명의 실명이 거론된 ‘성 접대 정보지’가 카카오톡, 메신저 등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정보지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 접대를 했다는 진술이 나온 일부 인사들과 건설업자 윤모씨의 활동 지역이나 성 접대 별장이 있는 강원 지역 출신 또는 강원 지역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올라 있다. 검찰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설마’ 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성 접대 의혹에 휩싸여 사퇴한 데다 검찰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인사들의 실명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지난 22일 SNS를 통해 유포된 정보지 내용이 대검찰청에 보고되는 등 검찰도 예의주시 중”이라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 고위 인사들의 실명이 언급되고 일반인들에게까지 정보지 내용이 유포돼 당혹스럽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경찰이 확보한 2분여짜리 성관계 동영상을 경찰로부터 건네받아 진위 파악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은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때 이번 성 접대 파문이 이슈가 돼 현직 검사의 성 스캔들에 이어 검찰이 또다시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보지에 전직 경찰청장의 실명이 세 명이나 거론됐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을 사퇴시킨 경찰로서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직 총수들의 연루 여부를 파헤치지 못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는 데 이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곳곳에서 정보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묻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가 정보지에 이끌려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치권도 초긴장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연루 의원들이 전부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얘기가 도니까 야권에선 흠을 잡으려고 리스트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눈치이고, 당내에서도 누구 이름이 거론될지 조마조마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건설업자 윤씨 수첩 확보… ‘살생부’ 되나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윤씨가 기록한 수첩을 확보하고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 내용에 따라서는 정·관계 등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도 박 전 회장의 ‘여비서 수첩’에서 촉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24일 “수사팀 인력은 기존 8명에서 16명으로 2배로 늘었으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세밀한 사실 확인 작업을 할 것”이라면서 “(참고인) 진술이든, 의혹이든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에 추가 투입된 인력은 기업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지능범죄수사과 인원으로 윤씨의 공사 수주나 인허가 과정에서 윤씨와 교류한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최근 피해자 등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윤씨의 수첩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수첩에 향응 접대자, 접대 일시 등이 구체적으로 있을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단순 ‘성 스캔들’에서 ‘권력형 비리 게이트 수사’로 반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수첩 내용을 토대로 윤씨나 해당 전·현직 고위 인사들을 압박하면 청탁 여부 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강원도 원주 남한강변에 있는 윤씨의 별장에 가본 사람들, 윤씨와 여성 사업가 A(51)씨를 잘 아는 사람 등 참고인 10여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윤씨의 통화 내용도 추적하는 한편 윤씨와 자주 교류한 인사들을 찾고자 별장 주변 골프장 등에 대한 탐문수사도 벌이고 있다. 윤씨 별장에서 수천만~수억원대의 도박판과 환각파티를 벌였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한국판 소돔/육철수 논설위원

    중국 역사에는 주색에 빠져 나라를 망친 황제들이 숱하다. 그 가운데 후한 영제 유굉이 대표적이다. 어려서 즉위한 영제는 십상시(10명의 환관)에 휘둘려 나랏일은 뒷전이고 황음무도한 생활로 제국의 쇠망을 재촉했다. 그는 호화로운 나영관(裸泳館)을 지어 미녀 300명과 이곳에서 목욕, 수영을 하면서 짐승처럼 놀았다고 전해진다. 서양의 사례도 적지 않다. 반인륜적 성행위 묘사로 지난해 국내에서 판금 논란을 빚었던 마르키 드 사드의 소설 ‘소돔의 120일’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 지배층의 타락상을 고발한다. 주교, 판사, 공작, 세리(稅吏) 등 권력층 주인공들이 남녀 노예를 데리고 120일 동안 온갖 음란한 짓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가 원초적 본능이라고는 하나, 무절제한 쾌락은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하며 나라를 좀먹게 하는 게 일관된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소설·영화에만 등장하는 줄 알았던 이런 부류의 해괴한 광경을 오늘 우리 사회에서 목도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어느 건설업자가 정보·감독기관과 검·경 고위층,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금융계 인사, 언론사 간부 등을 호화별장으로 초대해 여성들과 ‘난교(交) 파티’를 즐긴 정황이 드러나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 사건 연루설로 법무부 차관이 물러났다. 그는 끝까지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진실이 다 밝혀지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른다.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입이 벌어진다. 경찰은 별장 수색을 벌여 난교의 소품인 쇠사슬, 채찍, 포르노 영상 등을 발견했다고 한다. 파티에 참석한 남성들은 전직 대통령 얼굴 가면을, 여성들은 유명 배우 얼굴 가면을 사용했단다. 일부 증언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성 접대 유력 인사들을 다 까발리면 정권도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티 참석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하다.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 오오쓰키 히로요시는 남녀의 동물적 본능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폈다. 