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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단체 ‘제주4·3사건 폭동’ 주장 파문

    일부 보수단체가 정부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하고 4·3평화공원 공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진정하고 나서 제주 4·3사건 유가족 등 관련 기관·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8일 제주 4·3사건 관련 기관·단체에 따르면 건국유족회 제주유족회, 자유시민연대, 대한민국수호연합 등 5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제주 4·3사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위’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에 진정서를 보내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진상보고서가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사형수, 무기수를 비롯해 폭동에 가담한 1만 3564명을 희생자로 만들기 위해 ‘제주 4·3폭동’을 ‘제주 4·3민중봉기’라고 가짜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시 봉개동에 ‘폭도공원’(평화공원)을 조성해 국군과 경찰을 증오와 타도의 대상이 되게 하고 대한민국을 적화통일 학습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2003년 정부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노무현 대통령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하자 위헌이라며 이듬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소송을 제기했으나 각하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는 최근 제주 4·3위원회 등 14개 과거사위를 폐지하고 이를 진실화해위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시 최대주주 관광회사 설립

    서울시를 최대주주로 하는 관광회사가 만들어진다. 자치단체가 민간기업과 함께 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은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가 처음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관광마케팅은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발기인 17개 기관이 참석, 창립총회를 갖는다. 창립자본금 176억원으로 하는 이 회사는 70억원을 투자한 서울시가 지분율 39.7%로 최대주주를 맡았다. 그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호텔신라·앰배서더호텔·롯데관광·서울시관광협회 등 국내 관광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단체 16곳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서울과 관련된 홍보마케팅, 관광상품 개발, 해외 네트워크 및 관광정보 구축, 국제 컨벤션 유치·운영 등의 일을 한다. 앞으로 면세점·관광음식점·유스호스텔의 운영 등 수익사업도 하기로 했다. 면세점 신설은 중앙정부 허가 사항인 만큼 시는 정부와 유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예를 들어 서울시가 국제회의를 유치했을 때 행사·숙식·관광 등 일체 프로그램을 ㈜서울관광마케팅에 맡기기로 했다. 지금은 각 과정을 진행할 대행업체를 따로 정해야 하고, 그 대행업체도 특정업소 등만 참여시켜 자칫 행사의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었다. 이 회사는 3월1일 출범을 목표로 관련 분야에 경영능력이 있는 대표 이사를 공모하기로 했다. 또 직원 45명도 곧 충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2010년까지 참여업체를 확대해 총 자본금을 7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자치단체도 이런 성격의 공기업이 꼭 필요한 만큼, 출범후 운영 노하우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매뉴얼 오브 러브

    ‘매뉴얼 오브 러브’는 섹시한 영화이다. 실상 이 영화에는 섹스신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서로의 속살을 만져보지 못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눈빛과 같은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영화가 시작할 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고백처럼, 이 작품은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나를 들뜨게 해요.”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한다. 에로스와 포르노, 섹스와 음란 사이에 놓인 비밀한 사랑의 방식, 행복하고 난감한 욕망의 아이러니가 ‘매뉴얼 오브 러브’인 셈이다. ‘매뉴얼 어브 러브’는 ‘러브 액추얼리’처럼 옴니버스식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느새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으로 인증된 구성방식이 아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옴니버스식 영화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간 사랑의 비밀한 내면인 에로스를 들여다보는 태도이다. 영화 전반을 이끄는 주제인 사랑은 ‘에로스’로 압축된다. 하반신 마비가 된 환자의 성기마저 부풀어 오르게 하는 뜨거운 격정, 그것이 바로 사랑의 다른 이름인 에로스라고 말이다.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하반신 마비 환자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니콜라는 사고로 인해 하반신의 감각을 잃게 된다. 마비가 영원히 지속될까 두려워 하던 니콜라에게 루시아(모니카 벨루치)라는 물리치료사가 나타난다. 그녀는 방금 스크린을 찢고 나온 배우처럼 육감적인 몸매와 촉촉한 입술을 지니고 있다. 니콜라는 그녀의 치료가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와 몸매에 온통 정신이 팔린다. 하반신이 마비된 니콜라의 성욕은 뇌수를 가득 채워 공상으로 뻗어나간다. 그의 정신은 이미 한껏 발기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에로스가 결국 그를 일어서게 한다는 사실이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 니콜라와 루시아가 나누는 정사가 섹스가 아님에도 에로틱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에로스란 늘 마술적인 기적을 일으키는 것일까. 마지막 에피소드는 에로스의 서글픈 양가성을 느끼게 한다.50대 레스토랑 지배인인 어네스토에게 자신은 나이든 남자에게 끌린다며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20대 여자, 세실리아가 나타난다. 세실리아는 어네스토에게 담을 넘어 남의 집 온천에 들어가자고 유혹하고 화장실에서 은밀한 섹스를 나누자고 재촉한다. 어네스토에게 그녀의 제안은 심장이 멎을 만큼 짜릿하고 강렬하다. 문제는 일탈을 하기에는 어네스토가 너무 늙었다는 데에 있다. 섹스는 약으로 해결되지만 20대 여성 세실리아를 감당할 에너지는 약으로 충당되지 않는다. ‘매뉴얼 오브 러브’는 섹스와 에로스에 관련된 네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은밀히 꿈꿔왔던 욕망과 판타지를 입체화해준다. 지오바니 베로네시 감독은 섹스와 에로스의 환상 뒤편에 놓인 부담과 책임, 위험을 가볍지만 진중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불임부부, 동성애인 등을 통해 조형해낸 그의 세계는 둘만 잘되면 만사형통식의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에로스로 환원되는 사랑의 비밀, 그 매력적 양가성이 이 영화 ‘매뉴얼 오브 러브’에는 녹아 있다.
  • 보성 연쇄살인 어부 사형 구형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4일 전남 보성에서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어부 오모(71)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오씨의 결심공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한 데다 증거를 은폐하려 했고,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오씨가 자신이 살해한 여대생 소유 디지털 카메라가 증거로 제출되고 오씨 소유의 선박 엔진소리가 납치살해 피의자의 119신고 당시 녹음기록에서 발견됐는데도 범죄사실을 계속 축소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지난해 추석연휴기간인 9월25일 조모씨 등 여성 2명을 자신의 어선에 태워 바다로 나간 뒤 살해한 혐의로 같은 달 29일 경찰에 구속됐다.순천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인혁당’ 생존 14명도 무죄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전창일 전 통일연대 상임고문 등 14명이 23일 재심에서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5년 4월 유신반대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중앙정보부가 투쟁을 주도하던 민청학련의 배후로 국가 전복을 기도한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 관련자 25명을 기소해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17명에게 징역 15년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사건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민족일보 조용수사장 47년만에 무죄

