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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청설’ 北 최룡해, 3개원 만에 공개 활동… “‘당 비서’ 복권됐나?”

    ‘숙청설’ 北 최룡해, 3개원 만에 공개 활동… “‘당 비서’ 복권됐나?”

    한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숙청설’에 휩싸였던 북한 최룡해가 ‘당 비서’ 직함으로 석 달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 70돌 경축행사 대표증 수여’ 행사 소식을 전하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룡해 동지가 연설하였다”고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최 당비서가 연설에서 “언제나 청년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경축행사 대표들에게 베풀어 주신 크나큰 은정에 대하여 언급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경축행사 대표들이 수소탄 시험의 대성공으로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역사적 사변을 안아온 끝없는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투쟁에서 영웅조선청년들의 불굴의 기개와 혁명적 의지를 남김없이 과시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0월 전국도대항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기고한 뒤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같은 달 24일 최 비서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의 토사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다시 포함되면서 복권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비서의 장례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연이어 불참해 신변에 대한 상황을 놓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예전엔 대도시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판이었지만, 현대에는 공중전과 핵무기로 인해 시민이 인질이 됐다”고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보고 그의 혜안에 새삼 경탄했다. 수소폭탄 실전 배치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 목표라면 이 좁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모두 그의 인질이니…. 김정은은 “수소탄 실험은 자위적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해 남북한 구성원 전체를 인질로 삼겠다는 얘기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를 막기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여하한 시도도 무위에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 지원을 쏟아부었지만, 북한이 몰래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면 그 종잣돈을 대준 형국이 아닌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5차례 유엔 결의안으로 압박했지만 역시 별무소용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의 핵무장을 막는 데 햇볕도, 채찍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햇볕론자들은 우리가 지원만 하면 북이 핵을 포기하고 주민들을 살리는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오지 않을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망한 일이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으로 유일 체제의 허구성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걸 두려워하는 딜레마에서 헤어났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남북 간 국력 차와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핵무장에 집착하고 있는 그다. 국제 제재도 안 먹힐 조짐이 벌써 나타났다.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은 “‘조선’이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강경한 자세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공들인 ‘톈안먼 성루 외교’의 효과도 거기까지인가. 윤병세 외교장관이 대북 제재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하자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발을 뺐다. 결정적 국면에서 북에 뒷문을 열어 주던 관성을 못 버리는 꼴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동북 3성을 넘어 ‘도미노 불안정’으로 번지는 걸 저어하는 중국도 반쯤 북핵의 인질이 됐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방책은 대체 뭘까. 김정은이 더 유연한 지도자로 탈바꿈하리란 희망은 거의 접어야 할 것 같다. 2인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무릎걸음으로 설설 기는 사진을 보라. 북한 내 누가 그의 면전에서 핵 포기를 진언하겠나. 그는 이번 ‘수소탄 실험’을 회심의 ‘게임 체인저’로 볼 게다. 단숨에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착각이다. 무릇 인질극을 수습하는 데는 대화가 기본이다. 필요하면 식음료를 반입하면서 달래야 한다는 말이다. 전기와 수도를 끊어 인질범을 압박해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도 필수다. 그래도 안 통할 때 최후 수단이 뭐겠나. 인질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인질범을 조용히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인질극’을 한 방에 끝낼 묘책이 있을 리는 없다. 세습 정권이 바뀌기 전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새해 벽두다. 압박과 대화를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 한민족의 공멸을 부를 북의 핵무장을 입체적으로 저지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을 보다 합리적 지도부로 교체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도 국제사회가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다. 물론 이 카드가 주효하려면 전제가 있다. 첫째, 중국의 태도 변화다. 이를 위해 ‘김정은 이후’에도 친중 정권이 상당 기간 존속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둘째, 어디까지나 테이블 밑 ‘히든카드’라야 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그랬다. “무슨 일이든 상대를 절망에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미리 패를 보여 주지 않아야 북핵 인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레짐 체인지 드라마의 궁극적 주역은 북한 주민들임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통독의 실제 주역도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서독으로의 편입안에 투표한 동독 주민들이었다. 북 주민들이 북핵의 진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협력을 마지막까지 중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인질범에게 흉기를 쥐여 줄 ‘벌크 캐시’, 즉 대규모 현금 지원은 극히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논설고문
  • [北 4차 핵실험 이후] 中, 퉁명스러운 반응

    중국 정부는 8일 생일을 맞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작년에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는데 올해는 왜 모른다고 말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라며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김 제1위원장에게 생일 축전을 발송했다. 당시 대변인은 ‘김정은에게 발송한 축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조(중국과 북한)는 전통 우호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축전 발송 사실을 확인했다. 또 “우리는 조선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조선식 사회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다.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 중국 측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고 이에 대한 발언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확성기 방송 재개는 한국의 문제로 중국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은 내정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지난 6일 낸 외교부 성명에서 그동안 통상적으로 들어갔던 ‘냉정’과 ‘절제’를 호소하는 문구를 처음으로 빼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측이 생일 축전 발송 여부를 즉시 확인해 주지 않은 것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며 “중국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경제 먹구름] 시장 신뢰 잃은 中의 무리한 개입… 세계경제 패닉 불렀다

