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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극과극만 있는 사회/손성진 논설위원

    김선일씨 사망과 파병 문제를 주제로 한 방송사의 심야토론은 예상대로 결론없이 끝나고 말았다.사회자의 말처럼 의견차는 극명했다.파병이야 보내느냐,보내지 않느냐의 양단의 문제이긴 하지만 칼로 자른 듯한 극단의 주장만이 존재하는 현실을 또 한번 보여주었다.다른 논쟁에서도 양쪽 끄트머리에서 당길 줄밖에 모르는 극과 극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행정수도 이전,아파트 원가공개,경제위기론,성장과 분배,편파방송 논란까지 다 그렇다.하나같이 중요한 문제들인데도 아직 합의점에 도달한 것은 없다.사회가 심하게 이질화돼 있다는 증거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극과 극의 논리만이 지배하고 있다.그런 현실에서 토론은 물에 기름 섞기밖에 되지 않는다. 극심한 시각차의 배경에는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있다.모든 문제를 보수와 진보의 틀로 재단하려 하는 것이다.보수,진보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문제에까지 이념의 갈등은 깊숙이 침투해 있다.어째서 찬성하고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논거는 없다.진보이니 찬성하고 보수이니 반대한다는 그릇된 외곬만 있을 뿐이다.그러니 어떤 문제이든 합의점을 찾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보자.언제 한번 본격적으로 수도이전의 이해득실을 이론적으로 따져본 일이 있는가.줄기차게 자기 주장만 펴왔다.진지한 고찰은 없고 논리적 포장과 미화만 있었다.그 흔한 공식 여론조사서나 용역조사서는 한장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극단적 논쟁에 얽매인 모습이다.노 대통령 자신도 밀어붙이기만 하다 보니 과거에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한 발언조차 잊어버려 일구이언(一口二言)을 하고 만 것이다. 당위성을 설명할 이론적 근거에 대한 설명보다는 주장만 관철시키려 한 탓이다.언론 또한 편가르기의 주범중의 하나다.도무지 상대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옹고집 같은 태도로 억지 논리 개발에만 열중해 왔다.노 대통령이 언론개혁과 수도이전 문제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 것도 그런 언론에 대해 극대 극으로 부딪친 결과다. 한국의 보수,진보 논쟁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자유주의에 수정주의가 가미된 지도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사회주의의 몰락을 예견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이후 국제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투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프랑스의 좌우 동거 정부나 영국의 ‘제3의 길’은 보수와 진보의 공존 노력이다.우리는 어떤가.광복 이후에 격렬했던 이념 분쟁이 때가 아니게 ‘악의 꽃’을 피우려 한다.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휩쓸 때 사회는 병든다.극단만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설 곳이 없다.그래서 끊임없이 어느 한 쪽에 설 것을 강요당한다.일종의 정신적인 희생이다.국민들은 지치고 있다.사회가 다시 건강해지려면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대신 산적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투명한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데 남은 힘을 결집해야 한다.그렇게 해서 내려진 결론은 누구라도 수용하는 것이 옳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나 보수라고 생각하는 양측은 적대감을 버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양보심이 필요하다.그것이 톨레랑스,즉 관용이다. 나만이 옳다는 독선에서 벗어나고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톨레랑스 정신이다.우리는 ‘상생’을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그러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나 줄다리기만 하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정체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김정일 경제개혁은 ‘실리주의’

    |도쿄 연합|북한의 2002년 7월 경제개혁 착수에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강화(講話)’가 무상배급 폐지와 주택 매매·임대 허용,가격의 시장 자율결정,유통시장 조성 등을 포함하는 획기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이 통신은 이같은 내용의 문건을 입수,공개했다. 문건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01년 10월3일 경제부문 담당자에게 경제개혁의 기본방침을 지시한 내용의 전모를 담고 있다.지금까지 강화의 내용이 단편적으로 알려진 바 있으나 문건의 전모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문건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상황의 문제점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평등주의와 식량배급 제도를 포함한 무상제도의 폐지와 주택매매와 임대제도의 추진,지방과 하부기관으로의 권한이양 등을 명확히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하는 만큼 버는 보수체계와 분배가 명확히 실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개혁의 기본노선에 대해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면서 최대한 실리를 얻는 것”이라며 중국식도 베트남식도 아닌 ‘우리식’으로 진행하는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 [이런 책 어때요]

    ●장안의 봄/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진·한·수왕조에 이어 중국 역사상 네번째 통일제국으로 등장한 당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례없는 안정과 번영을 이룩한,명실공히 중국 고대사의 대미를 장식한 제국이었다.한족과 호족,귀족과 서민,중화와 외래의 것이 뒤섞여 만들어진 이 시기의 문화는 고대 중국문화의 절정이었다.그 정점엔 수도 장안이 있었다.서주 이후 당나라까지 모두 11개 왕조의 도읍이었던 장안은 당대 이후 두번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일본 동양학 연구의 선구자인 저자는 대도(大都) 장안의 풍속과 역사이야기를 격조높은 문학적 문장으로 들려준다.1만 9000원. ●시계가 없는 나라/에반 프리처드 지음 인디언의 ‘언어’를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독특한 사유와 세계관을 추적.인디언의 언어문화는 현대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현대사회의 언어가 단어나 구절의 반복을 피하면서 일정한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배열된다면,인디언의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강조되는 원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일상의 언어조차 한 편의 시를 닮았다.인디언들은 나이를 물을 때도 “겨울눈을 몇 번이나 밟아보셨습니까?”하는 식으로 말한다.미크맥 부족의 후손인 저자는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시간을 버리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인디언의 지혜를 배우라고 권고한다.1만원. ●해삼의 눈/쓰루미 요시유키 지음 바다의 얕은 모래나 진흙에 사는 조그만 극피동물인 해삼은 평생 15m밖에 움직이지 않는다.그렇다고 서식 범위까지 좁은 건 아니다.연해주에서 동남아시아,남태평양에 이르기까지 행동반경은 매우 넓다.해삼은 책 제목과 달리 눈이 없다.해삼과 인간이 서로 내면의 눈으로 응시하며 보내온 수천 년 세월을 제목에 담고자 했을 뿐이다.평생 아시아를 탐구해온 저자는 싱가포르 항을 건설한 영국 동인도회사 행정관의 비망록을 보고 해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이 해삼보고서는 해삼문화는 구석기 후기 한반도의 함경도 해안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3만 3000원. ●20세기 러시아 현대사/존 M 톰슨 지음 1991년 12월,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의 15개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1917년 혁명 이후 70여년간 지속돼온 소련은 공식적으로 해체됐다.소련의 해체는 단순한 개별 국가 차원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20세기 세계사를 지배한 하나의 축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음을 뜻한다.실패로 끝났지만 칼 마르크스의 ‘급진적이고 환상적인 사상’에 뿌리를 둔 소련식 사회주의 실험은 공정한 사회를 열망하는 오늘날에도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1894년부터 1994년까지 한 세기에 걸친 소련과 러시아의 역사를 중도적 입장에서 다뤘다.3만 3000원. ●그림으로 쓰는 러브레터/황록주 지음 명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짧은 사랑의 글모음.전시기획자인 저자는 미국의 낙서화가 키스 해링의 ‘글로리 홀’이란 그림을 놓고 ‘바쁜 당신’이란 글을 퍼올린다.그림 속의 ‘고추’를 보며 저자는 질퍽한 상상 대신 촌음을 다투며 일하는 연인을 생각한다.글로리 홀(glory hole),즉 영광스러운 구멍은 잡동사니 방 혹은 허섭스레기를 넣어두는 서랍을 뜻하는 속어.명주실을 고르듯 섬세하게 앉힌 글과 도판이 어우러져 어려운 미술에 한발 다가서게 만든다.책의 글들은 저자가 세계의 명화와 교접하며 일궈낸 절절한 마음의 풍경화다.1만 2000원.˝
  • [서울광장] 중국의 푸른 별/이기동 논설위원