    1961년 북한에 동조한 혐의로 사형 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이 47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용석)는 16일 ‘민족일보 사건’과 관련,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던 조 사장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양모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적용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은 정당,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여야 적용이 되지만 ㈜민족일보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영리법인이어서 조씨는 이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사실은 피고인 조씨가 사회대중당 주요간부라고 돼 있지만 당시 정당은 공보처에 등록돼 정치활동을 하는 집단인데 반해 사회대중당 결당 준비위는 공보처에 등록되지 않아 정당으로 볼 수 없고, 조씨가 창당준비위의 주요간부로 활동하지도 않았다.”면서 “정당,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를 전제로 한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무죄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별법이 조씨 체포 후 만들어진 법률인 데도 소급적용됐고, 평등원칙 및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돼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1962년 헌법 개정으로 이 법률이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형 당한 형을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은 조 사장의 동생 조용준(74)씨는 판결 직후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건뿐 아니고 기다리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도 세상이 밝혀 억울함을 면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인혁당 재심사건이나 수지김 사건에서처럼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조 사장에 대한 이번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인혁당 사형수’ 故 여정남씨 44년만에 명예졸업장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고 여정남씨가 대학 입학 44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16일 경북대에 따르면 다음달 26일 졸업식 때 인혁당 사건에 휘말려 사형을 당한 뒤 제적된 여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인혁당 사건의 법원 무죄 선고후 조카 여상화씨와 추모사업회측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며 명예졸업을 신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경북대는 유족측과 명예졸업장을 줄 장소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 여정남씨는 1945년 대구에서 태어나 1964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민주화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1974년 이 사건으로 구속된 뒤 다음해 사형선고를 받고 20여시간 만인 4월9일 사형이 집행됐다. 여씨는 당시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여씨 등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숨진 8명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경북대는 여씨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경북대 출신 3명에 대한 추모 조형물과 공원을 올해 안에 교내에 건립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역대 정보기관장 수난사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내부문건을 유출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불운한 마지막’을 맞은 역대 정보기관장의 전철을 밟았다. 김 원장은 이날 자신과 김양건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대화록을 특정 언론사에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등이 수사를 의뢰할 경우 검찰 수사까지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김 원장의 전임인 김승규 전 원장도 2006년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심회 사건은 간첩단 사건”이라고 말해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정권이 끝난 뒤 여러차례 구속됐다. 최근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신건 전 원장이 2005년 불법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앞서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김영삼 정부에서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씨가 ‘총풍’과 ‘북풍’ 등 각종 공안사건 조작 및 안기부의 공기업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 등에 연루돼 철창 신세를 졌다. 불행한 말로를 맞은 대표적인 인물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다.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살해한 뒤 80년 5월 사형됐다.60년대 초반 중정부장을 지낸 김형욱 전 부장은 퇴임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민족일보 조용수’ 무죄선고 받을까

    ‘민족일보 조용수’ 무죄선고 받을까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재심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용석 부장판사) 결과가 16일 오전에 나온다.2007년 8월말 재심개시 5개월여 만이다. 재심 청구인이자 조용수 사장(1961년 12월21일 사형)의 친동생이기도 한 조용준(74·전 민족일보 기획실장) 민족일보사건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14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형님의 무죄 선고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2005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출범 이후 위원회의 재심권고 사건은 모두 17건이다. 이 중 재심이 개시된 사안은 민족일보 사건과 ‘이수근 간첩조작의혹 사건’(2007년 11월7일 재심개시) 2건에 불과하다. 진실화해위 재심권고 건에 대한 첫 판결이란 점에서, 민족일보 재심결과는 향후 진행될 재심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두 4차례의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조 위원장과 변호인단이 주력한 부분은 사건 당시 조용수 사장에게 적용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의 불법성 규명이다. 조 위원장은 “형님이 체포된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3년 6월까지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급조해 낸 특별법은 국민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위법”이라면서 “판사들이 최소한의 정의감만 있다면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젠 너무 지쳤다.”면서 “제발 이번 재판에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내비쳤다.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류혜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재심 과정 내내 검찰은 조 사장의 유죄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우리가 제시한 무죄 근거도 뒤집지 못했다.”면서 “당연히 무죄가 선고될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외/한길사 펴냄

