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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역·다시마의 변신… ‘미래자원 비즈니스’ 큰 장 선다

    김·미역·다시마의 변신… ‘미래자원 비즈니스’ 큰 장 선다

    인류의 미래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조류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줄 ‘2017년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다음달 14일부터 5월 7일까지 24일간 전남 완도군 완도항과 해변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바닷말의 약속, 미래에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해양수산부가 후원하고 전남도와 완도군이 공동 주최한다.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는 바다신비관인 주제관을 비롯해 해조류 이해관, 건강인류관, 미래자원관, 지구환경관, 참여관 등 6개 전시관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산업형 비즈니스 박람회로 열린다. 김, 미역, 다시마, 톳 등 해조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해조류 박람회’다. 해외 각국의 해조류 관련 기업과 단체, 석학들이 참여해 해조류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공유와 수출 상담, 계약 체결이 이뤄지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전망이다. 부지 면적은 2만 9000㎡로 현재 공정률 90%다. 다음달 초 완벽한 모습이 갖춰진다. 해상에 설치되는 전시관은 폭 20m, 길이 70m 이상의 대형 바지선 2척을 해상에 띄우고 바지선 위에 컨테이너를 2층으로 배치해 전시관 2동을 조성했다. 두 척의 바지선 사이를 연결해 주제관인 바다신비관이 설치된다. 이곳에는 바닷물을 끌어올려 만든 워터스크린에 해조류 신비에 대한 3D 입체영상을 투사하도록 만들었다. 태초 지구 생명체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해조류 역사 등 해조류의 다양하고 신비한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해조류 이해관은 해조류의 시작과 김, 미역 등 해조류 생산의 최적지인 완도 지형의 우수성과 해조류의 올바른 이해를 돕도록 했다. 마치 바닷속 단면을 보는 듯이 원통형 타워로부터 흘러나오는 바닷물 영상 연출로 흥미를 이끈다. 건강인류관에서는 세계인과 함께해 온 해조류 역사를 되돌아보며 헬스케어 기초로서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너비 5m, 높이 2m 규모의 입체적인 팝업북 형태로 구성된다. 미래자원관은 해조류를 활용한 다양한 바이오연료, 화장품, 의약품들을 소개하면서 실제 완도 바닷속을 길이 12m, 폭 8m 규모의 전복 수조 안에 재현해 해조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게 된다. 지구환경관은 바닷속 영상을 360도로 촬영한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통해 3D 입체영상으로 실제 바다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해조 숲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참여관에서는 내년 박람회가 비즈니스 산업형 박람회로 개최되는 만큼 국내외 150개 업체(해외 50개), 해외바이어 60개사 유치를 목표로 현장에서 수출 계약을 할 수 있는 비즈플라자를 만들었다. 해조류 생산설비를 갖춰 그 생산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미역, 다시마, 청각, 톳 등 해조류 체험장을 통해 관람객이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를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살아 있는 청소년 교육 체험장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 행사도 함께 운영한다. 상설, 주말, 특정일을 구분해 완도 해조류에 대한 가치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 공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해조류 퍼레이드, 해초미초 패션쇼, 해조류 요리교실, 해조류 속 물고기 잡기 체험, 해조류 힐링 족욕체험, 시푸드 해조류 피자 만들기 등을 즐길 수 있다.조직위원회는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해 이미 1년 전부터 기관·사회단체 등 민간이 참여하는 범군민지원협의회 발대식을 갖고 성공 개최를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외국인 3만명을 포함, 목표 관람객 60만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55만장이 사전 예매돼 목표 대비 초과달성했다. 98개 단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입장권 구매약정, 각계각층 지지 선언 등을 이끌어 냈다. 포스터, 리플릿, 전단, 스티커, 배너 등 5가지의 홍보물을 제작해 전국의 다중 이용시설에 비치·관리하는 등 다양한 현장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박람회 개최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시 약사회는 6500곳의 약국에 포스터를 부착해 관심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박람회에 걸맞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전념하고 있다. 당초 1만여명 유치를 추진했던 중국인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참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일본과 동남아시아, 재외 유학생 등으로 전환해 조류박람회 소식과 완도의 우수 관광자원 등을 홍보하고 있다.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를 산업형 비즈니스 박람회로 개최하기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력해 일본, 중화권, 동남아, 미주, 유럽 권역에서 60여개 해외 우수 바이어를 초청해 박람회 기간 중인 다음달 18일부터 22일까지 4박 5일간 수출 상담회를 마련한다. 이 자리를 십분 활용해 국내 해조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수출 판로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친환경 복합양식 기술 소개 및 해조류 양식의 신기술과 지속 가능한 연안 생태계 관리 등 세계적 신기술 등 각종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해조류 심포지엄을 4일간 개최한다. 조직위는 원활한 교통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평일 방문객 2만 5000명·차량 2800대, 주말 5만여명·7000대를 방문 최대치로 설정해 시뮬레이션과 예상되는 문제점들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군은 미래대체자원으로서 해조류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해조류 산업의 세계시장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해외바이어 수출 상담 등으로 생산유발 900억원, 소득유발 147억원, 부가가치 415억원, 고용유발 1562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직위원장인 신우철 완도군수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의류, 종이, 에너지 재료로 쓰이고 있는 해조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며 “해조류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세계에 알려 완도군이 세계적인 해양수산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원내 4당 “대선 후 ‘엘시티 특검’ 추진”

    원내 4당 “대선 후 ‘엘시티 특검’ 추진”

    향후 시기·방식 등 공방 치열할 듯 ‘대선 동시 개헌’ 문제는 논의 안해국회 원내교섭단체 4당은 20일 부산의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해 ‘5·9 대선’ 이후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회동 후 “특검을 하되 대선 이후 한다는 것까지 합의했다”면서 “상설특검과 별도특검 중 어떤 형태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구속했지만,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의 비밀장부(이영복 리스트) 의혹은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뒷북 수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검 도입 요구가 제기됐다. 의혹은 크게 2007년 부지 헐값 매입과 2009~2010년 사이 집중된 각종 인허가 혜택, 2014년 이후 사전 특혜 분양 등 3가지가 꼽힌다. 정치권에서 정권 실세나 부산 지역 유력 정치인 등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의혹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있는 데다 각 당의 ‘노림수’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날 4당의 특검 도입 합의가 대선 이후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날 합의가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특검 시기와 대상,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4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여소야대’ 상황에 대비한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선진화법을 개정하더라도 2020년 21대 국회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180일인 국회의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는 내용은 사실상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최근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잠정 합의한 ‘대선 동시 개헌’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시의회 조규영 부의장 ‘지역사회 공헌 대상’ 수상

