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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 식당’ 포퓰리즘인가? 새 복지모델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에 이어 반값 시리즈 2탄으로 ‘반값 식당’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취임 초 ‘밥 굶는 사람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2500~3000원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반값 식당을 대거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값 식당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색한다. 김진형씨는 박 시장의 페이스북에 “아이디어가 좋다.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이라 여겨진다”면서 “이러한 단편적인 움직임들이 모여 정책적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댓글을 남겼다. 트위터 아이디 ‘@evian27**’는 박 시장의 반값 식당 정책 기사를 인용해 “이런 게 복지”라고 치켜세웠고 페이스북 아이디 ‘Seung Yong Spikey L**’는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분들에게 반값 식당은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경제 논리로 보지 않고 나누고 베푸는 행복의 관점에서 우리의 복지 수준은 더 높아질 거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값 식당이 영세 상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인기 영합 정책이라는 반론도 적잖다. 트위터 아이디 ‘@zd**’는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반값 식당? 그럼 권리금에 보증금, 임대료 내고 장사하는 다른 식당들은 어떡하라고? 밥 굶는 빈민 위하고 재능 기부, 봉사 등 착한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시민 혈세로 시장경제 체제를 흔들어 보겠다는 사회주의의 실험”이라고 비난했다. 박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댓글을 남긴 오세호씨도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서민과 시장 경제의 비효율 또한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단체들 역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12일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반값 식당이 운영되면 서울 지역에서 비싼 월세에 인건비를 들여 영세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우리 주변에 7000~8000원이 부담돼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면서 “독거노인, 결식 아동, 빈민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제공하고 또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값식당은 일석이조의 기업 복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나치, 사회주의 격동의 20세기 초 체코 근대미술에도 푸근한 감성이

    나치, 사회주의 격동의 20세기 초 체코 근대미술에도 푸근한 감성이

    오는 4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전은 20세기 초 근대 초입에 들어선 체코의 예술적 면모를 담은 전시다. 체코의 프라하라 하면 지금이야 낡은 중부유럽 국가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렇게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다. 반동적이긴 했으나 빈과 부다페스트와 함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3대 거점 가운데 하나가 프라하였기 때문에 문화적 저력은 엄청나다. 체코 근대 미술의 기점은 에드바르 뭉크의 1905년 프라하 전시가 꼽힌다. 전통적인 재현 그 자체에 충실했던 체코 미술계가 1905년 대규모 전시가 이뤄진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에 큰 충격을 받고 현대 미술 흐름에 바짝 따라붙기 시작했다. 전시에는 프란티세크 쿠프카(1871~1957) 등 일군의 작가들이 표현주의, 입체파, 야수파, 추상주의 등 당대의 최신 사조를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아무래도 근대 초입 체코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오스트리아 제국은 붕괴했고 독립 공화국을 이뤘으나 나치정권의 제3제국이 체코 점령을 위해 마수를 뻗쳐 오던 무렵 말이다. 요셰프 차페크(1887~1945), 즈데네크 리크르(1900~1940) 등 나치의 정치적 탄압 때문에 수용소에서 사망하거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자살한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강인한 노동자풍의 그림 혹은 운명 앞에 선 가녀린 여성의 느낌이 나는 그림들이다. 초현실주의풍의 작업에 심취했지만 에밀 필라(1882~1953)는 나치즘의 진격이 본격화되자 어두운 밤 짐승들이 물고 뜯고 싸우는 강렬한 그림 ‘적도의 밤’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푸근한 감성이 좋다. 중부유럽국가, 아니 옛 공산권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흔한 평 가운데 하나는 절대 공산주의가 될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종교, 관습, 문화 등 여러 요소를 봐도 강철처럼 기계적인 공산주의 이념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스탈린의 제국주의 패권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는 그림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라스타 보스트르제발로바피셰로바의 작품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이 작가의 성향은 명백한 사회주의였다고 하는데, 그림은 너무나 푸근하다. 프라하 인근 언덕 뒤에 위치한 큰 공원인 레트나를 그린 1926년작 ‘1922년의 레트나’에서 보듯 부드럽고 유머스럽고 따뜻하다. 1만 2000원. (02)6273-4242.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무솔리니의 손녀들까지 할아버지를 비호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또다시 강조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AP·UPI통신에 따르면 무솔리니의 손녀 에다 네그리 무솔리니(왼쪽)는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말라리아가 창궐한 로마 인근 지역을 수습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무솔리니가 반유대인법을 제정해 유대인들을 폭압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무솔리니의 또 다른 손녀이자 자유국민당(PDL) 의원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오른쪽)는 지난 29일 방송에 출연해 녹화를 하는 도중 다른 출연자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안드리아 스칸지는 “(파시즘을 비판한) 언론인 피에로 고베티, 사회주의자 자코모 마테오티를 비롯해 그녀의 조부에 의해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확실히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해 무솔리니 의원의 화를 불렀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에 “무솔리니가 제정한 반유대인법은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했다”고 편을 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책꽂이]

