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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21세기의 3권 분립/이도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21세기의 3권 분립/이도운 정치부 차장

    지난 1996년 1월 외무부(외교통상부)를 출입하던 당시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시안(西安)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를 방문했다. 당시 한국 기자들을 맞은 중국 외교부의 천젠(陳健) 대변인은 “이번 여행의 일정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周)·진(秦)·한(漢)·수(隋)·당(唐)왕조의 도읍이었던 시안이 과거이고, 수도인 베이징이 현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다만 경제·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상하이를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미래로 지목하는 천 대변인의 설명이 당시로서는 다소 이채로웠다. 2004년 7월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후 미국에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들이 귀에 들어왔다. 미국의 경우 중국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이 좀더 다원적이고 명확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교수와 연구원, 기업인들은 미국에서 “워싱턴은 과거를, 뉴욕은 현재를, 할리우드(로스앤젤레스)는 미래를 상징하는 도시”라고 말하곤 했다. 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국가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는 정치·외교·군사에서 경제·통상·금융 분야로 넘어갔으며, 다시 문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 각각 세 분야를 대표하는 도시다. 또 워싱턴은 정부를, 뉴욕은 기업을, 그리고 할리우드는 개인(스타)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루빈이나 헨리 폴슨 같은 금융기업 경영자들이 재무장관과 같은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일이 당연시된다. 타이거 우즈나 톰 크루즈 같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의 1년 수입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으며, 토크쇼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의 대표적인 선거운동원일 정도로 할리우드의 영향력이 강하다. 그렇다고 정치·외교·군사 분야의 중요성이나 파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제·통상·금융 분야도 마찬가지다. 워싱턴과 뉴욕, 할리우드가 상징하는 세 분야가 균형을 이룬 채 각각 4:3:3에서 출발,3:4:3을 거쳐 3:3:4로 가는 것이 21세기의 이상적인 ‘3권 분립’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특파원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21세기형 3권 분립이라는 틀에 우리나라를 대입해 봤다. 일단 한국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도시로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문화는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지방분권화를 그토록 갈구했던 심정의 일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도 같은 틀로 바라볼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는 총선과 촛불집회, 독도 영유권, 금강산 총격사건과 같은 현안들에 매몰돼 왔다. 말하자면 정치·외교·군사적인 이슈들이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정치 과잉’으로 위기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통상·금융 분야에서 배출된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이승만 이후 노무현에 이르는 과거의 모든 전직 대통령은 정치인이거나 외교관이거나 군인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 대통령의 역할은 정치·외교·군사 분야가 압도하는 국가의 헤게모니를 경제·통상·금융 분야로 이전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 기업인 중용,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이 대통령의 정책 속에는 그런 기류가 녹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헤게모니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럴 만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본다. 어차피 한국 사회도 4:3:3과 3:4:3을 거쳐 3:3:4로 향하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도운 정치부 차장 dawn@seoul.co.kr
  • [지방시대] 남미에서 경험한 농업의 국제화/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지방시대] 남미에서 경험한 농업의 국제화/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지지난 겨울 페루에서 버스로 출발, 남미 대륙의 농업지대를 U자로 약 5000㎞를 돌아본 뒤 쿠바의 농장과 연구기관 등을 답사했다. 버스 안은 불편했지만 차창밖의 광경은 새로웠다. 페루 안데스의 끝없는 고원 농목지대와 태평양과 나란히 하며 남쪽으로 뻗은 칠레 북부의 사막을 지났다.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가기 위해 안데스 고개를 넘자 팜파스 대평원의 밀밭과 소떼는 지평선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세계 곡창지역을 접하는 순간이었다. 버스는 이어 브라질의 구릉과 밀림 사이의 또 다른 형태의 농업지대를 달렸다. 이 과정에서 페루 발 칠레 산티아고행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버스는 페루와 칠레간 사막이 있는 국경을 넘어 남쪽으로 달렸다. 새벽 1시가 넘어 잠을 청했는데 승객들이 웅성거렸다. 앞에 앉은 젊은 여성이 모두 차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서 버스 밑칸에 넣어 두었던 모든 짐을 꺼내 검사대에 올려놓아야 했다. 모래 사막이어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의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모든 짐 가방을 열게 한 꼼꼼한 조사였다. 셰퍼드들은 냄새를 맡으면서 검사대 위와 사람들의 주위를 돌았다. 밤중의 사막은 긴장과 살벌한 분위기로 변했다. 인접국에서 유입되는 마약과 불법 농산물을 막기 위한 검색이라고 했다. 검색을 마친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달렸다. 사막지대를 벗어날 무렵인 새벽 5시쯤 또 한번의 검문을 받았다. 한밤 두번의 검색을 접하면서 칠레는 칠레, 페루는 페루이지 남미는 하나가 아닌 각자의 국익을 추구하는 독립체란 생각을 했다. 이 시기는 국내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을 때여서, 한·칠레 FTA 협상은 칠레만이 아니라 남미 국가들의 공격을 받아 우리 농업이 초토화될 것이란 루머가 떠돌았다. 칠레는 단일 국가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했다.50여 개국에 이른다. 칠레의 개방정책은 폐쇄적인 사회주의 체제와 달리 남미 대륙에서도 가장 건실한 경제구조를 가진 통상국가로 성장케 했다. 칠레가 왜 이토록 FTA에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있는지를 여행 도중에 알게 됐다. 칠레산 와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포도주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칠레에 이르는 수천㎞의 연안지방에서는 기후 특성상 포도의 재배가 알맞아 많은 농가가 포도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필자가 중남미의 농업지대를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아르헨티나 등 몇 나라는 칠레 못지않게 포도 재배면적과 포도주 공장 수에서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칠레의 적극적인 개방정책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 농업을 지켜야만 하는, 수세적인 입장만을 취해 왔다. 이는 우리 농업이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품 중에서 수출 액수가 가장 많은 것은 첫째가 선박이고 두번째가 석유류 제품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석유류 제품 수출 대국이 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도 역공세를 펼 방도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농산물 자체의 수출보다 국내·외의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농산물 가공산업을 진흥시켜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만 할 수 있다면 석유류 못지않은 농산물 수출국으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FTA의 확대적인 채택을 전제로 한 공략 방법일 것이다. 