    서울시의회 조규영 부의장 ‘지역사회 공헌 대상’ 수상

    서울시의회 조규영 부의장(더불어민주당·구로2)이 3월 18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1회의실에 개최된 제4회 2017 대한민국 지역사회 공헌대상 시상식에서 국회상임위원장이 수여하는 지역사회 공헌 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나눔뉴스, 양승조 국회의원실, 한국언론기자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대상 대회조직위원회, 서경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며 대한민국국회(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시상 후원한다. 올해로 제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대상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 기관을 별도로 언론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심사선정위원회에서 추천된 서류와 공적을 엄선 심사하여 선정, 시상한다. 조 부의장은 서울특별시의회 부의장으로서 지방자치 발전과 의정발전 공헌을 인정받아 국회상임위원장이 수여하는 지역사회공헌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한편 이날행사는 대회장인 양승조 국회보건복지위원장과 최종옥 나눔뉴스 회장, 그리고 이남교 심사선정위원장, 심재권 국회외교통일위원장, 주동담 시정일보 회장, 이인규 (사)한국교육연구소장, 그리고 수상자 분들과 기관단체장 내빈 등 20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설민석, 민족대표 폄훼 논란에 전우용 “낮술 먹고 서명? 상상력 과도해”

    설민석, 민족대표 폄훼 논란에 전우용 “낮술 먹고 서명? 상상력 과도해”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17일 인기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가 ‘민족대표 33인’ 폄훼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태화관을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라고 한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전우용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3인이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인 태화관에서 낮술 먹고 독립 선언했다’는 유명 한국사 강사(설민석 씨)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보이기에 재미삼아 한 마디 얹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태화관을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라고 한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면서 “당시 요릿집들이 음식과 섹슈얼리티를 함께 팔았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룸살롱’과 비슷하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라는 명예는 요릿집이 아니라 ‘별별색주가’나 ‘내외주점’에게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릿집은 룸살롱이라기보다는 ‘피로연장’이나 ‘회식장소’의 원조였다”며 “당시 요릿집은 결혼식 피로연장, 회갑연장, 신문사 망년회장, 사회단체 창립총회장 등으로 널리 이용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씨가 “기생 시중 받으며 낮술 먹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상상력이 과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33인이 탑골공원 현장에서 만세운동을 직접 지휘하지 않고 따로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한 데 대한 비판은 운동 당시부터 있었지만, 이는 관점의 문제이니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다만 3.1운동 70주년이던 1989년에 어떤 분이 ‘33인은 민족대표가 아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썼다가 살해위협까지 받았던 데 비하면, 지금 관련자들의 반발은 아주 온화하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예전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격 없는 사람들이 최고로 인정받는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집단적 시각장애’가, 정치 영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면서 “골동품 보는 안목이 없는 사람이 ‘골동품 수집’ 취미를 가지면, 반드시 온 집안을 가짜로 채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압박 커지고 사교육 그대로… ‘대입 트라이앵글’ 고리 끊자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압박 커지고 사교육 그대로… ‘대입 트라이앵글’ 고리 끊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은 교육 분야에 대한 공약을 쏟아 낸다. 교육은 학생, 부모, 교원 등 국민 대부분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가장 좋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공약은 추상적이고 ‘실현 난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정부만 봐도 ‘보육·육아교육 완전책임제’를 주장해 놓고 ‘누리과정 지원 논란’만 키웠고, ‘방과후 돌봄학교’는 대상자의 5분의1 정도만 혜택을 봤다. ‘고교 무상교육’은 쥐도 새도 모르게 흐지부지됐다. 우리 아이들을 키워 내는 교육정책이 ‘공염불’이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꼭 실현해야 할 교육계 이슈를 7가지로 추려 매주 한 가지씩 짚어본다.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고교 2학년생 A군은 학교 내신 향상을 위해 매달 학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교육을 받는다. 학원비는 과목당 30만원.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대비해 지난 겨울방학 때는 6주간 100만원짜리 소논문 작성 특강도 받았다. 올 여름방학에는 개인 컨설턴트에게 면접과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배울 계획이다. 평소에는 과목당 40만원짜리 학원에 다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탐구영역의 중요성이 커져 생물, 지구과학을 수강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도 4과목을 들어 매월 60만원이 나간다. A군 부모는 “방학 때 사교육비로 매월 200만원 이상, 학기 중에는 150만원 이상씩 쓴다”면서 “대학에 가려면 모두 잘해야 하는 지금 상태에선 학생도, 학부모도 지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A군이 특이한 경우일까. 대부분의 학부모와 수험생은 ‘대입 트라이앵글’에 갇힌 것이 현실이다. 교과, 비교과에 수능까지 대입 전형요소 3개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학교 내 활동이 늘었다고 평가하는 교사도 많다. 그러나 학교마다 학생의 학업 수준이 다른 탓에 학교별 내신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과 활동으로 선발하는 학종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거세다. 교육부가 이를 해결하겠다며 대학에 한 해 5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사교육비는 증가한다. 대입정책이 바뀌면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교육까지 출렁인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입정책은 교육정책의 머리와도 같다. 올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교육 숙제 1번으로 대입제도가 꼽히는 이유다.●멀티플레이어 원하는 대입… 피로도 커져 대입제도는 크게 수능 전 선발하는 수시와 수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로 나눌 수 있다. 10년 전에는 정시 비율이 70%를 넘었지만, 올해는 수시 선발인원이 73.7%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가 역전됐다.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부’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살리겠다면서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전형을 추진했다. 학교 내신으로 주로 선발하는 ‘학생부 교과전형’이 전체 선발비율 40%에 이른다. 자율학습, 봉사·동아리 활동, 진로교육 등 학교 내 비교과 활동 중심으로 면접과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선발하는 학종은 2016학년도 18.5%였지만, 올해는 23.6%로 껑충 뛰었다. 특히 올해는 정시에서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8만 311명보다 더 많은 8만 3231명을 선발해 수능보다 그 영향력이 커졌다. 이런 학생부 중심 전형 덕에 공교육이 예전보다 활력을 띤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정시가 우세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학생이 수업 대신 EBS 교재를 풀곤 했다”면서 “최근엔 내신 성적을 잘 받으려고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좋아졌고, 자율동아리를 만들겠다며 교사를 찾아 지도교사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피로도나 사교육 참여율은 줄지 않았다. 