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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범 탈퇴②] 모두가 ‘피해자’…JYP 선택 옳았나?

    [재범 탈퇴②] 모두가 ‘피해자’…JYP 선택 옳았나?

    2PM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측이 재범과의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한지 1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JYP의 공식발표문에 대한 의혹제기로 시작된 논란은 각종 루머와 팬들의 보이콧 운동으로 확산됐고 신상정보 유출에 경찰까지 등장했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재범과 팬들은 물론 2PM과 JYP까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논란의 범위가 너무 커졌고 결국 모두 ‘피해자’가 돼버렸다. 최근 재범의 모친이 어떤 대응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현 상황에서 남은 건 대중 앞에 놓인 2PM의 미래와 팬들의 반응이다. ◆ ‘희망고문’ ‘낙인’ ‘배신돌’..JYP의 선택이 남긴 상처 JYP 측은 지난달 25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재범의 사생활 문제로 전속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팬들은 “재범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어버린 것”이라며 격해진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두루뭉술하게 ‘사생활 문제’라고만 거론해 각종 악성 추측들을 난무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팬들은 JYP 측이 재범의 계약해지를 결정한 뒤에도 재범과 팬들 그리고 언론 사이에서 거짓 내용으로 자신들을 속여 왔다는 것에 “JYP에 기만당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분노했다. 2PM의 활동이 끝나기까지 별 문제 없도록 ‘희망고문’을 하며 팬들을 구슬려왔다는 것. 대중문화 평론가 강태규 씨는 “JYP측에서도 안팎의 여러 정황상 곧바로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발표하고 그에 맞게 대응했어야 옳았다. 결과론적으로 팬들을 ‘희망고문’했고 그들의 분노와 불신만 부추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들은 “무엇보다 JYP 측의 표현대로 재범을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면 여론을 봐가며 일을 지금까지 끌고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JYP를 비난했다. 평소 재범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해왔던 2PM 멤버들 역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재범의 영구탈퇴에 동의할 수 있냐”는 이유로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2PM멤버들에게 향한 비난의 화살은 27일 열린 간담회 이후 더욱 거세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JYP측은 ‘재범은 가해자, JYP와 2PM은 피해자’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간담회에 참석했던 팬들이 “멤버들의 태도가 무례했다.”고 전한 것과 맞물려 오히려 모든 비난의 화살을 2PM으로 향하게 했다. 이어 간담회 녹취록이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졌고 네티즌들은 멤버들의 재범 관련 발언들을 지적하며 ‘2PM=배신돌’이라 칭하고 있다. 평론가 강태규 씨는 “JYP 측에서도 고심했겠지만 세심한 리스크관리를 못했다. JYP는 재범에 대해 ‘사생활 문제’라는 모호한 표현과 2PM 멤버들을 간담회까지 끌어들여 논란만 확산시켰다. 어떤 선택을 하던 논란이 될 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었다.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재범과의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했다. ◆ ‘보이콧’ ‘루머’ ‘신상정보유출’..2PM의 미래는? 희망고문에 분노하고 2PM 멤버들에게조차 배신당한 팬들은 앨범과 출연하고 있는 방송을 넘어 광고상품까지 보이콧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팬들은 ‘왕따설’ ‘가상시나리오’ 등 루머와 멤버들의 숨겨졌던 사생활을 찾아내 퍼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멤버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돼 소속사 측에선 유출한 사람에 대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2PM 우영이 진행을 맡고 있는 KBS 2TV ‘승승장구’는 재범의 영구탈퇴 소식이 전해진 뒤 전주에 비해 시청률이 절반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제작진 측은 “앞선 방송이 워낙 시청률이 잘 나오긴 했지만 시청률이 크게 떨어질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팬들의 보이콧 운동이 정말 효과가 있었던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승승장구’는 첫 방송 10%를 시작으로 7.5%, 9.8%, 15.1%, 6.9%를 기록해왔다. 재범 영구탈퇴 소식 전후로 시청률이 급락하긴 했지만 15.1%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날은 경쟁프로그램인 SBS ‘강심장’이 김연아 스페셜로 결방했던 때였다. 또 6.9%가 최저시청률이긴 하지만 보이콧 운동의 결과라고 속단하긴 이르다. 2PM의 멤버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2PM멤버를 하차시키라는 게시판 댓글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고심 끝에 출연진을 캐스팅했고 하차시키기에 이번 사태가 적합한 사유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2PM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광고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광고 관계자들은 재범의 영구탈퇴와 관련한 논란들이 2PM과의 계약을 파기할 만큼 심각하지 않고 보이콧 운동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광고업계 고위 관계자는 “재범이 시애틀로 갔을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 시끄러워진 상황이라 논의가 오가고 있긴 하지만 기존의 계약파기는 없다. 다만 신규계약이나 추가계약에 대해선 JYP의 향후 대응방안과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재범이 시애틀로 떠난 후부터 2PM 각 멤버들의 활약도는 다방면에서 고르게 상승했고 2PM은 지난 ‘하트비트’ 때 재범 없이도 큰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당시와 지금은 논란의 경중이 다르고 현재 팬들의 반응이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하더라도 2PM의 인기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자율고 사회배려대상자 학비 일반전형 수준으로 책정 논란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의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부정합격한 13개교 132명을 일반고에 재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종용해 놓고 문제가 생기자 아이들을 부정입학자로 낙인찍었다.”며 재배정과 별도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반을 편성해 다음달 중순까지 시교육청·지역 교육청·학교 관련자를 징계·고발하고, 전형 과정에서의 문제가 적발된 자율고에 대해서는 학급수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또 일부 자율고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내야 할 금액보다 2~3배 많은 등록금이 책정된 정황을 포착,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율고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지만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차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합격자들은 일반고 수준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나머지 차액은 정부가 보조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회적배려대상자에 대한 등록금 지원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서 학교 행정실 직원들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학교측 해명이 석연치 않아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교내폭력 눈감는 학교

