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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다시 날자”

    ‘고인은 갔지만 대북부담 털고 다시 한번 날아보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타계에 따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계열사들이 대북사업의 부담을 털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타계가 이들 계열기업들이 대북사업의 부담을 덜고 본연의 경영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주가 또한 상승세다.시장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정몽헌 회장의 살신성업(殺身成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 계열사 뿐아니라 자동차 등 현대가(家)의 기업들은 대북사업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어온 것이 사실이다.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시작한 대북사업의 어려움을 아들 기업들이 분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때문이었다. 실제로 현대상선 등은 대북사업으로 인해 주가는 물론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어디서 보전받을 수도 없는 손실이다.대북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에도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 회장의 타계는 이들 기업들이 대북사업의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에 심어주고 있다.정 회장이 타계한 마당에 이들 기업이 또다시 남북경협에 끼어들거나 과거의 일로 시달리는 일이 있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대아산 지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아산은 앞으로 정치적 결정에 의해 진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현대 계열사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7,8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정 회장 투신 첫날 주가가 1만 2900원에서 1만 2350원으로 550원이 떨어지더니 4,5일 연속 상한가까지 올라 1만 6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등의 지주회사격인 데다가 대북사업으로부터의 절연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현대상선도 5일 2935원이었던 주가가 6일 2885원,7일 3080원으로 오르더니 8일에는 3100원대를 넘어섰다.이는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데다가 대북사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정상영 회장의 남다른 ‘MH사랑’/ 작년 개인빚 500억 지급 보증

    지난 4일 타계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지난해 말 개인 빚을 갚지 못해 파산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그러나 이 빚은 형제나 처가쪽이 아닌 삼촌인 정상영(사진)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이 대신 갚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위기 겨우 모면 6일 현대 및 금융계에 따르면 고 정 회장은 1998년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교보생명과 국민은행 등에서 빌린 500억원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위기에 몰렸다.정 회장은 이 빚을 2001년부터 상환해왔으나 올해초 도래분은 개인자산이 거의 없었던 정 회장으로서는 갚을 능력이 없어 친인척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 명예회장은 흔쾌히 모 생명보험사에 지급보증을 서 파산위기를 모면케 했다.이 과정에서 20억∼30억원 상당의 서울 성북동 정 회장 자택에 근저당이 설정됐다.당시 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용인 땅 등을 매입해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틋한 조카사랑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형의 성격을 닮아 직선적인 그는큰 형님인 정주영 회장에 대한 존경심과 현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때도 조카들에게 화해하라고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왕회장’ 타계 직후 서산농장에 200여만평의 기념관을 짓자는 얘기를 처음 꺼낸 장본인이기도 하다.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현대전자 농구단을 인수해줬다. 현대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위상약화와 몽(夢)자 형제들의 불화를 가장 안타까워하는 친지 가운데 한 분”이라면서 “고 정 회장에 대한 지원도 이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추가비자금 사용처 추적/ 검찰 ‘현대 150억+α’수사

    ‘현대 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安大熙)는 6일 계좌추적을 통해 현대가 2000년 4월 이전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100억원대의 추가 비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검찰은 그동안 현대의 재정 부문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회계장부를 분석해 추가 비자금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8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현대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추가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용처 등을 보강 조사키로 했다. 또 이 자금의 일부가 2000년 4월 총선 전후로 정치권 인사 5∼6명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도 수사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현대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다 하더라도 자금조성 시기로 미뤄 정치자금법 공소시효(3년)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아 적용법률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당초 이날 미국에서 귀국할 것인지 여부를 통보키로 했던전직 무기상 김영완씨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김씨의 자진귀국 여부는 오는 9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