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중국어를 세계어로”…中 관광·문화 대국으로 뛴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중국어를 세계어로”…中 관광·문화 대국으로 뛴다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해 오며 이른바 ‘소프트 파워’의 증강에 매진했다. 중국어를 세계 언어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관광 대국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세계는 다음달 8일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체감하면서 ‘팍스 시니카’ 시대의 개막 시기를 예측해 보게 될지 모른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문화는 국가 성장 동력이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은 문화 번영과 함께 와야 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17차 공산당 대회에서 소프트 파워 배양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17차 당대회는 사실상 개혁·개방 30년을 총정리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소프트 파워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낸 언급이었다. 올 1월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설을 통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중화민족 5000년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자.”면서 지도부의 뜻을 거듭 확인했다. 류윈산(劉云山) 당 선전부장은 “21세기 초기 20년은 중국 문화 발전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시기”라면서 “이를 문화적 소프트 파워를 개선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좀 더 구체화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아프리카 등 주변국 지원이라는 외교적인 수단에서부터 유학생·해외 관광객 유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에만 80억달러 이상 원조를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와 함께 말라리아 전문 병원 수십 곳을 세워주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원조규모는 미국을 넘어섰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접경 지역인 윈난(雲南)성은 주변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연간 수억원대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유학생 유치는 미국을 벤치마킹한 것이다.2003년만 해도 7만여명에 불과했던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연평균 20%의 증가세로 현재 20만명이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징·칭화대 등 주요 대학에는 아프리카·아세안의 왕족이나 주요 지도자·관리들의 2세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미국이나 유럽에 있어야 할 이들이다. 중국은 수많은 차세대 리더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면서 ‘차이나 커넥션’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아가 도시와 건물도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나 수영장,CCTV사옥, 국가대극원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조만간 “베이징이 세계 건축학도들의 필수 학습코스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특히 건축물에 있어 다양성 확보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상하이는 형태적으로 유사한 건물의 건립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상하이는 “초현대적 감각으로 스카이라인이 재창출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문화적으로 부쩍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2004년 10월 상하이 제7차 세계문화부장 회의에서 문화다양성 협약 제정 원칙을 발표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공동으로 협약 실천을 위한 연합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성은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매력’인 동시에 내부 통치를 위한 또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중국은 17대 당대회에서 55개 소수민족 문화의 보호를 사회주의 문화건설의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올해에는 소수민족 전통문화와 공예품 전승을 위한 전국규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관광으로도 중국은 대국이 돼가고 있다. 세계관광기구 프란체스코 프랜지알리 사무총장은 “중국은 2006년 이미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4대 관광유치국이 됐고,202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제1의 관광유치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발벗고 나서 관광산업 육성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2006∼10년 추진되는 대형 관광프로젝트는 1만 2697가지로 투자액은 1조 8000억위안(약 280조원)에 달한다.5년 전 8281억위안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파워는 당장 미술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현대미술 작품들이 세계 주요 경매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작품성 이외에도 중국의 경제력·국력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크게 2개의 축을 기초로 삼고 있다. 하나는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외교원칙이다. 여기에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경제발전 모델이 더해진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정치적 자유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최대한 도입하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일컫는다. 둘 다 상대국의 반감을 극소화하는 장치인 셈이다. jj@seoul.co.kr
  • [월드이슈] 변화하는 쿠바경제는 지금

    [월드이슈] 변화하는 쿠바경제는 지금

    1959년 1월1일 혁명 이후 그곳을 일컬어 누구는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했고, 누구는 사회주의의 마지막 뒷모습이라고도 했다. 청소부도, 의사도, 대통령도 25∼30CUC(쿠바 태환화폐·1CUC는 약 1200원)의 월급을 받는 곳,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는 무상교육·무상의료 체계를 갖춘 곳, 그러나 에너지난, 식량난으로 배급 계획경제가 여전한 곳, 바로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다. 우리나라보다 13시간 늦은 지구 반대편의 쿠바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냉전의 여파 속에서 금단의 땅이기만 했던 쿠바에는 2006년 현대중공업이 8500억원 규모의 이동식 발전설비시설 544대 공사를 수주했는가 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개인 사업가들의 진출 모색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등 30∼40명의 한국인들이 변화하는 쿠바에서 새로운 희망을 일구고 있다. |아바나(쿠바) 박록삼특파원|뜨거운 7월의 쿠바는 고정된 선입견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을 찾은 이가 어떤 이념을 갖고 있든, 자신에게서 무엇을 구하려든 늘 상반된 듯한 두 얼굴을 내비친다. 흰 반바지에 선글라스의 휴양객이라면야 그저 눈부신 태양과 푸르른 카리브해를 맘껏 즐기면 되지만, 거창하게도 인류의 나아갈 지표를 찾는 이라면 좀더 겸손하게 눈 부릅뜨고 진실을 구해야 할 것이며, 경제적 이익을 좇는 이라면 더더욱 ‘변화하는 사회주의’ 쿠바의 현실에 천착해야 한다. 변화를 멈추지 않는 쿠바는 자신을 마냥 부정하는 이도, 긍정하는 이도 반기지 않는다. ●2008년은 쿠바 경제 변혁의 해 미국에 의한 쿠바 경제봉쇄조치는 올해로 46년째다. 이 속에서 지난 2월24일 라울 카스트로(77)는 형 피델 카스트로(82)로부터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공식적으로 승계받았다. 그리고, 여러 많은 개혁 조치들이 진행 중이다. 