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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 포용적 금융으로 신성장 실현할 때다/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In&Out] 포용적 금융으로 신성장 실현할 때다/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역사에 기록된 것 가운데 한국전쟁 후 4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고 극찬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5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67달러의 가난했던 작은 나라가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 수준인 1인당 GDP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상전벽해라는 말 그대로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도 보여 주지 못한 경제성장의 신기록을 만들어 간다는 데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방향’보다는 ‘속도’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나’라는 개인보다 ‘우리’가 우선이었고, 대의를 위한 소수 약자의 희생도 때로는 불가피하다는 냉정한 사회적 분위기도 내재했다. 눈부신 성공 신화를 이뤄낸 과정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의 국가적 경제위기를 겪으며 많은 국민들이 함께 고통받았다. 결국은 훌륭히 극복해냈지만 당시 양산된 신용불량자 등 ‘실패한 소수’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때 정상적인 경제 주체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였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경제 시스템에서 낙오되어 실패자라는 낙인과 함께 금융 소외자로 전락하여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부실채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들까지 은행에서 전문투자자 또는 대부업체로 반복되어 매각되면서 채권자의 권리는 무한정 강화된 반면 최소한의 상환능력조차 없는 채무자는 불법추심 등에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심화됐다. 한 번 탈락하면 다시 재기의 기회와 희망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화두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실패한 소수도 다시금 경제주체로 돌아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포용적 금융은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와 ‘더 큰 경제발전의 모멘텀’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금융 정책이다. 단순한 채무감면이나 금융지원이 아니라 금융취약계층으로 하여금 새롭게 경제주체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를 더 크게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주체가 늘어나면 가계소득과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와 생산 증가로 이어져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발전의 선순환, 즉 ‘신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금융공기업으로 국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해 온 캠코 역시 ‘사람 중심의 포용적 금융’을 통해 취약한 가계와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계 부문의 경우 금융 공공기관 부실채권을 통합 관리하여 다중채무자에게 실질적인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기업 부문에서는 취약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재무 건전성을 높여 주고 있다. 새로운 성장에 토대가 되는 포용적 금융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자기중심적 시각이 아닌 이타적인 시각으로 포용적 금융을 바라본다면 일각에서 우려되고 있는 모럴해저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용적 금융이 신뢰와 공존을 기반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신성장을 실현하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치 금서 불태운 땅 위에… 지혜와 자유의 상징 세우다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치 금서 불태운 땅 위에… 지혜와 자유의 상징 세우다