지난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고교생 주요 4개 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평균 2.3% 증가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와 쉬운 수학 기조로 수학과 영어 과목 사교육 참여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수학이 2.7%로 가장 많이 뛰었고, 영어가 2.6%로 뒤를 이었다. 국어는 2.5%, 사회·과학 1.3% 순이었다. 교육 관련 시민사회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결과에 대해 “고교 교과 사교육이 수능보다 학교 내신을 올리는 사교육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부 교과와 연계한 비교과 활동을 강조하는 학종 확대로 볼 때 수험생의 피로 증가는 예상됐던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예컨대 대학 국문학과에 지원하려면 국어 관련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국어 과목 성적이 받쳐 줘야 한다. 공대에 가려면 과학 과목 성적이 좋아야 하고, 관련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해야 학종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 경기 용인시의 한 일반고 교장은 “학생 5명 이상이 모여 만들도록 한 자율동아리는 최근 3년간 고교마다 100여개씩 증가했다”며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자료로 활용하고자 억지로 비교과 활동을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고교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학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에 대비한 컨설팅 시장이 확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간당 30만~40만원을 호가하지만, 강남과 목동의 유명 컨설팅 업체에는 컨설팅을 받으려는 수험생이 줄을 잇는다. 김종우 양재고 교사(진로진학부장)는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생부가 더 잘 기재될 수 있게 요령을 가르쳐 주는 컨설팅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500억 지원하고도 대학들은 논술시험 게다가 대학들이 수시 합격 조건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면서 수험생을 더 힘들게 한다는 비판도 인다. 예컨대 중앙대는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3개 등급 합 5를 요구한다. 이화여대는 학종 ‘미래인재’에서 올해 학생부 수시 3개 등급 합 4, 서울대도 학종 지역균형에서 3개 등급 합 6을 걸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생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이 대부분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교과도 잘해야 하고 비교과도 잘해야 하는데, 수능도 게을리할 수 없다”면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내신과 비교과 활동이 강조되면서 교육의 중심축이 고교로 이동했지만 선발권을 여전히 대학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비교과를 위주로 평가하는 학종은 정성평가로 선발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의 내신 1등급 학생과 특목고인 외국어고 2등급 학생 가운데 누굴 뽑겠느냐고 대학에 물어보면 대학으로선 당연히 외고 학생을 뽑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면서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종 선발 비율이 커질수록 ‘수능이 더 공정하다’는 논란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입제도 교육적 기능 회복, 대선 주자의 숙제 세 개의 전형요소가 이처럼 단단히 결합한 대입제도를 교육부가 풀어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교육부가 학종을 확대하고 사교육을 줄이고자 2014년부터 시작한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학교에서 받는 교육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전형 시스템을 갖추도록 대학들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60개 안팎 대학을 선별해 지난해 459억원, 올해 544억원 등 5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하지만 선정 대학 중 상당수가 학종과 논술전형 등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교육부가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다고 지적한 논술을 치르는 대학도 다수 포함됐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영향력이 큰 주요 대학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다. 교육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고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통계 수치 역시 대입제도의 한계를 반영한다고 경고한다. 고교 사교육비는 학종이 시작된 2013년 이후부터 꾸준히 늘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월 사교육비 평균은 2013년 45만 4000원이었지만 지난해 49만 9000원을 기록했다. EBS 교재비와 사설 컨설팅 비용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상승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가 갈린다.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종의 비율을 어떻게 증감해야 하는지, 수능은 자격고사화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대선 주자들이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여전히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 대통령이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시민단체인 아름다운배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입의 본래적 기능을 회복하는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안철수 “靑·국회 세종시로… 장관급 모두 국회 인준”

    안철수 “靑·국회 세종시로… 장관급 모두 국회 인준”

    손학규도 재벌개혁 공약 발표… 국민의당 후보 선출 새달 4일 확정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3권 분립을 강화하며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치개혁을 공약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를 ‘정치혁명’으로 명명했다.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촛불보다 투표가, 투표보다 제도가 힘이 센 만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혁명을 시작하겠다”면서 장관급 이상 인사는 국회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또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없애고 대법관 스스로 대법원장을 호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투표의 실시 주체 및 범위를 확대하고 국민이 직접 입법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기소배심원제도를 도입해 권력형 사건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국민 배심원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안 전 대표는 청와대와 부처 간 소통 강화를 위해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이전하는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이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공약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세종신도시입주자대표자연합회·세종시이통장연합회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의 공약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같은 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포괄적 뇌물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한편 대선 일정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던 국민의당은 이날 후보 선출일을 다음달 5일에서 4일로 하루 당기기로 확정했다. 장병완 선관위원장은 “온 국민이 세월호 인양 과정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경선을 진행한다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증평군과 진천군 축사전쟁…경계지역 이전에 증평 반발

