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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양성평등지수 소폭 상승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해 온 서울시의 양성평등지수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평등지수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시민의 양성평등지수가 2008년 46.42로 2007년 45.47, 2006년 43.34에 이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2006년 처음으로 개발된 양성평등지수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여성의 사회문화권 확대’‘소수자 여성 사회통합’‘여성의 경제세력화’‘여성의 대표성 제고’ 등 4개 영역에 걸쳐 19개 세분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환산한 수치다. 200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세력화는 2007년에 비해 42.31에서 43.60으로 올랐고, 소수자 여성 사회통합은 47.57에서 47.89로, 여성의 사회문화권 확대는 60.44에서 63.12로 소폭 개선됐다. 여성의 경제세력화 43.60은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 대졸자 취업률, 평균임금비, 관리직비율, 정규직 비율 등 8개 항목을 종합한 수치에 전문가들이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수치다. 하지만 서울시 5급 이상 여성공무원과 광역·기초의원의 여성 비율 등으로 측정한 ‘여성의 대표성 제고’ 항목은 2007년 35.26에서 오히려 34.49로 하락했다. 이는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이 2007년 2.2%에서 2008년 2.3%로 거의 늘지 않았고, 주요부서 여성공무원 비율은 20.0%에서 11.3%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 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지도층 여성의 비율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 및 사회성제고에 대한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 차원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5) 고도비만

    [Weekly Health Issue] (5) 고도비만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비만이 개인의 삶을 옥죄고 자존감을 훼손할 뿐 아니라 수많은 질환을 부르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비만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문제로 알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비만 정도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고도비만에 있다. 굶어도 안 되고, 운동을 해도 안 되니 환자들은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도비만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비만외과 이상권 교수로부터 듣는다. ●고도비만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비만을 가늠하는 일반적인 지표는 체질량지수, 즉 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다. BMI가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본다. 한국인의 고도비만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서구인들과 체형이 다름을 고려할 때 BMI 30 이상(키가 180㎝면 체중 98㎏ 이상, 170㎝면 87㎏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특히 고도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왜인가? 일반적인 비만에 비해 고도비만은 각종 성인병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높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비만환자는 정상인보다 평균 수명이 단축되고, 다양한 성인병을 동반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을 높이는데, 이들 증상은 각각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하거나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밖에 지방간·뇌졸중·수면무호흡증·위식도 역류질환·골관절염·성기능 장애 등의 요인이 됨은 물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궁내막암·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면서 우울증 등 신경정신 질환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고도비만 치료시 상담치료 등 정신과적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고도비만 상태가 되면 인체 대사작용의 리듬 자체가 비만 체형에 맞춰지기 때문에 좀처럼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국내 고도비만 유병률과 추이를 설명해 달라. 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가 최근 10년간 2배가량 증가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고도비만 환자의 폭증은 계속될 것이다. ●본인 스스로 고도비만 여부를 알 수 있나? BMI 지수 공식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도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체지방량·혈당치·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 구체적인 지표를 측정해야 하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비만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은 다양하며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비만은 단순히 과식에 의해 유발되지는 않는다. 연구 결과 많은 경우 고도비만의 잠재적 원인은 유전적 요인에 있으며, 환경적 요인과 행동적 요인의 비중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 일단 생긴 뒤에는 다이어트나 운동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검진과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당뇨 및 지질 검사를 포함해 체성분 분석, 심폐기능검사,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약물·식이요법의 한계와 수술치료의 유효성은 무엇인가? 모든 질병이 그렇듯 환자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만큼 치료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먼저, 식습관을 개선해 섭취하는 영양분을 최적화하고, 전문의가 제안하는 운동요법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약물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 흡수를 방해하는 기전의 약제가 대부분이다. 고도비만 이전 단계의 비만환자 중 상당수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정상 체형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비만은 이미 체내 대사작용이 비만 체형에 맞춰져 있어 쉽게 체중이 줄지 않고, 금방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을 겪게 된다. 이때는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요법은 식습관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술과 기기의 발달로 예전에 비해 수술 안전성이 매우 높아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수술법을 설명해 달라. 고도비만 수술은 위의 용적을 줄여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위밴드수술, 음식이 장을 건너뛰게 해 흡수를 제한하는 위우회술 등이 있다. 위우회술은 위를 달걀 크기 정도로 작게 만든 뒤 이를 소장과 바로 연결해 음식의 섭취와 흡수를 동시에 제한하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위밴드술은 위 상부를 밴드로 조여 위의 체적을 줄이는 방법이다. 1984년에 개발된 한국 존슨앤 존슨 메디칼의 스웨디시 위밴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음식물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며, 위를 절제하지 않는다는 점과 밴드 내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장의 크기를 약 15%까지 줄이는 방법이다. 세 가지 다 복강경수술로 진행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수술 후 단시간 내에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수술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수술치료는 체질량지수가 40 이상일 경우, 또는 35∼40 사이지만 비만 관련 합병증, 예컨대 당뇨병·고혈압·수면무호흡증 등을 동반할 때 고려한다. 또 일반적인 방법을 모두 시도해 봤으나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환경 조성·식습관 변화·운동 등 가능한 노력을 다 시도해도 비만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 또는 감량한 체중이 쉽게 원상태로 되돌려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환자가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의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을 통한 비만치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수술 합병증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합병증과 함께 각각의 수술법이 가진 한계를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다. 위소매절제술은 봉합 부위에 결함이 생기면 음식물이나 위산이 샐 수 있다. 또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하면 위의 용적이 상당 부분 수술 전과 비슷하게 복귀되는 단점도 있다. 위우회술 역시 연결 부위에서 음식이 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나머지 위를 일반적인 내시경으로 관찰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위밴드술의 경우 초기 합병증은 적은 편이지만 드물게 위를 감싼 밴드가 미끄러져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사후 조치가 필요하며, 다른 수술법과는 달리 포트를 통해 주기적으로 식염수를 주입해 밴드 내경을 최적화해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비만수술이 지방흡입술과 다른 점 위장관 형태 바꿔 음식 섭취 제한 비만수술은 위장관의 형태에 해부학적 변화를 가해 음식의 섭취 또는 흡수를 제한하는 치료법이다. 이를 통해 비만과 비만 관련 합병증을 치료하게 된다. 따라서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흡입술이나 복부성형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상권 교수는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흡입·제거하면 당장 외형의 변화는 있겠지만, 식습관의 개선 없이는 근본적인 비만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만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력인데, 고통스러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만수술이 환자의 의지를 도와주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치료 하더라도 고칼로리식인 탄산음료·초콜릿·아이스크림·밀크셰이크 등을 포함한 군것질을 즐기는 습관은 이런 수술치료의 장점을 상쇄시키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며 심혈관계, 내분비계, 소화기계, 근골격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도비만은 환자의 정서적 고립으로 인한 사회성 결여와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비만수술 성공사례 3개월만에 30㎏ 감량… 요요현상 없어 얼마 전 당뇨병과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 등을 앓고 있던 체중 140㎏의 최종남(30·가명)씨가 비만수술의 일종인 위우회술을 받았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시행되었고, 환자는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양호한 경과를 보였다. 수술 3개월이 지난 후 체중은 약 30㎏이 줄었고, 현재도 체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검사 결과 최씨는 전에 가지고 있었던 비만 관련 합병증인 당뇨병도 혈당이 정상치에 근접해 있으며, 혈압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계속 복용하던 혈압약은 아예 먹지 않고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점차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이상권 교수는 “최씨는 현재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체중은 향후 1∼1년 반 동안 계속 줄어 결과적으로 과잉 체중의 약 70% 정도가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밴드술은 최근에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특히 위장을 절제하거나 장을 연결하는 시술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 맞춤한 수술법이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비만외과에서 위밴드술을 받은 고도비만 환자 장경우(25)씨는 수술 후 3개월만에 15㎏의 체중을 줄였다. 이후 의료진은 장씨의 위밴드를 단계적으로 조이면서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장씨는 “위밴드술 치료 후 음식 섭취량이 잘 조절돼 몸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특히 요요현상을 겪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위밴드술은 위우회술에 비해 체중 감량이 서서히 진행되지만 밴드를 조임에 따라 향후 2∼3년에 걸쳐 꾸준히 체중이 줄어들게 된다.”며 “비만수술을 받은 환자의 78%에서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이 뚜렷하게 개선되며, 이 밖에 혈압이 낮아져 심혈관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수면무호흡증이나 지방간·골관절염 등도 두드러지게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포크록의 전설’ 밥 딜런 온다