    독일 중부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도시 카셀은 5년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하는 카셀 도쿠멘타가 열리기 때문이다. 도쿠멘타의 해가 되면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카셀 시내 전체는 ‘100일간의 미술관’으로 변한다. 그랜드투어의 해인 2017년 14회째를 맞은 도쿠멘타가 열리는 카셀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는 화살표를 바탕에 깐 포스터와 배너, 입간판들이 곳곳을 장식하며 도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주 전시장인 시내 한복판의 프리데리치아눔 건물 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는 축제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켰다. 간편한 복장에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지도를 들고서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현지인들이 오히려 머쓱해질 정도였다. 2012년 열린 ‘도쿠멘타 13’의 유료 관람객이 90만명을 육박했다는데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베니스 비엔날레가 겹치는 이번 ‘도쿠멘타 14’에는 적어도 100만명이 미술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9월까지 전시… 올해 100만명 찾을 듯 도쿠멘타의 실험성과 주제의식은 예술 감독의 성향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되게 마련이다. 올해 도쿠멘타의 예술감독은 폴란드 출신의 큐레이터 아담 심칙이 맡았다. 바젤 쿤스트할레 관장을 지냈고 베를린 비엔날레 공동 감독을 맡았던 그는 실험정신과 리서치, 작가들과의 협업을 중시하는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심칙은 처음으로 그리스 아테네와 독일 카셀 두 도시에서 도쿠멘타를 여는 모험을 감행했다. 전시 주제는 ‘아테네로부터 배우기’다. 아테네에서는 지난 4월 8일 시작해 이달 16일까지 열렸다. 6월 10일 공식 오프닝을 가진 카셀에선 오는 9월 17일까지 160명의 예술가들이 프리데리치아눔 외에 프리드리히광장, 도쿠멘타홀, 옛 기차역 등 30여 곳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도쿠멘타는 아테네라는 특정 도시를 주제로 하고 있어 접근방식에서 확연히 차별성을 띨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작가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생경했고 주제의 전개 면에서도 식상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EMST)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프리데리치아눔의 전시는 과연 지금 이 순간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그리스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이미 국가 간의 경계가 없어진 현대미술에서 서구문명의 출발점인 아테네에서 배우자는 구호가 비서구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과 난민문제를 거론하고 학살이나 탄압, 차별, 침략을 고발하는 기록, 사진, 회화, 오브제, 영상 등을 나열한 전시는 지금 이 세계의 문제에 주목했다고 하지만 진부한 느낌이었다.그럼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카셀까지 찾아온 보람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도쿠멘타 14의 대표작품으로 프리데리치아눔 앞 프리드리히 광장에 설치된 마르타 미누힌의 ‘책의 파르테논’은 다른 모든 작품들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여겨질 정도로 강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개념미술가인 미누힌은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와 비슷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 층 더 진전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금서 약 10만권으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모양의 구조물을 채우고 전시가 끝나면 시민들에 다시 나눠주는 것이다. 기증받은 책을 비닐에 넣어 밀봉한 뒤 전시 구조물에 부착하는데 전시 기간 중에도 시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증을 받아 매일 사다리차가 책을 설치하고 있다. ‘책의 판테온’이 더욱 상징성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장소에서 1933년 5월 19일 나치가 ‘독일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약 2000권의 금서를 불태웠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치의 만행을 상기시키면서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금서’들을 지혜의 사원에 되돌려 주려는 의도를 작품에 담았다. 신전 앞에는 책을 기증받는 상자가 설치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책을 가져 온 헤스타씨는 “알제리 작가의 책 두 권을 상자에 넣었다”며 “오늘날 만연한 폭력과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검열 등 온갖 종류의 편협함에 항거하는 작가의 정신에 공감하기 때문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시민 기증 책 10만권으로 신전 쌓아 미누힌은 사회참여적인 이 작품을 통해 집안에 꽂혀 있던 책으로 미술작품을 만들고, 미술작품이 됐던 책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순환을 시도했다. 미술 작품이 지니는 신비감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우리가 처한 현실적 문제와 미술이 직접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미대 서양화과 윤동천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미누힌의 기념비적인 작품은 예술이 더이상 엄숙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번 도쿠멘타에 비해 규모가 좀 줄어들고 주제전에도 스펙터클한 작품이 적었지만 현대미술이 점차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아지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평했다. 유한회사인 카셀도쿠멘타가 헤센주와 카셀시의 지원을 받아 주관하는 도쿠멘타는 전위적인 실험미술의 산실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읽는 데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초대형 미술행사다. 도쿠멘타에 초대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중요한 행사가 왜 하필 카셀에서 열리고, 전시회를 의미하는 단어들 대신 독일어로 교훈, 기록, 문서를 의미하는 ‘도쿠멘타’라는 단어를 썼을까. 카셀에는 나치 독일의 제9관구 국군사령부가 있었고 독일 최대의 군수회사 헨셸의 공장도 있었다. 1830년 설립된 헨셸은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대전차부터 항공기, 탱크 등 무기와 운송장비를 생산해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주요 타깃이 됐다. 1941년 9월 영국공군은 카셀에 폭탄 70여개를 투하했다. 이어지는 폭격으로 도시는 폐허가 됐다. 도시의 90%가 파괴되고 최소 1만명이 목숨을 일었으며 15만명이 집을 잃었다. 전쟁 후 동서독으로 나뉠 때 동독과의 경계를 불과 30㎞ 거리에 둔 카셀은 서독에 속하게 된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도시는 미국의 마셜플랜에 힘입어 급속도로 재건됐다. 전쟁이 끝난 지 10년 만인 1955년 전쟁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기획된 것이 첫 번째 도쿠멘타였다. ‘반성과 자각의 토대 위에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쓰자’고 제안한 사람은 카셀 국립대학 회화과 교수인 아놀드 보데(1990~1977)였다. 국제정원박람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첫 번째 도쿠멘타는 나치에게 ‘퇴폐미술가’로 낙인찍혀 핍박받았던 예술가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보데는 자기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현대미술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도쿠멘타라는 단어를 채택했다. 도쿠멘타는 4회부터 유럽 작가들을 수용하면서 현대의 미술 담론을 제시하는 중요한 미술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전위적인 실험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하랄트 제만이 예술감독을 맡았던 5회(1972년)부터이다. ‘도쿠멘타 5’는 68혁명 이후 유럽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정치적 메시지와 실험성 강한 전시로 국제 미술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플럭서스 그룹, 아르테 포베라, 개념미술에 참여하는 최전선의 예술가들이 도쿠멘타로 몰려들었다.●떡갈나무 7000그루, 계속되는 프로젝트 독일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그해 100일 동안 매일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사회적 조각’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카셀 도쿠멘타를 국제 미술계에 각인시킨 일등공신이다. 실천하는 예술을 주장했던 보이스는 1982년 열린 ‘도쿠멘타 7’에서 긴급히 복원된 도시 카셀에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현무암 기둥과 한쌍으로 심는 거대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술의 행위로 카셀에 역사와 자연을 심는 이 프로젝트는 보이스가 사망하고 1년 뒤 열린 1987년 도쿠멘타에서 그의 아들이 7000번째 나무를 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보이스의 작품은 2012년 ‘도쿠멘타 13’에서 발표한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 ‘돌의 아이디어’에 모티프를 제공했다. 청동과 강철로 된 나무가 돌을 떠안고 있고 주변에 묘목을 심은 작품으로 카를스아우에 공원에 설치돼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나치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반성과 자각에서 출발한 카셀 도쿠멘타는 하나의 종결된 미술을 보여주기보다는 지속적이고 변화하는 미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실험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도쿠멘타의 정신을 오롯이 살린 ‘책의 판테온’, 광장에 서 있는 보이스의 떡갈나무들은 도쿠멘타가 가꿔 가는 현대미술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쿠멘타, 5년 뒤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김상곤 교육부총리께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김상곤 교육부총리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사적인 인사는 줄이고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짊어질 중책을 맡으신 데 대해 축하와 ‘위로’를 드립니다. 선거 공약과 취임 후 제시한 여러 정책, 교육개혁의 성공은 김 부총리의 개인적 성취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라 믿습니다. 개별적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기보다는 여러 교육 관련 공약을 보면서 제가 느낀 기본 방향과 추진 방식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드리고자 합니다.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교육 불평등 해소, 학벌사회 타파, 교육과정 안에서 경쟁 완화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여러 세밀한 정책을 제안했고, 이제 추진 일정을 논의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기본 방향에 대한 제 의견으로 교육정책과 노동정책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 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육은 인성을 키우고, 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업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입시 경쟁에 매달리고, 전공을 선택하고, 취업 준비에 매진하는 상황은 교육제도를 넘어 노동시장과 일자리 배분의 문제와 깊이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공약하신 국가교육위원회를 교육부만이 아니라 노동부, 일자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운영하시길 제안드립니다. 둘째, 대학진학률 80%(84%까지 올라갔다가 70% 후반대로 내려가는 중에 있습니다)를 낮추기 위한 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문제입니다.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50% 안팎이고 독일은 40% 정도입니다. 인구 감소로 대학생 수는 줄 수 있어도 진학률은 상당히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가계와 당사자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학력사회, 학벌사회가 만든 폐단일 터인데,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학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은 선발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배제의 장치로 작동해 왔습니다. 그래서 ‘고졸’이란 멍에는 수많은 젊은이와 부모들에게 견딜 수 없는 낙인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교육개혁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일자리 배분이 중첩돼 있습니다. 동시에 ‘너 어느 학교 나왔어’라는 질문을 아무 데서나 누구에게나 할 수 없는 마음의 습속과 문화적 풍토가 자리잡기를 기다려야 하는 요원한 문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규,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등을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셋째, 중고등 교육제도, 대학입시, 거점대학 육성 등 구체적 정책 공약들의 바탕에는 교육 불평등과 학력사회 해소 혹은 완화라는 기본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하는 정책들도 있고, 동의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걱정되는 정책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김 부총리께서 더 잘 알고 계시듯 교육 불평등은 중상위 계층 30%의 집중투자(사교육을 포함해), 하위계층 30%의 빈곤과 좌절이라는 양극화의 현상이고 그 간격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력과 직업 선택의 시장에서 기득권 계층은 경쟁에 승리하고 부와 명예를 더 가지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하층 30 %는 빈곤과 불안정한 가족들의 삶에 좌절하면서 무엇을 할지도 알기 어려운 경제적, 문화적 박탈 상태에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 해소가 사람다운 사회를 위해 핵심입니다. 그러나 입시?교육제도를 통해 이것을 바로잡는다는 정책 틀은 인과관계가 뒤바뀌어 있다는 판단입니다. 사회적 병폐로 생긴 교육 불평등을, 교육 혁신을 통해 고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동원할 자원의 부족,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소모적 정쟁 등으로 제시된 여러 공약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큰 틀에서 좌절하고 포기한 하위 계층 30%에 예산과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적 정책 추진 전략을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런 전략이 구체적이고 분명한 성과를 얻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워터파크서 아이 다친 사연 올리면 욕을 먹네요” 초보 엄마 울리는 ‘맘충 혐오’

    “워터파크서 아이 다친 사연 올리면 욕을 먹네요” 초보 엄마 울리는 ‘맘충 혐오’

