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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헌재의 통진당 해산, 후폭풍을 우려한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헌재의 통진당 해산, 후폭풍을 우려한다/문소영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소속 국회의원직 박탈”을 발표한 12월 19일 오전 10시 30분 TV 생방송 중인 법정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담담했다.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위헌 결정할 때 조선시대 이래 서울이 수도라서 ‘관습헌법’에 어긋난다는 기막힌 논리를 개발해 냈던 기관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한국의 법체계는 불문법(관습법)이 아니라 성문법에 기초한 나라인데 말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로 1988년 헌법재판소가 최초 설립됐으니 “그래도 헌재가…”라고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모양인지라 일부는 해산 결정이 나오자 “헌재가 존속살인을 했다”거나 “개헌해 헌재를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했다.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던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 중 하나가 헌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런 반응을 한 것이다. 헌재가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의 해악”을 청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통진당 해산’을 결정함에 따라 ‘당신 종북이야’ 하면 누구나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에도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사실 그 우려는 하늘이 무너지면 어찌할까와 같은 기우가 아니다. 헌재의 결정이 나자마자 고영주 변호사 등은 통진당 당원 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했다. 고영주 변호사의 이력이 특이한데, 그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1981년 부산 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은 33년 만인 지난 9월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고 변호사는 어떤 사과나 반성도 없이 “좌경화된 사법부가 자기 부정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니 검찰이 통진당원 3만여명에 대해 국보법을 적용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헌정 사상 초유라는 정당 해산은 필연적으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1956년 공산당 해산을 결정한 뒤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독일은 공산당원 12만 5000명에 대한 공안수사를 했다.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 이후 사람들이 헌재를 비판하는 발언의 양식은 이러하다. “나는 통진당을 지지하지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반드시 앞에 붙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적 색채를 공중 앞에 명확히 하려는 욕구를 왜 갑작스럽게 갖게 된 것일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종북 사냥’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의식·무의식적 발로가 아닐까 싶다. 이런 현상이야말로 헌재의 결정이 오히려 헌법 정신을 왜곡·굴절시켰다는 증거가 아닐까. 헌재재판관 8대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정당 해산이 결정났지만, 소수 의견을 낸 김이수 헌재재판관의 주장에 관심이 더 쏠린다. 김 재판관은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통진당 해산의 원인인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그런데 헌재가 먼저 ‘통진당은 종북 집단’이란 낙인을 찍은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각에서 12월 19일 헌재 결정이 당선 2주년 축하 선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BBC 등 외신에서 “박근혜 정부가 정치인을 종북으로 몰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에서 ‘헌재 해산 결정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베니스위원회는 정당 해산의 근거를 폭력의 행사 등으로 엄격하게 하고, 당원 개별 행위를 정당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등의 규정을 1999년 발표했다. 검찰의 산케이 기자 기소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외신의 비판을 받았다. 이제 헌재 결정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까 걱정된다. symun@seoul.co.kr
  • [사설] 통진당 해산 이후 소모적 보혁 갈등 경계한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같은 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에 대해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통진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모두가 공식적으로 의정 활동이 금지된 것이다. 통진당 해산에 따른 법적 절차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 세력이 곳곳에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지긋지긋하고 소모적인 국론 분열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헌재 판결에 대한 항의로 서울광장에 이어 지방 곳곳에서 규탄 집회에 착수했으며 대검찰청은 불법·폭력 집회와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운마저 감도는 형국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지난 19일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 이념 논쟁을 종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와 진보 간 충돌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 치열한 이념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환호하고 있고 진보단체들은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불복운동을 촉구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는 망국적 국론 분열은 물론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진보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극우단체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암약하는 종북주의자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통진당원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도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과거 활동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여당은 의원직을 상실한 전직 의원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헌재 판결에 따른 법적인 후속 조치라는 주장이지만 자칫 진보 세력의 합법적인 정치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면서 폭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세력으로 봤기 때문에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헌재 판결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로 보인다. 남북 대치라는 준엄한 현실에서 정당 활동이 헌정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인데 이를 기화로 건강한 진보 세력마저 북한 추종자로 몰아가며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분명히 우려할 대목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 헌법재판기관의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정문 제출을 요청했다. 1999년 정당 규제와 해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베니스위원회가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문 통진당 해산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정치적 압박은 되레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거듭 말하지만 통진당 해산 이후 종북주의자 청산을 앞세워 종북몰이로 가는 것은 신종 매카시즘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이른바 ‘꼴통보수’와 ‘좌빨’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극우·극좌 세력들이 활개치는 공간과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 이후 우리 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열린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하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 FBI 지명수배 1호 여성 샤커 쿠바에서 미국으로 송환되나