    중국외교부 초청으로 중국대륙 여러 곳을 돌아보았다.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정책이 시작된 지 25년.‘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黑猫白猫論).’‘사회주의,자본주의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누가 인민을 잘 살게 만드느냐는 것(姓社姓資)’등의 논리로 무장해온 이들이다.지금 이들에게 중국공산당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하지만 많은 관리와 공산당원,일반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질문은 너무도 한심한 우문이 되고 말았다. 지금 중국인들의 머리와 가슴속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하나,바로 경제발전이다.그들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경제발전을 여전히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말한다.하지만 그것은 빈부격차를 수용하고 경쟁이 발전의 동력이라고 믿는 사회주의다.이 새로운 사회주의에 대해 덩(鄧)은 수많은 어록을 남겨 놓았다.‘빈곤이 사회주의가 아니다.’‘일부 사람을 잘 살게 해야 나머지가 분발한다.’‘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전유물이 아니다.’ 등등.덩샤오핑의 이 말들은 지금 금과옥조가 돼있다. 중국공산당은 여전히 6700만명의 당원을 거느린 정당이다.하지만 당의 최대 목표는 이전처럼 모두가 잘 사는 사회주의 건설이 아니라 빈부를 따지지 않고 국가의 부를 키우는 것으로 바뀌었다.덩의 위대함은 평등 이데올로기에 젖은 인민들을 미몽에서 깨우지 않고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찍이 깨달은 데 있다.중국공산당은 지금 첫째 목표를 국가의 경제발전 지원에 두고 있는 전혀 다른 공산당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리들은 세 가지의 금기(禁忌)를 갖고 있다.공산당,타이완,그리고 중국경계론이다.힘들게 이룬 발전을 수포로 돌릴 사회혼란을 막아주는 유일세력이 바로 공산당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타이완은 전쟁의 기억과 연결돼 있다.중국경계론은 새롭게 등장한 금기사항이다.만나는 이들마다 서방학자들이 제기하는 중국경계론의 허구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1인당 GDP 1000달러를 겨우 돌파해 사회주의 초기발전단계에 들어선 중국이 감히 미국에 대적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 요지다. 이때 내세우는 목표가 바로 1인당 GDP 3000달러의 샤오캉사회(小康社會)건설이다.연간 7%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할 경우 2020년이면 도달된다는 초기 부유사회다.그리고 그들은 이 목표가 미국정부,미국기업들의 협조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임을 너무도 잘 안다.미국과의 협력관계를 외교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세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韜光養晦).’‘매사에 정면대응 않고,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不當頭,不稱覇).’의 외교정책노선이다. 에드거 스노가 대장정의 기록 ‘중국의 붉은 별’을 남겼다면, 지금 중국인들은 평등사회 대신 경제대국 건설이라는 ‘푸른 별’을 향해 새로운 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다.그리고 험한 시행착오 끝에 이들은 마침내 중국호를 중원의 고속도로에 올려놓았다.우리가 그랬던 것처럼,앞으로 15년쯤 더 지난 뒤면 보다 더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욕구가 다시 터져나올지 모른다.현명한 중국인들은 그 이전에 공산당의 명예로운 철수계획(exit plan)을 마련할 것이다. 이들에게 ‘지금 한국민들이 겪고 있는 설움이 미국 패권주의의 결과’라고 외치는 한국 정치지도자의 외침은 이해난이다.1인당 GDP 1000달러를 넘어선 중국이 그 30배가 넘는 미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라고 매달리는 한국식 방정식 역시 그들로서는 이해불가다.대립의 리더십으로는 안된다. 중국의 질주를 부러워하며 박수나 치는 초라한 관객의 처지로 우리가 점점 내몰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뿐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조정래의 세상보기] 미군감축, 자연스러운 일

    미국은 한반도 남쪽에 주둔해온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이 문제를 놓고 우리들끼리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그러나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건 다 부질없는 소리일 뿐이다.지금으로부터 59년 전 이땅이 광복된 그 순간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땅을 점령할 때 우리의 의사는 철저하게 묵살되었던 것처럼 감축할 때도 우리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자기들 하고 싶은 일을 자기네 마음대로 하는 것,그것이 힘센 자들의 논리고,힘센 자들의 논리니까 진리다.그 앞에서 ‘혈맹의 우의’ 운운해가며 자세 낮추기에 급급한 일부 지식인들의 모습은 볼 만한 연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은 자국민이 원하지 않는 곳에는 주둔하지 않는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의 자신만만한 말이다.그 말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냉전시대의 오만 그대로다.그런데,우리나라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일부 지식인들은 그 말에서 엉뚱하게 우리의 잘못을 찾아내고 읍하기에 바쁜 것이다.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 일각에서 혈맹의 관계가 손상될 정도로 미국을 비판하고 불경스럽게 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그것 또한 냉전시대에 뿌리박은 반공주의 사고방식의 표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한반도 휴전선 남쪽에서 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왜냐하면 이미 13년 전에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며 냉전시대는 끝났고,한반도에서는 6·15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면서 갈등과 대결의 분단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평화통일시대로 대전환을 했기 때문이다.소련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기 위한 냉전시대의 소산인 주한 미군은 그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더구나 이념전쟁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이제 그만 대결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전세계를 향해 약속했으면 주한 미군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론조사에서,‘미군이 철수하면 당장 전쟁이 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3%에 지나지 않는다.군부독재시대에 7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미국은 이 변화를 유심히 지켜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이제 한국과 한국인들은 6·25 전쟁시대의 참화 속에 빠진 한국과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과거의 주인은 훗날 종의 출세를 속편히 보아넘기지 못하며,부자는 옛 가난뱅이의 입신을 사실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행여 미국도 그런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군의 감축이 곧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거나,미국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처럼 수선을 떠는 부류들이 있다.그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과장이고 거짓말이다.미국은 그런 비이성적이며 비논리적인 가짜 친미주의자들을 경계해야 한다.우리는 미국의 고마움과 미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6·25때는 더 말할 것 없고,우리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시장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리고 친구는 옛친구가 좋더라고,힘있는 옛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면 그 손해는 누가 보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친구로서 대등한 관계의 정립과 유지다.그 토대 위에서 어깨동무할 때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지금,평화통일을 향한 남과 북의 발전적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빠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나아가고 있다.그리고,그 가속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미국에서 볼 때는 너무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그러나,그 눈부실 지경으로 빠른 변화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우리 남과 북은 저 5000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같은 민족이며,그 민족동질성에 뿌리내린 평화통일 염원이 그 많은 변화의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미국은,이 아름다운 변화를 아름답게 볼 줄 알아야 하며,그것이 우리의 참된 친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 [조정래의 세상보기] 미군감축, 자연스러운 일

