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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인생 U턴’ 새 인생 설계하는 늦깎이 05학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읊어 봤음직한 어느 광고 문구다. 하지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해 보이기는 쉽지 않다. 남들이 매기는 사회적 나이를 뛰어 넘는 행동이 ‘용기’이기보다는 ‘무모함’으로 비쳐질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이의 편견을 깨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공부를 시작한 2030들이 있다.“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하며 새로운 인생항로에 나선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한창 일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치고 대학에 뛰어든 05학번 2030들을 만나봤다. ●“하고 싶었던 공부, 이제서야 할 수 있어 행복”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1학년 김대영(27)씨는 요즘 스무살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98학번으로 대학생활 내내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생’이자 장래가 기대되는 공학도였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월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제대 후 복학을 해 학교를 1년6개월이나 더 다닌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씨는 대학생활 내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한다. 중·고교 시절에는 대입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시절에는 취업을 목표로 착실하게 생활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단 한번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야 할 스물여섯 나이에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한다는 아들을 한사코 만류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김씨의 뜻은 누구도 꺾지 못했다. 7년 만에 다시 시작한 수능 공부는 결코 쉽지 않았다. 독한 마음으로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만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부끄러워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간관계도 모두 접어야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기에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과 더 이상은 물러 날 곳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1년을 보냈다. 그 결과는 한의대 합격이라는 열매였다. 김씨는 “남들보다 6∼7년 정도 늦게 사회에 나서겠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기뻤던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새내기 대학생과 아기아빠 1인2역 문제 없어요” 예비 아빠 정우철(35)씨는 대림대 음향미디어과 1학년이다.5개월 뒤 예쁜 아기가 태어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설렌다. 한창 사회 활동을 해야할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아기 아빠가 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공부를 마치고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대학생으로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잡았던 기타 덕분에 서른다섯 늦은 나이에 음향 전문가의 길을 가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다섯살 터울의 형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마냥 멋있게만 보였다. 형 어깨 너머로 배웠던 기타가 정씨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셈. 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 작은 그룹 활동도 했다. 스물세살 때는 공군 군악대에 자원해 갈 정도로 음악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제대 후 기타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2001년 결혼과 동시에 음악을 접고 외국계 회사 직원으로 취직을 했다. 물리치료사인 아내와 아기자기하게 결혼생활을 즐기며 3년간은 잘 버텼다. 하지만 도통 마음 속에서 음악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지난해 수능시험 도전을 결심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공부했다.EBS 수능방송을 챙겨보며 집 앞 도서관에서 살았다.16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더디고 어려웠지만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정씨는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 고생도 덜했고 오히려 행복했다. 음향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 지금 정씨는 비로소 숙원을 풀었다. “건물의 설계와 음향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 분야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개척할 곳이 많지요. 이제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면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신날 수 없습니다.” ●“배우지 못한 설움, 당당하게 딛고 일어나 사회봉사할 것” 충남 예산에서 4남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이남수(37·여)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온전히 졸업하지 못했다. 스무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와 식당이며 인형공장에서 갖은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는 언젠가 반드시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94년에 결혼하고 9년 만에 다시 고교 공부를 시작했다.2년제 고등학교인 일성여고를 다니며 꼭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각오로 수능시험을 준비했다. 잠잘 때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꿈을 꾸었을 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명지전문대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 당당히 합격, 어엿한 05학번 새내기가 됐다.15∼17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은 학번 친구들과 언니·동생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이씨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가난 때문에 공부하지 못했던 설움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가 대학 생활을 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던 사람은 바로 아들 김민수(11·초등학교 5년)군. 엄마 옆에 나란히 앉아 책과 공책을 펼치는 아들을 보면 공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씨는 “대학에 처음 등교했던 그날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조금씩 개척해 나가는 당당한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입양도우미 되어 고국땅 밟습니다”

    태어난 지 7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여성이 우리나라의 입양 활성화를 위한 도우미가 돼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오는 12일 한국을 방문하는 멜라니 정 셔먼(한국 이름 정채희)씨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6층 하늘공원에서 열리는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바자회’에 참가한다. 정씨는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회와 미국 입양기관인 딜런 양자회가 국내 입양 발전 기금과 미혼모 아동들을 도우려 마련한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정씨는 “입양으로 아름다운 가정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며 이로써 한국에서도 입양이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77년 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시흥동(현재 금천구 시흥본동)에서 정모씨 가족의 넷째딸로 태어난 정씨는 같은 해 8월에 미국으로 보내졌다. 아들을 바랐던 정씨의 친아버지는 딸이 태어나자 입양시킬 마음을 먹었고 생후 2개월째에 정씨의 입양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정씨는 20대 초반 대부분의 입양인이 경험하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난해 3월 결혼한 남편 그렉 셔먼(물리학 교수)씨와 함께 방한하는 정씨는 양어머니가 결혼식 때 신랑·신부 부모 촛대 이외에 친부모 촛대를 하나 더 마련했고 그 촛불은 입양기관 직원이 밝혔다는 가슴 뭉클한 소식도 전했다. 미국에서도 입양인을 돕기 위해 입양 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친부모를 찾을 계획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미신고 복지시설 선별 양성화

    신고되지 않은 1200여개 복지시설 가운데 700여개는 자금이 투입돼 양성화되거나 신고시설로 전환된다. 나머지 500여개는 실태조사를 거쳐 양성화 또는 폐쇄된다. 보건복지부는 3일 ‘미신고 복지시설 지원 및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1209곳의 미신고 복지시설 중 545곳은 복권기금 840억원을 투입해 기준에 맞도록 양성화된다. 기준은 맞지만 신고되지 않은 160개 복지시설은 신고시설로 전환된다. 하지만 인권유린 우려가 있거나 시설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폐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미신고 복지시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에 대한 시설기준과 입·퇴소 절차 등을 대형 법인시설과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개인이 운영하는 신고시설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위해 홈페이지(www.bokjisisul.or.kr)도 운영된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방학2동 주민자치센터]“공무원 선생님들 너무 좋아요”

    [방학2동 주민자치센터]“공무원 선생님들 너무 좋아요”

