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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실업고/박홍기 논설위원

    실업고는 변했다. 산업 및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실업고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실업고를 찾았다. 당시 일부 공고나 상고의 인기는 요즘 말로 ‘짱’이었다. 중견 산업기능 인력을 양성했던 실업고는 80년대 서서히 위기를 맞는다. 산업 및 사회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1983년 정원내 20∼30%까지 허용되던 동일계 진학이 폐지된다. 특혜 시비에 휘말린 탓이다. 자녀 수도 한둘에 그치면서 대학 진학이 필수로 떠올랐다. 사회적 인식도 크게 바뀌었고, 학력간의 임금격차도 심화됐다. 결국 실업고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학력이 낮은 학생들의 배움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혁신의 몸부림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교육목표도 취업과 연계한 계속교육, 대학 진학을 내세우기에 이르렀다.1998년 부산디자인고교가 처음 등장한다. 공고·농고·상고·수산고라는 명칭 대신 특성화를 내세웠다. 자동차고, 조리고, 인터넷고, 애니메이션고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실용적인 학과들로 개편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한때 명문으로 이름을 날린 실업고들은 인문고로 전환, 사라져 갔다. 최근 실업고의 인기는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도 사뭇 다르다고 한다. 대도시의 특성화 실업고의 강세는 더 뚜렷하다. 작년에는 7년 만에 모집정원을 초과했고 올해도 경쟁률이 올라갔다. 실업고의 원래 취지가 되살아난 까닭인가? 그렇진 않다.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2004학년도 대입부터 동일계 진학때 정원외 3%를 허용함으로써 비롯된 현상이다.20년 만에 부활된 제도 덕이다.2005학년도 수능시험에 직업탐구영역이 추가된 사실도 한 몫하고 있다. 대입 내신관리가 유리한 점이 결정적 매력이다. 실업고의 바탕인 기능은 대학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기술 연마보다 학과 성적이 우선된다. 실업고 교육의 현주소이다. 현재 실업고의 대학 진학률은 67%이다. 실업고나 인문고나 별다름이 없는 진학률이다. 대학으로 통하는 또하나의 길’인 현실이 안타깝다. 분명 실업고는 기능 인력을 우대하는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도 요구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대학별 어떤 주제 잘 나오나

    논술가이드라인 발표로 정시 논술고사도 영어지문 배제 등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꼼꼼히 살피면서 공통된 주제나 제재 등을 확실히 파악하고, 예시문항이나 출제경향도 숙지해야 한다. ▲경희대 ‘문명에 대한 이해와 인류의 미래(2005)’‘환경 문제와 근본생태주의(2003)’ 등과 같이 시의성 있는 주제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식을 토대로 논지를 전개하도록 요구한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관된 인문·철학적인 가치와 개념 등을 익혀야 한다. ▲고려대 수험생 스스로 각각의 제시문을 이해해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뒤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다.‘큰 것과 작은 것의 관계(2005)’‘사실과 인식(2004)’‘앎의 문제(2003)’ 등 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을 출제. 제시문은 현대 고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강대 ‘개인의 실존과 대중의 익명성(2005)’‘인간 자유의 구현과 책임성(2004)’‘노동(2003)’‘쾌락(2002)’ 등 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수험생의 가치관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돼 왔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의 제시문을 보여주면서,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서울대 시사적인 주제를 벗어나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2005)’과 같이 학문적 분석과 지적인 고찰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제시문의 길이와 답안의 분량(2500자)이 길고 고사 시간도 180분이기 때문에 시간 안배와 분량 조절이 필요하다. 제시문에는 한자가 혼용된다. ▲성균관대 4개 정도의 제시문으로 ‘크로스오버 현상과 문화 발전의 관계(2005)’‘인간의 전체성과 진화의 관계(2004)’ 등과 같은 논제를 선택해 문항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도표, 그림, 그래프 등이 수년간 제시문으로 출제돼 자료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연세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문제들을 제재로 한다.‘세월이 흘러감과 욕망의 관계(2005)’‘웃음의 사회적 기능(2004)’‘이미지에 대한 인식 차이(2003)’ 등 제시문에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나 인물들과의 관계, 행동의 의미를 분석해 논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성경, 고전, 인문서,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시문이 특징이다. ▲이화여대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2005)’‘소문과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2003)’ 등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나 사회구조의 심층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문제를 선호한다.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했음 직한 사회의 쟁점과 관련된 문제들을 통해 통찰력·사고력을 요구하는 전통적 논술형이다. ▲중앙대 올해부터 인문계열에 한해 정시 논술고사를 부활한다. 자료를 제시해 주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춘 인문·사회과학 주제의 일반 논술 형태이다. ▲한국외대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윤리·철학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다양한 교과 영역이 혼합된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각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쟁점이 자주 출제된다. ▲한양대 자연계는 수학·과학의 교과 지식을 활용하여 타당성 있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인문계열은 수험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논술 유형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평가연구실
  • [토요일 아침에] 자연의 소리와 치료/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인류 최초의 의학의 아버지는 히포크라테스 이전에 동방 한민족의 선조이신 염제 신농씨라고 한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몸을 실험삼아 온갖 약초를 맛봄으로써 사선을 넘나들며 후세 인류를 위해 의학과 약학의 기본 틀을 세웠다. 신농씨 이후 5000년간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갈수록 질병의 올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산업화·기계화되어 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체에는 면역체계라는 것이 있는데, 이 면역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지금 인류의 스트레스 수치가 원시인과 비교하였을 때 무려 400배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면역체계에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해 자극을 받으면 우리 몸의 군·경찰 병력이라 할 수 있는 T림프구를 비롯한 백혈구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몸의 면역체계와 신경조직이 연결돼 있기 때문인데, 이때 각종 유해한 바이러스나 균으로부터 세포들이 공격을 받아 결국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치명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현대인들은 나름의 고민을 하고 사는데, 필자는 이에 관한 해법으로 소리와 음악 치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동양의 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소리의 중요성을 깨달아 음악을 발전시켜왔다. 서양의 피타고라스 또한 음정을 근거로 수학을 발전시켜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소리가 사람과 문화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깊이 인식하여 악(樂)을 정치와 교화에 적극 적용해왔다. 근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소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다양한 치유 방법을 개발해가고 있다.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와 함께 국악, 클래식, 뉴에이지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이르기까지 소리로 질병을 치유하는 예는 이제 거의 보편화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리비료라는 것도 있다 한다. 중국에서 1998년에 개발해 미국 특허를 받은 것으로, 농작물에 적합한 소리의 파장을 쏘아주면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40% 이상 수확의 증가를 거둔다는 것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음악 효과를 이용한 제빵 기술도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있는 대부분 병의원에서 소리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런 소리 치료효과 중에서 무엇보다도 강력한 치유의 효과를 지닌 소리는 바로 주문이다. 주문은 소리의 결정체인데, 그중에서도 필자는 수천년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태을주(太乙呪)라는 주문의 효력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태을주는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의 23자로 되어 있다. 여기서 각각의 음절 하나하나를 일컬어 시드 만트라(seed mantra) 즉, 소리의 씨앗이라고 한다. 여기서 훔이라는 씨앗 소리의 의미는 바로 우주의 마음자리 즉, 생명의 근원 자리를 소리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훔’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원시 우주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치는 바로 그 우주의 생명 자리와 하나 되는 소리이다. 즉 ‘훔∼치’라고 읽는 순간, 우리는 불멸의 이 우주 생명과 하나가 됨으로써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됨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태을주의 많은 기적적인 체험사례가 있지만, 태을주를 읽기 전후의 적혈구실험·물의 실험·몸의 파장 실험 등을 통해 얻은 결과는 태을주가 매우 강한 면역 증가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천연두의 치료법으로 약 처방 외에 태을주 읽기에 관한 기록이 있다. 태을주의 ‘태을천상원군’의 다른 이름인 ‘태을구고천존(太乙救苦天尊)’이란 주문을 100독 읽을 것을 권하는 내용이다. 근래 조류독감이니 사스니 하는 신종 전염병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질병과 그로 인한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적인 것은 모름지기 모든 병에는 약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기만큼이나 밀접하게 우리는 소리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소리의 순수 정수(精髓)인 주문, 그중에서도 태을주가 우리의 생명을 활성화시키는 신비로운 힘이 있음을 깨우친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 盧대통령 “한글, 창제당시엔 존경받지 못했다”