성과만큼의 부작용도 함께 껴안고 있다. 영어 통역 일을 하는 레일리아나 게레로(30)는 “휴대전화와 개인 컴퓨터 소유도 가능하게 됐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쿠바 사람들도 기존의 CUP(쿠바 페소) 외에 CUC도 함께 쓰고 있다.”고 말했다. 놀라운 일이다.1CUC는 24CUP에 해당되고, 그만큼의 물가 차가 존재하는 ‘이중 물가정책’의 쿠바 경제가 본격적으로 한 바구니 안에 들어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인지 쿠바인들은 ‘짭짤한 팁’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일하는 것을 적극 선호한다고 한다. 경제 양극화의 심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 흔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길거리 편의점이나 음식점, 카페에서 파는 가장 흔한 맥주인 크리스털, 부카네로는 대략 1∼2CUC 정도 한다. 맥주 한 캔 값이 하루 일당을 넘어서는 셈이다. 또한 호텔이 모여 있는 아바나 베다도 지역을 가면 젊은 쿠바 여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들은 “치노(중국인)? 코레(한국인)?”라며 말을 건 뒤 “맥주 한 잔 사달라.”고 요구한다. 쿠바는 남녀를 불문하고 외국인과 동행만 해도 경찰의 검문에 걸리고 처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으슥한 밤 호텔 주변에서 벌어지는 공공연한 외국인 매매춘은 호텔 앞을 지키는 경비에게 쥐어 주는 10∼20CUC로 묵인된다. ●좁혀지는 한국과의 간격 쿠바의 실사구시적 경제 변화는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런 차에 등장한 현대중공업은 쿠바와 한국의 멀고 멀었던 거리를 훌쩍 단축시켰다. 계약 체결 당시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이 직접 계약석상에 배석해 “쿠바는 여러분에게 안 좋은 것(시가, 럼주)만 주는데, 여러분은 우리에게 좋은 것만 준다.”는 농담까지 던지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그는 병석에 드러눕기 직전에도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공사 현장을 찾아 한국 노동자들의 근면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현대중공업을 통해 투영된 한국에 대해 대단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건설 중인 이동식 발전소는 쿠바 중앙은행이 지난해 새로 발행한 10CUC 지폐 신권 뒷면에 실렸다. 쿠바의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지 파견 근무 중인 현대중공업 정병옥 상무는 “발전설비 공사에 대한 쿠바 정부의 기대는 매우 크고 이 덕분인지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상은 아주 좋다.”면서 “이 일이 끝난 뒤에도 앞으로 쿠바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리아나는 “그동안 쿠바에서는 동양인은 다 중국인으로만 알았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언컨대 야구와 현대중공업, 자동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쿠바의 미래를 선점하라! 하지만 쿠바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있는 곳은 우리뿐 아니다. 쿠바 시장을 선점하려는 해외 자본의 진출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산 신형 버스 300대를 들여왔다. 차체가 높은 탓에 간간이 거리에 낮게 드리운 가로수 가지가 버스 지붕을 긁곤 하지만 이 덕분에 아바나의 명물 ‘300인승 낙타버스’는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또 쿠바의 관문인 호세 마르티 공항은 캐나다 자본으로 지어졌고 쿠바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멜리아코이바 호텔, 멜리아아바나 호텔 등은 모두 유럽 자본으로 지어졌다. 모두 30∼50년 장기 임대 뒤 반환 형식을 취한 방식의 투자다. 여기에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기지 폐쇄 ▲쿠바 관광 허용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민간 관광 교류 형태를 얘기했지만 사실상의 경제 봉쇄의 해제인 셈이며 쿠바와 미국의 ‘21세기형 신데탕트 시대’를 불러올 것을 의미한다. 아바나의 상징인 7㎞의 말레콘(방파제) 위로 넘실거리는 파도를 뚫고 달리는 클래식카와 그곁을 지나치는 깔끔한 현대차 쏘나타는 변화하는 쿠바의 단면이다. 예닐곱 살 어린아이도, 매력적인 젊은 여인도, 노인도, 그리고 올드 아바나의 허름한 건물 베란다에 널린 빨래들도 살사 리듬과 카리브해의 파도 소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든다. 열정 넘치는 변화의 몸짓이다. youngtan@seoul.co.kr ■ ‘고품질·AS·신뢰’ 모범답안 통하는 시장 김동우 암펠로스 회장 |아바나(쿠바) 박록삼특파원|“열정과 인내를 갖고 쿠바 정부와 국영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기업의 좋은 이미지, 제품의 높은 품질, 철저한 사후 관리를 한다면 오히려 편안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일찌감치 쿠바 시장으로 뛰어든 ㈜암펠로스 김동우(46) 회장의 초기 시련은 컸다. 지금은 뻔한 듯한 ‘모범 답안’을 얘기하지만 쿠바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초기 몇 년 동안에는 물품을 공급한 뒤 대금을 떼인 일, 입찰 실무자의 이유없는 농간으로 좌절한 일 등이 부지기수였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모든 거래가 폐쇄적으로 이루어지고 고객인 국영업체들의 정보도 몰랐고, 특히 쿠바의 사회주의적인 여러 가지 거래절차가 달라서 애를 먹었다.”면서 “시간과 공을 들여 입찰에 참여하면 정부 실무자가 농간이나 배신을 부리며 물거품되곤 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 역시 쿠바의 국가 체계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시장 외적인 기능을 중시여기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피눈물을 삼키며 좌절했었다. 하지만 시련의 시간이 지나고 ‘모범 답안’을 실천하면서 쿠바 정부의 신뢰를 조금씩 얻을 수 있었고 2003년부터는 쿠바의 국가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보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 암펠로스는 한국은 물론 쿠바, 중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파나마, 니카라과, 콜롬비아, 브라질 등 8개 국가에 지사를 둘 정도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중남미 지역의 의료장비 제조, 발전기 부품 유통 전문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의료 천국’ 쿠바와 단짝 분야를 파고들어 거둔 성과다. 김 회장은 “사회주의에서나 자본주의에서나 성공하기 위해 기업이 가져야 할 자세는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 쿠바 정부의 신뢰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쿠바는 우리나라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이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나 IT 분야 등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정치적인 측면을 떠나 경제적 실리를 위해 양국 정부가 국교 정상화 등 서로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youngtan@seoul.co.kr
  • [지방시대] 국민적 합의의 위대함/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지방시대] 국민적 합의의 위대함/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사회적 시장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독일)에서 창시됐으며 그 이론은 1946년 뮐러-아르막이 제안했다. 초대 수상이었던 기독교민주당 아데나워 수상 정부의 경제부 장관인 에르하르트에 의해 실현이 됐다. 그 후 정권이 바뀌어 사회민주당 집권 시절에도 이 경제 기조를 무너뜨리지 않고 칼 쉴러 장관이 오히려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독일 경제의 근간을 이루게 됐다. 이 경제 체제는 사회적 책임을 진 시장경제로서 시장 지향적 경제학(프라이부르크 학파)과 가톨릭의 사회윤리가 결합된 것으로 휴머니즘을 기본으로 사회보장과 사회적 공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없이 노사간의 사회적 동반자 관계를 구성해 상호 수요·공급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서로간의 신뢰가 전제되고, 사회적 시장경제는 오직 민주주의 국가에서 존재가 가능한 강한 민주주의가 그 바탕적 요구였다. 이 같은 시장경제를 통해 자유의 원칙을 사회적 균형과 결합한 효율적인 질서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는 미국, 일본과 우리나라가 추구해 온 시장경제 체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고,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가지고 있는 모든 독일의 정당들을 좌향적 성향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재적이고 유물론적 사회주의인 소련의 붕괴와 함께 기존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기업(사업장)에 대한 인식은 독일과 서구에서 주장한 인간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정착됐다. 