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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그룹, 매년 베트남에서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

    SK그룹, 매년 베트남에서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

    SK그룹은 ‘아동권리 향상’을 위한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이해 관계자의 행복 추구라는 경영철학을 이어 오고 있는 SK가 상생 경영을 넘어 새로운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유연근무 등 아동 친화 관련 기업 경영정책과 영향 평가, 성과 측정 등 기업 및 구성원, 이해 관계자 등의 실천 의지에 따라 사회와 가정에서의 아동권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로, 유럽연합(EU) 등은 아동권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해 오고 있다. 이에 SK는 1996년부터 매년 베트남에서 ‘어린이에게 웃음을’(Smile for Children)이란 슬로건으로 세민얼굴기형돕기회(세민회)와 함께 무료 수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SK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난 25년간 모두 4200여명의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다. 올해까지 소요된 수술비 총 37억원은 SK가 모두 지원했다. SK는 지난 9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108군사중앙병원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세민회와 함께 ‘베트남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 행사를 진행했다. SK그룹의 SK에코플랜트는 2017년부터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며 3년 만에 재개됐으며, 5일간의 행사를 통해 구순구개열 등 얼굴 기형으로 고통을 받아 온 베트남 어린이 70명이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이와 더불어 한국 의료진은 베트남 현지 의료진과 함께 수술을 진행하면서 의료 기술을 전수했으며, 사용된 수술 기구와 장비들을 병원에 기증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현지 병원들이 얼굴 기형 수술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술과 여건 등을 갖추게 됐다. 베트남 정부도 SK와 백롱민 세민회 회장의 노력에 감사하며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국가우호훈장’을 수여했다. 이성녀 SK에코플랜트 ESG추진 담당임원은 “1996년부터 추진해 온 SK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만에 재개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지난 25년간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인생, 행복한 가정을 선물함과 동시에 선진 의료 기술 이전에도 기여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SK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 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며 ‘행복도시락’ 제공으로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 해결, 생필품 지원, 주거 환경 개선, 교육·정서 지원 등의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 [포토] 평양 소학교 과외동아리

    [포토] 평양 소학교 과외동아리

    북한이 5년 만에 개최되는 조선소년단 대회를 맞아 사회주의 교육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등 교육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운영하는 대외선전매체 ‘려명’은 25일 ‘교육이 미래를 담보하는 나라’ 제하 기사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교육이 자기의 사명과는 달리 돈벌이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사회주의 교육 제도의 우수성을 선전했다. 매체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교육이 기업화, 상업화되고 있다며 “학교들은 청소년들을 황금만능주의에 물젖은 인간오작품으로 만들고 있으며 무식쟁이들이 돈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화국은 후대들을 위한 교육체계를 정연하게 세우고 훌륭한 교육 조건과 환경을 최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배움의 나라, 교육의 나라로 온 세상에 빛을 뿌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소개했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6일 평양 동평양 제1중학교가 실험 실습 교육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물리나 화학, 수학 등 과목에서 최근 90여 개의 실험실습 기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처럼 실험 실습 교육에 힘을 넣은 결과 학생들의 실력 제고에서는 전진이 이룩되게 되었으며 얼마 전에 진행된 전국적인 제1중학교부문 학생들의 다과목 학과경연에서 학교가 단연 우승의 영예를 지니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전날 평양 모란봉구역 서흥소학교와 대성구역 6월9일룡북기술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천성과 소질을 발양시키고자 다양한 과외소조(그룹)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외소조 활동은 정규 수업 외에 교사로부터 학과목과 예체능 활동에 대한 지도를 받는 것으로 남한의 방과 후 활동이나 특별활동과 유사한 개념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교육의 질은 교원들의 자질에 의하여 결정된다”며 특히 교원들이 교수 교양 사업과 자질향상 사업 등을 진행하는 분과 제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매체는 신의주 김금순고급중학교를 사례로 들며 기존 분과에서는 과거 사고방식과 경험에 매몰돼 토의가 비효율적이었는데 이 학교가 나이나 연차 관계없이 분과장들을 실력 기준으로 선정했더니 교육사업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전날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에 참가하는 소년단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해 조만간 대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 7∼14세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조선소년단은 1946년 청년동맹 산하 조직으로 창립돼 현재 300만 명 안팎의 단원을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소년단 대회를 여는 것은 2017년 6월 제8차 대회 이후 5년 만으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로 세 번째다.
  • ‘한드’ 방영 예고 하루 만에 번복… 안 푸나 못 푸나 ‘한한령 미스터리’[뉴스 분석]

    ‘한드’ 방영 예고 하루 만에 번복… 안 푸나 못 푸나 ‘한한령 미스터리’[뉴스 분석]