    “사회적 배려·인프라 확대 절실” 엄마들의 육아예절 소홀 지적도 전업주부인 박모(36)씨는 지난달 27일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6살배기 아들이 시설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다른 부모들도 주의하라는 뜻에서 사연을 육아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되돌아온 것은 ‘맘충’(엄마+벌레)이라는 비난 세례였다. “치료비를 타 내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힐난에 박씨는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최근 ‘맘충’이라는 표현과 함께 일부 매너 없는 초보 엄마들을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똥 묻은’ 기저귀를 내버려 두고,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엄마들이 주요 타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충(蟲) 혐오증’ 가운데 ‘맘충’ 논란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육아’, ‘여성상’, ‘모성애’ 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오롯이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초보 엄마들의 ‘진상짓’이 야기된 것은 가족 체제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가족 체제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친인척의 육아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누구나 기본적인 ‘육아예절’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가정 내 ‘육아예절’ 교육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출산율 저조로 한 자녀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권리 의식이 강화된 결과라는 진단도 있다. 맘충 논란이 심화되자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입장이 불가능한 ‘노키즈존’(No Kids Zone)도 생겨났다. 일부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4살배기 딸 엄마인 하모(32·여)씨는 최근에만 2번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5일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통해 느낀 불쾌감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공유되면서 편견이 강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맘충 혐오증’이 ‘마녀사냥’과 닮아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엄마까지도 ‘맘충’으로 싸잡아 비난받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형적인 낙인 현상”이라고,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혐오 현상의 결정판”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맘충’ 논란이 출산율 저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영주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엄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성들을 더 위축시켜 출산을 꺼리게 할 수 있다”면서 “초보 엄마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함께 공공장소 내 육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기고] 새로운 ‘서울동부구치소 시대’를 열며/이수호 서울동부구치소 고충처리팀장

    [기고] 새로운 ‘서울동부구치소 시대’를 열며/이수호 서울동부구치소 고충처리팀장

    1977년 7월 7일 개청한 성동구치소가 4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내로 이전하고, 명칭을 ‘서울동부구치소’로 변경했다. 시설면에서 서울동부구치소는 12층으로 이루어진 수용동 건물 5개 동이 각 층에서 다른 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고 건물 내 모든 출입문이 중앙통제실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보면 국내 유일의 최첨단 전자제어 시스템을 갖춘 도심 속 고층교정시설이다. 또한 수용 능력도 이전보다 대폭 늘어 최근 문제되고 있는 수용시설 내 과밀 수용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정된 시설에 늘어나는 수용자로 인해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교정시설 내 과밀 수용 행위 위헌확인 심판’에서 수용시설 내 지나친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 결정을 하며 교정시설 내 1인당 수용 면적은 적어도 2.58㎡ 이상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있다. 헌법 제10조에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최고의 헌법 이념이자 모든 국가 권력 행사의 한계를 천명한 것이다. 특히 무죄 추정을 받고 있는 미결 수용자들을 구금하기 위한 장소인 구치소는 적정한 사법 절차와 구금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유만을 제한해야 하는 곳으로 이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국에 있는 많은 교정시설이 이러한 과밀 수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거부감과 님비현상으로 교정시설의 신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근한 예로 몇 년 전 안양교도소 신축 문제가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행정소송이 제기됐고, 정부가 대법원 승소 판결까지 받았으나 이마저도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재건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에는 거창법조타운 내에 들어서기로 돼 있는 거창구치소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혀 공사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교정시설 특히 ‘구치소’는 이곳에 수용된 사람의 방어권 행사와 외부 교통권의 보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도심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신의 구속을 넘어 이들에 대한 낙인과 사회로부터의 격리 조치는 이들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범 위험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되고 만다. 이러한 악순환을 줄이고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의 관심과 이해가 절실하다. 아무쪼록 이번에 새롭게 도심속에 자리 잡는 ‘서울동부구치소’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교정시설로 안착해 일반 국민들의 교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교정이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당당하게 거듭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靑 ‘외과수술식’ 개혁에 방점… “공무원 개인이 대상은 아니다”

    “외교부 지나치게 폐쇄적 구조 민간·비외시 대사 임명해야 檢은 극소수 정치검사가 문제” “安사퇴, 국민 지적 받아들인 것”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한 것은 2주도 채 남지 않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의 현실적인 이유는 물론 비(非)외무고시 및 여성 출신으로 외교부 개혁을 이끌, ‘문재인 1기 내각’의 상징적 존재란 측면이 감안됐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라는 ‘돌부리’에 걸렸지만, 넘어지지 않고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강 장관 임명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하는 한편 부실검증을 시인하고 협치 의지를 강조하는 등 야당과 ‘전선’(戰線)을 확대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뜻을 살펴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고 유지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안 전 후보자(의 경우)는 이를 수용하고 국회와 국민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식 전 야당을 방문했고 원내대표를 가장 빠르게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데서 보인 진심을 받아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면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어려운 입장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외교부는 물론 법무부·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다. 특히 외교부 공무원과 검사 개개인이 개혁 대상은 아니란 점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개혁 대상으로 낙인 찍힌 두 조직의 동요를 막는 한편 곪아터진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개혁을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시 선후배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돼 있다”며 “4대국을 넘어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사 임명도 민간 전문가나 비외시 출신, 여성 등으로 과감하게 넓히면 우리 외교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공무원들이 개혁 대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검사 개개인이 개혁 대상인 게 아니라, 그중 일부 정권에 줄서기했던 극소수의 정치 검사들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고 대다수 검사는 사회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검찰이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도 검사 중심에서 벗어나 탈(脫)검찰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럴 역할을 하는 법무부 장관을 모신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성과연봉제 폐지해도 객관적 평가는 강화해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도입 1년 만에 폐지될 운명을 맞게 됐다. 정부가 내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성과연봉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연봉제 개편안을 심의·확정한다고 한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 측의 강한 반발로 출발부터 삐걱댔다. 불이익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20개 공공기관이 도입했지만 48개 기관은 노사 합의가 없어 지금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폐지는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성과연봉제는 차등이 핵심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와 다르다.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 측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특성상 단순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성과 측정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눈엣가시 제거용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이를 근거로 퇴출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다. 성과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도 나쁜 행위도 아니다. 남보다 열심히 일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한 사람이 우대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이런 인식과 개념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공공기관은 고액 연봉과 양질의 근로조건이 갖춰진 ‘신의 직장’이다. 철밥통이라는 눈총과 간간이 터져 나오는 모럴해저드로 불신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무능력자도 아무런 걱정 없이 정년까지 호의호식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기관인가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면서 성격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직무급제를 도입하거나 인권, 노동권, 근로조건 향상, 안전, 생태,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즉 ‘사회적 가치’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경영평가 개편안에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당한 얘기다. 편견과 인연, 줄서기가 원천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만들면 된다. 공공기관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되기보다 개혁에 솔선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혈세를 축낼 수는 없다.
  • 안경환 후보 저서 논란…한인섭 교수 “악마적 발췌 편집” 정면 비판