    盧대통령 “한글, 창제당시엔 존경받지 못했다”

    내년 초 ‘내 진로’를 밝히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갖가지 관측과 분석이 난무하면서 정치권은 31일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새판짜기 같은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카드로 ▲열린우리당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권력구조개편 및 국민투표 제의 ▲자신의 임기단축 등을 점쳤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 파문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임기를 걸고 하는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내 진로’라는 세 글자만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탈당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고, 실제 탈당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최근 세종대왕에 대한 저서인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읽고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지만 이후 한글이 존경받지는 못했다. 한글이 존경받고 널리 사용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훌륭한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데 벽돌 하나라도 쌓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국민연금 등의 현안은 당을 떠나 해결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전날 언급과 맥이 닿아 있다. 노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표를 떠나 한국의 내일을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 담론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신장현 새 소설집 ‘강남 개그’

    ‘강남’은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동시에 자본주의의 모든 폐해를 고스란히 껴안은 욕망의 분출구다. 신장현의 신작 소설집 ‘강남 개그’(실천문학사)는 이른바 강남으로 통칭되는 우리 시대 천박한 사회구조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일종의 ‘해부학 강의’같은 소설이다. 표제작 ‘강남 개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안에서 육신과 영혼이 소리없이 죽어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남을 웃기면서 정작 자신은 웃음을 잃은 개그 스타, 땅값 내려간다며 화장장 건립반대에 앞장서는 그의 아내, 인공 미소인 보조개 성형수술로 떼돈을 버는 성형외과 의사 등의 이야기가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강남은 목하 부글부글 끓고 있다. 보통의 아파트 한 채 값이 몇억대에서 몇십억을 호가하는 건 물론 재건축 바람이니 강남학군이란 것에 더해 입시 도사들이 판치는 신종 학원군락까지 들어서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 가진 이들의 눈이 뒤집히게 하는 시속도 그렇고, 흥부집 이부자락처럼 깡총하고 빈한해진 다른 지역 물정까지 빼앗아 오는 듯한 기세에, 가릴 줄 모르고 넙죽넙죽 먹어대는 그 식욕이며 도무지 쌀 줄 모르고 뭉개고 있는 모양도 그렇다. 서울에서 강남은 창자 쪽이 불려진 모양이다.’(‘강남 개그’중)어쩌면 강남에서 살아 숨쉬는 유일한 생물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가출한 여주인공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 성매매 현장의 미끼로 나갔다가 ‘한탕’을 꿈꾸는 헤드헌터 사이에서 벌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헤드헌터’, 세상 밖으로 난 무지개다리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창녀가 화자로 등장하는 ‘바다로 난 다리’ 등 희망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도시 주변인들의 이야기 8편이 실렸다. 1997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는 작품집 ‘세상밖으로 난 다리’(2001), 장편소설 ‘샤브레’(2002)를 펴낸 바 있다.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언대] 윈스턴 처칠과 당나귀/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의 반은 당나귀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 의회에서 연설하는 도중에 한 말이다.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아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의원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당연히 사과하라고 난리를 쳤고 처칠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처칠은 어떻게 사과했을까.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안의 중요성을 스스로 부인하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공감을 끌어낼 사과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을까. 처칠이 한 사과는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의 반은 당나귀가 아니다.”였다. 물론 이 말장난 같은 사과는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법안의 중요성에 대해 의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처칠의 생각과 의지를 그대로 살린 사과였다. 애초부터 ‘어리석음’을 욕하기보다는 법안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당나귀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핵심을 비켜갈 필요는 없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리는 의사소통은 상호작용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포함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사실·생각·의견 또는 감정의 교환을 통하여 공통적 이해를 형성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태도 또는 행동에 발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상호소통 행위이다. 의사전달자는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의미를 상대방이 이해하여 마음에 재생하도록 관련 의미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이를 위하여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한다. 언어적인 방법이든 비언어적인 방법이든 전달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만 의미를 전달받는 수신자들이 전달자의 메시지를 이해했을 때라야 비로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만약 처칠이 의원들의 요구대로 당나귀라는 표현 자체에 몰입하여 곧이곧대로 사과하였다면 처칠이 전달하고자 했던 특정한 메시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을 것이다. 사과를 얻어내 득의양양한 의원들을 상대로 그 법안의 중요성을 다시 설득하여 입법화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그 법안의 통과여부가 어찌되었든 처칠은 의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자신의 메시지와 법안의 중요성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의원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반면 의원들은 오로지 바로 자신을 지칭한 것일 수 있는 ‘당나귀’라는 표현에 격분하여 옆길로 새버린 꼴이 되었다. 전달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고려하는 것 대신에 전달자가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즉각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양자간의 의사소통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셈이다. 어쨌든 누가 먼저 소통의 연결고리를 끊은 것이고 어느 쪽이 더 잘못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의사소통에는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 따르고 많은 의미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자유로운 의사전달의 통로, 적절한 방법들, 신뢰성 등 의사소통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사회는 의사소통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사회구조들도 상호작용 없이는 창조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동일한 언어에 대해 각기 달리 해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신뢰에 기초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공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이경형 칼럼] 한국판 앙시앵레짐 청산을

    [이경형 칼럼] 한국판 앙시앵레짐 청산을

    안기부(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은 한국판 권력체제의 잘못된 앙시앵레짐(구체제:프랑스혁명 이전의 전제군주체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력과 재벌과 언론, 검찰의 얽히고설킨 권력 결탁의 치부를 드러내는가 싶더니, 이제는 민주화 깃발 뒤에 숨은 문민 권력의 기만적인 이중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반군사독재 투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권에 이어 인권을 국시처럼 외치던 김대중 정권도 4년 동안 불법 도청을 해온 것이다. 더욱이 전 국민이 사용하다시피 하는 휴대전화는 도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정부가 신문 광고까지 냈지만, 사실은 국민을 속인 것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사회는 1960,70년대의 경제개발연대를 거쳐,1980,90년대 후기 산업사회로 발전하여 다시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는 등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구조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권력체제는 문민화 이후 군부 권력이 탈락한 것을 빼면 큰 변화없이, 정치권력과 금권의 유착이나, 이를 에워싼 국가 공권력, 정보기관의 불투명한 협력 체제로 작동해왔다. 또 과거 권력 체제의 잘못된 운용은 권력간의 유착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일상 국정 운영의 소프트웨어 속에서도 수없이 나타났다. 선거 때는 인권을 존중하고 투명한 정치를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정권만 잡으면 그 다음날부터 권력의 속성에 함몰되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불법 도청은 구조적 잘못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잘못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본다. 이번 불법 도청 사건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과거 권력체제의 잘못된 유산을 청산할 수도,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부당하게 지배해온 낡은 권력체제의 구조와 권력행사 양식을 폐기하고, 지식정보사회 진입에 걸맞게 투명하고 개방된, 정부와 시민이 서로 소통하는 국가운영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김대중·김영삼 정권의 유산을 각각 물려받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및 특별법 제정이니 특검이니 하면서 서로 샅바 싸움을 하고 있지만, 실은 서로 불법 도청의 흙탕물을 뒤집어쓸까봐 안달하고 있다. 정치권은 조사나 수사의 방법론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고 좀더 본질적인 차원에서 과거 정권의 앙시앵레짐을 해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과거 정권의 최고 책임자가 불법 도청 등에 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둘째, 과거 권력의 비리나 범죄행위가 불법 녹음된 파일에 의해 단서가 포착되었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수사로 증거가 확보되면 그 실상을 규명·공개해야 하며, 실정법 범위 내에서 단죄해야 한다. 셋째, 불법 도청의 해당 기관장 등 책임이 있는 인사는 재임시 잘못된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넷째,X파일 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홍석현 주미대사를 신속히 경질해야 한다. 더이상 북핵 6자 회담의 마무리와 경질 시기를 연동시키거나, 형평성을 이유로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불법 도청 문제는 도청대로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고, 파일 내용은 그것대로 조사하여 과거 권력체제의 잘못된 유산을 총정리하는 것이 옳다. 현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도청이 있었는지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또 최근 국제 테러 감시의 수요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합법적인 감청 건수가 3년새 4배나 증가하는 것은 국민을 과잉 감시하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현 헌법 태생적 문제… 개헌 공론화 해야”