    미국은 한반도 남쪽에 주둔해온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이 문제를 놓고 우리들끼리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그러나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건 다 부질없는 소리일 뿐이다.지금으로부터 59년 전 이땅이 광복된 그 순간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땅을 점령할 때 우리의 의사는 철저하게 묵살되었던 것처럼 감축할 때도 우리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자기들 하고 싶은 일을 자기네 마음대로 하는 것,그것이 힘센 자들의 논리고,힘센 자들의 논리니까 진리다.그 앞에서 ‘혈맹의 우의’ 운운해가며 자세 낮추기에 급급한 일부 지식인들의 모습은 볼 만한 연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은 자국민이 원하지 않는 곳에는 주둔하지 않는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의 자신만만한 말이다.그 말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냉전시대의 오만 그대로다.그런데,우리나라의 보수적이고 친미적인 일부 지식인들은 그 말에서 엉뚱하게 우리의 잘못을 찾아내고 읍하기에 바쁜 것이다.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 일각에서 혈맹의 관계가 손상될 정도로 미국을 비판하고 불경스럽게 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그것 또한 냉전시대에 뿌리박은 반공주의 사고방식의 표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한반도 휴전선 남쪽에서 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왜냐하면 이미 13년 전에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며 냉전시대는 끝났고,한반도에서는 6·15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면서 갈등과 대결의 분단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평화통일시대로 대전환을 했기 때문이다.소련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기 위한 냉전시대의 소산인 주한 미군은 그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더구나 이념전쟁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이제 그만 대결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전세계를 향해 약속했으면 주한 미군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론조사에서,‘미군이 철수하면 당장 전쟁이 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3%에 지나지 않는다.군부독재시대에 7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미국은 이 변화를 유심히 지켜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이제 한국과 한국인들은 6·25 전쟁시대의 참화 속에 빠진 한국과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과거의 주인은 훗날 종의 출세를 속편히 보아넘기지 못하며,부자는 옛 가난뱅이의 입신을 사실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행여 미국도 그런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군의 감축이 곧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거나,미국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처럼 수선을 떠는 부류들이 있다.그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과장이고 거짓말이다.미국은 그런 비이성적이며 비논리적인 가짜 친미주의자들을 경계해야 한다.우리는 미국의 고마움과 미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6·25때는 더 말할 것 없고,우리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시장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리고 친구는 옛친구가 좋더라고,힘있는 옛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면 그 손해는 누가 보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친구로서 대등한 관계의 정립과 유지다.그 토대 위에서 어깨동무할 때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지금,평화통일을 향한 남과 북의 발전적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빠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나아가고 있다.그리고,그 가속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미국에서 볼 때는 너무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그러나,그 눈부실 지경으로 빠른 변화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우리 남과 북은 저 5000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같은 민족이며,그 민족동질성에 뿌리내린 평화통일 염원이 그 많은 변화의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미국은,이 아름다운 변화를 아름답게 볼 줄 알아야 하며,그것이 우리의 참된 친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 [씨줄날줄] 남한말, 북한말/손성진 논설위원

    2001년 2월8일 열린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용어의 차이 때문에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는 뒷얘기가 있다.가령 지뢰제거라는 용어를 북한측은 지뢰해제로 표현하자고 해 우리 대표단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20일 남북한 생물학 용어의 57.8%가 다르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절반 이상의 용어를 달리 쓴다는 건 가벼이 넘길 게 아니다.남북 학문교류에서도 문제지만 통일이 된다면 사회 통합에 언어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하다.비단 생물학뿐이 아니다.물리학,의학,컴퓨터,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남북 언어의 이질성이 심각해지고 있다.‘곱침(드리블)’‘벌넣기(자유투)’‘륜밑넣기(골밑슛)’ 등의 농구용어는 완전히 생소하다.야구 투수는 ‘넣는 사람’이라 하고 내야수는 ‘안마당지기’라고 한다.물리 화학 용어로는 거꿀반응(역반응),김날기(기화),벗은 줄(나선),엉겨굳음열(응고열) 등이 낯설다. 북한의 표준말은 ‘문화어’다.‘당의 령도 밑에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라고 정의하고 있다.언어를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무기로 여기는 것이다.그런 배경에서 북한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배격해왔다.1949년 한자를 폐지했고 ‘말다듬기 운동’을 벌여왔다.1986년에는 2만 5000여개의 ‘다듬은 말’을 확정했다.그러나 두음법칙과 같은 국어의 기본원리를 인정하지 않고 한글화를 무리하게 추진해 우리말을 기형화시켰다. 그런 정책에서 나온 신조어가 원주필(볼펜),소리판(레코드),단묵(젤리),볶음머리(파마),단설기(카스테라),쪽무늬그림(모자이크),대거리(교대),담배칸(흡연실),모두매(집단구타),발바리차(소형차) 등이다.뽈스카(폴란드),마쟈르(헝가리),메히코(멕시코),로씨야(러시아),단마르크(덴마크) 등의 나라 이름도 언뜻 알기 어렵다. 남북의 용어통일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94년 7월에는 남북 컴퓨터 관련 학자들이 중국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남북 의학용어를 비교한 책도 발간됐다.그러나 이런 노력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정부 차원에서 남북의 언어 동질화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그것이 국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는 길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열린세상]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속돼야/김종석 홍익대 경제학 교수

    지난 17일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 구조조정 특별위원회는 한국전력의 배전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한전의 자회사로 만들려는 정부의 구조개편 계획을 중단하라고 결의했다.현 정부는 출범 후 그 이전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배전기능의 구조분리 타당성을 노사정위원회에서 공동연구단을 구성하여 검토하도록 한 바 있다.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공공 특위는 지난 17일 배전부문의 분할을 중단하도록 결의한 것이다. 공공특위는 배전분할을 중단하는 이유로 배전회사를 만들어 발전회사와 전력거래를 하도록 할 경우 전기요금이 상승하고 공급불안이 우려된다는 것을 들고 있으나,이는 정부가 투자,생산,배분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논리로 국내외의 경험과 정반대의 인식일 뿐 아니라,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사회주의 중국에서조차 전력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매우 잘못된 주장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외환위기 이전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공공부문 개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대 정부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의 관점에서 국내외의 수많은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했던 정책과제로서 2000년에 국회의 동의와 입법 절차를 거쳐 확정된 국가정책이다.이후 법에 의해 발전부문이 한전의 자회사 형태로 구조분리되었고,전력거래소를 비롯한 각종 기구와 제도가 도입되어 일차 구조개편의 효과가 이제 거의 정착단계에 도달해 있고 그 과정에서 지출된 예산도 수백억원 대에 이른다.그런 국가정책을 소수 비전공 교수들의 단기연구결과에 의해 그것도 연구진 내부 다수결 방식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신뢰성과 정책의 일관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이다. 한국의 전력산업에는 한전 노조 외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이들을 배제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추진된 국가주요정책을 중도에 중단시킨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국영기업이었던 한국통신,포항제철,담배인삼공사는 한때 국민들에게 통신권력,철강권력,전매권력으로 비쳐진 적이 있었다.국가소유의 국영기업이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민영화된 지금 국민들에게 더 이상 권력이 아니다.이들 기업은 이제 품질과 가격으로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국민의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아직도 권력이다.한전이 하는 모든 계약과 사업은 정부 업무다.전기의 생산공급이 권력이어선 안 된다.산업화된 세계 어느 나라도 하나의 국영 전기회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독점공급권을 가지고 국민들은 국가가 정해주는 가격에 아무런 선택의 자유없이 전기를 받아 써야 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는 없다.대한민국의 전력 산업만 시대착오적인 계획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어느 기업이든지 우수한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고,잘못된 판단과 나쁜 고객서비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정의고 경제활동의 당연한 기본원칙이다. 지금과 같은 국영독점기업 형태의 한국 전력산업구조에서는 경영성과와 보상이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에 경영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서비스를 강화할 유인이 없다.좋은 품질의 전기를 공급하든 말든,소비자가 만족하든 말든,비싼 연료를 사용하든 말든,낙후된 기술을 쓰든 말든,모든 비용과 비효율이 국민에게 그대로 전가되도록 되어 있다.한국전력은 국민이 소유한 기업이다.한전 노조만을 위한 그들의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한국전력을 이제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그리고 전력산업이 통신산업과 같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단계에 걸맞은 선진 첨단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열린 산업구조를 갖춰야 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공공부문의 개혁을 위해,국가경쟁력의 향상과 전력기술의 발전을 위해,전력의 문민화를 위해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이런 점에서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가 구조개편 중단 결정을 내린 지난 17일은 우리나라 전력산업 역사에 가장 불행한 하루로 기록될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 교수˝
  • 근현대사 상처담은 장편 두편 나란히 출간