또 주주 중심의 조직체에서 이해 관계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었던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의 개념이 이제는 세계적 흐름의 가운데 있는 기조 중에 하나가 됐다. 이런 세계적 흐름은 생산 시스템과 환경 등에 이미 세계 표준을 제정해 우리나라에서도 영향력을 충분히 체험했던 국제표준기구(ISO)가 수 년 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해 왔고, 특히 올해엔 사회적 책임에 대한 ISO 지침(ISO26000)을 제정코자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패전국과 분단국의 멍에에서 떨쳐 나와 오늘의 강국이 된 바탕에는 여당과 야당이 하나가 되는 정책, 예를 들면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가 있고 또한 이들을 꾸준히 이루어 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부문에서 국민적 합의를 얻은 것으로 착각하고 ‘묻지마’식 자신들의 기조만이 선(善)인 양 밀어붙이는 이러한 정치 풍토에서는 국가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음을 이제는 뼈저리게 자각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이미 쇠고기 수입문제와 대운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잠복해 있는 또 하나가 있다면 수도권 일극체제와 그에 따른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 발전 정책이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 그에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지금 이명박 정부의 반균형발전은 균형점 혹은 국민적 합의를 도출치 않고 시행이 된다면, 이에 따른 국론의 분열과 얼마간의 국익의 손실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의원끼리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어 있고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다양화시대에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하나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요구될 때는 하나가 될 때까지 노력하고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며, 훌륭한 정치가는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하나가 되는 그 시점을 찾는 지혜를 가지는 것이다. 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 라울 ‘실용적 공산주의’ 공식선언

    “공산주의는 평등주의가 아니다.” 라울 카스트로(77)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실용적 공산주의’를 공식선언했다. 과도한 국가보조금 제도를 없애고,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생존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경쟁 체제 도입과 이에 따른 임금 차등지급 등 자본주의적 요소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친형 피델 카스트로(82)가 수십년 간 추진해온 ‘평등사회’건설 노선과 단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라울 의장은 11일(현지시간) 하바나에서 열린 국가평의회 연설에서 “사회주의는 정의와 평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평등은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지 소득의 평등은 아니다.”면서 “평등(equality)과 평등주의(equalitarian)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월 라울이 피델 카스트로의 후계자로 선출된 이후 처음 열린 국가평의회로, 라울의 연설은 국영TV를 통해 녹화중계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라울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용하지만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내국인에게 금지됐던 휴대전화와 컴퓨터,DVD플레이어 등의 전자기기 구매를 허용했고, 주택과 자동차도 본인 이름으로 직접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던 렌터카나 고급 호텔도 쿠바인들에게 개방됐다. 가장 큰 변화는 쿠바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을 이뤄온 동일 임금 체계의 개혁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국영기업 근로자들이 성과에 따라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임금 상한선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 6월 임금 차등 지급 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피델 카스트로 체제 아래서 정부는 쿠바 경제의 90%를 통제해 왔으며, 모든 근로자들은 월 평균 408페소(19.5달러)의 동일 임금을 받았다. 라울 의장은 그러나 “우리 모두가 더 빠르게 진행되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속도 조절 가능성을 제기했다. 라울 의장은 개혁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취한 조치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미국 관리들이 불충분하다거나 가식적이라고 폄하했다.”면서 “우리는 결코 압력이나 협박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임을 재차 밝힌다.”고 말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조직없는 조직력의 시대…인터넷·휴대전화·메신저로 通한다

    조직없는 조직력의 시대…인터넷·휴대전화·메신저로 通한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을 구성하는 나라의 하나였던 벨로루시는 1991년 독립했다. 자유시장과 민주화 과정을 수용한 다른 옛 소련국가들과 달리 벨로루시는 국영경제체제를 고수했다. 알렉산더 루카센코는 1994년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나, 갈수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2006년 3월 3선에 도전한 루카센코는 88%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1만명이 넘는 시민은 조작된 결과라고 주장하며 수도 민스크의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모였다. 루카센코는 수백 명의 시위자를 체포하고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감금했다. 이때 인터넷에 플래시몹을 제안하는 글이 올랐는데, 내용은 그냥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모여 아이스크림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플래시몹(Flash Mob)이란 인터넷으로 특정 시각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다시 흩어지는 일종의 깜짝쇼를 말한다. 그런데 경찰이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몇 사람을 연행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다른 참가자들이 찍은 디지털 사진은 즉각 온라인에 올려졌고, 벨로루시의 폭압적 이미지는 민스크 너머로 퍼져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를 잡아 가두는 것만큼 경찰국가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키는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클레이 서키 뉴욕대 교수는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원제 ‘Here Comes Everybody’, 송연석 옮김, 갤리온 펴냄)에서 이같은 현상을 ‘조직 없는 조직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한다. 서키에 따르면 과거에는 어떠한 사회적 행동이든, 그것이 집단성을 띠려면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형성하는 비용이 조직의 목표나 성과보다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경제학이론인 ‘코즈의 정리’가 통용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용 때문에 과거에는 전혀 발생할 수 없었던 잠재적인 조직, 혹은 잠재적인 일들이 거래비용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코즈의 하한선을 뚫고 올라왔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위시하여 메신저, 블로그, 이메일 등의 사회적 도구가 등장하면서 조직을 결성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현격하게 낮아졌고, 급기야 ‘조직 비용 제로’의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메리칸항공이 폭풍에 갖힌 승객들을 지나치게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을 때 항공승객 권리장전 운동이 시작됐고, 영국의 HSBC가 대학생 고객들을 무시했다가 조직적 항의와 기민한 행동에 큰 손실을 입고 사과를 해야 했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만들어낸 것도 모두 조직 없는 조직력의 결과이다. 