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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생명 위해 엄마들은 생명을 건다

    새 생명 위해 엄마들은 생명을 건다

    출산, 그 놀라운 역사/티나 캐시디 지음/최세문·정윤선·주지수·최영은·가문희 옮김/후마니타스/512쪽/2만원 출산 과정은 고통스럽고 불안한 체험이다. 인류는 그 고통을 생명 탄생을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아픔으로 여겨 왔고 일부 종교에서는 최고의 미덕으로까지 숭앙한다. 그러나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산모의 입장에서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고 목숨까지 담보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는 ‘임신한 여성은 무덤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을 감안한다면 출산의 고통과 위험성은 사라지고도 남았을 일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각종 통계는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한다. 18세기 후반 예일대 총장 에즈라 스타일즈 목사의 일기를 보면 이 시기 산모 사망률은 0.5% 정도였다. 19세기 1%로 올랐던 산모 사망률은 1930년대 초반 병원 분만 여성의 4.5%가 분만 도중 사망했다. 지금은 수술장갑이며 더 안전한 제왕절개술, 혈압 모니터, 진단용 초음파, 항생제 등 기술과 기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50만명의 여성이 출산하면서 사망한다. 1분마다 1명씩 사망하는 수준이다. 이런 모순과 상식의 괴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출산, 그 놀라운 역사’는 출산에 얽힌 놀라운 사실들을 파헤치고 있어 주목된다. 보스턴글로브 기자로 20년간 활동한 저자가 세 아이를 낳은 뒤 출산 과정에서 품었던 의문을 풀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한 출산보고서 겸 역사서로 읽힌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혼자 출산할 수 없는 영장류가 됐는지, 출산을 돕는 이가 어떻게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해왔는지, 출산 장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다양한 출산법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추적해 지금의 출산법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출산 방식은 바로 시대와 문화가 낳은 정치적 유산이며 당사자인 여성은 그 흐름에 따라갈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출산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연 분만을 의도했던 저자는 뜻하지 않게 제왕절개술로 첫아이를 낳았다. 출산의 주 장소로 병원이 자리잡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과 캐나다에서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방식의 보건의료 체계가 완성됐다. 재원이 마련되면서 출산 정책과 함께 출산이 이뤄져야 할 장소도 정해지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병원이었다.”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전체 출산의 30%가 여전히 집에서 이뤄지는 네덜란드의 독특한 사례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의 산모 사망률이 출산 10만명당 16명으로 미국의 17명보다 낮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도 조산사가 출산을 도운 여성들은 의사의 주도로 출산한 여성에 비해 제왕절개 비율이 낮고 유도분만이나 회음절개 등의 의학적 개입이 거의 없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이 포개진다. ‘출산을 앞둔 초보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후기를 찾아 읽는다. 출산 징후가 보이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 병원에 가고 제왕절개가 아니라면 오랜 시간 병원침대에 누워 산통을 겪다가 어느 순간 무통주사를 맞는다. 생각보다 진통시간이 길어지면 분만 유도제를 맞고 이 과정에서 관장, 제모, 회음절개로 이어지는 이른바 ‘굴욕 3종세트’를 겪고 아이를 낳는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기적’이라는 저자는 책에서 완벽한 출산법을 제시하거나 특정 분만 방식을 홍보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이렇게 결론짓는다. “완벽한 출산이란 완벽주의에 중독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관념이며 출산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우발적 상황이 개입될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 이끄는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 이끄는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지난 5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구글 캠퍼스 서울. 구글이 만든 창업가 공간으로 2012년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 처음 세워졌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나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의 허브로서 톡톡 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기로 뜨거운 창업 용광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쌓고 직접 스타트업 투자업무와 창업 성공 스토리를 쓴 임정민(40)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을 지난 8일 만났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를 모토로 내걸고 문을 연 지 넉 달이 지났다. 평가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지만 성과를 꼽는다면. -9일 현재 등록 회원 수는 62개국 8020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이 2229명으로 28%를 차지한다. 100일 동안 170회가 넘는 이벤트를 열었고 8393명이 참여했다. 누적 방문자는 1만 5000명에 이른다. 당초 목표를 웃돈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문직종과 대기업에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여성 참여가 목표치인 20%를 넘은 것도 고무적이다. →2000년 초 각광을 받은 벤처와 스타트업의 차이는. -둘 다 스타트업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꺼지면서 벤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다른 단어를 찾은 것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비용과 분야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 10~15년 전의 벤처는 하드웨어 장비와 소트프웨어 프로그램 등을 구비하는 데 10억원 이상 비용이 들었고, 정보기술(IT) 기반에 치중했다. 또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반면 최근 스타트업은 공개된 정보를 이용하고 소규모로 시작하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현재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배달의민족처럼 음식과 유통망, 엔터테인먼트, 패션, 여행 등 융합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2~3명, 4~5명이 모여 3~6개월 내에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본 뒤 개선하는 모델이 많다. →구글 캠퍼스 서울의 목표는 무엇인가. -구글 캠퍼스 서울은 다른 창업자를 위한 협업 공간이나 지원자와는 달리 커뮤니티를 강하게 만들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지향한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런 측면에서 여성 창업자와 글로벌이 핵심이다. 먼저 여성 창업가가 더 많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 열었던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바로 여성 창업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그 자체보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으니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매주 만나 의견을 공유하더라.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플랫폼 역할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다. 안전지대를 제공한 것도 폭발적인 호응의 비결이다.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엄마들이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준 것이 성과다.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여성과 함께 글로벌을 들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글로벌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해외 창업자들 역시 한국에 많이 와야 한다. 서울을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허브로 만들 때 한국 스타트업들이 진정으로 글로벌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기사가 620억원에 다음에 인수된 것은 긍정적 신호인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웨이즈는 1조 5000억원에 팔렸다. 김기사와 웨이즈의 차이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다. 한국 스타트업들 보고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데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해외투자자·창업가들이 한국에 더 많이 와야 한다. 해외 창업자가 한국에 오면 이들의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도 함께 들어오게 된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여러 채널을 열어 주고 보다 높은 수준의 대규모 후행 투자자들도 데리고 온다.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한 글로벌화다. 둘째, 해외에서 한국에 많이 들어오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해외 각 지역 문화에 익숙해진다. 또 해외 창업자가 한국 스타트업에 많이 취직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패션 관련 사업을 많이 하는데 8만명가량의 중국 유학생이 공부를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취직시켜 이들을 통해 중국 문화를 접목한 제품을 생산하면 중국, 동남아 등에서 케이팝을 넘어 한국 스타트업 진출을 쉽게 할 수 있는 채널을 열게 된다. →쌍방향 글로벌화가 되려면 해외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 한국에 와 사업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할 텐데, 한국에 그런 유인 요소가 있나. -물론이다. 한국 시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바일 앱 시장이고, 유튜브 시장도 굉장히 크다.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시장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런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장점이다. 안드로이드 시장, 빠른 모바일 인터넷 환경 등이 갖춰져 있어 테스트베드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비자 문제와 생활 환경의 편리성 등 아직은 장벽이 있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말하는 것인가. -법적 규제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비자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 보스턴 매스챌린지나 칠레 스타트업 프로그램 등 해외 창업가 유치 프로그램은 참고할 만하다.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조하는데 그게 무엇인가.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창업가와 투자자,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정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서로 잘 이해하고 연결되는 것이 생태계가 발전하는 길이다. →이스라엘의 요즈마도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외국의 창업자지원센터나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들과의 관계는.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가 커뮤니티에 많이 들어와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하는 것도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많이 실패한다. 실패했다고 잘못은 아니다. 이걸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 기업이 9개로 최장 6개월 동안 있을 수 있고,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고 들었다. 선정 기준은. -선정 기준은 다른 스타트업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다. 혁신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 도와줄 게 없으면 강연이라도 하라고 한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의 지원을 받으려면 IT 기반 사업이어야 하나. -여러 분야 간 융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꼭 IT일 필요는 없다. →구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원하나. -협업 공간과 구글 클라우드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국내외 직원들이 멘토링 지원을 한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구글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창투사들처럼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데. -구글은 17년 전 스타트업으로 차고에서 시작했다. 그 DNA를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어렵게 성장한 만큼 스타트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만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다. 혁신을 통해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 간접적으로 구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혁신은 구글 내부보다 밖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구글 캠퍼스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로 추산하나. -캠퍼스 런던 개관 이후 3년 반 동안 전 세계 44개 파트너를 통해 10만명의 창업가를 만나 직간접으로 지원했다.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앞으로도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 →투자하겠다는 외국인 투자자는 있는지. -국내외에서 여기에 좋은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고 문의를 많이 한다. 파트너사인 500스타트업은 160억원 규모의 김치펀드를 만들어 7개 기업에 투자했고, 글로벌 브레인도 몇 군데 투자한 것으로 안다. →젊은이, 대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막연히 (창업 세계로) 내몰기보다 첫째, 젊은이에게 안전지대를 제공해야 하고 둘째,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시험 등 제한된 성공의 길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공 방법을 보여 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기회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 중 성비는 공개했는데 연령대별 비중은 어떤가. -연령대별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 행사 참석자들을 기준으로 볼 때 4개월에서 72세 남성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규모는.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협회에 등록한 벤처기업이 4만개가 넘는다.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스타트업 수는 굉장히 많다. 5~6년 전만 해도 서울의 스타트업은 웬만하면 다 알았는데, 요즘은 90%가량은 모른다. 일반적으로 3년 기준으로 10개 중 1~2개가 성공하고 5~6개는 중간 정도다. 우리나라는 3년 이후 생존율이 낮다. →왜 그런가. -투자 측면에서 100억~3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부족하다. 현금 보유고가 충분한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으로는 M&A로 서로 다른 기업들이 함께 성공한 경험이 부족하다. →실리콘밸리형 스타트업이 해답인가. -모두 실리콘밸리를 따라하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고유의 문화와 생태계가 있다. 성공 사례가 쿠팡, 배달의민족, 티몬 등이다. →한국 고유의 문화라면. -헝그리 정신이 아직 남아 있다. 오너나 창업자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만 동시에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빨리빨리 문화 덕에 비효율성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캠퍼스 서울이 안착했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있나. -시기를 정해 놓고 있지는 않다. 여성 창업가 육성과 글로벌이 핵심 과제인데 한두 해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입주 기업 중 여성 창업자가 있나. -채팅캣의 최고경영자(CEO)가 여성이다. →입주사 이외의 등록 회원 중 가능성 있는 그룹은 없나. -입주사 공간에 대한 관심 많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오픈 공간인 카페가 사실상의 협업 공간이다. 다양한 창업자가 모여 정보 교환도 하고 미팅도 한다. 오후가 되면 80석 정도가 꽉 찬다. 어떤 팀은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일한다. 두 달간 일해 제품을 출시하고 사람을 뽑아 나간 곳도 있다. 외국인 창업가 팀도 있다. 오래 있는다고 쫓아내는 일은 없다.(웃음) →자리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겠다. -캠퍼스 런던은 오전 9시 문 열기 전에 줄을 쭉 서 있다. 서울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빨리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커뮤니티다. 많은 창업가가 모여 선후배를 연결해 주고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발전 불꽃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캠퍼스다. 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kmkim@seoul.co.kr ■임정민 서울 총괄은 누구 1975년 경남 창원에서 나고 자랐다. 카이스트(산업공학 학사)와 미국 스탠퍼드대(경영과학 및 공학 석사), UC버클리(산업공학 석사)에서 공부한 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스타트업에서 제품 관리, 마케팅, 신규 사업모델 개발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한 뒤 한국에 돌아와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 입사해 벤처투자자로 활동했다. 2010년 직접 소셜게임 업체 로켓오즈를 창업해 4년간 최고경영자로 일했다. 2014년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에 로켓오즈를 매각하고 올 4월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 “다양한 커뮤니티 만들어 주는 플랫폼 역할이 목표다”