    안경환 후보 저서 논란…한인섭 교수 “악마적 발췌 편집” 정면 비판

    ‘성매매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등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 논란과 관련해 “악마적 발췌 편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경환 교수님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공격거리가 던져질 터인데, 첫 공격이 뜻밖에도 안 교수의 왜곡된 여성관(?)이란 게 놀랍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한 교수는 “책 중에서 일부를 악의적으로 발췌해서, ‘책 내용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교묘히 흠집을 내놓았다”며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다. ● “성매매, 남자의 성욕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는 약점” 한 언론 매체는 안 후보자의 저서를 통해 그가 지난해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하다 적발된 사건을 놓고는 ‘위법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고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안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전문은 다음과 같다.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276쪽)” 한 교수는 “문제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자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꼬집고 있다”며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하여, 마치 탈선을 아내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 그렇게 해석하는 거야 기자의 자유지만, 정치적 공격을 위해 그렇게 왜곡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의 폐단” 성매매 옹호 논란이 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교수가 소개한 안 후보자 저서 내용은 이렇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라고나 할까?(113쪽)” 한 교수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긴 폐단으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기자는 안경환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가히 악마적 발췌편집”이라며 “이 <남자란 무엇인가> 책은 아주 복합적이다. 남-녀 관계만큼 온갖 편견, 지식, 고정관념이 판치는 곳이 달리 없고, 온갖 학문과 예술이 거기 달려든다. 사회제도, 문화도 그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다양한 측면에 대해 그야말로 풍부하게 지식을 모아 펼치기에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그같이 발췌편집을 하여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잇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다. 현명한 시민은, 언론의 현혹과 낙인찍기에 속절없이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안 후보자는 14일 “종합적인 내용을 읽어본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나 음주운전 고백을 담은 글 등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있으면 청문회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6·10 민주화 항쟁과 촛불시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산층’이다. 30년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은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에 한 획을 그었지만 그 이면에는 중산층의 확산과 몰락이란 비밀이 숨어 있다. 6·10 항쟁의 주역들은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육성된 중산층들이었다. 고도성장기의 완전 고용과 실질 임금의 상승 등으로 경제적 토대를 이룩한 중산층들은 더이상 군사독재의 정치 억압에 순응하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 네거리에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촛불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말해 주듯 현직 대통령의 헌법 파괴와 권력 사유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동력이 됐지만 기저에는 중산층 몰락과 악화 일로의 빈부격차가 자리잡고 있다. 최순실을 비롯해 정운호, 홍만표, 진경준 등 우리 사회 상층의 부도덕한 부의 축적 과정을 보면서 중산층에서 몰락한 흙수저들은 절망했다. 50대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20대 자녀는 취업 기회도 박탈당한 현실에서 국민 대다수가 현실의 경제적 모순을 일회적이 아닌 항구적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는 87년 체제 이후 30년간 누적된, 재난적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제민주주의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일자리 문제를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꼽은 것도 비슷하다. ‘항산이 있는 곳에 항심이 있는 것’처럼 경제적 차원의 불평등 해소 없이 민주주의는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나 다름없다. 우리 헌법 119조 역시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경제의 민주화 등을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따르지 않는 경제민주주의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가 힘을 받았던 것은 성장담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뒀다. 747(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G7 진입)이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정책은 대기업 의존도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대기업을 떠받치는 중소기업 하청구조와 분배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인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재계와 정규직 노조, 정부의 양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기한 사회대통합론도 같은 이치다. 지역과 세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통합과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고는 실질적 개혁과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의욕이 앞서 좌절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친재벌 정책에 편중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려도 있다. 경제민주주의가 재벌을 적으로 돌려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 자체가 일방의 의지로 불가능하다. 경제주체들의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대기업들의 참여 동력을 높이기 위해 출구를 열어 주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유도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과거 일괄타결 방식으로 기업과 노동의 갈등을 풀어 가는 노사정위원회 방식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나 다름없다. 큰 틀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와 노사 현안에 집중하는 노사정위의 투 트랙 방식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앞날은 험난하다. 기득권층의 반발은 거세다. 벌써 반시장적으로 낙인찍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과도한 이상주의는 금물이다. 선비적 문제 의식을 갖되 상인적 감각으로 풀어야 한다. 실용주의적 접근만이 성공의 관건이다. oilman@seoul.co.kr
  • [사설] ‘우병우 사단’ 인적 쇄신, 검찰 개혁은 이제 시작

    어제 법무부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이 인사 발령 소식을 통보받은 뒤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전날 ‘돈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빅2’의 면직 처리에 이어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정(肅正)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후보 시절은 물론 그 이전부터 정치검찰화된 현재의 검찰을 적폐 대상으로 꼽고, 개혁 1순위로 지목한 바 있다. 지금 전광석화처럼 이뤄지고 있는 인적 쇄신의 폭이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검찰에 불어닥치고 있는 개혁과 쇄신 태풍은 누구 탓이 아니다. 검찰 스스로 불러들였다고 봐야 한다. 검찰 요직을 독점한 일부 ‘정치검사’들은 그동안 대형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과 원칙, 상식과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 채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에 급급했고 이로 인해 ‘정치의 시녀’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그때마다 개혁을 요구받았고, 여러 차례 자체 개혁 기회가 주어졌으나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한 정치검찰은 ‘위기의 검찰’, ‘검찰 거듭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러한 독선과 오만이 제 발등을 찍는 화를 부른 것이다. 검찰은 법무부가 윤 고검장과 김 지검장을 인사 조치하면서 적시한 명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 문제가 됐던 검사”라고 낙인찍은 대목이다. 전례 없는 일로, 앞으로 진행될 검찰 개혁의 폭과 속도를 짐작하게 한다. 사실 이번에 좌천된 인사들은 국정 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학연으로 연결된 이른바 ‘우병우 사단’에 속한 검사들이다. 대다수 검사와 무관한 검찰 내 사조직으로 검찰 요직을 독점하며 끼리끼리 검찰 권력을 주고받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동력을 얻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여론의 지지를 업고 인적 쇄신의 길로 들어섰다. 대대적인 숙정 작업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에는 반동이 뒤따른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혁의 정당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왜 개혁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이 선명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적 청산과 제도 정비는 개혁을 이끄는 두 수레바퀴다. 지향점은 다름 아닌 검찰의 중립성 확보다. 개혁의 강도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센 만큼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 지음/장상미 옮김/동녘/352쪽/1만 6000원‘지금은 아침 여덟 시입니다.(일터에서) 나올 때는 이미 어두워진 뒤일 겁니다. 태양은 오늘 당신을 위해 빛나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 오늘 나를 비켜 간 기분. 종일 일터에서 에너지와 영혼을 탈탈 털리고 나면 누구나 이런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1971년 이탈리아 영화 ‘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에 나오는 대사다. 삶의 다양성을 바닥내는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일 바깥에서 더욱 풍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을 담은 영화는 일, 일, 일 끝에 소진된 지금 우리를 정확히 겨냥한 듯하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하나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진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으레 따라붙는 “무슨 일 하세요?”란 질문은 일 바깥의 범주에 머무는 사람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하기 원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이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라는 영국 캐머런 총리의 2013년 연설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주홍글씨로 낙인찍어 온 사회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구분 짓기는 마치 온전한 사람 대 미친 사람, 정상인 대 비정상인, 비위험인물 대 위험인물이란 이분법적 구도에 압도돼 왔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고 난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 황폐해진 영혼, 너덜너덜해진 육신만 기신기신 남아 있을 뿐이다. 노동시장은 개인의 창조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 일자리들로 무너진 지 오래다. 대량 실업,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 등으로 고용은 더이상 만족할 만한 소득이나 권리, 소속감을 얻는 원천이 되지도 못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런 현실을 낱낱이 해부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올바른 생활 방식이자 국가 번영을 위한 소명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우리 삶을 망가뜨리고 개인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일 자체를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시도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탐구한다. 사회는 일하지 않는 이들을 게으름뱅이, 식충이, 악인 취급을 하지만 저자가 만난 일에 저항한 사람들은 ‘놀려고’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아니었다.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창조적으로 쓰기 위해 일을 거부하거나 줄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긴 잠에서 깨어난 결과”라고 말한다. 일을 그만두게 된 경로에는 일 자체가 주는 부정적 경험, 개인의 역량을 죽이는 관료주의의 득세, 의미 없는 관계 등이 수반됐다.이들은 ‘언제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회의 주입식 요구에서 벗어나 이런 삶이 옳은지 깊이 성찰한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삶을 재발견하면서 높은 열의와 자부심도 보인다. 시간표, 의무, 일과, 규정 등 타인이 정해 놓은 세계를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저자는 “이들은 일을 거부하는 사람은 기피자나 게으름뱅이라는 낡고 오래된 고정관념을 넘어서게 해 준다”며 “창조성을 발휘하고 타인을 돕고 성공을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 개념이 아니라 개인 역량을 개발할 기회로 보는 등 진정한 유익함에 이끌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에 저항하는 삶에 낙관만 흐르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일을 덜어낸 삶에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감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일 윤리’가 굳건한 사회에서 일을 거부한 사람들은 새로운 감각과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고립과 모욕, 소외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경제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여가시간을 소비로 밀어 넣으려는 자본주의의 노력은 노동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의 노력은 삶을 생산하고 소비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일에 대한 저항은 환경, 건강, 성 평등, 가족, 개인의 자율성, 재미를 위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는 일에 대한 재평가, 일과 여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열린 토론으로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술~술…끊고 건강을 되찾는 2區] 키친 드렁커 A.A.‘새싹’ 의 힘…男모를 음주 고민 털어냅니다