    평등 개념이 희박하던 시대,‘사회계약론’은 ‘정부 파괴 목적의 파렴치하고 무모한 책’으로 판매금지 당했다. 아이들을 기독교 원죄설로 규정하던 시대,‘에밀’은 ‘신앙 전통을 전면 부정하는 이단적 요설’로 불태워졌다. 사상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던 시대,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다 죽을 때까지 시대와 불화했다. 루소는 이단아였다. 보수적 특권층과 교회로부터 배척당했고, 진보적 ‘백과사전파’와도 결별했다. 그는 오직 그의 생각으로 살았다. 자유와 생명을 억압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사회계약론’도,‘에밀’도, 그 생각으로 썼다. 루소의 ‘산에서 쓴 편지’가 국내 처음 번역·출간됐다.‘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외’(김중현 옮김, 한길사 펴냄) 속에 함께 묶였다. 편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연애편지도 안부편지도 아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위한 치열한 싸움의 소산이다.‘사회계약론’과 ‘에밀’에 사형선고를 내린 국가 및 사회를 향한 격정의 반박문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쓴 편지 ‘산에서 쓴 편지’는 1763년 10월말부터 이듬해 5월초 사이에 완성된 글이다.1762년부터 시작된 악몽 같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한 해 전 출간한 ‘사회계약론’과 ‘에밀’을 통해 당대 정치·종교·사회질서를 강렬하게 통박하면서 루소의 악몽은 시작됐다. 소르본 대학의 비난성명이 나왔고, 프랑스 의회는 책 압수·소각 명령과 함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루소가 고향 제네바로 몸을 피하자 제네바 국정회의는 책 판매금지와 체포명령을 내렸고, 베른으로 도망가자 베른 정부마저 추방령을 내렸다. 루소는 결국 프로이센으로 건너간다. 프로이센 한 작은 농가에 숨어, 더할 수 없이 절박한 마음으로,‘도망자’ 루소는 반박문을 써내려 갔다. 편지는 총 9편으로 쓰였고, 주제에 따라 1부와 2부로 나뉜다.1부에선 자신과 자신의 책에 대한 제네바 국정회의 조치를 비판했고,2부엔 공화국 정치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편지 9편 중 국정회의를 상대로 쓴 것만 4편이고, 제목을 ‘국정회의의 부당한 조치´ ‘국정회의의 전횡´ ‘국정회의의 음모와 술책´ ‘국정회의의 거부권´이라고 달 만큼 국정회의를 향한 루소의 반발은 엄청났다. ●루소의 처절한 ‘대 도그마 투쟁기´ 논쟁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간의 공방이다. 최소한의 사실이 주장을 떠받치지 못할 때, 논쟁은 논쟁의 틀을 벗어나 힘 있는 자 일방의 날카로운 칼로 돌변한다.‘황우석 논쟁’과 ‘디 워 논쟁’은 논쟁이 도그마로 변질되는 사회적 시스템의 일단을 보여 줬다. 루소는 도그마의 피해자였다. 교회와 정치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던 시대,‘사회계약론’과 ‘에밀’의 필화는 종교가 법의 이름을 훔쳐 인간의 영역을 재단한 비극적 사례다.“민간 법정이 금지해야 하는 것은 신에 관한 저술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저술”이란 말로 루소는 끊임없이 이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도그마는 더 이상 논리적 옳고 그름에 구애받지 않는다.‘산에서 쓴 편지’는 도망자 루소의 처절한 ‘대 도그마 투쟁기’다.2만 8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현장 행정] 서초구 ‘OK민원센터’

    [현장 행정] 서초구 ‘OK민원센터’