    “다양한 커뮤니티 만들어 주는 플랫폼 역할이 목표다”

    지난 5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구글 캠퍼스 서울. 구글이 만든 창업가 공간으로 2012년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 처음 세워졌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나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의 허브로서 톡톡 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기로 뜨거운 창업 용광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쌓고 직접 스타트업 투자업무와 창업 성공 스토리를 쓴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40)을 지난 8일 만났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를 모토로 내걸고 문을 연 지 넉 달이 지났다. 평가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지만 성과를 꼽는다면. -9일 현재 등록 회원 수는 62개국 8020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이 2229명으로 28%를 차지한다. 100일 동안 170회가 넘는 이벤트를 열었고 8393명이 참여했다. 누적 방문자는 1만 5000명에 이른다. 당초 목표를 웃돈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문직종과 대기업에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여성 참여가 목표치인 20%를 넘은 것도 고무적이다. ●스타트업 비용 거의 안들어...시장 반응에 빠른 대응 가능 →2000년 초 각광을 받은 벤처와 스타트업의 차이는. -둘 다 스타트업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꺼지면서 벤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다른 단어를 찾은 것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비용과 분야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 10~15년 전의 벤처는 하드웨어 장비와 소트프웨어 프로그램 등을 구비하는 데 10억원 이상 비용이 들었고, 정보기술(IT) 기반에 치중했다. 또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반면 최근 스타트업은 공개된 정보를 이용하고 소규모로 시작하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현재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배달의민족처럼 음식과 유통망, 엔터테인먼트, 패션, 여행 등 융합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2~3명, 4~5명이 모여 3~6개월 내에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본 뒤 개선하는 모델이 많다. →구글 캠퍼스 서울의 목표는 무엇인가. -구글 캠퍼스 서울은 다른 창업자를 위한 협업 공간이나 지원자와는 달리 커뮤니티를 강하게 만들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지향한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런 측면에서 여성 창업자와 글로벌이 핵심이다. 먼저 여성 창업가가 더 많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 열었던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바로 여성 창업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그 자체보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으니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매주 만나 의견을 공유하더라.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플랫폼 역할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다. 안전지대를 제공한 것도 폭발적인 호응의 비결이다.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엄마들이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준 것이 성과다. ●해외 창업자 많이 유입해야 해외 네트워크 다양해져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여성과 함께 글로벌을 들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글로벌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해외 창업자들 역시 한국에 많이 와야 한다. 서울을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허브로 만들 때 한국 스타트업들이 진정으로 글로벌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기사가 620억원에 다음에 인수된 것은 긍정적 신호인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웨이즈는 1조 5000억원에 팔렸다. 김기사와 웨이즈의 차이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다. 한국 스타트업들 보고 해외로 나가라고 강조하는데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해외투자자·창업가들이 한국에 더 많이 와야 한다. 해외 창업자가 한국에 오면 이들의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도 함께 들어오게 된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 주고 보다 높은 수준의 대규모 후행 투자자들도 데리고 온다.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한 글로벌화다. 둘째, 해외에서 한국에 많이 들어오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해외 각 지역 문화에 익숙해진다. 또 해외 창업자가 한국 스타트업에 많이 취직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패션 관련 사업을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 공부하는 8만명가량의 중국 유학생이 공부를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취직시켜 이들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접목한 제품을 생산하면 중국, 동남아 등에서 케이팝을 넘어 한국 스타트업 진출을 쉽게 할 수 있는 채널을 열게 된다. →쌍방향 글로벌화가 되려면 해외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 한국에 와 사업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할 텐데, 한국에 그런 유인 요소가 있나. -물론이다. 한국 시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바일 앱 시장이고, 유튜브 시장도 굉장히 크다.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시장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런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장점이다. 안드로이드 시장, 빠른 모바일 인터넷 환경 등이 갖춰져 있어 테스트베드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비자 문제와 생활 환경의 편리성 등 아직은 장벽이 있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말하는 것인가. -법적 규제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비자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 보스턴 매스챌린지나 칠레 스타트업 프로그램 등 해외 창업가 유치 프로그램은 참고할 만하다.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조하는데 그게 무엇인가.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창업가와 투자자,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정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서로 잘 이해하고 연결되는 것이 생태계가 발전하는 길이다. ●실패가 잘못은 아니다. 사회가 실패도 수용할수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요즈마도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외국의 창업자지원센터나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들과의 관계는.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가 커뮤니티에 많이 들어와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하는 것도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많이 실패한다. 실패했다고 잘못은 아니다. 이걸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 기업이 9개로 최장 6개월 동안 있을 수 있고,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고 들었다. 선정 기준은 -선정 기준은 다른 스타트업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다. 혁신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 도와줄 게 없으면 강연이라도 하라고 한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의 지원을 받으려면 IT 기반 사업이어야 하나. -여러 분야 간 융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꼭 IT일 필요는 없다. →구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원하나. -협업 공간과 구글 클라우드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국내외 직원들이 멘토링 지원을 한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구글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창투사들처럼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데. -구글은 17년 전 스타트업으로 차고에서 시작했다. 그 DNA를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어렵게 성장한 만큼 스타트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1만 현재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다. 혁신을 통해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 간접적으로 구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혁신은 구글 내부보다 밖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구글 런던 개관 3년만에 10만 창업자 지원... 1조원 이상 투자 유치 →구글 캠퍼스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로 추산하나. -캠퍼스 런던 개관 이후 3년 반 동안 전 세계 44개 파트너를 통해 10만명의 창업가를 만나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일자리를 창출했다. 앞으로도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 →9개 입주사 중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투자하겠다는 외국인 투자자는 있는지. -국내외에서 여기에 좋은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고 문의를 많이 한다. 파트너사인 500스타트업은 160억원 규모의 김치펀드를 만들어 7개 기업에 투자했고, 글로벌 브레인도 몇 군데 투자한 것으로 안다. →젊은이, 대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막연히 (창업 세계로) 내몰기보다 첫째, 젊은이에게 안전지대를 제공해야 하고 둘째,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시험 등 제한된 성공의 길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공 방법을 보여 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기회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 중 성비는 공개했는데 연령대별 비중은 어떤가. -연령대별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 행사 참석자들을 기준으로 볼 때 4개월에서 72세 남성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규모는.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협회에 등록한 벤처기업이 4만개가 넘는다.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스타트업 수는 굉장히 많다. 5~6년 전만 해도 서울의 스타트업은 웬만하면 다 알았는데, 요즘은 90%가량은 모른다. 일반적으로 3년 기준으로 10개 중 1~2개가 성공하고 5~6개는 중간 정도다. 우리나라는 3년 이후 생존율이 낮다. →왜 그런가. -투자 측면에서 100억~3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부족하다. 현금 보유고가 충분한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으로는 M&A로 서로 다른 기업들이 함께 성공한 경험이 부족하다. →실리콘밸리형 스타트업이 해답인가. -모두 실리콘밸리를 따라하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고유의 문화와 생태계가 있다. 성공 사례가 쿠팡, 배달의민족, 티몬 등이다. ●헝그리 정신-강한 오너십은 실행력 도움, 빨리빨리 문화로 비효율성 줄어 →한국 고유의 문화라면. -헝그리 정신이 아직 남아 있다. 오너나 창업자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만 동시에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빨리빨리 문화 덕에 비효율성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캠퍼스 서울이 안착했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있나. -시기를 정해 놓고 있지는 않다. 여성 창업가 육성과 글로벌이 핵심 과제인데 한두 해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입주 기업 중 여성 창업자가 있나. -채팅캣의 최고경영자(CEO)가 여성이다. →입주사 이외의 등록 회원 중 가능성 있는 그룹은 없나. -입주사 공간에 대한 관심 많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오픈 공간인 카페가 사실상의 협업 공간이다. 다양한 창업자가 모여 정보 교환도 하고 미팅도 한다. 오후가 되면 80석 정도가 꽉 찬다. 어떤 팀은 매일 9시에 출근해 7시까지 일한다. 두 달간 일해 제품을 출시하고 사람을 뽑아 나간 곳도 있다. 외국인 창업가 팀도 있다. 오래 있는다고 쫓아내는 일은 없다.(웃음) →자리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겠다. -캠퍼스 런던은 9시 문 열기 전에 줄을 쭉 서 있다. 서울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빨리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커뮤니티다. 많은 창업가가 모여 선후배를 연결해 주고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발전 불꽃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캠퍼스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풍문… ’부터 ‘용팔이’까지…‘갑을 문화’ 풍자 드라마 인기 비결은