    교내폭력 눈감는 학교

    충격적인 ‘막장 졸업식’ 등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교 폭력을 은폐·축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있는 대로 상급기관에 보고해 봤자 득 될 게 없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판단이고,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 폭력 문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를 받은 건수는 2007년 7667건, 2008년 881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2080건(8월 기준)으로 연간 폭력 건수로 환산할 경우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3000여건이다. 교과부 법령은 일선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교과부에 보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찰청이 ‘학교 폭력’으로 검거한 학생 수는 교과부의 학교 폭력 신고 건수에 견줘 최대 8배 이상 많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교 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각각 2만 1710건, 2만 5301건, 2만 4825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교과부와 경찰청 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학교가 학교 폭력을 은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란 고백이 교육계 내부에서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고교의 경우 고교선택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폭력학교로 낙인찍히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쉬쉬하며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교육청과 비교되기 때문에 폭력 건수가 많은 학교를 곱게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도 “학교 폭력이 많으면 교장의 관리능력을 의심받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있는 그대로 보고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학교에는 역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A중 교장은 “학교 폭력은 지역사회와도 깊이 연관돼 있는데 어느 학교가 자기 학교 폭력이 많다고 내세우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영준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교육칼럼] “제 꿈은 연예인이에요”

    [교육칼럼] “제 꿈은 연예인이에요”

    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별 생각 없이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 역사로 걸어 들어갔다. 그 때 한쪽에서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봤다. 초겨울쯤으로 날씨가 제법 추웠을 때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 아이들이 추던 춤은 비보잉이었다. 바닥이 제법 차가웠을테지만,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자기들끼리 한참을 웃고 즐기면서 말이다. 몇 해 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댄서·배우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단순히 장래희망으로 끝이 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실제로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의 대부분은 학교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동대문·압구정·강남 등지를 가면 그 곳에 연예인·댄서·배우 등을 지망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다. 어른들이나 사회는 그들을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청소년’, 때로는 ‘학교에 적응 못 하는 부적응 학생’이라고 낙인찍는다. 그러나 그 청소년들은 이른바 ‘끼’가 충만한 아이들이다. 남과는 다른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다만 아직까지 그들을 위한 교육의 터전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 어른들의 의무에 대해 되짚어 보게 된다. 재능을 갖고 있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교육 터전을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다. 그 안에서 보다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희망적으로 그들의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리 아이들은 그 숫자만큼 다양한 꿈과 장래희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교육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만을 공부라고 한다. 다양한 꿈을 위한 노력은 공부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공부하지 않는 청소년이라 너무나도 쉽게 낙인찍는다. 최근에는 한류열풍이나 비보이팀의 세계대회 우승 등에 힘입어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꿈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부모도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교육의 장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의 변화는 더디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개인의 노력이 너무 쉽게 벽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는 꿈들이 참으로 많다. 그렇게 좌절되는 꿈들이 안타깝고 아깝다. 이제 학교가 변해야 할 때이다. 다양한 아이들의 꿈만큼이나 다양한 학교가 생겨나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청소년들이 차가운 지하철 역사 바닥에서 춤을 추지 않고, 학교를 벗어난 다른 곳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며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들의 꿈을 위한 다양한 학교가 있어야 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재능에 꼭 맞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 학교들이 많지 않지만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차가운 지하철 역사에서 춤을 춘다. 그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과 좌절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자책하고 꿈을 포기한다. 더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모든 청소년들이 “저는 제 꿈을 위해 이 학교에 입학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현만 한림연예예술고 교장
  • [女談餘談] 사백오십가지 아이덴티티/김민희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사백오십가지 아이덴티티/김민희 경제부 기자