    지난 19일 오후 6시 반 서울 도봉구 방학 2동 주민자치센터 2층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는 문을 닫을 시간인데 1층에서는 김밥과 떡볶이 냄새가 풍겼고, 건물 여기저기서 중·고등학생 대여섯명의 웃음 소리도 들렸다. ●일과 뒤 저소득층 자녀 영어·수학 무료 지도 7시가 되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네 팀으로 나뉘어 교양강좌실 책상에 흩어져 앉았다. 떡볶이 등으로 저녁 식사를 간단하게 마친 선생님들은 담당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시작했다. 장소만 주민자치센터일 뿐 그룹 과외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설마 공공시설에서 불법 과외를? 다름아닌 도봉구의 신입 공무원들이 무료로 아이들에게 과외를 해주는 ‘참빛교실’의 현장이다. 최근 입사한 ‘빵빵한’ 실력의 신입 공무원 29명이 방학2동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자녀 22명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선생님은 한 번씩 참빛교실에 나와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 22명에 ‘새내기 교사’ 29명 참빛교실은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처음 이 일을 제안한 김미혜(43·여)씨는 방학2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딸에게 학원도 보내주기 어려운 처지인 어느 아버지가 딸의 학업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무료 과외 수업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재곤 방학2동장은 “공간이 넓은 자치센터를 야간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김 주임이 좋은 제안을 해왔다.”면서 “신입 공무원들이 흔쾌히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일찌감치 자치센터에 도착해 수업을 기다리던 김영미(가명·15·여)양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교 외에는 마땅히 공부를 배울 곳이 없었다.”면서 “학원을 다니는 다른 아이들처럼 방과 후에 친구들이랑 언니·오빠들이랑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도봉구청 문화체육과에서 일하는 김지연(25·여)씨는 “이제는 수업이 없는 날도 아이들을 보러 오게 된다.”면서 “아이들에게 참된 빛을 비춰주자는 ‘참빛교실’의 이름처럼 전문 선생님보다 실력은 부족해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수능 공부방’으로도 활용 추진 지금은 중학생이 대부분인 무료 과외방만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방학2동 주민자치센터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수능 EBS 공부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도봉구에서는 이를 위해 컴퓨터 시설과 부대 비용 등을 제공해줄 예정이다. 방학2동 주민자치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해 12월15일 새로 문을 열었다. 지하에는 60평의 체력단련실과 요리 강습실이 있다. 주민들은 누구나 3개월에 4만원만 내면 러닝머신 등 다양한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요가·스포츠댄스 3개월에 1만 5000원선 1층은 사무실이며, 2층에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2층 교양강좌실에서는 서예, 사군자 등의 강의와 과외 교실이 열린다. 인터넷 방에는 6월 중 8대의 컴퓨터가 비치될 예정이고, 새마을 문고에도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고 인기 교양강좌인 요가와 스포츠댄스는 3층 75평의 강당에서 열린다. 3개월 단위로 선착순 모집하며, 강습료는 3개월에 1만 5000원 정도로 일 주일에 두시간 가량 진행되는 알찬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누가 이 ‘피아노맨’ 모르시나요

    지난달 8일 물에 흠뻑 젖은 검정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남자(사진 왼쪽)가 영국 켄트주의 한 해안도시를 배회하는 모습이 현지 경찰 눈에 띄었다. 그를 연행한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어떤 심각한 충격을 받았는지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할 수 없이 그를 근처 다트포드의 한 정신병동으로 옮겼고 사회복지사들로 하여금 돌보도록 했다. 병원 직원이 이름이나 쓸 줄 아는지 알아보려고 건넨 종이와 연필로 그는 그랜드 피아노를 세밀히 묘사한 크로키(오른쪽)를 그려보였다. 직원으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은 사회복지사 마이클 캠프는 그를 병원내 예배당에 있는 피아노로 데려갔고 그는 4시간동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등을 쉬지않고 연주했다. 연주를 말리면 대들기도 했다.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를 다룬 영화 ‘샤인’의 실제 주인공 데이비드 헬프갓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신원 미상의 ‘피아노 맨’이 화제를 낳고 있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캠프는 20대 또는 30대로 보이는 이 남자가 평소에는 매우 불안한 증세를 보이지만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활기를 되찾는다며 외상성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병원은 동구권 출신 피아니스트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역과 대좌시키기도 했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들을 상대로 그의 사진을 돌리기도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현재 영국 국립실종자도움전화(NMPH)는 웹사이트에 그의 사진을 올려놓고 그를 아는 사람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할머니 의 사랑

    기초생활수급자인 80대 할머니가 장례비로 모았던 쌈짓돈을 장학금으로 기탁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1리 이경순(83) 할머니. 이 할머니는 농사일로 번 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교통비, 경로연금 등을 아껴 모은 500만원을 “어려운 학생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21일 파주시 사회복지과에 맡겼다. 할머니는 고향도 모르는 고아로 자라나 혈혈단신으로 평생을 외로움 속에서 살아왔다. 심지어 만 50세가 되던 지난 1971년에야 호적을 찾으면서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을 정도다. 서울 등지를 떠돌며 식당 일과 날품팔이로 생활하던 이 할머니는 20여년 전 파주로 와 정착한 뒤 지금까지 이웃과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살아왔다. 이 할머니는 “이제 맘이 너무 편하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또 자신을 20여년간 세를 받지 않고 머물도록 배려했던 집 주인 원천석(84) 할아버지에게도 100만원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날 오후 할머니는 고양시 순애원이란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철도공사, 민간전문가 대거채용 금융·수익관리등 6개분야 13명

    한국철도공사가 체제 전환에 따른 영업범위 확대 및 환경변화에 대처키 위해 민간 전문가를 대거 채용한다. 모집분야는 금융과 서비스컨설턴트, 수익관리,IT 등 6개 분야 13명이다. 직급별로는 1명을 선발하는 2급 금융부장을 비롯,3급(차장) 7명,4급(대리) 1명,5급(사원) 4명 등이다. 특히 이번 전문가 채용에는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할 사회복지사와 고속철도 수익관리 전문가가 포함돼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며 계약기간은 1년 계약에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철도공사는 고용 안정성 및 업무 능력 제고를 위해 성과가 높은 직원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연장과 정규직 전환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선거법 위반될라” 복지사업 줄줄이 취소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인천지역 기초단체들이 해마다 추진해온 사회복지사업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특히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이 봉급을 구청 직원들에 대한 포상과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사용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뒤 단체장들의 조바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매년 불의의 사고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200여 가정에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쌀과 긴급 생계비(30만원)를 지원해 왔으나 올 하반기부터 이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 지방선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이같은 사회복지사업이 ‘선거일 1년 전부터 주민에게 법령이 정하는 이외의 금품 등을 주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제한한다.’는 선거법에 위반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강화군도 올 하반기에 3억원을 들여 200개 경로당에 에어컨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가 같은 이유로 취소했다. 다른 자치단체도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란 조항 때문에 올해 말 성적 우수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장학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법 규정 때문에 책정된 사회복지 예산을 아예 삭감하거나 긴급지원 생계비 등 시급한 사업을 제때에 진행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발언대] 초동수사 때부터 범죄피해자 보호해야/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교육담당·서울신문 자문위원

    범죄 피해자가 범죄사실을 신고하거나 증언을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범죄자에 의한 생명·신체·자유의 침해 위험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기존의 수사관행은 피해자 보호보다는 범인 검거를 위한 노력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보호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수사기관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3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범죄 피해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강도강간이나 성폭행 피해자 등은 육체적인 피해 못지않게 심리적인 쇼크나 피해망상증과 같은 충격에 시달린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시간적 소모와 경제적 지출은 물론, 명예훼손이나 인격적 상처와 같은 피해를 받거나, 피해 경험을 재차 회고하게 됨으로써 또 다른 정신적 피해를 당한다. 경찰은 피해를 당한 시민이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충격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벗어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범죄신고 접수 과정에서부터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피해자가 적절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첫째,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권리를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범죄 피해자 구조는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인도 참여하는 범죄피해자기구를 지역마다 설치해야 한다. 의료인,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등도 피해자를 원조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셋째, 수사교육 과정에서 피해자학이나 수사심리학 등의 과목을 개설하여 피해자 측면에 대한 연구가 보강되어야 한다. 넷째, 피해자가 언론 등에 노출되어 제3의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60년을 맞이하는 경찰은 이제 ‘감성경찰’로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데워야 한다. 그 따뜻한 가슴으로 밤새 골목길을 순찰해야 한다. 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교육담당·서울신문 자문위원
  • “250개 초·중·고교에 CCTV 설치”