    ‘풍문… ’부터 ‘용팔이’까지…‘갑을 문화’ 풍자 드라마 인기 비결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문화’를 정조준한 드라마들이 뜨고 있다. 그동안 재벌 2세들이 등장하는 숱한 재벌 드라마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빈부 차이로 생긴 갑을 관계를 소재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백화점 VIP 모녀 사건은 물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까지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벌들의 ‘갑질’에 대한 통쾌한 풍자가 안방극장을 관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갑을 문화를 다룬 드라마들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대한민국 1%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그린 SBS 월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갑을 문화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 인기를 모았다. 뒤이어 방송된 ‘상류사회’와 ‘가면’은 경영권 앞에서 가족도 안중에 없는 재벌가의 비정한 이야기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원제가 ‘재벌의 딸’이었던 SBS 월화 드라마 ‘상류사회’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자)을 내세워 재벌의 딸을 유혹해 갑의 세계로 신분 상승을 하려는 세태를 통해 물질주의에 눈먼 요즘 젊은 세대를 풍자했다. ‘가면’은 평범한 백화점 여사원에서 상류층 여인 행세를 하게 된 변지숙(수애)을 통해 을에서 갑으로 신분이 뒤바뀌어도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주제를 부각시켰다. 방송 4회 만에 16%를 넘는 시청률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BS 수목 드라마 ‘용팔이’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에서까지 만연한 갑을 문화를 꼬집는다. 돈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외과의사 태현(주원)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한신그룹의 제1상속녀인 여진(김태희)이 누워 있는 병원의 VIP 전용 병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은 환자가 아닌 ‘고객’이라고 불린다. 의료진은 이곳에 입성하는 동시에 출셋길을 보장받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태현은 어머니를 치료하던 의사가 VIP 환자를 치료한다면서 사라져 어머니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의사들마저 돈에 휘둘리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신그룹의 며느리 채영(채정안)의 ‘갑질’도 공분을 자아낸다. 그는 한신병원에 들렀다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신입 주차직원을 그 자리에서 해고하는가 하면 자신의 전용 병실에서 다른 사람이 진료를 받은 사실을 알고 벌컥 화를 낸다. 방송사 입장에서 재벌이 주로 등장하는 이들 드라마는 충분히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다. 비주얼적으로는 재벌의 화려한 생활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내용적으로는 갑을 문화를 지적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재벌 드라마를 계속 만드는 이유에 대해 “서민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의미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화려한 볼거리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따라간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재벌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것은 간접광고(PPL)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풍문으로 들었소’의 주 무대였던 한옥과 양옥을 결합한 집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았고 ‘가면’에서도 서은하(수애)가 모델로 있는 의류업체의 옷과 상호가 수시로 등장했다. ‘용팔이’도 일반 환자와는 출입구조차 다른 VIP 병동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갑을 드라마의 인기는 물질 만능주의 사회의 초상”이라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며 돈 앞에선 도덕이나 정의, 양심조차 필요 없어진 사회 현실을 드라마가 반영한 것”이라면서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 비판 의식을 지니지만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대리 만족을 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갑을 드라마는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던 재벌을 비판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최근 우리 사회의 갑을 논란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대중의 비판 의식을 키웠고 드라마나 영화상의 판타지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재벌의 갑질에 맞서는 갑을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주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 多樂房] ‘어느 하녀의 일기’ 하녀, 부르주아의 위선을 꼬집다

    [영화 多樂房] ‘어느 하녀의 일기’ 하녀, 부르주아의 위선을 꼬집다

    우아한 의상과 도도한 자태로 주인 자리를 퇴짜 놓는 하녀가 있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를 이용해 바깥주인을 적당히 갖고 노는가 하면,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까지 은근히 즐기는 여유를 보여준다. 파리 출신이라고 시골 주인들을 내심 무시하는 오만함, 웬만한 일에 크게 놀라거나 흥분하지 않는 노련함까지 갖춘 그녀는 분명 일반적인 하녀 캐릭터와 한참 다른 인물이다.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는 이렇듯 색다른 성격의 하녀 ‘셀레스틴’의 시점을 통해 계급 간의 갈등과 인간의 위선을 건드리는 작품으로, 옥타브 미르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미 장 르누아르, 루이스 부뉴엘 같은 거장들이 영화화했을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야기지만, 브누와 자코 감독과 레아 세이두가 만난 이번 리메이크작은 또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끈다. 우선 이 영화는 셀레스틴의 캐릭터뿐 아니라 형식적 측면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만든다. 가령 첫 장면에서 반항적이리만큼 당당한 태도의 셀레스틴과 이에 차분히 대응하는 직업소개소 직원을 번갈아 보여줄 때 카메라는 꽤 성급하게 두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당긴다. 이러한 촬영은 영화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데 이는 관객들을 완전히 영화에 몰입시키기보다 카메라의 과장된 움직임을 일부러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의도는 셀레스틴이 종종 혼자 중얼거리는 행위에서도 발견된다. 일기장에 들어갈 내용을 중얼거리듯 내뱉는 그녀의 대사는 연극의 ‘방백’과도 유사한데, 영화에서 내레이션이 아닌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생소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편집도 일반적이지 않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 때 시간 순서에 대한 정보를 따로 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영화 관람에 있어 추가적인 수고와 자발적인 감정이입을 요한다. 즉 셀레스틴이 시골로 오게 되기까지 흩어져 있는 에피소드를 선형적으로 조합하고, 그 인과관계에 따라 그녀의 캐릭터와 심리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인 영상문법에서 벗어나 있는 촬영과 사운드, 편집 등은 영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람 행위에 지적인 재미와 더불어 쾌감을 부여한다. 고다르의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자유로움이랄까. 무엇보다 이러한 스타일은 부르주아의 추태와 위선을 고발하는 한편, 그들에게 매번 속아 넘어가는 하녀들의 순진함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영화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진다. 사회구조의 견고한 틀 속에서 셀레스틴이 만나는 여러 주인들과 하녀들은 저마다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아가지만, 그러한 노력은 당장의 욕구를 피상적으로 채울 뿐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과연 셀레스틴은 하녀라는 직업을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떤 깨달음은 얻은 듯한 그녀의 마지막 선택과 2부로 이어질 것만 같은 결말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세 가지 이유/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이해는 간다.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간 인성교육진흥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두 가지가 놀랍다. 법령을 만들어 시행하기만 하면 올바른 인성이 저절로 함양될 것이라 믿는 발상의 순진함이 놀랍고,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무관심 역시 그렇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평화 정착 방안 마련에 골몰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비춰 볼 때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겠는지를 궁금해했다. 인류 역사에서 참혹한 전쟁과 파괴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분석 이론의 창시자이자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였던 프로이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대답은 ‘전쟁과 파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심층심리를 연구해 온 프로이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고,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매우 비장한 인성관을 견지한 이유는 인간 내면의 파괴적 본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명적 인간은 인성의 힘으로 충동을 다스려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인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높은 경지의 인성 발달에 도달한 인간은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인성의 힘이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쉽게 함양되지도 않는다. 인성이 몇몇 제한적 프로그램으로 함양되리라고 믿는 교육 당국의 처사는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신통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는가. 인성은 물길질 몇 번에 쑥쑥 자라나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오히려 거친 황야에서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텨 내는 야생초와 같은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성의 본질에 대한 교육 당국의 무지에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인성의 발현을 제약하고, 충동의 분출을 촉발하는 조건들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실패와 좌절은 인성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는 강력한 조건들이다. 실패하고 좌절한 개인들에게 본능과 충동은 무서운 복원력을 발휘한다. 보다 심각한 것은 개인의 실패와 좌절이 사회 병리와 맞닿아 있을 때다. 빈곤, 불평등, 빈부 격차, 학벌지상주의, 파벌주의 등은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구조적 문제들로서 구성원들을 좌절과 실패의 길로 내몬다. 성공의 희망을 찾기 어렵고, 좌절과 실패가 확대 재생산되는 사회구조하에서 인성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인성의 발현을 차단해 버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성 발현의 기회가 봉쇄돼 있다는 점을 교육 당국이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실패를 예감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교육 당국의 욕심이 지나치다 못해 산만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 법에서 강조하는 인성 덕목은 여덟 가지인데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그것이다. 하나씩 뜯어 보면 모두 소중한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왜 효는 있되 충(忠)은 없으며, 책임은 있되 자율은 없는가. 또한 봉사와 희생은 중요한 인성 덕목이 아니란 말인가. 이렇게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법 제정 전에 정책 연구도 했을 것이며 전문가 공청회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세계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성 덕목으로 프로이트가 제시했던 것은 ‘사랑’과 ‘공감’ 두 가지였다. 암울했던 식민 시절인 1937년 서울의 한 강연장에서 헬렌 켈러는 ‘이 세상을 향상시키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며, 사랑이 없는 국가와 사회는 퇴보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확신이 없으면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인성 덕목에 대한 산만한 나열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적 인성 덕목에 대한 교육 당국의 확신 부재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성공하길 소망할 수밖에. 사랑과 공감의 마음으로….
  • 탈선 청춘들 … 날선 조국비하