    “현 헌법 태생적 문제… 개헌 공론화 해야”

    ‘민주화’ 이후 정권 중·후반기마다 ‘개헌론’이 거론돼 왔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연정론’도 그렇다. 흥미있는 점은 권력의 절반이라도 내놓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에 대한 반응이다.‘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과 내각제 개헌을 옹호하던 편에선 반색할 만도 한데 외려 헌법을 무시하지 말라며 화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적합한 권력구조가 무엇이냐.”는 문제를 정략적으로만 생각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예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심포지엄 소식이 반갑다.‘창작과 비평’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함께 주최하는 “87년체제의 극복을 위하여-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심포지엄.15일 오전10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87년체제’란 6월항쟁으로 이뤄진 기초적인 수준의 제도적 민주주의 체제를 일컫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참가자들 가운데 ‘한국헌법과 민주주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헌플랜을 제시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박명림 교수가 눈길을 끈다. 미리 배포된 자료에서 박 교수는 우리의 경우 모든 정치적 갈등이 곧장 헌법적 갈등으로 치달아왔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탄핵심판이나 수도이전 위헌심판 등은 그 증거들이다. 이런 사례들은 “대통령들의 무능과 정략”이기보다는 “헌법체계가 지닌 문제점”에 기인한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왜 헌법이 문제인가. 태생적이다.“6월 항쟁 당시 결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65명 가운데 정치인은 단 8명에 불과했지만 6·29선언 뒤 개헌안 타결 때까지 정치인의 ‘8인 정치회담’이 한달여간 작동했다.”이는 건국헌법을 만들 때 수십개의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의견을 제시,3년 동안 논의한 데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헌법문제로만 축소됐고 그 헌법마저도 정치인들의 타협거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그렇기에 87년체제는 반드시 해체돼야 하고 또 지금이 개헌 적기라는 의견을 냈다. 불만족스럽더라도 지금껏 쌓아온 민주주의 역량으로 볼 때 쿠데타 등에 의한 불법적 정권장악 우려가 없고, 다음 대선 시기가 총선과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국회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견까지 다양하게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헌법개정 때 참고할 몇가지 제안도 내놨다.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하되 대선과 지역대표 국회의원 선거시기를 일치시키고, 그 대신 정당명부제에 의해 선출하는 비례대표 수를 지역대표의 50% 수준으로 대폭 늘린 뒤 이들에 대한 선거를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한다. 박 교수는 그러나 내각제는 반대했다. 이념의 스펙트럼이 좁고 사회적 기반도 없는 데다 시민사회와 연계조차 부족한 정당들로 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의 파탄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재벌과 언론의 경우 정치인 그룹을 거느리면서 견제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올해부터 헌법논쟁을 시작, 주요 헌법쟁점을 뽑아내고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민간 전문가 중심의 민주헌법연구회를 설치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국회 시민사회대표 등을 중심으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최대한 단일안을 마련한 뒤 ▲2007년 여·야합의와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테크니칼·버진, 일금부부, 에세이 인격

    대학가의 이 알쏭달쏭한 풍속도를 아십니까? <테크니컬·버진> “마지막 교두보는 지키자” 한국적「즐기는」신안특허(新案特許) 요즘 여대생 사회에서는 TV란 은어가 은밀하게 번져가고 있다. 이 경우 TV란「텔레비전」의 TV가 아니라「테크니칼·버진」(Technical Virgin)의 TV. 직역하면「기술적인 처녀」정도의 뜻이 되겠다. 「기술적인 처녀」라면 뭘까. 여대「캠퍼스」에서는 이「테크니칼·버진」의 포괄적인 의미가 아직은「포퓰러」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여대생 사회에 있어서의 성개방은 이제 신화 속의 얘기만은 아닌「현실」로 부각되어 가고 있다. 새 가치관으로서의 성윤리의 몰락은「쾌락의 추구」와 직결된다.「테크니칼·버진」은 이 쾌락의 추구로서의「섹스」관. 적당한 수단과 방법으로「섹스」를 즐기되「버지니티」만은 고수한다는, 말하자면「코리어나이즈」된 성개방의 물결이다. 「퍼미시브」한 현대 사회구조에서 성에 대한「타부」의 동요 현상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 단지 바다 건너의 새「섹스」관이 여성의 처녀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 반해「테크니칼·버진」은 최후의 교두보로서「버지니티」를 사수(?)한다는데 보다 한국적인 일면이 있다. S여대 학생회장인 김국경(金菊卿)양은『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여대생은 거의 전부가 가짜』라고 흥분한다. 학업에 몰두해야 하고 부덕(婦德)을 쌓아야 하는 여대생 사회에서 성의 개방이니 쾌락의 추구니 하는 어마어마한 죄악(?)은 있을 수도 있지도 않다는 것. 그러나 김양의 도덕적인 발언과는 달리 요즘 여대생 사회에서는 무언가 형체가 분명치 않은 새로운「섹스」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호텔」을 출입한다, 학자금이나 용돈의 마련을 위해 술집의「호스테스」가 된다, 가정부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저명한 사학가「막스·러너」는 언젠가 현대를 고대「바빌론」에 비유해 개탄한 적이 있다.「바빌론」의「처녀성(處女城)」에도「테크니칼·버진」이란 게 있었을까. <일금일부(一金夫婦)> 중년, 여대생을「양육(養育)」한다 학자(學資)·용돈은「출장남편」이 「F·사강」의『어떤 미소』가 몇 년 전 상영된 적이 있다. 돈 있는 중년 신사와 여대생이 엮는「어떤 정사」가 줄거리. 그리고 분명 여기에서 영향받은 듯한 한 가지 중대한 현상이 명동 거리와 이름있는 어느「레스토랑」, 극장가에서 나타났다. 싱싱한 여대생과 말끔한 중년신사의「데이트」현장이 눈에 띌 만큼 자주 목격된 것이다. 요즘엔「일금부부」란 게 생겼다. 돈 있는 중년이나 사장족(族)이 일정액의 현금투자를 하곤 여대생을 양육한다. 방을 얻어주고 매달 생활비와 학자금을 대준다. 그리곤 1주일 에 한두 번씩 현지출장을 나가 어떤 형태의「부부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경우「부(婦)」쪽은 대부분 서울에 집이 없는 지방출신 아가씨. 일금 ○○○○○원정의 현금투자자로 맺어지는 이「일금부부」는 서울에만도 상당수가 있다는 얘기다. S대 J교수에 의하면 우리 여대생들에겐『시집가기 전에 멋있게 놀아보자』는 강렬한 욕구가 있다. 그「엔조이」의식에 여대생 특유의「매머니즘」과 물질적 허영심이 교차될 때「일금부부」같은 편리한 변칙(?)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추론. 굳이 여대생의 경우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의「출분」은 그 99%가 경제문제에 귀착되고 있다. 작년 E대의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대생의「고민 제1위」는 경제 문제. 다음이 이성 및 성 문제, 가정 문제, 신체 문제, 사회가치 문제의 순서로 되어 있다. 힘 안들이고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일금부부」는 지극히 제한된 계층의 생활풍습(?)이긴 하지만 따라서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것. 미국에서는 미혼인 남녀 대학생이 공공연히 동거생활을 하고 있음이 밝혀져 얼마 전「뉴요크·타임즈」지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자유의 천국 미국에서는『처녀들이 교의(校醫)에게 피임약 처방을 요구할 자유』까지 보장되어 있다지만 우리 여대생들은 아내있는 남자와「일금」의 관계를 맺는다. 그것도 경제적 사유 때문에. 좀 슬픈 생각이 든다. <에세이 인격> 원전(原典) 외면하는 독서경향 척척 인용구로「유식」행세 『저 친구 얘기 한번 해보니까「에세이 인격」이더군』하는 소리가「캠퍼스」안에서 자주 들린다.「에세이 인격」이란 한 마디로 요새 번창 일로에 있는 유사(類似)「에세이」류만을 탐독, 교양이나 지식, 사고의 한계가 그 안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 그러니까 요즘 유행하는 안모, 이모, 김모, 전모 등의「에세이」류나 읽고 대학생인 체하려는 사이비 대학생들을 꼬집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세이」류의 특징을 들자면 ①다분히「페단틱」하다는 것 ②주로 여대생들을 상대로 쓰여진다는 것 ③상식적「테마」보단 추상적「테마」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에세이」류를 읽음으로써 대학생들은 원전을 읽지 않고서도 언제나 풍부한 인용구를 소유할 수 있으며「유식한」냄새를 타인에게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을 보지 못한 인용어구는 하나의 사상누각(沙上樓閣) - 결코「유식」할 수 없다.「깊이」는 가고「재기」만 남은 셈이랄까? 「에세이」류가 결코 상아탑의「텍스트」일 수는 없다는 논리의 동일 연장선 위에 요즈음 대학생들의 학점 중시경향을 놓을 수 있겠다. 5·16 전만 해도 출석은「사인」으로, 학점은 졸업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던 것이 이제 꼬박꼬박 교수가 출석을 부르고 평균 B를 위해 고등학교 시절 학원에 나가던 기개로「노트」를 외어야 한다.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애인까지「카드」정리에 동원해야 했던 어제에 비하면 취직시험을 위해 애인의 아버지를 동원하는 오늘의 대학생이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하기도 하다. 시험을「보이코트」했을 때 시험을 친 학생에겐 무조건 C를, 시험을「보이코트」한 학생들에겐 모두 B학점을 주던 교수도, 학생도 이젠 없다.『전체의 의사를 배반했기 때문에 C학점을 준』그런 일은 신화가 되어버렸을 뿐이다. 학점만이 학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잡다한「에세이」류가 인생의 폭을 넓혀주는 건 결코 아니다. 대학의 젊음을 보다 건강히 연소시킬 수 있는, 학점도「에세이」도 아닌 곳에 오히려「로마」로 가는 길은 뚫려 있지 않을까?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 청동기시대 저수지 발굴