  • 현대차 임단협 파장 / 사측 임단협 수용 속사정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타결은 주5일 근무제 전격 시행,노조의 일부 경영 참여 등 노사간 정치적 핵심 쟁점들을 안고 있어 다른 사업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보여온 현대차 협상이 사실상 노조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퍼주기식’ 논란이 일고 있다.특히 재계는 노사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경영권 방어마저 어렵게 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온 현대차가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기감에 따른 고육책 재계는 현대차의 파격적인 합의안에 대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압력 ▲노동계의 강경 투쟁의지 ▲파업 장기화에 따른 내수·수출 타격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자살 등 안팎으로 벼랑끝에 몰린 회사측의 고육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6월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40여일간 지속된 파업으로 10만 4895대의 생산차질을 빚으며 1조 385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공장이 돌아가야 이익을 내는 만큼 흑자 사업장은 노조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또 3400곳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현대차 경영진에 부담을 줬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이달 초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례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회사측은 긴급조정권까지 발동돼 이같은 사실이 전세계에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더 큰 손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책임도 커 반면 정부와 재계가 전체 업계의 노사 대리전격인 현대차 노사협상 타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했다는 시각도 크다. 주5일제가 도입되면 토요근무가 정상근무에서 특별근무로 바뀌어 사측의 임금부담이 늘어난다.연·월차를 폐지해 사측의 이같은 임금손실 부분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주5일제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노동계가 총파업을 카드로 강력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계류되고 있다. 재계가 정부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없다고 버티고 있는 만큼 개별사업장에서 노동계가 원하는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가 먼저 타결되면 재계와 노동계가 협상을 재계할 수밖에 없다.재계가 현대차가 악선례를 남겼다고 반발하는 이유다.손발이 묶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받고 있는 부담을 고스란히 현대차에 떠넘긴 셈이다. 그러나 매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고 파업기간에 대한 임금인 생산성 향상 격려금(100%+100만원)까지 지급해 노조의 파업이 사용자 압박에 성공적이란 관행을 굳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생색은 내지 못해 전략적으로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
  • 뉴스 플러스 / WP “햇볕정책 지속돼야”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북핵 관련 6자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햇볕정책은 유지돼야 한다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5일 주장했다.신문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과 관련,‘햇볕이 더 필요하다’는 제하의 사설에서“정 회장의 죽음을 햇볕정책의 비극적인 결과로만 볼 수 없으며 햇볕정책은 많은 한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 정몽헌회장 자살 / 현대家 “對北사업 승계 NO”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으로 난파위기에 몰린 대북사업의 일정 부분을 현대가(家)의 다른 형제들이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그러나 정씨 형제들은 모두 거듭 ‘참여의사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5일 “대북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대차 그룹은 대북사업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정 회장은 조문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정몽헌 회장이 남기고 떠난 대북사업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의사는 없는가.’라고 묻자 “대북사업은 사업의 규모나 외교적 측면에서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것보다는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사망 하루 만에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대북사업 참여에 대한 안팎의 기대를 일찌감치 털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현대중공업도 대북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당초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2월28일 계열분리시 현대아산 지분을 처리한 만큼 법상으로 3년 동안은 이를 다시 매입할 수 없다.”면서 “회사 방침은 물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 회장의 형제기업들이 대북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정부의 획기적 지원이 없으면 앞으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정 회장이 유서를 통해 김윤규 사장에게 대북사업을 지속할 것을 당부했지만 김 사장이 대북사업의 주체가 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이다.지금껏 대북사업은 북측과 정씨 일가간의 신뢰속에 이뤄져 왔다.김 사장이 대북사업에 깊숙이 개입했지만 사업주가 아닐 뿐더러 북측과의 신뢰관계도 정 회장만 못하다.정 회장의 사망은 북측의 대화상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사회 플러스 / 정회장 비보에 80代실향민 자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에 충격을 받은 80대 실향민이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일 오후 4시30분쯤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김모(83)씨 집 마루에서 김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신음중인 것을 아내(76)가 발견,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 ‘150억+α’수사 이번주 최대고비