    [경제 먹구름] 시장 신뢰 잃은 中의 무리한 개입… 세계경제 패닉 불렀다

    중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주식시장이 29분 만에 폐장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지난 7일 아침.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가에 있는 한 사모펀드 회사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이 확실하니 거래가 중지되기 전에 무조건 탈출한다’가 이날 회사의 목표였다. 오전 9시 30분, 개장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13분 만에 지수가 5% 하락해 1차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거래가 정지된 15분 동안 이 회사는 ‘가격은 상관없다. 계획된 나머지 물량도 다 소진한다’는 2차 탈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재개장 2분 만에 2차 발동 요건인 7% 폭락에 이르렀고, 장은 폐쇄됐다. 이날 1차 거래 중지 이후 ‘국가 대표팀’(대형 국영 투자사)이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가 왔고, 실제로 이들의 매수세가 감지됐지만, 거대한 매도 물결을 막기에는 터무니없는 물량이었다. 텅쉰재경이 8일 전한 전날의 패닉 상황을 보면 주가 안정을 위해 당국이 도입했던 제도가 어떻게 대폭락을 부추겼고 국가의 시장 개입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시장도 사회주의 경제에 복무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은 최근 며칠 동안 산산이 부서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세계경제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무역액 감소, 수요 부진에 따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소비 위축에 따른 디플레이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중국 정부의 신뢰 상실이라는 것이다. FT는 “위기 시 정부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 정부의 개입은 섣부르고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도입 나흘 만에 중단된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중국 당국의 정책 혼선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발동 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해 되레 투매세를 자극하며 시장 폭락을 가져온 주된 요인이 됐다. 그런데도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서킷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다음날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강변하다 7일 폭락장과 함께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되자 결국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을 바꿨다. 환율 관리도 갈팡질팡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말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통화바스켓 편입 이후 위안화 하락세를 방치하거나 부추겼다. 수출 증대를 위해선 위안화 약세만큼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는 자본 유출을 부추겼고 이는 주식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지금은 주식 시장을 구하기 위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내다 팔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자본유출-유동성 위축-경기부진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98% 오른 3186.78로 장을 마쳤다.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사라진 이날 증시는 온종일 3%를 넘나드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겨우 폭락세를 반전시켰다. 그러나 서킷브레이커 때문에 발이 묶인 잠재적 매도분이 많고, 오는 19일 4분기 거시지표 발표 등 악재가 여전해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은 ‘치킨게임’의 심리학/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그제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우리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여하한 압력에도 맞서겠다는 예고였다. 북한의 이런 공식 성명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서명 문구다.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며 김정은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치킨게임’의 주역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핵 개발도 이미 김일성 시대 때 시동이 걸렸지 않은가. 구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진 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카드를 빼든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서까지 말이다. 지난달 그의 “수소탄의 폭음을 울리는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은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의 도화선이었다. 흔히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할 때 통용되는 경구다. 김정은은 고립무원인 처지에서 그나마 후원국인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 나가는 형국이다. 판로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 빚을 내 투자를 늘리는 벤처 기업식 통치를 하는 꼴이다. 창업자 김일성은 중·소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양쪽의 환심을 사려 했다.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권고를 체제 동요를 우려해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중국식 시장경제의 성과엔 찬사를 보내는 시늉은 했다. 김정은은 ‘주체외교’를 내세웠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선대와 달리 ‘돌직구’만 던지고 있다. 외교만 그런 게 아니다. 내치도 마찬가지다. 이미 고모부인 장성택을 “건성건성 박수를 친다”는 등의 불경죄를 씌워 총살했다. 회의 석상에서 졸던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도 처형됐다. 또 다른 실세 최룡해 당비서도 중용했다가 직위를 박탈하거나 복권시키는 등 혹독한 롤러코스터 인사로 길들이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때보다 훨씬 가혹하고 잦은 숙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국제사회의 전례 없이 강한 대북 제재를 부른, 무모한 ‘수폭 실험’도 그 부작용일 게다. 실세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마당에 누가 직언을 하겠나. 김정은의 과격한 외교와 공포정치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 해석만 내놓는다. 근대 정치학의 비조 격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고 무릎을 쳤다. “인간은 증오심뿐만 아니라 공포심 때문에 과격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측근들의 계급장을 수시로 뗐다 붙였다 하는, 불안정한 심리의 근저에 레짐 체인지에 대한 그의 짙은 불안감이 깔려 있을 법하다. 어쩌면 선대에 비해 약화된 체제를 물려받은 그가 이판사판으로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평화가 안보에 종속돼선 안 된다…北에도 국제사회 역할 줘야”