    중국의 방송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6년여 만에 우리나라 드라마 방영을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중국 내 한한령(한류제한령)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22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 NS) 웨이보에 따르면 전날 안후이위성TV는 “온라인에 내년 한국 드라마(한드)를 방영할 것이라는 소식이 올랐는데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엔 자신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태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가 수년 만에 돌아온다”며 “2023년 당신은 어떤 드라마가 방영되길 기대하는가. 댓글로 남겨 달라”고 적었다가 이튿날 번복했다. 안후이위성TV는 2016년 사드 갈등 영향으로 비공식적 한한령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한드를 가장 많이 방영하는 방송사였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인문교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이 정치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K문화콘텐츠에 문호를 개방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곧바로 중국 3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가운데 한 곳인 텅쉰스핀(텐센트 비디오)에서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2018년작)을 서비스해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 안후이위성TV의 해프닝은 본격적인 한한령 해제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연예기획자는 “중국은 체제 특성상 시 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한한령 해제를 상징하는) 발언을 내놔야 업계 전체를 움직인다. 한한령 완화에 대한 중국 내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해도 이런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중국 전역이 ‘위드 코로나’ 대응으로 분주해 그럴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후이위성TV가 다소 앞서 나갔다는 설명이다. 한류 현상 자체에 중국 공산당이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K문화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자유, 평등, 권위주의 타파 등의 가치가 사회주의와 맞지 않아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한한령 완화 시 민주주의 사회 가치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까 우려한다”며 “한한령을 풀더라도 중국 대중문화 판도를 좌우할 만큼 파급력을 지닌 작품 도입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질적 영역 아우르며… 새로운 미술 언어 창조한 ‘사진회화 마술사’[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이질적 영역 아우르며… 새로운 미술 언어 창조한 ‘사진회화 마술사’[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살아 있는 현대미술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영국의 구상회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독일의 추상회화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일 거다. 리히터는 히틀러가 총리가 되기 1년 전인 1932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인종차별주의와 독재주의로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였다. 그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리얼리즘을 교육하는 동독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955년 ‘카셀 도큐멘타’(5년마다 열리는 미술전시회)에서 잭슨 폴록과 루초 폰타나의 작품을 접하면서 창작을 규제하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1961년 서독으로 이주했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직전이었다. 서독으로 이주한 그는 당시 최고 작가들이 모여 있던 뒤셀도르프 국립예술대학에서 팝아트, 누보레알리슴 앵포르멜(informel·추상미술) 등 새로운 미술적 동향을 공부하며 이데올로기의 제한 없이 회화의 물질적·개념적·역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그는 대중미술부터 순수미술까지, 재현회화에서 추상회화까지 넓은 범주의 미술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미술계에서 대립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영역들을 뒤섞은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설치,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 언어에 대한 탐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영역에 대한 탐구가 90살이 넘어서도 계속 진화하며 변해 가는 새로운 미술 언어를 만들고 있는 작품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의 상징적 초기 작업은 ‘뿌연 회화’(blurry painting)다. 이 작업은 잡지, 신문 기사, 가족 사진, 일상의 사진들을 활용한 작품으로 ‘사진 회화’라 불릴 수도 있다.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 낸 화면 외곽선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만들어 마치 그가 경험한 혼란스러웠던 독일의 사회적·현실적 상황과 미술계 동향에서 작가로서 취하고자 했던 중립적 태도를 드러낸다. 사진을 재현하는 회화 행위는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 객관적 관찰자 태도를 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또한 동독의 리얼리즘적 미술 특징을 서독의 국제적 추상주의 맥락 가운데에서 독자적으로 보여 주는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작가로서 중립적 위치를 지키고자 했던 리히터는 이 연장선상에서 1967년부터 ‘회색 회화’(grey painting)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흑백 대비의 강렬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간의 혼합 색채인 회색을 사용한다. 리히터는 회색을 무관심에 대한 발언이자 주관적 의견을 비워 내기 위한 색상이라고 설명한다. 회색 회화는 회색조의 사진 회화로 제시되기도, 단순히 순수하게 색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회화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는 1982부터 1983년까지 2년에 걸쳐 총 12개의 촛불 작업을 남겼다. 리히터 작품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 회화 특유의 흐리기 기법으로 촛불 회화는 명상적 분위기를 전한다. 그는 촛불 개수와 구도에 변형을 가하며 반복적으로 작품을 그려 냈으며, 심지어는 해골과 함께 촛불 회화를 그려 냈다. 이 지점에서 촛불 연작은 인생의 덧없음을 주제로 했던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와 미술의 오랜 주제로 다뤄진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정언명령을 상기시킨다. 그는 이 시리즈를 작업하며 ‘명상과 기억, 침묵, 죽음과 관련된 감정을 경험했다’는 말을 남겼다. 독일에서 발생한 수많은 외상적 사건을 연상시킨다. 촛불 회화 연작은 20세기 독일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예술가가 진행하는 애도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그의 ‘사진 회화’는 어떤 면에서는 추상화의 한 방법으로 활용돼 진화했다. 그는 카메라 렌즈로 확대한 캔버스의 붓자국을 정밀하게 묘사하기도, 평범한 사진을 극단적으로 확대해 재현한 후 지시하는 대상을 분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추상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시각적으로는 추상표현적 형태를 취했더라도 그 이면에 사진을 그대로 재현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회화의 전통을 벗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추상회화의 영역을 만든 것이다. 리히터가 보여 준 사진 회화는 사진이 등장한 이후 여러 작가들이 행해 온 사진과 회화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들과는 차별된다. 회화만의 순수한 무언가를 찾지도, 전형적 추상 형태를 취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진을 그대로 재현해 모더니즘의 전통에 반박했다. 미술계에서 대립항으로 여겨졌던 사진과 회화를 뒤섞어 융합해 내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리히터는 1960년대부터 작업의 원천으로 삼기 위해 수집해 온 사진 이미지들을 패널 위에 부착해 정리한 대규모 이미지 기록 작품 ‘아틀라스’를 제작했다. 1972년 처음 전시를 시작하면서 계속 새 자료들이 추가되고, 재배열되며 반복 전시됐다. 이 자료 속 이미지들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가족, 인물, 동물, 주변의 풍경을 찍은 사적 기록 사진과 신문, 잡지, 포르노, 선전용 사진 등 공적 사진이다. 무수하게 모인 사진들, 그가 ‘이미지의 대홍수’라 표현한 ‘아틀라스’에서 이미지들의 개별 성격은 사라진 채 그저 기록물로 존재한다. 실제 그것이 존재했었음에 대한 지표로 작동하는 ‘사진’의 특성, 사진에 내포된 증거로서의 성격으로 인해 ‘아틀라스’는 단순히 이미지 모음이 아닌 동시대적이고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록한 대규모 기록물로 변모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사회를 가장 객관적 태도로 제시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정치적 이념이든 회화적 의미이든 중립적 태도를 고수했던 그의 초기 예술적 태도는 작품에 ‘우연’을 개입시킨 작업들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무작위적으로 선택해 배열된 ‘색상표’(Color Chart)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미 상품으로 제작된 수많은 색상의 물감을 색상표 형식을 차용해 작업을 진행한다. 이 시리즈는 1966년 시작돼 ‘18개의 색상’, ‘256개의 색상’, ‘1024개의 색상’, ‘4096개의 색상’ 등 색상들이 계속 추가되며 반복 제작됐다. 리히터는 색상표 각각의 색들을 어떤 것을 지시하지도, 의미하지도 않는 일종의 기성품으로 사용했으며, 색채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우연적 선택의 결과들로 제작된 색상표 연작들은 색상 간의 위계를 해체하고, 관람객들의 해석적 시도를 무위로 돌리는 회화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 연작은 색상 간에 백색 여백을 두고 그려진 것과 달리 점차 백색 여백은 줄어들고 색상들이 직접 맞대어지는 화면으로 그려진다. 이는 디지털 사진의 픽셀을 연상시킨다. 이로써 그의 색상표 연작은 사진 회화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됐을지라도 결국 그의 오랜 관심의 대상이었던 사진으로 연결된다.색채에 대한 연구는 그의 또 다른 추상화 양식으로 발전한다. 초기 사진을 활용한 추상화와 다르게 그는 여러 겹으로 쌓은 물감을 스퀴지와 주걱으로 밀어내고 긁어내 우연의 결과로 작품을 완성한다. 물감을 덧칠하고, 긁어내고, 밀어내는 행위를 반복해 오직 여러 겹으로 쌓인 물감의 층위와 물리적 흔적들이 가득한 화면만을 보여 준다. 작가는 사진 추상회화에서 보였던 무언가를 묘사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작가의 주관성이 거의 개입되지 않은 우연한 물질성의 회화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 지점이 리히터를 리히터로 만드는 순간이 아닌가. 그의 회화는 단순한 채색의 배열이 아닌, 잘 그린 회화만이 아닌 작가의 정신과 사상, 태도, 의식이 만들어 낸 개념적 회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숨 프로젝트 대표
  • 김정일 추모보다 미사일?… 김정은 ‘금수산 참배’ 불참