    FBI 지명수배 1호 여성 샤커 쿠바에서 미국으로 송환되나

    쿠바로 망명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여성 1호 지명 수배자 아사타 샤커(67)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추진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 크리스티 미 뉴저지주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과거 뉴저지주의 백인 주방위군 1명을 살해한 뒤 쿠바로 도주한 샤커의 신병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전에 인도받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는 서한에서 “쿠바가 샤커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것은 뉴저지주와 미국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고 NYT는 전했다. UAS투데이도 이날 백악관이 쿠바에 있는 미국인 범죄자들의 송환을 위해 쿠바 정부와 계속 교섭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 주지사 주장의 근거는 1905년 미국과 쿠바 사이에 맺어진 범죄인 인도 조약이다. 조앤 케시머드라는 영어 이름으로 알려진 샤커는 미국 흑인 급진주의 좌파 단체인 흑인자유군대(BLA) 등에서 활동하다 1973년 뉴저지주의 도로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 연루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탈옥했다. 다른 2명의 BLA 대원과 차량에 동승했던 샤커는 주방위군 측이 먼저 총격을 가했고, 자신은 양손을 들고 있었기에 무죄라고 주장했으나 법정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샤커는 도피생활을 이어가다 1984년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미국의 적성국인 쿠바로 망명했다. 당시 쿠바의 최고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는 샤커를 사회주의자로 인정해 받아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쿠바에서 샤커와 접촉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샤커가 쿠바 내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FBI와 뉴저지주는 샤커에게 100만 달러씩 모두 200만 달러(약 21억 9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건 상태다. FBI는 2013년 10대 지명수배 테러리스트 명단에 여성으로선 유일하게 샤커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총격 사건을 둘러싼 정황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샤커는 미국 내에서 흑인 사회에 대한 차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외신들은 샤커의 송환이 정치적 문제인 만큼 쉽게 성사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국가 안전 위협세력 인정할 수 없어” “헌재, 정당해산 요건 확대 해석·월권”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해 보수·진보 진영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개최한 ‘민주화의 산물 헌법재판소, 민주주의를 삼키다’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헌재 결정은 법리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정당해산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해 놓고 사실은 확대해석을 했다”며 “정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려면 강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공산·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명시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결정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헌재가 월권적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합진보당 소속 광역·기초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 역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지침은 당원 일부의 행위를 당 차원 행위로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이 10만여명의 당원을 가진 정당에서 어떻게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부실한 상태에서 과거 전력만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통합진보당 해산,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에서는 헌재 결정을 옹호하는 한편 진보진영 재편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현행 헌법 질서에서 국가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세력의 존재는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다양성도 헌법 질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헌재가 결정을 내린 이상 추가 법적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진보 진영이 북한 추종 세력인 자주파와의 인연을 끊고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진보당=종북,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정당 해산은 정치자유·사회통합 저해”

    “진보당=종북,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정당 해산은 정치자유·사회통합 저해”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참여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민주통합당 추천)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지 않고, 해산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쟁점에서 김 재판관은 홀로 반대편에 섰다. 김 재판관은 먼저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의 친북 성향이나 활동으로 통합진보당 전체가 북한을 추종한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주파의 대북정책·입장이 사회 다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극히 일부의 지향을,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3만여명에 이르는 통합진보당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넓은 의미의 사회주의 이념일 뿐 민주적 기본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대외적·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주장이 북한과 일정 부분 유사한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내란음모 회합이나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여론조작 사건 역시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일 뿐 정당 전체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움직인 결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재판관은 “비핵 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당 해산은 사회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상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소수 세력의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당 해산은 최대한 최후적·보충적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며 “정당 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 재판관은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사망한 장애인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많이 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사실을 왜곡 발표해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헌재에서는 교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전부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 결정문 요지

    ●정당해산 청구 적법 여부 대통령이 직무상 해외 순방 중인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서 제출안이 의결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 관련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제출된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의안이 긴급한 의안에 해당한다고 보고 차관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판단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적법하다.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와 사유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의의 정당해산심판제도는 정당 존립의 특권, 특히 정부의 비판자로서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특별히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와 산물이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서 정당 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한계도 설정돼 있다. ▲정당해산심판의 사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중 어느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어야 한다.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진보당의 목적 진보당이 지도적 이념으로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이른바 자주파에 의해 도입된 강령이다. 자주파는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로 우리 사회를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식민지 반(半)봉건사회 또는 반(半)자본주의사회로 이해하고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 등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그들의 방침대로 당을 주도해 왔다. 이런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민혁당 및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한청 등에서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였다. 북한 관련 문제에서는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무리하게 비판하고 있으며,이석기가 주도한 내란 관련 사건에도 다수 참석하였고 이 사건 관련자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되었다. ▲이석기 등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의 행위를 당 활동으로 볼 수 있나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며 이석기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 이런 내란 관련 회합의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진보당 내 지위 및 역할, 이 회합이 진보당 핵심 주도 세력에 의하여 개최된 점, 회합을 주도한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수장으로서 지위 및 이 사건에 대한 진보당의 전당적 옹호 및 비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회합은 진보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 △그 밖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은 피청구인 당원들이 토론과 표결에 기반하지 않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고 한 것으로서 선거제도를 형해화하여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헌재가 판단한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 진보당 주도 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진보당 주도 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이들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점과 진보당 주도 세력이 진보당을 장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가 내란 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 조작 사건 등 진보당의 활동들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위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을 일으킨 진보당의 활동은 유사 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진보당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 ●정당 해산의 필요성과 비례원칙 위배 여부 ▲정당 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되나 진보당은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공격하여 그 근간을 훼손하고 이를 폐지하고자 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초래되는 위험성을 시급히 제거하기 위해 정당 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 ▲다른 대안은 없나 위법행위가 확인된 개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정당 자체의 위헌성이 제거되지는 않는다. 진보당의 주도 세력은 언제든 그들의 위헌적 목적을 정당의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합법정당을 가장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액수의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는 진보당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정당해산결정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정당해산결정으로 초래되는 진보당의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 결국 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정당화되므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은 어떻게 되나 ▲국회의원은 정당에 기속되므로 의원직 상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 엄격한 요건 아래 위헌정당으로 판단하여 정당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해산되는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위헌적인 정치 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헌법 수호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에 어긋나고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헌재의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다. ▲비례대표의원은 어떻게 되나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하여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의미는 정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퇴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해산을 명한 경우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도 상실된다. ●김이수 재판관 반대 의견 ▲정당해산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진보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여명에 이른다.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진보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진보당의 강령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은 민중에 해당하는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극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보당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 진보당이 현존하는 정치·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예외적으로 헌법 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경우에는 저항권에 의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 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일부 구성원의 활동을 당의 책임으로 귀속해서는 안 된다 진보당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모임에서 이뤄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경기도당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진보당 전체의 기본 노선에 반하는 것으로 이를 진보당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 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 결정 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진보당 전체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진보당 활동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 해산결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통상적인 관념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이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또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보당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 온 대다수 일반 당원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드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정당해산은 최후의 보루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 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 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 “폭력 의한 민주주의 추구… 헌법 기본질서와 근본적 충돌”