    ‘현대 150억원 비자금+α’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번주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지난 4일 투신자살한 가운데 비자금 세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미국체류)씨의 자진귀국 여부가 조만간 결정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련 계좌추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김씨의 귀국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찰은 진상규명을 위해 현대 비자금 조성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지난달 22일 본격수사를 착수한 이래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하고 정 회장을 3차례나 연달아 조사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또 정 회장에 앞서 김재수 현대그룹 경영기획팀 사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지민기자
  • 北, 경협일정 연기통보

    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과 관련,금강산 관광 임시 중단을 포함해 예정된 남북 경협 일정의 연기 방침을 잇달아 통보했다. 북한은 5일 오전 판문점 전화통지문을 통해 6일로 예정된 4개 경협합의서 발효 통지문 교환과 7,8일 개성에서 열 예정이던 제6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협의회 회의에 대해 “정 회장의 장례기간 중 남북간 접촉은 피하자.”며 연기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국간 합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다음주에 발효통지문 교환과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아산은 “북측의 금강산 관광 중단 방침에 대해 재고 요청을 했지만 5일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음에 따라 6일과 7일 출발하는 금강산 관광을 취소한다.”면서 “9일부터는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4일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정 회장의 유가족과 현대아산 측에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대변인 성명에서 “조의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기간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4·9·19면 아태위측은 조전에서 “정 회장을 추모하는 여러 행사로 하여 조의방문단이 서울에 가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대신 평양과 금강산에서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갖는 한편 정 회장 유품을 금강산에 안치하고 남측과 공동으로 추모비를 세워 고인의 뜻을 기릴 계획이라고 현대아산이 밝혔다. 이도운기자 dawn@
  • 정몽헌회장 자살 / 투신前 만남 관심쏠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부검 결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명확한 자살 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정 회장이 자살 직전 만난 친구 박모(53)씨는 이런 의문을 풀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힘들어했지만 재판등 얘기안해 박씨는 경찰에서 “지난 3일 정 회장과 만나 골프,미국 생활,자식 문제 등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정 회장이 친한 친구이긴 하지만 아픈 부분까지 물을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검찰 조사나 재판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또 검찰에 소환돼 미국에 체류중인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영완씨와의 통화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지만 비자금과 관련된 진술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회장이 죽음을 앞두고 비자금과 관련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은 남는다.박씨는 “정 회장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고,대북송금 문제 등에 대한 언론 보도에 부담을 가졌기 때문에 자살할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진술,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출국도 연기 이틀연속 만나 지난달 26일 여행목적으로 입국한 박씨는 당초 지난 3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정 회장과의 약속 때문에 출국을 연기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박씨는 경찰에서 “평상시 정 회장이 부연설명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3일에도 ‘만나지,언제 들어가나,2시쯤 나갈테니 보자구.’ 정도의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박씨는 3일 오후 2시40분쯤 서울 하얏트호텔 로비에서 정 회장을 만나 밤 11시40분까지 식당과 카페 등을 옮겨가며 대화를 가졌다. 특히 정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2일 밤에도 박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정 회장과 강남구 청담동 W바에서 술을 마셨다.박씨는 4일 밤 11시쯤 하얏트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모처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6일 오후 LA로 출국할 예정이다. ●박씨 체류, 검찰 소환일정과 일치 박씨가 국내에 머무른 기간은 정 회장이 7월26,31일,8월2일 3번에 걸쳐 검찰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기간과 묘하게도 일치한다.이 때문에 검찰 소환 조사와 관련해 정 회장이 박씨에게 입국을 요청했고박씨와 두차례 이상 만나 무언가 주문하거나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따라서 박씨의 진술과 달리 검찰 소환을 앞둔 정 회장의 상황과 입·출국 시기를 따져보면 일상적인 대화만 하고 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보성고 동기… 상명하복 관계 박씨는 정 회장의 서울 보성고 58회 동기생으로 40년 동안 정 회장과 친분을 나눠왔다.지난 83년 현대상선에 입사,미주본부장까지 지내다 지난해 9월 퇴임하기까지 20년을 현대상선에 몸담았던 ‘현대맨’이다.지난 78년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미국 시민권자로 현재 미국에서 해운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박씨는 최근 10여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박씨는 한국에 입국하면 정 회장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고교 동기이지만 정 회장의 오너 기질이 강해 상명하복의 관계로 지내왔다.”고 말했다. 장택동 구혜영기자 taecks@
  • 檢, 100억대 비자금 추가 확인