    경기도 교육청은 18일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도내 250개 초·중·고교 주변 취약지역에 310대의 CC-TV를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특히 이 CC-TV들을 인근 학교 교무실내 모니터와 연결, 학교폭력 담당자가 녹화하는 등 24시간 감시활동을 펼 계획이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이달말까지 각 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과거 폭력사고가 발생한 학교,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CC-TV 설치대상 학교 및 지역을 선정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와 함께 이르면 다음달부터 700여개 중·고교에 퇴직교사와 사회복지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등 상담자원봉사자를 배치, 주 3일씩 학교에 상주시키며 학교 및 주변에서 비행 학생 선도 활동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인권 관련 시민단체를 ‘학교폭력 예방단체’로 선정, 재정지원을 통해 유해환경에 대한 정화활동과 우범지역 순찰 활동을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학교폭력 예방 자원봉사자 7982명 새달부터 모든中·高 배치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오는 5월부터 모든 중·고교에 순찰과 상담을 맡는 자원봉사자가 배치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동의하면 교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주고,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1일 민·관합동기구인 학교폭력대책단 첫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책단은 우선 5월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 상담과 순찰활동을 벌일 자원봉사자 1∼2명씩 모두 7982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교사 중심의 상담활동으로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봉사자 대상은 상담·심리사나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 상담 자원 학부모, 상담자원봉사단체 회원, 퇴직 교원들의 모임인 삼락회 회원 등이며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관련 시민단체 회원을 우선 쓰기로 했다. 학교 규모에 따라 17학급 미만인 학교는 1명,18학급 이상 학교는 2명씩 배치한다. 이들은 매주 세 차례 점심·저녁식사 시간과 하교시간 등 학교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에 학교와 주변 지역을 돌면서 학교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고 상담하게 된다.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일당은 없지만 교통비와 식사비 명목으로 2만원씩 지급된다. 또 5월부터는 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교내에 CCTV를 설치한다. 교육부가 지난달 전국 5000여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 조사에서 CCTV 설치를 원하는 학교는 1720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학교는 전체의 32%인 955개교, 고교는 36%인 765개교가 설치를 희망했다. 대책단은 이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설치를 합의한 학교를 대상으로 500∼700개교를 선정,20억원을 들여 학교마다 CCTV 1∼4대씩 설치할 계획이다. 설치장소는 야외 화장실이나 창고 주변 등 학교 건물 밖 후미진 곳으로 해당 시·도교육청이 현장 실사를 거쳐 선정한다. 설치와 운영방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서울 강남구가 CCTV를 설치할 때 인권위가 마련한 ‘공공기관의 CCTV 설치운영 관련 권고’에 있는 11개 기준을 따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설치 여부와 위치 등에 합의해야 하며, 설치 표시문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야 한다. 설치목적 외에 사용이 금지되며, 촬영범위도 제한된다. 촬영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사람도 교장과 교감, 학생생활지도 담당 교사, 상담교사 등으로 제한했다. 대책단은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20곳을 선정,3000만원씩 모두 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 김영윤 학교정책과장은 “필요한 예산은 모두 146억여원으로 대부분 특별교부금으로 충당하며, 자원봉사자 운영비 120억원 가운데 절반은 지역 연계 차원에서 지방비로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②금기의 벽은 없다-노인의 性

    [큐! 아름다운 노년] ②금기의 벽은 없다-노인의 性

    “내가 마음에 두고 있다고. 포기해 이 영감탱이야.”“무슨 소리야 저 할머니는 나를 좋아한다고. 절대 포기 못해.” 칠순을 바라보는 두 할아버지가 한 할머니를 두고 한바탕 말싸움을 했다.TV드라마 속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두 노인의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할머니로부터 선택받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깊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소문나자 ‘풍기가 문란하다.’느니 하면서 사랑공방 제2라운드로 들어갔다고 한다. ●삼각관계등 사랑전쟁 비일비재 ‘사랑의 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 임선정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의 이같은 사랑전쟁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임씨는 “노인들도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성교제를 원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면 여관 등 숙박시설에도 간다.”고 귀띔했다. 마포종합사회복지관에는 이성교제와 노혼(老婚)을 상담하는 노인들이 꽤 많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이성친구를 원하고 있는 반면 할아버지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몸이 불편해도 결혼을 갈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性)문제를 상담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무슨 약품을 써야 하는지, 비아그라 부작용은 없는지, 수술비용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본다고 임씨는 전했다. 이처럼 노인들도 젊은이 못지않게 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 사회조사연구소가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25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6%가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평균 2회가 36%(32명),1회가 32%(29명),3회가 12%(11명),4회는 11%(10명)로 나타났으며,5회 이상의 경우도 8%나 됐다. 노인 10명 중 4명 가량(41.2%)은 성욕구가 있을 때 ‘참는다.’고 대답했지만,‘성관계를 한다.’는 응답도 29.2%에 달했다.‘접촉·애무 등 대안 성행위를 한다.’는 응답은 10.8%였다. 성인영화 등을 보거나 자위행위를 한다고 밝힌 노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영환(가명·67)씨는 “상처한 지 10여년 된다.”면서 “성욕이 생기면 가끔 ‘박카스’ 아줌마를 찾기도 하지만 주로 인근 화장실에서 자위행위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많다고 들려줬다. 노인들도 성욕이 일어났을 때 성관계를 하거나, 대안 성행위를 하는 등 적극적인 해소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 성생활 주책 아닌 자연스런 현상 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 성욕이 감소하고 성 기능도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엔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을, 여성은 폐경(閉經)을 성적 자아를 상실하는 시점으로 받아들였다. 노인이 성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거나 정력을 과시하면 주위에서 ‘주책’이라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인들의 성생활도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 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김광일 교수는 “노인들의 성욕 자체는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70세 이상 노인들이 성에 대해 거론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이 성생활 장애요인 중 하나로 꼽은 것은 ‘눈치가 보여서’다. 사랑의 전화 조사결과, 노인들은 발기부전, 조루증 등 신체적 노화현상도 문제지만 가족들의 눈치 때문에 성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자식과 같이 살지 않겠다.”는 노인이 점차 느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 사회복지사는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은 노년의 성에 대해 무지한 편”이라면서 “특히 자녀들은 늙은 부모의 성적능력에 대한 언급조차 망측하다며 회피하기 일쑤”라고 실상을 전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노인들은 성기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즐기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노년의 정서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성생활의 지속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주름이 쭈글쭈글한 손을 맞잡고 병원에 함께 와서 남편의 발기부전을, 혹은 부인의 폐경 후 동반된 여러가지 성 기능 장애 증상을 함께 상담하고 치료 받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기만의 만족을 위해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함께 고려하고, 생각해 주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늙은이가 무슨…”,“주책이지”라면서 모든 것을 참도록 젊은 사람들이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젊은 우리가 그만큼 나이 들었을 때 원하는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 노인들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황혼 재혼 문의 40%이상 급증 노인의 성은 명암(明暗)이 뚜렷하다. 드러내 놓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부류와 보수적인 층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노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한 재혼업체의 L(여)실장은 “일주일, 한달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황혼재혼에 대해 문의하는 노인들로 넘쳐난다.”며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그녀는 “회사 비밀이라 황혼재혼 문의건수는 정확히 알려줄 수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30∼4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말쯤이면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녀의 전망이다. 이처럼 노인들이 황혼재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식에 대한 의존도보다 본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이들어도 이제는 자식보다는 내가 우선이라는 의식이 점차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 노인들은 자식이 채워줄 수 없는 것을 황혼재혼을 통해 얻으려 한다. 성 문제가 그렇다. 처음에는 결혼정보업체 매니저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성 문제가 중요한 소재로 부각된다.L실장은 “성은 황혼재혼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황혼재혼에 대한 관심도는 남녀가 비슷하다. 관심 역시 매우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예전에는 50세를 넘어 사별하거나 이혼했을 경우 조용히 살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재혼전문 정보업체 두리모아 강규남 대표는 “황혼재혼에 있어 나이는 CF 카피처럼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노인들은 아직도 성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성 상담도 터놓고 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노인들이 성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점잖치 않고 어른답지 못하다는 유교적인 관념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외롭다. 공허하다. 마음이 답답하다는 식으로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노인들은 특히 동년배나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같은 세대를 통해 성 상담을 받기를 원한다고 강 국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성문화가 점차 개방되면서 노인들의 표현도 ‘수동형’에서 ‘능동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 노인의 전화에도 성 상담이 해마다 10%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노인의 전화 연평균 상담건수(3000여건) 중 10%인 300여건이 이성문제 등 노인들의 성 상담과 관련된 전화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 국장은 “노인들의 성 상담 전화는 55세부터 85세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면서 “이성교제를 원하면 이성이 있는 곳을 적극 찾아가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나눔세상]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 모임 ‘나누미’

