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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건국 60주년] 차세대 ICBM ‘둥펑-31A’ 등 첨단무기 과시

    ■ 현장에서 본 경축식 │톈안먼 광장(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은 건국 60주년 기념일인 1일 전 세계를 상대로 포효했다. 더 이상 150여년 전 서구가 멸시했던 ‘아시아의 병자’가 아니었다. 건국 60년 만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파워’로 성장한 중국의 모습에 세계는 긴장하면서 베이징을 주목했다. 이날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하루종일 중국인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949년 신중국 건국을 선언한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중산복을 입고 톈안먼 성루를 지켰다. 후 주석은 경축기념 연설을 통해 “60년 전 오늘 바로 이곳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했다.”며 “지난 60년 동안 중국은 거대한 발전과 진보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방침에 따라 흔들림 없이 평화통일을 이룩할 것”이라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어 “우리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걸으며 6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인류에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며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위대한 중국공산당, 위대한 중국인민 만세”를 외쳤다. 경축행사는 오전 9시57분쯤 군악대의 연주 속에 후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그리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8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톈안먼 성루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시작됐다. 중국 56개 민족이 건국 60주년을 축하한다는 뜻에서 56문의 대포에서 60발의 예포와 함께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오르자, 후 주석은 도열해 있던 군대를 분열하기 위해 중국산 최고급 승용차 홍기(紅旗)에 올랐다. 차 번호는 ‘경(京)V-02009’였다. 후 주석은 열병지휘관의 보고를 받고 큰 소리로 ‘카이스(開始·시작)’를 외친 뒤 분열식을 시작했다. 창안제(長安街) 동쪽으로 죽 이어진 각종 부대 행렬을 분열하면서 후 주석은 각 부대 앞을 지날 때마다 “퉁즈먼(同志們·동지들) 하오(好·안녕)!”와 “퉁즈먼 신쿠러(辛苦了·고생이 많다)!”를 외쳤고, 장병들은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해)”로 화답했다. 이어 진행된 열병식에서는 8000여명의 장병과 500여대의 장비, 150여대의 비행기가 중국의 최첨단 군사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3군 의장대에 이어 육·해·공군과 여군 순으로 열병이 진행됐다. 이어진 기계화부대 열병에서는 육중한 캐터필러 소리와 함께 탱크, 장갑차, 자주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관심이 집중됐던 신형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31A’ 등이 첫선을 보였다. 그러자 중국이 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를 필두로 12개 비행편대가 형형색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동쪽에서 톈안먼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비가 내린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관람대에 자리한 각국 무관을 비롯한 외교사절과 세계 각국의 취재진 4000여명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분주했다. 후 주석은 이따금 감격에 찬 모습으로 열병식을 참관했으며 옆자리의 장 전 주석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 등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열병식에 이어 마오의 초상화를 앞세운 대형 축제차량 60대와 10만여명의 학생, 시민들이 함성과 함께 국민대행진을 곧바로 시작했다. 오후 1시쯤 행사가 마무리된 뒤 30여만명의 참여 인원이 톈안먼 일대를 빠져나가는 데만 2시간여가 소요됐다.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새벽 4~5시쯤부터 톈안먼 광장 부근에 집결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정부는 전날 밤 11시가 돼서야 외신기자들에게 행사 취재허가증을 발급했다. 앞서 행사를 위해 도심은 전날 밤부터 철저히 통제돼 지도부와 출연진 및 초대받은 일부 시민 대표단을 제외하고는 접근조차 불가능했고, 보안과 통제가 계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화돼 일각에서는 ‘인민이 소외된 축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stinger@seoul.co.kr
  • [건국 60돌 中國이 다시 뛴다] “中위안 기축통화 시장이 결정… 달러 대체할 생각없다”

    [건국 60돌 中國이 다시 뛴다] “中위안 기축통화 시장이 결정… 달러 대체할 생각없다”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종 자세를 낮췄다. 중국이 건국 60년 만에 이룬 성과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전광판처럼 뿜어져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말을 가려서 했다. ‘화평굴기’(和平堀起·세계 속에서 평화롭게 산처럼 우뚝 섬)식 대답을 예상했는데,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림) 식 답변이 돌아왔다고나 할까. “중국은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예상 답변’의 범주 안에 든다. 하지만 중국 위안(元)화의 세계 기축통화화에 대한 질문에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 대목은 좀 의외다. 거인의 참을성 있는 야심이 읽힌다. “전체 인민이 부자가 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는 답변에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건국 60년 만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성장세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경제의 고도성장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생활은 현저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개도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전체 인민의 생활수준을 ‘샤오캉(小康·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사회’로 끌어올리려면 근본적인 현대화를 실현해야 한다. 전체 인민이 부자가 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개방을 택한 중국식 시스템이 앞으로도 지속되는 것인가.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와 개혁·개방을 함께 견지할 것이다. 중국은 서방의 발전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이 이론체계는 몇 대에 걸친 중국인의 지혜와 노력이 녹아든 것으로, 가장 귀한 정치적·정신적 자산이다. →중국이 앞으로 20~30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몇년간 빠른 경제발전을 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뿐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은 세계경제와 따로 갈 수 없다. 중국은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호혜상생의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이웃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의 빠른 성장에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국력 성장과 함께 중국의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부각될 경우 주변국에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 외교의 핵심원칙은 ‘이웃으로 착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촉진하며, 방어적 국방정책을 견지할 것이다.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도록 하기 위한 중국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 -한 국가의 화폐가 국제 기축통화로 발돋움할지 여부는 마땅히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최근 들어 중국 주변의 한 국가와 지역에서 중국과의 무역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중국은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올 7월부터 상하이와 광둥 등 4개 지역에서 위안화 결제가 시작돼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해외진출이 국제 금융위기와 역내 무역발전에 유익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로 달러를 대체할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달러는 중요한 화폐였다. 중국도 거액의 미국 달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유지되길 바란다. 위안화의 국제화 개념을 말할 때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공조 여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인데, 이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중국은 아직까지 세계경제 회복의 기초가 공고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전면적인 회복이 실현됐다고 보지 않는다. 최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경기부양책을 계속 실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각국은 마땅히 경기부양책을 계속해 내수를 진작시킴으로써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중국의 자세가 너무 소극적인 것은 아닌가. -중국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핵 문제 해결에 노력해왔다. 6자회담은 세계가 인정하는 성과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고 단호하다.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국은 관련 당사국들에 유리한 시기를 택해 북한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것이다. →남북 통일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개인적으로 통일을 예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양측(남북)의 자주적·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통일 문제에 있어 남북 쌍방은 주요 당사자다. 평화통일은 사람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의 후계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는 북한 후계 문제에 관한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나도 한국 언론을 통해 그 문제를 알게 됐다. →북한이 3대째 세습 지도자를 내세울 경우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중국 외교정책의 원칙은 ‘평화공존’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언제쯤 체결될 것으로 보는가. -2005년 이후 양국의 관(官)·산(産)·학(學) 협력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FTA 체결의 기본 토대는 마련됐다고 본다. 양국 무역 불균형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FTA 체결에 걸림돌이긴 하다. 양국은 공동의 이익을 얻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상호 윈윈(win-win)하는 FTA를 빨리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 11월 제5차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G20 가동 때부터 한국이 G20 틀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중국은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앞으로 1년간 G20에서 제기된 중요한 문제들이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한다. 글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마오쩌둥 ~ 후진타오 中 60년역사 조명