    개인의 내면세계에 갇힌 사소설이나 감각적 작품이 큰 흐름을 차지한 우리 문단에 모처럼 선 굵은 장편 두 편이 나왔다.중견작가 김용성의 ‘기억의 가면’(문학과지성사 펴냄)과 젊은 작가 이대환의 ‘붉은 고래’(현암사 펴냄).두 편 모두 리얼리즘 창작방법을 거울로 해서 각각 우리 현대사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 전쟁과 이데올로기 대립이 가족에 미친 영향을 심도있고 역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대환 ‘붉은 고래’ 3권으로 나온 젊은 작가 이대환의 대작은 이 작가의 서사적 힘과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1945년 이후,이 땅 모든 청춘의 사상 여정’이란 부제가 말하듯 작가는 이 서사시에서 삼형제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하면서 일제 강점기,사회주의 운동,광주민주화운동 등 숨가쁜 우리 근현대사의 현장을 장편소설 속으로 생생하게 불러온다. 소설은 막내 허경욱이 조카와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면서 되돌아보는 지난 날에 대한 회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큰형 경민은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조총련 간부가 된다.작은형 경윤은 그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남한에서 군인이 되어 군사정권의 실력자로 성장한다. 대척점에 놓인 두 형의 삶 사이에서 자란 경욱은 남북한을 모두 체험하는 ‘경계인’으로 살게 된다.큰형을 만나러 일본에 갔다가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북한을 방문한 경욱은 그곳에서 북한체제를 비판한 게 걸려 남파된다.이후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살다가 출소한 이후 한국 국적을 찾은 뒤 조카에게 가족사를 들려준다. 작가는 “자신의 시대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관통해나간 그들 삼형제의 삶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김용성 ‘기억의 가면’ 김용성이 6년만에 낸 장편에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세 개의 전쟁과 그 상흔이 한 집안에 드리운 우울한 풍경이 자리잡고 있다. 초반부는 태평양 전쟁의 상처를 다룬다.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소설가인 주인공 이진성은 1945년 ‘고베 대공습’으로 아버지를 잃고 삼촌과 귀국한다.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일본인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찾으려 애쓰다가 우여곡절 끝에 누이동생을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어 삼촌의 삶을 중심으로 한 한국전쟁의 상흔이 등장한다.진성이 중국군 번역요원으로 활동했던 삼촌을 찾기 위해 브라질,중국 옌볜(延邊) 등을 오가며 삼촌의 아들일지 모르는 이종만을 만나는 과정이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상흔은 진성의 체험이 실린 베트남 전쟁.청룡부대원으로 참전했다가 보복 전투에서 베트콩 중대장 부부를 죽음으로 내몬 뒤 그들의 아기 롱이우를 성당에 맡겼던 진성이 용서를 빌기 위해 베트남을 다시 방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는 “전쟁터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에게 바치는 묘비명이자 살아남은 자의 참회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儒林(117)-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儒林(117)-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1999년말 뉴스위크는 20세기가 낳은 유명한 어록을 소개하고 있다.1925년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더 큰 거짓말에 더 쉽게 속아 넘어간다.”라고 한 말에서부터 1987년 레이건 미 대통령이 고르바초프에게 “미스터 고르바초프,이 벽(베를린장벽)을 허물어 버립시다.”라고 한 말까지 소개한 이 어록 중에서 백미는 단연 1978년 덩샤오핑이 선언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이다.”는 내용의 ‘흑묘백묘론’이었다.원래 이것은 덩샤오핑의 독창적인 이론은 아니었다.원래 사천지방의 속담인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되었는데,이데올로기와 선입관에 구속되지 않고 오직 경제발전의 결과만을 놓고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자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경제이론은 마오쩌둥의 ‘잡초론(雜草論)’의 경제이론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마오쩌둥은 “사회주의의 잡초를 심을지언정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서는 안 된다.(寧要社會主義的草不要資本主義的苗)”라는 ‘잡초론’으로 문화혁명을 일으켜 중국의 역사를 후퇴시켰으며,“덩샤오핑은 죽어도 회개할 줄 모르는 주자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비난하며 숙청하였던 것이다.결국 덩샤오핑의 ‘고양이론’이 마오쩌둥의 ‘잡초론’을 뒤집어 엎은 이후 중국도처에는 자본주의의 숲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이니. 나는 천천히 무덤가에서 일어서면서 생각하였다. 결국 조광조의 검은 신과 흰 신도 마찬가지가 아닐 것인가.갖바치의 참언은 ‘검은 신이든 흰 신이든 상관없다.몸에 잘 맞아 편안한 신발이면 좋은 신발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조광조가 신진사림파이든 대역죄인이든 과격주의자든 실패한 정치가든 그것은 모두 신발의 빛깔에 불과한 것이다.조광조는 안내문에 나와 있던 대로 유교의 정신으로 왕도정치를 실현하려 하였던 개혁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조광조의 유교적 개혁정신은 ‘계심잠(戒心箴)’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어느 날 중종은 어전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 항상 마음을 경계하고 싶으니 홍문관에서는 이에 합당한 글을 지어 올리도록 하라.” 왕의 어명이 떨어졌으므로 소속관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짜내어 글을 올렸는데,그 결과 채택된 것은 뜻밖에도 조광조의 글이었다. ‘마음을 경계하는 글’인 ‘계심잠’에는 조광조의 도덕주의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조광조는 이로 인해 중종으로부터 털로 만든 이불까지 하사받는 것이다. 이 계심잠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마음에는 욕심이 있으므로 그 마음의 본체의 영묘한 것이 잠겨져서 사사로운 정에 구속되었음은 능히 유통하지 못하여서 천리가 어두워지고 기운도 또한 막히어서 인륜이 폐해지고 천지만물이 생을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하물며 임금은 음란한 소리와 아름다운 맛의 유혹이 날로 앞에 모여들고 또한 권세의 높은 것으로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성상께서 이를 염려하시고 두려워하여 신에게 명하여 마음을 경계하는 글을 지으라 하시니 아아,지극하십니다.신이 감히 뜨거운 정성을 헤쳐 내어 만분의 일이나마 도움이 될 것을 바라나이다.”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굳세게 자기의 마음을 지켜 신명의 엄숙함을 본 받도록 한다.이렇게 하기를 바꾸지 말고 끊임없이 마음을 닦아라.그리하면 마음의 밝음이 진실로 깨끗하고 그 흐름은 호호(浩浩)할 것이니라.천하 모든 일에 발휘하면 탁연한 밝은 날이라.마음속에 있는 의(義)는 모든 일에 나타나고 인(仁)은 모든 물건에 밝게 비칠 것이다.아아,이 마음을 항상 지니면 선과 악이 분별될 수 있을 것이다.”
  • 儒林(117)-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1999년말 뉴스위크는 20세기가 낳은 유명한 어록을 소개하고 있다.1925년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더 큰 거짓말에 더 쉽게 속아 넘어간다.”라고 한 말에서부터 1987년 레이건 미 대통령이 고르바초프에게 “미스터 고르바초프,이 벽(베를린장벽)을 허물어 버립시다.”라고 한 말까지 소개한 이 어록 중에서 백미는 단연 1978년 덩샤오핑이 선언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이다.”는 내용의 ‘흑묘백묘론’이었다.원래 이것은 덩샤오핑의 독창적인 이론은 아니었다.원래 사천지방의 속담인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되었는데,이데올로기와 선입관에 구속되지 않고 오직 경제발전의 결과만을 놓고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자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경제이론은 마오쩌둥의 ‘잡초론(雜草論)’의 경제이론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마오쩌둥은 “사회주의의 잡초를 심을지언정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서는 안 된다.(寧要社會主義的草不要資本主義的苗)”라는 ‘잡초론’으로 문화혁명을 일으켜 중국의 역사를 후퇴시켰으며,“덩샤오핑은 죽어도 회개할 줄 모르는 주자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비난하며 숙청하였던 것이다.결국 덩샤오핑의 ‘고양이론’이 마오쩌둥의 ‘잡초론’을 뒤집어 엎은 이후 중국도처에는 자본주의의 숲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이니. 나는 천천히 무덤가에서 일어서면서 생각하였다. 결국 조광조의 검은 신과 흰 신도 마찬가지가 아닐 것인가.갖바치의 참언은 ‘검은 신이든 흰 신이든 상관없다.몸에 잘 맞아 편안한 신발이면 좋은 신발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조광조가 신진사림파이든 대역죄인이든 과격주의자든 실패한 정치가든 그것은 모두 신발의 빛깔에 불과한 것이다.조광조는 안내문에 나와 있던 대로 유교의 정신으로 왕도정치를 실현하려 하였던 개혁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조광조의 유교적 개혁정신은 ‘계심잠(戒心箴)’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어느 날 중종은 어전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 항상 마음을 경계하고 싶으니 홍문관에서는 이에 합당한 글을 지어 올리도록 하라.” 왕의 어명이 떨어졌으므로 소속관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짜내어 글을 올렸는데,그 결과 채택된 것은 뜻밖에도 조광조의 글이었다. ‘마음을 경계하는 글’인 ‘계심잠’에는 조광조의 도덕주의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조광조는 이로 인해 중종으로부터 털로 만든 이불까지 하사받는 것이다. 이 계심잠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마음에는 욕심이 있으므로 그 마음의 본체의 영묘한 것이 잠겨져서 사사로운 정에 구속되었음은 능히 유통하지 못하여서 천리가 어두워지고 기운도 또한 막히어서 인륜이 폐해지고 천지만물이 생을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하물며 임금은 음란한 소리와 아름다운 맛의 유혹이 날로 앞에 모여들고 또한 권세의 높은 것으로 교만해지기가 쉽습니다.성상께서 이를 염려하시고 두려워하여 신에게 명하여 마음을 경계하는 글을 지으라 하시니 아아,지극하십니다.신이 감히 뜨거운 정성을 헤쳐 내어 만분의 일이나마 도움이 될 것을 바라나이다.” 그러고 나서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굳세게 자기의 마음을 지켜 신명의 엄숙함을 본 받도록 한다.이렇게 하기를 바꾸지 말고 끊임없이 마음을 닦아라.그리하면 마음의 밝음이 진실로 깨끗하고 그 흐름은 호호(浩浩)할 것이니라.천하 모든 일에 발휘하면 탁연한 밝은 날이라.마음속에 있는 의(義)는 모든 일에 나타나고 인(仁)은 모든 물건에 밝게 비칠 것이다.아아,이 마음을 항상 지니면 선과 악이 분별될 수 있을 것이다.”˝
  • 中 4대은행 ‘무늬만 개혁중’