그는 “남자 아랫도리는 뇌의 ‘지시’가 없어도 발기 능력이 있어 언제든 폭주할 기회를 노린다”고 했다. 이성과 감정이 따로 놀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일을 많이 하는 남자는 남성호르몬의 투쟁성이 강해 성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활동이 왕성하고 경쟁심이 강한 사회지도층의 성적 탈선이 그래서 많은 걸까. 머리 좋고 성공한 사람들이 돈과 권력에 취해 자제력을 잃고 주색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서글픔이 밀려온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건설업자 Y씨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 취재진이 20일 별장 주변에 차를 대자 40대 남성 관리인이 건물에서 나왔다. 별장을 살펴보기 위해 인근 야산에 오르자 관리인이 다가와 “여긴 사유지니까 들어오지 마라”면서 취재진의 접근을 제지했다. 인근 마을과 200m쯤 떨어져 있는 문제의 별장은 호화롭기 그지 없었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을 끼고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6800여㎡(약 2000평) 대지에는 총 6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가장 안쪽에 3층과 4층 건물이 한 채씩, 또 2층 주택이 두 채,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정원수, 바위, 벤치 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 2개와 정자 2채, 모형 풍차까지 갖추고 있었다. 해병대 출신인 Y씨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에 사는 정모(48·여)씨는 “2011년 말쯤 주말에 종종 고급 승용차 4~5대가 별장을 드나드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 날이면 밤새 불이 켜져 있고 다음 날 늦게 차들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가수 등 연예인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별장에는 노래방과 당구대, 영화관이 있고 찜질방도 있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Y씨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박모(51)씨는 “약 1년 전부터 별장에서 일하던 인부나 기사들이 모두 그만 두고 Y씨도 잘 보이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Y씨의 동생이 관리인으로 별장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Y씨는 인근 주민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웃 주민 김모(72)씨는 “마을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고 한두 번 음료수 몇 박스를 보내오긴 했다”면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는 했지만 마을회관에 찾아오거나 이웃 주민을 집으로 초대한 일은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주민은 “별장에서 일하는 인부나 식당 직원들도 전부 외지인들을 고용했다”면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동생이 직원들을 직접 차로 출퇴근시켰다”고 말했다. 글 사진 원주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경찰 “동영상 있다 진술 확보”… 노트북 복원작업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경찰 “동영상 있다 진술 확보”… 노트북 복원작업

    고위 공무원 등 사회 고위층에 대한 성 접대 동영상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이 세 명의 참고인을 조사해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위층 성 접대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온 건설업자 Y(51)씨의 조카(39)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유력인사 성관계 동영상이 저장된 것으로 의심되는 노트북을 확보해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건설업자 Y씨를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A씨 등 세 명을 19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해 Y씨가 성 접대를 하고 그런 장면을 촬영해 동영상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Y씨의 조카에게서도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Y씨가 강원도 원주 남한강변 별장에서 성 접대를 했다는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실체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Y씨 측이 갖고 있다는 동영상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CD 7장 분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성 접대 과정에 마약 등 약물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마약수사대 경찰관 두 명도 수사팀에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Y씨는 2000년 건설회사를 설립해 서울과 수도권, 강원도 지역에서 건설업으로 상당한 부를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7년 이후 건설사업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4~5개 업체의 공동회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그가 주말마다 원주 별장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초대해 골프와 술자리 회식 등 향응을 제공한 자리에는 여성 사업가는 물론 주부 등 일반인까지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을 확보해 검찰에 넘긴 상태다. 경찰 수사선상에는 모두 30여명이 올라 있다. Y씨와 지인 2~3명, 고소인 A씨 측 2~3명,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지도층 인사 5~6명, 성 접대 과정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10여명 등이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연루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Y씨에 대해서는 조만간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Y씨와 관련자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Y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건설사가 수십억원대의 경찰 관련 체육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건설사는 경찰청 산하 부속기관이 진행하는 체육시설과 토목 부문 공사를 50% 이상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가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성 접대 등 금품·향응을 받고 Y씨의 사업 수주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30명 수사 선상… 고위층 性스캔들 ‘판도라의 CD’ 7장 열리나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30명 