    아침에 출근해 경제면을 보는 게 첫 일과다. 그런데 오늘은 사회면에 자꾸만 눈길이 가서 경제 기사를 읽을 수가 없었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가 항문기능 복원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여러 일간지에 달린 제목을 보고 있자니 화가 점점 차올랐다. ‘자연임신 가능’, ‘정상인이 된 나영이’…. 어느덧 나영이의 존재는 ‘임신 가능 여부’로 규정되고 있었다. 이제 나영이는 임신도 할 수 있으니 다른 여성들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지금의 괴로운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암시가 거기엔 있었다. 또 나왔다. 여성을 ‘애 낳는 기능인’으로 보는 구태의연한 시선. 여성을 임신과 출산으로 규정하는 건 개인을 조직으로 치환하고 싶어 하는 한국 사회의 촌스러운 관습이다. 나는 여성이긴 하지만 임신할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사백오십가지쯤 되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나는 폭탄주를 잘 마시고, 운동신경이 없고, 재즈음악을 좋아한다. 내게 자궁이 있다는 사실은 운동신경이 없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의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중요한 요건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여성이라는 범주로 들어가는 그 순간 임신과 출산은 80% 이상의 중요도를 갑자기 얻는다. 임신과 출산은 개인에게 순전히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얼마 전 결혼한 친구는 “결혼은 하고 싶지만 애를 낳고 싶진 않다.”면서 ‘비임(非妊) 선언’을 했다. 반면 결혼 5년차인 한 선배는 얼마 전 불임 판정을 받았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넌 쓸모없는 사람이야’란 낙인이 찍히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울먹였다. 누군가에게 임신은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혹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애를 못 낳으면 여자도 아니다.’는 80년대 드라마의 시어머니들(혹은 그들이 반영하는 사회적 통념)의 생각을 답습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 haru@seoul.co.kr
  • [사설] 이제 친일의 어두운 과거를 물리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이 어제 발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장면 전 국무총리, 언론인 장지연, 음악가 안익태·홍난파 등 일제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했다는 4389명이 명단에 올랐다. 근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대목인 ‘친일’ 문제를 다룬 것인 만큼 사전이 나오기까지 논란은 격심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설립된 지 18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지 8년의 세월이 지났다. 사전 편찬을 위해 7억여원의 국민성금이 모아지는 등 격렬한 반대만큼이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는 구체적인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과거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지연 선생 유족 측은 사전 공개에 앞서 “이름을 빼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친일인명사전 수록에 대해 “학문적 의견 개진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발간 취지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비록 불가항력적인 식민지 현실이었지만 선대의 과(過)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功)은 더욱 가꿔 나가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본다. 더이상 친일이라는 어두운 과거에 발목 잡혀 갈등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민족사의 동통(疼痛)을 의연히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친일 문제를 보수·진보의 시각에서 ‘단죄’하듯 접근하는 일면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일파 후손이라는 낙인찍기나 연좌제적 발상의 유혹을 떨쳐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소모적인 친일 논란에서 벗어나 나라를 온전히 간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야 할 때다.
  • 미국과는 천양지차 한국 미혼모의 현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에서 인터넷판 톱기사로 8일 한국의 미혼모들이 처한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울에서 작성된 이 기사는 여러 미혼모의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미혼모를 위한 시설인 두리홈의 사진도 실었다.  지난 달 아들을 낳은 A(27)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자 친구의 누이들이 전화로 낙태하라고 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그의 엄마와 누나들은 자기네들 씨이기 때문에 내 아기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라며 한국 미혼모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미혼모인 B(33)씨는 “한국에서 미혼모가 되면 부도덕한 실패자로 낙인 찍힙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사회적 지위도 바닥으로 떨어진다.”라며 “8번이나 채용을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떨어지는 출산율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지난 해만 해도 1250명의 한국 아이가 대부분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이들 가운데 90% 정도는 미혼모의 자식이었다.  한국 미혼모들을 후원하는 네트워크(http://koreanunwedmoms.blogspot.com/)를 만든 코네티컷의 안과 의사 리처드 보아스는 1988년 한국 소녀를 입양했다. 보아스는 지난 2006년 다른 미국인이 외국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돕고자 한국을 찾았다가 20살 이하의 임신한 미혼모들이 한방 가득 있는 것을 목격하고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미혼모의 자녀로 미국에 입양됐던 한국인들이 모국으로 돌아와 입양아와 미혼모를 돕기 위해 일하기도 한다. 트랙(http://justicespeaking.wordpress.com/)을 이끄는 제인 정 트렌카(37)는 “한국 정부는 아이를 친모에게 두는 것보다는 입양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한국에서 태어난 입양아로 미네소타에서 자랐다.  2007년에는 7774명의 아이가 흔히 말하는 사생아로 태어났으며 이는 전체 출산율의 1.6%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같은 해 태어난 아기의 40%가 미혼모의 자식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96%의 한국 미혼모들은 낙태를 선택한다고 한다.  아기를 낳은 한국 미혼모들의 70%는 자식을 입양시키려 하지만 미국에서 자녀를 입양시키는 미혼모는 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아이를 입양한 부모에게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85달러(약 10만원)를 지급하지만 미혼모들에게는 이의 반액밖에 주지 않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 하지만 사회적 낙인이 이들을 움츠러들게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발언대] 헌법상 여성보호와 여성부의 미래/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발언대] 헌법상 여성보호와 여성부의 미래/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어머니. 언제나 불러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대통령에서 필부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라는 단어에 가슴이 저려오지 않는 이가 없다. 하지만 산고의 아픔을 딛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신 어머니는 아직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인류 역사에서 여성 차별은 극복의 대상이다. ‘자유의 여신상’으로 상징되는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다. 우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조선조에서 비롯된 남녀차별은 근대법의 수용과정에서 법규범상으로는 많이 탁마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남녀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우리나라는 130개 국 중에 108위로 미개국 수준을 면치 못한다. 남녀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회적 성차별은 여전하다. 오죽했으면 남성부는 없고 여성부만 있겠는가. 정권인수과정에서부터 폐지론에 시달리다가 겨우 존치된 여성부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허덕인다. 명맥만 남은 여성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또 다른 성차별의 현장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비전을 검증하기보다는 여성정책 문외한으로 몰아세우기에 급급하다. 여성부의 역할과 기능도 발전적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보건복지가족과 여성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특히 가족은 어머니로부터 비롯된다. 