    “평화가 안보에 종속돼선 안 된다…北에도 국제사회 역할 줘야”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평화가 안보에 종속되면 안 된다”며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서울과 평양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 자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사람이지만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히 빵점이다. 쿠바와 수교한 것처럼 북미관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미국을 알려면 군산복합체를 알아야 한다. 군산복합체가 미국을 지배한다. 돈이 미국을 움직이고 그 돈은 총칼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Korean conflict’라고 할 뿐 ‘War’란 표현 자체를 금기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거기다 군산복합체로서는 북한이 무기 팔아먹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게 쉽지 않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역사에 남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북미관계개선이라는 점이다. 나로서는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차원의 비핵화를 주창한다. 그걸 위해서는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북한 등이 동참해야 한다. 북한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북한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보나. -내가 보기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한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 상당한 댓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핵포기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핵포기라는 건 말 그대로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시 핵을 시작하면 몇 달만에 지금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 기술자들도 다 있고 원료도 있다. 핵 무기를 만들겠다는 정신무장도 철저하다. 최근 수소 폭탄 얘기가 나왔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관찰한 걸로 보자면 빈말은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전략적 인내’는 완벽한 실패작인 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걸로 본다. -북한 붕괴론이라는 생각틀에서 나온게 ‘전략적 인내’다. 북한은 내가 보기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어서 망하는게 아니다. 정통성이 없어야 망한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 성격도 있다. 김일성 주체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고 끊임없이 찬송가를 만들어내는 체제다. 끊임없이 환상을 만들어낸다. 그 환상이 공고하다. 환상 속에서 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믿지 않나. 그렇다곤 하더라도, 북한도 현재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념적으로 투철해도 배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하다. 평양을 가보면 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안된다. 평양을 갈 때마다 모란봉을 자주 찾는데 몇 년전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라고 하더라. 시에서 공원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단순하게 시장경제 활성화라고 속단하면 안된다. 현재 북한의 변화 흐름은 국가정책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통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목적이 좋으니까. 문제는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게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게 부족하다. 목표설정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김씨 왕정을 하고 있다는게 북한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없으면 평화통일이 안된다. 전제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잘 지내지 않나.  →8월 남북 당국간 판문점 합의가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전쟁이 일어날 뻔한 엄중한 상황이었다. 평양은 끝까지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 서울에서 유감을 사과로 인정하는걸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북에서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판정패했다. 북한은 과거 미국 시민권자 2명 밀입국 문제에 대해 미국에 사과를 요구했다. 내가 북한 요구를 힐러리 클린던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그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다르다. 북한에선 햇볕정책이 북한식 사회주의 옷을 스스로 벗게 만들게 하려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건 일리가 있다. 햇볕을 쬔다고 북한이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북중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에게 북한은 사회주의 혈맹이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국가로 군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국가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안보위협이 될 리는 없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 중국이 내세우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시대에 따라 맥락이 차이가 있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에 방점이 있었다면 시진핑 체제에서는 사실상 ‘유교식 사회주의’다. 유교식이란 걸 북중관계에서 대입해보면 외교정책에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평화학자로서 생각하는 통일의 원칙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민족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길 한다. 내 경험상 민족동질성 회복은 불가능한 목표다. 그런 식으로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회복해야 할 동질성이란게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두번째로, 평화를 안보라는 문법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평화정책이 안보정책에 종속되면 안된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다. 지배하려고 하면 분쟁과 갈등이 생긴다. 지배를 통해 평화를 이룬다는 건 불가능한 목표다. 더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은 과연 반드시 통일해야 할까?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없이 ‘이웃’으로서 각자 잘 살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남북관계는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니라 줄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포석이 없다. 그나마 북한은 수십년간 남북관계만 다루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단자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바둑 두는 선수가 해마다 바뀐다.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김정은은 만나 봤나. 북한을 방문하면 누구를 주로 만나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음 방문에는 김정은을 만나 보길 희망한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을 찾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김양건 비서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은퇴식을 했다. -올해는 내게 특별한 해다. 미국에 온지 50년이 됐다. 올해 4월엔 금혼식을 했다. 며칠 전에는 은퇴식도 했다.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가 평화학이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반도 문제를 집념을 갖고 연구해왔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해서 계속 북한을 관찰했다. 통계로는 눈에 안보이는게 눈에 보인다. 언젠가 내 경험과 고민을 한반도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 서울과 평양에 평화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조지아주 애선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한식 명예교수는 황장엽 초청으로 첫 방북…북한 50차례 넘게 다녀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학자로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북한을 오가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북한을 50여 차례 다녀올 수 있었다. 박 교수의 북한과의 인연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그가 가르친 학생 한 명이 알고 보니 당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와 해군사관학교 시절 같은 방을 썼던 절친한 친구였다. 박 교수는 그 즈음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룬 논문을 썼고 마침 그 문제를 고민하던 카터 주지사와 만나게 됐다. 카터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덩샤오핑에게 자신이 하얼빈에서 태어났으며 지금도 그곳에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덩샤오핑이 박 교수를 초청해 1981년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스무 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렸더니 큰 현수막이 걸려 있고 군악대가 연주를 해 줘요. 덩샤오핑 초청이라고 칙사 대접을 해 준 겁니다.” 주체사상을 연구해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황장엽에게 편지를 썼고 중국이 다리를 놔 줬다. 중국 방문길에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도 방문해서 2주간 체류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997년 황장엽이 탈북한 이후로도 북한과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도 넘게 북한을 방문하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박 교수는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평양에서 살다가 이후 서울로 넘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국공내전을 겪었다. 총알이 모자라 낫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평화학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44년간 재직한 학교에서 퇴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지금은 약과… 中 구조개혁 성공 땐 한국에 진짜 위기 온다”

    “지금은 약과… 中 구조개혁 성공 땐 한국에 진짜 위기 온다”

    중국의 증시 폭락과 경기 침체는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공포로 다가온다. 서울신문은 5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전문가들과 중국 경제학자를 통해 중국 경제의 위기 원인과 전망,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 이들은 우선 중국의 위기를 직시해야 하지만, 과도한 비관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구조개혁이 성공해 중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을 때가 한국에는 진정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지금처럼 휘청거리면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의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 기업이 서 있을 틈이 없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이승용 부수석대표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나 정확한 분석 없는 과도한 비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 부수석은 중국 실물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과잉설비, 기업부채, 부동산 침체를 꼽았다. 다만 그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가 펼칠 수 있는 통제 수단이 많다”면서 “자본주의 국가처럼 주가 등 한곳이 무너진다고 경제 전체가 붕괴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악재가 제한적, 분절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부수석은 “경제성장률 하락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제조업과 부동산 투자 부진을 창업·혁신 기업과 SOC 투자가 얼마나 보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이문형 소장은 “주가가 이렇게 폭락할 만큼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근거는 없다. 중국 증시는 늘 춘제(설날)를 앞두고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긴 명절 연휴를 앞둔 지금이 기업의 자금 수요가 가장 큰 시기이다. 이런 계절적 요인에 제조업 지수 부진,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맞물려 투매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그는 “모든 산업이 첨단화를 향하고 있고, 구조 개혁이 완수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이 소장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씩 상승하는 것을 잘 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유통시장에 주목하고 혁신적인 유통 채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화장품 업체가 중국인의 전자상거래 ‘역직구’를 활용해 마스크팩 2800만장을 판 것이 좋은 예이다. ●코트라 중국본부 홍창표 부본부장은 “중국은 증시와 실물의 연계성이 낮지만, 증시가 계속 내려가면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수출 부진과 증시 폭락, 부동산 불황은 부양책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이 엇박자를 낼 여지가 커지는 것도 큰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다. 홍 부본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서비스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된 것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제조업의 빈자리를 로펌, 회계, 금융, 엔터테인먼트, 환경 관련 기업이 신속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이공대 경제학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의 중국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후 교수는 “새로운 산업구조가 제때 형성되지 못하면 하락 국면은 향후 10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후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전환기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전환 방법을 찾지 못하면 금융과 실물 모두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증시 폭락은 중국인이 경제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후 교수는 구조개혁의 성공 열쇠로 민영기업 강화를 꼽았다. 그는 “정부 투자가 반드시 생산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만한 국유기업을 능가하는 민간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지난해 2만8000명 피살…베네수엘라가 수상하다