지은이는 하나의 기술이 혁명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대략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도구가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모두의 손에 들려 사람들이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대단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변화는 복잡한 최신 기술이 아니라 인터넷, 휴대전화, 이메일처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여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지난 2월 미국에서 처음 발간되었는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여 한국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의 조직화 과정을 거의 완벽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지은이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자면 조직 혹은 배후가 없이 조직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제는 조직 없이 더욱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구호가 거의 없었던 촛불집회 초기 불필요한 ‘정치적 배후론’을 서둘러 제기하여 문제를 더욱 어렵게 끌고 갔던 당국자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평양 리모델링/함혜리 논설위원

    평양(平壤)은 ‘평평한 땅’ ‘조용한 지대’라는 뜻 그대로 벌판이 넓고, 강을 끼고 있어 살기 좋고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유리해 일찍이 고조선과 고구려의 도읍지로 번창했다.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도시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6·25전쟁 이후다.1953년의 내각결정 제125호가 그 발판이 됐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시의 기본을 보존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걸맞은 계획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동강을 도시의 축으로 삼아 강변으로 구릉 기복조건에 어울리게 건축물을 배치하고, 김일성 광장을 남산 동쪽 기슭에 건설하며, 대동강과 평행되면서 하류에 산업시설을 배치하는 등의 계획이 이 결정에 담겼다. 김일성광장, 평양학생소년궁전, 인민문화궁전, 인민대학습장, 만수대예술극장 등 크고 웅장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이 계획에 따라 설계되고 지어졌다. 평양은 1980년대 ‘평양 대개조 계획’에 따라 전세계를 향한 전시용 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한다.1982년 4월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아 주체사상탑, 개선문 등 크고 웅장한 우상화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섰다. 현대건축의 흐름을 따르는 건축물도 계획됐다. 그중의 하나가 유경호텔이다. 보통강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호텔은 높이 323m,105층에 평행사변형 꼴로 동서쪽으로 뻗어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에 즈음한 1992년 완공을 목표로 1987년 8월 착공됐으나 북측의 대금체불 등을 이유로 프랑스 기술진이 1989년 5월 철수했고,1992년 이후엔 공사가 완전 중단됐다. 오랜기간 도시의 흉물로 방치되던 이 호텔이 지난 3월부터 외자유치로 공사를 재개했다는 소식이다.‘평양 국제도시화 계획’에 따른 도시 리모델링의 일환이다. 최근 북한의 외모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향후 개방에 대비하려는 징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핵 문제의 진전 속에 식량 3만 8000t을 선적한 미국 선박이 지난 29일 북한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옥수수 5만t을 거부했다. 통미봉남이라지만 어이가 없다. 그들의 사고도 리모델링할 수는 없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동물 외교/함혜리 논설위원

    상하이시와 타이베이시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을 교류하기로 했다고 한다. 상하이시 측은 타이베이시에 자이언트 판다 한쌍과 황금원숭이를, 타이베이시 측은 상하이시에 오랑우탄과 긴팔 원숭이를 보낼 예정이다. 지난 5월 마잉주 타이완 총통의 취임 이후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양안(중국과 타이완) 관계가 동물 외교로 한층 더 두터워지고 있는 셈이다. ‘우의의 상징’으로 동물을 선물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오랜 전통이다. 일본 황가연감(皇家年鑑)에는 ‘서기 685년 10월22일 당(唐) 황제가 일본 천무 천황에게 백곰 두 마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의 동물외교는 현대에 접어들어 더욱 빛을 발한다. 동물외교의 주인공은 단연 대왕판다. 흰색과 검은색이 과감하게 어우러진 털 색깔에 생긴 것도 특이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며 대나무 잎을 먹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전세계에서 오직 중국에서만 사는 희귀동물인데다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에 녹여주는 독특한 카리스마 때문에 중국은 외교적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마다 ‘정치적 선물’로 판다를 활용했다. 공산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은 1957년 소련 공산혁명 40주년 기념선물로 사회주의 모국인 소련에 판다를 선물했다. 중국은 소련이 핵 개발 기술을 전수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했다.1972년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 기념으로 판다 한쌍을 선물함으로써 강력한 대외 개방의 의지를 알렸다. 같은 해 중·일 국교 정상화 때에도 중국은 일본에 판다 두마리를 기증해 일본에 판다 붐을 일으켰다. 1974년엔 프랑스와 영국, 독일에 우호의 징표로 각각 기증해 중국의 호감도를 높이면서 베이징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해서 외국으로 나가 동물 외교사절 역할을 하는 판다는 200여마리에 이른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에 따르면 쓰촨성과 산시성 등 중국 북서부의 고지대에에서 야생으로 살고 있는 판다는 1600마리 정도.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이용해 국익을 챙기는 것이 야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국력도 약하고, 외교술마저 출중하지 못한 우리 눈에는 부럽기만 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병렬사회/구본영 논설위원

    북한경제가 다시 2년 연속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2.3% 줄었다.2006년의 -1.1%에 비해 더 악화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며칠전 발표한 추계 결과다. 물론 북한경제가 후진 기어를 넣은 지는 오래다. 지난 1993년부터 98년까지는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었다.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다시 곤두박질치는 형국이다. 한국경제도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남한의 36분의1에 불과하다니 비교 대상도 아닌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이 작물 생산 감소로 식량 부족에다 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시민단체들은 이미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연일 대북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우리 측이 옥수수 5만t 지원 의사를 타진했지만, 미동도 않고 있다.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체제라고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미국으로부터 50만t 식량지원 약속을 받아낸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수수께끼다. 