차제에 가족기능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 여성부는 일·가정 양립 지원문제를 해결해 주고, 아동·청소년·보육·가족정책을 포괄하는 성인지적 생활친화 정책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이대로는 누가 감히 어머니이길 자처할 수 있겠는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저출산 국가로 지목돼 흔들리고 있는 한민족의 앞날은 대한민국 여성의 힘에 있다. ‘우생순’의 아줌마 열풍이 더는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가 아니라 국가적 배려와 보호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 복지와 권익향상, 모성의 보호가 온 누리의 가슴에 스며들어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 [사설] ‘휘슬 블로어’들이 지키는 깨끗한 한국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인 미국 화이자의 부정행위를 내부고발한 직원이 6년간의 소송을 거쳐 638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는 뉴스가 얼마 전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중부발전이 내부고발 보상금을 공공기관 최대인 20억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내부 자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멀게는 삼성과 현대가 내부고발에 의해 전례 없는 곤욕을 치렀고, 가깝게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제약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내부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경고와 각성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휘슬 블로어’는 우리 사회를 지키는 ‘빛과 소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입법예고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공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환경을 해치는 각종 공익침해 행위를 신고하는 내부 고발자들이 신분 노출이나 해고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이다. 신고자 보호조치가 대폭 강화됐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입법예고된 법안 중 제보자의 신원을 누설하거나 해고 등 불이익을 준 경우 벌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도록 벌칙조항을 수정했다. 우리 사회에는 연고주의와 온정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는 것을 극도로 금기시한다. 이를 어기면 배신자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일쑤다. 이 같은 후진국형 부패친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의 용기있는 부패신고가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DJ이후 한국사회’ 각계 인사의 제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각계에서는 고인이 평생을 두고 노력해온 민주화, 국민 대통합과 화해, 지역주의 극복, 남북통일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각계에서 듣는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화해정신 담을 헌법개정 필요 민주주의의 선봉과 지식인들 사이에 반복된 반목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문병과 조문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전두환 전 대통령, 영원한 경쟁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문은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국민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몸바쳤던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국민적 대통합과 화해의 정신을 담은 헌법 개정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이 우리사회의 ‘큰 어른’이자 ‘지식인의 본보기’로서 권위를 세우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고민할 때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가발전에 온 국민이 힘써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원로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큰 불행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정착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고 외환위기 때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업적을 남기셨다. 이제 고인이 남긴 큰 뜻과 업적을 기리면서 국가 발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고인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지역주의 극복이 이뤄지고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온 국민이 새 마음 새 뜻으로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 막 어둠의 터널을 지나기 시작한 경제가 완전히 회복돼 많은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을 고인이 가장 바랄 것이다. ●김창국 초대 국가인권위원장·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장 보복 않는 화합정신 계승을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은 ‘보복을 하지 않는 화합의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또 이같은 사회통합 정신을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철학으로 계승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할 때 김 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탄압을 극복하고 보복 대신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승인한 점에서 우리가 키울 자산을 찾아야 한다. 남북화합, 동서화합도 자산이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이 싹틔운 ‘과거사 창산’을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역사 인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결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미완의 과제 노사선진화를 김 전 대통령은 수출증대정책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늘려갔고,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빠르게 유입된 달러화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상환해 갔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으로 유수의 기업과 은행이 문을 닫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주었지만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가 버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4대 부문 개혁 중 특히 노동부문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지혜를 모아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나서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한국문화의 비전 숙제로 평생 추구했던 민주화와 통일, 세계 평화의 뜻을 채 이루지 못해 가시는 마음도 편치 않으셨을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역대 대통령 중 문화에 대한 식견과 애정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문화 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셨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철저히 지켜내셨다.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분이었기에 문화인으로서 더욱 아쉬움이 느껴진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한국 문화의 비전에 대한 숙제는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고, 나 개인에게도 남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나라의 큰 어른들을 연이어 보내는 슬픔이 남아 있다. 이것이 슬픔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모두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천석 울산동구청장 해묵은 지역감정 뿌리뽑자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망국적인 지역감정 해소와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만큼 고인의 큰 뜻을 받들어 이제 해묵은 지역감정을 완전히 뿌리뽑을 때가 왔다. 영호남 지역감정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노력과 대통령직 당선으로 상당히 해소됐지만 여전히 선거철만 되면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영호남은 다양한 교류와 공동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벌이면서 지역감정 해소에 노력해 왔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되살아나지 않도록 국민들의 성숙한 견제 의식이 필요하고 정치권도 선거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역감정의 불씨를 사전에 잡아야 한다. ●소설가 공지영 민주화의 후퇴 없었으면… 원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 뭐라고 말하기는 딱히 그렇지만 소설을 쓰면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알게 됐다. 2004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쓰기 위해 취재에 들어가면서 사형수들을 많이 만났다. 이때 구치소와 교도소 등의 시설과 상황을 새삼 보게 됐는데 일본보다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변화는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부분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사회가 대체적으로 약자와 소외자, 장애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을 평소 가졌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이런 곳에 많은 관심을 가졌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더 있어야 하고 또 민주화의 후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장현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역사의 계승 발전 동기 찾을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게 사회통합이다. 남북문제든 내부문제든 간에 사회통합이 절실하다.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는 지난 역사도 겸손하게 평가하고 계승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파도 속에 휘말린 나머지 정치·경제·사회·계층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단절시키고 새로 쓰는 게 역사가 아니다. 남북 문제나 민주주의 문제 등 역사를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동기와 전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회통합은 통합위원회 등 기구나 제도의 차원이 아니다. 용산참사나 비정규직, 노사문제 등 우리가 당면한 각종 현실에 진정성을 갖고 함께 아우르는 자세로 나아갈 때 이것들은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정권, 헌법 기본권 흔들어” “민주 → 법치 균형찾는 과정”