    증평군과 진천군 축사전쟁…경계지역 이전에 증평 반발

    이웃사촌인 충북 증평군과 진천군이 축사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13일 증평군에 따르면 양 군의 경계지역인 진천군 초평면 용기리에 20곳의 축사가 있어 악취로 인한 증평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돼지 3000여마리를 키우는 돼지농장이 용기리로 이전을 추진하자 참다못한 증평군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진천용기리 대규모 돈사 건립 반대 대책위’는 이날 증평군민 1만 2000여명이 서명한 반대진정서를 송기섭 진천군수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증평군 환경단체, 이장단협의회, 각 사회단체협의회 회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진천군이 돈사 이전을 허가 해준다면 이는 지역 간 상생발전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며 “돈사 이전이 진행되면 증평군과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고 대규모 실력행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돈사는 진천군에 축사 이전이 가능한지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장정인 증평군 환경관리팀장은 “가축사육제한구역 강화되면서 진천군이 축사 신축이 쉬운 증평군과의 경계지역에 지속적으로 축사신축을 허가해 주고 있다”며 “최근 3년간 5곳이 증평군민들의 거주지에서 1㎞도 안 되는 가까운 곳으로 옮겨와 피해를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상신 진천군 건축팀징은 “논란이 되는 돈사는 한 마을 주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돈사를 이전하려는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가축 사육시설들이 군 외곽지역으로 옮겨가는 게 좋지만 공동생활권인 증평군민들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없어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김용덕 선관위원장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 명운 걸려…엄정 관리할 것”

    김용덕 선관위원장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 명운 걸려…엄정 관리할 것”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선거’ 형태로 실시되는 제19대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무겁게 인식하고,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소임을 다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을 겸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1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갈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더 고조되고, 선거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거가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서고,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이번 대선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선거”라면서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오는 5월 9일이 유력한 제19대 대선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비상한 각오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정확하고 완벽하게 선거를 관리해 국민의 뜻이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선거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권자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각종 선거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유와 공정이 조화되는 준법선거 실현을 위해서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선거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선거범죄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지 또는 반대활동을 하고, 공직자는 엄정중립의 자세를 확고히 해달라”면서 “언론도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철저히 검증하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는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콜수 못채운 여고 실습생 자살 대책위 구성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 투신자살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7일 해당 콜센터 앞에서 공동대책위 발족식을 열고 콜센터의 사죄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9)양이 콜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과도한 업무와 사측의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위해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A양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일명 ‘SAVE팀’에서 일했다.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라 업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전북민노총과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근무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을 무렵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평소 화를 내지 않던 성격의 A양은 부모에게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회사의 상사들이 실적을 강요하고 야근이 잦다는 말도 부모에게 털어놨다. 미성년자인 A양은 하루 최장 8시간 근무할 수 있지만, 오후 6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A양은 아버지에게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콜센터에서 사원에게 할당한 고객 응대 횟수인 ‘콜 수’를 채워야 퇴근할 수 있었다. 근무한 지 5개월가량 지났을 무렵, A양은 지난 1월 20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그로부터 3일 뒤, A양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전주의 한 저수지 물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콜센터 측은 업무 강도와 A양의 죽음 사이 인과관계가 적다고 해명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A양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체 조사 결과 A양은 동료와 원만한 사이를 유지했고 명랑하게 지냈다”며 “팀 막내로서 상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내에서 A양에게 실적을 강요하지도, 업무 압박을 넣지도 않았다”며 “A양 죽음의 원인이 사측에 있다고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전북민노총은 콜센터 건물 앞에 A양을 위한 추모공간을 만들고 오는 17일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조기 대선은 세종에 호기… ‘반쪽 행복도시’ 완전한 행정수도로”

    [자치단체장 25시] “조기 대선은 세종에 호기… ‘반쪽 행복도시’ 완전한 행정수도로”