    중국근현대사 1~4(요시자와 세이이치로 등 지음, 정지호 등 옮김, 삼천리 펴냄) 청나라 말기인 19세기부터 1971년까지를 ‘청조와 근대 세계’ ‘근대 국가의 모색’ ‘혁명과 내셔널리즘’ ‘사회주의를 향한 도전’ 등 4권으로 정리했다. 일본 이와나미서점이 기획해 소장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은 모두 6권으로 기획됐고 이번에 4권이 먼저 나왔다. 청나라에서 붉은 중국을 거쳐 자본주의 국가로 전향한 현재의 중국까지 연속적으로 파악하는 관점 아래 쓰인 통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체적 흐름을 하나로 총괄하면서 민족국가 건설, 즉 ‘네이션 빌딩’ 과정으로 파악하는 대목이다. 이 개념이 한국에선 독재를 미화하는 우익 역사 진영에서 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묘하게도 좌파의 비판적 시각으로 연결된다. 역시 중요한 건 번드르르한 개념이 아니라 상식적인 균형 감각이다. 각 권 1만 5000원. 시사에 훤해지는 역사(남경태 지음, 메디치 펴냄) 역사가 흥미로운 까닭은 현재를 보다 더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혹은 그들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역사에서 연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중앙 집권의 역사, 그리고 이 때문에 시민의식이나 혁명의 개념이 들어서기 어려웠다는 역설 등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춰 볼 수 있는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 준다. 저자의 문투는 요즘 유행어로 치자면 완전 돌직구다. 우리 역사라 해서 두둥실 띄우고 꽃 장식 둘러 주고 하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1만 4000원. 아웅산 수치 평전(피터 폽햄 지음, 심승우 옮김, 왕의서재 펴냄) 너무도 유명한, 그리고 곧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다룬 책이다. 영국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독재에 신음하는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스스로 형극의 길을 걸어간 한 여인의 삶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영국 기자인 저자가 생생하게 기록한 글이다. 2만 5000원. 크랙 캐피털리즘(존 홀러웨이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펴냄) 권력을 장악하는 것보다는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을 키우고 늘림으로써 급진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본에 종속된 노동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행위를 구분한 뒤 노동 대신 행위에 기대를 걸면서 이를 어떻게 널리 퍼뜨릴 것인가에 대해 논한다. 부록에는 마이클 하트와 벌인 서신 논쟁을 붙여 뒀다.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기업 자율이냐 당 통제냐 도전 받는 중국 언론 검열

    기업 자율이냐 당 통제냐 도전 받는 중국 언론 검열

    언론 검열이 초래한 중국 개혁 성향 주간지인 남방주말(南方周末)의 파업 문제를 계기로 중국의 언론 환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당이 언론에 자급자족식 경영(시장화)을 독려하면서도 전통적인 당의 언론 통제를 고집하면서 빚어진 권·언 충돌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언론이 점차 시장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 같은 마찰은 반복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화 매체에는 이미 서방식의 ‘독립언론’ 사고가 깊이 침투해 있고 시장화 성향도 강해지는 반면 당에서는 언론을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이 확고해 앞으로도 양자 간 충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모든 언론을 사회주의 사업을 위한 선전도구로 당이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총서기 취임 직후 “중국 언론은 당의 나팔수(喉舌·목구멍과 혀)다”(1989년 11월 전국언론연구회의)라고 언론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듯 중국에서 언론 통제는 확고부동하다. 언론사마다 당에 소속된 특정 기관으로부터 관리되고 있으며, 당 위원회에서 파견된 검열관들로부터 사전·사후 검열을 받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언론의 경영에 있어서는 시장화 경영을 선호한다. 모든 언론을 정부3가 먹여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언론사 체질 개선을 목표로 사업 단위를 독립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기개제(轉企改制) 개혁을 단행하고, 정부의 보조를 받는 당보(黨報) 등 기관지 이외의 다른 매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급자족식 경영을 강제하고 있다. 전기개제 개혁 이후 2009년 한 해만 188개 신문사가 정리됐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남방주말의 경우 광둥(廣東)성 기관지인 남방일보를 모회사로 하는 남방일보신문사그룹의 자회사다. 인터넷이 언론의 역할 변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지원을 받는 남방일보와 달리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 돈을 벌고 그 수익의 일부를 모회사에 반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신문 제작까지 간섭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방주말을 비판하는 사설 게재를 거부해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베이징 지역의 신경보(新京報)를 비롯한 시장화 신문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허난(河南)방송을 모회사로 둔 동방금보(東方今報)는 지난 10일자 1면에서 남방주말 신문 사진을 게재한 뒤 “우리는 남방주말과 함께 언론의 책임을 수호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간접적으로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 통제도 강화되고 있어 매체의 시장화 성향이 언론자유를 앞당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초 기관지인 남방일보와 광명일보가 공동 출자했던 신경보의 경우 2011년 관리 주체가 돌연 베이징시로 변경됐다. 베이징 지역 발행 신문을 남쪽 당보가 관리하다 보니 느슨해진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시진핑, 이번엔 ‘좌파 다독이기’