    마오쩌둥 ~ 후진타오 中 60년역사 조명

    중국 건국 60년을 맞아 중국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케이블·위성 채널 중화TV가 7부작 다큐멘터리 ‘위대한 역사’를 편성했다. 새달 1일부터 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밤 1시에 방송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영 중앙방송 CCTV가 제작해 방송한 프로그램이다. 죽의 장막을 걷고 세계 정치, 경제,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어떠한 국가인지 종합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1904~97)의 고향, 쓰촨성 광안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부 ‘역사의 전환’은 마오쩌둥(1893~1976) 등 당 중앙 초대 지도집단이 현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서사적으로 다룬다. 대입시험 제도 부활, 전국 과학대회, 진리표준토론, 중국 정부 대표단의 서방 국가 방문 등을 지켜볼 수 있다. 2부 ‘대지의 봄’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 단계에서 맞닥뜨렸던 난관과 이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담는다. 각 가정이 자영농을 하면서 농업 생산을 책임지는 농촌 가정 전면 청부제, 연해 경제 특구 건립, 국유기업 권력 양도 개혁 등 중국만의 사회주의를 건설해 나가는 모습이 담긴다. 3부 ‘용솟음 치는 대조류’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며 4부 ‘거센 급류’에서는 장쩌민(1926~)의 푸둥 개발, 국유기업 개혁, 빈곤 지원 전략, 홍콩·마카오 반환 등 중국 내 중대한 사건들이 서술된다. 5부 ‘세기의 초월’과 6부 ‘발전의 새장’에서는 후진타오(1942~)가 중심인 당 중앙의 지휘 아래 과학 교육과 과학발전관을 통해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이 그려진다.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동북 공업기지 진흥, 자원 절약형·환경 우호형 사회 건설 등이다.마지막 7부 ‘부흥의 위업’에서는 개혁·개방의 상징적인 성과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여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北헌법 인권존중 첫 명시

    북한이 국방위원장을 국가의 최고영도자로 명시(100조)<서울신문 9월26일자 2면>한 개정 헌법이 28일 공개됐다. 개정 헌법은 국방위원장의 임무와 권한(103조)을 6개항으로 명시했다. 내용은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국방위원회 사업 직접 지도 ▲국방부문의 중요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 ▲특사권 행사 ▲나라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 등이다. 또한 개정 헌법에는 “국방위원장은 명령을 낸다.(104조)”, “국방위원장은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진다.(105조)”는 조문이 새롭게 포함됐다. ‘인권존중’도 명시됐다. 8조는 ‘국가는 (중략)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로 개정됐다. 이와 관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 헌법 평가분석’ 자료집을 내고 “북한이 개정헌법을 통해 후계자 개인의 업적에 의한 권력의 정당성보다 명실상부한 국방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계승함으로써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후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개정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말이 삭제된 것과 관련, 북측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산주의는 파악이 안 된다. 사회주의를 내가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기자 금강산 공동취재단 kimje@seoul.co.kr
  • [건국 60돌 中國이 다시 뛴다] 미리보는 건국60년 국경절