    구청 민원을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해 민원행정 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서초구의 ‘OK민원센터’가 개원 1년을 맞아 전격 업그레이드 했다. 민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토요 민원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토요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열었다. 이날 처리한 민원업무건수는 모두 113건으로 집계됐다. ●5일부터 주말에도 업무 8일 서초구 OK민원센터에 따르면 토요일에도 ▲여권신청 및 교부▲주민등록 등·초본 등 민원서류 발급▲호적신고와 발급▲건축·위생·세무·환경·교통·청소·세무 등의 각종 인·허가 등 다양한 민원처리가 평일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단 타 기관의 회신이 필요한 팩스민원(어디서나 민원)과 등기부등본 무인발급 등은 처리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수된 인·허가 민원은 월요일에 인·허가증을 우편으로 발송하고 처리결과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민원인에게 통보한다. 본격 서비스가 시행되기 전 2차례 시범운영을 거치고 대법원(호적), 외교통상부(여권), 행정자치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도 마쳤다. OK민원센터 이일환 씨는 “하루평균 3500건 정도를 처리하던 것에 비하면 여유있는 숫자지만 대부분 토요일 아니면 관공서 일을 보기 힘든 직장인들이 주류를 이뤘다.”면서 “특히 여권신청은 서울에서 토요일에도 신청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탓에 이용자 수는 급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토요일 근무엔 OK민원센터 직원의 4분의 1 수준인 15∼17명 정도가 자원봉사형식으로 자발적으로 참여중이다. ●개관 1년 만에 ISO인증 획득 1년을 맞은 서초구 OK민원센터는 이미 행정서비스의 새 브랜드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해 8월엔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도 획득했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줄이고 철저하게 ‘주민’중심으로 바꾼 민원처리 탓에 대법원 등 국내 관공서나 외국 지자체 등 108개 기관에서 벤치마킹에 나섰다. 우선 간편해진 행정절차로 민원처리건수가 크게 늘었다.OK민원센터 개소 전인 민원여권과에선 총 23종의 간단한 민원만을 즉시 처리할 수 있었지만 현재 현장에서 즉시 처리 가능한 업무는 인·허가 및 신고업무 등 총 219종이다. 특히 처리시간은 최대 30일에서 1일까지 줄었다. 짧아진 처리기간만큼 방문객도 크게 늘어 하루 민원처리는 하루 평균 1133건에서 345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하루 방문객수도 994명에서 1995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전문상담도 668건 처리 구청 각 분야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탓에 전체 민원전화 중 30%는 즉시 처리했고, 직원이 고객에게 다시 전화해 주는 서비스를 통해 대기시간에도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하는 현상도 사라졌다. 주민들이 세무·법률·건축·부동산전문가에게 무료상담을 받는 ‘전문가 상담코너’를 상설 운영해 총 668건의 상담실적도 올렸다. 행정 노하우들을 모아 민원센터 업무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규격화했다. 박성중 구청장은 “토요민원 서비스로 주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면서 “철저한 사후평가로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 세계 최고의 민원서비스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인수위 키워드 ‘참여정부 지우기’