    ‘음유 시인’ 밥 딜런(69)이 데뷔 48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펼친다. 3월31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다.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4년 연속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노랫말이 미 연방법원 판결문에 인용되기도 했던 밥 딜런이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사회성 짙은 음악을 끊임없이 발표하며 1960~70년대 시대의 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철학적인 가사와 진솔한 메시지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밥 딜런은 특히 포크 록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혁명가로도 평가받는다. 그가 그동안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은 34장, 라이브 앨범은 13장, 싱글은 58장이나 된다. 2000명이 넘는 음악가가 그의 음악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밥 딜런은 1982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2000년에는 폴라음악상을 받았다. 또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에서 비틀스에 이어 2위에 오른 바 있다. 밥 딜런은 일본에서 3월12~29일 12차례 공연을 치른 뒤 한국을 방문한다. 20t에 달하는 장비가 공수되며 12명의 밴드, 20명의 스태프가 함께 내한한다. 티켓판매는 1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02)3141-3488.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날려라 홈런왕’ 오디션 경쟁률 250:1

    ‘날려라 홈런왕’ 오디션 경쟁률 250:1

    MBC ESPN 스포테인먼트 프로그램 ‘날려라 홈런왕’이 250:1에 달하는 오디션 경쟁률을 보이며 대박 청신호를 켰다. MBC ESPN은 최근 유소년 야구발전과 한국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날려라 홈런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난달 31일까지 선수단원을 모집했다. 모집결과에 따르면 단원은 총 15명으로 꾸려짐에도 불구, 3700여명의 응모자들이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날려라 홈런왕’의 제작사인 스타폭스 미디어 측은 “‘날려라 홈런왕’은 유소년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화려한 코칭스태프들이 참여한다. 여기에 야구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과 팀 스포츠인 야구를 통해 자녀들의 사회성을 기르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사 측은 오는 7일 3,700여명의 응모자들 중 서류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캐치볼, 스윙, 배팅과 같은 간단한 야구기초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어 1, 2차에 걸친 심층면접테스트를 통해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출연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사진 = 스타폭스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7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 대흥리에 미용실이 생겼다. 미용실 주인이 빼어난 미모에 혼자 사는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남자들은 너도나도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한편 양산댁은 미용실 주인 영자의 싹싹함에 반해 대식을 영자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애쓰고, 정미는 영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한밤의 문화산책(KBS2 밤 12시35분) 우리 시대 최고의 포토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세바스티앙 살가두. 세계 보도사진전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우리나라 대표 다큐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한 성남훈. 세바스티앙 살가두와 성남훈을 통해 사회성과 예술성을 두루 아우르며 현실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다큐사진의 세계를 만나 본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 오후 9시55분) 결혼식을 취소시킨 상우는 신영을 찾아온다. 상우는 신영에게 자신을 용서한다면 다시 받아달라고 말하지만, 신영은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며 돌아서 버린다. 한편, 반석은 입이 돌아간 어떤 환자에게 마음이 간다고 민재에게 말하고, 민재는 그 환자의 이름이 이신영이냐고 묻는다. ●괜찮아 U(SBS 오후 6시25분) 의령 수박의 다양한 효능 중 으뜸은 바로 남성들의 적, 전립선 암 예방. 최근 20년간 20배 이상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전립선 암이 시원 달달한 수박을 먹기만 하면 예방이 된다고 한다. 괜찮아유 식객단은 의령 수박의 다양한 효능을 밝혀내기 위해 한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체험에 임한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40분) 전라남도 신안 팔금도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김을 채취하는 어민들의 일상이 분주하다. 신안의 김 양식은 전통 재래 방식인 지주식으로, 간만의 차가 있는 해역에 10m가량의 대나무를 세우고, 김발을 걸어 재배하는 방식이다. 변화무쌍한 바다와 싸우고 매서운 추위에 맞서는 지주식 김 양식 현장을 찾아간다. ●리얼메디컬 다큐 병원(OBS 오후 11시) 삶과 죽음이 가장 치열하게 만나는 공간, ‘병원’에서는 미닫이 유리문을 여닫이로 착각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청년의 사연과 5시간째 코피가 멈추지 않는 남자, 그리고 건강만은 자부했던 한 가장이 순환기센터를 찾은 사연, 슈퍼맨이라 불리던 사나이가 갑자기 목이 파랗게 부어 오른 사연 등이 방송된다.
  • [객원칼럼] 관점의 차이냐, 관점의 사회성이냐