    ‘알코올 중독’ 하면 만취한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키친 드렁커’(부엌에서 혼자 술 마시는 여성 음주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됐다. 과한 음주 탓에 우울감에 빠지고 가족 관계까지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가 여성 음주자의 치유를 돕기 위한 자조 모임 운영을 돕는다. 도봉구는 지난달부터 여성 음주자들로 구성된 알코올 자조모임(A.A.) ‘새싹’을 운영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도봉중독관리센터에서 운영하는 이 모임에서는 중독 상태에 빠진 음주자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치유받는다. 도봉구의 자조모임은 서울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4곳이 운영하는 자조모임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 중독관리센터 관계자는 “여성 음주자 중에는 남성 중독자들에게 사연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여성만을 위한 자조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채 편견과 차별 없이 서로 음주 경험을 공유한다. 자조모임의 이름처럼 서로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으며 음주 문제에서 벗어나 삶의 새싹을 튀어 보려는 취지로 운영된다. 지역 구분 없이 알코올 중독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 음주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봉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자조모임뿐 아니라 여성 음주자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2단계 프로그램’은 대상자가 현재 자신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 금주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인데 참여자의 반응이 좋다. 김상준 보건소장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 탓에 알코올 중독 치료기관조차 쉽게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자조모임으로 치유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무고 늘었는데 처벌은 감소…‘범죄 낙인’ 피해자만 웁니다

    무고 늘었는데 처벌은 감소…‘범죄 낙인’ 피해자만 웁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고소·고발 남발 번져”“무고죄 엄벌 땐 공익 신고 위축” 우려도 거짓으로 고소·고발을 일삼는 무고(誣告) 범죄가 날로 늘지만 처벌은 미미하다. 고소·고발을 당하면 피의자로 입건되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사 결과 허위 고소·고발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와 경제적 손실이 남는다. 지난 2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무고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 무고 사범에 대한 검찰의 처리 관행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5일 검찰 통계를 보면 지난해 무고 혐의 입건자는 9957명으로 4년 전인 2012년(8821명)보다 12.9%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재판에 넘겨진 입건자는 되레 6.3%(2245→2104명) 감소했다. 기소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10% 수준이고 형량도 대부분 징역 6~8개월에 그쳤다. 무고죄 법정형(형법 156조)이 최대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인 데 비하면 최소형인 셈이다. 고소·고발의 대상이 된 이들이 입을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고려하면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무고로 곤욕을 치른 엄태웅·이진욱 같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은 사회적 지탄과 이미지 실추 등 추가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 어렵게 재판에 넘겨져도 ‘정황을 과장한 것’,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등의 논리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8월 A(60·여)씨는 같은 해 3월 사귀는 사이였던 B씨가 야밤에 모텔에서 자신을 추행했다며 B씨를 고소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한 해 전인 2014년 9월쯤 모텔에 간 건 맞지만 추행을 당하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모텔에 갔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황을 과장한 것일 뿐 무고는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물론 2, 3심에서는 시점이 6개월 이상 차이가 나고 모텔에 간 이후에도 계속 친분을 유지한 점 등을 들어 “정황의 과장으로 볼 수 없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015년엔 자신이 제기한 형사사건을 무혐의 처리하고 민사사건을 패소 판결한 판검사 78명을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C(79)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검찰은 “앙심을 품고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1심에선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 3심은 “설령 신고 사실이 허위라 해도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지방 검찰청 한 검사는 “무고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온정적일 때가 많다. ‘오죽했으면 저렇게까지 하겠느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무고에 대한 ‘무른’ 처벌은 고소·고발의 남발로 이어진다. 고소·고발 사건은 전체 형사사건에서 28.3%(2015년 기준)를 차지하지만 기소율은 26.0%로 형사사건 기소율(36.7%)에 비해 크게 낮다. 채무불이행 민사 소송을 진행할 때 혐의 유무를 떠나 상대(피고)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건 일종의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을 정도다.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라면서 “무고라며 상대를 맞고소해도 돈을 갚지 않고 있다는 점이 사실이라 유죄가 나오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무고죄 엄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무고 처벌이 강해지면 공익 신고 등 건전한 고소·고발까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고소·고발도 국민 권리라고 보고 폭넓게 인정하되 죄질이 나쁜 무고죄는 구분해 강하게 처벌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법원 “병무청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적사항 공개 중단”

    법원 “병무청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적사항 공개 중단”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 기피자로 간주해 인터넷에 그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정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잠정적으로 정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116명이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인터넷에 공개한 병무청의 처분에 반발해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낸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집행정지란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그 처분의 효력·집행을 정지해서 권리를 보전하는 제도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 제기와 동시에 신청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창화 변호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인격적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인적사항 공개 처분을 정지시킨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향후 본안 재판 변론에서도 악의적으로 병역 의무를 기피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 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병역기피자 237명의 인적사항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237명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140명이 포함된 숫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병역기피자로 본 것이다. 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만,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이들을 ‘병역기피자’로 낙인찍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에 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려면 처분이 집행되는 것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제 사회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01년 5월 21일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권리위원회로부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를 수립할 것을 권고받았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NAP 권고안을 기초로 NAP가 확정됐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 등의 쟁점은 지금까지 답보 상태다. 2015년에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시 석방​할 것’,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전​과 기록​을 말소​하고, 적절​한 배상​을 하고, 이​들​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민간 대체 복무 기회​를 줄 것’을 권고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래로 이런 내용의 권고만 한국 정부에 다섯 차례 권고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시의회 강구덕의원 “정보학교 ‘정보고등학교’로 개명 검토”

    서울시의회 강구덕의원 “정보학교 ‘정보고등학교’로 개명 검토”