    이춘희 세종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세종시 비원(悲願)인 ‘행정수도 부활’의 호기로 삼고 있다. 2012년 그가 시장 출마를 선언할 때 처음 제기한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 말고도 국회 본원과 청와대 등까지 대한민국의 핵심 정치·행정 중앙기관을 모두 이전시켜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격상시키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이 시장은 지난달 28일 시장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져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때 이원집정부제든 뭐든 권력 개편이 이뤄지면 세종시의 건설형태도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반드시 새 헌법에 ‘행정수도=세종시’라는 조항이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는 쪽으로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끌고 국회가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협치의 형태로 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거론되는 권력 개편은 세 가지다. 먼저 의원내각제다. 다수당이 총리를 뽑아 행정을 주도하는 제도다. 둘째는 이원집정부제다. 대통령과 총리(내각수반)가 역할을 명확히 나눠 국정을 이끈다.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 등을 맡고 다수당의 내각수반이 나머지를 관할한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이 촉소된다. 셋째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지명해 국방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정을 맡긴다. 이 시장은 “국회는 총리를 선출하고 장관 임명을 통해 다른 당과 연정도 할 수 있어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대선 주자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선 주자들도 각종 방안을 제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11일 충북도청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를 빨리 세종시로 옮기고 국회 분원을 설치해 완전한 행정수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도 같은 달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치·행정수도 완성을 제안한다. 국회, 청와대와 대법원, 대검찰청까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세종시청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수도를 개헌에 넣어서 국민 의사를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국회 분원은 2012년 1월 3일 초대 세종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가 처음 제안했다. 그때는 무척 낯설어했는데 지금은 충청도 주민이 다 알고 대선 주자와 정치인도 관심이 높다. 행정수도 전환 분위기가 성숙해졌다”면서 “안 지사 등은 한꺼번에 정치와 행정 중심 수도를 완성하자는 것인데 문 전 대표의 제안이 국회 분원에서 출발해 점차적으로 행정수도로 가는 것이어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원집정부제나 분권형 대통령제가 도입되면 세종시는 내각수반이나 국무총리가 이끄는 중앙부처만 있어도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업무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들이 일할 수 있는 분원이 우선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분원이 설치되면 18개 상임위 중에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경제 및 사회 관련 10여개 상임위를 열 수 있다. 결국 개헌에 따른 권력 개편이 세종시 형태를 결정짓는다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행정수도는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좌절됐다. 당시 헌재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관습법상 수도는 서울”이라고 위헌 판결했다. 성문헌법인 나라에서 관습헌법을 적용했다는 비난이 거셌지만 이 판결로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반쪽짜리 도시로 축소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반쪽이 된 판결이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게 집중되고 국민의 절반이 몰려 사는 세계 최악의 수도권 집중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으로 난개발, 환경파괴, 교통·주택난 등 갖가지 부작용이 빚어지고 매년 수십조원의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과 중앙·지방 분권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뜻도 있다.이 시장은 “수도권 사람들은 비무장지대가 눈앞에 있는데 수도가 남쪽으로 간다며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하지만 세종시에 정치·행정 국가기관이 통째로 와도 수도권에 별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주의 새크라멘토 등 선진국은 주도가 대부분 작은 도시에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미국의 수도도 워싱턴에 있지만 세계 중심 도시는 뉴욕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파리 등 프랑스 수도권에 국민의 18%가 사는 등 영국 런던을 비롯한 선진국은 수도권에 20%도 안 되는 국민이 몰려 있는데 우리나라는 절반이 집중돼 있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및 행정 국가기관이 물러나면 그 공백을 상업 등 중심지로 메워 도시를 더욱 번성시킨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앙부처가 있던 과천도 저녁 장사밖에 안 됐는데 훗날 대기업 등이 들어서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세종시가 반쪽자리 행정도시가 되면서 해마다 수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2015년 세종시 17개 부처 공무원의 국내 출장비로 106억 6000만원이 들어갔다. 대부분 국회 등 서울을 오가는 데 썼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통근버스 운영비로도 해마다 128억원이 들어간다. 국회 분원만 설치돼도 정부세종청사 부처 관련 상임위 의원들이 다수 상주하면서 예산 낭비는 훨씬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운영 효율성도 크게 좋아진다. 보좌진, 국회 관련 기관·기업 관계자, 취재기자 등이 몰려 세종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도권 단체장과 국민 여론도 괜찮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수도권 분산을 위해 행정수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6월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회·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에 50.1%가 공감했다. 38.6%는 반대했다. 2013년 4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찬성 29%, 반대 56%와 비교하면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국민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전환해 건설하는 것을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부지는 이미 도시건설 단계부터 마련됐다. 국회 분원과 본원은 물론 청와대와 대법원, 대검까지 이전해도 충분하다. 원수산과 전월산 사이에 66만 4000㎡ 터가 있다. 총리실에서 직선거리로 800m다. 첫마을 주변에 17만 3000㎡짜리 땅도 있다. 이 시장은 조만간 ‘행정수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가동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직접 총괄한다. 그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아예 ‘행정수도=세종시’라는 문구가 들어가도록 하겠다”며 “대국민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6일에는 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참여하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시민 추진본부’도 출범했다. 국회와 관련된 직접적 인원만 사무처 직원 등 모두 4000여명에 이른다. 이 시장은 행정수도 격상에 따른 교통수요에 대비해 KTX 세종역 신설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부처 공무원이 이용하는 오송역은 세종청사에서 차로 20분이 넘어 불편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세종역은 국가균형발전이 목표인 지방분권 정책의 하나로 앞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서 “세종역을 매개로 수도권과 지방, 지방과 지방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것도 있지만 수도권 과밀과 부작용을 많이 해소하고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선도하는 도시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통큰 시장님’ 박원순 서울시장 32억원 기부 “아파트, 상금·급여까지”

    ‘통큰 시장님’ 박원순 서울시장 32억원 기부 “아파트, 상금·급여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호사, 시민사회 활동가, 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기부한 액수가 32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989년 본격적인 기부 활동을 시작한 이후 사외이사로 받은 급여 전액과 각종 상금 대부분을 기부해왔다. 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가 건물 터전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1989년 자신의 용산구 한남동 57평형 청화아파트와 서대문구 연희동 땅을 내놨다. 2013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따지면 약 26억원에 해당한다.  1998년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공동 수상하고 받은 상금 전액도 기부했다. 이 상은 당시 국내 최초 성희롱 재판인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이종걸·최은희 변호인과 맡아 대법원 승소를 끌어낸 공로로 수상했다. 이어 박 시장은 1995∼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1∼2010년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2007∼2011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외 다양한 상을 받았다. 2002년 제15회 ‘심산상’ 상금 1000만원은 전액 아름다운재단 심산 활동가 기금으로,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실천 부문을 수상하며 받은 2000만원은 전액 참여연대 상근자 교육기금으로 내놨다. 2007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부문 수상 상금 5만 달러 역시 필리핀에 본부를 둔 6개국·1600여개 비영리단체 연합 ‘CODE-NGO’에 전달했다.  지난해 수상한 스웨덴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 상금 5000만원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에 고스란히 내놨다. 이 상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개인·단체에 수여된다. 소액주주운동에도 동참해 온 박 시장은 기업 사외이사로 받은 급여도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2003∼2011년 풀무원 사외이사로 받은 1억 7000여만원, 2004∼2009년 포스코 사외이사 급여 2억 6000여만원은 전액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에 기부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사외이사 하면서 받은 월급, 퇴직금,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도 모두 기부했다”며 “그걸 집에 갖다 줬으면 지금처럼 빚더미에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 당시 받은 강의료·상금은 모두 그 단체를 위해 쓰이도록 한다는 원칙으로 박 시장이 모두 기부해 왔다”며 “본인이 말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갈 길 먼’ 北인권법 1년… 북한인권재단 표류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 지원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2일로 1주년을 맞지만,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일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관련 기구인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는 이미 출범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인권재단의 경우 상근 이사직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총 12명으로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10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상근 이사직은 이사장과 사무총장 두 자리다. 자유한국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이사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았다. 상근 이사직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이에 난색을 보이는 정부·여당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출범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 산하에 설립되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실태조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 개선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만 출범을 못하고 있어서 북한인권법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와 국회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3.1절 98주년인 1일 정오 ‘안양 평화의 소녀상‘ 세워졌다

    3.1절 98주년인 1일 정오 ‘안양 평화의 소녀상‘ 세워졌다

    3·1절 98주년인 1일 경기 안양시에 ‘안양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안양중앙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100만원을 선뜻 보내 주부, 일정액의 기부금을 약정한 지역 기업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했다. 지역의 10여개 고등학교 학생들도 모금에 동참했다. ‘안양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성금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머릿돌을 소녀상 옆에 다음 달 세울 예정이다.소녀상 기단석 바닥 왼편에는 이지호 시인의 시가 적혀 있으며 뒤편에는 할머니 형상의 소녀상 그림자와 나비가 새겨져 있다. 그림자는 할머니들의 원망과 한이 서린 시간을 상징하며, 흰 나비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환생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제막식에는 이필운 안양시장을 비롯해 진승일 집행위원장, 이석현·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사회단체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진승일 집행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못 이겨 국민이 세운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안양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건립한 소녀상은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고 이 땅에 과거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온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세운다, 소녀상… 청소년 주도로 도봉구에도