    ‘현대 150억원 비자금+α’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는 5일 현대가 100억원대의 추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치권 유입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검찰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건네진 현대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자금의 존재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조사에 앞서 소환한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현대 비자금 조성 관련자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대가 조성한 추가 비자금이 2000년 4월 총선 전후로 여권 인사 5∼6명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집중 수사중이다. 이와 관련,법조계 안팎에서는 현대 비자금 전반에 대한 검찰수사와 정 회장의 자살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을 상대로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150억원 부분에 대해 추궁했을 뿐”이라면서 “추가 비자금이 정치권에 건네졌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아침 출근하면서 “현대 비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계획은 없지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혐의는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김영완씨와 공모,정 회장측으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장관을 이르면 이번 주말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장의 지시를 받고 박 전 장관에게 직접 CD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의 대질심문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을 상대로 현대측에 150억원을 먼저 요구했는지와 대가성 여부,비자금 수수경위,돈세탁 과정과 사용처 등을 집중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실규명을 위해 관련자 소환 등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8일 예정인 정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난 이후에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 정몽헌회장 자살 / 만난 사람 2~3명 더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 함께 있었던 고교 동창 박모(53)씨가 정 회장이 검찰에서 현대 비자금 수사를 받았던 지난 2일에도 정 회장을 만났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정 회장과 박씨가 3일 오후 2시40분쯤 만나 밤 11시40분쯤 헤어졌고 이에 앞서 2일 저녁에도 만나 다음날 새벽 4시쯤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일 박씨말고도 2,3명의 지인과 함께 만났지만 이들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길범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정 회장의 자살 이전 행적에 초점을 맞췄으나 박씨로부터 정 회장의 자살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나 동기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었고,박씨가 지난달 26일 입국한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로부터 ‘정 회장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라는 진술만 확보했고 대북송금 및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의 자살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박씨의 특별한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정황상 정 회장이 대북송금 및 비자금 사건 등에 대한 압박을 못 이기다가 순간적 충동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자살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과 동기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회장이 투신한 건물 외부에 설치된 CCTV 자료와 사무실 사이에 연결된 지문감식기 내용을 확보,정 회장이 사옥에 들어간 3일 밤의 구체적인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지휘가 내려지는 대로 참고인 보강수사 등을 진행할지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면서 “유서의 필적 감정은 유가족이 반대하고 수사상 필요하다고 판단되지 않아 일단 유보했다.”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독자의 소리/ 종합병원 주차요금 불합리 외

    종합병원 주차요금 불합리 병원에 갈 때마다 주차요금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종합병원에 가면 진료를 받을 때까지 2∼3시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하지만 정작 진료를 받는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진료비보다 주차요금이 더 비싼 어이없는 경우를 당하곤 한다.이같이 터무니없는 일을 고치려면 종합병원 외래환자에 대한 주차요금은 차를 주차시킨 시간이 아니라 진료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병원쪽에서 보면 진료시간이 길지 않아 주차요금 산정에 불합리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몇시간씩 대기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불이익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차형수(서울 송파구 신천동) 현대 對北사업 평가해야 대북사업의 초석을 마련하고 결과도 보지 못한 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김대중 정권의 남북교류관계가 치적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듯 가장 대북경제협력에 적극적이었고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난 현대가 의혹과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의 대북사업은 단순히 영리추구라기보다 남북이 같이 살 수 있고 궁극적으로 통일의 초석을 닦는다는 원대한 뜻도 포함되지 않았는가. 비록 대북송금에 대한 의혹도 남아 있다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결국에는 남북통일의 기반과 밑거름이 되겠다는 그의 의지와 충정은 높이 살 만하다 하겠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남북은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남북화해와 통일에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젊은 한 기업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보답하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1가)
  • ‘금강산’ 컨소시엄 추진