    탈선 청춘들 … 날선 조국비하

    청춘들의 조난신호(SOS)일까, 극단적 사고의 방종일까, 아니면 ‘뭘 해도 안 된다’는 자기 비하일까. ‘헬조선’, ‘망한민국’, ‘지옥불반도’ 등 한국과 한민족을 혐오·비하하는 신조어가 2030세대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마다 꼬리표처럼 붙기 시작한 ‘헬조선’은 ‘지옥(Hell) 같은 한국’이라는 의미다. 비슷한 의미로 ‘망한민국’(이미 망한 대한민국), ‘개한민국’(부정적 의미의 ‘개’와 ‘대한민국’의 합성어), ‘지옥불반도·불지옥반도’(지옥불 같은 한반도) 등의 표현도 쓰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해 부르던 ‘조센징’도 부활했다. 서울신문이 29일 트위터 분석 사이트인 ‘톱시’(http://topsy.com)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헬조선’이 등장한 트윗은 4700여건에 달했다. ‘망한민국’은 2533건, ‘지옥불반도’는 1681건, ‘개한민국’은 1288건이 노출됐다. ‘헬조선’이라는 사이트도 최근 개설됐다. 이 사이트에는 청년 세대가 처한 각박한 현실이 주로 언급돼 있다. 과중한 근로시간, 수능 일변도의 주입교육, 열악한 삶의 질 등 게시판마다 우울한 자기 처지와 국가와 사회를 향한 분노, 적개심을 드러낸 글이 적지 않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망해 가는 대한민국’이라는 페이지는 팔로어가 2만 4000명이 넘는다. 이곳 역시 공공연히 한국을 부정하는 글들로 넘친다. 이렇게 극단적인 비하 표현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일상 용어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기업 3년차 직장인 윤모(30)씨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표현들이 자주 오르내린다고 말한다. 윤씨는 “경직되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직장 문화 등을 성토하다 보면 속이 터질 것 같다”며 “우리 또래끼리는 이 나라가 참 싫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의 목표는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가진 미국 현지 기업 취직이다. 윤씨는 여름휴가를 핑계로 간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기업 취업 면접을 보기도 했다. ‘헬조선’과 ‘망한민국’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구조에 대한 적대감은 “한국인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식의 국민성 비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재난과 취업난 등 사회적 병폐와 불안,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30회 이상 낙방하며 깊은 좌절감을 맛봤다.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절감한 정부의 무능을 보면 차라리 외국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탈조선’도 떠오르는 신조어다.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나 새로운 이상향으로 가고 싶다’는 정서다. 전통적인 이민 선택지인 미국·캐나다뿐 아니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 이민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2013년 미국에 어학연수를 간 조모(27·여)씨와 2011년 영국에 유학 간 정모(32)씨 모두 현지에 눌러앉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는 ‘지잡대’(지방대를 낮춰 부르는 말) 출신 서러움에 인턴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며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옳다’ ‘그르다’는 식의 규범적 접근을 하기보다는 갈수록 계층·세대별 불평등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이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젊은이들의 국가 비하적 표현 확산이 기득권을 쥔 기성세대에 대한 비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헬조선이 가리키는 대상은 국가 전반이 아니라 지금의 각박한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라고 밝혔다. ‘헬조선’ 현상이 사회를 변혁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 대신 혐오·비하에 머무는 현 2030세대의 한계를 보여 준다는 지적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동적인 환경에서 자란 현재의 2030세대들은 이전의 386세대만큼 사회변혁의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지 못하다”며 “젊은 세대들이 좀 더 희망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미래 비전을 발굴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의 언어 표현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구조 속의 좌절감과 울분이 사적 폭력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유인원의 한계