    사진 전시·건립 장소 투표 열려 ‘전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이 서울 도봉구에도 설치된다. 도봉구는 지역 청소년이 주도해 평화소녀상 건립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도봉구 평화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1일 발족식을 하고 본격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8월 15일 광복절까지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소녀상은 국내외에 80여개가 설치됐는데 이 중 서울에는 종로 등 10곳에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기관이 아니라 청소년동아리 ‘노곡중학교 반키’와 ‘청소년참여위원회’, ‘덕성여대 봄밤’ 상임대표들인 전영수·박효주·강민정 학생을 중심으로 주민과 단체들이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구 관계자는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소녀상 건립을 주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창동 문화의 거리에서 발족식을 하고 주민 참여 홍보를 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진 전시와 청소년 풍물 공연, 나비 모양 응원 메시지 작성, 소녀상 건립 장소 주민투표 등도 함께 열린다. 이동진 구청장은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도봉구 소녀상 건립을 위한 행사로 주민들도 의미 깊은 3·1절을 보내길 바란다”면서 “소녀상 건립 장소를 결정하는 주민투표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청년농업인 찾은 안희정… 비리사학 개혁 주장 이재명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4일 “양심과 소신에 따라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전남 보성에서 청년농업인과 가진 현장간담회에서 ‘어떻게 해야 괜찮은 어른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최근 ‘선한 의지’ 논란과 관련한 집중 공세에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안 지사는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안희정과 함께 순천에 심쿵하다’ 행사에서 “법치와 민주주의 헌법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별개 문제”라면서 “뒤틀리고 잘못된 것을 제대로 돌려놓으라는 게 국민 열망이며 적폐 청산, 낡은 정치권력과 과거의 정치를 확실히 끝내는 정권교체를 제가 하겠다”고 말했다. 또 “더는 상대 야당을 향해 ‘종북좌빨’이라고 욕하는 낡은 정치를 끝내자”며 자신을 겨냥한 보수진영의 사상검증을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학 개혁을 주장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영입했지만, 구설에 올랐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사건을 한국외국어대, 수원대, 청주대, 상지대 등과 함께 거론했다. 그는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처벌규정 명문화 및 사학 비리자의 교육현장 복귀 불가 조치 등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와의 간담회에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승복하자고 유력 후보들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대리하는 기관들의 판단과 결정은 결코 국민의 뜻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결정이 있다면 항의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정치인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새만금, 땅을 얻고 예산·어류·수질 잃었다

    새만금, 땅을 얻고 예산·어류·수질 잃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전북 지역 득표전략 차원에서 발표했던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공된지 11년이 됐다. 3조원을 들여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세계 3대 갯벌을 막은 새만금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전북도의회와 도내 사회단체가 16일 주최한 ‘새만금 물막이 평가’ 토론회에서 전북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는 새만금의 빛과 그림자를 잘 보여준다. 1991년 11월 착공한 새만금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 33.9㎞를 잇는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 땅 409㎢(1억 2000만평)를 새로 만들었다. 여의도보다 140배 넓은 땅을 얻었다. 총 3조원이 투입된 새만금 방조제는 기네스에도 공식 등재됐다. 밑넓이가 평균 290m(최대 535m), 높이가 36m(최대 54m)에 이른다. 새만금은 세계적인 갯벌이었다. 새만금사업 이전인 1990년 전북 지역 어업생산량은 15만 200여t이었다. 충남이 6만 3000여t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어업생산량이 높았다. 하지만 2015년에는 전북은 4만 4000t으로 세 배 넘게 줄었고 충남은 11만 6000여t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북녹색연합은 어업생산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현재가치 기준으로 새만금사업이 시작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7조 3800억원 가량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방조제 물막이 이후 새만금 안쪽은 바닷물 유통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내측 어류 종수는 58%, 개체 수는 85% 감소했다. 전북녹색연합에선 특히 내측에서는 용존산소 부족 등으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연례적으로 진행되고 어류의 질병 보유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철새를 비롯한 조류 개체 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시민생태조사단에 따르면 새만금에서 관찰된 조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2급 최대 관찰 개체 수는 2004∼2005년 41만 2560개체였으나 2016∼2017년 1월에는 5만 9602개체로 줄어들었다. 2004∼2005년 시즌과 비교하면 86% 급감한 것이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수질개선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3조원 가량이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수에 해당하는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의 수질은 각각 4등급과 5등급에 그쳤다. 물막이 전에는 1등급이었다. 역시 해수 유통이 차단되면서 각종 오염원이 쌓인 것이 원인이다.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 공사로 끝나는게 아니다. 방조제 안쪽을 매립해서 대규모 복합도시와 농업용지 건설을 해야 한다. 정부가 2010년 1월 발표한 ‘새만금 기본구상’에 따라 국토연구원이 2010년 12월22일 공개했던 ‘새만금 종합개발 계획안’을 보면 용지 조성비 13조원, 항만과 배후단지조성 등 기반시설 건설비용 4조 8100억원, 수질개선 비용 2조 9900억원 등 총 사업비가 20조 8000억원이었다. 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새만금위원회가 2011년 3월 16일 확정한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aster Plan)이 제시한 총사업예산은 22조 2000억원이었다. 1991년 방조제 공사 착공 당시 기준 사업비 추정치는 6조 1475억원이었고, 1998년에는 13조 5818억원이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In&Out] 북한인권법의 파행, 국회의 국정 마비 책임이 무겁다/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In&Out] 북한인권법의 파행, 국회의 국정 마비 책임이 무겁다/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북한은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75주년을 앞두고 전략도발의 일환으로 지난 1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돼 있는 위기 상황에서 또 다른 선출 권력인 국회의 막중한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회는 탄핵 심판 심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가열되는 여야 정치권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을 최대한 국회로 수렴해 국정 마비를 수습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회가 미증유의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국정 마비의 주역이 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바로 그 사례 중 하나가 인권과 통일 정책의 기초가 되는 북한인권법의 파행(跛行)이다. 국회는 지난해 3월 2일 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지 11년 만에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북한 인권에 관한 마그나카르타에도 비견될 만한 북한인권법의 통과는 ‘대북 지원이냐 압박이냐’라는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모처럼 합의해 단 1표의 반대도 없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더욱 빛이 났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인권 탄압에 신음하는 북녘 동포들의 아픔을 돌보며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고 통일을 이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기대를 모았던 북한인권법이 통과 1주년이 되도록 국회의 직무 유기로 북한인권재단이 구성되지 않아 반신불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통과 후 지난해 9월 4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맞춰 주무 관서인 통일부는 조직을 개편하고 그해 9월 28일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출범시켰으며 10월에는 법무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개소했고 그 무렵 북한인권대사까지 임명됐다. 해를 바꿔 올해 1월에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구성을 완료해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구의 하나인 재단은 아직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재단은 북한의 인권 실태 조사,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대안의 개발 및 집행, 사업 수행에 필요한 시민사회단체 지원,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북한 인권 개선 및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관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다. 당면 과제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반 인권 상황을 이달 27일부터 시작하는 제네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비롯해 종합적인 대북 인권 정책의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러한 중요 역할을 담당해야 할 재단의 임원은 이사장 1명을 포함한 12명 이내의 이사로 구성되며 이사는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 2명과 국회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국회가 이사를 추천할 때는 여야 정당이 2분의1씩 동수로 추천하게 돼 있다. 그런데 국회는 법 통과 1주년이 되도록 아직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재단은 출범조차 못하고 있으니, 더이상 미룬다면 보편적 인권에 정치를 개입시킨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는 조속히 재단 구성에 협조해 국정을 정상화하고,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에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 ‘청와대 압수수색 허가’ 판단할 법원 재판부, 오는 13일 결정