    중국 시진핑(習近平 ) 공산당 총서기가 “개혁·개방 이전 (마오쩌둥 시기)의 역사를 부정해선 안 된다”며 ‘좌파 다독이기’에 나섰다. 그만큼 현재 중국 내 좌우파 간 노선 투쟁이 심각하다는 방증이자 이 같은 갈등이 집권 초기 정책 추진에 최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의 표출로 읽힌다.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총서기는 전날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열린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학습반 개학식에서 “(좌우)노선 문제가 공산당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시 총서기는 우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사회를 이룩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덩샤오핑(鄧小平) 이래의 개혁·개방 노선 견지를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개혁·개방 이후의 역사로 그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반대로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로 개혁·개방 시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우파를 중심으로 하되 좌파도 끌어안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시 총서기가 좌파 다독이기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나아가 집권 초기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현 상황은 부정부패 만연,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좌우파 간 노선 갈등이 극대화됐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발 직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집권30년은 불안정한 시기였다’며 마오를 부정한 반면 시 총서기는 개혁·개방 전 30년과 개혁·개방 후 30년을 모두 긍정했다”며 “이는 좌파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좌우파 모두 품고 가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언론관/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언론관/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검열제는 우민정책이다. 언론은 집권자와 현행 법질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감독자가 돼야 한다. 자유 언론은 사회를 발전시키지만 언론 통제는 집권자를 찬양하는 도구로만 사용될 뿐 어떠한 비판도 봉쇄해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중국 내 우파 지식인들의 정치개혁 성명서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중국 언론 이론 교과서 ‘마르크스주의 언론관 사상체계’에 나오는 마르크스 언론관의 핵심 내용이다. 중국 언론은 마르크스가 봉건 및 자본주의 사회의 부르주아 세력에 대항해 노동자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검열제를 비판하고, 언론 자유를 주장한 점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사회주의 언론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일찍이 “마르크스 언론관의 핵심은 민중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하도록 언론이 ‘지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언론의 선전·선동 기능에 주목해 언론을 당의 선전 도구로 종속시켰다. ‘정부 노선의 선전·선동에 기여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일 수 없다’는 명제는 지금도 중국 공산당 언론의 근간이 되고 있다.  개혁·개방을 주창한 덩샤오핑(鄧小平)도 마오의 언론관을 계승하며 강한 언론 통제를 실시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덩은 언론이 ‘전국 단결을 이끄는 사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국가주석 자리를 내준 마오가 언론을 이용해 보수파를 부추겨 이념 투쟁을 벌였던 전례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3세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에 따른 국가위기 수습을 배경으로 집권했던 만큼 언론을 강하게 옥죘다. “(언론이) 어떤 것을 투명하게 전하고, 전하지 말아야 할지는 당의 이익과 사회안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중국신문연감 1990년)는 발언에는 그의 보수적인 언론관이 드러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는 국가주석에 오른 2003년 당시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에서 “당이 언론과 이데올로기를 관리하는 전통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며 이전 지도자들의 언론관을 이어 갈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집권 초 양극화 문제로 사회 불만이 팽배했던 분위기를 겨냥해 공직자 감독 강화와 부패척결을 내세웠지만 불만 여론을 견제한다는 목적으로 언론 통제를 심화했고, 그 결과 부패와 사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집권 환경은 후 주석 때보다 열악해 언론을 더욱 속박할 가능성이 높다. 30여년간의 개혁·개방으로 빈부 격차가 커져 보수파의 공격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중산층의 성장으로 정치민주화 욕구도 달아오르면서 새 정권에 위기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중국에선 인터넷 실명제 실시로 언론 통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으며, 전날 개혁파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민주 헌정’과 ‘권력 분산’을 새해 소망으로 적시했던 한 개혁지의 신년 특집호는 당의 검열에 걸려 내용이 대폭 수정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벌써부터 중국 언론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검열제로 만든 인위적인 안정 속에는 사회 동란의 불씨가 담겨 있다”는 마르크스주의 언론관을 애써 외면하는 중국 공산당의 미래가 궁금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국제질서 속 좌절된 자력독립 ‘혁명의 러시아’를 희망 삼다