이런 미스터리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논문을 접했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북한연구팀장이 쓴 ‘북한의 경제난과 체제 내구력’이란 논문이다. 최악의 경제난에다 식량사정까지 악화일로인데도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이른바 ‘병렬사회’(혹은 제2사회)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2사회란 동유럽 사회주의권에서도 나타났듯이 제1사회인 사회주의체제를 대체하는 원시시장경제를 가리킨다. 이런 병렬사회에선 당간부든 일반주민이든 북한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을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고 각자도생을 꾀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장마당이나 암시장이 병렬사회의 핵심 인프라다.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주민들도 여기선 별다른 제재없이 “제볼장을 본다.”고 한다. 시장경제의 맹아격인 장마당이 배급경제로 굴러가던 ‘우리식 사회주의체제’를 지탱하고 있다면 기막힌 역설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대도를 걸어야 할 이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카스트로 “중국식 사회주의 주목” 실용주의 노선 채택에 무게둔 듯

    피델 카스트로(81) 전 쿠바 최고지도자가 중국 사회주의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 혁명가로서 유연성을 발휘하며 쿠바의 변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와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전날 허궈창(賀國强)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임금차등제 도입 등 공산주의 핵심 정책을 바꾸는 등 실용주의를 가미한 쿠바의 변화와 맞물렸다.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카스트로는 “중국 인민들의 발전과 중국적인 특성을 가미한 사회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그란마는 전했다. 2006년 이후 장출혈을 앓는 카스트로는 올 2월 동생 라울(77)에게 권력을 넘겨준 뒤 수도 아바나 자택에 머물고 있다. 라울 국가평의회 의장은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통제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의 통치 방향을 찬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피델이 관영 언론에 “쿠바 공산당에 내분은 없다.”고 기고한 점도 쿠바의 변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학술플러스]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와 중화론’ 학술대회 인하대 한국학연구소가 25∼26일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와 중화론’이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동아시아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중화사상과 그에 따른 조공체계의 변화를 논의한다. 이준갑 인하대 교수와 김문식 단국대 교수가 ‘건륭제 시기 대내외 전쟁과 제국체계’를, 최병욱 인하대 교수와 민덕기 청주대 교수가 ‘17∼18세기 미얀마와 중국 간의 전쟁과 외교’를 발표한다.(032)860-8475. ●‘근대지식으로서의 사회주의와… ’ 연구 발표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이 27일 600주년기념관 6층 첨단강의실에서 ‘근대지식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그 문화’란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연다. 연구원은 한국 근대 시기에 수입된 사회주의를 ‘근대지식’이자 근대를 넘어서고자 했던 지적 기획으로 파악한다.‘사회주의의 수용과 비평의 패러다임 변화’(김현주 연세대),‘1920년대 독서회와 사회주의 문화’(천정환 성균관대),‘감옥 혹은 부재의 시간들’(이혜령 고려대)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02)760-1276.
  • “소통의 언어로 ‘주체적 철학’ 정립해야”

    “소통의 언어로 ‘주체적 철학’ 정립해야”

    한국 학계에서 선배 학자 비판은 금기다. 대학 내 권력 관계가 우선 장벽이고, 얽히고설킨 학맥도 부담스럽다. 서구 철학자와 수입 철학에만 권위를 부여해온 학문적 관행도 ‘드문 비판´에 일조해왔다. 선후배의 연구를 발전적으로 비판하는 ‘대화적 글쓰기’ 대신 서구 이론 주석 달기에 바빴다. 자생담론 부재를 한탄하면서도 자생담론 탄생의 필수작업인 ‘국내 철학 되돌아보기’엔 소홀했다. 철학자와 권력의 관계, 철학의 현실 개입 메커니즘 연구도 아울러 미개척지로 남았다. ●실존철학 거두 박종홍씨 공개 비판 김석수 경북대 교수(철학과)가 나섰다. 처음 입을 뗀 건 2001년 출간한 ‘현실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현실’에서였다. 건드려도 박종홍을 건드렸다. 국내 실존철학의 거두였던 박종홍(전 서울대 철학과 교수,1976년 작고)은 국민교육헌장을 기초하며 유신정권의 철학적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김 교수는 가난 극복에 대한 열망으로 ‘힘의 철학’을 추구한 박종홍의 오류와 한계를 지적했다. 입에 올리기 껄끄러웠던 학문의 대선배가 비판의 공론장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왜 박종홍을 비판하느냐.’는 의견과 ‘왜 더 세게 비판하지 못했느냐.’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철학과 철학자의 시대적 역할에 부단한 질문을 던져온 그가 최근 전작의 문제의식을 확장한 책 ‘한국 현대 실천철학’(돌베개)을 냈다. 탐구 범위도 지난 100여년간 국내 철학계의 사상 궤적 전반으로 보폭을 넓혔다.“언제까지 자생담론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수만 없다. 정말 자생담론을 갖기 원한다면 우리 철학사를 반성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김 교수가 지난 100여년을 꿰어내는 공통의 맥락은 ‘실천철학’이란 관점이다. 그가 정의하는 실천철학은 ‘이론철학’의 반대말이 아니다. 어떤 입론을 가진 철학이냐와는 무관하게 학문과 현실의 만남을 고민하는 철학은 모두 실천철학이다. 그가 철학 이론이 수용됐던 시대상황과 철학자의 수용태도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의 옷 입은 무주체적 한국 철학 한국 철학사를 돌이켜 볼 때 이론과 실천의 내용이 늘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실천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 때론 저항이, 때론 권력에의 복무가 실천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다. 김 교수가 보기에 국내 철학의 무주체성은 과거 한국의 시대상황과 무관치 않다. 그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대가 빈곤하면 학문은 현실혁명적이거나 현실영합적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엄혹한 현실은 저항하는 쪽이건 권력에 영합하는 쪽이건 학자들이 주체적 철학 정립을 위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제 식민지 시기 안호상(1대 문교부장관)과 박종홍은 독일 이상주의와 실존주의를 민족주의 틀 속에서 재해석하며 현실을 극복하려 발버둥쳤다. 그러나 해방 이후 안호상은 이승만의 ‘일민주의’를, 박종홍은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토대를 놓았다. 전두환 정권에서 문교부장관을 지낸 이규호도 대학에 국민윤리과를 신설해 윤리교육을 이데올로기 비판 교육으로 전락시켰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지식인들 중엔 자신의 학문을 권력 기반을 쌓기 위한 무기로 삼으며 ‘우리의 현실’에 맞는 옷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에 맞는 옷을 입도록 요구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항적 실천에도 한계는 있었다. 마르크스주의와 네오마르크스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이론과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등도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독재 혹은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 후의 이론적 방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입·활용돼 왔다.‘우리 철학’으로서의 자기 정립 성격보다는 수단으로서의 학문 성격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철학의 위기 끊임없이 자문해야 김 교수는 ‘전국철학앙가주망네트워크’의 일원이다. 