    ‘청와대 압수수색 허가’ 판단할 법원 재판부, 오는 13일 결정

    청와대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 사상 초유의 법적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청와대의 불승인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이후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 제기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행정소송을 심리할 재판부가 오는 13일 오전 중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특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이달 셋째 주 월요일인 오는 13일 결정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는 법원의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오후에 접수한 사건을 다음날 오전에 일괄적으로 배당한다. 이번 사건을 금요일인 전날 오후 4시 이후에 접수했기 때문에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배당이 이뤄진다. 법원은 예정된 일정을 하루나 이틀 앞두고 급히 신청이 제기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신속히 배당해 심리한다. 촛불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통고에 불복해 시민사회단체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의 경우 접수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온 사례도 있다. 특검팀의 1차 수사 기간이 오는 28일로 끝나는 점을 고려해 법원이 이달 셋째 주 안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만약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를 근거로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반대 교육청·전교조 법적 조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반대 교육청·전교조 법적 조치”

    “부실 교과서 낙인·선택권 침해 안 돼” 교육감協 “공문 발송은 교육청 몫” 반발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시·도교육청과 연구학교 공모 반대 활동을 이어 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한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 부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자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전교조를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가 교과서를 부실한 교과서로 낙인찍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8개 시·도교육청이 국정교과서 사용 여부에 대한 학교 선택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공문조차 시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고 3월 신학기부터 이를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을 이달 10일까지 받기로 했다. 그러나 연구학교 지정과 심의 권한이 있는 시·도교육청 가운데 8개 시·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 이를 알리는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일부 교육청은 공문에 교육청 반대 의견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가 국정교과서에 600여건의 오류가 있다고 공격하고, 전교조 등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학교 공모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당초 10일이었던 연구학교 공모 마감도 15일로 연장했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부총리는 이날 “애초 지정될 연구학교 수를 전국 20% 정도 되리라 예측했지만, 신청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연구학교에 단 한 곳만 신청해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부의 이런 강경 대응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오류투성이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는 뜻은 여전하다”면서 “공문을 보내고 말고는 교육청이 결정할 일”이라고 반발했다. 전국 485개 진보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자 교육부가 교육청, 전교조, 시민단체를 겁박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 추진을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흔히 한국은 ‘종교 천국’이라 불린다. 그 듣기 좋은 평가의 바탕은 많은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과 평화로운 공존이다. 하지만 이 땅에선 그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바로 ‘내 종교가 최고’라는 이기의 배타성과 폐쇄적인 신행 탓이다. 실제로 종교 간, 종단 간의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과 그로 인한 갖가지 파행들은 ‘탈종교화’라는 심상치 않은 위기로 현실화하고 있다. 그 한편에선 위기의 종교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열린 마음으로 경계를 허무는 소통과 배려의 ‘실천 종교인’들을 찾아가 본다.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를 두어개 건너며 10분쯤 걸어 도달한 주택가의 아담한 건물.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라고 새겨진 간판을 쳐다보며 4층을 걸어 올라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과 일반 주거지를 합쳐 놓은 듯한 독특한 공간. 명성에 비해 조금 비좁다 싶은 생각에 빠질 무렵 살가운 인사말과 함께 건네지는 찻잔이 반갑다. 찻잔에 언 손을 녹일 무렵 던져진 한마디. “처음 오는 분들은 대개 어색해합니다. 조금 좁지요?”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의 운영위원장 성소은(49)씨. 직함은 운영위원장이지만 2012년부터 이 단체를 결성해 종교 허물기를 통한 지식 나누기 운동을 주도해 온, 사실상의 대표다. 그런데 왜 지식협동조합일까. “협동조합이란 흔히 신자본주의의 대체 시스템을 말하지요. 그 협동조합을 변형해 재화가 아닌,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 함께 나누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내’ 안에도 여러 가지의 ‘내’가 있듯이 내 안의 경계를 넘어 종교 간 벽을 허물고 나와 사회가 같이 성장하기 위한 모임이란다. “이 세상의 가장 큰 분쟁 요소가 바로 경계 아닐까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경계를 넘지 않고선 나와 사회 모두 진보할 수 없다고 봅니다. ”●2012년 오강남 교수와 운명적 만남 “만나서 이웃 종교의 전통을 이해하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다”며 단체의 성격을 또박또박 설명해 내는 여인. 