    국제질서 속 좌절된 자력독립 ‘혁명의 러시아’를 희망 삼다

    ‘일요일 도착 예정. 만남에 필요한 조치 요망. 박철환.’ 죽산 조봉암(1899∼1959)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925년 6월 17일 모스크바로 보낸 전보다. 식민지 조선의 출판인이자 지식인이었던 27살의 조봉암은 왜 박철환(朴鐵丸)이라는 가명을 썼으며, 모스크바로 갔던 것일까. 성균관대 임경석 사학과 교수가 최근 쓴 ‘모스크바 밀사’(푸른역사 펴냄)는 조봉암을 주인공으로 ‘1925~1926년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가입 경위와 여정을 담은 실화’다. 누구도 연구하지 않았던 영역에 도전한 성과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한 자료까지 꼼꼼히 챙겼다. 일본 경찰의 추적과 이를 피하려는 조선 독립운동가들의 피 말리는 활동은 탐정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조봉암은 1925년 5월 말쯤 조선공산당의 전권대표 조동호의 보좌역이자 고려공산청년회의 대표 자격으로 모스크바로 파견됐다. 박철환이란 가명은 ‘쇠로 만든 총알과 대포알’이란 뜻으로 조선의 혁명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깨뜨리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조봉암의 결심이 내포된 것이다. 조봉암의 모스크바 파견은 전보를 치기 2개월 전인 4월 17일의 조선공산당 창당과 관련 있다. 이날 서울 시내 황금정 1정목에 위치한 중국요리점 아서원에서는 인텔리풍의 청장년 19명이 모여 ‘제1차 당대표회 비밀결사’를 했다. 19명은 조선의 마르크스 혁명가 130명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19명 중 11명은 3·1만세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최소 9개월에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살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형기를 모두 합치면 20년가량 됐다. 임 교수가 “3·1만세운동은 조선사회주의 운동의 모태다. 이 운동이 없었으면 조선사회주의 운동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루 뒤인 4월 18일 밤 12시에는 박헌영(1900~1955)의 살림집이 있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고려공산청년회 창립대표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조선공산당의 지도에 복종하며 국제공청에 가입할 것”을 결정했다. 1925년 4월 창당한 조선공산당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중심이 간도와 연해주, 만주, 러시아 등으로 망명했거나 이민해 활동하고 있던 해외 독립운동가에서 조선 내부로 들어왔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명망가 중심의 운동에서 대중운동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임 교수는 판단했다. 조봉암처럼 1920년대 조선의 20~30대 젊은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이론에 급속히 빨려 들어간다. 왜 그랬을까. 임 교수는 “3·1만세운동은 고종이 승하한 1919년 1월이 계기였지만, 시선을 넓히면 1919년 세계 1차대전이 끝난 뒤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조선의 독립을 서구 열강에 촉구하는 시위였다. 그런데 전후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국제회의, 즉 파리강화회의(1919년 1월 18일)나 워싱턴회의(1921년 11월)를 거치면서 국제정치질서 안에서 조선의 독립은 완전히 좌절된다. 러일전쟁까지 이긴 일본과 싸워 조선이 자력으로 독립을 취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희망을 준 세력이 있으니 1917년 혁명으로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소련)였다”고 했다. 파리강화회의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로 김규식(1881~1950)이, 워싱턴회의에는 이승만(875~1965)이 참가했지만, 외교적 성과는 없었다.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918년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발표했지만 1차대전 승전국에는 영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조선 강제 점령 문제는 묵인됐다. 이때 신성처럼 나타난 소련이 식민지로 신음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민족해방운동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니, 절망을 뚫는 희망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임 교수는 ‘모스크바 밀사’가 기존 역사학계의 통설을 정정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통설은 코민테른은 조선 문제의 의사결정에서 조선 대표자를 배제한 채 권위주의적으로 결정했고, 조선공산당이 코민테른에 종속적이었다는 주장들이다. 1925~26년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코민테른은 조선공산당의 가입에 조건부 승인을 하는 ‘9월 결정서’를 내놓았다. 당 강령, 규약, 결정과 관련한 서류를 제시할 때까지 가입은 유보했지만, 조선공산당의 지위는 인정했고, 유학생 파견 등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노선으로 해방된 조선의 미래로 소비에트공화국을 제시하자 조봉암이 조선의 실정을 무시한 급진적이고 좌경적인 목표라고 지적하며 민주공화국 설립 안을 내놓았다. 또 1925년 조선공산당이 진행한 ‘반종교·반기독교운동’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는 1926년부터 실현됐다. ‘모스크바 밀사’는 역사 전문 출판사 푸른역사가 올바른 역사의 해석과 대중화를 위해 한국역사연구회(1988년 설립)와 함께 기획한 문고판형 한국사 시리즈 100권의 첫 간행물로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 책장’이란 시리즈의 1권은 ‘고려의 부곡인, 경제인으로 살다’(박종기 글), 2권은 ‘고구려 고분 벽화 연구 여행’(전호태 글)이다.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는 “고민하지 않는 사회, 사유하지 않는 사회와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 입시에 시달리는 중고등학생과 스펙 쌓기에 열 올리는 대학생, 연봉과 승진에 목을 매는 직장인들에게 역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박근혜 정부 겨냥 대화회복 촉구 메시지