    “폭력 의한 민주주의 추구… 헌법 기본질서와 근본적 충돌”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근거는 당의 목적과 활동 모두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1년여 동안 펼쳐진 공방에서 법무부 측이 주장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진보적 민주주의’에 발목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지도적 이념이자 핵심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그 용어 자체로는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의 인적 구성과 실제 활동으로 미뤄 당의 최종 목적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민족해방(NL) 계열 인사들이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을 통합진보당에 도입했는데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 사상을 좇고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등 이른바 ‘종북세력’이라고 여긴 것이다. NL 계열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했는데 헌재는 이들의 역사 인식 뿌리를 북한의 대남혁명론에서 찾고 있다. 남한사회가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 사회이며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가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그동안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 이념이고 통합진보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음모 사건에도 발목 통합진보당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특히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회합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지하혁명조직(RO)과 비호·묵인 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헌재는 특히 내란음모 회합을 놓고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며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란음모 회합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헌재는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토론과 표결에 의하지 않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일부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 한 것이 선거제도를 무너뜨리는 등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원직 상실로 정당 해산 실효성 도모 헌재가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은 정당 해산 결정의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의원직을 유지하면 실질적으로 통합진보당이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헌재는 정당 해산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하게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당 해산 결정 시 의원직 상실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논란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입후보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 존립 여부가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아 의원직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의원직 상실의 경우라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상실, 비례대표만 상실 등으로 입장이 나뉘었는데 이번에 ‘교통정리’가 된 셈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통합진보당 탄생과 소멸] 파벌에 쓸려 간 가치

    [통합진보당 탄생과 소멸] 파벌에 쓸려 간 가치

    ‘파벌’.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시작(2000년)부터 끝(2008년)까지를 다룬 책의 제목이다. 1980년대 사회주의 정치·사회운동에서 이어져 온 다양한 정파 조직들이 연합해 건국 이후 최초 원내 정당을 탄생시킨 동력도, 서로 타협하지 못한 채 이후 진보당(자주파·NL 계열)과 진보신당(평등파·PD 계열)으로 나뉘는 파국을 맞은 이유도 파벌 때문이었다. 2008년 민주노동당이 1차 분당 수순을 밟을 때에도 ‘간첩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NL 당원 제명 안건’에 대해 862명의 대의원 중 553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파벌 갈등이 드러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헌법재판소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에서 “경기동부연합·광주전남연합·부산울산연합 구성원이 NL에 속하고 NL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해 왔다”며 파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파벌 다툼 결과 NL이 통합진보당에 잔류했고, 체제 부정 세력인 NL이 통합진보당 당무를 좌우한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 중 파벌 갈등이 표출된 2012년뿐 아니라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한 지난해부터 1년 동안 통합진보당이 보인 대처 모습에서도 NL의 영향력이 엿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재판 중인 당원들에 대해 제명이나 자격정지와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세월을 보냈다. 민노당 출신 국회 관계자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거나 3대 세습 등 북한 비판을 주저한다는 지적을 무시하는 통합진보당의 모습을 보며 정당의 존재 이유를 대중의 지지에서 찾고 있는지, 당내 계파의 강령에서 찾고 있는지 헷갈렸다”고 혹평했다. 정치권에선 헌재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게 옳은지 성찰하는 이들도 많다. 헌재가 ‘단칼’에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며 그 전신인 민노당이 추진해 온 정책의 가치마저 한 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민중 등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던 민노당은 2001년 상가임대차 보호를 법제화시켰고 2006년 이자제한법 부활을 주도해 왔다. 2010년 지방선거 핵심 이슈였던 무상급식도 2002년 민노당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행 중이던 정책이다. 민주노총을 지지 기반으로 삼았기에 민노당 의원들은 비정규직 노조 시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까지 풍찬노숙을 감행했고 부유세 도입 등 기존 원내정당이 주저하던 급진적 화두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분당된 뒤에도 진보신당과 함께 금산분리, 노동권 보장 확대 등 진보적 이슈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의원 153명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이석기 의원 징계안 처리는 1년 이상 지지부진했다. 이 의원 재판과 헌재의 정당 해산 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란 이유에서였다. 입법부 스스로 정당의 합법성에 대한 판단을 사법적 방식으로 넘긴 셈이다. 반면 헌재가 “정당 해산이 시급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유권자들은 통합진보당의 존속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투표를 통해 신념을 행사할 기회에서 배제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獨 “나치 계승·민주질서 침해” 1950년대 두차례 정당 해산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한국도 ‘정당 해산 국가’ 중 하나가 됐다. 한국에선 1960년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가 법으로 규정된 이래 최초 사례지만 시야를 해외로 돌리면 독일, 터키 등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침해’와 같은 이유로 해산 결정을 내려 왔다. 전문가들은 분단을 겪은 독일 외에는 시대 상황이 달라 한국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선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KPD)의 해산 결정이 1950년대에 전부 내려졌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52년 ‘과거 나치당을 계승한다’는 점을 들어 SRP에 해산을 명했고, 이로부터 4년 뒤에는 KPD를 해산시키며 “목적과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다”고 헌재 결정문에 명시했다. 2003년에도 독일 정부는 극우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NPD)을 상대로 해산 청구를 요청했으나 증거가 불법적 경로를 통해 얻어졌다는 이유로 해산 절차가 중단됐다. ‘터키 복지당’ 해산 결정은 1998년 이뤄졌다. 세속주의적 헌법에 반해 이슬람 율법을 절대화하는 신정주의를 주장한다는 게 이유였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03년 이 해산 결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외에도 2003년 바스크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바타수나당’의 해산이 스페인에서 이뤄졌고, 이집트에서는 최대 이슬람 조직 무슬림 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이 지난 8월 해산됐다. 또 태국에서는 2007년 5월 탁신 전 총리의 ‘타이 락 타이’ 당이 부정선거를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해산된 사례가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헌정 첫 정당 해산…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해악”