    [객원칼럼] 관점의 차이냐, 관점의 사회성이냐

    이번엔 법원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라면 가르마를 타고, 다툼이라면 자초지종을 따져 잠재워야 할 법원이 소용돌이의 진원지가 되었다. 쟁점마다 삿대질을 주고받던 두 편이 정확하게 그대로 나뉘어, 정확하게 엇갈린 외침들을 토해낸다. 말마디나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한마디라도 뒤질세라 자기만의 독백을 외워댄다. 양쪽의 목청이 날카로워지면서 일련의 판결 논란은 증폭되어 소모적인 사회 분란으로 번질 태세다. 관점의 차이와 논리적 설득력을 혼동한 요즘의 자화상이다. 파문을 낳은 일련의 법원 판결들은 우리의 문제를 새삼스레 되짚어 보는 교과서가 됐다. 법원은 폭력성은 수용하면서도 극도의 흥분에서 비롯된 결과로, 따라서 고의성이 없다거나 정당한 항의표시로 보았다.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도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이고,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정 운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보았다. PD수첩 보도는 허위보도로 볼 수 없고, 명예훼손으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하나같이 ‘볼 수 없다.’는 관점을 내세워 마침표를 찍었다. 관점은 개인적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연유한 정신적 영역으로 비난하거나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의 관점이 국가 사회의 제도로서 작동할 때에는 사회성이라는 가치를 그 바탕에 깔아야 한다. 개인의 관점이 공동체적 가치와 합치하지 않는다면 논리적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인간은 동물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규범이라는 정신적 지주를 통해 사회적 존재로 거듭났다. 규범은 바로 이번 법원의 판결에서 ‘볼 수 없다.’는 근거요, 공동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공동체의 가치다. 공동체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규범은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녀야 하고 공동체 여론과 맞닿아야 한다. 만에 하나 법원 판결이 국민 여론을 거슬렀다면 깊은 반성과 성찰이 뒤따라야 하는 까닭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법원의 독립성을 내세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형량의 많고 적음과 달리, 책임의 유무는 공동체 규범을 적용하는 작업으로 1심의 판결이라고 해서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체적 가치는 비록 1심 판결이라고 해서 무시되어선 안 될 것이다. 어떤 폭력은 처벌하고, 어떤 폭력은 용납해서 될 일인가.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바라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PD수첩의 보도로 실상을 오해했던 실재를 어떻게 아니라고 할 것인가. 자기의 관점 못지않게 공동체 여론을 존중하는 겸허함을 새겨야 한다. 여론은 흔히 민심과 대비시켜 설명된다. 여론은 빨래터나 우물가에서 주고받는 민심과는 그 무게가 사뭇 다르다. 언론학에서는 특정의 상황을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적 배경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실천에 옮기면서 동시에 관철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대학 진학률이 무려 83%에 이른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육박하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국민 여론의 순수성이 존중받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법관의 독립성 규정이 법관의 주관적 관점을 관철시키는 장치로 변질되어선 안 될 것이다. 국민 여론이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국민 여론은 공동체의 마음(心)이요 공동체의 힘이다. 국민 여론은 자극적인 구호로 점철된 포퓰리즘을 거부한다. 소수의 시대착오적인 엘리트주의를 배격하며 집단적 우월적 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소영웅적인 행태에 현혹되지 않고 보편적인 시대 가치를 추구한다. 또한 국민 여론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용융시켜 미래지향적 지표를 구체화하는 채널이다. 국민 여론은 소모적인 논쟁도 결국에는 건전한 토론 광장을 만들고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적 통합을 일궈낸다. 관점의 차이와 논리적 설득력을 혼동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의 가치와 무게를 헤아릴 줄 아는 최소한의 소양을 추스를 일이다.
  • [발언대] 건전한 음주문화가 절실한 이유/강태완 베테랑콤연구소 전략연구관