    정부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진 금강산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그리고 제3의 기업이 참여하는 ‘3자 컨소시엄’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고위당국자가 5일 밝혔다.개성공단 건설 사업도 한국토지공사가 중심이 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2·3면 정부는 나머지 남북 경협사업과 관련,북한에 진출하는 남측 기업들이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해나간다는 방침도 세웠다.정부는 지난 4일 정 회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 고위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협 방향 등을 협의,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 회장의 사망으로 현대아산이 단독으로 금강산관광 사업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면서 “기존에 900억원을 투자한 관광공사와 자금력을 갖춘 다른 기업 등 3자가 컨소시엄을 구성,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 당국자는 “제3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북한 당국에 골프장과 면세점,쇼핑센터 등 각종 수익시설을 조속히 건설, 금강산관광 사업이 수익성을 가질수 있도록 행정적 뒷받침을 해달라고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그동안 정부로부터 900억원의 경협자금을 지원받아 금강산관광 지원금 형식으로 현대아산에 대출했으며,온정리의 현대 시설을 담보로 잡고 있다. 정부와 제3의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경우 현재 현대아산이 소유한 금강산관광 및 금강산지역 개발사업권의 공유 문제도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금강산 사업을 정부가 인수,공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회가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승인을 보류한 금강산관광 지원금 200억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통일부는 금명간 국회 본회의나 통일외교통상위에서 “6자회담 합의로 핵 문제가 해결국면에 들어갔다.”고 밝힌 뒤 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관련,관계자는“토지공사의 경우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측이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을 보상해 주고 토지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을 수행하거나 토지공사가 중심이 돼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는 등의 대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 ‘정회장 빈소’ 이틀째 표정 / 각국대사·코엘류감독도 조문 애도행렬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유서를 통해 대북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당부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5일 정 회장의 빈소에서 소회를 피력했다.장례위원장을 맡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의 빈소를 이틀째 지키던 김 사장은 이날 오후 9시40분쯤 기자를 만나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김윤규사장 “회장님 뜻은 경협사업 지속” 정 회장의 입관식을 마친 직후여서 침통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승용차를 타고 어딘가로 나가기 직전 김 사장은 “회장님이 나에게 남기신 말은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라.’는 것 하나뿐”이라고 되뇌었다. 그는 “대북사업이 얼마나 어렵고 부담이 되는지 일반인들은 모른다.”고 말해 정 회장의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던진 한나라당과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 회장의 자살 동기를 묻자 김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내가 아는 회장님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그는 “정 회장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좀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며 정 회장의 자살동기에의문을 표시했다. 김 사장은 “어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에게 회장님이 모든 것을 안고 갔다고 말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라며 애써 말문을 흐렸다. ●고개 떨군 정몽구 회장 이날 장례식장에는 전날에 이어 수백여명의 정·관·재계 인사의 발길이 잇따랐다.정 회장과 서울 보성고 동창인 탤런트 최불암,뽀빠이 이상룡씨 등 문화예술인도 조문했다.최씨는 “정 회장은 머리가 좋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겸허한 사람이었다.”면서 “큰 일꾼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주한 에콰도르·파라과이·온두라스 대사 등도 찾아와 정 회장의 명복을 빌었고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지난해 10월 대북경협 특검제 실시를 처음 주장한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빈소에서 “정 회장은 좋은 취지로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DJ 정권에 이용당해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10분동안 빈소에서는 성복제가 열렸다.오후 7시20분부터 지하2층 안치실에서 염을 마치고 올라온 정회장의 시신이 관에 들어가자 정 회장의 부인 현정은씨와 자녀들이 한없이 흐느꼈다.또한 현대아산 직원이 제문을 읽어가자 정몽구 회장이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잠시 바닥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빈소에는 전두환·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전직대통령 3인의 화환이 나란히 서 있었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것은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정몽헌회장 자살 / 마지막 행적 재구성