    지난해 2만8000명 피살…베네수엘라가 수상하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피살사건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폭력전망대'는 최근 2015년 베네수엘라에서 피살된 사람이 2만78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폭력 피살 희생자 숫자는 2014년 2만4980명보다 3000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90명이 각종 폭력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피살자가 급증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통적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살해사건이 발생하는 국가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였지만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이들 국가를 앞질렀다. 폭력전망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에서 피살된 사람 5명 중 1명은 베네수엘라 국민이었다. 전쟁이나 분쟁이 벌어진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이 살해된 국가도 베네수엘라였다. 폭력전망대는 현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 공권력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민간인, 의문의 사망사건을 집계해 매년 피살자 통계를 내고 있다. 치안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범죄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치안불안을 은폐하기 위해 정부가 통계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통계마저 부인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게 아닌만큼 신뢰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주의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악의적 통계"라며 "현실을 반영하기는커녕 국가 이미지만 추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검찰로 송치된 사건만 집계한 통계가 나오긴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불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평화가 안보에 종속되면 안 된다”며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서울과 평양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나. -나 자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사람이지만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 낙제점이다. 쿠바와 수교한 것처럼 북·미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을 알려면 미국을 지배하는 군산복합체를 알아야 한다. 돈이 미국을 움직이고 그 돈은 총칼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이 한국전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국 분쟁’(Korean conflict)이라고 할 뿐 ‘전쟁’(War)이란 표현 자체를 금기시했다.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이다. 군산복합체로서는 북한이 무기 팔아먹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없나.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역사에 남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북·미 관계 개선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차원의 비핵화를 주창한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이 동참해야 한다.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북한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양보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 상당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핵 포기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핵 포기라는 건 말 그대로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시 핵을 시작하면 몇 달 만에 지금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도 다 있고 원료도 있다.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정신무장도 철저하다. 최근 수소 폭탄 얘기가 나왔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관찰한 걸로 보자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작인 셈이다. →많은 이들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걸로 보는데. -북한 붕괴론이라는 생각틀에서 나온 게 ‘전략적 인내’다. 북한은 내가 보기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정당성을 잃어야 망한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 성격도 있다. 김일성 주체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고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환상’이 공고하다. 환상 속에서 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믿지 않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현재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념적으로 투철해도 배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하다. 평양을 가 보면 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된다. 평양을 갈 때마다 모란봉을 자주 찾는데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라고 하더라. 시에서 공원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단순하게 시장경제 활성화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현재 북한 내 변화의 흐름은 국가정책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통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목적이 좋으니까. 문제는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게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게 부족하다. 목표 설정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김씨 왕정’을 하고 있다는 게 북한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없으면 평화통일이 안 된다. 전제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잘 지내지 않나.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중국에 북한은 사회주의 혈맹이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 국가로 군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 국가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안보 위협이 될 리는 없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 →남북 간 이질성이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분이 민족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식으로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회복해야 할 동질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통일의 원칙은 무엇인가. -평화를 안보라는 문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평화정책이 안보정책에 종속되면 안 된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다. 지배하려고 하면 분쟁과 갈등이 생긴다. 오히려 더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은 과연 반드시 통일해야 할까?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 없이 ‘이웃’으로서 각자 잘살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남북 관계는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니라 줄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포석이 없다. 그나마 북한은 수십년간 남북관계만 다루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단자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바둑 두는 선수가 해마다 바뀐다.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김정은은 만나 봤나. 북한을 방문하면 누구를 주로 만나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음 방문 때는 김정은을 만나 보길 희망한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을 찾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김양건 비서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은퇴식을 했는데. -마지막 강의 주제가 평화학이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해서 계속 북한을 관찰해 보니 통계로는 눈에 안 보이는 게 눈에 보인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내 경험과 고민을 서울과 평양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토론하고 싶다. 애선스(미 조지아 주) 글 사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박한식 명예교수는 황장엽 초청으로 첫 방북…북한 50차례 넘게 다녀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학자로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북한을 오가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북한을 50여 차례 다녀올 수 있었다. 박 교수의 북한과의 인연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그가 가르친 학생 한 명이 알고 보니 당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와 해군사관학교 시절 같은 방을 썼던 절친한 친구였다. 박 교수는 그 즈음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룬 논문을 썼고 마침 그 문제를 고민하던 카터 주지사와 만나게 됐다. 카터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덩샤오핑에게 자신이 하얼빈에서 태어났으며 지금도 그곳에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덩샤오핑이 박 교수를 초청해 1981년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스무 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렸더니 큰 현수막이 걸려 있고 군악대가 연주를 해 줘요. 덩샤오핑 초청이라고 칙사 대접을 해 준 겁니다.” 주체사상을 연구해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황장엽에게 편지를 썼고 중국이 다리를 놔 줬다. 중국 방문길에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도 방문해서 2주간 체류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997년 황장엽이 탈북한 이후로도 북한과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도 넘게 북한을 방문하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박 교수는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평양에서 살다가 이후 서울로 넘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국공내전을 겪었다. 총알이 모자라 낫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평화학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44년간 재직한 학교에서 퇴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거금 내고 오토바이 타시라요”… 세금 아쉬운 北, 개인소유 재허용