    10월1일 중국 사회주의 건국 60주년 기념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질 ‘세기의 행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8000여명의 인민해방군이 참여하는 대규모 열병식. 중국을 구성하는 56개 민족을 상징하기 위해 56개 부대가 동원된다. 3군 의장대를 필두로 도보부대 14개, 장비부대 30개, 비행편대 12개 등이 차례로 톈안먼 사열대를 통과한다. 1999년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열병식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중국의 최첨단 무기가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령’으로 이름붙여진 최첨단 전투기 ‘젠(殲)-11’을 비롯해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2’, 조기경보기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가오젠궈(高建國) 중국 국경절 열병연합지휘판공실 부주임 겸 대변인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기술개발 수준을 드러내고 민족 자존심을 고무하려는 취지에 맞는 열병식이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조기경보기 등 52개 종류의 무기 가운데 90%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열병식이 끝난 뒤 도열해 있는 각종 군 부대를 300만위안(약 5억 2500만원)짜리 중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훙치(紅旗)를 타고 사열한다. 열병식과 분열식에는 66분이 소요된다. 후 주석은 행사가 끝난 뒤 톈안먼 성루에 올라 건국 60주년 경축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어 20여만명의 베이징 시민들과 60대의 대형 장식 차량이 창안제(長安街)를 통과하며 6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자축한다. stinger@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남북한 체제 개선을 위한 탐색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의 공부 결과를 결산한 것이지만, 문제의식은 20여년 전에 싹튼 것이다. 필자가 전문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던 시점에서 경제학에서는 신고전파와 마르크스주의의 대립구도가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진보 학계에서는 자본파와 봉건파의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한국경제를 분석·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식인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아예 무시했고, 대중운동에서는 ‘민족 지상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직하지만 실사구시의 자세로 사회주의의 현실문제에 부딪쳐 보기로 했다. 중국과 구소련을 사례로 관찰한 결과 현실 사회주의의 모순은 자유와 개혁을 요구했지만 신고전파 관점에서의 급진적 체제이행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물로 제도경제학, 발전경제학, 비교경제학 등의 도움을 얻어 북한경제 연구에 착수했고 남북한 경제통합의 현실적인 경로를 탐색했다. 경제통합과 개혁ㆍ개방은 북한, 남한, 남북한 관계, 국제사회 지원 등 네가지 차원에서 ‘연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방, 개혁, 통합은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점진적’이란 말의 의미는 시간의 장기성이 아니라 필요한 각각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남북한은 서로와 국제사회에 대하여 개방해야 한다. ‘북한형’ 개혁은 기본적으로는 자유화의 방향을 취해 다양한 조직·제도의 공존을 허용하도록 한다. ‘한국형’ 개혁은 경제에서 공공성을 확대하고 시장과 기업의 중간적 조직형태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한 경제통합 자체가 지상과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남북한 모두 변화와 개선의 새로운 목표점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필자가 말하는 ‘한반도경제’이다. ‘한반도경제’란 기존의 국가·민족·계급 등의 요소에 지역·제도·조직 등의 요소를 복합해서 만든 개념이다. 그것은 우선 공간적 개념이다. 즉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그리고 그와 연결되는 지역들인 것이다. 그것은 또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즉 남북한 각각을 개혁하고 남북한을 통합하며 세계와 공존하는 새로운 체제이다. 새로운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는,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국가, 국가 단위 아래의 지역, 국가를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지역, 시장과 기업의 중간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조직 등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반도경제’는 국가-지역-사회경제조직의 세 바퀴로 굴러가는 ‘세발자전거’로 상징하여 표현할 수 있다. 이 ‘세발자전거’는 책에서 서술된 한반도경제-한국경제-북한경제라는 거시적 단위의 미시적 기초가 된다. 이 책을 내게 된 데에는 기존의 ‘진보’ 개념을 재구성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진보세력은 크게 보아 자유주의파와 사회민주주의파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와 체제이행국가의 현실을 살펴보면 자유주의 대안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또 중국, 일본, 북한 등 동아시아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사민주의 대안을 앞세울 현실의 토대가 약하다. ‘한반도경제’는 두 개의 개혁 요소를 포함하면서 분단 극복과 지역 형성이라는 과제에도 대응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새로운 진보’와 ‘새로운 경제(학)’의 상상력을 추구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 北 국방위원장은 ‘최고 영도자’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새 헌법을 통해 국방위원장의 지위를 ‘최고 영도자’고 명문화했다. 개정 헌법은 기존의 제7장 166조에서 6개 조항이 늘어 제7장 172조로 구성됐다. 북한은 지난 4월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서 11년 만에 헌법을 개정,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25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개정헌법에 추가된 6개 조항은 주로 국방위와 국방위원장의 권한과 임무에 대한 내용이다. 기존 헌법의 제6장 2절은 국방위에 대한 정의 및 임무, 권한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뤄졌으나 이에 대한 내용은 3절로 이동됐다. 대신 국방위원장의 권한과 임무에 대한 5개의 조항이 2절에 새롭게 추가됐다. 개정 헌법은 국방위원장의 권한과 임무에 대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은 공화국의 최고 영도자이다.’, ‘국방위원장은 조선 전반적 무력의 최고 사령관으로 되며 국가 일체 무력을 지휘 통설한다.’고 규정했다. 국방위원장의 지위를 헌법에 지도자가 아닌 영도자로 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향후 후계구도를 쉽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김 위원장에 이어 그의 후계자가 차기 국방위원장으로 내정될 경우 보다 쉽게 북한의 최고 영도자 및 최고 사령관으로서 서열 1위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헌법은 또 국방위를 ‘정치·경제·사회·국방 최고의 지도기관’으로 규정,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국방위가 북측 최고의 지도기관이라는 것을 공식화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측 최고의 국가 수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헌법에 따르면 헌법상 국가원수는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개정 헌법의 또 다른 특징은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 헌법의 제29조, 40조, 43조에는 사회주의와 함께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 헌법에는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사회주의라는 단어만 명기돼 있다. 개정 헌법에선 ‘선군사상’도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中 도넘은 초고가 선물

    中 도넘은 초고가 선물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게 두 마리에 9만 9990위안(약 1800만원), 마오타이(茅台) 술 한 병에 30만위안…. 국경절 황금연휴와 중추절(추석)을 앞두고 중국 내에 또다시 초고가 선물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번 연휴를 앞두고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선물은 일명 ‘황금 게’. 난징의 한 게 양식업자가 내놓은 선물세트의 가격은 무려 9만 9990위안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 농민 연평균소득의 21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용봉게’로 이름 붙인 선물세트에는 300g짜리 수게와 200g짜리 암게가 들어 있다. 이 같은 중량의 게는 시중에서 단돈 10위안이면 살 수 있다. 문제는 포장이다. 수게 포장 용기에는 금 200g, 암게 포장 용기에는 금 135g을 사용했다. 여기에 순은으로 만든 작은 게 8마리도 덤으로 끼워넣었다. 선물세트 50개 가운데 벌써 12개가 팔려 나갔다. 사회주의 건국 60주년을 앞둔 ‘애국 선물’도 기승을 부린다. 중국의 국가술로 불리는 마오타이를 만드는 마오타이그룹은 이번에 50년산 마오타이 2만 1916병을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1949년 10월1일부터 2009년 10월1일까지 각각의 날짜가 새겨져 있다. 인터넷상에서 5만 2000위안에 팔리기 시작했지만 일부 특정 날짜가 새겨진 술의 경우 30만위안을 호가한다. 중국내에서 초고가 선물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는 수십만위안짜리 월병(중국인들이 중추절 때 먹는 일종의 과자)이 등장,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월병의 크기, 포장 용기의 규격 등을 정해 이후 과도한 가격의 월병 선물세트 등장을 원천 봉쇄했다. 이번에도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분석기사를 통해 “초고가 선물은 공직자들의 부패를 부추긴다.”며 “선물 가격 감독체계를 한층 강화해 제도적으로 부패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tinger@seoul.co.kr
  • 노르웨이 국민 “감세보다 복지”

    노르웨이 국민 “감세보다 복지”

    경기 침체 속에도 노르웨이 국민들은 세금 경감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 제도를 선택했다. 13~14일 실시된 총선에서 중도좌파 연정이 재집권에 성공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노르웨이에서 특정 정권이 연달아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1993년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개표가 99% 완료된 가운데 집권 노동당, 사회주의 좌파당, 중도당 등으로 구성된 중도좌파 ‘적-녹’ 연정은 169석 가운데 현재 의석보다 1석 적은 86석을 차지,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노동당은 64석을 얻었다. 노동당 당수이자 총리인 옌슨 스톨텐베르그(50)는 의회에서 각당 대표들과 가진 회의에서 “우리가 정권을 계속 잡게 됐다.”며 자축했다. 진보당, 보수당, 기민당, 자유당 등 4개 우파 야당은 1석이 늘어난 83석을 기록했다. 진보당은 기존 38석에서 3석 늘어난 41석을 얻었다. 최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 중도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것과 달리 노르웨이 좌파 정권이 다시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하는 등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것은 스톨텐베르그 정권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만큼 복지 제도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하지만 병원 등 공공 시설이 부족해 응급실에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복지 체계에 빈틈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르웨이의 대처’를 자처해온 진보당의 시브 옌센(40) 당수는 선거 운동 기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세금을 낮추고 석유 수입을 인프라 개선에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석유 수출액으로 조성된 3950억달러(약 481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복지에 사용하기를 기대하면서 중도좌파 연정에 다시 한번 정부를 맡겼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美공화당 확성기 vs 진보언론 대항마