    “현정권, 헌법 기본권 흔들어” “민주 → 법치 균형찾는 과정”

    17일로 제헌절이 예순한돌을 맞는다. 그동안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어온 헌법의 기초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성낙인·조국, 연세대 김종철, 서강대 임지봉, 숭실대 강경근 교수 등 법학자 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헌법의 현주소를 알아 본다.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헌법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진단과 해법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진보성향의 학자들은 촛불시위, 미네르바 사건,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헌법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사례로 들며 법을 집행하는 쪽이 헌법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교수들은 지난 10년 간 민주주의로 편중됐던 가치가 법치주의와 균형을 이루면서 발생한 과정으로 분석하면서 개헌이 되기 전까지는 현행 관련법과 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보학자들은 현 상황이 헌법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김종철 교수는 “헌법 조문 자체보다도 헌법이 품고 있는 내용이 지켜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현 정부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고 막상 신고를 하면 집회를 불허하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현행법은 행정권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준다.”면서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교수는 “모든 기본권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초석이 되는 우월한 기본권”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표현의 자유를 막는 이유가 교통방해, 주변상권 영업이익의 감소, 주거 평온 침해 등인데 이는 상하 개념이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교수는 “언론의 오보는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데 PD수첩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고, 미네르바 사건도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우리 헌법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사회경제적 약자, 가난한 자, 중소기업 보호조치 규정’ 등이 있는데 이런 헌법조항들이 현 정권 아래서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강경근 교수는 “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여유가 없고 경직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균형있게 잡아 나가야 하는데 지난 정권이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현 정권은 법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이 민주화 이후 만들어진 것인 만큼 지킬 것은 지켜 가면서 투쟁과 표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성낙인 교수는 “물대포 등을 동원한 시위진압과 집회 허용 여부는 경찰서장의 권한이고 그들의 판단은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공권력 행사를 받아들이고 추후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들은 우리 헌법이 뚜렷한 위상을 가지고 사회의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것은 ‘적용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상황에서 헌법의 위상 논란이 나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운용 문제라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헌법은 누군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발전해온 것이라 그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 교수는 “헌법의 뜻을 잘 살려 하위법에서의 애매한 규정을 정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기본법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명확하게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건형 이재연 유대근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광장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로/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광장민주주의에서 대의민주주의로/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싱가포르는 네덜란드, 영국, 일본, 말레이시아의 지배 속에 영욕이 교차된 적도의 섬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추방당한 독립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리콴유 총리는 싱가포르를 오늘날 세계적인 허브 도시국가로 우뚝 서게 했다. 32년에 이르는 리콴유의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구축한 것이다. 14년간 고촉통 총리의 과도기적 집권과정을 거쳐서, 2004년부터는 리셴룽 총리 시대가 계속된다. 부자세습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중간과정을 거친 셈이다. 리콴유는 지금도 실질적인 국부(國父)로서 총리의 최고 멘토다. 한반도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부자세습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례가 없다. 그 세습이 몽매한 인민들의 굶주린 배라도 채워 줬더라면 그래도 최소한의 양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민들은 ‘이밥에 고깃국’은 고사하고 초근목피로 연명 중이다. 여기에 미사일과 핵무기로 중무장한 선군(先軍)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다. 정치가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두 사례에서 잘 보여준다. 세습통치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편하게 모시려는 지도자의 의지는 경제대국의 길로 인도한다.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안정된 사회를 구축한다. 국민들도 지도자를 신뢰한다. 하지만 백성들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 한 그는 더 이상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억지로 이끌어 내는 위장된 환호성은 도탄에 빠진 인민들을 기만하는 술책에 불과하다. 인간은 물질적 풍요로만 만족할 수 없는 영혼을 가진 사회적 존재다. 풍요로운 경제적 삶의 이면에 드리운 장기집권과 부자세습의 염증은 싱가포르가 해결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다. 리콴유 치적의 최대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세대는 새로운 정치적 사회적 요구를 분출시킨다. 정치적 참여의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도 관건이다. 행정의 투명성과 거버넌스 도구로서의 정보공개법에 관한 한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조차도 최하위 수준임이다. 격동의 60년을 거치면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일어섰다. 국민의 정치 참여와 행정의 투명성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제정하여 국정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통제된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하지만 외견적 민주화는 새로운 도전을 기다린다. 싱가포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북쪽에서조차도 강요된 안정성을 구가하고 있는 법과 질서는 혼돈상태다. 민주화과정에서 뿌려진 법과 질서에 대한 잿빛 추억을 벗어나지 못한다. 절차적 정의를 외면하고 실체적 정의만 추구하는 한 카오스적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광장민주주의는 아직도 그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기적 경제위기에 내몰린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는 광장에 함몰된 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광장의 목소리가 잦아져야만 대의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국회의 존재이유는 광장을 통해 표출되는 직접민주주의의 요구를 수렴하여 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그런데 서울 시청 앞에서 울려 퍼지는 광장의 소리와 민의의 대변자여야 할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이에는 벌어진 틈을 좁히기는커녕 멀어져 가기만 한다. 여의도 정치는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추적해야 할 이정표여야 한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여의도 불빛이 밝게 비춰줘야 한다. 답답한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가슴을 열고 긴 호흡을 하는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이 난국을 돌파해 줄 선지자(先知者)는 진정 없단 말인가. 가수 한영애의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라는 노래가사라도 한번 외쳐보고 싶은 심정이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청와대까지 가세 난타전

     지난 18일 검찰이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TV ‘PD수첩’ 제작진을 불구속 기소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 조사를 통해 PD수첩이 의도적인 오보를 통해 국민들을 우롱했다며 비난을 이어가는 반면 야당과 진보진영은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인 보복이며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19일 검찰의 PD수첩 수사발표와 관련,”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방송국)경영진이 총사퇴할 일”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청와대는 전날 PD수첩 사건을 놓고 “충격과 공포”라며 맹공을 가했었지만 이날 발언은 경영진의 사퇴를 거론하는 등 더 수위가 높아져 주목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작은 오보에도 책임을 지는데 하물며 사회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편파 왜곡방송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을 거꾸로 언론탄압,정치적 탄압이라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이 대변인은 특히 그 동안 민감한 사안의 경우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는 관행을 깨고 실명을 써줄 것을 요청하는 등 그 동안 쌓인 불만을 강도높은 어조로 질타했다.  이어 PD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게이트키핑 기능이 없는 주관적인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그는 PD수첩을 겨냥,”음주운전 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긴 것 같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이어 “이런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라면서 “반성과 사죄는 하지 않고 ‘언론탄압’ ‘정치수사’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다시 한 번 호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역시 PD수첩을 향해 비판을 이어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결국 온 국민이 PD수첩에 속은 것”이라면서 “PD수첩의 의도적인 왜곡 조작 방송은 국민을 호도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등 천문학적인 국가손실 사회적 비용 치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안 원내대표는 특히 검찰이 공개한 PD수첩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언급하면서 “경악 금할 수 없다.그리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국민적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정부의 명줄을 끊기 위해 먹거리를 가지고 시대와 국민을 우롱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과 진보진영 시민단체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기소는 MBC를 무너뜨리겠다는 정권 차원의 정치보복 행위”라고 꼬집었다.노 대변인은 PD수첩 사건을 조사했던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처벌이 어렵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제와 무슨 정당성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이어 “검찰의 기소방침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감옥에 가두겠다는 의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정세균 대표 역시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이 PD수첩 수사과정 중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수색한 것과 관련,”명백한 현행법 위반이고 70년대 막걸리 보안법 시절 검찰의 행태”라고 질타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과학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무리하게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다.”면서 “검찰이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제작진의 의도가 왜곡됐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이메일을 공개한 김은희 작가 역시 “검찰이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은 검찰과 언론의 합작으로 인해 사생활이 짓밟힌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김 작가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수백 통의 이메일을 검토한 것 같다.”면서 “그중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몇 개를 찾아서 ‘김은희는 이런 사람’이라고 몰아갔다.”고 주장했다.그는 “하지만 PD수첩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수사를 해야지,왜 일개 프리랜서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조사했는지 묻고 싶다.”며 이번 수사가 MBC에 불온한 낙인을 찍으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환각에 빠진 연예계] (하) 재활 성공하려면