    김정일 추모보다 미사일?… 김정은 ‘금수산 참배’ 불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11주기를 맞아 북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등 권력 핵심은 참배 행사에 동참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에 즈음하여 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무력기관 일군(간부)들이 (17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8일 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덕훈 내각총리와 최선희 외무상,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보이지만 김 위원장 등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의 명의로 된 꽃바구니만 보였다. 북한에서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부친의 1∼10주기에 모두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그가 지난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진행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고체엔진 시험에 참석했고, 3일 후 같은 장소에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를 지도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긴급하게 참배를 못 할 중대 사안이 생겼다는 징후는 없다”며 “김 위원장과 조용원 등 측근그룹이 인근 삼지연시 백두산 등에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소집돼 준비가 필요하긴 하지만, (같은) 평양에서 열리는 회의 때문에 매년 하던 참배를 못 했다는 건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지로 일컫는 백두산을 방문 중이라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갈 만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17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만년토대를 다져주신 절세의 애국자이시다’ 제하의 1면 기사를 비롯해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노동신문 1면 기사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애국염원, 강국염원은 오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에 의하여 빛나는 현실로 꽃펴나고 있다”고 밝혔다.
  • [씨줄날줄] 오신트/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신트/박현갑 논설위원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화 시대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하지만 너무 많아 취사선택이 고민이다. 이런 이용자 고민을 알고리즘을 적용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튜브다. 개별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기업의 부가가치를 키우고 있다. 유튜브가 일상생활에 기반한 정보 제공으로 주목받았다면 정보 분석을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곳도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정보상점’이라는 정보업체다. 정보상점은 지난 2월 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른바 ‘오신트’(OSINTㆍOpen Source Intelligence)라는 공개정보 분석 시스템으로 맞혔다. 오신트는 정부나 공공기관, 비정부기구, 국제기구, 대학, 언론사 등이 공개한 각종 통계나 영상자료, 사진물, 기사 등을 말한다. 정보상점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다룰 만한 기밀 같은 건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를 분석해 전쟁을 예측했다. 직원 8명의 작은 기업이 CIA나 영국 비밀정보국(MI6) 같은 유수의 정보기관들을 제치고 이런 예측을 했다니 놀랍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기관의 오신트 활용 능력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정보기관들은 감청(시긴트), 인적정보(휴민트), 기술정보(테킨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한다. 오신트 활용 능력은 서방의 정보기관보다 중국의 정보기관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CIA도 오신트를 활용해 정보를 취합분석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공사 구분 없이 모든 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가능한 중국 정보기관의 역량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올 초 미국이 중국 기업 틱톡의 자국 내 사용금지 조치를 확대한 것도 중국의 오신트 활용 능력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국가정보원은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막강한 정보수집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권력 교체로 휴민트는 약화되고 오신트 활용 능력도 기대 이하다. 요소수 파동 같은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신트 활용 능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
  • “한국 드라마 유포했다고·…北, 10대 학생 공개 처형”

    “한국 드라마 유포했다고·…北, 10대 학생 공개 처형”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10대 청소년들이 공개 처형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전날 “지난 10월 혜산시에서 10대 학생 3명이 공개처형됐다”면서 “처형된 학생들은 남한 영화와 불순녹화물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한 학생 2명과 계모를 살인한 학생 1명”이라고 전했다. 불순녹화물이란 음란물을 가리킨다. 북한에서 10대 학생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적발되면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다. 재차 적발될 경우 5년간의 노동교화소 처벌은 물론 학생의 부모도 자녀교육 책임을 지고 노동교화소에 수감된다. 특히 단순 시청을 넘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유포하거나 판매하다가 단속되면 미성년자라도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 10월 공개 처형된 10대 학생 2명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란물을 친구들에게 유포한 사실이 82연합지휘부(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적발됐다. 나머지 1명은 계모와 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계모를 찔러 사망케 하는 중죄를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공개처형은 혜산 비행장 활주로에서 진행됐다”면서 “당국은 혜산 주민들을 활주로에 집합시킨 뒤 10대 학생들을 공개 재판장에 세워놓고 사형 판결을 내린 다음 즉시 총살했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에 반하는 서적이나 영상물 등을 단속하는 82연합지휘부는 주민들 중에 조사원을 심어놓는 방식으로 단속을 벌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일반 주민으로 위장한 조사원이 직접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직접 구매하면서 누가 이를 유포하거나 판매하는지 조사해 보고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형된 학생들도 이러한 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도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를 척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통제와 단속을 벌였는데도 국경을 비롯한 대도시 등지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다 적발되는 일이 근절되지 않아 공개처형 방식을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 역시 10월에 혜산시에서 10대 학생 3명이 처형된 소식을 전하며 처형된 학생들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덧붙였다.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공개처형이 진행된 이후 82연합지휘부는 반동사상문화를 뿌리 뽑는다며 보위부·안전부·검찰·재판기관 간부들로 연합타격대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혜산시에는 불순녹화물을 소지하고 몰래 유통하며 돈벌이를 하는 상인들 중에 청년들이 있어 82연합지휘부와 타격대의 집중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당국이 82연합지휘부 하의 사법기관들에 ‘남한 영화 등 불순녹화물과 출판물을 소지하거나 유통한 자는 조사를 질질 끌지 말고 수사와 예심, 재판 공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공개투쟁에서 단호하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려 앞으로도 공개처형이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혜산시는 양강도의 도소재지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창바이 조선족자치현과 마주하는 국경 도시다.
  • [속보] “장쩌민 서거 애도” 김정은, 시진핑에 조전