수사 선상… 고위층 性스캔들 ‘판도라의 CD’ 7장 열리나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 사건은 지난해 11월 개인사업을 하는 여성 A(52)씨가 건설사 대표 Y(51)씨를 강간과 협박 혐의 등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Y씨가 나에게 최음제를 먹여 성폭행했고,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한 뒤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Y씨에게 빌려간 15억원을 갚으라고 했지만, 채무독촉을 피하려고 흉기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고위 공직자가 등장하는 동영상 의혹은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A씨는 Y씨가 돈을 갚지 않자 지인 P씨를 동원해 Y씨가 타던 외제차를 뺏어 왔는데 이 차 트렁크에서 Y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 CD 7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제의 동영상에 찍힌 지도층 인사들은 사정 당국 전·현직 고위 관계자, 대학병원장 등 5~6명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Y씨와는 아는 사이지만 강원도 원주 별장에 가본 적도, 성 접대를 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협박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 접대 동영상의 등장인물로 거론되는 사정 당국의 전직 고위 관계자 A씨는 20일 “Y씨를 알기는 하나 그 사람이 건설업에 종사하는지도 최근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몇 년 전 후배 부인 생일날 부부동반 저녁 모임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그 자리에서 Y씨 부부를 처음 봤다. 그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사정 당국 고위 공무원인 B씨도 “Y라는 사람 자체를 모른다. 항간에 내 이름이 거론되며 떠도는 이야기에 관심도 없고 아무 상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직 고위 공무원인 C씨는 “1999년 고향 선배의 소개로 식사자리에서 Y씨를 만나 친하게 지냈지만 2005년쯤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집을 담보로 대출해 달라고 부탁해 거절하자 연락이 끊겼다”면서 “2008년쯤 자신의 별장 근처에서 골프 치고 좋은 사람하고 저녁식사도 하자고 열 번 넘게 전화가 왔지만 안 갔다. 문제가 된 별장도 원주에 있는지 이번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수도권 소재의 대학병원장 D씨도 동영상 속 등장인물로 거론된다. Y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건설사는 해당 병원이 발주한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입찰 특혜 등이 오가지 않았냐느는 의혹에 대해 D씨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지난 17일 “당시 2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병원은 공사비로 약 10억원을 예상했는데 Y씨의 건설사가 9억원을 제시해 낙찰됐다”면서 “계약은 이사장 결재를 받아 규정에 따라 진행됐고, 병원장은 입찰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확인해 본 결과 병원장은 Y씨 별장에 간 적조차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지도층 인사 자녀 사배자 전형 제외

    지도층 인사 자녀 사배자 전형 제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전직 국회의원, 변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편법입학 통로로 악용된 사회적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이 대폭 손질된다. 교육당국은 사회적 약자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전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부모·다자녀 가정 자녀 등 비경제적 대상자를 지원자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4학년도 특목고·자사고·국제중 입시부터 사배자 전형은 1~3단계로 나뉘어 단계별 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을 우선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소외계층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 교육 형평성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사배자를 선발하는 학교는 올해부터 1단계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1순위 학생들만으로 전체 사배자 전형의 60%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소년·소녀가장, 아동복지시설 보호 아동 등 2순위 지원자와 1단계에서 탈락한 1순위 학생들을 상대로 나머지 정원을 뽑는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한부모·다자녀 가정 자녀 등 기존 비경제적 대상자를 선발하되 2단계 이후에도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실시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더 많은 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기 위함”이라면서 “다음 달 나오는 교육부의 사배자 전형 개선안을 반영해 상반기 중 20쪽 분량의 사배자 전형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0년 자사고 입시에서 첫 도입된 사배자 전형은 학교별로 신입생 정원의 15~20%를 사배자로 뽑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도 교육청의 사배자 전형 요강은 ‘경제적·비경제적 대상자로 나눠 선발하되 세부기준은 학교별 전형요강에 따른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비경제적 대상자 위주로 선발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특히 2011년부터는 다자녀가정 자녀 자격이 추가되면서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통로로 이용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자사고와 특목고에 사배자로 입학한 4656명 가운데 비경제적 대상자가 52.4%(2440명)였다. 비경제적 대상자를 사배자 전형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방침은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배자 전형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만큼 다른 교육청들도 경제적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귀족학교’라고 불리는 특목고 등의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 한 경제적 대상자의 입학 문은 여전히 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싼 사교육비와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지원조차 꺼리는 경제적 대상자가 많아서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장은 “경제적 대상자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 아니라 지원자격을 그들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또 다른 전관… 석좌교수의 그늘