    헌정 첫 정당 해산…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해악”

    헌법재판소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5일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지 409일 만으로,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대1 다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박한철 소장 등 재판관 8명이 인용했고 김이수 재판관만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모두 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일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소속 김미희·오병윤·이상규(지역구), 김재연·이석기(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일하게 반대한 김 재판관은 “진보적 민주주의 등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일부 당원의 활동을 통합진보당 전체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대표는 선고 직후 “말할 자유, 모임의 자유를 송두리째 부정당할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자유와 번영을 위한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합진보당 재산 동결 등 해산 절차에 곧바로 착수했다. 법무부가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집회 등을 불법 집회로 규정,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혀 충돌도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25일까지 모두 18차례의 공개변론을 통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 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석우 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헌재 결정, 갈등 딛고 진보의 재구성 계기되길

    헌법재판소가 어제 해산을 결정, 통합진보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념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나온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이라 만만찮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나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는 결정문을 재판관 9명 중 8명이 인용한 사실을 주목한다. 아울러 단 한 명이지만 “정당해산으로 인한 불이익은 민주주의에 큰 저해를 준다”는 의견에도 유의하고자 한다. 헌재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존중돼야겠지만, 건강한 진보정당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진보 이념·정책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헌재는 이번에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당의 헌정질서 존중 의무라는, 헌법상의 두 가지 가치 중 후자를 우선시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감안해 고심 끝에 ‘차악(次惡)의 선택’을 한 형국이다. 국가사회주의격인 전체주의 나치 치하를 겪은 독일이 다원주의 민주헌정을 세운 이후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서독은 1956년 공산당을 해산한 뒤 통독 후에도 재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번도 유혈극을 빚지 않은 동서독과 달리 동족상잔의 비극도 모자라 아직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우리다. 물론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의 혁명전략과 같거나 추종한다는 결정 취지에 이견의 소지는 있다. 결정을 기각한 소수 의견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의 지하혁명조직 ‘RO’가 지향한 ‘내란을 향한 폭력선동’ 혐의는 민주적 질서 파괴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덜 나쁜 선택’임을 뒷받침한다. 이번 결정으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 전원이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종북 논쟁 등 이념 갈등이 본격화할 판이다. 백 번 양보해 통합진보당 안에서 이석기 의원 등 일각의 돌출 행동으로 도매금으로 종북으로 매도되는 것을 억울해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남 탓만 할 계제인가. 5년 단임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하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한번이라도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비판하거나, 남북 구성원을 공멸로 몰아넣을 북핵의 위험성을 지적한 적이 있었던가. “시저의 부인은 부정하다는 의심을 사도 안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데 적용해야 할 경구가 아닌가. 애국가 제창이나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안 하려는 행태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심상정·노회찬씨 등 한솥밥을 먹던 이들마저 갈라섰겠는가.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 우리 사회에서 보수·진보 정당은 모두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당장의’ 해결책을 우선하는 쪽이다. 반면 보수는 국가 구성원들의 공동선을 지키는 ‘궁극적’ 정책을 추구하는 편이다. 까닭에 ‘열린 보수’나 ‘합리적 진보’라면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이거나 악일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진보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 없다”고 향후 지속적 투쟁을 예고했다. 반은 맞고 나머지는 반은 틀린 얘기다. 진보정당은 꼭 필요하지만, ‘짝퉁 통합진보당’의 부활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막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육성하는 것을 반길 국민도 별로 없을 듯싶다. 진보이념의 건전한 재구성으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북 세습왕조’와 확연히 선을 긋는, 진보정당의 갱생(生)과 성장을 기대한다.
  • 정 총리 “헌재 결정 존중… 북한식 사회주의 의도 확인” 황 법무 “유사 대체정당 재등장 못하도록 법률적 대응”