    美공화당 확성기 vs 진보언론 대항마

    “폭스가 수백만명의 이해가 달려 있는 건강보험 개혁 문제를 다루지 않고 오락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면서요? 폭스 시청자들이 대통령 연설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보 개혁 관련 상하 양원 합동 연설에 나섰던 지난 9일,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한 방송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대상은 폭스 TV. 폭스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시간에 ‘당신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오락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결정하자 작심하고 비판했다. 개혁 성향의 백악관과 보수 성향의 폭스의 신경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폭스의 반(反)개혁, 이유는? 미국이 ‘폭스뉴스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폭스는 설립 이후 줄곧 친 공화당-반 민주당 성향으로 도마에 올랐다. 2004년 대선 당시 앵커 네일 카부토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 민주당 의원들이 폭스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폭스의 보수 성향은 오바마 행정부 이후 두드러졌다. 건보개혁 문제를 비롯해 이민법 개정, 금융규제 등의 현안에 대해 비판의 날을 곧추세웠다. 진행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라디오쇼 진행자 글렌 벡은 오바마를 일컬어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로 표현할 정도다. 폭스가 친 공화당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경영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폭스뉴스의 모회사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공화당과 친분이 두텁다. 특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돈독한 사이다. 폭스의 로저 에일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공화당 출신으로 닉슨과 레이건, 아버지 부시 등을 도와 대선 승리를 이끈 미디어 전문가다. 고위급 전·현직 인사가 공화당과 얽혀 있다. ●‘편파적 vs 균형보도’ 거센 논란 이런 폭스가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 계간지 ‘폴리티컬사이언스’가 2006년 이라크 전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폭스 시청자들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잡지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명분이자 전쟁 뒤 거짓으로 밝혀진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존재설’과 ‘사담 후세인-알 카에다의 연계설’에 대해 물었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는가?’라는 질문에 폭스 시청자 3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ABC와 NBC, CNN 시청자는 19~20%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미국은 이라크의 후세인과 알 카에다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나?’라는 항목에는 폭스 시청자 67%가 ‘그렇다.’고 말한 반면 ABC 등 다른 방송의 시청자는 45~50%에 불과했다. ‘보도 공정과 정확함(FAIR)’ 등 미국 미디어 감시 단체들은 폭스뉴스의 이름을 ‘Faux News(짝퉁 뉴스)’ 등으로 빗대 꼬집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 칼럼니스트들도 ‘언론답지 않은 언론’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폭스뉴스 측은 편향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에일리스 CEO는 2004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를 지나치게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는 공화당도 비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폭스뉴스는 부시 전 대통령이 젊을 때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실을 대선 나흘 전 단독 보도했다. 맨해튼 정책연구소의 브라이언 앤더슨 편집인은 “진보주의자들이 폭스에 좌절하는 것은 그들이 독점해 왔던 언론 매체를 폭스가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폭스의 영향으로 진보적 입장의 일부 매체들이 중도 우파적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는 등 다양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9·11 後 8년 9·11 前 무슬림을 쫓다

    젊은 이상주의자는 신의 임무를 가슴에 품고 왕국으로 돌아왔다. 죽음의 위험도 감수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미숙한 무슬림 전사로 떠났지만 돌아올 때는 아랍 아프간의 지도자였다. 자신감이 넘쳐 흘렀지만 본능적인 겸양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사우디인들이 현대 세계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던 때, 빈 라덴은 순수결백의 원형이었다(본문 216쪽). ●알 카에다·CIA요원 등 600여명 증언 사람들이 아는 것은 귀납적 결과인 ‘9·11’뿐이다. 9·11이라는 역사적 사건만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역사인 “9·11 이전에 그들의 세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를 아는 건 역사의 단절 혹은 단편적인 ‘불구의 역사’를 극복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힘이다. 왜냐하면 역사, 그 중에서도 우리 시대에 빚어져 아직도 생생하게 펄떡거리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체에 대한 다양한 조감과 함께 그 역사를 만든 진실하고도 유효한 가치를 함께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학자도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귀납적 결과 하나를 두고 역사를 만든 가치를 복원해 읽어낸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우선은 모든 것이 숨겨지고 가려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고, 어렵사리 그런 장애물을 넘어 실체에 근접한 역사를 복원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일 것인가는 시각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역사의 정체를 논하는 ‘변(辯)’과 ‘논(論)’이 백가쟁명을 이루는 것도 역사의 이런 가변성, 불가측성 때문은 아닐까. 이런 점에 주목해 납치한 민간항공기를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내리꽂아 수천 명의 희생을 부른 9·11사건의 배경을 파헤친 작가 로렌스 라이트의 ‘문명전쟁-알 카에다에서 9·11까지’(하정임 옮김, 다른 펴냄)는 “9·11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제하고, 그 배경을 마치 명제를 논증하듯 기전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퓰리처상을 안을 만큼 집요한 작가의 천착이 곳곳에서 빛난다. 라이트는 5년간 12개국을 뒤지며 만난 알 카에다와 미국 정보부서 요원 등 600여명의 증언을 근거로 알 카에다의 역사와 현재성을 거대한 서사적 로망으로 복원하고 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사전에 포착된 9·11의 징후를 CIA나 FBI가 방기하거나 묵살했다는 지적은 오히려 식상하다.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미국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9·11을 유발했으며, 이는 단순한 테러의 차원을 넘어 문명전쟁 기도라는 점이 주장의 핵심이다. 라이트가 9·11을 문명전쟁으로 보는 견해의 중심에는 1996년 나세르에 의해 처형됨으로써 ‘반체제 인사’에서 ‘이슬람 순교자’로 전위(轉位)된 이집트의 반정부 학자 사이드 쿠트브가 있다. 쿠트브는 1940년대에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미국 사회에 만연한 무절제한 향락과 세속적인 취향을 경험한 뒤 이슬람 성전(聖戰)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세워나간다. 성전이 아니면 거대한 미국의 문화전파력으로부터 이슬람의 순결성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쿠트브의 논리는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으며,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론적 준거가 되었다. 쿠트브가 틀을 잡고 빈 라덴이 실천적으로 재정립한 이슬람 근본주의의 새로운 이념이야말로 사회주의나 아랍민족주의가 껴안지 못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다고 믿었고, 이 때문에 반미의 기치 아래 모인 이슬람 전사들은 스스로를 ‘정의를 위해 죽을 수 있는 혁명가’로 인식했다. ●쿠트브·자와히리 등 이슬람 이론가 탐구 사실, 처음부터 미국이 성전의 목표는 아니었다. 1988년 파키스탄에서 알 카에다가 처음 발족했을 때만 해도 빈 라덴은 반공주의자였다. 이때 그가 겨냥한 곳은 중앙아시아의 소련이었다. 하지만 소련이 아프간에서 패퇴하면서 그의 전사들이 맞설 상대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자와히리는 이집트 정부 전복을 꾀하다 조직이 붕괴돼 활동 근거를 잃자 둘은 미국을 타격하자는 타협안에 전격 합의했다. 9·11의 비극은 이렇게 예비됐다. 이런 알 카에다의 활동, 특히 자살테러의 배경에는 자와히리의 논리가 짙게 배어 있다. 코란이 자살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슬람 예언자의 언행록인 ‘하디스’도 자살을 비난하는 모하메드의 어록을 전하고 있지만 자와히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초기 이슬람의 무슬림들이 우상숭배자들에게 잡혀 개종할 것인가, 죽음을 맞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기꺼이 순교를 택한 사례를 들며 “참된 믿음을 추구하다 목숨을 버린 것은 자살이 아니라 영생을 얻는 일”이라고 설파했다. 라이트는 9·11의 배경을 파헤치면서 지금까지 어떤 논의에서도 곁가지 정도로 인식된 자와히리의 중요성을 심도있게 조감했다. 그는 “빈 라덴과 자와히리의 연계는 9·11의 배경을 읽는 핵심”이라며 “둘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알 카에다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처럼 9·11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를 이해하는 마스터 키로 자와히리를 내세워 결국 묻혀질 것 같았던 전모를 상당 부분 복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역사라는 퍼즐”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2만 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문화축전 제주세계델픽대회 두 원로의 예술혼