    2006년 말 해외 증시 상장을 앞두고 중국의 ‘4대 은행’들이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구습이 남아 있어 갈 길이 멀다. ●“국영기업 대신 신용도 높은 개인고객을 잡아라” ‘중국은행’ 선전시 지점에는 대리석이 깔린 ‘자산관리센터’가 마련돼 있다.할인점과 헬스클럽까지 갖춰진 이 센터는 예금이 6만달러(약 7200만원)가 넘는 ‘골드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은행은 주요 민간기업 내에 지점을 설치,직원들 월급 주거래은행 역할을 하는 대가로 차량할부금융 등 고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에너지기업인 크누크의 재무담당자는 “예전엔 은행이 왕이나 다름없었는데 지금은 고객을 찾아 사무실로 찾아온다.”며 급변한 중국 은행들의 영업문화를 지적했다.중국은행들이 개인 고객에게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7일 중국 정부가 4대은행인 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공상은행,중국농업은행이 해외 증시에 상장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은행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은행들은 신용 평가없이 정부 지시에 따라 국영기업에 대출을 해줬지만 이제 엄격한 대출심사를 시행하고 있다.그 결과 대출은 점점 국영기업 대신 신용도가 높은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을 컨설팅하고 있는 매킨지는 “10년 안에 개인에 대한 대출과 금융서비스에서 나오는 수입이 중국 은행들의 수입 가운데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3년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3배 이상 늘었고,차량 할부 금융도 9배나 급증했다. ●사회주의 구습 타파,자산 건전화 시급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한 중국 은행들이 개혁을 추진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많다.은행들은 여전히 새로운 수입원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예금·대출 총액 증가를 중시한다. 보신주의는 신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가로막는다.매킨지의 컨설턴트 데이비드 본에믈로는 “중국 은행원들은 높은 수익을 얻는 것보다 위험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중국 은행원들의 1인당 생산성은 씨티은행의 20분의1에도 못미친다. 4대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03년 말 기준 15.2%로 이전보다 낮아졌지만,기존 부실채권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규대출이 늘어나면서 희석된 결과라고 AWSJ는 분석했다. 중국정부는 서구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을 은행 개혁 작업에 대거 투입,승부수를 띄우고 있다.외국은행과의 전략적 제휴와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등도 시도하고 있다.하지만 개혁이 성공하려면 부실채권 정리는 물론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기준인 8%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필수적이라고 신문은 조언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첫 연작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낸 유재현씨