    4일 새벽 투신자살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경찰 조사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다. ●친구 박모씨와 와인 2병 마셔 정 회장은 자살 전날인 3일 낮 12시30분 서울 H호텔에 투숙 중인 보성고 동창 박모(53·미국 워싱턴 거주)씨를 만나기 위해 운전기사 김모(57)씨와 함께 성북동 자택을 나섰다. 오후 1시쯤 호텔에 도착한 정 회장은 호텔 구내 이발소에서 이발을 한 뒤 오후 2시40분 박씨를 만나 1시간여 동안 로비 오픈 바에서 골프 등 가벼운 얘기를 주고 받았다.박씨는 미국 워싱턴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었으며,한달 전쯤 휴가차 입국했다.박씨는 대학 졸업 뒤 한때 미주 현대지사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쯤 H호텔에서 장충동 S헬스클럽으로 이동 중에 정 회장은 부인 현정은(48)씨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의했다.정 회장은 S클럽에서 손윗동서 유모씨와 조카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오후 5시 동창 박씨와 함께 4명이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 N식당으로 출발했다. 5시30분 식당에 도착한 정 회장은 부인 현씨와 딸을 만나 6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부인 현씨는 “식사 자리에서 특별히 자살할 만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워낙 말이 없었지만 평소 집에서는 대북송금과 재판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저녁식사 후 정 회장은 부인에게 “박씨와 함께 있고 싶으니 먼저 들어가라.”며 돌려보냈다.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그후 정 회장은 오후 8시30분 단골인 강남구 청담동 W바에 들러 1시간 동안 박씨와 함께 와인 2병을 마셨다. 정 회장은 밤 11시40분 박씨를 H호텔에 내려주었다. ●밤 11시52분쯤 사옥 도착 박씨와 헤어진 정 회장은 밤 11시52분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에 도착,1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보안요원 위모(30)씨는 “정 회장과 1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집무실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정 회장은 위씨에게 “30분 정도 있다 나가겠다.”고 말했다.위씨는 정 회장에게 집무실 열쇠를 건네고 내려왔다. 비서실과 회의실을 거쳐 집무실로들어간 정 회장은 안으로 문을 걸어잠갔다.그리고 가족과 현대 임직원,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을 떠올리며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유서는 흰 봉투에 넣은 뒤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술을 마셨고 다소 격한 심경이었는지 유서의 일부 글씨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흘려 쓰여져 있었다.늘 쓰고 다니던 안경과 시계는 벗어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부인 현씨는 정 회장이 돌아오지 않자 새벽 1시와 5시쯤 두차례나 운전기사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금방 갔다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들어왔다.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집무실에 들어간 지 3∼4시간 지난 뒤 정 회장은 밖으로 밀면 열리는 가로 95㎝,세로 45㎝의 반개폐식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던졌다.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의 경직 상태로 보아 정 회장이 숨진 시각을 새벽 3∼4시쯤으로 추정했다. 오전 6시쯤 출근한 정 회장의 여비서 최모(38)씨는 건물 미화원 등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듣고 화단으로 내려와 숨진 사람이 정 회장임을 처음 확인했다.30분이면 내려온다는 말을 듣고 밤새 주차장에서 기다렸던 운전기사 김씨도 그때서야 비보를 접했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
  • 정몽헌 회장 자살 /“캄캄”경영권 향방 예측불허

    ‘선장’을 잃은 현대그룹이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부재는 지배구조는 물론 그룹의 위상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현대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경영권의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룹 형태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고 정 회장이 대북사업에만 전념해 계열사들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룹의 지분구조 현대그룹의 계열사는 현재 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엘리베이터 등 총 8개사.현대건설은 이미 채권단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정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현대상선과 현대종합상사 2곳에 불과하다.그러나 현대상사는 지난달 주총에서 정 회장의 지분 1.2%를 완전 감자키로 해 사실상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상선 4.9%밖에 없다. 그룹의 사실상 지주 회사는 현대상선과 정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가 18.57%를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은 현대상사(6.23%),현대증권(16.63%),현대정보기술(4.84%),현대아산(40%),현대택배(30.11%),현대투자신탁증권(1.5%)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 독립경영 가속화 고 정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장모의 도움으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해왔다.지배구조상 ‘오너’없이 최대 주주만 있는 셈이다.그나마 정 회장이 현대그룹의 후계자로서 총수 역할을 해왔지만 대부분의 계열사가 재무구조 악화로 느슨한 그룹 형태만 유지했다.그러나 정 회장의 ‘유고’로 이마저도 불가능해지면서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장기적으로는 경영권 향배에 따라 그룹이 해체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특히 지분 연결구조가 허약한 현대투자신탁증권,현대증권 등은 매각을 통해 조만간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또 현대상사는 진행 중인 감자가 마무리되면 계열사에서 분리된다. 현대아산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유동적이다.김윤규 사장이 당분간 현대아산과 대북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정 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추진해온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이나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려온 현대아산이 금강산 사업의 주도권을 정부에 넘겨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현대 관계자는 “그룹의 향후 진로는 경영권 승계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계열사간 이어진 ‘끈’이 끊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계동사옥 통화량 3배 급증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사건이 현대그룹을 충격에 몰아넣은 4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 일대의 전화통화가 평소의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업무시간에는 오히려 통화량이 평소보다 줄어들어 많은 현대직원들이 충격으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KT에 따르면 이날 사건이 최초 알려진 오전 7시부터 1시간동안 계동사옥으로 걸려온 통화는 모두 622통화로 1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같은 시간대의 222통화에 비해 2.8배나 폭증했다.