    문화축전 제주세계델픽대회 두 원로의 예술혼

    9일 개막한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는 인류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예술 축전이다. 특히 세계적 명성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운영하는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거장의 장인 정신과 예술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번 대회에 초청된 7명의 마에스트로 가운데 한국 민속극의 대가 심우성과 몽골 마두금 연주자 체렌 도르츠는 고유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평생을 바친 70대 원로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1인극 대가 심우성 - 인형과 춤추며 제주 알리고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신선갤러리에 마련된 마에스트로 전시관에는 심우성(75) 한국민속극연구소 소장이 반세기 넘게 수집한 민속극 관련 탈과 인형, 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공주민속극박물관에 있던 소장품 1000여점 가운데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허공에는 심 소장이 만든 넋전(사람 넋의 모양으로 오린 종이)과 종이배 수십 개가 매달려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소품들인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심 소장은 10일 밤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1인극 ‘탐라의 노래’를 선보였다. 제주도의 옛 민요 ‘오돌또기’와 가수 혜은이가 부른 ‘감수광’에 맞춰 종이인형과 춤을 추는 1인극으로, 이번 델픽대회를 위해 준비한 신작이다. 심 소장은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제주를 알릴 만한 작품이 너무 없어 이참에 새로 만들었다.”면서 “이번 대회가 우리가 잊고 있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3년 전부터 아내의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와 살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심 소장은 부친의 지인이었던 유치진 선생을 통해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1959년 서울 남산에서 광복 후 최초로 꼭두각시놀음을 재연했고, 이후 ‘민속극회 남사당’을 만들어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등 1인극에 매진해왔다. 지금도 아시아 1인극협회 대표로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 소장은 “기력이 약해져 평소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만 무대에선 지팡이 없이 춤을 춰도 넘어진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웃었다. ●마두금 대가 체렌 도르츠 - 두줄 악기로 몽골 알리고 체렌 도르츠(70)는 50년간 무대에서 민속극과 전통 소리 공연을 펼친 배우 겸 가수이자 몽골 전통 악기인 마두금(馬頭琴)의 대가이다. 9일 제주도를 찾은 그는 “2현 악기인 마두금은 몽골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자 몽골인이 가장 좋아 하는 동물인 말을 상징한다.”면서 “두 줄뿐이지만 어떤 소리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마두금은 몽골인들에게 전통악기 이상의 성스러운 의미를 지닌다. 공명통은 땅과 사람을 의미하는 초록색으로 칠하고, 현은 말총의 흑백을 얽어 고통과 행복의 혼합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여덟살 때 어머니가 집에서 연주하던 마두금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는 그는 “예전에는 집집마다 마두금이 있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전통문화가 배척되며 마두금에 대한 관심이 단절됐다.”고 안타까워했다. 11일 열리는 ‘해설이 있는 마두금 음악회’에서 그는 마두금 등 다양한 몽골의 전통 악기를 소개한다, 연주와 시, 노래를 접목한 형식의 찬가(讚歌)를 비롯해 손뼉 치기와 구강기법 등 독특한 전통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이 두 번째 제주도 방문이라는 그는 “제주도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 현장에서 ‘제주도’라는 찬가를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몽골 문화 공훈자, 러시아 부랴트 연방공화국 예술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그는 현재 몽골사회과학아카데미 동양 국제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연주를 전수받은 아들과 함께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20개국 50개 도시를 돌며 몽골의 민속예술을 소개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언대] 불꺼진 평양의 현주소/림일 탈북작가