    정 총리 “헌재 결정 존중… 북한식 사회주의 의도 확인” 황 법무 “유사 대체정당 재등장 못하도록 법률적 대응”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과 관련, 19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기자 문답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헌법재판소 결정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헌재 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했던 개인이나 단체들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엄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번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이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의 담화 발표에 배석한 황 장관은 “재산환수와 대체정당 설립 예방 등 필요한 후속조치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헌법과 법질서가 잘 지켜지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체정당의 설립 예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황 장관은 “정부로서는 헌재에 의해 해산 결정이 된 정당과 유사한 대체정당이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지금 정당법에는 대체정당을 설립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그 절차에 따라서 대체정당의 설립 신고가 있게 되면 그 부분은 선관위에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형식의 우회적인 대체정당 설립 시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법률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대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장관은 헌재 결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며 “자유와 번영을 위한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배경에 대해 “정당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런 불법에 대해 정당이라는 보호막을 계속 부여해 줘야 할 것인지 명확한 구분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우산 아래에서 헌법을 파괴하려는 세력까지도 관용이라는 미명하에 허용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서울&평양 리포트] 피의 숙청·핵실험… 국제 ‘외교고아’

    [서울&평양 리포트] 피의 숙청·핵실험… 국제 ‘외교고아’

    3년 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눈물을 쏟아냈다. 당시 조선중앙TV 영상 속 김 제1위원장은 검은 인민복을 입은 채 유리관 속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눈물을 훔쳤다.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애써 의연한 척도 해봤지만 그의 비통한 표정은 좀처럼 감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여의었다는 슬픔과 2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짐을 짊어지게 된 부담감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주변국들은 이 어린 지도자가 큰 혼란 없이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한 핵심부를 장악해 나갔고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하며 ‘경제대국’ 달성을 향해 속도를 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을 강행하자 국제사회는 북한에 등을 돌렸다. 심지어 최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마저도 냉랭한 태도를 보여 북한은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됐다. 각고의 노력에도 경제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지난 17일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 3주기를 맞아 다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 제1위원장의 얼굴에는 3년 전처럼 짙은 어두움이 드러워 있었다. ●아버지 그림자 지우기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장악은 신속하고 확실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지 보름도 되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 제1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 이듬해 4월에는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올라서면서 집권 6개월도 안 돼 당·정·군의 최고직위를 손아귀에 넣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3년상 기간에 철저히 유훈통치로 보냈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초고속 행보였다. 김 제1위원장은 권력 승계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곧바로 구세대 실세들을 교체하며 ‘아버지 그림자 지우기’에 나섰다. 김 제1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이끌었던 7인방 중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을 퇴진·숙청의 방법으로 물러나게 했다. 고모 김경희의 남편이자 김 제1위원장의 후원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도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하며 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이 일로 김경희는 최고인민회 대의원을 비롯한 모든 직책을 내놓고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전락했다. 정국에 한바탕 태풍이 휩쓴 뒤 남은 자리는 ‘백두혈통’(김일성 직계)·‘빨치산 혈통’·‘김 제1위원장 측근’으로 불리는 권력 삼두마차가 나눠서 차지했다. 김 제1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은 27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부터 노동당 부부장에 임명되며 권력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북한에서 김일성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현의 아들 최룡해 당 비서도 김 제1위원장의 지지 속에 북한의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 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신임을 받았던 황병서는 지난 4월부터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군인들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강국’을 향한 과감한 변화 김 제1위원장은 2년 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력을 공고히 한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김정은 정권은 시장경제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기업과 농장의 잉여 생산물 처분 권한을 본래보다 많이 보장해 주고 노동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격차도 확대했다. 시장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종합시장이 전국적으로 4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5월에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전국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할 법적 토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경제개발구 13곳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6곳을 추가했다. 외국 자본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특구를 짧은 기간에 무더기로 내놓으며 외자유치에 열을 올린 것이다. 또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해 내수 진작을 독려하고 있고 해외에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를 파견해 임금을 송금케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다각적 노력으로 북한의 경제상황은 다소 개선됐다. 북한경제는 2011년 이후 꾸준히 연평균 1%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1년에 80만대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보급도 2014년에는 24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이후 작황 상황도 양호해 쌀값 등 시장물가의 상승세도 둔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평양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물품 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저소득층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해 있다. 남북교역 중단·대북제재·대중무역 수익 악화 등의 외부요인들도 북한 경제를 옥죄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제1위원장은 정권 공고화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건설 등 대규모 전시성 사업을 펼쳤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규모의 외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김정은 외교 최근 김정은 정권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외교적 고립이다.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대미관계는 사실상 단절됐고 북한의 혈맹국가인 중국도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잔혹한 방식으로 숙청된 사건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올해 초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후 지난 11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인권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9월 북한 외교 수장으로서는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도 유럽과 몽골 순방에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을 파견했고 미국에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등을 풀어주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또 러시아에는 최룡해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북한의 대외 관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대표적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의 숙청과 3차 핵실험으로 감정이 상한 중국은 연간 40여 차례에 달했던 북·중 간 고위급 인사교류를 최소화했다. 북한 언론도 변심한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라고 비판하며 양국은 올해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미국과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국과는 대북전단 살포, 개성공단 임금제도 일방 개정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우리나라와도 내년 초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소 등 민감한 이슈가 많아 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내년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어떻게든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지급된 국가보조금 추징 안돼” 왜?…이정희·이석기·김재연 5명 의원직도 상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지급된 국가보조금 추징 안돼” 왜?…이정희·이석기·김재연 5명 의원직도 상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5명 의원직도 상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지급된 국가보조금 추징 안돼” 왜?…이정희·이석기·김재연 5명 의원직도 상실 헌법재판소가 19일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에 해산을 명했다.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함에 따라 통진당은 창당 3년 만에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첫 사례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옛 민주당이 추천한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 재판관만 해산에 반대했다. 나머지 재판관 8명은 모두 해산과 의원직 상실에 찬성했다. 이번 심판의 심판대상은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해산 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등이었다. 통진당 전신인 민노당의 목적과 활동은 심판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판단 자료로만 활용됐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 세력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을 가졌다”며 “그러면서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이석기 의원의 ‘RO 회합’을 언급하며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한 채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를 통해 통진당 목적과 활동이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정당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통진당 정당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통진당을 해산하면서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지역구 3명), 김재연, 이석기(비례대표 2명) 등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도 선고했다. 헌재는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정당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5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통진당은 지난달 25일까지 18차례에 걸친 공개변론을 거치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왔다. 그동안 법무부는 2907건, 통진당은 908건의 서면 증거를 각각 제출했다. 이 사건의 각종 기록은 A4 용지로 17만 5000여쪽에 달했다. 통합진보당은 창당 3년 만에 해산된다.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부터는 14년 만이다. 정당 해산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에 대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잔여 재산이 추징되고 대체 정당 창당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도 치명적이다. 통진당 해산을 명한 것은 헌법재판소지만, 이를 집행하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는 헌재로부터 해산 결정을 통지받는 대로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 공고하게 된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정당을 형성하는 전부를 해체한다는 의미다. 우선 통진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가보조금 등 각종 정치자금이 포함된다. 다만 해산 이전에 지급된 국가보조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앗는 것은 물적 기반을 상실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산에 대비해 당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전환한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학설이 엇갈린다. 통진당은 또 기존 강령과 같은 것으로 대체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한번 해산되면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도 다시 쓸 수 없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대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향후 선관위가 통진당의 대체 정당 등록을 거부할 경우 통진당은 정당법 40조의 관련 조항이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정희·이석기 어떻게 되나”…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 “해산 결정” 김이수 재판관만 반대…