    인수위 키워드 ‘참여정부 지우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존 정책 방향을 정면으로 뒤집는 ‘참여정부 지우기’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조직 관리 측면에서 참여정부는 ‘일 잘 하는 정부’를 내세우면서 조직과 인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방향을 급선회, 기능에 따라 관계 부처간 통·폐합에 초점을 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관계 ▲균형발전 ▲기자실 문제 등 세 가지 사안만큼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바꿔 말하면 이들 사안이 참여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핵심 정책분야이자, 이를 다루는 부처가 핵심 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한 국정홍보처는 사실상 폐지가 확정된 상태다. 정부혁신과 균형발전을 각각 주도해온 정부혁신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등 국정과제위원회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우선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참여정부 핵심부처, 대부분 통·폐합 대상 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의 주무부처로서 우뚝 선 통일부 역시 새 정부에서는 조직 축소 또는 외교통상부로의 흡수 통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직개편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최소한 외교·안보 부문 ‘1인자’의 자리를 내놔야 할 실정이다. 게다가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참여정부에서 ‘성역’처럼 간주되던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대입 3불(不)제’도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단순히 조직개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최종적으로 노 대통령이 개정안을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막판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책 180도 전환에 속도전까지… 대변혁 예고 정책 측면에서도 ‘규제’ 위주에서 ‘경쟁’ 중심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인수위에 대한 부처별 업무보고 ‘첫 주자’인 교육부를 통해 일찌감치 감지됐다. 또 경제 부문에서는 재벌의 문어발식 출자로 인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도입된 이후 대기업 규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는 등 재벌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현 정부가 철저히 유지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에 대한 분리 정책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와 산업은행 등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 문제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역시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나 거래세(취득·등록세)율 인하 등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선(先) 가격안정, 후(後) 규제완화’로 속도 조절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대북 정책의 경우 퍼주기식 지원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호주의 원칙을 내걸었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이 향후 10년 안에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됐던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강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밖에 참여와 대화를 강조한 참여정부와 달리 이명박정부는 정권 출범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책은 조기에 확정·발표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 여성이란 성욕의 주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 여성이란 성욕의 주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무조건적인 욕망은, 존재욕이다. 존재하려는 욕망, 곧 살아 있고자 하는 욕망이다. 존재욕은 다시 두 가지 욕망을 구체화된다.‘예기’는 이렇게 말한다.“음식과 남녀는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존재하는 곳이다.” 음식을 먹는 것과 남녀관계, 곧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다. 아니, 그 욕망이 곧 인간이다. 인간은 식욕과 성욕의 구성물인 것이다. 식욕이 없다면, 인간 개체는 소멸한다. 성욕이 없다면 종으로서의 인간이 소멸한다. 그런 까닭에 식욕과 성욕은 인간을 성립시키는,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 욕망이다. 식욕은 음식과 인간 개체와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이에 반해 성욕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그리하여 성욕은 보다 복잡한 욕망이 된다. 또 인간 개체가 소멸해도 인간이 남을 수 있는 것은 성욕 때문이다. 성욕이야말로 어떤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인 것이다. 이제 그림 두 폭을 보자. 혜원 신윤복의 그림 ‘서생과 아가씨’의 왼쪽에 고운 아가씨가 기둥에 기대어 있고, 유건을 쓴 서생은 시선을 한 곳에 모으고 단정히 앉아 있다. 젊은 두 남녀는 서로 아는 사이인가? 선비가 아가씨를 불렀던가. 아닐 것이다. 선비가 아가씨를 불렀다면 저럴 수가 없다. 아가씨가 사모하던 선비를 찾아간 것이다. 또 다른 혜원의 그림 ‘영감님과 아가씨’에서는 몸을 돌린 아가씨를 안경을 쓴 초로의 남자가 문을 열고 내다보고 있다. 여자의 인기척에 내다본 것일 게다. 둘 사이의 은밀한 사연이야 알 길 없지만, 예사롭지 않은 관계라는 것은 쉬 짐작할 것이다.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조합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개인간의 합의의 결과라면, 누가 무어라 할 것인가. 어쨌건 위의 그림에는 성적인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 때는 조선시대다. 우리는 여자가 흠모하는 남자를 직접 찾아간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과연 그럴까. 잘 알려진 어우동을 생각해 보자. 어우동은 수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죄로 사형을 당한다. 이것이 죽을 죄가 된다면, 왕이 여러 명의 후궁을 거느리는 것은 왜 죄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탐식한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 비난할 수는 있어도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우동이 미움의 대상이 된 것은, 직접 나서서 남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우동은 욕망의 주체였던 것이다. 남성의 가부장적 욕망은 여성이 성적 주체가 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한데 조선 초기의 ‘실록’을 읽어 보면, 어우동과 마찬가지로 성적 주체로 행동한 여성이 적지 않다. 기록에 남지 않은 여성들은 더 많았을 것이다. 흔히 어우동 사건을 똑 따내어, 어우동을 성리학이 강요한 도덕의 억압에 항거한 최초의 여성으로 보지만, 그건 아니다. 어우동의 시대에 성리학의 도덕적 족쇄는 막 만들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해서 여성은 남성을 찾아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다. 어우동은 그저 그 시대의 사랑의 문법을 따라 과감하게 행동했을 뿐이다. 어우동은 결코 여성해방론자가 아니다. 이 시기 여성이 사랑에 적극적일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조선은 1392년 성리학을 국가이데올로기로 삼아 건국되었지만, 건국 즉시 모든 인간이 성리학에 의식화되지는 않았다. 양반-남성은 고려의 국가권력을 찬탈하고 성리학을 국가이데올로기로 삼는 국가를 건설하고, 이 국가의 권력을 이용해 인간과 사회를 성리학으로 길들이고자 했지만, 그 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구하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여성과 남성의 위상 조정이었다. 어우동이 살던 시대의 결혼제도는 남성이 여성의 집에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처가살이혼이었다. 남성이 처가에서 살고 아이들이 외가에서 성장하는 가족제도 하에서 가부장적 권력이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 있겠는가.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인 것은 분명했지만, 가부장제의 관철 강도는 상당히 미약했던 것이다. 처가살이를 시집살이로 바꾸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고,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거친 뒤인 17세기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시집살이혼이 시작되었다. 여성이 남성의 본격적인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랑의 형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결혼 전에 자신이 바라는 남성을 만날 수 없었고, 결혼 뒤에는 남성의 집안에 유폐되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음란한 일로 치부되었다. 중종조의 인물인 조광조의 경우를 든다. 그의 옆집에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 신랑이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과부가 된 여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홀로 지내는데 옆집의 미남 조광조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린다. 끓어오른 춘정에 여자는 담을 넘어 그 남자에게 남녀 음양의 이치를 알려달라고 애걸한다. 그 젊은 도덕군자는 절개를 지켜야 할 여자가 음란한 짓을 한다면서 종아리를 쳐서 쫓아낸다. 내쫓긴 여자는 돌아가 수치감에 목을 맨다. 자초지종을 들은 조광조의 아버지는 어찌 그리 야박한 짓을 했느냐고 아들을 심하게 나무랐지만, 무슨 소용인가. 조광조는 중종조의 사람이지만,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 보자. 처가살이에서 시집살이로 이행하면서 조선 후기의 가부장제는 보다 강고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성의 성을 출산과 쾌락으로 분리했으며, 후자에 부도덕의 굴레를 씌웠다. 여성이 쾌락과 관련된 성욕을 추구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었다. 아니, 상상하거나 말하는 것도 모두 부도덕한 일이었다. 이제 성욕의 발현 형태로서의 사랑 역시 모습을 바꾼다. 여성은 남성이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존재로 규정되었다. 춘향을 찾은 것은 이도령이었고 춘향이 아니었다. 옥에서 낭군을 기다린 것은 춘향이고, 그 춘향을 구원하는 것은 이도령이다.‘춘향전’은 불변의 사랑을 말하지만, 그것은 기다리는 여성과 찾아가는 남성, 고난에 빠진 가련한 여성과 그 여성을 구하는 씩씩한 남성의 이야기다. 그 사랑은 평등한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사랑이다. 하지만 가부장적 사랑도 여성의 성적 주체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었다.‘기문습유’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서울 용산에서 물건을 수레로 옮겨주는 수레꾼이 있었다. 어느 날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데, 누가 부른다. 보니 젊은 여성이 좀 들어오라고 유혹한다. 들어가 수작을 해 보니, 남편은 별감인데 숙직하러 갔단다. 수레꾼이 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남편이 짬을 내어 돌아와 아내를 품으려는 것이 아닌가. 수레꾼은 놀라 숨었고, 여자는 쌀쌀 맞게 남편을 거부했다. 숙직소를 오래 비워둘 수 없는 남편이 떠나자, 여자는 다시 수레꾼을 불러내어 황음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황홀경에서 벗어난 수레꾼은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또 생각해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한 여자가 아닌가. 내친 김에 죽이고 말았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그 여자의 남편이 지목받아 죽게 되었다. 수레꾼은 우연히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여자의 남편을 보고, 관에 출두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다. 관에서는 음부를 죽이고 억울한 사람을 살린 의인이라고 해서 죄를 면하고 상을 내린다. 나는 이 여성의 부도덕함을 말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끌어온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여성 역시 성욕의 주체임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남성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성적 주체라고 생각한다. 한데 과연 그럴까. 무엇이든 일반화는 위험한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욕은 인간 자체이기 때문에, 성욕의 봉쇄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성리학은 여성의 자기 성욕과 사랑의 주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담론을 진리처럼 유포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도덕적 담론의 존재가 곧 리얼리티는 아니다. 그렇다 해서 도덕적 담론이 없는 리얼리티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도덕적 담론과 욕망이 맺는 그 관계에 우리가 보고자 하는 성의 리얼리티가 존재할 것이다. 성욕은 윤리와 도덕을 초월해 존재하며, 도덕의 완강한 족쇄에도 성욕은 언제나 틈을 비집고 나온다. 그 모습을 위의 두 그림이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기고] 공교육 정상화 없이 미래 없다/정홍섭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