    [발언대] 건전한 음주문화가 절실한 이유/강태완 베테랑콤연구소 전략연구관

    우리나라 주세법은 술을 알코올 성분 또는 주정함량 1% 이상을 함유한 음료로 정의하고 있다. 적당히 마시면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반면, 정도가 지나치면 건강과 재산·사람을 잃고 사회에도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치게 된다. 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사망을 비교 연구한 결과 남성은 하루 3∼4잔, 여성은 2잔 정도가 적정 음주량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10명 중 3명’은 한 번 마셨다 하면 ‘10잔 이상’, 여성은 1∼2잔인 경우가 27.9% 정도라고 한다. 음주 후 ‘필름 끊김’을 54.1%가 경험했고, 술 문제로 42.1%가 배우자와 다투는 등 정신의학적 조사에서 30% 이상의 직장인이 문제성 음주자로 나타났다. 우리는 술 문제를 통상 ‘알코올중독자’로만 생각하는데 음주운전 사고, 아동 학대, 가정폭력 등이 술과 관련돼 있다. 특히 폭행죄의 경우 70% 이상이 음주 후 발생했으며, 청소년이 술을 마신 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0배가량 높다고 한다. 우리는 마시기 싫은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고, 술자리에 빠지면 사회성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등 잘못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술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인식을 바꾸는 데는 서울 성북구나 거제시와 같이 ‘절주 관련 조례의 제정·공포’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학가 행사에서 술을 금지하는 ‘무알코올’ 및 ‘절주서약’ 등과 회사사규에 ‘음주와 관련한 회사의 방침’을 밝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정음주량을 알고 마시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가정의 기초를 다질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와 ‘술 주벽자’ 문제는 국가차원에서 예방과 치료를 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올해는 1차에서 한 종류로, 술을 권하지도 술잔을 돌리지도 말고, 밤 10시 이전에 귀가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한번 실천해보자.
  • 방과후학교의 힘

    방과후학교의 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사교육비 절감 및 여성의 직장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수업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 의뢰로 경남대 산학협력단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연구한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정책효과 분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방과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교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 1700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의 25만 4900원보다 4만 3000원 정도 적었다. 또 방과후학교 경험이 없는 초등학생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이용할 확률은 경험이 있는 초등생보다 1.47배 가량 높았다. 연구는 지난해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 110개 초등학교 4·5학년 3300명을 표본으로 학부모와 학교 담당교사에게 1·2학년 당시 방과후학교 참여 효과를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과후학교가 학부모의 직장생활 안정화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경험자의 경우 5점 만점에 3.88점, 비경험자는 3.62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방과후학교가 맞벌이 가정 자녀의 보육을 담당함으로써 기혼여성들의 취업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습습관, 사회성발달 등 학생의 교육적 성취도 분야에서는 방과후학교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방과후학교의 효용가치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연구팀이 교과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체 초등생 347만 4395명 가운데 1.9%인 6만 6691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연휴 무슨 영화 볼까

    연휴 무슨 영화 볼까

    전우치(코미디, 액션/12세 관람가) 감독 최동훈 줄거리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들은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은 사라진다. 감상 생동감과 재미가 한가득. 나인(뮤지컬/15세 관람가) 감독 롭 마샬 줄거리 희대의 카사노바이자 천재 영화 감독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아홉 번째 작품을 준비하던 중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홀로 휴양지를 찾는다. 한숨 돌리며 작품을 구상하려 했지만, 아름다운 여배우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먼)와 유일한 안식처인 아내 루이사(미라온 코틸라르), 치명적인 매력의 요염한 정부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등 일곱 여인들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로부터 점점 작품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 감상 페넬로페 크루즈의 치명적인 매력을 찾아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판타지/12세 관람가) 감독 테리 길리암 줄거리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악마와 거래로 젊음을 얻게 된 파르나서스(크리스토퍼 플러머) 박사. 하지만 그 대가는 잔인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16번째 생일날 그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파르나서스 박사는 또 한번 악마와 내기를 한다. 바로 5명의 영혼을 먼저 사로잡는 것. 이때 등장한 정체불명의 매력적인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는 파르나서스 박사와 함께 딸을 구하기 위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감상 고(故) 히스 레저의 매력이 듬뿍. 앨빈과 슈퍼밴드2(가족, 애니메이션, 코미디/전체관람가) 감독 베티 토마스 줄거리 깜찍한 외모는 물론 타고난 노래와 춤 솜씨로 전 세계를 사로잡아 버린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 세계적인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걸피하면 무대 위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등 통제 불능의 악동기질은 친구 데이브의 골칫거리다. 결국 데이브는 이들이 사회성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에 입학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적응모드에 돌입해 학교 친구들을 그들의 매력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감상 귀여움과 깜찍함이 한가득. 셜록 홈즈(액션, 모험, 추리/12세 관람가) 감독 가이 리치 줄거리 명석한 두뇌와 무술 실력을 뽐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의 동료 왓슨 박사(주드 로)와 함께 여성들을 종교 의식의 제물로 바치려던 비밀 종교집단의 우두머리 블랙우드 경(마크 스트롱)을 체포한다. 블랙우드 경은 결국 교수대에 섰으나, 부활하고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런던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결혼을 앞둔 왓슨이 동참을 주저하는 가운데 홈즈는 다시 사건 해결에 나선다. 감상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액션 영웅으로 새롭게 해석.
  • [성폭력범 추적보고서] (중) 범죄 악순환 차단 대책