    [나눔세상]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 모임 ‘나누미’

    “이식받은 신장은 몇 년밖에 못 쓴다고들 해서 투석만 받았어요.”“제가 이식받은 지 10년이 다 된 ‘산 모델’이에요.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 지난 28일 삼성서울병원 7층 상담실에서는 9년 전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장경주(55·여)씨가 수술을 앞둔 ‘후배’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이 자리는 ‘나누미’라는 신장이식인 자조(自助)모임으로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가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에게 상담을 해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날은 수술을 앞두었거나 퇴원을 기다리는 환자 3명이 ‘나누미’를 찾았다. 딸에게 신장을 받기로 한 최모(47·여)씨는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수술을 받아도 거부반응 때문에 죽는 사례가 많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장씨는 “물론 그런 일도 없지는 않지만, 음식조절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에 신경쓰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음식을 싱겁게 섭취하되, 육류보다 생선을 많이 먹고, 가벼운 산책을 꾸준히 해야 한다.”면서 “그게 바로 ‘웰빙’ 아니냐.”고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최씨가 “수술을 받고 나면 약 때문에 얼굴에 털과 여드름이 많이 난다는데 어떠냐.”고 묻자 7년 전 이식을 받은 임명희(47)씨가 나섰다.“처음엔 남편이 산에서 내려온 사람 같다고 놀릴 정도로 ‘털보’가 됐는데 몇 달 지나니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라고 말하는 임씨의 얼굴을 보면서 최씨도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자 환자들은 한층 밝아진 얼굴로 병실로 돌아갔다.6년 전 이식수술을 받고 2년 전부터 ‘나누미’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은경(54·여)씨는 “신장이식수술에 대한 정보를 잘 몰라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면서 “아픈 환자를 만나면서 ‘나도 아직 환자이니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발족한 ‘나누미’에서는 15명의 자원봉사자가 번갈아 상담을 한다. 매주 한 차례, 한달 평균 20∼30명의 환자가 도움을 받는다. 이 모임은 ‘같은 질병을 앓은 사람이 정말 잘 살고 있는가.’라는 궁금증을 느낀 환자가 제의해 만들어졌다. 자원봉사자는 상담에 나서기 전 14시간 동안 의료 지식과 상담기법을 사전에 교육 받는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6개월 동안 퇴원한 환자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챙긴다. 사회사업실 한대흠 의료사회복지사는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같은 질병은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조모임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 위주의 의료서비스 말고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질병의 악화나 재발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학교폭력 어떻게 풀까 (1)