    [속보] “장쩌민 서거 애도” 김정은, 시진핑에 조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조전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보낸 조전을 통해 “나는 장쩌민 동지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조선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 전체 조선인민과 나 자신의 이름으로 총서기 동지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형제적 중국 인민과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장쩌민 동지는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강화 발전과 중국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였으며 ‘세 가지 대표’ 중요 사상을 제시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위업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장쩌민 동지는 우리 인민의 사회주의 위업을 성심성의로 지지 성원하였으며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을 공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장쩌민 동지는 비록 서거하였으나 그의 업적은 영원할 것이다”라며 “나는 중국 당과 정부와 인민이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총서기 동지의 영도 밑에 사회주의 현대화 위업 실현에서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하기 바란다”고 위로했다.매체는 김 위원장이 장쩌민 주석의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에 전달한 화환에는 ‘장쩌민 동지를 추모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쩌민 주석은 200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경제개방 정책을 추진하라”고 권유한 바 있다. 장 주석은 2001년 9월 평양을 답방해 김정일과 만난 자리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선린우호관계 속에서, 협력을 강화한다”(繼承傳統 面向未來 睦隣友好 加强合作)는 내용의 ‘16자 방침’을 천명했다.
  • 장쩌민 없는 상하이방 사실상 몰락… ‘시진핑 천하’ 막을 세력 없다

    장쩌민 없는 상하이방 사실상 몰락… ‘시진핑 천하’ 막을 세력 없다

    중국 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을 뜻하는 상하이방의 ‘거두’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타계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천하’가 단단해질 전망이다. 시 주석의 경쟁 파벌인 상하이방은 사실상 몰락했다. 중국중앙(CC)TV는 1일 장 전 주석의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가 오는 6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이날 장례위원회가 발표한 ‘제2호 공고’는 추도대회 묵념 순서에 전 국민이 3분간 묵념하고, 경적을 울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3분간 경적을 울리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 전역과 재외공관 및 기타 재외기관은 조기를 게양하고 하루 동안 공공 오락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정부가 장 전 주석의 장례 절차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에 준하는 예우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우선 공산당은 부고를 알리면서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취했다. 이는 1976년 9월 마오쩌둥, 1997년 2월 덩샤오핑 사망에 이어 세 번째다. 부고의 주요 내용 역시 덩샤오핑 때와 같았고,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장례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비슷했다. 매체는 “(추도대회 때) 시 주석이 추도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에 최상급 애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의 서거가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명보는 “(고인의) 중국 내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 그를 성대하게 기려도 현 지도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장쩌민과 시진핑은 ‘애증 관계’로 묘사된다. 장 전 주석은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함으로써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들 모임),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출신 권력자)과 함께 공산당 3대 계파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방을 키웠다. 그가 2003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은퇴한 뒤에도 상하이방은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서열 1~7위) 내 ‘지분’을 요구하며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상하이방의 구태가 ‘1인 지배’를 추구하던 시 주석의 눈에 달가울 리 없었다. 집권하자마자 ‘부패와의 전쟁’을 펼치며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등 상하이방 인사들을 대거 숙청했다. 지난 9월에도 ‘장쩌민계’인 푸정화 전 사법부장과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에게 뇌물 수수 혐의로 잇따라 사형 집행유예(선고 뒤 2년간 수형자의 태도를 지켜보고 징역형으로 감형)를 선고했다. 시 주석의 척결 작업으로 지리멸렬하던 상하이방은 마지막 ‘버팀목’으로 떠받치던 장 전 주석의 사망과 더불어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노선의 추종자들인 상하이방의 몰락은 사회주의 통제 강화를 지향하는 시 주석에 대한 견제 세력이 더 약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그나마 장쩌민이라는 존재 덕분에 상하이방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의 사망으로) 이젠 남은 세력이 빠르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장 전 주석의 사망이 백지시위를 벌인 들끓는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이 시위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달 24일 첫 시위 이후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소강상태지만 세계 각국에서 연대 집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광저우, 충칭 등 대도시들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통제 구역을 최소화하는 등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하며 달라진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 “年9.3% 성장 G2 도약 발판 마련” “톈안먼 진압·부정부패의 중심”

    “年9.3% 성장 G2 도약 발판 마련” “톈안먼 진압·부정부패의 중심”

    30일 사망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49년 신중국 성립 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뒤를 잇는 제3세대 지도자로, 중국이 세계 양대강국(G2)으로 부상하는 발판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1989년 톈안먼 사태에 관여하고 지나친 권력욕으로 중국 정·재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부정적 인식도 따라다닌다. 1926년 8월 장쑤성 양저우에서 태어나 1947년 상하이자오퉁대 전자기계과를 졸업했다. 1946년 공산당에 입당했고, 대학 졸업 뒤 상하이의 공장에서 일하다 1955년 소련 모스크바의 자동차공장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와 지린성 창춘의 자동차 공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문화대혁명(1966~1976)은 그에게 큰 시련이었다. 당과 공직에서 모두 쫓겨나 10년간 은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1985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 시장에 오르며 정치적 도약을 하게 된다. 2년 뒤 공산당 정치국원(서열 1~25위)에 낙점돼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였다. 결정적 전환점은 1989년 톈안먼 사태였다. 장쩌민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강경 진압하자는 주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덩샤오핑의 신임을 얻었다. 6월 4일 유혈 사태 직전 덩은 자오쯔양 당시 공산당 총서기를 경질하고 장쩌민에게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한꺼번에 맡겼다. 그는 1993년 양상쿤이 맡고 있던 국가주석직까지 차지해 당·정·군 최고 직위를 모두 차지했다.그는 경제 감각이 탁월했다. 집권기간 연평균 9.3%의 고속 경제성장을 유지해 국민 생활을 ‘원바오’(먹고 입는 것 해결) 수준에서 ‘샤오캉’(다소 여유가 있음)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외국어도 잘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사시켰다. 그해 중국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도 유치했다. 장쩌민은 ‘공산당은 지식인과 자본가, 인민 등 3대 세력의 근본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3개 대표론’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노동계급의 선봉대라는 이전의 개념을 과감히 깨뜨리고 국민정당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아울러 상하이 출신 인사들을 정계에 대거 기용해 중국 공산당 3대 정치 계파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방’을 키웠다. 하지만 권력욕과 부정부패에 자유롭지 못했다. 2002년 후진타오에게 공산당 총서기직을, 2003년에는 국가주석직을 넘겼지만 최고 실권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2004년 9월에야 이양했다. 이후에도 후진타오의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인민복 대신 양복을 입은 주석’으로 불린 장쩌민은 자본가들을 공산당에 입당시켜 중국 사회주의를 변질시켰다는 비난도 받았다. 국유재산 민영화와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빈부 갈등이 커졌고 동남 연안과 서북부 내륙 간 격차도 벌어졌다. 특히 상하이방은 대표적인 정치·경제적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 장쩌민의 측근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저우융캉 상무위원과 쉬차이허우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부패죄로 잡혀갔고, 인민해방군 서열 1·2위이던 궈보슝과 쉬차이허우도 숙청됐다. 장쩌민의 두 아들 장헝과 장캉은 기술관료와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이들 역시 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집권 시절 ‘파룬궁’ 탄압을 주도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 中 “외국 조문 초청 안 해”… 시진핑 장례위 주임 맡아