    북한 당국이 지난해 개인 소유 오토바이의 운행을 전면금지했던 조치를 최근에 다시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오토바이 등 북한 주민의 운송수단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 북한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초부터 북한이 인민보안부를 통해 오토바이의 개인 소유금지를 다시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오토바이를 구입할 때 상당한 거금을 부담해야 하는 새로운 제도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7월 당국의 금지조치 이후에도 음성적인 매매와 탈법적인 운영으로 사실상 제재 밖을 벗어나자 차라리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세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원래 사회주의 특성상 토지, 공장, 자동차 등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개인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국가의 소유, 즉 전 인민적 소유를 통한 ‘협동화’를 채택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최고지도자들은 그동안 국가를 위해 특정한 공로를 세운 사람들에게만 승용차를 선물해왔다. 영화배우, 가수, 노력공로자, 체육인 등이 이에 해당됐다. 이렇게 선물한 승용차들은 개인의 소유가 허락됐다. 이외에도 개인 승용차를 소유한 인물은 국가에 엄청난 액수의 애국헌금을 낸 재미교포나 재일교포의 직계비속 등에 국한됐다. 이들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사적으로 승용차를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국가 배급제도의 쇠퇴와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이후 개인들의 상업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운송 수단 보유 욕구가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돈주(신흥 부유층)들 같은 경우 당국의 묵인 아래 장사를 위한 승용차 이용과 함께 짐과 사람을 같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승합차 사용이 늘어났다. 비교적 구입 비용이 저렴하고 연료 소비뿐만 아니라 운전하기 쉬운 오토바이도 급격히 보급됐다. 최근 평양과 남포 등 대도시에서는 개인이 투자 비용을 대고 국영기관으로부터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화된 개인택시, 운송회사들도 생겨났다. 요즘 북한에서는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판매하는 오토바이 외에도 중국, 러시아에서 밀수한 오토바이들이 암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자동차들도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에서 중고차들을 들여와 팔고 있다. 암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1대1로 만나 거래하는 식이다. 특히 자동차는 구입 비용이 높아 북한에서도 권력층 또는 신흥부유층 이상이 돼야 사적으로 승용차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 소유로 할 경우 세금이 배로 불어나기 때문에 공장, 기업, 사업소 등의 국가소유로 위장한 번호판을 이용하고 있다. 소형승용차는 6000~8000달러, 대형 승용차와 승합차는 1만 5000~3만 달러 정도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북한산(産) 자동차도 있다. 남한 통일그룹과 합작한 평화자동차공장에서 6인승 승합차 ‘뻐꾸기’, 4인승 승용차 ‘휘파람’ 등을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오토바이의 경우 조선부강회사와 금강오토바이회사 등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소식통은 “평양역, 신의주역, 청진역, 남포역 등 북한 내 대도시 기차역 앞에는 오토바이 택시를 포함해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려고 대기 중인 승합차·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고 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꿔준 500억弗 어쩌나”… 中, 베네수엘라 좌파붕괴 촉각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이 대패하자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좌파 벨트’의 핵심 국가로 중국의 남미 진출 교두보였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전체 167석 가운데 112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선관위는 최종 집계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베네수엘라 야당이 개헌선인 112석을 얻어 ‘차베스 헌법’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됐다”면서 “서구 언론은 사회주의의 몰락이라고 즐거워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와 중국의 사회주의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공산당 지도,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공유경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이를 그대로 실현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국가 정책은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민이 경제난으로 야당을 선택했지만 이전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환원되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차베스 사회주의’의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좌파 붕괴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에 꿔 준 500억 달러(약 59조원)에 이르는 차관이다. 석유 가격 하락으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된 데다 다수당이 된 우파 야당이 차관 상환을 늦추거나 거부하자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순방에 나섰을 정도로 남미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해 남미 투자액은 800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시 주석과 교감이 두터운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과 중국을 연결하는 고리였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중국의 가장 안정적인 파트너였다”면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남미 좌파 정권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중국의 남미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남미의 대표적 좌파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당이 의회 다수당을 빼앗긴 것은 민주 혁명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반성을 가져오게 한다”고 말했다고 중남미 뉴스네트워크인 텔레수르가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경제, 좌파를 말리다