    박근혜 정부 겨냥 대화회복 촉구 메시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는 대체로 경제 강국 건설을 강조하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한 박근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기대하고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의 이례적인 육성 신년사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방식을 모방해 그와 유사한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권력 공고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북한의 신년사가 전체적으로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재표명한 가운데 경제 강국 건설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주체, 당 중심의 단결, 사회주의 고수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해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구성을 앞두고 대화 회복 메시지와 경제 개선 가능성 차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주목했다. 북한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표한 공동 사설에서도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신년사의 주제는 대외적으로 관망과 공세적 대응, 대내적으로는 개선과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남과 북의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고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 이행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박 당선인 측에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면서 “현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 전환이 없으면 핵억지력을 강화하면서 한·미 양국에 단호하게 나가겠다는 공세적 의지”라고 분석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6·15와 10·4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한다면 박 당선인의 새 정부와는 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박 당선인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이 보이지 않는 등 톤 자체가 강경하지 않아 한·미 양국에 대화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 공동 사설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했으나 올해에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과 전쟁 책동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정도로 그쳤고 대외 관계에서도 우호적인 나라들과 친선 협조 관계를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경제 부문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특히 경제 관리 방법의 끊임없는 개선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지난해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그는 주요 경제 과제로 농업과 경공업을 강조하고 석탄과 금속의 혁신을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제 지도, 관리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나 방식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지금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동 사설과 비교할 때 올 신년사에서 ‘인민 생활’에 대한 언급이 늘고 ‘선군’에 대한 언급이 줄어든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14회 언급했던 ‘선군’이 올해는 6회에 그쳤고 ‘인민 생활’은 3회에서 6회로 늘어 선군정치의 퇴조와 경제 개선 의지를 보여 주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책꽂이]

    ●대통령의 설득법(이성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김대중, 노무현, 버락 오바마, 빌리 브란트, 김용, 윌리엄 처칠, 조지 부시, 후진타오, 로널드 레이건 등 국내외 지도자들의 정치적 언설을 분석해 지도자가 어떻게 말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뤘다. 1만 4000원. ●쇼에게 세상을 묻다(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일기·김지연 옮김, 톈데데로 펴냄) 시니컬하고 기괴한 극작가로만 알려진 조지 버나드 쇼가 아니라 급진 혁명보다 점진적 사회주의를 주장한 페이비언으로서 조지 버나드 쇼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책. 풍자적인 문체는 여전하지만 집필 당시 88살이라는 사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당제도의 기원 같은 정치 문제, 금융과 토지 문제 등을 깊은 통찰력으로 들려준다. 2만 5000원. ●테이야르 드 샤르댕의 종교사상(앙리 드 뤼박 지음, 이문희 옮김, 펴냄) 프랑스 신학자가 1962년 펴낸 책을 주교회의의장을 지낸 옮긴이가 번역했다. 샤르댕은 천주교 사제이면서도 북경원인 발굴에 참여하는 등 과학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었던 인물. 때문에 천주교 쪽에서는 그의 입장은 이단시당하고 그의 책은 출간이 금지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샤르댕의 생각이 천주교 정통 교리에 어긋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풍요롭게 해준다고 주장하면서 샤르댕의 저작을 폭 넓게 연구해 놓은 결과를 묶어 책으로 냈다. 1만 4000원. ●뮤지컬 블라블라블라(박돈규 지음, 숲 펴냄) 일간지에서 8년 동안 뮤지컬 담당 기자를 지낸 저자가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 의미있는 흔적을 남긴 작품을 골라 담았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 익숙한 작품부터 ‘영웅’, ‘빨래’ 등 수준높은 창작 뮤지컬까지 두루 살핀다. 작곡가·배우 인터뷰, 공연 뒷얘기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많다. 1만 5000원.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로버트 냅 지음, 김민수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제목 그대로 성공한 정치가, 군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로마사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로마사다. 평민 남자·여자, 빈민, 노예, 해방노예, 군인, 매춘부 등 신분에 따라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 비문 등 다양한 참고 자료를 활용했다. 2만 9000원.
  • ‘로켓 성공’ 北 “경공업도 현대화” 큰소리

    ‘로켓 성공’ 北 “경공업도 현대화” 큰소리

    북한 당국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에 고무돼 관련 기술진에 영웅 칭호를 수여하는 등 축제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경공업 부문에서도 기술 현대화를 통해 인민 소비품을 양산하겠다고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2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금은 장군님(김정일) 1주기 기념행사보다 발사 성공에 대한 강연과 행사가 더 많이 열리고 있다.”면서 “선전 간부인 강연자는 우리식 사회주의 기술 발전에 따른 발사 성공으로 세계적 과학 강국이 됐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강연자는 “이제 모든 물건을 주체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할 때가 됐다.”면서 “인민소비품과 여성 화장품 등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에서는 또한 “김정은 원수님이 전력, 에너지 산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인민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에서는 한때 인삼 추출물질을 함유한 살결물(스킨) 등의 화장품을 신의주 공장에서 생산해 주민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본이나 중국제품이 수입되면서 그 인기가 꺾였고 대도시와 부유층 중심으로 수입화장품 애용 현상이 두드러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남한제 화장품을 간부나 부유층에서 더욱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공언과는 반대로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평이다. 이 소식통은 “원료를 수입해 가공을 해도 외국 화장품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자체 기술로 뛰어난 물건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면서 “먹는 문제나 우선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 얼굴기형 어린이 17년째 무료 수술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 얼굴기형 어린이 17년째 무료 수술