    “이정희·이석기 어떻게 되나”…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 “해산 결정” 김이수 재판관만 반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 이정희, 이석기, 김이수, 헙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 “해산 결정” 김이수 재판관만 반대…이정희·이석기 어떻게 되나 헌법재판소가 19일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첫 사례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 나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김이수 재판관만 해산에 반대했다. 나머지 재판관 8명은 모두 해산에 찬성했다. 박 소장은 “통진당이 전민항쟁과 저항권 행사 등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며 “이는 목적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박 소장은 이어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볼 때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며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정당 해산의 취지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소속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5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통진당은 지난달 25일까지 18차례에 걸친 공개변론을 거치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왔다. 그동안 법무부는 2907건, 통진당은 908건의 서면 증거를 각각 제출했다. 이 사건 각종 기록은 A4 용지로 약 17만쪽에 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근거는?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근거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김이수 헌법 재판관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근거는?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근거는 목적과 활동 모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우선 통진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 인사들이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데 주목했다. 용어 자체가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도세력의 인적구성과 실제 활동을 통해 파악해보니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 통진당의 최종 목적이라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주도세력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실제로 옛 민주노동당 시절의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한 세력은 민족해방 계열이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김일성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이념이고 통진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민족해방 계열의 역사인식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뿌리를 둔다고 판단했다. 남한사회를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사회로 보고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체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이런 목적을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이는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RO’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이 곧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RO’와 그 비호·묵인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헌재는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그동안 통진당의 활동이 법치주의와 선거제도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폭력과 위계까지 동원돼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을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헌재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내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엄격한 요건 아래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다수의견에서 의원직 상실 선고에 관해 자세히 밝힌 것과 달리,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거기까지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 5명은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이석기 의원이다. 법무부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만 청구했기 때문에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다.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이 통진당에 속해 있다.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관은 이날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다. 법관 출신인 김 재판관은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재직시 전동스쿠터를 타고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장애인에게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많이 내놨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실을 왜곡 발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했다. 2012년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교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전부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여회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 3명의 선거구에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진당 의원 지역구 3곳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선거일은 4월29일이다. 현역의원은 김미희(경기 성남중원구), 이상규(서울 관악구을), 오병윤(광주 서구을) 의원 3명이다. 현재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서는 2명의 의석 승계 없이 내후년 20대 총선 때까지 의원정수가 298명으로 유지된다. 정당이 해산돼 의석 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진당에는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도 속해 있다. 이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헌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정당을 형성하는 전부를 해체한다는 의미다. 우선 통진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가보조금 등 각종 정치자금이 포함된다. 다만 해산 이전에 지급된 국가보조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앗는 것은 물적 기반을 상실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산에 대비해 당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전환한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학설이 엇갈린다. 통진당은 또 기존 강령과 같은 것으로 대체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한번 해산되면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도 다시 쓸 수 없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대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향후 선관위가 통진당의 대체 정당 등록을 거부할 경우 통진당은 정당법 40조의 관련 조항이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소속 국회의원 의원직도 박탈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소속 국회의원 의원직도 박탈