  • [사설] 정몽헌회장의 충격적인 자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낳고 있다.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후계자로 현대그룹을 물려받았으며,북한이 가장 신뢰하는 경협 파트너로서 대북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다.비록 실패한 기업인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남북경협의 개척자로서 그가 했던 역할만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정 회장은 지난 수년간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금강산 육로 관광길을 열었고,남북경협의 모태가 될 개성공단을 착공하는 등 대북사업에 열의를 바쳤다.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적자가 쌓이고 경영이 더욱 악화됐지만 그는 개의하지 않았다.그리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우선적 관심사인 경협을 고리로 대화물꼬를 넓혀 나갔다.그의 이같은 노력은 실제로 남북간 대화와 화해의 진전에 크게 기여했다.그는 이것이 선친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자 민족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자살을 결심했을까.대북 송금 및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검과 대검의 수사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압박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대북사업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특검과 대검의 수사 여파로 대북사업의 장래가 더욱 불투명해진 것이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우리는 대북송금과 비자금 사건의 현행법 위반 부분을 옹호할 의도는 없으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그 진상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그러나 정 회장의 자살이 기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 회장의 죽음으로 남북경협의 큰 축을 잃게 됐다고 보며 이로 인해 경협의 추진력 상실을 우려한다.그러나 그가 유서에서도 밝혔듯이 현대그룹은 빠른 시일내에 체제를 정비해 대북사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정부도 정 회장의 자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제도적 정비 방안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 정몽헌회장 자살 / 鄭씨형제 파워게임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4일 새벽 현대 계동사옥에서 투신 자살한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뼈에 사무친 말이다.그의 유언이 말해 주듯 대북사업은 MH 일생일대의 승부수였다.부친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자 현대그룹의 법통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1989년 1월 정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한 이후 현대그룹의 사활은 대북사업에 초점이 맞춰졌고,대북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그룹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2000년 3월 ‘왕자의 난’의 핵심도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쟁취하는 일이었다.이는 또한 정몽구(MK)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MH가 운명적으로 등을 돌린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따지고 보면 대북사업의 선두는 MK였다.1996년 무렵 MK는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의 화차 제조를 위해 평양 인근에 공장을 차려 화차를 공급받았다.MK는 남북 공동 옥수수 연구개발을 위해 북한을 드나들었던 옥수수 박사 김모씨를 통해 대북창구를 터놓았다.MK의대북 접근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진행됐지만,MH의 대북사업 참여로 중단해야만 했다. 대북사업에 관한 한 MK에 뒤처져 있던 MH가 왕 회장의 신임을 얻은 데는 한때 오른팔로 더없는 충신(忠臣)이었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있었다.98년 초 이 전 회장이 요로를 통해 북한의 핵심 요인들과 친분을 다져왔던 재일동포 사업가 요시다 다케시와 접촉하면서 대북사업의 중심이 MH로 넘어가는 계기가 마련됐다. MH-이익치-요시다-김윤규(현대아산 사장)로 이어지는 대북 커넥션은 왕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고,그해 6월 정 명예회장의 첫 소떼 방북을 성공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2000년 3월 장남인 MK를 제치고 공식적으로 현대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정 명예회장이 그해 5월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돌파구로 ‘3부자 퇴진’ 카드를 내놓으면서도 MH에게는 대북사업을 계속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편애는 또 다른 저항을 부르기 마련.MK는 거세게 반발했고,결국 현대차의 계열분리로 형제는 서로 등을 돌려야 했다.이후 MH가 MK를 찾아가 사죄했지만,형제간의 깊은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MH는 자금난으로 여러번 대북사업에 좌초위기를 맞았고,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이 대북사업의 중단을 건의했지만 끝내 부친의 염원을 저버리지 못한 채 강행해 왔다.결국 부친의 소원도,형제간의 우애도 회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유분을 금강산에 묻는 것으로 종말을 고했다. 주병철기자 bc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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