    [사이언스 톡톡] 유인원의 한계

    난 마카크 원숭이야. 우리 친척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일본까지 살고 있는 곳이 상당히 넓어.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유인원은 우리 마카크 원숭이가 거의 유일하다고 하더군.사람과 비슷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야.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사람과 우리의 뇌를 촬영했더니 뇌의 12개 영역 중 11개가 일치했다는 거야.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신경 및 뇌 과학은 물론 심리학 연구에도 꽤 많이 이용됐지.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개체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 관련 유전자가 많이 발생하고, 백혈구 수치도 낮아지는데, 지위가 올라가면 이런 수치들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사실도 우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얻은 거지. 그런데 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있어. 사람의 뇌와 해부학적으로 90% 이상 일치하고, 사회적 반응이나 행동도 사람과 비슷한데 왜 사람들처럼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지도 못하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언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 하는 거야. 그런데 최근 프랑스와 중국 과학자들이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내놨더군. 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면 발표하는 ‘커런트 바이올로지’라는 저널 23일자 온라인판에 나온 논문이었어.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와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 인지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진이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은밀한’ 뇌 부위를 실제로 찾아냈다는 거야. 바로 좌뇌 아랫부분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에 있는 ‘하전두회’(下前頭回)가 우리와 사람을 갈라놓는 부위였어. 하전두회가 있는 브로카 영역은 사람의 언어 구사 능력과 관련 있는 부위로 알려져 있지. 연구자들은 우리 친척들과 사람들에게 우선 단순한 리듬의 음악과 문장을 들려주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촬영했대. 그런 다음 처음 들려준 음악의 리듬과 문장 구조를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fMRI로 뇌를 찍어 봤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 친척들은 처음 음악이나 나중에 변형된 것들을 들을 때나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똑같고 변화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음악과 문장에 변형을 줄 때마다 하전두회가 활성화됐대. 사람들이 미세한 언어나 음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추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구조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부위 덕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군. 어쨌든 이번 발견으로 사람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겠어. 그렇지만 영화 ‘혹성탈출’ 봤지? 돌연변이라는 자연의 장난과 ‘자연은 통제 가능하다’란 인간의 오만이 이 상황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구.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장마당 없인 못 살아”… 北주민 생존·신분상승 통로로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20일 구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풀뿌리 시장경제’ 역할을 하는 장마당이 400개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멜빈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 장마당은 약 396개로 2010년의 200여개에서 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은 장마당이 규모나 거리, 정책에 상관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북정보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현재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 국면을 띠고 있지만 장마당을 완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기존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북한 주민들의 다수는 사실상 비공식적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이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일명 보따리 장사고 다음으로는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뒀다가 비쌀 때 파는 투기 형태의 장사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2010년 이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비공식 경제활동은 바로 장마당 장사다. 또한 비합법적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도 역시 장마당이다. ●여성 상인 90% 넘어… 주민 절반 이상 장사로 생계 특히 장마당은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경제난 이후 주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중요 터전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와 억제정책을 폈음에도 장마당은 날로 비대해지고 확산되고 있다. 통제와 억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주민들은 위험보다는 이득이 더 큰 불법거래에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존은 물론 신분 상승의 통로로 이용된다. 기간 산업이 붕괴된 이후 중국과의 무역으로 큰 돈을 번 ‘신흥 부유층’뿐 아니라 장마당을 주 무대로 투기와 매점으로 자산을 형성한 ‘중산층’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 상인들 가운데 40~50대가 가장 많고, 지역 주민의 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의지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마당 상인의 90% 이상이 여성인 점에 미뤄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향상되고 가계 수입에서 높아진 위상도 엿볼 수 있다. 가끔 기계 부속품이나 자전거 판매대에 남성들이 앉아 있는 것도 눈에 띄지만 그 비율은 5% 수준으로 전해진다. ●오전 9시~오후 6시 개장… 철·시기 따라 약간 차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족한 전력난을 고려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주민들이 국가적 생산활동에 동원되는 모내기철(3~4월)이나 김매기철(7월), 가을 걷이 기간(9~10월)에는 시장 개장시간이 2시간 이상 줄어든다. 도로 보수나 건설 등 국가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벌어져도 시장 개장시간이 줄어든다. 장마당에서 중고품 판매는 돈이 꽤 되는 장사다. 여기서 중고품이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온 옷들이고, 한국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이 북한산 새 옷보다 질이 좋고 저렴해 주민들에게 선호되다 보니 수요가 높다. ●금·외화·휘발유·마약 밀거래… 인력시장도 형성 북한 장마당에서는 암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암거래되는 물품들 가운데는 금, 은, 동과 같은 금속도 포함돼 있는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동(구리)과 같은 경우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되는 품목에는 골동품,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제품도 포함됐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밀거래 품목이 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들어 있는 ‘알판’(CD)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외에 북한에서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류 필로폰도 몰래 거래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을 통해 외화 거래도 이뤄지고 막노동, 가정부, 가정교사 등 인력 시장도 형성돼 있다. ●장마당 세대 부당 사회에 저항 않고 사상에도 무관심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하경제’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없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격렬히 저항하지는 않지만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0일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국가와 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전혀 없다”면서 “국가의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생존과 시장화에 노출된 특별한 경험을 가진 계층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내부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고, 장마당 세대에서 나타나는 탈정치화 경향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 내 장마당 세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속에 상인 저항 늘어… 보안원과 집단 난투극도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장마당 상인들이 단속반에 저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3일 RFA에 “도로상과 골목 장터 등에서 보안원과 군인들에게 항거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강원도 원산지방의 무허가 골목장터, 일명 ‘메뚜기장터’로 불리는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주민 10여명에게 보안원과 규찰대가 물건을 회수하려고 달려들자 집단적으로 행동해 이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 상인들과 보안원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장사 물품을 압수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장사꾼들이 집단으로 저항한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무장한 군인들과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들을 대거 급파하고 나서야 이 소요를 수습할 수 있었고 시장은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집단 저항 사건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당국의 보호 아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에 순종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붕괴된 현재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할 주민들 입장에서 필사적인 저항을 통해서라도 재산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시장 봉쇄 고민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 탈북청년들의 인권 단체인 ‘위드 유’(with-U)의 강원철 대표는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장마당을 이용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 당국도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은 역설적으로 ‘식물 경제’가 된 북한 체제 유지에도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자니 다른 대안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한순간에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장마당이 ‘필요악’이라는 뜻이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장마당을 통한 북한 사회의 시장화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고 북한체제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암탉을 울게 하라 나라가 살아난다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암탉을 울게 하라 나라가 살아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아내가 남편을 제치고 설쳐 대면 가정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속담이다. ‘여자는 바깥 일에 나서지 말라’는 가부장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속담도 바뀌어야 한다. ‘암탉이 울어야 나라가 산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인 일본만 봐도 그렇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지만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줄었다. 이것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일본의 장기 침체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日 2010년부터 인구 절벽… 71%인 여성 경제참여율 남성처럼 83% 되면 GDP 9% 증가 일본은 201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여성 인력을 일터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일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4위이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1.4%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남성만큼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9%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 절벽에 직면한 국가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하려면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스웨덴이 좋은 예다. 총인구가 972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5만 7556달러를 기록했다. 스웨덴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3.6%로 일본보다 바로 한 계단 앞서는 OECD 3위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7%로 일본보다 9.3% 포인트나 높다. ●한국 생산가능 인구 2016년 3703만명으로 정점 찍고 내리막… 일본식 장기침체 우려 우리나라는 일본의 인구 구조를 20년 시차를 두고 뒤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 3703만 9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탄다. 주요 경제활동 인구인 25~49세는 200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030년 이후부터 총인구(5216만명)도 점점 줄어든다. 김한곤 한국인구학회장(영남대 사회학과 교수)은 “지금의 인구 추세와 산업 구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노동력이 줄어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제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올 인구 첫 여초… 女 경제참가율 60%로 男보다 23%P 낮아… 육아·일 병행 어려운 탓 우리나라의 여성 인구는 올해 2531만 4525명으로 사상 최초로 남성 인구(2530만 2520명)를 제칠 것으로 추산된다. ‘여초(女超) 시대’의 개막이다. 해가 갈수록 여성 인구는 남성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2013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3%로 남성(83.6%)보다 23.3% 포인트나 낮았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애를 낳고 기르면서 일까지 하기가 어려운 사회구조 탓이 크다. 정부의 출산·보육 지원 시스템이 여전히 불충분하고,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 기업의 여성 차별이 여전하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무상보육, 누리과정 등을 도입하면서 보육 정책을 많이 보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육아 부담이 크다”면서 “미국의 경우 출산·육아휴직을 쓴 여성의 복직을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은 육아휴직을 쓰려면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경력단절 여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도록 민간 기업에도 탄력시간제 근무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일을 그만 둘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더 많은 교육과 훈련, 승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민 적극 받아들이자” 주장… “단순 노동자 유입만 늘 것” 부정적 의견 커 줄어드는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동포와 동남아 인력 등이 한국에 오려 하는데 대부분 단순 노동자이고 정부가 이민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의 과학자, 교수,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은 이민자가 적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국가 경쟁력과 임금 수준으로는 외국의 고급 인력을 끊임 없이 수혈하는 미국처럼 이민으로 인구 절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도 부정적이다. 백용천 기재부 미래경제전략국장은 “이민 정책이 취약업종의 고용허가제 중심이어서 고급 인력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고용 친화적인 여성 정책을 펴는 게 좀 더 현실적인 인구 절벽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女 평균 월급 男의 67% 수준인 209만원… “워킹맘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늘려야” 여성 인력 확충은 고급 인력 확대와도 연결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82.4%로 남성(81.6%)을 뛰어넘었다. 지난해에는 이 격차가 7.0% 포인트(여성 74.6%, 남성 67.6%)로 더 벌어졌다. 전문직의 여풍(女風)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중 여성 비율은 2000년 3.1%에 그쳤지만 2013년 21.2%로 급증했다. 2013년 5급 공채시험(행정고시)과 외무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각각 46.0%, 59.5%로 절반 수준이다. 여성 의사 비율도 2000년 17.6%에서 지난해 24.4%까지 올랐다. 지난해 약사 10명 중 6명은 여성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여성의 노동 여건은 남성에 비해 열악하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9만 2000원으로 남성(312만 2000원)의 67.0%에 그쳤다.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주로 비정규직과 단순 서비스업 등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도 위로 올라갈수록 ‘유리천장’이 여전하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최근 14년 새 13.4% 포인트(2000년 35.6% 2014년 49.0%)나 늘었지만 3급 이상 고위직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중 월급이 적은 임시·일용 근로자 비율은 33.4%로 남성(20.2%)보다 13.2% 포인트 높다. 여성의 산업별 취업자 비중을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28.2%로 가장 많다. 금융·보험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각각 4.0%, 3.1%로 낮은 수준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킹맘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 여성을 위해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2살 유아 참극 부른 발달장애인… 누가 책임지나