    [발언대] 불꺼진 평양의 현주소/림일 탈북작가

    며칠 전 사무실에서 원고작업 중 지인으로부터 포토메일을 받았다. 친척 방문차 2개월 전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로 내 책의 독자이기도 하다. 첫 번째 사진은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찍은 평양 야경으로, 김책공대 신관건물의 전등이 너무 어두워 불이 켜진 건지, 꺼진 건지 모를 정도였다. 두 번째는 김일성 주석의 기일(7월8일)을 맞아 만수대 언덕에 있는 세계 최대 흉상인 그의 동상 앞에서 묵념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인데 어두운 밤인데도 주변은 대낮처럼 환하다. 별로 놀라지 않았다. 내가 평양에 있을 때인 1996년에도 예사로운 모습이었다. 배움의 꿈을 가진 미래주역들인 대학생들의 교실에 전기가 안 들어오고 고인이 된 지도자의 흉상 같은, 김일성·김정일 관련 특수시설물들에는 환한 조명이 비춰지는 평양의 실정을 개탄하며 서울로 온 나다. 그러나 마지막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양 중심지에 있는 냉면전문점인 옥류관 근처의 창전네거리 주변을 찍었는데 아파트 건물의 외장제가 모두 벗겨진 데다 아스팔트가 깨져 있는 모습들이었다. 내가 평양에 있을 때인 12년 전만 해도 변두리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이었는데 지금은 시내중심까지 어려운 생활이 퍼져들었다는 증거다. 평양! 내가 그곳에서 배웠던 표현은 이러하다. “공화국의 수도 평양은 사회주의 혁명의 심장부이며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공원속의 도시이고 세계에 으뜸가는 국제도시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가 웃다가 꾸러미 터질 소리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주민강연’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뒤집을 수 있으나 현실은 감출 수 없다. 외장제가 벗겨진 평양의 아파트와 깨져버린 아스팔트를 보면 궁핍한 인민들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후면 평양의 창광거리(당 고위간부들이 사는 곳) 아파트 유리창도 비닐이나 헝겊으로 가려지지 않을까 싶다. 한사코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사회주의경제를 고집하는 이상 말이다. 림일 탈북작가
  • 오바마 개혁법안 1호 건강보험 쟁점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대격돌이 눈앞에 다가왔다. 여름 휴가에서 돌아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과 관련해 9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밑그림을 제시하고 초당적 협력을 요구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노동절 휴일인 7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행사장을 찾아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의회를 겨냥, 당파성 대신 국민들을 위해 올해 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이젠 행동 나설 때” 호소 8일 여름 휴회에서 돌아온 의회는 갈 길이 멀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내 건강보험 개혁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원의 주무 상임위인 재무위에서는 초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이 초안을 마련, 소속 의원들에게 회람 중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한두 명을 빼고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고 있고 일부 보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힘겨운 싸움을 예고한다. ●경제 2.8% 성장할 때 보험료 5.1% 폭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강보험 비용은 역대 정부 모두에게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감히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관련 업계의 로비도 막강했다. 보험료가 워낙 비싸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2007년 건강보험 관련 비용은 전년 대비 5.1%나 증가한 반면 경제성장률은 2.8%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관련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16.2%에서 올해는 1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놔둘 경우 2018년에는 20.8%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건강보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과중한 의료비 때문에 개인들의 파산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면서 무보험자가 4600만명에 이르는 것도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보험산업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투명성을 강화, 영업비용 거품을 없애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사들의 전횡을 막는다는 의도도 있다.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은 반대 논리로 ‘큰 정부’와 재정적자 확대, 보험산업의 도산 등을 들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최소 1조달러(약 1230조원)가 들어가는 건강보험 개혁이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하냐는 것이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을 도입할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과 같은 단일보험자 제도로 발전할 경우 사회주의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며 이념적인 공세도 퍼붓고 있다. ●공화당 반대속 최대쟁점 ‘공공보험’ 변수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건강보험 개혁안 중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 도입 여부와 재원확보 방안,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선택권 축소 우려 등이다. 또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건강보험 제공을 의무화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져 결국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대 쟁점은 공공보험 도입 여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공공보험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와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도 공공보험 도입이 빠진 건강보험 개혁은 하나 마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하원 3개 상임위에서 마련한 초안과 상원 건강·교육·노동·연금위원회 초안에는 공공보험 도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공화당과 일부 중도 및 보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영향력만 커지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대신 보험회사들의 파산이 잇따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상원 재무위에서는 대안으로 비영리 조합 형태의 보험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명칭만 다를 뿐 공공보험과 별 차이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원확충 방안도 문제다. 민주당은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재원 발굴에 나섰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와 그동안 비과세 대상이었던 기업들의 건강보험 비용에 대한 과세, 알코올과 설탕이 들어간 제품에 과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를 합리화해 비용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kmkim@seoul.co.kr
  •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소통부재라는 말 안나오게 할 것”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소통부재라는 말 안나오게 할 것”

    ‘주호영의 방’이 최대 5개가 될지 모르겠다. 국회 의원회관, 국회 본청, 한나라당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청와대까지. “논의 중인데, 그렇게까지 되겠느냐.”며 웃는다. 스스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차 한잔 마실 ‘만남의 공간’에 무게를 둔다. 주호영 특임(정무)장관 내정자는 7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만남에는 아쉬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도,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소통 부재’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공작·야합에 대한 비난을 각오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좋게 보면 대화이고, 아니면 공작이고 야합이다. 통치자금 써가며 하던 시절은 갔다. 기껏해야 밥 한 끼밖에 더 되겠나. 하지만, 오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자주 만나고 진심을 갖고 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특보, 수석, 장관으로 나뉜 청와대 정무 분야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논의하고 협동하는 관계”라면서 “특보는 사회통합위원회의 일에, 수석은 정무기획에, 장관은 대화·접촉에 좀 더 무게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명칭이 ‘특임장관’인 만큼 대통령이 지시하는 특별한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개각 발표 당시 대북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회주의 사회는 직책보다는 최고지도자와의 거리를 훨씬 중요시하는 것 같다.”면서 “협상자로서보다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밖에도 특별한 업무는 세종시 추진, 지방행정조직 개편, 각종 선거, 개헌, 저출산 고령화 등 모든 사회 현안을 망라한다. 때문에 ‘월권 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럴 수 있다. 각각 문제를 주도하는 부서가 있으니 조력자의 위치에 있겠다. 다만 정치권이 결정을 늦게 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왜 발탁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오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언론에 자주 떠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욕을 뒤집어쓸’ 가능성에는, “불교 수행 가운데 ‘아상(我相)’을 없애는 것이 있다.”면서 “‘내가 나’라는 의식을 없애다 보면 욕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특임장관이 정무 문제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벌써 일이 꼬여 있고, 갈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특임’도 하나같이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문제를 풀어가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그것이 정착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이 있는 곳에 ‘주호영’이 있게 될 것 같다. 이지운 김지훈기자 jj@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미국인 한 무리가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쿠바로 향하고 있다. 미국에서 치료 받을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이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부자 나라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병든 몸을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에 의탁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9·11테러 당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다 다친 ‘영웅’ 소방관들이었다. 이들은 미국보다 시설이 열악하지만 쿠바 병원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치료를 마쳤다. 그것도 무료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코’(sicko·환자의 속어)의 한 장면이다. ‘화씨 911’ 등으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 민영보험제와 병원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걱정스럽다. 개혁의 좌초라는 측면에서의 염려도 있지만 혹시나 이 문제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인종문제’로 흐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물론 미국은 오바마라는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인종문제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하버드대 교수와 백인 경찰 간의 싸움에 흑인 교수를 두둔했다가 사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을까.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가 뜬금없는 일 같지만 미국의 역사를 보면 무관하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시도한 의료보험 개혁이 실패한 것은 명백히 흑백 인종문제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트루먼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좌절된 것은 당시 미국의학협회가 500만달러(현 2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전방위 로비를 펼친 탓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부 민주당원들이 국민의료보험 도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남부 정치인들은 국민의료보험이 체계화되면 각 지역 병원에 인종차별 폐지를 강요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백인들에 대한 의료혜택 제공보다 백인들의 병원으로 흑인들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우리의 지역감정 문제와 닮은꼴이다. 둘 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졌다. 인종·지역간 차별은 사사건건 국민 갈등과 분열을 초래, 국민통합의 가장 큰 장벽이 됐다. 우리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듯 미국 정치인들이 인종문제를 교묘히 선거 등에서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최근 의료보험 개혁에 인종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의료보험 개혁 추진으로 인한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분노한 백인 남성’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백인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탈했던 50세 이상의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이 오바마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의료보험 개혁을 놓고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계층·세대별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인종문제까지 가세한다면 의료보험은 또다시 별 성과 없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인들이 의료보험 개혁 문제에 인종문제를 개입시켜 정치적 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 일이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개혁 프로젝트가 비본질적인 이슈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최광숙 국제부 차장 bori@seoul.co.kr
  • 북녘의 친구들은 어떤 동화를 읽을까?