    다른 마약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에게도 가장 좋은 마약중독 치료법은 공개 치료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탓에 공개 치료가 어렵고, ‘공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더 깊은 사회적 낙인이 찍혀 재기도 힘들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마약중독’이라는 병을 치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들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총무간사(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중독치료는 집단상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지 손상을 꺼리는 연예인들은 거의 재활치료를 받지 않는다.”면서 “연예인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해 치료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연예인을 특별대우하는 것처럼 보여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일부 연예인들은 치료기관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사법기관에 신고할까봐 치료를 피한다.”고 전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데, 연예인들은 그런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한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사업부장은 “젊은 연예인들은 ‘내가 좋아 투약했는데 국가가 왜 난리냐.’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마약을 끊으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재활이 쉽지 않다. 체험담 등을 들려줌으로써 본인의 의지를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도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도구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도 마약 끊으려고 정신병원에 갔는데, 내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감옥살이라는 수모를 겪기 전에 마약을 끊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연예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치료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는’ 현행 마약사범 관리 체계가 바뀌는 일이다. 조성남 국립부곡병원 원장은 “검찰에서 기소를 유예하면서 치료보호시설로 보내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적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1만명 마약사범 중 100명도 채 안 된다. 게다가 현행 치료보호제도는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지 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마약 법정(Drug Court)’을 따로 만들어 법원에서 중독자를 구분해 교도소가 아니라 치료를 명령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으로는 공개 치료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김씨는 “해외에서는 공개적으로 마약치료를 받는 스타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분위기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민희 유대근 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2030] 청년백수 이래서 힘들다

    [2030] 청년백수 이래서 힘들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청년 백수의 일상을 실감나게 그린 가수 장기하씨의 노래 ‘싸구려 커피’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청년실업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너와 나의 일이 된 탓이다. 그만큼 청년 백수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돈, 연애, 미래 걱정까지…. 청년 백수들이 토로하는 ‘백수생활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1년3개월째 백수생활 중인 김모(24)씨는 “백수의 서러움 중 8할은 돈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취업공부하고 사람 만나다 보면 최소한의 생활비는 들게 되는데 월급받을 곳이 없는 백수다 보니 항상 돈에 쪼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돈만 있으면 안 될 게 없는 우리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건 곧 자존심이 없다는 것과 같다. 돈 때문에 자존심 상하고 위축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김씨는 거의 울먹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은 벌었지만 지난해부터 경제 위기가 오면서 그나마 두 개 정도 하던 과외도 다 그만두게 됐다. “지금은 부모님에게 생활비 50만원을 받아 쓰지만 그마저도 눈치가 보여 계속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돈에 울고… “백수 서러움 중 8할은 돈” 공기업 회사원 박모(32)씨는 1000원짜리 소시지와 콩나물이라면 질색이다. 백수시절 아픈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진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2003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과일가게를 하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보증금 2000만원짜리 자취방도 내놓아 아버지 치료비에 보태야 했다. 대학원 진학을 꿈꿨던 박씨는 취직 준비를 시작했다. 넓은 방을 쓰는 친구 집에 얹혀 살았다. 한 달에 10만원을 내는 대신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전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집에서 용돈이 올라오기는커녕 치료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박씨는 과외 2개를 하면서 50만원을 벌었다. 그 중 30만원을 떼어 집에 부치고 집세 10만원을 빼면 남은 생활비는 10만원이었다. 술과 담배를 끊고 밥은 집에서 해먹었다. 가장 싼 식재료인 1000원짜리 분홍색 소시지와 1500원어치 콩나물은 밥상 위의 단골 메뉴였다. 그렇게 6개월을 지내면서 취업공부를 했고 그해 겨울 공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박씨는 “눈물 젖은 소시지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백수 생활을 논할 자격이 없다.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참고 먹었던 곰이 된 심정이었다.”며 쓰린 과거를 돌아봤다. 백수를 괴롭히는 다른 요인은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다. “저 나이 먹도록 놀고 먹는구나.”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그렇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 사법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일반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29)씨는 요즘 통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상 앞에만 앉으면 온갖 고민들이 떠오르는 탓이다. 형제 중 장남인 정씨는 빨리 취업해서 부모님도 모시고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부쩍 강하다. 그러나 취업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게 되는 시간이 자꾸만 늦춰져 불안하다는 게 정씨의 고민이다. 정씨는 “사법고시를 포기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1차는 붙는데 2차까지 가는 게 어려웠다.”면서 “조금만 더 하면 길이 보이는데 하는 생각에 몇년을 붙들고 있다가 미련을 떨친 게 얼마 전이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빨리 취직해야 할텐데 나이도 있고 정말 앞날이 막막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올해 초 중견기업 홍보실로 입사한 박모(30)씨의 지난 3년도 번뇌와 고민으로 점철됐다. 박씨는 2006년 서울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선호하지 않는 인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때 학과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미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러나 번번이 낙방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졸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는 희망을 품고 기업에 원서를 접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박씨는 긴 좌절의 시절로 접어들었다. 세상과 담을 쌓은 ‘백수’의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사귄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남자 친구는 2007년 졸업과 동시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왠지 남자친구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박씨는 자격지심을 이기지 못해 결국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불안감에 울고… “앞날 생각하면 막막” 이후 고등학교, 대학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려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호프집, 마트 등 여러 곳에서 일하며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했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 박씨는 올해 초 당당히 입사했다. 박씨는 “지난 3년 같은 세월은 다신 되풀이하지 않겠다. 절망의 끝을 본 만큼 이젠 희망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한창 불타는 사랑을 경험할 20~30대지만 백수에겐 그것조차 녹록지 않다. ‘백수=낙오자’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스스로 위축돼버려 좀처럼 사랑을 시작하기 힘들다고 백수들은 입을 모아 하소연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2년째 준비하는 이모(25)씨는 얼마 전 스터디 모임을 탈퇴했다. 그 스터디 모임에 속해 있던 한 남자 때문이다. 스터디가 결성된 것은 3개월 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인 4명의 남녀는 1주일에 두 번씩 모여 상식 문제를 같이 풀고 논술과 작문을 연습했다. 모임 첫날 이씨는 그곳에 나온 한 남성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세 살 많은 그 남자는 쾌활하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같은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말도 잘 통하고 생각도 비슷했다. 딱 이씨의 이상형이었다. 이씨는 남몰래 그에 대한 호감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3개월. 적극적인 성격의 이씨는 먼저 그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언제까지나 그가 고백을 해오길 기다릴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스터디 모임 때문에 간혹 그에게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즉각 답신이 오는 것으로 봐서 그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사랑에 울고… 자격지심에 남친과 이별 마침 스터디 사람들끼리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이씨는 2차 술자리가 끝난 뒤 “더운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그와 단둘이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용기를 내 고백한 이씨에게 그 남성은 “노”라고 했다. 자신도 이씨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라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인 것 같다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서로 격려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씨의 매달림에도 그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스터디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백수들은 움츠리고만 있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1년간의 백수 생활을 ‘취업’이 아닌 ‘취집(취업 대신 시집가기)’으로 해결한 양모(26)씨도 그런 경우다. 5년 전 지방대학을 졸업한 양씨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들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다가 해질녘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한 달쯤 하자 점점 싫증이 났다. 행정법은 이해가 안 되고 영어 단어는 도통 외워지질 않았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의자에 앉으면 하품이 나고 좀이 쑤셨다. 도서관에 가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쇼핑하는 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보다 못한 엄마는 “그렇게 공부할 거면 아예 접고 시집이나 가라.”며 양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역시 “싹수가 안 보이니 아버지 회사에서 경리 일이나 도와주면서 맞선을 보라.”며 엄마 말에 맞장구를 쳤다. 양씨 스스로도 경쟁률이 100대1이 넘는 공무원 시험을 통과할 만큼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양씨는 과감히 방향을 전환해 맞선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비록 직업이 없고 학력도 보잘 것이 없는 양씨지만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 때문에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집안 조건도 꽤 괜찮은 편이라 선 자리는 꾸준히 들어왔다. 양씨는 6개월 동안 7차례 정도 선을 봤다. 은행원, 한의사, 사업가 등 면모도 쟁쟁했다. 그중 양씨는 가장 마지막에 만난 네 살 위 대기업 회사원과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양씨는 2년 전 아들을 낳아 아이 엄마가 되었다. 그는 “맞선을 보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계속 준비했다면 여전히 백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면서 “‘취집’도 색안경만 쓰고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오달란 박성국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긴장 속에 지샌 6·10대회 前夜 여의도 금융가 불안에 떨게 하는 이것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대통령·권력기관 독주 막을 견제·감시 시스템 강화해야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대통령·권력기관 독주 막을 견제·감시 시스템 강화해야