    2살 유아 참극 부른 발달장애인… 누가 책임지나

    #1. 이 새벽에 분통하고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발달장애인 사촌을 둬 평소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이 살아왔지만 이제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겠다. (리쏠·sora****) #2. 활동보조인이 가장 큰 책임자 아닙니까.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을 1대1로 돌봐야 하는데 가해자 활동보조인은 당시 2명을 동시에 돌봤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복지관, 활동보조인, 활동보조인을 관리한 교회, 부산 사하구청의 합작품입니다. (strawberry·ssul****)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 6분 부산의 M사회복지관 3층 복도. 정상윤(2)군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복지관을 찾았다. 정군의 형(5)은 2년째 이 복지관에서 미술, 인지 치료수업을 받아 왔다. 이날 복지관에서 활동보조인 없이 혼자 있던 A(18·발달장애1급)군은 낯익은 정군의 손을 잡고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이를 본 정군의 어머니는 곧바로 뒤따라가 A군을 붙잡고 “(위험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키 180㎝, 무게 100㎏의 거구인 A군을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었다. 3층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 다다른 A군은 양손으로 정군을 들어 올린 뒤 9.2m 아래 바닥으로 던졌다. 이날 오후 9시 22분쯤 정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법원은 지난 18일 A군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심신 상실 상태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군에 대한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관련 법에 따른 판결이지만 상윤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19일 정군의 어머니가 네이버 블로그 ‘상윤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에 올린 사건 정황 등 사연이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통해 퍼져 나갔다. 올 1월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란에 발의된 ‘발달장애인에게 살해된 2살 상윤이 이야기를 아십니까’ 청원에는 1만 9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출산,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왜 치료감호까지 기각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mong*****)는 등의 글이 빗발쳤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우리 애도 중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만 무죄판결은 저조차도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A군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부모나 활동보조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일이 발달장애인 전체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피해 어머니의 슬픔에 통감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에는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이라도 무조건 면책되는 것은 문제라고 보지만, 이번 일로 ‘장애인들을 가둬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활동보조인제도가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건 당시 A군의 활동보조인은 옆에 없었다. 유동철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체계에서 활동보조인들은 발달장애를 이해할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군·구 지정으로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기관에서는 역할 수행이 제대로 되는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증 발달장애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절대 혼자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도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 활동보조인제도를 허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장애 유형의 45%가 발달장애인으로 가장 많지만, 정작 활동보조인들에게 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한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발달장애인은 2013년 기준 19만 6999명으로 대부분 소아 시기에 진단을 받지만, 치료기관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이슈&논쟁]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이슈&논쟁]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전문대의 수업연한을 두고 대학가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전문대들은 현재 2년 또는 3년으로 묶여 있는 수업연한을 1~4년으로 풀어줘야 복잡한 사회구조에 맞는 전문인력을 다양하게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업연한이 다양해지면 대학들이 산업체가 희망하는 인력을 길러내기가 쉽고 개설 학과들의 경쟁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4년제 일반대학들은 지금처럼 대학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전문대의 수업연한까지 풀어주면 학력 과잉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대 출신이 졸업 후 다시 입학해 공부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문대와 일반대의 벽을 허물어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이달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贊]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우수 기능인 다양하게 양성해야” 2년제 중심의 전문대 수업연한을 1~4년으로 하자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4년제 일반대에서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역행하며 대학 교육이 부실화되고 등록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한다. 하지만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한국의 고등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임을 확신한다. 미국에선 대학 졸업생 중 46%가 학위가 필요 없는 곳에 취직해 있다. 이는 등록금을 내고 대학 교육을 받더라도 학위에 상응하는 일자리가 없음을 뜻한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이와 관련해 대학 진학률이 29%에 불과한 데도 최고의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독일처럼 미국도 커뮤니티 칼리지의 직업교육을 대폭 강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대졸 과잉 학력자는 42%에 이른다. 이에 따른 기회비용만 무려 20조원에 육박한다는 계산도 있다.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외형적 대학 구조개혁이 진행되지만 정원에 대한 구조개혁을 지키면서 내용적으로는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미래지향적인 대학 구조개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직업교육 전체의 발전을 위한 사안이다. 일반대와 같은 직무분야의 교육을 4년 과정으로 운영하면서 전문대는 필요한 분야에 한해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서 4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것조차 막는 것은 불공정하다. 또 이를 마치 일반대와 전문대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하도록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를 무작정 비난하기에 앞서 전문대의 실정부터 들여다보자. 산업계에서 필요한 직무기능을 연마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2년제 전문대의 사명이다. 그런데 직무마다 필요한 수련기간이 다르다. 일부 직무는 1년 정도의 수련으로도 충분하지만 간호사는 4년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미 4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의 산업발전으로 3년 이상 필요한 직무기능도 생겼으니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해 대응하자는 것이다. 금형 기술 분야의 예를 들어보면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컴퓨터 이용 설계(CAD)나 컴퓨터 지원 제조(CAM) 그리고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CAE) 등 도구를 활용하는 인력을 산업계가 요구하는데, 2년 과정으로는 양성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반 대학에서 양성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서만 수업연한을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40년 전에 제정된 ‘2년 수업연한’으로 어떻게 그간 고도로 발전한 산업계의 직무기능 변화에 대응할 수가 있겠나. 직무기술로만 구성된 독일의 중소기업은 탄탄한 독일경제의 주요한 축이다. 전문대의 수업연한이 다양화되더라도 학문중심 학과를 4년제로 개설해 일반대와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전문대는 없을 것이다. 학생들 또한 현명해서 2년으로 충분한 직무기능 수련을 위해 4년간의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3년제 운영을 해오던 학과를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자 2년제로 전환한 전문대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오히려 전문대에서 2년 정도의 수련으로 가능한 직무분야를 4년제 일반대에서 개설, 등록금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한 직무기능 분야와 정원 그리고 수업연한은 장관이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일반대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일반대는 학문교육을, 전문대는 직업교육을 발전시켜 한국의 고등교육을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反] 전방욱 국립강릉원주대 총장 “학력 과잉·학벌중심 폐해만 심화” 전문대는 4년제 일반대와 폴리텍대의 중간에 있는 교육기관이다. 입학생 수요가 몰리는 일반대와 경쟁해야 한다. 취업률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폴리텍대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전문대는 이 같은 상황을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해 탈출하려 한다. 전문대의 전략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4년제 일반대의 모방이라 할 수 있다. ‘대학’으로만 불려야 했던 학교명은 ‘대학교’가 됐다. 기관장의 명칭도 ‘학장’에서 ‘총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외견상으로는 전문대와 일반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2년제에 이어 3년제가 도입됐다. 간호학과는 전문대 가운데 일부가 4년제로 운영된다. 졸업생이 다시 전문대에서 공부하면 학사학위를 줄 수 있는 심화과정도 운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는 현행 2~3년인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년은 비학위 자격증 과정, 2~3년은 전문학사 과정, 4년은 학사 과정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4년에 대해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해당 분야를 강화하고자 별도의 인가심의 절차를 개설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산업체 경력자의 재교육이라는 전문대 학사학위 심화과정 운영을 일례로 들어보자. 시행 초기인 2011년에는 6437명 전원이 산업체 경력자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무경력자가 무려 7701명으로 전체 85%에 이르렀다. 애초 목표는 사라지고 학사 학위자를 남발하는 결과만 낳았다.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자 평균 취업률은 일반대 54.8%, 전문대 61.4%, 폴리텍대 85.5% 순이었다. 전문대의 취업률은 일반대보다 6.6% 포인트가 높았지만 폴리텍대 취업률에 비해서는 24.1% 포인트나 낮았던 것이다.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 교육으로 인한 낭비 비용을 지적하기에 앞서 전문직업교육의 실패로 낭비되는 비용을 겸허하게 뒤돌아 보아야 한다. NCS 과정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폴리텍대는 4년제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NCS를 도입하려면 4년제 학사과정 개설이 필요하다는 전문대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일반대를 졸업하고 전문대로 유턴한 학생은 1283명에 이른다. 주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재입학했다. 전문대가 교육 내실화를 위해 수업연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과에 재입학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 때문이지 교육과 산업현장 수요의 미스매치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대에서 일반대로 편입하는 학생 수는 유턴하는 학생의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능력 중심사회라는 어젠다를 전문대가 독점해 학벌 중심사회의 폐해를 일반대에 전가하려는 낡은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전문대의 4년제 학사과정 개설은 오히려 학벌 중심사회를 심화시킬 것이다. 물론 학벌 중심사회에서 능력 중심사회로 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는 모든 고등교육기관이 부응해야 한다. 일반대의 정원을 2023년까지 16만명 줄이려는 정부의 고강도 정원조정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대는 일반대를 모방하기보다 내실화를 통해 살길을 찾아야 한다. 굳이 전문대가 4년제 학과를 개설해야 하겠다면 일반대의 유사학과들과 같은 잣대로 엄격한 평가와 인증을 받는 등 공정한 경쟁과 질 관리를 위한 입법의 보완이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 윤여준-김상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1년, 대한민국을 말하다