    2008 대입 제도 개선안은 교육을 학교 밖에서 안으로 끌어들이고 소모적인 ‘선발 경쟁’을 건설적인 ‘교육 경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04년 10월28일 발표된 것이다. 당시 대학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은 단 한 차례 실시하는 수능 점수를 세밀화하여 점수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비교육적이며, 학생부를 중심으로 전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가장 큰 불만은 1점 차이, 또는 한 문제 차이로 아래 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경우다. 선발시험에서 경계선상에 놓인 사람들의 억울함은 피할 수 없다. 표준점수를 사용한 2007학년도에는 1점이 아니라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지 않았는가? 오히려 등급제는 경계선에 있지 않으면 한두 개 틀려도 등급이 바뀌지 않고, 최상위권을 제외하면 점수 폭이 넓어 지원 가능한 대학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또 총점은 낮은데 총점이 높은 학생보다 영역별 등급이 더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총점이 높고 과목간의 성적차가 심한 학생이 총점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우수하다는 증거는 없다. 아울러 올해 수리 가형의 경우처럼 난이도 문제 또한 점수제 시행 당시에 더 큰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를 모두 수능등급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수능등급제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비난을 받는 것일까. 이 점에 있어서 대학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2008 대입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주요 대학들이 막상 시행 당년에 와서는 내신성적을 무력화하고 수능의 비중을 높여버렸다. 대학이 학생부보다 수능을 중시하면 고교 교육은 여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공교육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보다는 수능 문제풀이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학교보다 사교육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성, 자율성, 그리고 상생의 품성을 기르는 교육이 불가능해진다. 한 대학이 수능 반영비율을 높이고 본고사형 논술시험을 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특목고 등 소위 상위권 고교 출신을 서로 뽑아 가려고 하면 경쟁 대학들도 똑같은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는 누가 적극 말리지 않으면 중단되지 않기에 정부가 대입을 완전 자율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대입 제도는 이제는 신뢰성에서 타당성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자율성, 창의성, 그리고 상생의 능력과 품성을 갖춘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제도이면 과감히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2008 대입 제도가 고교까지의 다양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평정하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을 권장하는 것도, 학교간 격차가 있음을 알고도 학생부를 중시하도록 하는 것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고 그런 교육을 촉진하는 타당성 높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입제도가 공교육의 정상화를 담보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그 방법은 학생부 중심의 대입 제도이며, 그 핵심에 수능등급제가 있다. 고등학교는 다양한 학교활동을 학생부에 신뢰성 있게 기록해 대학에서 전인적 평가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은 제로섬 게임을 그만두고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 차기 정부는 이런 활동이 실질적으로 담보될 수 있도록 하는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입 제도와 관련한 모두의 의식이 성숙해져서 대입을 완전 자율에 맡겨도 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홍섭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
  • 톡톡 튀는 ‘해피 시무식’

    톡톡 튀는 ‘해피 시무식’

    대부분의 기업들은 2일 시무식을 갖고 무자(戊子)년의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강당에 모여 신년사를 듣는 딱딱한 시무식 대신 톡톡 튀는 각종 이벤트를 곁들인 시무식이 늘고있다. GS칼텍스의 새해 업무 시작은 시무식이 아니라 축제에 가까웠다.61명의 신입사원들이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폭발적인 록 음악을 선보였다. 대미는 모든 임직원의 합창으로 장식했다. 동아제약은 이날 오후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2000여명의 임직원이 서울 장충체육관에 모인 가운데 원더걸스와 장윤정 등 스타 가수들의 공연을 즐겼다. 부서별로 아카펠라 공연 등 흥겨운 분위기도 연출했다. 효성그룹은 복(福)자가 적힌 찹쌀떡 1000여개를 출근길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복떡 나눠주기 행사를 가졌다. 올해가 5회째다. 현대건설은 오전 7시부터 이종수 사장과 임원들이 서울 계동 사옥에서 새해 첫 출근하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는 ‘신년 직원 출근 맞이’ 행사를 가졌다. 원유 유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충남 태안으로 향하는 자원봉사형이 눈에 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안 기름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 현장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신세계도 곧 시무식의 일환으로 임직원 500여명이 태안으로 자원봉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신 무장형도 있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이날 오전 옛 행주대교 위에서 “시설안전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시무식을 가졌다. 롯데쇼핑은 1일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 6500여명이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남산 팔각정을 찾은 시민들에게 차와 떡을 나눠 주는 시무식을 가졌다. 주현진 김효섭 강주리기자 jhj@seoul.co.kr
  • “쇄신대상은 사제 자신” 40%