    中 “외국 조문 초청 안 해”… 시진핑 장례위 주임 맡아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30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 타계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을 주임 위원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장례위원에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현 지도부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주룽지 전 국무원 총리 등 당 원로들이 두루 포함됐다. 장례위원회는 공고를 통해 “이날부터 장 전 주석의 추도 대회가 열리는 날까지 톈안먼 광장과 인민대회당, 외교부와 재외공관 등에 조기를 게양한다. 자세한 장례 절차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 국가 최고지도자인 만큼 과거 마오쩌둥·덩샤오핑의 장례식 일정에 준해 ‘국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는 장 전 주석의 서거 소식을 알리는 공산당 발표를 홈페이지 주요 헤드라인에 올리며 화면을 일제히 흑백으로 전환했다. 공산당은 “장쩌민 동지는 30일 오후 12시 13분쯤 상하이에서 서거했다”며 “그는 우리 당과 우리나라 각 민족 인민들이 누린 탁월한 지도자,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정치인, 공산주의 전사, 중국 특색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 ‘3개 대표론’ 사상의 창설자였다”고 애도했다. 다만 장례위원회 측은 “과거 국가 관례에 따라 외국 정부와 정당, 우호인사들의 별도 조문 초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장 전 주석 서거를 계기로 미국 등 서구세계에서 정상급 인사들이 베이징을 찾는다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베이징 지도부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등을 감안해 외부 인사 방문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이러한 기대가 사라졌다.
  • 모두가 외치는 자유, 그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모두가 외치는 자유, 그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세계 각지서 특파원 활동한 저자각국 자유주의에 대한 냉정한 분석 ‘시장 만능’ 1980년대 신자유주의英 브렉시트·美트럼프 현상 유발불평등 심화로 자유민주주의 위협작은 정부 아닌 더 나은 정부 필요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자유’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바로 ‘자유’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싶다. 자유와 자유주의에 대해 모두 자신만의 개념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뿐 국어사전 풀이처럼 자유를 명쾌하게 규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유 백가쟁명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자유 수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자유주의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자유주의는 현재 다양한 형태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수석특파원을 지낸 정치전문기자 에드먼드 포셋이다. 포셋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 행위를 오랫동안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분석한 결과를 이 책에서 쏟아 내고 있다.저자는 “자유주의자들이 자유를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자유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유를 옹호한다는 말만으로 자유주의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는 없다”면서 자유가 얼마나 깊은 고민 없이 남용되고 있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사회주의 같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치의 실행 방식으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는 네 가지 핵심 속성을 갖고 있다. 우선 자유주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도덕적·물질적 갈등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여긴다. 둘째, 견제되지 않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며, 셋째, 사회적 병폐는 치유될 수 있고 인간의 삶은 개선될 수 있다는 진보성을 갖는다. 넷째, 국가와 사회는 어떤 생각을 하는 존재이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배제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핵심 속성으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자유주의는 1980년대 ‘국가는 무능하고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유럽 내 비자유주의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강경 우파의 부상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하는 자본주의, 그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자유민주주의의 건전성을 한층 더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잘못 돌아가면 정치와 정부가 소수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힌다고 비판했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와 정부를 통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요소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더 작은 정부가 아니라 더 나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벽돌책’임에도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김훈 작가의 글처럼 기자 특유의 짧고 간결한 문체 덕분이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자유주의 200년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벽돌책을 독파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저자가 기획하고 있는 정치 3부작 중 두 번째 책인 ‘보수주의: 전통을 위한 투쟁’의 번역서가 언제 나올까 기대하는 자신에게 놀랄지도 모른다.
  •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지난달 16일 막을 올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문을 분석한 책이 나온다. 이 대회가 지난달 22일 폐막했으니 한달 만에 발빠르게 번역 출간했다. 지식공작소(대표 박영률)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를 25일 발간한다. 이 책은 시진핑 시대 중국 진단에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성균중국연구소’가 해설을 덧붙여 보고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향후 국제정세를 가늠할 척도를 제공한다. 중국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와 민생, 인재양성, 환경, 노동, 당 조직과 지도체제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 타이완 문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혜안도 얻을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이번 대회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전면 건설을 위해 단결 분투하자”라는 다소 긴 보고 제목을 달았다. 이 <보고>에는 중국 미래 전략에 대한 방향, 중국 경제에 대한 총체적 방향, 국내 정치의 새로운 방향, 사회 문제와 사회 복지에 대한 방향, 건강과 환경 문제, 안전과 국가 안보 문제에서 중국이 나아갈 길을 명시했다. 중국은 시진핑을 재신임함으로써 강도 높은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완 문제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그 예다. 20차 당 대회에서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 체제는 사회주의와 당이 국가를 지배하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는 전환의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결의 정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형성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매진이다. 개혁 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심도 있게 추진해 비약적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적을 만들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해 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적극 발전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로 설정했다. 또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 2050년까지는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초 일류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2050년경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을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이번 20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중국의 길’,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일국양제’, ‘공동 부유’, ‘중국적 가치’ 등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통해 중국식 현대화의 실체를 제대로 살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보고문의 맥락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과 부록, 해설을 덧붙였다”며 “국제정세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에는 국가 및 사회에 대한 당의 영도,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및 시대화, 중국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향후 중국공산당의 집권 방향은 마르크스주의 기본 제도에 의존하면서도 중국만의 고유한 특징을 바탕으로 하며, 서구와의 담론 경쟁을 가미한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2050년경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 및 ‘중국의 꿈(中國夢)’의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향후 중국공산당은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크게 강조하며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체제 및 이념을 달리하는 중국의 역사 복합체, 이당치국(以黨治國) 등 정치 담론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5년 만에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 대회가 향후 국제 질서 변동의 핵심적 단초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르헨티나 오월 광장 어머니회 이끈 에베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르헨티나 오월 광장 어머니회 이끈 에베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두 아들과 며느리를 빼앗긴 뒤 ‘오월 광장 어머니회’를 조직해 끈질기게 투쟁한 에베 데 보나피니가 20일(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먼저 간 자식들을 따라갔다. 극우 호르헤 비델라가 집권한 당시 정권은 ‘더러운 전쟁’(1976~1983)으로 불리는 잔혹한 ‘국가에 의한 테러’를 일삼았다. 쿠데타에 정권에 항의하는 청년들을 마구잡이로 가두거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실종된 청년들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인권 침해에 맞선 상징적 조직이 ‘오월 광장 어머니회’로 1980년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의 창립 모델이 됐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사흘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할 정도로 에베의 이름값은 대단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부통령이 몸소 성명을 발표하고 “친애하는 오월 광장 어머니 에베, 당신은 인권 투쟁의 세계적 상징이자 아르헨티나의 자랑”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은 에베를 실종자 3만명의 기억, 진실, 정의를 찾는 국제적 상징으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오월 광장에는 곧바로 추모 집회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1930년에 들어선 친(親)나치 군부 정권 이후 반(反)나치 정권 교체와 친나치 군부쿠데타를 반복하는 혼란이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비델라 정권은 가장 악랄했다. 1976년 3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호르헤 비델라 신군부는 아르헨티나반공연맹(Alianza Anticomunista Argentina)을 의미하는 ‘트리플 A’라는 이름으로 ‘죽음의 부대’를 창설했다. 사회주의 이념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학생과 지식인, 사제, 예술가, 노동자와 노조활동가 등을 납치·살해하는 것이 이 조직의 임무였다. 쿠데타 1년 만에 1만 5000여명 실종, 1만명 구금, 4000명 사망 등 피해를 입었고 수만명이 국외로 추방당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평범한 주부였던 에베는 두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1977년 4월 30일 집회를 시작했다. 같은 처지의 어머니 14명이 대통령궁인 ‘카사 로사다’(분홍빛 집) 앞에 넓게 펼쳐진 오월 광장을 돌며 침묵 행진을 했다. 그 뒤 매주 목요일이면 거리로 나서 끈질기게 진상 규명을 외쳤다. 에베는 최근 회고 전시회에서 “그들이 사라진 날 나는 나를 잊기로 했다”고 당시의 절절했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군부는 어머니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에겐 ‘정신이상자들’이라고 설명하고, 어머니 중 일부를 납치해 누구는 자녀를 만나게 해주고 누구는 살해(추정)하는 등 위협과 겁벅을 일삼았다. 어머니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던 딸을 찾은 어머니도 계속 광장을 지켰다. 모두가 자식과 가족, 친구, 동료를 찾을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때부터 어머니들의 집회는 일종의 ‘운동’으로 거듭났다. 아르헨티나에 미주인권위원회가 들어온 1979년 어머니들은 정식으로 ‘오월 광장 어머니회’를 꾸렸다. 회보를 발간하고 목요 집회 등을 지속하며 인권단체로 성장, 4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회가 금지됐던 최근에는 온라인 집회를 이어가는 등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계속 호소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군부독재의 억압을 경험한 나라들처럼 아르헨티나 역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오월 광장 어머니회도 부침을 겪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의 남편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마우리치오 마크리 우파 정부가 들어섰던 2017년 에베는 빈곤층 주거지원기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에베는 정치 수사라고 반발했으며, 이 사건은 지금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에베는 페르난데스 현 부통령과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 부부를 열렬히 지지했다. 키르츠네르 부부는 더러운 전쟁을 시작한 호르헤 비델라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한 후안 페론을 계승한 좌파 지도자다. ‘아르헨티나판 전두환’으로 불리는 호르헤 비델라는 2010년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2013년 5월 옥중에서 스러졌다.
  • 32m 거대 예수상… 12m 와불…되돌아봄의 휴양