    6일(현지시간) 오전 5시. 투표일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눈을 뜬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유권자들은 분주히 투표소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연간 최고 200%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선 우유와 쌀, 설탕, 휴지 등 부족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야권연합이 총선에서 17년 만에 집권 여당을 누르고 남미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선거 혁명’을 이뤄냈다고 BBC, 로이터 등 외신들이 7일 일제히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1998년 좌파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처음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 결과 20여 군소 야당의 연합체인 중도 성향의 민주연합회의(MUD)는 전체 167석 중 99석을 얻어 46석에 그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압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 여당이 모든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MUD의 선거운동본부에는 수천명의 지지자가 몰려 들어 승리를 자축했다. 이들은 투표용 자주색 잉크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달 미얀마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던 바로 그 모습이다. 야권의 승리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UD는 내년 소환 투표 실시를 위해 최근 4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 대선 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등 유력 야당 인사 10여명을 투옥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이 집권 세력에 치명타가 됐다. 그러나 야권연합이 친여 성향의 법원과 선관위를 장악하기 위한 3분의2 의석(112석) 획득에 실패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남미에선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중도 우파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좌파 성향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가동되는 등 좌파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비셰그라드식 체제 전환의 교훈/구본영 논설고문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의 앞 구절이다. 이국의 황량한 공간을 배경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잘 형상화했다는 명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인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란 역사적 비극이 일제의 폭정으로 고달팠을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을 법하다. 중유럽의 체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 4개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른바 비셰그라드 국가(V4) 정상들을 한꺼번에 만난 것이다. 비셰그라드 그룹은 중유럽 4개국 지역 협력체다. 옛소련이 해체되면서 그 위성국의 처지에서 벗어난, 뼈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헝가리의 비셰그라드에서 결성했다. V4는 역사적으로 주변 ‘공룡국’에 번갈아 유린당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광균 시인이 읊은 것처럼 폴란드 도룬시가 독일 나치정권의 포화로 이지러졌듯이…. 폴란드가 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 등 강국의 등쌀에 시달렸던 것처럼 체코와 헝가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서 냉전기에 체코인들은 둡체크 주도로 민주화 운동을 벌였으나 소련군이 탱크로 진압하면서 1988년 ‘프라하의 봄’ 때까지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냉전 시절 먼 나라였던 V4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한·V4 정상회담을 계기로 50조원대에 이르는 중유럽 신규 인프라 시장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니 반갑다. 슬로바키아 신규 원전이나 헝가리 지하철 보수 사업에 뛰어들 기업들엔 발판이 마련됐다면 말이다. 하지만 더 반겨야 할 사실은 따로 있다. 과거 북한과 사회주의 블록에 속했던 V4가 북핵 포기를 합창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이 비셰그라드 그룹 4개국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한·V4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과정, 통일 이후 통합 과정에도 의미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소 뜬금없이 들릴 것을 감안한 것일까.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비셰그라드 정상들이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넘어갈 때 겪은 어려움과 실책들이 (한국에) 참고가 될 것이고, 아낌없이 자신들의 경험을 우리와 나누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부연 설명했다. 당연히 일리가 있다. 옛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도미노 붕괴’를 거친 뒤 요즘 V4 국가들이 괄목할 만하게 도약 중인 배경이 뭔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수 정당제와 자유선거 등 민주화에도 연착륙하면서 진정한 체제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이 외려 교훈을 얻어야 할 듯싶다. 이제라도 시대착오적 유일체제와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특파원 칼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변치 말기를/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변치 말기를/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1903년 창간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각국 특파원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 중 하나다. 중국 관련 뉴스를 선도하며 중국 당국이 숨긴 사실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 중 SCMP처럼 외국 기자들이 신뢰하는 매체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사회주의 특성상 중국 본토의 신문과 방송은 언론이라기보다 선전 도구에 가깝다.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뿐만 아니라 모든 신문과 방송은 당 선전부의 ‘보도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바이두와 같은 민간 뉴스포털도 헤드라인은 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동정을 알리는 뉴스로 채워야 한다. 중요 담화의 경우 신화통신이 1보를 내보내면 다른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써야 한다. 신화통신의 최대 부서는 ‘검열부’로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쓴다. 이처럼 ‘땡 시(진핑) 뉴스’를 읊는 중국 언론만 봐서는 중국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아침 내내 10여 개의 신문을 훑어봐도 참고할 만한 뉴스가 없을 때도 많다. ‘진짜 뉴스’에 목 마른 외국 특파원들은 그래서 사설인터넷망(VPN)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차단한 외국 매체 홈페이지의 문을 두드린다. 정확한 보도와 비판 정신에 관한 한 SCMP는 독보적이다. 중난하이(中南海·지도층 거주 지역)에도 ‘빨대’(취재원)를 꽂고 있는지 SCMP가 특종 보도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다. 둬웨이, 밍징, 보쉰 등 미국에 서버를 둔 반중국 매체도 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들의 보도대로라면 올해 베이징에서 쿠데타가 서너 번은 일어났어야 했다. 이런 SCMP가 요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4년 전만 해도 “미디어는 곧 정치”라며 소유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 매체 후슈망,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 최대 경제지 제일재경일보, 최대 동영상 콘텐츠 기업 유쿠투더우를 사들였다. 전자상거래를 넘어 미디어와 콘텐츠를 움켜쥐려는 야심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SCMP와 마 회장 사이엔 ‘악연’도 있다. SCMP는 2013년 7월 인터뷰 기사를 통해 “마 회장이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해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정확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 회장은 본의가 왜곡됐다고 항의했고 논란이 된 부분은 곧 삭제됐다. 그러나 기자들은 진상 조사를 한 뒤 “마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었다”는 성명을 냈다. SCMP는 1993년 호주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서 현재의 소유주인 궈허녠(郭鶴年) 회장에게 넘어갈 때도 위기를 맞았다.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궈 회장이 친중국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톈안먼 사태 25주년 특집기사와 홍콩 우산혁명 보도가 보여 준 것처럼 SCMP의 논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 회장과 공산당 지도부의 관계가 너무 밀착돼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지원 또는 묵인 없이 한 민간기업이 알리바바처럼 성공하기란 중국에선 상상할 수 없다. 더욱이 시진핑 체제 들어 언론 통제는 훨씬 강화되고 있고 마 회장은 이런 통치를 적극 옹호해 왔다. SCMP가 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전 세계 독자들은 중국을 보는 소중한 거울을 잃게 될 것이다. window2@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트라우마 이후의 삶(맹정현 지음, 책담 펴냄) 트라우마는 각자가 갖고 있는 통념과 믿음이 해체되는 순간에 출현하는 일종의 균열이다. 많은 이들은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저자는 이 균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트라우마를 입으면 어떤 증상이 발생하는지, 왜 그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트라우마 이후의 삶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란 단순한 생존이나 고통의 해소가 아니라 삶에 최대한의 가능성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시스템의 결핍을 각인시켜 준 세월호 참사를 계기 삼아 정신분석학적 성찰을 꾀했다. 표지에 가득한 물방울은 책 자체가 갖는 치유와 위로의 성격을 보여 준다. 156쪽. 1만 2000원. 녹색고전 시리즈 1~3(김욱동 지음, 비채 펴냄) “왜 인간이 만든 것을 파괴하면 반달리즘이라고 부르고, 자연이 창조한 것을 파괴하면 진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이는 미국의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에드 베글리 주니어가 남긴 명언이다. 생태문학자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십수년에 걸친 자신의 활동과 사상을 고전 소개의 형식을 빌려 정리했다. ‘삼국유사’, ‘호질’ 등 한국의 고전 58편과 ‘논어’, ‘도덕경’ 등 생태의 가치를 담은 동양 고전 42편, ‘구약성서’, ‘탈무드’, ‘침묵의 봄’ 등 서양 고전 47편 등을 총망라했다. 단순한 책 소개를 뛰어넘어 생태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김 명예교수의 융합적 지식, 지혜, 성찰이 돋보인다. 절대적 위기에 놓인 지구 환경에 대한 실천적 성찰,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각권 350쪽. 각권 1만 3000원.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조경란 지음, 책세상 펴냄) 공자와 맹자로 상징되는 전통철학에 가려 중국의 현대사상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봉건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요소들이 치열하게 쟁투를 벌이는 과정을 근현대 중국 지성의 라이벌 구도로 정리했다. 입헌군주제를 주장한 량치차오와 삼민주의를 역설한 공화주의자, 중국의 국부 쑨원을 비교하며 둘의 쟁점과 지향점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마오쩌둥과 실천적 유학자로 그에 맞섰던 량수밍, 정치인이자 외교관으로서 시대의 격랑에 중심을 잡아 준 저우언라이와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한 덩샤오핑 등을 맞세웠다. 전통과 근대, 현대로 넘어가는 중국 사상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92쪽. 1만 8000원.
  • 50조원 ‘V4’ 인프라 사업 참여 합의