    학교폭력 어떻게 풀까 (1)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부처가 내놓은 처벌과 단속 위주의 접근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가해자 치유를 위한 심리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진회를 비롯, 가해학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탈행위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체벌이나 보호관찰, 구금 등으로 이들을 처벌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학교폭력이 더욱 음성화하고 흉포화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가해학생의 심리와 치유사례를 해부하고, 전문가 진단과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학교폭력의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상담실에 소년과 어머니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대면서 상담을 빨리 끝내달라고 재촉했지만, 소년은 “뭐가 부끄럽냐.”며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고등학교 1학년때 동급생을 폭행하고 1년을 휴학했다는 그는 중학교 시절에는 집단폭행의 피해자였다. ●“내앞에서 기니 기분이 좋았다” 중학시절 왜소한 체격이었던 승일(17·가명)이는 매일처럼 폭행과 갈취에 시달렸지만,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는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승일이가 고교에 진학한 뒤 키와 몸무게가 늘고 힘도 세어지자 상황은 역전됐다. 한두번 주먹을 쓰자 승일이를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복도를 걸어가면 학생들이 비켜서서 길을 만들어주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교육부, 경찰 등 당국은 학교에 더욱 촘촘한 감시망을 펼치는 ‘강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해학생들의 눈에는 당국의 조치들이 폭력의 장소를 학내에서 학외로 옮기는데 불과한 것으로 비쳐질 뿐이다. ●시험 망쳐도 야단 안치던 엄마보다 일진회 친구들이 더 좋아 지난해 일진회 ‘짱’을 맡았던 지희(15·여·가명)는 수수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기자를 만나러 왔다. 지난해 6월 원조교제를 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뒤 학교를 쉬고 집에서 공부하는 지희는 ‘짱’시절 했던 화려한 액세서리와 미니스커트에 눈길이 가곤한다. 그렇지만 “옛날에 놀던 곳을 찾으면 마음이 들뜨긴 해도, 답답하더라도 책상앞에 앉아 공부하는 지금이 마음 편하다.”고 털어놨다. 지희는 중학교 1학년 때 그저 친구들이 좋아서 일진회에 가입했다. 시험을 망치고 담배를 피워도 야단도 치지 않는 어머니,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폭행사건만 터지면 불러서 추궁하는 교사는 마음에서 멀기만 했다. 지희는 “입학후 선도부에 들어가려고도 했지만 교사가 성적이 모자라 안된다고 했다.”면서 “적어도 일진회에 가면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희가 일진회에서 빠져나왔던 것은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랄 수 있다. 담당 경찰관이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사를 소개시켜 줬다. 학교에서 잘못을 추궁받을 때면 반항심이 앞섰던 지희에게 신기하게도 이 사회복지사는 몇 개월 지나도 원조교제나 일진회 얘기는 꺼내지 않고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 달라.”고만 했다. 지희는 “자연스럽게 친해지며 마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을 때리고 금품을 뜯으면서도 “너희들이 약하니까 맞는 것”이라고 떳떳해하던 지희는 지금은 피해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얼마 전 근처에서 지희가 아는 여학생들이 2명을 묶고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집단폭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가해학생들에게 뭐하는 짓이냐고 따끔하게 야단을 쳤다고 했다. ●내가 힘들어 상대방 기분은 배려 못해 지난해 4월 경찰서에서 포승에 묶인 채 기자와 대면한 적이 있는 경훈(17·가명)이는 훨씬 밝은 모습이 돼있었다. 오토바이로 날치기를 하다 넘어져 심하게 다쳤던 귀도 흉터 없이 아물었다. 춘천의 교정시설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 대안학교에 들어간 그는 “피해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저 노는 것을 좋아하던 경훈이는 2001년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부터 엇나갔다. 술로 시름을 달래던 경훈이아버지는 이듬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경훈이는 길거리에서 발견된 아버지의 시신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외면하는 친척을 등지고, 친구집과 찜질방을 떠돌았다. 또래 아이들과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던 경훈이는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지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경훈이는 마음을 의지할 만한 사람은 아직 찾지 못했다. 교정시설을 나온 뒤 할머니집에 들어갔지만 가출을 되풀이하고 있다.“집을 나오더라도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노력했지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 때처럼 나를 옭아맬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사업까지 그만두고 찾으러 다닌 아버지 덕에 수렁 벗어나 중학교때 노래방에서 후배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던 희진(21·여·가명)씨는 지금은 대학생이다. 희진씨는 “나를 찾으러 다니느라 고생하신 아버지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희진씨는 “그때는 언니들이 하는 대로 그저 휩쓸려서 내가 뭘하는지도 몰랐다.”고 후회했다. 가출, 폭행, 본드흡입…. 엇나가기만 하던 희진씨는 헌신적인 아버지와 마음을 열어준 담임 교사가 다잡아줬다. 가스총까지 갖고 다닌 아버지는 비행이 일어날 만한 후미진 곳을 수시로 둘러보기까지 하며 희진씨에게 매달렸다. 운영하던 공장이 망해 포장마차로 생계를 잇기도 했다. 중3때 담임교사는 모범생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더 관대하고 기대를 가져 주었다.“수업시간에 화장실에 숨어 있는 나에게 처음 매를 들었던 선생님이 엉엉 우시는 것을 보고 따라 울면서 반성했다.”고 뒤돌아보는 희진씨에겐 전문기관에서 가해자 상담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희진씨는 “그때 친구들 가운데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오토바이를 타다 죽은 아이도 있다.”면서 “벗어나고 싶어도 환경이 힘들어 어쩔 수 없는 아이도 있는데, 마음 의지할 곳이 많았던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은 기억이 어른이 되면 얼마나 창피하고 후회스럽겠느냐.”면서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도 남겼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전문가 진단과 해법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감시·단속을 강화하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충격요법’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오히려 폭력을 음성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해자 역시 ‘마음이 아픈 환자’라는 점에서 먼저 이를 치료해야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95년부터 5년간 안산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킨 학생을 상담했던 보라매 청소년수련관 상담실 목영경 팀장은 “가해학생 대부분은 어린 시절 윤리관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죄의식 자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면서 “가해학생의 처벌을 강화하거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충격적인 실상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이 정말 대단한가 보다.’라는 우쭐함만 키울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인정해주는 곳에 있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시설 등이 손을 잡고 어느 한 곳에서라도 ‘지지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일진회 등의 결속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립방배유스센터 이유미 상담팀장은 “가해학생은 대부분 가정·생활환경이 어렵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청소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형사처벌이나 사회봉사 같은 형식적인 조치보다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사무처장은 “가해학생도 우리가 보듬어야할 학생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나 전문 심리상담으로 감성적인 느낌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권대봉 교수는 “병영체험과 같은 삼청교육대식 대책을 내놓는다고 가해학생의 심성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이 연계해 감옥이나 종교·장애복지 시설 등과 같은 곳에서라도 가해학생이 윤리성과 사회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적으로 가해자 심리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연구위원 이춘화 박사는 “학교폭력예방과 대책에 관한 법률 15조의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치에서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9개의 선택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심리상담 의무조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생계형 신용지원 대상 포함

    노점상 등 영세상인으로 신용불량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영세자영업자와 같은 수준의 생계형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연간매출이 4800만원(영세자영업자의 신용회복 적용기준)을 넘는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소득금액이 너무 적어 면세점(4인가족 기준 1535만원) 이하라면 역시 생계형 신용회복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2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영세상인 ▲차상위 영세자영업자 등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23일 발표)에서 제외된 사람들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르면 영세상인들의 경우 사회복지사, 종교인 등 신뢰성 있는 사람들이 영업사실·영세성 등을 증명할 경우 영세자영업자와 똑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장 1년 원금상환 유예→최장 8년간 원금 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또 연간매출이 4800만원을 넘어 정부가 지원대상으로 정한 ‘생계형 영세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소득이 너무 적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신용불량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재경부는 소득금액은 매출액에 단순경비율을 곱해 산출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연간 매출액이 6000만원인 소규모 한식당 주인(4인 가족)의 경우, 한식당 업종의 단순경비율 87%를 곱하면 경비가 5220만원(6000만원×0.87)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매출에서 소득이 차지하는 부분은 780만원(6000만-5220만원)이 돼 4인가족 기준 면세점인 1535만원선에 못 미치므로 영세 자영업자로서 지원을 받게 된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프로그램 지원대상이 현재의 총채무액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20&30] 새내기 사원들 이직바람