    서울시의 6개의 ‘정보학교’가 ‘정보고등학교’로 변경 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구덕의원(자유한국당, 금천2)은 제273회 임시회 중 24일 교육청을 상대로 정보학교의 학교명 변경과 관련해 질의했다. 강구덕 의원은 현재 직업위탁학교로 분류된 6개의 정보학교(서울산업정보학교, 아현산업정보학교, 종로산업정보학교,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가 그동안 교명을 ‘정보학교’에서 ‘정보고등학교’로 변경할 것을 꾸준히 교육청에 요청해 왔음에도 교육청이 이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강구덕 의원이 교육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교육청 안의 각종 학교 중, 직업위탁학교는 총 6개 학교로 학력 비인정학교로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2년간의 수업을 받더라도 정보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원래 속한 학교에서 졸업식을 하고 졸업장을 받아야 한다. 강구덕의원은 “정보학교를 학력 비인정 학교라고 규정할 근거가 없다”며 “실제 정보학교 2년 교육을 받은 경우, 이를 학력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기존 학교를 1년 다녔어도 졸업장이 나와 학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산업정보학교의 경우, 정보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1년 과정은 위탁, 2년 과정은 전학 할 수 있도록 운영하여 학생들의 선택이 가능하다. 교육부가 이와 관련해 보내온 회신 자료에 따르면, 교육감으로 학력인정학교로 지정받은 각종학교는 학교 명칭이 사용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정보학교가 고등학교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학력인정여부에 대한 법리적 검토와 함께 학교와 교육청 담당부서가 학교시설, 수업일수, 학생정원, 교육과정과 교사배치 등을 논의해야 한다. 강구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고등학생이 한 학년에서 이수해야 하는 최소이수단위(68단위)를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며, 현재 정보학교에서 주 4회 56단위 수업을 하고 있어 주5회, 12단위 추가 수업에 대한 부분만 조정한다면 가능 하다고 말했다. 각 정보 학교가 2016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올해 개교한 금천정보학교를 제외한 5개 학교의 재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찬성 비율은 91%가 넘는다.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낙인효과로 낮아진 자존감은 물론, 사회적 편견으로 자녀들이 정보학교에서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학부모들의 심적 고통과 장학금 및 각종 기관장상 등 추천 공문이 오지 않아 취업 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강구덕 의원은 무엇보다, 정보학교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의 대다수가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협의체 구성과 추진 방안을 몇 년째 요청했음에도 교육청이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 처리하지 못하고 외면했다고 지적하며, 서울시 6개 정보학교의 고등학교명 변경을 위해 교육청이 조속히 행정 절차를 마칠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N포 시대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졸업장을 드립니다