    SK그룹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기업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사회공헌은 행복한 참여, 행복한 상생, 행복한 변화 등 3대 원칙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눈에 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통해 1996년부터 베트남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베트남 어린이에게 웃음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7년째 얼굴 기형을 가진 어린이들을 무료로 수술해 주고 있다. 주요 대학의 도서관을 재단장해 주거나 도서·기자재 등을 지원함으로써 교육격차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SK텔레콤의 앞선 기술력을 이용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 2007년 12월 세워진 베트남 SK텔레콤 IT센터는 이 지역의 자랑거리다. 베트남 정부는 SK텔레콤의 사회공헌 활동을 높이 평가해 2008년 김신배(현 SK그룹 부회장) 전 SK텔레콤 사장에게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국가우호훈장’을 수여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도 베트남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에너지는 2010년 베트남 중부 빈손 지역의 빈하이 초등학교에 어린이 도서관을 선물했다. 이 초등학교는 SK에너지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베트남 최초의 정유·화학 공장인 BSR사 인근에 있다. BSR사에 파견된 SK에너지 임직원은 이 지역 주민과 연결해 자원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지구촌 이웃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SK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사회주의·냉소 뺀 중국의 현대미술

    사회주의·냉소 뺀 중국의 현대미술

    중국 미술 하면 여전히 중국의 첨예한 정치적 현실을 다룬 작품들을 많이 떠올린다. 여기엔 비판도 따라다닌다. 중국 자체적인 취향이라기보다 서구의 관심과 취향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중국적인 현대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년 2월 24일까지 충남 천안 신부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회전무대-중국 현대 비디오 아트’전은 중국 현대 미술이 어디까지 와 있나 점검해 보는 자리다. 중국의 1세대 미디어 작가로 꼽히는 왕공신, 왕지엔웨이와 2~3세대 작가로 불리는 장펑이, 순쉰, 우쥔용 등 작가 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도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간 중국 현대미술로 널리 알려져 왔던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팝 같은 흐름도 거부한다. 이런 특성은 전시작에서 잘 드러난다. 순쉰은 ‘혁명에서 아직 정의되지 않은 행동들’(위)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혁명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검은 목판화 기법을 지금 현재의 최첨단 미디어 매체로 재현해 뒀다. 그런데 그 내용은 소시민으로서 소소하게 살아나가는 중국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지금 중국인에게 혁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1978년생으로 가장 어린 작가 우쥔용은 ‘천개의 달’(아래)을 내놨다. 천개의 강에 천개의 달이 비친다는 얘기에서 따온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욕망은 늘어났으나 그 욕망을 채울 방법은 막연한 현대 중국인의 심리를 짚어 냈다. (041)551-51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차베스, 누워서 지방선거 이겼다

    암수술로 인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당이 압승을 거뒀다. AP통신에 따르면 디비사이 루세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23개 주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이 20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야권은 미란다주 외에 라라주, 아마소나스주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차베스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는 재임 14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당과 지지자들 간 결속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미란다주에서는 지난 10월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던 야권 통합 후보 민주통합원탁회의(MUD)의 엔리케 카프릴레스(40) 현 미란다 주지사가 차베스 대통령의 최측근인 엘리아스 하우아 전 부통령을 상대로 재선에 성공했다.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가진 회견에서 “미란다주로서는 행복하지만 베네수엘라로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집권당이 유권자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고 차베스 대통령의 암 투병을 언급하며 동정심에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야권 역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회견을 열어 집권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독려하는 등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1일 쿠바에서 암 재수술을 받은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고, 사실상 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낙마설’ 中 링지화 건재 과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비리 스캔들’ 의혹에 휘말린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했다. 해외 중화권 매체들이 연일 링 부장 낙마 임박설을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반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그의 동정을 전하며 ‘이상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11일 반관영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링 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화전국공상연합회(이하 공상연합회) 제11기 집행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했다. 링 부장은 회의에서 “새 지도자와 회원들이 중국특색 사회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강조했다. 공·상업 분야 기업인들과 당·정 간 교량 역할을 하는 공상연합회는 통일전선공작부의 중점 관리대상 기구이다. 앞서 지난 7일 링 부장의 부인인 구리핑(谷麗萍)도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자선단체인 중국청년창업국제계획 홈페이지에 동정 사진을 게재해 신변에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당국이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리핑을 구금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중화권 매체들의 보도 직후 나온 조치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보쉰(博訊)과 명경망(明鏡網)은 이날도 링 부장이 당국의 통제 아래 있으며, 그의 가족들이 부패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링 부장과 관련된 추문이 해외 매체들을 통해 집중 보도되고 있는 것이 후 주석에 대한 반대파의 힘 빼기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2012년 美 올해의 단어 socialism, capitalism