    ‘한국의 사제들은 교회에서 가장 쇄신이 필요한 부분을 성직자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사실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최영수 대주교)가 교구설정 100주년(2011년)에 앞서 교구내 사제와 신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12월말 실시해 2일 발표한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실태조사’결과 밝혀졌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가 주관한 조사에는 ▲성직자 272명▲수도자 215명▲신자 1581명▲일반인 500명이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사제들은 앞으로 교회 안에서 가장 쇄신할 부분으로 응답자 265명 중 40%에 해당하는 106명이 성직자 자신을 꼽아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교구운영(26.8%)이었다. 사제 역할 수행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영성생활(41.2%)을 가장 많이 든 반면 사회정의·생명이나 환경·소외계층 등 사회사목분야를 중요한 요소로 꼽은 사제는 6.4%에 그쳐 상대적으로 사회사목 분야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와 함께 영성생활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제의 74.4%가 동료 및 선배를 꼽았고 지역장 및 주교대리나 교구장은 4.5%에 불과했다. 특히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19.3%나 돼 5명에 1명꼴로 스스로 해결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수도자의 87.1%는 사제들의 활동에 만족한다고 여기면서도 절대 다수인 96.7%가 본당신부와 갈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수도자들은 수도자들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당사목의 역할분담’(41.2%)과 ‘수도생활에 대한 배려’(31.2%)를 꼽아 수도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본당사목의 협력자로 사목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자의 경우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미사전례(71.5%)와 강론(13.3%)을 압도적으로 높게 꼽아 미사와 강론이 신앙생활의 기본임을 확인시켰다. 가톨릭교회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로는 ‘지역사회 봉사’(65.9%)를 가장 많이 들었다. 다음으로 ▲사회정의 실현(34.9%)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한 노력(23.3%) ▲생명윤리 운동(20.7%) ▲환경 보전 운동(17.0%) ▲경제적 불평등 해소(14.8%)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10.5%)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8.1%) ▲사형제 폐지 운동(2.4%)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특히 쉬는 신자(냉담자)가 냉담을 풀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바로 고해성사(34.3%)로 나타나 고해성사가 하느님과의 화해이자 용서의 성사라고 해도 신자가 피부로 느끼는 부담감이 적지 않음을 보여 줬다. 일반인은 응답자의 36%가 가톨릭에 호감을 가진 반면 반감을 가진 이는 4.6%에 불과했다. 호감의 이유로는 모범적 신앙생활과 전례 분위기를 가장 많이 꼽았고 반감의 이유로는 ‘우상 숭배(마리아교)’를 많이 들었다. 개종하거나 종교를 가질 경우 65.7%가 가톨릭을 택하겠다고 응답, 가장 많았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범죄 공소시효 최장 10년 연장

    앞으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최장 25년까지 늘어난다. 민족적·종교적 차별에 따른 집단범죄 행위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아예 없어진다. 법무부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형이 예상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됐다고 1일 밝혔다. 공소시효는 검사가 일정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형사사건을 방치하는 경우에 피의자를 기소해 법원에서 처벌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소멸되는 제도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아 실체적 진실 발견을 기대하기 힘들고 처벌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두고 있다.”면서 하지만 DNA 감정, 데이터 복원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장기 사건도 증거 수집이 가능해졌고 지능화·흉포화하는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해 공소시효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는 ▲사형 해당 범죄 15→25년 ▲무기징역·금고 해당 범죄 10→15년 ▲10년 이상 징역·금고 해당 범죄 7→10년 ▲10년 미만 징역·금고 해당 범죄 5→7년 ▲5년 미만 징역·금고 또는 10년 이상 자격정지 및 벌금 해당 범죄 3→5년 ▲5년 이상 자격정지 해당 범죄 2→3년으로 연장됐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도주하는 등의 경우에 판결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지나면 재판시효가 끝난 것으로 간주했으나 이를 25년으로 연장했다. 이와 함께 집단살해죄·전쟁범죄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국제형사재판소 관할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돼 시행중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생각나눔 NEWS] 사형수 → 무기형 감형의 두얼굴