    유재현(42)의 첫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창비사 펴냄)는 우리 문단에선 드물게 캄보디아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배경뿐만 아니라 작품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현지인이어서 작가가 한국인이란 점 말고는 ‘한국 작품’이란 수식어가 낯설 정도다. “최근 ‘동북아시대’ 운운하면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우리에게 ‘먼 이웃’입니다.오히려 멀리 떨어진 미국은 이웃처럼 느끼지요.아시아에 대한 굴절된 시선을 바로잡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우리 문제를 볼 요량으로 소설에 담았습니다.” 20∼30대를 학생·노동운동으로 보낸 작가는 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등 급변하는 현실에서 방황하다가 92년 중편 ‘구르는 돌’로 등단했다.12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으니 과작인 셈이다. “등단한 뒤 1년 동안 작품을 거의 못썼습니다.능력도 능력이지만 제게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죠.그래서 10년 가까이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했습니다.어느 날 문득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모두 다 접고 90년대말 훌쩍 동남아시아로 떠났습니다.”. 태국,베트남 등지를 떠돌다가 아예 작품을 써볼 작정으로 99년 캄보디아를 찾았다.“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동소설에 자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정지한 ‘후일담 소설’에 갇히기는 더 싫었다.”는 그는 ‘바깥’을 선택했다.‘밖(아시아)’으로부터 들여다봄을 통해 ‘안(한국)’에서 잃어버린 전망을 찾으려는 희망으로 소설 ‘시하눅빌‘는 시작됐다. “한때 ‘대안의 땅’을 찾아 부모님이 사시는 미국을 비롯 멕시코를 전전했지만 ‘이곳은 아니다.’ 싶더군요.식민지·전쟁 등 우리와 역사적 경험이 비슷한 동남아시아에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 97년 쿠데타가 일어날 때까지 전쟁이 그치지 않았던 캄보디아는 우리와 역사적 배경이 비슷해 시사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연작으로 써내려간 6편의 작품은 해안가 작은 도시 시하눅빌의 비루한 일상을 담았다.작가의 경험을 녹여 냉철한 국외자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캄보디아의 표정은 우울하고,어둡고,참혹하기까지 하다. 도박과 마약,매춘이 횡행하는 풍경 속에서 돈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거나 생존을 위해 마약상이 되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솜산과 뚜이안’‘대마는 자란다’)과 시장 개방과정에서 “명분도 없이 오직 돈만을 위해 벌어지는 아귀다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온 사나이’)이 겹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지옥 같은 현실에 무릎을 꿇지 않고 희망을 길어 올린다.지뢰사고로 남편을 잃은 찬나가 딸과 합동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을 다룬 ‘시하눅빌 러브 어페어’는 훈훈하게 다가온다. 언제까지 시선이 캄보디아에 머물러 있을 것이냐고 물었더니 치밀한 ‘소설 전략’을 들려주었다. “지금은 가는 단계이지만 언젠가 한반도로 돌아올 계획입니다.곧 발표할 장편에 한국인을 등장시켜 왜 캄보디아가 한국인의 의식이며 존재와 무관하지 않은가를 파헤치겠습니다.궁극적으로 전후 세대의 눈으로 한국전쟁의 의미를 찾아낼 계획입니다.” 황석영이 ‘심청’으로 씨앗을 뿌린 우리 문학의 ‘동아시아적 상상력’에다 늦깎이 작가인 유재현이 그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물을 주고 가꿔서 활짝 꽃피울지 기다려진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全大協 금배지들의 ‘암중모색’

    ■17대 입성 ‘386’ 움직임 열린우리당내 ‘386’ 출신 의원들은 차기 대선까지는 3년 이상 남은 탓에 드러내 놓고 이합집산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하지만 향후 행보를 위해 나름의 밑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 분위기다. ‘386’ 가운데 우선 주목받는 세력은 ‘전대협’ 간부 출신이다.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당선자는 모두 12명이다.이들은 학생운동을 함께 하며 쌓아온 동질감을 적어도 정치적인 계파로 이어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더 이상 특정집단 출신의 정치결사체로 바라보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전대협 간부 출신들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것은 성급하게 조직적 움직임을 보였다가 당 안팎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함에 따라 전대협 출신들의 행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전대협 1기 부의장이었던 우상호(42·연세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28일 “전대협 출신이 12명이나 당선돼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치열했던 80년대와 90년대가 전대협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내에서 전대협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모임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우 당선자는 원혜영 당선자와 함께 ‘문화사업연구회’를 결성하기로 했다.그러나 전대협 출신 당선자들도 때가 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역대 어느 학생운동조직보다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전대협 출신들이지만 개별 당선자들의 보폭이 넓어지면 이해관계도 엇갈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자연스럽게 독자적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들은 특정한 계보로 묶이기보다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향후 우세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전대협 출신 가운데 가장 먼저 정계에 입문한 재선의 임종석 의원은 최근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맡았다.그는 지난 총선에서 이인영·우상호·최재성·복기왕 당선자의 지역구에서 지원 유세를 자청하는 등 동지애를 발휘했다.전대협 출신들의 좌장격인 이인영 당선자는 전국연합에서 함께 활동한 김근태 전 원내대표와는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다.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당선자는 김근태 전 대표의 적자”라고 말하기도 했다.그는 17대 총선 출마 직전까지 한반도재단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 당선자에 대한 ‘386’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백원우·복기왕·정청래 당선자 등은 노무현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참모들로 드러내 놓고 누구 편을 들 수 없는 처지다.백 당선자는 노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이던 97년 보좌역을,해양수산부장관 시절에는 정무보좌역을,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을 거치며 만 6년간 지근거리에서 참모 역할을 했다.복 당선자도 ‘민족화해와 지역통합을 위한 개혁연대’ 조직국장과 ‘2030네트워크’ 대표로 ‘노 대통령 만들기’에 가세했다. 정 당선자는 친노 성향의 시민단체인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 초대 대표를 지낸 노 대통령 측근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386과 80년대 198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80년 광주항쟁,81년 부산 부림사건,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87년 ‘6월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투쟁,88년 노동자대투쟁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이 시기 학생운동은 이전과 달리 사상 무장과 함께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배아기(80∼83) 80년 ‘서울의 봄’은 민주화의 시발이라는 정치적 의미 외에 386세대의 잉태를 알리는 서막이었다.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시킨 계기가 됐다.82년 3월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은 전례를 찾기 힘든 ‘폭거(?)’로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다.학생운동은 외적으로는 폭력성을 띠면서도 내적으론 사상 무장에 돌입했다. 당시 운동권 내에서 논란이 됐던 ‘무학논쟁’,즉 단계적 투쟁론(무림)과 전면적 투쟁론(학림)의 대립은 외형상 사회변혁의 방법론을 놓고 벌인 논쟁이었지만 내적으로는 학생운동의 사상 무장을 촉발시킨 계기였다. ●태동기(84∼86)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을 경험한 학생운동권은 84년 총학생회를 부활시키면서 조직화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전학련(전국학생총연합회)과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를 결성,몸집을 불렸다. 전학련 1기 의장은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김민석 전 의원이,삼민투 위원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던 허인회씨가 맡았다.당시 정치권력이 입법화를 시도하다 무산된 학원안정법과 86년 건국대 사태 등에 강제 진압 등 탄압도 강도를 더해갔다.하지만 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비롯한 학생 투쟁은 끊이지 않았다.내부적으로는 민민투(민중민주주의 투쟁위원회)와 자민투(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 투쟁위원회)로 갈려 사상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부흥·분열기(87∼89) 87년으로 접어들면서 학생운동은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건국대 사태를 계기로 소수 운동권 중심의 전학련 대신 대중적 지지기반 확보를 슬로건으로 내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탄생과 맥을 같이한다. 전대협은 과거 지하서클(언더그룹)의 소수 운동권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을 대중운동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초대 의장은 이인영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맡았고,오영식 고려대 총학생회장(2대),임종석 한양대 총학생회장(3대)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학생운동은 내적으론 치열한 사상논쟁을 벌이며 분열되기 시작했다.87년 대선이 계기였다.전대협의 주도권을 쥔 NL(민족해방)계 주체사상파들은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나중에 CA(제헌의회)계와 함께 PDR(민중민주혁명)계로 독자세력화되는 NL계 비주사그룹은 김영삼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를 각각 주창했으며,CA계는 ‘민중후보’로 나온 백기완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대선 패배에 이어 동구권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해체와 함께 위력을 잃고 90년대를 맞게 된다. 전광삼기자 hisam@˝
  • 北 대표단 상하이·선전 경제특구 시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북한의 개성공단 책임자 등 남북 경협사업 담당자들이 중국 경제의 상징인 상하이(上海)와 선전 경제특구를 시찰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북측 대표단의 중국행에는 남측 파트너인 현대아산 관계자들도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성공단 건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중국의 한 북한 소식통은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금강산총회사,개성공업지구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등 남북경협 사업의 북측 책임자급 관계자 7∼8명이 25일부터 상하이와 선전 특구를 방문 중”이라며 “북측 대표단과 함께 한국의 개성공단 관계자 등 현대아산 임직원들도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찰은 내달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26일까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창장(長江)하이테크 단지와 푸둥(浦東)의 주요시설을,27일엔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소재 한국 섬유기업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의 한 북한 소식통은 “28일부터 선전특구 일대를 시찰하다 내달 1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나 1국2체제(사회주의·자본주의)의 실험장인 홍콩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의 북한 소식통들도 “상하이와 선전특구의 방문은 남측 자본이 집중 투입되는 개성공단의 적용모델을 상정한 행보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시찰단의 중국방문은 지난달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 여진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것으로,북한의 경제 개혁·개방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시찰에는 중국식 개혁·개방의 운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관찰,북한식 개혁·개방과의 접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심중이 실렸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선전특구의 방문이다.선전특구는 홍콩·타이완의 화교자본을 대량 유치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남측 자본을 끌어들여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북한 지도부에게 개성공단 성공을 위해선 선전특구를 집중 연구할 필요가 절실하다. oilman@ ˝
  • [열린세상] 부시와 케네디/임춘웅 언론인