    2012년 미국을 대표하는 영어 단어로 ‘사회주의’(socialism)와 ‘자본주의’(capitalism)가 뽑혔다. 미국 사전 출판사 미리엄웹스터는 5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의 온라인 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이 두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공동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주의’는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며 세간의 관심으로 떠오른 건강보험 개혁안을 두고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후보가 TV토론에서 논쟁을 벌인 직후 가장 많이 검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올해의 10대 단어로는 ▲편견이 심한 사람(bigot) ▲결혼(marriage) ▲민주주의(democracy) ▲전문성(professionalism) ▲세계화(globalization) ▲허튼소리(malarkey) ▲남의 불행에 대해 갖는 쾌감(schadenfreude) ▲모방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문화 요소(meme) ▲내가 졌군(touche·논쟁·토론에서 상대방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표현)이 선정됐다. 미리엄웹스터는 2003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고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시진핑 “이념논쟁 나라 망쳐… 성장 위해 행동해야”

    “공허한 담론은 나라를 망친다. 실질적인 행동으로 국가를 부흥시키자.”(공담오국, 실간흥방·空談誤國, 實幹興邦) 중국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지난 29일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을 찾아 이 같은 화두를 제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공담오국, 실간흥방‘은 좌·우파 간 이념 논쟁으로 개혁, 개방이 위기에 봉착했던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제시한 해답으로 “더 이상 쓸데없는 (이념) 논쟁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시 총서기가 첫 방문지에서 이처럼 ‘덩샤오핑 정신’을 꺼내 든 것은 권력 교체 과정에서 격돌했던 좌·우파 간 이념 논쟁을 일단 접어두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개혁, 개방을 견지하면서 경제 성장에 매진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파 일색인 새 지도부에 대한 개혁파의 우려를 의식한 언급으로도 보인다. 이날 시 총서기는 ‘부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비롯한 전체 상무위원단과 함께 국가박물관에서 ‘부흥의 길’ 전시를 관람한 뒤 “개혁, 개방 이래 우리는 마침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길을 찾아냈고 그 길로 가기 위한 방법은 바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화민족은 위대한 부흥의 밝은 미래를 앞두고 있다.”면서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춰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사회 건설을 완성하고 2049년 건국 100주년에는 현대화를 마무리한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부흥의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002년 총서기 선임 뒤 공산당 혁명 성지인 허베이(河北)성 시바이포(西柏坡)를 첫 방문지로 삼아 자신에 대한 보수파 원로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시론]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의 명암/전찬일 영화평론가

    [시론]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의 명암/전찬일 영화평론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일을 기해 올해 한국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 2002년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 관객 1억명을 돌파한 지 10년 만에 한국영화만으로 1억명 고지를 정복한 것이다. 한국영화 역사의 기념비적 쾌거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 쾌거는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1300만명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운 ‘도둑들’(최동훈 감독)을 필두로 1200만여명의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 600만명을 넘은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에 이르기까지 고작 3편으로 3100만여장의 티켓을 팔아치우지 않았는가. 평균치로 치면 인구 대비 연 한 편 나오기도 무리라는 ‘1000만 영화’가, 4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내에 거푸 세 편이나 나온 셈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일찍이 ‘빅뱅’ 등의 과장 섞인 어휘까지 동원해 가며 작금의 한국영화 리-르네상스를 짚은 건 그래서였다. 한국영화 관객 1억명은 자연스럽게 총 관객 수 증가로 이어진다. 2011년의 1억 6000만명은 말할 것 없고 1억 7000만명을 넘어 1억 8000만명을 향하고 있다. 물론 역대 최다다. 1억 8000만명 돌파도 확실시되는데, 그 수치를 2011년 통계에 적용하면 인도, 미국·캐나다, 중국, 프랑스, 멕시코에 이어 세계 6위다. 참고로 말하면 지난해 우리 영화의 영화관 총 매출 규모는 세계 10위였고, 제작 편수로는 7위였다. 영진위에서는 역사적 대기록의 동인들로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의 합리화와 ‘피에타’(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따른 한국영화에 대한 이슈 몰이, 관객을 연중 내내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동력이 된 촘촘하게 짜인 한국영화 라인업, 다양한 장르 영화의 지속적 제작 등을 제시했다. 그 의미로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영화산업의 저력이 빛을 발한 시기가 바로 2012년이며… 2000년대 후반의 영화 제작·투자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에 위기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힘” 등을 짚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적절한 진단이다. 그러나 마냥 축배를 들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축의 이면에 짙은 그늘이 숱하게 도사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 약점인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영화계에서는 한층 더 치명적으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성공을 함께 일궈낸 대다수 스태프는 여전히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땅의 대표적 멀티플렉스를 거느리고 있거나 협력하고 있는 소수 거대 투자배급사들에 의한 수직통합과, 그로 말미암은 독과점 문제는 아직 시장 규모가 작다거나 시기상조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제아무리 산업·시장 논리가 중요하다지만, 60편에 달하는 다양한 국산 영화들의 총 상영 횟수가 5만여회에 불과해, 19만여회에 이르는 특정 히트작의 4분의1 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이 간과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미국, 프랑스 등 일부 서구 선진국처럼 자율적 조율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처럼 정부가 나서 영화 산업·문화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그래도 일정 정도 제약을 가하면서 더 공정한 거래를 실현하고자 애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중요 의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건 정의 이전에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영화 1억명 돌파 등이 수치 놀이에 불과하다고 일축할 수만은 없다. 내포는 외연의 확장과 더불어 심화되기 마련인 법.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는 통합적·소통적·상생적 관점과 접근이 요청된다.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지향할 순 없다. 목하 한국영화들을 향해 보내는 관객의 관심, 사랑, 신뢰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 “중국은 세계 최대 금융 블루오션”