    북녘의 친구들은 어떤 동화를 읽을까?

    ‘단단히 혼쌀을 내어 다시는 못된 장난을 하지 못하게 해야지.’ 또는 ‘쬐쬐하게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겠어.’ 나 ‘괜히 말했다가 입이 다사스러운 새끼 토끼가 나를 잔소리꾼으로….’ 등등. 책을 읽다가 ‘혼쌀’이나 ‘쬐쬐하게’, ‘다사스러운’ 이란 단어를 접하면 오자가 났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렇지 않다. 이같은 단어는 북한 어린이 동화책에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혼쌀’은 혼쭐, ‘쬐쬐하게’는 쩨쩨하게라는 의미의 북한말이고, ‘다사스럽다’는 쓸데없는 일에 간섭을 잘하는 데가 있다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북한동화, 정식계약으로 두번째 출판 최근 사계절에서는 남북한 동화를 한데 모은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7권을 시리즈로 펴내, 북한의 현대동화와 북한식 표현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됐다. 크고 작은 아이들이 쭉 늘어선 모습의 북한식 표현은 ‘올레졸레’이고, 남한식은 ‘올망졸망’이다. 차이는 차이로 이해하고 공통점은 동질감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길 희망하며 이런 시리즈 제목을 붙였다고 사계절은 설명했다. 북한 동화가 정식 저작권 계약을 통해 들어온 것은 이번 출판이 두번째다. 2006년 효리원에서 내놓은 ‘광복 60년 기념 남북 동화모음’이 효시다. ●한글·의성어 중심 입말로 ‘감칠맛’ 사계절측은 “2006년에 남북 경제문화 교류협력재단을 통해 홍명희의 ‘임꺽정’ 저작권 계약을 정식으로 하면서 재단을 통해 북한 동화 130편을 소개받았고, 이중 13편을 골라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쪽 작가는 지홍길·김형운·김신복·김재원·최낙서·리원우·박태선·편재순·박찬수·강덕우·배풍 등 11명이 참여했고 남쪽 작가는 강정연, 안미란 등이 참여했다. ●인과응보 주제 우화형식으로 풀어내 북한 동화의 형식적 특징은 전래동화나 동물우화의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주제의식은 ‘거짓말하지 않기’, ‘자연을 아끼기’, ‘부지런하게 살기’, ‘외모로 판단하지 않기’, ‘배금주의에 휘둘리지 않기’ 등 아이들이 알아야 할 보편적인 덕목이다. 교훈적인 이야기라 지루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묶어낸 북한 동화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선하게 살기 등의 전통적인 가치를 아주 기발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전달해 읽는 즐거움이 크다. 이를테면 어린 토끼를 키운 호박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효란 무엇인가 가르친다든지, ‘귓속말’의 부추김에 옳지 못한 행동과 거짓말을 반복하게 되는 순학이를 통해 북한 아이들의 학교생활 등을 지켜볼 수 있다. 남의 잘못을 모른 척하다가 소경이 된 오소리가 눈병을 얻고 치료하는 과정은 어린애 같은 시선이 듬뿍 담겨 있다. 무엇보다 순수한 한글과 의태어 의성어를 중심으로 입말이 많이 살아 있어 한자어투성이의 책을 읽을 때와 다른 감칠맛이 있다. 김성민, 신혜원, 윤정주, 김유대 등 개성있는 그림화가들의 삽화가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각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日선거 보수표 쟁탈전