지난해 11월 삼성 비자금 비리 특검수사를 촉구하는 철학자들의 서명에, 올 4월엔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비판하는 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철학의 무주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위기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충돌하는 이유를 치열하게 탐구해 소통의 언어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학이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 그는 향후 노숙자를 위한 철학, 빈곤여성을 위한 철학, 이주노동자를 위한 철학 등으로 자신의 ‘실천철학’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남북 상생협력에 동참해야/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북한,남북 상생협력에 동참해야/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참동안 뜸을 들이다가 지난 4월부터 대남비난 공세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단순 비난공세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반 이명박 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선전선동 움직임조차도 보인다. 북한의 각종 언론매체들의“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한편, 반 괴뢰 투쟁을 더욱 과감히 벌여”나가야 한다는 논조들이 그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 ‘반미·자주와 연공·연북’을 주 내용으로 하는 ‘민족대단결’ 공동투쟁을 전개해 왔다.‘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우리 민족끼리’가 ‘민족공조’로 개념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07년도 북한 신년공동 사설에서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가 자주통일의 기치 밑에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6·15 민족공동위원회를 모체로 한 각 계층 통일운동단체들의 연대와 연합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북한은 ‘민족공조’ 기치하의 공동투쟁을 공공연하게 촉구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 당국이 ‘6·15,10·4 선언’ 이행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대남 공동투쟁 전술 이행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만약 북한 당국이 남한의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서 ‘반 이명박 정부 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남한 ‘대결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크나큰 시대착오적인 오판이라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더 이상 이데올로기 투쟁은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세계사회주의권도 붕괴되었고 사회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몇몇 국가들조차 실용주의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이명박 정부는 이데올로기적인 투쟁이나 논쟁을 뒤로하고 남북한이 어떻게 하면 ‘상생’할 수 있고 ‘공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주의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비핵·개방·3000’은 남북한의 ‘상생·공영’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북한의 핵은 세계와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이 분명한 것인 만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새로운 것도, 지나친 것도 아니다. 남북한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핵포기라는 대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북한의 핵폐기 과정은 지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남북한이 ‘상생’을 위한 교류협력노력이 동시에 전개되도록 해나간다는 것이다. ‘상생’의 개념은 남북한 체제를 상호 인정한다는 상호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더 이상의 남북한 체제경쟁이나 이데올로기 투쟁을 전제하고 있지 않다. 이번 정부가 북한의 체제‘개혁’이라는 어휘사용 자제로 북한체제 부정이라는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남북한이 단순히 ‘상생’ 차원을 넘어서 ‘공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요구된다. 남북한 ‘공영’을 위한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본격적인 ‘개방’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의 개방은 체제를 부정 또는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북한은 남한사회를 진보-보수 또는 친북-반북세력의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대남 체제부정 또는 체제파괴적인 투쟁 유혹에서 벗어나 좀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 발전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집트, 사회주의 버렸다

    이집트가 사회주의 간판을 완전히 내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회주의 흔적인 사회 공안검사 제도를 없앴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회주의 시절의 법률적인 잔재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11일(현지시간)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www.mena.org.eg)은 “이집트 대통령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가 이날 ‘사회 공안검사’ 제도를 폐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맘두 마레이 이집트 법무장관은 “이 조치는 자유시장 경제에 적합한 법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집트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모두를 경험한 독특한 나라다. 사회주의 체제는 195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에 의해 도입됐다. 그는 당시 냉전 상황 속에서 비동맹노선과 아랍민족주의를 표방했으며 영국에 맞서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단행했다.58년 시리아와의 합병으로 아랍연합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61년 시리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아랍연합공화국에서 탈퇴한 데 이어 67년 3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에 시나이반도를 빼앗기면서 그의 아랍민족주의는 물거품이 되었다. 이 패배로 충격을 받은 나세르는 70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세르의 뒤를 이은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은 자본주의 체제와 친서방노선을 지향했다. 구 소련보다는 미국 쪽으로 붙었다. 시나이반도를 얻어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다트는 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시나이반도를 되찾는 대신에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을 영토로 인정해 아랍 각국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이 때문에 81년 무슬림 과격파에 의해 암살됐다. 사다트에 이어 대통령에 선출된 호스니 무바라크는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실용주의 중립노선의 길을 걷고 있다. 경제발전과 국가안정을 기치로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해 5선에 성공하고 27년째 집권하고 있다. 무바라크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식량위기로 인해 지금 최고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슬기롭게 이를 해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바라크는 지난해 4월 개헌을 통해 사회주의 조항을 폐기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던 사회 공안검사 제도는 지금까지 유지해 왔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문화플러스] 중국 출신 작가 추제 개인전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는 새달 2일까지 스위스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추제(47)의 개인전을 열고있다. 중국과 서구,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 이질적인 문화 이미지들을 세밀한 연필작업으로 한 화면에 짜맞춰 넣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초대형 드로잉(310×336㎝) 등 8점의 작품을 내놓았다.(041)551-5100.