    또 다른 전관… 석좌교수의 그늘

    대학에서 정·관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석좌교수(碩座敎授)로 발령 내는 경우가 늘면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 대한 예우와 존경의 상징인 석좌교수제가 ‘대학 브랜드 제고’나 ‘전관예우’를 겨냥한 대정부 로비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좌교수는 강의는 줄이고 연구 활동에 진력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지정한 교수를 뜻한다. 학술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표하는 명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최근 대학들이 학문적 업적보다는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고 석좌교수로 발탁하는 경우가 많다. ‘돈 봉투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지난 1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최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그 밖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정동기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성균관대 공과대학의 석좌교수로 각각 임용됐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석좌교수로 갔다가 최근 새 정부에서 다시 공직을 맡게 된 이들도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는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에서 물러나 경인교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로 초빙됐다가 공직으로 돌아왔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뒤 예편한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는 2010년 서경대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있다가 복귀했다. 2011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서 퇴임한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지난해 3월 동아대 국제관광학과 석좌교수로 임용됐고, 다시 한 달여 만인 4월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했다.지난해 8월 건양대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임용됐던 김장수 전 의원은 지난달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인문학계의 한 석좌교수는 이와 관련, “정·관계 출신 석좌교수 중 상당수가 강의 준비도 안 되고 학문적 깊이도 없어 정규 강의 대신 특강만 하는 일이 적지 않다”면서 “주로 개인 경험만을 늘어놓는 등 내용도 부실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준도 문제다. 적지 않은 대학들이 ‘기타 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자’ 등 모호한 조항을 만들어 입맛대로 석좌교수를 임용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각 대학이 정부로부터 유리한 정책이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대정부 교섭 창구로 활용하고자 석좌교수 제도를 악용한다”면서 “결국 대학 스스로 학문적 위상을 깎아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석좌교수제는 교과부에 보고하거나 추인받을 의무가 없이 각 대학의 내규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영화 프리뷰] ‘남쪽으로 튀어’

    [영화 프리뷰]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의 최해갑(김윤석)을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돌직구형’ 인간이다. 사회의 짜여진 틀을 거부하고, 부당한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국민임을 기꺼이 포기하는 무정부주의자다. 식당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하는 손님들을 향해 “뭔 놈의 애국심이 4년 만에 돌아오냐”며 TV를 꺼버리는 그는 괴팍하고 독특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뭔지 모를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도 있다. 이처럼 ‘남쪽으로 튀어’는 이 시대의 ‘갑’을 자처하는 최해갑과 그의 가족이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 시절 별명이 ‘최게바라’일 정도로 열혈 투사였던 최해갑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아이를 세 명이나 두고 있는 가장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소신을 버리지 않는다. 전기세 고지서에 보지도 않는 TV 수신료가 들어 있어서 못 내겠다며 거부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수 없다면서 동네 골목의 CCTV 카메라를 부수기도 한다. 초반부터 최해갑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당연히 여기며 살았던 것에 대한 의구심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특히 그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많이 배울 필요도 없다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목형 원칙을 고수한다. 사회의 정해진 틀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한다. 제멋대로 살아가던 최해갑은 어느 날 고향 후배로부터 조부가 마을 주민들에게 내놓은 땅을 국가가 국유지로 귀속시켰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섬 개발 허가를 내줘 섬이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개한 그는 아내 안봉희(오연수)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섬으로 향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의 설정과 캐릭터만 빌려오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상당 부분 한국의 현실에 맞게 각색됐다. 영화 속 들섬은 제주도 강정 마을을 떠올리게 하고 돈과 권력에 물든 사회지도층과 개발만 우선으로 내세우는 자본주의에 대한 통쾌한 일침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에서 섬은 일상에서의 일탈과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한다. 물론 철학적인 메시지는 좋지만 다소 무겁게 그려졌다는 단점이 있다. 따뜻한 가족 코미디도 아니고 작정하고 웃기는 블랙 코미디도 아닌 영화의 불분명한 색깔은 자칫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최해갑의 캐릭터는 재미있지만 뒷받침하는 스토리나 에피소드가 다소 작위적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다소 몰입도가 떨어진다. 제멋대로인 남편의 열혈 팬으로서 화염병을 투척하는 아내의 캐릭터는 독특하지만 워낙 최해갑 중심으로 극이 돌아가다 보니 인물들이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6일 개봉.