    [20&30] 새내기 사원들 이직바람

    ‘취업난을 뚫은 당신, 떠나라?’ 취업난 속에서 어렵게 경쟁을 뚫은 신입사원 사이에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14일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75.7%인 768명이 ‘이직을 원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직장 다녀보니 인생의 가치 깨달아” 사회생활 경력이 채 2년도 되지 않은 이모(29)씨는 직장을 2차례 옮겼다. 그는 서울의 한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던 2003년 7월 입사한 대기업에 1년 정도 다니다 지난해 9월 증권회사로 이직했다. 증권회사 역시 두 달만에 그만둔 이씨는 이후 공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해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젊은 시절 회사를 여러차례 옮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을 나갈 때마다 ‘원하던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합격한 공기업이 그동안의 직장보다 연봉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직장을 다녀보니 내가 바라던 인생의 가치가 높은 연봉보다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갓 졸업했을 때는 주변에서 하도 취업난이라고 하니까, 합격하면 내키지 않아도 다닐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학 시절에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직을 반복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니다.” 싶으면 한 달만에 사표 지난달 대형 정유사에 입사했다가 한 달만에 그만둔 박모(26)씨는 “입사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외부인이 보는 회사와 내부인 눈에 비친 회사는 달랐다.”면서 “폭탄주 문화부터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까지 하루도 더 못견딜 것 같아서 사표를 냈다.”고 홀가분해했다. 정유회사는 보험회사 등 3개 업체에 합격한 뒤 고심 끝에 선택한 직장이었고, 출퇴근 시간이나 연봉에도 불만이 없었지만 회사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 지 15일 정도 지난 현재 박씨는 다시 취업 원서를 쓰고 있다. 그는 “그만두었지만 다른 회사를 가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지 않으냐.”면서 “회사 내부 정보를 입사 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몇 차례 이직을 해봐야 원하는 회사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박씨는 이직에 대한 두려움도, 죄의식도 전혀 내비치지 않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기대감은 사라진 듯 보였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이직바람이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직장인들의 정체성 위기”라고 진단했다. 심리학적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정체성 위기는 사춘기와 중년에 찾아온다. 곽 교수는 “10년 전 연구에서, 한국인들은 중·고교 시절에 위기감을 경험하는 외국과 달리 대학시절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양상이었다.”면서 “몇년 전만 해도 대학생이 직장을 갖게 되면 자아 정체감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요즘에는 취업에서 오는 갈등이 오히려 정체성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정체성 위기가 변화를 즐기는 신세대들의 특징과 맞물리면서 신입사원의 이직 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전문가들 역시 출세에 대한 압박, 구직활동 기간에 겪는 좌절감, 입사한 뒤 생소한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입사원들은 이직충동이 생기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조사기관 헤드헌터포럼의 김재윤 이사는 “인터넷으로 원서를 쉽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 원서를 낸 뒤 한 곳에 붙으면 무작정 입사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면서 “이들은 대학 동기 등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연봉이나 대우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불만을 터뜨리고 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원치 않는 이직…좌절감 키워 지난해 대구에 있는 대학의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김모(24·여)씨는 학습지 교사 일을 1년째 하고 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장래희망이 원대하지 않았다.”면서 “결혼할 때까지 착실하게 돈을 벌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고 구직에 나설 당시를 회상했다. 낙관적인 성격인 김씨는 “한달에 130여만원의 월급은 많지 않지만 교사 일 자체에는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학습지 교사의 신분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면서 “대학 때도 나가지 않았던 시위에 참가하고 보니 내 처지가 궁색하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김씨는 결국 직업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사회에 나가면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았지만, 결국 첫 직장에서 실패를 맛보고 있다.”면서 “내가 일에 만족한다고 직장생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신입사원의 잦은 이직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아 정체감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좌절을 맛본 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이라면서 “회사 상사나 동료, 가족 등과 함께 이 시기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윤 이사는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3년 이상 해야 경력이 쌓이고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다.”면서 “이직으로 현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은 개인의 업무업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이직충동 다스리려면 ▲3년은 지나야 경력이 된다.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직장이라면 과감하게 이직하라. 하지만 당장 일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직을 결심해서는 안된다. 직장에 적응하는 1년과 업무에 익숙해지는 1년, 업무를 자신의 능력으로 만드는 1년의 시간을 가진 뒤 차분하게 이직을 생각하라. ▲연봉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연봉보다는 회사에서 쌓을 수 있는 경력에 집중하라. 같은 업계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라면 당장의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보다는 처음에 선택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알차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라. -신입사원들끼리 정보를 구하면 처지를 비교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직을 하고 싶다면 구체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업계의 선배와 상의하라. ■ 김재윤 헤드헌터포럼 이사 ■ 대학교수들이 권하는 ‘신입생 새출발 이렇게’ 똑같이 출발하고도 결과는 다른 것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이다. 대학 새내기 시절이 중요한 것도 새로운 레이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버릇없는 젊은이가 미래를 연다’(오늘의 문학사)는 인생의 대선배들이 대학 새내기에게 주는 충고이다. 집필에 참여한 한남대 교수 34명은 대학생활에 필요한 조언뿐 아니라 젊은 날의 고통스러운 기억 등도 진솔하게 소개했다. 마치 자네들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듯…. 이문균 기독교학과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미래 이력서’를 작성해 보라고 권한다. 이 교수는 한남대 총장을 지낸 이원설 박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박사가 대학시절 만든 ‘미래의 이력서’가 지나온 세월과 거의 일치해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졸업은 4학년 때가 아니라 입학하는 순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유럽어문학부 교수도 “소나무 숲 벤치에 조용히 앉아 미래의 스케줄을 만들어보라.”고 권고했다. 힘들었던 대학생활의 진솔한 회고도 있다. 박영환 국문과 교수는 “30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나를 몰랐다. 나는 모든 것에 무지했다. 술을 달고 다니며 철학과 신학 책을 게걸스럽게 훑고 문화와 예술을 집적거렸지만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방황하며 번민하고 비애와 고독을 처절히 맛보며 지낸 대학생활을 또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고통스러운 대학생활을 피하고 싶다면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고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라.”고 일깨웠다. 정기철 문예창작과 교수는 시인 T S 엘리엇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긍정적으로 사고하라고 충고했다. 엘리엇이 공원에서 야구시합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지금 이기고 있니?”라고 묻자 소년은 “아니오.15대0으로 지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적잖이 당황한 엘리엇에게 소년은 “우리 팀이 아직 한번도 공격을 하지 않은 걸요.”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1회초에 15대0이면 이미 시합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만 소년은 자기 팀의 공격에 희망을 갖고 있었다.”면서 “어렵거나 힘들어 형편없는 내 모습에 실망할 때 이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선택을 잘못해서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는 드물고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 실패할 뿐”이라고 일깨웠다. 이달 기독교학과 교수는 “희망을 멀리서 찾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으라.”고 당부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이 비춰진다는 것이다. 배정열 일문과 교수는 희망과 용기를 얘기했다. 그는 “아기가 두 손을 꼭 쥐고 태어나는 것은 하느님께 받은 귀중한 선물을 놓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서 “하나는 희망이며 다른 하나는 용기”라고 말했다. 또 김균태 국문과 교수는 “기왕에 공부를 시작했으니 미친 듯이 해보라.”고, 미사토 아키코 일문과 교수는 “혼자서 배를 조종하지 말고 함께 할 친구를 찾아 인생의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했다. 김용환 문과대 학장은 “젊음의 무모함과 시행착오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면서 “새내기들이 용기와 비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마니아] 뭔가에 푹~ 빠진 노인들