  • 中은 지금 ‘조문외교 무대’

    |베이징 이지운·도쿄 박홍기특파원|중국이 조문 외교로 바빠지고 있다. 기존의 일정에다 티베트 사태, 지진 등 여러 사정으로 미뤄졌던 각국 주요 인사들의 방중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지도자로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6월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지진 때문에 마련된 갑작스러운 일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30일 재난 현장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의 방중도 실은 티베트 사태 등으로 예상보다 다소 늦춰진 것이었다. 앞서 23∼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신임 대통령이 중국을 찾았지만,‘조문’의 성격은 약했다. 이날에는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가 베이징을 방문, 사회주의 국가간의 우의를 다진다. 조문 외교는 당사자 상호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점’도 없지 않다. 재난을 당한 중국으로서는 ‘무리한’ 요구를 피해 가거나 뒤로 미룰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위문을 하는 나라로서는 ‘생색’을 내는 효과가 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과 미국도 지원과 원조 등으로 중국민들의 민심을 많이 회복했다. 일본은 가장 큰 덕을 보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계획이 보류되긴 했지만 일본 자위대 수송기 파견 계획이 적극 검토됐을 정도다.2차대전 이후 최초로 일본 부대와 군용기가 중국 내륙에 들어오는 의미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국민간 우호 정서 조성 등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때 미흡했던 점들을 조문 외교로 뒤늦게 보완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26일부터 31일까지 방중하고 있는 우보슝(吳伯雄) 타이완 국민당 주석 역시 ‘동포애’를 극대화시키며 서로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분위기 조성은 부족했지만, 막판 현장 방문으로 어느 정도 이를 만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일본은 항공자위대의 수송기를 이용, 중국으로 긴급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려던 계획이 중국 측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민간 전세기로 텐트와 모포 등 구호품을 수송할 방침이다. 마치무라 노부타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수송기를 파견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수송기의 활용도 하나의 방안이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jj@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좀 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신경림 누항 나들이] 좀 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태 전 중국의 루쉰(魯迅) 대학에 갔을 때다. 총장이 몇 차례 오찬과 만찬에 초청해 주었는데 매번 비서실의 직원들과 운전기사가 동석을 했다. 뿐만 아니라 건배도 함께 하고 돌아가며 빼놓지 않고 덕담도 하게 했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체제가 남긴 유습일 터이지만, 하급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내 주위에는 입만 열면 평등과 인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런 경험을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하급자를 제대로 배려하는 예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급자면 당연히 인격도 하급, 지식도 하급, 그 가족도 하급으로 취급을 당하며, 이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다. 이것이 약자에 대한 배려에 무심한 우리 사회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의 갈등의 중요한 요인을 약자에 대한 배려의 결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 몰입 영어만 해도 그렇다. 가령 영어에 도저히 몰입할 수 없는 가난한 계층이나 영어가 중요한 통용어가 될 경우 문맹이 될 수밖에 없는 약자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이런 발상이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자리에 내정된 인사들의 너무 많은 재산이 문제가 되었을 때 그들이 보인 태도도 마찬가지다. 명백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지나치게 많은 재산에 대해서는 20여년 대학교수 노릇하면 그 정도 재산 당연히 지니게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어이없어했지만, 이야말로 땅을 사랑하면서도 한 뙈기 가지지 못한 많은 서민,20년이 아니라 30년을 일하고도 집 한 채 겨우 차지하고 사는 성실하고도 정직한 대부분의 국민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소리다. 자기보다 못 배운 사람,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음의 극치라 할 만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소동도 마찬가지다. 만약 쇠고기 수입으로 고통받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을 윗사람의 눈치 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졸속 협상은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촛불 시위도 없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터무니없는 광우병 괴담을 예로 들면서 소란의 원인을 인터넷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이 괴담이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약자들의 울분과 항의의 표현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일병합 때 울분을 참지 못해 음독 자결한 시인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이런 얘기가 있다. 이완용의 아들 명구의 처에 임씨가 있는데, 명구가 여러 해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와 보니, 아내가 이완용의 방에서 자고 있었다. 명구는 방을 나와 탄식하기를 나라가 망하니 집안도 망했구나, 죽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 하면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괴담임을 매천은 밝히고 있지만, 이 괴담이야말로 한일병합을 이끈 당시의 지도층으로부터 조금도 배려받지 못하고 있던 민중의 분노와 절망의 표현이라는 암시도 곳곳에서 읽힌다. 괴담이 괴담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데는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분노가 있는 것이다. 최선의 정책은 그 시대에 가장 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정책이라는 뜻의 간디의 말은 극단적인 아포리즘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지 못해서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진단에는 일단 귀 기울여야 옳을 것 같다. 가난한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낮은 데 있는 사람이 너무 배려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국민적 일체감은 필요하며 이 일체감은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터이다. 시인 신경림
  • [씨줄날줄] 제2 고난의 행군/ 구본영 논설위원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 평양이나 금강산 등 북한의 거리나 들판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구호다. 북측의 이른바 ‘혁명적 낙관주의’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수사이다. ‘혁명적 낙관주의’는 사회주의 혁명이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조어다. 여하한 곤경에서도 영도자를 믿고 견뎌내라고 북한주민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다. 한마디로 일제하나 한국전 당시 풍찬노숙하며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혁명 1세들의 길을 따르라는 얘기다. 북측이 올 들어 혁명적 낙관주의를 고취하는 캠페인을 다시 시작한 인상이다. 당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얼마 전 1면 사설에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는 혁명적 낙관주의 정신”을 새삼 강조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당면한 처지가 그만큼 엄혹함을 말해준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 최신호(26일자)도 북한의 올해 식량난이 최근 사이클론 피해를 겪고 있는 미얀마와 마찬가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1995∼98년 ‘고난의 행군’ 당시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300만명의 북한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작황이나 비축분 등 북측의 식량사정은 그 때보다는 낫다고 한다. 미국 정부도 엊그제 다음달부터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올해 북한주민의)아사는 거의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약속한 지원규모로는 북측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피할 없게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뉴스위크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쓰촨성 대지진으로 지원 여력이 없다. 일본도 자국민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지원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이 기댈 곳은 결국 남쪽밖에 없는 셈이다. 북한 지도부가 혁명적 낙관주의라는 허장성세를 버리고 남측에 진솔하게 SOS를 보내야 할 이유다. 물론 동족인 우리도 인도적 지원에 조건을 다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하겠다. 가장 딱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북한 지도층이 아니라 배급경제의 혜택에서 소외된 북한의 보통사람들일 터이기에….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사설] 대북 식량지원 때 놓쳐선 안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북한하고 기회가 되면 직접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먼저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던 당초 정부 입장이 전향적으로 선회한 셈이다. 정부로서도 고심이 많았겠지만, 북한주민의 절박한 처지를 감안한 대국적 자세 전환으로 평가한다. 우리 측 민간지원단체들 사이에 북한내에서 아사자가 나왔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형편이다. 이런 첩보가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측이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300만명까지 아사했다는 1990대의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의 식량난을 앞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죽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엊그제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한 일이 없다.”고 실토했겠는가. 물론 이런 참담한 상황을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북한 정권의 몫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우리식 사회주의체제’에 따른 영농방식을 고집해온 데다 2006년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든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족인 우리가 북한주민의 참상을 마냥 외면할 순 없다. 특히 배급경제의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과 어린이 등 북한내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감안하면 제때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미국 정부도 조만간 50만t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북 강경 발언을 불사하던 부시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내렸다면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에서 커다란 진전이 예고된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남북관계에도 물꼬를 트는 일이 실용적인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지원을 받고도 인사치레 한번 없었던, 북한 지도부가 이번에도 식량지원을 먼저 요청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지원의사를 밝히고 북측에 이를 위한 실무대화를 갖자고 당당히 요구하는 게 검토할 만한 어른스러운 대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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