    윤여준-김상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1년, 대한민국을 말하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주변의 말은 거짓이다. 250명의 열일곱 살 아들딸을 찬 바다에 묻은 부모의 삶은 지난 1년 내내 온통 짠 내음이었다. 숨이 막혀 가슴에 묻을 수조차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침통하고 황망한 슬픔을 공유했던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일상으로 돌아왔고, 문득문득 잊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았던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만났다. 각각 보수와 진보 성향의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통한 대한민국 성찰과 반성의 지점, 그리고 남겨진 과제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노란 리본을 옷깃에 매단 두 사람은 바삐 오가는 시민들 곁에 서서 어제 일처럼 생생한 ‘1년 전 오늘’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전 교육감(이하 김) 1년 전 그날 저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 신분이었어요. 안양에서 유세하던 중 사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단원고에 들렀다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곧바로 팽목항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열하루 동안 참사 현장에 머물렀습니다. 선거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참사로 비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유족분들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습니다. 윤 전 장관(이하 윤) 처음 텔레비전에서 소식을 접한 뒤 깜짝 놀랐지만 당연히 대부분 구조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가 막혔죠. 그 아이들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느꼈을 공포와 고립감을 생각하고, 자식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망연자실했죠. 그 또래의 손녀가 있어서 더욱 가슴에 맺혔습니다. 뒤늦게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두 달쯤 지난 뒤 팽목항으로 갔어요. 가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공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김 저는 그 직전까지 경기도교육감이었잖아요. 팽목항에서 올라온 뒤 100일째 되던 7월 24일까지 매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어른들이 제대로 이 사회를 만들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한없는 슬픔과 안타까움,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과연 국가가 무엇인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습니다.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의지도 생겼습니다. 윤 단지 배가 가라앉은 게 아니에요. 국가와 사회의 동반 침몰입니다. 선박을 불법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고도 허가를 받아 버젓이 출항했다는 것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수습 과정도 국가와 사회가 무능, 무책임, 부도덕, 부패의 사슬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직후에 ‘국가개조’를 공언했어요. 정말 정확한 문제 제기라고 봤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덧붙여서 노골적인 헌법 파괴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파렴치한 정부와 국가라도 이렇게까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지는 않습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역할을 요구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헌법 원칙이 모두 무시됐어요. 국가의 근본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이 놓여 있습니다. 윤 네. 흔히 헌법적 가치를 얘기할 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과 정신은 인간 존엄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김 게다가 최근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그리고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벌어지는 논란은 더더욱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연 정부의 의지는 어느 만큼이었을까요. 윤 저는 이제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냥 안 해 버립니다. 대통령이 국민들과 유족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셨죠. “여한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언제든 만나겠다”고요. 그래 놓고 나중에 국회에서 특별법 논란이 이어져 유족들이 간절히 면담을 요청하는데도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참사 직후 대통령께서 팽목항으로 내려와서 유족들을 만나실 때 그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유족들의 바람대로 조치하겠다, 걱정 말고 맡겨 달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아, 역시 우리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실망이라는 것은 뭐…. 정부가 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자기 권력을 보존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고요. 헌법의 원칙과 정신에 대한 사유를 새삼스럽지만 깊이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윤 세월호 참사는 인간보다 물질의 가치를 중시하는 데서 비롯된 일입니다. 인간의 삶 속에는 딜레마 요소가 있습니다. 예컨대 추모의 분위기가 길어지면서 경기가 침체된다는 비판이 그런 것입니다. 물론 정부는 그런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제가 국가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가 세월호 참사 때문에 어려워진 것인가요. 국가가 솔직해져야 합니다. 김 전 교육감께서는 경제·경영 전문가이시니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요. 김 그렇지요. 경기 침체의 책임을 세월호에 뒤집어씌우려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욱 합리적이면서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안팎에 보여 줬다면 오히려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입니다. 윤 그런데 참사 1주년을 맞은 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나네요. 소탐대실입니다. 국민의 마음이 대통령한테서 떠나게 하고, 더 심하게 말하면 국가와 국민을 분리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김 국민이 가장 아프고 서러운 때잖습니까. 국민을 무시하고 아픔을 덧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대통령께서는 짐작하지 못하셨을까요. 화가 이어질수록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날이 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말을 아끼려 했고, 그 빈자리를 씁쓸한 웃음으로 채웠다. 어떠한 비판조차 무망함을 체감해 온 탓이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야, 좌우의 사회적 대립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불편함을 드러내며 그만 좀 하라고 넌지시 혹은 노골적으로 말했고, 또 어떤 이들은 큰 희생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새삼스럽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보수의 이름을 빌려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하고 조롱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서 지루하게 전개됐고, 최근 제정된 시행령이 특별법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김 진보와 보수의 가치와 지향점이 때로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생명,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전혀 다름이 없습니다. 일부 보수라고 하는 분들이 저지른 행태는 보수의 가치를 모독하는 일일 따름입니다. 윤 세월호를 어디 진보가 가라앉혔나요.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전부 진보라서 그런 건가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소홀히 생각하는 게 보수입니까. 아니에요. 그런 반인륜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보수도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가치의 싸움이 아니라 권력투쟁을 벌였을 뿐이에요. 자기편 결속하고, 상대방 공격하기 좋으니까 보수와 진보를 이용했던 거지요. 김 진보와 보수는 그간 가치를 놓고 경쟁하거나 논쟁하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왔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건강한 진보와 보수가 가진 건강한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여야의 정쟁쯤으로 치부했습니다. 진보나 보수나 모두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생명, 안전입니다. 윤 물론 때로는 유족의 요구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요구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휴머니즘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휴머니즘을 더욱 존중하는 것이 보수였잖아요. 전통, 가족, 인륜 등을 중시하는 게 보수인데, 보수의 이름으로 폭식투쟁 같은 그런 행동을 하다니요. 김 국가와 사회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있습니다. 변화와 안정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각각 중시하는 가치이기도 하고요. 실은 이 양자는 함께 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국민들은 이 두 가치가 공존하며 상호 침투해 세상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포용적 진보, 합리적 보수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윤 지금은 융합의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보수의 가치면 어떻고, 진보의 가치면 어떻습니까. 정책에 따라 진보의 가치, 혹은 보수의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된 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한창 복지 논쟁을 패싸움 벌이듯 하고 있는데, 진실로 국민의 복지를 위한 싸움이라고 저는 보지 않아요. 어디 국가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복지가 가능하겠습니까. 정치인이 바뀌어야 하는데 안 바뀌고 있어요. 그런 정치인을 누가 뽑았나요. 국민들이 뽑았단 말이죠. 제 평소 주장입니다만, 정치는 특히 압축 성장이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고작 30년입니다.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죠. 가능하면 시간을 줄이고, 국민과 국가가 치러야 할 대가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요. 김 네. 우리 사회 역시 포용적 번영이라는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이 필요하죠. 이것은 단순한 경제 발전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정의로운 분배,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의 개선, 각 가정의 가계부로 상징되는 삶과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국민은 성장이 공정한 분배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미 체득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 상태로 갈 수 있겠어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수 일각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고 얘기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은 극도의 양극화입니다. 비대해진 경제권력이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하면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보수 세력이 늘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진보인가요. ‘좌빨’인가요. 김 격렬한 보수시네요.(웃음) 윤 저는 최근에 개량주의자라는 비판을 하도 많이 받아서요. 그나저나 요즘에는 진보에서 ‘애국적 진보’라는 말도 나오던데, 반가운 얘기더라고요. 김 아무튼 포용적 진보, 합리적 보수의 입장이 명확하다면 진보, 보수가 각자의 가치를 갖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할지언정 이해 다툼과 같은 투쟁은 없을 것입니다. 사건건 빚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대화를 듣다 보니 조금씩 입장이 바뀐 듯했다. 진보는 보수에 애정을 보내고, 보수는 더욱 혹독하게 일부 진보 및 보수를 몰아쳤다. 대화의 소재는 최근 한국 사회 전반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이어졌다. 윤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지만 부패가 여전함을 보여 줍니다. 이번 일이 더욱 투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김 권력의 핵심까지도 부패와 비리의 고리에 걸려 있다는 점, 부패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의 국제 부패지수 순위가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성완종 리스트로 다시 한번 증명된 셈입니다. 문제는 과연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될 것인지 많은 국민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는 닮은꼴입니다. 권력의 부정과 부패라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거지요. 윤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흐지부지하게 끝내고, 이번 부정부패 사건도 몇몇 개인의 비리 정도로 축소시켜서 끝내면 결국 국민은 정부가 의지가 없다고 볼 것입니다. 권력의 정당성이 훼손되겠지요.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부패할 사람은 아니라고 보지만 이 문제를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저 역시 물음표입니다. 김 한국 사회, 한국 정치에 공공성 강화가 절실한 이유이지요.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건강한 가계부를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헌법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건강한 가계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조세 공정성을 통한 복지사회 준비, 공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더 강력한 경제민주화를 통한 사회 양극화 개선 등은 당장의 문제이면서 20~30년 뒤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건가요. 이보다 더 끔찍한 사고가 필요한 건가요. 지금껏 해 온 국가 운영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오늘 말씀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윤 저도 그동안 두세 차례 스치듯 뵈었던 김 전 교육감님과 짧게나마 말씀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윤여준(76)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야당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정통 보수 인사다.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해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여당 진영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국회의원, 장관 등으로 당과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보수의 정책통이자 전략가’로 통한다. ■ 김상곤(66) 전 경기도교육감은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했고, 이후 한신대 교수로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등을 지내며 민주주의를 삶으로 실천해 왔다. 교육감이 된 뒤에는 경기도발(發) 무상급식 태풍을 전국에 휘몰아치게 한 ‘무상급식의 아이콘’이 됐다. 혁신학교를 안착시키는 등 진보적 교육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성매도자 처벌 현행법 유지를” vs “스웨덴처럼 성구매자만 처벌을”

    성매매처벌법 위헌심판제청 관련 전문가 좌담회가 1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최로 열렸다. 각계 발제자 8명 중 6명은 강요 등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를 제외한 성매도자를 처벌하는 현행 법률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2명은 성매수자만 처벌하고 성매도자는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행 성매매처벌법이 일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좌담회는 성매수자뿐 아니라 성매도자까지 처벌하는 현행법 제21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이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쟁점을 짚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이 법률조항이 ‘자발적 성매매 여성’까지도 처벌 대상화함으로써 위헌 여부가 의심된다는 취지일 뿐, 포주와 성매수 남성의 처벌까지 위헌 여부가 의심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제청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토론을 진행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한 성 풍속 및 사회질서를 위해 금지해야 한다”면서 “다만 성매도자와 성매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사회적 법익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자발적 성매매를 방치한다면 인간의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확산돼 성산업 확장과 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며 비자발적 성매매도 확대시킬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생계형 성매매만을 비범죄화하기는 쉽지 않으며, 집결지의 성매매만 ‘생계형’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독일 등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들은 성 착취 강화와 인신매매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해 성매매 규제 강화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인간의 신체, 혈액뿐 아니라 인간의 ‘성’도 그 어떤 이유로도 금전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차혜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스웨덴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고 “성구매 행위는 개인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이지만 성판매자는 성구매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대상일 뿐이므로 성판매자 처벌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김용화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성매수 대상 여성은 비범죄화해 사회구조적 성차별 및 가부장제적 성문화의 고리를 단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성매매 여성도 처벌해야 하나