    되풀이되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을 제도로 막을 수는 없을까. 악순환의 고리가 ‘제왕적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에 따른 물음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이상 이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도 고개숙일 수 있는 제도 필요 김종인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장은 1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권력분립이라는 기본 정신이 지켜지지 않은 채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왔다.”면서 “헌법에 형식적으로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통령제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으로 이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성낙인 교수는 의회 권력의 강화를 주문했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대통령과 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대통령도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난달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빈소를 조문한 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시스템 속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 장치가 명확하지 않고 퇴임 후 책임은 가혹하리만큼 크고 무한하게 진다는 점도 있다.”면서 “국가 시스템의 변화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라고 지적했다. ●‘거대 권력’ 검찰 개혁 실패한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재임 시절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인식했다. 권력과 권력 기관에 대한 상호 견제·감시 방안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5월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공정하지 못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수처에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그러나 2005년 한나라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법이 무산됐고 이후 2007년 말에 노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제기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상설 특별검사제’ 역시 완성되지 못한 검찰개혁의 내용 중 하나다. 상설 특검제는, 특정 비리 사건에 한해 국회가 특별검사법을 제정해 수사하는 한시적 특검제를 보완한 것으로 특검제도를 상설화해 대통령 측근과 판사·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전담 수사토록 하는 제도다. 노 전 대통령의 공수처 추진에 반발해 한나라당이 ‘상설 특검제’를 주장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에서는 “상설 특검제보다 공수처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설립해 검찰의 권한을 법원에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또 다른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국내 사찰업무를 중지시켰다. ●권력 핵심부 수사는 특별검사에게 검찰 권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새삼 논쟁거리가 됐다. 검찰이 집권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적인 사건에서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에 국민적 불신이 높기 때문이다. 거대한 검찰 권력이 결국 정권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은 장악되는 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한국의 검찰은 너무나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검찰이 가진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권은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이므로 기소권은 놔두고, 수사권을 떼내 별도의 국가기관에 부여하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국가수사청을 신설해 수사권을 부여하고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수사는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인척과 측근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 국정원이 감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집권 세력이 각 기관에 자기 사람을 채워넣는 바람에 그 기능이 약화되기 일쑤다. ●비현실적 정치자금법도 손질해야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박연차 게이트’가 비현실적인 정치자금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많다. 깨끗하고 돈 안 쓰는 선거, 투명한 정치자금을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투명성 제고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역기능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가난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법이 현실을 너무 앞서 나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이참에 비극을 사전에 방지할 모든 방안을 논의해 적합한 제도를 반드시 도출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언론의 범죄피의자 얼굴공개와 인권’ 토론회

    ‘언론의 범죄피의자 얼굴공개와 인권’ 토론회

    ‘국민의 알권리냐, 피의자 인권 보호냐.’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의 범죄피의자 얼굴 공개와 인권에 관한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최근 연쇄 살인 피의자 강호순의 초상 보도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언론사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되, 공개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한편으로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 진범으로 인상지워지며 여론재판으로 흐른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위법여부 최종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야 발제를 맡은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누가 봐도 죄질이 극악무도한 중대 범죄자의 경우 우선 얼굴을 공개하면서 부작용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자나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상습범 등 정도가 심각한 경우 초상권 공개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인이 아닌 이상 성명보다 얼굴 공개는 더 신중하게 고려돼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도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일각에서 ‘흉악범 얼굴공개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매우 예외적인 사안을 놓고 억지로 법규범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법의 운용을 더 경직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은 흉악 범죄자의 얼굴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현장 사건 기자들의 합의를 통해 공개되어 오다 유영철 검거 과정에서 관례화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흉악범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씌운 것은 사법기관이 아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찰청이 직무규칙을 제정함으로써 관행화됐다.”면서 “사회 안정성을 해치고, 공격성을 보이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안별로 초상권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순 개인이 공적인물로 부상해선 안돼” 그러나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피의자 초상 공개가 과연 실질적인 이익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세심히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그 행위가 이루어진 과정과 사회적 대응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강호순 개인이 공적인물로 부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알권리는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으로 확대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초상권 공개를 둘러싸고 나라마다 입장이 다른 것은 관습과 문화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미권에서는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되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경우에 끝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확보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각 언론사에서도 언론 혹은 여론 재판으로 흐르지 않도록 자율적인 자체 강령이나 내부지침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마구잡이로 통보한 불법시위단체