    “선원은 물론 병으로 귀국하기 위해 승선한 사람까지 범행은닉 목적으로 살해하는 등 인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범행을 저지른 만큼 원심의 형량은 결코 무겁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997년 7월26일 해상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동포 전재천(49)씨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199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사건’의 주범.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열악한 작업조건과 선상 폭력에 앙심을 품고 다른 중국동포 선원 5명과 함께 한국인 선원 7명 등 모두 11명의 선원을 살해한 뒤 사체를 바다에 버렸다. ●교화위원들 “사형은 법이 허가한 살인”우리나라가 국제 앰네스티(국제 사면위원회)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선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31일 단행된 특별사면에서 부산구치소에서 11년째 복역중인 전씨를 비롯한 6명의 사형수가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됐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뤄진 사형수 감형조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 직전인 97년 12월30일 23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내 사형제에 쐐기를 박은 지 꼭 10년 만에 참여정부는 사형수 6명에게 ‘새생명’을 줌으로써 사형제 폐지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이로써 차기 이명박 정부 역시 사형 집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십년 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온 교화위원들은 사형 역시 법에 의해 허가된 것일 뿐 ‘살인’임에는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함무라비 복수법식으로 사형에 처하는 것보다 교화를 통해 뉘우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한 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참여정부의 이번 사면을 사형제 폐지로 가는 중대한 단계로 높이 평가했다. 전씨 역시 처음에는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에서 선상생활에 대해 “한국인은 우리를 개라고 부른다. 매일 욕과 몽둥이, 쇠파이프 등으로 맞아 진저리가 났다.”면서 “고기 한마리 값보다 못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인권단체에 편지를 보내 “내가 죽는 것만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유일한 길임을 스스로 느끼며 혼자 마음정리를 해왔다.”고도 했다. ●피해자·유족 배려 뒤따라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우 신부는 “사형수들이 수감될 때는 재판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시 떠올리고 불안한 상태에서 세상에 대한 독설을 퍼붓지만, 또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한다.”면서 “피해자 유족과의 만남을 주선해 줬던 한 사형수는 ‘이렇게 용서를 빌기 위해 이날까지 살아 있었던 것 같다’고 참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형제 폐지와 별도로 피해자 가족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씨와 오랫동안 연락해온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정귀순 대표는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사형수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의미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한 교화위원 역시 최근 페스카마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려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겠죠. 어쩌면 영원히 그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니까 노력해야죠.”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우중·박지원·한화갑 포함 75명 사면 복권

    노무현 대통령은 31일 경제인 21명, 전 공직자·정치인 30명 등 모두 75명을 대상으로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사형수 6명에 대한 감형과 공안사범 18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사면에서는 외환위기 10년을 넘기면서 지난날 일부 불합리한 관행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라는 취지에서 경제인이 다수 대상에 포함됐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노무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교화 정도가 높은 사형수 6명도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됐다. 경제인 가운데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됐다 질병으로 형집행정지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대우사태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강병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 등 대우 계열사 전직 임원 8명이 포함됐다. 정몽원 한라건설회장,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 등도 사면됐다. 지난 2월 특사에서 사면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복권하고, 당 대표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노무현 정부 초기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하고 개인 비리로 형사처벌됐던 노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불법 도청을 방관ㆍ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바로 취하해 형이 확정된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과 ‘옷로비’ 사건에 관련됐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도 특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 김재정 전 의사협회장, 김지태 평택범대위 공동대표(대추리 이장), 김성환 이천전기 매각 비상대책위원 등 노동운동 및 집단행동 관련 수감자도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직 사회봉사를 완료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은 다른 사건 수사가 진행중라는 이유로,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사건’으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씨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강하게 반대해 사면대상에서 뺐다. 당초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

    ◇경제인(21명) ▲김우중(71) 전 대우그룹 회장 ▲강병호(64) 전 대우자동차 사장 ▲장병주(62) 전 대우 사장 ▲김영구(67) 전 대우 부사장 ▲이동원(63) 전 대우 영국법인장 ▲성기동(52) 전 대우 이사 ▲이상훈(55) 전 대우 전무 ▲김용길(59) 전 대우 전무 ▲김경엽(68) 전 삼신올스테이트 생명보험 대표 ▲정몽원(52) 전 한라그룹 회장 ▲장충구(55) 전 한라그룹 기획경영실장 ▲문정식(52) 전 RH시멘트 대표 ▲장흥순(47) 전 터보테크 대표◇공직자·정치인(30명) ▲고석구(59) 전 수자원공사 사장 ▲박혁규(53) 전 국회의원 ▲양윤재(58) 전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유종근(63) 전 전북도지사 ▲김대웅(62) 전 광주고검장 ▲김진(58)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손영래(52) 전 국세청장 ▲신건(66) 전 국가정보원장 ▲신승남(63) 전 검찰총장 ▲이기택(70) 전 국회의원 ▲이연택(71) 전 노동부 장관 ▲이정일(60) 전 국회의원 ▲임동원(73) 전 국가정보원장 ▲한화갑(68) 전 국회의원 ▲강신성일(70) 전 국회의원 ▲김명규(65)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성호(61)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지원(65)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심완구(69) 전 울산광역시장 ▲안병엽(62) 전 국회의원 ▲윤영호(67) 전 한국마사회장 ▲이형택(65)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최도술(60)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홍경령(42) 전 검사◇노동·집단행동 등 공안사범(18명) ▲김성환(49) 이천전기 매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재정(67)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지태(47) 평택범대위 공동대표, 대추리 이장 ▲이남순(55) 전 한국노총 위원장 ▲이지경(40) 포항건설노조 위원장 ▲황선(33)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사형수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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