    32m 거대 예수상… 12m 와불…되돌아봄의 휴양

    붕따우는 호찌민과 호짬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다. 호찌민 주민들이 선호하는 근교 여행지로, 흔히 ‘호찌민의 강릉’으로 비유된다.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인 호찌민을 새삼 여행 목적지로 견인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조만간 호찌민 인근에 공항이 들어서면 베트남 남부에 대한 여행자들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붕따우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총독 등 고관들의 휴양지였다. 베트남전 당시에도 한국군과 미군의 휴양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꽤 오래전부터 휴양 도시로 개발돼 온 셈이다.최고 명소는 ‘거대 예수상’이다. 키 32m로, 저 유명한 브라질 리우의 예수상보다 2m 정도 더 높다. 예수상은 바다와 바짝 붙은 노(Nho)산 정상(170m)에 서 있다. ‘작다’는 뜻의 노산에 아시아 최대라는 기독교 조각상이 세워진 셈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되 선교와 포교 행위는 엄격히 금한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는 불교를 믿는다. 가톨릭 신자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붕따우는 베트남에서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베트남에서 거대 예수상을 만나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진 건 그 때문이다. 붕따우 예수상은 1972년 착공해 1994년 완공됐다. 조성 기간만 22년이 소요됐다. 가톨릭 신자였던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 집권 당시에 공사가 시작됐는데, 베트남전에 이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으로 곧바로 18년가량 중단됐다.예수상까지는 얼추 900개 가까운 계단을 올라야 한다. 땀깨나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계단 끝자락의 피에타상 앞에 서면 비로소 예수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약간 고개를 숙인 형태로 조각됐는데, 이 덕에 한참 아래에서도 자신을 굽어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예수상 내부에도 계단이 있다. 133개라는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가면 어깨 위로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동시에 6명 정도 설 수 있다고 한다. 예수상에선 붕따우와 해안선 전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비가 흩뿌리는 날엔 안전을 위해 내부 출입이 통제된다. 민소매나 반바지 차림을 규제하는 등 입장 규정도 까다롭다. 예수상 옆엔 녹슨 대포가 남아 있다. 프랑스 식민 시절의 흔적이다. 성서의 장면들을 구현한 동상, 벤치 등도 조성돼 있다.예수상 인근에는 볼거리들이 밀집돼 있다. 티에우 별장은 흔히 ‘화이트 팰리스’라고 불린다. 1889년 프랑스 총독의 별장으로 세워졌다가 이후 응우옌 대통령이 개축해 별장으로 썼다. 권력자의 별장답게 붕따우 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진 언덕에 세워졌다. 별장 내부에 다양한 역사 유산들도 전시돼 있다.베트남엔 영어식 이름이 꽤 많은 듯하다. 고유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것을 굳이 영어식으로 부른다. 붕따우 해변도 그렇다. 예수상 왼쪽은 백 비치, 오른쪽은 프런트 비치다. 백 비치가 있는 곳은 구붕따우다. 예부터 선착장 등이 들어섰던 곳이다. 프런트 비치가 있는 곳은 신붕따우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후대에 휴양지로 개발됐다. 양쪽 해안은 ‘할롱도로’가 잇는다. 저 유명한 ‘할롱베이’처럼 중국어 해룡(海龍)에서 따온 이름이다. 할롱해안도로 주변으로는 사찰이 많다. 니르바나 사원은 12m 와불로 유명하다. 사원으로 가는 골목에는 부처 이야기를 담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응옥빈 사원도 화려하다. 흰색과 황금색의 크고 작은 부처상이 빼곡하다. 팔각형 모양의 건물 2층에선 붕따우 해안이 가까이 내다보인다. 프런트 비치는 활처럼 휘어진 해변이 인상적이다. 해변 초입의 혼바 섬은 썰물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섬 안에 종교 건물이 세워져 있다.
  • [포토] 북한 ‘어머니날’ 기념 축하장 발매