    “중국은 세계 최대 금융 블루오션”

    “세계 최대의 ‘금융 블루오션’ 중국을 공략하라.” KB금융 그룹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성장성이 높은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베이징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동시에 설립한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지 3년이 지나야 지점 인가를 내줄 정도로 까다로운 중국 정부가 외국 금융사에 법인과 지점 설립을 동시에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KB금융은 21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서 중국 현지법인인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와 국민은행 베이징지점 동시 개점 축하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는 어윤대 KB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 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천젠궈 중국전문경영자협회 부회장,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어 회장은 “현지법인과 베이징지점 동시 출범은 한·중 금융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미래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필수”라면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국내 시장에서 쌓은) 소매영업 노하우 등을 활용해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KB금융은 이로써 4개 현지법인(중국·런던·홍콩·캄보디아), 9개 지점(베이징·광저우·하얼빈·쑤저우·뉴욕·도쿄·오사카·오클랜드·호찌민), 2개 사무소(하노이·뭄바이) 등 모두 1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중국 법인인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는 중국 내 4개 지점을 토대로 동부 연안에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과 중국인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현지법인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관리·영업담당 임원을 중국인 금융전문가로 뽑은 것도 이 같은 전략에서다. 어 회장은 “중국은 우리나라와 거래 규모가 많을뿐더러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나라”라면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현지화된 KB중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그룹 내 중국 전문인력 양성 ▲현지 인력을 차별하지 않는 인사·성과 시스템 도입 ▲그룹 핵심역량 이전 ▲현지법인 경영관리 시스템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지법인 설립을 기념해 두 나라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한·중 금융경제원탁회의’도 이날 열렸다. 회의에는 김용덕 전 금융위원장,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등 국내 금융전문가들과 지바오청 중국 런민대 전 총장, 자캉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장 등 중국 금융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국인 최초 런민대 명예 경영학 박사이기도 한 어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연간 교역 규모가 2200억 달러를 넘지만 금융 부문 교류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 리더들 간 교류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 확대와 의견 교환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진출 국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해외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정부 정책이 사업에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中 부호, 잇단 외국국적 취득 왜?

    中 부호, 잇단 외국국적 취득 왜?

    15억 위안(약 26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중국의 유명 여성기업인 장란(張蘭·55) 차오장난(俏江南)그룹 회장이 지난 9월 슬그머니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중국 내에서 부호들의 이민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은 2000년 베이징 상업중심가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치장한 최고급 ‘사천요리’ 전문점 차오장난을 선보였으며 지금까지 15개 성·시에 70여곳의 분점을 개설했다. 중국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여장부다. 장 회장 측은 외국 국적 취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21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1억 위안 이상 자산을 보유한 중국의 부자 가운데 27%가 이미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으며 47%는 향후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올 초 후룬(胡潤)연구원과 싱예(興業)은행이 발표한 ‘2012년 중국 자산층 보고서’에 따르면 1억 위안 이상 자산가는 6만 3500명에 이른다. 중국 부자들의 이민 성행은 ‘불안한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대 법학과 허웨이팡(賀衛方)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사회 동란이 일어나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우려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지니계수(소득 불균형 지수·1에 가까울수록 불균형 심화)는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0.600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재산 몰수에 대한 걱정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허 교수는 “중국이 지금은 사유 재산을 인정하지만,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국은 절대 사유화를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듯 궁극적으로 ‘공동부유’가 실현되는 사회주의 완성 단계에 이르면 재산을 몰수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유층 사이에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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