    [성폭력범 추적보고서] (중) 범죄 악순환 차단 대책

    강모(31)씨는 지난해 6월 새벽 4시 편의점에 가위를 들고 들어가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강씨의 재범위험성 평가를 의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재범위험성 평가도구인 PCL-R(사이코패스 평가 척도)와 KSORAS(국내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개발한 재범예측 도구)를 통해 범죄경력과 성습관, 사회성 등을 분석했다. 재범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강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일부 법원이 재범위험성 평가결과를 선고형량을 정하는 기초자료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까지 25건의 재판에 범죄심리학 전문가가 참여했다. 사이코패스(극단적 반사회 인격장애) 테스트로 알려진 PCL-R는 객관적 정보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핵심 특징을 평가한다. 총점은 0~40점이며 25점 이상이면 재범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8점, 안양 초등생 살인범 정성현은 30점으로 나타났다. 강씨도 26점을 받았다. 2남1녀의 둘째로 태어난 강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렸다. 중학교 3학년 때 폭력행위로 처음 보호관찰처분을 받았다. 그 후 강도, 상해, 절도, 주거침입 등으로 20대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출소 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7개월 만에 범행을 또 저질렀다. 심리위원은 “폭력에서 강도상해 등으로 범죄력이 진화했다. 성폭행까지 더해져 중대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호프집 종업원, 공단 근로자 등으로 일했지만 강씨는 한 직장에 4개월 이상 출근한 적이 없었다. 피해자를 편의점 내실로 밀어넣고 나니까 성욕이 생겨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빼앗은 돈으로 새 옷을 사입고 게임장에서 놀았다. 밤에는 출장마사지사를 여관으로 불렀다. 이 교수는 “자극을 추구하고 무책임하다. 기생적 생활양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회성 훈련과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범 예측도구인 KSORAS는 전자발찌 부착자를 선별하려고 2008년 9월부터 법무부가 활용한다. 현재까지 성폭행 피의자 519명이 평가를 받았다. 서울보호관찰소 정진경 책임관은 “재범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게 됨에 따라 재범 요인을 파악해 맞춤 교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ORAS의 재범 예측률은 86.1%로 상당히 높다. 항목은 ▲성범죄 횟수 ▲피해자 나이와의 관계 ▲최초 경찰입건 나이 ▲범행의 책임수용 ▲혼인관계 등 15개다. 총점은 0~29점이며 13점 이상이면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강씨는 열다섯 살 때 경찰에 처음 입건됐고 폭력 범죄를 3회 이상 반복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아 15점을 받았다. 재판부는 교정처우를 위해 강씨의 재범위험성 평가결과를 판결문에 첨부했다. “교정 당국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적절한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범행 버릇을 고치고 왜곡된 의식과 생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에서는 아직 재범위험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범죄자 재범 연구를 20년 이상 해온 영국과 미국, 캐나다 법원은 재범위험성 평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재범위험성이 높은 경우 형량을 300%까지 올리고 캐나다 대법원은 수형자가 사회로 복귀할 때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겨울방학 캠프 어떻게 고를까

    겨울방학 캠프 어떻게 고를까

    오는 25일을 전후로 초·중·고교가 겨울방학에 접어드는 가운데 사회성 발달과 인성 개발 등 학습 외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캠프’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 10명·레포츠 12명·예절역사 15명線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캠프 인증기관인 캠프나라의 장윤서 캠프매니저는 “이번 겨울 캠프는 신종플루 예방책이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관심분야, 체력, 강사 대 참가자 비율 등을 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강사 대 참가자 비율은 과학 캠프의 경우 1대10, 스키·레포츠 캠프의 경우 1대12, 예절 및 역사 캠프의 경우 1대15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비싼 해외보다 국내서 영어 배워요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비용문제다. 지난해 캠프나라가 회원 등 4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캠프에 보내지 않겠다.’고 답변한 응답자 중 55%가 ‘참가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2박 3일 국내 캠프의 1인당 평균 참가비인 25만원은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이럴 땐 ‘무료캠프’와 비교적 저렴한 ‘단기 캠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이 12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운영하는 스키캠프는 1박2일 과정이 7만 8000원, 2박 3일 과정이 14만 3000원으로 다른 캠프보다 저렴하다. 국내 영어캠프도 비싼 해외 영어캠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plus체험은 영어강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러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Hi, 스토리 영어 역사캠프’를 내년 1월9일 진행한다. 참가비용은 3만 5000원이다. ‘Folk? Folk! 영어 민속캠프’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통문화와 한국인의 생활모습을 영어로 배울 수 있는 영어체험교실이다. 내년 1월23일 열리며, 참가비용은 3만 5000원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사형폐지 없다” 메모… 죽음의 공포 못 이긴듯

    “사형폐지 없다” 메모… 죽음의 공포 못 이긴듯

    자살한 정남규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한때 호흡과 맥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목을 맨 정이 21일 오전 6시35분쯤 구치소 순찰 근무자에게 발견돼 즉시 인근 평촌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CT촬영 등 정밀진단 후 중환자실에 입원조치됐다고 22일 밝혔다. 하지만 정은 이날 0시50분쯤부터 상태가 악화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회생하지 못하고 2시35분쯤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은 유영철부터 강호순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자의 대표격이다. 어린시절 성폭행 당한 고통을 안고 살던 정이 본격적으로 살인에 나선 것은 2004년부터다. 정은 2004년 1월 경기 부천에서 초등학생 윤모(당시 11세)군과 임모(당시 10세)군을 납치·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경기 서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거나 집에 침입해 살인과 방화를 함께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 행각을 벌였다. 이후 2년여동안 정에게 살해당한 사람만 13명, 중상을 입은 사람은 20명에 달해 ‘제2의 유영철’로 불렸다. 정은 폐쇄회로(CC)TV가 적은 서민주택 등지를 범행 무대로 삼는 치밀함을 보였고, 특히 비오는 목요일에 살인을 집중해 ‘비오는 목요일 괴담’이 돌기도 했다. 2006년 4월 한 남성과 싸우고 도망치다 검거됐던 정은 한 차례 도주를 감행, 공권력을 희롱하기도 했다. 다시 체포된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백을 통해 유영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던 이문동 살인사건의 진범이 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은 정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결론냈고, 재판과정에서도 정은 “사람을 많이 죽일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을 뉘우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충격을 줬다. 또 항소심 재판에서 “부자들을 죽이지 못해 안타깝다.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말해 극심한 반사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정은 강도살인 혐의로 2007년 4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항소심 결심에서 검사에게 돌진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정은 수형 생활이 시작된 이후 성경을 열심히 읽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22일 “정이 남긴 물건 가운데 자신의 범행을 반성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은 사형수를 상대로 실시되는 심리 검사에서 자살 징후를 내비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 최근 사형집행 및 사형제 존폐 등의 내용이 사회적 이슈로 다시 등장하자 커지는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개인노트에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가 다시….”,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같은 것”과 같은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 반성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았던 정도 죽음 앞에서 밀려오는 불안과 공포를 이겨낼 수는 없었던 셈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개선을 열망하는 種… 그래서 사람이다