    N포 시대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졸업장을 드립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 덕담 한마디 건네는 것도 부담이 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 선 졸업생에게 따뜻한 위로를, 힘내라는 응원을, 혹은 개척 정신이나 도전 정신을 전한 대학총장 10명의 졸업 축사를 싣는 이유입니다. 많은 청춘들이 잠시나마 봄기운이 서서히 감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쉬어가기’를 바랍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안주하는 인생 아닌 ‘개척하는 지성’ 되길고려대 염재호 총장저는 여러분들이 선배들이 이루어온 경제 성장의 업적에 편안히 기대어 안주하려고 하는 나약함을 버리길 기대합니다. 50년 전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이 독일 광부로, 간호사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고, 베트남 전쟁터에서,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피땀을 흘리며 미래를 개척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400배의 경제성장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과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경제 성장의 따뜻한 품 안에서 인생을 즐기려고 하는 나약한 지성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이제 21세기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새롭게 개척하는 지성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대학이 사회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은 바로 ‘개척하는 지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개척하는 지성은 단지 똑똑하거나 성실한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곳에 가보려고 도전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개척하는 정신입니다. 20세기 산업사회의 일자리가 수백만 개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21세기 지식사회의 일자리가 수백만 개 새롭게 생기는 것을 주목하십시오. 개척하는 자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소한 분야도 주목하고 상상력 발휘하길연세대 김용학 총장오늘 졸업식이 다른 해보다 특히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엄중하고, 미래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직면해야 할 세상은 이전의 졸업생이 직면한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려운 현실을 개척하고 이겨내야만 합니다. 마치 뗏목을 타고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도전적인 삶의 첫 시작입니다. 첫 출발이 좋다고 기뻐하지 말며, 나쁘다고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새 출발이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떨쳐내기 힘든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각자 익숙해진 생활이나 전공 영역의 협소함을 벗어나, 생소했던 분야에 주목하고 관련 없을 것 같은 현상들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결코 연세와의 끈을 놓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학교 도서관의 자원을 계속 이용하시기 바라며, 졸업 후에라도 창업의지가 있으면 창업지원단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대학은 인간을 목수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만드는 곳이라는 말의 참뜻을 졸업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유연성·인간성의 가치 잊지 말았으면부산대 전호환 총장여러분께 ‘이제 세상에 나가 여러분의 꿈을 멋지게 펼치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께 앞으로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르게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적응력’입니다. 급변하는 사회 상황이나 기술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성’과 ‘소통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보다는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통한 ‘우리’가 더 현명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저 혼자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삶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삶’이라는 글자를 나누면 ‘사람’이 됩니다. 언제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잊지 마십시오. 끝으로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부어가 쓴 기도문으로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해 드리고 싶습니다.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갖길” 기원합니다. 세찬 바다속에서 포기는 없고 꿈은 있다인하공전 진인주 총장대학 졸업이라는 것은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어떻게 보면 홀로 서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사회와 취업으로 진출시키는 저의 마음이 무거운 것도 솔직한 심정입니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는 바다로 배를 출항시키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졸업생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충분한 역량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직하고 인내하는 자세로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노력하고, 어려움이 닥쳐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신체가 여러분의 미래에 크나큰 자산이며, 건강한 마음이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대학에서 최신의 교육과정을 마친 인성, 글로벌 마인드, 창의적사고를 갖춘 우수한 인재임을 잊지 마십시오. 자신 들여다보고 약자에겐 귀 기울여야서울대 성낙인 총장여러분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 일을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찾지 못했다 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나와 대화하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십시오. 늘 설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자신을 찾는 일’은 몰랐던 나와 대면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부단히 인내하고 최선을 다하십시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한 지식인이 되어야 합니다.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 사고, 단편적 지식을 극복하는 지성, 사익을 뛰어넘는 공익정신으로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 냉철한 지성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짧은 대화에도 삶의 깊이와 철학이 느껴지는 품격 있는 서울대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리하다는 말을 듣기보다 사려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경받기를 바랍니다. 배타적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하여 굳건한 선의지(善意志·guter Wille)를 확립하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어떤 사회와 국가를 후대에 물려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주길 고대합니다. 4차산업의 소용돌이… 그래도 중심은 ‘사람’전남대 정병석 총장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극적인 변화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등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안정된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잊지 말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세상을 이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중심은 항상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며, 그것은 사람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누가 그 주인공이 되느냐이며, 그 기준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승리자가 될 수도 있고, 낙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격변기의 흐름에 앞서 적응함으로써 여러분만의 성공시대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고정관념과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자신감 있게 맞이하십시오. 어렵더라도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면,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과감하게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원더풀”숙명여대 강정애 총장여러분은 여전히 도전하는 청춘이고, 새롭게 출발하는 새내기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이 숙명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여러분을 더 자유롭게 상상하는 청춘으로 성장시켰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모든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재편됩니다. 대학은 물론 기업과 공공기관, 지역사회와 세계 시민들과 교류하기 위한 실험과 도전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사회로 진출하는 여러분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 버리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인데요 저와 숙명도 영원히 여러분을 응원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하고, 여러분 앞에 펼쳐질 미래가 축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제가 잘 외치는 구호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이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원더풀 숙명인데요. 오늘은 원더풀 여러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원더풀은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라’는 뜻이어서 여러분의 앞길이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탄탄대로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외치겠습니다. 기대기보다 뒷받침해주는 기둥 같은 리더로포항공대 김도연 총장여러분은 우리 사회 모두가 기대하는 인재입니다. 스스로를 자중자애하며 노력해서 미래의 대한민국 더 나아가 인류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들로 성장해야 합니다. 인재라는 단어는 ‘사람 인’(人)자와 ‘재목 재’(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글자인 ‘사람 인’자는 상형문자인데, 한 사람의 두 다리를 형상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 인자는 두 사람입니다. 한 사람은 기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받쳐주는 모습입니다. 사람은 때로는 남에게 기대고 또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뒷받침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 글자인 ‘재’자는 나무와 재주가 합쳐진 글자인데, 역경을 뚫고 성장해 어느 곳에나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품질 좋은 나무를 뜻합니다. 인재란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그중에서도 세상을 받쳐주는 대들보나 기둥 같은 존재를 우리는 리더라 부릅니다. 리더란 결국 다른 사람에 기대는 것보다 뒷받침해 주는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항상 학습하고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것입니다. 매일 한두 시간만이라도 책을 읽거나 배우는 데 쓴다면 여러분의 삶은 풍요로울 것이며 그 궁극적 가치도 현격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성공 방정식은 잊고 ‘자기다움의 항해’를아주대 김동연 총장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그 어떤 세상’으로 여러분을 보냅니다. 직장일 수도, 학문의 길일 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세상에 있던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그리고 주도해갈 세상에서는 이제까지의 ‘성공 방정식’이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항해의 목적은 ‘자기다움’을 찾는 것입니다. ‘남과 다른 자기’를 찾는 것입니다. 진짜 실력은 ‘자기다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찾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가길 바랍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보이지 않는 손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오늘 이 성취는 부모님과 가족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장과 도약에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도, 여러분의 좌절과 방황을 눈물겹게 지켜보신 분들도 바로 여러분의 부모님과 가족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거칠고 험한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그 세상이 또한 아름다운 곳임을 잊지 맙시다. 여러분의 무대인 이 넓은 세상을 마음껏 즐기기를 바랍니다. 비전·혁신·인내하면 VIP로 인정받을 것KAIST 강성모 前총장여러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지식창조’, ‘활기찬 진보와 전진’, ‘온전성’, ‘지속성’, 그리고 ‘신뢰’로 대변되는 KAIST 정신은 카이스티안(KAISTian)의 DNA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카이스티안은 사회 어느 곳을 가든지 VIP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VIP로서 갖추어야 할 새로운 VIP 정신을 주문하고자 합니다. V는 비전(Vision)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큰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I는 혁신(Innovation)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의적으로 일으켜야 합니다. P는 인내(Perseverance)입니다. 어려운 길을 걷고 전진하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제일 뾰족한 부분을 우리 삶의 목표라고 본다면, 우리의 삶은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모양이 될 것입니다. 열정과 문화를 밑바탕에 다져 두고, 높은 가치의 문제를 최선의 방식으로 해결해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삶의 자세입니다.
  • 120일 넘긴 서울대 점거농성 시흥캠퍼스 갈등 파국 치닫나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협약 철회를 촉구하며 본부(행정관)를 점거 중인 학생들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후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6일로 점거농성이 120일째를 맞은 가운데 학교 측은 학생들이 조속히 농성을 풀지 않으면 점거 학생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밤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오는 9일 열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 점거를 지속한다는 투쟁계획안을 상정해 찬반을 묻기로 의결했다. 이 안건에는 ‘점거를 지속하며 학교의 타협안을 거부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확대·발전시켜 3∼4월 대규모 대중행동을 조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총학생회가 점거 지속·해제를 묻는 안건이 아닌 투쟁계획안을 상정함으로써 점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학교 관계자는 “일부 점거 학생과 일반 학생의 생각이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학대회 현장에서 해제안이 발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점거 농성을 주도하는 한 학생은 “전학대회에서 투쟁계획안이 부결된다고 바로 점거 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해제를 위해서는 전학대회에 해제안이 상정되고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 측는 지난해 8월 시흥시 등과 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고, 학생들은 학교가 학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협약을 추진했다며 지난해 10월 10일부터 본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달 26일 학교가 점거 학생에 대한 징계 절차를 임시 중단하고 학교 운영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대신 학생은 점거를 해제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서울대 노조도 모두 점거 학생들에게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점거본부 측은 “교육 공공성을 해치는 시흥캠퍼스 조성 협약을 철회하지 않는 한 농성을 풀 수 없다”며 성 총장의 타협안을 거부했고 5일 총학도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이준호 서울대 학생처장은 “점거 학생들을 계속 설득하되 3월 새 학기 이후에도 농성이 지속된다면 징계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아내 가뭄/애너벨 크랩 지음/황금진 옮김/동양북스/432쪽/1만 7500원 책 제목부터 ‘오독’(誤讀)했다. ‘아내가 뭄’. 아내가 누구를 물었다는 말인가 궁금해 봤더니 영어 원제와 똑같이 번역한 ‘아내 가뭄’(The Wife Drought)이다. 책의 제목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일관된 메시지에서 탄생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당연시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여성 정치인 등 여성 리더가 드문 이유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도와줄 사람, 즉 ‘아내’가 집안에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주범은 ‘불평등한 가사 노동’의 현실이다. 책의 해제를 쓴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부터 범상치 않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원인이 아버지와 남동생의 가사(家事)에 대한 완벽하고도 천재적인 게으름, 더러움, 무신경이라고 생각한다.” 낯이 뜨겁긴 하다. ‘수컷들’의 나태(직장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널브러지는)부터 수컷들에게 유리한 사회 제도적 편향성, 그리고 그에 편승한 수컷들의 ‘문화 지체’ 현상(정희진의 표현이다)을 여지없이 까발린다. 인류 노동사에서 ‘가사 노동’은 변방의 북소리 정도로 취급되곤 했다. 산업혁명과 근대화를 거치면서 직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중요한 노동 문제로 승격됐지만 집안에서 벌어지는 노동은 여전히 ‘집안 문제’로 사소화된다. 호주의 신문기자 출신 정치평론가이자 유명 방송 진행자인 저자는 서구 사회에 고착된 융통성 없는 성역할의 이면과 가사노동의 불평등 현상을 촘촘히 그리고 생생하게 짚어낸다. 통계로 현실을 보자.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여전히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견고하다. 미국의 ‘전업주부 남편’의 비율은 1979년 2%에서 2014년 3.5%로 35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퓨리서치센터). 가사 노동 시간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통계에서 남편은 2시간 21분, 아내는 4시간 33분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편 45분, 아내 3시간 47분으로 다섯 배에 달한다. 수많은 ‘아빠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동서양 상관없이 ‘남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권하지 않는 사회’라는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저자는 “여성들은 ‘수컷들’의 노동 세계로 제대로 진입했지만 가정 내 ‘여성들’의 노동 세계에서는 남성들의 노동 세계에 진입한 만큼 퇴각하지 못했다”며 “여성들이 서서히 미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멍한 상태에서 유리천장에 머리를 찧는”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논점은 분명해진다. 뻔한 소리가 아닌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직업 세계에 진입하는 여성의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가사 노동의 세계에 진입하는 남성의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지다. 남성들을 일터 밖으로 끌어낼 이른바 ‘유리 비상계단’을 혁명적으로 구축하자고 한다. 책은 가사 노동과 육아휴직을 적극 행사하려는 남성들에 대한 일터의 차별적 시선도 균형 있게 할애한다. ‘야망도 없고 능력도 없고, 승진에 부적합한’이라는 낙인은 직장 세계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의 기술대로 지금도 일사불란한 노동 인력을 갖춘 선진 세계에서 ‘이상적 남자’는 결근이나 불평, 농땡이 없이 일하는 ‘착한 직원’이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소득에 반비례하는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 즉 여성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기이한 현상조차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호주 학자 재닌 백스터와 벨린다 휴잇의 논문 ‘가사 노동 협상: 호주 여성의 소득과 가사 노동 시간’(2012)에 따르면 아내가 가계 예산에 1% 기여할 때마다 집안일은 일주일에 17분씩 줄지만 가계 총소득의 66.6%를 넘는 순간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다시 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를 ‘가사 노동 불변의 법칙’이자 남성이 향유하는 ‘결혼 프리미엄’이라고 지적한다. 정희진의 목소리로 돌아가 본다. “인류의 반이 사람(여성)으로 태어나서 남(편)의 밥걱정으로 인생의 많은 혹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문명사회인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절대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성이 가사 노동을 절대로, 죽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매번 발생 요인은 다르지만 결론은 똑같다) 중 아내로부터 가사 노동에 임하는 정신 상태부터 자세까지 깨알같이 지적받는 ‘한낱 수컷’인 내게도 자기 반성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호주 여성들이 이 책을 열렬히 지지(페미니즘 부문 1위)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계약직 일할수록 손해… 급여만으로 살 수 있기를”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계약직 일할수록 손해… 급여만으로 살 수 있기를”