    요즘 미국에서 ‘모든 적들에 맞서’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한국에도 이미 번역돼 나온 이 책은 현 부시 미국대통령 정부에서 지난 3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을 지냈고 2002년 9·11테러 당시 백악관에서 테러문제를 담당했던 미정부내 최고위직 인사가 쓴 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필자 리처드 클라크는 9·11테러와 이후 미국의 대응조치들을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는 이 책에서 테러 바로 다음날인 12일 아침 백악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벌써 이라크가 9·11테러의 배후로 논의됐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미국의 정보기관들은 9·11테러가 아랍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저지른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으나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울포위츠 국방부장관 등 정부내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의 배후에 이라크가 있다고 처음부터 밀어붙였다.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석유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장악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이들은 테러가 나자 이를 즉시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삼은 것이다.백악관의 테러담당 참모진은 9·11테러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은 진주만 공격을 받고 멕시코를 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으나 네오콘들의 주장은 완강했다. 같은날 저녁 백악관 상황실에 들른 부시 대통령은 테러가 사담 후세인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밝혀달라고 주문한다.사담이 연관됐다는 사소한 단서라도 찾아보라는 명령이었다.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결론은 난 셈이었다.그러니까 이라크와의 전쟁은 테러의 진실과 관계없이 바로 다음날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1961년 4월4일 백악관에서는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보회의가 열리고 있었다.회의는 쿠바를 침공하기로 최종 결정한다.3년전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에 성공,쿠바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래 미국에 눈엣가시였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세칭 ‘피그만 침공’이 결정된 것이다.쿠바혁명 당시 미국으로 피란을 와있는 쿠바인들을 훈련시킨 후 피그만에 침투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었다. 이작전은 쿠바인 1400명으로 구성된 민병대가 피그만에 상륙하면 쿠바민중이 봉기해 카스트로 정권은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란 전제에서 시작됐다.그러나 결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참혹한 군사적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상륙군중 1179명이 포로로 잡히고 나머지는 죽었으며 극소수만이 플로리다로 돌아왔다. 케네디 정부의 내각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합리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세칭 ‘드림 팀’이었다.그런데 그런 드림팀이 터무니없는 정책결정을 내린 것이다.피그만 침공은 민중봉기라는 정보에 근거를 두고 시행됐으나 아무도 봉기하지 않았다.당시에도 침공작전에 부정적인 많은 정보가 있었으나 카스트로 정권 전복에 집착해 있던 케네디 정부는 그런 정보들은 아예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사례에서 국가정보와 안보회의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된다.이라크 사태는 이라크 침공 빌미를 찾고있던 부시 정부의 네오콘들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하고 일을 그런 방향으로 꿰맞춰 나간 경우다.쿠바사태는 쿠바를 용납할 수 없었던 케네디 정부에 ‘나쁜 정보’는 눈에 들어오지 않은 착시현상이 빚은 결과였다. 사람은 많은 현실과 정보중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한수 더 떠 같은 정보라도 자기 논리에 맞춰 해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문제는 초강대국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다.미국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민주적인 정부를 갖고 있다.그런 미국에서조차 정보와 정책결정이 지도부 몇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토록 농단된다면 정보와 회의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지도 모를 더 중대한 결정도 이런 식으로 재단될 개연성은 없는가. 임춘웅 언론인˝
  • 상하이에 허준선생 동상