    개선을 열망하는 種… 그래서 사람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쥐 역시 숙고를 한다. 심지어 구더기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곰곰이 생각을 한다니 ‘숙고’, 그 자체를 인간의 특성으로 보기는 곤란해보인다. 그럼 흔히 얘기하는 ‘도구 사용’은 어떨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침팬지는 물론이거니와 까치도 먹이를 낚기 위해 철사를 구부릴 줄 안다니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을 결정적인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은 듯하다. 동정심, 애정, 증오와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머, 내가 얼마나 슬픈지 아는거야? 네(개든 고양이든)가 날 위로해 주는구나.’ 그럼 대체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특별히 여겨지는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지금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속 시원하지 않는 대답이란 말인가. 그러나 저명한 뇌신경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70) 캘리포니아대(샌터바버라 캠퍼스) 교수는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뇌신경의 복잡성과 연결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왜 인간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보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온 가자니가 교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열쇠를 ‘뇌’에서 찾고, ‘왜 인간인가?’(원제 Human:The Science behind What Makes Us Unique, 정재승 감수, 박인균 옮김, 추수밭 펴냄)에서 다른 동물과 질적으로 다른 뇌를 증명해낸다. 저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는 침팬지의 사회성, 정보전달, 감정교류 등을 비교하면서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뇌과학을 풀어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 사회적 관계, 윤리성, 예술, 직관, 특별한 감정, 이원론적 사고 등 수많은 요소와 ‘뇌’를 연관시켜 인간의 유일성을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과 동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복잡성’과 ‘연결’이다. 인간의 뇌신경 시스템에는 모든 모듈(module)이 세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돼 조정된다. 모듈 구조 경로는 뇌 전체에서 일어난 분화로 만들어지며, 숙고와 억제를 가능하게 하고 자기인식과 의식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감정과 직관도 어떤 행동을 두뇌에 저장했다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즉시 표출시키는 인간 뇌의 특징이다. 특히 인간의 뇌에는 ‘윤리 모듈’이라는 독특한 부분이 있어 대부분의 인간이 살인, 절도 등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인간은 즐거움과 행복, 동정, 슬픔, 창피함, 수치심, 죄책감, 혐오감, 경멸 같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구분할 줄 안다. 애완동물에게도 분명 감정은 있다. 그러나 슬픔과 동정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예술 행위나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도 “뇌가 예술적인 자극을 쉽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는 것은 결국 “독특한 모듈들로 구성된 인간의 뇌가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수준 높은 인간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간다운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를 거듭하지만 인간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길은, 그렇기 때문에 아직 멀다. 로봇이 인간처럼 보고 듣고 움직여도, 진정 인간처럼 섬세하게 반응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반응을 코드화해서 로봇에게 입력했다고 해도 진짜 감정을 드러낼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인간의 경이로움 재발견 저자는 “그러니까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의 능력은 인간을 가장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거나 상상하는 능력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본래 모습보다 나아지기를 열망하는 종은 없다. 아마도 인간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자의 말은 책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깨닫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겸손함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뇌신경학’을 다룬 책이니 얼마나 어려울까 하며 미리 두려워 마시라. 저자는 매 장마다 친절하게 결론을 내려주고 ‘생각해보자.’로 시작하는 다양하고 쉬운 가정을 들어주며 조근조근 설명하듯 풀어놨다. 간혹 집중력과 해독력을 필요로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인간의 뇌는 그렇게 타고났고 진화했다.’는 뜻이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기고] 입학사정관제,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김원명 동대전고 교장

    [기고] 입학사정관제,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김원명 동대전고 교장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2년째를 맞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이 제도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과 성적이 좋지 않거나, 논술이나 구술면접에 자신 없는 일부 학생은 이 제도를 돌파구로 여긴다. 일부 고교 교사는 대입제도가 하나 더 생긴 것쯤으로 치부하거나, 번거로운 일만 더 생겼다며 시큰둥하다. 이 모두가 입학사정관제를 정확히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사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교과 성적이나 수능시험 점수 위주의 기계적 선발방식에서 탈피하고 대학과 고교 교육을 연계시킴으로써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사교육비 경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중요한 한 트랙인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의 사회성, 공동체의식, 배려, 봉사정신, 책임감, 리더십 등을 더욱 신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미 고교에서는 학생부 비교과영역 및 특기적성 교육을 상세히 기록하고 봉사활동, 특기적성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의 긍정적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일선 고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입학사정관제가 학교 현장에서 더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 입장에서 이 제도가 그저 학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또다른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수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어떤 학생이 우수 학생인가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잠재력 있는 인재를 찾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대학의 올바른 홍보도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가 교과 학습을 소홀히 한 채 봉사활동이나 학생회 간부, 특기적성 교육, 독서활동 등만 잘하거나 수능성적이나 논술능력이 부족한 경우의 대안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중학교나 고교 1학년부터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개척하며 꾸준히 꿈을 키워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대학과 고교와의 연계성 강화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고 고교에서는 수동적으로 지원 대학을 찾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인재발굴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상생(win-win) 관계로 정착돼야 한다. 대학은 고교 교육과정 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축적하면서 평소 교육현장을 방문해 교사 및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학교의 교육적 특색, 학생의 목표, 능력, 적성, 열정 등을 발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대로, 고교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음으로써 이에 적합한 학생을 추천하거나 학생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신뢰성 확보와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대학의 노력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대다수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 복무규정 또는 윤리규정을 제정하고 서류 및 면접 평가에 2명 이상의 복수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은 “신뢰도와 공정성에 금이 가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완벽한 대책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대입제도에 입학사정관제가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올 단초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원명 동대전고 교장
  • 구로, 다문화가정 영유아보육센터 개소