    │도쿄 박홍기특파원│오는 30일 치러질 일본 중의원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보수표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0석 이상이 ‘예고’된 민주당은 보다 확실한 승리를 굳히기 위해, 벼랑 끝에 몰린 자민당은 최후의 ‘반전 카드’로 최대의 표심인 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원조 자민당’, 자민당은 ‘진정한 보수’를 내세우는 형국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23일 도쿄 다이토구 야나카 지역의 유세에서 1955년 자민당을 창당한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를 화두에 올렸다. “할아버지 하토야마도 작금의 정치를 지켜보면서 ‘정권을 잡아라.’라고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조 자민당’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20일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의 고향인 시마네현을 찾아 “다케시타 전 총리 덕분에 정치인이 됐다.”며 자신이 자민당의 옛 다케시타파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지탱해온 보수층을 파고들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 ‘자민당론’이다. 또 하토야마 대표와 함께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도 자민당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보수층의 공략에서 적잖게 효과를 보고 있다. 역할 분담 차원에서 간 나오토 대표대행과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개혁을 앞세워 부동층의 확보에 적극적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부동층을 집중 공략, 우위에 섰다. 교도통신이 24일 내놓은 부동층의 여론조사 결과 43%가 민주당의 비례대표에, 15.3%가 자민당의 비례대표에 투표할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3배 가까운 차이다. 자민당은 민주당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소 다로 총리는 23일 TV토론에 출연, “바람이 없다.”며 어려운 판세를 솔직히 밝혔다. 그러면서 “전달보다 이번 달, 전 주보다 이번 주, 어제보다 오늘, 점점 판세가 좋아지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특히 아소 총리는 지난 20일 가고시마현의 유세에서 “자민당은 진정한 보수”라며 등돌리는 보수층을 막는 데 힘을 쏟았다. 게다가 보수층의 결집을 겨냥,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민주당을 좌익, 사회주의 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홈페이지에 민주당에 대해 ‘노동조합의 굴레에 있는 좌익세력’이라며 날선 표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또 민주당이 일본교직원노동조합(일교조)의 지원을 받는 사실과 관련, “민주당=일교조에 일본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매달 2만 6000엔(약 33만 8000원)씩 지급하려는 아동수당의 공약 역시 선심성 사회주의정책이라고 꼬집었다. hkpark@seoul.co.kr
  • 日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경제윤리

    ‘빈곤’이란 화두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을 자성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와카미 하지메(1879∼1946년)의 ‘빈곤론’(송태욱 옮김, 꾸리에 펴냄)이 국내에서 번역·출간돼 눈길을 끈다. 가와카미는 근대 일본이 배출한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파란만장한 인생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책 후반부 하야시 나오미치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가 쓴 해제가 이를 안내한다. 도쿄제국대학 강사였던 26세의 가와카미는 ‘요미우리 신문’에 ‘사회주의 평론’을 연재해 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연재 도중 갑자기 붓을 꺾고는 ‘절대적 타애주의’라는 신조를 실천하고자 한 종교단체에 귀의한다. 그러나 곧 그의 번민과 열정에 못미치는 사람들에게 실망해 두 달 만에 뛰쳐나오고 만다. 이후 유럽 유학을 다녀와 교토제국대학 교수가 된 뒤 36세에 ‘빈곤론’을 쓴다. 열성적인 마르크스 연구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의 압력으로 사직하기도 하고 공산당 입당 뒤엔 4년간 투옥생활도 했다. 출옥 뒤에는 집필에만 몰두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1946년 세상을 뜨고 만다. ‘빈곤론’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던 당시 일본 사회에서 가와카미가 길어올린 학문적 통찰의 결산서다. 가와카미는 빈부격차 시정, 경제조직 개조를 주장하면서 빈곤 타개책으로 부자의 사치근절을 주장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도덕과 윤리 회복으로 사치품 소비를 자제해야 빈민에게 필수품이 배분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도덕주의에 호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빈곤에 온몸으로 대결하려던 젊은 학자의 정신과 태도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빈곤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치열한 정신이 일거에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언젠가 명성만으로 찾아 읽었던 가와카미의 책이 지나치게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느꼈던 내가 다시 그의 글을 되돌아보게 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1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광장]8월의 대한민국이 아껴야 할 것들/박재범 논설실장

    [서울광장]8월의 대한민국이 아껴야 할 것들/박재범 논설실장

    러시아 동부의 하바롭스크는 한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하다. 조선이 후기 지식층의 공허한 이념논쟁 끝에 망한 1910년대, 항일독립군들은 국경에서 이곳까지 일제에 의해 쫓겨났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거슬러 수백㎞를 걷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군들은 길에 숱하게 뼈를 묻었다. 100년 전의 참상을 끄집어내는 것은 하바롭스크의 ‘김유천 거리’ 때문이다. 그는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때 적군에 들어가 활동하다 차르의 백군 총에 맞아 죽었다. 소련은 외국인임에도 그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붙여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국 플로리다 포코시티에는 밴플리트 스트리트가 있다. 2차대전 참전용사인 밴플리트는 한국전쟁 때 미 8군사령관으로 전쟁을 총괄 지휘했다. 한국에 4년제 육사를 설치하도록 했고, 한국군 장교의 미국유학 길을 텄다(백선엽 ‘군과 나’). 플로리다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킨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표했다. 물론 러시아와 미국 등에는 마르크스, 엘리자베스 여왕 등 수백년 전 인물의 이름이 붙은 거리가 훨씬 많다. 다만 나라를 세우고 지킨 같은 시대의 사람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도로명 역시 역사적 인물들이 많다. 퇴계로, 율곡로, 충무로, 을지로 등. 그러나 러시아나 미국 등이 김유천이나 밴플리트라는 동시대인을 상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수백년 전 사람만 존경할 뿐이다. 오는 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국파군망(國破君亡) 이후 99년 동안 한민족은 광복을 맞았고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민족의 국가 틀을 만들고 지키는 데 목숨을 바쳤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훈장 등 포상한 독립운동가들이 1만여명이고, 사료에는 명단이 있지만 유가족이 없어 포상 못한 독립운동가가 2만여명에 이른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도 수십만명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체는 존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선 이들을 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전시관에 기념품처럼 모시고 있다. 천안의 봉주로 등 문화예술체육인의 이름이 생활 속에 자리잡은 정도다.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유지한 사람들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승만, 백선엽, 박정희, 그제 타계한 김대중… 그리고 맥아더, 밴플리트. 인간이기에 흠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이가 누구인가. 대학(大學)은 사리분별력이 있는지를 경중, 완급, 선후를 따질 수 있는지로 가른다. 이런 측면에서 맥아더를 살펴보면 공은 대한민국을 김일성과 스탈린, 마오쩌둥으로부터 지킨 것이요, 과는 전쟁통에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일이다. 이제는 경중, 완급, 선후를 제대로 가려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희생으로 지켜진 국가의 틀 안에서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갈등을 빚으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자신들이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쓴 사람들에게 성인도 통과 못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까탈을 잡으려고만 한다. 이제는 변방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도 됐건만. 최근 재조명되는 일제하 작가의 한 명인 백신애는 단편소설 ‘꺼래이’에서 1930년대의 삶을 눈물로 그렸다. “이리에게 잡혀가는 목자 잃은 양떼와도 같이 헤매어 넘어온 국경의 험악한 길을 다시금 쫓겨넘는 가엾은 흰옷의 꺼래이 떼….” 나라를 잃었고 나라를 되찾은 8월을 맞아 러시아·미국에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지킨 사람들을 아껴보자고 제안해본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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