    [마니아] 뭔가에 푹~ 빠진 노인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하루평균 30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찾는다. 이곳에 오는 어르신은 대부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한다. 하지만 최근 좀더 특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생을 즐기려는 분들이 크게 늘어가고 있다. 센터에서도 이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강사를 초빙하거나 장소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여념이 없다. 한글배우기, 컴퓨터, 전통춤, 탁구·배드민턴 등 운동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동아리에 든 노인들에게는 주말도 따로 없다. 지난 26일 토요일 오전,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동아리 활동에 ‘푹 빠진’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르신들은 “우리도 마니아”라고 입을 모았다. ●한글동아리 ‘해바라기’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한글같아. 받침은 왜 이리도 많은지, 그냥 소리나는 대로 하나로 쓰면 안 되나.” 머리를 긁적이며 지청구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영락없이 한글을 배우는 초등학생 모습이다.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한 ‘해바라기’동아리의 한글배우기가 11시가 넘도록 진행되고 있었다.‘해바라기’는 한글을 익히지 못한 노인들이 모여 한글을 공부하는 동아리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다른 지역의 노인센터보다 남성비율이 월등히 높아 대부분의 동아리도 할아버지들 위주로 꾸리고 있다. 하지만 ‘해바라기’만큼은 할머니들이 꽉 잡고 있다. 사실 이같은 현상은 여자들을 교육시키지 않았던 구시대의 악습이 낳은 결과지만 ‘해바라기’에 모인 할머니들은 “그 딴거 따져 뭐해.”라며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한다. 선생님은 센터에 나오는 노인 가운데 고등학교 교감 출신인 장인석(67) 할아버지가 맡고 있다. 일종의 자원봉사다. “현직에 있을 때도 어린 학생들이 질문을 별로 하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우리 어르신들도 마찬가진 것 같아.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 하소연만 해.(웃음)” 장 할아버지는 “나이들어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수업시간 빼먹지 않고 숙제 꼬박꼬박 해오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고 ‘할머니 학생’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해바라기’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동아리 회장이 아닌 반장이 있다. 반장인 박의저지(75) 할머니는 “수업시작할 때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고 외치는 것이 가장 재밌다.”고 말한다.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녀서 그런가봐요. 이렇게라도 그 한(恨)을 푸는 거지 뭐.” 박 할머니는 ‘해바라기’에 가입한 지 벌써 1년이 넘고 있어 선배축에 낀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교재를 알려주거나 ‘개근’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모두 박 할머니 몫이다. 수업에 두번째 나왔다는 이강임(63) 할머니는 “후배가 선배의 말을 잘 들어야죠. 안 그럼 혼나지.”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에 열중하는 장연화(70) 할머니는 집 근처에 노인센터가 있는데도 굳이 이곳을 고집한다. “의리를 저버릴 수가 없잖아. 그리고 이곳에 친구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고 또 배우던 것도 끝까지 마무리지어야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2001년 4월1일 개관해 햇수로 5년째를 맞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실버센터’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옛 통계청연수원 건물에 들어선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인근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에 따라 이곳을 떠나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노인복지센터는 또 노인들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곳에 머물지 않고 노인들에게 자원봉사나 재취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노인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는 노인들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위해 대형 스크린과 노래방 시설을 갖춘 영화관람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샤워실과 이·미용실, 인터넷 등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컴퓨터교실, 수지침을 교육하는 한방교실 등이 열린다. 모든 시설 이용이 무료다. 5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에는 러닝머신과 자전거운동기, 마사지의자를 설치했다. 노인들이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이와 함께 건물 옥상에는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인조 잔디를 깔아 넓고 트인 공간을 확보했다. 노인들끼리 모여 조직한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2001년 8월에 취임한 지완 스님이 현재 관장을 맡고 있다. 문의 (02)739-9501~3.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장수춤 동아리 ‘장수한량무’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장수춤’마니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다.‘장수춤’은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서 개발한 노화방지 춤이다. 주말 이른 오전인데도 2층에서 가장 큰 강당에는 30여명의 어르신들이 사뿐사뿐,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 ‘장수한량무’동아리 회원들이다. “손끝이 돌아가는 품새가 멋지지 않나요. 우리 동아리는 장수춤에 관한 한 전국 제일이라고 자부해요.”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순호(74) 할아버지는 “각종 경연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도 거뒀고 또 여기저기 노인센터에서 공연요청도 들어온다.”면서 동아리 자랑부터 했다. 김 할아버지는 “한·일 월드컵이 있던 해에 잘 뛰는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몸을 멋지게 움직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이가 많으니까 구기(球技)보다는 센터에서 하는 장수춤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언뜻 봐도 춤 동작들이 다양하고 몇몇 동작들은 어려워 보였지만 열을 지어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노인분들은 틀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장수한량무’에서 85세로 최고령인 황의선 할아버지도 ‘70대 젊은이’ 못지 않게 춤사위가 구성지다. “나이들수록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여야 해. 그런 점에서 볼 때 장수춤이 최고야.” 센터에서 동아리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김현미(25)씨는 “‘장수한량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동아리”라고 귀띔했다. “지금은 연습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모두 평상복 차림이지만 정식으로 공연할 때는 도포, 갓 등을 갖추게 돼요. 그러면 춤이 더 멋있어 보이죠. 아무래도 다른 어르신들도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컴퓨터 동아리 ‘P&P’ ‘컴도사’를 꿈꾸는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컴퓨터동아리 ‘P&P’의 교실 분위기는 다른 곳에 비해 사뭇 진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칠판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 죄다 영어고, 용어들도 어려워서 선생님 말씀을 한 번만 놓치면 그 날 수업은 공치기 때문이다. ‘P&P’는 people(사람)과 peace(평화)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평화로움을 전하자는 거창한 의미를 갖고 만들었다. ‘P&P’활동을 오래한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도 어려워하는 홈페이지도 척척 만들어 낸다.‘P&P’에서는 백발이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홈피’ ‘카페’ ‘싸이월드’ 등 젊은이들이 쓰는 단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이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P&P’에서 서해용(72)·김분이(70) 부부 어르신이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나이든 어르신들도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면서 “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호기심때문에 접근하지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고비만 넘기면 ‘홈페이지’정도는 거뜬하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인준(68) 할아버지는 인터넷 다음에 ‘계수나무’라는 카페까지 개설해 운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요새는 저작권 때문에 카페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할 수 없는 게 제일 큰 불만이야.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도 없고….” 황 할아버지는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다는 컴퓨터 마니아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려는 목표도 세워 놓았다. “나이 먹어서도 뭔가 한가지에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노인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는 마니아가 되는 것이 좋아.”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10)복지부 보험정책과 서태옥씨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10)복지부 보험정책과 서태옥씨

    “복지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아이디어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서태옥(39·보험정책과 6급)씨는 과외 일을 많이 하는 공무원으로 소문나 있다. 다양한 재주를 가져 ‘아이디어 뱅크’ ‘컴퓨터도사’란 별칭을 갖고 있다. 최근엔 ‘세일즈맨’이란 또다른 애칭이 생겼다.‘전직원 세일즈맨되기 캠페인’에서 최우수 직원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정책고객 확보를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부처에서 발간하는 ‘뉴스레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고객확보 활동을 벌였던 것. 서태옥씨는 642명의 동의를 얻어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직원으로 선정됐다. 그가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부지런하고 남다른 업무스타일 때문이라고 동료들은 귀띔한다. 그는 정책을 공유하고 각종 아이디어를 얻는 ‘별동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사회복지워커넷(socialworker.co.kr) 사이트 운영자로서 7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회원들은 복지전담 공무원을 비롯,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복지사,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2000년 당시 일선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과 복지사들은 새로운 제도에 매우 혼란스러웠다.”면서 “네트워크를 통한 담당 공무원간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이트를 개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공무원이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해 “쓸 데 없는 짓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부처 내의 정책홍보는 물론 사회복지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신통치 않게 생각했지만 사회복지사들의 소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제대로 굴러간다.”고 자랑했다. 사회복지워커넷은 ‘사회복지사들의 네트워크’란 뜻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쉬어가기도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게시판 하나로 시작해 보잘 것 없었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정보를 비롯해 정책토론, 설문조사, 시설정보까지 망라해 명실공히 사회복지 포털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서씨는 자활지원과에서 얼마 전 보험정책과로 자리를 옮겼다. 건강보험과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부서인 만큼 또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서 “사회복지워커넷 사이트에 건강보험에 관련된 정보와 정책조언란 등도 만들어 의견을 적극 수용해 업무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컴퓨터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공은 사회복지학이지만 컴퓨터 실력 또한 전문가 못지않다. 공직사회에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인 1992년 그는 이미 개인적인 온라인 게시판을 도스 방식으로 사용했고, 공무원이 되기 전 한때 PC방을 운영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때 직접 컴퓨터 13대를 조립하고 전용회선까지 직접 깔고 영업을 했다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때 컴퓨터에 중독돼 밤을 지새우다 보니 문리(?)가 트였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현재 국내 복지정책은 수혜 계층이 다양해 개인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다.”면서 “국민들이 복지 관련 혜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보건소 탐방/인천 남구] 치매노인 재활 온 정성