    구로구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우인터내셔널의 도움을 받아 ‘다문화가정 영유아 보육센터’를 28일 개소했다. 보육센터는 다문화가정의 영유아 자녀를 대상으로 보육지원은 물론 언어 및 정서발달교육 등을 실시한다. 구로동의 구립 화원복지관 안에 마련된 다문화가정 영유아보육센터는 ‘희망이들의 놀이방’ ‘까꿍이들의 영아반’ ‘소망이들의 유아반’ 등 3개 반으로 구성됐다. 희망이들의 놀이방은 1~7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전담 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 까꿍이들의 영아반은 3~4세, 소망이들의 유아반은 5~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 달에 한 차례 화원복지관 ‘꿈이 있는 어린이집’ 아동들과의 통합교육도 진행한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된 전문 프로그램이다. 보육센터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다문화가정 자녀이면 누구나 입소 신청이 가능하며 수강료는 없다. 이날 개소식에는 양대웅 구청장과 함께 1억원을 지원한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박을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깜찍해도 폼은 제대로”…MMORPG, 귀여움에 꽂히다

    “깜찍해도 폼은 제대로”…MMORPG, 귀여움에 꽂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 깜찍 발랄한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체구의 온라인게임들이 관심을 얻으면서 앙증맞은 게임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 MMORPG(온라인모험성장게임) 장르로 구성된 이들 게임은 그간 사실적인 느낌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룬 것과 비교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태세다. 이들 게임은 오는 10월경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로 새로운 시험 무대를 마련하고 시장의 반응을 새롭게 살핀다. 관련 업체들은 이 때에 맞춰 이전 서비스와 차별화된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는 한편 시장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을 내세운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윈디소프트는 ‘헤바온라인’의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오는 10월경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는 커플 시스템 등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헤바온라인’은 최근 클론 시스템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클론은 펫(애완동물)과 같은 개념의 시스템으로 전투와 모험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구름인터렉티브도 오는 10월경 ‘위 온라인’의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다. 동서양의 대립을 다룬 이 게임은 공개 전에 중국과 대만 수출을 성사시켜 주목을 끌었다. 타 MMORPG와 달리 게임 캐릭터 별로 직업을 나누는 것이 아닌 무기를 이용해 직업을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은 이 게임의 차별점 중 하나다. 시리우스 엔터테인먼트가 개발 중인 ‘라임 오딧세이’는 최근 미공개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이번 서비스는 레벨 제한을 30으로 높이고 신규 직업인 다인을 새롭게 선보인다. 생활 직업 등을 공개해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이들 게임은 폭력과 선정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게임 환경 구현 요구와 맞물려 관심을 얻고 있다. 과거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가 유사한 컨셉트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맞물려 이러한 열풍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적인 MMORPG 시장과 달리 캐주얼 MMORPG 분야의 게임 이용자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업체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태춘·박은옥 데뷔 30년 100인의 기념사업단 발족

    정태춘·박은옥 데뷔 30년 100인의 기념사업단 발족

    시대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이들의 음악이 가진 음악사적·사회적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사회·문화·예술·언론·학계 등 각계 인사 100명이 뭉쳤다. 정태춘·박은옥 30주년 기념사업 추진단이 발족한 것. 배우 명계남·문성근, 가수 강산에·윤도현, 음악평론가 임진모·강헌, 작곡가 김호철·윤민석, 영화감독 정지영·임순례, 소설가 이외수, 시인 도종환·백무산, 만화가 박재동, 변호사 조용환·차병직, 교수 김서중·김창남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보탠다. 대중 음악인을 트리뷰트하기 위해 장르를 뛰어넘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추진단은 다음달 27일부터 6일 동안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정태춘·박은옥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미술 및 사진 전시회, 출판 등의 기념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말 조촐하게 열렸던 30주년 기념 파티에 모인 지인들이 의기투합해 추진단이 꾸려졌다. 추진단은 이달 초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고 각종 기념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오랜만에 외부 행보를 보이는 것도 반갑다. 이들은 2004년 장기 콘서트와 시집 ‘노독일처’ 출간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포크 음악을 통해 서정성과 사회성을 아울러 왔던 정태춘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1978년 ‘시인의 마을’, ‘촛불’ 등을 담은 1집으로 데뷔했다. 1980년 박은옥과 결혼했고, 1984년 ‘떠나가는 배’, ‘사랑하는 이에게’ 등이 실린 4집부터 부부가 함께 음반을 냈다. 이들 부부는 1990년 ‘아! 대한민국’, 1993년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 비합법 음반을 내며 사전심의 폐지 운동을 벌였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인간 버핏’을 만나다