    [포토] 북한 ‘어머니날’ 기념 축하장 발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오는 16일 ‘어머니날’을 앞두고 축하장이 새로 나왔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들 축하장에는 꽃다발·꽃송이 이미지에 ‘11.16. 축하합니다’, ‘어머니날을 축하합니다’ 등 글씨와 가요 ‘어머니 생각’의 악보, ‘어머니가 난 좋아’의 가사 등이 새겨져 있다. 문학예술출판사, 중앙미술창작사, 평양미술대학의 창작가와 교원, 학생들이 도안 창작과 인쇄 작업을 맡았다. 일부 축하장은 군인 등 가족에 둘러싸여 꽃을 든 채 웃고 있는 여성과 공장에서 가방을 메고 웃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노동 현장에 종사하거나 군인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의 이상적 여성상인 사회주의적 여성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4월 공식 집권한 지 한달 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매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다. 이날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제1차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에 관해 연설한 날이다.
  • 혐오 표현은 집단적 폭력의 전조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혐오 표현은 집단적 폭력의 전조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차별하고 적의를 드러내는 혐오표현을 쉽게 접하게 됩니다. 혐오표현은 나와 다른 사람은 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들어 분리시키게 됩니다. 이 같은 타자화와 비인간화는 집단 폭력의 전조로 보고 있지만 경험적 증거로 제시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대(UCSB),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동 연구팀은 독일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나치)의 선전선동에 나타난 언어를 심리학적, 뇌과학적으로 분석해 홀로코스트 원인과 폭력성의 근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1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최악의 범죄가 어떻게 시작해 진행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나치의 선전선동에 사용된 언어들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나치가 독일 사회를 잠식하기 시작한 1927년을 연구 출발점으로 잡았습니다. 이 시점부터 독일인의 단합이라는 허울 좋은 목적으로 외부인을 배제하고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고, 그 잔혹한 결과가 2차 세계대전 후반 홀로코스트로 나타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연구의 논문 제목도 ‘비인간화와 대규모 폭력: 1927~1945년 나치의 선전선동에서 나타나는 심리상태 언어 분석’입니다. 연구팀은 1927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가 발표한 포스터, 팸플릿, 연설문 등 선전선동 자료와 독일 신문 보도에 나온 단어와 문장을 정밀분석했습니다. 특히 ‘계획’, ‘생각’ 같은 대리능력에 관한 용어와 ‘상처’, ‘즐기다’ 같은 경험, 감정 관련 단어의 사용빈도를 구분했습니다. 그 결과 선전선동은 유대인이 인간의 기본 감정과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점차 부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치가 독일 정치에 등장해 정권을 잡을 때까지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대인은 독일인들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고 홀로코스트가 시작되기 직전부터는 유대인은 인간이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비인간화 경향이 큰 선전선동이 대폭 증가했다고 합니다.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는 사라져도 괜찮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독일인들의 폭력에 대한 도덕적 저항판을 사실상 없애 버려 홀로코스트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모든 폭력에는 동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폭력을 유발시키는 동기를 찾아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보면 인간성을 부정하고 조롱하는 언어가 폭력의 원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조롱과 부정의 언어는 상대에 대한 도덕적 이해라는 장벽의 높이를 낮춰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정치권이나 사회에서도 상대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혐오 언어를 공공연하게 쓰는 것이 쉽게 눈에 띕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지키려는 가치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타자화, 비인간화시키는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시키거나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이들이 외치는 자유, 민주주의, 정의를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1991년 중국에서 출판된 ‘미국이 미국을 반대한다’ 초판본이 지난해 2500달러에 팔렸다. 어느 중국학자가 미국에 방문학자로 체류한 뒤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불안정은 상대와의 협상이 깨질 수 있는 최대의 위험”이라고 간파한 내용이다. 이 학자는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다시 선출된 왕후닝이다. 통상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35년 이상의 당력, 적어도 2개 이상의 성급 지역을 관리한 경험, 십수개 이상의 중요한 직책에서의 업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1995년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인 우방궈와 당 중앙판공청 주임인 쩡칭훙 등은 정치 이력이 없던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였던 왕후닝을 당의 두뇌인 중앙정책실에 추천했다. 장쩌민 총서기가 “당신을 중남해로 데려오지 못하면 내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질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실제로 왕후닝은 중앙정책실에서 근무한 지 불과 3년 만에 부주임으로 승진했고, 2002년 당 중앙위원이 된 이후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기에 이르는 25년 동안 중국의 방향을 설계해 왔으며 주요 정상회담 때마다 국가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왕후닝은 1955년생으로 상하이사범대 간부학교의 외국어 훈련반에서 학습하고 출판국 간부로 근무하다가 뒤늦게 푸단대에서 서구의 주권이론 발전을 추적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이후 1984년에 정식 당원이 된 늦깎이였다. 그는 평소 지독한 독서광이었는데, 팽팽하게 긴장된 대뇌와 몸이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지적 편력을 ‘정치의 인생’이라는 저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생각의 깊이 때문에 30세에 중국 최연소 부교수가 됐고 39세에는 푸단대 법학원 원장이 됐다. 중국의 핵심 인사들이 서른 즈음의 그를 찾아 중국 정치의 방향과 체계적인 개혁 전략을 듣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가 쓴 ‘비교정치 분석’은 중국 정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저작 중 하나이며, 장쩌민 전 주석이 단락마다 줄을 치며 읽고 이를 연설문에 인용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가 베이징에서 맡은 첫 사업은 당 14기 5중전회의 문건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개혁, 발전, 안정 등 열두 가지 어젠다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중국몽’,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인류운명공동체’, ‘신형 국제관계’, ‘공동부유론’ 등 주요한 전략 담론은 물론이고 이번 20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인 ‘중국식 현대화’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중국의 이데올로기 차르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1990년대 초 “중국처럼 크고 가난한 나라는 철완으로 현대화 발전을 추진해야 민주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권력론’을 제시해 학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두 차례 미국을 다녀온 뒤로는 “미국은 중국이 아니다. 다원화가 다당제와 서방의 선거를 의미한다면 중국 모델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 확립, 사회주의 정체성 강화, 중국의 길에 대한 접근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중국 정치의 관례에 따르면 그는 내년 봄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가안전위원회 등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 중국 지도부가 왕후닝을 중임한 것은 ‘생각의 힘’이 향후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유능한 관료가 많으나 일일 보고에 눌린 채 전략을 디자인하는 문화가 부족하고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들도 영혼 없는 보고서를 쓴 지 오래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중추국가’도 유효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고 선도국가의 꿈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 [여기는 남미] 페루 ‘테러 역사’를 중학교 의무교육으로 지정한 이유