    청동기시대 저수지 발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시대의 저수지 유구가 경북 안동시 저전리 유적에서 확인됐다. 경북 영주 동양대박물관(관장 이한상)은 지난 3월부터 국도 5호선 확장공사 구간인 경북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26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청동기시대 인공연못(저수지)을 포함한 저습지 유적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저수지는 하천 등 자연수로(水路)가 있는 계곡에 평면 장방형으로 파서 만든 인공연못으로, 전체 길이가 약 50m, 최대 너비가 15m에 이르는 규모로 확인됐다. 기반토를 45∼50도 기울기로 파냈으며 지금까지 드러난 지표 기준 최대 깊이는 2m를 넘는다. 바닥은 굴곡이 있으나 대체로 편평하며 바닥면에서는 자연수로의 흔적이 드러났다. 발굴팀은 또 이곳에서 청동기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공열문(구멍 뚫린 토기) 토기편과 석기편 등을 여러 점 수습했다고 덧붙였다. 발굴팀은 바닥면에서 확인된 토기와 석기편 등으로 미뤄 이 저수지가 최소한 2600년 전 이상의 시대에 축조된 것이 확실하며, 이르면 청동기시대 전기인 기원전 8∼7세기까지 축조 연대를 소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상 관장은 “문헌기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반도에는 서기 3∼4세기 무렵에 벽골제와 의림지 등을 축조한 기록이 있을 뿐 그 이전에 저수지가 존재했다는 기록이나 유구는 없었다.”며 “이 저수지는 후대 저수지의 시원형으로 청동기시대 농경문화의 발전과정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구조를 밝힐 수 있는 근거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印尼 ‘빈자의 어머니’ 하피즈 여사 특집

    印尼 ‘빈자의 어머니’ 하피즈 여사 특집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빈민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RTV 시민방송(이사장 백낙청)은 17일 오후 11시 와르다 하피즈(51) 여사의 제6회 광주인권상 수상을 기념해 특집 다큐멘터리 ‘인도네시아 도시 빈민의 벗,UPC’를 내보낸다.RTV는 스카이라이프 채널 154번과 케이블을 통해 전파를 탄다. 인도네시아 빈민은 약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수도 자카르타에도 300만명 가량의 빈민이 있다. 하피즈 여사는 이들에게 ‘빈자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하지만 자신이 받은 물질적 축복을 사회와 나누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젠더와 빈곤 문제 등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7년 조직된 UPC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는다. 빈민들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이끈다. 조직화를 통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과 건강,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을 통해 빈민들은 빈곤을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다. 하피즈 여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의 활동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적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빈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지에서 UPC를 취재한 이승준 프로듀서는 “하피즈 여사의 활동 방식은 철저하게 ‘빈민의, 빈민에 의한, 빈민을 위한’이다.”면서 “그저 구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실천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올해 광주인권상 시상식은 18일 오후 5시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개최된다. 가수 이상은 등이 축하 공연을 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8) 18세기 유랑지식인들 정감록을 퍼뜨리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8) 18세기 유랑지식인들 정감록을 퍼뜨리다