여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공을 들여 세상에 태어났어요. ‘소은’이란 이름도 스님이 지어 준 이름입니다.” 이름자에 얽힌 사연부터 시작한 지난 삶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일본 릿쿄대학과 도쿄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일 양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 줄곧 인권과 세계평화를 입에 달고 살았던 재원. 그 종교 유람의 편력이 복잡다단하다. 개종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순복음교회에 적을 두고 오랜 세월을 개신교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심해져만 가는 영적 갈증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성공회로 적을 옮겼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답을 찾지 못했고 방황하던 중 서점에서 불교 수행 관련 책을 보고는 번개처럼 머리를 치는 한줄기 빛을 보고 출가했다. 하지만 운문사 승가대에 몸을 담아 두 철을 나고서도 여전히 한계를 느꼈다는 성씨. “출가하면서 영적 갈등이 풀어지긴 했지만 절집의 조직과 나를 가두는 승복을 견딜 수 없었어요.” 승복이 나와 남을 가르는 또 다른 장벽이었다. 그 넘나드는 종교의 경계 속에 묻힌 소감이 애틋하다. “선방에서 수행에 들고부터 교회를 다닐 때 느끼지 못했던 성경 말씀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아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그 오랜 종교 여정을 되살려 펴낸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2012년)과 ‘경전 7첩반상’(2015년)이 종교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여정의 도중에 만난 오강남 교수와의 인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예수는 없다’라는 책으로 센세이션을 불렀던 오 교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비교종교학계의 거목 아닌가. 개인 신앙 중심의 이기적 표층의 종교를 넘어 이제는 타인과 사회를 위한 심층의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오 교수다. 일본 유학 시절 읽은 오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두고두고 가슴에 두고 살았다는 성씨가 귀국 후 오 교수를 찾아가 간곡히 부탁해 2012년 9월 함께 시작한 게 바로 ‘경계너머 아하’의 전신인 ‘유유녹명(鳴) 종교나눔터’다. ‘녹명’이라 함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실린 시의 제목이다. 사슴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으면 ‘유유’ 하고 울어 주변 사슴들을 불러 모아 같이 나눠 먹는다는 나눔과 공유의 교훈. 나만 배불리 먹으려는 욕심이 아니라 함께 나누기 위한 공유의 울음을 모임 이름으로 택한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범상치 않은 종교 여정 끝에 건져 내고 결집한 삶의 모토인 그 녹명은 성씨의 호이기도 하다. 2013년 ‘녹명 종교나눔터’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모임 명칭을 바꿨지만 초창기부터 벌여 온 종교 허물기를 통한 나눔과 공유의 실천은 변함이 없다. 바로 ‘함께 생각하기’(종교아카데미)와 ‘함께 기도하기’(명상 및 참선), ‘함께 일하기’(성지 탐방 및 자원봉사)의 사업이다. 이 가운데 오 교수가 봄가을 매년 두 차례씩 힌두교와 불교, 유교 등 각 종교의 창시 배경과 주요 경전, 핵심적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는 종교아카데미는 핵심 프로그램. 지금까지 1000여명이 아카데미를 거쳐 갔고 지금도 강좌가 시작되기 전부터 문의가 쇄도한다. 다양한 이웃 종교의 성지와 가르침을 체험하는 이웃 종교 탐방과 명상 수행, 매주 일요일 다양한 종교 신도들이 이곳에 함께 모여 각 종교 경전을 읽고 묵상하는 ‘일요 경모임’도 모임마다 10~20명씩 줄곧 찾아든다고 한다. 물론 참가자의 신앙도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다양하다. 지난해 5월 오 교수의 노자·장자 ‘종교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매주 일요일 ‘일요 경모임’에 빠지지 않는다는 박정수(38·의사)씨는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이 다양한 종교를 함께 공부하면서도 배타적이지 않고 각자 삶의 방식을 수용하는 열린 모임이어서 마음이 쏠린다”고 전했다. 2012년 ‘녹명 종교나눔터’ 창립 때부터 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일요 경모임’과 종교 탐방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는 박재숙(57·경찰청 공무원)씨도 “모임을 통해 매일 생활 속에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게 된다”며 “이 단체의 모임 참여자끼리 별도의 작은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수행+일상 도심 명상공동체 목표” 협동조합이 비영리 사회단체인 만큼 운영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현재 정규 조합원 80여명이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씩 내는 조합비와 신규 조합원 가입 때 1구좌 5만원씩 지불하는 가입비에 강좌, 탐방, 경모임, 참선 등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최소한의 참가비가 재정의 전부다. 초창기엔 장소 마련이 여의치 않아 교회며 출판사 등 각종 공간을 빌려 전전하다가 이곳에 정착한 게 2015년 5월의 일이다. 성씨가 기거하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지난날 종교를 넘나들며 숱하게 겪었던 순간의 환희는 지금 이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에 비하면 터럭 같아요.” 알고 난 뒤 무릎을 치며 내는 소리 ‘아하’는 그 성취의 증거란다. 그래서 이 단체의 모든 참가자들은 서로를 ‘아하이스트’라 부른다고 한다. “가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길.” 나누며 공유하는 지식 협동조합 운동에 빠져 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재정 어려움 등 압박감을 떨치지 못한다는 성씨. 그래도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를 고민하는 도반들에 둘러싸여 숨 쉬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웃는다. 그 웃음 끝에 비친 궁극의 꿈이 야무지다. 숭산 스님의 제자인 재가불자들이 미국 보스턴에 세운 케임브리지 선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졌던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한 건물에서 가족끼리 혹은 개인이 머물면서 수행을 지속하는 단체 공간의 건립이 목표다. “서울 도심에서 수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동의 명상공동체라면 좋겠어요. 내가 발 딛고 사는 그 자리에서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수행하는 곳이지요.” kimus@seoul.c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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