    [보건소 탐방/인천 남구] 치매노인 재활 온 정성

    인천시 남구에서 치매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족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심신이 한결 편한 편이다. 치매노인을 돌보느라 외부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타 지역의 가족들과는 사정이 자못 다르다. 남구 보건소가 운영하는 치매센터 ‘돌봄의 집’이 가족 이상의 역할을 단단히 해내기 때문이다. ●종이접기 등 반복, 인지기능 향상시켜 지난 2000년 1월 인천 최초로 문을 연 돌봄의 집은 특이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노인의 재활을 돕고 있다.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림그리기·종이접기·공고르기 등 단순하지만 두뇌를 회전시켜야 하는 일을 반복토록 한다. 쉽사리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재미도 있어야 한다. 지난 설에는 만두빚기를 했는데, 노인들이 너무 좋아했다. 어눌하지만 만두를 빚으며 옛 얘기를 할 때는 정상인과 다름없었다. 치매노인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30여명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는다. 구청 차가 이들의 ‘발’이다. 이로 인해 경로당을 연상시키지만 두뇌기능 향상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노인대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사와 간병인, 간호사 등 9명의 전문인력 외에 40여명의 자원봉사자도 빼놓을 수 없는 노인들의 ‘친구’다. 주로 대학생인 이들은 수시로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고 원예·붓글씨 등을 함께 함으로써 노인들의 두뇌활동을 돕고 있다. 거동이 힘든 치매노인을 위해서는 가정방문팀이 적극 나선다. 간병인과 간호사로 구성된 이들은 환자당 1주일에 2번씩 방문한다. 건성건성 몸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나절을 꼬박 할애해 가족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준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돌봄의 집에 모여 치료정보를 교환하는 등 ‘동병상련’을 나눈다. 이같은 치매관리사업이 호응을 얻자 인천시는 예산 지원을 통해 남구를 제외한 7개 구에도 이를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정신질환자를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보건소 3층에 정신보건실을 설치, 정신장애인을 찾아내 등록시킨 뒤 집단 상담과 교육 등을 통해 치료를 한다. 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병력자들이다. 대부분 퇴원 후에 정신병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 받는 현실을 감안한 사업이다. 따라서 경제적 여건 등으로 정신질환자를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었던 가족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청소년 금연은 보건소가 새로운 테제로 설정한 사업이다. 보건소의 모든 직원들은 지난해 수차례 피켓 등을 들고 거리에서 금연홍보를 벌였을 정도로 청소년 금연에 열성이다. ●청소년 금연운동에도 열성 관내 운봉공고에서 ‘청소년 금연교실’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3회나 초·중·고교를 돌며 흡연 예방교육을 펼쳤다. 잠재적 청소년 흡연 가능군(群)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유치원생도 교육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보건소측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다음달 중 ‘금연 클리닉’을 설치하면 본격적인 청소년 금연사업이 전개된다는 것. 금연클리닉에서는 전문강사를 동원한 1대 1 상담, 영상교육, 폐활량 자가체험 등을 펼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 5명의 상담사 등 전문인력을 공채 중이다. 또 패치, 니코틴껌 등 금연보조제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지역보건팀 장해순씨는 “금연클리닉을 위해 올해 상당한 예산이 배정됐으므로 흡연자를 최장 6개월까지 관리하는 등 금연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진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클릭 세상속으로] 김도윤 의료사회복지사의 병동24시

    [클릭 세상속으로] 김도윤 의료사회복지사의 병동24시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것은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 나쁜 병이 없어지면서 발악하는 치료과정입니다. 겁내지 말고 용기를 가지세요.”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이 병원 사회사업실에서 일하는 김도윤(30) 의료사회복지사가 폐암으로 막 입원한 30대 남성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료진이 구토나 탈모, 어지럼증 등 치료과정에서 예상되는 증상과 ‘만일의 사태’까지 설명한 뒤끝이라 환자의 얼굴엔 불안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항암치료의 과정과 효과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자 환자는 30분 만에 “치료를 잘 받아보겠다.”며 잔뜩 긴장했던 얼굴을 폈다. ●“아픔 참지 말고 펑펑 우세요” 김씨는 “몸의 병보다 더 깊은 마음의 병을 돌보고 어루만지는 것이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이 자신들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날 오후 김씨는 40대 간암 환자와 마주 앉았다. 이 환자는 항암치료에 힘들어하면서도 꾹 참기만 하고 있었다. 김씨는 “울고 싶으면 울고, 악쓰고 싶으면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야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종합병원에는…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환자의 갱생·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상담·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요원을 1인 이상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1973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이 명시된 뒤 1983년 사회복지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12월 퇴원한 30대 다발성 골수종 환자는 지체장애 5급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골수이식에는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이 환자는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환자처럼 사회사업실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은 금액은 지난해 이 병원에서만 20억원을 웃돌았다. 지원을 원하는 환자는 복지사와 상담을 거쳐 소득 규모나 주거상황, 부채규모, 장애급수, 희귀난치성 여부 등을 담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사회사업실은 심사를 거쳐 각종 후원자나 단체, 관련 기관과 연결해 준다. ●“산소호흡기 떼겠다는 보호자 설득도” 김씨의 한달 평균 상담 건수는 130∼150건이다. 환자의 질병이나 고민에 따라 상담 방법도 다양하다.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김씨는 “한 아버지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못 키우겠다며 산소호흡기를 떼겠다고 고집을 피운 적이 있다.”면서 “몇 차례에 걸쳐 입씨름을 하며 설득한 끝에 결국 그 아버지는 건강해진 아이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퇴원했다.”고 돌아봤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 주고 싶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산하단체인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에 등록된 회원은 350명을 넘는다. 비회원까지 합치면 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의료사회복지사가 되려면 각 대학 사회복지학과에서 실습과정을 수료한 뒤 병원에서 1년 동안의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3월 삼성서울병원이 1명의 인턴을 모집하자 50명이나 몰려들었다. 현재 이 병원 사회사업실에는 김씨를 비롯,7명의 의료사회복지사가 일하고 있다. 급여는 4년제 대졸자의 초임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 아무리 경험 많은 의료사회복지사라도 고통스러운 환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진심으로 밝은 표정을 지을 자신이 없으면 병동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험 혜택 하나도 아쉬운 환자에게 의료사회복지사를 통한 사회사업실의 지원제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미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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