    ‘정감록’이 역사의 표면으로 떠오른 것은 1730년대였다. 그것도 차별의 땅 서북지방에서였다. 정감록은 조선왕조의 멸망을 예고해 조야(朝野)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인데, 금지령 속에서도 재빨리 전국 각지로 번져 나갔다. 누가, 왜 정감록을 퍼뜨렸는가?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이번 호에선 18세기 황해도 출신 술사(術士)인 박서집을 만나 이 문제를 집중 검토하려고 한다.1731년 해주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어린 시절 한글본 정감록을 읽었다. 나중엔 예언에 빠져 정든 고향을 등진 채 홀로 충청도 진천으로 이주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1782년 정감록 사건에 연루돼 처벌된 사람이다. 박서집과의 대화는 물론 가상 대담이다. 하지만 그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만은 아니다. 필자가 여러 종류의 역사자료를 읽으며 재구성한 것이다. ●술사 박서집 정감록을 발견하다 백:서북지방에서 출현한 정감록이 남부지방에 전파된 것은 대강 언제쯤이었을까요? 박:그건 좀 생각을 해봐야 알겠어요. 하지만 내 경우엔 이랬어요. 난 사실 어렸을 때 집에서 정감록을 읽었어요. 우리 집은 양반은 아니라도 선친께서 까막눈은 아니었지요. 그렇다고 한문에 능통하셨단 얘긴 아니고 그저 ‘명심보감’과 ‘소학’ 정도는 동네 서당에서 배우셨지요. 이유야 자세히 모르겠지만 하여간 우리 집엔 정감록이 있었어요. 백:술사님이 태어난 해가 1731년(영조 7년)이었다지요. 그렇다면 아홉 살 되던 1739년(영조 15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정감록이 문제가 됐습니다. 술사님은 그때 벌써 정감록을 읽으셨나요? 박:아니지요. 열두 살 때 읽었어요. 지금도 그때 기억이 아주 선명해요. 내가 여덟 살 때부터 서당을 다녔으니까 글은 제때 배운 셈이지요. 읍내 서당에서 ‘사서’(四書)도 좀 읽고 해서 문리는 제법 나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도 한문 책 읽기는 늘 까다롭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그해 한여름에 설사가 심해 집에서 쉬다 심심해서 벽장을 뒤졌어요. 벽장 깊이 감춰둔 정감록을 발견했어요. 한글로 된 필사본이라 단숨에 읽어 버렸어요. 너무 재밌어 그 뒤에도 가끔씩 꺼내 읽었어요. 백:첫눈에 정감록에 반하신 것 같습니다. 무엇이 술사님을 그렇게 매료시켰나요? 박:아까부터 자꾸만 ‘술사, 술사’ 하고 부르는데 듣기에 별로 안 좋아요. 그건 나를 좀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에요. 기왕이면 도사(道士)라든가 거사(居士) 같은 칭호로 부르는 게 좋겠어요. 이래 봬도 내가 실은 못하는 것이 없어요. 아픈 사람에게 약을 처방해 주지, 땅도 좀 볼 줄 알아서 지관(地官)이라고 대접하는 이들도 많았고 점도 칠 줄 알거든요. 백:죄송합니다. 그럼 거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새 사람들은 거사님이 살던 18세기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서당에 다닌 사람들은 유교 경전만 읽는 줄로 알고 있어요. 박:틀린 생각이지요. 서당에선 천문이나 풍수에 관한 책을 전혀 가르치지 않지요. 그러나 서당에서 배운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다들 그런 책들을 읽게 되는 거죠. 훈장님들도 실은 의술이나 풍수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 마을 사람들의 자문에 자주 응하곤 했어요. 나도 한때는 훈장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이지만 말예요. 백:몰라 뵈었습니다. 훈장님! 그러면 훈장님은 주리론(主理論)이니 주기설(主氣說)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성리철학을 훤히 다 아시겠군요. 대단하십니다. 박:솔직히 말해 난 그런 건 잘 몰라요. 관심도 별로 없고, 실상 배운 적도 없어요. 내 특기라면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잡학이었어요. 대개 시골훈장들이 다들 그랬어요. 백:아마도 평민 출신 훈장님이라서 더욱 잡학에 강했다는 말씀인가 보군요. 그런데 훈장님은 52세 되던 1782년(정조 6년) 정감록 사건 때 충청도 진천에서 체포되셨잖아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서북의 술사들 남쪽으로 향하다 박:그때 그 이야길 여기서 꼭 해야 되나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군요. 당시 난 관가에 불려가서 아주 경을 쳤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내 본업이야 잡술(雜術)을 파는 사람이었지 어디 점잖은 훈장이라 할 수 있나요. 날 훈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거사라고 불러 주시오. 백:그래요, 거사님. 그런데 거사님은 왜 정든 고향을 떠나셨지요? 박:솔직히 말해 나와 같이 먹물 든 사람이 무슨 낙으로 농사를 짓겠어요? 속이 답답해 절대 안 되지요. 그렇다고 내 처지에 과거에 급제해 무슨 벼슬이라도 하겠어요? 그 역시 아니었어요. 차별 받는 서북지방 그것도 평민 출신인 나로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답답한 이야기지만 나 같은 사람은 도무지 마땅히 마음을 쏟을 만한 일이 거의 없었어요. 나이 스물을 넘기자 난 점점 노골적으로 사회질서에 불만을 품게 됐어요.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게 서글펐지만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고 봐요. 차별이 심한 세상에서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백:거사님의 말씀이 이해가 돼요.20세기의 일입니다만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킹 목사는 백인들의 가혹한 차별정책에 맞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라며 소수자의 꿈과 희망을 부르짖었어요.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인들’이나 1970년대 유신정권 아래서 철저히 소외됐던 특정 지역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똑같은 맥락에서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해온 여성들의 고통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누구든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막다른 길목에 서면 절망하기 십상이겠지요. 박:고통스러운 내 삶에 희망을 안겨 준 것이 정감록이었지요.‘양반 놈들의 조선’이 끝나야 뭐가 돼도 제대로 될 거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처음에 난 황해도 평안도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마흔 살 무렵엔 아예 남쪽지방으로 이주했어요. 정감록이 약속한 구원의 땅은 남쪽에 주로 많았거든요. 난 계룡산 언저리를 배회하기도 했고, 삼남지방의 십승지며 수많은 길지를 찾아 일일이 답사했지요. 그렇게 여러 해를 지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더군요. 백:거사님이 남하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군요. 거사님이 남쪽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도 혹시 서북 출신의 술사들이었나요? 박:그러니까 1770년대였어요. 정감록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지요. 바로 내가 관련된 1782년 12월의 정감록 사건만 해도 실은 그 증표가 아닐까 해요. 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서북 출신의 술사들이었어요. 예컨대 반역죄로 죽은 문인방 선생님만 해도 평안도 양덕 출신이었지요. 함께 죽은 문 선생님의 제자 백천식도 참 불쌍해요. 문 선생님은 천문과 점술의 대가였어요. 우린 모두 선생님의 말씀대로 정감록이 예언한 새날이 곧 밝아올 줄로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시기상조였던가 봐요. 백:1782년 내란음모 사건의 주모자 문인방을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대접하는 걸로 보아 거사님도 그 부하가 분명하군요? 박:문 선생님은 당시 충청도 진천의 산골에 머물렀어요. 진천은 마침 계룡산에서 별로 멀지 않은 데다가 그곳이 십승지로도 손꼽히는 길지랍니다. 특히 목천이 아주 좋아요. 뿐더러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해서 진천이야말로 살기에 가장 좋단 말도 있잖아요. 게다가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이 잉태된 곳이라지요. 그 서기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라 문 선생님과 제자들은 진천 땅에 머물렀던 거지요. 백:정리하면 문인방과 거사님은 서북 출신으로 정감록을 충청도에 퍼뜨린 전도사였다는 말씀이 되는군요. 박:우리 말고도 여러 명이 있었어요. 황해도 평산 사람으로 지관을 업으로 삼았던 권택인이란 친구가 마침 기억나는군요. 그 친구는 신형하란 젊은이와 친했는데 정감록을 가르쳐 준 일이 있었대요. 한데 이 신형하란 친구가 1780년대 초반엔 이미 전라도로 내려와서 활동 중이었지요. 나나 문 선생님과 함께 연결이 돼 있었지요. 어쨌거나 우리가 삼남지방에 처음 내려갔을 적만 해도 거기 사람들은 정감록이란 이름만 들었지 내용은 다들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움직이는 곳마다 정감록이 차츰 퍼져나갔어요. 우린 길지도 살필 겸 직업이 풍수와 점술이라 각지를 떠돌며 돈도 벌 겸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꼬리가 길면 밟힌단 말이 있잖아요. 전국의 길지를 배회하며 정감록을 선전하는 우리에게 혐의를 둔 사람들이 있었어요. 우린 마침내 관가에 고발을 당했지요. 문 선생님이나 나나 굴비 두름처럼 한데 묶여 역모죄로 엄한 처벌을 받았어요. 우리에겐 세상을 바꿀 뜻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역량이 부족해 무엇 하나 변변히 준비한 것은 없었어요. 한데도 반역자란 누명을 쓴 채 관헌에 붙들려가 죽게 됐으니 참 기막힌 노릇이었지요. 백:참 딱한 말씀이네요. 어쨌거나 거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지네요. 요컨대 거사님을 비롯한 서북 출신 술사들이 정감록을 전국 각지에 유행시킨 주인공이었단 점은 틀림없군요. ●유랑 지식인들의 사회적 생리와 정감록 박: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은 유랑 지식인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 같아요. 경제적인 기반이 없이 ‘글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거나 ‘혀를 놀려서 먹고 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라 늘 떠돌아 다녔어요. 이런 사람들이 미약하나마 하나의 사회세력을 이룬 것은 역시 18세기가 아니었을까 해요. 우리들 가운데 일부는 이른바 몰락한 양반이었지요. 그러나 대다수는 서얼이나 평민이었다고 봐요. 문인방 선생님이나 나는 틀림없는 평민이지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난한 하급지식인으로서 연명할 수 있게 된 것은 서당과 같은, 이를테면 사설 교육기관이 전국 어디나 많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훈장 목숨은 파리 목숨 같았어요. 요새 말로 고용이 불안정해 늘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고요. 백: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丁若鏞·1762∼1836)도 18∼19세기 한국사회에 서당이 많이 늘어난 것을 냉소적으로 기술한 적이 있더군요.“군현에는 각 면마다 수십 개 마을이 있고, 대략 네댓 마을에 반드시 서당 한 개 씩은 있다. 서당마다 한 훈장이 앉아 있는데 글을 잘못 가르치는 시골의 무식한 훈장인 주제에 아이들을 수십명이나 거느린다.”라고 했어요. 박:정약용의 말이 좀 지나친 감은 있어요. 그래도 전국 어디서나 초보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당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말은 분명히 맞아요. 이런 상황이 지속돼 평민이나 서얼 출신의 중하급 지식인이 대량으로 배출됐던 거지요.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단 이야긴데 우리들은 애초부터 과거에 붙기도 어려웠고, 요행으로 시험에 붙었댔자 벼슬길에 나갈 가능성도 거의 없었죠. 신분과 지역이란 이중의 벽을 좀체 넘어설 수가 없었다는 말이지요. 사정이 그렇고 보니 먹고 살길이 막연해 유랑의 길로 나서는 경우가 아주 많았지요. 이를테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지식인들이라서 현실 비판적이었고 자연히 정감록을 애호하는 핵심적인 부류가 됐어요. 백:그렇군요. 남부지방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정감록을 퍼뜨린 문인방이나 거사님이야말로 18세기에 등장한 유랑 지식인의 전형이었군요. 자력으로는 당면한 정치 및 사회적 불만은 물론이고 생활고조차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거사님과 같은 분들은 정치적 예언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거죠. ●정감록 사건에 대한 집권층의 대응조치 박:정감록을 빌미로 역모를 꾀한다는 고발이 있기만 하면 조정은 잔뜩 긴장했던 것 같아요. 정감록을 모두 압수해 불태워 버리자든가 정감록의 출처를 끝까지 조사하자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백:그러나 미봉책을 편 것도 사실이었어요.1739년 정감록이 처음 나왔을 때도 국왕 영조는 함경도 경성에 살던 유학자 이재형 부자를 한직에 등용해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어요. 조선왕조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이 높았는데도 초야에 묻혀 있던 한두 명의 선비를 발탁한다고 상황이 해결될 수 있었을까요? 박:아마 국왕은 민간에 퍼져 있던 정감록을 모두 거둬들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정감록을 유포한 장본인을 체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공연히 소란을 피웠댔자 민심만 자극될 테니 어떻게 하겠어요? 차라리 미봉책을 펴는 게 상책이란 판단을 한 걸 테죠. 백:그 말씀이 그럴 듯하군요. 거사님이 처벌 받은 지 한 해 뒤 해주에서 또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어요. 거사님의 고향 해주에서 말이죠. 그런데 국왕 정조의 처분은 매우 관대했어요.“‘정감록’이 안필복의 집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집사람들이 저술한 것은 아니다. 큰 죄는 아니다.”라면서 관련자들을 모두 풀어주라고 했어요. 예언서라는 게 허무맹랑한 내용뿐이므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말했지요. 박:그러나 국왕 정조는 정감록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이상한 일이 황해도에서 발생할까 염려한다.”고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죠. 국왕은 정감록을 이용해 왕조에 대한 반역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실제로도 ‘정감록’을 빙자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지 않아요. 백:해주 사건이 터진 지 2년 지나서였죠.1785년 서울을 비롯해 각지의 인사들이 두루 가담한 이른바 이율과 양형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래서겠지만 같은 해에 전라도 구례 화엄사의 윤장(允藏) 스님은 절간에 ‘정감록’을 숨겨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적발돼 흑산도로 유배됐어요. 그렇게 본다면 1783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석방된 안필복의 경우는 오히려 예외로 생각되기도 하는군요. 박:1785년 이후에도 ‘정감록’ 사건은 계속 발생했어요. 신분차별과 지역차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봐요. 백:조선의 통치자들은 유교적인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킴으로써 정감록의 유행을 차단하려 했지만 그렇게 간단하진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늦어도 1780년대엔 ‘정감록’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게 틀림없어요. 정감록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평민 출신의 유랑 지식인들 특히 서북 출신 술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거사님은 바로 그 주역이지요. 박:내가 죽은 지 200년도 더 지났지만 이렇게 회포를 풀 수 있어서 퍽 다행이었어요. 이젠 정말 편히 잠들겠어요. 나라의 평안을 축수합니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씨줄날줄] 나이키의 굴복/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의 ‘기업책임보고서’ 발표는 풀뿌리 NGO들이 거대 다국적기업을 굴복시킨 또하나의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글로벌 익스체인지 등 NGO들은 나이키가 여성과 어린이 등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비판하며 하청공장 실태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 나이키는 마침내 569개 해외 하청공장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시간외 노동강요, 신체적·언어적 학대, 어린이 노동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NGO들은 보고서를 토대로 개선을 촉구하며, 전세계 생산 현장에 감시의 눈길을 바짝 갖다 댈 것이다. 나이키 역시 응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모두가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개선하여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자는 ‘공정무역(Make Fair Trade)’운동의 결과이다. 공정무역운동의 뿌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시민단체 옥스팜 등은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수공예품을 사들이고 교육과 지역사회 발전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제3세계 빈곤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선진국과의 불공정한 거래다. 예를 들면 제3세계는 커피, 차, 바나나, 코코아 등의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 공급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쥐꼬리만 한 임금이나 헐값의 판매대금 뿐이다. 고가의 제품판매 이익은 다국적 기업들이 챙긴다. 이른바 ‘자유무역’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개선되지 않고는 제3세계 생산자는 만성적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여기서 나온다. 공정무역운동은 자연스럽게 생산자에게 제값을 주고 다국적 기업들에 책임을 일깨우는 ‘대안무역(Alternative Trade)’운동으로 발전한다. NGO들은 ‘대안무역’ 인증서를 붙여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시도하기도 하고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효과는 마침내 나타나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의류업체 갭이 고개를 숙였고 이번엔 나이키가 반응을 보였다. 충분치는 않지만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이다. 이젠 ‘윤리경영’이란 말이 기업에 당연한 명제가 되지 않았는가. 계란은 안돼도 풀뿌리는 바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특별기고]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하여/곽결호 환경부장관