    |상하이 연합|‘동의보감(東醫寶鑑)’의 허준 선생을 기리는 동상이 중의학의 본고장 중국땅에 세워졌다. 세계 최대규모의 한의학 대학으로 거론되는 중국 상하이 중의약대는 지난 19일 푸둥 캠퍼스 한복판에 외부에서 관람할 수 있는 200평 규모의 유리건물인 ‘낙원(樂園)’을 짓고 그 안에 허준 선생 동상을 세웠다. 사회주의 중국 땅에 외국인의 개인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허준 선생의 동상은 실물보다 좀 큰 규모이며 앉은 상태에서 동의보감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허준 기념관’은 운동장 한쪽에 자리잡고 있어 오가는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학생들은 허준 선생과 동의보감의 존재를 통해 한국 전통의 한의학 수준을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23일 “한·중 관계가 돈독해지는 상황에서 허준 선생의 동상을 중의학의 본산에 세운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면서 “양국의 중의학 교류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 [조정래의 세상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이 문제를 놓고 새삼스럽게 마음 무거워진 당신의 우울을 이해합니다.저도 그 새삼스러움에 맞닥뜨려 우울하기 때문입니다. 저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알고자 했습니다.그러나 그 일은 지난하기 그지없어 결국은 철학이라는 학문체계까지 이루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무수한 철학자들이 그 답을 찾아내려고 골몰해 왔습니다.그러나 그 성과는 아주 보잘것없이 미미했습니다.왜냐하면 인간이란 그만큼 복잡미묘하고 애매모호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를 보고 마음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인간 존재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회의하지 않은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잔인하고 야비한 존재라는 것을 불현듯 확인해야 하고,그럴 때마다 우리는 슬픈 우울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지금이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중세도 아니고 인권 존중을 인류의 최상의 가치로 공동인식하고 있는 ‘문화의 세기’에 그런 일이 저질러져 우리의 슬픔은 더 깊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평화의 세기’라고 합창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아름다운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저도 믿었습니다.아니,믿고 싶었습니다.그런데 21세기는 첫발부터 전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다.그 지옥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이라크의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비공개 사진과 비디오를 본 미국 상·하의원들 중 한 사람이 한 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인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그 부당성을 처음부터 냉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그 부당함에 더하여 미국은 급기야 포로 학대의 지옥까지 만들었습니다.지금 미국을 향해 쏠리고 있는 세계인들의 우울한 눈초리를 세계의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고 평화의 세기라고 했던 것은 몽상적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당신이 회의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상 그 희망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세기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보내면서 세계의 지식인들은 20세기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전쟁과 학살의 세기.전지구적 공해 유발의 세기.과학 발달의 세기.두 가지는 부정적이고,한 가지는 긍정적인 평가였습니다. 첫번째로 전쟁과 학살을 꼽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20세기 100년 동안에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겨우 13일 정도이고,그 줄기찬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을 1억명이나 죽였던 것입니다.돈 1억이 아니라 사람이 1억입니다.그것이 인간입니다.서로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탐욕을 위하여 인간은 거침없고,서슴없고,가차없이 상대방을 죽이는 존재입니다. 20세기와 함께 사회주의권이 몰락해 자본주의는 아무런 견제세력 없이 21세기를 독주하게 되었으니 그 탐욕은 얼마나 커졌겠습니까.그래서 그 시작이 이라크 침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을 긍정할 수 없는 것을 괴로워했습니다.그건 당신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괴로움이고 외로움일 것입니다.이 세상에 생명 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인간처럼 동류끼리 동류를 그렇게 줄기차게 죽여온 일이 없고,더구나 효과적으로 많이 죽이기 위해 머리 싸매고 연구해가며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낸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긍정하지 않고서야 무슨 의미로 살 수 있겠습니까.또한,인류의 역사 속에는 받들고 우러를 수 있는 참되고 인간다운 인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그런 사람들이 가르치고 실천한 것을 본받아 세상이 바르게 되어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당신의 우울 앞에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우울이 됩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조정래의 세상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이 문제를 놓고 새삼스럽게 마음 무거워진 당신의 우울을 이해합니다.저도 그 새삼스러움에 맞닥뜨려 우울하기 때문입니다. 저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알고자 했습니다.그러나 그 일은 지난하기 그지없어 결국은 철학이라는 학문체계까지 이루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무수한 철학자들이 그 답을 찾아내려고 골몰해 왔습니다.그러나 그 성과는 아주 보잘것없이 미미했습니다.왜냐하면 인간이란 그만큼 복잡미묘하고 애매모호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를 보고 마음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인간 존재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회의하지 않은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잔인하고 야비한 존재라는 것을 불현듯 확인해야 하고,그럴 때마다 우리는 슬픈 우울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지금이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중세도 아니고 인권 존중을 인류의 최상의 가치로 공동인식하고 있는 ‘문화의 세기’에 그런 일이 저질러져 우리의 슬픔은 더 깊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평화의 세기’라고 합창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아름다운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저도 믿었습니다.아니,믿고 싶었습니다.그런데 21세기는 첫발부터 전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다.그 지옥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이라크의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비공개 사진과 비디오를 본 미국 상·하의원들 중 한 사람이 한 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인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그 부당성을 처음부터 냉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그 부당함에 더하여 미국은 급기야 포로 학대의 지옥까지 만들었습니다.지금 미국을 향해 쏠리고 있는 세계인들의 우울한 눈초리를 세계의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고 평화의 세기라고 했던 것은 몽상적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당신이 회의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상 그 희망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세기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보내면서 세계의 지식인들은 20세기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전쟁과 학살의 세기.전지구적 공해 유발의 세기.과학 발달의 세기.두 가지는 부정적이고,한 가지는 긍정적인 평가였습니다. 첫번째로 전쟁과 학살을 꼽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20세기 100년 동안에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겨우 13일 정도이고,그 줄기찬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을 1억명이나 죽였던 것입니다.돈 1억이 아니라 사람이 1억입니다.그것이 인간입니다.서로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탐욕을 위하여 인간은 거침없고,서슴없고,가차없이 상대방을 죽이는 존재입니다. 20세기와 함께 사회주의권이 몰락해 자본주의는 아무런 견제세력 없이 21세기를 독주하게 되었으니 그 탐욕은 얼마나 커졌겠습니까.그래서 그 시작이 이라크 침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을 긍정할 수 없는 것을 괴로워했습니다.그건 당신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괴로움이고 외로움일 것입니다.이 세상에 생명 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인간처럼 동류끼리 동류를 그렇게 줄기차게 죽여온 일이 없고,더구나 효과적으로 많이 죽이기 위해 머리 싸매고 연구해가며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낸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긍정하지 않고서야 무슨 의미로 살 수 있겠습니까.또한,인류의 역사 속에는 받들고 우러를 수 있는 참되고 인간다운 인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그런 사람들이 가르치고 실천한 것을 본받아 세상이 바르게 되어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당신의 우울 앞에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우울이 됩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비틀거리는 인천경제특구(下)] 외국의 특구운영사례

    경제특구 지정·운영으로 가장 재미를 본 나라로 중국을 꼽을 수 있다.중국은 지난 1970년대 말 개방과 동시에 경제특구 개념을 도입,지금까지 전국에 60여개에 달하는 경제특구를 조성했다.중국 경제특구는 광대한 시장과 값싼 노동력이라는 인센티브 외에 부지 장기간 저가임대와 대폭적인 세제감면 등 정부측의 과감한 지원으로 외국기업이 선호하는 곳이 되었다.특히 5개의 경제특구가 있는 상하이 ‘푸둥(浦東)신구’는 90년 지정 이래 푸둥국제공항과 푸둥국제심수항을 발판삼아 국제무역,자동차,정보통신,국제금융 중심의 다기능 자유무역지대로 발전해 중국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 영국 서북부에 있는 섬나라인 아일랜드는 69년 경제특구를 도입한 후 세계 도처에서 IT산업과 제약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여 비즈니스 중심국가가 되었다.미국 IT 분야의 대유럽 투자의 43%가 아일랜드에 몰릴 정도로 특화에 성공,국민소득 3만 6000달러로 서유럽 최빈국에서 부유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투자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도입해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규모를 확대시킨 경제특구 ‘모델케이스’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세계 교통 중심지라는 지정학적 요인을 적극 활용,아시아 최대의 물류·금융 중심지로 떠올랐다.홍콩은 일찍이 1842년 영국에 의해 경제특구 개념과 유사한 자유항으로 지정되었고,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50년간 자유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일본과 북한은 경제특구 정책이 실패한 경우로 꼽힌다.일본은 인건비와 물가가 지나치게 비싼 탓으로,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탄력성 부족으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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