    헌법재판소가 19일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첫 사례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김이수 재판관만 해산에 반대했다. 나머지 재판관 8명은 모두 해산에 찬성했다. 이번 심판의 심판대상은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해산 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등이었다. 통진당 전신인 민노당의 목적과 활동은 심판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판단 자료로만 활용됐다. 헌재는 통진당 목적에 대해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졌다”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통진당 활동과 관련, 이석기 의원의 ‘RO 회합’을 언급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국면으로 인식한 채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정당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통진당 정당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통진당을 해산하면서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이석기 등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도 선고했다. 헌재는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정당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통진당 강령 등에 나타난 진보적 민주주의 등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일부 당원의 활동은 통진당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5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통진당은 지난달 25일까지 18차례에 걸친 공개변론을 거치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왔다. 그동안 법무부는 2907건, 통진당은 908건의 서면 증거를 각각 제출했다. 이 사건의 각종 기록은 A4 용지로 17만5천여쪽에 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평양] 김정일 사망 3주년…불안하게 시작되는 김정은 시대

    3년 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눈물을 쏟아냈다. 당시 조선중앙TV 영상 속 김 제1위원장은 검은 인민복을 입은 채 유리관 속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눈물을 훔쳤다.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애써 의연한 척도 해봤지만 그의 비통한 표정은 좀처럼 감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여의었다는 슬픔과 2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짐을 짊어지게 된 부담감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주변국들은 이 어린 지도자가 큰 혼란 없이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한 핵심부를 장악해 나갔고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하며 ‘경제대국’ 달성을 향해 속도를 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을 강행하자 국제사회는 북한에 등을 돌렸다. 심지어 최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마저도 냉랭한 태도를 보여 북한은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됐다. 각고의 노력에도 경제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지난 17일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 3주기를 맞아 다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 제1위원장의 얼굴에는 3년 전처럼 짙은 어두움이 드러워 있었다. 아버지 그림자 지우기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장악은 신속하고 확실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지 보름도 되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 제1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 이듬해 4월에는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올라서면서 집권 6개월도 안 돼 당·정·군의 최고직위를 손아귀에 넣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3년상 기간에 철저히 유훈통치로 보냈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초고속 행보였다. 김 제1위원장은 권력 승계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곧바로 구세대 실세들을 교체하며 ‘아버지 그림자 지우기’에 나섰다. 김 제1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이끌었던 7인방 중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을 퇴진·숙청의 방법으로 물러나게 했다. 고모 김경희의 남편이자 김 제1위원장의 후원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도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하며 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이 일로 김경희는 최고인민회 대의원을 비롯한 모든 직책을 내놓고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전락했다. 정국에 한바탕 태풍이 휩쓴 뒤 남은 자리는 ‘백두혈통’(김일성 직계)·‘빨치산 혈통’·‘김 제1위원장 측근’으로 불리는 권력 삼두마차가 나눠서 차지했다. 김 제1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은 27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부터 노동당 부부장에 임명되며 권력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북한에서 김일성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현의 아들 최룡해 당 비서도 김 제1위원장의 지지 속에 북한의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 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신임을 받았던 황병서는 지난 4월부터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군인들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강국’을 향한 과감한 변화 김 제1위원장은 2년 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력을 공고히 한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김정은 정권은 시장경제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기업과 농장의 잉여 생산물 처분 권한을 본래보다 많이 보장해 주고 노동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격차도 확대했다. 시장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종합시장이 전국적으로 4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5월에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전국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할 법적 토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경제개발구 13곳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6곳을 추가했다. 외국 자본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특구를 짧은 기간에 무더기로 내놓으며 외자유치에 열을 올린 것이다. 또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해 내수 진작을 독려하고 있고 해외에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를 파견해 임금을 송금케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다각적 노력으로 북한의 경제상황은 다소 개선됐다. 북한경제는 2011년 이후 꾸준히 연평균 1%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1년에 80만대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보급도 2014년에는 24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이후 작황 상황도 양호해 쌀값 등 시장물가의 상승세도 둔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평양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물품 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저소득층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해 있다. 남북교역 중단·대북제재·대중무역 수익 악화 등의 외부요인들도 북한 경제를 옥죄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제1위원장은 정권 공고화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건설 등 대규모 전시성 사업을 펼쳤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규모의 외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김정은 외교 최근 김정은 정권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외교적 고립이다.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대미관계는 사실상 단절됐고 북한의 혈맹국가인 중국도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잔혹한 방식으로 숙청된 사건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올해 초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후 지난 11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인권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9월 북한 외교 수장으로서는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도 유럽과 몽골 순방에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을 파견했고 미국에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등을 풀어주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또 러시아에는 최룡해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북한의 대외 관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대표적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의 숙청과 3차 핵실험으로 감정이 상한 중국은 연간 40여 차례에 달했던 북·중 간 고위급 인사교류를 최소화했다. 북한 언론도 변심한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라고 비판하며 양국은 올해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미국과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국과는 대북전단 살포, 개성공단 임금제도 일방 개정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우리나라와도 내년 초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소 등 민감한 이슈가 많아 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내년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어떻게든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씨줄날줄] 아바나와 애니깽/정기홍 논설위원