    성매매 여성도 처벌해야 하나

     성매매처벌법 위헌심판제청 관련 전문가 좌담회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법조계, 현장단체 관계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최로 열렸다. 각계 발제자 8명은 성매매를 금지하고 성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인 가운데 성매수대상자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중 6명은 강요 등에 의한 성매매피해자를 제외한 성판매자까지 처벌하는 현행 법률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헌을 주장한 반면 2명은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스웨덴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부 위헌을 주장했다.  이날 좌담회는 성매수인뿐만 아니라 성매도인도 처벌하는 현행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이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위헌성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이 법률조항이 ‘자발적 성매매 여성’까지도 처벌 대상화함으로써 위헌 여부가 의심된다는 취지일 뿐, 포주와 같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자와 성매수 남성에 대한 처벌까지도 위헌 여부가 의심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위헌심판 제청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한 성풍속 및 사회질서를 위해 금지해야 한다”면서 “다만 성매도자와 성매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사회적 법익 침해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규영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자발적 성매매를 방치한다면 인간의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확산돼 성산업 확장과 성의 상품화를 더욱 부추기며, 비자발적 성매매도 확대시킬 우려가 많다”고 합헌을 주장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는 “자발적인 성매매라도 금전을 매개로 하는 사인간의 거래행위여서 법률행위에 포섭되고, 성매매행위가 다양한 성산업의 형태로 나타나기에 더 이상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지 않으며, 포주들의 착취·강요와 탈성매매의 어려움, 가출청소년의 성매매행위 유입 등이 실증되기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에 속한다고 할 수 없고, 자발적인 성매매행위라도 사회적으로 매우 유해하다”고 말했다. 이희애 여성인권센터 쉬고 소장은 “성매매는 인신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사적 영역인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닌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자발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생계형 성매매만을 비범죄화하기는 쉽지 않고 생계의 문제는 위헌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 시 정상참작이나 여러 지원정책에서 반영할 문제이며, 집결지의 성매매만 ‘생계형’이라고 단정적으로 구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들은 성매매여성의 인권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성착취 강화와 인신매매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해 성매매 규제 강화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인간의 신체, 혈액 뿐 아니라 인간의 ‘성’도 그 어떤 이유로도 금전적 거래대상이 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처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반면 차혜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성구매행위는 개인적 법익과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이나, 성판매자는 성구매범죄의 피해자이거나 성구매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일 뿐이므로 성판매자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스웨덴 모델’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채택했고, 핀란드·아일랜드·벨기에·루마니아뿐 아니라 성매매를 합법화한 네덜란드까지 도입을 검토중이며, 프랑스는 2013년 성매수자 벌금형을 도입한 반면, 2001년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은 사실상 ‘실패’를 자인하며 성구매 남성 처벌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화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성매매자의 처벌 규정은 성구매자 처벌로 한정하고 성매수 대상 여성은 비범죄화함으로써 사회구조적 성차별 및 가부장제적 성문화의 고리를 단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공공·민생·경제금융 분야 집중… 국가재정 탕진 ‘총체적 메스’

    공공·민생·경제금융 분야 집중… 국가재정 탕진 ‘총체적 메스’

    정부가 기업과 금융 비리, 탈세 등 민생경제 관련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사정의 칼날을 맞췄다. 정부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공공,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에서 우선 추진 과제를 정했다. 공익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선 그동안에도 집중했지만, 특히 이번엔 경제사범을 단속하는 기관을 두루 참여시킴으로써 국가재정을 좀먹는 비리를 일망타진하기로 했다. 추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비정상적 적폐의 청산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반을 튼튼히 하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업이며, 사회구조 개혁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면서 “부정부패는 단호하게 척결하되 비리의 환부만을 정확히 제거함으로써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나 일상적인 국민 생업행위 등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는 법무부 차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세청·관세청·경찰청 차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부패척결추진단장(국무총리실 국무1차장) 등의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각 기관은 부기관장을 책임관으로 하고 과제별 전담관을 지정, 조직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교환과 공조 수사 등 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청은 기업 비자금과 방위사업·해외자원개발, 지역 토착, 국가재정 손실 등과 관련된 비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정한 기업과 국가사업, 지역 등이 모두 수사의 대상인 셈이다. 국세청은 기업 자금의 국외 유출, 편법 상속·증여 등 변칙적 탈세 행위 등의 근절에 나선다. 관세청은 무역금융 관련 편취, 국외 재산도피 등 외환 비리 등에 집중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자금융 관련 정보유출 및 해킹, 국부유출, 정책지원금 및 탈세 관련, 자금세탁 비리, 미공개 정보이용 등 부정거래행위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신혼부부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토론회 개최

    결혼 적령기 청년들이 결혼하기 어렵고 신혼부부들이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고충을 수렴하며 ‘신혼부부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은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주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좌장으로 나서며, ‘결혼불능세대’의 저자인 윤범기씨가 발제를 맡는다. 김정화 국민사랑의회 여성가족국민위원장과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 한길우 무언가 대표, 황현숙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 등 이른바 5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의 발생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구조 차원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결혼준비부터 육아까지 결혼을 위한 국가의 역할 및 지원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홍종학 의원은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는 좋아지지 않으며, 국가의 존망까지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며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80명이 뜻을 모아 지난해 11월 발족한 대규모 포럼이다. 이 포럼은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5~10년간 제공해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극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산이 결혼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이 주택 마련 부담 등으로 결혼을 기피해 저출산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착안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5~10년간 제공해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극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년비례대표인 김광진·장하나 의원, 저출산·고령화 전문가인 남인순 의원, 임대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위 소속 박수현 의원, 기획재정위 소속 홍종학 의원 등 간사의원단으로 구성됐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10 ~ 30대 사망 원인 1위 ‘자살’

    10 ~ 30대 사망 원인 1위 ‘자살’

    최근 10~30대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에서도 자살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2012년 3월 정부가 ‘자살예방법’을 시행한 지 2년이 됐지만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상당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2014 생명보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10대, 20대, 30대 사망 원인 1순위가 모두 자살이었다. 보험개발원이 2011~2013년 생명보험 계약자와 피보험자 가운데 사망으로 계약이 해지된 16만 9000여건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다. 10년 전인 2002년에는 사망 원인 1위가 모두 교통사고였다. 10년 사이 흐름이 크게 바뀐 것이다. 10대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10~19세 사망 2226건 가운데 투신자살이 135건으로 1위, 질식으로 인한 자살이 101건으로 뒤를 이었다. 20~29세(6815건)에서도 질식에 의한 자살이 1위(711건), 투신 3위(228건), 가스 중독 8위(86건)로 나타났다. 30~39세(1만 9474건)에서도 역시 질식에 의한 자살이 1위(1326건), 투신 6위(319건), 가스 중독 9위(194건)를 차지했다. 성인병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40~50대에서는 간암이 각각 사망 원인 1순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40대 사망 원인 2위는 역시 자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망 원인이 나타나는 원인을 전 연령대에 걸쳐 사회적 스트레스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극화와 경쟁은 10년 전보다 훨씬 심해졌지만 경제적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받아줄 사회안전망이 탄탄하지 못해 사람들이 재기할 희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가난이나 우울증 등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것은 단순하고 위험한 판단”이라며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지속적인 저성장 속에서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찾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사회안전망의 부재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의 노인 부양이 힘겨워지면서 빈곤과 병으로 인한 노인 자살 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예방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층에서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 왕따 문제, 자존감 형성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신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정신과나 상담소 방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큰 것도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하며 “적절한 조치를 통해 스트레스 대응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자살 증가가 보험의 손해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자살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1년부터 자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강 교량에 ‘생명의 전화’를 설치해 상담과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도심에서는 투신이 많고, 농촌에서는 노인들의 음독 자살 기도가 많다는 분석에 따라 농약안전보관함 등을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하고, 자살 충동을 막기 위한 특성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간통죄 위헌 결정] “국민의 결혼과 성에 대한 변화된 의식 반영… 국가 개입 안 돼”

    [간통죄 위헌 결정] “국민의 결혼과 성에 대한 변화된 의식 반영… 국가 개입 안 돼”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반복해 온 헌법재판소가 다섯 번째 심리에서 마침내 위헌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변화된 의식이 반영됐다. 9명의 재판관이 위헌 7 대 합헌 2 의견으로 간통죄를 62년 만에 폐지한 가운데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재판관들의 의견은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나뉘었다. 위헌 의견은 박한철 소장과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5명이 다수 의견을 이뤘고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각각 다른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박 소장 등은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 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통 행위에 대해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 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소장 등은 “간통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에 대한 형벌적 규제가 아직 필요하다고 다수 의견과 거리를 두면서도 처벌 범위가 과도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간통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벌적 규제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게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간통 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잉 행사”라고 주장했다. 강일원 재판관 역시 김이수 재판관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간통죄 처벌 자체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지만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는 것은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공안 검사 출신인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유지했다. 간통죄가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며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통죄의 폐지가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을 끌어내리고 성도덕의 문란을 불러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간통·상간 행위의 처벌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견 5인, 성적 성실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 행위자(미혼) 등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 1인, 죄질이 다른 간통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 1인 등 7명이 위헌 의견을 내 위헌 정족수 6명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초등생 과외비 월 37만원… 여가 하루 2~3시간뿐

    초등생 과외비 월 37만원… 여가 하루 2~3시간뿐

    초등학생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10명 중 6명은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학원, 과외, 학습지 등의 공부 부담에 눌려 학생 중 절반 이상은 편히 쉬는 시간이 하루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4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 1인당 사교육비로 월평균 37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3학년은 32만원, 4~6학년은 43만원으로 고학년일수록 비용이 더 커졌다. 학부모의 74%는 월 소득에서 자녀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었다. 학부모의 62.7%가 자녀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초등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횟수는 주 3~4회(37.9%)가 가장 많았다. 주 5~6회(33.6%)가 뒤를 이었고 매일 받는 학생도 10%나 됐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 중 52.7%는 자유 시간이 하루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 사교육 유형은 학원(51.1%)이 절반을 넘었고 학습지(15.1%), 그룹과외(10.7%), 개인과외(9.3%) 등의 순이었다. 과목은 영어(73.5%), 수학(54.8%), 음악(37.6%), 체육(32.9%), 국어(22.2%) 등의 순이다. 학부모의 75%는 사교육 증가의 원인(복수 응답)으로 ‘경쟁 위주의 사회구조’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서’(52.6%), ‘남들이 다 하고 있기 때문에’(37.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사교육비를 줄일 방법으로 ‘경쟁 위주의 교육·입시 체계 변화’(62.2%), ‘공교육 중심 입시 제도 강화’(49.1%) 등을 요구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배윤성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중 91.3%가 만족했다”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방과 후 학교의 다양화, 질적 향상 등을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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