    ‘두 마리 토끼를 쫓다.’는 말은 자칫 잘못하다간 둘 다 놓칠 수 있지만, 지혜를 발휘하면 두 가지 이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각국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성장, 사회적 지속성, 환경보전이라는 놓칠 수 없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해야만 지구촌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경제성장이라는 한 마리 토끼만을 쫓아왔다고 본다.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의한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경제적으로는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게 환경오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했지만 도시지역, 공단지역의 공기와 주요하천의 수질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으로 지불한 사회적 피해규모를 경제가치로 환산해 보니 연평균 1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2002)도 나온 터다. 오염된 환경을 사후에 개선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오염을 예방하는 것이 지구촌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2002년 개최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세계정상회의(WSSD)’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발생된 오염물질을 사후에 처리하는 것보다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제공, 그리고 소비 시스템을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개선하여 더 적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토록 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건전한 사회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보다 쾌적한 환경과 삶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화두가 이제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현실적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2006년부터 실시되는 유럽연합의 제품 환경성 규제와 금년 2월에 이미 발효한 교토의정서에 따른 전지구촌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인류의 생산 및 소비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한편으로는 위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되어야 한다. 지난 24일부터 엿새동안 서울에서 열린 ‘2005 유엔 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MCED 2005)’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아·태 52개국의 환경·개발부처 장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환경계획(UNEP) 등 23개 국제기구 관계자가 모인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인구의 61%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22%에 해당하는 7억명이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태 지역에서 선택이 아닌 당위로 받아들여야 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의제로 채택해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논의했다. 쓰나미 피해대책, 황사, 토양 황폐화 같은 소지역별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되었다. 주최국인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환경훼손을 회복시켜왔던 경험을 토대로 역내 국가들에 ‘녹색성장을 위한 서울이니셔티브’를 제안해 채택하였다. 이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한국이 주도하여 ‘녹색성장을 위한 서울이니셔티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회원국들이 해마다 정례 정책포럼을 개최하며, 개도국의 전문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능력배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거듭 상기시킨 이번 회의가 아·태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는 데 우리나라가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곽결호 환경부장관
  • [코드로 읽는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최재천 지음