    1997년 카리브해에 위치한 쿠바를 방문한 기억은 상반된다. 체류 기간 동안 수도 아바나의 이국적이고 자유분방함에 흠뻑 취했고, 한편으로 우리의 슬픈 이민 역사를 간직한 ‘애니깽’(멕시코·쿠바 이민 1세대)과의 소중한 만남도 있었다. 우리와 비수교국임에도 건물마다 내걸린 쿠바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사진을 배경으로 달리는 중고 엑셀 승용차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비공식으로 이웃 파나마를 통해 들여온다고 들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정취들이다. 아바나공항의 입국 심사는 까다로웠다. 자본주의 서적은 철저하게 추려 냈고 미국풍의 의상과 소지품은 압수됐다. 수속을 끝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 밖을 나서면 밤낮 없이 춤과 노래가 있는 곳이다. 시가의 나라이기 때문이겠지만 담배 연기가 자욱한 호텔 클럽에서 미녀들이 추는 살사춤은 눈을 떼지 못할 만큼 매혹적이다. 뱀이 움직이는 유연함이랄까. 전국의 관광특별구역에 있는 오픈식 나이트클럽에는 미녀와 관광객이 뒤섞여 자본주의 국가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유혹도 당연히 많다. 관광 가이드가 “매춘 요구에 홀리지 마라”고 다짐을 줄 정도다.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인 ‘라 보데기타 델 메데오’는 좁은 공간이지만 쿠바가 주는 또 다른 이국 정서다. 쿠바는 이처럼 ‘정열과 유혹’의 나라다. 스페인풍의 건물에 카리브 해변의 풍광, 구릿빛 여성의 살사댄스는 가히 최상의 볼거리다.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자존을 지키며 ‘카리브해의 보석’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미국이 1961년 외교를 단절한 지 53년 만에 쿠바에 빗장을 풀었다. 낡은 보트와 고무 튜브에 의지한 채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간 보트피플의 애절한 역사도 뒤로했다. 쿠바가 단번에 개방한 것은 아니다. 혁명 정부를 세웠던 피델 카스트로가 1994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개방정책을 선언한 뒤 관광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근근이 국가 경제를 지탱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쿠바의 개방 소식에 외벽이 허물어진 채 방치돼 있던 구(舊)아바나 시가지의 스페인풍 건물들을 떠올린다. 하루빨리 재건돼야 할 것 같다. 멕시코에서 쿠바로 넘어와 근 100년을 살고 있는 1000명 남짓한 애니깽은 개방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지난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조국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을지 모른다. 3~4세대들은 한국어를 아는 이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 당시 1세대 애니깽 할머니는 “한국 소식도 잘 안다”고 말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고단한 삶에도 독립운동 자금까지 댔던 그들이다. 우리 정부도 쿠바의 개방에 맞춰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어떻게?…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어떻게?…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김이수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 김이수 재판관 누구? 이정희·이석기·김재연 어떻게?…통합진보당 심판 해산 결정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근거는 목적과 활동 모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우선 통진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 인사들이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데 주목했다. 용어 자체가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도세력의 인적구성과 실제 활동을 통해 파악해보니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 통진당의 최종 목적이라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주도세력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실제로 옛 민주노동당 시절의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체한 세력은 민족해방 계열이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김일성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북한 건국이념이고 통진당이 이를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민족해방 계열의 역사인식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뿌리를 둔다고 판단했다. 남한사회를 천민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특권적 지배계급이 민중을 수탈하는 불평등사회로 보고 민족해방·민중민주 혁명을 통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체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이런 목적을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 역시 폭력적·비민주적이어서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이는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RO’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이 곧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RO’와 그 비호·묵인세력으로 구성됐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헌재는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지역구 여론조작 사건 등 그동안 통진당의 활동이 법치주의와 선거제도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폭력과 위계까지 동원돼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내란음모 회합을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헌재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내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엄격한 요건 아래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다수의견에서 의원직 상실 선고에 관해 자세히 밝힌 것과 달리,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거기까지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 5명은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이석기 의원이다. 법무부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만 청구했기 때문에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다.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이 통진당에 속해 있다. 김이수(61·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관은 이날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다. 법관 출신인 김 재판관은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재직시 전동스쿠터를 타고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장애인에게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많이 내놨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실을 왜곡 발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했다. 2012년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교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전부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여회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 3명의 선거구에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진당 의원 지역구 3곳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선거일은 4월29일이다. 현역의원은 김미희(경기 성남중원구), 이상규(서울 관악구을), 오병윤(광주 서구을) 의원 3명이다. 현재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의 의원직 상실과 관련해서는 2명의 의석 승계 없이 내후년 20대 총선 때까지 의원정수가 298명으로 유지된다. 정당이 해산돼 의석 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진당에는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지방의원 총 37명도 속해 있다. 이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헌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정당을 형성하는 전부를 해체한다는 의미다. 우선 통진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가보조금 등 각종 정치자금이 포함된다. 다만 해산 이전에 지급된 국가보조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앗는 것은 물적 기반을 상실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산에 대비해 당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전환한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학설이 엇갈린다. 통진당은 또 기존 강령과 같은 것으로 대체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한번 해산되면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도 다시 쓸 수 없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대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향후 선관위가 통진당의 대체 정당 등록을 거부할 경우 통진당은 정당법 40조의 관련 조항이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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