    50조원 ‘V4’ 인프라 사업 참여 합의

    체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그룹(V4) 소속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하고 비셰그라드 국가들이 앞으로 추진할 50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의 무역·투자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또한 비셰그라드 국가들의 기초과학 기술과 우리나라의 응용과학 기술을 결합해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키로 했다. 비셰그라드 그룹은 중유럽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협력체로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신흥 시장이다. 비셰그라드는 한국이 주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도 공조하기로 했다. 한·비셰그라드 그룹 정상회의에 이어 박 대통령은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과 각각 연쇄 양자회담을 갖고 각 나라와 구체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쇄 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은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등에서의 원전 사업 참여 의사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나라의 평화통일 구상에 대해 지지를 당부했으며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비셰그라드 국가들의 경험이 한반도 평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방을 수행한 경제단이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에서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한 결과 560억원 규모의 수출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우리 측에선 45개 중견·중소기업이 상담회에 참여했고 유럽 현지에선 체코의 최대 완성차 업체인 스코다, 체코 1위 케이블 생산업체 프라캅, 크로아티아의 최대 철강 유통업체 MICK, 프랑스 텔레마케팅 업체 TF1 등 141개 업체가 참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날 프라하 시내 체코국립인형극장에서 우리 판소리 ‘수궁가’를, 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체코의 전통 인형 ‘마리오네트’가 연기한 인형극을 관람했다. 앞서 국립체코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국악원은 ‘아리랑’과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를 협연했다. 프라하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北·中, 혈맹→ 정상국가 관계 급류 탈 듯

    北·中, 혈맹→ 정상국가 관계 급류 탈 듯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북·중 관계를 책임지는 당중앙 대외연락부(중련부) 신임 부장에 쑹타오(宋濤·60) 당중앙 외사판공실 상무 부주임을 임명했다. 중련부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당대당 외교를 전담하는 당 조직이다. 2000년부터 외교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쑹 신임 부장은 2011년 외교부 부부장에 오른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가 시작된 2013년 말부터 장관급 직책인 외사판공실 상무 부주임을 맡았다. 중앙외사판공실은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상설 사무국으로 외교 및 안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쑹 신임 부장은 지난달 류윈산(劉雲山) 당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방북했을 당시 중국 대표단에 포함됐다. 쑹 신임 부장이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서 근무해 온 인사라는 점에서 북·중 관계가 기존의 ‘혈맹’ 특수관계에서 ‘정상국가 관계’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3년부터 12년 동안 중련부장을 맡아 온 왕자루이(王家瑞·66)는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왕 전 부장은 ‘중국 대북외교의 핵심 담당자’, ‘한반도 정책의 핵심 당국자’ 등으로 불려 왔다. 왕 부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직후인 2012년 8월 당 대외연락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 제1위원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번 교체 인사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왕 부장의 나이가 만 66세로 사실상 퇴직 연령(장관급 60∼65세)을 넘긴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페론주의의 퇴조/구본영 논설고문

    대척점이란 지구상 한 지점의 정반대 편을 가리킨다. 서울의 대척점 격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야흐로 정치적 대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며칠 전 끝난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정당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가 집권 좌파 다니엘 시올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다. 뜻밖에도 환호하는 마크리 당선자와 지지자들을 담은 외신 사진의 배경이 낯설어 보이진 않았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대척점에 있는 시가 풍경인데도. 영화 에비타에서 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의 광장 신이 데자뷔(기시착오)를 일으킨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마돈나가 에바(에비타) 페론으로 분해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광장의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던 장면과 함께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란 애절한 노래가 귓전에 맴돌듯이. “나는 그대를 떠나지 않아요”란 노랫말처럼 에비타는 아직 아르헨티나를 떠나지 않았단다. 그녀는 1952년 34세의 나이에 불꽃 같은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빈자의 성녀(聖女)’로 추앙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모양이다. 최근 다녀온 지인은 시민들이 핀업걸인 양 에비타의 사진을 안방에 걸어놓은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물론 그녀는 이와는 대척점의 평가도 받고 있다. 나라를 거덜 낸, 비현실적 복지정책의 원조란 오명이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1930년대 초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의 부국이었다. 광대한 국토와 농축산물 등 무진장한 자원으로 남부러울 게 없던 나라가 기울기 시작한 건 에비타의 남편인 후안 페론이 1946년 집권한 이후부터다. 1970년대 초까지 두 차례 집권한 그는 물론 재혼한 부인인 이사벨 페론 대통령까지 에비타의 유지를 충실히 따랐다. 산업 국유화와 복지 확대, 그리고 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 수입 증대 등 국가사회주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간 것이다. 그러나 1년 일하면 13개월치 임금을 주는 ‘페론주의’에 환호하던 국민들은 곧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만성적 국가 파산에 직면하면서 품삯을 받을 일자리가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이렇듯 페론주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가 12년 만에 막을 내린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경제를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로 놔둔 채…. 이제 아르헨티나 경제가 ‘탱고 축구’처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마크리 당선자가 공짜의 달콤함에 길든 국민들을 여하히 설득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긴 먼 나라 얘기를 하는 게 한가해 보인다. 취업 못한 청년들 일부를 골라 용돈 조로 몇 10만원씩 찔러주는 정책을 내놓는 우리 지자체들이 속출하는 마당에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특별기고] 정주영과 남북관계/강인덕 前 통일부 장관