    학력 차별 없이 일한 만큼 보상 받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으면 “계약직은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더군요. 월급은 그대로이고, 야근 수당도 못 받았어요. 사장과 정규직 월급봉투만 채우는 것 같았죠. 희망이 없는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직업교육학원에서 만난 이모(28·여)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 전선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2012년부터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계약직 신분으로 가구회사에서 2년간 일했다.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며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이씨의 임금은 늘 동결됐다. 야근 수당도 없었다. 그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한 결과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었다”며 “결국 부자는 앉아서 돈을 벌고 근로자는 힘껏 뛰며 노력해도 돈을 벌 수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4명의 재취업 교육자에게 ‘양극화의 해법’을 묻자 하나같이 ‘근로자가 임금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성장 시대에는 취업하고 열심히 일해 집을 사면 일정 수준의 생활여건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다르다고 했다. 돈, 교육 등 태생의 격차가 불공정 경쟁으로 이어지고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우리 사회의 자정 작용을 믿는 셈이다. 김모(36·여)씨는 2년 전까지 치위생사로 일했다. 계약직으로 7년간 치과 4곳을 전전했는데 추가근무 수당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는 “치과의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월급이 그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일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년간 아르바이트와 보석디자인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한 번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다시 취업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한 번의 실패로 낙인찍히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겁니다.” 1년 4개월 정도 계약직을 전전하던 신모(24)씨는 재취업을 준비하는 이유를 묻자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문제로 꼽았다. “과연 돈을 모을 수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웹디자인을 전공한 이모(27·여)씨는 5년간의 직장생활 내내 고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학력 격차는 심각했다. “같은 업무를 하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임금은 대졸 출신보다 30% 이상 적었어요. 이 중 50만원 정도는 월세로 지출했죠. 가정형편이 나은 회사 동료들은 전셋집에 살면서 월급을 모아 적금을 들기도 했는데 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규직이나 대졸 공채 임금을 깎아 비정규직이나 고졸 공채의 임금을 높여 주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 같이 죽자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공부를 하거나,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합리적 해법이라는 의미다. 그에게 어떤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지 묻자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또 “높은 임금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 사람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받고 싶다”며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도록 해 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비정상의 정상화, 권력의 꼼수를 엿보다

    비정상의 정상화, 권력의 꼼수를 엿보다

    정상 인간/김영선 지음/오월의봄/324쪽/1만 6000원 보편적이거나 당대의 기준과 준거 틀에서 일탈하지 않는 행태나 사고를 정상이라 부른다. 당연히 그 세상과 사회에 몸담아 무리 없이 사는 이들이 정상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상과 일탈의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를 자본·노동과 오락·레저·스포츠 같은 여가의 함수 관계로 풀어 흥미롭다. 역사 세력들이 어떻게 개인과 집단을 특정한 인간형으로 만들어왔는 지를 파헤치고 있다. 책의 요지는 명쾌하다. 정상과 비정상은 당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구획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세력이 사회와 구성원들을 제 입맛에 맞춰 살도록 ‘정상 인간’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시행해왔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가속화한 19세기 초반을 되돌아보자.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이 대립관계에 놓이면서 여가와 오락에 큰 변화가 몰아쳤다. 광장 주변이나 선술집 앞에서 흔하던 투견·투계 같은 동물싸움과 돼지오줌보를 사용한 축구인 몹 풋볼이 사라졌다. 공장에서 한창 노동해야 할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훼손하는 ‘문제적 여가’라 여긴 산업 자본이 동물 오락을 동물 학대로, 몹 풋볼을 유혈 스포츠라 낙인을 찍어 사회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다가 금기시되거나 매도당하는 정상의 비정상화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금 일본 사회에서 훈도시 차림의 외출은 해괴망측하지만 에도시대엔 일상 의복습관이었다. 지금 대부분 금지되는 동물 대상의 오락들은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장날이면 늘상 볼 수 있었던 오락이자 의례행사였다. 법적 처벌의 대상인 길거리 권투도 장날 축제에서 상시적으로 열렸던 경기였다. 그런가 하면 대중들이 즐기던 압생트는 20세기 초반 ‘악마의 술’로 금지됐다가 지금은 다시 즐기게 된 비정상의 정상화 사례로 꼽힌다.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여가의 통제도 숱하다. 1900년대 초반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오락, 레저, 스포츠 프로그램이 충성심과 민족 정체성 고취의 도구로 쓰였음은 유명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콘서트, 헬스클럽, 합창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독재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 우리도 5공화국 시절 반정부적 움직임이나 정치·사회적 이슈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썼던 스포츠 (Sports), 섹스 (Sex), 스크린 (Screen)의 3S 우민화 정책은 지금도 회자된다. 지금 시대에 ‘정상 인간’이란 시간 관리에 능숙한 자기계발의 주체쯤으로 인식된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뒤쳐지지 않으려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에 안간힘을 쏟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난다. 저자는 이 역시 지배세력들의 힘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산물이라 잘라 말한다. “한 톨의 자유시간도 경쟁력을 드높이는 연료로 쓰기 위해 국가와 자본이 시간 관리하는 인간형을 정상으로 만들고 자기계발이란 주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지론대로 저자가 맺는 말은 단호하다. “우리는 취향과 선호에 맞게 여가를 즐긴다 생각하지만 여가시간을 즐기는 이 모든 방법이 온전한 내 선택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일상에 뿌리 깊게 배어있는 노동 규범, 판단 기준의 당연함에 의문을 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지금 전개되는 정상 인간 프로젝트의 비정상을 해체하자고 촉구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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