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朴 “법·질서 확립… 사회안전 신뢰 쌓아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9일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사회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위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업무는 국민행복의 기본조건이자 새 정부가 지향하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일과 직결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5년 저서 ‘트러스트’에서 밝힌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라는 개념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는데 이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지도층 범죄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교육부와 법무부 등에 초중고 교육과정에서의 법 교육 강화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4대 범죄 근절과 재난안전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을 민생을 불안케 하는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검찰과 경찰의 인력운영 실태를 평가해 민생치안이나 범죄예방 이외의 업무에 불필요하게 인력이 몰려 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인력 운영을 재편성해 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인력 증원 등과 관련해서는 연간 4000명씩 총 2만명 증원과 기본급 인상, 수당 현실화 등 대선 공약을 다시 언급하며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세워 달라고 당부했다. “112센터의 인력과 장비 충원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도 언급했다. 그는 “성범죄가 급증하는데 기소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는 것도 분명히 문제”라며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형량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성폭력과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의 확대 설치도 주문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특별사면 강행] “사욕·안전 챙기는데 권력 행사 李대통령 역사의 심판 받을 것”

    민주통합당은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이 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거세게 비난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명단 발표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특별사면이 권력자의 비리를 면죄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지, 이 모든 부정과 비리가 대통령의 의지이고 국가통치를 위한 수단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오직 자신들의 사욕과 안전을 챙기는 데 쓴 이 대통령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최 전 위원장과 박희태 전 의장은 이 대통령의 ‘6인회’ 멤버로 현 정부 창업 공신에 대한 보은사면”이라면서 “결국 3권 분립의 정신을 위반하면서까지 측근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국민의 법과 원칙과는 다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렇게 대한민국의 국민이 우습게 보였는가. 잘못된 결정이다”고 반발했다. 한정애 의원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것은 맞지만,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은 “2009년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재임 기간 중에는 특별사면이 없다고 발언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하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은 나의 측근도 끼워 달라면서 끼워 넣기를 했다”고 꼬집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 조세법 고쳐야

    지난 1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중 소득공제 상한 대상 8개 항목에 지정기부금이 보험료, 의료 및 교육비, 신용카드, 주택자금, 청약저축 등과 함께 포함됐다고 한다.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개정 세법에 따르면 내년 연말정산부터는 신용카드, 의료비 등으로 소득공제액 합산이 2500만원이 넘으면 기부금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심지어 기부금에 대한 세 부담은 종전보다 크게 늘어나 가수 김장훈 같은 고액 기부자들은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정부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2008년 이후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이제 와서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세금 환급을 줄이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난다는 단순 셈법에 근거해 소득공제 제한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정기부금을 항목에 추가했다. 기부금이 부자들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세금 부담 가중으로 개인 기부를 꺼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간과한 단견이었다고 본다. 공익적 목적의 기부금이 줄어들면 정부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런 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새벽까지 대치하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던 데다 기획재정부가 법안을 너무 촉박하게 기재위에 제출하는 바람에 내용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탓이 크다. 어찌나 졸속으로 처리된 것인지 이 법을 다룬 국회 조세소위원장도 내용을 몰랐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기업이나 법인, 단체의 기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 기부는 35% 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기부 선진국 미국의 개인기부 비율이 77%인 데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건전한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인 기부가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그래야 시민 모두가 자발적 기부를 생활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세법은 당장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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