    [특별기고] 정주영과 남북관계/강인덕 前 통일부 장관

    11월 25일은 아산 정주영 선생 탄신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온 국민이 다 아는 대로 정주영 선생은 현대그룹의 창업자이고,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산업화 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경제인이다. 경부고속도로, 소양감댐, 새만금 간척공사, 자동차산업, 선박건조산업 등 국내 각지에서 그의 거대한 족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열사의 땅 중동에서 그리고 동남아 각국에서 현대가 건설한 장대한 도로와 항구, 건축·구조물들을 대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주영 선생은 우리나라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추켜세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분이다. 그는 또한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의 길을 시범(示範)한 분이다. 1998년 6월 16일 500마리의 소를 나누어 실은 45대의 대형 트럭과 사료를 실은 5대의 트럭을 합쳐 트럭 50대의 긴 북송 대열을 이끌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 땅으로 들어가는 그 장엄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던 역사적 이벤트를 연출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열망을 전 세계에 과시한 분이 바로 정 회장이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27일 또다시 501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 마침내 금강산 관광 사업과 공단 건설, 체육관 건축 등 구체적인 남북경협 사업을 타결했다. 이 과정을 낱낱이 보아온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정주영 선생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보여 준 몇 가지 교훈을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로 정주영 선생은 해소되지 않는 남북 간의 긴장과 대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 특히 남북 경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도임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1001마리의 소떼를 싣고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을 거쳐 북한 땅에 들어감으로써 ‘행동의 진정성’을 보여 주었다. 이런 과정을 밟음으로써 신뢰 회복의 구체적 방도를 찾아냈다. 둘째로 강한 인내심을 발휘해 끊질긴 협상을 거듭함으로써 변덕스러운 북한 당국자를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했다. 정주영 선생은 1차 방문 때 김정일과의 면담이 거부되자 이에 순응치 않고 체류 일정을 연장해 면담을 요청했고, 마침내 2차 방북 때 만나기로 약속받아 결국 그와 만나 남북 경협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셋째로 정주영 선생은 남북 쌍방 당국자의 속내를 명확히 인지하고 양측이 상생(윈윈)할 수 있는 사업 품목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실현했다. 당시 북한은 사회주의 시장의 상실로 극심한 경제난국에 직면해 있었고, 그 돌파구로 정주영 선생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남북 경협을 제시했다. 한편 역대 정권과 달리 남북 관계 개선을 강하게 추구하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호응해 당국 간 협상의 장을 마련했다. 이로써 양측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목적을 실현했다. 넷째로 필자가 가장 강하게 느끼는 점이지만, 고향을 강원도 통천에 둔 정주영 선생은 혈육의 빈곤한 경제생활과 아름다운 고향 산천인 금강산과 원산의 명사십리 해변 등이 점차 훼손되는 것을 보고 남한 경제를 발전시킨 경제인으로서의 남다른 ‘책무의식’을 갖고 대북 경협에 매진했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하에 있어 모든 기업이 유동성의 위기를 염려하던 때다. 이런 시기에 3억~4억 달러를 투척하며 더 없이 큰 북한 리스크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일반 대기업 총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1989년 1월-금강산 관광 합의 10년 전-정주영 선생이 비공식 방북해 북한 당국과 상담을 벌일 때 동행했던 평남 양덕군 출신 재일교포 기업가 손달원씨가 “정 회장이 내 재산의 절반을 투자해서라도 고향을 개발하겠다고 하기에 신중히 하자고 권고했더니, 당신이 없어도 돼. 전 재산을 던져서라도 하겠다고 하기에 어이가 없어 혼자서 돌아왔다”는 회고담을 읽은 바 있다. 필자는 타인의 부축을 받으며 노구를 이끌고 휴전선을 넘는 정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혈육에 대한 책무와 고향에 대한 사랑, 나아가 아직도 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보릿고개를 넘겨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방북 행보를 독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남북 관계는 당시보다도 더 엄혹하다. 북핵 문제, 5·24 제재 조치, 금강산 관광 중단 등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쌍방은 정주영 선생이 보여 준 지혜와 슬기, 그리고 대담성을 발휘해 하루속히 남북 관계를 개선해 주기를 바란다.
  • [씨줄날줄] 미국판 ‘수저 계급론’/김성수 논설위원

    “나만 (후보 중에) 억만장자가 아니다. ‘슈퍼팩’(선거 때 정치자금을 거두는 조직)은커녕 ‘백팩’(배낭)도 없다. 나는 강의실을 왔다 갔다 하는 교수처럼 양손으로 짐을 들고 다닌다. 속옷도 한 벌밖에 없다. 심지어 옷도 드라이어가 없어 라디에이터에 말린다.”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한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68)의 속사포 같은 개그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SNL은 정치 풍자로 유명한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정치인들은 이 프로에서 다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해할 정도다. 래리가 흉내 낸 사람은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이다. 우리 나이로 75세(1941년생). 손자 7명을 둔 할아버지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진보정치인이다. 2010년 12월 10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부자 감세 법안에 반대하며 무려 8시간 37분 동안 ‘마라톤연설’을 해 유명세를 탔다. 원래 무소속인데 이번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미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선거에 출마한 이유라고 밝힌다. 미국 경제의 비극은 초부유층은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한창인 우리 사회와 꼭 닮았다. 미국판 ‘수저 계급론’인 셈이다. 샌더스는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나 석유재벌 찰스·데이비드 코흐 형제, 카지노 재벌 셸던 에덜슨 등 미국의 최고부자 15명이 최근 2년간 자산이 200조원 가까이 늘었고, 이는 하위 40%의 자산보다 많다고 지적한다. 또 미국 최상위층 0.1%의 자산은 지난 30년간 전체의 10%에서 22%로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이는 빈곤층과 근로자의 부를 빼앗아 이들에게 가져다준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부(富)의 독점은 비도덕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미국인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월가의 금융기업을 세금으로 구제해 줬던 만큼 이번에는 월스트리트에 투기거래세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생긴 재원으로 공립대학 무상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한다. 1%가 아닌 99%의 서민을 위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약속에 미국인들은 쫑긋 귀를 기울이고 있다. ‘꼴통 재벌’로 막말만 일삼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되면서 주가는 더욱 뛰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를 잡고 내년에 본선에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돌풍은 몰고 왔지만 미국 대선판에 부의 불평등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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