    [여기는 남미] 페루 ‘테러 역사’를 중학교 의무교육으로 지정한 이유

    페루 중학생들이 테러 역사를 공부하게 됐다. 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중학교 의무교육과정에서 ‘테러리즘의 역사’를 포함한다는 법을 의결했다. 의회는 테러의 역사를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중등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역사교과과정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법안을 발의한 제니 로페스 모랄레스 의원은 “오늘날 청년들이 과거 페루를 내전으로 몰아넣고 처참한 역사를 만든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 등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며 “올바른 교육을 위해선 이런 단체들이 얼마나 많은 테러로 국가에 슬픈 역사를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이즘, 레닌주의를 추종하는 사회주의자들이 결성한 ‘빛나는 길’은 원래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지만 무장혁명에 나서면서 반정부 테러단체로 활동했다. ‘빛나는 길’은 남미에서 가장 과격한 테러단체로 악명을 떨치며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직전까지 페루에 엄청난 역사적 상처를 남겼다. ‘빛나는 길’을 피해 페루에서 고향을 떠나 이주한 피난민은 약 100만 명, ‘빛나는 길’이 페루에 끼친 경제적 피해는 약 420억 달러로 추정된다. ‘빛나는 길’이 살해한 주민은 3만1000~3만8000명,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7만 명에 육박한다. 2019년엔 ‘빛나는 길’이 살해한 주민이 4만8000명에 이른다는 새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테러단체의 활동을 역사로 공부해야 하는가를 놓고는 이견이 많았다. 페루 의회에 테러의 역사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법안이 발의되자 페루 교육위원회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교육위원회는 “편견을 갖지 않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테러의 역사 공부가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페루 내전의 역사는 시대적 배경이 매우 복잡해 테러리즘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공개적인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의회는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모랄레스 의원은 “테러단체들의 잔존 세력이 여전히 우리 민주사회에 남아 있다”며 “테러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잔당들에게 포섭돼 또 다른 내전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는 테러리즘에 대한 허위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점도 테러 역사 교육의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전 당시의 정보를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아 테러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면 가짜 정보가 학생들에게 그릇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견은 여전하다. 역사학자 호세 라가스는 “내전 당시 책임을 모두 무장 좌익단체에 돌리는 건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자칫 극우적 시각을 강요하는 게 될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치 드라마 ‘보르겐’이 덴마크 총선 이후 소환되는 이유

    정치 드라마 ‘보르겐’이 덴마크 총선 이후 소환되는 이유

    2010년 덴마크 정치 드라마 ‘보르겐’이 전 세계 TV에 방영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비르기트 뉘보르란 정치인이 이끄는 중도파 정당인 온건당(De moderate)이 선거에서 승리해 연립정권의 총리에 올라 국정을 운영하며 생기는 일들을 다뤘다. 이 시리즈는 시즌 3까지 진행됐는데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후속편 격인 ‘비르기트 왕국, 권력, 영광’ 시즌 1이 시작됐다. 거의 양당제처럼 두 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우리네 사정에 비춰 10개 정당이 난립하는데 소수 정당이 예기치 않게 정국을 주도하게 돼 부딪치는 갈등을 타협하고 조정하는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돌아볼 대목이 적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런데 1일(현지시간) 치러진 실제 덴마크 총선에 온건당으로 옮겨질 수 있는 새 정당이 등장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 정당은 연립정권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창당됐다. 드라마와 다른 점은 조금 더 구어체에 가까운 단어 ‘Moderaterne’를 당명으로 쓴다는 점이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이끄는 이 당은 여론조사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얻었고 중도와 좌파를 아우르는 ‘붉은 블록’과 중도와 우파를 아우르는 ‘푸른 블록’ 어느 쪽의 연정이 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푸른 블록’을 선택하면 야콥 엘레만젠센의 자유당이 연정에 합류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블록도 곧바로 완전한 다수를 확보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기회를 엿보는 라스무센은 “우리는 푸르지도, 붉지도 않다. 우리는 고루 섞인 색깔이다. 우리는 퍼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세 현장을 담은 사진에도 이 당은 퍼플을 당색으로 사용했다. 그렇지만 드라마 주인공 비르기트와 달리 라스무센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은 미미하기만 하다고 방송은 지적했다.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에서 좌파 진영은 전체 179석 중 90석을 갖게 돼 사회민주당(사민당) 소속의 현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새 정부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좌파 진영은 덴마크 본토에서 87석을, 해외 자치령인 페로제도와 그린란드에서 3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을 한 석 넘겼다. 사민당은 전체 투표 중 27.5%를 확보했다. 이번 선거는 방송사 개표 예측치도 엇갈릴 정도로 마지막까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사민당과 사회주의인민당, 적·녹연합 등과 연정을 구성해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 때 온건당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확실한 시기에 정치적인 통합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좌우 진영을 넘어선 광범위한 연정을 옹호하는 입장을 그동안 밝혀왔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다며 “내일 사직서를 낼 것”이고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당들과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인 그는 2019년 사민당이 정권을 탈환하면서 총리를 맡았다. 하지만 2020년 밍크농장에서 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되자 밍크 1700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결정한 뒤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 퇴임 시점을 7개월 남기고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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