    진화생물학자로 연구와 더불어 대중적 글쓰기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최재천 서울대교수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해 경보발령을 울렸다. 비록 논문이 아닌 ‘잡문’일망정 과학적 논리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작심한 듯 ‘정색하고’ 공포심을 조장한다.‘일찍이 동양에서는 한(漢)나라 이래, 서양에선 로마제국 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서운 신세계가 바야흐로 펼쳐질 즈음이다.’ 이른바 ‘초고령사회’를 이름이다. 이렇게 심각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책 이름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부제는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다. 생물학자가 왜 고령화 책인가. 그러나 최 교수의 말대로 진화생물학은 역사학이다. 좀더 긴 역사를 다룰 뿐이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직시할 수 있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듯이, 책을 통해 생물학적 발상의 대전환을 도모해 보자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생물학자인 저자의 눈에 인간은 별난 동물이다.35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번식’은 곧 생물의 ‘존재의 이유’였는데,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산아제한을 하며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고 있다. 또 다른 생물에겐 생식능력의 마감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번식기가 지나서도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참으로 ‘별난’ 동물인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번식후기(대체로 여성의 완경 이후)가 급속히 길어지는 데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일찍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2005년 현재 어린이 인구가 아직 노인 인구의 두 배가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15년 후인 2020년쯤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보다 많아질 것이다. 노인국이 된다는 얘기다. 또 그때가 되면 노인 부양 부담률이 20%를 넘게 되고,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번식기’와 ‘번식후기’가 각각 50년씩 비슷해지는 인생 100세 시대도 예견할 수 있다. 미국 노인학협회 존 헨드릭스 회장은 한국의 고령화 현상에 대해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혁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 역시 혁명적인 발상을 내놓는다. 먼저 생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지극히 생물다운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고령화를 멈추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번식기에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눈에 인간은 번식후기를 위해 번식기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임금피크제’ 연구의 가치를 발견한다. 보수와 보직을 철저히 분리해 젊은 세대에겐 감투 대신 더 높은 보수와 권한을 주고, 번식후기의 노인들에겐 그에 맞는 일을 맡기되 보수도 낮게 주라고 한다. 또 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라고 제안한다. 출생률 저하뿐만 아니라 결혼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령화 속도를 크게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물론 완벽한 양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발상의 전환은 책의 제목대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것이다. 번식후 50년 시대에 은퇴, 정년의 개념은 추방되어야 한다. 농경시대에 밭을 갈기 어려우면 텃밭을 돌보고, 그마저 힘들면 방에서 새끼를 꼬았듯이 제1, 제2인생 즉 ‘두 인생체제’를 재현하자는 것이다.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인도로 가자/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먼 옛날 우리에게 천축으로 알려졌던 인도. 신라의 혜초 스님이 걸어서 그 머나먼 인도 길을 다녀온 지 1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인도는 먼 나라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 가운데 최초의 세계인으로 일컬어지는 혜초의 발걸음이 무색하게 비행기로 8시간 거리의 인도는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 평소 우리의 눈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동아시아 네 마리 작은 용으로 일컬어진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부러움과 시새움을 받았다면,1990∼2000년대에는 브릭스(BRICs)가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가난했는데, 이제 이들 4나라가 용틀임을 하고 있다는 데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5년도에 들어 인도가 더욱 우리에게 어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인도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점유율은 2003년 2.2%로 13위였다가 2004년 상반기에는 3.3%에 8위로 올라서면서 경제 파트너로서 인도의 유용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90년대 이후 연평균 5∼6%의 경제성장을 꾸준히 이루어 나가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5배로 늘어나면서 전체 국민소득은 일본을 능가하게 될 것으로까지 전망되고 있다. 중국에 이은 인도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두 나라 인구를 합쳐서 25억이 넘기에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인도는 영어 구사능력이 좋은 국민과 IT 부문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일찍이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스트 제도의 사회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경제적 번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21세기의 전환기에서 인도는 경제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경제적 개혁개방은 필히 사회적 유동성과 정치적 다원성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인도에 총성 없는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지방 특유의 기후로 인해 인도에서의 개인적 일상생활은 퍽 안온할 수 있다. 다만 자급자족이 쉬울수록 긴장과 경쟁이 적어서 사회 전체로서의 활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데에 발전경제학의 역설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한편으로는 12억 인도인이 다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해도 대단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격심한 빈부차이와 사회계층간의 격절로 인해 무언가 신선한 돌파구가 없는 한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없으리라는 생각도 든다.1인당 GNP가 아직도 1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어 인구의 60%는 여전히 가난하다. 대다수 인구가 역동적으로 경제건설에 참여했던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도에서는 높은 교육수준의 상위 5∼10%만이 초국적기업의 자본가들과 손잡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으로 끝나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간의 긴밀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어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를 내걸고 있다. 여기서 동북아가 한·중·일의 지리에 한정되지 않는 동북아를 경유하는 세계 지향으로 본다면, 한반도와 인도간의 긴밀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특히 IT를 중심으로 한 R&D, 물류, 금융 등으로 우리의 경제영역이 세계로 확장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인도의 잠재력과 시장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경제적 프런티어이다. 아직도 먼 나라로 남아 있는 인도로의 길을 닦아가는 데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과 시민단체도 혜초와 같은 사명감으로 지렛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공연포커스]강혜련 댄스 신작 ‘3 - D’

    [공연포커스]강혜련 댄스 신작 ‘3 - D’

    강혜련 댄스프로젝트의 신작 ‘3-D’가 18일 오후7시30분,19일 오후6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변화하는 사회구조 흐름안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관계의 다양성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무대.‘3-D’는 3차원 입체공간을 뜻하는 동시에 안무가가 관계를 풀어내는 모티브로 채택한 세가지 요소,‘Dust’‘Desk’‘Disk’를 의미한다. ‘Dust’는 허공속에 떠도는 먼지같은 상상과 순환의 이미지를,‘Desk’는 반복적인 일상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을 보여주고,‘Disk’는 자유로운 공간이동을 통한 완전한 이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기훈, 김동규, 이용우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들이 주축이 된 ‘LDP무용단’이 함께 한다. 공연 수익금 전액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기부된다.1만∼3만원.(02)984-706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론] ‘문화 다양성’이란 말의 비극성/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시론] ‘문화 다양성’이란 말의 비극성/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대왕’이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주인공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과거에 행한 비 인륜적 죄악을 찾아가는 행적을 그린 이 작품의 줄거리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는 것과 같이 흥미로운 추리전개방식의 이 작품은 세계 연극사에서 가장 위대한 비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다양성 포럼’이라는 단체가 창립되었다. 문화가 다양해지기를 갈망하는,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문화가 동등하게 인정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소박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등장한 이 ‘문화다양성’ 이란 단어를 가만히 음미해 보면 무척 비극적인 사연을 지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화’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에 이미 백화제방과도 같은 다양성의 존재는 너무도 당연한 것 같은데 왜 구태여 ‘다양성’이란 단어를 사족처럼 붙였는가라는 의문이다. 작금에 이르러 문화라는 것이 그 당연한 본질성을 잃고 미아처럼 길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다양성’이란 말이 씁쓰레한 비극적 모습으로 비추어진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떠한가. 즉 문화 패권주의, 문화 획일주의, 배타적 문화, 일방적 문화 등과 같은 언어들의 경우 말이다.20세기 중엽 이후에 ‘문화’라는 유쾌한 단어 앞뒤에 위와 같은 흉측한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물론 문화가 20세기의 격동적인 정치, 사회, 경제의 부침 속에서 큰 시련을 받아온 결과일 것이다. 전쟁일보 직전의 음모적인 수사와도 같은 이러한 명칭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에도 국가 간에, 민족 간에 엄연하게 그 구체적 증거들을 감추지 않고 있다. 거대한 물량을 앞세워 시장을 계속 지배하고자 하는 미국영화, 동양문화에 대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서양문화의 우월감, 품격 있어 보이려 하는 모든 광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서양예복과 클래식음악, 그리고 TV드라마의 클라이막스 때마다 꼭 등장해야 하는 서양음악, 점점 더 인기를 끄는 미국 뮤지컬, 오랜 세월 동안 작위적으로 형성된 주류문화에 의해 박대 받는 비주류문화, 불행한 사회구조를 그대로 본떠서 형성된 문화계의 수직구조, 오랫동안 문화 예술인들의 의식을 점유했던 순수와 상업이라는 기이한 이분법, 이런 식으로 언변을 전개하면 촌스러운 국수주의자로 명명되지나 않을까 스스로 행하는 어설픈 자기검열의 노이로제 등등… 문화다양성이란 합성어가 내포하고 있는 궁극적인 비극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답은 아주 쉽다. 그것은 바로 세계 속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 간에, 민족 간에, 국가 간에, 사람 하나하나 간에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평등하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이다. 그러한 평등의 권리는 누구에게 지배받거나 속박받을 이유가 없다. 또한 그러한 평등한 권리에서 나온 모든 자연스러운 표현, 즉 문화 또한 당연히 그런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다양성을 위한 운동은 자연회귀의 한 방식일 수 있다. 원래 문화, 즉 삶의 방식과 표현이라는 것은 인간의 수효만큼 다양한 것이 아니겠는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알기 위해 생각을 짜낸다.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렇게 머리를 써서 모든 것을 알고 난 다음 파멸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지에 대한 욕구, 즉 문명에 의한 맹목적 역사진행을 엄중히 경고하였다. 문명이 그의 사촌인 문화의 손과 발에 족쇄를 채우고 유토피아로 진행되어야 할 역사가 도리어 역행하는 현상은 결국 문명을 만들어낸 인간밖에는 막을 도리가 없다. 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개인회생제도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개인회생제도