    ‘인간 버핏’을 만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79) 하면, 2008~09년 연속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햄버거가 생각난다. 그는 주식투자, 특히 정보통신(IT)주가 나스닥에서 초고공행진을 하던 1999년 7월 IT버블을 경고하며 굴뚝산업에 투자해 명성을 얻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근검절약하며 살고 있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2007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마셨는데, 아무도 대놓고 이야기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먹고 마시는 게 고작 정크푸드라니….”하며 아연실색했다. 사람들은 그가 젊은 날 저평가된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사의 주식에 투자해 큰 부자가 된 덕분에 관련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버핏은 ‘내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사먹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정말 버핏은 투기장의 일부로 보이는 주식시장에서만 부를 늘렸을까. ●투자 귀재 버핏의 인생·가치관 총정리 워런 버핏의 투자기법만이 아니라 인생과 가치관을 총정리한 ‘스노볼 1·2’(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버핏은 직접 쓴 회고록도 없고, 그의 투자기법이 아닌 인생과 가치관을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 없어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 버핏은 모건 스탠리 이사였던 앨리스 슈뢰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하고 그동안 모아둔 자료를 제공했다. 필요할 때마다 무제한적인 인터뷰를 해줬으며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사업상의 파트너들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저자는 직장에 사표를 쓰고 5년간 버핏만을 분석해 이 책을 내놓았다. 그 나름대로 공식 전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버핏은 저자에게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경우에는 “아첨이 덜한 쪽으로 써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데, 막상 이 책이 나온 뒤로 버핏과 저자의 관계는 소원해졌다고 외신은 전한다. 사춘기 소년 무렵부터 버핏이 처세술의 대부로 삼았던 데일 카네기의 ‘비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원칙이 입증된 것일 지도 모른다. 워런 버핏은 부모로부터의 상속 없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부를 이룬 사람이다. 한국적 정서에 따르면 버핏을 한미한 집안에서 난 귀재, 즉 ‘개천의 용’으로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버핏은 네브래스카 4선 하원의원의 아들이자 미국에서 대졸자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1950년대에 미국 최고의 경영대학인 필라델피아 와튼스쿨에 입학하는가 하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수재였다. 대공황기 직장을 잃은 은행원의 아들로 태어난 버핏은 여섯 살 때부터 껌을 팔아 돈을 벌고, 열 한 살 때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열 한 살 이전의 삶은 낭비됐다.”고 말해 세인들을 경악시켰다. 그렇게 돈을 모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47년 그의 수중에는 5000달러(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2007년 기준으로 5만 3000달러, 한국돈 6900만원 수준)가 모였다. 이제 그는 그 돈을 굴리기만 하면 됐다. 이 책의 제목 ‘스노볼’처럼 그는 눈송이조차 소중히 여기며 잘 간직하고 작은 눈덩이를 만든 뒤 젖은 눈을 찾아서 살살 굴리기 시작해 어마어마한 크기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전기에 따르면 그는 몹시 수줍어하는 남학생이었지만 돈에 관련된 일에는 절대로 소심하게 굴지 않았다. 가짜 동전을 주조하는 범죄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고교 때 수학 C, 영어 D학점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그의 아버지는 “계속 그렇게 하겠다면 신문배달을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돈을 벌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버핏에게 최대의 징계였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돈에 관한 집중력이 이 정도였다. 그는 좋게 말하면 근검절약했고 나쁘게 말하면 수전노였다. 자기 손 안의 1달러를 미래의 10달러로 여겼기 때문에 아무리 적은 돈, 일테면 1센트(한국 돈으로 13원)라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숫자와 돈을 버는 일에는 천재적이었지만 사회성은 대단히 떨어졌다. 그의 어머니 레일라가 버핏의 어린 시절에 언어폭력, 일테면 ‘나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전혀 쓸모 없는 아이’라고 몰아붙이는 등 학대가 적지 않아, 버핏은 제대로 된 자존감 형성에 실패했던 탓이다. 그것은 평생을 두고 그를 괴롭힌다. 주식과 돈에 관해서는 천재적이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 ●평범한 우리 모습과 닮은 버핏의 인생 버핏의 법적 아내는 수지 톰슨 이지만, 현재 오마하 집에 함께 사는 여성은 1982년 수지가 소개해준 금발의 미인 애스트리스 멩크스다. 당시 버핏의 나이 52세, 멩크스의 나이 32세 때다. 버핏이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이사로 재직하며 캐서린 그레이엄에게 몰두하는 사이 수지가 그의 곁을 떠난 것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버핏은 그러나 자신의 성공이 ‘난소 로또’에서 비롯됐다는 생각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이 주식시장이 최고로 발달된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부자를 위한 정책에 반대하고, 상속세 폐지 등에 반대한 이유다. 또한 그는 2006년 자신이 소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85%를 기부하는데, 이 중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6분의5를 기부해 ‘책임있는 부자의 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홀딱 벗고 서있는 꼬마와 소년, 장년, 중년, 노년의 버핏을 만나게 되는데 평범한 우리와 닮은 모습도 적지 않다. 재미난 소설책 같다. 주요 대목에서 본문보다 작은 글씨로 쓰인 버핏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1권 3만 8000원, 2권 3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장&이슈] 울산 도심 관통 우회로 개설 찬반 팽팽

    [현장&이슈] 울산 도심 관통 우회로 개설 찬반 팽팽

    울산의 도심을 관통하는 국도 우회도로 개설을 놓고 지역 간에 찬반이 엇갈리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울산시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울산 도심과 국도 7호선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오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옥동~농소구간 도로개설’(길이 16.9㎞·왕복4차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주민설명회 이후 도로개설 예정구간에 포함된 중구 태화동 주민들이 주거지 관통 고가도로 건설에 반대하고 환경단체가 환경훼손 우려까지 제기해 1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구지역 주민들이 국도 7호선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조기개설을 촉구하고 나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추진위 “국도7호선 교통혼잡 20~30% 해소” 북구 주민들과 울산시는 만성적인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 개설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구 주민들은 우회도로가 생기면 복잡한 시가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남구 옥동과 문수체육공원,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옥동~농소간 도로 조기개설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대 의견에 맞서고 있다. 추진위는 주민 2만 8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3일 울산시에 조기 개설 건의서를 낸 데 이어 4일에는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무총리실, 국회 등 중앙부처를 방문해 건의서를 전달했다. 추진위측은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계속 되면서 최근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새로운 노선 검토 등으로 백지화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 도로가 개설되면 도심과 국도 7호선의 교통혼잡을 20~30%가량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구 일부 주민 “인근 태화강 생태계에도 영향” 반면 중구 태화동 일부 주민들은 고가도로(850m)가 개설되면 소음과 먼지, 사생활 침해 등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도로개설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1년 넘게 항의집회 등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고가도로는 주거지를 두 쪽으로 갈라놓을 뿐 아니라 소음·분진까지 겹쳐 결국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울산시는 경제성과 사회성, 환경성에서 건전하지 않은 도로 건설에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명정천 위로 고가도로가 건설되면 명정천뿐 아니라 인근 태화강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주민들의 생활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서 “더욱이 사전 환경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데다 최초 사업계획 당시 경제성 및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던 만큼 반드시 전면재 검토하거나 백지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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