    경찰이 지난해 촛불시위를 주도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에 참가한 단체 1840여곳을 모두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명단을 정부 부처에 통보했다. 명단이 행정안전부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해당 단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게 된다. 경찰은 지난해에도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68곳을 통보했고 행안부는 25개 단체를 지원제외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에 비하면 단체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단체의 숫자가 늘어난 것만이 아니다.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했던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고 몽땅 불법·폭력 시위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선정기준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이름이 오른 단체를 모두 불법 시위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다.경찰이 규정한 단체 가운데는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3개 야당이 포함돼 있다.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국민의 지지를 통해 국회의원까지 배출하는 공당들이다. 민노총도 포함돼 있다. 양대 노동 조직의 하나다. 구체적 행위에 대해 불법성을 따지는 것은 별개로 단체 자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낙인찍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하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블랙 리스트에 올려놓고 늘 감시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정부의 행위는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국민통합적이어야 한다. 눈엣가시 같다고 마구잡이로 불법과 폭력의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국민과 널리 소통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 [시론] 피의자 얼굴공개와 형평의 저울추/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시론] 피의자 얼굴공개와 형평의 저울추/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미국이나 유럽의 판례는 정식 명칭이 있다. 즉 X 대 Y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X와 Y는 당해 사건의 원고와 피고를 지칭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판례 이름이 없다. 사건당사자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 사안을 놓고 다투는 일반 법원의 재판도 아니고 헌법적 쟁점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정문에서 사건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했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실명을 지워버렸다. 외국과 우리의 권리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은 소중하다. 자연법적 권리인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인격권은 더욱 소중하다. 인격권의 내용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본질적 표지인 초상권은 다른 기본권보다 강하게 보호돼야 한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바다에 얼굴이 한번 오르고 나면 더 이상 지울 방법이 없다. 까닭에 얼굴 공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청소년성범죄자에 대한 신원공개 결정에서 팽팽한 찬반 양론이 제기된 것도 인격권과 사생활보호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한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생명선이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타인을 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공적 관심사의 공익을 위한 보도가 통제돼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익을 침해하는가의 여부는 형평의 저울질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권리 주체가 각기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경우에 어느 쪽을 더 보호할 것이냐를 놓고 기본권의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인격권(사생활)과 언론보도의 자유(알 권리) 모두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어느 쪽을 더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명제는 성립될 수 없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 양쪽의 법익을 비교형량하여 어느 쪽을 더 보호해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근에 다수의 언론은 연쇄살인 피의자의 인격권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강호순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피의자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을 뿐 아니라 증거도 명백히 제시됐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물론 사진의 공개가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흉악범은 반드시 밝혀지고 다시는 이 땅에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경각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극악무도한 범인의 초상은 더 이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밀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외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혐의자의 얼굴 공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토록 논쟁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얼굴 공개는 예외적인 경우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얼굴 공개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우리 사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가칭 ‘흉악범 얼굴 공개에 관한 법률’은 필요가 없다. 원칙이 비공개이고 예외가 공개인데, 예외를 위한 법률은 또 다른 예외를 재생산할 뿐이다. 억지로 법의 잣대를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현실적 운용에서의 경직성을 유발시킬 우려가 있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 ‘한국의 닌텐도’ 나오려면

    “닌텐도가 우리나라 회사였다면 (화투 제조회사였던 닌텐도는) 사행성 회사로 낙인찍혀 문을 닫거나, 아이들 공부를 방해하는 게임기를 만든다는 이유로 밤 12시 이후엔 공장도 못 돌렸을 것이다.” 5일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닌텐도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금 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닌텐도’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닌텐도 게임기’는 2007년 1월 국내에 선보인 일본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라이트’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만 200만개 이상, 세계적으로도 1억개 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산업정책이 수정되지 않고는 ‘닌텐도’를 앞서는 게임이나 게임기 개발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게임파크홀딩스 마케팅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닌텐도 같은 회가가 나올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로 실적 위주의 게임정책을 꼽았다. 박 이사는 “과거 정부도 게임개발자금은 지원했지만 지원금은 닌텐도DS나, PSP(일본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용 게임을 만드는 데 쓰였다.”면서 “눈에 보이는 실적 때문에 당장 팔리는 게임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정광호 한국게임과학고 교장은 “게임엔진과 서버기술 등 게임 원천기술의 부족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미국·일본에 빼앗겼고,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게임은 중국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기현 동국대 게임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부모는 자녀가 게임 관련 일을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데 비해 우리 부모들은 반대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능한 게임 인력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은 게임산업의 진흥을 강조하지만 정부가 만든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는 밤 12시~다음날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도’가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안에서도 한쪽은 게임 회사를 나쁘다고 하고, 다른 쪽은 열심히 게임 만들어 돈을 벌어 오라고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닌텐도 같은 세계적인 게임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게임개발 투자 확대와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게임파크홀딩스가 만든 국산 GP2X 휴대용 게임기는 자사의 게임만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했다. 성능면에서도 닌텐도 DS를 앞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 세 번째 휴대용 게임기 ‘GP2X WIZ’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인기 게임은 여전히 부족하다. 게임이 앞선 하드웨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무조건 일본 시장만 고집하는 게임 개발업체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합쳐져야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닌텐도도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슈퍼 마리오’라는 대박 게임이 나온 뒤 떴다. 게임기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게임이 중요하다.”며 “100억~200억원을 투자해 대작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별 게임 회사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장도 “게임업계로 인재들이 유입되도록 도와줄 실질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게임산업을 전적으로 업체에만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전문인력 양성과 게임업체들의 영세성 탈피 방안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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