    경제난으로 재산을 모두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빚더미에 올라 앉은 사람들이 늘어나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정 기간 동안 빚의 일부를 갚으면 전체 빚을 탕감해 주는 개인회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또 다른 대책인 개인파산 신청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회생 신청자도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에서만 1000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가정파탄,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신용불량자 양산은 신용카드 남발도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경기가 지속돼 특히 사업에 실패하는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가 증가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개인회생제도나 개인파산제도 말고도 정부는 개인워크아웃, 배드뱅크 등의 구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생각해보고 구제 대책을 살펴보자. ●갑자기 늘어난 신용불량자 신용불량자는 왜 급증했는가.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된 경기 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은 사업자는 물론 봉급생활자까지 생존이 어려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소비촉진 정책과 신용카드 회사의 과장 경쟁으로 신용카드가 남발해 신용불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신용불량자는 360만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한번 되고 나면 다시 신용을 회복해서 재생하기가 힘들다. 카드 돌려막기나 사채로 버텨보다 결국에는 빚 독촉에 못 이겨 온갖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용불량자 급증은 그릇된 정책이나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정부나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구제 대책들이 나오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 책임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 부채를 국가가 해결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신용불량이 사회의 책임이냐, 개인의 책임이냐를 떠나서도 국가가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대책들은 부채를 완전 탕감해주는 것보다는 신용불량자 자신이 일정 기간 동안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로서 앞으로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 관계인의 법률 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2004년 9월23일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개인회생제도는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구제하는 개인 법정관리라고 할 수 있다. 채무 범위는 무담보채권의 경우에는 5억원, 담보부채권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이다. 변제 기간은 최장 8년이며, 이 기간에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신청 자격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급여소득자와 영업소득자로서 과다한 채무로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졌거나, 지급불능의 상태가 될 염려가 있는 개인으로 제한된다. 개인회생제도는 배드뱅크나 개인워크아웃보다 혜택이 많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원금까지 탕감받을 수 있으며, 금융기관 부채 뿐 아니라 보증·사채 등 모든 부채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또 부채 경감액에 뚜렷한 한도가 없고, 신용불량자가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으며, 정해진 기간에 빚을 다 갚지 못해도 귀책사유가 없으며, 채무자가 각종 전문자격을 유지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신청 후에도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며, 초기 신청 비용이 많이 든다. 또 회생절차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기록이 남고, 소득이 없거나 불확실한 채무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다른 구제 대책들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으로는 개별금융기관 신용회복 지원,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개인파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개인파산은 개인회생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강제조정이고 나머지는 금융감독기구에서 시행하는 사적조정이다. 1962년부터 시행된 개인파산제도는 지난해 신청건수가 1만 4921건으로 2003년의 3856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개인파산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부채를 면책해주지만 파산자가 되면 곧바로 직장을 잃거나 자격(면허)을 상실해 경제적 식물인간이 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를 인가받으면 직장이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즉, 개인파산은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 하고 피선거권과 시험응시자격을 잃지만 개인회생은 공무원ㆍ의사ㆍ변리사 등의 자격을 유지하면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총 채무액이 3억원 이하로 제한되고 배드뱅크는 채무가 5000만원 미만인 경우만 해당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도는 최대 15억원까지 빚진 사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나 전문직에 종사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또 배드뱅크나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사채나 새마을금고 대여금에 진 빚은 경감받을 수 없다. 빚이 많더라도 소득이 없거나 불확실한 사람들은 개인회생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한다. 원리금의 경감 액수는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전체 빚의 3분의1인 1억원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개인회생제도는 부채 경감액의 한도가 없다. 가령,5억원의 채무를 진 사람이 8년 이내 일정한 기간 동안 생계비를 제외하고 돈을 꼬박꼬박 갚고도 4억원의 빚이 남았다면 법원이 탕감시켜준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논술이 술술]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논술이 술술]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1932년에 발표된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더불어 미래 사회에 대한 가상적 제시를 통해 인간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이끌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1914년 미국의 헨리 포드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자신의 공장에 자동화된 자동차 조립라인을 만들었는데,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이 조립라인은 생산되는 제품을 표준화할 뿐만 아니라 일하는 과정도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포드가 도입한 이러한 일관작업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표준화된 동질적인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량 생산된 상품은 그에 걸맞은 대량 소비를 필요로 했는데,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과거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해결하였다. 노동자들이 대량 생산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규모 유효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드는 대량 생산과 대중적인 소비 문화의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대중사회 출현의 길을 열었으며, 이러한 생산 방식을 ‘포드주의(Fordism)’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곧 포드주의는 자동화된 기계를 이용해 인간의 노동을 합리화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하며, 현대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를 낳은 사회구조적 틀이라고 할 수 있다. 헉슬리는 독특한 연도 표기와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포드의 신격화에 대한 묘사를 통해 ‘포드주의 비판’이라는 의도를 직접 나타낸다. 또 그가 그리고 있는 ‘멋진 신세계’의 모습은 포드주의의 특징들과 직접 결합돼 있다. 이처럼 헉슬리가 나타내고 있는 ‘멋진 신세계’의 섬뜩한 사회 현실은 가상의 미래가 아니라, 당대의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던 ‘포드주의’의 변동 안에 내포되어 있는 부정적 가능성의 묘사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생산의 효율성에만 감탄하고 있을 때, 헉슬리는 그 안에 담긴 위험을 날카롭게 찾아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발표된 지 7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실이 과연 헉슬리의 경고에 비추어 어떠한지를 평가하고 반성해 보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점점 더 작품 속의 ‘존’이 절망에 빠졌던 ‘멋진 신세계’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의 ‘경고’는 끔찍하게도 ‘예측’으로 실현되고 있다. ‘유전자’로 상징되는 최근의 과학 발달은 인간에 대한 도구적 기계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정보화’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서의 불안정성을 키우며 사회의 계층적 양극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세계화’라는 말로 특징이 표현되는 사회의 변동은 ‘소비주의’에 기초한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전 지구의 인간들을 더욱더 표준화하고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급속히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범람하는 대중 문화와 매체들은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새로운 ‘쾌락’을 상품으로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다. 형태와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어느덧 ‘멋진 신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자화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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